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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임신하고 싶다 - 1부1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2 02:53 1,500회 0건
아내에게 청혼하며 약속한 것은 단 한 가지. 화목한 가정이었다. 내가 원하는 가족사진 속 풍경은 그렇다. 토끼 같은 딸과 앞니 빠진 개구쟁이 아들. 넉넉하게 살 찐 나와 나이 들어도 미소가 너그러운 아내. 먼 곳에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아내도 삶이 매끄럽지 않았기에. ‘가족’이란 단어는 동경의 대상이자, 인생의 목표가 되었다.

“이런 상황으로 임신은 힘들 것 같습니다.”

의사의 말이었다. 무거운 침묵이 떨어졌다. 산부인과의 정적이 나와 아내의 꿈에 종지부를 찍는 듯하다. 아내가 고개를 떨궈버렸다. 아내 무릎에 올라있는 하얀 두 주먹이 파르르 떨린다.

“힘들다니요?”
“아내 되시는 분과 남편 분, 두 분 모두 임신을 위해 환경이 좋지 않아요. 쉽게 설명하자면, 남편 분의 정자는 운동량이 적고, 아내 분의 난자는, 그러니까 자궁 내의 환경이 그 정자의 유입을 막아내는 정도가 아주 강한 편이라, 임신에 방해가 되고 있는 겁니다.”

불임. 의사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계속해서 시도해 볼 수는 있다. 하고 설명했다. 확률 상으로 현저히 낮은 수치일 뿐이라고. 확률…. 아내와 내가 노력한 2년의 시간을 낮은 확률로 인한 비운이라 단정 짓는 말투였다. 그 긴 노력의 시간이 그저 운이 없던 시간이라고? 높고 두꺼운 벽이 나와 아내의 앞길을 막아섰다. 우리에게 가족이란 것은, 행복이란 것은, 동경이란 것은 뜬구름과 같은 것이었던가. 우리는 부질없는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인가?

“포기 못해요. 저, 포기 못해요.”

아내가 말했다. 의사는 불가능 하다고 말한 적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끝이라는 절망의 낭떨어지 코 앞에 서 있었다. 2년의 노력이 사실은 물거품이었다, 하는 사실을 깨달은 패배감에서였을 것이다.

아내는 오래 전, 열아홉 어린 나이에 집을 뛰쳐나온 여자였다. 홀로서서 무모하게 세상에 부딪혀 온 여자. 참 미련스러울 만큼. 하루 세 개의 일을 하며 한 달에 고작 이틀, 심지어 그 짧은 날조차 반나절만 쉬는 삶으로 자신을 몰아붙였다. 우유배달원, 식당 설거지, 의류 상권의 알바, 그리고 나와 처음 만났던 편의점 캐셔. 처음 아내를 봤을 때, 그 앳되던 얼굴에 걸맞지 않던 거친 손이 기억난다. 내겐 충격이었다. 끽해야 스물에서 스물 한둘로만 보이던 풋내기의 손. 거스름돈을 건네는 그 하얀 손에 붉은 선들. 손이 온통 거칠게 부르터있었다. 나도 모르게 “손이 왜 그래요?” 물었다. 아내는 대답 해주지 않았었다.

세상에 못난 부모는 많다. 부모를 떠나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삶인지 나도 잘 알고 있다. 나 또한 부모의 곁은 떠난 사람이었다. 서로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던 우리가 결혼하게 된 것은 우연을 가장한 운명의 수순이었을 것이다.

“그래. 끝난 건 아니니까.”

아내를 토닥이자, 아내가 왈칵하고 울음을 쏟았다. 이제 스물여섯이었다. 어쩌면 천벌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 떠난 호로 자식들, 가족을 만들 자격 따위 없다, 하는.

이 후 아내는 조금 나사가 하나 빠진 사람처럼 괴이하게 행동했다. 괴이한 것과 비례해 괴팍하게 까지 했다. 아내는 시도 때도 없이 내 벨트를 풀었다. 내가 잠을 자고 있을 때도, 이제 막 출근을 하려던 차에도, 밤공기 쐬는 산책 중에도. 아내는 충동처럼 내 물건을 입에 물었다. 임신에 대한 집착이었다. 마치 성난 소와도 같았다. 다른 이의 이목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공원의 어두침침한 풀 숲 사이에서 아내가 나를 빨아주는 동안,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내가 점점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인공수정은 어떨까?”

내가 물었다. 아내는 번뜩하고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최소 시술비만 150만원이라니. 한 달 벌어 한 달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큰돈이었다. 다행히 국가 지원금을 동아줄 삼아 시술을 해 볼 수 있었지만, 결과는 무참했다. 여섯 번의 실패. 여섯 번을 실패하는 동안 아내의 상태는 악화만 되어갔다. 우리는 병든 자들처럼 관계를 맺었다. 단지 임신만을 위한 관계. 화목한 가정의 꿈이 우리 부부에게 등을 돌려버린 듯 했다.

산부인과 의사의 귀띔이 있기 전까지는.

“남편 분과는 임신이 힘들 것 같네요.”

남편 분과는…. 의사는 우리에게 한 장의 메모를 넘겼다. 그의 행동에 조심스러움이 배어있었다. 아니, 조심스러움? 배려하는 마음이 배어있었다, 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의사의 설명에는 납득하지 못했지만, 아내의 눈에는 그렁그렁 희망의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다른 남자들의 도움을 구해보세요.”

그가 넘긴 메모에는 간략한 사이트의 주소가 있었다. 주소 밑으로 쓰여 진, 의미 불명의 영소문자와 번호. 사이트 메인화면은 회원가입 버튼도 없이, 회원 로그인 바만 덩그러니 있었다. 사이트의 이름도, 설명도 없는 그저 검은 화면에 하얀 바만 두 개. 철저하게 비공개인 사이트로 보였다. 단단히 방벽을 하고 있는 세상에 없는 것만 같은 사이트. 산부인과 의사가 준 메모지의 알파벳과 숫자를 입력하자, 화면은 간단명료한 몇 개의 메뉴와 사이트 게시 글들이 표시되었다. 비공개 부부교환 및 아내 공유 클럽. 모자이크 하나 되지 않는 사진과 동영상들이 무수하게 게시되어 있다.

“미쳤어. 안 돼. 미친 새끼야, 그 의사새끼 미쳤어.”

내가 사이트 종료 버튼을 누르려 마우스에 손을 바삐 움직이자, 아내가 내 손을 잡았다. 아내의 어깨 즘 내려오는 머리가 휙 하고 반 바퀴를 돈다. 아내와 눈을 마주보고 있었다. 아내는 눈 한 번 깜짝하지 않았다. 그리곤 이내 푹 하고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뭐하는 곳인지는 확실하게 알아보고 결정해요.”

무슨 사이트인지 확실하게 아는 것이 그리 오랜 걸리진 않았다. 아니, 나는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부부간 권태나 변태적 취미를 갖은 사람들이 모인 사이트. 이 곳 사람들은 자신의 아내를 공유하고 남의 아내와 자신의 아내를 바꿔가며 성행위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요즘 음지에서 늘어났다는 소리를 들어는 봤지만, 내가 그 실체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들의 룰은 간단하지만 미쳐도 환장하도록 미친 관념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첫 째. 아내 혹은 여자친구를 공유 할 사람만 모임을 주최할 것.
둘 째. 아내 혹은 여자친구를 공유 한 후기 사진과 글 설명, 동영상을 무조건 기제 할 것.
셋 째. 회원 간 외모나 직업, 나이, 자신과는 다른 성적취향을 핑계로 모임을 중단하지 말 것.

모임 이외의 어떤 일이건, 회원 간 합의로 이루어지는 사항에 클럽 운영진이 왈가왈부 하진 않으나, 위의 사항을 위배 할 시엔 클럽에서 퇴출하고, 그간 당 회원이 클럽에 올린 자료를 모든 대중에게, 또 그 지인들과 친인척들에게 운영진이 직접 공개 할 것이며, 때에 따라 경제적인 피해, 또 클럽 내의 반발과 비난의 여론이 심한 경우 신체적 위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할 것.

아내의 손에 잡힌 마우스를 빼앗았다. 아내 또한 나만큼 크나큰 충격을 받았는지, 침을 꼴깍하고 넘기는 소리가 방을 가득 메웠다. 가슴이 요동쳤다. 한순간이라도 아내가 혹할까, 마음을 졸였기 때문이었다. 허나, 아내의 침 넘기는 소리를 충격이라 받아들인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충격이었다면 좋았을 것을. 아내는 결심을 한 듯 나를 돌아봤다. 아내가 말했다.

“주최 글은 내가 올릴게.”

시야와 머릿속이 하얗게 번졌다.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띵했다. 나오려던 말이 버벅이며 꼬였다. 아내는 그저 나의 허락만을 기다리고 있다. 내가 고개를 흔들려 하는 순간 아내가 쐬기를 박았다.

“나는 당신이 없어도 나갈 거야.”

아내의 눈에서 확고한 의지가 보였다. 최근의 아내의 행동을 생각한다면, 아내가 임신을 위해 못할 짓은 없다고 생각됐다. 내가 정신을 추스르지도 못하는 사이. 아내는 얼굴에 화장을 해가며 사이트에 업로드 할 사진을 준비했다. 차분하게 내려앉은 단발머리가 아내의 어깨를 간질이고 있었다. 아내의 새하얀 속살이 여과 없이 사인 안에 담겼다. 여타 주최 글을 올렸던 사람들의 게시물을 따라 아내의 은밀한 곳 사진과 주민등록증을 찍은 사진, 그리고 평소 나와 함께 찍었던 사진도 첨부했다. 모르긴 몰라도 외모와 몸매, 나이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라 생각됐다. 아내는 고심의 고심을 거듭하다, 주최 글의 제목을 써내려갔다.

[저를 밤새워 상대해 줄 남자 분들을 초대합니다.]

만남의 약속을 위한 전화번호를 기재하니, 금방 핸드폰이 울렸다. 클럽의 간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가 HD캠코더와 디지털 카메라를 챙겨 올 것이라 설명하며, 접선장소와 일자를 물어왔다. 나도 아내도 경황이 없었다. 도리어 내가 간부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는데요. 좀 도와주시겠어요?”
“음. 그럼 내일은 어떨까요? 내일 제가 회원 분 몇 분을 모시고 바로 찾아가겠습니다.”

찾아오겠다는 말에 나는 생각 없이 집의 근처의 카페를 가르쳐주었다. 약속이 정해 진 것을 옆에서 지켜듣고 있던 아내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그 눈물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드디어 임신을 할 수 있다는 안도감? 윤리를 포기하는 여자로서의 자괴감? 알 수가 없다. 나는 스스로 약속을 정해 놓고도 현실감각이 없었다. 그들을 마주하기 전까진.

“처음 뵙겠습니다.”

HD 캠코더 가방과 목에 건 고성능 카메라를 보아하니, 인사를 건넨 사람이 간밤에 통화한 간부라 생각 되었다. 중후한 목소리완 걸맞지 않게 약간 숱이 적은 머리칼과 한참 튀어나온 올챙이 배, 짧고 살찐 다리가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동그란 상이다. 그의 옆에는 아직 젊고 몸이 단단해 보이는 청년 한 명과 나이가 40줄은 넘어 보이는 아저씨 한 명이 서있다. 청년은 그럭저럭 이란 생각이 들었으나, 아저씨의 인상은 척 보기에도 괴팍스러운 것이 느껴지고, 인생의 굴곡이 많은 듯 얼굴에 주름이 많이 보였다.

“일단 카페에 들렸으니, 커피나 좀 마실까요? 소개도 좀 할 겸.”

간부가 분위기를 리드했다. 나와 아내는 어안이 벙벙 간부의 이끌림에 따라나섰다. 청년과 아저씨는 커피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듯 아내의 겉모습을 집요하게 훑어보고 있었다. 아내는 굳이 목선이 깊이 파여 내려간 검정의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입었다. 속옷을 입지 않아서인지 가슴에 볼록하고 튀어나온 자국이 역력하다. 잘 달라붙는 청바지도 몸의 굴곡이 그대로 들어나고 있어서인지, 아저씨는 아내의 엉덩이 께를 유심히 둘러보았다.

“아내 분 성함이 최 지연 씨 맞으시죠?”

간부가 물었다. 아내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죄송합니다. 제가 기억력이 좋은 편인데, 이놈의 이름 석 자는 기억을 잘 못해요. 남편 분께선 성함이?”
“저는 김 정현라고…….”
“아! 통성명은 거기까지만 합시다. 바쁜 사람들 모여서 무슨 통성명이네, 커피네. 그러지 말고 본론으로 빨리 들어가죠?”

아저씨가 내 말을 가로막았다. 마주 앉은 테이블 건너편으로 아저씨의 거칠어진 숨소리가 확연히 느껴졌다. 대놓고 아내의 가슴을 쳐다보고 있는 시선이 거북하다. 그에 반해 청년은 여유 있게 아내의 얼굴을 뜯어보고 있다. 간부가 아저씨를 힐끔 보더니 난처하다는 듯 웃었다. 그리곤 물었다.

“장소는 어디로 정하셨나요?”

장소? 나는 간부가 모두 것을 정해 놓은 줄로만 알았다. 아내도 당황한 듯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장소도 정해 주실 줄 알았는데요.” 내가 물으니, 옆의 아저씨와 청년이 코웃음을 쳤다. 모임의 초보인 자들이 아주 같지 않다는 냥. 아내는 급하게 지혜를 짜냈다는 듯 말했다.

“저희 집이 바로 이 근처에요.”

그 말을 들은 간부가 나를 돌아봤다. 그가 물었다.

“괜찮겠어요? 집에서? 저희야 상관은 없지만.”

아내를 돌아봤다. 아내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는 수 없었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지금부터 남자 넷과 여자 하나가 방을 구하러 다니기도 만만찮은 일이었다. 웬만한 근처 숙박업소에선 혼숙을 금지하고 있을 테니까. 아차, 싶었다. 굳이 집으로까지 그들을 들이고 싶진 않았다. 집으로 들어서며 아저씨는 나를 제치고 가장 먼저 신발을 벗어던졌다. 내팽개친 신발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졌다. 내 뒤로 간부와 청년도 집으로 들어섰다. 세상 어디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기묘한 분위기가 거실에 떠다녔다. 나 외에도 모드 머쓱해하는 풍이었다. 어색함을 뚫고 내게 다가온 간부가 HD 캠코더를 내밀었다.

“촬영은 정현 씨에게 맞길 게요?”

그 캠코더의 묵직한 기운이 잊혀 지질 않는다. 육중한 기계소리에 묻혀있던 날 깨운 건 퇴근을 알리는 동료의 외침이었다. 하루 종일 그날의 기억과 싸웠다. 요 며칠간 날 괴롭히는 그날의 기억. 술에 진탕 취하지 않고는 아내를 마주 할 자신이 없었다. 하루를 빠짐없이 나는 술에 진탕 취해 귀가했다. 아내는 나를 나무라지 않는다. 현관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아내는 내 가방을 빼앗는 것처럼 받는다. 내 외투를 서둘러 옷걸이에 정리하고, 내가 허물을 벗으며 떨궈놓는 옷가지를 덤덤히 줍는다. 그날 이후 아직 아내에게 말을 건넨 적이 없다.
비공개 클럽 회원들과 접촉하기 전과는 반대되게, 이제는 내가 먼저 아내를 난폭히 밀어 붙였다. 북받쳐 오르는 분노를 어디에서 삭혀야 할지 행방을 알 수 없다. 내 스스로가 자제되질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아내의 옷을 찢어 발겨 논 상태였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아내의 가슴을 뜯어버릴 듯 강하게 쥐고 있었다. 아내는 다리 밑으로 피를 흘리면서도 내색하지 않았다. 말없이 티슈를 들어 가랑이와 허벅지의 피를 말끔히 닦아내는 모습. 그 모습에 필름이 끊어지듯 다시 정신을 잃고 고함을 쳤다.

“넌 미쳤어!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질러 놓고도 이렇게 담담할 수가 있어! 넌 미친 여자야!”

대화라곤 볼 수 없는 일방적인 통보였다. 아내는 나의 말을 두 눈 똑바로 뜬 채 듣기만 할 뿐이다. 아내의 냉정함에 억장이 무너졌다. 아내에게 무릎을 꿇어 빌었다.

“제발 뭐라고 말 좀 해봐! 왜 그렇게 태연한 거야! 여보! 야 지연아!!! 나 미칠 것 같아! 미쳐서 그래서 환장해서 죽을 것만 같다고!”

아내는 애써 덤덤한 척을 했던 것일까. 무표정 하던 얼굴이 일순 움찔 하더니, 아내는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손등을 타고 굵은 눈물이 흘렀다.

“우리는 가난해서 입양을 하는 것도 힘들어요. 당신도 잘 알잖아요. 우리에게 아이를 얻는 길은 이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 거야?”

아내의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져 내렸다. 아내는 두 손에 얼굴을 파묻어 버리고 흐느꼈다. 흐느끼며 내게 부탁했다.

“우리는 꼭 화목한 가정을 이뤄요. 그 누구도 부럽지 않게 아이를 키우고 싶어요. 꼭 자기와 함께였으면 좋겠어요.”

거실 바닥에 머리를 빻았다. 아이. 화목한 가정. 그게 다 뭐야. 왜 그날의 기억은 자꾸만 머릿속에서 떠올라 버리는 거야. 왜 사람을 미치게 하는 거야. 왜 사람을 이렇게 옥죄는 거야.

“지연이라고 했나? 나이가 몇이야.”

아내의 티셔츠 밑으로 슬금슬금 들어가던 그 손. 그 괴팍해 보이던 아저씨의 그 지저분한 손. 티셔츠 위로 뱀처럼 기어가던 그 선명한 옷의 자국. 아내가 몸을 움츠리던 그 짧은 찰나.

“올해 스물일곱이지 아마?”

간부는 급하게 바지를 내렸었다. 침실까지 갈 것도 없다는 것처럼. 나는 이런 일에 능숙해. 너무 능숙해서 네 마누라를 어떻게 요리하면 좋을지, 지금 머릿속에 뻔히 그려지고 있어. 하는 것처럼. 청년은 멀찌감치 그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고, 나는 카메라를 아내에게 향하지 못한 채 얼어있었다. 당장이라도 그만 뒀어야했다. 아내가 그 아저씨 앞에 무릎을 꿇기 전에.

“나는 지퍼를 아가씨가 열어주는 게 좋더라.”

아내의 티셔츠 속에서 꿈지럭 꿈지럭 손을 놀리던 아저씨가 말했었다. 아내도 나처럼 몸이 굳어 있었다. 간부는 아내의 등을 슬슬 쓰다듬더니 아내의 어깨를 누르며 슬며시 무릎을 꿇게 했다. 아내가 무릎을 꿇게 되자 아저씨에 손이 들어가 있던 티셔츠가 가슴팍까지 끌려 올라갔다. 속옷을 입지 않았었기에 금방 가슴이 티셔츠 밑으로 흘러내렸다. 그때서야 말없던 청년은 얼핏 웃기 시작했다. 아내는 바닥만 쳐다보았다. 아저씨는 집게손가락과 엄지로 아내의 가슴 끝을 슬슬 돌리고 있었다. 가슴을 만지기 위해 자연스럽게 구부정해진 아저씨가 아내의 귀에 뭔가를 속삭였다. 아저씨의 말이 끝나자 아내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내의 시선을 따라 온 간부가 내게 말했었다.

“전부 다 찍으셔야 되요.”

간부는 목에 걸었던 카메라로 아내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던 아내는 표정을 엄하게 굳혔다. 그리고 시선을 아저씨의 배꼽 즘으로 옮겼다.

“내려 줘봐.”

아저씨의 말에 아내가 손을 들어 자기 얼굴을 한 번 문질렀다. 얼굴에 선분홍의 핏기가 돌았다. 그의 벨트를 풀던 쇠의 마찰음. 찰그랑 하던.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청년도 옷을 벗기 시작했다. 청년은 내 어깨에 툭 손을 얹으며 물었다.

“제가 항상 궁금한 건데요. 자기 마누라 남들 손에 쥐어주면, 안 아까워요?”

청년이 아내의 곁으로 걸었다. 간부는 쉼 없이 아내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었다. 청년이 돌아서며 말했다.

“잘 찍고 있어요?”

청년은 카메라가 가릴까 아내의 앞에서 비켜섰다. 아내의 하얀 손이 아저씨의 허벅지로 올라갔다. 아저씨의 물건은 속옷 밖으로 튀어 나올 듯 힘이 들어가 있었다. 팽팽히 솟아 있는 그 곳으로 아내의 손이 닿기 전. 아마 아내는 나를 한 번 더 돌아보려고 했던 것 같다. 아저씨에게 가로 막혔었지만.

“아, 뭐해? 마저 내려야지?”

간부의 디지털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하고 거실을 가로질렀다. 아내가 끌어내린 속옷 위로 아저씨의 물건이 강한 탄성을 보이며 흔들렸다. 아내는 순간 부딪혀 오는 아저씨의 물건을 피하려 고갤 돌렸지만, 관자노리 즘에 아저씨의 끝부분이 닿았다. 닿던 순간 아내는 눈을 질끈하고 감았다.

거실로 네 남자의 숨소리가 태풍소리처럼 들려왔다. 그 중 가장 큰 숨소리를 내는 것은 단연 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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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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