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0주년 내나이 이제 마흔 중반을 넘어 쉰을 바라보는 꼭지점에 서있다.
나보다 2잘 연하인 아내 또한 푸르렀던 청춘의 틀을 깨고 서서히 중년의 농염함이 물씬 풍겨나온다.
"자기야 이번 20주년땐 유럽한번 뜨자 어때?"
아내는 지금 결혼 20주년을 핑계삼아 그동안 줄기차게 부르짓던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는듯 했다.
"안돼 작년 동경 안식년 때문에 올해는 바뻐"
"피~~~그러타구 20주년을 그냥 집에서 때울꺼야?"
"그래서 말인데 희주엄마"
"자기 뭐 생각해 논거 있구나~~~~얼른 말해봐~~~~뭐야?"
아내는 사탕을 기다리는 아이마냥 들떠 있었다.
"이번에 자귀도에 함 다녀오자"
조심스레 말을 꺼내면서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자 뜻밖의 나의 말에 아낸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갑자기 자귀도는 왜?"
"갑자기는 뭔 갑자기~~~~오히려 늦었지~~~진작에 가봤어야 되잖아 우리"
"그...그래도 너무 뜻밖이라"
"담달 심포지옴도 있고 정리할것도 많고 하니깐 담주에 한 3박4일 다녀오자"
"담주에?~~~~준비할 것도 많은데?"
"희주엄마 우리 자귀도 갈꺼야 베네치아가 아니고~~~준비는 뭔 준비~~~강 기차타고 배타고 가면되지"
그리하여 아내와 나를 연결해준 아름다운섬 자귀도를 향해 들뜨고 설레는 결혼 20주년 여행이 계획되었다.
은빛과 검은빛 모래가 적절히 조화된 자귀도의 해변가는 20년전 그대로의 모습이였다.
"현주야 저기봐 저기~~~~~"
"어디 뭐?"
"저기 선착장 매표소 말이야 20년전 그대로다 그치?"
"그...그러게"
그러나 자귀도의 모습이 선명해질수록 아내의 기운이 비례적으로 다운되고 있었다.
"너 왜그래 아까부터?"
"내가 뭐?"
"여행온 사람같지 않게 계속 시무룩하잖아?"
"그~~~그냥 배멀미가 조금 나서"
<쀼우웅~~~~~~~~~쀼우웅>
아내와 나를 태운 소형 여객선이 긴 고동소리를 내며 자귀도 선착장에 정박했다.
아내와 나 그러구 몇몇 낚시꾼들과 뭍에 다니러오는 섬 주민들은 배 정박과 동시에 자신들의 짐을 챙겨 빠르게 발걸음을 옮긴다.
"여행오셨나봐요?"
낚시꾼중 한명이 일행들과 같이 걷다가 뒤돌아 쫒아오는 우릴 향해 물어온다.
자귀도 오는 내내 그 낚시꾼들은 아내의 뒤태를 계속 슬금슬금 훔쳐보는걸 눈치챘었는데 그중 가장 나이가 많을꺼 같은 사내중 한명이 능글맞은 웃음을 띄며 물어오는 것이다.
"아...네"
"여기 기거할때가 마땅찮을텐데~~~혹시 숙소는 정하구 오셨슈?"
"아뇨 아직"
"내 그럴꺼 같더라니~~~보아하니 부부신거 같은데 오늘 운수대통하신줄 아슈?"
"뭐가 말입니까?"
"내 별장이 저기 방파제 모퉁이를 돌면 나오는데 마땅히 잘때 없으면 그리로 오슈~~~우린 낼 모레까지 있을꺼니깐"
"초면에 그래도 될런지?"
"암요 되고 말고요 어차피 같은배를 탄 인연인데 크크크~~~조은게 존거잖소"
의미심장한 단어선택에 능글맞은 웃음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였다.
"아뇨 저희 숙소는 저희가 알아볼께요"
아내가 못참겠다는 어투로 그 남자를 향해 예의있게 쏘아붙였다.
"그럼 그러케하쇼~~~하지만 쉽진 않을꺼요 작년 태풍에 섬주민들 통발선이 많이 좌초되서 주민들 반이상이 섬을 떠났응께~~~아마 빈집이 태반일꺼요"
사내는 아쉬운 입맛을 다시는듯 성큼성큼 일행을 향해 빠른 걸음을 재촉한다.
일행과 합쳐진 사내가 일행들에게 뭔가 속닥거리는가 싶더니 사내들 모두 일제히 키득거린다.
아마 사내들은 아내와 나를 정식부부가 아닌 불륜커플 쯤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그도 그럴것이 아내의 수려한 외모에 비해 볼품없는 나의 외형이 너무나 대조적이였고 결혼 20년 동안 드러내 말하지 못하는 나의 가장 큰 아킬레스였었다.
"이젠 어쩌지?"
아내가 걱정스럽게 나를 쳐다본다.
"어쩌긴~~~보건소부터 가봐야지~~~분명 우릴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을꺼야"
그러케 아내의 손을 잡고 해송 군락지를 돌아 20년전 자귀도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대조하면서 초등학교옆 보건소에 도착했다.
<**면 자귀도 보건지소>
보건소 앞에 걸려진 나무 현판이 세월의 무상함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었다.
20년전 정식 보건소였던 것이 섬주민들의 인구 감소로 인하여 보건지소로 지위가 격하되어 있었던 것이다.
강산이 두번 변하는 과정에서 아내와 내가 변하는 만큼 자귀도에서 또한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보건소 현판이 묵묵히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다.
"진찰받으러 오셨서요?"
보건소 입구를 들어서자 졸고 있던 간호사가 나와 아내를 보더니 당황한듯 물어온다.
"아뇨 그냥한번 둘러보려구요"
"여...여행오셨나봐요?"
간호사의 눈에는 섬주민 같지 않은 나와 아내의 모습이 궁금했으리라...
"저가 20년전 여기서 근무했었거든요...저기 제 아내는 요옆 초등학교 교사였구요"
"아~~~~네"
그제서야 의문이 풀린듯 긴 감탄사를 토해 놓는 간호사였다.
"의사선생님은 어디 가셨나봐요?"
"네 건너편 이장님댁에 송아지 받으러 가셨서요...이제 오실때가 됐는데?"
"허허허 강산은 변했어요 보건소 의사가 하는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네요~~~저때도 그랬어요 보건소 3년동안 사람 치료한 횟수보다 소나 염소 치료해주고 출산 도와준 횟수가 더 많으니깐요"
"뭐 시골일이 다 그러쵸~~~아참 내 정신좀봐 커피라도 한잔 드릴까요?"
"괜찮아요. 그것보다 오늘 저희가 묵을만한 민박집좀 구할 수 있을까요?"
"소식 못들으셨나보네요 작년 태풍에 섬주민들이 많이 빠져나가서 이젠 민박치는 집이 없어요~~~하루에 두번씩 오가던 여객선도 이젠 3일에 한번밖에 다니지 않고요"
"허허 이거 낭패네요~~~옛날만 생각하고 무작정 떠나왔는데"
그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이가 있었으니...
20대 중반 나이에 서글한 눈매에 보통 체격을 하고 있었다.
들어서는 그는 아내와 눈이 마주쳤고 찰라 그의 눈에서 섬광의 반짝임을 볼 수 있었다.
아내가 시골섬에서 보기 힘든 미녀라는 점도 있겟지만 아내와 20년 가까이 살면서 아내를 바라보는 뭇남성들의 시선은 이젠 익숙한 단계였다.
"허간호사님 누구신지?"
"박선생님 그게~~~~"
지금까지 일련의 사건을 보고하듯 속삭이는 허간호사였다.
"어이구 귀하신 손님 아니 선배님이 오셨네요 방갑습니다. 박진우라고 합니다."
"아네 저는 김현우고 집사람 이현줍니다"
아내와 젊은 의사의 가벼운 눈인사가 끈나고 서로 탁자에 둘러앉아 커피를 한잔씩 들이킨다.
"송아지 받고 오셨다면서요?"
"말씀 낮추세요 한참 후밴데"
"초면에 그럴수는 없죠 차차 낮출께요"
"네 출산일이 아직 한달이나 남았었는데...그놈이 바빴나봐요~~~그건 그러코 좀전에 허간호사한테 들었는데 선배님 묵을 숙소가 없으시다구요?"
"네 옛날만 생각하고 무작정 떠난 여행이라~~~"
"말씀 들으셧겠지만 이젠 빈집들만 많이 남았서요...작년 태풍에 배도 많이 부서졌거니와 정부에서 이참에 이 자귀도 부근을 조업휴식해로 만들려나봐요 섬을 떠나는 주민들에겐 이주비용까지 대주면서요..."
커피를 한모금 마신뒤 탁자위에 내려놓는 박진우
"이젠 몇안되는 분들이 밭농사로 연명하고 계세요 그나마도 다 연로하셔서..."
"박선생님 한분 있잖아요 전씨아저씨"
"아 맞다 전석호씨라고 그분만이 지금 통발을 운행하시는데~~~면에서도 골치아픈가봐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또 그분이 워낙 고래심줄이라서"
"지금 뭐라 하셨서요?"
조용히 이야기를 경청하던 아내가 또렷한 눈망울로 젊은 의사를 쳐다보며 되묻는다
"뭐가요?"
"전석호씨라고 했나요~~~오른쪽 빰에 점이 있구요?"
"네~~~아 그러고보니 아시는 분이시겠네요 전씨 아저씨가 이섬 토박이니깐"
"현주야 너 아시는 분이야?"
"으~~~응 조~~~금"
아내의 눈빛이 갑자기 떨려온다.
평소 비정상이리만큼 냉정한 아내는 조금씩 당황할때마다 항상 눈꼬리를 살며시 떨곤 하는 것이다.
"아참 내 정신좀봐 전씨 아저씨한테 부탁하면 되겠네요~~~선배님 숙소 말여요"
"그분 집에 남는 방이 있나보죠?"
"아뇨 그게 아니고요 요앞 선착장을 끼고 돌면 등대 건너편에 별장이 하나 들어섰는데요 전씨 아저씨가 그집 일을 조금씩 봐주고 있는거 같더라구요~~~아마 그 별장엔 방 하나정도는 남아 있을꺼에요"
젊은의사에 입에서 별장 이야기가 나오자 아까 능글맞게 웃어오는 늙은 낚시꾼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별장 사람들 알아요?"
"아뇨 잘은 모르구요 서울에서 약품장사를 한다고 하던데 가끔 주인아저씨 친구분들하고 함께 낚시하러 오더라구요~~~가족들은 안보이구요"
"그사람들 기분나빠요"
의료기구들을 정리하던 허간호사가 투덜대며 이야기에 끼어든다.
"그사람들 알아요 허간호사?"
"알진 못하는데 볼때마다 내 엉덩이를 쳐다보면서 능글거린다니깐요~~~나이들 먹어서 왜들그런지 모르겠서요~~~암튼 그 사람들 정말 주책이라니깐요"
허간호사의 지금 이야기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상황이였고 아내를 쳐다보자 아내의 낯빛이 어두워져 있었다.
나보다 2잘 연하인 아내 또한 푸르렀던 청춘의 틀을 깨고 서서히 중년의 농염함이 물씬 풍겨나온다.
"자기야 이번 20주년땐 유럽한번 뜨자 어때?"
아내는 지금 결혼 20주년을 핑계삼아 그동안 줄기차게 부르짓던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는듯 했다.
"안돼 작년 동경 안식년 때문에 올해는 바뻐"
"피~~~그러타구 20주년을 그냥 집에서 때울꺼야?"
"그래서 말인데 희주엄마"
"자기 뭐 생각해 논거 있구나~~~~얼른 말해봐~~~~뭐야?"
아내는 사탕을 기다리는 아이마냥 들떠 있었다.
"이번에 자귀도에 함 다녀오자"
조심스레 말을 꺼내면서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자 뜻밖의 나의 말에 아낸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갑자기 자귀도는 왜?"
"갑자기는 뭔 갑자기~~~~오히려 늦었지~~~진작에 가봤어야 되잖아 우리"
"그...그래도 너무 뜻밖이라"
"담달 심포지옴도 있고 정리할것도 많고 하니깐 담주에 한 3박4일 다녀오자"
"담주에?~~~~준비할 것도 많은데?"
"희주엄마 우리 자귀도 갈꺼야 베네치아가 아니고~~~준비는 뭔 준비~~~강 기차타고 배타고 가면되지"
그리하여 아내와 나를 연결해준 아름다운섬 자귀도를 향해 들뜨고 설레는 결혼 20주년 여행이 계획되었다.
은빛과 검은빛 모래가 적절히 조화된 자귀도의 해변가는 20년전 그대로의 모습이였다.
"현주야 저기봐 저기~~~~~"
"어디 뭐?"
"저기 선착장 매표소 말이야 20년전 그대로다 그치?"
"그...그러게"
그러나 자귀도의 모습이 선명해질수록 아내의 기운이 비례적으로 다운되고 있었다.
"너 왜그래 아까부터?"
"내가 뭐?"
"여행온 사람같지 않게 계속 시무룩하잖아?"
"그~~~그냥 배멀미가 조금 나서"
<쀼우웅~~~~~~~~~쀼우웅>
아내와 나를 태운 소형 여객선이 긴 고동소리를 내며 자귀도 선착장에 정박했다.
아내와 나 그러구 몇몇 낚시꾼들과 뭍에 다니러오는 섬 주민들은 배 정박과 동시에 자신들의 짐을 챙겨 빠르게 발걸음을 옮긴다.
"여행오셨나봐요?"
낚시꾼중 한명이 일행들과 같이 걷다가 뒤돌아 쫒아오는 우릴 향해 물어온다.
자귀도 오는 내내 그 낚시꾼들은 아내의 뒤태를 계속 슬금슬금 훔쳐보는걸 눈치챘었는데 그중 가장 나이가 많을꺼 같은 사내중 한명이 능글맞은 웃음을 띄며 물어오는 것이다.
"아...네"
"여기 기거할때가 마땅찮을텐데~~~혹시 숙소는 정하구 오셨슈?"
"아뇨 아직"
"내 그럴꺼 같더라니~~~보아하니 부부신거 같은데 오늘 운수대통하신줄 아슈?"
"뭐가 말입니까?"
"내 별장이 저기 방파제 모퉁이를 돌면 나오는데 마땅히 잘때 없으면 그리로 오슈~~~우린 낼 모레까지 있을꺼니깐"
"초면에 그래도 될런지?"
"암요 되고 말고요 어차피 같은배를 탄 인연인데 크크크~~~조은게 존거잖소"
의미심장한 단어선택에 능글맞은 웃음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였다.
"아뇨 저희 숙소는 저희가 알아볼께요"
아내가 못참겠다는 어투로 그 남자를 향해 예의있게 쏘아붙였다.
"그럼 그러케하쇼~~~하지만 쉽진 않을꺼요 작년 태풍에 섬주민들 통발선이 많이 좌초되서 주민들 반이상이 섬을 떠났응께~~~아마 빈집이 태반일꺼요"
사내는 아쉬운 입맛을 다시는듯 성큼성큼 일행을 향해 빠른 걸음을 재촉한다.
일행과 합쳐진 사내가 일행들에게 뭔가 속닥거리는가 싶더니 사내들 모두 일제히 키득거린다.
아마 사내들은 아내와 나를 정식부부가 아닌 불륜커플 쯤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그도 그럴것이 아내의 수려한 외모에 비해 볼품없는 나의 외형이 너무나 대조적이였고 결혼 20년 동안 드러내 말하지 못하는 나의 가장 큰 아킬레스였었다.
"이젠 어쩌지?"
아내가 걱정스럽게 나를 쳐다본다.
"어쩌긴~~~보건소부터 가봐야지~~~분명 우릴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을꺼야"
그러케 아내의 손을 잡고 해송 군락지를 돌아 20년전 자귀도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대조하면서 초등학교옆 보건소에 도착했다.
<**면 자귀도 보건지소>
보건소 앞에 걸려진 나무 현판이 세월의 무상함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었다.
20년전 정식 보건소였던 것이 섬주민들의 인구 감소로 인하여 보건지소로 지위가 격하되어 있었던 것이다.
강산이 두번 변하는 과정에서 아내와 내가 변하는 만큼 자귀도에서 또한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보건소 현판이 묵묵히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다.
"진찰받으러 오셨서요?"
보건소 입구를 들어서자 졸고 있던 간호사가 나와 아내를 보더니 당황한듯 물어온다.
"아뇨 그냥한번 둘러보려구요"
"여...여행오셨나봐요?"
간호사의 눈에는 섬주민 같지 않은 나와 아내의 모습이 궁금했으리라...
"저가 20년전 여기서 근무했었거든요...저기 제 아내는 요옆 초등학교 교사였구요"
"아~~~~네"
그제서야 의문이 풀린듯 긴 감탄사를 토해 놓는 간호사였다.
"의사선생님은 어디 가셨나봐요?"
"네 건너편 이장님댁에 송아지 받으러 가셨서요...이제 오실때가 됐는데?"
"허허허 강산은 변했어요 보건소 의사가 하는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네요~~~저때도 그랬어요 보건소 3년동안 사람 치료한 횟수보다 소나 염소 치료해주고 출산 도와준 횟수가 더 많으니깐요"
"뭐 시골일이 다 그러쵸~~~아참 내 정신좀봐 커피라도 한잔 드릴까요?"
"괜찮아요. 그것보다 오늘 저희가 묵을만한 민박집좀 구할 수 있을까요?"
"소식 못들으셨나보네요 작년 태풍에 섬주민들이 많이 빠져나가서 이젠 민박치는 집이 없어요~~~하루에 두번씩 오가던 여객선도 이젠 3일에 한번밖에 다니지 않고요"
"허허 이거 낭패네요~~~옛날만 생각하고 무작정 떠나왔는데"
그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이가 있었으니...
20대 중반 나이에 서글한 눈매에 보통 체격을 하고 있었다.
들어서는 그는 아내와 눈이 마주쳤고 찰라 그의 눈에서 섬광의 반짝임을 볼 수 있었다.
아내가 시골섬에서 보기 힘든 미녀라는 점도 있겟지만 아내와 20년 가까이 살면서 아내를 바라보는 뭇남성들의 시선은 이젠 익숙한 단계였다.
"허간호사님 누구신지?"
"박선생님 그게~~~~"
지금까지 일련의 사건을 보고하듯 속삭이는 허간호사였다.
"어이구 귀하신 손님 아니 선배님이 오셨네요 방갑습니다. 박진우라고 합니다."
"아네 저는 김현우고 집사람 이현줍니다"
아내와 젊은 의사의 가벼운 눈인사가 끈나고 서로 탁자에 둘러앉아 커피를 한잔씩 들이킨다.
"송아지 받고 오셨다면서요?"
"말씀 낮추세요 한참 후밴데"
"초면에 그럴수는 없죠 차차 낮출께요"
"네 출산일이 아직 한달이나 남았었는데...그놈이 바빴나봐요~~~그건 그러코 좀전에 허간호사한테 들었는데 선배님 묵을 숙소가 없으시다구요?"
"네 옛날만 생각하고 무작정 떠난 여행이라~~~"
"말씀 들으셧겠지만 이젠 빈집들만 많이 남았서요...작년 태풍에 배도 많이 부서졌거니와 정부에서 이참에 이 자귀도 부근을 조업휴식해로 만들려나봐요 섬을 떠나는 주민들에겐 이주비용까지 대주면서요..."
커피를 한모금 마신뒤 탁자위에 내려놓는 박진우
"이젠 몇안되는 분들이 밭농사로 연명하고 계세요 그나마도 다 연로하셔서..."
"박선생님 한분 있잖아요 전씨아저씨"
"아 맞다 전석호씨라고 그분만이 지금 통발을 운행하시는데~~~면에서도 골치아픈가봐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또 그분이 워낙 고래심줄이라서"
"지금 뭐라 하셨서요?"
조용히 이야기를 경청하던 아내가 또렷한 눈망울로 젊은 의사를 쳐다보며 되묻는다
"뭐가요?"
"전석호씨라고 했나요~~~오른쪽 빰에 점이 있구요?"
"네~~~아 그러고보니 아시는 분이시겠네요 전씨 아저씨가 이섬 토박이니깐"
"현주야 너 아시는 분이야?"
"으~~~응 조~~~금"
아내의 눈빛이 갑자기 떨려온다.
평소 비정상이리만큼 냉정한 아내는 조금씩 당황할때마다 항상 눈꼬리를 살며시 떨곤 하는 것이다.
"아참 내 정신좀봐 전씨 아저씨한테 부탁하면 되겠네요~~~선배님 숙소 말여요"
"그분 집에 남는 방이 있나보죠?"
"아뇨 그게 아니고요 요앞 선착장을 끼고 돌면 등대 건너편에 별장이 하나 들어섰는데요 전씨 아저씨가 그집 일을 조금씩 봐주고 있는거 같더라구요~~~아마 그 별장엔 방 하나정도는 남아 있을꺼에요"
젊은의사에 입에서 별장 이야기가 나오자 아까 능글맞게 웃어오는 늙은 낚시꾼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별장 사람들 알아요?"
"아뇨 잘은 모르구요 서울에서 약품장사를 한다고 하던데 가끔 주인아저씨 친구분들하고 함께 낚시하러 오더라구요~~~가족들은 안보이구요"
"그사람들 기분나빠요"
의료기구들을 정리하던 허간호사가 투덜대며 이야기에 끼어든다.
"그사람들 알아요 허간호사?"
"알진 못하는데 볼때마다 내 엉덩이를 쳐다보면서 능글거린다니깐요~~~나이들 먹어서 왜들그런지 모르겠서요~~~암튼 그 사람들 정말 주책이라니깐요"
허간호사의 지금 이야기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상황이였고 아내를 쳐다보자 아내의 낯빛이 어두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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