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수필집-
*0708 나를 버리다*
그를 바라다 보고 있으면, 언제나 온 몸에는 소름이 돋았다. 그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차가움. 그건 죽음보다 더 참혹한 정적 이었지만, 뿌리칠 수 없는 유혹 이기도 했다. 그의 그런 모습이 나를 그에게 이끌었고, 난 그의 모습에서 나의 쉴 곳을 찾았다. 그러나, 그건 쉼터라고 부르기엔 너무 요사스럽고, 음란했다. 그를 떠나 보내고서, 내가 느낀 한 가지 바램이 있다면, 그를 영원히 붙들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그건 사랑도 이미 아니었고, 더더욱 섹스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모든 체액을 빨아 마시고 싶고, 그의 정액 속에서 내 영혼이 갈갈이 분해 되는, 그 쾌감….그건 남편이 줄 수 없는 거였다. 맨 처음 그를 만나고, 나는 이 모든 행위의 기꺼움은 혹시 숨어서 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건 얼마 있질 않아서 나의 잘못된 판단임을 깨달았다. 그것은 스릴도 아니었으며, 오로지 섹스로 관통되는 대화 창구가 비로소 나에게 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를 만나면서 내가 이제까지 누려오던 삶의 윤택함을 포기하기에는, 그 자체가 지대한 위험부담으로 남았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카운터 쪽으로 향하려고 등을 돌렸다. 조명을 막아서는 그의 상반신이 그렇게 크게 보인 적은 없었다. 그의 움직임과 함께 내 쪽을 향해 흘러오는 그의 살 냄새와 부드러운 스킨 향이 나를 적당히 달구고 있었고, 그는 카운터에 다가가 돈을 주면서 무언가를 얘기했다.
‘돈은 내가 내도 되는데…..’
‘꼭 돈 낼 때마다 안 그래도 돼. 남들이 나이 먹었다고 놀린다, 너?’
난 얼굴이 붉어졌다. 그래, 누가 내면 어때? 난 그제서야, 그가 나를 동등한 자격으로 대우하고 있다는 것에, 신물 나게 감격해 가고 있음을 느꼈다.
‘무슨 얘길 했는데?’
‘자기랑 내차, 얼마 동안 좀 세워 놓는다고 그랬거든.’
그는 더 이상의 설명도 없이, 성큼 내 옆에 와서 나가자는 듯이 내려다 보았다.
‘어딜 가게?’
그는 웃고 있었다. 내가 엉거주춤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어디를 정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말했다. 난 그의 면전에서 압도당하고 있음을 깨달았고, 그의 리드가 불안하기도 했지만, 돌아설 수도 없는 입장 이었다. 밖은 적당히 어두워져 가고 있었고, 그 동네는 젊은 애들로 북새통이 따로 없었다. 주차 전쟁은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을 알고나 있던 것처럼, 그는 밀려오는 인파를 헤치면서, 내 팔을 잡아 끌기 시작했다. 그의 완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냥 그렇게 나를 잡아 끌고 어디론가에서 침몰시킬 것 같은 그의 등덜미가, 나에게는 공포스럽기도 하거니와, 난 그 당시 아무런 대책이 없었기에 그냥 딸려 가듯이 그가 이끄는 데로 가기만 했다. 사람들을 벗어나고 나서, 인적이 한가해진 찰나, 그가 나를 향해 돌아섰다. 말도 없이 감아드는 그의 팔이 내 허리로 느껴지고, 나의 허리가 조금씩 휘어지면서, 그의 골반뼈가 나의 아랫배를 압박해 들어왔다. 서로의 얼굴이 적당한 각도로 틀어지면서 눈이 감겨져 왔다. 나는 그 사이에도 머리에 얹어 놓은 선글라스가 떨어질까 붙들고 있었지만, 그는 오로지 나의 몸을 휘감는 것에만 정신을 쏟고 있었고, 입맞춤을 위해 안경을 치켜 올리지도 않고 있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내 몸을 팔로 휘감았건만, 나는 그의 어깨를 감싸 안아야 할지, 아니면, 허리를 안아야 할지, 손을 어디로 둘 쭐 몰라, 허둥댔다. 그의 입술이 나에게 덮쳐오고 있었지만, 그의 콧김은 그다지 나를 성가시게 하질 않았다. 정면으로 열린 그의 상의 사이로 안개가 피어 오르듯이 그의 살 냄새가 끓어오르고, 나는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질끈 감은 채, 그의 키스를 향해 입술을 열었다. 살아 생전, 이런 열린 공간에서 나에게 이런 키스를 퍼부어 줄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에 더하여, 우리들을 쳐다보며, 지나치는 행인의 귓속말까지 전부 들리는 것처럼 곤두선 내 신경은 머리카락마저도 뿌리까지 곤두서게 하고 있었다.
‘나쁘진 않아.’
그가 나에게서 몸을 떼는 순간, 나의 눈을 보며, 말했다. 우리는 한국말을 하고 있었지만, 난 그 의미를 그 자리에서 해석하기에 바빴다. 아니, 알아듣질 못했다. 좋다는 얘기인지, 아니면, 보통 그저 그렇다는 얘기인지…..나를 상품처럼 평가하고 마는 그의 입맞춤에 내 자신이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것은 아닌지….주머니에서 그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나를 돌아다 보지도 않고 한 개피를 건넸다.
‘여기서?’
그가 또 나를 보고 웃는다. 또다시 고개를 든 기성의 버릇…..난 그랬다. 담배를 받아 들고, 불을 붙였지만, 난 깊게 빨아 들이질 못했다. 가라앉질 않는 호흡을 제대로 고르기도 어려웠고, 그의 앞에서 이렇게 흔들려가는 나의 모습을 이리도 빨리 드러내고 싶질 않았던 치졸함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별 말이 없는 편이었다. 폭언도 없었고, 그렇다고 욕지기를 입에 달고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그럼으로 해서 서로를 배려하는 예절이 충분히 무르익을 데로 무르익은 듯한 매너가 기본인 사람이었다. 그가 떠나고, 적적함을 달래려고, 무차별 적으로 만나왔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나를 처음부터 갈보년 대하듯이 굴려댔다. 그들의 몸뚱이에 짓눌려 허덕이면서도, 가슴 한구석에 언제나 아스라히 떠오르는 그의 잔영은 그리움을 넘어선 나의 집착이라고, 수도 없이 혀를 깨물곤 했는데….그를 만나는 순간부터 나는 내 자신이 어째서 그에게 이리도 빠져들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알게 되었다. 평소에 내가 꿈꾸어 오던 섹스의 연속동작은 스타카토처럼 동강나고 있었고, 그의 앞에서 내가 꿈꾸어 오던 섹스를 들이댄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저 그렇게 어깨를 견주며, 단지 서로의 체온이 교환되는 순간만을 바란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그의 모습은 섹스와 거리가 멀었다. 그에 대한 기억 속에 항상 나를 감동 시키는 부분은 나를 향한 어떤 요구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언제나 목이 말라, 들러 붙는 것은 나였고, 그는 철저히 계산된 듯한 절제의 미덕으로, 나를 까무러치게 만들곤 했다. 다른 남자들을 만나면서 나는 타입 별로, 연령 별로, 수도 없는 부류를 경험하면서도, 내가 왜 이다지도 방황의 끝을 맺질 못하는 가에 골몰한 적이 있었다. 그건 바로 그를 대신할 닮은 꼴을 찾고 있는 나의 미련함 때문인 것을 알고서야 그만 두게 되었지만 말이다. 난 나 자신을 두고두고 후회했었다. 그것도 첫 일탈의 상대에게 너무 많은 것을 내어 준 나 자신을 말이다.
‘걸어가자.’
그는 길 건너편에 있는 호텔로 걸어서 가자고 했다. 한번도 호텔을 걸어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왠지 내 자신이 쪼잔 하고, 없이 보일 것 같은 심사 때문에, 언제나 호텔이란 곳은 차를 타고 가야 되는 곳으로만 알고 있던 나에게 그는 색다른 소풍을 선사하고 있었다. 날씨가 후끈했지만, 그의 팔짱을 낀 나의 손은 놓을 줄을 몰랐다. 나는 호텔의 회전문을 통과 하면서야 팔을 풀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난 그때까지도 당당하질 못했었던 모양이다. 그가 키를 받아 올 동안,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 일행이 아닌 것처럼 엘리베이터와 가까운 곳으로 슬며시 몸을 틀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나는 그제서야, 나의 무의식적인 본능에 의해, 어느 사이엔가 실내 임에도 불구하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가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고, 나는 알았다는 듯이 등을 돌려, 승강기로 걸어갔다. 다행히 기다리는 사람도 없이, 나와 그가 승강기에 탔다.
‘너 자신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면, 나를 절대 가질 수 없을 텐데…’
그가 또 웃었다. 난 시간이 지나고서 그 의미를 알았다. 그가 떠나간 뒤에도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의미……난 오로지 그에게 바쳐졌다고, 나를 산산조각을 내가며, 그의 앞에서 부셔졌다고 이해했지만, 결국 난 그를 온전히 갖지 못했으니, 그의 말이 맞기는 했다. 난 내 스스로에 취해, 제자리에서 뱅뱅 돌다가 어지럼증을 느낀 것이고, 그는 그런 맴돌이를 실컷 감상하다가, 미련도 없이 가 버린 것이 분명했다.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지금의 나는, 만나는 상대에게 철저히 까발려 지고, 음탕해지고, 저질로 취급되고, 갖은 욕지거리와 쌍소리 속에서 그나마 희열을 느끼는 존재로 바뀌어 있었다. 그것은 상대가 싫어서 내버려 둔다 라기 보다는, 떠난 그에게 이렇듯 열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질 못했다는 자책의 발로라고 볼 수 있었다.
*0710 소유에 대하여*
방에 들어선 나는 외부와 차단된 듯한 아늑함보다도, 더위를 삭혀주는 그 서늘한 기운이 마음에 들었다. 의자에 앉아서 다시 또 마주한 그의 모습. 그는 나를 향하고 있질 않았고, 나의 존재와 상관 없다는 듯이, 창 밖을 바라다 보고 있었다.
‘우리 이제 뭐하지?’
그가 또 실없이 웃었다. 그건 실없다기 보다는, 목적의식을 분명히 지닌 채 들어왔건만, 어쩐지 막무가내로 일을 벌리기에는 왠지 쑥스럽지 않은가 라는 자조적인 질문이었다.
‘오늘 바빠?’
난 지금도 어째서 그렇게 엉뚱하고 바보 같은 질문을 했는지 혀를 찰 뿐이다. 난 은근히 그의 주위에서 아직도 혀를 날름대고 있을, 그 수 많은 여자들에 대한 투정을 부리고 있었고, 나를 소유하는 이 마당에, 나 이외에 다른 생각은 말아 주었으면 하는 질투의 궁극에 치닫고 있음도 모르고 있었다.
‘너 처음이 분명하구나….’
그는 담배를 피워 물면서, 나에게로 자세를 틀었다.
‘내가 전에 얘기 했던가? 그 누님 말이야. 두 달 전엔가 홍콩에 가자고 해서 같이 갔다 왔거든. 그곳에서 완챠이 라고 하든가? 암튼 그런 이름의 거리에 있는, 허름한 국수 집에 간 적이 있지. 그 특유의 꼴꼴내……아! 정말 깨드라. 그런데, 그냥 보통의 국수처럼 생겨먹은 그 음식의 국물 맛을 보고 나서 깜짝 놀랐어.’
‘왜? 너무 맛대가리 없어서?’
‘아니, 그 반대였어. 정신 없이 먹으면서, 그 냄새조차 서서히 잊어갔던 거야. 난 누님에게 그 국물 맛이 어째서 그런가 물었지.’
‘그런데?’
‘그 주방에는 오래된 솥이 있는데, 그 식당이 열리고 나서, 한번도 닦은 적이 없다는 거야. 그 음식을 만들던 찌꺼기와 기름, 온갖 양념이 덕지덕지 들러 붙다 못해, 지금은 그 솥의 안쪽은 나이테처럼 그 두께마저 두꺼워 졌다는 거지. 그래서 지금은 그 솥에 물만 붓고 끓이기만 해도 저절로 국물이 우러난다는 믿지 못할 얘기였지만 말이야. 누님은 그 얘기를 하면서 나에게 넌지시 얘기 하더라구. 그 국물 맛을 잊지 못한 다는 것은 영원히 살갗에 남는 화상의 흉터 같은 거 라구 말이야. 사실 난 그 누님을 아직 끊지 못해. 너도 알지?’
난 피가 거꾸로 솟는 걸 애써 참고 있었다. 그 여자가 갈고 닦은 자신의 섹스로 인해, 그에게 지워지지 않는 영원한 상처가 되어 버리도록 만들고 있다는 의미란 걸, 단박에 알고 있었지만, 난 그녀 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때문에, 마음의 평형을 점차 잃어가고 있었다.
‘내가 왜 이 얘기를 하는지 알아?’
‘그 누님이란 사람과의 관계를 인정하라든가, 아님, 방해하지 말라, 뭐 그런 거 아냐?’
‘아니, 네가 다칠까 봐….. 너에게 줄 수 있는 것을 다 주고 나면, 넌 반드시 다칠 거야.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난 그 당시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지금의 나란 여자가,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상처로, 섹스의 목마름에 신음하고 있는 걸 보면, 그 말도 역시 정답임이 분명했다. 난 그 당시, 그 말이 틀린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는 것처럼 의자에서, 일어나 그의 앞에 섰다.
‘네가 원하든, 원치 않든…… 난 다칠 맘 없어.’
난 일어서서 그의 머리를 감싸 안아 나의 복부로 끌어 당겼다. 그가 천천히 팔을 들어 나의 허리를 껴 안으면서, 나는 호흡이 가빠오고, 턱마저 덜덜 떨려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서야 온전히 나의 차지가 되어 간다는 그 만족감…..난 내가 소유하고 있는 서랍의 자물쇠를 모두 열어야 했다. 그는 서두름이 없었다. 그것이 오히려 나를 갈급하게 만들었고, 그가 나의 옷을 벗기기도 전에, 내가 먼저 그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야 만다. 그의 눈동자는 언제나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다른 남자들 같은 이글거림도, 뻘겋게 충혈된 욕구의 음란함도 그의 눈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더 이상, 그의 앞에 놓여진 먹이 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난 스스로 나의 목에 밧줄을 걸고 의자를 차버리는 교수형을 자처하고 있었다. 내가 무릎을 꿇고 그의 앞섶을 쓰다듬는 중간에, 그는 스스로 자신의 상의 단추를 천천히 풀어갔다. 결코 맨 살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의 상체가 조각처럼 나의 눈에 가득 찼다. 벗지도 않고 좌우로 열어 재낀 옷 사이로, 그의 대흉근이 멋들어진 굴곡으로 갈라져 있는 모습에, 나는 그 살갗을 쓸어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질 못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탄력과 그 젊음의 매무새…..나는 상체를 길게 늘어뜨리듯이, 그의 가랑이 사이에 몸을 파고 들면서, 그의 입술에 나를 밀착시켜 갔다. 그가 안경을 벗어, 탁자 위에 곱게 접어 올려 놓는 것을 보면서, 그의 손 끝이 너무 곱다는 생각을 했다.
‘무슨 생각해?’
‘네 눈이 초점을 잃고 있다는 생각….’
그랬다. 난 벌써부터 눈이 풀려가고 있었다. 나의 머릿속에서는 복잡한 생각들이 뒤죽박죽, 엉망이었고, 나 스스로도 자제하질 못하는, 부산한 손동작을 어찌 해야 될 것인가에 대한 망설임만이 가득했다. 그는 소파에 깊숙이 파묻힌 것처럼, 나의 혀를 이끌었고, 그의 입안에서 휘돌아 가는 혀끝으로 인해, 난 기어이 감전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으며, 그의 혀는 그런 감전을 불러 일으키는 전기뱀장어의 느글거림 들을 톡톡히 나에게 안겨 주고 있었다. 그가 열기도 전에 내 바지는 단추가 다 열린 채로, 내 엉덩이에 덩그러니 걸려, 오도가도 못한 채, 나의 의지를 살피고, 그는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군왕의 자세로, 나의 혀를 받아 마시고 있었다.
‘벗겨줄래?’
내가 다시 몸을 일으켜 그의 앞에 일어섰다. 그의 다리 사이에 서 있자니, 나는 그의 손이 움직이며, 꺼풀을 벗겨가는 그 여유로움으로 인해, 숨이 막혀옴을 알았다. 그의 손 끝에선 우수가, 그의 눈빛에서는 애처로움과 슬픔이 같이 묻어나고 있었고……항상 느꼈던 거지만, 그의 섹스는 그렇게 슬픔이 같이 존재했다. 쾌락이라는 단어가 조잡해 보일 정도로, 그의 섹스에는 내 스스로 자지러질 정도로, 나를 맨바닥에 내던져야 했던, 독특한 그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자기와 마찬가지로 나의 브래지어 만을 벗겼을 뿐, 블라우스는 나풀거리는 채로 앞섶만을 열어 놓았다. 그가 얼굴을 들어 나의 가슴 사이로 머리를 기대고, 나는 내 심장의 고동소리가 그의 귀에 들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여느 남자들처럼 게걸스럽게 혀를 놀려대질 않았다. 젖꼭지를 빨고, 핥는 동안, 침이 좀 많이 묻었다 싶으면, 곧바로 깨끗하게 빨아주는 그 마무리가 난 너무 좋았다. 쭉쭉 소리가 날 정도로 천박한 사운드를 사랑하는 부류도 아니었다. 그는 너무 많은 타액도, 그렇다고 날건빵 같은 퍽퍽함도 피했다. 언제나 서로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그 질척거림의 농도를 조절할 줄 알았다.
‘아흑’
내 입에서 먼저 교성이 새어 나왔다. 그가 잘근 거리며, 물어대는 젖꼭지의 느낌이 그렇게도 강렬한지 나는 모르고 살아왔다. 그는 내 젖의 주위를 10분이 넘도록 넘나들고 있었고, 나는 그의 독특한 테크닉에 정신이 빠져 가면서도 그를 향한 질투가 쏟아지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
‘누가 이렇게 가르쳐 줬어? 그 여자?’
그러나, 질문에 대답은 역시나 침묵이었고, 누구에게 배웠든지 간에, 나는 온통 몸이 떨리고 있었으니, 나무랄 수만은 없었다. 난 그가 나의 팔을 올려 세우고, 겨드랑이의 털을 내가 내뿜은 땀과 함께 땅기면서 빨아들이는 도중에, 첫 번째 오르가즘을 맛보게 된다. 겨드랑이와 쇄골을 타고 전달되는 그 짜릿한 통증은 급기야 온 전신으로 번지고, 아랫도리에서는 불이 치솟는 것 같았다. 그는 다른 놈들처럼 나를 침대에 내던지는 법이 없었다. 살포시 안아서 침대에 누이고, 고이고이 베개를 받쳐주고 나서야, 그는 바지를 벗었다. 그는 팬티를 빨리 벗질 않았다. 언젠가 그는 팬티의 조임 속에서 발기되는 그 팽창감을 느끼는 것이 좋다고만 했었다.
‘젖이 작지?’
언제나 풍성한 젖의 매무새가 부러웠지만, 난 나대로 소담한 크기에다 누워 있더라도, 옆으로 쳐져 흐르지 않고, 밥공기를 엎어 놓은 것처럼, 모음새를 유지해 준다는 것을 자랑한 것이 생각났다. 그가 내 옆에 앉아, 손바닥으로 블라우스를 좌우로 열어 젖히면서, 내 젖을 쓸어 손아귀에 담았다.
‘이젠 네 거야. 다 줄께.’
‘아니, 그건 내 것이 아니지. 넌 아무에게나 주어 버릴 테니까…...’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고개를 저었지만, 그것도 틀린 대답이 되고 말았다. 난 지금도 내가 고른 남자들의 입 안에 그들의 것인 양, 젖을 물려 주고 있다. 내 것이 아닌 것처럼…..
*0712 프리즘의 의미*
난 그의 그런 눈빛이 까무러칠 정도로 좋았다. 그는 항상 나로 하여금 자신의 팬티를 벗기게 했고, 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심정으로 그의 팬티를 끌어 내렸다. 다른 놈들은 그저 내 앞에서 쥐고 흔드는 걸로 내가 뻑이 간다고 믿는 또라이들 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성기가 나에게 들이대어 진다는 것을 조심스러워 했다. 내가 팬티를 벗기기도 전에 이미 귀두가 팬티의 밴드 부분을 밀쳐대고 있었다는 것은 그 자신도 끓어오르는 정욕을 주체할 길이 없다는 의미였음에도 불구하고, 팬티를 내리는 나를 내려다 보는 눈빛은 그냥 보고 있기에는 차마 아까운 부드러움, 그 자체였다. 난 남자의 좇이 그토록 뜨겁다는 것을 그에게서 처음 배웠다. 남편으로부터 오는 느낌은 그냥 욱씬 거리며, 씹살을 밀쳐대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의 물건은 조금 달랐다. 아니, 많이 달랐다. 남자들이 어리석게도 언제나 입에 올리는 크기와 굵기에 대한 이슈가 아닌 건 분명했다. 난 그를 올려다 보면서, 몰래 몰래, 들킬까 무서워 앙큼을 떠는 고양이 같이, 그의 좇을 팬티의 하강과 함께 훑어 내려가는 것을 즐겼다. 그는 뒤로 기대어 다리를 한껏 벌려주고, 난 그 가운데에서 세상을 맛볼 수 있었다. 난 초점도 맞지 않을 만큼 가까이에서 그의 좇을 살펴보는 게 제일 좋았다. 그것도 샤워를 하지 않아, 약간의 지린내와 함께, 젊은 남자들 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그 좇냄새를 사랑했다. 장난감처럼 내 손안에서 불끈거리며, 쑥쑥 키를 키워가는 그 모양새를 한 마디로 표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건만, 난 그의 물건을 항상 귀엽다고 표현했다.
‘먹고 싶으면 입에다 다 넣지 그래?’
그러나, 난 그 말에는 따르질 않았다. 난 그의 오줌구멍이 말간 전립선 액으로 차오르는 것을 보는 게 더 좋았다. 그렇다고 입안에 넣고 빨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의 좇을 한껏 흥분시켜, 조금만 건드려도 터져 나올 듯이, 좇구멍 끝으로 번져 올라오는 그 말간 즙액을 직접 보는 것이 나를 더 흥분시킨다는 걸 그때서야 알았다. 난 그를 통해 공중 화장실의 변기처럼 변해간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으며, 그의 좇을 탐하면 할수록, 나의 육신은 주소를 상실하기 시작했고, 그가 빠진 자리를 느낀 뒤에 남은 거라곤, 어떤 녀석이라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눈먼 갈증뿐임을 그 당시에는 실감하질 못했었다.
‘어쩜 이렇게 생겼을까?’
난 그의 좇털을 밍크 털처럼 뺨에 비벼대면서 한숨을 토했다. 그는 섹스 중에도 말을 아꼈다. 나의 재잘댐에 대꾸도 하질 않았지만, 그렇다고 지 혼자 좋아 널부러져 버리는 망나니는 더더욱 아니었다. 나를 갖고 노는 사람들은 나에게 좇물을 수도 없이 먹이면서도, 이런 감흥을 끌어내질 못했다. 언제나, 이 년, 씨발년, 눈깔이 뒤집힌 년, 어디 얼마나 많이 처먹나 한번 보자는 둥, 나와의 섹스를 무슨 발정기의 소 접붙이듯이 만들고야 만다. 그는 언제나 나 스스로 타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었다.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는 표정이 교묘히 교차하는 그의 찡그림은, 내 이 주둥아리 속에, 당신의 좇물을 입안이 헤지도록 좀 쏴주지 라는 욕망이 끓어 넘치도록 인도했다. 난 그에게 언제나 애원했다.
‘제발, 제발, 내 입에, 내 아가리에 당신 좇물 좀 펑펑 쏟아 줘….’
그와의 섹스는 언제나 내 입을 그의 정액으로 순결하게 만드는 세례의식이 있어왔다. 난 그의 좇물을 성수라고 부르고 싶었다. 나의 더러움을 씻어주는 그의 용서……난 그의 발 앞에서 갈갈이 발가벗겨져, 그의 성수를 내다버리는 화장실이 되어가면서도,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나는 그를 이겨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 앞에서 온 몸이 경직 되어가며, 고통스러운 표정과 함께 침몰해 가는 그의 사정을 바라보며, 내가 어쩌면 그를 정복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했으니까. 난 그가 내뿜는, 울컥대는 정액이 미끄덩 거리며, 내 목젖을 치고 달릴 때, 이게 진정으로 내가 바라던 것이 아닌가 했다. 그의 사정으로 인해 더욱 완벽하게 타락해가는 나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조감하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나의 타락이 바로 그를 위한 내 사랑의 표현이자, 집착과 소유의 완성이라는 헛된 소망……난 그것에 매달리고 있던 것 같다.
‘아!’
난 항상 그에게 그가 부려놓은 성수를 입안 가득히 물고서 보여줬다.
‘꿀꺽!’
그의 분신이 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느낌…..얼마 있질 않아, 그 분신은 나의 위액에 녹아 형체도 없이 사라질 테지만, 그 향기는 오래도록 목구멍을 타고 뿜어져 올라와 나의 후각을 즐겁게 했다. 그는 언제나 그런 행위가 있고 나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왜?’
‘준비가 된 듯 싶어서…..’
그는 언제나 나를 향한 삽입의 행위를 준비라고 불렀다. 그가 떠나가고 나서야 나는 내 육신이 그로 인해 남들에게 짓밟혀질 준비가 되었다는 것임을 알고, 많은 시간, 소리 죽여 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눈 앞에 가득한 그의 매끄러운 육신에 넋이 나가 있는 동안, 그는 나와의 사이에 있게 될 끄트머리의 혹독함을 꿰뚫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으흑….’
그런 단말마의, 형체도 구분이 안 가는 일성이, 그가 내지르는 표현의 전부였다. 다른 놈들처럼 좋아, 미쳐, 쑤셔 어쩌고 하는, 아니면 돼지 멱따는 소리로 꺽꺽 대는 것도 아닌, 가냘픈 그 소리 한 자락……난 그와 서너 번 섹스를 하기도 전에, 그 소리를 들으려고, 무진장 애를 썼던 기억이 났다. 그가 눈을 감고, 내 보지를 찢어질 듯이, 가르면서 들이대는 그의 좇이 치미는 와중에도, 나는 정신을 놓을 수가 없었다. 몇 번의 펌핑이 없었다고 할지라도, 그의 그 자그마한 일성이 나의 흰자위를 뒤집기에는 충분한 타력을 제공했으니 말이다. 난 그로 인해, 내 인생에 있어온 섹스의 교과서를 다시 써야만 했다. 사랑이 전제되어야 옳다고 믿었던 섹스는 전부 거짓말 이었고, 도덕과 책임의 굴레를 쓰고 있던 불륜은 이미 그의 앞에서는 휴지조각 이었다. 난 그를 위해 바쳐진 제물이 되고 싶었고, 그가 내다 버리는 오물마저도 기꺼이 받아 마실 수 있는 타락의 극치를 추앙했다. 그의 앞에서 나란 여자는 이미 소모품이 되어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기꺼이 전신을 내던졌고, 그 안에서 평안함을 느끼는 나 자신이 그렇게 대견할 수 없었다. 그는 그 날밤, 내 몸 속에 갇혀 잠이 들었고, 몇 번을 했는지, 횟수는 결국 의미를 상실했었다. 우리는 시간을 무시했으며, 태초부터 좇은 보지 안에 담기어, 세상 구경을 못해본 것처럼, 그는 내 안에서 뛰놀고, 난 그 안에서 자지러져 갔다. 방안을 가득 흐르고 있던 그와 나의 살 냄새….아니, 그것은 살 냄새라기 보다는 살아있다는 표시였다고 난 지금도 믿고 있다. 그를 통해, 난 유별난 섹스를 경험한 것이 아니라, 다른 시각에서 섹스를 볼 수 있는 프리즘을 얻은 것 같았다.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 같던 햇빛 속에 조용히 숨쉬고 있던 그 색깔들, 난 이제야 그걸 그를 통해 볼 수 있었다.
-하편에서 계속-
*0708 나를 버리다*
그를 바라다 보고 있으면, 언제나 온 몸에는 소름이 돋았다. 그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차가움. 그건 죽음보다 더 참혹한 정적 이었지만, 뿌리칠 수 없는 유혹 이기도 했다. 그의 그런 모습이 나를 그에게 이끌었고, 난 그의 모습에서 나의 쉴 곳을 찾았다. 그러나, 그건 쉼터라고 부르기엔 너무 요사스럽고, 음란했다. 그를 떠나 보내고서, 내가 느낀 한 가지 바램이 있다면, 그를 영원히 붙들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그건 사랑도 이미 아니었고, 더더욱 섹스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모든 체액을 빨아 마시고 싶고, 그의 정액 속에서 내 영혼이 갈갈이 분해 되는, 그 쾌감….그건 남편이 줄 수 없는 거였다. 맨 처음 그를 만나고, 나는 이 모든 행위의 기꺼움은 혹시 숨어서 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건 얼마 있질 않아서 나의 잘못된 판단임을 깨달았다. 그것은 스릴도 아니었으며, 오로지 섹스로 관통되는 대화 창구가 비로소 나에게 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를 만나면서 내가 이제까지 누려오던 삶의 윤택함을 포기하기에는, 그 자체가 지대한 위험부담으로 남았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카운터 쪽으로 향하려고 등을 돌렸다. 조명을 막아서는 그의 상반신이 그렇게 크게 보인 적은 없었다. 그의 움직임과 함께 내 쪽을 향해 흘러오는 그의 살 냄새와 부드러운 스킨 향이 나를 적당히 달구고 있었고, 그는 카운터에 다가가 돈을 주면서 무언가를 얘기했다.
‘돈은 내가 내도 되는데…..’
‘꼭 돈 낼 때마다 안 그래도 돼. 남들이 나이 먹었다고 놀린다, 너?’
난 얼굴이 붉어졌다. 그래, 누가 내면 어때? 난 그제서야, 그가 나를 동등한 자격으로 대우하고 있다는 것에, 신물 나게 감격해 가고 있음을 느꼈다.
‘무슨 얘길 했는데?’
‘자기랑 내차, 얼마 동안 좀 세워 놓는다고 그랬거든.’
그는 더 이상의 설명도 없이, 성큼 내 옆에 와서 나가자는 듯이 내려다 보았다.
‘어딜 가게?’
그는 웃고 있었다. 내가 엉거주춤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어디를 정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말했다. 난 그의 면전에서 압도당하고 있음을 깨달았고, 그의 리드가 불안하기도 했지만, 돌아설 수도 없는 입장 이었다. 밖은 적당히 어두워져 가고 있었고, 그 동네는 젊은 애들로 북새통이 따로 없었다. 주차 전쟁은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을 알고나 있던 것처럼, 그는 밀려오는 인파를 헤치면서, 내 팔을 잡아 끌기 시작했다. 그의 완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냥 그렇게 나를 잡아 끌고 어디론가에서 침몰시킬 것 같은 그의 등덜미가, 나에게는 공포스럽기도 하거니와, 난 그 당시 아무런 대책이 없었기에 그냥 딸려 가듯이 그가 이끄는 데로 가기만 했다. 사람들을 벗어나고 나서, 인적이 한가해진 찰나, 그가 나를 향해 돌아섰다. 말도 없이 감아드는 그의 팔이 내 허리로 느껴지고, 나의 허리가 조금씩 휘어지면서, 그의 골반뼈가 나의 아랫배를 압박해 들어왔다. 서로의 얼굴이 적당한 각도로 틀어지면서 눈이 감겨져 왔다. 나는 그 사이에도 머리에 얹어 놓은 선글라스가 떨어질까 붙들고 있었지만, 그는 오로지 나의 몸을 휘감는 것에만 정신을 쏟고 있었고, 입맞춤을 위해 안경을 치켜 올리지도 않고 있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내 몸을 팔로 휘감았건만, 나는 그의 어깨를 감싸 안아야 할지, 아니면, 허리를 안아야 할지, 손을 어디로 둘 쭐 몰라, 허둥댔다. 그의 입술이 나에게 덮쳐오고 있었지만, 그의 콧김은 그다지 나를 성가시게 하질 않았다. 정면으로 열린 그의 상의 사이로 안개가 피어 오르듯이 그의 살 냄새가 끓어오르고, 나는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질끈 감은 채, 그의 키스를 향해 입술을 열었다. 살아 생전, 이런 열린 공간에서 나에게 이런 키스를 퍼부어 줄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에 더하여, 우리들을 쳐다보며, 지나치는 행인의 귓속말까지 전부 들리는 것처럼 곤두선 내 신경은 머리카락마저도 뿌리까지 곤두서게 하고 있었다.
‘나쁘진 않아.’
그가 나에게서 몸을 떼는 순간, 나의 눈을 보며, 말했다. 우리는 한국말을 하고 있었지만, 난 그 의미를 그 자리에서 해석하기에 바빴다. 아니, 알아듣질 못했다. 좋다는 얘기인지, 아니면, 보통 그저 그렇다는 얘기인지…..나를 상품처럼 평가하고 마는 그의 입맞춤에 내 자신이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것은 아닌지….주머니에서 그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나를 돌아다 보지도 않고 한 개피를 건넸다.
‘여기서?’
그가 또 나를 보고 웃는다. 또다시 고개를 든 기성의 버릇…..난 그랬다. 담배를 받아 들고, 불을 붙였지만, 난 깊게 빨아 들이질 못했다. 가라앉질 않는 호흡을 제대로 고르기도 어려웠고, 그의 앞에서 이렇게 흔들려가는 나의 모습을 이리도 빨리 드러내고 싶질 않았던 치졸함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별 말이 없는 편이었다. 폭언도 없었고, 그렇다고 욕지기를 입에 달고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그럼으로 해서 서로를 배려하는 예절이 충분히 무르익을 데로 무르익은 듯한 매너가 기본인 사람이었다. 그가 떠나고, 적적함을 달래려고, 무차별 적으로 만나왔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나를 처음부터 갈보년 대하듯이 굴려댔다. 그들의 몸뚱이에 짓눌려 허덕이면서도, 가슴 한구석에 언제나 아스라히 떠오르는 그의 잔영은 그리움을 넘어선 나의 집착이라고, 수도 없이 혀를 깨물곤 했는데….그를 만나는 순간부터 나는 내 자신이 어째서 그에게 이리도 빠져들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알게 되었다. 평소에 내가 꿈꾸어 오던 섹스의 연속동작은 스타카토처럼 동강나고 있었고, 그의 앞에서 내가 꿈꾸어 오던 섹스를 들이댄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저 그렇게 어깨를 견주며, 단지 서로의 체온이 교환되는 순간만을 바란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그의 모습은 섹스와 거리가 멀었다. 그에 대한 기억 속에 항상 나를 감동 시키는 부분은 나를 향한 어떤 요구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언제나 목이 말라, 들러 붙는 것은 나였고, 그는 철저히 계산된 듯한 절제의 미덕으로, 나를 까무러치게 만들곤 했다. 다른 남자들을 만나면서 나는 타입 별로, 연령 별로, 수도 없는 부류를 경험하면서도, 내가 왜 이다지도 방황의 끝을 맺질 못하는 가에 골몰한 적이 있었다. 그건 바로 그를 대신할 닮은 꼴을 찾고 있는 나의 미련함 때문인 것을 알고서야 그만 두게 되었지만 말이다. 난 나 자신을 두고두고 후회했었다. 그것도 첫 일탈의 상대에게 너무 많은 것을 내어 준 나 자신을 말이다.
‘걸어가자.’
그는 길 건너편에 있는 호텔로 걸어서 가자고 했다. 한번도 호텔을 걸어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왠지 내 자신이 쪼잔 하고, 없이 보일 것 같은 심사 때문에, 언제나 호텔이란 곳은 차를 타고 가야 되는 곳으로만 알고 있던 나에게 그는 색다른 소풍을 선사하고 있었다. 날씨가 후끈했지만, 그의 팔짱을 낀 나의 손은 놓을 줄을 몰랐다. 나는 호텔의 회전문을 통과 하면서야 팔을 풀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난 그때까지도 당당하질 못했었던 모양이다. 그가 키를 받아 올 동안,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 일행이 아닌 것처럼 엘리베이터와 가까운 곳으로 슬며시 몸을 틀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나는 그제서야, 나의 무의식적인 본능에 의해, 어느 사이엔가 실내 임에도 불구하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가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고, 나는 알았다는 듯이 등을 돌려, 승강기로 걸어갔다. 다행히 기다리는 사람도 없이, 나와 그가 승강기에 탔다.
‘너 자신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면, 나를 절대 가질 수 없을 텐데…’
그가 또 웃었다. 난 시간이 지나고서 그 의미를 알았다. 그가 떠나간 뒤에도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의미……난 오로지 그에게 바쳐졌다고, 나를 산산조각을 내가며, 그의 앞에서 부셔졌다고 이해했지만, 결국 난 그를 온전히 갖지 못했으니, 그의 말이 맞기는 했다. 난 내 스스로에 취해, 제자리에서 뱅뱅 돌다가 어지럼증을 느낀 것이고, 그는 그런 맴돌이를 실컷 감상하다가, 미련도 없이 가 버린 것이 분명했다.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지금의 나는, 만나는 상대에게 철저히 까발려 지고, 음탕해지고, 저질로 취급되고, 갖은 욕지거리와 쌍소리 속에서 그나마 희열을 느끼는 존재로 바뀌어 있었다. 그것은 상대가 싫어서 내버려 둔다 라기 보다는, 떠난 그에게 이렇듯 열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질 못했다는 자책의 발로라고 볼 수 있었다.
*0710 소유에 대하여*
방에 들어선 나는 외부와 차단된 듯한 아늑함보다도, 더위를 삭혀주는 그 서늘한 기운이 마음에 들었다. 의자에 앉아서 다시 또 마주한 그의 모습. 그는 나를 향하고 있질 않았고, 나의 존재와 상관 없다는 듯이, 창 밖을 바라다 보고 있었다.
‘우리 이제 뭐하지?’
그가 또 실없이 웃었다. 그건 실없다기 보다는, 목적의식을 분명히 지닌 채 들어왔건만, 어쩐지 막무가내로 일을 벌리기에는 왠지 쑥스럽지 않은가 라는 자조적인 질문이었다.
‘오늘 바빠?’
난 지금도 어째서 그렇게 엉뚱하고 바보 같은 질문을 했는지 혀를 찰 뿐이다. 난 은근히 그의 주위에서 아직도 혀를 날름대고 있을, 그 수 많은 여자들에 대한 투정을 부리고 있었고, 나를 소유하는 이 마당에, 나 이외에 다른 생각은 말아 주었으면 하는 질투의 궁극에 치닫고 있음도 모르고 있었다.
‘너 처음이 분명하구나….’
그는 담배를 피워 물면서, 나에게로 자세를 틀었다.
‘내가 전에 얘기 했던가? 그 누님 말이야. 두 달 전엔가 홍콩에 가자고 해서 같이 갔다 왔거든. 그곳에서 완챠이 라고 하든가? 암튼 그런 이름의 거리에 있는, 허름한 국수 집에 간 적이 있지. 그 특유의 꼴꼴내……아! 정말 깨드라. 그런데, 그냥 보통의 국수처럼 생겨먹은 그 음식의 국물 맛을 보고 나서 깜짝 놀랐어.’
‘왜? 너무 맛대가리 없어서?’
‘아니, 그 반대였어. 정신 없이 먹으면서, 그 냄새조차 서서히 잊어갔던 거야. 난 누님에게 그 국물 맛이 어째서 그런가 물었지.’
‘그런데?’
‘그 주방에는 오래된 솥이 있는데, 그 식당이 열리고 나서, 한번도 닦은 적이 없다는 거야. 그 음식을 만들던 찌꺼기와 기름, 온갖 양념이 덕지덕지 들러 붙다 못해, 지금은 그 솥의 안쪽은 나이테처럼 그 두께마저 두꺼워 졌다는 거지. 그래서 지금은 그 솥에 물만 붓고 끓이기만 해도 저절로 국물이 우러난다는 믿지 못할 얘기였지만 말이야. 누님은 그 얘기를 하면서 나에게 넌지시 얘기 하더라구. 그 국물 맛을 잊지 못한 다는 것은 영원히 살갗에 남는 화상의 흉터 같은 거 라구 말이야. 사실 난 그 누님을 아직 끊지 못해. 너도 알지?’
난 피가 거꾸로 솟는 걸 애써 참고 있었다. 그 여자가 갈고 닦은 자신의 섹스로 인해, 그에게 지워지지 않는 영원한 상처가 되어 버리도록 만들고 있다는 의미란 걸, 단박에 알고 있었지만, 난 그녀 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때문에, 마음의 평형을 점차 잃어가고 있었다.
‘내가 왜 이 얘기를 하는지 알아?’
‘그 누님이란 사람과의 관계를 인정하라든가, 아님, 방해하지 말라, 뭐 그런 거 아냐?’
‘아니, 네가 다칠까 봐….. 너에게 줄 수 있는 것을 다 주고 나면, 넌 반드시 다칠 거야.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난 그 당시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지금의 나란 여자가,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상처로, 섹스의 목마름에 신음하고 있는 걸 보면, 그 말도 역시 정답임이 분명했다. 난 그 당시, 그 말이 틀린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는 것처럼 의자에서, 일어나 그의 앞에 섰다.
‘네가 원하든, 원치 않든…… 난 다칠 맘 없어.’
난 일어서서 그의 머리를 감싸 안아 나의 복부로 끌어 당겼다. 그가 천천히 팔을 들어 나의 허리를 껴 안으면서, 나는 호흡이 가빠오고, 턱마저 덜덜 떨려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서야 온전히 나의 차지가 되어 간다는 그 만족감…..난 내가 소유하고 있는 서랍의 자물쇠를 모두 열어야 했다. 그는 서두름이 없었다. 그것이 오히려 나를 갈급하게 만들었고, 그가 나의 옷을 벗기기도 전에, 내가 먼저 그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야 만다. 그의 눈동자는 언제나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다른 남자들 같은 이글거림도, 뻘겋게 충혈된 욕구의 음란함도 그의 눈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더 이상, 그의 앞에 놓여진 먹이 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난 스스로 나의 목에 밧줄을 걸고 의자를 차버리는 교수형을 자처하고 있었다. 내가 무릎을 꿇고 그의 앞섶을 쓰다듬는 중간에, 그는 스스로 자신의 상의 단추를 천천히 풀어갔다. 결코 맨 살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의 상체가 조각처럼 나의 눈에 가득 찼다. 벗지도 않고 좌우로 열어 재낀 옷 사이로, 그의 대흉근이 멋들어진 굴곡으로 갈라져 있는 모습에, 나는 그 살갗을 쓸어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질 못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탄력과 그 젊음의 매무새…..나는 상체를 길게 늘어뜨리듯이, 그의 가랑이 사이에 몸을 파고 들면서, 그의 입술에 나를 밀착시켜 갔다. 그가 안경을 벗어, 탁자 위에 곱게 접어 올려 놓는 것을 보면서, 그의 손 끝이 너무 곱다는 생각을 했다.
‘무슨 생각해?’
‘네 눈이 초점을 잃고 있다는 생각….’
그랬다. 난 벌써부터 눈이 풀려가고 있었다. 나의 머릿속에서는 복잡한 생각들이 뒤죽박죽, 엉망이었고, 나 스스로도 자제하질 못하는, 부산한 손동작을 어찌 해야 될 것인가에 대한 망설임만이 가득했다. 그는 소파에 깊숙이 파묻힌 것처럼, 나의 혀를 이끌었고, 그의 입안에서 휘돌아 가는 혀끝으로 인해, 난 기어이 감전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으며, 그의 혀는 그런 감전을 불러 일으키는 전기뱀장어의 느글거림 들을 톡톡히 나에게 안겨 주고 있었다. 그가 열기도 전에 내 바지는 단추가 다 열린 채로, 내 엉덩이에 덩그러니 걸려, 오도가도 못한 채, 나의 의지를 살피고, 그는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군왕의 자세로, 나의 혀를 받아 마시고 있었다.
‘벗겨줄래?’
내가 다시 몸을 일으켜 그의 앞에 일어섰다. 그의 다리 사이에 서 있자니, 나는 그의 손이 움직이며, 꺼풀을 벗겨가는 그 여유로움으로 인해, 숨이 막혀옴을 알았다. 그의 손 끝에선 우수가, 그의 눈빛에서는 애처로움과 슬픔이 같이 묻어나고 있었고……항상 느꼈던 거지만, 그의 섹스는 그렇게 슬픔이 같이 존재했다. 쾌락이라는 단어가 조잡해 보일 정도로, 그의 섹스에는 내 스스로 자지러질 정도로, 나를 맨바닥에 내던져야 했던, 독특한 그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자기와 마찬가지로 나의 브래지어 만을 벗겼을 뿐, 블라우스는 나풀거리는 채로 앞섶만을 열어 놓았다. 그가 얼굴을 들어 나의 가슴 사이로 머리를 기대고, 나는 내 심장의 고동소리가 그의 귀에 들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여느 남자들처럼 게걸스럽게 혀를 놀려대질 않았다. 젖꼭지를 빨고, 핥는 동안, 침이 좀 많이 묻었다 싶으면, 곧바로 깨끗하게 빨아주는 그 마무리가 난 너무 좋았다. 쭉쭉 소리가 날 정도로 천박한 사운드를 사랑하는 부류도 아니었다. 그는 너무 많은 타액도, 그렇다고 날건빵 같은 퍽퍽함도 피했다. 언제나 서로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그 질척거림의 농도를 조절할 줄 알았다.
‘아흑’
내 입에서 먼저 교성이 새어 나왔다. 그가 잘근 거리며, 물어대는 젖꼭지의 느낌이 그렇게도 강렬한지 나는 모르고 살아왔다. 그는 내 젖의 주위를 10분이 넘도록 넘나들고 있었고, 나는 그의 독특한 테크닉에 정신이 빠져 가면서도 그를 향한 질투가 쏟아지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
‘누가 이렇게 가르쳐 줬어? 그 여자?’
그러나, 질문에 대답은 역시나 침묵이었고, 누구에게 배웠든지 간에, 나는 온통 몸이 떨리고 있었으니, 나무랄 수만은 없었다. 난 그가 나의 팔을 올려 세우고, 겨드랑이의 털을 내가 내뿜은 땀과 함께 땅기면서 빨아들이는 도중에, 첫 번째 오르가즘을 맛보게 된다. 겨드랑이와 쇄골을 타고 전달되는 그 짜릿한 통증은 급기야 온 전신으로 번지고, 아랫도리에서는 불이 치솟는 것 같았다. 그는 다른 놈들처럼 나를 침대에 내던지는 법이 없었다. 살포시 안아서 침대에 누이고, 고이고이 베개를 받쳐주고 나서야, 그는 바지를 벗었다. 그는 팬티를 빨리 벗질 않았다. 언젠가 그는 팬티의 조임 속에서 발기되는 그 팽창감을 느끼는 것이 좋다고만 했었다.
‘젖이 작지?’
언제나 풍성한 젖의 매무새가 부러웠지만, 난 나대로 소담한 크기에다 누워 있더라도, 옆으로 쳐져 흐르지 않고, 밥공기를 엎어 놓은 것처럼, 모음새를 유지해 준다는 것을 자랑한 것이 생각났다. 그가 내 옆에 앉아, 손바닥으로 블라우스를 좌우로 열어 젖히면서, 내 젖을 쓸어 손아귀에 담았다.
‘이젠 네 거야. 다 줄께.’
‘아니, 그건 내 것이 아니지. 넌 아무에게나 주어 버릴 테니까…...’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고개를 저었지만, 그것도 틀린 대답이 되고 말았다. 난 지금도 내가 고른 남자들의 입 안에 그들의 것인 양, 젖을 물려 주고 있다. 내 것이 아닌 것처럼…..
*0712 프리즘의 의미*
난 그의 그런 눈빛이 까무러칠 정도로 좋았다. 그는 항상 나로 하여금 자신의 팬티를 벗기게 했고, 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심정으로 그의 팬티를 끌어 내렸다. 다른 놈들은 그저 내 앞에서 쥐고 흔드는 걸로 내가 뻑이 간다고 믿는 또라이들 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성기가 나에게 들이대어 진다는 것을 조심스러워 했다. 내가 팬티를 벗기기도 전에 이미 귀두가 팬티의 밴드 부분을 밀쳐대고 있었다는 것은 그 자신도 끓어오르는 정욕을 주체할 길이 없다는 의미였음에도 불구하고, 팬티를 내리는 나를 내려다 보는 눈빛은 그냥 보고 있기에는 차마 아까운 부드러움, 그 자체였다. 난 남자의 좇이 그토록 뜨겁다는 것을 그에게서 처음 배웠다. 남편으로부터 오는 느낌은 그냥 욱씬 거리며, 씹살을 밀쳐대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의 물건은 조금 달랐다. 아니, 많이 달랐다. 남자들이 어리석게도 언제나 입에 올리는 크기와 굵기에 대한 이슈가 아닌 건 분명했다. 난 그를 올려다 보면서, 몰래 몰래, 들킬까 무서워 앙큼을 떠는 고양이 같이, 그의 좇을 팬티의 하강과 함께 훑어 내려가는 것을 즐겼다. 그는 뒤로 기대어 다리를 한껏 벌려주고, 난 그 가운데에서 세상을 맛볼 수 있었다. 난 초점도 맞지 않을 만큼 가까이에서 그의 좇을 살펴보는 게 제일 좋았다. 그것도 샤워를 하지 않아, 약간의 지린내와 함께, 젊은 남자들 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그 좇냄새를 사랑했다. 장난감처럼 내 손안에서 불끈거리며, 쑥쑥 키를 키워가는 그 모양새를 한 마디로 표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건만, 난 그의 물건을 항상 귀엽다고 표현했다.
‘먹고 싶으면 입에다 다 넣지 그래?’
그러나, 난 그 말에는 따르질 않았다. 난 그의 오줌구멍이 말간 전립선 액으로 차오르는 것을 보는 게 더 좋았다. 그렇다고 입안에 넣고 빨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의 좇을 한껏 흥분시켜, 조금만 건드려도 터져 나올 듯이, 좇구멍 끝으로 번져 올라오는 그 말간 즙액을 직접 보는 것이 나를 더 흥분시킨다는 걸 그때서야 알았다. 난 그를 통해 공중 화장실의 변기처럼 변해간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으며, 그의 좇을 탐하면 할수록, 나의 육신은 주소를 상실하기 시작했고, 그가 빠진 자리를 느낀 뒤에 남은 거라곤, 어떤 녀석이라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눈먼 갈증뿐임을 그 당시에는 실감하질 못했었다.
‘어쩜 이렇게 생겼을까?’
난 그의 좇털을 밍크 털처럼 뺨에 비벼대면서 한숨을 토했다. 그는 섹스 중에도 말을 아꼈다. 나의 재잘댐에 대꾸도 하질 않았지만, 그렇다고 지 혼자 좋아 널부러져 버리는 망나니는 더더욱 아니었다. 나를 갖고 노는 사람들은 나에게 좇물을 수도 없이 먹이면서도, 이런 감흥을 끌어내질 못했다. 언제나, 이 년, 씨발년, 눈깔이 뒤집힌 년, 어디 얼마나 많이 처먹나 한번 보자는 둥, 나와의 섹스를 무슨 발정기의 소 접붙이듯이 만들고야 만다. 그는 언제나 나 스스로 타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었다.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는 표정이 교묘히 교차하는 그의 찡그림은, 내 이 주둥아리 속에, 당신의 좇물을 입안이 헤지도록 좀 쏴주지 라는 욕망이 끓어 넘치도록 인도했다. 난 그에게 언제나 애원했다.
‘제발, 제발, 내 입에, 내 아가리에 당신 좇물 좀 펑펑 쏟아 줘….’
그와의 섹스는 언제나 내 입을 그의 정액으로 순결하게 만드는 세례의식이 있어왔다. 난 그의 좇물을 성수라고 부르고 싶었다. 나의 더러움을 씻어주는 그의 용서……난 그의 발 앞에서 갈갈이 발가벗겨져, 그의 성수를 내다버리는 화장실이 되어가면서도,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나는 그를 이겨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 앞에서 온 몸이 경직 되어가며, 고통스러운 표정과 함께 침몰해 가는 그의 사정을 바라보며, 내가 어쩌면 그를 정복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했으니까. 난 그가 내뿜는, 울컥대는 정액이 미끄덩 거리며, 내 목젖을 치고 달릴 때, 이게 진정으로 내가 바라던 것이 아닌가 했다. 그의 사정으로 인해 더욱 완벽하게 타락해가는 나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조감하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나의 타락이 바로 그를 위한 내 사랑의 표현이자, 집착과 소유의 완성이라는 헛된 소망……난 그것에 매달리고 있던 것 같다.
‘아!’
난 항상 그에게 그가 부려놓은 성수를 입안 가득히 물고서 보여줬다.
‘꿀꺽!’
그의 분신이 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느낌…..얼마 있질 않아, 그 분신은 나의 위액에 녹아 형체도 없이 사라질 테지만, 그 향기는 오래도록 목구멍을 타고 뿜어져 올라와 나의 후각을 즐겁게 했다. 그는 언제나 그런 행위가 있고 나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왜?’
‘준비가 된 듯 싶어서…..’
그는 언제나 나를 향한 삽입의 행위를 준비라고 불렀다. 그가 떠나가고 나서야 나는 내 육신이 그로 인해 남들에게 짓밟혀질 준비가 되었다는 것임을 알고, 많은 시간, 소리 죽여 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눈 앞에 가득한 그의 매끄러운 육신에 넋이 나가 있는 동안, 그는 나와의 사이에 있게 될 끄트머리의 혹독함을 꿰뚫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으흑….’
그런 단말마의, 형체도 구분이 안 가는 일성이, 그가 내지르는 표현의 전부였다. 다른 놈들처럼 좋아, 미쳐, 쑤셔 어쩌고 하는, 아니면 돼지 멱따는 소리로 꺽꺽 대는 것도 아닌, 가냘픈 그 소리 한 자락……난 그와 서너 번 섹스를 하기도 전에, 그 소리를 들으려고, 무진장 애를 썼던 기억이 났다. 그가 눈을 감고, 내 보지를 찢어질 듯이, 가르면서 들이대는 그의 좇이 치미는 와중에도, 나는 정신을 놓을 수가 없었다. 몇 번의 펌핑이 없었다고 할지라도, 그의 그 자그마한 일성이 나의 흰자위를 뒤집기에는 충분한 타력을 제공했으니 말이다. 난 그로 인해, 내 인생에 있어온 섹스의 교과서를 다시 써야만 했다. 사랑이 전제되어야 옳다고 믿었던 섹스는 전부 거짓말 이었고, 도덕과 책임의 굴레를 쓰고 있던 불륜은 이미 그의 앞에서는 휴지조각 이었다. 난 그를 위해 바쳐진 제물이 되고 싶었고, 그가 내다 버리는 오물마저도 기꺼이 받아 마실 수 있는 타락의 극치를 추앙했다. 그의 앞에서 나란 여자는 이미 소모품이 되어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기꺼이 전신을 내던졌고, 그 안에서 평안함을 느끼는 나 자신이 그렇게 대견할 수 없었다. 그는 그 날밤, 내 몸 속에 갇혀 잠이 들었고, 몇 번을 했는지, 횟수는 결국 의미를 상실했었다. 우리는 시간을 무시했으며, 태초부터 좇은 보지 안에 담기어, 세상 구경을 못해본 것처럼, 그는 내 안에서 뛰놀고, 난 그 안에서 자지러져 갔다. 방안을 가득 흐르고 있던 그와 나의 살 냄새….아니, 그것은 살 냄새라기 보다는 살아있다는 표시였다고 난 지금도 믿고 있다. 그를 통해, 난 유별난 섹스를 경험한 것이 아니라, 다른 시각에서 섹스를 볼 수 있는 프리즘을 얻은 것 같았다.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 같던 햇빛 속에 조용히 숨쉬고 있던 그 색깔들, 난 이제야 그걸 그를 통해 볼 수 있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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