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100% 작가의 상상이며 또한 해서는 안 될 범죄 행위입니다. 결코 모방하지 마시고 이 소설로만 만족을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성욕은 사랑하는 사람한테 느껴야하고 풀어야 한다는 민수의 오랜 가치관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여자에게 제 2의 사춘기라고 불리는 "갱년기"가 있다면 남자에게는 이것이 제 2의 사춘기일 것이다.

"젠장, 내가 요즘 왜 이러냐? 그 이중인격자에 싸가지 없는 김미애 따위한테 성욕을 느끼고 변태처럼 쳐다보고 말이야"

아침에 노팬티로 추정되는 김미애의 엉덩이를 멍하니 쳐다본 게 마음에 걸리는가 보다.

"그렇게 쳐다봤으니 분명히 로비에 있던 사람들도 내가 여자 엉덩이를 쳐다보는 걸 알았을 거야"

길거리에서 야하게 옷을 차려입은 여자가 지나간다면 남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옆 눈길로 안 보는 척 힐끔 힐끔 쳐다보는 사람과, 대 놓고 쳐다보는 사람.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겠지만 옆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은 또 크게 두 부류로 나뉠 것이다. 안 보려 애를 쓰지만 남성의 내재된 본능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눈동자가 돌아가는 사람과, 주위 눈치를 보며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가식적인 연기를 하는 사람. 또한 대놓고 쳐다보는 사람도 크게 두 부류로 나뉠 것이다. 정말 변태라 말 그대로 대놓고 감상을 하는 사람과, 남성의 본능이 몸을 마비시켜 격렬한 심장박동을 유발하며 몸이 굳어진 사람.
민수의 경우는 대놓고 쳐다보는 사람의 후자인 경우가 아닐까?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자신을 컨트롤 못 하는 순진무구한 숫총각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후... 쪽팔리다 쪽팔려..."
"뭐가 쪽팔리세요?"
"넵?"

깜짝 놀라 고개를 드니 옥수수마냥 비실비실해 보이고 재수 없는 야비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젊은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박준현씨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애초에 서로 친한 것도, 좋은 감정을 가진 것도 아니기에 인사를 했으니 사라지겠지하며 다시 혼자만의 생각으로 빠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도통 사라지질 않는다.

"할 말이 있으면 하던가. 가만히 서서 재수 없게 쳐다보는 거야"

재수 없는 면상을 계속 보고 있자니 안 좋던 기분이 더 안 좋아진다.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고 더러워서 피한다고 하지 않나? 박준현의 면상에서 다른 곳으로 시선을 피한다.

"이거였구나? 재수 없는 자식"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기니 박준현이 자동차 키를 흔들고 있는 게 보인다. 아마도 자랑하고 싶었나보다.

"그래 이 자식아 너 잘났다. 띄워줄테니깐 빨리 꺼져라"
"와~ 그 키 뭐나요?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는데요? 저엉말~ 멋진데요? 와우~ 와우~ 부러워라~!"

강한 긍정은 강한 부정이듯이 이 것 또한 같은 경우가 아닐까? 평소의 민수라면 결코 이런 과오를 저지를 일이 없지만 상대방이 그만큼 민수에게 부정적으로 다가왔다 보다.

"하하하, 별건 아니고 새로 뽑았어요"

보통 돈이 많으면 사기를 잘 당해, 못 가진 자들은 돈이 많은 자들을 무식하다고 비꼰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면 돈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머리에 든 게 만다는 증거가 아닐까? 단지 문제가 되는 것은 돈이 많기 때문에 주위에서 항상 그들을 떠받들어주니 어느 순간 그 것이 익숙해져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소위 "얇은 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물론 여기의
"박준현"의 경우는 재벌 2세로 태어났을 때부터 그런 "떠받들임"에 익숙해져 특히 귀가 얇을테고 말이다.

"와...부럽다. 차종이 뭔데요?"
"좋은 건 아니고 람보르기니라고..."

억 단위가 우습다는 차를 몬다는 말에 급격히 배가 아파오고 오버는 더욱 심해진다.

"아~~~ 람보~~~르~~기니~~! 부우~~럽다~~저엉~말!"
"이게 뭐 좋은 차라고 부러워요. 저는 후회하는 중인데"
"저는 평생 그런 차는 꿈도 못 꿀 거 같아서요. 우연이라도 그런 차 조수석에 앉기만 해도 다행일텐데 말이에요"
"실망하지 마세요. 열심히 사시면 저처럼 람보르기니도 모실 수 있으실 거에요. 하하하"
"웃기는 소리 하네 이 자식이. 이게 네 능력이냐?"
"네, 저엉말~ 감사하네요. 차 값만큼 테니스도 잘 하실지..."
"하하하, 아시면서 그러시네요. 제 운동신경이 어디 가겠나요"
"네, 잘 알죠~ 저랑 대화하시다가 시간 다 가시겠어요. 시간은 금인데 말이에요"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민수의 축객령을 눈치 못 챌 아둔한 사람은 아닌가보다.

"아, 그렇죠. 시간은 금! 저는 이만..."

천천히 퇴장하는 그를 보면서 피가 거꾸로 들끓어 오르지만 한편으로는 착잡하다.

"안녕하세요"
"또 어떤 떨거지야"

연타석으로 기분이 점점 다운되어 지옥으로까지 하강하고 있는 상태에서 누군가 말을 건다면 상대가 누구라 할지라도 결코 좋게 말을 할 순 없을 것이다.

민수가 눈을 치켜뜨고 상대를 바라본다.

"아,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예외는 있는 법인가 보다. 순식간에 눈에 힘을 풀고 상냥한 톤으로 인사를 한다.

"네..."

정민희가 처음의 그 치켜뜬 눈빛에 겁을 먹었나보다. 게 다리 걸음으로 살짝 옆으로 빠지고는 포물선을 그리며 민수에게서 멀리 돌아간다.

"박준현! 이 개!새!끼!"

안 되는 날은 뭘 해도 안 되나 보다.

"어떻게든 만회를 해야 돼! 옷 갈아입고 나오면 내가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지"

기다리고 기다리고 드디어 여자로 추정되는 발소리가 들려온다.

톡. 톡. 톡.

민수가 재빠르게 수화기를 들고 가상의 상대와 통화를 하는 척을 한다.

"하하하, 선생님 칭찬은 무슨. 제가 딱히 잘 한건 아니고 다른 사람이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드디어 민수의 시야에 발소리의 주인공의 모습이 들어온다. 역시 정민희 그녀였다.

"하하하, 그렇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어려운 사람이 곤란에 처한다면 결코 지나치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그녀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허세는 강렬해지고 목소리 또한 커진다.

"사례는 무슨... 자꾸 이러시면 전화 끊겠습니다"

그녀가 드디어 민수를 지나쳐 등을 보이고 코트 안쪽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때마침 진짜 전화가 온다.

따르릉. 따르릉.

정말 오늘은 마가 끼긴 제대로 끼었나 보다. 그녀가 전화벨 소리를 들을라 황급히 수화기를 든다.
등에서 흐르는 한줄기 식은땀을 느끼며 옆눈길로 그녀의 동태를 보니 역시나 그녀가 고개를 돌리는 게 감지된다.

"선생님 자꾸 이러시지 말라니까요. 사례는 안 받는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저를 그런 사람으로 만드지 마십시오. 사례 한다고 말씀하시면 또 좀 전처럼 끊겠습니다"

과정이야 어쨋든 민수치고 순간적인 임기응변이 좋았나보다. 그녀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 시야에서 사라진다.

"아씨..."
"아씨? 야임마 너 약 먹었냐? 계속 헛소리 할래?"

너무 그녀에게 정신이 쏠렸나보다.

"아예, 테니스장입니다. 무슨 용건으로..."
"내가 오늘 아침에 나왔다가 라켓을 놓고 온 거 같아서 말이야. 혹시 거기 있는지 확인 좀 해줄래?"
"누구...아, 박 사장님이시구나. 확인하고 전화드리겠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테니스장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분실물을 찾는 중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친다.

"그런데 민희씨가 나를 의식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