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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의 사랑 - 3부1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0:19 1,807회 0건
3부(충격적 사실 그리고 자존심) 1장
남자들은 전문대 원서접수를 하기 위해 서로 의론했다. 모두 전후기 대학을 생각하고 있었고 자신들이 전문대까지 올 거라고 생각지 못했던 친구들은 그냥 아무전문대나 모두 원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남자 4명 모두 서울 근교의 전문대에 같이 지원했다. 여자들은 어느 전문대로 갈 것인지 한번쯤 관심을 가져봄도 한데 그때는 남자들끼리 논의하기 바빠 아무도 여자들이 어느 전문대로 원서를 제출한다는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나 또한 여자들 사이에서 칼질 당하고부터 여자들과 대화하는 걸 꺼렸다.
공부보다는 여자들과 어울려 다니는데 열중했던 우리들은 보기 좋게 모두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여자들이 어느 학교를 지원하고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 하는 남자들도 없었다. 서로 자신들 고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기 때문에 남을 배려하거나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난 전문대도 떨어지고 해서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하고 있었다. 다시 취업을 해야 하나. 취업을 한다면 과를 살려 IT회사에 지원해야 하나 아니면 일반 기업에 지원해야 하나 고민했다.

90년 3월 2일(충격적이라 날짜도 기억한다.) 가족들이 모두 직장에 가고 혼자 집에 있는데 4시쯤 지성이의 전화가 왔다.
“목동 4거리 바보 앞이다. 나와라.”
“왜”
“나오라면 나와. 혼자 집에서 뭐하냐”
“귀찮아”
“너 안나오면 너희 집으로 쳐들어간다.”
“알았어. 대충 씻고 갈께. 기다려”
“빨 리와”
고민에 빠져 있던 나는 만사가 귀찮았다. 친구들 만나는 것도 식상하고 독서실도 그만두고 해서 집에서 소설책이나 읽고 있었는데 나오라고 하니 가기 싫었다. 하지만 친구 놈들이 우리 집으로 오면 더 귀찮아 지기 때문에 나가기로 하고 천천히 나갔다.
30분 후에 바보 앞에 가니 지성이와 란만 함께 있었다.

란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향상 청바지 아니면 면바지 그리고 점퍼 차림에 화장도 하진 않고 여드름 많은 국민학생 같았던 란의 모습이 아니었다.
머리는 일자로 곱게 펴서 어깨에 짤랑이고 있었고, 얼굴에 약간의 색조 화장까지 해서 화사했다. 큰 눈에 보조개가 약간 들어갈 볼 그리고 연한 립스틱을 바른 조그만 입 아름다웠다. 약간 주황색 톤의 투피스 정장을 입고 하이힐까지 신었는데 너무나 아름답게 보였다. 미운오리가 백조가 된 듯 그 모습은 평소 란의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숙녀가 서 있었다.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나를 지켜보고 있는데 약간 숨이 막혔다.
“왔어. 그럼 나 간다.”
지성은 내가 도착하자마자 내 어깨를 톡치고 가버리는 것이었다.
“지성아 다른 놈들은!~~”
“안 왜. 란이 너 불러달라고 내게 전화해서 너만 불렸다”
그리고 란을 보고는
“야 앞으로 수혼이 보고 싶으면 네가 직접 전화해 나 불려서 전화해 달라고 하지 말고”
그 말을 끝으로 지성은 사라져 버렸다.
지성이가 없어지고 어색한 분위기였다. 란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서 어떻게 해야 될지 망설여졌다.
“왜. 나 보자고 했어”
“그냥 보고 싶은데……. 네가 피하는 것 같아서 지성에게 부탁 했어”
“그런데 무슨 날이냐. 너 평소와 다르다.”
“오늘 입학식 있었어. 끝나고 바로 오는 길이야”
“입학식?”
“요즘 대학 입학식 많잖아.”
“머 친구 입학식 같다 왔어”
“아니 내 입학식이야”
“무슨 소리야.”
“몰랐어. 지영이 성매는 지방대라 지방으로 내려갔고, 미선이는 컴퓨터 학원 다니고 있어. 그리고~~~ 난 수원에 있는 경희대 지방컴퍼스라 입학식 마치고 왔지.”
“경희대”
“응”

그 황당함이란. 이것이 무슨 소린가. 경희대면 전기대다. 전기대는 11월이면 합격자 발표하고 끝난다. 그런데 2월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하던 애가 어떻게 경희대 합격자라는 말인가?

“너 2월까지 독서실에서 전문대 준비한거 아니었어”
“미선이가 전문대 준비로 독서실에서 공부한다고 해서 친구들이 모두 독서실 같이 다닌 거야. 다른 애들은 전기 아니면 후기대에 모두 합격해서 그냥 대학교에서 공부할 내용 예습하고 또 책도 읽고 그래서 다닌 거야”

머야. 그럼 우리들 가지고 논거야. 자기들은 모두 합격하고 전문대나 준비하고 있는 우리들 가지고 심심풀이 땅콩으로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거야.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건 상대방에게 화를 낼 성질이 아니었다. 내가 언제 너희들은 어느 대학가니라고 물어본 적이 없다. 서로 물어보는 것이 마음에 상처가 될 것 같아 한번도 물어보지 못했다. 물어보지 않으니 자기들이 먼저 이야기하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들이 멋대로 해석하고 같은 처지로 생각한 것이 잘못된 것이었다.
화가 치밀어 올라왔지만 억지로 마음을 진정하려 했다.

“그런 거구나. 몰랐다. 늦게라도 축하한다.”
“고마워”
란은 나의 심정도 모르고 화사하게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은 정말 예쁘다고 표현하기보다 아름다웠다. 화사하게 웃는 모습이 이제 막 피어난 코스머스꽃 같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아름다움을 풍기는 모습이었다. 그 아름다움이 클수록 내 마음에는 더 울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머야 지금! 나 입학식이다. 나 본래는 이렇게 아름답다. 너는 그런 것도 몰랐냐.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야 머야)
마음속에서 온갖 말들이 난무했다.
“입학식이면 친구들과 한잔하고 그래야 되는 거 아냐. 그런데…….”
“성매와 지영이는 지방대라 지방에 갔고, 미선이는 학원에 갔어”
“같이 입학한 친구들도 있을 거야냐. 앞으로 계속 볼 사이데 친해져야지”
“우리 반에서 같이 같은 학교에 입학한 애가 없어. 그리고 나 낯가림 많이 하는데 처음 만난 사람하고 어떻게 술 먹니”
“그래서 나와 술 먹자고”
“입학식인데 축하주 한잔 안 사죠”
(애가 계속 염장 지르고 있네.)
“내가 축하주 사라”
“응~~”
“왜 나냐. 지성이도 있고, 재운이고 있고, 은성이도 있는데...”
“난 너만 축하해 주면 돼! 다른 사람은 필요 없어”
“휴~~~~~~~~”
한숨이 나왔다. 란이 나에게 왜 이러는 것일까? 계속 놀려 먹어도 될 만큼 내가 만만하게 보이는 건가? 내가 계속 이 아이의 어리광을 받아주어야 하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내 얼굴을 란은 해맑게 웃는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 얼굴에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 가자”
난 승낙하고 말았다. 네가 놀림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화도 났지만 그런 생각에 화를 내는 것은 더 자존심 상하는 일이였다.
우리는 향상 가는 바보로 가지 않고 주위에 있던 조용한 호프집으로 갔다. 아직 밥 먹기에는 이른 것 같았고, 또한 내가 밥 먹고 어쩌고 할 기분이 아니었다.

“입학식!....... 즐거웠어.”
“아냐. 정신없었어. 새로운 환경이라 아직 정도가지 않고 사람들도 많고 해서 말이야.”
“입학식 같이 간사람 있을 것 아냐”
“없어. 혼자 같다 왔어”
호프집에 앉아 간단한 안주와 맥주를 시킨 우리는 맥주를 한잔씩하고 있었다. 란의 목소리가 처음과는 다르게 조금은 어두웠다.
“왜. 너희 집 식구 많잖아”
내가 알고 있기로 란의 집은 우리 집보다 1명적은 6남매로 알고 있었다. 더욱이 란이 막내로 외동딸이라 귀여움을 독차지 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입학식에 혼자 갔다 왔다는 것 이 빨리 이해되지 않았다.
“그냥……. 부모님 장사 때문에 평일날 움직이지 못하셔”
“그럼 다른 형제들은....”
“그만하자. 난 너와 함께 있는 지금이 좋아.”
란이 더 이야기 하는 것이 싫은지 화제를 돌린다. 나도 더 이상 그 문제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궁금한 것은 왜 내게 란이 이렇지는 이유다.
“근데... 왜 나에게 술사라고 한 거야. 아까 지성이도 있었으니 지성에게 사달라고 했으면 되지. 내가 돈 많게 보이니”
“아냐. 지성이도 좋은 친구고, 재운이 은성이도 좋아. 하지만 다른 이들은 조금 부담돼”
“그럼 내가 편해서....”
(완전 내가 봉이로구나. 내가 가장 만만하고 다른 놈들은 그렇지 않다. 그런 뜻이야)
“그래. 수혼과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 다른 남자들과 같이 있으면 불편한데 너와 있으면 같이 대화도 하고 술도 먹고 해도 불안하지 않아”

(난 너와 같이 있으면 불편한데 어떻게 하지. 더욱이 내가 너에게 놀림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나는데 너는 편하고 좋다. 너만 편하면 다야.)
마음속에서 빨리 이 자리를 피하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피할 명분이 없었다. 친구라고 찾아와서 축하주 하진 사달라고 하는 애에게 어떻게 내가 불편하다고 싫다고 한다 말인가.

술이 한잔, 두잔 계속되고 어느덧 4천cc를 마시고 있었다. 란은 처음에는 어느 정도 나와 같이 먹다 2천cc부터는 잘 마시지 않았다. 술기운이 돌아 붉게 물든 란의 얼굴은 은은한 조명에 더욱 매력적 이였다. 나 혼자 2천cc를 넘게 마시고 있어 나도 어느덧 술기운이 올라오고 있었다. 난 의식적으로 대학에 관한 얘기를 피했다. 역사를 이야기했다. 한단고기 중 치우천황에 대한 부분을 열심히 이야기했다. 그 부분만 이야기해도 2시간 이야기하기에는 충분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다른 애들은 재수한다고 지성이가 그러던데”
“글쎄, 지성이나 재운이 은성이야. 집안에서 재수하라고 해서 지금 학원 알아보고 있는 모양이야”
“다른 사람들 말고 너 어떻게 할 거냐고, 다시 취업할 거야 아니면 재수 할 거야.”
“글쎄,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 지금은 쉬고 싶어”
“그럼 아직 결정하지 않았어”
“응~ 한달정도 생각 없이 쉬고 싶어. 지금까지 취업준비, 대입준비 정신없었어.”
“그래......”

시간이 어느덧 10시가 되었다. 빈속에 술을 먹어서 그런지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나도 많이 취했다.
“그만 집에 가자.”
“조금 더 있으면 안돼”
란은 아쉬운지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
“늦었어. 부모님이 걱정하겠다. 또 나야 백수니 상관없지만 넌 내일부터 학교가려면 빨리 자야지.”
“그래 알았어.”
란은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술집을 나와 란의 집으로 걸어갔다. 란의 집은 우리 집과 멀지 않았다. 우리 집에서 20여분 걸어가면 되는 거리였다. 란의 집 앞에 도착하니 11시간 다 되었다.
“들어가.....”
란의 집 앞이다. 독서실 같이 다닐 때, 친구들과 그 앞을 지나며 란의 집이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란과 둘만 이곳에 있기는 처음 이였다.
“수혼. 오늘 고마워.”
“술 한 잔 산건데 머.”
“너 아니였으면 혼자 외롭게 입학식을 축하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해주면 나도 고맙다. 빨리 들어가 춥다.”
아직 3월이라 밤기운이 쌀쌀했다. 또한 나는 추운 것을 제일 싫어했다.
“그래 나 들어간다.”
란은 못내 아쉬운 듯 자꾸 돌아보며 집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복잡한 생각을 떨쳐 버리듯 머리를 한번 흔들고 나도 집으로 향했다.
“잘 가. 다음에 보자....”
조금 걸어가다 보니 뒤에서 란의 목소리가 들렸다. 란이 길과 통하는 자신의 집 창문을 열고 나에게 외쳤다. 난 돌아서 란에게 손 한번 흔들어주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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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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