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여보…"
"이번 주말에 나…일없는 데….고향이나 한 번 다녀올까..?"
"그래요…우리…"
"안 그래도 자기 고향에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고향에 아무도 없다고 하셨죠….?"
"아니….. 삼촌이 살고 있어..지금도 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구나…너무했어요….당신…"
"그래도 당신 삼촌이고 우리 정연이 할아버지인데….."
"그래..요번에 가서 아버지 묘소도 둘러보고 한 번 다녀오자구…."
"낼…모레 지나면 곧 추석이잖어….."
강혁은 다시금 옛날 생각이 나는지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참…당신 고향에도 가봐야지…."
"거긴..뭐하게요……"
"뭐하긴…가볼건..가봐야지…."
"나중에요..당신 고향부터…가보고요…"
명주는 대충 둘러대며 화제를 다른곳으로 돌리고 있었다.
결혼식 때 그렇게 반대를 하던 장인과 장모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었고 처제라는 여인이 울면서 참석했던 것을 자신도 그리고 명주도 기억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장인어른이 그 아이와 결혼을 할거면 연을 끊고 살자고 했고 명주는 그런 결심을 하면서까지 자신을 택했던 것이었다.
"자…출발하자구…………"
강혁은 차에 오르면서 선그라스를 끼고 있었다.
"정연아..드디어..우린..아빠의 고향에 간단다…."
차는 시원스럽게 경부고속도로를 내달리고 있었다
"여보..고향이 어디랬죠…?"
"응…조강리라고…..있어…다른 이름으로 제대리라고도 부르지..."
"조강리…조강리..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그래..옥천에 있는 건데…"
"옥…………천……….이라구요…"
"응….옥천 알어….."
"네에…제 고향이 옥천이예요…."
"뭐…..고향이 옥천이었어…."
"친정이 대전이라면서……….?"
"지금은 그런데..제 어릴적 살던 곳이 거기예요.."
"그것참 신기하네…그럼 지금껏 고향 사람과 살았단 이야기네…히히"
강혁은 백미러를 보면서 같은 동향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더욱 기분이 좋은지 웃고 있었다.
그러나 명주는 이상하게 불안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고 혹 하는 마음에 전전긍긍하였으나 이내 설마라는 생각을 하면서 잊을려고 하고 있었다.
"저….. 외서리 알아요…?"
"외서리….외서리…."
"응…알어…"
"우리 군내에 있는 동네 같은데…."
"거기가 고향이었어…?"
"네…."
"음….그렇구나..거긴 내 학교 친구가 하나 있긴 있었지…."
"그런데 그건 말고는 잘 몰라…안가 f거든…."
"그래요……………"
명주는 일말의 불안한 마음이 정말 아니길 바라면서 그렇게 앞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가 인터체인지를 빠져 동네로 접어들자 명주의 그런 불안은 더욱 더 심해지고 있었고 그럴수록 정연을 더욱 세게 안아대고 있었다.
"설마…………아닐거야…."
"그냥.. 같은동네… 사람일거야…..그냥….."
명주의 짙은 어두운 얼굴은 강혁도 간파를 하고 있었다.
"왜 어디가 아퍼…?"
"아뇨…"
"그런데..안색이 영 안좋은데…."
"오랜만에 오래 차를 타서인지…머리가..좀…."
"그래..다 왔어…이 고개만 넘어서면 바로 우리 동네야…"
고개를 넘어서자 아래로 동네가 보이고 있었고 그 광경을 바라보던 명주는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흘러내고 있었다.
"아………………….여기는………."
명주는 비록 오래된 일이지만 기억을 하고 있었다.
지금 강혁이 데리고 온 이곳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가 있는 곳….
바로 자신의 첫사랑을 만나 아이를 낳고 첫사랑이 죽자마자 핏덩이를 버려두고 나왔던 그 마을, 그리고 그 한많은 고개였기에….
그 때는 차마 많지 않아 명주는 이 고개를 걸어 나왔던 그 기억이 선명이 기억나고 있었다.
"여기라니………아………………"
명주는 오한이 든 듯이 살을 떨어대고 있었다.
그 옛날의 기억이 아픈 기억이 되살아 나고 있었고 이 동네를 떠나는 날 동네가 떠나가도록 울어대던 자신의 자식…그 핏덩이가 떠오르고 있었다.
"조금만 참아….여보…."
"정말 다 왔어…정말……………"
"아…알았어요…여보…………………"
"제…걱정은 하지 마세요…"
명주는 억지로 웃으면서 운전을 하는 강혁을 위로 하고 있었다.
"그래…..그이도 정씨였어…"
"그 아이도 정씨였고…"
"지금…이이도 정씨야…….설마………..?"
"나이도 비슷하고…..아…..아닐거야…정말…"
명주는 처음 출발할 때의 불안감이 현실로 나타나는 듯해 더욱 간을 조리고 있었다.
"아닐거야….정말…."
"이이가..그 때의 그 핏덩이가 아닐꺼야…"
"그래..이 동네는 원래 정씨들이 많이 살던 동네였어….."
명주는 그렇게 아닐거라는 해석을 하며 평상심을 찾으려 애를 태우고 있었다.
"저기..어디쯔음이..거기인데.."
명주는 눈망울을 굴리면서 예전의 자신의 시댁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강혁은 다행스럽게도 그 부근을 아무런 말없이 지나치고 있었다.
"았..저기야..저기…..저집이야…"
명주는 오래된 기왔집을 바라보며 눈알을 굴리면서 더욱 자세히 바라보았다.
"아…하나도 안 변했어…."
"정말 이 동네..하나도 안변했다….."
이심전심이라고 해야 하는지… 명주가 생각을 한 그말을 강혁이 혼자 되뇌이고 있었다
다행이 비켜가는 길이라 명주는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여기는..어디예요….?"
"응…..아버지 묘소…."
명주는 그말에 낮이 익은 곳이라 빙 둘러보았다.
밭들이 있고 그리고 가운데 경운기가 지나다닐 수 있은 작은 소로가 있고 그 길을 따라 1킬로 정도 위에 낮은 야산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여기가..예전에 다 우리땅이랐데…."
"그래요……….부자였네요…"
명주는 강혁의 말에 대응을 하면서 기억에 있는 듯한 이곳이 어디인지를 기억해 내려고 애를 태우고 있었다.
그길을 따라 산으로 들어가자 말자 나타난 하나의 묘소….
관리를 제대로 안한 듯이 풀들이 여기저기 가득 있었다.
"음……….풀들이 많은데…."
강혁은 들어서자 말자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의 묘소를 빙둘러 보고 있었다.
"헉……………….이곳은…………."
"정…상식………………"
묘비명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명주는 아이를 안고 그 자리에 묘 앞에 무너지듯 쓰러지고 있었다.
"명주………….."
"여보……..여보…………."
강혁은 갑자기 쓰러지는 명주를 바라보며 달려가 명주를 쓸어안았다.
"여보….명주……"
우선 강혁은 명주를 이동시켜 그늘로 뉘이고 그리고 정연이를 안고서 정연이 우유를 먹일 물을 명주의 얼굴부위에 적셔주고 있었다.
얼마가 지났는지…
정연이가 배가 고픈지 자지러지듯 울기 시작했고 강혁은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 있는 명주를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넘어가듯 울어대는 정연이로 인해 강혁은 망설이다 명주를 차안으로 옮기려고 결심을 하고는 명주를 업으려 했으나 정연이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걱정을 하며 그냥 명주가 깨어나길 바라보고 있었다.
정연이의 울음 소리 때문인지….
정연이 그렇게 쓰러진지 30여분여가 지나자 스르르 눈을 뜨고서 두 부녀를 힘없이 바라보고 있었고 정연이 아버지의 품에서 자지러지게 울고있자 겨우 일어나 정연을 안으려 하고 있었다.
"I찮아………..명주……….."
"네…………피곤해서..잠시……"
명주는 아이를 안으면서 헝클어진 머리를 바로하고 있었지만 눈은 여전히 그 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상식……………정상식…"
죽어도 잊지 못할 자신의 첫남자.. 그리고…..첫남편…
그럼…..이곳으로 데리고온 지금의 남편은…. 이 묘를 자신의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다.
20여년전 피눈물을 흘리면서 이곳을 떠나올 때 강보에 쌓여 그렇게 울어대던 그 어린 핏덩이가 어떻게 자신의 남편이 되어 있는지…
그 핏덩이가 지금 자신의 사내로 나타나 이렇게 함께 있다니…
그럼… 자신이 자신의 아들의 자식을 낳고 아들의 부인으로 살아가고 아들의 좆대에 놀아나며 즐거워 하고 있었단 말이었다.
명주는 그 모든 사실이 마치 꿈이고 소설 같아 정리를 하지 못하고 멍하니 허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이곳이 서서히 기억이 나는 듯 했다.
20년전…. 죽은 남편을 따라 이곳으로 왔고 지금의 정연처럼 100일이 갓지난 핏덩이를 안고서 이 자리에서 허공을 바라본게 20년전의 일이었다.
지금 자신이 허공을 바라보는 그 광경처럼…
"어떻게 이런일이…어떻게….."
명주는 도저히 이러한 상황을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흘러가는 세월이라지만 이런일이 일어나다니…
버린 자식이 성장하여 나타났고 그 어미는 그것도 모른채 그 자식의 부인이 되어 또 다시 그 자식의 자식을 임신하고 낳고 살고 있다니…
20년전 바라보던 저 앞산 노루봉이 지금도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 그렇게 명주를 조롱이라도 하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여보…"
"여보……………"
"응……………아…네………"
"정연이…좀…봐…"
강혁은 걱정스러운 듯이 눈짓으로 정연을 가르키고 있었다.
"오머나………………정연아………"
젖꼭지를 물린다는 게 잘 못해서 정연이의 목으로 우유가 흐르고 있었다.
명주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는 정연이게 젖꼭지를 다시 물리고 있었다.
"어디..많이..아퍼…"
"우리…그만..가지…."
"그래요..정연이…우유 다 먹이고…."
명주는 힘없이 아들이자 남편이 강혁에게 답을하고 있었다.
남편의 손에 이끌려 찾아온 이곳… 이곳은 20여년전 자신의 과거와 아픔과 상처와 한을 간직하고 있는 곳…. 그곳을 남편의 손에 이끌려 왔고 그리고 그 정점에…. 자신의 남편이 자신이 버린 아들임을 확인하는 순간 명주는 더 이상 살고픈 의미가 없었다.
"아…상식씨…."
"어떻게 이런 기구한 운명을 제게 주시는 건가요….?"
이제는 희미하게 기억이 나는 예전의 남편을 기억해 내며 저 묘속에 누워 있을 그 사람에게 야속한 원망을 하고 있었다.
"나..어이 살라고….?"
"나…어떻하라고….?"
명주는 그냥 눈물이 핑돌고만 있었다.
"아버지는 20년전에 죽어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
"예전에 흑백 사진이 두어장 있었는데..지금은 없어…"
"어..어머니는…?"
명주는 혹시나 싶어 일어나 묘 주위의 풀을 뜯으며 묘를 다듬고 있는 강혁에게 물어보고 있었다.
"몰라….. "
"나…태어나자 말자 나두고 가버렸대…"
그말에 명주는 눈물이 핑돌고 있었다.
"윤호엄마라고….내친구 엄마가 있는 데…."
"윤호엄마………?"
명주는 순간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같은 동네에서 이 동네로 시집을 온 두해선배 언니…. 그언니의 택호가 윤호엄마라고 불렸었다.
" 같은 동네 살았는데…대단한 미인이었대…"
"그리고…"
"그리고……….뭐…..요….?"
명주는 말을 끊는 강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전에 말을 했잖아……"
"당신 이름이 우리 엄마 이름과 같다구….."
그말에 명주는 완전히 초점을 잃어버렸다.
더 이상 확인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확실한 증거가 들어나고 있었다.
"맞어….그랬었어..전에…"
"내 이름과…자신의 엄마 이름이 같다구…."
"그 때는 흘러가는 말로 그렇게 이야기를 했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갔는 데….."
"인사는 하구 가자…"
"그래도 명색이 아들이 며느리와 손자를 데리고 왔는데…."
강혁은 추스려 나오다 아버지의 묘 앞에 서고 있었고 명주는 그 옆을 엉거주춤 서고 있었다.
절을 하는 동안… 명주는 헛갈리기만 했고 묘안의 주인공이 야속하기만 했다.
두 번의 절을 올리면서 부인으로 올리는 건지 아니면 며느리로서 절을 올리는 건지..
자신도 헛갈리고 세상도 헛갈리고…
명주는 그렇게 아무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에서 멍하니 초점잃은 눈빛으로 정연이를 안고 서울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제…어떡하지….?"
"난….이애를 어떻게 바라보고 살지….?"
"그리고 우리 정연이는….?"
"내딸 정연이는….?"
정연이는 자신의 아버지인 강혁이 아버지도 되고 오빠도 되는 정말 아이러니컬 한 상황이 되어버렸고 강보에 쌓여 곤히 잠들어 있는 아이의 운명이 명주는 걱정이 되고 있었다.
"여보…무슨 생각을 그렇게 많이 해….?"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한마디의 말 없이 가만히 아이를 안고 창밖만을 응시하는 명주를 바라보며 강혁은 알 수 없는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데…걱정이 많은 듯 한데…"
강혁은 걱정스러워 다시 한 번 명주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잖아…."
"애들처럼 왜 그래….정말…………."
명주는 순간 강혁에게 애매모호한 짜증을 내어 버렸고 강혁은 순간 명주를 바라보며 화를 내는 이유를 몰라 당황을 하고 있었다.
마침 정연이 그 분위기를 파악이나 한 듯이 울음을 터트렸고 명주는 그런 정연을 가슴속에 꼬옥 부여안고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지…
강혁은 갑자기 이상해져 버린 아내인 명주가 왠지 낯설고 어렵기만 하고 있었다.
"이번 주말에 나…일없는 데….고향이나 한 번 다녀올까..?"
"그래요…우리…"
"안 그래도 자기 고향에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고향에 아무도 없다고 하셨죠….?"
"아니….. 삼촌이 살고 있어..지금도 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구나…너무했어요….당신…"
"그래도 당신 삼촌이고 우리 정연이 할아버지인데….."
"그래..요번에 가서 아버지 묘소도 둘러보고 한 번 다녀오자구…."
"낼…모레 지나면 곧 추석이잖어….."
강혁은 다시금 옛날 생각이 나는지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참…당신 고향에도 가봐야지…."
"거긴..뭐하게요……"
"뭐하긴…가볼건..가봐야지…."
"나중에요..당신 고향부터…가보고요…"
명주는 대충 둘러대며 화제를 다른곳으로 돌리고 있었다.
결혼식 때 그렇게 반대를 하던 장인과 장모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었고 처제라는 여인이 울면서 참석했던 것을 자신도 그리고 명주도 기억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장인어른이 그 아이와 결혼을 할거면 연을 끊고 살자고 했고 명주는 그런 결심을 하면서까지 자신을 택했던 것이었다.
"자…출발하자구…………"
강혁은 차에 오르면서 선그라스를 끼고 있었다.
"정연아..드디어..우린..아빠의 고향에 간단다…."
차는 시원스럽게 경부고속도로를 내달리고 있었다
"여보..고향이 어디랬죠…?"
"응…조강리라고…..있어…다른 이름으로 제대리라고도 부르지..."
"조강리…조강리..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그래..옥천에 있는 건데…"
"옥…………천……….이라구요…"
"응….옥천 알어….."
"네에…제 고향이 옥천이예요…."
"뭐…..고향이 옥천이었어…."
"친정이 대전이라면서……….?"
"지금은 그런데..제 어릴적 살던 곳이 거기예요.."
"그것참 신기하네…그럼 지금껏 고향 사람과 살았단 이야기네…히히"
강혁은 백미러를 보면서 같은 동향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더욱 기분이 좋은지 웃고 있었다.
그러나 명주는 이상하게 불안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고 혹 하는 마음에 전전긍긍하였으나 이내 설마라는 생각을 하면서 잊을려고 하고 있었다.
"저….. 외서리 알아요…?"
"외서리….외서리…."
"응…알어…"
"우리 군내에 있는 동네 같은데…."
"거기가 고향이었어…?"
"네…."
"음….그렇구나..거긴 내 학교 친구가 하나 있긴 있었지…."
"그런데 그건 말고는 잘 몰라…안가 f거든…."
"그래요……………"
명주는 일말의 불안한 마음이 정말 아니길 바라면서 그렇게 앞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가 인터체인지를 빠져 동네로 접어들자 명주의 그런 불안은 더욱 더 심해지고 있었고 그럴수록 정연을 더욱 세게 안아대고 있었다.
"설마…………아닐거야…."
"그냥.. 같은동네… 사람일거야…..그냥….."
명주의 짙은 어두운 얼굴은 강혁도 간파를 하고 있었다.
"왜 어디가 아퍼…?"
"아뇨…"
"그런데..안색이 영 안좋은데…."
"오랜만에 오래 차를 타서인지…머리가..좀…."
"그래..다 왔어…이 고개만 넘어서면 바로 우리 동네야…"
고개를 넘어서자 아래로 동네가 보이고 있었고 그 광경을 바라보던 명주는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흘러내고 있었다.
"아………………….여기는………."
명주는 비록 오래된 일이지만 기억을 하고 있었다.
지금 강혁이 데리고 온 이곳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가 있는 곳….
바로 자신의 첫사랑을 만나 아이를 낳고 첫사랑이 죽자마자 핏덩이를 버려두고 나왔던 그 마을, 그리고 그 한많은 고개였기에….
그 때는 차마 많지 않아 명주는 이 고개를 걸어 나왔던 그 기억이 선명이 기억나고 있었다.
"여기라니………아………………"
명주는 오한이 든 듯이 살을 떨어대고 있었다.
그 옛날의 기억이 아픈 기억이 되살아 나고 있었고 이 동네를 떠나는 날 동네가 떠나가도록 울어대던 자신의 자식…그 핏덩이가 떠오르고 있었다.
"조금만 참아….여보…."
"정말 다 왔어…정말……………"
"아…알았어요…여보…………………"
"제…걱정은 하지 마세요…"
명주는 억지로 웃으면서 운전을 하는 강혁을 위로 하고 있었다.
"그래…..그이도 정씨였어…"
"그 아이도 정씨였고…"
"지금…이이도 정씨야…….설마………..?"
"나이도 비슷하고…..아…..아닐거야…정말…"
명주는 처음 출발할 때의 불안감이 현실로 나타나는 듯해 더욱 간을 조리고 있었다.
"아닐거야….정말…."
"이이가..그 때의 그 핏덩이가 아닐꺼야…"
"그래..이 동네는 원래 정씨들이 많이 살던 동네였어….."
명주는 그렇게 아닐거라는 해석을 하며 평상심을 찾으려 애를 태우고 있었다.
"저기..어디쯔음이..거기인데.."
명주는 눈망울을 굴리면서 예전의 자신의 시댁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강혁은 다행스럽게도 그 부근을 아무런 말없이 지나치고 있었다.
"았..저기야..저기…..저집이야…"
명주는 오래된 기왔집을 바라보며 눈알을 굴리면서 더욱 자세히 바라보았다.
"아…하나도 안 변했어…."
"정말 이 동네..하나도 안변했다….."
이심전심이라고 해야 하는지… 명주가 생각을 한 그말을 강혁이 혼자 되뇌이고 있었다
다행이 비켜가는 길이라 명주는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여기는..어디예요….?"
"응…..아버지 묘소…."
명주는 그말에 낮이 익은 곳이라 빙 둘러보았다.
밭들이 있고 그리고 가운데 경운기가 지나다닐 수 있은 작은 소로가 있고 그 길을 따라 1킬로 정도 위에 낮은 야산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여기가..예전에 다 우리땅이랐데…."
"그래요……….부자였네요…"
명주는 강혁의 말에 대응을 하면서 기억에 있는 듯한 이곳이 어디인지를 기억해 내려고 애를 태우고 있었다.
그길을 따라 산으로 들어가자 말자 나타난 하나의 묘소….
관리를 제대로 안한 듯이 풀들이 여기저기 가득 있었다.
"음……….풀들이 많은데…."
강혁은 들어서자 말자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의 묘소를 빙둘러 보고 있었다.
"헉……………….이곳은…………."
"정…상식………………"
묘비명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명주는 아이를 안고 그 자리에 묘 앞에 무너지듯 쓰러지고 있었다.
"명주………….."
"여보……..여보…………."
강혁은 갑자기 쓰러지는 명주를 바라보며 달려가 명주를 쓸어안았다.
"여보….명주……"
우선 강혁은 명주를 이동시켜 그늘로 뉘이고 그리고 정연이를 안고서 정연이 우유를 먹일 물을 명주의 얼굴부위에 적셔주고 있었다.
얼마가 지났는지…
정연이가 배가 고픈지 자지러지듯 울기 시작했고 강혁은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 있는 명주를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넘어가듯 울어대는 정연이로 인해 강혁은 망설이다 명주를 차안으로 옮기려고 결심을 하고는 명주를 업으려 했으나 정연이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걱정을 하며 그냥 명주가 깨어나길 바라보고 있었다.
정연이의 울음 소리 때문인지….
정연이 그렇게 쓰러진지 30여분여가 지나자 스르르 눈을 뜨고서 두 부녀를 힘없이 바라보고 있었고 정연이 아버지의 품에서 자지러지게 울고있자 겨우 일어나 정연을 안으려 하고 있었다.
"I찮아………..명주……….."
"네…………피곤해서..잠시……"
명주는 아이를 안으면서 헝클어진 머리를 바로하고 있었지만 눈은 여전히 그 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상식……………정상식…"
죽어도 잊지 못할 자신의 첫남자.. 그리고…..첫남편…
그럼…..이곳으로 데리고온 지금의 남편은…. 이 묘를 자신의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다.
20여년전 피눈물을 흘리면서 이곳을 떠나올 때 강보에 쌓여 그렇게 울어대던 그 어린 핏덩이가 어떻게 자신의 남편이 되어 있는지…
그 핏덩이가 지금 자신의 사내로 나타나 이렇게 함께 있다니…
그럼… 자신이 자신의 아들의 자식을 낳고 아들의 부인으로 살아가고 아들의 좆대에 놀아나며 즐거워 하고 있었단 말이었다.
명주는 그 모든 사실이 마치 꿈이고 소설 같아 정리를 하지 못하고 멍하니 허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이곳이 서서히 기억이 나는 듯 했다.
20년전…. 죽은 남편을 따라 이곳으로 왔고 지금의 정연처럼 100일이 갓지난 핏덩이를 안고서 이 자리에서 허공을 바라본게 20년전의 일이었다.
지금 자신이 허공을 바라보는 그 광경처럼…
"어떻게 이런일이…어떻게….."
명주는 도저히 이러한 상황을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흘러가는 세월이라지만 이런일이 일어나다니…
버린 자식이 성장하여 나타났고 그 어미는 그것도 모른채 그 자식의 부인이 되어 또 다시 그 자식의 자식을 임신하고 낳고 살고 있다니…
20년전 바라보던 저 앞산 노루봉이 지금도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 그렇게 명주를 조롱이라도 하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여보…"
"여보……………"
"응……………아…네………"
"정연이…좀…봐…"
강혁은 걱정스러운 듯이 눈짓으로 정연을 가르키고 있었다.
"오머나………………정연아………"
젖꼭지를 물린다는 게 잘 못해서 정연이의 목으로 우유가 흐르고 있었다.
명주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는 정연이게 젖꼭지를 다시 물리고 있었다.
"어디..많이..아퍼…"
"우리…그만..가지…."
"그래요..정연이…우유 다 먹이고…."
명주는 힘없이 아들이자 남편이 강혁에게 답을하고 있었다.
남편의 손에 이끌려 찾아온 이곳… 이곳은 20여년전 자신의 과거와 아픔과 상처와 한을 간직하고 있는 곳…. 그곳을 남편의 손에 이끌려 왔고 그리고 그 정점에…. 자신의 남편이 자신이 버린 아들임을 확인하는 순간 명주는 더 이상 살고픈 의미가 없었다.
"아…상식씨…."
"어떻게 이런 기구한 운명을 제게 주시는 건가요….?"
이제는 희미하게 기억이 나는 예전의 남편을 기억해 내며 저 묘속에 누워 있을 그 사람에게 야속한 원망을 하고 있었다.
"나..어이 살라고….?"
"나…어떻하라고….?"
명주는 그냥 눈물이 핑돌고만 있었다.
"아버지는 20년전에 죽어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
"예전에 흑백 사진이 두어장 있었는데..지금은 없어…"
"어..어머니는…?"
명주는 혹시나 싶어 일어나 묘 주위의 풀을 뜯으며 묘를 다듬고 있는 강혁에게 물어보고 있었다.
"몰라….. "
"나…태어나자 말자 나두고 가버렸대…"
그말에 명주는 눈물이 핑돌고 있었다.
"윤호엄마라고….내친구 엄마가 있는 데…."
"윤호엄마………?"
명주는 순간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같은 동네에서 이 동네로 시집을 온 두해선배 언니…. 그언니의 택호가 윤호엄마라고 불렸었다.
" 같은 동네 살았는데…대단한 미인이었대…"
"그리고…"
"그리고……….뭐…..요….?"
명주는 말을 끊는 강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전에 말을 했잖아……"
"당신 이름이 우리 엄마 이름과 같다구….."
그말에 명주는 완전히 초점을 잃어버렸다.
더 이상 확인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확실한 증거가 들어나고 있었다.
"맞어….그랬었어..전에…"
"내 이름과…자신의 엄마 이름이 같다구…."
"그 때는 흘러가는 말로 그렇게 이야기를 했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갔는 데….."
"인사는 하구 가자…"
"그래도 명색이 아들이 며느리와 손자를 데리고 왔는데…."
강혁은 추스려 나오다 아버지의 묘 앞에 서고 있었고 명주는 그 옆을 엉거주춤 서고 있었다.
절을 하는 동안… 명주는 헛갈리기만 했고 묘안의 주인공이 야속하기만 했다.
두 번의 절을 올리면서 부인으로 올리는 건지 아니면 며느리로서 절을 올리는 건지..
자신도 헛갈리고 세상도 헛갈리고…
명주는 그렇게 아무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에서 멍하니 초점잃은 눈빛으로 정연이를 안고 서울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제…어떡하지….?"
"난….이애를 어떻게 바라보고 살지….?"
"그리고 우리 정연이는….?"
"내딸 정연이는….?"
정연이는 자신의 아버지인 강혁이 아버지도 되고 오빠도 되는 정말 아이러니컬 한 상황이 되어버렸고 강보에 쌓여 곤히 잠들어 있는 아이의 운명이 명주는 걱정이 되고 있었다.
"여보…무슨 생각을 그렇게 많이 해….?"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한마디의 말 없이 가만히 아이를 안고 창밖만을 응시하는 명주를 바라보며 강혁은 알 수 없는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데…걱정이 많은 듯 한데…"
강혁은 걱정스러워 다시 한 번 명주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잖아…."
"애들처럼 왜 그래….정말…………."
명주는 순간 강혁에게 애매모호한 짜증을 내어 버렸고 강혁은 순간 명주를 바라보며 화를 내는 이유를 몰라 당황을 하고 있었다.
마침 정연이 그 분위기를 파악이나 한 듯이 울음을 터트렸고 명주는 그런 정연을 가슴속에 꼬옥 부여안고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지…
강혁은 갑자기 이상해져 버린 아내인 명주가 왠지 낯설고 어렵기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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