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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2:49 778회 0건



"뭐하긴! 얘는... 화장실에서...... 정임이 너 웃긴다."
"호호호... 언니... "
"정임이 너 일나가야 되지 않아? 이렇게 한가하게 있어도 돼?"
"오늘은 스게쥴이 늦게 잡혀서 시간이 있어. 근데 언니! 나 언니 화장실 가서 뭐 했는지 다 안다. 키키..."
"내가 뭐! 뭐 했는데?"
"말해도 화 안 내?"
"말해봐. 내가 뭐 했는지."
"호호호.... 언니 보지에서 뭐 꺼냈지?"
"뭐라! 보지에서....? 얘는 이제 못 하는 말이 없네. 그래. 뭐 꺼냈는데?"
"혹시... 돈 아냐?"
"헉! 돈?"
숙정은 부끄럽고 민망했다. 수치스러워 숨기고 싶었는데 그냥 정임이가 눈치로 알아버렸다.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들은 이제 대화 속에서 서스럼없이 보지라는 말이 쉽게 나왔다.
"그래.... 돈.... 어찌 알았지?"
"나도 며칠전에 그런적 있었어."
"남자들 너무 짖굿어 정말."
"언니! 얼만데?"
"4만원.... 이 돈 어쩌지? 회사에 입금해야 하니? 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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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이라서."
"에게게... 겨우 4만원? 누군지 몰라도 너무 짜. 4만원이 뭐야? 언니 그 남자와 몇 시간 같이 있었는데?"
"몇 시간은 무슨... 하루 종일 그 한 남자와만 있었는데."
"그렇게 긴 시간 있으면서 고작... 너무하다. 그 돈은 언니가 하면돼. 이벤트하느라 수고했다고 주는 팁이래."
"이그... 한심한.... 보지 재주부리고 팀이라고 받아야 한다냐...?"
"그래도 어쩌겠어. 주는데 받아야지...."
"정임아 힘들지? 하루에 이벤트가 몇 번씩 있던데?"
"두세번. 어떤 날은 다섯번도 있었어. 정신없이 바쁘고 장소 옮기는게 문제더라. 몸은 힘이 빠져 노곤한데 급하게 다음 장소로 가야하니."
"그럼... 정임아... 미안한데... 가는데 마다 그거 다 했어?"
"응. 언니 어떤 때는 한 곳에서 여러 남자와 몇 번도 했어."
숙정은 그만 숙연해지면서 표정이 굳어졌다. 정임이가 안스럽기도 했지만, 정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자신이 겪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힘들었겠어. 잠은 모자라지 않아?"
"지금은 방학이라 괜찮은데 애들 개학하면 걱정이야. 일 마치고 새벽에 들어가 씻고 얼마 못 자고 일어나 학교 출근해야 하니."
정임은 고개를 돌려 옷장에서 이것저것 이벤트복을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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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 담고 있는 저 쪽 한 여자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애써 태연한 척 담담하게 말했다.
"어쩌면 좋아 정임아."
"어쩌긴 이제 이 생활도 재미 있던데. 호호호... 언니는 안 그래?"
"난 잘 모르겠어. 오늘이 첨이라서. 겨울 방학... 그래. 우리 애도 방학이라고 집에 혼자 있는데....."
"언니 애는 어느 학교...?"
"XX초등학교."
"어? 우리 학교네."
"몇 학년이야?"
"1학년."
정임은 애 이름이 뭔지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자신도 1학년 담임이었다.
"언니 피곤할텐데 들어가 쉬어야지. 난 시간이 비어 언니 붙잡고 있고 싶지만."
"그래. 전에 말한 그 남자는? 만났어?"
"너무 정신없이 바빠서. 낼은 연락해 볼까하는데."
"그래. 잘 되기를 바랄께. 힘든데 혹시 애인이 되어줄지 알아?"
"언니는! 고마워."
"그래. 수고하고.... 힘들어도 참고."
숙정은 잠시라도 회사 같지 않는 회사에 머무르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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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없었다. 그렇지만 정임을 놔두고 일어서려니 마음이 무거웠다. 자신도 자신이지만 오늘 밤 내내 무엇을 할지 뻔히 알고 있는데. 등을 보이며 대기실 문을 나서는 숙정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정임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현관문을 따고 들어오면서 숙정은
"아들! 잘 있었어?"
엄마 들어오는 소리에 방문을 열고 나와 인표는
"엄마! 오셨어요. 아버지는 아직 안 오셨어요."
"밥은 챙겨먹었니? 점심 저녁 다?"
"네. 먹었어요."
다시 자기방으로 들어갔다. 컴퓨터 게임하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렸다. 숙정은 샤워실로 들어가 옷을 벗었다. 먼저 더러워진 입을 양치하고 뜨거운 물로 몸을 녹였다. 앞으로 수많은 남자들이 유린할 자신의 몸뚱이를 그래도 정성스럽게 비누칠하고 씻었다. 이제 일상이 되어야 할 일들인데 마냥 그기에만 정신을 빼앗겨 있을 수만은 없었다. 자신의 일과가 자신의 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씻고나와 옷을 갈아입고 빨래통의 옷가지를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방 거실 청소를 했다. 애가 먹고 씽크대에 담아놓은 그릇가지를 설겆이 하고 낼 아침에 먹을 국을 만들고 부산하게 움직였다. 몸은 피곤하여 바로 눕고 싶었으나 해야할 집안 일은 많았다. 또 피곤하다며 누워버리면 누가 해줄 것도 아니었고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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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도 들어올텐데 내색하지 않아야 했다.
집안 일을 끝내고 침대에 누웠다. 온 몸이 침대속으로 빠져드는듯 했다 . 오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징글징글한 하루였다. 온 몸에 닭살이 돋았다. 잠에 빠지는듯 하다간 남편 들어오는 소리에 깼다.
"오늘 늦었네요?"
"응. 혁도하고 술 한 잔 했어. 많이는 안 마셨어."
"씻어요."
성대는 샤워하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아내 옆에 누웠다. 남편의 몸이 자신의 몸에 닿자 숙정은 반듯하게 눕고 눈을 감았다. 하루종일 몸을 더럽게 굴리고 지금 아무일도 없었는 듯 남편 옆에 누워있으려니 죄스런 마음이 들었다. 성대가 아내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다간
"여보! 당신 오늘 기분이 많이 다운된 것 같아."
"다운은 무슨... 괜찮아요. 오늘 행사 철수하느라 마치고 좀 바빴어요."
"행사 자주하는 것 같아."
"매출이 떨어지니 이런저런 행사가 많아지는거죠."
"성대 있지? 거래선 새로운 곳 뚫었다는데 앞으로 재미가 좋을거래."
숙정은 그냥 듣고 있었다.
"무슨 이벤트 회사라든데 여자들 야시시한 옷들이 엄청 들어갈거래. 보지 젖 다 보이는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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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젖이 뭐에요? 뭐 그런 말을 써요?"
"밖에는 입고 나가지도 못 하는 옷들 속이 훤히 보이고 심지어 가슴과 그기 아래를 가리지도 못 하는 옷들 말이야. 부부간 섹스시 분위기 업 시킬려고 입는... 뭐라나 섹스 이벤트 속옷이라던데."
숙정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그만
"섹스? 이벤트 속옷이라고요?"
"응. 있잖아. 그 이벤트 회사는 무슨 여자들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데. 앞으로 납품할 수량도 엄청나고 종류도 백가지가 넘는데. 그 옷 입고 할 수 있는 이벤트는 섹스밖에 없다는데."
숙정이 가만히 듣고 있다보니 마치 자기 회사를 말하는 것 같았다.
"세상에 뭐 그런 회사도 있어요?"
"그러게 말이야. 혁도가 지금은 자세히는 모르겠데. 차차 알게 될거라 하면서도 꼭 창녀들 모아 놓은 곳 같더라나. 그런 옷은 인터넷에서 부부나 애인간 즐기려고 사가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하는 판매업자에게 납품해 왔는데 이 이벤트 회사는 판매 목적으로 사는게 아니래."
"혁도씨가 그 회사에 앞으로 납품한데요?"
숙정은 앞으로 상황이 묘하게 꼬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응. 앞으로 돈이 될거라며 자랑하던데. 그 회사에 대해서도 알아본데. 신비스런 회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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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가 무심코 친구 혁도 얘기를 하는데 숙정은 듣고 있다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어찌되는거야? 이 사람 얘기가 뭐야? 혁도씨가 회사에 들랑거리면... 들랑거리면? 에이~ 우리 회사는 아닐거야. 설마."
성대는 아내의 보지를 한 손으로 감쌌다. 도톰한 둔덕이 펜티 속에 감추어져 있었다. 생리대는 없었다. 오랬동안 부부관계를 갖지 못 한 탓인지 금방 좆이 불뚝 섰다 .
"당신 이제 빨갱이 다 쳐부셨어. 이번에는 너무 오랬동안 전쟁을 치른 것 같애."
"오래는 무슨... 무심하게 잠만 잘 자두만요."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녜요?"
숙정은 몸을 돌려 남편 품 속으로 파고들어 남편의 팔에 감싸인 얼굴을 가슴에 묻었다. 남편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자 낮선 남자에게 종일 알몸으로 당한 정신적 육체적 모욕과 피곤함은 온데간데 없이 봄눈녹 듯 녹아내렸다. 남편의 품안이 언제 깨질지도 모르는 살얼음판이었지만 당장은 천국이었다. 숙정은 지금 이순간 아무 생각도 하고싶지 않았다. 지금은 쉬어야 했기 때문이다. 성대는 품안으로 파고드는 아내의 행동이 의아하긴 했지만 아내의 마음 속을 알 수는 없었다. 꼭 안아주며
"당신 오늘 이상해. 몸도 떨고 있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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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떨긴 오늘 좀 피곤해서."
성대는 오랬만에 하고싶었으나 아내가 하고자 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아 선뜻 올라타지 못했다. 숙정은 남편의 발기한 자지가 자신의 몸에 닿아 있는 것을 느꼈다. 살며시 손을 펜티 속으로 밀어넣어 손아귀에 살짝 움켜쥐고는
"여보! 하고싶어요?"
아내가 물었으나 성대는 대답이 없었다. 웬지 내키지 않았다. 숙정은 살며시 남편의 품에서 빠져나와 이불 속으로 얼굴을 파묻고 남편의 자지를 찾아 입에 물었다. 성대는 아내가 하는대로 그냥 놔두었다. 몇 번 빠는듯 하다간 점점 입술에 조이는 힘이 약해지더니 입술의 움직임이 멈췄다. 입은 벌어지고 그냥 좆만 입속에 있었다. 성대는 아내가 측은했다. 하루종일 매장에 서서 손님 응대하며 매출 올려야하는 백화점의 일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정임은 느지막히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11시가 지났다. 어제 밤 늦게 새벽녘까지 낯선 남자들과 변태스런 성관계를 갖은 카니발이 머릿속에 선명했다. 한 30여분 더 뒤척이다 일어났다. 육체적으로 심하게 피곤했던 탓인지 깊은 잠을 잤다. 일어나니 몸이 한결 좋아졌다. 한겨울 햇볕이 유리창문을 파고들어오는 따스하고도 아늑한 자신만의 공간인 좁은 방 안이 쉴 수 있는 유일한 도피처였다. 간단히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고 아무렇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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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이 약간씩 비치는 잠옷을 입은채 식탁에 앉아 있었다. 하얀 김이 커피향을 머금고 피어나는 잔을 입술에 갖다대었다. 포식자에게 놀라 쫓겨 황급히 자신의 굴 속으로 파고들어 할딱이는 숨을 몰아쉬며 안도하는 한마리 토끼 같았다. 정임은 몇 날을 망설이던 전화를 걸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생활이 급격히 바뀌기 전엔 남자에 대해 특별히 생각하지 않았다. 남자가 있어야 되고, 혼기는 되었지만 결혼을 해야한다는 압박감도 가지지 않고 지냈다.

성대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 자기 책상에서 이것 저것 서류를 살펴보고 있었다. 급히 나가야할 스케쥴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무심코 주머니에서 꺼내 귀에다 대고
"여보세요? 홍성댑니다."
"여보세...."
"누구시....죠?"
"......"
성대는 귀에 익은 목소리는 아니지만 가냘프게 들려오는 한마디에 누군지 금방 알았다.
"아! 아가씨?....."
정임은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고
"저에요. 정임이라 해요. 우정임......."
"아! 그래요. 우정임씨? 누군지 알고있어요. 전화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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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성대는 몇 마디 더 주고받고는 전화를 황급히 끊고 사무실을 나왔다.
"드디어 연락이 왔어. 이름이 정임이라 했지. 우정임? 얼굴 몸매 이름 어디 안 이쁜 곳이 없어."
성대는 입이 자인장 바소쿠리 만큼 커졌다.

정임은 전화를 끊자마자 급히 엷은 화장을 하고 약속한 거리로 나갔다. 남자가 필요했다. 세상 모든 남자들에게 사람 대접을 못 받고 몸과 정신을 유린당하며 섹스의 수단에 불과한 자신을 또 다른 남자 누구에겐가 위로를 받고 싶은 심정이 절실했다. 잠시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저 쪽에서 승용차 한 대가 차선을 바꾸며 다가와서 정임이 서 있는 앞에 멈췄다. 차문이 열리고 깨끗한 정장 차림의 한 사내가 급히 내렸다. 성대였다.
"정임씨! 타시죠? 날씨가 너무 춥군요."
정임은 성대가 차문을 열어주는 앞 좌석에 탔다. 이미 몇 번 만난적도 있었고 이 차도 타봤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았다. 성대는 차 앞으로 돌라 운전석에 타고는 차 문을 닫았다.
"점심 식사는 하셨어요?"
"네. 집에서 먹고 나왔어요."
"정임씨라 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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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정임씨 전화 정말 많이 기다렸습니다."
"호호... 그러셨어요? 전화 안 했음 어쩔뻔 했어요?"
"집도 어딘지 아는데 쳐들어갈까 생각도 했습.... 하하...."
"쳐들어...? 호호호....."
정임은 정말 오랬만에 웃어보는 웃음이었다. 일부러 쾌활하게 보일려하는지 아니면 이 남자가 맘에 들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성대는 옆으로 정임을 쳐다보며
"반갑습니다. 전에는 힘들어하는 모습 같았는데 지금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런거죠?"
"그때는 몸이 좀 안 좋았었어요. 지금은 괜찮아요."
"어디로 갈까요?"
"저는 아는데가 없는데..... 어디든지...요."
성대는 차를 몰아 천천히 다른 차들이 달리는 틈새로 파고 들었다.
"제 이름은 아시죠? 홍성대....."
"알고 있어요. 명함에서."
"우리 어디로 갈까요?"
성대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도무지 몰랐다.
"우리....? 그래요. 그냥 아무데나... 달리는 차 안이 좋네요."
성대는 정임을 집 근처에서 태우고 서로 갈 곳을 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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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은 탓에 그냥 핸들 돌아가는대로 달리다간 신호가 걸리면 서고 또 달리느라 시내를 좀 도는듯 했다. 정임은 이렇거나 저렇거나 상관이 없었다. 자신을 몸을 유린하는 남자가 아님에 안심이 되었다. 약간씩 흔들리며 딸리는 차안의 따뜻함이 정임의 몸을 녹이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 특별히 밖을 볼 이유도 없었지만 그냥 시선은 차창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 차가 달리는 방향이 공교롭게도 정임이 아세브로 근무하는 회사 건물이 있는 쪽이었다. 우측 저 앞에 건물이 보였다. 끔찍하고도 소름끼치는 유령의 건물임에 틀림이 없었다.
"아...! 오늘 밤.. 또 저기 들어가서.... 어딘가에서... 또.... 그 난잡한...."
사거리에 접어들어 회사건물을 우측에 두고 좌회전 하기위해 1차선에 멈춰섰다. 정임은 증오에 찬 눈빛으로 그러나 두려움에 떨면서 고개를 돌려 건물 입구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어? 누구야? 숙정 언니? 왜 이제 사무실로 들어가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숙정을 발견했다. 차는 좌회전 신호를 받고 돌아 출발하고 있었다. 정임은 안타까운 듯 숙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간 방향이 뒤틀려 시야에서 떨어져버렸다. 성대는 아내 숙정을 보지 못 했다. 이 시간에 여기 있을 턱도 없고 지금 이 순간 아내는 생각나지 않았다. 정임이가 본 숙정의 위치는 성대의 운전 시야의 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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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였다. 성대는 운전하다 옆좌석 정임을 바라보며
"누구... 아는 사람 있어요? 누굴 본 것 같은데."
"아.. 네. 그냥....."
성대는 차를 달려 시내를 벗어나고 있었다. 특별히 갈 곳도 없었고 정임도 어디로 가자 어디로 가느냐 묻지 않았다. 그냥 달리는 차에 몸을 싣고 악몽에서서 헤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너무 멀리 나가면 안 되요. 저녁에 어디 나가는 곳이 있어요."
"아.. 그래요? 이제 1시 약간 지났는데 저녁이면 몇 시에요?"
"6시 정도....."
"알았습니다."
성대는 차를 몰아 5번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비슷한 시간, 숙정은 오전에 한 이벤트를 치르고 몇 시간의 공백이 생겨 사무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 시간에도 자신과 같이 아세브 명찰을 단 여자들이 많았다. 엘리베이터 안이 콩나물 시루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여자들이 탔다. 숙정은 그런 여자들 틈바구니에 자신이 같이 있어야 하는 현실이 짜증났다.
"씨발 가시나들은 이 시간에 회사에 왜 이렇게 많아. 씹이나 하러 안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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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정은 젤 안 쪽으로 비집고 들어가 서있었다. 문이 닫히려는데 저 쪽에서 한 남자가 큼직한 가방을 들고 쫓아오고 있었다.
"잠깐만요!"
젤 앞 사람이 오픈 버튼을 누르고 기다려주었다. 숙정이 물끄러미 그 남자를 보고있노라니 쫓아 오는 사람은 혁도였다.
"아악! 혁도씨가?... 왜?.. 왜?"
숙정이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여기서 마주치면 절대로 안 되는 일이었다. 숙정은 황급히 아세브 명찰을 손으로 감싸쥐고 엘리베이터 모서리에 돌아서서 들키지 않게 딱 붙어섰다.
"감사합니다."
숙정은 목소리가 분명 혁도임을 알아차렸다. 혁도는 안으로 들어왔고 문은 닫혔다. 혁도는 출입문 쪽으로 보고 서 있어서 다행히 서로 등을 마주하고 있어 들킬 일은 없었다. 숙정은 가슴이 방망이질을 하며 터질 것 같았다. 자신이 여기에 있음을 절대로 알아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남편의 친구, 혁도를 피할 수 밖에 없고 반드시 숨어버려야 하는 자신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혁도씨가 왜 우리 회사에 온단 말이냐? 어쩌면 좋아?"
혁도는 엘리베이터 안을 두리번 거리더니 곁눈질로 옆에 여자들을 보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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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말 여자들 많네. 전부 늘씬하고 이쁘네."
이쁜 여자들 틈새 서 있으려니 좀 뻘쭘하여 자신을 내려다 보다간 옆 여자에게 물었다.
"사장실은 몇 층이죠?"
옆에 사람이 말없이 층 버튼을 눌러줬다.
"목소리 저 목소리 혁도씨가 틀림없네. 그 이벤트복을 납품한다더니만... 그거야?.... 어쩌면 좋아... 그럼 자주 오겠네."
조금있으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혁도는 앞만 보다가 내렸다. 그러나 숙정은 돌아서 있었으니 혁도가 내렸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분명한 것은 사장실을 찾았으니 자신 보다 먼저 내리는 것만은 분명했다. 몇 번이나 서고 문이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했다. 숙정은 도대체 지금이 몇 층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혹시나 얼굴이 마주칠까 불안하여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다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몇 명의 여자들이 내리는듯 했다. 획 고개를 돌려보니 남자는 없었다. 자신이 내려야 할 층 대기실이 있는 층이었다. 숙정은 먼저 내리는 여자들을 따라 문이 닫히려는 순간 급히 내렸다.
"아.... 간 떨어지는 줄 알았어."
대기실로 들어서니 458번 언니가 있었다.
"어서와. 숙정."
"언니, 저 들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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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수고했지? 다음 이벤트는 4시지? 시간이 많이 남았네. 쉬지. 그동안."
"네. 언니.... 그런데 시간이 이렇게 중간에 빌 때가 많아요?"
"아냐. 거의 비는 시간이 없이 풀로 돌아가는데 계약한 손님이 연락을 하면 오라 했거든. 근데 아직 전화가 안 와서."
"중간에 변경되는 거는 어떻게 알아요? 난 언니 전화 받고 알았는데."
"그건 우리 대기실 아세브 스케쥴을 관리하는 직원이 있어. 그 직원이 수시로 변경되면 변경된 사실을 알려주는데 지금은 내가 458번이거든. 내가 그만 두고 나가면 그땐 직접 숙정이 한테 연락이 바로 올거야."
"아... 네."

혁도는 지난번에 카타로그만 들고 와서 사장과 면담했었다. 일이 잘 성사되어 오늘 샘플을 가지고 다시 방문하기로 약속이 되었다. 여성 속옷 란제리 코스프레복 각종 이벤트복 등등 100여벌이 넘는 옷가지를 가방에 차곡차곡 넣어왔다. 옷이란게 그렇고 그런 옷이어서 부피가 얼마되지 않아 100여벌이 넘어도 가방 하나에 넣고 한 손으로 들기에 충분했다. 사장실에 들어서니 먼저 부속실이 있었고 비서로 보이는 여직원 한 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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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뵈러왔습니다."
"어디서 오셨다고 말씀드릴까요?"
"로드 무역 김혁도라 하십시요."
여비서가 인터폰으로 전하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사장실 문을 열어주었다.
"들어가셔요."
"아. 네! 고맙습니다."
혁도는 사장과 사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준비해온 옷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런 회사 사장이라 해서 산도적 같이, 음흉한 늑대 같이 그렇게 생겨먹을 것 같았으나 전연 아니었다. 수려한 외모에 깨끗한 이미지의 정장 차림 30대 후반 40대 초반 쯤 되어보이는 남자였다.
"첨 보는 스타일이 많군요."
"우리 나라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것은 대부분 제가 공급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것들은 사장님께 특별히 드리기위해 제가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샘플로 제작한 것입니다. 기존 판매되는 것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새로운 디자인들이죠."
"첨엔 김사장님의 가격이 매력적이어서 거래하기로 맘 먹었는데 실재 물건을 보니 디자인이나 스타일이 멋지군요."
"그렇습니다. 사장님! 마네킹이라도 있으면 입혀놓고 보면 훨씬 좋을텐데 아쉽군요."
"마네킹이라... 한 번 입혀볼까? 남자들이 보고 홀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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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는 되겠는지...."
사장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마네킹 있으면 지금 바로 입혀보시죠. 여성의 신비스런 곳을 더 자극적으로 연출하기에 충분할 겁니다."
"마네킹이라... 마네킹 보단 여자가 직접 입어보는 편이 낫겠죠."
"직접요? 지금? 여기서!?
사람이 있으나 없으나 사무실 어디서든 필요하면 언제든지 아세브 아무나 불러 할 수 있는 아주 일상적인 일이며 특별할 것 하나도 없는데 혁도는 저어기 황당했다. 자신이 있고 사장이 있고 그렇게 남자들이 있는 여기 확트인 사무실에서 여자가 옷을 벗고 알몸에 이걸 입어본다는 것인가? 결국은 대량으로 사는 이 옷들을 많은 여자들이 입을거고 입고나면 섹스 밖에 더 있겠나 싶어도 현재 상황은 황당 자체였다. 사장이 자기 회사를 솔직히 말하지 않고 있으니 혁도는 짐작만 할 뿐이었다.
"김사장님! 당황하셨습니다? 하하."
"당황했다기 보단.... 에이~ 사장님 농담이시겠죠. 하하."
두 사람은 서로 웃었다. 사장은 혁도의 말에 대답은 않고 빙그레 웃으며 인터폰을 눌러 비서에게
"여기 옷 입어보게 아세브 하나 불러!"
"네. 사장님!"
비서는 조교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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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도가 사장과 비서간의 간단한 인터폰 통화 내용을 듣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두 사람간 잠시 말이 없다가
"사장님! 사장님 회사가 신비스러운 느낌이 드네요. 사옥에 들어서니 늘씬한 절세 미녀들이 엄청 많든데요?"
"하하... 이제 김사장님도 저희 회사에 자주 방문하게 될테니 차차 알게 되겠죠."

숙정은 458번 언니에게서 이런 저런 얘기를 듣고 있었다.
"지금은 내가 하라는대로만 하면 되지만 내가 그만두면 숙정이는 우리 대기실 담당 조교가 있어. 스케쥴 관리하는 직원 말고 그 사람 지시를 받게 돼. 우리는 그 사람을 조교님이라 불러. 지금은 458번 한 포지션에 숙정이와 나 두 사람이니 내가 받는거고."
"그 조교는 어디 있는데요?"
"12층에 조교님들 사무실이 있어. 아세브 대기실이 20개 가까이 되니 조교님들도 그 숫자만큼 많아. 조교님들이 우리 아세브들을 관리하시는거지."
"우리를 관리해요?....우리 조교는 누군데요?"
"조교님은 전부 남잔데 우리 대기실 조교님만 여자야. 며칠전에 회사 인사 발령나서. 이름은 이상은이야. 나이는 어린데 성격이 깐깐하고 못 됐기로 소문이 났던데."
"이상은! 이상은요?"
"응. 아는 분이야?"
449



"아뇨. 안다기보단......"
"내가 아는 상은은 어리고 마냥 여리게 보였는데 내가 알고 있는 상은이가 아닐지도 몰라. 그런 애가 무슨 살벌한 조교를 할 수 있어? 아냐! 내가 잘 못 알고 있을거야."
"언니! 혹시 조교 이상은이 전에 관리부에 있던 여직원?"
"맞아. 그 분이야. 근데 숙정이 넌 어떻게 알아?"
"아.... 아는 건 아니고요. 신입 교육 때 실습을 관리부로 가서 알았어요."
"그 경황없는 실습 시간에 그 사무실에 누가 있었는지도 살폈어? 난 교육 때 처절하게 당하는 것에 정신이 팔려 아무 것도 몰랐는데."
"살핀게 아니고 정신이 있었는 것도 아닌데.... 언니! 앞으로 근무하면서 조교에게 간섭 많이 받게 되는가요?"
"가끔씩은. 근무 태도가 불량하면 조교실에 불려가서 개별적으로 교육은 받게 되지."
"근무 태도 불량이라면......?"
"이벤트 때 주인님 기분 못 맞춰주면 그게 근태 불량이지. 일할 때는 시키는 일만할게 아니라 적극성을 보이며 알아서 해야 남자들이 좋아해. 일이라... 우리들에게 일이란게 뭐 있겠어? 그냥 발가벗고 보지 학대하고 학대 당하는 거겠지만... 가끔은 진상을 만나면 보지가 헐겁다느니 병들어 더럽다느니 괜히 트집을 잡아 회사에 컴플레인 건다니깐. 다른 주인님들은 내 보지가 다 쫀득쫀득하고 꽉꽉
450



쪼여주는 맛이 멋지다 하시는데. 그렇게 전화오면 조교님께 불려가 교육을 받게 되는거지."
"교육요?"
"그래. 교육... 뻔한거 알잖아. 이젠 숙정이도."
숙정은 기가 찼다.
"지금은 숙정이가 뭘 몰라 조교... 이상은... 하는데 우리끼리 말 할 때도 조교는 조교님이라 부르고 이름은 못 불러. 우린 조교 앞에선 사람이 아니야. 그냥 보지 내놓고 아양 떠는 개 정도이지. 시간이 지나면 그냥 자신을 인정하고 행동도 말도 달라질거야."
숙정은 언니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참담했다. 그러고 보니 언니가 말 할 때 항상 조교님 주인님 이라하며 말하고 있었다.
언니가 말하는 중에 대기실 전화 벨이 울렸다. 458번 언니가 전화를 받았다.
"네! 네. 오숙정이를요? ..... 네. 지금 있어요. ..... 네... 네! 알았습니다. 조교님! 보내드리죠."
458번 언니가 전화를 끊고 다시 숙정이 한테로 왔다.
"숙정아! 방금 조교님한테 전화왔는데 널 사장님실로 보내란다. 지금 빨리 가봐."
"사장님실에요? 그긴 왜요?"
"가끔씩 있었어. 우리 이벤트 때 입는 옷 말야. 새로 들어올 거 사장님과 납품 회사 사람 앞에서 입어보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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