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싫어.. 안돼… 그럴 수는 없어…”
“시끄러.. 어서 열지 못해? 열쇠 있을 거 아냐”
지훈이 쾅쾅 소리를 내면서 현관문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그만해.. 너무하잖아..”
유미는 지훈의 가죽점퍼를 잡고 매달렸다. 희성의 집 앞에서 두 사람이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지훈은 유미의 팔을 뿌리치고는 유미의 어깨를 끌어당겨 품에 앉았다.
“뭐야? 또 반항하는 거야? 여기 왜 왔는지 잊어버렸나보지? 반항했기 때문에 온 거잖아”
지훈은 인상을 쓰며 으르렁거렸다.
“아..아냐.. 시키는대로 다 했잖아..”
유미는 지훈의 품 안에서 떨고 있었다.
“니가 할 수 있는 말은 ‘네’ 밖에 없어.. 그랬는데도 뭐야? 말대답 했었지?”
인정사정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겨우 몇주전까자만 해도 보여주던 쓸쓸한 웃음과 배려심 가득한 친절함, 그리고 꾸밈없는 천진함 같은 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눈을 부라리면서 매일 으르렁거릴 뿐이었다. 유미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몸을 가지고 놀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오늘은 동아리의 정례회가 있는 날이엇다. 일년에 한번 하는 모임이었기 때문에 전원참가가 원칙이었다. 졸업생들도 참석해 은퇴하는 3학년의 인사도 받고, 새로운 임원을 뽑는 날이었다. 100명 가까운 인원이 망년회를 겸해서 모이는 대규모 행사였다. 지훈은 바로 그 모임을 빠지라고 했었다. 지금 하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둘이서만 사전에 말도 없이 모임에 빠진다면 동아리 안에서 지훈과의 관계를 의심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우려한 유미가 머뭇거렸던 것이다. 화가 난 지훈은 그 대가로 희성의 집에서 하자는 것을 요구해 왔다.
“적당히 좀 하지? 아예 복도에서 박아줄까?”
소름이 돋는 것 같은 차가운 목소리였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유미도 아는 아줌마 하나가 쇼핑봉투를 든 채 흘깃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아.. 그것보단 여기서 발가벗기는 게 낫겠군. 너도 보여주는 거 좋아하잖아.. 그래 그게 좋겠는걸?”
당장이라도 옷을 벗길듯한 기세로 속삭였다. 스웨터 위로 가슴을 주물러대기 시작했다.
“아.. 알았어.. 그러니까.. 제발… 뭔가를 부순다던가 하면 안돼.. 응? 내가.. 내가 뭐든지 다 할 테니까.. 제발…””
“그렇지.. 처음부터 그렇게 말을 잘들으면 좋았잖아..”
문 앞에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못견딘 유미가 열쇠를 꺼냈다. 지훈은 문이 열리자 마자 지훈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섰다. 제집처럼 들어가는 지훈의 뒤를 따라 유미도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집 구조는 니네집이랑 똑 같군”
부엌에서 거실로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지훈은 방문을 하나씩 열어젖혔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쓰던 방은 몇 개의 상자들만이 쌓여있는 채 비어있었다. 빈방은 처음부터 지훈의 관심 밖이었다. 그렇게 흙발로 이곳저곳을 헤집으며 다니는 지훈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지훈이 드디어 희성의 방문을 열려고 하고 있었다.
“여기군.. 그자식 방이..”
말릴 틈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기다려 보았지만 아무런 기척도 들려오지 않았다. 불안해진 유미가 안을 들여다 보자 지훈은 방 한가운데 서 있을 뿐이었다. 생화학 전문서가 쌓여진 책장, TV와 오디오 세트, 컴퓨터가 놓여진 책상, 그리고 세미더블 침대들이 유미가 정리해 둔 대로 그렇게 희성의 부재를 알리고 있었다. 지훈의 방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소박한 구성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유미가 골랐던 밝은 색 쿠션이라던가 책상보가 지훈의 방에는 없는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잘 정리된 방안을 둘러보던 지훈이 천천히 책상으로 다가가 놓여져 있는 탁상액자를 들었다.
“이거군…”
중학교의 입학사진이었다. 어색한 교복을 입은 지훈이와 귀여운 모습의 유미, 그리고 두 사람의 부모님이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지훈은 사진을 뚫어저려 들여다 보고 있었다. 언젠가 지훈이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했던 때와 같은 표정이었다.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투명한 무색무취의 표정이 얼굴에 드러나고 있었다.
“왜.. 그래?”
갑자기 보여지는 지훈의 지난날의 표정에 당황스러웠다. 유미의 말에 생각이라도 났다는 듯이 고개를 돌린 지훈이 액자를 책상위에 눕혀 놓았다.
“이제와서…”
혼자말을 하며 피식하고 웃었다.
“자.. 그럼.. 이리 좀 와봐”
눈꼬리가 올라간 포식자의 모습으로 되돌아 왔다. 입가에 엷은 웃음마저 띄우고 있었다.
“여기서 귀여워해주지.. 네 남자친구의 침대에서 말야”
그와 몇번이고 살을 맞대고,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원하며 편안함을 느끼던 그 침대에 지훈이 걸터 앉았다.
“여~ 희성이.. 오랜만이네? 미녀 여교수랑 둘만의 출장은 어땠어? 재미있었나?”
“선배.. 말도 마세요.. 장난 아니었다구요.. 아시잖아요. 김교수 성격.. 밤늦게까지 자료정리해야죠. 논문 수정해야죠.. 뺑이만 치다가 왔다니까요”
“뭐 그렇다고 해도.. 대단한데?”
대학원생 선배가 희성의 뒤쪽의 모니터를 들여다 보았다. 화면에 흐르고 있는 유전자 구조의 복잡한 퍼즐을 가리켰다.
“이런 거.. 나도 아직 어려운데.. 말이지.. 김교수가 칭찬할만 하네”
한숨 섞인 푸념이었다.
“저기.. 저.. 김교수한테 칭찬 받은 적 거의 없는데요?”
멋쩍게 말을 받았다.
“전에 말야.. 너 없을 때.. 칭찬이 대단하던걸? 재능이 있다고.. “
“또..놀리는 거죠.. 안속아요 안속아”
하지만 뿌듯했다.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존경하는 사람에게 인정받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김교수는 아마 부려먹기 좋아서 그러는 걸 거에요”
쑥쓰러워져서 화면쪽으로 몸을 돌린 희성에게 대학원생이 화제를 바꾸었다.
“그런데 말야.. 너.. 요즘 그 자랑하던 여자친구랑은 어때? 바빠서 잘 못만나지?”
뭔가.. 떠보는 듯한 말투였다.
“확실히.. 전보다는 못만나죠.. 하지만 잘 지내요.. 문자도 매일 주고 받고, 어제도 만났는 걸요?”
키보드를 두드리며 대답했다.
“그래? 그럼 뭐.. 다행이고..”
“그런데,, 그건 왜…?”
“아..아냐.. 아무것도,. 신경쓰지마 너무 무리하지 말고”
선배는 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잘못 본건가…? 하지만 그 빨간 리본… 뭐 닮은 사람이었나?’ 라는 생각이 그 대학원생의 머리 속을 맴돌고 있었다.
“어때? 좋지? 똑바로 얘기해봐..”
“아..아냐… 안느껴..”
“그래? 그럼 이건 뭐야? 왜 이렇게..”
말과 함께 몸 아래에 누워있는 유미의 다리를 거칠게 벌리고 허리를 강하게 움직여 왔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질컥거리는 젖은 소리가 같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왜 이렇게 젖은 건데? 이 소리 들려?”
손목을 잡힌 채 팔을 벌리고 있었다. 십자가에 걸린 모습처럼 크게 벌린 쭉뻗은 유미의 팔다리 사이에서 지훈이 자지를 박아대고 있었다. 도망갈 수도 없었다. 지훈의 허리 놀림에 따라 벌려진 다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침대마저 삐걱대며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으음… 으흣.. 하아.. 아…아냐.. 읏..”
‘느껴서는 안돼.. 좋을리가.. 없잖아…’ 라는 마음과는 달리 민감한 몸은 어느새 끓어넘치기 시작한 쾌감의 소용돌이 안으로 서서히 다가기 시작했다. 빨려들지 않으려 그렇게 자신에게 최면을 걸며 거친 숨을 내쉬며 필사적으로 참아내고 있는 유미를 내려다 보며 지훈은 언제나처럼 그 거센 파도 속으로 유미를 밀어넣고 있었다.
“아흐흑.. 하아.. 하아…아아아”
조금씩 몸이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신음소리를 억누르며 인형처럼 누워있는 유미의 육체가 점차 달아올라 느끼기 시작하는 순간 허리놀림을 멈추었다.
“어때? 아직인가? 좋으면 좋디고 말을 해야지”
“아.. 아냐.. 그런 거..”
유미가 고개를 흔들자 마자 또 다시 강하게 밀어붙였다.
“하흑.. 하응.. 하아.. 아아~ 아으으음”
느끼면 안되는데.. 지훈에 의해서 개화된 육체가 거부하는 의사와는 관계없이 솔직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몇번이고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깨우치게 된 쾌락의 예감이 머리속에서 이성을 조금씩 먹어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거봐 이거봐… 그 자식 침대에 다 흘리겠는데? 음란한 년 같으니라고”
“아흑.. 하음.. 아아.. 아앙.. 마..말하지 마..”
“그렇게 질질 싸면서 아닌척 하기는..개보지 같은 년”
“너..너무해..아음.. 하아.. 너무해…”
이렇게 강제로 당하는데.. 어째서.. 몸이.. 몸의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계속해서 애를 태우던 지훈이 그녀의 반응을 확인하고는 강하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남자친구 방에 다른 남자 끌어들여서 뭘 그렇게 헐떡대는 거야? 너 변태야?”
“그..아흑.. 그건… 네가.. 하으음.. 그렇게.. 하.. 하아… 으응”
끊어질 듯 끊어질 듯 한 목소리로 간신히 부정을 해보지만 몸은 서서히 쾌감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었다. 밀려드는 쾌감이 몸과 마음을 산산히 부서트리고 있었다.
“어떤 년이든 다 똑같아.. 자지 맛만 보면.. 다 이지랄이니까”
“아..아냐.. 그런 거.. 아음.. 하악.. 아니야.. 아아~”
“아니긴 뭐가 아니라는 거야? 너도 싸고 싶지? 솔직해지라고..”
하얀 시트를 움켜쥐었다. 빨간 리본으로 묶여있던 머리카락이 풀어헤쳐져 침대 위에 펼쳐져 있었다. 반쯤 열린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신음소리의 옥타브가 올라가 있었다. 그런 유미의 반응을 알아차린 지훈이 얕게 박아넣던 자지를 한번에 깊숙히 쑤셔 넣었다.
“아으윽~ 하아악~ 하윽.. 으응”
넘쳐흐르는 보지물이 허리놀림에 따라 튀었다. 유미의 허리가 활처럼 휘면서 들려졌다. 핑크색 젖꼭지를 있는대로 곧추세운 가슴이 흔들렸다.
‘아..안돼.. 하지만.. 이대로.. 이대로….’
지훈은 잡고 있던 유미의 손목을 놓고 보기좋게 들어간 유미의 허리를 안았다. 근육질의 지훈의 몸이 아름다운 유미의 나신에 밀착되었다. 유미의 풍만한 가슴이 지훈의 가슴에 눌려 일그러졌다.
“싸고싶지? 안그래?”
뜨거운 숨만 내 뱉으며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면서도 약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유미의 귓가에 악마가 속삭였다.
“싸게 해달라고 부탁해봐.. 어서…”
“시..싫어.. 아학.. 하음.. 하아.. 싫…어….”
뜨겁게 달아오른 자지를 깊게 깊게 박아넣으면서 대답을 재촉했다.
“어서 빌어봐.. 싸게 해달라고..”
“안돼… 하응.. 으음.. 하아, 하응.. 안돼… 시..싫어…”
“빌면 싸게 해줄게”
“하읏.. 하악.. 아읏.. 아아음”
시트를 움켜쥔 유미의 손가락들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말하면 싸게 해준대두”
“하아앙.. 아음.. 하아.. 하아.. 아흐음”
자지 끝을 미묘하게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허리를 돌렸다. 절정의 바로 앞까지 몰아 붙인ㄴ 후 멈추고 또 다시 몰고 올라갔다. 머리속이 하얗게 되어버리기 바로 직전에서 몇번이고 끌어내려졌다. 반복되는 굴욕의 거친 조교 때문에 몸으로 배워버린 강한 느낌.. 그 쾌감의 예감만을 맛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직도 버틸생각인가?”
“아음.. 가.. 갈.. 아흐흑.. 시..싫어.. 가..게.. 해.. 하흑.. 아음.. 아..안돼…”
“무리하지 말라고.. 그자식이 듣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
“시…싫어.. 아흐흣… 하흑.. 하앙… 가…가게.. 아응.. 하아.. 가게…하응”
시야가 뿌옇게 변하기 시작했다. 눈동자에서는 초점이 사라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말이 나오지도 않는 상태였다. 그저 열락의 불꽃 속으로 뛰어들어가고 싶었다.
“얘기해.. 그럼 편해질 거야”
편해 지고만 싶었다. 지훈의 복수의 이빨을 드러낸지 벌써 2주가 되었다. 그 때부터 테니스 장에서의 일을 시작으로 매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렇게 당해 왔었다. 지훈의 방에서는 물론이었고, 전철과 동아리실, 사람 없는 학교의 비상계단 등 지훈이 내키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든 당해왔었다. 딜도를 넣은 채 거리를 걸었고, 공중 화장실 안에서 자지를 빨았다. 그리고 희성의 눈 앞에서도 절정을 느끼고 말았었다. 잔혹할 정도로 가지고 놀았다. 몸으로 먼저 쾌락을 배워버리고 말았다. 간신히 버티고 있던 유미의 이성도 가루처럼 부서지기에 충분할 정도의 시간들이었다.
“가고 싶지..? 말 해봐”
‘더.. 더 이상은… 제발.. 제발…’
“하윽.. 가.. 가게.. 해 주세요… 하으읏”
“더 크게”
“가.. 가게 해주세요.. 제발.. 더.. 더 이상은.. 싸고.. 싶어.. 제..제발,, 부탁해요.. “
더 이상은 무리였다. 남자친구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 절정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신음소리가 남자친구의 방안에서 터져나왔다.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희성오빠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아, 지혜야.. 또 왔구나”
“어? 오빠.. 설마.. 저.. 기다리셨던 거에요?”
희성이 돌아본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얼굴이 빨개진 것만 같았다.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뒷짐을 지고 웃어보였다. 짧은 머리를 흔들면서.. 가볍게 웃었다. 책상의 앉아 있는 채 지혜를 올려다 보았다. 평소보다 조금더 화려한 차림이었다. 무릎 바로 위까지의 하얀색 타이트 스커트에 가슴이 조금 패인 블라우스, 머플러와 코트는 벗어서 팔에 걸고 있었다. 핑크색 립스틱이 칠해진 입술이 지혜의 귀여운 매력을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뭐야? 데이트라도 가니? 예쁘게 입었네?”
“에이.. 그건 무슨 뜻이에요? 모처럼 오빠 만나려고 이렇게 왔는데.. 평소에도 이렇지 않아요?”
“미..미안.. 그게 아니라..”
쓴 웃음을 띄운 희성이 앞에서 지혜가 연구실을 둘러보았다.
“왜? 그렇게 둘러봐?”
“아..아니에요.. 아무 것도…”
역시… 정례회에 나타나지 않은 유미를 찾아보았지만 이곳에 없었다. 지훈에게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도 틀림 없었다.
그렇게 바라단 W대학에 합격하고 들어간 동아리에 유미가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공부해 합격한 대학에서 ‘그 여자’와 너무나도 닮은 유미를 만났던 것이다. 처음 유미를 보았을 때, 깜짝 놀랄 정도였다.
말투도 행동도 머리 스타일도 전부 거슬렸다. 가식적인 상냥함으로 어린 마음을 짓밟고 소중한 사람을 빼앗아 갔던 그여자와 너무 닮았었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는 그 슬픈 기억이 되살아났다.
유미와 그여자를 동일시했다.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미가 어떻게 되던 자신과는 관계 없다고 생각했었다.
“지혜 너.. 유미선배.. 싫어하지?”
그래서 지훈의 음모에 가담하고 말았다.
“너만 협력해준다면 내가 유미선배를 가지고 놀아줄게.. 어떻게 할래?”
자신이 당했던 아픔을 되돌려주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갈라놓기 위한 음모의 한축을 맡기로 했다. 희성이 따위는 처음엔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시간을 가지면 가질수록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닫혀 있던 마음이 조금씩 열려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로 희성에게 빠져들고 있음을 느꼈다. 그 따뜻함을 더 느끼고 싶었다. 더 이상 누구도 사랑하지 않겠다던 자신과의 약속을 어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성의 마음을 자신에게로 돌려놓고 싶었다. 처음에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유미를 괴롭히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희성의 마음을 돌려놓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나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되찾을수록 자신이 저지른 일이 후회스러워서 희성에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저기.. 희성 오빠.. 뭐 좀 물어봐도 돼요?”
“응? 뭐?”
키보드를 두드리며 희성이 대답했다. 주름진 셔츠를 입은 희성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말로는 설명하지 못할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어쩌면 난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슬프게 만들고 있을지도 몰라..’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는 기분이었다. 가슴이 아팠다.
“저기.. 만약에.. 만약에 말이에요.. 유미 선배가 바람을 피면 어떻게 하실 거에요?”
“뭐어? 유미가 그럴 리가 없잖아”
즉답이 되돌아 왔다. 손톱만큼도 유미를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희성의 눈을 피하고 말았다.
‘어째서..그토록 유미 선배를.. 그런 여자를…’
“그렇죠.. 그러니까.. 만약에 말이에요.. 그러니까… 오빠면 어떻게 할까가 궁금해서요”
“흠.. 그래도 그렇지.. 유미는 내게 있어서 정말 소중한 단 한사람이야. 그러니까 바람 같은 건 생각해본 적도 없어.. 그리고.. 약속도 했고..”
“약속…이요?”
대화를 이어가보려고 했지만 희성의 말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가슴이 더욱 더 아파왔다. 소중한 단 한사람…
“그보다.. 지혜야.. 약속 있는 거 아냐?”
라며.. 손가락으로 모니터의 숫자를 짚어갔다.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진지한 눈빛이었다. 산출된 퍼즐의 단편을 쫓고 있었다.
“아! 맞다.. 늦었다.. 지금부터 동아리 망년회거든요.. 또 올게요”
서둘러서 고개를 숙였다. 장난스럽게 인사를 마치고 문을 향해 종종걸음을 쳤다. 희성의 말이, 시선이 아플 정도로 가슴에 틀어박히고 말았다. 더 이상 그런 희성의 얼굴을 보고 있을 수 없었다. 그런 지혜의 등뒤로 “유미한테도 잘 얘기해줘”라며 희성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알았다고는 대답했지만 눈을 마주볼 수가 없었다. 복도로 나오자 마자 무거운 발걸음이 되었다. 자신도 희성에게 그렇게 생각되고 싶었다. 자신도 희성이처럼 누군가를 그렇게 믿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두운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렇지,. 진작에 그럴 것이지…”
상반신을 들어서 보지에 꽂힌 자지를 빼내었다.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만개한 꽃잎 같은 보지살 틈으로 뜨거운 애액이 흘러나왔다. 지훈의 자지와 보지를 가는 보지물이 연결해놓고 있었다.
“시..싫어.. 머..멈추지.. 말아줘.. 싸게… 해주세요…”
유미는 지훈을 따라가며 애원을 했다.
“알았으니가 보채지 마”
여유있는 표정으로 침대 밑에서 넥타이를 꺼내 들었다.
“응? 그.. 그거…”
“그 자식 것좀 빌리자고..”
“그런 짓… 안한다고 해놓고…” 라는 유미의 혼자말을 무시하고 유미를 엎드리게 만들었다. 지훈은 개처럼 엎드린 유미의 등 뒤에서 유미의 두 팔을 잡았다.
“하..하지마.. 아.. 아파..”
하지만 말과는 달리 팔에 힘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저항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빨리 느끼고만 싶었다. 더 이상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허리부분에서 뒤쪽으로 손을 잡아 올려 묶은 후 젖어서 움찔거리는 보지에 자지를 가져다 대었다.
“아응,.. 하아아아”
다시 자지를 박아 넣었다. 전신을 꽤뚫는 것 같은 전율이 남자친구의 넥타이로 구속당한채 다른 남자의 자지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금의 현실을 한꺼번에 지워버렸다.
“뜨…뜨거워… 아아.. 너..너무 좋아…”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목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리게 된 이성마저도 지훈의 절묘한 허리놀림에 짓밟혀버리고 말았다.
“하흥.. 하아.. 조…좋아…”
금이 가기 시작한 마음으로부터 치밀어 오르던 비명은 입술을 빠져 나오는 순간에 환희로 바뀌어 있었다.
“부.. 부서질 것 같아.. 아으응”
“질질 싸는군.. 보지가 찢어질 것 같아? 그렇게 좋아?”
뒤에서 올라탄 자세로 자지를 쑤셔대면서 끊임없이 말로 유미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조.. 좋아.. 너무.. 하아악… 하응”
“내 자지가 그렇게 좋아?”
“응.. 조… 좋아… “
땀으로 젖은 얼굴을 침대에 파묻은 채 묻는대로 대답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줄까?”
“더.. 더.. 더… 하으윽…하앙”
“더 뭘.. 어떻게.. 해달라는 거지?”
“더.. 아흠.. 더.. 깊이.. 쑤..쑤셔줘.. 더.. 깊이.. 하으윽..”
남자친구에게도 해본 적이 없는 음란한 말이었다.
“좋아.. 상을 주지.. “
서로의 털이 엉겨붙을 정도로 깊게 뿌리까지 찔러 넣었다.
“하흑.. 하아악.. 아흠,…”
완전히 유미를 무너트리기 위한 마지막 스퍼트를 올렸다.
“니 몸은 내 거야.. 안그래?”
“마..맞아요.. 난… 내.. 하흑.. 몸은… 지..훈이….. 하흑..”
“더 크게!”
“지훈이 거에요.. 하아앙… 하흑..”
“내가 하고 싶을 땐 언제나 보지 벌려 줄 거지?”
“그.. 그럴게요.. 언제든지.. 보.. 하흑.. 보,,보지를… 하아앙”
“그렇지.. 넌 내 장난감이니까..”
“하읏.. 하아.. 마.. 맞아요.. 난.. 자.. 장난감이요.. 아아악”
“맹세할 수 있지?”
“맹.. 맹세할게요.. 아음.. 하아.. 나.. 난.. 지..지훈이의.. 자..장난감이에요.. 그러니까.. 하앙… 하음… 하읏.. 제발.. 제..발.. 가게.. 해주세요.. 싸게.. 해.. 하읏.. 주세요..”
꼭 쥔 주먹에 손톱이 파고 들었다. 땀으로 흠뻑젖은 온몸이 견디지 못하고 떨리고 있었다.
“자 그럼.. 그렇게 싸는 거.. 남자친구에게도.. 보여주자고”
지훈이 머리채를 잡고 얼굴을 들게 했다.
“하흑.. 아아.. 시… 싫어…”
눈 앞에 볼을 맞대고 어깨를 안은채 V자를 그리며 웃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침대 옆에 둘이 찍은 액자가 놓여져 있었다. 그 곳에서 남자친구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싸는 거 보여줘야지?”
“………”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달랐다.
“자.. 보여줘봐”
“..네..”
눈을 뜨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차라리 지워져 없어지고만 싶었다. 쾌락의 늪에 빠져서 두번다시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만 된다면.. 편해질 것 같았다. 하지만 내일이 되면 또다시 남자친구에게 거짓말을 해야 했다. 변함없이 웃는 얼굴을 억지로 꾸며서 보여주지 않으면 안되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몸과 마음이 그렇게 분리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고통과 아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쾌락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유미에게 남아 있는 건 그것 밖에 없었다.
“네 씹구멍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저 자식한테 보여주라고”
짐승처럼 뒤에서 박아오던 지훈이 체중을 실었다. 꼬치처럼 굵고 단단한 자지가 보지구멍을 넓히며 밀고 들어왔다. 손끝이 저릴 정도로 녹아들어가는 쾌감이 일었다.
“아흑.. 하으응.. 뜨..뜨거워,.. 아으음.. 하아앙.. 하아.. 지,,지훈 거가… 하읏,.. 끝까지…끝까지.. 하아악.. 아윽.. 우..움직이지.. 마.. 시..싫어.. 하으음.. 하앙,, 하윽.. 안돼.. 아.. 안돼,.. 하응.. 하아악”
손을 뒤로 돌려 묶인 채 엎드린 자세로 땀 범벅이었다. 부끄러움도 없이 지훈의 요구대로 자신의 상태를 말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유미의 입술에 지훈이 손가락을 쑤셔박았다.
“미칠 정도로 느끼게 해줄게”
“츄릅.. 으키게.. ?후혜요.. 츄르릅… 흐응.. 으음.. 으키고.. 힙어.. 아으음..”
입에 들어온 손가락을 혀로 핥고, 입술로 빨아대면서 주저없이 대답했다. 유미의 눈동자는 이미 풀려있었다. 밝고 쾌활하던 본래의 유미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지훈은 그런 유미의 귓가에 무슨 말을 속삭이고는 자지를 감싸며 물어대던 보지로부터 천천히 좆대가리를 뽑아내었다. 잘록한 허리를 눌러 잡고, 상반신을 세운 후 또다시 깊게 박아 넣었다.
“하악.. 가.. 갈 거 같아…”
새하얀 피부가 활처럼 휘면서 허공으로 떠 올랐다. 리본에 묶인 긴 머리가 큰 원을 그리며 허공을 갈랐다.
“어서 말해봐.. 어서!”
“조.. 좋아.. 지..하읏.. 지훈의 자…지가.. 희.. 희성이.. 아아음.. 것보다.. 훠…훨씬.. 좋아요… 희.. 희성아.. 나.. 나… 지훈이 자지로.. 싸고 있어… 하읏.. 하아앙… 유미는…지훈의.. 자.. 자지가…하아악!”
“그렇지.. ! 좋아”
유미의 보지살들이 움찔거리며 자지에 감겨들고 있었다. 엎드린 채 두 다리를 쭉 뻗은 채, 온몸을 떨면서 지훈이 전해주는 쾌감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하아.. 하아.. 하으응~”
긴 숨이 터져나오며 배덕의 여운에 빠져있던 지훈이 뒤에서 냉정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응? 아읏.. 아.. 안돼.. 자.. 잠깐…”
아직 그 단단함을 잃지 않고 있던 지훈의 자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말했지? 미치게 해주겠다고…”
‘너.. 너무해.. 아..안돼.. 더.. 이상은.. 지금.. 또… ?’
지금 이 대로 또 받아들이게 된다면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몰랐다. 절정에서 절정으로 쉴틈도 없이 또 다시 올라가고 있었다. 반복되는 조교 중에서도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이 없는 느낌이었다. 식지 않는 정염의 불꽃이 또 다시 타오르고 있었다.
“시..싫어.. 아.. 안돼.. 하윽.. 아응… 아앙”
질컥이는 소리가 멈추지 않고 들려왔다. 보지물이 흘러내려 시트에 새로운 얼룩을 남겨놓고 있었다.
“으읏.. 하악.. 하아아악”
땀이 배어나온 새하얀 등을 따라 손가락으로 가볍게 훑어내리는 것만으로도 몸 전체가 공중으로 떠 오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감은 눈커플 안으로 불꽃이 튀었다. 죽을 것만 같았다. 이렇게 느껴본 적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하흑……… 으음… 읏… 하앙…… 하아… 하아…”
뜨겁게 달궈진 철봉이 틀어박혀 온몸이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신음소리를 내는 입술에서 침마저 턱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제발.. 제발… 그만…멈춰.. 주세요…”
커튼의 틈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석양을 받아 오렌지 빛으로 물든 유미의 상반신이 요염하게 비틀리고 있었다.
“그.. 그만.. 제발…”
안타까움에 주먹을 폈다가 쥐었다가 할 뿐이었다. 부서질 것만 같았다. 망가질 것만 같아 너무 무서웠다.
“널 이렇게 느끼게 만드는 건 나 뿐이야 안그래?”
“그.. 그래요.. 지..지훈이.. 뿐이에요.. 하으윽”
어디까지 떨어질지 몰랐다.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지훈이 넥타이를 풀어 던지고는 유미의 가슴 사이로 배게를 들어 받혔다.
“자.. 보지에 싸줄게.. 잔뜩 싸줄 테니까 기대하라고.. 그 자식 앞에서.. 내 좆물을 받으니까 어때?”
“조.. 좋아..하음… 싸줘요.. 내.. 내 안에.. 지훈이 거.. 뜨거운.. 하아앙”
몸을 떨고 있는 유미를 내려다 보며 한계까지 몰고 간 지훈이 마침표를 찍었다. 엷은 보지털을 헤치고, 단단하게 일어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클리토리스를 잡아 비틀었다.
“하으으윽.. 아악.. 하응~”
동시에 지훈의 자지가 부풀어 터졌다. 힘차게 쏘아진 지훈의 정액이 몸 하나가득 채워지는 것 같았다.
‘아… 안돼.. 더 이상은… ‘
의식이 멍하니 흐려져 갔다. 이미 몸에 새겨진 이 섹스의 느낌을 결코 지워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하아… 하아.. “
한번도 올라본 적이 없는 절정의 꼭대기에는 절망의 깊은 늪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미의 안에서 소중한 무엇인가가 깨져버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얼마나 그렇게 천정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지훈이 방을 나가도 멍하니 그렇게 천정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두워진 방안에서 간신히 납덩이 같이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더러워졌아.. 빨아야.. 해....”
지훈의 정액과 자신이 흘려댄 보지물로 인해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주름 투성이의 시트를 침대에서 벗겨내었다.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몸은 차갑게 식어 어둠 속에서도 하얗게 비쳐보였다. 보라색으로 멍이 든 손목과 흐트러진 긴 머리켤, 몸 여기 저기에 말라붙은 정액의 자국들이 지나간 행위의 격렬함을 대신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아.. 희성아.. 어디에 있는 거야.. 너무 멀리 가지 마..”
침대 옆에 올려진 사진이 눈에 밟혔다.
“아냐.. 멀리 와버린 건 나였어… 희성이는.. 언제나, 언제나 옆에 있었는 걸”
그렇게 혼자말을 하며 한겨울의 차가운 마루바닥에 엎드린채 시트를 가슴에 안고 얼굴을 묻었다. 더 이상 그 곳에는 그 사람의 따뜻함은 남아 있지 않았다.
“미안해..”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게 흘러갈 뿐이었다. 그렇게 빠져들 뿐이었다.
하다못해 희성이 앞에서만이라도 웃기로 했다.
아것도 생각하지 않고.. 느끼지 않고.. 그저 웃기로만…
수치 해석의 시뮬레이터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희성은 한숨을 내뱉으며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의자에 기대어 앉으며 기지개를 켜면서 시계를 보았다. 자정을 넘긴 시간…
“이래서는.. 오늘도 철야군”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혼자말을 내 뱉았다.
‘그나저나 선배도 그렇고, 지혜도 그렇고..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창가에서 블라인드를 젖히고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엉망인 것을 보았다.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었다. 제멋대로 자란 수염을 만져 보았다. 온통 어둠에 잠겨 있는 정원을 내려다 보며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들을 털어내기라도 하려는 듯 두세번 고개를 흔들어 보았다.
“세수라도 하고 와야겠다..”
조용한 연구실에는 외로운 발 소리만이 그렇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싫어.. 안돼… 그럴 수는 없어…”
“시끄러.. 어서 열지 못해? 열쇠 있을 거 아냐”
지훈이 쾅쾅 소리를 내면서 현관문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그만해.. 너무하잖아..”
유미는 지훈의 가죽점퍼를 잡고 매달렸다. 희성의 집 앞에서 두 사람이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지훈은 유미의 팔을 뿌리치고는 유미의 어깨를 끌어당겨 품에 앉았다.
“뭐야? 또 반항하는 거야? 여기 왜 왔는지 잊어버렸나보지? 반항했기 때문에 온 거잖아”
지훈은 인상을 쓰며 으르렁거렸다.
“아..아냐.. 시키는대로 다 했잖아..”
유미는 지훈의 품 안에서 떨고 있었다.
“니가 할 수 있는 말은 ‘네’ 밖에 없어.. 그랬는데도 뭐야? 말대답 했었지?”
인정사정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겨우 몇주전까자만 해도 보여주던 쓸쓸한 웃음과 배려심 가득한 친절함, 그리고 꾸밈없는 천진함 같은 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눈을 부라리면서 매일 으르렁거릴 뿐이었다. 유미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몸을 가지고 놀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오늘은 동아리의 정례회가 있는 날이엇다. 일년에 한번 하는 모임이었기 때문에 전원참가가 원칙이었다. 졸업생들도 참석해 은퇴하는 3학년의 인사도 받고, 새로운 임원을 뽑는 날이었다. 100명 가까운 인원이 망년회를 겸해서 모이는 대규모 행사였다. 지훈은 바로 그 모임을 빠지라고 했었다. 지금 하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둘이서만 사전에 말도 없이 모임에 빠진다면 동아리 안에서 지훈과의 관계를 의심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우려한 유미가 머뭇거렸던 것이다. 화가 난 지훈은 그 대가로 희성의 집에서 하자는 것을 요구해 왔다.
“적당히 좀 하지? 아예 복도에서 박아줄까?”
소름이 돋는 것 같은 차가운 목소리였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유미도 아는 아줌마 하나가 쇼핑봉투를 든 채 흘깃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아.. 그것보단 여기서 발가벗기는 게 낫겠군. 너도 보여주는 거 좋아하잖아.. 그래 그게 좋겠는걸?”
당장이라도 옷을 벗길듯한 기세로 속삭였다. 스웨터 위로 가슴을 주물러대기 시작했다.
“아.. 알았어.. 그러니까.. 제발… 뭔가를 부순다던가 하면 안돼.. 응? 내가.. 내가 뭐든지 다 할 테니까.. 제발…””
“그렇지.. 처음부터 그렇게 말을 잘들으면 좋았잖아..”
문 앞에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못견딘 유미가 열쇠를 꺼냈다. 지훈은 문이 열리자 마자 지훈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섰다. 제집처럼 들어가는 지훈의 뒤를 따라 유미도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집 구조는 니네집이랑 똑 같군”
부엌에서 거실로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지훈은 방문을 하나씩 열어젖혔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쓰던 방은 몇 개의 상자들만이 쌓여있는 채 비어있었다. 빈방은 처음부터 지훈의 관심 밖이었다. 그렇게 흙발로 이곳저곳을 헤집으며 다니는 지훈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지훈이 드디어 희성의 방문을 열려고 하고 있었다.
“여기군.. 그자식 방이..”
말릴 틈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기다려 보았지만 아무런 기척도 들려오지 않았다. 불안해진 유미가 안을 들여다 보자 지훈은 방 한가운데 서 있을 뿐이었다. 생화학 전문서가 쌓여진 책장, TV와 오디오 세트, 컴퓨터가 놓여진 책상, 그리고 세미더블 침대들이 유미가 정리해 둔 대로 그렇게 희성의 부재를 알리고 있었다. 지훈의 방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소박한 구성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유미가 골랐던 밝은 색 쿠션이라던가 책상보가 지훈의 방에는 없는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잘 정리된 방안을 둘러보던 지훈이 천천히 책상으로 다가가 놓여져 있는 탁상액자를 들었다.
“이거군…”
중학교의 입학사진이었다. 어색한 교복을 입은 지훈이와 귀여운 모습의 유미, 그리고 두 사람의 부모님이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지훈은 사진을 뚫어저려 들여다 보고 있었다. 언젠가 지훈이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했던 때와 같은 표정이었다.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투명한 무색무취의 표정이 얼굴에 드러나고 있었다.
“왜.. 그래?”
갑자기 보여지는 지훈의 지난날의 표정에 당황스러웠다. 유미의 말에 생각이라도 났다는 듯이 고개를 돌린 지훈이 액자를 책상위에 눕혀 놓았다.
“이제와서…”
혼자말을 하며 피식하고 웃었다.
“자.. 그럼.. 이리 좀 와봐”
눈꼬리가 올라간 포식자의 모습으로 되돌아 왔다. 입가에 엷은 웃음마저 띄우고 있었다.
“여기서 귀여워해주지.. 네 남자친구의 침대에서 말야”
그와 몇번이고 살을 맞대고,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원하며 편안함을 느끼던 그 침대에 지훈이 걸터 앉았다.
“여~ 희성이.. 오랜만이네? 미녀 여교수랑 둘만의 출장은 어땠어? 재미있었나?”
“선배.. 말도 마세요.. 장난 아니었다구요.. 아시잖아요. 김교수 성격.. 밤늦게까지 자료정리해야죠. 논문 수정해야죠.. 뺑이만 치다가 왔다니까요”
“뭐 그렇다고 해도.. 대단한데?”
대학원생 선배가 희성의 뒤쪽의 모니터를 들여다 보았다. 화면에 흐르고 있는 유전자 구조의 복잡한 퍼즐을 가리켰다.
“이런 거.. 나도 아직 어려운데.. 말이지.. 김교수가 칭찬할만 하네”
한숨 섞인 푸념이었다.
“저기.. 저.. 김교수한테 칭찬 받은 적 거의 없는데요?”
멋쩍게 말을 받았다.
“전에 말야.. 너 없을 때.. 칭찬이 대단하던걸? 재능이 있다고.. “
“또..놀리는 거죠.. 안속아요 안속아”
하지만 뿌듯했다.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존경하는 사람에게 인정받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김교수는 아마 부려먹기 좋아서 그러는 걸 거에요”
쑥쓰러워져서 화면쪽으로 몸을 돌린 희성에게 대학원생이 화제를 바꾸었다.
“그런데 말야.. 너.. 요즘 그 자랑하던 여자친구랑은 어때? 바빠서 잘 못만나지?”
뭔가.. 떠보는 듯한 말투였다.
“확실히.. 전보다는 못만나죠.. 하지만 잘 지내요.. 문자도 매일 주고 받고, 어제도 만났는 걸요?”
키보드를 두드리며 대답했다.
“그래? 그럼 뭐.. 다행이고..”
“그런데,, 그건 왜…?”
“아..아냐.. 아무것도,. 신경쓰지마 너무 무리하지 말고”
선배는 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잘못 본건가…? 하지만 그 빨간 리본… 뭐 닮은 사람이었나?’ 라는 생각이 그 대학원생의 머리 속을 맴돌고 있었다.
“어때? 좋지? 똑바로 얘기해봐..”
“아..아냐… 안느껴..”
“그래? 그럼 이건 뭐야? 왜 이렇게..”
말과 함께 몸 아래에 누워있는 유미의 다리를 거칠게 벌리고 허리를 강하게 움직여 왔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질컥거리는 젖은 소리가 같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왜 이렇게 젖은 건데? 이 소리 들려?”
손목을 잡힌 채 팔을 벌리고 있었다. 십자가에 걸린 모습처럼 크게 벌린 쭉뻗은 유미의 팔다리 사이에서 지훈이 자지를 박아대고 있었다. 도망갈 수도 없었다. 지훈의 허리 놀림에 따라 벌려진 다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침대마저 삐걱대며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으음… 으흣.. 하아.. 아…아냐.. 읏..”
‘느껴서는 안돼.. 좋을리가.. 없잖아…’ 라는 마음과는 달리 민감한 몸은 어느새 끓어넘치기 시작한 쾌감의 소용돌이 안으로 서서히 다가기 시작했다. 빨려들지 않으려 그렇게 자신에게 최면을 걸며 거친 숨을 내쉬며 필사적으로 참아내고 있는 유미를 내려다 보며 지훈은 언제나처럼 그 거센 파도 속으로 유미를 밀어넣고 있었다.
“아흐흑.. 하아.. 하아…아아아”
조금씩 몸이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신음소리를 억누르며 인형처럼 누워있는 유미의 육체가 점차 달아올라 느끼기 시작하는 순간 허리놀림을 멈추었다.
“어때? 아직인가? 좋으면 좋디고 말을 해야지”
“아.. 아냐.. 그런 거..”
유미가 고개를 흔들자 마자 또 다시 강하게 밀어붙였다.
“하흑.. 하응.. 하아.. 아아~ 아으으음”
느끼면 안되는데.. 지훈에 의해서 개화된 육체가 거부하는 의사와는 관계없이 솔직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몇번이고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깨우치게 된 쾌락의 예감이 머리속에서 이성을 조금씩 먹어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거봐 이거봐… 그 자식 침대에 다 흘리겠는데? 음란한 년 같으니라고”
“아흑.. 하음.. 아아.. 아앙.. 마..말하지 마..”
“그렇게 질질 싸면서 아닌척 하기는..개보지 같은 년”
“너..너무해..아음.. 하아.. 너무해…”
이렇게 강제로 당하는데.. 어째서.. 몸이.. 몸의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계속해서 애를 태우던 지훈이 그녀의 반응을 확인하고는 강하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남자친구 방에 다른 남자 끌어들여서 뭘 그렇게 헐떡대는 거야? 너 변태야?”
“그..아흑.. 그건… 네가.. 하으음.. 그렇게.. 하.. 하아… 으응”
끊어질 듯 끊어질 듯 한 목소리로 간신히 부정을 해보지만 몸은 서서히 쾌감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었다. 밀려드는 쾌감이 몸과 마음을 산산히 부서트리고 있었다.
“어떤 년이든 다 똑같아.. 자지 맛만 보면.. 다 이지랄이니까”
“아..아냐.. 그런 거.. 아음.. 하악.. 아니야.. 아아~”
“아니긴 뭐가 아니라는 거야? 너도 싸고 싶지? 솔직해지라고..”
하얀 시트를 움켜쥐었다. 빨간 리본으로 묶여있던 머리카락이 풀어헤쳐져 침대 위에 펼쳐져 있었다. 반쯤 열린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신음소리의 옥타브가 올라가 있었다. 그런 유미의 반응을 알아차린 지훈이 얕게 박아넣던 자지를 한번에 깊숙히 쑤셔 넣었다.
“아으윽~ 하아악~ 하윽.. 으응”
넘쳐흐르는 보지물이 허리놀림에 따라 튀었다. 유미의 허리가 활처럼 휘면서 들려졌다. 핑크색 젖꼭지를 있는대로 곧추세운 가슴이 흔들렸다.
‘아..안돼.. 하지만.. 이대로.. 이대로….’
지훈은 잡고 있던 유미의 손목을 놓고 보기좋게 들어간 유미의 허리를 안았다. 근육질의 지훈의 몸이 아름다운 유미의 나신에 밀착되었다. 유미의 풍만한 가슴이 지훈의 가슴에 눌려 일그러졌다.
“싸고싶지? 안그래?”
뜨거운 숨만 내 뱉으며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면서도 약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유미의 귓가에 악마가 속삭였다.
“싸게 해달라고 부탁해봐.. 어서…”
“시..싫어.. 아학.. 하음.. 하아.. 싫…어….”
뜨겁게 달아오른 자지를 깊게 깊게 박아넣으면서 대답을 재촉했다.
“어서 빌어봐.. 싸게 해달라고..”
“안돼… 하응.. 으음.. 하아, 하응.. 안돼… 시..싫어…”
“빌면 싸게 해줄게”
“하읏.. 하악.. 아읏.. 아아음”
시트를 움켜쥔 유미의 손가락들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말하면 싸게 해준대두”
“하아앙.. 아음.. 하아.. 하아.. 아흐음”
자지 끝을 미묘하게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허리를 돌렸다. 절정의 바로 앞까지 몰아 붙인ㄴ 후 멈추고 또 다시 몰고 올라갔다. 머리속이 하얗게 되어버리기 바로 직전에서 몇번이고 끌어내려졌다. 반복되는 굴욕의 거친 조교 때문에 몸으로 배워버린 강한 느낌.. 그 쾌감의 예감만을 맛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직도 버틸생각인가?”
“아음.. 가.. 갈.. 아흐흑.. 시..싫어.. 가..게.. 해.. 하흑.. 아음.. 아..안돼…”
“무리하지 말라고.. 그자식이 듣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
“시…싫어.. 아흐흣… 하흑.. 하앙… 가…가게.. 아응.. 하아.. 가게…하응”
시야가 뿌옇게 변하기 시작했다. 눈동자에서는 초점이 사라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말이 나오지도 않는 상태였다. 그저 열락의 불꽃 속으로 뛰어들어가고 싶었다.
“얘기해.. 그럼 편해질 거야”
편해 지고만 싶었다. 지훈의 복수의 이빨을 드러낸지 벌써 2주가 되었다. 그 때부터 테니스 장에서의 일을 시작으로 매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렇게 당해 왔었다. 지훈의 방에서는 물론이었고, 전철과 동아리실, 사람 없는 학교의 비상계단 등 지훈이 내키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든 당해왔었다. 딜도를 넣은 채 거리를 걸었고, 공중 화장실 안에서 자지를 빨았다. 그리고 희성의 눈 앞에서도 절정을 느끼고 말았었다. 잔혹할 정도로 가지고 놀았다. 몸으로 먼저 쾌락을 배워버리고 말았다. 간신히 버티고 있던 유미의 이성도 가루처럼 부서지기에 충분할 정도의 시간들이었다.
“가고 싶지..? 말 해봐”
‘더.. 더 이상은… 제발.. 제발…’
“하윽.. 가.. 가게.. 해 주세요… 하으읏”
“더 크게”
“가.. 가게 해주세요.. 제발.. 더.. 더 이상은.. 싸고.. 싶어.. 제..제발,, 부탁해요.. “
더 이상은 무리였다. 남자친구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 절정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신음소리가 남자친구의 방안에서 터져나왔다.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희성오빠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아, 지혜야.. 또 왔구나”
“어? 오빠.. 설마.. 저.. 기다리셨던 거에요?”
희성이 돌아본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얼굴이 빨개진 것만 같았다.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뒷짐을 지고 웃어보였다. 짧은 머리를 흔들면서.. 가볍게 웃었다. 책상의 앉아 있는 채 지혜를 올려다 보았다. 평소보다 조금더 화려한 차림이었다. 무릎 바로 위까지의 하얀색 타이트 스커트에 가슴이 조금 패인 블라우스, 머플러와 코트는 벗어서 팔에 걸고 있었다. 핑크색 립스틱이 칠해진 입술이 지혜의 귀여운 매력을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뭐야? 데이트라도 가니? 예쁘게 입었네?”
“에이.. 그건 무슨 뜻이에요? 모처럼 오빠 만나려고 이렇게 왔는데.. 평소에도 이렇지 않아요?”
“미..미안.. 그게 아니라..”
쓴 웃음을 띄운 희성이 앞에서 지혜가 연구실을 둘러보았다.
“왜? 그렇게 둘러봐?”
“아..아니에요.. 아무 것도…”
역시… 정례회에 나타나지 않은 유미를 찾아보았지만 이곳에 없었다. 지훈에게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도 틀림 없었다.
그렇게 바라단 W대학에 합격하고 들어간 동아리에 유미가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공부해 합격한 대학에서 ‘그 여자’와 너무나도 닮은 유미를 만났던 것이다. 처음 유미를 보았을 때, 깜짝 놀랄 정도였다.
말투도 행동도 머리 스타일도 전부 거슬렸다. 가식적인 상냥함으로 어린 마음을 짓밟고 소중한 사람을 빼앗아 갔던 그여자와 너무 닮았었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는 그 슬픈 기억이 되살아났다.
유미와 그여자를 동일시했다.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미가 어떻게 되던 자신과는 관계 없다고 생각했었다.
“지혜 너.. 유미선배.. 싫어하지?”
그래서 지훈의 음모에 가담하고 말았다.
“너만 협력해준다면 내가 유미선배를 가지고 놀아줄게.. 어떻게 할래?”
자신이 당했던 아픔을 되돌려주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갈라놓기 위한 음모의 한축을 맡기로 했다. 희성이 따위는 처음엔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시간을 가지면 가질수록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닫혀 있던 마음이 조금씩 열려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로 희성에게 빠져들고 있음을 느꼈다. 그 따뜻함을 더 느끼고 싶었다. 더 이상 누구도 사랑하지 않겠다던 자신과의 약속을 어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성의 마음을 자신에게로 돌려놓고 싶었다. 처음에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유미를 괴롭히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희성의 마음을 돌려놓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나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되찾을수록 자신이 저지른 일이 후회스러워서 희성에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저기.. 희성 오빠.. 뭐 좀 물어봐도 돼요?”
“응? 뭐?”
키보드를 두드리며 희성이 대답했다. 주름진 셔츠를 입은 희성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말로는 설명하지 못할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어쩌면 난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슬프게 만들고 있을지도 몰라..’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는 기분이었다. 가슴이 아팠다.
“저기.. 만약에.. 만약에 말이에요.. 유미 선배가 바람을 피면 어떻게 하실 거에요?”
“뭐어? 유미가 그럴 리가 없잖아”
즉답이 되돌아 왔다. 손톱만큼도 유미를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희성의 눈을 피하고 말았다.
‘어째서..그토록 유미 선배를.. 그런 여자를…’
“그렇죠.. 그러니까.. 만약에 말이에요.. 그러니까… 오빠면 어떻게 할까가 궁금해서요”
“흠.. 그래도 그렇지.. 유미는 내게 있어서 정말 소중한 단 한사람이야. 그러니까 바람 같은 건 생각해본 적도 없어.. 그리고.. 약속도 했고..”
“약속…이요?”
대화를 이어가보려고 했지만 희성의 말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가슴이 더욱 더 아파왔다. 소중한 단 한사람…
“그보다.. 지혜야.. 약속 있는 거 아냐?”
라며.. 손가락으로 모니터의 숫자를 짚어갔다.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진지한 눈빛이었다. 산출된 퍼즐의 단편을 쫓고 있었다.
“아! 맞다.. 늦었다.. 지금부터 동아리 망년회거든요.. 또 올게요”
서둘러서 고개를 숙였다. 장난스럽게 인사를 마치고 문을 향해 종종걸음을 쳤다. 희성의 말이, 시선이 아플 정도로 가슴에 틀어박히고 말았다. 더 이상 그런 희성의 얼굴을 보고 있을 수 없었다. 그런 지혜의 등뒤로 “유미한테도 잘 얘기해줘”라며 희성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알았다고는 대답했지만 눈을 마주볼 수가 없었다. 복도로 나오자 마자 무거운 발걸음이 되었다. 자신도 희성에게 그렇게 생각되고 싶었다. 자신도 희성이처럼 누군가를 그렇게 믿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두운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렇지,. 진작에 그럴 것이지…”
상반신을 들어서 보지에 꽂힌 자지를 빼내었다.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만개한 꽃잎 같은 보지살 틈으로 뜨거운 애액이 흘러나왔다. 지훈의 자지와 보지를 가는 보지물이 연결해놓고 있었다.
“시..싫어.. 머..멈추지.. 말아줘.. 싸게… 해주세요…”
유미는 지훈을 따라가며 애원을 했다.
“알았으니가 보채지 마”
여유있는 표정으로 침대 밑에서 넥타이를 꺼내 들었다.
“응? 그.. 그거…”
“그 자식 것좀 빌리자고..”
“그런 짓… 안한다고 해놓고…” 라는 유미의 혼자말을 무시하고 유미를 엎드리게 만들었다. 지훈은 개처럼 엎드린 유미의 등 뒤에서 유미의 두 팔을 잡았다.
“하..하지마.. 아.. 아파..”
하지만 말과는 달리 팔에 힘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저항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빨리 느끼고만 싶었다. 더 이상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허리부분에서 뒤쪽으로 손을 잡아 올려 묶은 후 젖어서 움찔거리는 보지에 자지를 가져다 대었다.
“아응,.. 하아아아”
다시 자지를 박아 넣었다. 전신을 꽤뚫는 것 같은 전율이 남자친구의 넥타이로 구속당한채 다른 남자의 자지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금의 현실을 한꺼번에 지워버렸다.
“뜨…뜨거워… 아아.. 너..너무 좋아…”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목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리게 된 이성마저도 지훈의 절묘한 허리놀림에 짓밟혀버리고 말았다.
“하흥.. 하아.. 조…좋아…”
금이 가기 시작한 마음으로부터 치밀어 오르던 비명은 입술을 빠져 나오는 순간에 환희로 바뀌어 있었다.
“부.. 부서질 것 같아.. 아으응”
“질질 싸는군.. 보지가 찢어질 것 같아? 그렇게 좋아?”
뒤에서 올라탄 자세로 자지를 쑤셔대면서 끊임없이 말로 유미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조.. 좋아.. 너무.. 하아악… 하응”
“내 자지가 그렇게 좋아?”
“응.. 조… 좋아… “
땀으로 젖은 얼굴을 침대에 파묻은 채 묻는대로 대답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줄까?”
“더.. 더.. 더… 하으윽…하앙”
“더 뭘.. 어떻게.. 해달라는 거지?”
“더.. 아흠.. 더.. 깊이.. 쑤..쑤셔줘.. 더.. 깊이.. 하으윽..”
남자친구에게도 해본 적이 없는 음란한 말이었다.
“좋아.. 상을 주지.. “
서로의 털이 엉겨붙을 정도로 깊게 뿌리까지 찔러 넣었다.
“하흑.. 하아악.. 아흠,…”
완전히 유미를 무너트리기 위한 마지막 스퍼트를 올렸다.
“니 몸은 내 거야.. 안그래?”
“마..맞아요.. 난… 내.. 하흑.. 몸은… 지..훈이….. 하흑..”
“더 크게!”
“지훈이 거에요.. 하아앙… 하흑..”
“내가 하고 싶을 땐 언제나 보지 벌려 줄 거지?”
“그.. 그럴게요.. 언제든지.. 보.. 하흑.. 보,,보지를… 하아앙”
“그렇지.. 넌 내 장난감이니까..”
“하읏.. 하아.. 마.. 맞아요.. 난.. 자.. 장난감이요.. 아아악”
“맹세할 수 있지?”
“맹.. 맹세할게요.. 아음.. 하아.. 나.. 난.. 지..지훈이의.. 자..장난감이에요.. 그러니까.. 하앙… 하음… 하읏.. 제발.. 제..발.. 가게.. 해주세요.. 싸게.. 해.. 하읏.. 주세요..”
꼭 쥔 주먹에 손톱이 파고 들었다. 땀으로 흠뻑젖은 온몸이 견디지 못하고 떨리고 있었다.
“자 그럼.. 그렇게 싸는 거.. 남자친구에게도.. 보여주자고”
지훈이 머리채를 잡고 얼굴을 들게 했다.
“하흑.. 아아.. 시… 싫어…”
눈 앞에 볼을 맞대고 어깨를 안은채 V자를 그리며 웃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침대 옆에 둘이 찍은 액자가 놓여져 있었다. 그 곳에서 남자친구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싸는 거 보여줘야지?”
“………”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달랐다.
“자.. 보여줘봐”
“..네..”
눈을 뜨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차라리 지워져 없어지고만 싶었다. 쾌락의 늪에 빠져서 두번다시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만 된다면.. 편해질 것 같았다. 하지만 내일이 되면 또다시 남자친구에게 거짓말을 해야 했다. 변함없이 웃는 얼굴을 억지로 꾸며서 보여주지 않으면 안되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몸과 마음이 그렇게 분리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고통과 아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쾌락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유미에게 남아 있는 건 그것 밖에 없었다.
“네 씹구멍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저 자식한테 보여주라고”
짐승처럼 뒤에서 박아오던 지훈이 체중을 실었다. 꼬치처럼 굵고 단단한 자지가 보지구멍을 넓히며 밀고 들어왔다. 손끝이 저릴 정도로 녹아들어가는 쾌감이 일었다.
“아흑.. 하으응.. 뜨..뜨거워,.. 아으음.. 하아앙.. 하아.. 지,,지훈 거가… 하읏,.. 끝까지…끝까지.. 하아악.. 아윽.. 우..움직이지.. 마.. 시..싫어.. 하으음.. 하앙,, 하윽.. 안돼.. 아.. 안돼,.. 하응.. 하아악”
손을 뒤로 돌려 묶인 채 엎드린 자세로 땀 범벅이었다. 부끄러움도 없이 지훈의 요구대로 자신의 상태를 말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유미의 입술에 지훈이 손가락을 쑤셔박았다.
“미칠 정도로 느끼게 해줄게”
“츄릅.. 으키게.. ?후혜요.. 츄르릅… 흐응.. 으음.. 으키고.. 힙어.. 아으음..”
입에 들어온 손가락을 혀로 핥고, 입술로 빨아대면서 주저없이 대답했다. 유미의 눈동자는 이미 풀려있었다. 밝고 쾌활하던 본래의 유미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지훈은 그런 유미의 귓가에 무슨 말을 속삭이고는 자지를 감싸며 물어대던 보지로부터 천천히 좆대가리를 뽑아내었다. 잘록한 허리를 눌러 잡고, 상반신을 세운 후 또다시 깊게 박아 넣었다.
“하악.. 가.. 갈 거 같아…”
새하얀 피부가 활처럼 휘면서 허공으로 떠 올랐다. 리본에 묶인 긴 머리가 큰 원을 그리며 허공을 갈랐다.
“어서 말해봐.. 어서!”
“조.. 좋아.. 지..하읏.. 지훈의 자…지가.. 희.. 희성이.. 아아음.. 것보다.. 훠…훨씬.. 좋아요… 희.. 희성아.. 나.. 나… 지훈이 자지로.. 싸고 있어… 하읏.. 하아앙… 유미는…지훈의.. 자.. 자지가…하아악!”
“그렇지.. ! 좋아”
유미의 보지살들이 움찔거리며 자지에 감겨들고 있었다. 엎드린 채 두 다리를 쭉 뻗은 채, 온몸을 떨면서 지훈이 전해주는 쾌감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하아.. 하아.. 하으응~”
긴 숨이 터져나오며 배덕의 여운에 빠져있던 지훈이 뒤에서 냉정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응? 아읏.. 아.. 안돼.. 자.. 잠깐…”
아직 그 단단함을 잃지 않고 있던 지훈의 자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말했지? 미치게 해주겠다고…”
‘너.. 너무해.. 아..안돼.. 더.. 이상은.. 지금.. 또… ?’
지금 이 대로 또 받아들이게 된다면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몰랐다. 절정에서 절정으로 쉴틈도 없이 또 다시 올라가고 있었다. 반복되는 조교 중에서도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이 없는 느낌이었다. 식지 않는 정염의 불꽃이 또 다시 타오르고 있었다.
“시..싫어.. 아.. 안돼.. 하윽.. 아응… 아앙”
질컥이는 소리가 멈추지 않고 들려왔다. 보지물이 흘러내려 시트에 새로운 얼룩을 남겨놓고 있었다.
“으읏.. 하악.. 하아아악”
땀이 배어나온 새하얀 등을 따라 손가락으로 가볍게 훑어내리는 것만으로도 몸 전체가 공중으로 떠 오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감은 눈커플 안으로 불꽃이 튀었다. 죽을 것만 같았다. 이렇게 느껴본 적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하흑……… 으음… 읏… 하앙…… 하아… 하아…”
뜨겁게 달궈진 철봉이 틀어박혀 온몸이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신음소리를 내는 입술에서 침마저 턱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제발.. 제발… 그만…멈춰.. 주세요…”
커튼의 틈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석양을 받아 오렌지 빛으로 물든 유미의 상반신이 요염하게 비틀리고 있었다.
“그.. 그만.. 제발…”
안타까움에 주먹을 폈다가 쥐었다가 할 뿐이었다. 부서질 것만 같았다. 망가질 것만 같아 너무 무서웠다.
“널 이렇게 느끼게 만드는 건 나 뿐이야 안그래?”
“그.. 그래요.. 지..지훈이.. 뿐이에요.. 하으윽”
어디까지 떨어질지 몰랐다.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지훈이 넥타이를 풀어 던지고는 유미의 가슴 사이로 배게를 들어 받혔다.
“자.. 보지에 싸줄게.. 잔뜩 싸줄 테니까 기대하라고.. 그 자식 앞에서.. 내 좆물을 받으니까 어때?”
“조.. 좋아..하음… 싸줘요.. 내.. 내 안에.. 지훈이 거.. 뜨거운.. 하아앙”
몸을 떨고 있는 유미를 내려다 보며 한계까지 몰고 간 지훈이 마침표를 찍었다. 엷은 보지털을 헤치고, 단단하게 일어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클리토리스를 잡아 비틀었다.
“하으으윽.. 아악.. 하응~”
동시에 지훈의 자지가 부풀어 터졌다. 힘차게 쏘아진 지훈의 정액이 몸 하나가득 채워지는 것 같았다.
‘아… 안돼.. 더 이상은… ‘
의식이 멍하니 흐려져 갔다. 이미 몸에 새겨진 이 섹스의 느낌을 결코 지워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하아… 하아.. “
한번도 올라본 적이 없는 절정의 꼭대기에는 절망의 깊은 늪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미의 안에서 소중한 무엇인가가 깨져버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얼마나 그렇게 천정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지훈이 방을 나가도 멍하니 그렇게 천정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두워진 방안에서 간신히 납덩이 같이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더러워졌아.. 빨아야.. 해....”
지훈의 정액과 자신이 흘려댄 보지물로 인해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주름 투성이의 시트를 침대에서 벗겨내었다.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몸은 차갑게 식어 어둠 속에서도 하얗게 비쳐보였다. 보라색으로 멍이 든 손목과 흐트러진 긴 머리켤, 몸 여기 저기에 말라붙은 정액의 자국들이 지나간 행위의 격렬함을 대신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아.. 희성아.. 어디에 있는 거야.. 너무 멀리 가지 마..”
침대 옆에 올려진 사진이 눈에 밟혔다.
“아냐.. 멀리 와버린 건 나였어… 희성이는.. 언제나, 언제나 옆에 있었는 걸”
그렇게 혼자말을 하며 한겨울의 차가운 마루바닥에 엎드린채 시트를 가슴에 안고 얼굴을 묻었다. 더 이상 그 곳에는 그 사람의 따뜻함은 남아 있지 않았다.
“미안해..”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게 흘러갈 뿐이었다. 그렇게 빠져들 뿐이었다.
하다못해 희성이 앞에서만이라도 웃기로 했다.
아것도 생각하지 않고.. 느끼지 않고.. 그저 웃기로만…
수치 해석의 시뮬레이터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희성은 한숨을 내뱉으며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의자에 기대어 앉으며 기지개를 켜면서 시계를 보았다. 자정을 넘긴 시간…
“이래서는.. 오늘도 철야군”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혼자말을 내 뱉았다.
‘그나저나 선배도 그렇고, 지혜도 그렇고..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창가에서 블라인드를 젖히고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엉망인 것을 보았다.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었다. 제멋대로 자란 수염을 만져 보았다. 온통 어둠에 잠겨 있는 정원을 내려다 보며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들을 털어내기라도 하려는 듯 두세번 고개를 흔들어 보았다.
“세수라도 하고 와야겠다..”
조용한 연구실에는 외로운 발 소리만이 그렇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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