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覺醒)1.
너무나도 힘든 하루를 보낸 탓에 집에 들어오자 마자 쓰러져 잠들어 버린 그녀가 메시지를 확인한 것은 다음날 오전이 훨씬 지나서였다. 그녀가 확인한 메시지는 두 건이었다. 내일 오후 2시까지 그 스튜디오로 오라는 남자의 메시지와 사이트 주소만 표시 되어 있는 여자의 메시지. 이제 한 시간 남짓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곳에 가면 어떤 꼴을 당하게 될지는 너무나도 뻔한 일이었다. 갖은 수치와 모욕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고, 그녀는 다시 한번 몸과 마음 전부를 유린당하고 말 것이었다. 그녀는 무거워진 가슴을 안고 고민에 빠져들었다.
고민에 고민을 더해봐도 대답은 한가지였다. 그녀 스스로 그 끔찍한 상황 속으로 또 다시 발을 내디딜 수는 없었다.
‘아무런 일도… 아무런 일도 없었던 거야…아무런 일도…’
그녀는 스스로에게 주문이라도 거는 것처럼 마음을 다 잡았다. 그들의 요구는 무시해야 마땅한 것이었다. 그녀의 부끄러운 모습을 담은 사진이라는 약점을 그들이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쉽게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그녀는 남자의 요구를 묵살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렇게 결심을 한다고 해도 홀가분한 기분이 되지는 못했다. 강압적인 남자의 키스. 그녀와 혀를 엮은 채 그녀의 입술을 빨아들이던 남자의 입술, 그리고 그녀의 보지를 관통하고 그녀의 민감한 부분을 단번에 꿰뚫고 공략해 들어오던 남자의 거친 손길이 떠 오르자 그녀는 얼굴이 빨개졌다. 어제 남자친구와 했던 섹스에서 그녀를 더 높은 절정으로 끌고 갔던 이유 중에는 남자친구의 집요한 애무도 분명히 한 몫을 했지만 그녀가 처해 있던 촬영장에서의 상황과 그에 관한 기억도 틀림없이 작용하지 않았던가.
그녀는 그런 생각들을 지우려고 고개를 흔들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그녀의 고운 머리카락들이 찰랑거렸다. 세차게 고개를 젓는 탓에 잠옷으로 입고 있는 헐렁한 남자용 박스 티 안에서 그녀의 풍만한 가슴도 따라 흔들렸다. 노 브라인 가슴이 흔들려 박스티와 슬쩍 스치고 말았을 때 그녀는 그녀의 가슴에서 느껴지는 색다른 자극에 그녀는 흠칫했다.
‘아…! 이…이게 뭐…뭐지?’
그녀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손을 들어 팽팽한 탄력을 자랑하고 있는 가슴을 살며시 만져 보았다. 그녀의 손에 만져진 그녀의 가슴은 여느 때보다 한층 더 부풀어 있는 듯이 느껴졌다. 그녀의 손바닥 안에서 앵두 같은 그녀의 젖꼭지가 서서히 고개를 드는 것 같은 느낌이 느껴지자 그녀는 서둘러서 가슴에서 손을 떼었다. 주차장에서의 남자친구의 애무로 인한 자극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일 뿐이라고 치부하면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앞으로 향했다.
여자가 보낸 메시지의 사이트를 확인할 생각에서였다. 그녀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창을 열어 주소창에 여자가 보내온 사이트 주소를 입력했다. 모래시계가 돌아가면서 사이트가 열리는 순간 그녀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다. 마우스를 쥔 오른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컴퓨터 화면 가득히 펼쳐진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모습이었다. 자주빛 파티 의상을 입고 남자친구에게 가슴을 맡긴 채 앉아 있는 그녀. 옆트임이 길게 들어간 드레스 사이로 늘씬하고 육감적인 그녀의 다리와 허벅지가 노출되어 있었고, 그 허벅지를 따라 시선을 옮기면 거뭇한 그녀의 보지털이 수줍게 고슬거리고 있는 바로 그 사진이었던 것이다.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었지만 그녀는 한눈에 자신의 사진임을 알아 볼 수가 있었다. 더구나 사진 아래엔 음란한 새신부라는 제목과 함께 그녀의 전화번호가 앞자리까지 명기되어 있었어 그녀는 마치 그녀의 심장이 멈춰버리는 듯한 충격에 멍하니 모니터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바로 그 때였다. 그녀의 핸드폰이 새로운 메시지의 도착을 알렸다. 그녀는 흠칫 놀라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짤막한 두 줄의 메시지...남자였다.
‘사이트 봤나?
설마 안 올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거미줄에 걸려버린 한 마리의 고운 나비. 연약한 날개를 휘저어 거미줄에서 벗어나 보려고 애를 쓰지만 몸부림치면 칠수록 그녀를 옥죄어 오는 거미줄. 그녀는 마치 자신이 그런 나비가 되어버린 듯한 심정이었다. 스튜디오 안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남자와 여자의 눈빛과 비웃음이 차례로 기억 속에 되살아 나면서 그녀는 몸서리를 쳤다. 안타깝게도 더 이상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앞으로 한 시간 후 그녀는 다시 한번 어제와 같은 상황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똑똑똑…”
스튜디오 앞에서 그녀는 차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노크를 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마치 그녀의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처럼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녀가 문을 두드려도 안에서는 아무런 응대도 없었다. 몇 번 그렇게 문을 두드리던 그녀가 결국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서서히 열리는 문 안으로 어두운 스튜디오의 풍경이 보였다. 그녀가 노 팬티, 노 브라인 채로 웨딩드레스를 허리까지 걷어 올리고 바닥에 맨 엉덩이로 앉아 남자의 발가락을 하나하나 혀로 핥아가던 그 스튜디오의 문이 그녀 앞에 다시 열리고 있었다.
그녀는 주저하면서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섰다. 촬영 스텝들로 북적거리던 어제와는 달리 스튜디오는 조용하고 어두웠다.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그녀가 안으로 들어서 등 뒤로 문을 닫았지만 여전히 안쪽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차라리 아무도 없었으면…’
그녀는 기도라도 하는 것 같은 심정이 되었다. 만약 이 안에 아무도 없다면, 그래서 그녀가 무사히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녀의 무거운 가슴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문가에서 안쪽으로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천정 높은 스튜디오에 그녀의 걸음소리만이 또각또각 울려퍼졌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그녀가 안으로 들어서면 설수록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시련의 무게가 그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휴우 하는 작은 한숨 소리가 그녀의 작은 입에서 새어 나오는 순간이었다. 팟 하고 눈 앞이 밝아져 왔다. 높은 천장에 매달린 조명들이 일제히 불을 밝힌 것이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온통 환한 조명들이 이제부터 벌어질 일들을 똑똑히 지켜보겠다는 듯 그녀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왔으면 들어오지 않고 왜 노크질이야?”
눈을 떴다. 스튜디오 가운데 세팅되어 있는 침대에 남자가 앉아 있었다. 남자는 잔뜩 겁을 먹은 그녀를 위 아래로 찬찬히 훑어 보고는 픽 하고 비웃음을 날렸다.
“청바지에 단추 많은 블라우스라…
다 소용없는 짓이라는 걸 아직 모르는 모양이군”
그랬다. 혹시라도 하는 심정으로 그녀는 즐겨 입던 미니스커트와 발랄한 느낌의 티셔츠 대신에 청바지와 블라우스를 선택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달라붙는 스키니 진은 그녀의 각선미를 더욱 돋보이게 해 주었고, 그녀의 육감적인 허벅지를 더욱 강조해 주고 있었다. 그녀가 선택한 블라우스 역시 그녀의 보기 좋게 솟아 오른 가슴을 완전히 가려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남자는 그녀를 손가락으로 불렀다. 마지못해 그녀가 남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발걸음이 한발 더 남자 쪽으로 가까워졌을 때 남자는 이제 막 생각난 듯이 손바닥을 펴 그녀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아.. 옷은 벗고”
올 것이 왔다. 하지만 그녀가 스스로 벗게 될 줄은 몰랐다. 남자의 손길을 조금이라도 피해보고자 청바지와 단추 많은 블라우스를 입었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그녀의 손으로 벗어야 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남자의 말처럼 쉽게 벗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주저하는 몸짓으로 남자 앞에 서 있었다.
“왜? 스스로 벗기 힘든가?
그럼 명분을 만들어 주지”
그녀가 말을 하면서 그녀 앞에 사진을 한 장씩 던졌다. 그녀의 부끄러운 부분이 찍힌 사진들이 한 장씩 그녀의 발치에 떨어졌다. 사진 속의 그녀는 젖은 눈빛과 빨개진 얼굴로 수줍음을 감추고 있었다.
“사진이 전부 52장이야
시키는 걸 할 때마다 열 장씩 지워주지
어때? 그 정도면 명분이 되지 않나?”
하지만 믿을 수 없었다. 사진을 미끼로 이렇게 자신의 몸을 탐하는 남자의 말이기에 그녀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아 못 믿겠나 보지?
그럴 순 있겠지…
지금으로썬 믿으라는 말 밖에 못하겠지만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어차피 사진 따위는 더 필요 없어질 테니까.”
남자의 말이 100% 다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남자의 말대로 사진을 지워준다면 그 역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지금 그녀에겐 결코 손해는 아니었다. 명분은 명분이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블라우스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갔다.
너무나도 힘든 하루를 보낸 탓에 집에 들어오자 마자 쓰러져 잠들어 버린 그녀가 메시지를 확인한 것은 다음날 오전이 훨씬 지나서였다. 그녀가 확인한 메시지는 두 건이었다. 내일 오후 2시까지 그 스튜디오로 오라는 남자의 메시지와 사이트 주소만 표시 되어 있는 여자의 메시지. 이제 한 시간 남짓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곳에 가면 어떤 꼴을 당하게 될지는 너무나도 뻔한 일이었다. 갖은 수치와 모욕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고, 그녀는 다시 한번 몸과 마음 전부를 유린당하고 말 것이었다. 그녀는 무거워진 가슴을 안고 고민에 빠져들었다.
고민에 고민을 더해봐도 대답은 한가지였다. 그녀 스스로 그 끔찍한 상황 속으로 또 다시 발을 내디딜 수는 없었다.
‘아무런 일도… 아무런 일도 없었던 거야…아무런 일도…’
그녀는 스스로에게 주문이라도 거는 것처럼 마음을 다 잡았다. 그들의 요구는 무시해야 마땅한 것이었다. 그녀의 부끄러운 모습을 담은 사진이라는 약점을 그들이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쉽게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그녀는 남자의 요구를 묵살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렇게 결심을 한다고 해도 홀가분한 기분이 되지는 못했다. 강압적인 남자의 키스. 그녀와 혀를 엮은 채 그녀의 입술을 빨아들이던 남자의 입술, 그리고 그녀의 보지를 관통하고 그녀의 민감한 부분을 단번에 꿰뚫고 공략해 들어오던 남자의 거친 손길이 떠 오르자 그녀는 얼굴이 빨개졌다. 어제 남자친구와 했던 섹스에서 그녀를 더 높은 절정으로 끌고 갔던 이유 중에는 남자친구의 집요한 애무도 분명히 한 몫을 했지만 그녀가 처해 있던 촬영장에서의 상황과 그에 관한 기억도 틀림없이 작용하지 않았던가.
그녀는 그런 생각들을 지우려고 고개를 흔들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그녀의 고운 머리카락들이 찰랑거렸다. 세차게 고개를 젓는 탓에 잠옷으로 입고 있는 헐렁한 남자용 박스 티 안에서 그녀의 풍만한 가슴도 따라 흔들렸다. 노 브라인 가슴이 흔들려 박스티와 슬쩍 스치고 말았을 때 그녀는 그녀의 가슴에서 느껴지는 색다른 자극에 그녀는 흠칫했다.
‘아…! 이…이게 뭐…뭐지?’
그녀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손을 들어 팽팽한 탄력을 자랑하고 있는 가슴을 살며시 만져 보았다. 그녀의 손에 만져진 그녀의 가슴은 여느 때보다 한층 더 부풀어 있는 듯이 느껴졌다. 그녀의 손바닥 안에서 앵두 같은 그녀의 젖꼭지가 서서히 고개를 드는 것 같은 느낌이 느껴지자 그녀는 서둘러서 가슴에서 손을 떼었다. 주차장에서의 남자친구의 애무로 인한 자극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일 뿐이라고 치부하면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앞으로 향했다.
여자가 보낸 메시지의 사이트를 확인할 생각에서였다. 그녀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창을 열어 주소창에 여자가 보내온 사이트 주소를 입력했다. 모래시계가 돌아가면서 사이트가 열리는 순간 그녀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다. 마우스를 쥔 오른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컴퓨터 화면 가득히 펼쳐진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모습이었다. 자주빛 파티 의상을 입고 남자친구에게 가슴을 맡긴 채 앉아 있는 그녀. 옆트임이 길게 들어간 드레스 사이로 늘씬하고 육감적인 그녀의 다리와 허벅지가 노출되어 있었고, 그 허벅지를 따라 시선을 옮기면 거뭇한 그녀의 보지털이 수줍게 고슬거리고 있는 바로 그 사진이었던 것이다.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었지만 그녀는 한눈에 자신의 사진임을 알아 볼 수가 있었다. 더구나 사진 아래엔 음란한 새신부라는 제목과 함께 그녀의 전화번호가 앞자리까지 명기되어 있었어 그녀는 마치 그녀의 심장이 멈춰버리는 듯한 충격에 멍하니 모니터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바로 그 때였다. 그녀의 핸드폰이 새로운 메시지의 도착을 알렸다. 그녀는 흠칫 놀라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짤막한 두 줄의 메시지...남자였다.
‘사이트 봤나?
설마 안 올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거미줄에 걸려버린 한 마리의 고운 나비. 연약한 날개를 휘저어 거미줄에서 벗어나 보려고 애를 쓰지만 몸부림치면 칠수록 그녀를 옥죄어 오는 거미줄. 그녀는 마치 자신이 그런 나비가 되어버린 듯한 심정이었다. 스튜디오 안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남자와 여자의 눈빛과 비웃음이 차례로 기억 속에 되살아 나면서 그녀는 몸서리를 쳤다. 안타깝게도 더 이상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앞으로 한 시간 후 그녀는 다시 한번 어제와 같은 상황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똑똑똑…”
스튜디오 앞에서 그녀는 차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노크를 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마치 그녀의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처럼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녀가 문을 두드려도 안에서는 아무런 응대도 없었다. 몇 번 그렇게 문을 두드리던 그녀가 결국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서서히 열리는 문 안으로 어두운 스튜디오의 풍경이 보였다. 그녀가 노 팬티, 노 브라인 채로 웨딩드레스를 허리까지 걷어 올리고 바닥에 맨 엉덩이로 앉아 남자의 발가락을 하나하나 혀로 핥아가던 그 스튜디오의 문이 그녀 앞에 다시 열리고 있었다.
그녀는 주저하면서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섰다. 촬영 스텝들로 북적거리던 어제와는 달리 스튜디오는 조용하고 어두웠다.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그녀가 안으로 들어서 등 뒤로 문을 닫았지만 여전히 안쪽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차라리 아무도 없었으면…’
그녀는 기도라도 하는 것 같은 심정이 되었다. 만약 이 안에 아무도 없다면, 그래서 그녀가 무사히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녀의 무거운 가슴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문가에서 안쪽으로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천정 높은 스튜디오에 그녀의 걸음소리만이 또각또각 울려퍼졌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그녀가 안으로 들어서면 설수록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시련의 무게가 그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휴우 하는 작은 한숨 소리가 그녀의 작은 입에서 새어 나오는 순간이었다. 팟 하고 눈 앞이 밝아져 왔다. 높은 천장에 매달린 조명들이 일제히 불을 밝힌 것이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온통 환한 조명들이 이제부터 벌어질 일들을 똑똑히 지켜보겠다는 듯 그녀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왔으면 들어오지 않고 왜 노크질이야?”
눈을 떴다. 스튜디오 가운데 세팅되어 있는 침대에 남자가 앉아 있었다. 남자는 잔뜩 겁을 먹은 그녀를 위 아래로 찬찬히 훑어 보고는 픽 하고 비웃음을 날렸다.
“청바지에 단추 많은 블라우스라…
다 소용없는 짓이라는 걸 아직 모르는 모양이군”
그랬다. 혹시라도 하는 심정으로 그녀는 즐겨 입던 미니스커트와 발랄한 느낌의 티셔츠 대신에 청바지와 블라우스를 선택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달라붙는 스키니 진은 그녀의 각선미를 더욱 돋보이게 해 주었고, 그녀의 육감적인 허벅지를 더욱 강조해 주고 있었다. 그녀가 선택한 블라우스 역시 그녀의 보기 좋게 솟아 오른 가슴을 완전히 가려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남자는 그녀를 손가락으로 불렀다. 마지못해 그녀가 남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발걸음이 한발 더 남자 쪽으로 가까워졌을 때 남자는 이제 막 생각난 듯이 손바닥을 펴 그녀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아.. 옷은 벗고”
올 것이 왔다. 하지만 그녀가 스스로 벗게 될 줄은 몰랐다. 남자의 손길을 조금이라도 피해보고자 청바지와 단추 많은 블라우스를 입었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그녀의 손으로 벗어야 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남자의 말처럼 쉽게 벗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주저하는 몸짓으로 남자 앞에 서 있었다.
“왜? 스스로 벗기 힘든가?
그럼 명분을 만들어 주지”
그녀가 말을 하면서 그녀 앞에 사진을 한 장씩 던졌다. 그녀의 부끄러운 부분이 찍힌 사진들이 한 장씩 그녀의 발치에 떨어졌다. 사진 속의 그녀는 젖은 눈빛과 빨개진 얼굴로 수줍음을 감추고 있었다.
“사진이 전부 52장이야
시키는 걸 할 때마다 열 장씩 지워주지
어때? 그 정도면 명분이 되지 않나?”
하지만 믿을 수 없었다. 사진을 미끼로 이렇게 자신의 몸을 탐하는 남자의 말이기에 그녀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아 못 믿겠나 보지?
그럴 순 있겠지…
지금으로썬 믿으라는 말 밖에 못하겠지만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어차피 사진 따위는 더 필요 없어질 테니까.”
남자의 말이 100% 다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남자의 말대로 사진을 지워준다면 그 역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지금 그녀에겐 결코 손해는 아니었다. 명분은 명분이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블라우스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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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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