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시게를 보니 벌써 밤 10시가 가까워 지고 있었고 경부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면서 강혁은 잘라온 춘희의 머리카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래…이것으로 이제 악연은 끝내는 거여…."
"서로…각자의 삶은 가는 거여…."
"질기고 어두웠던 악몽의 인연을 정리 하는 거여…………"
강혁은 중간 휴게소에 들러 그 머리카락을 불태우며 그렇게 다짐을 하고 있었다.
"오머…………밤에 누가 머리타락을 불태우네…."
"저러면…..저 머리카락의 주인공은…."
머리카락을 태우는 것을 바라보던 한 노인부부가 안쓰러운 얼굴을 하며 강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 갔다 오는 거에요…..형부……….."
강혁보다 한참이나 나이가 많은 처제가 강혁이 들어오자 독사눈을 하며 강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일이 있어서…."
순간 강혁은 연주처제의 얼굴을 보고서 뭔가 일이 잘 못되어 감을 느끼고 있었다.
"언니가……………언니가…………"
처제는 더 이상의 말을 있지 못하고 얼굴을 가리고는 울고 말았다.
"오늘을 넘기기 힘들다고 하네요…."
침울한 표정의 송서방이 강혁에게 그렇게 말을 해주고 있었고 강혁은 얼른 아내의 곁으로 다가가 아내를 끌어안고 있었다.
"여보…………………."
"헉………………헉…………………..강혁…………."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는 강혁의 귓전을 어지러히 들려오고,….
"나….죽으면….."
"어린 저….정연이………………."
명주는 말을 있지 못하고 그렇게 정연을 바라보고 있었고 강혁은 함께 아직 자지 않고 생글거리며 웃고 아빠 엄마하고 말을 하며 돌아다니는 정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니………………..약한 소리 하지마…………"
"언니……………………."
연주는 명주를 바라보며 마지막 형제의 정을 느끼려는 듯 그렇게 울고만 있었다.
"언니………조그만 참아……."
"엄마하구….아버지 오신댔어….."
"휴…헉………….여…락…..하….."
"언니가 이지경인데 어떻게 연락 안해…………."
"올 때가 지났는 데……"
연주는 다시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 집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정연이…아버지….."
"나…..죽으면……..나…….화장해주세요……"
"그리고…..내….일기장…..도…….함께………"
"그러지…..안으면…..나……….정연에게………죽을죄…….."
그녀는 끝내 말을 하지 못했고 강혁은 명주가 자신을 화장하라는 의미를 잘 알기에 그저 고개만 끄덕이면서 굵은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우리..정연이…하구………"
"행복하게….잘……살아야……헉…………헉………."
"이…놈은…애가….데리고..가서……..헉………………….헉……….."
명주는 겨우 팔을 들어 불러있는 자신의 배를 만지며 말을 있고 있었다.
"그려……………."
"그놈은 당신이 데리고 가서….살어…………"
"당신의 곁에 두고…….당신의 곁에 두고……"
강혁도 부른 아내의 배를 바라보며 더 이상 말을 있지 못하고 울고만 있었다.
"나..좀,,,,눕혀,,,,주세요…."
강혁은 안고있던 명주를 조용히 내려놓고 있었고 명주는 누우면서 정연을 부르는지 힘없는 손짓을 하고 있었다.
송서방이 그걸 알아차리고는 나돌아 다니는 정연을 명주의 옆에 앉히고 있었다.
한 손으로 강혁의 손을 다른 한 손으로 정연의 손을 잡고 한참을 번갈아 보던 명주는 눈을 크게 한 번 뜨더니 이내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엄마……………."
"엄마……………………"
명주를 부르는 엄마의 소리가 동시에 들리고 있었다.
하나는 이제 말을 배운 아이의 목소리인데 하나는……………..?
강혁은 미처 눈을 감지도 못한 아내 아니 엄마의 두 눈을 조용히 한 손으로 감기고 있었다.
그리고 두 눈에서는 짧게 살아온 지난날의 회한이 밀려오며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어린 정연이가 제 엄마를 흔들며 엄마를 외치는 그 사이….
화장터………….
이제 흘릴 눈물이 없어 말라버린 강혁의 주위에는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았는지 대성통곡을 하는 이들이 많이 있었다.
명주를 부르짖으며 오열을 하는 늙은 노인네….
언니를 부르짖으며 오열을 하는 처제….
원장님을 부르짖으며 오열을 하는 젊은 여인들….
그리고…….그리고………… 그 장면을 조용히 바라보며 오열을 하는 하늘……
다만…. 어린정연만이 아직도 상황을 모르는 듯 화장터 주위를 아장아장 걸어다니며 장난을 치고 있을뿐………..
강혁은 한줌의 재로 변한 아내인 명주를 자신의 일터인 야산에 두루두루 뿌리고 있었다.
" 아이그…..내딸아…………"
"네가…어떤 딸인데….이렇게….가다니…."
"이 못된년아….이어미..죽거든 갈것이지……………"
"그걸 못 참아………………. 아이구……………. 아이구……………"
아직 그 설움을 참지 못한 듯 늙은 노인네는 계속 부르짖으며 그렇게 울부짓고 있었다.
하얀재는 봄바람에 날리면서 애산 구석구석을 찾아 들고 있었고 마지막 명주를 손에 쥔 강혁은 그재를 정연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정연은 가르치지도 않았지만 아빠가 하는 것을 보고서 그대로 엄마를 하늘에 땅에 날려보내고 .
있었다.
예전 처음 데이트를 하던 바로 이 장소…
아침마다 서로의 감정을 주고 받으며 상쾌한 하루를 맞이했던 바로 이 장소에 강혁은 영원히 명주를 뿌리고 있었다.
그 예전의 기억이 다시 되살아 나듯 강혁은 마지막을 던지고는 그 자리에 그렇게 주저 않고 말았다.
"여보……………………"
"엄마…………엄마………………………………"
그렇게 사라진 아내 아니 엄마를 부르면서….
강혁은 일기장과 명주의 유품을 태우면서 다시 한 번 울고 있었다.
이제는 영원히 사라져야할 그 일기장을 한장 한장 불태우고 있었다.
자신과 명주와의 관계를 알 수 있는 단 하나의 증거… 그 증거를 영원히 강혁은 하늘로 날려보내고 있었다.
"아버지…………..아버지……………"
"이제는 아버지가 엄마 맡아서……..행복하게 해줘요…."
"그리고…엄마 배속에 있는 아이는 당신의 손자니…너무 나무라지 마시고…."
"이건….다….당신이 지은 업보요…….아버지………."
강혁은 흘러 내리는 눈물을 정연에게 두 번 다시 보이지 않게 하기위해 하늘을 오랬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아빠…."
"응……………."
"빨리 좀 해……나 늦었단 말야……….."
"알았어…이놈아……………"
화장실에서 대변을 누던 강혁은 이제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는 딸 아이의 극성에 누던 대변을 대강 처리하고는 일어나 세면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게 비 오는날 산책 나가래………..…."
"아빠..싫어…………"
"아빠가 싫으면 우리 공주님은 누구 좋아해.."
"뭐…."
정연이 대답을 하지 못하고 눈망울을 굴리는 것을 바라보고 있던 강혁은 정연에게 윙크를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아침부터 투덜거리는 다섯살짜리 딸 아이를 안아 뽀뽀를 하자 아이는 징그럽다는 듯이 이리저리 피하고 있었다.
아내가 죽은지 벌써 3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영원히 지나가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이 흘러흘러 벌써 3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오늘도 강혁은 그렇게 비가 오는대도 불구하구 아내인 명주를 만나기 위해 산책길을 다녀 오는 길이었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오늘도 강혁은 우산을 덮어쓰고는 아내의 흔적이 있는 그 산책길을 이제는 둘이 아닌 하나가 되어 걷고 있었다.
"여보………명주……"
"혼자 누워 있기 힘들지…"
"오늘은 비가 와서 많이 추울거 같은데…."
"그래도….내가 이렇게 왔잖아…힘내.."
"참 우리정연이 말여…."
"이젠.. 다컸다고 지가 잔소리를 막 해….."
"당신보다 더했으면 더했지…덜하지는 않아…"
"뭐…고자질 하지 말라구…키키키…"
"알았어….."
"이크…. 늦었다…"
"정연이 유치원 갈 시간 되었어…."
"내일 또 봐….여보……."
내려오다 강혁은 다시 돌아 내려온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
우두커니 서서 던진 한마디는 허공을 맴돌다 사라지고 있었다.
"아빠..우산…"
혼자 키우다 보니 다섯살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악해져 버린 정연을 바라보며 강혁은 정연이 더욱 더 명주를 닮아 간다는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더욱 미여오고 있었다.
엄마의 배를 빌어 태어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아이….
그런 아이이다 보니 더욱 더 강혁은 정연에게 애정이 가고 정연으로 하여 더 이상 다른 여자를 쳐다보지도 않고 지낼수 있게 되었다.
오로지 정연 하나만을 바라보는 젊은 아빠…. 그게 바로 지금의 자신이었다.
"정연을 위해 살아가고 있고………"
"정연을 위해 돈을 벌고 있고…………"
"정연을 위해 생각을 하고 웃고 있는 바로 자신………."
"애이….유치원차 가버렸잖아…………."
정연은 마치 바가지를 끓듯이 아빠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아빠가 유치원까지 데려다 줄까………?"
"정말………..?"
그럼……….."
"예쁜 우리 공주님을…당연이 모셔다 드려야죠…"
강혁은 정연을 태우고 유치원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처음 정연이 유치원 가는날 정연을 데리고 유치원에 한 번 가보고는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유치원을 찾은 적이 없었다.
먹고 살기 바빠서이기도 하지만….. 아내가 없는 빈 자리를보이기 싫어 더욱 가지 않게 된것이다.
그런 마음을 정연도 아는지 한 번쯔음 데려다 달라고 떼를 쓸만도 한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던 정연이었다.
그런데 오늘 데려다 준다고 하니 얼마나 좋았겠는가….
"아빠…"
"응………………."
"아빤….엄마 안 보고 시퍼…………"
"보고 싶지……….."
"나두……………………."
갑자기 정연이 엄마 이야기를 하며 시무룩해지고 있었다.
"아빤…엄마 필요 없어…?"
"필요하지………………."
"정연이도 엄마 만이만이 필요해…."
그말에 강혁은 갑자기 정연이 안쓰러워 눈시울이 붉어지고 있었다.
"아빠….."
"나…엄마 만들어 줘…."
"정연아………….."
"나..엄마 필요하단 말야………….."
"엄마를 어떻게 만드니………"
"엄만 말야…지금 하늘에서 우릴를 보고 있단다…"
"피이……………."
"그 엄마 말고 정말 엄마가 필요하단 말야…"
무식할 정도로 때를 쓰는 정연이 갑자기 강혁은 이해가 되질 않고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는 아이인데…
"정연아 엄만 하늘나라에 있단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필요하다고 엄마를 새로 만들 수가 있겠니…?
"그리고 말썽장이 우리 공주님에게 누가 새엄마가 되어 주겠니..?"
강혁은 빙긋이 웃으면서 종알거리는 정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될 사람 한 명 있는데……"
그말에 강혁은 대답을 하지않고 우두커니 밖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빠..내 말 듣고 있어….지금….."
"그래..이넘아….."
"누구냐 하면 말야………"
자신을 바라봐 주지 않자 아빠의 얼굴을 돌리면서 정연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전에 말했던 그 유치원 원장 말하는 거지…너…"
"응..아빠…."
"어떻게 알았어…….?"
정연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동그랗게 하고 있었다
"정연이가 아빠에게 많이 많이 자랑했잖아…."
그러자 정연은 맞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를 톡톡 치더니 이내 방긋이 웃으면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유치원에서 말야…………아빠…"
"응………."
"엄마가 와야 되는 날에……난…엄마가 없잖아….."
운전을 하다 말고 강혁은 정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가만히 있는데…."
"원장선생님이…다른 아이들 엄마처럼 정연이 엄마 해줬어…...…."
"뭐……언제…….?"
"어제 그전에……"
그 말에 강혁은 가만히 정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애들이..원장선생님을 우리 엄마로 알아….아빠…."
그말에 강혁은 다시 빙긋이 웃고 있었다.
"애이…. 원장선생님도 결혼은 했을 거 아냐….?"
"그런데 어떻게 정연이 엄마가 될 수 있어…………."
강혁은 정연이의 이루지 못할 꿈을 현실적으로 짚어주고 있었다.
"아냐..아빠…."
"다른 선생들이 그러는 데 원장선생님..아찌…죽었대…"
"그래……………….."
강혁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두어 번 크게 끄덕여주고 있었다.
"원장선생님이 그렇게 잘해줘….?"
"응….아빠…"
"나..그런 엄마 가지고 시퍼………"
아직 어리다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영악한 딸 아이의 말에 강혁은 가슴이 뭉쿨해지고 있었고 그렇게 딸 아이를 잘 보살펴 주는 원장이라는 여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빠………저기……………."
"응………….."
"저기……….저분이 원장선생님이야………."
차에 내려 정연의 우산을 받쳐든 강혁은 정연이 가르키는 곳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아이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는 한 명의 여인의 뒷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하얀색 원피스에 가디건을 하고 긴생머리를 보리고 있는 여인…
한눈에 보아도 상당히 지적이고 세련되고 아름답고 마음씨가 고와 보이는 듯 했다.
단아한 키에 단정히 빗어내린 머리카락… 그리고 굽이 낮은 구두….
서서히 그녀에게 다가가며 강혁은 정연을 맡아 키울만한 여인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뒷모습이 자신이 알고있는 그 누구와 많이 닮아 있다는 사실까지도…
"선생님…………..원장선생님……….."
정연이 부르는 소리에 그 원장선생은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응…… 정연이 왔니……….."
순간…………..떨리는 강혁의 눈동자……….
강혁의 눈은 충혈이 되고 있었고 눈동자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눈동자의 촛점가운데 정연을 바라보는 저 여인은………..
정연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는 저 여인은 바로 ……바로………….자신이….자신이 그토록……… 못 잊어하던 현정이었다.
정연의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 정연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있는 저 여인…
그 여인도 정연의 뒤에 있는 누군가를 발견한 듯 갑자기 동상이 되어 버린듯 그대로 멈춰서고 있었다.
바람결에 부드럽게 찰랑거리는 치마결처럼 현정이의 눈망울도 흔들리고 있었다.
깊은 회한의 눈빛을 하며 사내를 바라보는 현정의 눈에서는 이슬비에 섞여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부슬비가 내리는 그 아침…..
그렇게 두 명의 남녀는 비를 맞으며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The end
시게를 보니 벌써 밤 10시가 가까워 지고 있었고 경부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면서 강혁은 잘라온 춘희의 머리카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래…이것으로 이제 악연은 끝내는 거여…."
"서로…각자의 삶은 가는 거여…."
"질기고 어두웠던 악몽의 인연을 정리 하는 거여…………"
강혁은 중간 휴게소에 들러 그 머리카락을 불태우며 그렇게 다짐을 하고 있었다.
"오머…………밤에 누가 머리타락을 불태우네…."
"저러면…..저 머리카락의 주인공은…."
머리카락을 태우는 것을 바라보던 한 노인부부가 안쓰러운 얼굴을 하며 강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 갔다 오는 거에요…..형부……….."
강혁보다 한참이나 나이가 많은 처제가 강혁이 들어오자 독사눈을 하며 강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일이 있어서…."
순간 강혁은 연주처제의 얼굴을 보고서 뭔가 일이 잘 못되어 감을 느끼고 있었다.
"언니가……………언니가…………"
처제는 더 이상의 말을 있지 못하고 얼굴을 가리고는 울고 말았다.
"오늘을 넘기기 힘들다고 하네요…."
침울한 표정의 송서방이 강혁에게 그렇게 말을 해주고 있었고 강혁은 얼른 아내의 곁으로 다가가 아내를 끌어안고 있었다.
"여보…………………."
"헉………………헉…………………..강혁…………."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는 강혁의 귓전을 어지러히 들려오고,….
"나….죽으면….."
"어린 저….정연이………………."
명주는 말을 있지 못하고 그렇게 정연을 바라보고 있었고 강혁은 함께 아직 자지 않고 생글거리며 웃고 아빠 엄마하고 말을 하며 돌아다니는 정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니………………..약한 소리 하지마…………"
"언니……………………."
연주는 명주를 바라보며 마지막 형제의 정을 느끼려는 듯 그렇게 울고만 있었다.
"언니………조그만 참아……."
"엄마하구….아버지 오신댔어….."
"휴…헉………….여…락…..하….."
"언니가 이지경인데 어떻게 연락 안해…………."
"올 때가 지났는 데……"
연주는 다시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 집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정연이…아버지….."
"나…..죽으면……..나…….화장해주세요……"
"그리고…..내….일기장…..도…….함께………"
"그러지…..안으면…..나……….정연에게………죽을죄…….."
그녀는 끝내 말을 하지 못했고 강혁은 명주가 자신을 화장하라는 의미를 잘 알기에 그저 고개만 끄덕이면서 굵은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우리..정연이…하구………"
"행복하게….잘……살아야……헉…………헉………."
"이…놈은…애가….데리고..가서……..헉………………….헉……….."
명주는 겨우 팔을 들어 불러있는 자신의 배를 만지며 말을 있고 있었다.
"그려……………."
"그놈은 당신이 데리고 가서….살어…………"
"당신의 곁에 두고…….당신의 곁에 두고……"
강혁도 부른 아내의 배를 바라보며 더 이상 말을 있지 못하고 울고만 있었다.
"나..좀,,,,눕혀,,,,주세요…."
강혁은 안고있던 명주를 조용히 내려놓고 있었고 명주는 누우면서 정연을 부르는지 힘없는 손짓을 하고 있었다.
송서방이 그걸 알아차리고는 나돌아 다니는 정연을 명주의 옆에 앉히고 있었다.
한 손으로 강혁의 손을 다른 한 손으로 정연의 손을 잡고 한참을 번갈아 보던 명주는 눈을 크게 한 번 뜨더니 이내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엄마……………."
"엄마……………………"
명주를 부르는 엄마의 소리가 동시에 들리고 있었다.
하나는 이제 말을 배운 아이의 목소리인데 하나는……………..?
강혁은 미처 눈을 감지도 못한 아내 아니 엄마의 두 눈을 조용히 한 손으로 감기고 있었다.
그리고 두 눈에서는 짧게 살아온 지난날의 회한이 밀려오며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어린 정연이가 제 엄마를 흔들며 엄마를 외치는 그 사이….
화장터………….
이제 흘릴 눈물이 없어 말라버린 강혁의 주위에는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았는지 대성통곡을 하는 이들이 많이 있었다.
명주를 부르짖으며 오열을 하는 늙은 노인네….
언니를 부르짖으며 오열을 하는 처제….
원장님을 부르짖으며 오열을 하는 젊은 여인들….
그리고…….그리고………… 그 장면을 조용히 바라보며 오열을 하는 하늘……
다만…. 어린정연만이 아직도 상황을 모르는 듯 화장터 주위를 아장아장 걸어다니며 장난을 치고 있을뿐………..
강혁은 한줌의 재로 변한 아내인 명주를 자신의 일터인 야산에 두루두루 뿌리고 있었다.
" 아이그…..내딸아…………"
"네가…어떤 딸인데….이렇게….가다니…."
"이 못된년아….이어미..죽거든 갈것이지……………"
"그걸 못 참아………………. 아이구……………. 아이구……………"
아직 그 설움을 참지 못한 듯 늙은 노인네는 계속 부르짖으며 그렇게 울부짓고 있었다.
하얀재는 봄바람에 날리면서 애산 구석구석을 찾아 들고 있었고 마지막 명주를 손에 쥔 강혁은 그재를 정연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정연은 가르치지도 않았지만 아빠가 하는 것을 보고서 그대로 엄마를 하늘에 땅에 날려보내고 .
있었다.
예전 처음 데이트를 하던 바로 이 장소…
아침마다 서로의 감정을 주고 받으며 상쾌한 하루를 맞이했던 바로 이 장소에 강혁은 영원히 명주를 뿌리고 있었다.
그 예전의 기억이 다시 되살아 나듯 강혁은 마지막을 던지고는 그 자리에 그렇게 주저 않고 말았다.
"여보……………………"
"엄마…………엄마………………………………"
그렇게 사라진 아내 아니 엄마를 부르면서….
강혁은 일기장과 명주의 유품을 태우면서 다시 한 번 울고 있었다.
이제는 영원히 사라져야할 그 일기장을 한장 한장 불태우고 있었다.
자신과 명주와의 관계를 알 수 있는 단 하나의 증거… 그 증거를 영원히 강혁은 하늘로 날려보내고 있었다.
"아버지…………..아버지……………"
"이제는 아버지가 엄마 맡아서……..행복하게 해줘요…."
"그리고…엄마 배속에 있는 아이는 당신의 손자니…너무 나무라지 마시고…."
"이건….다….당신이 지은 업보요…….아버지………."
강혁은 흘러 내리는 눈물을 정연에게 두 번 다시 보이지 않게 하기위해 하늘을 오랬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아빠…."
"응……………."
"빨리 좀 해……나 늦었단 말야……….."
"알았어…이놈아……………"
화장실에서 대변을 누던 강혁은 이제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는 딸 아이의 극성에 누던 대변을 대강 처리하고는 일어나 세면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게 비 오는날 산책 나가래………..…."
"아빠..싫어…………"
"아빠가 싫으면 우리 공주님은 누구 좋아해.."
"뭐…."
정연이 대답을 하지 못하고 눈망울을 굴리는 것을 바라보고 있던 강혁은 정연에게 윙크를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아침부터 투덜거리는 다섯살짜리 딸 아이를 안아 뽀뽀를 하자 아이는 징그럽다는 듯이 이리저리 피하고 있었다.
아내가 죽은지 벌써 3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영원히 지나가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이 흘러흘러 벌써 3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오늘도 강혁은 그렇게 비가 오는대도 불구하구 아내인 명주를 만나기 위해 산책길을 다녀 오는 길이었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오늘도 강혁은 우산을 덮어쓰고는 아내의 흔적이 있는 그 산책길을 이제는 둘이 아닌 하나가 되어 걷고 있었다.
"여보………명주……"
"혼자 누워 있기 힘들지…"
"오늘은 비가 와서 많이 추울거 같은데…."
"그래도….내가 이렇게 왔잖아…힘내.."
"참 우리정연이 말여…."
"이젠.. 다컸다고 지가 잔소리를 막 해….."
"당신보다 더했으면 더했지…덜하지는 않아…"
"뭐…고자질 하지 말라구…키키키…"
"알았어….."
"이크…. 늦었다…"
"정연이 유치원 갈 시간 되었어…."
"내일 또 봐….여보……."
내려오다 강혁은 다시 돌아 내려온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
우두커니 서서 던진 한마디는 허공을 맴돌다 사라지고 있었다.
"아빠..우산…"
혼자 키우다 보니 다섯살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악해져 버린 정연을 바라보며 강혁은 정연이 더욱 더 명주를 닮아 간다는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더욱 미여오고 있었다.
엄마의 배를 빌어 태어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아이….
그런 아이이다 보니 더욱 더 강혁은 정연에게 애정이 가고 정연으로 하여 더 이상 다른 여자를 쳐다보지도 않고 지낼수 있게 되었다.
오로지 정연 하나만을 바라보는 젊은 아빠…. 그게 바로 지금의 자신이었다.
"정연을 위해 살아가고 있고………"
"정연을 위해 돈을 벌고 있고…………"
"정연을 위해 생각을 하고 웃고 있는 바로 자신………."
"애이….유치원차 가버렸잖아…………."
정연은 마치 바가지를 끓듯이 아빠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아빠가 유치원까지 데려다 줄까………?"
"정말………..?"
그럼……….."
"예쁜 우리 공주님을…당연이 모셔다 드려야죠…"
강혁은 정연을 태우고 유치원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처음 정연이 유치원 가는날 정연을 데리고 유치원에 한 번 가보고는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유치원을 찾은 적이 없었다.
먹고 살기 바빠서이기도 하지만….. 아내가 없는 빈 자리를보이기 싫어 더욱 가지 않게 된것이다.
그런 마음을 정연도 아는지 한 번쯔음 데려다 달라고 떼를 쓸만도 한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던 정연이었다.
그런데 오늘 데려다 준다고 하니 얼마나 좋았겠는가….
"아빠…"
"응………………."
"아빤….엄마 안 보고 시퍼…………"
"보고 싶지……….."
"나두……………………."
갑자기 정연이 엄마 이야기를 하며 시무룩해지고 있었다.
"아빤…엄마 필요 없어…?"
"필요하지………………."
"정연이도 엄마 만이만이 필요해…."
그말에 강혁은 갑자기 정연이 안쓰러워 눈시울이 붉어지고 있었다.
"아빠….."
"나…엄마 만들어 줘…."
"정연아………….."
"나..엄마 필요하단 말야………….."
"엄마를 어떻게 만드니………"
"엄만 말야…지금 하늘에서 우릴를 보고 있단다…"
"피이……………."
"그 엄마 말고 정말 엄마가 필요하단 말야…"
무식할 정도로 때를 쓰는 정연이 갑자기 강혁은 이해가 되질 않고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는 아이인데…
"정연아 엄만 하늘나라에 있단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필요하다고 엄마를 새로 만들 수가 있겠니…?
"그리고 말썽장이 우리 공주님에게 누가 새엄마가 되어 주겠니..?"
강혁은 빙긋이 웃으면서 종알거리는 정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될 사람 한 명 있는데……"
그말에 강혁은 대답을 하지않고 우두커니 밖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빠..내 말 듣고 있어….지금….."
"그래..이넘아….."
"누구냐 하면 말야………"
자신을 바라봐 주지 않자 아빠의 얼굴을 돌리면서 정연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전에 말했던 그 유치원 원장 말하는 거지…너…"
"응..아빠…."
"어떻게 알았어…….?"
정연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동그랗게 하고 있었다
"정연이가 아빠에게 많이 많이 자랑했잖아…."
그러자 정연은 맞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를 톡톡 치더니 이내 방긋이 웃으면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유치원에서 말야…………아빠…"
"응………."
"엄마가 와야 되는 날에……난…엄마가 없잖아….."
운전을 하다 말고 강혁은 정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가만히 있는데…."
"원장선생님이…다른 아이들 엄마처럼 정연이 엄마 해줬어…...…."
"뭐……언제…….?"
"어제 그전에……"
그 말에 강혁은 가만히 정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애들이..원장선생님을 우리 엄마로 알아….아빠…."
그말에 강혁은 다시 빙긋이 웃고 있었다.
"애이…. 원장선생님도 결혼은 했을 거 아냐….?"
"그런데 어떻게 정연이 엄마가 될 수 있어…………."
강혁은 정연이의 이루지 못할 꿈을 현실적으로 짚어주고 있었다.
"아냐..아빠…."
"다른 선생들이 그러는 데 원장선생님..아찌…죽었대…"
"그래……………….."
강혁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두어 번 크게 끄덕여주고 있었다.
"원장선생님이 그렇게 잘해줘….?"
"응….아빠…"
"나..그런 엄마 가지고 시퍼………"
아직 어리다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영악한 딸 아이의 말에 강혁은 가슴이 뭉쿨해지고 있었고 그렇게 딸 아이를 잘 보살펴 주는 원장이라는 여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빠………저기……………."
"응………….."
"저기……….저분이 원장선생님이야………."
차에 내려 정연의 우산을 받쳐든 강혁은 정연이 가르키는 곳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아이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는 한 명의 여인의 뒷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하얀색 원피스에 가디건을 하고 긴생머리를 보리고 있는 여인…
한눈에 보아도 상당히 지적이고 세련되고 아름답고 마음씨가 고와 보이는 듯 했다.
단아한 키에 단정히 빗어내린 머리카락… 그리고 굽이 낮은 구두….
서서히 그녀에게 다가가며 강혁은 정연을 맡아 키울만한 여인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뒷모습이 자신이 알고있는 그 누구와 많이 닮아 있다는 사실까지도…
"선생님…………..원장선생님……….."
정연이 부르는 소리에 그 원장선생은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응…… 정연이 왔니……….."
순간…………..떨리는 강혁의 눈동자……….
강혁의 눈은 충혈이 되고 있었고 눈동자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눈동자의 촛점가운데 정연을 바라보는 저 여인은………..
정연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는 저 여인은 바로 ……바로………….자신이….자신이 그토록……… 못 잊어하던 현정이었다.
정연의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 정연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있는 저 여인…
그 여인도 정연의 뒤에 있는 누군가를 발견한 듯 갑자기 동상이 되어 버린듯 그대로 멈춰서고 있었다.
바람결에 부드럽게 찰랑거리는 치마결처럼 현정이의 눈망울도 흔들리고 있었다.
깊은 회한의 눈빛을 하며 사내를 바라보는 현정의 눈에서는 이슬비에 섞여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부슬비가 내리는 그 아침…..
그렇게 두 명의 남녀는 비를 맞으며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The end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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