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100% 작가의 상상이며 또한 해서는 안 될 범죄 행위입니다. 결코 모방하지 마시고 이 소설로만 만족을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민수가 풀을 베려고 도구를 챙길 때 마침 밖에서 웅성 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문이 열린다.
"헤이 민수~ 낫은 왜? 풀 베려고?"
"굿모닝!"
"민수야, 너 주려고 아줌마가 떡 좀 가져왔다"
"난 음료수"
매일 오전시간에 오는 정년퇴직한 어르신들과 부인들이였다.
민수는 그들에게 평소 이미지 관리는 잘한 듯 저마다 이 것 저 것 챙겨준다.
"여사님, 감사합니다. 아침엔 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 항상 굶는데 잘 되었네요"
"젊어서 끼니 거르면 내 나이 되면 엄청 고생한다. 하다못해 라면을 먹어도 끼니는 꼭 챙겨먹어"
좀 전에 민수에게 떡을 준 할머니가 민수를 걱정해준다. 그러자 옆에 음료수를 주었던 또 다른 할머니가 말을 받는다.
"그렇지! 끼니는 꼭 챙겨 먹어야 돼! 내가 어렸을 때는 먹을 게 없어서 매일 물로 배 채우면서 허기를 달래곤 했지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비가 오기 전에는 항상 삭신이 쑤셔. 그러고 보니 오늘도 좀 쑤시네"
"하하하. 안 그래도 내일 큰 비가 온다고 하네요"
"어쩐지. 내 몸은 귀신 같다니깐. 그리고 비만 오면 그러는 게 아니라 날씨도 추워질라 치면 여기저기 안 아픈데가 없고...."
"죄송하지만 지금 풀을 안 베면 사장님께 혼나거든요. 가뜩이나 요즘 혼자 근무해서 일을 제대로 하질 못 해서요"
역시 단체운동을 즐기는 분들이라 그런지 사교성이 지나치게 넘친다. 민수는 자신을 챙겨주는 건 고맙지만 한 번 말을 섞기 시작하면 끝이 안 난다는 사실을 알기에 서둘러 핑계를 대고 밖으로 나간다.
다시 혼자가 되서 그럴까? 민수의 머릿속에 정민희의 이미지가 다시 떠오른다.
"풀이나 베자. 내 주제에 무슨 여자냐! 다 환상이지. 나 같은 건 그저 나 같은 고아나 만나서 결혼을 해야지. 누가 나 같은 직업도 변변찮고 돈도 못 벌고 얼굴은 또 평범하디 평범한데 시집오겠냐. 아니 말이나 걸겠냐"
애초에 못 먹는 떡은 쳐다보지도 말라고 했던가? 민수는 애써 정민희에 대한 기억을 지운다.
민수가 풀을 얼마나 베었을까 이제는 제법 햇살이 뜨겁다.
"벌써 9시네. 이제 사장님이 오실 때가 다 되었나?"
테니스장 사장 박만덕.
그를 사장으로 호칭하는 건 뭔가 어울리진 않지만 민수가 이곳으로 근무를 시작하기 전부터 남들이 사장이라는 호칭을 써 민수도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박만덕 사장은 민수의 군대 선임의 작은 아버지다. 그리고 갈 곳 없는 민수에게 일자리를 주고 또한 무한히 신뢰를 하는 민수의 은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민수는 박만덕 사장을 유난히 따르며 당연하게도 박만덕 사장 또한 더욱이 민수를 배려한다.
"민수야! 아침부터 힘을 빼면 저녁엔 우얄라고"
박사장이 양반은 아니던가. 때마침 박사장이 민수를 향해 다가온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저는 아직 젊지 않습니까. 하하하하"
"민수야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
"사장님 어찌 저에게 그런 농담을....하하하하"
"풀 다 베었으면 드가자.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냉커피나 한 잔 하자꾸나"
"네 사장님. 제가 한 잔 타 드리겠습니다"
"됐다 됐어. 넌 먼저 씻고 온나. 내가 타 놓고 있을게"
"아니 그래도 제가 타 드리겠습니다"
"됐다니깐. 땀 범벅 되가꼬 커피가 짜겠다. 내 먼저 들어가 있으마"
박사장은 열심히 일하는 민수에게 차가운 커피가 타 주고 싶었는지 자신이 할 말만 하고는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 박사장의 뒷모습을 보며 민수의 표정은 밝아졌다가 이내 경직된다.
"아버지 생각이 나네...."
무작정 군대로 가출을 할 때만해도 양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컸지만 지난 세월 수많은 경험을 하면서 철이 들었는지 양아버지에 대한 반감은 어느 정도 가신 민수였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가셨다 뿐이지 아주 없어진 건 아닌 듯 민수는 이내 표정을 회복하고는 샤워실로 들어간다.
쏴아아.
"으어. 좋다. 좋아"
"민수야 24살 짜리가 벌써부터 노인네 소리 내냐"
"으어. 선생님 좋은걸 어떡합니까"
"그건 그렇고 민수야. 내가 생각하기에는 샤워실에 탕 하나만 만들었으면 좋겠다"
"아이고 선생님, 말단 직원인 제가 그런 문제를 어찌 해결합니까. 그런 말씀은 사장님께"
"박사장 성격이 대쪽 같으니깐 그렇지 이놈아"
"선생님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예끼 이놈"
이런 요구를 들은 것이 한 두 번은 아닌 듯 민수는 사장 핑계를 대며 유들하게 샤워실을 빠져나간다.
"룰루랄라 땀 흘리고 샤워하니 상쾌하구만. 옷을 입어볼까"
175 정도 되는 지극히 평범한 키지만 고된 노동을 해서 그런지 제법 탄력 있어 보이는 몸을 가진 민수는 탈의실에 달린 거울로 자신의 몸을 감상하며 팬티를 입는다.
"미안하다. 아직도 널 경험시켜 주지 못하는 나를"
무엇에게 미안한지 민수는 자신의 복부를 향해 사과를 하고는 옷을 마저 추스르고 관리실로 향한다.
끼이익.
민수가 관리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차가운 바람과 함께 민수의 자리에는 이미 박사장이 준비를 하였는지 얼굴이 동동 뜬 차가운 커피가 올려져 있다.
"사장님, 잘 먹겠습니다"
냉커피라고 별 거 없다. 그냥 맥심 커피를 뜨거운 물로 녹인 다음 얼음으로 차갑게 만든 커피랄까? 하지만 고된 노동을 한 후에 마시는 커피라 민수에게는 꿀 맛 같았다.
"으어. 사장님 커피 맛이 끝내줍니다"
"민수야 원샷했노? 목 젓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너무 맛있어서...."
"현대인이라면 커피의 향과 맛을 음미하면서 먹어야 되지 않겠노? 그게 머꼬"
자주 있는 일이고 그런 말 또한 악의적인 뜻은 없는지 민수와 박사장은 다시 서로의 업무에 집중한다.
"가만 있자. 아직 7월달 이용료를 안 낸 사람이 김수철, 박순복, 김민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을까 벌써 시계가 12시를 가르킨다.
"사장님 벌써 점심시간이네요"
"벌써 점심이노? 민수야 내는 이제 그만 퇴근하마"
"네 사장님, 들어가십시요"
"아차차. 민수야 오늘이 네 월급날이제? 자. 수고했다"
박사장은 품안의 흰 봉투를 꺼내어 민수에게 준다.
"어라 사장님, 왠 봉투입니까? 이제는 직접 주시는 겁니까?"
"월급은 이미 아까 인터넷으로 쐈다. 이건 보너스다"
"갑자기 왠 보너스를"
"내가 이렇게 더운 날 땀 삐질 삐질 흘리며 일하는 너의 모습을 보고 많이 느낀기라"
"당연히 해야 할 제 업무 중 하나인데...."
"기냥 주면 받아라"
"감사합니다, 사장님"
예상치 못하고 민수가 원하는 선물을 받았음일까? 민수의 눈가가 촉촉해진다.
"언제까지 내가 여기에서 근무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근무 할 동안은 열심히 하자"
사장의 선의에 감동을 느껴서 그런지 민수는 자신이 처음 들어온 날 했던 각오를 다시 한 번 되뇌인다.
꼬르륵.
감동과 각오도 잠시 점심식사를 보채는 민수의 위장이다.
"아까 받은 떡이랑 음료수로 점심을 대충 때우고 잠이나 자자"
민수는 배가 고팠는지 떡과 음료수를 허겁지겁 먹어 치우고는 의자를 연결하고는 그 위에 누워 잠깐 눈을 붙인다.
업무 중 단잠은 오랜 시간 근무를 하는 민수의 특권이기도 하다. 물론 회원이 몰리는 7~9시 사이의 퇴근 시간을 제외 하고는 말이다.
얼마나 잠을 잤을까?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똑. 똑. 똑.
"으음....네, 들어오십시오"
끼이익.
재빨리 몸을 추스른 민수의 귀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 후 모녀로 보이는 두 여성이 들어온다.
"무슨 일로...."
민수가 용건을 묻자 딸로 보이는 후덕한 체격의 20대 여성이 민수에게 말을 한다.
"테니스를 배우고 싶어서 왔는데요"
"아....초보자신가요?"
"네"
"그럼 아시는 분은 있구요?"
"아니요. 저희 엄마랑 저 둘 뿐인데요. 문제가 되나요?"
"문제 될 것 없습니다. 그럼 초보자시니 레슨을 받으시겠죠?"
"네, 전에도 테니스를 잠깐 쳐 본 적이 있었는데 전문적인 훈련을 안 받으면 라인 안에 넣지도 못하겠더라구요"
"맞습니다. 테니스는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죠. 저희 테니스장에는 코치님이 딱 한 분 계십니다"
"아 박코치님 알아요. 그 분께 배워도 상관 없어요"
"그럼 레슨비 20만원과 테니스장 이용료 13만원 합쳐서 총 33만원 되겠습니다. 두 분이시니 66만원이네요"
"66만원이요? 너무 비싼데....조금만 깎아 주세요"
"깎아 드리는 건 제 권한이 아니라서"
역시 경력 3년차답게 호락호락 넘어갈 민수가 아니다.
"그럼 다른 분께 말하면 깎아주시나요?"
"아시다시피 저희 테니스장은 실내로서 날씨와 계절에 상관 없이 이용이 가능합니다. 사실 이 근처로 보나 우리나라 전체로 보나 실내 테니스장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민수도 입에서는 쉴새 없이 가격의 타당함을 입증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손님도 어느 정도 긍정을 했는지 민수의 말들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 거리면서 동조를 한다.
"그래도 깎아주시지"
손님은 모기만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만 민수는 다시 반격에 나선다.
"앞서 말씀 드린 거 외에 저희 테니스장에서는 정기적으로 회원님들의 불만사항을 체크하여...."
"알았어요 그럼 내일 다시 올게요"
두 손님은 민수의 말에 KO가 되었는지 간단하게 대강 인사를 하고는 급히 빠져 나간다.
"내일이라. 성공이군"
내일과 같이 구체적으로 날짜를 지정하여 찾아온다는 사람은 정말 다시 찾아온다. 반면에 다음과 같은 구체적이지 않은 날짜를 말하는 손님은 절대 다시 찾아오지 않는 다는 게 민수의 경험이고 생각이다.
"으음....누가 깨워서 일어나면 잔 것 같지도 않고 찌푸둥 하더라"
몸이 찌푸둥한지 한창 기지개를 피던 민수는 시계를 쳐다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이제 슬슬 얼굴이나 비추러 갈까"
테니스장과 같이 사람을 상대하는 곳은 운동 시설의 수준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회원들 간의 관계이다.
하루 종일 외부와 단절된 관리실에 쳐 박혀 있기 보다는 여기저기 둘러보며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 주는 것도 민수의 업무 중 하나이다.
민수가 풀을 베려고 도구를 챙길 때 마침 밖에서 웅성 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문이 열린다.
"헤이 민수~ 낫은 왜? 풀 베려고?"
"굿모닝!"
"민수야, 너 주려고 아줌마가 떡 좀 가져왔다"
"난 음료수"
매일 오전시간에 오는 정년퇴직한 어르신들과 부인들이였다.
민수는 그들에게 평소 이미지 관리는 잘한 듯 저마다 이 것 저 것 챙겨준다.
"여사님, 감사합니다. 아침엔 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 항상 굶는데 잘 되었네요"
"젊어서 끼니 거르면 내 나이 되면 엄청 고생한다. 하다못해 라면을 먹어도 끼니는 꼭 챙겨먹어"
좀 전에 민수에게 떡을 준 할머니가 민수를 걱정해준다. 그러자 옆에 음료수를 주었던 또 다른 할머니가 말을 받는다.
"그렇지! 끼니는 꼭 챙겨 먹어야 돼! 내가 어렸을 때는 먹을 게 없어서 매일 물로 배 채우면서 허기를 달래곤 했지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비가 오기 전에는 항상 삭신이 쑤셔. 그러고 보니 오늘도 좀 쑤시네"
"하하하. 안 그래도 내일 큰 비가 온다고 하네요"
"어쩐지. 내 몸은 귀신 같다니깐. 그리고 비만 오면 그러는 게 아니라 날씨도 추워질라 치면 여기저기 안 아픈데가 없고...."
"죄송하지만 지금 풀을 안 베면 사장님께 혼나거든요. 가뜩이나 요즘 혼자 근무해서 일을 제대로 하질 못 해서요"
역시 단체운동을 즐기는 분들이라 그런지 사교성이 지나치게 넘친다. 민수는 자신을 챙겨주는 건 고맙지만 한 번 말을 섞기 시작하면 끝이 안 난다는 사실을 알기에 서둘러 핑계를 대고 밖으로 나간다.
다시 혼자가 되서 그럴까? 민수의 머릿속에 정민희의 이미지가 다시 떠오른다.
"풀이나 베자. 내 주제에 무슨 여자냐! 다 환상이지. 나 같은 건 그저 나 같은 고아나 만나서 결혼을 해야지. 누가 나 같은 직업도 변변찮고 돈도 못 벌고 얼굴은 또 평범하디 평범한데 시집오겠냐. 아니 말이나 걸겠냐"
애초에 못 먹는 떡은 쳐다보지도 말라고 했던가? 민수는 애써 정민희에 대한 기억을 지운다.
민수가 풀을 얼마나 베었을까 이제는 제법 햇살이 뜨겁다.
"벌써 9시네. 이제 사장님이 오실 때가 다 되었나?"
테니스장 사장 박만덕.
그를 사장으로 호칭하는 건 뭔가 어울리진 않지만 민수가 이곳으로 근무를 시작하기 전부터 남들이 사장이라는 호칭을 써 민수도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박만덕 사장은 민수의 군대 선임의 작은 아버지다. 그리고 갈 곳 없는 민수에게 일자리를 주고 또한 무한히 신뢰를 하는 민수의 은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민수는 박만덕 사장을 유난히 따르며 당연하게도 박만덕 사장 또한 더욱이 민수를 배려한다.
"민수야! 아침부터 힘을 빼면 저녁엔 우얄라고"
박사장이 양반은 아니던가. 때마침 박사장이 민수를 향해 다가온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저는 아직 젊지 않습니까. 하하하하"
"민수야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
"사장님 어찌 저에게 그런 농담을....하하하하"
"풀 다 베었으면 드가자.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냉커피나 한 잔 하자꾸나"
"네 사장님. 제가 한 잔 타 드리겠습니다"
"됐다 됐어. 넌 먼저 씻고 온나. 내가 타 놓고 있을게"
"아니 그래도 제가 타 드리겠습니다"
"됐다니깐. 땀 범벅 되가꼬 커피가 짜겠다. 내 먼저 들어가 있으마"
박사장은 열심히 일하는 민수에게 차가운 커피가 타 주고 싶었는지 자신이 할 말만 하고는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 박사장의 뒷모습을 보며 민수의 표정은 밝아졌다가 이내 경직된다.
"아버지 생각이 나네...."
무작정 군대로 가출을 할 때만해도 양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컸지만 지난 세월 수많은 경험을 하면서 철이 들었는지 양아버지에 대한 반감은 어느 정도 가신 민수였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가셨다 뿐이지 아주 없어진 건 아닌 듯 민수는 이내 표정을 회복하고는 샤워실로 들어간다.
쏴아아.
"으어. 좋다. 좋아"
"민수야 24살 짜리가 벌써부터 노인네 소리 내냐"
"으어. 선생님 좋은걸 어떡합니까"
"그건 그렇고 민수야. 내가 생각하기에는 샤워실에 탕 하나만 만들었으면 좋겠다"
"아이고 선생님, 말단 직원인 제가 그런 문제를 어찌 해결합니까. 그런 말씀은 사장님께"
"박사장 성격이 대쪽 같으니깐 그렇지 이놈아"
"선생님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예끼 이놈"
이런 요구를 들은 것이 한 두 번은 아닌 듯 민수는 사장 핑계를 대며 유들하게 샤워실을 빠져나간다.
"룰루랄라 땀 흘리고 샤워하니 상쾌하구만. 옷을 입어볼까"
175 정도 되는 지극히 평범한 키지만 고된 노동을 해서 그런지 제법 탄력 있어 보이는 몸을 가진 민수는 탈의실에 달린 거울로 자신의 몸을 감상하며 팬티를 입는다.
"미안하다. 아직도 널 경험시켜 주지 못하는 나를"
무엇에게 미안한지 민수는 자신의 복부를 향해 사과를 하고는 옷을 마저 추스르고 관리실로 향한다.
끼이익.
민수가 관리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차가운 바람과 함께 민수의 자리에는 이미 박사장이 준비를 하였는지 얼굴이 동동 뜬 차가운 커피가 올려져 있다.
"사장님, 잘 먹겠습니다"
냉커피라고 별 거 없다. 그냥 맥심 커피를 뜨거운 물로 녹인 다음 얼음으로 차갑게 만든 커피랄까? 하지만 고된 노동을 한 후에 마시는 커피라 민수에게는 꿀 맛 같았다.
"으어. 사장님 커피 맛이 끝내줍니다"
"민수야 원샷했노? 목 젓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너무 맛있어서...."
"현대인이라면 커피의 향과 맛을 음미하면서 먹어야 되지 않겠노? 그게 머꼬"
자주 있는 일이고 그런 말 또한 악의적인 뜻은 없는지 민수와 박사장은 다시 서로의 업무에 집중한다.
"가만 있자. 아직 7월달 이용료를 안 낸 사람이 김수철, 박순복, 김민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을까 벌써 시계가 12시를 가르킨다.
"사장님 벌써 점심시간이네요"
"벌써 점심이노? 민수야 내는 이제 그만 퇴근하마"
"네 사장님, 들어가십시요"
"아차차. 민수야 오늘이 네 월급날이제? 자. 수고했다"
박사장은 품안의 흰 봉투를 꺼내어 민수에게 준다.
"어라 사장님, 왠 봉투입니까? 이제는 직접 주시는 겁니까?"
"월급은 이미 아까 인터넷으로 쐈다. 이건 보너스다"
"갑자기 왠 보너스를"
"내가 이렇게 더운 날 땀 삐질 삐질 흘리며 일하는 너의 모습을 보고 많이 느낀기라"
"당연히 해야 할 제 업무 중 하나인데...."
"기냥 주면 받아라"
"감사합니다, 사장님"
예상치 못하고 민수가 원하는 선물을 받았음일까? 민수의 눈가가 촉촉해진다.
"언제까지 내가 여기에서 근무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근무 할 동안은 열심히 하자"
사장의 선의에 감동을 느껴서 그런지 민수는 자신이 처음 들어온 날 했던 각오를 다시 한 번 되뇌인다.
꼬르륵.
감동과 각오도 잠시 점심식사를 보채는 민수의 위장이다.
"아까 받은 떡이랑 음료수로 점심을 대충 때우고 잠이나 자자"
민수는 배가 고팠는지 떡과 음료수를 허겁지겁 먹어 치우고는 의자를 연결하고는 그 위에 누워 잠깐 눈을 붙인다.
업무 중 단잠은 오랜 시간 근무를 하는 민수의 특권이기도 하다. 물론 회원이 몰리는 7~9시 사이의 퇴근 시간을 제외 하고는 말이다.
얼마나 잠을 잤을까?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똑. 똑. 똑.
"으음....네, 들어오십시오"
끼이익.
재빨리 몸을 추스른 민수의 귀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 후 모녀로 보이는 두 여성이 들어온다.
"무슨 일로...."
민수가 용건을 묻자 딸로 보이는 후덕한 체격의 20대 여성이 민수에게 말을 한다.
"테니스를 배우고 싶어서 왔는데요"
"아....초보자신가요?"
"네"
"그럼 아시는 분은 있구요?"
"아니요. 저희 엄마랑 저 둘 뿐인데요. 문제가 되나요?"
"문제 될 것 없습니다. 그럼 초보자시니 레슨을 받으시겠죠?"
"네, 전에도 테니스를 잠깐 쳐 본 적이 있었는데 전문적인 훈련을 안 받으면 라인 안에 넣지도 못하겠더라구요"
"맞습니다. 테니스는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죠. 저희 테니스장에는 코치님이 딱 한 분 계십니다"
"아 박코치님 알아요. 그 분께 배워도 상관 없어요"
"그럼 레슨비 20만원과 테니스장 이용료 13만원 합쳐서 총 33만원 되겠습니다. 두 분이시니 66만원이네요"
"66만원이요? 너무 비싼데....조금만 깎아 주세요"
"깎아 드리는 건 제 권한이 아니라서"
역시 경력 3년차답게 호락호락 넘어갈 민수가 아니다.
"그럼 다른 분께 말하면 깎아주시나요?"
"아시다시피 저희 테니스장은 실내로서 날씨와 계절에 상관 없이 이용이 가능합니다. 사실 이 근처로 보나 우리나라 전체로 보나 실내 테니스장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민수도 입에서는 쉴새 없이 가격의 타당함을 입증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손님도 어느 정도 긍정을 했는지 민수의 말들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 거리면서 동조를 한다.
"그래도 깎아주시지"
손님은 모기만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만 민수는 다시 반격에 나선다.
"앞서 말씀 드린 거 외에 저희 테니스장에서는 정기적으로 회원님들의 불만사항을 체크하여...."
"알았어요 그럼 내일 다시 올게요"
두 손님은 민수의 말에 KO가 되었는지 간단하게 대강 인사를 하고는 급히 빠져 나간다.
"내일이라. 성공이군"
내일과 같이 구체적으로 날짜를 지정하여 찾아온다는 사람은 정말 다시 찾아온다. 반면에 다음과 같은 구체적이지 않은 날짜를 말하는 손님은 절대 다시 찾아오지 않는 다는 게 민수의 경험이고 생각이다.
"으음....누가 깨워서 일어나면 잔 것 같지도 않고 찌푸둥 하더라"
몸이 찌푸둥한지 한창 기지개를 피던 민수는 시계를 쳐다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이제 슬슬 얼굴이나 비추러 갈까"
테니스장과 같이 사람을 상대하는 곳은 운동 시설의 수준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회원들 간의 관계이다.
하루 종일 외부와 단절된 관리실에 쳐 박혀 있기 보다는 여기저기 둘러보며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 주는 것도 민수의 업무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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