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부를 들썩이는 남규리의 하체는 활짝 열려 있었다. 남자를 받아 드리고 싶어 안달을 하는 몸부림이었다. 남자들과 육체관계 경험이 다분한 그녀는 이렇게 잔인한 테크닉은 처음 느꼈다. 손가락과 혓바닥만으로도 그녀는 촛농처럼 뜨겁게 녹아내리는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그녀는 강민우의 애무만으로도 다른 남자에게서 느낄 수 없는 강렬한 엑스터시를 느꼈다.
강민우가 그녀의 몸 위에 체중을 실었다. 그녀는 몸속으로 치밀고 들어오는 우람한 남성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녀는 골반이 뻐근한 감촉을 느껴 하복부를 내려다보니 한손으로 움켜쥐기도 어려운 남성이 보였다.
근육으로 뭉쳐진 자지가 보지 깊숙이 파고드는 쾌감에 그녀는 기절할 것만 같았다. 그녀의 보지 속에서는 희열의 눈물이 봇물처럼 터져 흘렀다. 항상 임신을 두려워하던 그녀는 남성의 뜨거운 열기를 거침없이 받아드리며 안간힘을 썼다.
“서, 선생님! 난 몰라. 하 앙!”
“음~! 남자를 느끼는 표정도 에로틱 해........”
강민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남규리의 보지 속을 강렬하게 헤집었다. 그녀는 뼈끝까지 잇닿는 포만감에 진절머리를 쳤다. 몸 속의 세포마다 일어나는 돌기들이 일그러지는 쾌감에 어찌할바를 보른다. 두 사람은 들짐승 같은 거친 호흡을 토해내며 섹스에 몰두하였다. 그녀의 몸속에서는 감격의 눈물이 터져 나온다.
"하 으! 아 항~"
쾌감을 이지지 못한 그녀는 이를 악물고 남자에게 매달린다. 그녀는 허겁지겁 남자의 입술을 물고 진절머리를 쳤다. 끈적끈적하게 이어지는 오르가즘을 느끼던 그녀는 지쳐서 축 늘어졌다. 그녀가 지쳐서 축 늘어진 것을 보고나서야 강민우는 인내심을 풀고 경직되었다. 남규리는 희열에 가득찬 뜨거운 진액이 자궁 속까지 들어오는 아찔함에 남자에게 매달렸다.
"하 윽~! 난 몰라."
습한 열기와 거칠어진 호흡을 흘리며 침묵이 이어졌다. 남규리는 너무나 강렬한 육체관계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남자의 성욕은 순간적으로 폭발하지만 여성의 성욕은 장작불처럼 타오른다. 숨을 몰아쉬던 강민우는 흥건해진 땀을 식히려고 그녀의 몸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그런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던 그녀가 왈칵 그의 허리를 붙들고 매달렸다.
“조, 조금만 있어줘요.”
그녀는 이렇게 강렬한 쾌감을 느껴 본 기억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지쳤어도 그녀는 남아있는 성감의 찌꺼기까지도 음미하고 싶었다. 아직도 강민우의 남성은 그녀의 비역 안에서 꿈틀거렸다. 남자의 몸 밑에 깔려 습한 목소리를 흘리는 남규리의 둔부가 꼼지락 거렸다. 결국은 스스로 매달리고 있는 그녀를 내려다보는 강민우는 내심 희소를 흘린다.
“규리 표정은 예술적이야.”
“피 잇~! 몰라요. 날 이렇게 만들어 놓고.”
“좋은 작품이 나올 거야. 그런데, 작품 배경도 별로 좋지 않고, 일본에 다녀와야 하는데........”
“왜요?”
“일본 작가협회와 미팅이 있어서. 어쩌지?”
“다녀오세요.”
“난 규리 같은 모델과 작업하기를 원했어.”
“그런데........! 촬영 작업할 장소가 괜찮은 데가 있기는 한데........”
“어디 좋은데 있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난규리가 천장을 바라보며 눈동자를 굴렸다. 강민우는 최재인과 만나는 그녀의 거주지를 알아내려고 했다. 그녀의 말에 관심을 갖고 슬그머니 그녀의 몸 위에서 내려와 나란히 누웠다. 그리고 그녀의 유두를 애무해 주었다.
남규리는 최재인이 구입해준 자신의 별장을 촬영장소로 쓰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단지, 최재인과 만나는 날만 피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유명한 연예인이 되지 않더라도 강민우를 놓치고 싶지 않다. 어쩌면 강민우와의 인연이 계속되면 최재인과의 인연을 끊어도 될 상황인지도 모른다.
“사실은 춘천에 작은 아버지 별장이 있어요. 그런데 수요일과 일요일은 작은아버지가 사용하는데 어떡하죠?”
“그럼, 그날은 작품도 구상도하며 쉬는 것도 좋지.”
“그렇게 할까요?”
“규리만 좋다면 문제는 없지. 오늘이 월요일이니, 내가 일본 다녀오는 날이 수요일이네.”
“아! 그러네요. 언제, 일본에 가세요?”
“내일 오후 항공권이 예약되어 있어.”
“그럼 내일 낮에 같이 별장에 가서 촬영 작업하고, 목요일에 다시 시작하면 되겠네요.”
“그래도 괜찮겠어?”
“저, 저는 좋아요. 아 이! 몰라.”
대답을 하다가 별안간 남규리는 습기어린 목소리를 흘렸다. 유두를 애무하던 강민우의 손길이 촉촉한 비역을 건드리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시 달아오르는 성감을 견디지 못해 허리를 비틀었다. 몽롱한 눈빛으로 강민우를 쳐다보는 그녀는 하얗게 눈을 흘겼다. 강민우가 다시 그녀의 알몸위에 체중을 실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가 그에게 매달린다. 입술이 다시 입술을 찾고 그녀는 강민우의 성난 남성을 받아들인다. 성감이 다시 급상승하고 그녀는 더욱 스스럼없는 몸놀림으로 매달린다. 그녀는 깊숙한 곳의 돌기들이 짓이겨 때마다 바들바들 떨며 맹렬하게 솟구치는 성욕의 불길 속에 빠져든다. 그녀로서는 감당하기도 벅찬 강렬한 쾌감이었다. 그녀는 지칠 줄 모르는 남자의 활화산 같은 정력에 감탄 할 뿐이었다.
땅거미도 사라진지 오래고 어둠이 내려앉은 호수위에는 안개마저 짙게 깔려있다. 녹슨 철로 길을 지나 대로를 벗어나면 걷기 좋은 좁은 숲길이 보인다. 달빛도 없는 별빛만이 비치는 어두운 숲길이었다. 숲에서 들고양이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걸어 나와 주위를 살피다가 펄쩍 뛰어 사라진다. 이어서 개구리와 풀벌레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검은 그림자의 사내가 나타난다.
등에 작은 배낭을 걸머진 사내는 소리 없는 발걸음으로 재빠르게 숲길을 걸어 올라간다. 숲길의 끝에는 양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있고 각각의 길 끝에는 현대식 별장이 들어서 있다. 사내는 빠른 몸놀림으로 오른편 방향의 길로 접어든다. 희미한 불빛이 흘러나오는 별장 앞에 선 사내는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별장 뒤로 돌아간다. 사내는 주위를 살핀다. 별장 뒤에는 아름드리나무가 있었고 높은 곳에 뻗어있는 나뭇가지는 별장 지붕을 향해 있었다.
사내는 이내 다람쥐처럼 아름드리 나무위로 기어 올라가더니 배낭에서 망원경을 꺼낸다. 망원경으로 희미한 불빛이 흘러나오는 창문들을 바라본다. 그가 바라보는 곳은 별장의 주방을 겸한 거실과 침실 창문이었다. 다시 배낭을 짊어진 사내는 높은 가지 끝에 매달린다. 앞뒤로 그네를 타듯이 몸을 흔들더니 사뿐히 별장 지붕위에 올라섰다. 지붕위에서 조심스럽게 이동한 사내는 엎드려서 소형랜턴을 켜서 발밑의 지붕기와를 비친다. 랜턴 불빛에 사내의 모습이 들어난다. 그는 남규리에게 데이비스 진이라는 사진작가 이름으로 접근했던 강민우였다.
몸을 허락할 정도로 남규리는 강민우를 신임하게 되었다. 강민우의 계획대로 일차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그녀는 최재인과 밀회를 하는 자신의 주거지이기도한 별장을 안내했다. 낮 시간에는 별장에서 그녀를 모델삼아 촬영 작업을 했다. 그녀는 강민우가 일본으로 간 줄 알고 있을 것이다.
강민우는 촬영 작업을 하면서 별장 안으로 침입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틈틈이 건물 구조를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출입구나 창문마다 보안 경비시설이 시설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건들이면 비상벨이 울리고 파출서와 연락되는 시스템이었다. 침입할 수 있는 방법은 단하나 천장으로 들어가는 방법뿐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랜턴을 밝힌 그는 기왓장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기왓장을 들어내니 황토 흙이 보인다. 황토 흙을 걷어내고 널빤지를 빼냈다. 중간에 걸린 서까래를 비틀어 젖혔다. 조심스럽게 다루었지만, 서까래에 걸렸던 황토 흙 찌꺼기가 쏟아져 내려갔다. 그는 잠시 귀를 기우리고 동태를 살핀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을 확인한 강민우는 입에 물었다. 서까래를 붙잡고 매달리면서 랜턴불빛에 비치는 버팀목을 밟고 내려섰다. 버팀목 사이에 넓은 판넬이 깔려 있었다. 판넬 한 장을 들어내고 어두운 공간을 랜턴으로 비추니 다락방이었다. 그는 사뿐히 다락방에 내려섰다. 다락방 문을 열고 보니 그가 예상한대로 아래층 거실로 이어지는 층계가 보였다. 살쾡이처럼 발소리를 죽여 층계를 내려간다.
거실 안으로 들어온 강민우가 우선해야 할일은 주위를 살피는 것이다. 지금 집안에는 남규리뿐 일 것이다. 침실 문틈으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침실 문 앞으로 다가가서 귀를 기울여보고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돌린다. 붉은 침대 등불아래 남규리의 모습이 보였다. 속이 훤히 비치는 네글리제를 입고 잠들어 있는 선정적인 모습이다.
강민우는 발가벗은 알몸으로 매달리던 그녀의 엑스터시에 젖어들었던 표정을 떠올렸다. 생각보다도 성욕이 강한 여자였다. 손잡이를 돌려 침실 문을 닫고 돌아선다. 거실 벽의 진열장들을 랜턴 불빛으로 비추어 본다. 그는 주방 쪽의 진열장 앞으로 다가섰다. 그 진열장 상단에 그가 찾는 양주병이 보인다. 발렌타인 30년산! 양주를 즐겨 마신다는 최재인과 남규리를 위해 선물 한 것이다.
강민우는 등에 걸머졌던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묽은 액체가 담긴 유리병과 주사기를 꺼냈다. 유리병 속의 액체를 주사기에 주입한다. 액체를 주입한 주사기를 다시 양주병에 꽂고 주입을 한다. 그리고 라이터 불을 켜서 주사기가 주입되었던 흔적이 있는 양주병 뚜껑에 열을 가한다. 양주병을 진열장에 올려놓은 그는 주위를 둘러보고 다락방으로 향한 층계를 오른다.
지붕위에 다시 강민우의 모습이 들어났다. 천장의 판넬을 제자리에 올려놓은 것을 확인한 그는 기왓장을 끼워 맞춘다. 그리고 사뿐히 내닫더니 아름드리나무의 가지를 움켜쥔다. 아름드리나무를 내려온 그는 천천히 별장 앞으로 가서 뒤돌아본다. 그리고 어둠 속의 숲속 길로 사라진다.
어둠을 밝히는 태양이 중천에 걸려있었다. 왕릉의 잔디가 조금씩 갈색으로 변하고 있다. 적막이 깔린 조용한 사무실 안에 자신의 책상 앞에 앉은 강민우가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는 둔 손을 마주잡고 깍지를 껴 보이더니 메모지를 꺼내 간단한 메모를 한다. 메모지를 들고 벌떡 일어났다. 의자가 주르륵 밀려 벽에 부딪쳤다.
의자가 벽에 부딪치는 소리에 책상에 엎드려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던 문경환이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강민우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사무실 입구를 향해 부지런히 걸어간다.
“난, 다녀 올 곳이 있으니, 시간되면 자네는 퇴근해도 돼.”
“어디 가시는데요?”
강민우는 문경환의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문을 열고 나갔다. 사무실에 혼자 남은 문경환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일어나서 기지개를 켠다. 입맛을 다신 그는 보고 있던 서류철을 강민우의 책상위에 가져 놓는다. 그리고 강민우의 책상위에 놓인 서류들을 뒤적인다.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온 강민우는 복도에서서 갑자기 방향을 잃은 사람처럼 주춤 거렸다.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 여자 직원의 모습이 보인다. 송나희와 친근한 전산실 요원 유서연이었다. 강민우가 몇 번인가 전산자료를 뽑기 위해 도움을 받고 커피를 같이 마신 적이 있었다.
유서연이 생글거리며 마주보고 다가왔다. 그리고 공연히 눈웃음을 치며 무슨 말인가 하려는 듯이 주춤거렸다. 강민우가 미소를 띠며 지나치자 그녀는 고개를 까닥여 인사를 한다. 큰 건물이지만 복도를 지나다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잠시 망설이던 강민우는 전산실이 있는 복도로 향한다. 통제구역을 알리는 붉은 선이 대각선으로 그어진 표지의 문 옆에는 사복을 한 경비원들이 서 있었다. 강민우가 다가서자 경비요원들이 부동자세로 경례를 한다. 강민우는 고개를 꾸벅여 보이고 전산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업무를 하고 있는 전산실 안을 둘러본다. 전산실 안에는 재개발된 도심지를 축소해 놓은 듯이 정리된 테이블마다 요원들이 기계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헤드셋을 착용한 여자 요원들 중에 송나희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모든 요원들이 각자의 테이블 앞에 앉아 있지만 유독 혼자서 통로에 서 있는 중년남자가 있었다.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남자는 도수 높은 안경을 끼고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바로 전산실의 책임자 최재인 실장이었다. 최 실장의 시선이 강민우에게 향했다. 마치 자신의 구역을 침범한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눈초리였다. 시선이 마주친 강민우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하지만 최 실장은 이내 강민우에게 관심이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무안함을 느낄 만도 하지만 강민우는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요원들이 업무를 하는 테이블 사이를 걸어갔다.
각자 업무에 열중인 요원들은 누구도 강민우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다. 강민우는 송나희의 등 뒤를 지나면서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핀다. 그리고 그녀의 책상위에 쪽지를 떨어트리고 정기춘에게 향한다. 송나희가 책상위에 떨어진 쪽지를 집어 들고 뒤를 돌아봤다. 강민우의 뒷모습을 보고 그녀는 미소를 띠며 쪽지를 펴들었다.
[잠간 바람 쏘일래요? 차에서 기다릴게.]
홍조를 띤 송나희는 쪽지를 구겨서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다른 요원들의 시선을 의식한 그녀가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모두들 자신의 업무에 열중하고 있고 강민우는 정기춘의 등 뒤로 다가서고 있었다. 등 뒤로 다가서는 인기척을 느끼고 정기춘이 고개를 돌려본다. 강민우임을 알고 정기춘이 헤드셋을 벗어들었다.
“어! 민우. 요즘 전산실에 자주 들리네!”
“여기 분위기가 좋은 게지.”
“하~! 미스 송이 있어서 분위기가 좋아 보이나!?”
“쉬 잇!”
강민우가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한쪽 눈을 질끈 감아 보인다. 정기춘의 어깨를 툭툭 친 강민우가 뒤돌아서서 테이블 사이를 빠져 나간다. 송나희는 등 뒤로 걸어가는 강민우를 의식한다. 그리고 어깨를 슬며시 스치고 지나는 그의 손길의 감각을 느낀다. 전산실을 나가고 있는 강민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정기춘이 송나희를 향해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정기춘은 강민우와 송나희가 연인사이처럼 가까워지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그러나 강민우도 송나희도 서로에 대한 마음을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다만 서로에 대한 감정을 느낌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고 서로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어쩌면 언어로 표현하는 것보다 짙은 애정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강민우는 주차장에 세워둔 지프차 안에서 송나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따금 건물 입구와 비상문으로 통하는 샛길을 바라본다. 나무 숲 옆을 지나는 샛길로 카키색 점퍼와 바지를 걸친 송나희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따금 뒤를 돌아보며 스포츠 운동복의 모델처럼 스포티한 걸음으로 걸어오는 그녀를 강민우는 뚫어지게 바라본다.
지프차로 다가온 송나희는 주위를 살피면서 재빠르게 조수석에 올라앉는다. 시선을 마주한 그들은 정겨운 미소를 교환한다. 건물 주위에는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강민우는 말없이 시동이 걸려 있는 지프차의 사이드브레이크를 풀고 기어를 넣는 동시에 가속 페달을 밟는다.
둔탁한 엔진소리와 함께 지프차가 주차장을 벗어난다. 왕릉 입구를 벗어난 지프차가 한적한 도로를 질주하여 번화가로 접어든다. 그때서야 강민우는 속도를 줄이며 입을 열었다.
“바쁜데 나오라고 했나!?”
“아니요. 별로 바쁘지 않아요.”
사거리에서 천천히 핸들을 꺾으면서 강민우가 힐끗 송나희를 쳐다본다. 그녀의 목에는 자신이 선물한 목걸이가 반짝이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친 송나희는 눈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강민우에게 팔을 뻗친다. 강민우의 상의 옷깃이 접힌 것을 펴주기 위해서였다. 강민우는 코앞에 보이는 그녀의 화장기 없는 맑은 얼굴에서 청초한 이미지를 느꼈다.
지프차는 계속 남쪽 도로를 타고 달려서 한강변에 닿았다. 강변도로에 들어서자 강민우는 지프차의 속도를 늦추었다. 송나희는 무척 여유로운 표정으로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항상 집과 직장을 오가는 그녀에게는 오래간만의 마음이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강민우가 그녀의 옆얼굴을 곁눈질해서 본다.
“출퇴근하기에 집이 너무 멀고 옹색하지 않은가?”
“처음에는 그렇게도 느꼈는데, 이제는 습관이 되서 모르겠어요.”
“가까운 사내로 집을 옮기지.”
“여건도 안 되지만, 별로 불편한 것을 못 느끼겠어요.”
“내가 좀 도와주면 안 되나?”
“민우씨가 도와준다고요!? 괜찮아요.”
“한번 생각해봐.”
“........!?”
송나희는 대답대신 미소를 띠고 손톱을 만지작거린다. 집을 옮기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강민우의 도움을 받는 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강민우의 배려 깊은 마음에 감동을 할 뿐이다. 강민우는 자신의 말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녀의 표정을 살핀다.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을 보아 더 이상 강요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요즘도 야근이 많은가?”
“아뇨! 전산실에 야근은 많지 않아요. 이따금 긴급 상황 시에만 있어요.”
“야근 할 때, 최 실장도 같이 있어?”
“가끔요.”
“정기춘이 뭐라고 안 그래?”
“호호~! 뭐라고 하긴요! 그런데.......며칠 전에 지나가는 말로, 민우씨가 왜 중정에 관한 기록에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음.......! 그래!”
“네.”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던 지프차는 한강 상류 지역을 달리고 있었다. 강민우는 한적한 강변의 작은 언덕의 공터로 들어가 지프차를 세웠다. 강물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차창으로 들어와 상쾌하였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 위에 떠있는 오리들이 자맥질 하는 모습이 한가롭게 보였다.
“최재인 실장은 어떤 사람이지?”
“평소에 말도 없고, 직원들도 잘 모르나 봐요.”
강민우가 대답을 하는 송나희를 쳐다본다. 하얀 피부의 그녀 얼굴에서 나이보다 앳되어 보이는 상큼함을 느낀다. 고개를 돌린 송나희가 그를 바라본다. 뚫어지게 바라보는 강민우의 시선을 느낀 그녀의 짙은 속눈썹이 가늘게 떨린다. 이제는 바라만 보고 있어도 사랑이라는 단어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그들이었다.
강민우가 천천히 팔을 뻗어 송나희의 어깨를 감싼다. 그녀는 어깨를 당기는 그의 팔에 다소곳이 이끌리어 가슴에 안겼다. 강민우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입술을 찾았다. 그녀는 사르르 눈을 감고 강민우의 열정적인 숨결을 느낀다. 강민우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깊게 눌렀다. 입술과 입술이 마찰하며 서로에 대한 애정을 교환한다.
그들은 이따금 만나면 농도 깊은 키스로 서로에 대한 감정을 느낀다. 송나희는 팔을 뻗쳐 강민우의 목을 감싸고 매달렸다. 그녀는 입술을 헤집고 들어오는 강민우의 혀를 받아 드린다. 혀와 혀가 엉키어 습한 열정에 달아오른다. 강민우의 손길이 그녀의 점퍼 재킷 지퍼를 끌어 내렸다. 재킷 속으로 들어온 손길이 브래지어를 밀어 내리고 젖가슴을 더듬는다.
강민우의 손가락사이에 걸린 그녀의 젖꼭지가 돌기를 일으킨다. 강민우의 거칠어지는 숨결과 함께 그녀는 파르르 떨었다. 그들은 아직 한 몸이 되지 않았지만, 마치 부부 같은 깊은 감정을 갖고 있다. 농도 깊은 키스와 애무를 받는 송나희는 아늑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기증을 느낀다. 강민우 역시 당장이라도 그녀를 소유하고 싶은 욕구의 불길에 휩싸인다.
어디선가 날아드는 들새의 날개를 퍼덕이는 소리와 함께 구성진 노랫가락, 그리고 인기척이 들린다. 서로를 포옹하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던 그들은 흠칫 놀랬다. 눈동자를 크게 뜬 송나희가 강민우의 가슴에서 벗어났다.----
강민우가 그녀의 몸 위에 체중을 실었다. 그녀는 몸속으로 치밀고 들어오는 우람한 남성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녀는 골반이 뻐근한 감촉을 느껴 하복부를 내려다보니 한손으로 움켜쥐기도 어려운 남성이 보였다.
근육으로 뭉쳐진 자지가 보지 깊숙이 파고드는 쾌감에 그녀는 기절할 것만 같았다. 그녀의 보지 속에서는 희열의 눈물이 봇물처럼 터져 흘렀다. 항상 임신을 두려워하던 그녀는 남성의 뜨거운 열기를 거침없이 받아드리며 안간힘을 썼다.
“서, 선생님! 난 몰라. 하 앙!”
“음~! 남자를 느끼는 표정도 에로틱 해........”
강민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남규리의 보지 속을 강렬하게 헤집었다. 그녀는 뼈끝까지 잇닿는 포만감에 진절머리를 쳤다. 몸 속의 세포마다 일어나는 돌기들이 일그러지는 쾌감에 어찌할바를 보른다. 두 사람은 들짐승 같은 거친 호흡을 토해내며 섹스에 몰두하였다. 그녀의 몸속에서는 감격의 눈물이 터져 나온다.
"하 으! 아 항~"
쾌감을 이지지 못한 그녀는 이를 악물고 남자에게 매달린다. 그녀는 허겁지겁 남자의 입술을 물고 진절머리를 쳤다. 끈적끈적하게 이어지는 오르가즘을 느끼던 그녀는 지쳐서 축 늘어졌다. 그녀가 지쳐서 축 늘어진 것을 보고나서야 강민우는 인내심을 풀고 경직되었다. 남규리는 희열에 가득찬 뜨거운 진액이 자궁 속까지 들어오는 아찔함에 남자에게 매달렸다.
"하 윽~! 난 몰라."
습한 열기와 거칠어진 호흡을 흘리며 침묵이 이어졌다. 남규리는 너무나 강렬한 육체관계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남자의 성욕은 순간적으로 폭발하지만 여성의 성욕은 장작불처럼 타오른다. 숨을 몰아쉬던 강민우는 흥건해진 땀을 식히려고 그녀의 몸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그런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던 그녀가 왈칵 그의 허리를 붙들고 매달렸다.
“조, 조금만 있어줘요.”
그녀는 이렇게 강렬한 쾌감을 느껴 본 기억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지쳤어도 그녀는 남아있는 성감의 찌꺼기까지도 음미하고 싶었다. 아직도 강민우의 남성은 그녀의 비역 안에서 꿈틀거렸다. 남자의 몸 밑에 깔려 습한 목소리를 흘리는 남규리의 둔부가 꼼지락 거렸다. 결국은 스스로 매달리고 있는 그녀를 내려다보는 강민우는 내심 희소를 흘린다.
“규리 표정은 예술적이야.”
“피 잇~! 몰라요. 날 이렇게 만들어 놓고.”
“좋은 작품이 나올 거야. 그런데, 작품 배경도 별로 좋지 않고, 일본에 다녀와야 하는데........”
“왜요?”
“일본 작가협회와 미팅이 있어서. 어쩌지?”
“다녀오세요.”
“난 규리 같은 모델과 작업하기를 원했어.”
“그런데........! 촬영 작업할 장소가 괜찮은 데가 있기는 한데........”
“어디 좋은데 있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난규리가 천장을 바라보며 눈동자를 굴렸다. 강민우는 최재인과 만나는 그녀의 거주지를 알아내려고 했다. 그녀의 말에 관심을 갖고 슬그머니 그녀의 몸 위에서 내려와 나란히 누웠다. 그리고 그녀의 유두를 애무해 주었다.
남규리는 최재인이 구입해준 자신의 별장을 촬영장소로 쓰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단지, 최재인과 만나는 날만 피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유명한 연예인이 되지 않더라도 강민우를 놓치고 싶지 않다. 어쩌면 강민우와의 인연이 계속되면 최재인과의 인연을 끊어도 될 상황인지도 모른다.
“사실은 춘천에 작은 아버지 별장이 있어요. 그런데 수요일과 일요일은 작은아버지가 사용하는데 어떡하죠?”
“그럼, 그날은 작품도 구상도하며 쉬는 것도 좋지.”
“그렇게 할까요?”
“규리만 좋다면 문제는 없지. 오늘이 월요일이니, 내가 일본 다녀오는 날이 수요일이네.”
“아! 그러네요. 언제, 일본에 가세요?”
“내일 오후 항공권이 예약되어 있어.”
“그럼 내일 낮에 같이 별장에 가서 촬영 작업하고, 목요일에 다시 시작하면 되겠네요.”
“그래도 괜찮겠어?”
“저, 저는 좋아요. 아 이! 몰라.”
대답을 하다가 별안간 남규리는 습기어린 목소리를 흘렸다. 유두를 애무하던 강민우의 손길이 촉촉한 비역을 건드리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시 달아오르는 성감을 견디지 못해 허리를 비틀었다. 몽롱한 눈빛으로 강민우를 쳐다보는 그녀는 하얗게 눈을 흘겼다. 강민우가 다시 그녀의 알몸위에 체중을 실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가 그에게 매달린다. 입술이 다시 입술을 찾고 그녀는 강민우의 성난 남성을 받아들인다. 성감이 다시 급상승하고 그녀는 더욱 스스럼없는 몸놀림으로 매달린다. 그녀는 깊숙한 곳의 돌기들이 짓이겨 때마다 바들바들 떨며 맹렬하게 솟구치는 성욕의 불길 속에 빠져든다. 그녀로서는 감당하기도 벅찬 강렬한 쾌감이었다. 그녀는 지칠 줄 모르는 남자의 활화산 같은 정력에 감탄 할 뿐이었다.
땅거미도 사라진지 오래고 어둠이 내려앉은 호수위에는 안개마저 짙게 깔려있다. 녹슨 철로 길을 지나 대로를 벗어나면 걷기 좋은 좁은 숲길이 보인다. 달빛도 없는 별빛만이 비치는 어두운 숲길이었다. 숲에서 들고양이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걸어 나와 주위를 살피다가 펄쩍 뛰어 사라진다. 이어서 개구리와 풀벌레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검은 그림자의 사내가 나타난다.
등에 작은 배낭을 걸머진 사내는 소리 없는 발걸음으로 재빠르게 숲길을 걸어 올라간다. 숲길의 끝에는 양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있고 각각의 길 끝에는 현대식 별장이 들어서 있다. 사내는 빠른 몸놀림으로 오른편 방향의 길로 접어든다. 희미한 불빛이 흘러나오는 별장 앞에 선 사내는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별장 뒤로 돌아간다. 사내는 주위를 살핀다. 별장 뒤에는 아름드리나무가 있었고 높은 곳에 뻗어있는 나뭇가지는 별장 지붕을 향해 있었다.
사내는 이내 다람쥐처럼 아름드리 나무위로 기어 올라가더니 배낭에서 망원경을 꺼낸다. 망원경으로 희미한 불빛이 흘러나오는 창문들을 바라본다. 그가 바라보는 곳은 별장의 주방을 겸한 거실과 침실 창문이었다. 다시 배낭을 짊어진 사내는 높은 가지 끝에 매달린다. 앞뒤로 그네를 타듯이 몸을 흔들더니 사뿐히 별장 지붕위에 올라섰다. 지붕위에서 조심스럽게 이동한 사내는 엎드려서 소형랜턴을 켜서 발밑의 지붕기와를 비친다. 랜턴 불빛에 사내의 모습이 들어난다. 그는 남규리에게 데이비스 진이라는 사진작가 이름으로 접근했던 강민우였다.
몸을 허락할 정도로 남규리는 강민우를 신임하게 되었다. 강민우의 계획대로 일차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그녀는 최재인과 밀회를 하는 자신의 주거지이기도한 별장을 안내했다. 낮 시간에는 별장에서 그녀를 모델삼아 촬영 작업을 했다. 그녀는 강민우가 일본으로 간 줄 알고 있을 것이다.
강민우는 촬영 작업을 하면서 별장 안으로 침입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틈틈이 건물 구조를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출입구나 창문마다 보안 경비시설이 시설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건들이면 비상벨이 울리고 파출서와 연락되는 시스템이었다. 침입할 수 있는 방법은 단하나 천장으로 들어가는 방법뿐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랜턴을 밝힌 그는 기왓장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기왓장을 들어내니 황토 흙이 보인다. 황토 흙을 걷어내고 널빤지를 빼냈다. 중간에 걸린 서까래를 비틀어 젖혔다. 조심스럽게 다루었지만, 서까래에 걸렸던 황토 흙 찌꺼기가 쏟아져 내려갔다. 그는 잠시 귀를 기우리고 동태를 살핀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을 확인한 강민우는 입에 물었다. 서까래를 붙잡고 매달리면서 랜턴불빛에 비치는 버팀목을 밟고 내려섰다. 버팀목 사이에 넓은 판넬이 깔려 있었다. 판넬 한 장을 들어내고 어두운 공간을 랜턴으로 비추니 다락방이었다. 그는 사뿐히 다락방에 내려섰다. 다락방 문을 열고 보니 그가 예상한대로 아래층 거실로 이어지는 층계가 보였다. 살쾡이처럼 발소리를 죽여 층계를 내려간다.
거실 안으로 들어온 강민우가 우선해야 할일은 주위를 살피는 것이다. 지금 집안에는 남규리뿐 일 것이다. 침실 문틈으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침실 문 앞으로 다가가서 귀를 기울여보고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돌린다. 붉은 침대 등불아래 남규리의 모습이 보였다. 속이 훤히 비치는 네글리제를 입고 잠들어 있는 선정적인 모습이다.
강민우는 발가벗은 알몸으로 매달리던 그녀의 엑스터시에 젖어들었던 표정을 떠올렸다. 생각보다도 성욕이 강한 여자였다. 손잡이를 돌려 침실 문을 닫고 돌아선다. 거실 벽의 진열장들을 랜턴 불빛으로 비추어 본다. 그는 주방 쪽의 진열장 앞으로 다가섰다. 그 진열장 상단에 그가 찾는 양주병이 보인다. 발렌타인 30년산! 양주를 즐겨 마신다는 최재인과 남규리를 위해 선물 한 것이다.
강민우는 등에 걸머졌던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묽은 액체가 담긴 유리병과 주사기를 꺼냈다. 유리병 속의 액체를 주사기에 주입한다. 액체를 주입한 주사기를 다시 양주병에 꽂고 주입을 한다. 그리고 라이터 불을 켜서 주사기가 주입되었던 흔적이 있는 양주병 뚜껑에 열을 가한다. 양주병을 진열장에 올려놓은 그는 주위를 둘러보고 다락방으로 향한 층계를 오른다.
지붕위에 다시 강민우의 모습이 들어났다. 천장의 판넬을 제자리에 올려놓은 것을 확인한 그는 기왓장을 끼워 맞춘다. 그리고 사뿐히 내닫더니 아름드리나무의 가지를 움켜쥔다. 아름드리나무를 내려온 그는 천천히 별장 앞으로 가서 뒤돌아본다. 그리고 어둠 속의 숲속 길로 사라진다.
어둠을 밝히는 태양이 중천에 걸려있었다. 왕릉의 잔디가 조금씩 갈색으로 변하고 있다. 적막이 깔린 조용한 사무실 안에 자신의 책상 앞에 앉은 강민우가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는 둔 손을 마주잡고 깍지를 껴 보이더니 메모지를 꺼내 간단한 메모를 한다. 메모지를 들고 벌떡 일어났다. 의자가 주르륵 밀려 벽에 부딪쳤다.
의자가 벽에 부딪치는 소리에 책상에 엎드려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던 문경환이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강민우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사무실 입구를 향해 부지런히 걸어간다.
“난, 다녀 올 곳이 있으니, 시간되면 자네는 퇴근해도 돼.”
“어디 가시는데요?”
강민우는 문경환의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문을 열고 나갔다. 사무실에 혼자 남은 문경환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일어나서 기지개를 켠다. 입맛을 다신 그는 보고 있던 서류철을 강민우의 책상위에 가져 놓는다. 그리고 강민우의 책상위에 놓인 서류들을 뒤적인다.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온 강민우는 복도에서서 갑자기 방향을 잃은 사람처럼 주춤 거렸다.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 여자 직원의 모습이 보인다. 송나희와 친근한 전산실 요원 유서연이었다. 강민우가 몇 번인가 전산자료를 뽑기 위해 도움을 받고 커피를 같이 마신 적이 있었다.
유서연이 생글거리며 마주보고 다가왔다. 그리고 공연히 눈웃음을 치며 무슨 말인가 하려는 듯이 주춤거렸다. 강민우가 미소를 띠며 지나치자 그녀는 고개를 까닥여 인사를 한다. 큰 건물이지만 복도를 지나다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잠시 망설이던 강민우는 전산실이 있는 복도로 향한다. 통제구역을 알리는 붉은 선이 대각선으로 그어진 표지의 문 옆에는 사복을 한 경비원들이 서 있었다. 강민우가 다가서자 경비요원들이 부동자세로 경례를 한다. 강민우는 고개를 꾸벅여 보이고 전산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업무를 하고 있는 전산실 안을 둘러본다. 전산실 안에는 재개발된 도심지를 축소해 놓은 듯이 정리된 테이블마다 요원들이 기계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헤드셋을 착용한 여자 요원들 중에 송나희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모든 요원들이 각자의 테이블 앞에 앉아 있지만 유독 혼자서 통로에 서 있는 중년남자가 있었다.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남자는 도수 높은 안경을 끼고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바로 전산실의 책임자 최재인 실장이었다. 최 실장의 시선이 강민우에게 향했다. 마치 자신의 구역을 침범한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눈초리였다. 시선이 마주친 강민우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하지만 최 실장은 이내 강민우에게 관심이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무안함을 느낄 만도 하지만 강민우는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요원들이 업무를 하는 테이블 사이를 걸어갔다.
각자 업무에 열중인 요원들은 누구도 강민우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다. 강민우는 송나희의 등 뒤를 지나면서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핀다. 그리고 그녀의 책상위에 쪽지를 떨어트리고 정기춘에게 향한다. 송나희가 책상위에 떨어진 쪽지를 집어 들고 뒤를 돌아봤다. 강민우의 뒷모습을 보고 그녀는 미소를 띠며 쪽지를 펴들었다.
[잠간 바람 쏘일래요? 차에서 기다릴게.]
홍조를 띤 송나희는 쪽지를 구겨서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다른 요원들의 시선을 의식한 그녀가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모두들 자신의 업무에 열중하고 있고 강민우는 정기춘의 등 뒤로 다가서고 있었다. 등 뒤로 다가서는 인기척을 느끼고 정기춘이 고개를 돌려본다. 강민우임을 알고 정기춘이 헤드셋을 벗어들었다.
“어! 민우. 요즘 전산실에 자주 들리네!”
“여기 분위기가 좋은 게지.”
“하~! 미스 송이 있어서 분위기가 좋아 보이나!?”
“쉬 잇!”
강민우가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한쪽 눈을 질끈 감아 보인다. 정기춘의 어깨를 툭툭 친 강민우가 뒤돌아서서 테이블 사이를 빠져 나간다. 송나희는 등 뒤로 걸어가는 강민우를 의식한다. 그리고 어깨를 슬며시 스치고 지나는 그의 손길의 감각을 느낀다. 전산실을 나가고 있는 강민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정기춘이 송나희를 향해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정기춘은 강민우와 송나희가 연인사이처럼 가까워지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그러나 강민우도 송나희도 서로에 대한 마음을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다만 서로에 대한 감정을 느낌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고 서로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어쩌면 언어로 표현하는 것보다 짙은 애정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강민우는 주차장에 세워둔 지프차 안에서 송나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따금 건물 입구와 비상문으로 통하는 샛길을 바라본다. 나무 숲 옆을 지나는 샛길로 카키색 점퍼와 바지를 걸친 송나희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따금 뒤를 돌아보며 스포츠 운동복의 모델처럼 스포티한 걸음으로 걸어오는 그녀를 강민우는 뚫어지게 바라본다.
지프차로 다가온 송나희는 주위를 살피면서 재빠르게 조수석에 올라앉는다. 시선을 마주한 그들은 정겨운 미소를 교환한다. 건물 주위에는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강민우는 말없이 시동이 걸려 있는 지프차의 사이드브레이크를 풀고 기어를 넣는 동시에 가속 페달을 밟는다.
둔탁한 엔진소리와 함께 지프차가 주차장을 벗어난다. 왕릉 입구를 벗어난 지프차가 한적한 도로를 질주하여 번화가로 접어든다. 그때서야 강민우는 속도를 줄이며 입을 열었다.
“바쁜데 나오라고 했나!?”
“아니요. 별로 바쁘지 않아요.”
사거리에서 천천히 핸들을 꺾으면서 강민우가 힐끗 송나희를 쳐다본다. 그녀의 목에는 자신이 선물한 목걸이가 반짝이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친 송나희는 눈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강민우에게 팔을 뻗친다. 강민우의 상의 옷깃이 접힌 것을 펴주기 위해서였다. 강민우는 코앞에 보이는 그녀의 화장기 없는 맑은 얼굴에서 청초한 이미지를 느꼈다.
지프차는 계속 남쪽 도로를 타고 달려서 한강변에 닿았다. 강변도로에 들어서자 강민우는 지프차의 속도를 늦추었다. 송나희는 무척 여유로운 표정으로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항상 집과 직장을 오가는 그녀에게는 오래간만의 마음이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강민우가 그녀의 옆얼굴을 곁눈질해서 본다.
“출퇴근하기에 집이 너무 멀고 옹색하지 않은가?”
“처음에는 그렇게도 느꼈는데, 이제는 습관이 되서 모르겠어요.”
“가까운 사내로 집을 옮기지.”
“여건도 안 되지만, 별로 불편한 것을 못 느끼겠어요.”
“내가 좀 도와주면 안 되나?”
“민우씨가 도와준다고요!? 괜찮아요.”
“한번 생각해봐.”
“........!?”
송나희는 대답대신 미소를 띠고 손톱을 만지작거린다. 집을 옮기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강민우의 도움을 받는 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강민우의 배려 깊은 마음에 감동을 할 뿐이다. 강민우는 자신의 말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녀의 표정을 살핀다.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을 보아 더 이상 강요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요즘도 야근이 많은가?”
“아뇨! 전산실에 야근은 많지 않아요. 이따금 긴급 상황 시에만 있어요.”
“야근 할 때, 최 실장도 같이 있어?”
“가끔요.”
“정기춘이 뭐라고 안 그래?”
“호호~! 뭐라고 하긴요! 그런데.......며칠 전에 지나가는 말로, 민우씨가 왜 중정에 관한 기록에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음.......! 그래!”
“네.”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던 지프차는 한강 상류 지역을 달리고 있었다. 강민우는 한적한 강변의 작은 언덕의 공터로 들어가 지프차를 세웠다. 강물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차창으로 들어와 상쾌하였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 위에 떠있는 오리들이 자맥질 하는 모습이 한가롭게 보였다.
“최재인 실장은 어떤 사람이지?”
“평소에 말도 없고, 직원들도 잘 모르나 봐요.”
강민우가 대답을 하는 송나희를 쳐다본다. 하얀 피부의 그녀 얼굴에서 나이보다 앳되어 보이는 상큼함을 느낀다. 고개를 돌린 송나희가 그를 바라본다. 뚫어지게 바라보는 강민우의 시선을 느낀 그녀의 짙은 속눈썹이 가늘게 떨린다. 이제는 바라만 보고 있어도 사랑이라는 단어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그들이었다.
강민우가 천천히 팔을 뻗어 송나희의 어깨를 감싼다. 그녀는 어깨를 당기는 그의 팔에 다소곳이 이끌리어 가슴에 안겼다. 강민우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입술을 찾았다. 그녀는 사르르 눈을 감고 강민우의 열정적인 숨결을 느낀다. 강민우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깊게 눌렀다. 입술과 입술이 마찰하며 서로에 대한 애정을 교환한다.
그들은 이따금 만나면 농도 깊은 키스로 서로에 대한 감정을 느낀다. 송나희는 팔을 뻗쳐 강민우의 목을 감싸고 매달렸다. 그녀는 입술을 헤집고 들어오는 강민우의 혀를 받아 드린다. 혀와 혀가 엉키어 습한 열정에 달아오른다. 강민우의 손길이 그녀의 점퍼 재킷 지퍼를 끌어 내렸다. 재킷 속으로 들어온 손길이 브래지어를 밀어 내리고 젖가슴을 더듬는다.
강민우의 손가락사이에 걸린 그녀의 젖꼭지가 돌기를 일으킨다. 강민우의 거칠어지는 숨결과 함께 그녀는 파르르 떨었다. 그들은 아직 한 몸이 되지 않았지만, 마치 부부 같은 깊은 감정을 갖고 있다. 농도 깊은 키스와 애무를 받는 송나희는 아늑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기증을 느낀다. 강민우 역시 당장이라도 그녀를 소유하고 싶은 욕구의 불길에 휩싸인다.
어디선가 날아드는 들새의 날개를 퍼덕이는 소리와 함께 구성진 노랫가락, 그리고 인기척이 들린다. 서로를 포옹하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던 그들은 흠칫 놀랬다. 눈동자를 크게 뜬 송나희가 강민우의 가슴에서 벗어났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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