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같은 내 여친
"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왜? 무슨 일 있어?"
"왜 그거 있잖아. 나 학교서 일하는거 오늘 무슨 회식자리에 같이 가야돼"
"또? 그거 무지 지루하다며"
"뭐 별 수 있어? 이것두 학교서 나름 돈 받아가면서 경력 쌓는거니까 그냥 가는거지 뭐"
"그래 알았어. 이따가 연락해"
지민과 나는 한동안 별 일 없이 지냈다. 나 스스로가 약간은 욕구가 식어가는 것도 있었고
민아와의 만남탓인지 지민에게 조금은 미안함도 있었던 탓이었던 것 같다.
배창훈. 그 사람에게서는 아직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지민에게도 마찬가지인듯했다.
지민에게서는 별 다른 낌새도 느낄 수가 없었다.
전에 설명했다시피 지민은 학교에서 홍보도우미로 활동하고 있었다.
책자나 광고의 모델들로 나오기도 하고, 또는 학교 알리미로 대내외 활동같은것들도 하는 것이었다.
그 일중에 하나가 조금은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대학과 산업체간의 산학협력같은것이 이루어지면
그냥 조인식이나 뭐 행사같은거 이후에 회식자리에 알리미들도 몇명씩은 참석하는것이 관례화 되어있다는거랄까.
뭐 그렇다고해서 접대라든가 그런것은 아니었다. 말그대로 참석만해서 그냥 좀 앉아있다가 나오고 하는 것이었다.
지민이 혼자 가는것도 아니고 학교사람들과 기업사람들, 그리고 알리미들도 여러명이 가는 자리이니까
뭐 특별히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여태까지 전례로 보았을때 2차를 가는일도 없었고
그냥 말그대로 식당에서 식사만 하고 오는경우가 전부였다.
하지만 학생입장에서 학교측과 기업측의 인사들이 나와서 얘기를 나누는곳에
끼어있다는 자체가 너무 따분한듯했다. 또 나름 격식이 있다보니까 함부러 있지도 못하고
얌전떨고 있는것이 너무 지루한 지민은 항상 이런일이 있을때면 칭얼대곤했다. 그렇지만
홍보도우미를 함으로써 생기는 메리트도 많았기에 (약간의 활동비나 이력서의 경력같은)
지민은 투덜거리면서도 항상 꾸준히 참석하고는 했다. 아마도 때려치기엔 아까웠으리라.
"에휴...나도 오늘은 휴강되고 할 일도 없구만 따분한 저녁이 되겠네...친구들이나 불러서 놀까나..."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
배창훈. 그 사람이었다.
나는 한차례 심호흡을 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솔직히 약간은 꺼림칙한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네."
"아 잘 지냈나? 날세. 누군지는 알겠지?"
"아, 예 물론입니다."
"오랜만에 연락하는구만"
"예예, 근데 무슨일로...?"
"아, 다른게 아니고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싶어서"
"예?"
"뭘 그리 놀라나? 이제 진도나갈때가 됐단 말이지"
"예...근데 저기 오늘은 지민이가..."
"회식에 갔다고?"
"네? 그걸 어떻게..."
"그 산학협력하는 기업이 우리 회사거든. 내가 그 자리에 간단 말이지 흐흐..재밌지 않나?"
"아...아니 저는 지민이 학교를 말씀드린 적도 없는데.."
"아, 이건 내 계획이 아니라 철저히 우연의 일치란 말이지. 얼마전에 행사를 할때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네.
아마 자네 애인은 날 보진 못했을거야. 오늘 회식자리도 굳이 내가 나갈 이유는 없는데, 그냥 한번 가보려고 한다네, 허허"
"아...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너무 놀래서 심장이 두근거릴뿐이었다.
"중간에 몇번이나 연락을 해볼까 하다가, 도저히 연락을 할 수가 없더라구. 우연인척 연락할 방법이 없더란 말이지
그렇다고 자네가 번호를 알려줬다고 하면 둘 사이의 애정전선에 문제가 생길것 같기도 하고해서 말야
그런데 며칠전에 우연히 행사장에 나타난 자네 애인을 보고 이렇게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네.
나름대로 회식날짜까지 미뤄가면서 이것저것 준비를 좀 해뒀는데. 자네 지금 xx호텔로 오겠나?
내가 자네를 위해 준비해둔게 있어."
"xx호텔요?"
"그래, 도착하면 내게 다시 전화주게나"
"네, 알겠습니다."
나는 순간 길에 멍하니 멈춰섰다. 어째야 하지?
한참을 머뭇거리던 나는 지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민아 어디야?"
"나 아직 출발안했어. 이제 슬슬 나가볼라구"
"내가 태워다줄게 학교서 기다려"
"오빠가? 지하철타구 가면 되는데..."
"괜찮아. 학교서 기다리구 있어"
나는 곧바로 차로 뛰어가서 지민의 학교쪽으로 출발했다. 왜그랬는지는 모른다. 그냥 무슨 일이 생길줄을 모르기에
한번 그 전에 보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말리고 싶었던 것인지. 어쩌면 두려웠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 통제를 벗어나게 될 상황이 두려웠을것이다. 그러면서 지민을 가지 말라고 말리고 싶었지만.
내게 다가오게 될 무엇때문에 지극히 나를 참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 그때의 마음만큼은 확실히 그만두고 싶었다.
돌아올수 없을 것만 같았다. 참 웃기게도 이 순간 내 귓가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팬텀이
"The point of no return" 을 부르던 그 압도적이고 매혹적인 목소리만 맴돌았다.
"정말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몰라..."
나는 이윽고 지민의 학교앞에 도착했다. 차를 주차할 곳이 없어 한참을 맴돌다가 다시 정문으로 와보니 지민이 정문에 서있었다.
지민은 주황색의 A라인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무릎위까지 살짝 올라오는 길이에 주름이 있어서 조금은 넓게 퍼지는 형태였다.
그리고 무릎 바로 윗단에는 흰색 줄무늬가 가로로 쳐져있었고 위에는 단추선을 따라서 레이스가 달린 흰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살색 스타킹을 신었는지. 다리는 한층 더 날씬해보였고. 지금의 화사한 모습과 어울리게 흰색의 에나멜 하이힐을 신었다.
헤어스타일은 자리때문인지 평소의 생머리가 아니라 컬을 주어서 말아놓은 상태였고. 화장도 조금은 짙었다.
지민은 깡총거리며 뛰어와 내 옆자리에 올라탔다.
"오빠 많이 기다려써엉?"
"아니"
"화장을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는거야아..어때? 나 아이라인 너무 짙에 그렸나?"
평소에 지민은 아이라인을 잘 그리지 않았다. 원래 속눈썹이 보통사람보다 많이 긴 편이었고. 또 약간은
치켜올라간 눈매탓에 아이라인까지 그리는 일은 잘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라인을 그린걸 보니 나름 신경을 썼나보다.
"아냐 괜찮아 괜찮아."
"피이..별로 쳐다보지도 않고 말하네."
"근데, 치마가 조금..."
"응? 이거 무릎까지 오는건데 왜?"
"그렇긴한데..."
A라인이면서 주름치마다보니 모아주면서 자리에 앉질 않다보니까 허벅지라인이 드러났던 것이었다.
"이거야 뭐 오빠옆에 앉으니까 그냥 이런거지 다른데 가면 알아서 단속하니까 걱정하지마셔엉~"
평소에 운전하면서 지민의 다리를 만지작거리는것이 습관이 되어서그런지
지민은 어차피 흐트러질것이라고 생각했던지 치마를 정돈하지 않고 그냥 차에 올라탄 듯 했다.
하기는 또 차에 타면서 치마를 정돈하는것도 쉽지만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어디로 가면 돼?"
"응? 논현동으로 가주세요 기사님"
"알았어"
나는 운전을 하면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지민도 뭔가 내가 이상한듯 했는지 오히려 계속 더 재잘대며 수다를 떨어대었다.
아마도 오늘 데이트를 하지 못해서 내가 삐쳤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계속 대답만 건성건성했다. 이것저것 생각할만큼 내 머릿속이 그렇게 여유롭지 못했다.
"대체 왜 호텔로 오라는거지"
나는 약속장소에 지민을 내려다주고 그 사람과 약속한 호텔을 향해서 차를 몰았다. 호텔 역시도 논현쪽에 있었기에
나는 금새 당도할 수가 있었다. 나는 호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로비로 올라가면서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자네인가? 도착했나?"
"예 도착했습니다."
"그래 여기 xxx호일세 여기로 오게나 문은 열렸으니 그냥 들어오고"
"예 알겠습니다"
-달칵
나는 룸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창가에 서서 뭔가를 마시고 있었다.
"아, 어서오게나. 한잔 할텐가?"
"아닙니다. 저는 술을 잘 안즐깁니다."
"그거 참 아쉽구만. 원래 서울의 해질녘은 와인한잔이 어울리는 법인데"
"제 입맛이 촌스러운지. 와인향은 그럭저럭이어도 마시니까 쓰기만 하더군요."
"하핫. 쓸데없이 허세가 없어서 좋구만. 그래 이리 와보게나"
나는 그가 서있던 창가쪽으로 걸어갔다.
"여기 이걸 보게"
그가 가리키는 테이블엔 모니터 세개가 있었고 이어폰이 있었다.
"이게 뭡니까?"
"내가 자네에게 말하지 않았나. 어떤방법을 쓰던지간에 자네가 원한다면 상황을 파악할수 있게 해준다고
이거 준비하느라 꽤 시간 들었네. 티비에서 보던 것만큼 쉬운일은 아니더구만 하핫"
"이게..어떻게 연결되어있는 겁니까?"
"아. 뭐 별거 아닐세. 그 모니터는 이따가 그냥 보면 알것이고. 이 이어폰은 내게 연결되어있네.
내가 도청장치를 갖고 있거든. 거기에다가 연결된 것일세 그러니까 소리를 듣는거엔 문제가 없을걸세
그리고 이 모니터는 솔직히 다른곳들의 협조도 구해서 설치해야했기에 또 뭐 몰카랑 비슷한 그런거라서
딱히 화질이 좋진 않아. 그냥 감지덕지라고 생각하게나."
"아..예..."
"첫번째것은 지금부터 켜놓고. 두번째것은 켜져 있긴할텐데 아직 안나올거야. 그리고 세번째 모니터는
내가 연락주면 그때 켜도록 하게. 지금부터 켜서 좋을것 없네. 그럼 난 이만. 약속에 늦겠구만"
"예에..."
"그럼 이따가 연락함세"
그는 곧 밖으로 나갔다. 나는 한참을 서성이면서 방안을 맴돌다가 모니터를 테이블위에 고정시킨채로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어폰을 끼려다가 다시 벌떡 일어나서 그가 남긴 와인병을 들고 마개를 다시 막은다음에
다시 침대로 가져와서 앉았다. 나는 살짝 떨리는 손으로 모니터를 켰다.
모니터는 반으로 갈라져서 한장소를 비추고 있었다. 반으로 갈라진 모니터는 두방향에서
테이블을 비추고 있었다. 생긴 모습으로 봐서는 일식집인듯 싶었다.
"저기가 회식장소로구나"
다다미방으로 된 좌식 일식집이 보였다. 테이블아래가 파여있어서 다리를 내려서 앉을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등받이 의자가 설치되어 있었다.
나는 초조하게 모니터를 응시하며 마개를 따고 와인을 한모금 입에 물었다. 순간 달콤함이 입에 퍼졌고
다시금 알콜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와인병으로 병나발을 불게 될 줄이야. 소주병으로도 안해봤는데"
이윽고 사람들이 들어왔다. 기모노를 입은 한 여자의 안내로 1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우르르 방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은 겉옷을 벗어놓으며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지민은 같은 학생으로 보이는 3명의 여자들과 같은줄에 앉았다.
그들은 우선 이것저것 주문을 하는듯 싶었다. 내게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쉽게도 저쪽엔 스피커가
연결되어 있지 않은듯 싶었다. 지민은 그냥 아무 말 없이 물만을 홀짝이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뭐라고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고. 지민도 간간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듯 말을 하고 있었다.
10분쯤 지났을까.
문이 열리고 한남자가 들어섰다.
"그 사람이다."
난 지민을 주시해서 보았다. 옆의 여학생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문이 열리자 그쪽을 힐끔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지민이 흠칫놀라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지민이 엉거주춤 일어났다. 순간적인 일이었다. 지민이 엉거주춤 일어났고
옆의 여학생은 그런 지민을 이상하게 바라보다가 자신도 바로 일어났다. 약 1초정도의 시간차로 모든 사람들이 일어났다.
아마 인사를 하고 예의를 차리기 위해서 그런거였지만. 지민의 반응이 가장 빨랐다. 아마 화들짝 놀랐으리라.
그 남자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그냥 사람들과 인사를 한 뒤에 자리에 착석했다. 지민도 자리에 다시 앉았고,
다시 물을 마셨다. 남자는 지민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냥 사람들과 웃으며 환담을 할 뿐이었다. 그러더니
남자는 자신의 품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뭔가를 만지작거렸고. 내게는 갑자기 말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그냥 인사말들이었다. 사람들은 왁자지껄 떠들어대었고. 나는 남자의 목소리와 옆사람의 말소리외에는
그냥 웅성거리는 소리 정도로밖에 안들렸다. 남자의 목소리도 완전히 알아듣기는 힘이 들었다.
지민은 그때부터 말이 없었다. 아마 긴장했을테니 무슨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으리라.
그러면서도 모니터에 확실히는 나오지 않지만. 힐끔힐끔 그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것 같기도 했다.
자신을 알아보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듯 싶었다. 그 남자는 철저히 지민을 외면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음식을 먹으면서 왁자지껄 떠들면서 즐겼다. 사케를 시켜서 다들 주거니받거니하면서 마시고 있었고
다들 즐거워보였다. 딱 한사람. 지민만 빼놓고 말이다.
남자는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들더니 문자를 쓰고는 다시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몇 초 쯤 지났을까. 지민이 핸드백을 열더니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지민에게 문자를 보낸건가?"
지민은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더니 갑자기 고개를 들어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 남자와 지민의 눈이 정확히 맞았다.
남자는 씨익 웃어보였고. 지민은 고개를 푹 숙였다.
"뭐라고 보낸거지?"
"저기 저 학생은 영 말이 없군요. 이 자리가 불편하신가?"
순간 자리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모두들 지민을 쳐다봤다. 지민은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아..아뇨오 그냥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음식먹느라구..."
"그냥 학생이 너무 얼어있는 것 같아서 제가 재미있게 해드리겠습니다. 하핫. 저기 옆에 학생분 저랑 자리 바꿔주시겠어요?"
그 옆의 여학생은 잠시 두리번두리번 눈치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남자와 자리를 바꾸었다. 남자는 지민의 옆에 앉은후에
그냥 눈인사를 하더니 사케잔을 들며 모두에게 술을 권했고. 사람들은 다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화기애애하게 분위기가 돌아갔다.
남자는 당장은 지민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 자리에서 바로 지민에게 노골적을 대화를 걸었으면
분위기가 더 어색해졌을수도 있었으리라.
"학생은 어디서 많이 본 얼굴 같아..."
남자가 넌지시 지민에게 물었다. 지민은 흠칫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갑자기 말을 걸어오니 놀란것 같았다.
"아 예예.."
"하핫, 뭐가 예예인가. 그냥 본것 같다는데."
"아 거기 학생. 그쪽에 내 가방 좀 주겠나?"
아까 자리를 바꾼 여학생에게 자신의 가방을 가져다달라고 했고. 가방을 받은 그는 가방안을 뒤적이더니
그냥 가방을 지민과 자신 뒤쪽벽에다가 가방을 내려다놓았다. 그 순간이었다.
그냥 검은 화면만 보여주고 있던 두번째 모니터에 화면이 잡혔다. 그 가방안에 몰카가 설치되어있는 모양이었다.
"헉...정말 철저하구나..."
사케를 한잔 서로 따뤄준 지민과 남자는 살짝 잔을 부딪히고는 술을 마셨다. 그리고 술잔을 내려놓은 그의 오른손은
지민의 허벅지로 향했다. 급히 지민의 왼손이 그의 손을 잡았지만. 그는 지민의 손이 붙잡은채로 그저 지민의
치마위로 지민의 허벅지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남자친구는 있으신가요?"
"예에..."
"남자친구는 정말 좋겠군요. 이렇게 이쁜 여자친구를 둬서..."
"예, 감사합니다아..."
남자의 손은 지민의 허벅지에서 떨어져서 지민의 허리쪽으로 갔다. 의자등받이에 가려서 바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지민이 반대쪽 옆구리쪽을 살짝 파고 들었다. 치마안으로 들어가있던 블라우스자락을 빼내고
바로 옆구리 맨살쪽을 어루만지는 모습이었다. 남자의 상체가 지민에게로 약간 기울어진 모습이었지만
딱히 아무도 자기들의 얘기를 나누느라 신경쓰고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지민은 옆구리쪽이 많이 약했다.
내가 애무해줄때도 옆구리쪽을 쓰다듬거나 키스해주면 몸을 바르르떨곤 했었다.
남자는 잠시동안 지민의 옆구리를 어루만지더니, 손을 뗐다. 그 상태로 계속 있다가는 걸릴수도 있기 때문이리라.
남자는 다시 지민의 허벅지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지민의 스커트가 허벅지를 드러내며 말려올라가기 시작했다.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고. 나는 죄짓다 걸린것처럼 화들짝 놀랬다.
"네"
"뭐해?"
민아였다.
"아...그냥..."
"오랜만에 전화하는데 받는 태도가 그게 뭘까아..."
나는 모니터에 정신을 집중하느라 전화받을 여유조차도 없었다.
"지금 바뻐?"
"아..아니"
"너 어디야?"
"호텔"
나도 모르게 대답해버렸다.
"호텔? 갑자기 웬 호텔이야?"
"아..그..그냥"
"어쭈? 이것봐라? 어느 호텔이야?"
"논현동에 xx호텔"
"음..조금 머네. 기다릴래?"
"근데 왜? 만나자구?"
"너한텐 거부권이 없어. 내가 만나고싶으면 만나는거고 만나기 싫으면 안만나는거지
근데 지금 내가 널 보고싶어. 왜냐구? 그냥 보고 싶은거지 뭐. 오늘 안그래두 기분도 꿀꿀한데 잘됐다
거기 방 잡아놓구 있어. 내가 도착하면 다시 연락할테니까."
"아...저기 근데 지금은 좀..."
"까분다아..너 왜 이렇게 말을 안듣니?"
"아..알았어 일단 오든가해"
나는 더 이상 말한 정신이 없었다. 빨리 끊고 모니터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 동안 끼지 못한 이어폰에서 무슨 대화가 오가는지도 몰랐다.
"기다려~뿅"
전화를 끊고 나는 황급히 이어폰을 다시 끼었다.
그리고 모니터를 보는데. 지민의 치마는 어느새 다리를 다 드러내놓고 있었고. 지민은 한손으로 남자의 손을 꾹 잡고
한손으로는 계속 사케잔만을 들고 홀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의 손은...지민의 앞쪽으로 해서 어디에 있는지 보이질 않았다. 둘은 벌써 딱 붙어있었고. 정면에서 보이는 화면을 봐서는
그냥 남자가 지민쪽을 보며 뭔가를 막 얘기하고 있는것처럼 보일뿐이었다.
물론 대화내용은 별거 아닌거였지만. 중요한것은 저 상황이었다.
P.S 죄송합니다....문명을 시작해버리는 바람에............
"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왜? 무슨 일 있어?"
"왜 그거 있잖아. 나 학교서 일하는거 오늘 무슨 회식자리에 같이 가야돼"
"또? 그거 무지 지루하다며"
"뭐 별 수 있어? 이것두 학교서 나름 돈 받아가면서 경력 쌓는거니까 그냥 가는거지 뭐"
"그래 알았어. 이따가 연락해"
지민과 나는 한동안 별 일 없이 지냈다. 나 스스로가 약간은 욕구가 식어가는 것도 있었고
민아와의 만남탓인지 지민에게 조금은 미안함도 있었던 탓이었던 것 같다.
배창훈. 그 사람에게서는 아직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지민에게도 마찬가지인듯했다.
지민에게서는 별 다른 낌새도 느낄 수가 없었다.
전에 설명했다시피 지민은 학교에서 홍보도우미로 활동하고 있었다.
책자나 광고의 모델들로 나오기도 하고, 또는 학교 알리미로 대내외 활동같은것들도 하는 것이었다.
그 일중에 하나가 조금은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대학과 산업체간의 산학협력같은것이 이루어지면
그냥 조인식이나 뭐 행사같은거 이후에 회식자리에 알리미들도 몇명씩은 참석하는것이 관례화 되어있다는거랄까.
뭐 그렇다고해서 접대라든가 그런것은 아니었다. 말그대로 참석만해서 그냥 좀 앉아있다가 나오고 하는 것이었다.
지민이 혼자 가는것도 아니고 학교사람들과 기업사람들, 그리고 알리미들도 여러명이 가는 자리이니까
뭐 특별히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여태까지 전례로 보았을때 2차를 가는일도 없었고
그냥 말그대로 식당에서 식사만 하고 오는경우가 전부였다.
하지만 학생입장에서 학교측과 기업측의 인사들이 나와서 얘기를 나누는곳에
끼어있다는 자체가 너무 따분한듯했다. 또 나름 격식이 있다보니까 함부러 있지도 못하고
얌전떨고 있는것이 너무 지루한 지민은 항상 이런일이 있을때면 칭얼대곤했다. 그렇지만
홍보도우미를 함으로써 생기는 메리트도 많았기에 (약간의 활동비나 이력서의 경력같은)
지민은 투덜거리면서도 항상 꾸준히 참석하고는 했다. 아마도 때려치기엔 아까웠으리라.
"에휴...나도 오늘은 휴강되고 할 일도 없구만 따분한 저녁이 되겠네...친구들이나 불러서 놀까나..."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
배창훈. 그 사람이었다.
나는 한차례 심호흡을 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솔직히 약간은 꺼림칙한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네."
"아 잘 지냈나? 날세. 누군지는 알겠지?"
"아, 예 물론입니다."
"오랜만에 연락하는구만"
"예예, 근데 무슨일로...?"
"아, 다른게 아니고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싶어서"
"예?"
"뭘 그리 놀라나? 이제 진도나갈때가 됐단 말이지"
"예...근데 저기 오늘은 지민이가..."
"회식에 갔다고?"
"네? 그걸 어떻게..."
"그 산학협력하는 기업이 우리 회사거든. 내가 그 자리에 간단 말이지 흐흐..재밌지 않나?"
"아...아니 저는 지민이 학교를 말씀드린 적도 없는데.."
"아, 이건 내 계획이 아니라 철저히 우연의 일치란 말이지. 얼마전에 행사를 할때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네.
아마 자네 애인은 날 보진 못했을거야. 오늘 회식자리도 굳이 내가 나갈 이유는 없는데, 그냥 한번 가보려고 한다네, 허허"
"아...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너무 놀래서 심장이 두근거릴뿐이었다.
"중간에 몇번이나 연락을 해볼까 하다가, 도저히 연락을 할 수가 없더라구. 우연인척 연락할 방법이 없더란 말이지
그렇다고 자네가 번호를 알려줬다고 하면 둘 사이의 애정전선에 문제가 생길것 같기도 하고해서 말야
그런데 며칠전에 우연히 행사장에 나타난 자네 애인을 보고 이렇게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네.
나름대로 회식날짜까지 미뤄가면서 이것저것 준비를 좀 해뒀는데. 자네 지금 xx호텔로 오겠나?
내가 자네를 위해 준비해둔게 있어."
"xx호텔요?"
"그래, 도착하면 내게 다시 전화주게나"
"네, 알겠습니다."
나는 순간 길에 멍하니 멈춰섰다. 어째야 하지?
한참을 머뭇거리던 나는 지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민아 어디야?"
"나 아직 출발안했어. 이제 슬슬 나가볼라구"
"내가 태워다줄게 학교서 기다려"
"오빠가? 지하철타구 가면 되는데..."
"괜찮아. 학교서 기다리구 있어"
나는 곧바로 차로 뛰어가서 지민의 학교쪽으로 출발했다. 왜그랬는지는 모른다. 그냥 무슨 일이 생길줄을 모르기에
한번 그 전에 보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말리고 싶었던 것인지. 어쩌면 두려웠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 통제를 벗어나게 될 상황이 두려웠을것이다. 그러면서 지민을 가지 말라고 말리고 싶었지만.
내게 다가오게 될 무엇때문에 지극히 나를 참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 그때의 마음만큼은 확실히 그만두고 싶었다.
돌아올수 없을 것만 같았다. 참 웃기게도 이 순간 내 귓가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팬텀이
"The point of no return" 을 부르던 그 압도적이고 매혹적인 목소리만 맴돌았다.
"정말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몰라..."
나는 이윽고 지민의 학교앞에 도착했다. 차를 주차할 곳이 없어 한참을 맴돌다가 다시 정문으로 와보니 지민이 정문에 서있었다.
지민은 주황색의 A라인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무릎위까지 살짝 올라오는 길이에 주름이 있어서 조금은 넓게 퍼지는 형태였다.
그리고 무릎 바로 윗단에는 흰색 줄무늬가 가로로 쳐져있었고 위에는 단추선을 따라서 레이스가 달린 흰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살색 스타킹을 신었는지. 다리는 한층 더 날씬해보였고. 지금의 화사한 모습과 어울리게 흰색의 에나멜 하이힐을 신었다.
헤어스타일은 자리때문인지 평소의 생머리가 아니라 컬을 주어서 말아놓은 상태였고. 화장도 조금은 짙었다.
지민은 깡총거리며 뛰어와 내 옆자리에 올라탔다.
"오빠 많이 기다려써엉?"
"아니"
"화장을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는거야아..어때? 나 아이라인 너무 짙에 그렸나?"
평소에 지민은 아이라인을 잘 그리지 않았다. 원래 속눈썹이 보통사람보다 많이 긴 편이었고. 또 약간은
치켜올라간 눈매탓에 아이라인까지 그리는 일은 잘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라인을 그린걸 보니 나름 신경을 썼나보다.
"아냐 괜찮아 괜찮아."
"피이..별로 쳐다보지도 않고 말하네."
"근데, 치마가 조금..."
"응? 이거 무릎까지 오는건데 왜?"
"그렇긴한데..."
A라인이면서 주름치마다보니 모아주면서 자리에 앉질 않다보니까 허벅지라인이 드러났던 것이었다.
"이거야 뭐 오빠옆에 앉으니까 그냥 이런거지 다른데 가면 알아서 단속하니까 걱정하지마셔엉~"
평소에 운전하면서 지민의 다리를 만지작거리는것이 습관이 되어서그런지
지민은 어차피 흐트러질것이라고 생각했던지 치마를 정돈하지 않고 그냥 차에 올라탄 듯 했다.
하기는 또 차에 타면서 치마를 정돈하는것도 쉽지만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어디로 가면 돼?"
"응? 논현동으로 가주세요 기사님"
"알았어"
나는 운전을 하면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지민도 뭔가 내가 이상한듯 했는지 오히려 계속 더 재잘대며 수다를 떨어대었다.
아마도 오늘 데이트를 하지 못해서 내가 삐쳤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계속 대답만 건성건성했다. 이것저것 생각할만큼 내 머릿속이 그렇게 여유롭지 못했다.
"대체 왜 호텔로 오라는거지"
나는 약속장소에 지민을 내려다주고 그 사람과 약속한 호텔을 향해서 차를 몰았다. 호텔 역시도 논현쪽에 있었기에
나는 금새 당도할 수가 있었다. 나는 호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로비로 올라가면서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자네인가? 도착했나?"
"예 도착했습니다."
"그래 여기 xxx호일세 여기로 오게나 문은 열렸으니 그냥 들어오고"
"예 알겠습니다"
-달칵
나는 룸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창가에 서서 뭔가를 마시고 있었다.
"아, 어서오게나. 한잔 할텐가?"
"아닙니다. 저는 술을 잘 안즐깁니다."
"그거 참 아쉽구만. 원래 서울의 해질녘은 와인한잔이 어울리는 법인데"
"제 입맛이 촌스러운지. 와인향은 그럭저럭이어도 마시니까 쓰기만 하더군요."
"하핫. 쓸데없이 허세가 없어서 좋구만. 그래 이리 와보게나"
나는 그가 서있던 창가쪽으로 걸어갔다.
"여기 이걸 보게"
그가 가리키는 테이블엔 모니터 세개가 있었고 이어폰이 있었다.
"이게 뭡니까?"
"내가 자네에게 말하지 않았나. 어떤방법을 쓰던지간에 자네가 원한다면 상황을 파악할수 있게 해준다고
이거 준비하느라 꽤 시간 들었네. 티비에서 보던 것만큼 쉬운일은 아니더구만 하핫"
"이게..어떻게 연결되어있는 겁니까?"
"아. 뭐 별거 아닐세. 그 모니터는 이따가 그냥 보면 알것이고. 이 이어폰은 내게 연결되어있네.
내가 도청장치를 갖고 있거든. 거기에다가 연결된 것일세 그러니까 소리를 듣는거엔 문제가 없을걸세
그리고 이 모니터는 솔직히 다른곳들의 협조도 구해서 설치해야했기에 또 뭐 몰카랑 비슷한 그런거라서
딱히 화질이 좋진 않아. 그냥 감지덕지라고 생각하게나."
"아..예..."
"첫번째것은 지금부터 켜놓고. 두번째것은 켜져 있긴할텐데 아직 안나올거야. 그리고 세번째 모니터는
내가 연락주면 그때 켜도록 하게. 지금부터 켜서 좋을것 없네. 그럼 난 이만. 약속에 늦겠구만"
"예에..."
"그럼 이따가 연락함세"
그는 곧 밖으로 나갔다. 나는 한참을 서성이면서 방안을 맴돌다가 모니터를 테이블위에 고정시킨채로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어폰을 끼려다가 다시 벌떡 일어나서 그가 남긴 와인병을 들고 마개를 다시 막은다음에
다시 침대로 가져와서 앉았다. 나는 살짝 떨리는 손으로 모니터를 켰다.
모니터는 반으로 갈라져서 한장소를 비추고 있었다. 반으로 갈라진 모니터는 두방향에서
테이블을 비추고 있었다. 생긴 모습으로 봐서는 일식집인듯 싶었다.
"저기가 회식장소로구나"
다다미방으로 된 좌식 일식집이 보였다. 테이블아래가 파여있어서 다리를 내려서 앉을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등받이 의자가 설치되어 있었다.
나는 초조하게 모니터를 응시하며 마개를 따고 와인을 한모금 입에 물었다. 순간 달콤함이 입에 퍼졌고
다시금 알콜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와인병으로 병나발을 불게 될 줄이야. 소주병으로도 안해봤는데"
이윽고 사람들이 들어왔다. 기모노를 입은 한 여자의 안내로 1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우르르 방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은 겉옷을 벗어놓으며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지민은 같은 학생으로 보이는 3명의 여자들과 같은줄에 앉았다.
그들은 우선 이것저것 주문을 하는듯 싶었다. 내게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쉽게도 저쪽엔 스피커가
연결되어 있지 않은듯 싶었다. 지민은 그냥 아무 말 없이 물만을 홀짝이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뭐라고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고. 지민도 간간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듯 말을 하고 있었다.
10분쯤 지났을까.
문이 열리고 한남자가 들어섰다.
"그 사람이다."
난 지민을 주시해서 보았다. 옆의 여학생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문이 열리자 그쪽을 힐끔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지민이 흠칫놀라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지민이 엉거주춤 일어났다. 순간적인 일이었다. 지민이 엉거주춤 일어났고
옆의 여학생은 그런 지민을 이상하게 바라보다가 자신도 바로 일어났다. 약 1초정도의 시간차로 모든 사람들이 일어났다.
아마 인사를 하고 예의를 차리기 위해서 그런거였지만. 지민의 반응이 가장 빨랐다. 아마 화들짝 놀랐으리라.
그 남자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그냥 사람들과 인사를 한 뒤에 자리에 착석했다. 지민도 자리에 다시 앉았고,
다시 물을 마셨다. 남자는 지민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냥 사람들과 웃으며 환담을 할 뿐이었다. 그러더니
남자는 자신의 품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뭔가를 만지작거렸고. 내게는 갑자기 말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그냥 인사말들이었다. 사람들은 왁자지껄 떠들어대었고. 나는 남자의 목소리와 옆사람의 말소리외에는
그냥 웅성거리는 소리 정도로밖에 안들렸다. 남자의 목소리도 완전히 알아듣기는 힘이 들었다.
지민은 그때부터 말이 없었다. 아마 긴장했을테니 무슨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으리라.
그러면서도 모니터에 확실히는 나오지 않지만. 힐끔힐끔 그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것 같기도 했다.
자신을 알아보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듯 싶었다. 그 남자는 철저히 지민을 외면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음식을 먹으면서 왁자지껄 떠들면서 즐겼다. 사케를 시켜서 다들 주거니받거니하면서 마시고 있었고
다들 즐거워보였다. 딱 한사람. 지민만 빼놓고 말이다.
남자는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들더니 문자를 쓰고는 다시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몇 초 쯤 지났을까. 지민이 핸드백을 열더니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지민에게 문자를 보낸건가?"
지민은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더니 갑자기 고개를 들어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 남자와 지민의 눈이 정확히 맞았다.
남자는 씨익 웃어보였고. 지민은 고개를 푹 숙였다.
"뭐라고 보낸거지?"
"저기 저 학생은 영 말이 없군요. 이 자리가 불편하신가?"
순간 자리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모두들 지민을 쳐다봤다. 지민은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아..아뇨오 그냥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음식먹느라구..."
"그냥 학생이 너무 얼어있는 것 같아서 제가 재미있게 해드리겠습니다. 하핫. 저기 옆에 학생분 저랑 자리 바꿔주시겠어요?"
그 옆의 여학생은 잠시 두리번두리번 눈치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남자와 자리를 바꾸었다. 남자는 지민의 옆에 앉은후에
그냥 눈인사를 하더니 사케잔을 들며 모두에게 술을 권했고. 사람들은 다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화기애애하게 분위기가 돌아갔다.
남자는 당장은 지민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 자리에서 바로 지민에게 노골적을 대화를 걸었으면
분위기가 더 어색해졌을수도 있었으리라.
"학생은 어디서 많이 본 얼굴 같아..."
남자가 넌지시 지민에게 물었다. 지민은 흠칫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갑자기 말을 걸어오니 놀란것 같았다.
"아 예예.."
"하핫, 뭐가 예예인가. 그냥 본것 같다는데."
"아 거기 학생. 그쪽에 내 가방 좀 주겠나?"
아까 자리를 바꾼 여학생에게 자신의 가방을 가져다달라고 했고. 가방을 받은 그는 가방안을 뒤적이더니
그냥 가방을 지민과 자신 뒤쪽벽에다가 가방을 내려다놓았다. 그 순간이었다.
그냥 검은 화면만 보여주고 있던 두번째 모니터에 화면이 잡혔다. 그 가방안에 몰카가 설치되어있는 모양이었다.
"헉...정말 철저하구나..."
사케를 한잔 서로 따뤄준 지민과 남자는 살짝 잔을 부딪히고는 술을 마셨다. 그리고 술잔을 내려놓은 그의 오른손은
지민의 허벅지로 향했다. 급히 지민의 왼손이 그의 손을 잡았지만. 그는 지민의 손이 붙잡은채로 그저 지민의
치마위로 지민의 허벅지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남자친구는 있으신가요?"
"예에..."
"남자친구는 정말 좋겠군요. 이렇게 이쁜 여자친구를 둬서..."
"예, 감사합니다아..."
남자의 손은 지민의 허벅지에서 떨어져서 지민의 허리쪽으로 갔다. 의자등받이에 가려서 바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지민이 반대쪽 옆구리쪽을 살짝 파고 들었다. 치마안으로 들어가있던 블라우스자락을 빼내고
바로 옆구리 맨살쪽을 어루만지는 모습이었다. 남자의 상체가 지민에게로 약간 기울어진 모습이었지만
딱히 아무도 자기들의 얘기를 나누느라 신경쓰고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지민은 옆구리쪽이 많이 약했다.
내가 애무해줄때도 옆구리쪽을 쓰다듬거나 키스해주면 몸을 바르르떨곤 했었다.
남자는 잠시동안 지민의 옆구리를 어루만지더니, 손을 뗐다. 그 상태로 계속 있다가는 걸릴수도 있기 때문이리라.
남자는 다시 지민의 허벅지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지민의 스커트가 허벅지를 드러내며 말려올라가기 시작했다.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고. 나는 죄짓다 걸린것처럼 화들짝 놀랬다.
"네"
"뭐해?"
민아였다.
"아...그냥..."
"오랜만에 전화하는데 받는 태도가 그게 뭘까아..."
나는 모니터에 정신을 집중하느라 전화받을 여유조차도 없었다.
"지금 바뻐?"
"아..아니"
"너 어디야?"
"호텔"
나도 모르게 대답해버렸다.
"호텔? 갑자기 웬 호텔이야?"
"아..그..그냥"
"어쭈? 이것봐라? 어느 호텔이야?"
"논현동에 xx호텔"
"음..조금 머네. 기다릴래?"
"근데 왜? 만나자구?"
"너한텐 거부권이 없어. 내가 만나고싶으면 만나는거고 만나기 싫으면 안만나는거지
근데 지금 내가 널 보고싶어. 왜냐구? 그냥 보고 싶은거지 뭐. 오늘 안그래두 기분도 꿀꿀한데 잘됐다
거기 방 잡아놓구 있어. 내가 도착하면 다시 연락할테니까."
"아...저기 근데 지금은 좀..."
"까분다아..너 왜 이렇게 말을 안듣니?"
"아..알았어 일단 오든가해"
나는 더 이상 말한 정신이 없었다. 빨리 끊고 모니터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 동안 끼지 못한 이어폰에서 무슨 대화가 오가는지도 몰랐다.
"기다려~뿅"
전화를 끊고 나는 황급히 이어폰을 다시 끼었다.
그리고 모니터를 보는데. 지민의 치마는 어느새 다리를 다 드러내놓고 있었고. 지민은 한손으로 남자의 손을 꾹 잡고
한손으로는 계속 사케잔만을 들고 홀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의 손은...지민의 앞쪽으로 해서 어디에 있는지 보이질 않았다. 둘은 벌써 딱 붙어있었고. 정면에서 보이는 화면을 봐서는
그냥 남자가 지민쪽을 보며 뭔가를 막 얘기하고 있는것처럼 보일뿐이었다.
물론 대화내용은 별거 아닌거였지만. 중요한것은 저 상황이었다.
P.S 죄송합니다....문명을 시작해버리는 바람에............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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