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아 깜짝이야…어쩐 일이야?”
현관문을 열자 그녀가 서 있었다. 매력적인 큰 눈동자에 긴 눈썹, 곧게 뻗어내린 콧날과 반짝이는 입술, 그리고 희고 투명한 부드러운 피부. 빨려들 것만 같은 눈부신 미소를 띄우고 문 앞에 서 있었다.
“어쩐 일이냐니.. 못 볼 거라도 본 사람마냥… 연구실에 들렀더니 오늘은 일찍 들어갔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왔구만..”
장난스럽게 입술을 삐죽이는 시늉조차도 사랑스럽게 보였다.
“미안, 미안.. 어서와.. 보고 싶었어.. “
얇은 브이넥의 스웨터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평상시의 유미다운 간단한 복장이었지만 그 간단함이 오히려 유미의 스타일을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뭐야.. 모처럼.. 집에 오면서 연락도 안하고..”
“아..미안.. 오늘은 갈아입을 옷을 가지러 온 거라서 말야..”
“응? 그럼 또 학교로 가야 하는 거야?”
“아냐.. 내일 아침에 가면 돼.. 요즘 유미도 바빠서 늦게 들어오니까.. 대충 들어올 때쯤 전화하려고 했었지..”
“그랬구나…”
문득 어두운 그림자가 유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 미안.. 그걸 뭐라고 그러는 게 아니라…”
응 알아… 참 희성아.. 지난번에는 미안.. 못들어와서… 동아리를 관둘지 말지 고민하는 후배가 있어서..그 얘기를 들어주느라 시간이 걸려버렸어.. 전화할까 했었는데.. 또 장난치려고 하고 그래서.. 걱정끼쳐서.. 미안”
“그랬구나.. 좋은 선배니까.. 유미는.. 하지만 그래도 전화는 좀 해주지… 앞으로 또 그런 장난치면 내가 그냥 안둔다고 해”
“… 응 그럴게..”
어렸을 때와 변한 것이 없었다.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유미의 순수한 표정. 자신을 바라보는 그 표정과 태도가 더할 수 없이 사랑스러웠다.
“앉아 있어봐 유미야.. 커피 타줄게”
“응”
테이블을 돌아서 언제나의 지정석으로 가서 앉았다. 언제부터인가 거기에 유미가 있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서로 바빠서 만나지도 못하고, 혼자 식사를 해야 할 때면 언제나 그 자리에 앉아 있어 주길 바라는 희성이었다. 그랬던 유미가 지금 그자리에 있었다. 문득 눈을 돌리면 사라질 것만 같아 희성은 유미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유미야…”
너무나도 익숙한 빨간 리본의 묶은 머리가 목덜미에 가볍게 붙어 있었나. 너무나도 여성스러웠다. 변함없이 언제나 아름다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유미가 자신의 여자친구라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화려하고, 도도하고, 아름다운 유미가 이렇게 자신만을 생각하고, 자신의 말을 따르고 있었다. 커피를 타서 돌아섰다.
“유미야..?”
유미의 태도가 이상했다. 허벅지를 누르면서 고개를 숙인채 무엇인가를 참는 듯한 모습이었다.
“유미야.. 왜.. 왜 그래?”
“아.. 응..으응.. 아무것도 아냐.. 그냥.. 좀 생각할 게 있어서… 후후… 커피 고마워”
애교를 부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김이 모락모락 솟아 오르는 커피잔에 입술을 대었다. 그런 유미의 태도가 평상시와 달리 섹시하게 보였다. 이렇게 둘이서 그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만 있어도 사랑스러웠다.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을 정도였다.
“뭐 그런 교수가 다 있어..? ”
“그치? 그치? 정말 짜증난다니까…”
평상시와는 달리 이것저것 주변의 일들을 늘어놓는 유미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얘기하고 싶은 게 이렇게 많았구나 싶었다. 시간을 내주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미안해졌다.
“뭐야.. 왜 그래…?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아..아냐.. 너무 이뻐 보여서…”
“뭐야~”
수줍은 듯이 부끄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아, 참.. 연구… 잘 되어 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지금은 상상도 안돼…”
숨쉴 틈도 없을 정도로 바빠졌다. 연구팀의 일원이 된 탓인지, 정말 지영에 잘 보고 있어서인지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의 반도 되지 못했다. 지영의 모교인 T공대으로의 출장도 잦았다. 어느 학교의 학생일지 스스로도 헷갈릴 정도였다. 거의 비서처럼 출장에는 반드시 동행해야 했다.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연구원들을 만났다. 그것은 그 것 나름대로 신선한 자극이어서 불만은 없었지만 유미를 만날 시간은 그 만큼 줄어들어 있었다. 하루에 몇번 정도 문자를 주고 받는 게 다 였다. 유미도 응원해주고 있는 자신의 꿈을 위해서라고는 해도 유미를 혼자 두는 것이 너무나도 미안했다. 그런만큼 이렇게 유미가 찾아와서 둘 사이를 확인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도 좋았다.
“아.. 저녁 어떻게 할래? 오랜만에 뭐라도.. 만들어… 줄까?... 유..유미야..”
컵을 손에 든 채로 눈에 생기가 없는 표정이었다. 멍한 눈빛이었다.
“유미야.. 유미야…?”
“…응? 아.. 미안.. 또 그랬네.. 미안해”
“왜 그래? 어디 아파?”
“음.. 어디까지 이갸기 했었지..? 아 맞다.. 저녁.. 저녁.. 어떻게 할까? 둘이서 맛渼?거.. 아음… 머.. 먹으러.. 가,, 갈까?”
컵이 흔들려서 커피가 쏟아질 것만 같았다.
“정말 괜찮아? 유미야? 아픈 거 아냐?”
“괘..괜찮아… 그냥.. 요즘… 컨디션이.. 좀.. 안좋은 거 뿐이야”
어느새인가 하얗던 피부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식은땀 마저 흘리고 있었다.
“감기야? 열 있는 거 아냐? 얼굴.. 빨개졌어..”
“괜찮다니까… 정말 괜찮아.. 그러니까.. 좀.. 더.. 얘..얘기해줘… 맞아.. 이번에.. 나… 어학원…음… 다녀볼까… 해. 영어.. 배..아으음.. 워야.. 하.. 음....할 거 같아서..”
“오늘 좀.. 이상해 유미야.. 컨디션 안좋으면.. 무리하지 말고…”
“괜찮아.. 희..희성이도.. 열심히 하고,. 있잖아.. 나도.. 뭐,.뭔가.. 열심히 해서… 희성이.. 한테.. 뒤쳐지지… 않도록… 고….공부 좀 해보려고…으으응”
“유미야~!”
송글송글 땀이 맺힌 얼굴은 희성이 쪽을 향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있었다. 밀려오는 무엇인가를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것 처럼 말을 더듬고 있었다. 가끔씩 터트리는 신음소리에 당황스러웠다.
“여..열심히.. 해… 나.. 지금 이대로는.. 안..안될 거 같아.. 희성이한테.. 음.. 이.. 이대론.. 아음,,, 흐윽.. 시.. 싫어..”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유미쪽으로 다가가 어깨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때였다.
“더.. 이상은 안돼..”
목 깊은 곳에서 짜낸 듯한 소리를 내며 엎드려 몸을 떨었다. 묶여 있는 머리와 빨간 리본도 따라서 흔들렸다. 조금 후 경직된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옆에서 봐도 알 수 있었다. 긴 한숨과 함게 젖은 눈동자에 생기가 돌아왔다.
“미..미안.. 화장실 좀…”
말을 마친 유미가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종종 걸음으로 뛰어갔다.
“유..유미야.. 괜찮아…?”
‘희..희성이 앞에서.. 내가.. 무슨 짓을….’
남자친구 앞에서의 치욕이었다. 고문이라고 한마디로 정리하기엔 너무나도 잔인하게 가슴 아픈 행위였다. 문을 잠그자 마자 아랫배의 압박을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 서둘러서 지퍼를 내리고 바지를 벗었다.
“하아,,,,,”
지퍼 사이로 엷은 검은 털들이 보였다. 그날 이후부터 한번도 속옷을 입은 적이 없었다. 그곳으로부터 여자의 색향이 풍겨 올라왔다. 얇은 스웨터의 옷감 위로 봉긋한 두개의 꼭지가 돋아올라 있었다.
벽에 등을 기댄채 뒷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떨리는 손으로 와우고 싶지 않아도 외우게 되어버린 번호를 눌렀다. 바로 옆에 있었다. 이벽의 건너편에 그가 있었다. 틀림없이 유미의 침대에서 마치 제집인양 뒹굴면서 TV라도 보면서 손에 든 리모콘을 만지고 있을 악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
수화기를 손으로 막은채 애원할 수 밖에 없었다.
“제발,.. 부탁이야.. 이제 그만..”
“……”
“제발.. 부탁이에요.. 더 이상,,, 나…”
“……”
“흑…”
“……”
“두번.. 두번이에요…”
“……”
“…너무해…”
“……”
“유..유미는 … 희성이 앞에서..남자친구.. 앞에서.. 두번이나… 자..장난감으로 느..느꼈어요.. 너..너무.. 좋아서.. 차….참을 수.. 없어요… 장난..감.. 너무.. 좋아요…”
“……”
“애..얘기 했잖아.. 이걸로… 이걸로 됐지? 응?”
“……”
“부탁이야.. 제발.. 더 이상.. 미칠 것 같아.. 제발.. 부탁이야…”
“……”
“너무해.. 너무해.. 그런… 아으음.. 아아~”
좁은 공간에서 갑자기 유미의 사타구니에서 진동음이 울렸다. 허리에서 힘이 빠졌다. 무릎이 무너지며 허공을 잡은 손이 방향제를 쳐서 떨어트리고 말았다. 방향제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희성이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유미야.. 괜찮아? 무슨 일이야?”
남자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진동이 멈췄다.
“아, 응… 괜찮아.. 현기증이 좀 나서… 조금 있으면 괜찮아 질 거야.. 잠시만…”
“……”
기척이 사라지는 것을 기다려 전화기를 들어 작은 목소리 속삭였다.
“마..많이,.느꼈어요..”
공허한 눈빛이었다. 그랬다. 거역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
일주일 이상, 매일 계속되었었다.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는 지훈의 조교에 이성이 사라지고 수치심도 사라졌다. 희성이에 대한 미안함도 엷어져 쾌락을 쫓는 본능만이 남아 있었다. 청바지를 허벅지까지 내린 후 화장실 바닥에 맨살의 엉덩이로 앉아 무릎을 세웠다. 넘쳐난 보지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보지물로 젖어 반찍이는 핑크색의 보지살틈에 꽂혀있는 검은 물건을 흰 손으로 잡았다. 천천히 딜도를 빼냈다. 빼어낼수록 짜릿함 열기가 번졌다.
“아음.. 아아.. 음…”
번들거리는 애액이 묻은 채 검은색 기둥이 나타났다 다시 뿌리까지 뜨거운 보지 안으로 잠겨들었다. 보지쪽으로 휴대폰을 가져다 대었다.
“하흑.. 하아.. 아앙”
한번에 쑤셔넣자마자 강한 진동이 반복되었다. 시키는대로 젖은 보지소리를 악마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자신의 손으로 쾌락의 불꽃을 피워올리는 소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1분인지, 5분인지.. 그 이상인지 모를 시간 동안 굵은 딜도는 부드럽게 유미의 보지속을 들락거리고 있었다.
“드..들려요..? 창피한 소리…”
다시 휴대폰을 들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
“… 거기가.. 이미.. 질컥질컥 해.. 들렸죠?... 너무.. 너무.. 뜨..뜨거워요.. 네?.. 아아아~ 지..지금이요?.. 끝까지.. 끝까지.. 들어갔….”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때 유미야.. 좀 괜찮아졌어?”
문득 현실로 돌아왔다. 음란한 손놀림은 그대로였다. 문을 사이에 둔채 남자친구와 마주하고 있었다. 어디까지 그를 속여야 하는자 몰랐다. 뭐라고 해야할지 몰라 말없이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앗~!”
희성의 소리가 휴대폰을 통해 들린 모양이었다. 갑자기 아랫배쪽에서 쾌감이 폭발하고 말았다. 강하게 비틀리면서 보지벽을 긁어대었다. 한번에 절정으로 치달아 올랐다. 느껴지는 감각에 몸을 젖혔다. 가슴이 져며왔다. 턱을 들고 상반신을 활처럼 휘었다. 보지물이 흘러넘쳤다. 바닥을 긁으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왜그래 유미야..괜찮아? 유미야.. 유미야..”
문이 흔들렸다. 유미가 내뱉은 신음소리를 듣고 희성이 손잡이를 돌려대고 있었다.
“바..바지 입으려다 미끄러졌어…”
바로 앞에..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 사실이, 이제는 그 사실조차 짜릿한 쾌감으로 느껴졌다. 또 다시 등뒤로 강렬한 전류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
“차..창피하잖아.. 희성아.. 방에 가 있어… 어서..”
“아.. 미..미안..”
“알았으니까.. 가 있으라니까”
알리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였을까..거천 말투였다.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가슴골과 무릎 안쪽에 땀이 흘러내렸다.
“아음.. 하아.. 아.. 아음..”
악마에게 빠져든 여자의 본능이었나 보았다. 미친듯이 딜도를 보지안으로 쑤셔넣고 있었다. 진동이 멈추고 말았다.
“왜…왜…?”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
“…네.. 알았어요…. 네.. 그렇게 할게요.. 곧 갈게요…”
많이 안좋은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유미가 그런식으로 얘기할 리가 없었다. 괜찮을지 걱정이 되었다. 언제나 건강하고 밝고, 쾌활해 인기를 끌던 유미였다. 지금까지 병다운 병에 걸린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1년에 한두번은 고열로 앓아눕곤 했었다. 옛날부터 그랬다. 그런 성격의 유미였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리에 무리를 하곤 했었다. 불안한 마음과 걱정과 여자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에 복잡하게 뒤섞여 있었다. 식탁에 앉아 기다리던 희성의 마음과는 달리 간신히 화장실에서 나온 유미는 그 발길을 그대로 현관으로 향했다.
“유미야, 괜찮아?”
급하게 의자에서 일어나며 희성이 물었다. 하지만 유미는 등을 돌린채였다.
“응.. 괜찮아?.. 아.. 아까는 미안 너무 걱정되어서..”
화장실 문을 열려던 행동을 사과하는 희성을 돌아보지도 않고 서둘기라도 하듯이 신발을 신었다.
“미안.. 안좋은 것… 같아… 집에서 좀.. 쉴게.. 혼자 좀 있고 싶어… 미안해”
그 말만을 마치고 도망치듯이 현관을 나섰다.
‘그런 심한 일을.. 그렇게 추한 짓으로.. 내가.. 느끼다니.. 희성이 얼굴을 어떻게 봐…’
남자친구의 방에서 도망이라도 치는 것 같았다.
“늦었잖아”
“미안해요…”
러브호텔들이 모여있는 거리 한쪽에서 전신주에 기다리고 서 있던 지훈이 비열안 웃음을 지으며 서 있었다. 유미는 무릎까지 오는 긴 롱코트차림이었다. 팔을 모아 자신을 안고 있는 것처럼 팔짱을 끼고 있었다. 코트 아래로는 부츠를 신고 있었다. 조금 열린 가슴쪽으로는 발갛게 물든 맨살이 들어나 있었다.
“시키는대로 하고 왔지?”
“…네”
유미가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은 코트랑 부츠 뿐이었다. 얘기하는 장소로 하나만 걸친채 오라는 명령을 받았었다. 저항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몇번이고 반복해서 조교당한 결과 저항해도 헛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스웨터와 청바지를 벗어던지고 딜도를 보지에 꽂은 채 조금이라도 맨살의 노출을 막으려고 코트를 골랐다.
“이리 와”
팔을 벌린 지훈에게 주저없이 안겨들었다. 넓은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 거스리지 말자.. 그럴 수 밖에 없어…’
“아응~”
달콤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코트의 틈 사이로 들어온 지훈의 손이 유미의 젖꼭지를 찾아 가볍게 튕겼다. 꺼지지 않은 불씨를 되살려내고 있었다.
“젖꼭지.. 서 있는데?”
“부끄러워요..”
옆에서 본다면 서로 안고 있는듯이 보이는 두 사람이었다. 장소가 장소인만큼 별로 신기해보이지도 않는 광경이었다. 어둠이 내린 거기를 두사람처럼 서로를 안은 커플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여긴 어떻게 되었을래나?”
유미는 지훈의 손을 막아내지도 않았다. 그저 거친 숨만을 내 뱉고 있을 뿐이었다.
“아음.. 하흑.. 하아~ 하아~”
“뭐야? 벌써 이렇게 젖은 거야? 역시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달아오르는 년이라니까”
목 부붐과 무릎밖에 노출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미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알몸으로 걷고 있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의식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민감해져 쓸리는 안감이 마치 맨살을 애무라도 하는 듯 했다. 지나는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그런 눈으로 보면서.. 그렇고 그런 여자라고 비웃는 것이 생각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할수록 뜨겁게 젖어 들었다. 점차 머리속이 텅 비어가는 것만 같았다.
“이것봐.. 이정도라니까”
코트 밖으로 빼어난 손가락을 유미의 눈앞으로 들이밀었다. 가로등 불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그 바보자식.. 네가 사실은 이렇게 밝히는 여자인줄도 모르고 지금까지 뭘 한 거야? 병신 같은 자식..”
“나..나한테는 뭐라고 해도 좋아.. 하지만 부탁이야.. 희성이한테 그러는 건.. 그만둬,, 부탁이야..”
내밀어진 손가락에서 눈을 피하며 유미가 말했다.
“…흠.. 그럼 가볼까? 느끼고 싶어서 못참겠지? 원하는대로 귀여워해줄게.. 좋지?”
유미는 고개를 가로젓지 않았다.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정하지도 못했다. 몸이 뜨거워서 견딜 수 없는 지경이었다. 지훈이 허리를 안아오자 머리를 어깨에 기대었다. 이 거리에서 가장 낡은 러브호텔로 걸어들어갔다
얼마나 싼티가 나는지 몰랐다. 침대와 큰 거울과 냉장고가 놓여있을 뿐이었다. 오로지 음란한 행위를 위해 필요한 것들만 있었다. 방으로 들어서자 마자 벗으라는 명령이었다. 침대에 걸터 앉은 지훈의 앞에 서서 코트를 벗었다. 핑크색의 어두운 조명이 흠잡을 곳이 하나도 없는 그녀의 알몸에 음영을 만들고 있었다. 잘 정리된 보지털과 땀이 배어있는 허리, 천정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는 그녀의 가슴, 그리고 모든 것을 체념한 그녀의 눈빛은 촉촉히 젖은 채 지훈을 향해 있었다.
“벌써 자는구나..”
집안의 불이 모두 꺼진 것을 보고는 초인종을 울리지 못했다. 정말 괜찮을지 걱정이 되었다. 유미의 부모님은 내일 저녁까지 출장이었다. 자신이라도 옆에 있어줬어야 했었다. 어두운 창 너머로 안의 기척을 살펴보았다. 희성에게 있어서 단 하나의 존재. 무엇이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주고 싶었다. 자신도 유미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래.. 푹 쉬게 두고.. 내일 아침 죽이라도 끊여먹여야겠어.. ‘
그렇세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와 책을 펼쳤다. 지영이 쓴 논문을 훑어보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성과를 내어서.. 유미와…
하지만 지금 유미가 어떤 모습인지는 알지 못했다.
“아음.. 하흑… 아아.. 하아.. 하으음”
지훈이 뒤에서부터 박아넣고 있었다. 끊임없이 전해지는 느낌에 신음소리만 흘리고 있었다. 거울 앞의 탁자를 손으로 짚은 채 엉덩이를 내밀고 서 있었다. 하얀 허리를 잡고 짐승처럼 강하게 박아넣고 있었다. 유미를 달아오르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비뚤어진 증오를 표출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앞을 보라고.. 보란 말야..”
유미의 묶인 머리채를 잡아 당기며 지훈이 말했다.
“밝히는 얼굴을 해가지고는.. 이게 니 진짜 모습이야.. 그 자식한테도 보여줘야 하는데…”
숨을 삼켰다. 거울 속에는 입술을 반쯤 벌리고 침을 흘리면서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뺨에 들러붙은 채 콧소리를 내는 황홀해 하는 표정을 가진 여자가 있었다. 그게 자신이었다. 바닥을 향한채 앞뒤로 흔들리는 가슴은 땀에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이 암캐년이.. 더 짖어봐.. 엉덩이를 더 흔들어 보라고”
“시..싫어.. 아흣.. 아학.. 하아.. 아음..”
가슴을 강하게 쥐었다. 단단하게 선 젖꼭지를 통해 충격이 흘렀다. 눈앞이 하얘지는 것 같은 자극에 또 다시 방안 가득히 신음소리를 흘렸다.
“안돼… 아흥.. 이제.. 더… 시..싫어…:
“가버려.. 가버리라고 이년아..”
“하흑.. 아아.. 시…싫어.. 하으흑”
무릎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온몸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하흑.. 어..어떻게.. 해.. 나.. 나….”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엉덩이를 뒤로 내민채 활처럼 몸을 젖히며 울부짖는 유미를 지훈은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 깜짝이야…어쩐 일이야?”
현관문을 열자 그녀가 서 있었다. 매력적인 큰 눈동자에 긴 눈썹, 곧게 뻗어내린 콧날과 반짝이는 입술, 그리고 희고 투명한 부드러운 피부. 빨려들 것만 같은 눈부신 미소를 띄우고 문 앞에 서 있었다.
“어쩐 일이냐니.. 못 볼 거라도 본 사람마냥… 연구실에 들렀더니 오늘은 일찍 들어갔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왔구만..”
장난스럽게 입술을 삐죽이는 시늉조차도 사랑스럽게 보였다.
“미안, 미안.. 어서와.. 보고 싶었어.. “
얇은 브이넥의 스웨터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평상시의 유미다운 간단한 복장이었지만 그 간단함이 오히려 유미의 스타일을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뭐야.. 모처럼.. 집에 오면서 연락도 안하고..”
“아..미안.. 오늘은 갈아입을 옷을 가지러 온 거라서 말야..”
“응? 그럼 또 학교로 가야 하는 거야?”
“아냐.. 내일 아침에 가면 돼.. 요즘 유미도 바빠서 늦게 들어오니까.. 대충 들어올 때쯤 전화하려고 했었지..”
“그랬구나…”
문득 어두운 그림자가 유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 미안.. 그걸 뭐라고 그러는 게 아니라…”
응 알아… 참 희성아.. 지난번에는 미안.. 못들어와서… 동아리를 관둘지 말지 고민하는 후배가 있어서..그 얘기를 들어주느라 시간이 걸려버렸어.. 전화할까 했었는데.. 또 장난치려고 하고 그래서.. 걱정끼쳐서.. 미안”
“그랬구나.. 좋은 선배니까.. 유미는.. 하지만 그래도 전화는 좀 해주지… 앞으로 또 그런 장난치면 내가 그냥 안둔다고 해”
“… 응 그럴게..”
어렸을 때와 변한 것이 없었다.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유미의 순수한 표정. 자신을 바라보는 그 표정과 태도가 더할 수 없이 사랑스러웠다.
“앉아 있어봐 유미야.. 커피 타줄게”
“응”
테이블을 돌아서 언제나의 지정석으로 가서 앉았다. 언제부터인가 거기에 유미가 있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서로 바빠서 만나지도 못하고, 혼자 식사를 해야 할 때면 언제나 그 자리에 앉아 있어 주길 바라는 희성이었다. 그랬던 유미가 지금 그자리에 있었다. 문득 눈을 돌리면 사라질 것만 같아 희성은 유미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유미야…”
너무나도 익숙한 빨간 리본의 묶은 머리가 목덜미에 가볍게 붙어 있었나. 너무나도 여성스러웠다. 변함없이 언제나 아름다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유미가 자신의 여자친구라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화려하고, 도도하고, 아름다운 유미가 이렇게 자신만을 생각하고, 자신의 말을 따르고 있었다. 커피를 타서 돌아섰다.
“유미야..?”
유미의 태도가 이상했다. 허벅지를 누르면서 고개를 숙인채 무엇인가를 참는 듯한 모습이었다.
“유미야.. 왜.. 왜 그래?”
“아.. 응..으응.. 아무것도 아냐.. 그냥.. 좀 생각할 게 있어서… 후후… 커피 고마워”
애교를 부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김이 모락모락 솟아 오르는 커피잔에 입술을 대었다. 그런 유미의 태도가 평상시와 달리 섹시하게 보였다. 이렇게 둘이서 그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만 있어도 사랑스러웠다.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을 정도였다.
“뭐 그런 교수가 다 있어..? ”
“그치? 그치? 정말 짜증난다니까…”
평상시와는 달리 이것저것 주변의 일들을 늘어놓는 유미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얘기하고 싶은 게 이렇게 많았구나 싶었다. 시간을 내주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미안해졌다.
“뭐야.. 왜 그래…?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아..아냐.. 너무 이뻐 보여서…”
“뭐야~”
수줍은 듯이 부끄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아, 참.. 연구… 잘 되어 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지금은 상상도 안돼…”
숨쉴 틈도 없을 정도로 바빠졌다. 연구팀의 일원이 된 탓인지, 정말 지영에 잘 보고 있어서인지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의 반도 되지 못했다. 지영의 모교인 T공대으로의 출장도 잦았다. 어느 학교의 학생일지 스스로도 헷갈릴 정도였다. 거의 비서처럼 출장에는 반드시 동행해야 했다.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연구원들을 만났다. 그것은 그 것 나름대로 신선한 자극이어서 불만은 없었지만 유미를 만날 시간은 그 만큼 줄어들어 있었다. 하루에 몇번 정도 문자를 주고 받는 게 다 였다. 유미도 응원해주고 있는 자신의 꿈을 위해서라고는 해도 유미를 혼자 두는 것이 너무나도 미안했다. 그런만큼 이렇게 유미가 찾아와서 둘 사이를 확인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도 좋았다.
“아.. 저녁 어떻게 할래? 오랜만에 뭐라도.. 만들어… 줄까?... 유..유미야..”
컵을 손에 든 채로 눈에 생기가 없는 표정이었다. 멍한 눈빛이었다.
“유미야.. 유미야…?”
“…응? 아.. 미안.. 또 그랬네.. 미안해”
“왜 그래? 어디 아파?”
“음.. 어디까지 이갸기 했었지..? 아 맞다.. 저녁.. 저녁.. 어떻게 할까? 둘이서 맛渼?거.. 아음… 머.. 먹으러.. 가,, 갈까?”
컵이 흔들려서 커피가 쏟아질 것만 같았다.
“정말 괜찮아? 유미야? 아픈 거 아냐?”
“괘..괜찮아… 그냥.. 요즘… 컨디션이.. 좀.. 안좋은 거 뿐이야”
어느새인가 하얗던 피부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식은땀 마저 흘리고 있었다.
“감기야? 열 있는 거 아냐? 얼굴.. 빨개졌어..”
“괜찮다니까… 정말 괜찮아.. 그러니까.. 좀.. 더.. 얘..얘기해줘… 맞아.. 이번에.. 나… 어학원…음… 다녀볼까… 해. 영어.. 배..아으음.. 워야.. 하.. 음....할 거 같아서..”
“오늘 좀.. 이상해 유미야.. 컨디션 안좋으면.. 무리하지 말고…”
“괜찮아.. 희..희성이도.. 열심히 하고,. 있잖아.. 나도.. 뭐,.뭔가.. 열심히 해서… 희성이.. 한테.. 뒤쳐지지… 않도록… 고….공부 좀 해보려고…으으응”
“유미야~!”
송글송글 땀이 맺힌 얼굴은 희성이 쪽을 향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있었다. 밀려오는 무엇인가를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것 처럼 말을 더듬고 있었다. 가끔씩 터트리는 신음소리에 당황스러웠다.
“여..열심히.. 해… 나.. 지금 이대로는.. 안..안될 거 같아.. 희성이한테.. 음.. 이.. 이대론.. 아음,,, 흐윽.. 시.. 싫어..”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유미쪽으로 다가가 어깨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때였다.
“더.. 이상은 안돼..”
목 깊은 곳에서 짜낸 듯한 소리를 내며 엎드려 몸을 떨었다. 묶여 있는 머리와 빨간 리본도 따라서 흔들렸다. 조금 후 경직된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옆에서 봐도 알 수 있었다. 긴 한숨과 함게 젖은 눈동자에 생기가 돌아왔다.
“미..미안.. 화장실 좀…”
말을 마친 유미가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종종 걸음으로 뛰어갔다.
“유..유미야.. 괜찮아…?”
‘희..희성이 앞에서.. 내가.. 무슨 짓을….’
남자친구 앞에서의 치욕이었다. 고문이라고 한마디로 정리하기엔 너무나도 잔인하게 가슴 아픈 행위였다. 문을 잠그자 마자 아랫배의 압박을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 서둘러서 지퍼를 내리고 바지를 벗었다.
“하아,,,,,”
지퍼 사이로 엷은 검은 털들이 보였다. 그날 이후부터 한번도 속옷을 입은 적이 없었다. 그곳으로부터 여자의 색향이 풍겨 올라왔다. 얇은 스웨터의 옷감 위로 봉긋한 두개의 꼭지가 돋아올라 있었다.
벽에 등을 기댄채 뒷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떨리는 손으로 와우고 싶지 않아도 외우게 되어버린 번호를 눌렀다. 바로 옆에 있었다. 이벽의 건너편에 그가 있었다. 틀림없이 유미의 침대에서 마치 제집인양 뒹굴면서 TV라도 보면서 손에 든 리모콘을 만지고 있을 악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
수화기를 손으로 막은채 애원할 수 밖에 없었다.
“제발,.. 부탁이야.. 이제 그만..”
“……”
“제발.. 부탁이에요.. 더 이상,,, 나…”
“……”
“흑…”
“……”
“두번.. 두번이에요…”
“……”
“…너무해…”
“……”
“유..유미는 … 희성이 앞에서..남자친구.. 앞에서.. 두번이나… 자..장난감으로 느..느꼈어요.. 너..너무.. 좋아서.. 차….참을 수.. 없어요… 장난..감.. 너무.. 좋아요…”
“……”
“애..얘기 했잖아.. 이걸로… 이걸로 됐지? 응?”
“……”
“부탁이야.. 제발.. 더 이상.. 미칠 것 같아.. 제발.. 부탁이야…”
“……”
“너무해.. 너무해.. 그런… 아으음.. 아아~”
좁은 공간에서 갑자기 유미의 사타구니에서 진동음이 울렸다. 허리에서 힘이 빠졌다. 무릎이 무너지며 허공을 잡은 손이 방향제를 쳐서 떨어트리고 말았다. 방향제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희성이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유미야.. 괜찮아? 무슨 일이야?”
남자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진동이 멈췄다.
“아, 응… 괜찮아.. 현기증이 좀 나서… 조금 있으면 괜찮아 질 거야.. 잠시만…”
“……”
기척이 사라지는 것을 기다려 전화기를 들어 작은 목소리 속삭였다.
“마..많이,.느꼈어요..”
공허한 눈빛이었다. 그랬다. 거역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
일주일 이상, 매일 계속되었었다.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는 지훈의 조교에 이성이 사라지고 수치심도 사라졌다. 희성이에 대한 미안함도 엷어져 쾌락을 쫓는 본능만이 남아 있었다. 청바지를 허벅지까지 내린 후 화장실 바닥에 맨살의 엉덩이로 앉아 무릎을 세웠다. 넘쳐난 보지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보지물로 젖어 반찍이는 핑크색의 보지살틈에 꽂혀있는 검은 물건을 흰 손으로 잡았다. 천천히 딜도를 빼냈다. 빼어낼수록 짜릿함 열기가 번졌다.
“아음.. 아아.. 음…”
번들거리는 애액이 묻은 채 검은색 기둥이 나타났다 다시 뿌리까지 뜨거운 보지 안으로 잠겨들었다. 보지쪽으로 휴대폰을 가져다 대었다.
“하흑.. 하아.. 아앙”
한번에 쑤셔넣자마자 강한 진동이 반복되었다. 시키는대로 젖은 보지소리를 악마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자신의 손으로 쾌락의 불꽃을 피워올리는 소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1분인지, 5분인지.. 그 이상인지 모를 시간 동안 굵은 딜도는 부드럽게 유미의 보지속을 들락거리고 있었다.
“드..들려요..? 창피한 소리…”
다시 휴대폰을 들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
“… 거기가.. 이미.. 질컥질컥 해.. 들렸죠?... 너무.. 너무.. 뜨..뜨거워요.. 네?.. 아아아~ 지..지금이요?.. 끝까지.. 끝까지.. 들어갔….”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때 유미야.. 좀 괜찮아졌어?”
문득 현실로 돌아왔다. 음란한 손놀림은 그대로였다. 문을 사이에 둔채 남자친구와 마주하고 있었다. 어디까지 그를 속여야 하는자 몰랐다. 뭐라고 해야할지 몰라 말없이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앗~!”
희성의 소리가 휴대폰을 통해 들린 모양이었다. 갑자기 아랫배쪽에서 쾌감이 폭발하고 말았다. 강하게 비틀리면서 보지벽을 긁어대었다. 한번에 절정으로 치달아 올랐다. 느껴지는 감각에 몸을 젖혔다. 가슴이 져며왔다. 턱을 들고 상반신을 활처럼 휘었다. 보지물이 흘러넘쳤다. 바닥을 긁으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왜그래 유미야..괜찮아? 유미야.. 유미야..”
문이 흔들렸다. 유미가 내뱉은 신음소리를 듣고 희성이 손잡이를 돌려대고 있었다.
“바..바지 입으려다 미끄러졌어…”
바로 앞에..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 사실이, 이제는 그 사실조차 짜릿한 쾌감으로 느껴졌다. 또 다시 등뒤로 강렬한 전류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
“차..창피하잖아.. 희성아.. 방에 가 있어… 어서..”
“아.. 미..미안..”
“알았으니까.. 가 있으라니까”
알리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였을까..거천 말투였다.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가슴골과 무릎 안쪽에 땀이 흘러내렸다.
“아음.. 하아.. 아.. 아음..”
악마에게 빠져든 여자의 본능이었나 보았다. 미친듯이 딜도를 보지안으로 쑤셔넣고 있었다. 진동이 멈추고 말았다.
“왜…왜…?”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
“…네.. 알았어요…. 네.. 그렇게 할게요.. 곧 갈게요…”
많이 안좋은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유미가 그런식으로 얘기할 리가 없었다. 괜찮을지 걱정이 되었다. 언제나 건강하고 밝고, 쾌활해 인기를 끌던 유미였다. 지금까지 병다운 병에 걸린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1년에 한두번은 고열로 앓아눕곤 했었다. 옛날부터 그랬다. 그런 성격의 유미였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리에 무리를 하곤 했었다. 불안한 마음과 걱정과 여자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에 복잡하게 뒤섞여 있었다. 식탁에 앉아 기다리던 희성의 마음과는 달리 간신히 화장실에서 나온 유미는 그 발길을 그대로 현관으로 향했다.
“유미야, 괜찮아?”
급하게 의자에서 일어나며 희성이 물었다. 하지만 유미는 등을 돌린채였다.
“응.. 괜찮아?.. 아.. 아까는 미안 너무 걱정되어서..”
화장실 문을 열려던 행동을 사과하는 희성을 돌아보지도 않고 서둘기라도 하듯이 신발을 신었다.
“미안.. 안좋은 것… 같아… 집에서 좀.. 쉴게.. 혼자 좀 있고 싶어… 미안해”
그 말만을 마치고 도망치듯이 현관을 나섰다.
‘그런 심한 일을.. 그렇게 추한 짓으로.. 내가.. 느끼다니.. 희성이 얼굴을 어떻게 봐…’
남자친구의 방에서 도망이라도 치는 것 같았다.
“늦었잖아”
“미안해요…”
러브호텔들이 모여있는 거리 한쪽에서 전신주에 기다리고 서 있던 지훈이 비열안 웃음을 지으며 서 있었다. 유미는 무릎까지 오는 긴 롱코트차림이었다. 팔을 모아 자신을 안고 있는 것처럼 팔짱을 끼고 있었다. 코트 아래로는 부츠를 신고 있었다. 조금 열린 가슴쪽으로는 발갛게 물든 맨살이 들어나 있었다.
“시키는대로 하고 왔지?”
“…네”
유미가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은 코트랑 부츠 뿐이었다. 얘기하는 장소로 하나만 걸친채 오라는 명령을 받았었다. 저항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몇번이고 반복해서 조교당한 결과 저항해도 헛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스웨터와 청바지를 벗어던지고 딜도를 보지에 꽂은 채 조금이라도 맨살의 노출을 막으려고 코트를 골랐다.
“이리 와”
팔을 벌린 지훈에게 주저없이 안겨들었다. 넓은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 거스리지 말자.. 그럴 수 밖에 없어…’
“아응~”
달콤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코트의 틈 사이로 들어온 지훈의 손이 유미의 젖꼭지를 찾아 가볍게 튕겼다. 꺼지지 않은 불씨를 되살려내고 있었다.
“젖꼭지.. 서 있는데?”
“부끄러워요..”
옆에서 본다면 서로 안고 있는듯이 보이는 두 사람이었다. 장소가 장소인만큼 별로 신기해보이지도 않는 광경이었다. 어둠이 내린 거기를 두사람처럼 서로를 안은 커플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여긴 어떻게 되었을래나?”
유미는 지훈의 손을 막아내지도 않았다. 그저 거친 숨만을 내 뱉고 있을 뿐이었다.
“아음.. 하흑.. 하아~ 하아~”
“뭐야? 벌써 이렇게 젖은 거야? 역시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달아오르는 년이라니까”
목 부붐과 무릎밖에 노출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미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알몸으로 걷고 있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의식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민감해져 쓸리는 안감이 마치 맨살을 애무라도 하는 듯 했다. 지나는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그런 눈으로 보면서.. 그렇고 그런 여자라고 비웃는 것이 생각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할수록 뜨겁게 젖어 들었다. 점차 머리속이 텅 비어가는 것만 같았다.
“이것봐.. 이정도라니까”
코트 밖으로 빼어난 손가락을 유미의 눈앞으로 들이밀었다. 가로등 불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그 바보자식.. 네가 사실은 이렇게 밝히는 여자인줄도 모르고 지금까지 뭘 한 거야? 병신 같은 자식..”
“나..나한테는 뭐라고 해도 좋아.. 하지만 부탁이야.. 희성이한테 그러는 건.. 그만둬,, 부탁이야..”
내밀어진 손가락에서 눈을 피하며 유미가 말했다.
“…흠.. 그럼 가볼까? 느끼고 싶어서 못참겠지? 원하는대로 귀여워해줄게.. 좋지?”
유미는 고개를 가로젓지 않았다.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정하지도 못했다. 몸이 뜨거워서 견딜 수 없는 지경이었다. 지훈이 허리를 안아오자 머리를 어깨에 기대었다. 이 거리에서 가장 낡은 러브호텔로 걸어들어갔다
얼마나 싼티가 나는지 몰랐다. 침대와 큰 거울과 냉장고가 놓여있을 뿐이었다. 오로지 음란한 행위를 위해 필요한 것들만 있었다. 방으로 들어서자 마자 벗으라는 명령이었다. 침대에 걸터 앉은 지훈의 앞에 서서 코트를 벗었다. 핑크색의 어두운 조명이 흠잡을 곳이 하나도 없는 그녀의 알몸에 음영을 만들고 있었다. 잘 정리된 보지털과 땀이 배어있는 허리, 천정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는 그녀의 가슴, 그리고 모든 것을 체념한 그녀의 눈빛은 촉촉히 젖은 채 지훈을 향해 있었다.
“벌써 자는구나..”
집안의 불이 모두 꺼진 것을 보고는 초인종을 울리지 못했다. 정말 괜찮을지 걱정이 되었다. 유미의 부모님은 내일 저녁까지 출장이었다. 자신이라도 옆에 있어줬어야 했었다. 어두운 창 너머로 안의 기척을 살펴보았다. 희성에게 있어서 단 하나의 존재. 무엇이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주고 싶었다. 자신도 유미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래.. 푹 쉬게 두고.. 내일 아침 죽이라도 끊여먹여야겠어.. ‘
그렇세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와 책을 펼쳤다. 지영이 쓴 논문을 훑어보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성과를 내어서.. 유미와…
하지만 지금 유미가 어떤 모습인지는 알지 못했다.
“아음.. 하흑… 아아.. 하아.. 하으음”
지훈이 뒤에서부터 박아넣고 있었다. 끊임없이 전해지는 느낌에 신음소리만 흘리고 있었다. 거울 앞의 탁자를 손으로 짚은 채 엉덩이를 내밀고 서 있었다. 하얀 허리를 잡고 짐승처럼 강하게 박아넣고 있었다. 유미를 달아오르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비뚤어진 증오를 표출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앞을 보라고.. 보란 말야..”
유미의 묶인 머리채를 잡아 당기며 지훈이 말했다.
“밝히는 얼굴을 해가지고는.. 이게 니 진짜 모습이야.. 그 자식한테도 보여줘야 하는데…”
숨을 삼켰다. 거울 속에는 입술을 반쯤 벌리고 침을 흘리면서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뺨에 들러붙은 채 콧소리를 내는 황홀해 하는 표정을 가진 여자가 있었다. 그게 자신이었다. 바닥을 향한채 앞뒤로 흔들리는 가슴은 땀에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이 암캐년이.. 더 짖어봐.. 엉덩이를 더 흔들어 보라고”
“시..싫어.. 아흣.. 아학.. 하아.. 아음..”
가슴을 강하게 쥐었다. 단단하게 선 젖꼭지를 통해 충격이 흘렀다. 눈앞이 하얘지는 것 같은 자극에 또 다시 방안 가득히 신음소리를 흘렸다.
“안돼… 아흥.. 이제.. 더… 시..싫어…:
“가버려.. 가버리라고 이년아..”
“하흑.. 아아.. 시…싫어.. 하으흑”
무릎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온몸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하흑.. 어..어떻게.. 해.. 나.. 나….”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엉덩이를 뒤로 내민채 활처럼 몸을 젖히며 울부짖는 유미를 지훈은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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