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마을 근처의 소도시
"그럼 당신은. 당신 마을의 사람들을 구해달라고 여기에 온것이군? 시스터 세시리아."
올백으로 넘긴 머리에, 거만하게 책상에 발을 올리고, 손에는 얇은 채찍을 까딱이며 말하는 남자의 어깨에 흰색 무늬가 수놓아져있다. 그리고 그의 앞에 단호한 표정으로 서있는것은 세시리아. 수녀복 그대로지만 어딘지 모를 날카로움이 그녀의 눈빛에서 보였다. 그러나 그런 눈빛쯤은 아무래도 좋다는듯이 말을 이어나가는 남자.
"불행히도, 우리는 마을 사람들이 전부 레지스탕스의 일원이라는것을 알아냈지. 당신의 부탁은 쓸모없는 일이야. 군인이 적을 없애지 않으면, 누가 적을 없애지?"
자리에서 일어나 채찍을 자신의 다리에 탁탁 치며 창가로 걸어가는 남자의 얼굴은 의외로 매끈했다. 나치에게 점령되었지만 여전히 일상을 보내는 소도시의 주민들이 시청 밑을 지나가는 것이 보이고, 사실 거의 다를것도 없어보였다. 한가지 다른것이 있다면 거리마다 휘날리는 붉은 깃발과 곳곳에 서있는 나치 군인들 뿐.
"틀렸어요, 게르트호른 대령."
날카롭던 눈빛을 조금 가라앉힌 세시리아는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게르트호른이라고 불린 남자를 향해 걸어갔다. 단화를 신고 있을 그녀의 걸음에서는 어딘지 딱딱한 소리가 울리고, 목소리와 맞지않게 그녀의 걸음걸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대열이 느껴졌다.
"지금 당신이 하려고 하는 행동은 말도 안되는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전부 무고해요. 그런 사람들을. 전쟁이 일어난것도 모르던 순박한 마을 사람들을 죽이려는건.. 도살자와 다를것이 없어요."
조용조용하지만 어딘지 단호하고 딱딱한 목소리. 확실히 그녀의 모습은 평소와는 달랐다. 전에 없이 단호한 모습과 도전적인 시선. 언제나 나긋나긋하고 상냥한 세시리아 수녀의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녀에게는 눈길조차 주지않은채 창밖을 내다보는 게르트호른을 조용히 바라보던 세시리아는, 마침내 결단을 한듯 머리를 덮은 베일에 손을 가져갔다.
"신이 용서하지 않을겁니다. 그리고.. 신이 아니더라도, 제가 용서하지 않을거에요. 게르트호른. 대령."
찰칵. 하는 금속음. 그가 임시로 집무실로 사용중인 시청의 시장실에는 그 자신의 권총 밖에는 없으니, 이는 분명 다른 권총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이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그의 눈앞에는, 세시리아가 와루사를 겨눈채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군복을. 그것도 나치의 장교복을 입은 세시리아가. 이미 수녀복은 흘러내려 바닥에 고여있었으니, 집무실에 들어오기 전부터 입고있었다는 말일테다.
그런 세시리아의 모습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은채 게르트호른의 눈이 그녀의 몸을 훑었다. 옷이 터져나갈듯 아름다운 몸매도 물론 눈요깃감이 되지만, 그녀가 입고있는 것은 전쟁 초기에 생산라인이 바뀐 M36 튜닉이었다. 그런데 어디 하나 해진곳이 없다는 것은, 그녀가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는 의미일터. 거기에 좀 작기는 해도 딱 맞는 옷의 모양은, 수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교복의 주인이 세시리아 그녀 자신이라는 것을 넌지시 알려준다.
"신의 자녀라는 분이, 불경스러운 모습에 불경스러운 것을 들고 있군?"
피식. 게르트호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고였다. 분명 그녀였다. 이 도전적인 모습. 독일인답지 않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외모, 오른손에 와루사의 그립을 감아쥔채,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잡는 그녀 특유의 사격 자세. 그때 자신은 중령이었고, 그녀는 소위였는데, 시간이 참 빠르군. 하는 생각을 하며. 총구가 따라 움직이는 것을 개의치않고, 천천히 걸어 그녀의 앞으로 다가섰다.
"움직이지마세요. 이건 장난치는 것이 아닙니다. 당장 그 말도 안되는 명령을 취소하지 않는다면, 신을 대신해, 제가 당신을 벌할..."
"이게.. 얼마만이지, 2년... 아니, 3년만인가? 베아트리스 바르데라 소위? 후후.. 그동안 몸이 완전히 무르익었군. 이제는 정말 여자가 되었어."
3년전 겨우 육군장교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의 아래 배치된 앳된 모습의 베아트리스가 지금 시스터 세시리아의 모습을 한 그녀에게 겹쳐져 보였다. 그때의 그녀는 아직은 파릇파릇하더라도, 여군이지만 남자에게 못지않는 단정함과 모범으로 표창도 받았는데.. 어쩌다가 그녀가 이렇게 자신에게 총을 겨누게 된것인가.
아이러니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때부터도 남다른 몸매를 자랑하던 베아트리스가 더욱 무르익은 여체의 모습을 보이자 한편으로는 흥분되기도 했다. 실은 자신의 직속 부하이던 베아트리스를 보면서도 군침을 삼켰지만, 귀족인 자신이 감히 부하를 범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기에 꾹 참아왔는데, 오늘날 이렇게 적으로 만나다니. 그녀가 말하는 신에게 감사라도 올리고 싶었다.
"무ㅡ무슨 말입니까..! 무례하군요! 그보다, 당신은 정말 이것이 장난이라고 생각하는건가요?"
세시리아로서는 그녀 나름대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것 같았다. 3년전. 파리 공방전에서 어둠속에 죽이고 만, 프랑스군으로 오해했던 사람이 실은 대학교수였고, 가장이었다는 것을 알고는 그길로 수녀원에 들어가 속죄하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p달전, 세시리아 수녀로서 마을에 오며 자신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안심했다.
그랬는데, 잊은줄 알았던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사람이 있었을 줄이야. 그것도 점령군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어 게르트호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그의 이름은 헤르만 본 게르트호른. 제3 제국 육군의 중령이자, 그녀의 상사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적일뿐.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와루사를 단단히 쥔다.
"베아트리스 소위. 우선은 몸에 딱 맞는 그 튜닉부터 벗고 말하는것이 어떨까. 아니면 소위를 고결한 수녀로 꾸며주는 수녀복이라도 걸치는것이 좀더 설득력이 있어보이는데."
그리고. 라고 그는 운을 떼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알지. 베아트리스 소위. 소위는 절대로 트리거를 당기지 못해. 단정하고, 실로 군인으로서는 모범적이었지만, "그 일"이 트라우마가 되었을거야. 그러니 소위. 총을 내려놓아. 소위는 비록 탈영병이지만, 지금의 모습을 간직한다면 일부러 알리고 싶지는 않아. 그러니, 다시 시스터 세시리아로 돌아와서 이야기하세."
거짓말이었다. 실은 유능했던 그녀가 탈영한 이후로, 보장되어있던 그의 출세길은 막혀버렸다. 도대체 부하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유능하고 모범적이던 장교가 탈영을 하느냐며, 군법회의에서 그녀와 마찬가지로 이제 막 소위가 된 법무관에게 추궁을 당하는 수모를 겪고, 상관에게 넌지시, 대령 이후로는 진급이 어려울거라는 말을 들었었다. 그녀 한 사람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수는 없었다. 자신이 몰락해버린 것처럼, 그녀에게도 몰락의 수치를 안겨주어야 했다. 한때는 부하였지만, 지금은 민간인. 아니, "수녀로 위장해 점령지 무관에게 살해위협을 가한 스파이" 였으니, 명목은 충분했다.
"거짓말. 당신은 남자이고, 저는 여자입니다. 이 작은 와루사라도 없다면, 제가 어떻게 몸을 지키지요? 그런데다, 저는 당신에게서 충분한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호신용의 무기를 가지고 있는것은,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완전히 시스터 세시리아로서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사라지고, 베아트리스 소위의 딱딱한 모습만이 남아, 게르트호른을 노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여유롭게도, 손에 들고 이리저리 휘젓던 채찍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손바닥을 들어 그녀에게 보였다. 아무런 무기가 없다는 뜻이다.
물론 그녀가 총을 들고있다고 해도, 모제르나 와루사 같은 것이라면 별로 힘들이지 않고 제압할수 있지만, 그래도 총이 있다면 골치 아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가급적이면 그래도 옛 부하의 연을 생각해 좀더 부드럽게 대해주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로서는 베아트리스가 권총을 버려주기만을 바랬다.
"원한다면, 홀스터에 넣고 있어도 좋아. 아니면 책상 위에 올려놓아도 되고. 단지.. 그. 뭐랄까. 그래도 과거의 부하에게 조준당한다면 그 기분은 좀.. 그럴것 아니겠나. 손에 닿을수 있게 올려두는 것은 뭐라하고 싶지 않지만, 적어도 손에서만은 떼어주면 고맙겠어."
옛 상관의 부탁이라서인지, 세시리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와루사를 그의 집무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렇지만 여차하면 바로 집을수 있도록 가죽 슬리브를 낀 손은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원래의 베아트리스였다면 응하지 않았겠지만, 시스터 세시리아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인지 조금은 경계가 느슨한듯 보였다.
물론 게르트호른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자신의 몰락을 그대로 안겨주고, 그녀의 성숙한 육체를 거머쥘수 있는것이었다. 그렇지만 성급해서는 안됐다. 더욱 그녀가 틈을 둘때, 한번의 습격으로 완벽하게 장악해야만 한다. 서로가 다른 생각을 하며 말없이 바라볼때, 갑자기 집무실의 문이 열렸다.
"대령님, 사단 본부에서의 연락입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세시리아.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게르트호른은 베아트리스의 손이 얹혀져있던 와루사를 빼앗아 곧바로 자신의 왼손에 옮겨쥐었다. 그와 함께 채찍을 잽싸게 오른쪽으로 밀어 반격의 기회를 봉쇄한뒤 당황한 그녀의 미간에 똑바로 총구를 갖다댔다. 영문을 모르던 젊은 장교도 게르트호른의 눈짓에 생면불식의 베아트리스에게 모제르를 겨누었다. 그 역시도 소위였으니, 하극상을 저지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잘했다, 에른스트 소위. 포상으로 이 암퇘지년을 따먹을수 있게 해주지."
"게르트호른 대령! 당신! 뭐하는건가요 지금!!"
에른스트 소위라고 불린 남자의 모제르가 자신의 뒷머리를 겨누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갑자기 돌변한 "옛 상관"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믿기지 않았다. 그가 제국의 귀족 군인이며, 부하들에게 인망이 높은 헤르만 본 게르트호른이 맞는건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독기를 품고 노려보는 베아트리스의 이마부터 코를 손가락으로 길게 훑어내려오며, 총으로 위협당한 그녀의 팔을 뒤로 돌려 밧줄로 여러번 감아 묶는 손은 틀림없이 게르트호른의 것이었다.
"제국의 위업을 수행하면서 겨우 그정도의 일에 충격을 받았다면 차라리 스스로 죽어주는 것이 좋았겠지. 그런데 베아트리스 소위. 네년은 그걸 나에게 떠넘겼어. 덕분에 나는 어떤 공을 세워도 이 이상 진급을 할수 없다. 부하를 강간했다는 오명까지 씌워졌지. 그렇게 이 헤르만 본 게르트호른이 몰락한것이다. 그렇다면 베아트리스 바르데라. 네년도 그 죄의 값을 치러야하지 않겠나?"
그제서야 모제르가 머리에서 떨어지고, 여전히 독기를 품은 눈으로 올려다보는 베아트리스. 이미 시스터로서의 부드러운 마음은 잊은채, 어느새 자신이 왜 연대 본부에 오게되었는지도 잊은듯 이를 빠드득 소리나게 깨물며, 게르트호른의 책상에 침을 뱉었다.
곧바로 에른스트 소위의 모제르가 다시 뒷머리에 가닿았지만, 진정시키는듯 조용한, 베아트리스도 휘하에 있으며 경험했던, 인망 있는 지휘관 게르트호른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내 모제르는 그 냉기만을 남긴채 다시 떨어졌다.
"베아트리스 소위. 지금 소위는 누구이지? 베아트리스 바르데라 소위인가? 아니라면, 시스터 세시리아인가? 모든것이 소위가 생각하는 대로 되지는 않아. 감출수 없는 것도 있는 법이지."
잠시 말을 멈춘 게르트호른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길게 쓸어내렸다. 그때는 살짝 웨이브가 들어간 금발이었는데, 지금은 역시 수녀의 모습이어서인지 스트레이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어쩌면 이 머리칼이야말로 그녀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소위는, 수녀로 위장해 점령지 사령관을 암살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프랑스의 스파이로서, 포로로 잡혀있다. 제네바 협정에는 스파이에 대한 부분이 없으므로, 소위는 순전히 내 관할 안에 있는것 이겠지."
"스파이라니 대령...! 난 스파이가 아냐! 단지.. 단지 마을 사람들을 살리고자 했을뿐!"
베아트리스의 외침에 게르트호른은 참을수 없다는듯이 크게 웃었다. 베아트리스는 물론, 에른스트 소위마저도 그가 웃는 이유를 알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게르트호른은 진심으로 재미있다는듯 소리내어 웃다가 마치 앞뒤가 있는 종이인형과도 같이 순식간에 굳은 표정으로 채찍을 세게 휘둘렀다. 승마용의 얇안 채찍은 베아트리스의 등을 휘감으며 자신은 할일을 했다는듯이 날카롭게 울었다. 입술을 깨물며 간신히 비명을 참는 그녀를 내버려둔채, 게르트호른은 표정에 변화없이 단조로운 어투로 말했다.
"마을 사람들을 살린다. 시스터 세시리아로 말이지. 그런데 그렇게 하면 소위가 저지른 그일이 없어지고, 내가 덮어쓴 오명이 없어지나? 결국은 자기만족이지. 그러나 베아트리스 바르데라. 숨길수 있는것이 있고 숨길수 없는것이 있지. 혼자서 고결한척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거네. 소위가 무엇이라도 되는것 같나? 그런다고 무엇이 달라지는것 같나?
현실을 직시해. 베아트리스. 지금 소위는 점령지 사령관을 암살하려한, 비겁한 탈영병일 뿐이야. 그리고. 소위가 정말로 "속죄"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정말로 모르는건가? 과거를 잊는다고 해서, 그것이 처음부터 없었던것처럼 될것 같나?"
그때까지도 입술을 깨물고 분노로 부들부들 떨고 있던 베아트리스의 대답은 간단했다. Kauderwelsch. 지금까지도 옛 상관과 독일어로 이야기했지만, 유독 이 말만큼은 강한 악센트를 담아 내뱉었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Bullshit 정도일까. 상관을 향해, 반기를 든것이자 할테면 해보라는. 강한 적대감을 담은 한마디였다.
그렇지만 게르트호른은, 예상했었다는듯 지그시 그녀의 차가운 시선을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짝.하고 뺨을 힘껏 갈겼다. 베아트리스의 머리가 한쪽으로 휙 돌아갈정도로 강한 세기였다.
"암퇘지 조련을 시작한다. 에른스트 소위는 사단 본부에 지금 외출중이라고 전한뒤 곧장 내려오도록."
흥. 이라고 베아트리스는 생각했다. 대령이 무엇을 하지는 모르지만 버텨낼수 있다고 생각한것이었다. 그렇지만 그 생각도 잠시. 게르트호른은 그녀를 군인. 아니, 인간으로조차 취급할 생각이 없는지 머리채를 휘어잡은채 손이 뒤로 결박된 그녀를 집무실 밖으로 끌어나왔다. 건물을 바쁘게 오가던 행정관과 장교들이 그녀를 이상한듯이 보았지만, 이내 자신들의 일에 급급해 그녀를 잊는다.
베아트리스는 생각하지 못했다. 대령의 그녀에게의 증오심은 생각보다 컸고, 앞으로의 일주일이 그녀의 인생에 있어 최악의 날들이 될것임을.
* 상편 중편 하편으로 쓰려고 했는데, 원작에서 간접적으로 말하려는 주제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다보니 분량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그렇지만 저 일주일을 전부 쓰지는 않을거에요. 처음 하루. 길어도 이틀 정도만 쓰고, 완전히 붕괴해버린 베아트리스의 모습만 잠깐 비추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야하니까.
원작에서는 강간만 묘사되어있는데, (SM만 해도 기껏해야 문신) 무엇을 집어넣어서 붕괴하는 장면을 보여야 독자 여러분들을 꼴리게 할지도 고민거리가 되겠습니다.
이상.
"그럼 당신은. 당신 마을의 사람들을 구해달라고 여기에 온것이군? 시스터 세시리아."
올백으로 넘긴 머리에, 거만하게 책상에 발을 올리고, 손에는 얇은 채찍을 까딱이며 말하는 남자의 어깨에 흰색 무늬가 수놓아져있다. 그리고 그의 앞에 단호한 표정으로 서있는것은 세시리아. 수녀복 그대로지만 어딘지 모를 날카로움이 그녀의 눈빛에서 보였다. 그러나 그런 눈빛쯤은 아무래도 좋다는듯이 말을 이어나가는 남자.
"불행히도, 우리는 마을 사람들이 전부 레지스탕스의 일원이라는것을 알아냈지. 당신의 부탁은 쓸모없는 일이야. 군인이 적을 없애지 않으면, 누가 적을 없애지?"
자리에서 일어나 채찍을 자신의 다리에 탁탁 치며 창가로 걸어가는 남자의 얼굴은 의외로 매끈했다. 나치에게 점령되었지만 여전히 일상을 보내는 소도시의 주민들이 시청 밑을 지나가는 것이 보이고, 사실 거의 다를것도 없어보였다. 한가지 다른것이 있다면 거리마다 휘날리는 붉은 깃발과 곳곳에 서있는 나치 군인들 뿐.
"틀렸어요, 게르트호른 대령."
날카롭던 눈빛을 조금 가라앉힌 세시리아는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게르트호른이라고 불린 남자를 향해 걸어갔다. 단화를 신고 있을 그녀의 걸음에서는 어딘지 딱딱한 소리가 울리고, 목소리와 맞지않게 그녀의 걸음걸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대열이 느껴졌다.
"지금 당신이 하려고 하는 행동은 말도 안되는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전부 무고해요. 그런 사람들을. 전쟁이 일어난것도 모르던 순박한 마을 사람들을 죽이려는건.. 도살자와 다를것이 없어요."
조용조용하지만 어딘지 단호하고 딱딱한 목소리. 확실히 그녀의 모습은 평소와는 달랐다. 전에 없이 단호한 모습과 도전적인 시선. 언제나 나긋나긋하고 상냥한 세시리아 수녀의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녀에게는 눈길조차 주지않은채 창밖을 내다보는 게르트호른을 조용히 바라보던 세시리아는, 마침내 결단을 한듯 머리를 덮은 베일에 손을 가져갔다.
"신이 용서하지 않을겁니다. 그리고.. 신이 아니더라도, 제가 용서하지 않을거에요. 게르트호른. 대령."
찰칵. 하는 금속음. 그가 임시로 집무실로 사용중인 시청의 시장실에는 그 자신의 권총 밖에는 없으니, 이는 분명 다른 권총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이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그의 눈앞에는, 세시리아가 와루사를 겨눈채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군복을. 그것도 나치의 장교복을 입은 세시리아가. 이미 수녀복은 흘러내려 바닥에 고여있었으니, 집무실에 들어오기 전부터 입고있었다는 말일테다.
그런 세시리아의 모습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은채 게르트호른의 눈이 그녀의 몸을 훑었다. 옷이 터져나갈듯 아름다운 몸매도 물론 눈요깃감이 되지만, 그녀가 입고있는 것은 전쟁 초기에 생산라인이 바뀐 M36 튜닉이었다. 그런데 어디 하나 해진곳이 없다는 것은, 그녀가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는 의미일터. 거기에 좀 작기는 해도 딱 맞는 옷의 모양은, 수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교복의 주인이 세시리아 그녀 자신이라는 것을 넌지시 알려준다.
"신의 자녀라는 분이, 불경스러운 모습에 불경스러운 것을 들고 있군?"
피식. 게르트호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고였다. 분명 그녀였다. 이 도전적인 모습. 독일인답지 않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외모, 오른손에 와루사의 그립을 감아쥔채,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잡는 그녀 특유의 사격 자세. 그때 자신은 중령이었고, 그녀는 소위였는데, 시간이 참 빠르군. 하는 생각을 하며. 총구가 따라 움직이는 것을 개의치않고, 천천히 걸어 그녀의 앞으로 다가섰다.
"움직이지마세요. 이건 장난치는 것이 아닙니다. 당장 그 말도 안되는 명령을 취소하지 않는다면, 신을 대신해, 제가 당신을 벌할..."
"이게.. 얼마만이지, 2년... 아니, 3년만인가? 베아트리스 바르데라 소위? 후후.. 그동안 몸이 완전히 무르익었군. 이제는 정말 여자가 되었어."
3년전 겨우 육군장교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의 아래 배치된 앳된 모습의 베아트리스가 지금 시스터 세시리아의 모습을 한 그녀에게 겹쳐져 보였다. 그때의 그녀는 아직은 파릇파릇하더라도, 여군이지만 남자에게 못지않는 단정함과 모범으로 표창도 받았는데.. 어쩌다가 그녀가 이렇게 자신에게 총을 겨누게 된것인가.
아이러니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때부터도 남다른 몸매를 자랑하던 베아트리스가 더욱 무르익은 여체의 모습을 보이자 한편으로는 흥분되기도 했다. 실은 자신의 직속 부하이던 베아트리스를 보면서도 군침을 삼켰지만, 귀족인 자신이 감히 부하를 범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기에 꾹 참아왔는데, 오늘날 이렇게 적으로 만나다니. 그녀가 말하는 신에게 감사라도 올리고 싶었다.
"무ㅡ무슨 말입니까..! 무례하군요! 그보다, 당신은 정말 이것이 장난이라고 생각하는건가요?"
세시리아로서는 그녀 나름대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것 같았다. 3년전. 파리 공방전에서 어둠속에 죽이고 만, 프랑스군으로 오해했던 사람이 실은 대학교수였고, 가장이었다는 것을 알고는 그길로 수녀원에 들어가 속죄하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p달전, 세시리아 수녀로서 마을에 오며 자신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안심했다.
그랬는데, 잊은줄 알았던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사람이 있었을 줄이야. 그것도 점령군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어 게르트호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그의 이름은 헤르만 본 게르트호른. 제3 제국 육군의 중령이자, 그녀의 상사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적일뿐.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와루사를 단단히 쥔다.
"베아트리스 소위. 우선은 몸에 딱 맞는 그 튜닉부터 벗고 말하는것이 어떨까. 아니면 소위를 고결한 수녀로 꾸며주는 수녀복이라도 걸치는것이 좀더 설득력이 있어보이는데."
그리고. 라고 그는 운을 떼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알지. 베아트리스 소위. 소위는 절대로 트리거를 당기지 못해. 단정하고, 실로 군인으로서는 모범적이었지만, "그 일"이 트라우마가 되었을거야. 그러니 소위. 총을 내려놓아. 소위는 비록 탈영병이지만, 지금의 모습을 간직한다면 일부러 알리고 싶지는 않아. 그러니, 다시 시스터 세시리아로 돌아와서 이야기하세."
거짓말이었다. 실은 유능했던 그녀가 탈영한 이후로, 보장되어있던 그의 출세길은 막혀버렸다. 도대체 부하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유능하고 모범적이던 장교가 탈영을 하느냐며, 군법회의에서 그녀와 마찬가지로 이제 막 소위가 된 법무관에게 추궁을 당하는 수모를 겪고, 상관에게 넌지시, 대령 이후로는 진급이 어려울거라는 말을 들었었다. 그녀 한 사람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수는 없었다. 자신이 몰락해버린 것처럼, 그녀에게도 몰락의 수치를 안겨주어야 했다. 한때는 부하였지만, 지금은 민간인. 아니, "수녀로 위장해 점령지 무관에게 살해위협을 가한 스파이" 였으니, 명목은 충분했다.
"거짓말. 당신은 남자이고, 저는 여자입니다. 이 작은 와루사라도 없다면, 제가 어떻게 몸을 지키지요? 그런데다, 저는 당신에게서 충분한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호신용의 무기를 가지고 있는것은,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완전히 시스터 세시리아로서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사라지고, 베아트리스 소위의 딱딱한 모습만이 남아, 게르트호른을 노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여유롭게도, 손에 들고 이리저리 휘젓던 채찍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손바닥을 들어 그녀에게 보였다. 아무런 무기가 없다는 뜻이다.
물론 그녀가 총을 들고있다고 해도, 모제르나 와루사 같은 것이라면 별로 힘들이지 않고 제압할수 있지만, 그래도 총이 있다면 골치 아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가급적이면 그래도 옛 부하의 연을 생각해 좀더 부드럽게 대해주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로서는 베아트리스가 권총을 버려주기만을 바랬다.
"원한다면, 홀스터에 넣고 있어도 좋아. 아니면 책상 위에 올려놓아도 되고. 단지.. 그. 뭐랄까. 그래도 과거의 부하에게 조준당한다면 그 기분은 좀.. 그럴것 아니겠나. 손에 닿을수 있게 올려두는 것은 뭐라하고 싶지 않지만, 적어도 손에서만은 떼어주면 고맙겠어."
옛 상관의 부탁이라서인지, 세시리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와루사를 그의 집무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렇지만 여차하면 바로 집을수 있도록 가죽 슬리브를 낀 손은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원래의 베아트리스였다면 응하지 않았겠지만, 시스터 세시리아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인지 조금은 경계가 느슨한듯 보였다.
물론 게르트호른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자신의 몰락을 그대로 안겨주고, 그녀의 성숙한 육체를 거머쥘수 있는것이었다. 그렇지만 성급해서는 안됐다. 더욱 그녀가 틈을 둘때, 한번의 습격으로 완벽하게 장악해야만 한다. 서로가 다른 생각을 하며 말없이 바라볼때, 갑자기 집무실의 문이 열렸다.
"대령님, 사단 본부에서의 연락입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세시리아.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게르트호른은 베아트리스의 손이 얹혀져있던 와루사를 빼앗아 곧바로 자신의 왼손에 옮겨쥐었다. 그와 함께 채찍을 잽싸게 오른쪽으로 밀어 반격의 기회를 봉쇄한뒤 당황한 그녀의 미간에 똑바로 총구를 갖다댔다. 영문을 모르던 젊은 장교도 게르트호른의 눈짓에 생면불식의 베아트리스에게 모제르를 겨누었다. 그 역시도 소위였으니, 하극상을 저지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잘했다, 에른스트 소위. 포상으로 이 암퇘지년을 따먹을수 있게 해주지."
"게르트호른 대령! 당신! 뭐하는건가요 지금!!"
에른스트 소위라고 불린 남자의 모제르가 자신의 뒷머리를 겨누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갑자기 돌변한 "옛 상관"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믿기지 않았다. 그가 제국의 귀족 군인이며, 부하들에게 인망이 높은 헤르만 본 게르트호른이 맞는건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독기를 품고 노려보는 베아트리스의 이마부터 코를 손가락으로 길게 훑어내려오며, 총으로 위협당한 그녀의 팔을 뒤로 돌려 밧줄로 여러번 감아 묶는 손은 틀림없이 게르트호른의 것이었다.
"제국의 위업을 수행하면서 겨우 그정도의 일에 충격을 받았다면 차라리 스스로 죽어주는 것이 좋았겠지. 그런데 베아트리스 소위. 네년은 그걸 나에게 떠넘겼어. 덕분에 나는 어떤 공을 세워도 이 이상 진급을 할수 없다. 부하를 강간했다는 오명까지 씌워졌지. 그렇게 이 헤르만 본 게르트호른이 몰락한것이다. 그렇다면 베아트리스 바르데라. 네년도 그 죄의 값을 치러야하지 않겠나?"
그제서야 모제르가 머리에서 떨어지고, 여전히 독기를 품은 눈으로 올려다보는 베아트리스. 이미 시스터로서의 부드러운 마음은 잊은채, 어느새 자신이 왜 연대 본부에 오게되었는지도 잊은듯 이를 빠드득 소리나게 깨물며, 게르트호른의 책상에 침을 뱉었다.
곧바로 에른스트 소위의 모제르가 다시 뒷머리에 가닿았지만, 진정시키는듯 조용한, 베아트리스도 휘하에 있으며 경험했던, 인망 있는 지휘관 게르트호른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내 모제르는 그 냉기만을 남긴채 다시 떨어졌다.
"베아트리스 소위. 지금 소위는 누구이지? 베아트리스 바르데라 소위인가? 아니라면, 시스터 세시리아인가? 모든것이 소위가 생각하는 대로 되지는 않아. 감출수 없는 것도 있는 법이지."
잠시 말을 멈춘 게르트호른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길게 쓸어내렸다. 그때는 살짝 웨이브가 들어간 금발이었는데, 지금은 역시 수녀의 모습이어서인지 스트레이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어쩌면 이 머리칼이야말로 그녀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소위는, 수녀로 위장해 점령지 사령관을 암살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프랑스의 스파이로서, 포로로 잡혀있다. 제네바 협정에는 스파이에 대한 부분이 없으므로, 소위는 순전히 내 관할 안에 있는것 이겠지."
"스파이라니 대령...! 난 스파이가 아냐! 단지.. 단지 마을 사람들을 살리고자 했을뿐!"
베아트리스의 외침에 게르트호른은 참을수 없다는듯이 크게 웃었다. 베아트리스는 물론, 에른스트 소위마저도 그가 웃는 이유를 알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게르트호른은 진심으로 재미있다는듯 소리내어 웃다가 마치 앞뒤가 있는 종이인형과도 같이 순식간에 굳은 표정으로 채찍을 세게 휘둘렀다. 승마용의 얇안 채찍은 베아트리스의 등을 휘감으며 자신은 할일을 했다는듯이 날카롭게 울었다. 입술을 깨물며 간신히 비명을 참는 그녀를 내버려둔채, 게르트호른은 표정에 변화없이 단조로운 어투로 말했다.
"마을 사람들을 살린다. 시스터 세시리아로 말이지. 그런데 그렇게 하면 소위가 저지른 그일이 없어지고, 내가 덮어쓴 오명이 없어지나? 결국은 자기만족이지. 그러나 베아트리스 바르데라. 숨길수 있는것이 있고 숨길수 없는것이 있지. 혼자서 고결한척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거네. 소위가 무엇이라도 되는것 같나? 그런다고 무엇이 달라지는것 같나?
현실을 직시해. 베아트리스. 지금 소위는 점령지 사령관을 암살하려한, 비겁한 탈영병일 뿐이야. 그리고. 소위가 정말로 "속죄"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정말로 모르는건가? 과거를 잊는다고 해서, 그것이 처음부터 없었던것처럼 될것 같나?"
그때까지도 입술을 깨물고 분노로 부들부들 떨고 있던 베아트리스의 대답은 간단했다. Kauderwelsch. 지금까지도 옛 상관과 독일어로 이야기했지만, 유독 이 말만큼은 강한 악센트를 담아 내뱉었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Bullshit 정도일까. 상관을 향해, 반기를 든것이자 할테면 해보라는. 강한 적대감을 담은 한마디였다.
그렇지만 게르트호른은, 예상했었다는듯 지그시 그녀의 차가운 시선을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짝.하고 뺨을 힘껏 갈겼다. 베아트리스의 머리가 한쪽으로 휙 돌아갈정도로 강한 세기였다.
"암퇘지 조련을 시작한다. 에른스트 소위는 사단 본부에 지금 외출중이라고 전한뒤 곧장 내려오도록."
흥. 이라고 베아트리스는 생각했다. 대령이 무엇을 하지는 모르지만 버텨낼수 있다고 생각한것이었다. 그렇지만 그 생각도 잠시. 게르트호른은 그녀를 군인. 아니, 인간으로조차 취급할 생각이 없는지 머리채를 휘어잡은채 손이 뒤로 결박된 그녀를 집무실 밖으로 끌어나왔다. 건물을 바쁘게 오가던 행정관과 장교들이 그녀를 이상한듯이 보았지만, 이내 자신들의 일에 급급해 그녀를 잊는다.
베아트리스는 생각하지 못했다. 대령의 그녀에게의 증오심은 생각보다 컸고, 앞으로의 일주일이 그녀의 인생에 있어 최악의 날들이 될것임을.
* 상편 중편 하편으로 쓰려고 했는데, 원작에서 간접적으로 말하려는 주제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다보니 분량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그렇지만 저 일주일을 전부 쓰지는 않을거에요. 처음 하루. 길어도 이틀 정도만 쓰고, 완전히 붕괴해버린 베아트리스의 모습만 잠깐 비추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야하니까.
원작에서는 강간만 묘사되어있는데, (SM만 해도 기껏해야 문신) 무엇을 집어넣어서 붕괴하는 장면을 보여야 독자 여러분들을 꼴리게 할지도 고민거리가 되겠습니다.
이상.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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