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와 면도를 마치고 옷을 갖춰 입은 뒤 주방으로 돌아왔을 때는 아내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런 식욕이나 허기짐도 느낄 수 없었지만 몸을 추스리자면 어떻게든 무어라도 먹어야만 했다. 당장 식탁 모퉁이 바구니에 보이는 바게트를 손으로 대충 한웅큼 뜯고는 버터와 커피를 준비해 식탁에 앉아 마른빵을 조금씩 찢어서는 커피와 함께 어거지로 눌러 삼키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아내의 친구 정혜였다. 간단한 인사 후 아내를 바꿔달라기에 없다고 하고는 이어 전화기에 대고 그녀에게 말했다.
"정혜씨, 은서가 나 몰래 뒤로 남자를 만나고 있었더군요."
전화의 다른쪽은 침묵을 지킨다. 난 계속했다.
"정혜씨도 진작부터..첨부터 알고 있었던거죠?"
또 다른 침묵이다. 의미 없는 것이었지만 같이 공모하여 자신을 속인 것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라고 생각하니 못지않게 괘씸하여 재차 되씹었다.
"물론 당연히 알고 있었겠지. 그것도 처음 부터 줄곧..그런 겁니까?"
그녀가 잔뜩 움츠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성우씨, 그건 성우씨와 은서와의 일이에요........이해하세요."
"좋은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네요." 그러고는 전화를 꽈당 소리나게 끊어 버렸다.
좀 있으니 아내가 아파트 상가내 수퍼 봉지에 무얼 잔뜩 싸 담아 가지고 들어왔다.
아내가 사온것들을 싱크대와 냉장고 안으로 정리하는 모습을 멀뚱히 지켜 보았다. 타이트한 청바지 위 내 남방을 소매 접어 헐렁하게 입고 주방에서 이리 저리 물건들을 제자리에 정리하는 그녀의 움직임은 그지없이 청초하기 보였다. 찰랑거리는 머릿결, 선이 분명한 아름다운 얼굴....순간, 이 순간 이후로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목구멍에 뭔가 뜨거운 것이 울컥하고 받쳐 올라오는 것을 느끼지 않고서는 더 이상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닳았다.
난 그녀에게서 애써 고개를 돌리며 그녀 역시 커피를 마실 것인지 물어봤다. 아내는 아니다라고 하고는 우유를 한잔 머그잔에 따뤄 식탁으로 가지고 와 맞은편에 앉았다.
내가 커피 마실건지 물어본 것에 대화의 창이 새로이 열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그녀가 받았던것 같다.
"성우씨," 아내가 나를 애원하는 눈길로 바라보며 조용히 말햇다. "이 일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줘. 자기 마음을 다치게 해 너무 너무 미안해. 하지만 그것은 결코 자기가 상처를 입거나 배신감을 가지지 않고도 받아 들일 수 있다고 난 생각했었고 그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야....내겐 정말 아무것도 아닌것이었어. 맹세코.....그리고 절대로 그것이 내가 자기를 조금이라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래..정말 그런게 아니었으니까..."
난 아무런 표정없이 그녀를 주시했다. 내 침묵은 그녀를 좀 더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결국 난 아내가 완전히 미친것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내가 가지는 감정을 들려 줘 보기로 했다.
"노은서" 한동안의 침묵 후 마침내 내가 말문을 열자 그녀가 안도로 숨을 크게 내 뱉었다.
"저 가죽 소파를 봐 봐." 난 손으로 거실에 있는, 그들 둘이서 뒤엉켜 살을 섞던 짙은 커피색 가죽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의 머리가 내 손가락을 따라 움직였다.
"우리가 이 아파트 장만하며 제일 먼저 산 가구가 저거였지. 기억나? 저거 구입하기 까지 서울 시내의 절반은 돌아 다녔었지..결국 저것으로 결정을 하는데만 꼬박 두달이 걸렸었어. 정말 그 당시로선 저런 비싼 수입 가죽소파를 살 형편이 못 되었었지만."
그녀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난 이제 다시는 저 소파에 앉을 수가 없어, 노은서. 혼자서는 물론 너랑 같이는 더더군다나. 니가 저걸 망쳐 버렸어"
"하지만...자기.." 그녀가 뭐라 말을 시작하려 했지만 내가 제지했다.
"지난 달 그날 저녁 기억해? 우리 결혼 8주년 기념일에 갔었던 내가 정식으로 프로포즈했던 레스토랑? 난 앞으로 다시는 그 식당에는 갈 수 없을거야. 우리가 먹었던, 우리 둘다 좋아하던 그 요리는 이젠 단 한 입도 다시는 내 목구멍으로 삼킬 수 없을것 같아."
그녀는 그냥 멍하니, 넋 나간듯 날 쳐다만 보았다.
"식사 후 갔던 우리들이 가장 좋아하는 재즈바..난 다시 행여 재즈를 들을 것 같지가 않아."
난 멀리 거실 건너편 벽을 가리켰다.
"저 그림 보여? 저 그림 우리가 종종 들르던 다향 찻집 옆 갤러리에서 구입했었지...우연히도 우리 둘 서로 별도의 기회에 따로 따로 저 그림을 거기서 보았지만 우린 보는 순간 알았었어. 저 그림은 우리것이라고. 우연히도 내가 자기에게 저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을 때 자기가 얼마나 흥분을 하였던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해. 누구 다른 사람에게 팔리기 전 구입하기위해 다음날 갤러리 문열 시간 맞춰 소방차 몰듯이 운전해 갔었던 것 기억나?"
추억들로 내 목소리는 나도 모르게 커져 있었다. 옛일들을 더듬자 그녀의 얼굴도 얼핏 미소를 머금는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건 내가 그 다음말을 잇기 전까지였다.
"자기한테 부탁컨데 저 그림이 손상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내가 갈기 갈기 잡아 째기 이전 어디 내 손이 미치지 않는 안전한 곳에 옮겨 두는게 좋을 것 같아."
이젠 아내 눈이나 내 눈이나 둘다 눈물이 어찌해 볼 수도 없을 정도로 흘러 내린다. 그녀가 탁자위로 내 손을 잡아 왔지만 난 얼른 내 손을 거두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속삭임으로 변했다.
"하나님..자기야..제발..난 정말 그리 생각하지 않았었어..믿어줘 자기야...응?..아무것도 바뀐건 없어..여태 그랬던 것 처럼 난 지금 이순간 자기를 너무도 사랑하고 있어...맙소사...내가 미친년이지...진작에 깨닳았어야 하는건데...너무 너무 미안해...나와 정석씨는 그냥..."
"내 앞에서 그 이름 읊지마!" 내가 소리쳤다. "또는 니가 나 몰래 살을 섞은 다른 그 누구의 이름도! 이미 니가 더럽힌 이 집안을 그 입으로 더 이상 오염시키지 마!"
난 의자를 뒤로 자빠뜨리며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다용도 실로 걸어 가 구석에 쳐박혀 있던 여행용 트렁크 가방 두개를 꺼집어 내었다. 내가 뭘 하려 하는지 알아차린 은서는 두손으로 머리채를 감싸며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난 그냥 무시한 체 빈 가방을 들고 침실로 들어갔다.
반 시간 정도 뒤 옷가지 및 세면 도구들을 쑤셔 넣은 가방 두개를 현관 앞으로 옮겼다. 아내는 저지하려는 생각을 접은것 같았다.
"전화 하지마라" 현관을 나서기 전 말했다. "날 찾아 올려고도 말고..일주일 후 연락할께.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자기도 그건 마찬가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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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감각의 일주일 이었다. 아무것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마치 세상과 나 사이에 안보이는 안개 장막이 쳐진 듯 했다. 출근은 했으나 내 마음은 회사에 없었다. 음식을 삼켜도 맛을 느끼지 못했다. 독한 술들도 엄청 마셨으나 느낌없이 그냥 마신것일 뿐이었다.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일본인들이 자주 찾는 조그마한 비즈니스 호텔에 방을 잡았었다. 낯도 길었고 밤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집을 나온지 이틀 째 지점장이 무슨 일 있냐고 슬쩌기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미국인이기에 별 서스럼없이 아내와 별거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털어 놓았다. 아내랑도 잘 아는 사이이다. 그는 무엇 때문이냐고 더 캐어 묻지 않았다. 단지, 몇일 휴가를 내어 쉬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어쨌거나 출근해 있어도 아무런 몫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터인지라 목례로 감사를 표하며 제의를 받아 들였다.
다음날은 느지막히 호텔에서 나와 한강 고수부지로 차를 몰았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을 차에 앉은 체 멀찌막이서 하릴없이 지켜 보았다. 여태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지만 의외로 다정하게 데이트를 하는 젊은 연인들이 낯시간인데도 많아 보였다.
그 다음날 아침에는 서점을 찾았다. 첫 페이지 몇줄 이상까지 내 관심을 불러 일으켜 줄 책을 찾으려 했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미사리 방면으로 한강을 끼고 아무런 목적지 없이 차를 모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아내것이 아닌 번호로는 첫 전화였다. 인사동에서 화랑을 하는 친한 친구 태서였다. 전공은 달랐어도 같은 대학교까지 나온 고등학교 친구이자 부부끼리도 일년에 몇차례 씩 만나는 사이였다.
간만에 생각이 나 전날 저녁에 집으로 전화했더니 집사람 전화 받는것이 뭔가 느낌이 이상하던데 무슨 일 있느냐고 물었다.
그날 밤 우린 늘상 자주 만나던 바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맥주 네잔째를 다 비우기 전 그 친구에게 아내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다 할 수 없음을 느끼고 대충 핑계를 댄 후 다음에 보자하고 일어서 계산을 하고 나와 두어 블록 걷다가 보이는 낮선 펍으로 들어갔다. 그날 밤도 혼자서 필름이 끊이도록 마셨다.
다음날 아침 숙취로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정신은 스스로 놀라우리만치 맑았다. 호텔 부근 아침을 하는 식당을 찾아 설렁탕을 한그릇 다 비웠다. 수저를 놓고는 휴대폰의 missed call 리스트를 주욱 첵크해 보았다. 대부분 회사의 직원들로 부터이거나 거래처들 번호였지만 몇개는 아내와 내가 같이 아는 친구 및 지인들 번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중 대다수가 강남쪽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지라 콜 리스트에 있는 그들을 하나씩 찾아 만나 보기로 결정했다.
허나 두번째로 찾아 가 만난 후 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한 결정을 후회 했으며 아직 찾아가지 않은 나머지는 무시하기로 했다. 그날 저녁 혼자 들런 소주집에서는 아마 주인이 더 이상 술 줄 수가 없다고 ㅤㅉㅗㅈ겨나다시피 떠 밀려 나왔던 것 같은 것이 그날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한 주가 흘러 다시 금요일이 찾아 왔을 때 난 자신이 서울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라는데 확신이 서 있었다. 회사에서도, 친구들로 부터도 그 이후로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은서는 계속 전화를 했었지만 나 또한 계속 무시했고 음성, 문자 메시지는 들어오는 족족 다 지워 버렸다.
지난 이틀간은 시내를 많이도 걸어 다녔던것 같다. 퇴근 후 아내와 만나 맛있는 식당을 찾아 팔장을 끼고 즐거운 발걸음으로 걸어 다녔던 보도도, 같이 차를 마셨던 카페 근처 거리도..빌딩들, 차들, 나무들...내가 걸으며 바라 보는 많은 것들이 그녀 눈을 통해서도 역시 보여졌던 것들이었다. 그런 생각은 마치 벌어진 상처에 칼을 가져다 대는 것 처럼 가슴을 에리게 하였다.
어쨌거나 그리 걸으며 나름 정리를 해 보고자 햇던 것들이 도움이 된 것 같았다. 금요일 오후, 스타벅스에 앉아 카푸치노를 마실때는 내 내면은 바람없는 날의 호수 표면처럼 차분하였다. 난 더 이상 아내의 전화를 묵살하지 않기로 했다. 아마도 그녀 역시 일을 제대로 할 수는 없었던 것 같았다. 내 전화를 받고 바로 몇 분안에 그녀가 스타벅스로 들어섰다. 그녀는 약간 피곤해 보이는 기색이 있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지치고 슬퍼보여, 성우씨" 자리에 앉자 그녀가 말했다. "...정말 미안해."
내 입 주변 근육이 미소를 띄울려 하였던 것 같았으나 결국 그건 미소로 이어지기까지는 못했다.
"지난번에 내게 설명을 하고자 했었잖아.. 난 그당시로는 들어 줄 기분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시간을 가졌으니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녀의 눈빛이 살아났다. 하지만 난 손을 들어 올리고는 계속했다.
"하지만 한가지 자기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난 지난 한 주 우리 주변 아는 사람들을 이곳 저곳 찾아 다니며 만났었어. 이야기도 나누고 또 들었어. 여태 몰랐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고.....내게 이야기를 하기 전 그 점을 알고 시작했으면 좋겠어."
그녀의 얼굴이 약간 홍조를 띄었다.
"속이고 넘어가려 하지 않을께 자기. 알잖아 내가 자기에게 거짓말 하지 않을거라는 것...."
그녀를 쳐다보았다.
"하지 않을거라고? 그런 뭣 밟는 소리 할것 같으면 이야기 여기서 그만두자. 자기가 여태 내게 한 말은 전부 거짓 말고는 그 무엇도 아니지 않지 않아? 내가 보기로는 우리 결혼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거짓이었던 것 같어. 아냐?"
그러지 않을려 했지만 상관없이 내 목소리는 올라갔다. 주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우리쪽을 힐끔거리며 쳐다보기 시작했다. 난 다시 의자 깊숙히 몸을 기대었다.
아내의 입술은 파르르 떨렸고 눈물이 글썽한 눈은 곳 울음으로 바뀔것 같앗다.
"자기" 그녀가 소리를 죽이고 속삭이듯 말했다. "내가 한 것들을 자기에게 전부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하지 않은것은 사실이야. 그리고 때때로 내가 어디 있고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해 악의없는 거짓말을 한 적이 있었던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난 언제나 자기를 사랑했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나의 그 어떤 행동으로 인해 자기가 상처 받거나 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항상 나로서 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조심을 했었어. 난 우리 사랑을 배반하는 짓은 결코 하지 않았어."
다시 한번 난 아내의 황당한 논리에 어안이 벙벙해 해야만 했다.
"정말 궁금한게 하나 있어. 그 잘난 "사랑"이란 단어의 의미가 자기한테는 도대체 뭐야? 자긴 마치 그 단어를 자신 내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안전한 곳에 비치를 해두고 필요할 때 마다 꺼집어 내어 사용하는 것 같아서 그래."
내 말이 그녀를 조금 헷갈리게 했던것 같았다.
"날 그런 식으로 비웃지 마, 성우씨. 자기에 대한 내 사랑은 진정이야."
난 한숨을 내어쉬며 손을 위로 벌려 치켜 들었다.
"정말이지 이런..노은서 넌 도대체 누구니? 도대체 어떻게 되먹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으며, 너가 사랑한다는 사람 몰래 뒤로 호박씨를 그렇게 까면서, 어떻게 한번도 아니고 수십 차례, 수백차례 계속하여 스스로의 쾌락을 ㅤㅉㅗㅈ아 다른 남자 밑에서 팬티를 내리고 다리를 벌릴 수가 있고..어떻게 하여 너가 그러는 것이 남편인 내게 크디 큰 상처가 되고 내가 여태 가지고 있던 자기에 대한 사랑을 배신하고 죽이는 짓이라는 것을 이해를 하지 못하는거야, 응...이 미친...."
그녀의 눈이 잠깐 찡그려지더니 곧 더욱 커졌다.
그녀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작았다. "아니야 성우씨.....절대 아니야...내겐 자기밖에 없어...항상 그래왔고 언제까지 그럴거야...자기도 날 마찬가지로 사랑하잖아....그건 아무것도 아니었어...이해해 줄 수 없어? 날 봐 봐..엉망이야..잠도 잘 수가 없고 음식을 먹을수도 일을 할 수도 없어...지난 일주일 내내 자기가 돌아와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무섭도록.... 외로..워..."
고개를 숙이고 내뱉는 그녀의 마지막 부분 말은 잘 들리지도 않을만큼 기어들어가는 웅얼거림 이었다. 완전히 무너져 내린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남자의 어깨위로 걸쳐져 있던 그녀 발의 매니큐어가 보였다. 그녀의 몸이 활처럼 휘며 내지러던 외설스러운 신음만 들릴 뿐이었다.
난 일어섰다.
"미안해 자기..우리의 그 "사랑"은 자기가 죽여버렸어. 그런 이제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둘 다 각기 새로이 시작할 길을 찾아 보아야 할것 같아."
그녀의 얼굴에 나타난 좌절과 경악은 리얼했다. 그녀도 따라 일어섰다. 내가 나가려는 쪽으로 그녀가 두 발자욱 움직였지만 난 그녀를 피해 몸을 옮긴 후 후 어금니를 부셔져라 깨물며 문을 열고 나와 초여름으로 넘어서는 늦봄 거리의 인파에 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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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써보는, 다분히 실험적 글이라 원래 의도가 짧은 단편이었습니다.
그랬던만큼, 처음 글을 올릴 때 마무리가 된 단편으로 올렸어야 했으나 나름 과연 이게 야설로 가치가 있는 글이 될 수 있을 것인지...욕만 실컷 듣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기도 하였고, 마무리에 대한 플롯도 사실 서 있지 않은 상태이기도 했던터라 할 수 없이 글을 나누어 올렸습니다.
원 성격에 맞게 처음 아내의 발견 이후 제대로 에로틱한 부분을 추가로 만들어 넣을 사건 전개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고 그렇다하여 이야기 흐름에 전혀 개연성이 없는 섹스씬을 비록 회상 형식으로라도 어거지로 끼워 넣기가 무엇해서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일단 처음 써보는 글 마무리를 이런 식으로 다소 황망하게 지을려 합니다.
물론, 이것을 도입부 챕터로 하고 좀 더 긴 이야기로 가져 갈 수 있는 말미는 남겨 두었습니다만 제가 관록이 있는 처지도 아니고 또 소재가 그럴 가치가 있을만치 독창적이지도 못한터라 과욕을 부릴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실망을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ㅠ.
새로운 것으로 제대로 된 야설에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자 합니다.
까짓거 한번 써보지 뭐 하고 덤볐는데 너무 우습게 보았네요...작가님들 대단하시다는 것 새삼 느꼈습니다.
아울러, 형편없는 이야기이나마 격려글 주신 모든 분들깨 감사 드립니다. (__)
아내의 친구 정혜였다. 간단한 인사 후 아내를 바꿔달라기에 없다고 하고는 이어 전화기에 대고 그녀에게 말했다.
"정혜씨, 은서가 나 몰래 뒤로 남자를 만나고 있었더군요."
전화의 다른쪽은 침묵을 지킨다. 난 계속했다.
"정혜씨도 진작부터..첨부터 알고 있었던거죠?"
또 다른 침묵이다. 의미 없는 것이었지만 같이 공모하여 자신을 속인 것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라고 생각하니 못지않게 괘씸하여 재차 되씹었다.
"물론 당연히 알고 있었겠지. 그것도 처음 부터 줄곧..그런 겁니까?"
그녀가 잔뜩 움츠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성우씨, 그건 성우씨와 은서와의 일이에요........이해하세요."
"좋은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네요." 그러고는 전화를 꽈당 소리나게 끊어 버렸다.
좀 있으니 아내가 아파트 상가내 수퍼 봉지에 무얼 잔뜩 싸 담아 가지고 들어왔다.
아내가 사온것들을 싱크대와 냉장고 안으로 정리하는 모습을 멀뚱히 지켜 보았다. 타이트한 청바지 위 내 남방을 소매 접어 헐렁하게 입고 주방에서 이리 저리 물건들을 제자리에 정리하는 그녀의 움직임은 그지없이 청초하기 보였다. 찰랑거리는 머릿결, 선이 분명한 아름다운 얼굴....순간, 이 순간 이후로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목구멍에 뭔가 뜨거운 것이 울컥하고 받쳐 올라오는 것을 느끼지 않고서는 더 이상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닳았다.
난 그녀에게서 애써 고개를 돌리며 그녀 역시 커피를 마실 것인지 물어봤다. 아내는 아니다라고 하고는 우유를 한잔 머그잔에 따뤄 식탁으로 가지고 와 맞은편에 앉았다.
내가 커피 마실건지 물어본 것에 대화의 창이 새로이 열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그녀가 받았던것 같다.
"성우씨," 아내가 나를 애원하는 눈길로 바라보며 조용히 말햇다. "이 일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줘. 자기 마음을 다치게 해 너무 너무 미안해. 하지만 그것은 결코 자기가 상처를 입거나 배신감을 가지지 않고도 받아 들일 수 있다고 난 생각했었고 그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야....내겐 정말 아무것도 아닌것이었어. 맹세코.....그리고 절대로 그것이 내가 자기를 조금이라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래..정말 그런게 아니었으니까..."
난 아무런 표정없이 그녀를 주시했다. 내 침묵은 그녀를 좀 더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결국 난 아내가 완전히 미친것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내가 가지는 감정을 들려 줘 보기로 했다.
"노은서" 한동안의 침묵 후 마침내 내가 말문을 열자 그녀가 안도로 숨을 크게 내 뱉었다.
"저 가죽 소파를 봐 봐." 난 손으로 거실에 있는, 그들 둘이서 뒤엉켜 살을 섞던 짙은 커피색 가죽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의 머리가 내 손가락을 따라 움직였다.
"우리가 이 아파트 장만하며 제일 먼저 산 가구가 저거였지. 기억나? 저거 구입하기 까지 서울 시내의 절반은 돌아 다녔었지..결국 저것으로 결정을 하는데만 꼬박 두달이 걸렸었어. 정말 그 당시로선 저런 비싼 수입 가죽소파를 살 형편이 못 되었었지만."
그녀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난 이제 다시는 저 소파에 앉을 수가 없어, 노은서. 혼자서는 물론 너랑 같이는 더더군다나. 니가 저걸 망쳐 버렸어"
"하지만...자기.." 그녀가 뭐라 말을 시작하려 했지만 내가 제지했다.
"지난 달 그날 저녁 기억해? 우리 결혼 8주년 기념일에 갔었던 내가 정식으로 프로포즈했던 레스토랑? 난 앞으로 다시는 그 식당에는 갈 수 없을거야. 우리가 먹었던, 우리 둘다 좋아하던 그 요리는 이젠 단 한 입도 다시는 내 목구멍으로 삼킬 수 없을것 같아."
그녀는 그냥 멍하니, 넋 나간듯 날 쳐다만 보았다.
"식사 후 갔던 우리들이 가장 좋아하는 재즈바..난 다시 행여 재즈를 들을 것 같지가 않아."
난 멀리 거실 건너편 벽을 가리켰다.
"저 그림 보여? 저 그림 우리가 종종 들르던 다향 찻집 옆 갤러리에서 구입했었지...우연히도 우리 둘 서로 별도의 기회에 따로 따로 저 그림을 거기서 보았지만 우린 보는 순간 알았었어. 저 그림은 우리것이라고. 우연히도 내가 자기에게 저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을 때 자기가 얼마나 흥분을 하였던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해. 누구 다른 사람에게 팔리기 전 구입하기위해 다음날 갤러리 문열 시간 맞춰 소방차 몰듯이 운전해 갔었던 것 기억나?"
추억들로 내 목소리는 나도 모르게 커져 있었다. 옛일들을 더듬자 그녀의 얼굴도 얼핏 미소를 머금는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건 내가 그 다음말을 잇기 전까지였다.
"자기한테 부탁컨데 저 그림이 손상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내가 갈기 갈기 잡아 째기 이전 어디 내 손이 미치지 않는 안전한 곳에 옮겨 두는게 좋을 것 같아."
이젠 아내 눈이나 내 눈이나 둘다 눈물이 어찌해 볼 수도 없을 정도로 흘러 내린다. 그녀가 탁자위로 내 손을 잡아 왔지만 난 얼른 내 손을 거두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속삭임으로 변했다.
"하나님..자기야..제발..난 정말 그리 생각하지 않았었어..믿어줘 자기야...응?..아무것도 바뀐건 없어..여태 그랬던 것 처럼 난 지금 이순간 자기를 너무도 사랑하고 있어...맙소사...내가 미친년이지...진작에 깨닳았어야 하는건데...너무 너무 미안해...나와 정석씨는 그냥..."
"내 앞에서 그 이름 읊지마!" 내가 소리쳤다. "또는 니가 나 몰래 살을 섞은 다른 그 누구의 이름도! 이미 니가 더럽힌 이 집안을 그 입으로 더 이상 오염시키지 마!"
난 의자를 뒤로 자빠뜨리며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다용도 실로 걸어 가 구석에 쳐박혀 있던 여행용 트렁크 가방 두개를 꺼집어 내었다. 내가 뭘 하려 하는지 알아차린 은서는 두손으로 머리채를 감싸며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난 그냥 무시한 체 빈 가방을 들고 침실로 들어갔다.
반 시간 정도 뒤 옷가지 및 세면 도구들을 쑤셔 넣은 가방 두개를 현관 앞으로 옮겼다. 아내는 저지하려는 생각을 접은것 같았다.
"전화 하지마라" 현관을 나서기 전 말했다. "날 찾아 올려고도 말고..일주일 후 연락할께.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자기도 그건 마찬가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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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감각의 일주일 이었다. 아무것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마치 세상과 나 사이에 안보이는 안개 장막이 쳐진 듯 했다. 출근은 했으나 내 마음은 회사에 없었다. 음식을 삼켜도 맛을 느끼지 못했다. 독한 술들도 엄청 마셨으나 느낌없이 그냥 마신것일 뿐이었다.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일본인들이 자주 찾는 조그마한 비즈니스 호텔에 방을 잡았었다. 낯도 길었고 밤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집을 나온지 이틀 째 지점장이 무슨 일 있냐고 슬쩌기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미국인이기에 별 서스럼없이 아내와 별거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털어 놓았다. 아내랑도 잘 아는 사이이다. 그는 무엇 때문이냐고 더 캐어 묻지 않았다. 단지, 몇일 휴가를 내어 쉬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어쨌거나 출근해 있어도 아무런 몫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터인지라 목례로 감사를 표하며 제의를 받아 들였다.
다음날은 느지막히 호텔에서 나와 한강 고수부지로 차를 몰았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을 차에 앉은 체 멀찌막이서 하릴없이 지켜 보았다. 여태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지만 의외로 다정하게 데이트를 하는 젊은 연인들이 낯시간인데도 많아 보였다.
그 다음날 아침에는 서점을 찾았다. 첫 페이지 몇줄 이상까지 내 관심을 불러 일으켜 줄 책을 찾으려 했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미사리 방면으로 한강을 끼고 아무런 목적지 없이 차를 모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아내것이 아닌 번호로는 첫 전화였다. 인사동에서 화랑을 하는 친한 친구 태서였다. 전공은 달랐어도 같은 대학교까지 나온 고등학교 친구이자 부부끼리도 일년에 몇차례 씩 만나는 사이였다.
간만에 생각이 나 전날 저녁에 집으로 전화했더니 집사람 전화 받는것이 뭔가 느낌이 이상하던데 무슨 일 있느냐고 물었다.
그날 밤 우린 늘상 자주 만나던 바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맥주 네잔째를 다 비우기 전 그 친구에게 아내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다 할 수 없음을 느끼고 대충 핑계를 댄 후 다음에 보자하고 일어서 계산을 하고 나와 두어 블록 걷다가 보이는 낮선 펍으로 들어갔다. 그날 밤도 혼자서 필름이 끊이도록 마셨다.
다음날 아침 숙취로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정신은 스스로 놀라우리만치 맑았다. 호텔 부근 아침을 하는 식당을 찾아 설렁탕을 한그릇 다 비웠다. 수저를 놓고는 휴대폰의 missed call 리스트를 주욱 첵크해 보았다. 대부분 회사의 직원들로 부터이거나 거래처들 번호였지만 몇개는 아내와 내가 같이 아는 친구 및 지인들 번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중 대다수가 강남쪽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지라 콜 리스트에 있는 그들을 하나씩 찾아 만나 보기로 결정했다.
허나 두번째로 찾아 가 만난 후 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한 결정을 후회 했으며 아직 찾아가지 않은 나머지는 무시하기로 했다. 그날 저녁 혼자 들런 소주집에서는 아마 주인이 더 이상 술 줄 수가 없다고 ㅤㅉㅗㅈ겨나다시피 떠 밀려 나왔던 것 같은 것이 그날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한 주가 흘러 다시 금요일이 찾아 왔을 때 난 자신이 서울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라는데 확신이 서 있었다. 회사에서도, 친구들로 부터도 그 이후로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은서는 계속 전화를 했었지만 나 또한 계속 무시했고 음성, 문자 메시지는 들어오는 족족 다 지워 버렸다.
지난 이틀간은 시내를 많이도 걸어 다녔던것 같다. 퇴근 후 아내와 만나 맛있는 식당을 찾아 팔장을 끼고 즐거운 발걸음으로 걸어 다녔던 보도도, 같이 차를 마셨던 카페 근처 거리도..빌딩들, 차들, 나무들...내가 걸으며 바라 보는 많은 것들이 그녀 눈을 통해서도 역시 보여졌던 것들이었다. 그런 생각은 마치 벌어진 상처에 칼을 가져다 대는 것 처럼 가슴을 에리게 하였다.
어쨌거나 그리 걸으며 나름 정리를 해 보고자 햇던 것들이 도움이 된 것 같았다. 금요일 오후, 스타벅스에 앉아 카푸치노를 마실때는 내 내면은 바람없는 날의 호수 표면처럼 차분하였다. 난 더 이상 아내의 전화를 묵살하지 않기로 했다. 아마도 그녀 역시 일을 제대로 할 수는 없었던 것 같았다. 내 전화를 받고 바로 몇 분안에 그녀가 스타벅스로 들어섰다. 그녀는 약간 피곤해 보이는 기색이 있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지치고 슬퍼보여, 성우씨" 자리에 앉자 그녀가 말했다. "...정말 미안해."
내 입 주변 근육이 미소를 띄울려 하였던 것 같았으나 결국 그건 미소로 이어지기까지는 못했다.
"지난번에 내게 설명을 하고자 했었잖아.. 난 그당시로는 들어 줄 기분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시간을 가졌으니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녀의 눈빛이 살아났다. 하지만 난 손을 들어 올리고는 계속했다.
"하지만 한가지 자기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난 지난 한 주 우리 주변 아는 사람들을 이곳 저곳 찾아 다니며 만났었어. 이야기도 나누고 또 들었어. 여태 몰랐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고.....내게 이야기를 하기 전 그 점을 알고 시작했으면 좋겠어."
그녀의 얼굴이 약간 홍조를 띄었다.
"속이고 넘어가려 하지 않을께 자기. 알잖아 내가 자기에게 거짓말 하지 않을거라는 것...."
그녀를 쳐다보았다.
"하지 않을거라고? 그런 뭣 밟는 소리 할것 같으면 이야기 여기서 그만두자. 자기가 여태 내게 한 말은 전부 거짓 말고는 그 무엇도 아니지 않지 않아? 내가 보기로는 우리 결혼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거짓이었던 것 같어. 아냐?"
그러지 않을려 했지만 상관없이 내 목소리는 올라갔다. 주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우리쪽을 힐끔거리며 쳐다보기 시작했다. 난 다시 의자 깊숙히 몸을 기대었다.
아내의 입술은 파르르 떨렸고 눈물이 글썽한 눈은 곳 울음으로 바뀔것 같앗다.
"자기" 그녀가 소리를 죽이고 속삭이듯 말했다. "내가 한 것들을 자기에게 전부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하지 않은것은 사실이야. 그리고 때때로 내가 어디 있고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해 악의없는 거짓말을 한 적이 있었던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난 언제나 자기를 사랑했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나의 그 어떤 행동으로 인해 자기가 상처 받거나 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항상 나로서 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조심을 했었어. 난 우리 사랑을 배반하는 짓은 결코 하지 않았어."
다시 한번 난 아내의 황당한 논리에 어안이 벙벙해 해야만 했다.
"정말 궁금한게 하나 있어. 그 잘난 "사랑"이란 단어의 의미가 자기한테는 도대체 뭐야? 자긴 마치 그 단어를 자신 내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안전한 곳에 비치를 해두고 필요할 때 마다 꺼집어 내어 사용하는 것 같아서 그래."
내 말이 그녀를 조금 헷갈리게 했던것 같았다.
"날 그런 식으로 비웃지 마, 성우씨. 자기에 대한 내 사랑은 진정이야."
난 한숨을 내어쉬며 손을 위로 벌려 치켜 들었다.
"정말이지 이런..노은서 넌 도대체 누구니? 도대체 어떻게 되먹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으며, 너가 사랑한다는 사람 몰래 뒤로 호박씨를 그렇게 까면서, 어떻게 한번도 아니고 수십 차례, 수백차례 계속하여 스스로의 쾌락을 ㅤㅉㅗㅈ아 다른 남자 밑에서 팬티를 내리고 다리를 벌릴 수가 있고..어떻게 하여 너가 그러는 것이 남편인 내게 크디 큰 상처가 되고 내가 여태 가지고 있던 자기에 대한 사랑을 배신하고 죽이는 짓이라는 것을 이해를 하지 못하는거야, 응...이 미친...."
그녀의 눈이 잠깐 찡그려지더니 곧 더욱 커졌다.
그녀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작았다. "아니야 성우씨.....절대 아니야...내겐 자기밖에 없어...항상 그래왔고 언제까지 그럴거야...자기도 날 마찬가지로 사랑하잖아....그건 아무것도 아니었어...이해해 줄 수 없어? 날 봐 봐..엉망이야..잠도 잘 수가 없고 음식을 먹을수도 일을 할 수도 없어...지난 일주일 내내 자기가 돌아와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무섭도록.... 외로..워..."
고개를 숙이고 내뱉는 그녀의 마지막 부분 말은 잘 들리지도 않을만큼 기어들어가는 웅얼거림 이었다. 완전히 무너져 내린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남자의 어깨위로 걸쳐져 있던 그녀 발의 매니큐어가 보였다. 그녀의 몸이 활처럼 휘며 내지러던 외설스러운 신음만 들릴 뿐이었다.
난 일어섰다.
"미안해 자기..우리의 그 "사랑"은 자기가 죽여버렸어. 그런 이제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둘 다 각기 새로이 시작할 길을 찾아 보아야 할것 같아."
그녀의 얼굴에 나타난 좌절과 경악은 리얼했다. 그녀도 따라 일어섰다. 내가 나가려는 쪽으로 그녀가 두 발자욱 움직였지만 난 그녀를 피해 몸을 옮긴 후 후 어금니를 부셔져라 깨물며 문을 열고 나와 초여름으로 넘어서는 늦봄 거리의 인파에 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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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써보는, 다분히 실험적 글이라 원래 의도가 짧은 단편이었습니다.
그랬던만큼, 처음 글을 올릴 때 마무리가 된 단편으로 올렸어야 했으나 나름 과연 이게 야설로 가치가 있는 글이 될 수 있을 것인지...욕만 실컷 듣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기도 하였고, 마무리에 대한 플롯도 사실 서 있지 않은 상태이기도 했던터라 할 수 없이 글을 나누어 올렸습니다.
원 성격에 맞게 처음 아내의 발견 이후 제대로 에로틱한 부분을 추가로 만들어 넣을 사건 전개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고 그렇다하여 이야기 흐름에 전혀 개연성이 없는 섹스씬을 비록 회상 형식으로라도 어거지로 끼워 넣기가 무엇해서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일단 처음 써보는 글 마무리를 이런 식으로 다소 황망하게 지을려 합니다.
물론, 이것을 도입부 챕터로 하고 좀 더 긴 이야기로 가져 갈 수 있는 말미는 남겨 두었습니다만 제가 관록이 있는 처지도 아니고 또 소재가 그럴 가치가 있을만치 독창적이지도 못한터라 과욕을 부릴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실망을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ㅠ.
새로운 것으로 제대로 된 야설에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자 합니다.
까짓거 한번 써보지 뭐 하고 덤볐는데 너무 우습게 보았네요...작가님들 대단하시다는 것 새삼 느꼈습니다.
아울러, 형편없는 이야기이나마 격려글 주신 모든 분들깨 감사 드립니다. (__)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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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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