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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의 사랑 - 5부1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0:19 1,599회 0건
5부(사랑이란 주고받은 것이다.) 1장.

그녀에게 했던 말은 그녀를 떨치기 위해 만들어낸 핑계가 아니다. 내 친구들과도 자주 만나는 그녀에게 거짓말은 통하지 않았다. 진실만이 통했다. 정말 난 그녀를 만나고 다음날부터 학원을 등록했고, 독서실을 등록했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학원으로 그리고 독서실로 정신없는 시간이 빠르게 흘려갔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정신없이 바쁜 시간들 속에 그녀의 모습은 지워져 갔다. 다른 걸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직장이 끝나면 6시, 7시부터 시작하는 학원 수업을 위해 영등포역까지 이동해서 간단하게 식사하고 수업에 들어가면 10시가 넘어야 끝났다. 집에 가서 밥 먹고 바로 독서실에 가서 공부하다 2시 넘어 집에 들어오면 바로 쓰려졌다. 그 생활들 속에 그녀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
다른 친구들과는 그래도 가끔 만났는데, 은성, 지성, 재운과 함께 성매와 미선이도 같은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미선이는 컴퓨터 학원 다니다가 한 번 더 대학 도전한다고 그리고 성매는 지방대가 마음에 들지 않아 대시한번 도전한다고 함유한 것이다. 미선과 재운은 상당히 가까운 애인사이가 되었다. 우리들이 보는 앞에서도 진한 애정표현을 하는데 거리낌이 없을 정도였다. 난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란을 의식적으로 피해 란이 도착하기 전, 혹은 친구들과 헤어진 후에 친구들과 만났다. 아니면 남자친구들만 만났다.

그날이후 그녀는 아침에 나타나지 않았다. 옛날처럼 친구들을 이용해 불려내는 일도 없었고, 우리 남자친구들과도 자주 만나지도 않았다. 11월이 되어 친구들은 모두 전기대 원서를 제출하고 시험을 보았다. 난 처음부터 전기, 후기는 생각지 않고 전문대만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할 공부만 했다.
당시 전문대 시험은 전후기 시험과 다르게 5과목만 시험 보았다. 국어, 영어, 수학, 국사, 윤리만 시험 보면 되었다.
친구들은 전기대를 모두 떨어지고 다시 후기대 시험에도 모두 떨어졌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공부보다는 여자애들하고 어울려 다니는 것을 좋아하니 당연한 결과 엇다. 열심히 공부해도 될까 말까한데 말이다. 그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을지 모르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전혀 열심히 한거 같지 않았다.

92년 1월말 나는 회사와 가까운 부천에 있는 전문대로 진학하기로 결정하고 공부하고 있었고 전후기 대학을 낙방한 친구들도 모두 나와 같은 대학으로 원서를 제출했다.
2월 중 합격자 발표 났다. 나을 포함함 모두가 합격했다. 미선은 전후기 이후 대학을 포기하고 회사에 취업하기로 했고 성매는 후기대에 합격한 후였다.

합격 발표가 나고 새로운 대학 생활에 대한 설렘과 준비로 분주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그녀에 대한 생각은 지워진지 오래였다. 토요일이라 회사가 빨리 끝나고 해서 오랜만에 컴퓨터 게임일 즐기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해오던 삼국지 게임에 빠져 한참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나야.”
낮 익은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흘러왔다. 심연에서 유유히 유영하는 고래처럼 가슴속에서 작은 울림이 펴졌다. 잊기 위해 노력했던 목소리, 의식적 지우려 노력했던 목소리였다.
“만날 수 있어. 나 사거리에 있는 레빈에 있어. 나올 수 있지”
심연에서 조용히 유영하던 고래가 바닷물을 힘차게 해치며 솟아오르듯 그녀의 목소리는 이젠 확연하게 들렸다.
“잠시만 있어. 준비하고 갈게”

8개월 동안 단 한번도 연락이 없던 그녀다. 이젠 나의 존재를 잊은 줄 알고 있었던 그녀였다. 그녀는 어떻게 변해 을까? 이젠 다른 이를 만나 다른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어쩌면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만나자고 할 수 있다.

속에서 많은 의문이 들었지만 그녀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녀가 날 기다렸다면 그녀의 집요한 성격상 8개월 동안 한번이라도 연락을 해 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빈은 호프집 이였다. 레빈의 문을 열고 들어서 주위를 둘려보았다. 그녀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때 한쪽 구석에 책을 읽고 있던 여자 아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녀는 출입문과 등지고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쉽게 알아볼 수 없었다. 희색 파카 차림의 그녀가 혹시 아닌가 하고 그쪽 테이블로 갔다. 고개를 숙이고 책을 읽고 있는데 안경이 쓰고 있었다.
“똑똑똑”
난 독서에 빠져있는 그녀의 테이블을 쳤다. 고개를 들며 안경을 벗는데 그녀 이였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 1년 전 겨울처럼 초등학생 같은 모습의 란이 그곳에 있었다.
“왔어. 오랜만 이내.”
“오랜만이야”
“앉아. 왜 앉지 않고 서있는 거야”
반대편 자리에 앉자 그녀가 책을 접었다. “천부경해록” 그녀가 읽고 있던 책의 제목이었다. 8개월 만에 만나서 그런지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가 흘렸다. 잠깐 둘은 침묵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만 있었다.
“어려운 책인데 읽고 있네”
“읽어도 모르겠어. 네가 언제가 읽었다고 해서 나도 읽어보고 있는 중이야.”
“그동안 변한 게 없네. 일년 전 모습이랑 똑 같다.”
“남에게 잘 보일 필요 없으니 당연하지, 참 너 합격했다며 늦게라도 축하해”
“머. 전문대 들어간 건데 대단하다고 축하씩이나”
“그래”
또다시 침묵이 흘렸다. 그때 다행히 점원이 주문을 받으려 와서 간단한 안주와 맥주를 주문하며 어색한 분위기가 흘려갔다.

“왜 전화 안했어.”
“무슨 전화”
“합격하면 제일 먼저 나에게 전화할 줄 알았지”
“정신이 없어 잊어버리고 있었어.”
“난 가슴 졸이며 기다리고 있는데 까 막게 잊고 있었다고... 8개월 동안 보고 싶은 거 억지로 참아가며 기다렸는데....”
그때 마침 맥주가 나왔다. 난 맥주가 나오자마자 단숨에 5백cc을 들어 올려 벌컥벌컥 모두 마셔 버렸다. 그리고는 점원을 다시 불려 천cc잔으로 달라고 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그녀가 다른 질문을 하기 전에, 하나하나 따지기 전에 먼저 물어보았다.
“공부만 했어. 네가 열심히 공부하는데 나도 공부해야지. 8개월 동안 도서관하고 학생 회의실에서 살았어. 덕분에 장학금도 받고 부회장도 됐어”
“부회장?”
“응 학생회 부회장”
“야 명함도 파고 대단하다. 그런데 차림새는 머니”
“잘 보일 사람도 없는데 신경서 뭐해. 그냥 편하면 되지”
“그럼 8개월 동안 그러고 다녔어”
“바보니 여름, 가을에야 다른 차림 이였지”
“아니 내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 향상 꾸미지도 않고 그러고 다니 거냐고”
“당연하지, 공부만 했다니까?”

점원이 가져온 천cc잔은 어느덧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속이 타고 목이 말라 술이 술 같지 않았다. 그녀는 술도 잘 먹지 않았다. 그전에 만날 때는 오백정도 마셨는데 지금은 입만 대고 그대로 있었다.

“더 궁금한 거 있어. 없으면 지금부터 내가 질문한다.”
“잠깐! 사귀 남자 친구도 없어”
“없어. 따라다니던 선배가 있기는 했는데 그 귀찮게 하던 선배도 군대갔어. 편지는 한두 번 왔는데 읽지도 않고 찌어 버려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
“선배 말고는 없어”
“이젠 미팅도 안 들어와. 학과에서 날 아는 모든 사람은 너도 알고 있어. 그래서 애인 있다고 소문나서 미팅도 안 들어와. 그런데 무슨 남자친구가 있겠니.”

이 사실을 기뻐해야 하는 거야 아니면 절망해야 하는 거야. 그렇게 멀리하려고 했는데, 어쩌면 그녀를 떨치기 위해 하기 싫은 공부를 하며 그녀와 떨어지려 했는데, 날 잊고 좋은 남자 만나라고 그렇게 빌었는데 이 무슨 결과란 말인가?
나 덕분에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 받았다는데 할말이 없었다.

“왜 열락 안했어. 합격자 발표했으면 바로 연락해야 하는 거 아냐.”
“........”
“나 얼마나 기다렸는데. 친구들에게 너 합격 소식을 듣고 섭섭했어. 너에게 직접 듣고 싶었는데 말이야. 그래도 정신이 없어서 그런 거지 이해하고 섭섭해도 참았어. 하루, 이틀, 삼일 시간은 자꾸 가는데 너에게 연락은 없고, 가슴이 답답해서 터져 버리는 줄 알았어.”“........”
“8개월을 기다렸는데..... 지난 일주일 기다리는 것이 더 힘들었어. 더 기다리다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아 내가 연락 했어”
“.......”
“무슨 말이라도 해봐. 내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니, 내가 얼마나 더 참아야하니. 내가 어디까지 자존심을 버려야 만족 하겠니 응~ 무슨 말이라도 해봐”
“미안, 너도 나처럼 잊어버린 줄 알았어”
“머라고~~~ 허 그걸 말이라고~~~~”
‘부들부들’ 그녀의 어깨가 가늘게 경련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녀가 앞에 있던 술잔을 들더니 죽죽 들이키는 거였다. “탁” 빈 잔이 탁자를 둔탁하게 내려졌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멀..... 뭘 어쩌”
“이제 도망갈 핑계 없지. 이제부턴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할 거야”
“어떻게 하겠다고”
“앞으로 보고 싶으면 보고,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다 할 거야. 더 이상 핑계 대며 피해 다니면 집에까지 찾아갈 거야. 그리고 너 앞으로 전화하면 제각제각 튀어나와”
“야 말 심하게 한다.”
“흥 내입에서 좋은 소리 나오게 했어.

더 이상 도망갈 구멍이 없었다. 이젠 다시 악몽이 시작되는 것인가. 그녀와 다시 시작해야 되는 건가? 그녀를 받아들어야 하는 건가? 내 마음의 빗장을 풀어야 하는 건가? 하지만 그녀를 마음속에 받아들인다는 것은 너무나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외통수에 걸렸다. 내가 만든 무덤에 빠져 도망갈 구멍이 없었다.

“알았어. 너 뜻대로 해”
“항복하는 거야. 전쟁에 져서 항복하는 거냐고 좀 기쁜 표정으로 즐거운 표정으로 말하면 안돼는 거야. 웃어 그리고 밝고 명랑하게 기쁜 목소리로 말해”
(바라는 것도 많다. 먹은 술이 아깝다. 먹도 취하질 않으니 원)
“그래 양란 마음대로 하소서. 소인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씩’ 승리의 미소가 그녀의 입에 매달렸다. 밝게 웃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조금 전까지 성질부리며 화를 낸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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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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