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he Game ~ 악몽의 시작
~ ???
어둠, 이토록 어두운 어둠을 본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 눈 앞에는 짙은 어둠이 깔려있다. 내 앞뒤, 양옆은 물론 하늘, 심지어는 바닥마저 아무것도 안보여서 뭔가에 발을 디디고 있는 느낌이 없다면 나는 지금 하늘에 떠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나는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 나는 내 기억을 떠올려본다. 아침 일찍부터 회사에 출근... 일에 시달리다가 거래처 사장들에게 접대를 하기 위해 회사를 나가는 모습, 본격적으로 시작된 술파티, 그리고 룸으로 들어오는 여자들... 모텔에서 자신을 로즈라고 칭한 여성과의 침대에서의 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아내의 이마에 키스를 한 후 잠들었다... 머리속에 남아있는 기억을 떠올리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속에서도 나는 두려움보다는 단순히 내가 꿈속에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자각몽, 있어보이는 말로는 루시드드림(Lucid Dream)이라고 불리는 현상... 예전에도 몇번 경험해봤기에 나는 이 이상한 상황을 그저 꿈이거니, 라고 생각할 뿐이다.
어떤 흥미로운 꿈일지 기대하면서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에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어차피 앞에 낭떠러지지가 있어서 죽음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꿈이니까 상관없겠지, 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한다. 꿈속에서 죽기 전에 잠에서 깨어난 것이 한두번도 아니고...
갑작스럽게 내 앞에서 불어오는 따뜻하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미묘한 바람을 느낀다. 이건 뭐지, 라는 생각보다 그 바람같은 것이 내 피부에 직접적으로 맞닿은것같은 느낌에 나는 몸을 더듬어본다. 맙소사, 나는 알몸상태였다. 그것도 팬티마저 벗고있는 상태... 혹시 내 잠재의식속에 노출증이 숨어있었던걸까... 나한테 그런 취미가 있다, 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헛웃음을 한번 짓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 내가 얼마나 걸었는지조차 감이 잡히질 않는다. 얼마나 걸었을까... 앞에서 웅성웅성대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이 있는걸까... 그리고보니 사람들이 모여있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내 주변에 서있는 사람들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한다. 눈이 어둠에 적응한것이 아닌, 어둠이 내 눈에 적응한듯한 느낌으로 어두운것은 여전했고, 사람들의 얼굴을 정확히 볼 수는 없었지만 그들도 알몸상태로 있다는것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의 선명한 모습을 볼 수 없다는것이 이렇게 다행일 수 없었다. 남의 물건을 보고싶진 않았으니까...
꿈이기도 하고,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것같아서 나는 숨을 죽이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다린다. 하지만 내 인내심이 슬슬 바닥날때쯤... 눈부신 어둠이 머리 위쪽에서 비쳤다. 그 갑작스러움에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놀랍게도 두 명의 여성으로 보이는... 아니 별로 사람같지 않아보였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지나치게 아름다운 두 여성이 마치 하늘을 걸어오고 있었다.
하늘을 걷는다... 꿈인것을 알고 있는 나조차도 뺨을 꼬집어 이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몸은 내 명령을 듣지 않은채 그대로 경직되어 그녀들을 바라볼 뿐이였다. 뭐가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하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없는지 그녀들의 등장을 열렬히 환영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의 복장, 특히 앞서서 걷고 있는 여성의 복장을 보고나서야 그들의 환호소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브레지어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브레지어는 보이지 않고, 어떻게 붙어있는지 모를 검은색 원형 천만이 그녀의 유륜을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고작 그녀의 갈라진 부분만을 가리고 있는 끈팬티였다. 게다가 그 아슬아슬한 끈 주변에는 보통 있어야 할 털이 보이질 않았다.
"백보지인가... 취향 참..."
노출증환자나 다름없는 여자와 달리 그녀의 뒤를 따르는 여성은 너무나도 무난한 차림이였다. 앞선 여자와 대조적으로 순백색의 무녀복차림... 게다가 도발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앞선 여자의 모습과는 달리 너무나도 청순한 외모, 노출이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는, 하지만 노출도 없고 몸에 딱 달라붙지는 않지만 그녀의 몸매를 숨길 수는 없었다. 그런 두 여자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다. 그녀들이 남자들이 모여있는 아래쪽을 쳐다보면서 말을 했다.
"다들 정숙해라. 아스모데우스님이 오셨다."
뒤따르던 여자의 청순한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칼칼한 목소리에 이질감을 느끼면서 나도 모르게 입을 더욱 굳게 닫는다. 그리고 그것은 나만 그런것이 아니고 다른 남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호호호... 프쉬케. 너무 힘준거 아니야?"
"면목없습니다. 아스모데우스님..."
아스모데우스와 프쉬케...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같았다. 어디서 들어봤지...? 나는 머리를 최대한 돌리며 그녀들의 정체를 떠올려보려 했다. 하지만 꿈속이라 그런지 내 뇌는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는것 같았다. 다시 한번 아스모데우스라고 불리는 여성이 매혹적인 웃음을 날리고는 말을 했다.
"쾌락의 궁전에 온걸 환영하지 인간들아. 나는 쾌락의 악마 아스모데우스. 너희들이 시험에 든 것을 축하한다."
그녀의 입에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악마라니... 판타지도 아니고, 게다가 시험이라니. 저건 또 무슨 헛소리인지... 그렇게 느낀것은 나만이 아닌듯, 주변의 남자들은 웅성웅성대며 욕을 하기 시작했다.
"뭐야, 존나 쌔끈하다 생각했더니 악마같은 헛소리나 하네. 저년 돌았나?"
"어이! 거기서 헛소리하지 말고 나랑 빠구리나 한판 하지그래. 하하하."
회롱끼가 가득 섞인 남자들의 모욕적인 말투. 듣는 나도 얼굴이 붉어질 정도니 아마 그 말을 직접 듣고 있는 아스모데우스라는 악마는 얼마나 수치스러울까, 라는 생각이 든다. 뭐... 저정도로 자극적인 옷을 그대로 남자들에게 드러낸 저 악마의 잘못도 없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하지만 그녀가 그런것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듯, 오히려 뒤에 있는 프쉬케라는 여자가 분노의 말을 날렸다.
"인간처럼 미천한 존재가 감히 아스모데우스님께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
"호호... 프쉬케. 괜찮아괜찮아. 이런게 한두번도 아니고."
"하... 하지만... 아스모데우스님..."
"인간이란 그런 존재야. 자신들을 만물의 영장이라 생각하질 않나, 지구의 주인이라 생각하질 않나... 뭐, 하긴... 다들 내가 악마라는 사실을 믿지 않는것같으니 조금 보여줄 필요도 있어보이네. 그럼 어디..."
아스모데우스가 손을 한번 휘두르자, 내 오른쪽에 있던 남자의 얼굴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내 눈은 이미 주변을 볼 수 있을만큼은 다 볼 수 있는 상태였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는듯 아스모데우스가 뭔가를 저지른듯한 그 남자의 고통스러운 얼굴색을 보고는, 두려움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아악!! 제발!! 제발!!!!"
"후후... 인간. 아직도 내가 악마라는 사실이 안믿겨?"
"아악!! 믿어!!! 믿을게!!! 그러니까 제발... 아악!!!!"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파악을 하지도 못했는데 갑작스럽게 고통받던 그 남자의 물건에서는 희뿌연 정액이 튀어나와 그 남자의 앞에 있던 남자의 가슴에 뿌려졌다. 나도, 사정을 한 그 남자도, 가슴에 난데없이 남의 정액이 뿌려진 남자도,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다른 남자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이성적으로 믿을 수 없었고, 놀란 눈으로 자신을 악마라고 칭한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호호... 너희의 두려움에 가득찬 눈은 언제봐도 참 마음에 들어. 꿇어라. 인간들이여."
나를 포함한 남자들은 뭔가에 홀린듯 무릎을 꿇었다. 내가 왜 무릎을 꿇는지는 모르겠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질 않지만, 마치 내 몸이 지금 무릎을 꿇지 않으면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수도 있다, 라고 말을 하는것 같았다. 생존본능이란 것일까...
"후후... 너희들이 반항하는 모습을 보는것도 즐겁긴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이야기를 진행할 수 없으니까. 그래. 아무튼 이제부터 하는 말을 잘 새겨듣도록 해. 여기 모인 남자는 모두 72명, 너희들은 이제 시험에 들게 될거야. 뭐, 너희들의 언어로는 일종의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지."
"... 뭘 시험하시는거죠...?"
누군가의 질문. 하지만 그의 질문에는 공포가 잔뜩 배어있고, 어느새 말투로 존댓말로 바뀌어있었다. 나도 궁금했던 질문이였다. 무슨 시험이란 말인가. 아니... 애시당초에 꿈에서 웬 시험이란 말인가. 시험을 통과하지 않으면 꿈에서 깨어날 수 없다, 뭐 이런건가... 이런 궁금증으로 가득할때즈음, 아스모데우스가 말을 했다.
"여기 모인 너희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지. 다들 결혼한 남자들이라는 것... 그리고 다른 인간들이 볼때 너희 부부는 서로를 너무나도 아까는 부부관계라는 것... 인간... 특히 너희 한국인들의 언어로는 그걸 아마 잉꼬부부라고 한다지? 후후... 너희들은 다들 너희들의 부인을 사랑하나?"
"......"
남자들은 말이 없었다. 나 또한 거기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있었다. 뭐, 당연한걸 굳이 뭣하러 대답하나... 이런 생각이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결혼할 이유도 없었다. 실제로 나는 내가 결혼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지금의 내 부인을 만나지 못했다면... 내 생각을, 아니 우리들의 생각을 읽은 것인지 아스모데우스가 말을 이어나갔다.
"뭐, 좋아. 아주 좋아. 내가 시험할 내용은 너희들이 부인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이 시험의 모토는 이른바 뺏거나, 뺏기거나, 믿거나. 이 3가지야. 너희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1년... 1년의 시간동안 너희들 중 누군가가 다른 참가자들의 부인을 뺏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다른 참가자들 모두에게 부인을 뺏기거나, 혹은 다른 참가자들이 서로의 부인을 탐하고 자신의 부인이 다른 남자와 몸을 섞는것을 보면서도 그것을 견디고 견디며 1년이란 시간을 보내면 시험을 통과하게 되지."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내용 자체가 말이 되질 않았다. 버젓이 아내가 있는데 왜 굳이 다른 여자를 탐하며, 왜 내 아내를 뺏겨야한단 말인가. 아스모데우스의 말에 분노를 느낀것은 나만이 아니였다는듯 남자들은 웅성웅성대기 시작했다. 72명의 남자들이 모여있다보니 모두가 나처럼 속으로 말도 안되는 시험이라고 생각하는것은 아니였다. 흥분에 가득찬 말투로 어떤 남자가 그녀에게 외쳤다.
"마... 말도 안되!! 나는 그 시험을 거절한다!!"
"옳소!! 악마의 시험이라고 하더니 정말 악마같군!!"
"조용조용~~ 미안하지만 너희들에게는 이 시련을 거절할 권리가 없어. 무조건적으로 참가하게 되어있지."
"거절한다면?"
"이봐이봐. 잘 들어봐. 이 시험을 통과한다면 내 능력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너희들의 소원을 들어줄 생각이야. 어때? 시험의 대가치고는 화끈하지 않아?"
"네 말이 진짜라는걸 어떻게 믿지?"
"악마는 거짓말을 할 수 없어. 뭐...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지만... 호호호..."
"예... 예를들면 부자가 되게 해주세요? 라는 소원도 가능한가?"
"... 그런 소원은 너무 추상적이야. 소원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부자의 개념이란건 상대적인거니까. 예를들어 세계 1위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되게해달라거나, 전세계의 돈을 전부 자신의 재산을 해달라거나, 이런 부탁이라면 가능하자."
역시 사람들이란... 돈에 대한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는 말에 혹한듯, 아까까지만해도 화를 내던 사람들도 지금은 수그라들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소원... 소원이라... 난 굳이 소원같은거 들어줄 필요 없는데... 그냥 회사에서 조금만 덜 시달렸으면 좋겠다, 이정도? 이정도의 소원은 너무 소박한가? 내가 내 소원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사이 내 주변 사람들은 그 시험에 대해 잔뜩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을 담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는 그 대답에 답을 해주기라도 하듯 말을 이어나갔다.
"대신 너희들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조건이 있어. 우선 너희들은 여기서 나에게 보고 들은것을 일체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면 안되. 물론 현실에서 너희 참가자들끼리는 마음껏 의견을 주고받아도 상관없지. 하지만 참가자들이 아닌 사람, 물론 너희들의 부인도 포함이야.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한 순간 너희들은 탈락하게 되지."
즉... 비밀을 지키라는 말인가? 뭐... 말을 할 생각도 없다. 이딴 꿈얘기를 함부러 말하고다니면 미친사람 취급 받겠지. 변태로 취급받거나...
"그리고, 아무리 너희가 아무리 참가자들의 부인을 뺏어야한다고해도, 절대로 강간을 하면 안되. 강간은 다른 부인을 뺏은걸로 인정되지도 않을뿐더러, 강간을 한 순간 탈락하게되지."
휴... 다행이다. 혹여라도 이 사람들중에 어떤 미친놈이 강제로 나의 아내를 범할 일은 없으니...
"또, 뺏고 뺏기다보면 이중에 소유욕이 강한 인간은 분명 흥분을 해서 다른 참가자들을 죽이고 싶어질거야. 그럼 안되겠지? 재미가 없으니까. 호호호... 그러니까 너희들, 참가자들끼리의 폭력 또한 금지."
폭력... 살면서 나는 사람을 때려보거나 한적이 없다. 아마 앞으로도 사람을 때릴 일은 없겠지...
"물론, 폭력은 너희 참가자들끼리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야. 너희들은 1년동안 절대로 너희 부인에게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되. 게다가 설령 너희 부인들이 다른 참가자들과 육체적인 관계. 아, 섹스라는 표현이 있었지. 어쨋든 너희 부인이 다른 참가자와 섹스를 하는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너희 부인들에게 그 사실을 추궁해서는 안되. 게다가, 너희 부인과의 이혼도 할 수 없어."
... 나는 점차 눈쌀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이 애들도 아니고... 그녀의 말은 마치 우리들 중 누군가는 남의 아내를 강간을 하거나, 사람을 때리거나, 아니면 이혼을 쉽게 생각하는 짐승같은 놈들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해. 너희들 중 누군가가 다른 참가자들의 부인을 뺏는 순간, 그 사람의 시험만이 끝나는게 아니라 모두의 시험도 끝나. 쉽게 생각해서 누구 하나가 먼저 시험을 통과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시험에서 탈락하게 되는거지. 호호..."
"아... 악마!! 시험에 통과했을때에 대한 말만 했는데, 시험에서 탈락하면 어떻게 되는거지?"
"아아~ 그거? 궁금해할줄 알았어. 후후... 너희들의 경우 시험에서 탈락하게 되면 그 자리에서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느끼고, 너희들의 영혼이 소멸해. 소멸이야 소멸. 윤회따위는 없어. 다음 생애도 없어. 그냥 그 자리에서 너희의 영혼은 그대로 끝나는거야. 끝. 짜릿하지 않아? 호호호..."
영혼... 영혼이라... 게다가 윤회라니... 정말 존재하는거였나? 어쨋든 다음생애고 뭐고간에 그대로 죽음을 맞이한다면 정말 허무할것같다.
"아, 참참. 시험이라고 해놓고서 내가 아내를 뺏은게 맞는지, 아니면 내 아내가 뺏겼는지를 확인하지 못하면 섭섭하잖아? 그래서 너희의 양 손에 각각 정복의 증표와 믿음의 낙인이 찍히게 될거야. 정복의 증표는 말 그대로 너희가 아내를 뺏으면 한줄씩 너희의 오른손 손등에 새겨지는거고, 믿음의 낙인은 너희 아내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할때마다 왼손 손등에 새겨지는거지. 참고로 정복의 증표는 새겨지면서 엄청난 쾌락을 함께 선사해줄거고, 믿음의 낙인은 새겨질때 엄청난 고통을 함께 선물하게될거야. 호호... 흥미롭지? 참고로 이건 참가자들끼리만 확인할 수 있는거니까,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어쩌지, 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
"아스모데우스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알았어 알았어, 보채지마 프쉬케. 아무튼 너희가 탈락할 경우 부인들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지 않아?"
"......"
부인...? 이건 우리들에게만 해당되는 시험 아닌가? 나는 왜 내가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다고해서 아내까지 피해를 봐야된다는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가뜩이나 남한테 아내를 뺏긴다는 상상만을 하더라도 몸에서 소름이 돋을정도로 기분이 나쁜데...
"만약 너희가 낙인이나 증표를 가진 상태에서 시험에 탈락하게 될 경우, 뭐... 아내들에게는 딱히 달라지는건 없어. 다만, 너희가 낙인이나 증표가 없는데도 시험에서 탈락하게 되면... 쾌락의 늪이라는 곳으로 가게 되지. 자, 다들 너희 발밑을 봐봐."
그녀의 말에 우리들은 우리의 발 밑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우리 발밑에 당연히 있어야 할 땅이 사라지고, 아니... 우리 발밑에 있었던 것은 투명한 유리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투명한 뭔가의 너머로 옷을 헐벗은 여자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여자들은 사람인지 악마인지 모를 무언가들에게 윤간을 당하고 있었다. 입, 보지... 그리고 항문마저... 그녀들의 구멍을 탐하는 물건들은 두꺼운것을 넘어서 저게 어떻게 들어가나 싶을 정도로 거대한 물건들이였다. 그리고 그녀들의 몸을 뒤덮은 진득한 액체들... 설마 내가 잘못하면 나의 사랑스러운 아내도 저꼴을 당하게 된다는 말인가...
"호호... 어때? 멋지지? 여태까지 나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남자들의 부인들이야. 후후... 그녀들은 모두 적게는 5년, 길게는 3천년동안 저곳에서 남편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죄를 영원히 갚게 되지. 뭐... 죄를 대신 갚는건지 쾌락에 빠져서 허우적대는건지 헷갈리지만... 호호호호호..."
"잔인해!! 잔인하다고!!"
"뭐, 아내를 저렇게 만들기 싫다면 너희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어. 시험에서 무사히 통과하든가, 아니면 징표나 낙인을 가지든가. 징표나 낙인이 있다면 너희들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부인들만은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니까. 후후... 참고로 걱정하지 마. 너희들중에 아무도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1년의 시간이 지나면 너희 참가자들에게 있었던 일은 모두 무효가 되니까. 다만 너희 부인들은 그저 졸지에 남편을 잃은 신세가 될 뿐이겠지. 후후... 아, 걱정하지 않아도 되. 최악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1년동안 너희 부인들은 절대로 임신할 일은 없을테니까."
"아스모데우스님... 시간이..."
"그렇구나... 후후... 인간들아. 그럼 어디 한번 발버둥치면서 시험을 통과하도록 해봐. 그리고 한달에 한번씩 꿈속에서 이렇게 만날테니.. 한달 후에 보자구. 후후..."
아스모데우스와 프쉬케가 떠나면서 남긴 아스모데우스의 악마같은, 아니... 악마의 웃음소리가 내 귓전에 계속해서 멤돌았다...
~~ 현실
"안되!! 안되!!!!!"
"여보!! 여보!! 왜그래? 응?"
상진의 아내 미애는 식은땀을 흘리며 잠꼬대를 하고 있는 상진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가위라도 눌린 것인가, 라는 생각에 그녀는 상진의 몸을 흔들었고, 그녀덕분에 상진은 악몸에서 깨어났다는듯, 눈을 뜨자마자 미애를 끌어안았다.
"헉... 헉.... 헉...."
"여보... 왜... 꿈f구나? 우리 남편 꿈 무서웠어?"
"아니... 아니야..."
미애는 땀으로 범벅이 된 상진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그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상진과 결혼한지 벌써 3년이 흘렀지만 아직 아이는 없었다. 상진도 이제 어느정도 회사에서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었기에 그녀는 상진과 한 2년 후 정도에 아이를 가지기로 계획을 세웠지만, 그래도 30이 된 미애에게는 모성본능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지금처럼 상진이 아이처럼 행동할때 그를 안아주고 토닥여주는것은 그녀에게 있어서는 소소한 행복이였다.
"이제 괜찮아졌어?"
"응..."
"남자들은 평생가도 애기라더니, 당신 이럴때는 정말 애기같아. 알아?"
"... 놀리지마... 자꾸 놀리면... 애기처럼 당신 젖빨거다?"
"어이구~ 우리 애기... 엄마 젖빨고 싶었쪄?"
"당신... 정... 정말...!"
"호호... 알았어 알았어."
미애의 놀림에 상진은 부끄러웠지만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그녀의 살내음을 맞는 것은 너무나도 평온한 느낌을 주었기에 그냥 그녀에게 안겨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는 상진을 밀어내고는 그에게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밥먹어야지. 내가 해장국 해놨으니까 먹어."
"응... 그나저나 몇시야...?"
"5시. 정말... 어제 술을 얼마나 마셔댔으면 이시간이 될때까지 진짜 죽은 사람처럼 자더라?"
"... 미안..."
"미안할거 없네요~ 대충 씻고 나와. 알았지?"
미애는 상진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침실 밖을 향했다. 상진은 그녀가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머리를 긁적이고는 화장실을 향했다. 차가운 물로 얼굴을 한번 씻어내며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거울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것이 아니라 어제 꾼 너무나도 생생한 꿈을 떠올리고 있었다.
"... 정말 말도 안되는 꿈이였어... 누가 알면 미친사람 취급 하겠지...?"
거울속의 상진은 썩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꿈속에서의 악마는 꿈의 내용을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그 경고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상진은 그 꿈의 내용을 남에게 말할 생각이 없었다. 미친사람 취급 받기 싫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내에게는 더더욱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요즘 유행한다던, 소위 말해서 훔쳐보기 취미라든가, 네토취향 같은 것들은 상진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정도로 자신의 아내는 그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였다.
"자기, 어제 카드 엄청 긁었더라...?"
"아... 미안... 접대하다보면 어쩔 수 없어..."
"그래도... 그런거는 회사카드로 긁는거 아니야?"
"왠만하면 법인카드로 긁긴 하지... 뭐... 그래도 내 월급에서 플러스 알파되는거 있잖아. 그게 그런거야. 접대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사비로 내야될때도 있거든. 그런데 회사에서는 그런 부분을 책임지기 싫고... 그러니까 나한테 따로 돈을 주는 형식으로 그런거를 충당하라 이거지 뭐..."
"... 난 솔직히 당신이 왜 접대같은데를 나가야하는지... 마음에 안들어..."
"별 수 있나 뭐... 까라면 까야지..."
"치... 나는 그냥... 당신이 집에 일찍일찍 들어왔으면 좋겠단말이야..."
미애는 친구들끼리 얘기를 하면서 남자들의 사회생활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것은 아니였다. 단지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때문에 그녀는 은연중에 서운함을 내비치고 있었다. 상진 또한 그것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따뜻한 말투로 미애를 위로했다.
"미안해... 그래도 우리 조금만 더 참자. 응...? 언제까지 내가 접대를 나가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경력 조금 더 쌓고 하면 더 큰 회사로 이직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접대가 좋은건 아니지만... 하다보면 대기업 사장들 만날때도 있고... 그 중에는 은근히 나중에 스카웃 제의 하는 사람들도 있었어. 2년... 2년만 더 참자... 애도 낳고... 애들 클때 쯤에는 이 전세집에서 나가서 집도 살 수 있을거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거야."
"빨리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냥 나도 나가서 일이라도 할까?"
"요즘 일자리 구하는게 쉽나 뭐... 게다가... 돈 많이주는데는 믿을수가 없어서말이지... 난 그냥 내가 집에 일찍오든 늦게오든 집에서 당신이 날 기다리는게 너무 좋아... 내가 너무 이기적이야?"
"아니..."
항상 이런 식이였다. 미애에게도 취직을 할만한 충분한 스펙이 있었지만, 미애의 꿈은 회사생활하면서 화려한 커리어를 쌓는것보다는 현모양처처럼 상진을 내조하는 것이 더욱 좋았고, 상진 또한 사회생활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미애에게 직장생활을 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현재 회사생활이 더럽지만 참고 견디는 것 아닌가... 그저 미애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소망? 악마가 꿈속에서 시험을 통과하면 뭐든지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는 말을 상진은 떠올렸다. 물론 그것이 사실일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설령 악마가 그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소원을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사랑스러운 아내와 이렇게 소박한 행복을 느끼는것... 그것이 그의 인생에 있어서는 최고의 소원이였다.
~ 악마
"프쉬케, 어땠어? 시험을 관전하는건 처음이지?"
"네. 아스모데우스님. 그저 생각했던것보다 인간들이 하찮았다는 느낌 말고는 별거 없었습니다."
"호호... 그래도 너무 하찮게 보지는 마. 나름 신에게 우리보다도 더 많은 사랑을 받은 존재들이니까."
아스모데우스와 프쉬케는 거대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그 큰 욕조에서도 프쉬케는 감히 아스모데우스의 옆에 앉아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듯, 조금 멀치감치 떨어져있었고, 아스모데우스는 그러거나말거나 매우 편한 자세로 누워있었다. 그녀의 매혹적인 젖꼭지가 물 위에 나와있었지만 그녀는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듯했고, 프쉬케 또한 그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듯 했다.
"그나저나 아스모데우스님.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호호... 궁금한게 많을테지. 뭔데?"
"그 인간들의 시험 말입니다. 뺏거나, P기거나, 는 이해가 되는데, 왜 마지막이 믿는다의 개념인지를 모르겠습니다. 1년동안 자신의 아내를 빼앗기면서 버티는게 어떻게 믿는다는 개념이 되는건가요? 그건 그냥 바보처럼 버티는거 아닌가요?"
"아~ 호호... 그렇네. 프쉬케는 아직 인간을 경험해본건 책으로 본거밖에 없지?"
"네."
"음... 그러면 이해하지 못하는게 당연할수도 있겠네. 그건 그런거야. 이 시험에 들게된게 남자들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 그렇다면...?"
"여자들에게도 시험인거야. 여자들은, 물론 자신들은 인식하지 못하겠지만, 남자들이 시험에 들게 된 기간동안 다른 남자들에게 몸을 뺏기게 되어있지. 물론 그렇지 않고 인간들이 말하는 정조, 라는 개념을 지킬수도 있지만... 만약 그 정조를 빼앗겼다? 그런데 자신의 남편이 그것을 모른척한다? 그러면 그 여자들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
"저는 인간들이 말하는 감정이란 부분을 잘 모르겠습니다..."
"후후... 뭐... 내가 다 말해주면 재미가 없겠지. 시험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될거야. 좋은 공부가 되겠지. 호호호..."
프쉬케는 궁금증으로 가득했지만 아스모데우스가 자신의 궁금증을 완전히 해결해주지 않는것에 딱히 불만을 가지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모데우스는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어루만지면서 프쉬케에게 말했다.
"아, 참... 일주일 뒤에 다시 그자들을 모을테니까, 프쉬케는 그렇게 알아둬."
"하지만 아스모데우스님. 다음에 만나는 날은 한달 뒤라고 하셨던것같은데..."
"호호... 일주일 뒤면 내가 왜 다시 보는 날을 앞당겼는지 알게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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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올리고서 1화를 올리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네요.
이럴거면 프롤로그를 좀 늦게 올릴걸 그랬어요...
그동안 너무 피곤해서... ㅠ_ㅠ
그나저나 시험의 내용 서술하는게 너무 미흡했던것 같아요.
잘 이해가 되시련지 모르겠습니다.
요약하자면
승리조건 :
1. 참가자들의 부인을 모두 따먹는다. -> 뺏거나
2. 모든 참가자들이 내 부인을 따먹는다. -> 뺏기거나
3. 1년동안 누구의 부인도 따먹지 않는다. -> 믿거나
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물론... 악마의 설명이 모호하다고 생각하실수도 있겠네요.
일부러 모호하게 설명한것도 있긴 하지만...
내용이 전개되면서 아, 이래서? 라고 무릎을 팍 치실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
아무튼 이만 줄일게요. 여러분의 댓글과 추천, 쪽지는 항상 힘이 됩니다.
재미없더라도 추천은 눌러주시면... ㅠ_ㅠ
~ ???
어둠, 이토록 어두운 어둠을 본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 눈 앞에는 짙은 어둠이 깔려있다. 내 앞뒤, 양옆은 물론 하늘, 심지어는 바닥마저 아무것도 안보여서 뭔가에 발을 디디고 있는 느낌이 없다면 나는 지금 하늘에 떠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나는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 나는 내 기억을 떠올려본다. 아침 일찍부터 회사에 출근... 일에 시달리다가 거래처 사장들에게 접대를 하기 위해 회사를 나가는 모습, 본격적으로 시작된 술파티, 그리고 룸으로 들어오는 여자들... 모텔에서 자신을 로즈라고 칭한 여성과의 침대에서의 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아내의 이마에 키스를 한 후 잠들었다... 머리속에 남아있는 기억을 떠올리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속에서도 나는 두려움보다는 단순히 내가 꿈속에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자각몽, 있어보이는 말로는 루시드드림(Lucid Dream)이라고 불리는 현상... 예전에도 몇번 경험해봤기에 나는 이 이상한 상황을 그저 꿈이거니, 라고 생각할 뿐이다.
어떤 흥미로운 꿈일지 기대하면서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에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어차피 앞에 낭떠러지지가 있어서 죽음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꿈이니까 상관없겠지, 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한다. 꿈속에서 죽기 전에 잠에서 깨어난 것이 한두번도 아니고...
갑작스럽게 내 앞에서 불어오는 따뜻하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미묘한 바람을 느낀다. 이건 뭐지, 라는 생각보다 그 바람같은 것이 내 피부에 직접적으로 맞닿은것같은 느낌에 나는 몸을 더듬어본다. 맙소사, 나는 알몸상태였다. 그것도 팬티마저 벗고있는 상태... 혹시 내 잠재의식속에 노출증이 숨어있었던걸까... 나한테 그런 취미가 있다, 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헛웃음을 한번 짓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 내가 얼마나 걸었는지조차 감이 잡히질 않는다. 얼마나 걸었을까... 앞에서 웅성웅성대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이 있는걸까... 그리고보니 사람들이 모여있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내 주변에 서있는 사람들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한다. 눈이 어둠에 적응한것이 아닌, 어둠이 내 눈에 적응한듯한 느낌으로 어두운것은 여전했고, 사람들의 얼굴을 정확히 볼 수는 없었지만 그들도 알몸상태로 있다는것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의 선명한 모습을 볼 수 없다는것이 이렇게 다행일 수 없었다. 남의 물건을 보고싶진 않았으니까...
꿈이기도 하고,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것같아서 나는 숨을 죽이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다린다. 하지만 내 인내심이 슬슬 바닥날때쯤... 눈부신 어둠이 머리 위쪽에서 비쳤다. 그 갑작스러움에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놀랍게도 두 명의 여성으로 보이는... 아니 별로 사람같지 않아보였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지나치게 아름다운 두 여성이 마치 하늘을 걸어오고 있었다.
하늘을 걷는다... 꿈인것을 알고 있는 나조차도 뺨을 꼬집어 이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몸은 내 명령을 듣지 않은채 그대로 경직되어 그녀들을 바라볼 뿐이였다. 뭐가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하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없는지 그녀들의 등장을 열렬히 환영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의 복장, 특히 앞서서 걷고 있는 여성의 복장을 보고나서야 그들의 환호소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브레지어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브레지어는 보이지 않고, 어떻게 붙어있는지 모를 검은색 원형 천만이 그녀의 유륜을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고작 그녀의 갈라진 부분만을 가리고 있는 끈팬티였다. 게다가 그 아슬아슬한 끈 주변에는 보통 있어야 할 털이 보이질 않았다.
"백보지인가... 취향 참..."
노출증환자나 다름없는 여자와 달리 그녀의 뒤를 따르는 여성은 너무나도 무난한 차림이였다. 앞선 여자와 대조적으로 순백색의 무녀복차림... 게다가 도발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앞선 여자의 모습과는 달리 너무나도 청순한 외모, 노출이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는, 하지만 노출도 없고 몸에 딱 달라붙지는 않지만 그녀의 몸매를 숨길 수는 없었다. 그런 두 여자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다. 그녀들이 남자들이 모여있는 아래쪽을 쳐다보면서 말을 했다.
"다들 정숙해라. 아스모데우스님이 오셨다."
뒤따르던 여자의 청순한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칼칼한 목소리에 이질감을 느끼면서 나도 모르게 입을 더욱 굳게 닫는다. 그리고 그것은 나만 그런것이 아니고 다른 남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호호호... 프쉬케. 너무 힘준거 아니야?"
"면목없습니다. 아스모데우스님..."
아스모데우스와 프쉬케...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같았다. 어디서 들어봤지...? 나는 머리를 최대한 돌리며 그녀들의 정체를 떠올려보려 했다. 하지만 꿈속이라 그런지 내 뇌는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는것 같았다. 다시 한번 아스모데우스라고 불리는 여성이 매혹적인 웃음을 날리고는 말을 했다.
"쾌락의 궁전에 온걸 환영하지 인간들아. 나는 쾌락의 악마 아스모데우스. 너희들이 시험에 든 것을 축하한다."
그녀의 입에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악마라니... 판타지도 아니고, 게다가 시험이라니. 저건 또 무슨 헛소리인지... 그렇게 느낀것은 나만이 아닌듯, 주변의 남자들은 웅성웅성대며 욕을 하기 시작했다.
"뭐야, 존나 쌔끈하다 생각했더니 악마같은 헛소리나 하네. 저년 돌았나?"
"어이! 거기서 헛소리하지 말고 나랑 빠구리나 한판 하지그래. 하하하."
회롱끼가 가득 섞인 남자들의 모욕적인 말투. 듣는 나도 얼굴이 붉어질 정도니 아마 그 말을 직접 듣고 있는 아스모데우스라는 악마는 얼마나 수치스러울까, 라는 생각이 든다. 뭐... 저정도로 자극적인 옷을 그대로 남자들에게 드러낸 저 악마의 잘못도 없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하지만 그녀가 그런것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듯, 오히려 뒤에 있는 프쉬케라는 여자가 분노의 말을 날렸다.
"인간처럼 미천한 존재가 감히 아스모데우스님께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
"호호... 프쉬케. 괜찮아괜찮아. 이런게 한두번도 아니고."
"하... 하지만... 아스모데우스님..."
"인간이란 그런 존재야. 자신들을 만물의 영장이라 생각하질 않나, 지구의 주인이라 생각하질 않나... 뭐, 하긴... 다들 내가 악마라는 사실을 믿지 않는것같으니 조금 보여줄 필요도 있어보이네. 그럼 어디..."
아스모데우스가 손을 한번 휘두르자, 내 오른쪽에 있던 남자의 얼굴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내 눈은 이미 주변을 볼 수 있을만큼은 다 볼 수 있는 상태였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는듯 아스모데우스가 뭔가를 저지른듯한 그 남자의 고통스러운 얼굴색을 보고는, 두려움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아악!! 제발!! 제발!!!!"
"후후... 인간. 아직도 내가 악마라는 사실이 안믿겨?"
"아악!! 믿어!!! 믿을게!!! 그러니까 제발... 아악!!!!"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파악을 하지도 못했는데 갑작스럽게 고통받던 그 남자의 물건에서는 희뿌연 정액이 튀어나와 그 남자의 앞에 있던 남자의 가슴에 뿌려졌다. 나도, 사정을 한 그 남자도, 가슴에 난데없이 남의 정액이 뿌려진 남자도,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다른 남자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이성적으로 믿을 수 없었고, 놀란 눈으로 자신을 악마라고 칭한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호호... 너희의 두려움에 가득찬 눈은 언제봐도 참 마음에 들어. 꿇어라. 인간들이여."
나를 포함한 남자들은 뭔가에 홀린듯 무릎을 꿇었다. 내가 왜 무릎을 꿇는지는 모르겠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질 않지만, 마치 내 몸이 지금 무릎을 꿇지 않으면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수도 있다, 라고 말을 하는것 같았다. 생존본능이란 것일까...
"후후... 너희들이 반항하는 모습을 보는것도 즐겁긴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이야기를 진행할 수 없으니까. 그래. 아무튼 이제부터 하는 말을 잘 새겨듣도록 해. 여기 모인 남자는 모두 72명, 너희들은 이제 시험에 들게 될거야. 뭐, 너희들의 언어로는 일종의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지."
"... 뭘 시험하시는거죠...?"
누군가의 질문. 하지만 그의 질문에는 공포가 잔뜩 배어있고, 어느새 말투로 존댓말로 바뀌어있었다. 나도 궁금했던 질문이였다. 무슨 시험이란 말인가. 아니... 애시당초에 꿈에서 웬 시험이란 말인가. 시험을 통과하지 않으면 꿈에서 깨어날 수 없다, 뭐 이런건가... 이런 궁금증으로 가득할때즈음, 아스모데우스가 말을 했다.
"여기 모인 너희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지. 다들 결혼한 남자들이라는 것... 그리고 다른 인간들이 볼때 너희 부부는 서로를 너무나도 아까는 부부관계라는 것... 인간... 특히 너희 한국인들의 언어로는 그걸 아마 잉꼬부부라고 한다지? 후후... 너희들은 다들 너희들의 부인을 사랑하나?"
"......"
남자들은 말이 없었다. 나 또한 거기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있었다. 뭐, 당연한걸 굳이 뭣하러 대답하나... 이런 생각이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결혼할 이유도 없었다. 실제로 나는 내가 결혼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지금의 내 부인을 만나지 못했다면... 내 생각을, 아니 우리들의 생각을 읽은 것인지 아스모데우스가 말을 이어나갔다.
"뭐, 좋아. 아주 좋아. 내가 시험할 내용은 너희들이 부인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이 시험의 모토는 이른바 뺏거나, 뺏기거나, 믿거나. 이 3가지야. 너희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1년... 1년의 시간동안 너희들 중 누군가가 다른 참가자들의 부인을 뺏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다른 참가자들 모두에게 부인을 뺏기거나, 혹은 다른 참가자들이 서로의 부인을 탐하고 자신의 부인이 다른 남자와 몸을 섞는것을 보면서도 그것을 견디고 견디며 1년이란 시간을 보내면 시험을 통과하게 되지."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내용 자체가 말이 되질 않았다. 버젓이 아내가 있는데 왜 굳이 다른 여자를 탐하며, 왜 내 아내를 뺏겨야한단 말인가. 아스모데우스의 말에 분노를 느낀것은 나만이 아니였다는듯 남자들은 웅성웅성대기 시작했다. 72명의 남자들이 모여있다보니 모두가 나처럼 속으로 말도 안되는 시험이라고 생각하는것은 아니였다. 흥분에 가득찬 말투로 어떤 남자가 그녀에게 외쳤다.
"마... 말도 안되!! 나는 그 시험을 거절한다!!"
"옳소!! 악마의 시험이라고 하더니 정말 악마같군!!"
"조용조용~~ 미안하지만 너희들에게는 이 시련을 거절할 권리가 없어. 무조건적으로 참가하게 되어있지."
"거절한다면?"
"이봐이봐. 잘 들어봐. 이 시험을 통과한다면 내 능력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너희들의 소원을 들어줄 생각이야. 어때? 시험의 대가치고는 화끈하지 않아?"
"네 말이 진짜라는걸 어떻게 믿지?"
"악마는 거짓말을 할 수 없어. 뭐...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지만... 호호호..."
"예... 예를들면 부자가 되게 해주세요? 라는 소원도 가능한가?"
"... 그런 소원은 너무 추상적이야. 소원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부자의 개념이란건 상대적인거니까. 예를들어 세계 1위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되게해달라거나, 전세계의 돈을 전부 자신의 재산을 해달라거나, 이런 부탁이라면 가능하자."
역시 사람들이란... 돈에 대한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는 말에 혹한듯, 아까까지만해도 화를 내던 사람들도 지금은 수그라들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소원... 소원이라... 난 굳이 소원같은거 들어줄 필요 없는데... 그냥 회사에서 조금만 덜 시달렸으면 좋겠다, 이정도? 이정도의 소원은 너무 소박한가? 내가 내 소원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사이 내 주변 사람들은 그 시험에 대해 잔뜩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을 담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는 그 대답에 답을 해주기라도 하듯 말을 이어나갔다.
"대신 너희들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조건이 있어. 우선 너희들은 여기서 나에게 보고 들은것을 일체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면 안되. 물론 현실에서 너희 참가자들끼리는 마음껏 의견을 주고받아도 상관없지. 하지만 참가자들이 아닌 사람, 물론 너희들의 부인도 포함이야.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한 순간 너희들은 탈락하게 되지."
즉... 비밀을 지키라는 말인가? 뭐... 말을 할 생각도 없다. 이딴 꿈얘기를 함부러 말하고다니면 미친사람 취급 받겠지. 변태로 취급받거나...
"그리고, 아무리 너희가 아무리 참가자들의 부인을 뺏어야한다고해도, 절대로 강간을 하면 안되. 강간은 다른 부인을 뺏은걸로 인정되지도 않을뿐더러, 강간을 한 순간 탈락하게되지."
휴... 다행이다. 혹여라도 이 사람들중에 어떤 미친놈이 강제로 나의 아내를 범할 일은 없으니...
"또, 뺏고 뺏기다보면 이중에 소유욕이 강한 인간은 분명 흥분을 해서 다른 참가자들을 죽이고 싶어질거야. 그럼 안되겠지? 재미가 없으니까. 호호호... 그러니까 너희들, 참가자들끼리의 폭력 또한 금지."
폭력... 살면서 나는 사람을 때려보거나 한적이 없다. 아마 앞으로도 사람을 때릴 일은 없겠지...
"물론, 폭력은 너희 참가자들끼리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야. 너희들은 1년동안 절대로 너희 부인에게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되. 게다가 설령 너희 부인들이 다른 참가자들과 육체적인 관계. 아, 섹스라는 표현이 있었지. 어쨋든 너희 부인이 다른 참가자와 섹스를 하는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너희 부인들에게 그 사실을 추궁해서는 안되. 게다가, 너희 부인과의 이혼도 할 수 없어."
... 나는 점차 눈쌀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이 애들도 아니고... 그녀의 말은 마치 우리들 중 누군가는 남의 아내를 강간을 하거나, 사람을 때리거나, 아니면 이혼을 쉽게 생각하는 짐승같은 놈들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해. 너희들 중 누군가가 다른 참가자들의 부인을 뺏는 순간, 그 사람의 시험만이 끝나는게 아니라 모두의 시험도 끝나. 쉽게 생각해서 누구 하나가 먼저 시험을 통과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시험에서 탈락하게 되는거지. 호호..."
"아... 악마!! 시험에 통과했을때에 대한 말만 했는데, 시험에서 탈락하면 어떻게 되는거지?"
"아아~ 그거? 궁금해할줄 알았어. 후후... 너희들의 경우 시험에서 탈락하게 되면 그 자리에서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느끼고, 너희들의 영혼이 소멸해. 소멸이야 소멸. 윤회따위는 없어. 다음 생애도 없어. 그냥 그 자리에서 너희의 영혼은 그대로 끝나는거야. 끝. 짜릿하지 않아? 호호호..."
영혼... 영혼이라... 게다가 윤회라니... 정말 존재하는거였나? 어쨋든 다음생애고 뭐고간에 그대로 죽음을 맞이한다면 정말 허무할것같다.
"아, 참참. 시험이라고 해놓고서 내가 아내를 뺏은게 맞는지, 아니면 내 아내가 뺏겼는지를 확인하지 못하면 섭섭하잖아? 그래서 너희의 양 손에 각각 정복의 증표와 믿음의 낙인이 찍히게 될거야. 정복의 증표는 말 그대로 너희가 아내를 뺏으면 한줄씩 너희의 오른손 손등에 새겨지는거고, 믿음의 낙인은 너희 아내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할때마다 왼손 손등에 새겨지는거지. 참고로 정복의 증표는 새겨지면서 엄청난 쾌락을 함께 선사해줄거고, 믿음의 낙인은 새겨질때 엄청난 고통을 함께 선물하게될거야. 호호... 흥미롭지? 참고로 이건 참가자들끼리만 확인할 수 있는거니까,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어쩌지, 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
"아스모데우스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알았어 알았어, 보채지마 프쉬케. 아무튼 너희가 탈락할 경우 부인들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지 않아?"
"......"
부인...? 이건 우리들에게만 해당되는 시험 아닌가? 나는 왜 내가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다고해서 아내까지 피해를 봐야된다는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가뜩이나 남한테 아내를 뺏긴다는 상상만을 하더라도 몸에서 소름이 돋을정도로 기분이 나쁜데...
"만약 너희가 낙인이나 증표를 가진 상태에서 시험에 탈락하게 될 경우, 뭐... 아내들에게는 딱히 달라지는건 없어. 다만, 너희가 낙인이나 증표가 없는데도 시험에서 탈락하게 되면... 쾌락의 늪이라는 곳으로 가게 되지. 자, 다들 너희 발밑을 봐봐."
그녀의 말에 우리들은 우리의 발 밑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우리 발밑에 당연히 있어야 할 땅이 사라지고, 아니... 우리 발밑에 있었던 것은 투명한 유리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투명한 뭔가의 너머로 옷을 헐벗은 여자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여자들은 사람인지 악마인지 모를 무언가들에게 윤간을 당하고 있었다. 입, 보지... 그리고 항문마저... 그녀들의 구멍을 탐하는 물건들은 두꺼운것을 넘어서 저게 어떻게 들어가나 싶을 정도로 거대한 물건들이였다. 그리고 그녀들의 몸을 뒤덮은 진득한 액체들... 설마 내가 잘못하면 나의 사랑스러운 아내도 저꼴을 당하게 된다는 말인가...
"호호... 어때? 멋지지? 여태까지 나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남자들의 부인들이야. 후후... 그녀들은 모두 적게는 5년, 길게는 3천년동안 저곳에서 남편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죄를 영원히 갚게 되지. 뭐... 죄를 대신 갚는건지 쾌락에 빠져서 허우적대는건지 헷갈리지만... 호호호호호..."
"잔인해!! 잔인하다고!!"
"뭐, 아내를 저렇게 만들기 싫다면 너희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어. 시험에서 무사히 통과하든가, 아니면 징표나 낙인을 가지든가. 징표나 낙인이 있다면 너희들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부인들만은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니까. 후후... 참고로 걱정하지 마. 너희들중에 아무도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1년의 시간이 지나면 너희 참가자들에게 있었던 일은 모두 무효가 되니까. 다만 너희 부인들은 그저 졸지에 남편을 잃은 신세가 될 뿐이겠지. 후후... 아, 걱정하지 않아도 되. 최악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1년동안 너희 부인들은 절대로 임신할 일은 없을테니까."
"아스모데우스님... 시간이..."
"그렇구나... 후후... 인간들아. 그럼 어디 한번 발버둥치면서 시험을 통과하도록 해봐. 그리고 한달에 한번씩 꿈속에서 이렇게 만날테니.. 한달 후에 보자구. 후후..."
아스모데우스와 프쉬케가 떠나면서 남긴 아스모데우스의 악마같은, 아니... 악마의 웃음소리가 내 귓전에 계속해서 멤돌았다...
~~ 현실
"안되!! 안되!!!!!"
"여보!! 여보!! 왜그래? 응?"
상진의 아내 미애는 식은땀을 흘리며 잠꼬대를 하고 있는 상진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가위라도 눌린 것인가, 라는 생각에 그녀는 상진의 몸을 흔들었고, 그녀덕분에 상진은 악몸에서 깨어났다는듯, 눈을 뜨자마자 미애를 끌어안았다.
"헉... 헉.... 헉...."
"여보... 왜... 꿈f구나? 우리 남편 꿈 무서웠어?"
"아니... 아니야..."
미애는 땀으로 범벅이 된 상진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그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상진과 결혼한지 벌써 3년이 흘렀지만 아직 아이는 없었다. 상진도 이제 어느정도 회사에서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었기에 그녀는 상진과 한 2년 후 정도에 아이를 가지기로 계획을 세웠지만, 그래도 30이 된 미애에게는 모성본능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지금처럼 상진이 아이처럼 행동할때 그를 안아주고 토닥여주는것은 그녀에게 있어서는 소소한 행복이였다.
"이제 괜찮아졌어?"
"응..."
"남자들은 평생가도 애기라더니, 당신 이럴때는 정말 애기같아. 알아?"
"... 놀리지마... 자꾸 놀리면... 애기처럼 당신 젖빨거다?"
"어이구~ 우리 애기... 엄마 젖빨고 싶었쪄?"
"당신... 정... 정말...!"
"호호... 알았어 알았어."
미애의 놀림에 상진은 부끄러웠지만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그녀의 살내음을 맞는 것은 너무나도 평온한 느낌을 주었기에 그냥 그녀에게 안겨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는 상진을 밀어내고는 그에게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밥먹어야지. 내가 해장국 해놨으니까 먹어."
"응... 그나저나 몇시야...?"
"5시. 정말... 어제 술을 얼마나 마셔댔으면 이시간이 될때까지 진짜 죽은 사람처럼 자더라?"
"... 미안..."
"미안할거 없네요~ 대충 씻고 나와. 알았지?"
미애는 상진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침실 밖을 향했다. 상진은 그녀가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머리를 긁적이고는 화장실을 향했다. 차가운 물로 얼굴을 한번 씻어내며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거울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것이 아니라 어제 꾼 너무나도 생생한 꿈을 떠올리고 있었다.
"... 정말 말도 안되는 꿈이였어... 누가 알면 미친사람 취급 하겠지...?"
거울속의 상진은 썩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꿈속에서의 악마는 꿈의 내용을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그 경고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상진은 그 꿈의 내용을 남에게 말할 생각이 없었다. 미친사람 취급 받기 싫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내에게는 더더욱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요즘 유행한다던, 소위 말해서 훔쳐보기 취미라든가, 네토취향 같은 것들은 상진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정도로 자신의 아내는 그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였다.
"자기, 어제 카드 엄청 긁었더라...?"
"아... 미안... 접대하다보면 어쩔 수 없어..."
"그래도... 그런거는 회사카드로 긁는거 아니야?"
"왠만하면 법인카드로 긁긴 하지... 뭐... 그래도 내 월급에서 플러스 알파되는거 있잖아. 그게 그런거야. 접대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사비로 내야될때도 있거든. 그런데 회사에서는 그런 부분을 책임지기 싫고... 그러니까 나한테 따로 돈을 주는 형식으로 그런거를 충당하라 이거지 뭐..."
"... 난 솔직히 당신이 왜 접대같은데를 나가야하는지... 마음에 안들어..."
"별 수 있나 뭐... 까라면 까야지..."
"치... 나는 그냥... 당신이 집에 일찍일찍 들어왔으면 좋겠단말이야..."
미애는 친구들끼리 얘기를 하면서 남자들의 사회생활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것은 아니였다. 단지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때문에 그녀는 은연중에 서운함을 내비치고 있었다. 상진 또한 그것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따뜻한 말투로 미애를 위로했다.
"미안해... 그래도 우리 조금만 더 참자. 응...? 언제까지 내가 접대를 나가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경력 조금 더 쌓고 하면 더 큰 회사로 이직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접대가 좋은건 아니지만... 하다보면 대기업 사장들 만날때도 있고... 그 중에는 은근히 나중에 스카웃 제의 하는 사람들도 있었어. 2년... 2년만 더 참자... 애도 낳고... 애들 클때 쯤에는 이 전세집에서 나가서 집도 살 수 있을거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거야."
"빨리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냥 나도 나가서 일이라도 할까?"
"요즘 일자리 구하는게 쉽나 뭐... 게다가... 돈 많이주는데는 믿을수가 없어서말이지... 난 그냥 내가 집에 일찍오든 늦게오든 집에서 당신이 날 기다리는게 너무 좋아... 내가 너무 이기적이야?"
"아니..."
항상 이런 식이였다. 미애에게도 취직을 할만한 충분한 스펙이 있었지만, 미애의 꿈은 회사생활하면서 화려한 커리어를 쌓는것보다는 현모양처처럼 상진을 내조하는 것이 더욱 좋았고, 상진 또한 사회생활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미애에게 직장생활을 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현재 회사생활이 더럽지만 참고 견디는 것 아닌가... 그저 미애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소망? 악마가 꿈속에서 시험을 통과하면 뭐든지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는 말을 상진은 떠올렸다. 물론 그것이 사실일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설령 악마가 그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소원을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사랑스러운 아내와 이렇게 소박한 행복을 느끼는것... 그것이 그의 인생에 있어서는 최고의 소원이였다.
~ 악마
"프쉬케, 어땠어? 시험을 관전하는건 처음이지?"
"네. 아스모데우스님. 그저 생각했던것보다 인간들이 하찮았다는 느낌 말고는 별거 없었습니다."
"호호... 그래도 너무 하찮게 보지는 마. 나름 신에게 우리보다도 더 많은 사랑을 받은 존재들이니까."
아스모데우스와 프쉬케는 거대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그 큰 욕조에서도 프쉬케는 감히 아스모데우스의 옆에 앉아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듯, 조금 멀치감치 떨어져있었고, 아스모데우스는 그러거나말거나 매우 편한 자세로 누워있었다. 그녀의 매혹적인 젖꼭지가 물 위에 나와있었지만 그녀는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듯했고, 프쉬케 또한 그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듯 했다.
"그나저나 아스모데우스님.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호호... 궁금한게 많을테지. 뭔데?"
"그 인간들의 시험 말입니다. 뺏거나, P기거나, 는 이해가 되는데, 왜 마지막이 믿는다의 개념인지를 모르겠습니다. 1년동안 자신의 아내를 빼앗기면서 버티는게 어떻게 믿는다는 개념이 되는건가요? 그건 그냥 바보처럼 버티는거 아닌가요?"
"아~ 호호... 그렇네. 프쉬케는 아직 인간을 경험해본건 책으로 본거밖에 없지?"
"네."
"음... 그러면 이해하지 못하는게 당연할수도 있겠네. 그건 그런거야. 이 시험에 들게된게 남자들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 그렇다면...?"
"여자들에게도 시험인거야. 여자들은, 물론 자신들은 인식하지 못하겠지만, 남자들이 시험에 들게 된 기간동안 다른 남자들에게 몸을 뺏기게 되어있지. 물론 그렇지 않고 인간들이 말하는 정조, 라는 개념을 지킬수도 있지만... 만약 그 정조를 빼앗겼다? 그런데 자신의 남편이 그것을 모른척한다? 그러면 그 여자들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
"저는 인간들이 말하는 감정이란 부분을 잘 모르겠습니다..."
"후후... 뭐... 내가 다 말해주면 재미가 없겠지. 시험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될거야. 좋은 공부가 되겠지. 호호호..."
프쉬케는 궁금증으로 가득했지만 아스모데우스가 자신의 궁금증을 완전히 해결해주지 않는것에 딱히 불만을 가지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모데우스는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어루만지면서 프쉬케에게 말했다.
"아, 참... 일주일 뒤에 다시 그자들을 모을테니까, 프쉬케는 그렇게 알아둬."
"하지만 아스모데우스님. 다음에 만나는 날은 한달 뒤라고 하셨던것같은데..."
"호호... 일주일 뒤면 내가 왜 다시 보는 날을 앞당겼는지 알게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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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올리고서 1화를 올리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네요.
이럴거면 프롤로그를 좀 늦게 올릴걸 그랬어요...
그동안 너무 피곤해서... ㅠ_ㅠ
그나저나 시험의 내용 서술하는게 너무 미흡했던것 같아요.
잘 이해가 되시련지 모르겠습니다.
요약하자면
승리조건 :
1. 참가자들의 부인을 모두 따먹는다. -> 뺏거나
2. 모든 참가자들이 내 부인을 따먹는다. -> 뺏기거나
3. 1년동안 누구의 부인도 따먹지 않는다. -> 믿거나
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물론... 악마의 설명이 모호하다고 생각하실수도 있겠네요.
일부러 모호하게 설명한것도 있긴 하지만...
내용이 전개되면서 아, 이래서? 라고 무릎을 팍 치실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
아무튼 이만 줄일게요. 여러분의 댓글과 추천, 쪽지는 항상 힘이 됩니다.
재미없더라도 추천은 눌러주시면... ㅠ_ㅠ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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