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우가 촬영을 시작하였다. 눈부신 조명 아래 포즈를 바꾸어가며 촬영은 계속 이어졌다. 유명 모델의 꿈을 안은 남규리는 차츰 선정적이고 노골적인 자세를 요구해도 말없이 응했다. 허벅지를 크게 벌리고 음모와 여자의 비역이 들어나는 자세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이건 너무 야하잖아요?”
“이 정도를 감수해야 합니다. 요즘 일본의 유명 여자 연예인들도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몸매를 숨김없이 촬영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야한 건 싫은데.”
“예술은 점점 가식을 벗고 본래의 모습을 찾고 있는 실태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이미지로 담는 것이 예술이니까요.”
“이런 야한 포즈를 찍는 줄 알았으면 거절했을 거예요.”
“그런 마음가짐이니까, 풋내기를 벗어나지 못했고 성공 못한 겁니다. 요즘엔 우리나라 연예인들도 자기 알몸을 비디오로 담아 두려고 하잖아요.”
“그런 건, 나도 알아요.”
“미스 김도 내 촬영 기법을 알면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충분히 살리고, 유명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정말 그럴 수 있을 가요?”
“물론입니다. 가능성이 구십구 프로이니까요.”
“지금까지 모델 생활을 해왔지만, 가능성만 갖고 안 되던데요?”
“바로 그겁니다. 가능성만 갖고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중요합니다.”
“그럼 어떻게 가능성을 실현시킬 수 있어요?”
“먼저 작가와 모델이 하나가되어 감정과 느낌이 살아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하나가 되다니요?”
“정신과 육체가 깊이 통할 수 있으면 하나가 됩니다.”
“육체까지요?”
“네. 사진 예술은 피사체가 있어야 예술품을 만들잖아요. 피사체인 모델과 작가가 하나가 될 때 모든 사람이 감탄하는 작품이 나올 수 있잖습니까?”
“음........! 그래서, 영화감독과 연예인 사이에 스캔들이 많은 건 알아요.”
남규리도 매니저나 감독들과 여자 연예인들의 스캔들이 유독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무명 모델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이지만, 사진 예술에 대해서 문외한 같이 강민우에게 보이기는 싫었다. 그녀는 그런 것쯤은 알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자신의 알몸을 보면서도 직업적으로 대하는 사진작가에 대한 믿음이 들었다. 그녀는 젊은 남자들을 상대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남규리는 정기적으로 육체관계를 했던 최재인과 데이비스 진이라는 젊은 사진작가가 비교되었다. 대부분 최재인은 혼자만의 만족감을 느끼고 지쳐 쓰러진다. 언제나 그녀는 불만족한 욕구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나이 들어 금방 지치는 최재인의 모습에 강민구의 우람한 체격이 겹친 영상을 떠올린다. 강민우의 다부진 상체를 바라보는 그녀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다.
강민우는 꼬치꼬치 캐묻는 그녀의 질문에 곤혹스러웠다. 그러나 발가벗은 포즈까지 취하며 신뢰하기 시작한 그녀에게 의심을 받을 수는 없었다. 어떤 방법이던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상책이었다. 강민우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깨자세를 고쳐주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마주치는 그녀의 속눈썹이 가늘게 흔들렸다. 강민우는 알몸으로 앉아있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일으켰다. 얼굴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서 서로를 바라본다. 강민우의 입술이 천천히 그녀의 입술로 다가갔다. 젊은 혈기로 다가오는 남자의 체취. 남규리는 피하지 않고 눈을 사르르 감았다. 두 사람의 입술이 포개졌다.
남규리의 표정을 살피면서 강민우가 그녀를 세차게 끌어안았다. 서로의 입술을 탐닉하였다. 입술을 벌리고 혀를 밀어 넣으니 잠시 주춤하던 그녀가 혓바닥을 깊숙이 받아 드린다. 그녀는 온 몸의 세포가 살아 움직이는 듯이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그대로 주저앉을 것만 같은 현기증을 느낀 그녀가 입술을 떼고 강민우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선생님.......! 나, 배고파요.”
“위에 올라가서 무엇 좀 먹게, 이 옷을 입어요.”
그녀를 바라본 강민우가 돌아서더니 미니 옷장에서 스커트를 꺼내서 그녀에게 건네준다. 주름진 플레어스커트였다. 상표를 보니 흔한 일반 상품도 아니고 명품이었다. 그녀는 그의 세심한 배려에 고마움의 표정을 짓는다.
“고마워요.”
“배고픈데, 오랜 시간 촬영해서 미안해요.”
“말씀은 낮추세요.”
“아! 그게 서로 자유스럽고 편할 것 같은데, 괜찮겠어?”
“네. 그러면 나도 편해요.”
남규리는 그가 건네준 스커트를 걸치고 벗어 놓았던 옷을 집어 들었다. 강민우를 따라 층계를 올라 거실로 들어갔다. 거실과 탁 트인 주방의 냉장고에는 먹음직한 음식이 가득 들어 있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물론 발가벗겨진 칠면조도 있었다. 외국 상표가 붙은 통조림과 과일, 그리고 야채와 식빵들도 보였다.
남규리는 요리솜씨를 뽐내듯이 식사준비를 했다. 앞치마를 걸치고 싱크대 앞을 오가는 그녀는 이따금 강민우와 시선을 마주하면 배시시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식사를 끝내고 다시 촬영을 시작했다. 촬영을 끝내고 거실로 다시 올라오니 창문으로 보이는 숲과 나무는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번갈아 샤워를 하여 흘린 땀을 씻었다. 강민우는 서로 마음이 통하려면 술을 마시고 대화를 해야 한다고 제안을 했다. 남규리도 서슴지 않고 자발적으로 술상을 준비했다. 식사를 한지 오래되지 않아서 술과 안주만으로도 충분했다. 촬영을 하는 작업도 노동이었다. 그들은 식욕이 왕성한 젊은이들 이었다. 계란형의 탁자에 놓인 양주와 먹음직한 안주들은 그들의 식욕을 돋우었다. 강민우는 토치카 옆의 오디오의 스위치를 눌렀다.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곡이 흘러 나왔다.
“미스 김은 어떤 음악을 좋아해?”
“난 이런 감미로운 연주곡이 좋아요. 선생님은요?”
빈 잔에 양주를 따라 주는 강민우가 그녀의 표정을 살핀다. 그녀는 그윽한 시선을 보내는 강민우를 바라보며 다정하고 포옹력 있는 남자의 체취를 느낀다.
“내가 즐겨 듣는 음악중 하나이기에 차에 갖고 나니는 거야. 양주 좋아하나봐?”
“네, 사실........친구와 양주를 가끔 마셔요. 양주에 대해 조금 아는데, 이거 발렌타인 30년산 고급 양주잖아요.”
“응! 친구........!? 남자친구?”
“음.......! 남자친구는.......! 아니고요.”
주춤거리는 남규리는 사실 최재인이 양주를 좋아하기에 만날 때마다 마셨다. 그러나 상대가 남자라는 것과 더욱이나 최재인에 대해 밝힐 수는 없었다. 강민우는 그녀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살핀다. 언젠가 전산실의 정기춘이 양주를 좋아하는 최재인과 가깝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김재희가 양주를 가끔 마신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양주 몇 잔을 마신 김재희는 기분이 좋았다. 이제부터 유명 연예인의 길을 들어서고 있다는 기쁨과 아늑한 분위기에서 고급 양주를 마시며 음악에 젖어 드는 것은 오래간만의 여유로움이었다. 더욱이나 호감을 느끼는 남자와 같이 있다는 것이 그녀를 한층 황홀하게 만들고 있다.
오디오의 음악이 바뀌어 은은한 블루스 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강민우가 슬며시 일어나서 그녀에게 춤을 청했다. 주춤거리던 그녀는 강민우가 이끌려 일어나 손을 잡았다.
“난, 춤을 못 추는데, 어떡하지요.”
“블루스는 특별한 스텝이 필요 없지. 리듬에 몸을 맡기기만 하면 돼.”
“호호~! 하지만 선생님 발을 밟으면 어떡해요?”
“내가 발을 밟지 않도록 리드하지.”
“그럼 부탁 드려요.”
남규리는 강민우가 이끄는 대로 거실 한가운데로 나갔다. 거실은 제법 넓었기 때문에 서너 쌍은 충분히 추출만한 공간이었다. 강민우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고 잔잔한 블루스 리듬에 속으로 흘러갔다. 그녀의 농익은 체취가 그를 자극시킨다. 두 사람은 블루스의 리듬에 맞추어 천천히 강물처럼 움직이며 마주보고 웃었다. 그녀의 미소 속에 들어나는 하얀 치아가 정겹게 반짝인다.
“내가 잘못 춰서 재미없지요?”
“아니, 잘 추는데. 리듬 감각이 있나봐.”
“처음이에요.”
“정말.......!?”
“네.”
남규리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잘 추지는 못하지만, 이따금 최재인과 클럽이나 별장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그러나 최재인도 서툴러서 이따금 발을 밟았다. 그런데 외국생활을 해서 그런지 강민우의 가슴에 안겨서는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리드를 하고 아늑함을 느꼈다. 강민우는 그녀의 내숭떠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다.
“처음인데 이 정도로 잘 추면 얼마 안가서 도사 되겠네.”
“여고 시절에 우리 반 애한테 배운 적은 있어요.”
“그러면 그렇지.......!”
“여고시절에 스텝 배우고 실습 한 번 못해 봤어요.”
“규리씨는 아름답고 센스가 있어.”
“호호~! 종이비행기 태우지 마세요. 떨어져요.”
“생각보다 몸매도 예쁘고, 앞으로 가망성이 많아. 그런데 오늘 작품이 마음에 안 들어.”
“왜요.......!? 나 때문에요.”
“아니 배경이 별로라서. 배경이 좋은 곳을 찾아야 하는데.......”
“배경이요.......!?”
“음!”
남규리는 자신의 별장을 떠올린다. 호수와 산, 그리고 나무들이 있는 춘천이 작품 배경으로 그만 일 것 같았다. 자신의 별장을 말해야하는가를 고심한다. 자신의 별장이니 편하고 최재인과 만나는 날만 빼놓고는 작품하기 안성맞춤인 장소일 것 같다.
강민우가 스텝을 멈추고 그녀를 가슴속으로 당겨 껴안았다. 강민우의 가슴에 안긴 그녀는 짜릿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남자의 가슴으로부터 전달되어 오는 촉감이 가슴을 타고 내려가 하복부까지 감미로움으로 전달되었다. 그녀는 몽롱한 눈빛으로 강민우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코앞에서 남자의 숨결이 흘러나온다. 그녀는 강민우의 입술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눈을 사르르 감았다. 두 사람의 입술이 포개졌다. 입술과 입술이 열기를 일으키고, 갈증을 느끼는 혀를 서로 주고받았다. 뜨거운 키스를 나누면서 강민우의 손길이 그녀의 스커트 속으로 들어간다. 남규리는 자신도 모르게 성감이 달아오른다. 하지만, 허벅지를 쓰다듬고 올라가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
“거긴 싫어요.”
“..........!”
그녀는 느낌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느낌은 희열을 갈구할 만큼 좋았다. 그러나 자존심상 거부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분위기에 휩쓸려 입술은 허락했지만, 여자의 은밀한 비역은 허락하지 말아야 할 것만 같았다. 강민우는 그녀의 표정변화를 읽고 있었다.
“왜!? 싫어?”
“네.”
“그럼 술이나 마셔야겠군.”
“미안해요.”
“아니 괜찮아.”
강민우는 그녀가 어렵지 않게 이끌려 오리라고 생각했다. 육체적인 접촉은 정신적인 신임까지도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쉽지 않았다. 완력으로도 그녀를 소유할 수 있지만 최재인의 시크릿 카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완전하게 신임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너 좋은 남자로 보여야겠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은 다시 술상 앞으로 돌아와 앉았다. 강민우는 그녀의 눈치를 살피다가 봉투를 내밀었다. 그녀는 무심코 봉투를 받아 들고 열어 보았다. 봉투에 들어 있는 것은 수표였다. 그것도 십 만원권 수표가 열장씩이나 들어 있었다. 최재인이 생활비로 쓰라고 주는 돈이 기껏해야 오십 만원인 것이 비해 큰 액수였다. 강민우가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우선 필요할 것 같아서.......”
“고맙습니다.”
내심 놀랍고 기분이 좋으면서도 남규리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예술작품을 만든다는 여자가 돈의 유혹에 휘말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상대가 재력도 풍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자존심을 앞세워 강민우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이 아닌지 후회되었다. 어색해지려는 분위기를 깨트리기 위해 앉자마자 양주병을 들고 강민우에게 술을 권했다.
“제가 한 잔 드릴게요.”
“응, 고마워.”
“건강하시고 좋은 작품 만들어 주세요.”
“규리씨도 더 아름다워지고 행복해.”
“네, 선생님.”
“자 아! 우리 서로를 위해, 브라보!”
두 사람은 다시 기분 전환을 위해 축배를 들었다. 남규리는 노르스름한 액체를 단숨에 들이켰다. 강민우는 취하지 않으려고 처음부터 조심스럽게 반잔씩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었다. 빈 술잔을 내려놓는 그녀의 표정을 주시한다.
“술을 잘 마시나 봐.”
“잘 마시진 못해도 아직은 안 취했어요.”
“술이라도 취해야 서로를 이해하지.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가 되야, 좋은 작품을 만들고.”
“오늘은 싫어요.”
“왜 그렇지?”
“너무.......! 빨라요.”
“시간이 많지 않은데 빠르기는.......!?”
“우린 서로 아직 잘 모르잖아요.”
“작가와 모델은 하나가 돼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어. 규리는 보수적인 성격인가 봐. 그래서 어떻게 연예인이 될 수 있어. 자, 한잔 받아.”
남규리는 얼마든지 마셔도 유혹을 뿌리칠 수 있다는 오기로 술을 받아 마신다. 그녀는 여자 연예인과 모델들의 성공담을 들으며 강민우가 따라주는 술을 여러 잔 받아 마신다. 그녀는 곁으로 다가 앉는 강민우를 의식하지만 피하고 싶지 않았다. 강민우가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스커트가 밀려 올라가고 들어난 뽀얀 허벅지를 강민우의 손길이 더듬는다.
“정말 규리씨는 사랑스러운 여자야.”
“여자들 다루는 솜씨가 보통 아닌 거 같아요.”
“우리는 하나가 되어 작품을 만들어야 돼. 성공하지 못하면 음모가 도사리고 있어.”
“뭐, 뭐라고 하는 말에요?”
강민우의 말에 남규리는 취하려던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갑작스럽게 음모라니!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되물었다. 강민우는 빙그시 웃으며 놀라는 그녀를 바라본다. 강민우는 농담을 한 것이다. 농담 의미를 모르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그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 아니야. 아무것도. 다만 규리와 하나가되어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하는 소리야.”
“조금 전에 분명히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했잖아요?”
“사진작가들은 여자의 모든 것을 사랑한단 말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
“사랑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음모란 말이지. 음부에 난 털.”
“........”
남규리는 강민우의 말이 농담인 것도 같고 의미가 담긴 말인 것도 같았다. 술이 많이 취하지 않았지만, 이상한 태도를 보였기에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 볼 정도의 정신은 아니었다.
“작가님이 나를 놀리시는 거지요!?”
“미안해. 미스 남, 아니 규리씨! 난 정말 모델로서가 아니고 여자로 사랑하고 싶어.”
“사랑하고 싶다니요!? 어떻게요.”
“내 방식대로. 사람의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잖아. 사랑하고 싶은 여자와 하나가 되고 싶어, 작품이 끝날 때까지 만이라도.”
“그럼 작품이 끝나면 헌신짝처럼 버리신다는 말인가요?”
“그게 아니야.”
“그럼 뭐에요?”
“우연인지 몰라도 규리씨를 사랑하고 싶어.”
“우리는 어제 처음 우연히 만났잖아요.”
“그래. 그러나 우연한 만남이 아니라 운명적으로 만났지.”
“운명인지 어떻게 알아요.”
“우린 하나가 되어 운명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어. 규리씨를 갖고 싶어.”
“정말 이세요?”
“응,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들고, 하나가 되고 싶어.”
“하지만.......! 안돼요.”
“왜?”
“저도 모르겠어요.”
“그럼 작별의 키스라도.......”
온화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강민우의 눈빛은 야생마처럼 이글거리는 눈빛이었다. 그녀는 그의 눈빛 속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말을 채 끝내지도 않고 강민우는 남규리를 당겨 으스러지도록 끌어안았다. 이미 입술을 허락한 남규리는 강민우에게 매달리며 뜨거운 키스를 받아 드렸다.
그러나 뜨거운 키스로 끝나지는 않았다. 감정의 불씨가 살아나 서로의 타액을 마셨다. 농도 깊은 키스를 하면서 강민우가 그녀를 안아서 소파 위에 눕힌다. 그리고 그의 손길이 남규리의 팬티를 벗기기 시작했다. 플레어스커트 속의 손바닥만한 꽃무늬 팬티는 결코 큰 장애물이 아니었다.
“작가님, 이러시면 안돼요.”
말로는 거부하지만, 그녀는 달아오르는 욕구를 주체 할 수 없었다. 자존심 때문에 일단 거부를 했었지만 오히려 은근히 그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아, 안 된다니까요.”
거부하는 그녀의 입을 막기라도 하듯이 강민우가 그녀의 혀를 빨아 당긴다. 그녀는 현기증까지 느낄 정도로 성감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미 남자와의 육체관계를 하는 행위에 익숙해있는 그녀였다. 거절하는 말을 되풀이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강민우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음......! 처음부터....... 싫다고 했는데.......”
“규리씨는 아름다워.......”
그녀의 붉게 달아오르는 표정을 살피며 강민우는 거칠어지는 숨을 진정시키려했다. 어느새 남규리의 블라우스마저 벗겨지고 있었다. 브래지어를 밀어 올린 남자의 손길에 젖가슴이 움켜쥐어졌다. 그녀는 온몸의 세포가 감전당하는 전율을 느낀다. 남자의 머리가 젖가슴에 묻혀 젖꼭지를 세차게 빨아 당긴다. 온 몸이 빨려 들어가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기증 속에 그녀는 이제 거부하는 말도 잊어 버렸다.
“아 으......! 난 몰라.”
유도가 빨아 당기는 강민우의 손길이 그녀의 음모를 쓰다듬고 내려간다. 그리고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듯이 여자의 은밀한 비역을 공략한다. 남자의 손가락끝에 음순이 휘감긴다. 그녀의 본심은 처음부터 이상하게도 강민우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드리고 싶었다. 난폭하게 당하지 않으면 끝까지 몸을 지킬 수 있다고 믿어 왔는데 오늘만은 달랐다. 모든 것을 남자에게 맡기고 싶은 심정이다.
남규리는 하복부로 전달되어 오는 촉감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전류처럼 파고드는 성감에 달아올라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녀는 더 이상의 거부를 하지 않았다. 온 몸의 예민한 돌기가 살아나고 구름위로 떠오르는 엑스터시를 느낀다. 은밀한 비역을 헤집는 그의 손가락의 움직임을 견디지 못해 허벅지를 조이며 허리를 비틀었다.
강민우는 그녀가 숨을 쉴 틈도 주지 않고 유두를 빨아 당겨 애무를 하는 동시에 음부의 숨겨진 살갗들의 감각을 끌어 올린다. 남자의 손가락이 보지 속으로 슬며시 침범하여 헤집는다. 그녀는 바르르 떨며 왈칵 둔부를 들어 올리며 젖가슴에 묻힌 머리를 움켜쥐었다. 음부를 애무하는 손끝에 맑은 샘물이 적셔진다. 그녀의 표정을 살피던 강민우는 희소를 흘린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침실로 들어가서 침대 위에 눕혔다.
아늑한 늪 속으로 떨어지던 남규리는 강민우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의식했다. 시선을 마주 할 수 없어 외면을 하고 눈을 감았다.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걸쳤던 옷들이 벗겨진다. 브래지어 호크를 벗기는 그의 손길을 의식하고 그녀 스스로 등을 들어준다. 그녀를 발가벗긴 강민우 자신도 옷을 벗고 침대위로 올라갔다.
허전했던 그녀의 발가벗겨진 가슴위로 강민우의 알몸이 감쌌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포갰다. 그녀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싼 강민우의 입술이 그녀에게 습한 열기를 불어 넣는다. 다시 은밀한 그녀의 비역을 애무하는 그의 손가락의 움직임은 멈출 줄을 모른다. 보지 속에 숨겨진 살갗들이 남자의 손가락 끝에서 아메바처럼 살아 움직인다. 그녀는 황홀한 희열의 늪을 헤맨다.
“그, 그만.......! 하 아! 어떡해.......”
남규리는 애무보다 강렬한 행위를 원하고 있었다. 아무리 필요해 의해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한다고 해도 강민우도 피가 끓는 남자였다. 그녀를 불길 속으로 밀어 넣는 그 자신도 강렬한 성욕에 달아오르고 있었다. 거칠어지는 자신의 숨소리를 들으며 강민우는 냉정해지려고 마음 다진다.
강민우의 가슴에는 목걸이가 늘어져 흔들거렸다. 목걸이에 매달린 어머니의 반지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남규리를 유린하는 것은 욕정이 아니고, 복수를 위한 작업이라고 생각하며 감정을 억제한다.
“이제 시작이야. 규리씨를 행복하게 해줄게. 다리 좀 벌려봐.”
동굴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처럼 들리는 명령에 따라 그녀는 허벅지를 벌린다. 남자의 손가락이 음모를 헤집고 비역의 입구를 열어 젖혔다. 붉은 꽃잎처럼 여자의 비역이 전등 불빛에 선명하게 들어났다. 강민우는 그녀의 하복부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뜨거운 입김과 입술이 그녀의 숨겨졌던 여린 살갗에 닿았다. 그녀는 자지러지는 쾌감에 알몸을 비틀었다.
“하 아! 그, 그건 싫어요.”
그러나 거절이 아니었다. 너무나 짜릿하고 온몸이 오그라드는 성감의 전율이었다. 비역 안으로 혀가 침범해 들어왔다. 뼈마디가 녹아내리는 뜨거움이었다. 숨겨진 꽃술마저 마찰하며 꽃샘을 빨리는 성감에 그녀는 둔부를 들어 올리며 남자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녀는 신음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를 내질렀다.
“아 항! 아, 안돼요!”
하지만 그녀는 남자의 머리를 밀어 내는 것이 아니었다. 남자의 머리를 붙들고 더 강하게 비역을 마찰시키려 했다. 그녀가 쾌감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고 허우적거려도 강민우는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녀는 온 몸이 한없이 치솟았다가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찔함 속에 빠진다.
“하 윽! 그, 그만 주, 죽겠어요.”
“으 음~! 규리씨는 아름다워.”
강렬한 쾌감을 느끼는 남규리는 너무 좋아 죽을 지경이었다. 방금 잡아 올린 연어의 싱싱함을 음미하듯이 그녀의 숨겨진 살갗을 빨아 당기기도 하고 입술로 잘근거렸다. 강민우의 혀끝과 손길이 풍부한 굴곡을 따라 움직일 때마다 그녀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강민우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신음을 터트렸다.
“하 아~! 어, 어떡해! 그, 그만. 아 항! 사람 미치겠어. 제발........”
“지금, 규리 모습이 좋아.......”
강민우의 숨결도 높아졌다. 남규리의 횡설수설하는 목소리를 듣고 강민우는 쾌재를 부른다. 그녀는 거의 완전한 엑스터시에 빠져 들었기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니었다. 남자의 입술이 진홍빛 음순을 파먹듯이 요리 하는 동안 그녀는 발정한 짐승의 소리를 끊임없이 뱉어냈다. 그 소리는 거부할 수 없는 고통의 소리였다.-------
“이건 너무 야하잖아요?”
“이 정도를 감수해야 합니다. 요즘 일본의 유명 여자 연예인들도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몸매를 숨김없이 촬영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야한 건 싫은데.”
“예술은 점점 가식을 벗고 본래의 모습을 찾고 있는 실태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이미지로 담는 것이 예술이니까요.”
“이런 야한 포즈를 찍는 줄 알았으면 거절했을 거예요.”
“그런 마음가짐이니까, 풋내기를 벗어나지 못했고 성공 못한 겁니다. 요즘엔 우리나라 연예인들도 자기 알몸을 비디오로 담아 두려고 하잖아요.”
“그런 건, 나도 알아요.”
“미스 김도 내 촬영 기법을 알면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충분히 살리고, 유명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정말 그럴 수 있을 가요?”
“물론입니다. 가능성이 구십구 프로이니까요.”
“지금까지 모델 생활을 해왔지만, 가능성만 갖고 안 되던데요?”
“바로 그겁니다. 가능성만 갖고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중요합니다.”
“그럼 어떻게 가능성을 실현시킬 수 있어요?”
“먼저 작가와 모델이 하나가되어 감정과 느낌이 살아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하나가 되다니요?”
“정신과 육체가 깊이 통할 수 있으면 하나가 됩니다.”
“육체까지요?”
“네. 사진 예술은 피사체가 있어야 예술품을 만들잖아요. 피사체인 모델과 작가가 하나가 될 때 모든 사람이 감탄하는 작품이 나올 수 있잖습니까?”
“음........! 그래서, 영화감독과 연예인 사이에 스캔들이 많은 건 알아요.”
남규리도 매니저나 감독들과 여자 연예인들의 스캔들이 유독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무명 모델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이지만, 사진 예술에 대해서 문외한 같이 강민우에게 보이기는 싫었다. 그녀는 그런 것쯤은 알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자신의 알몸을 보면서도 직업적으로 대하는 사진작가에 대한 믿음이 들었다. 그녀는 젊은 남자들을 상대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남규리는 정기적으로 육체관계를 했던 최재인과 데이비스 진이라는 젊은 사진작가가 비교되었다. 대부분 최재인은 혼자만의 만족감을 느끼고 지쳐 쓰러진다. 언제나 그녀는 불만족한 욕구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나이 들어 금방 지치는 최재인의 모습에 강민구의 우람한 체격이 겹친 영상을 떠올린다. 강민우의 다부진 상체를 바라보는 그녀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다.
강민우는 꼬치꼬치 캐묻는 그녀의 질문에 곤혹스러웠다. 그러나 발가벗은 포즈까지 취하며 신뢰하기 시작한 그녀에게 의심을 받을 수는 없었다. 어떤 방법이던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상책이었다. 강민우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깨자세를 고쳐주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마주치는 그녀의 속눈썹이 가늘게 흔들렸다. 강민우는 알몸으로 앉아있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일으켰다. 얼굴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서 서로를 바라본다. 강민우의 입술이 천천히 그녀의 입술로 다가갔다. 젊은 혈기로 다가오는 남자의 체취. 남규리는 피하지 않고 눈을 사르르 감았다. 두 사람의 입술이 포개졌다.
남규리의 표정을 살피면서 강민우가 그녀를 세차게 끌어안았다. 서로의 입술을 탐닉하였다. 입술을 벌리고 혀를 밀어 넣으니 잠시 주춤하던 그녀가 혓바닥을 깊숙이 받아 드린다. 그녀는 온 몸의 세포가 살아 움직이는 듯이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그대로 주저앉을 것만 같은 현기증을 느낀 그녀가 입술을 떼고 강민우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선생님.......! 나, 배고파요.”
“위에 올라가서 무엇 좀 먹게, 이 옷을 입어요.”
그녀를 바라본 강민우가 돌아서더니 미니 옷장에서 스커트를 꺼내서 그녀에게 건네준다. 주름진 플레어스커트였다. 상표를 보니 흔한 일반 상품도 아니고 명품이었다. 그녀는 그의 세심한 배려에 고마움의 표정을 짓는다.
“고마워요.”
“배고픈데, 오랜 시간 촬영해서 미안해요.”
“말씀은 낮추세요.”
“아! 그게 서로 자유스럽고 편할 것 같은데, 괜찮겠어?”
“네. 그러면 나도 편해요.”
남규리는 그가 건네준 스커트를 걸치고 벗어 놓았던 옷을 집어 들었다. 강민우를 따라 층계를 올라 거실로 들어갔다. 거실과 탁 트인 주방의 냉장고에는 먹음직한 음식이 가득 들어 있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물론 발가벗겨진 칠면조도 있었다. 외국 상표가 붙은 통조림과 과일, 그리고 야채와 식빵들도 보였다.
남규리는 요리솜씨를 뽐내듯이 식사준비를 했다. 앞치마를 걸치고 싱크대 앞을 오가는 그녀는 이따금 강민우와 시선을 마주하면 배시시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식사를 끝내고 다시 촬영을 시작했다. 촬영을 끝내고 거실로 다시 올라오니 창문으로 보이는 숲과 나무는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번갈아 샤워를 하여 흘린 땀을 씻었다. 강민우는 서로 마음이 통하려면 술을 마시고 대화를 해야 한다고 제안을 했다. 남규리도 서슴지 않고 자발적으로 술상을 준비했다. 식사를 한지 오래되지 않아서 술과 안주만으로도 충분했다. 촬영을 하는 작업도 노동이었다. 그들은 식욕이 왕성한 젊은이들 이었다. 계란형의 탁자에 놓인 양주와 먹음직한 안주들은 그들의 식욕을 돋우었다. 강민우는 토치카 옆의 오디오의 스위치를 눌렀다.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곡이 흘러 나왔다.
“미스 김은 어떤 음악을 좋아해?”
“난 이런 감미로운 연주곡이 좋아요. 선생님은요?”
빈 잔에 양주를 따라 주는 강민우가 그녀의 표정을 살핀다. 그녀는 그윽한 시선을 보내는 강민우를 바라보며 다정하고 포옹력 있는 남자의 체취를 느낀다.
“내가 즐겨 듣는 음악중 하나이기에 차에 갖고 나니는 거야. 양주 좋아하나봐?”
“네, 사실........친구와 양주를 가끔 마셔요. 양주에 대해 조금 아는데, 이거 발렌타인 30년산 고급 양주잖아요.”
“응! 친구........!? 남자친구?”
“음.......! 남자친구는.......! 아니고요.”
주춤거리는 남규리는 사실 최재인이 양주를 좋아하기에 만날 때마다 마셨다. 그러나 상대가 남자라는 것과 더욱이나 최재인에 대해 밝힐 수는 없었다. 강민우는 그녀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살핀다. 언젠가 전산실의 정기춘이 양주를 좋아하는 최재인과 가깝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김재희가 양주를 가끔 마신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양주 몇 잔을 마신 김재희는 기분이 좋았다. 이제부터 유명 연예인의 길을 들어서고 있다는 기쁨과 아늑한 분위기에서 고급 양주를 마시며 음악에 젖어 드는 것은 오래간만의 여유로움이었다. 더욱이나 호감을 느끼는 남자와 같이 있다는 것이 그녀를 한층 황홀하게 만들고 있다.
오디오의 음악이 바뀌어 은은한 블루스 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강민우가 슬며시 일어나서 그녀에게 춤을 청했다. 주춤거리던 그녀는 강민우가 이끌려 일어나 손을 잡았다.
“난, 춤을 못 추는데, 어떡하지요.”
“블루스는 특별한 스텝이 필요 없지. 리듬에 몸을 맡기기만 하면 돼.”
“호호~! 하지만 선생님 발을 밟으면 어떡해요?”
“내가 발을 밟지 않도록 리드하지.”
“그럼 부탁 드려요.”
남규리는 강민우가 이끄는 대로 거실 한가운데로 나갔다. 거실은 제법 넓었기 때문에 서너 쌍은 충분히 추출만한 공간이었다. 강민우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고 잔잔한 블루스 리듬에 속으로 흘러갔다. 그녀의 농익은 체취가 그를 자극시킨다. 두 사람은 블루스의 리듬에 맞추어 천천히 강물처럼 움직이며 마주보고 웃었다. 그녀의 미소 속에 들어나는 하얀 치아가 정겹게 반짝인다.
“내가 잘못 춰서 재미없지요?”
“아니, 잘 추는데. 리듬 감각이 있나봐.”
“처음이에요.”
“정말.......!?”
“네.”
남규리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잘 추지는 못하지만, 이따금 최재인과 클럽이나 별장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그러나 최재인도 서툴러서 이따금 발을 밟았다. 그런데 외국생활을 해서 그런지 강민우의 가슴에 안겨서는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리드를 하고 아늑함을 느꼈다. 강민우는 그녀의 내숭떠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다.
“처음인데 이 정도로 잘 추면 얼마 안가서 도사 되겠네.”
“여고 시절에 우리 반 애한테 배운 적은 있어요.”
“그러면 그렇지.......!”
“여고시절에 스텝 배우고 실습 한 번 못해 봤어요.”
“규리씨는 아름답고 센스가 있어.”
“호호~! 종이비행기 태우지 마세요. 떨어져요.”
“생각보다 몸매도 예쁘고, 앞으로 가망성이 많아. 그런데 오늘 작품이 마음에 안 들어.”
“왜요.......!? 나 때문에요.”
“아니 배경이 별로라서. 배경이 좋은 곳을 찾아야 하는데.......”
“배경이요.......!?”
“음!”
남규리는 자신의 별장을 떠올린다. 호수와 산, 그리고 나무들이 있는 춘천이 작품 배경으로 그만 일 것 같았다. 자신의 별장을 말해야하는가를 고심한다. 자신의 별장이니 편하고 최재인과 만나는 날만 빼놓고는 작품하기 안성맞춤인 장소일 것 같다.
강민우가 스텝을 멈추고 그녀를 가슴속으로 당겨 껴안았다. 강민우의 가슴에 안긴 그녀는 짜릿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남자의 가슴으로부터 전달되어 오는 촉감이 가슴을 타고 내려가 하복부까지 감미로움으로 전달되었다. 그녀는 몽롱한 눈빛으로 강민우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코앞에서 남자의 숨결이 흘러나온다. 그녀는 강민우의 입술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눈을 사르르 감았다. 두 사람의 입술이 포개졌다. 입술과 입술이 열기를 일으키고, 갈증을 느끼는 혀를 서로 주고받았다. 뜨거운 키스를 나누면서 강민우의 손길이 그녀의 스커트 속으로 들어간다. 남규리는 자신도 모르게 성감이 달아오른다. 하지만, 허벅지를 쓰다듬고 올라가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
“거긴 싫어요.”
“..........!”
그녀는 느낌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느낌은 희열을 갈구할 만큼 좋았다. 그러나 자존심상 거부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분위기에 휩쓸려 입술은 허락했지만, 여자의 은밀한 비역은 허락하지 말아야 할 것만 같았다. 강민우는 그녀의 표정변화를 읽고 있었다.
“왜!? 싫어?”
“네.”
“그럼 술이나 마셔야겠군.”
“미안해요.”
“아니 괜찮아.”
강민우는 그녀가 어렵지 않게 이끌려 오리라고 생각했다. 육체적인 접촉은 정신적인 신임까지도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쉽지 않았다. 완력으로도 그녀를 소유할 수 있지만 최재인의 시크릿 카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완전하게 신임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너 좋은 남자로 보여야겠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은 다시 술상 앞으로 돌아와 앉았다. 강민우는 그녀의 눈치를 살피다가 봉투를 내밀었다. 그녀는 무심코 봉투를 받아 들고 열어 보았다. 봉투에 들어 있는 것은 수표였다. 그것도 십 만원권 수표가 열장씩이나 들어 있었다. 최재인이 생활비로 쓰라고 주는 돈이 기껏해야 오십 만원인 것이 비해 큰 액수였다. 강민우가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우선 필요할 것 같아서.......”
“고맙습니다.”
내심 놀랍고 기분이 좋으면서도 남규리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예술작품을 만든다는 여자가 돈의 유혹에 휘말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상대가 재력도 풍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자존심을 앞세워 강민우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이 아닌지 후회되었다. 어색해지려는 분위기를 깨트리기 위해 앉자마자 양주병을 들고 강민우에게 술을 권했다.
“제가 한 잔 드릴게요.”
“응, 고마워.”
“건강하시고 좋은 작품 만들어 주세요.”
“규리씨도 더 아름다워지고 행복해.”
“네, 선생님.”
“자 아! 우리 서로를 위해, 브라보!”
두 사람은 다시 기분 전환을 위해 축배를 들었다. 남규리는 노르스름한 액체를 단숨에 들이켰다. 강민우는 취하지 않으려고 처음부터 조심스럽게 반잔씩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었다. 빈 술잔을 내려놓는 그녀의 표정을 주시한다.
“술을 잘 마시나 봐.”
“잘 마시진 못해도 아직은 안 취했어요.”
“술이라도 취해야 서로를 이해하지.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가 되야, 좋은 작품을 만들고.”
“오늘은 싫어요.”
“왜 그렇지?”
“너무.......! 빨라요.”
“시간이 많지 않은데 빠르기는.......!?”
“우린 서로 아직 잘 모르잖아요.”
“작가와 모델은 하나가 돼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어. 규리는 보수적인 성격인가 봐. 그래서 어떻게 연예인이 될 수 있어. 자, 한잔 받아.”
남규리는 얼마든지 마셔도 유혹을 뿌리칠 수 있다는 오기로 술을 받아 마신다. 그녀는 여자 연예인과 모델들의 성공담을 들으며 강민우가 따라주는 술을 여러 잔 받아 마신다. 그녀는 곁으로 다가 앉는 강민우를 의식하지만 피하고 싶지 않았다. 강민우가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스커트가 밀려 올라가고 들어난 뽀얀 허벅지를 강민우의 손길이 더듬는다.
“정말 규리씨는 사랑스러운 여자야.”
“여자들 다루는 솜씨가 보통 아닌 거 같아요.”
“우리는 하나가 되어 작품을 만들어야 돼. 성공하지 못하면 음모가 도사리고 있어.”
“뭐, 뭐라고 하는 말에요?”
강민우의 말에 남규리는 취하려던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갑작스럽게 음모라니!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되물었다. 강민우는 빙그시 웃으며 놀라는 그녀를 바라본다. 강민우는 농담을 한 것이다. 농담 의미를 모르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그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 아니야. 아무것도. 다만 규리와 하나가되어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하는 소리야.”
“조금 전에 분명히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했잖아요?”
“사진작가들은 여자의 모든 것을 사랑한단 말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
“사랑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음모란 말이지. 음부에 난 털.”
“........”
남규리는 강민우의 말이 농담인 것도 같고 의미가 담긴 말인 것도 같았다. 술이 많이 취하지 않았지만, 이상한 태도를 보였기에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 볼 정도의 정신은 아니었다.
“작가님이 나를 놀리시는 거지요!?”
“미안해. 미스 남, 아니 규리씨! 난 정말 모델로서가 아니고 여자로 사랑하고 싶어.”
“사랑하고 싶다니요!? 어떻게요.”
“내 방식대로. 사람의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잖아. 사랑하고 싶은 여자와 하나가 되고 싶어, 작품이 끝날 때까지 만이라도.”
“그럼 작품이 끝나면 헌신짝처럼 버리신다는 말인가요?”
“그게 아니야.”
“그럼 뭐에요?”
“우연인지 몰라도 규리씨를 사랑하고 싶어.”
“우리는 어제 처음 우연히 만났잖아요.”
“그래. 그러나 우연한 만남이 아니라 운명적으로 만났지.”
“운명인지 어떻게 알아요.”
“우린 하나가 되어 운명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어. 규리씨를 갖고 싶어.”
“정말 이세요?”
“응,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들고, 하나가 되고 싶어.”
“하지만.......! 안돼요.”
“왜?”
“저도 모르겠어요.”
“그럼 작별의 키스라도.......”
온화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강민우의 눈빛은 야생마처럼 이글거리는 눈빛이었다. 그녀는 그의 눈빛 속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말을 채 끝내지도 않고 강민우는 남규리를 당겨 으스러지도록 끌어안았다. 이미 입술을 허락한 남규리는 강민우에게 매달리며 뜨거운 키스를 받아 드렸다.
그러나 뜨거운 키스로 끝나지는 않았다. 감정의 불씨가 살아나 서로의 타액을 마셨다. 농도 깊은 키스를 하면서 강민우가 그녀를 안아서 소파 위에 눕힌다. 그리고 그의 손길이 남규리의 팬티를 벗기기 시작했다. 플레어스커트 속의 손바닥만한 꽃무늬 팬티는 결코 큰 장애물이 아니었다.
“작가님, 이러시면 안돼요.”
말로는 거부하지만, 그녀는 달아오르는 욕구를 주체 할 수 없었다. 자존심 때문에 일단 거부를 했었지만 오히려 은근히 그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아, 안 된다니까요.”
거부하는 그녀의 입을 막기라도 하듯이 강민우가 그녀의 혀를 빨아 당긴다. 그녀는 현기증까지 느낄 정도로 성감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미 남자와의 육체관계를 하는 행위에 익숙해있는 그녀였다. 거절하는 말을 되풀이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강민우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음......! 처음부터....... 싫다고 했는데.......”
“규리씨는 아름다워.......”
그녀의 붉게 달아오르는 표정을 살피며 강민우는 거칠어지는 숨을 진정시키려했다. 어느새 남규리의 블라우스마저 벗겨지고 있었다. 브래지어를 밀어 올린 남자의 손길에 젖가슴이 움켜쥐어졌다. 그녀는 온몸의 세포가 감전당하는 전율을 느낀다. 남자의 머리가 젖가슴에 묻혀 젖꼭지를 세차게 빨아 당긴다. 온 몸이 빨려 들어가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기증 속에 그녀는 이제 거부하는 말도 잊어 버렸다.
“아 으......! 난 몰라.”
유도가 빨아 당기는 강민우의 손길이 그녀의 음모를 쓰다듬고 내려간다. 그리고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듯이 여자의 은밀한 비역을 공략한다. 남자의 손가락끝에 음순이 휘감긴다. 그녀의 본심은 처음부터 이상하게도 강민우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드리고 싶었다. 난폭하게 당하지 않으면 끝까지 몸을 지킬 수 있다고 믿어 왔는데 오늘만은 달랐다. 모든 것을 남자에게 맡기고 싶은 심정이다.
남규리는 하복부로 전달되어 오는 촉감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전류처럼 파고드는 성감에 달아올라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녀는 더 이상의 거부를 하지 않았다. 온 몸의 예민한 돌기가 살아나고 구름위로 떠오르는 엑스터시를 느낀다. 은밀한 비역을 헤집는 그의 손가락의 움직임을 견디지 못해 허벅지를 조이며 허리를 비틀었다.
강민우는 그녀가 숨을 쉴 틈도 주지 않고 유두를 빨아 당겨 애무를 하는 동시에 음부의 숨겨진 살갗들의 감각을 끌어 올린다. 남자의 손가락이 보지 속으로 슬며시 침범하여 헤집는다. 그녀는 바르르 떨며 왈칵 둔부를 들어 올리며 젖가슴에 묻힌 머리를 움켜쥐었다. 음부를 애무하는 손끝에 맑은 샘물이 적셔진다. 그녀의 표정을 살피던 강민우는 희소를 흘린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침실로 들어가서 침대 위에 눕혔다.
아늑한 늪 속으로 떨어지던 남규리는 강민우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의식했다. 시선을 마주 할 수 없어 외면을 하고 눈을 감았다.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걸쳤던 옷들이 벗겨진다. 브래지어 호크를 벗기는 그의 손길을 의식하고 그녀 스스로 등을 들어준다. 그녀를 발가벗긴 강민우 자신도 옷을 벗고 침대위로 올라갔다.
허전했던 그녀의 발가벗겨진 가슴위로 강민우의 알몸이 감쌌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포갰다. 그녀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싼 강민우의 입술이 그녀에게 습한 열기를 불어 넣는다. 다시 은밀한 그녀의 비역을 애무하는 그의 손가락의 움직임은 멈출 줄을 모른다. 보지 속에 숨겨진 살갗들이 남자의 손가락 끝에서 아메바처럼 살아 움직인다. 그녀는 황홀한 희열의 늪을 헤맨다.
“그, 그만.......! 하 아! 어떡해.......”
남규리는 애무보다 강렬한 행위를 원하고 있었다. 아무리 필요해 의해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한다고 해도 강민우도 피가 끓는 남자였다. 그녀를 불길 속으로 밀어 넣는 그 자신도 강렬한 성욕에 달아오르고 있었다. 거칠어지는 자신의 숨소리를 들으며 강민우는 냉정해지려고 마음 다진다.
강민우의 가슴에는 목걸이가 늘어져 흔들거렸다. 목걸이에 매달린 어머니의 반지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남규리를 유린하는 것은 욕정이 아니고, 복수를 위한 작업이라고 생각하며 감정을 억제한다.
“이제 시작이야. 규리씨를 행복하게 해줄게. 다리 좀 벌려봐.”
동굴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처럼 들리는 명령에 따라 그녀는 허벅지를 벌린다. 남자의 손가락이 음모를 헤집고 비역의 입구를 열어 젖혔다. 붉은 꽃잎처럼 여자의 비역이 전등 불빛에 선명하게 들어났다. 강민우는 그녀의 하복부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뜨거운 입김과 입술이 그녀의 숨겨졌던 여린 살갗에 닿았다. 그녀는 자지러지는 쾌감에 알몸을 비틀었다.
“하 아! 그, 그건 싫어요.”
그러나 거절이 아니었다. 너무나 짜릿하고 온몸이 오그라드는 성감의 전율이었다. 비역 안으로 혀가 침범해 들어왔다. 뼈마디가 녹아내리는 뜨거움이었다. 숨겨진 꽃술마저 마찰하며 꽃샘을 빨리는 성감에 그녀는 둔부를 들어 올리며 남자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녀는 신음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를 내질렀다.
“아 항! 아, 안돼요!”
하지만 그녀는 남자의 머리를 밀어 내는 것이 아니었다. 남자의 머리를 붙들고 더 강하게 비역을 마찰시키려 했다. 그녀가 쾌감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고 허우적거려도 강민우는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녀는 온 몸이 한없이 치솟았다가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찔함 속에 빠진다.
“하 윽! 그, 그만 주, 죽겠어요.”
“으 음~! 규리씨는 아름다워.”
강렬한 쾌감을 느끼는 남규리는 너무 좋아 죽을 지경이었다. 방금 잡아 올린 연어의 싱싱함을 음미하듯이 그녀의 숨겨진 살갗을 빨아 당기기도 하고 입술로 잘근거렸다. 강민우의 혀끝과 손길이 풍부한 굴곡을 따라 움직일 때마다 그녀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강민우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신음을 터트렸다.
“하 아~! 어, 어떡해! 그, 그만. 아 항! 사람 미치겠어. 제발........”
“지금, 규리 모습이 좋아.......”
강민우의 숨결도 높아졌다. 남규리의 횡설수설하는 목소리를 듣고 강민우는 쾌재를 부른다. 그녀는 거의 완전한 엑스터시에 빠져 들었기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니었다. 남자의 입술이 진홍빛 음순을 파먹듯이 요리 하는 동안 그녀는 발정한 짐승의 소리를 끊임없이 뱉어냈다. 그 소리는 거부할 수 없는 고통의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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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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