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뺏든가, 뺏기든가, 혹은 믿든가 - 6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2 02:34 1,083회 0건
6. Wishes ~ 각자의 욕망













~ 현재


군대를 다녀본 사람은 다들 알 것이다. 부대 내에서 삽질을 포함한 온갖 잡일에 괴로워할때는 시간이 그렇게 느리게 갈 수도 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막상 전역을 하고 돌이켜보면 병역의 의무를 지는 2년의 시간은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꼭 군대뿐만이 아니다. 인간은 시간을 항상 그런 식으로 인식한다. 1년을 일로 환산하면 365일이고, 365일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8760시간이며, 8760시간을 분으로 환산하면 525600분이고, 525600분을 초로 환산하면 31536000초... 사람들이 가끔 1초가 하루처럼 느껴진다는 말을 쓰곤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1초가 하루처럼 느껴지는것은 과장이 너무 심한것 같다, 라는 헛생각을 하며 오늘도 상진은 한가롭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무성의한 엔터질을 하고 있었다.

어느덧 그가 그 악몽에 시달린지 한달째가 되어가는날... 아직도 그는 그 꿈에서 말한 시험이 사실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조심해서 손해볼것은 없었다. 마침 시험이라는 내용 또한 별거 아니다. 자신이 다른 여자에게 쓸데없는 생각을 가지지 않기만 한다면 별 일 없이 지나갈 것이라는 확신같은것이 있었다. 사실 그 꿈을 꾸지 않았다 하더라도 다른 여자를 건드릴 생각도 없었다. 즉, 상진은 그 꿈은 자신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냈고, 그것이 벌써 한달이 된 것이였다.

물론 그 꿈에서 말한 시험에서의 변수는 자신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아내... 만약 그의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몸을 허락한다면... 그것도 꽤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물론 상진이 그 꿈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는 그의 아내인 미애를 다른 남자들에게, 소위말해 돌리는 것이였다. 하지만 상진은 이 방법을 택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우선, 그에게는 야설같은곳에 자주 등장하는 네토라레나 스와핑같은 것을 혐오했다. 물론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인 미애를 보며 군침을 흘리는 것에는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애가 그만큼 아름답다는 것을 증명해준다는 사실때문이다. 어디까지나 미인을 보면 시선을 빼앗기는것은 남자들의 본능이니까. 하지만 그것이 허용범위를 넘어 미애의 몸을 만지작거리는 단계까지만 넘어가는 상상만 해도 상진은 흥분을 참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여기서 말하는 흥분은 물론 성적 흥분이 아닌, 분노의 성격이 강한 흥분을 말했다.

게다가 더욱 중요한 것은, 미애가 그것을 허락할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아름답지만 그녀와 만남을 가진 이후로 그만을 향하는 그녀의 마음은 본인이 아닌 상진조차 강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남자들이 어떤 유혹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흔들릴리가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역시나 미애가 어떻게 행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을 생각해봤을때도 그 꿈은 역시나 자신의 미래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다라고 상진은 확신하고 있었다.

마지막 변수는 상진이 미애와 이혼할 가능성인데... 이것은 정말 바보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미치지 않고서는 어떻게 그토록 사랑스러운 아내와 이혼을 할 수 있겠는가. 풋... 상진은 자신이 쓸데없는것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헛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때 언제 자신의 옆에 있었는지 후배직원이 다가와서 그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최대리님... 죄송하지만, 혹시 퇴근 안하시나요?"

"응? 어... 왜?"

"아니... 다른 분들은 다 퇴근하셔서..."

상진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김부장을 제외한 자신의 상사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퇴근시간이 2시간이나 남았는데도 벌써 다 퇴근해있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자신의 후배직원들 뿐. 아마 그들은 자신들보다 직급이 높은 상진의 눈치를 보느라 같이 퇴근을 못한 것이였고, 차마 김부장들이 퇴근할때 상진을 두고 퇴근할 수 없어 눈치만 살피다가 막내를 시켜서 상진이 언제 퇴근할 것인지를 물어보러 온 것일게 분명했다.

"하하... 미안미안. 잡생각좀 하느라. 그럼 오늘은 일찍 퇴근해볼까? 나는 조금 정리좀 하고 갈테니까 먼저들 가."

"에이, 저희가 어떻게 최대리님보다 먼저 퇴근하겠어요. 기다릴게요."

"아니야. 오늘같은날 자네들도 먼저 퇴근하고 해야 회사생활할 맛이 나지. 혹시라도 내 눈치보는거면 그럴필요 없으니까 먼저들 가봐."

"감사합니다 최대리님!!"

막내직원이 고개를 돌려 웃는 표정을 짓자 사무실에는 환호소리가 들렸다. 곧 자신들의 외투를 입는 소리, 가방을 챙기는 소리, 그리고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구두소리가 들려오고, 상진은 그런 그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또한 저런 시절이 있었다. 언제나 상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퇴근시간이 지났는데도 퇴근을 할 수 없었다. 정작 상사들은 폰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쇼핑을 하느라 퇴근시간을 놓친 것 뿐인데도 말이다. 상진은 그시절 자신에게 후배직원들이 생긴다면 저런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었고, 지금 그 때의 다짐을 어느정도는 지킨것 같았다.

딱히 할것도 없어서 상진은 빠르게 집으로 돌아갔다. 조금이라도 빨리 미애의 얼굴을 보고싶은 욕망에 현관문을 열었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집안에는 불이 꺼져있었다. 그리고 남겨놓은 아내의 쪽지.

- 오늘 고등학교 동창회좀 갔다올게.
저녁 먹고갈테니까 혹시라도 먼저 집에 오면 저녁은 알아서 먹어.
미안해. 나 당신 사랑하는거 알지?

마지막줄에 찍혀있는 미애의 입술모양의 립스틱... 상진은 그 쪽지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짧은 메모였지만 거기에는 자신을 향한 미애의 사랑이 느껴지는것 같았다. 상진은 쪽지에 묻어있는 미애의 입술자국에 자신의 입술을 맞추었다. 일반적으로 아내가 고등학교 동창회를 간다면 걱정했겠지만, 다행히도 미애는 여중, 여고 출신이였다. 다시말해서 동창회를 간다고 해도 남자는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도 걱정이 되긴 해서 미애에게 일단 카톡을 보냈다.

-나 집에 왔어. 혹시 술마시고 들어올거야?

혹시라도 자신이 카톡을 보낸것이 즐겁게 놀고 있는 미애를 걱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어 후회감이 들었지만 액정화면에 불빛이 꺼지기도 전에 카톡 메시지 옆의 1이라는 숫자가 지워진 후 빠르게 미애의 답장이 왔다.

-아니아니, 술 안마시고 저녁만 먹을거야. 그나저나 일찍왔네? 이럴줄 알았으면 나도 그냥 나오지 말걸...

-아니야. 이럴때 재미있게 놀아야지. 올때 마중나갈까?

-피곤할텐데...

-우리 자기 얼굴 빨리 보고싶어서 그러는데 뭐. 그럼 올때 톡해주기다?

-알았엉~ ㅎㅎ 빨리갈게!!

어떻게 0과 1로 조합된 데이터가 저렇게 사랑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지... 상진은 그녀의 카톡 프사로 되어있는 자신과 미애의 사진을 보며 미소를 짓고는 쇼파에 앉아 TV를 켰다. 마침 출출하기도 해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반찬거리도 별로 없는것 같았다. 그녀에게 전화가 오면 돌아오는길에 마트나 들려서 반찬거리나 좀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오랫만에 라면을 끓였다.

"그래도 미애 없을때 이렇게 먹어야지..."

평소 미애가 있을때는 쇼파 앞에 있는 탁자에서 라면을 먹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잔소리가 두려웠기때문... 그녀가 집에 없을때의 유일한 장점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며 상진은 김이 모락모락나는 면발을 넘겼다. 순식간에 한그릇을 비운 상진은 자신이 사용한 냄비와 접시를 깨끗이 설겆이를 한 후 다시 쇼파에 앉아 케이블에서 나오는 영화를 시청했고, 그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눈이 사르르 감겨버렸다...










~ 꿈



익숙한 어둠이 펼쳐졌다. 또 그 꿈인가... 정말 지긋지긋하다. 내가 지긋지긋함을 느낀다는건 이제 이곳에 3번째로 와보는 것이지만 익숙해졌다는 것을 의미하겠지... 그 익숙함 때문인지 내 발걸음 또한 뭔가 가볍게 느껴진다. 인간의 적응력이란.... 정말 지옥같은 꿈이여도, 그 지옥같은 것에도 적응을 해버린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인간이란 존재는 대단한것 같다. 아니, 이 경우에는 내가 대단한건가...

인영이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저번보다 사림이 적었다. 저번에는 20명정도가 되는것 같았는데, 이제는 거의 10명 조금 넘어보이는 정도... 그사이에 또 그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 것일까... 내 발 아래가 투명해지는것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시선이 바닥을 향했다. 바닥이 투명해지고, 8명의 헐거벗은 여자들이 줄에 묶인채 앞서가는 악마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그녀들이 능욕당하기 시작했다. 이게 단순히 야동이였다면 굉장히 흥분될만한 내용이지만, 어쩌면 나의 아내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그 장면이 굉장히 그로테스크해보인다.

"후훗... 왔구나. 다들 봤겠지? 이번 희생자들은 8명이야. 한번 그들이 어떻게 해서 죽음을 맞이했는지 다들 볼까?"

정말 아스모데우스라는 여자, 아니... 악마는 너무나도 지독했다. 어떻게 사람이 죽는장면을 보여주며 깔깔대며 비웃을 수 있단 말인가. 아니, 어쩌면 그것이 그녀가 악마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그녀가 보여주는 장면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보고 있었다. 지난번에 왔을때 대규모의 사람들이 죽는 장면을 봐서인가, 나는 사람들이 죽는 장면에 어느정도 익숙해져있었다. 그 끔찍한 장면들을 보면서 그들이 실수한 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체크를 하고 있으니... 심지어는 어떤 남자가 (천주교 신자로 보였다.) 고해성사로 신부에게 자신의 꿈내용을 하면서 음심을 품었다고 고백한 후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보는 나는 나도 모르게 실소를 하고 말았다. 저번에 그런 식으로 남에게 말했다가 죽은 사람이 하나둘이 아닌데 왜 저런 똑같은 실수를...

"아무튼 이제 12명 남았네. 경쟁자들이 줄어든걸 축하해줘야할까? 호호호..."

"아... 악마같은년...!!"

"너희들의 칭찬에 깊은 감사를 표하지. 후후후...."

그 말을 내뱉었던 누군가와 마찬가지로 나도 같은 심정이였다. 아마 그 사람이 말을 하지 않았으면 내가 먼저 말을 했을 것이 분명했으리라.... 그녀는 일부러 우리, 인간들을 자극하려는듯 다리를 벌렸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탐스러운 보짓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만약 그 계곡을 가리는 가느다란 천이 없었다면 그 속살마저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별로 보고싶지도 않았지만. 보고싶다고 생각하면 지는거다, 라는 생각아 나는 태연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무튼 너희들이 12명밖에 남지 않았고, 그래서 너희들이 이 시험에 이겼을때 받고싶은 보상에 대해 들어보고자 해. 후후... 너희들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너희들이 바라는게 그저 허황딘 꿈에 불과한지, 아니면 정말로 실현 가능한 꿈인지 알 수 있는 기회니까."

별로 소원같은건 없는데... 라고 생각하며 그녀의 말을 무시하려고 했을때, 갑자기 어떤 남자가 소리치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세상의 모든 여자를 내마음대로 주무르고 싶다! 그건 가능한가?"

"물론, 가능. 아주 쉬운 소망이지. 후후... 바라는게 그거라면 서비스로 무한한 정력까지도 선사해줄 수 있어."

"오오...."

그녀의 대답에 다른 남자들은 탄성 비슷한 소리를 냈다. 하긴... 무한한 정력, 그것은 남자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여자들에 비해 남자들은 섹스를 하는데 선천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정액 생산량이 제한적이라는것... 나도 나름 정력에는 거의 탑클래스급이라고 자부하지만 계속 싸지르다보면 나중에는 싸는 느낌만 들고 정작 정액을 분출시키지는 못해 허무감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무한한 정력이라니... 게다가 세상의 모든 여자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 수 있다니... 어떻게보면 남자들의 로망이 아닌가. 자신의 하렘을 이룩하는 것... 하지만 나는 예전에 세상의 모든 여자같이 스케일이 크진 않아도 나름의 하렘을 구축해봤었기에 별로 그런것에는 흥미가 없었다.

어쨋든 그 남자의 소원에 대한 아스모데우스의 답변으로 다른 남자들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냐는 말이 계속 쏟아져나왔고, 아스모데우스는 그 질문들에 대해 하나씩, 악마치고는 굉장히 친절하게 가능여부와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쓰면서 대답을 해주기 시작했다.

"이런건 가능해? 나에게 영원한 젊음을 주는 것!"

"젊음의 정의를 확실히만 해준다면 가능하지. 예를들어 20살시절의 네 얼굴로 영원히 살아가기를 바란다면야 뭐. 대신 사고로 인한 죽음은 책임 못져. 내가 해줄 수 있는건 늙어서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것, 아니면 질병같은 하찮은 것에 걸려서 죽는것. 그것만은 막아줄 수 있지."

"내 얼굴을 잘생겨지게 만들 수 있어?"

"잘생겨진다는게 뭐야? 하여튼... 인간이란 그런 상대적인 개념을 마치 절대적인 개념인것처럼 착각한다니까. 아무튼... 음... 그렇네. 그런 경우엔 두가지 방식으로 그 소원을 들어줄 수 있어. 물론 선택은 자유. 하나는 너가 생각하는 특정 인물, 아니면 특정 이미지를 떠올려서 그 얼굴이 자신의 얼굴이 되기를 바랄 수 있겠네.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들이 너를 볼때 너의 생김새와는 관계없이 너를 잘생겼다고 생각하기를 바라는거고. 뭐가 더 좋을지는 네가 알아서 생각해."

"내가 세계를 정복하고 왕이 될 수 있어?"

"음. 그런 경우는 조금 복잡해. 우선 결론은 가능. 다만 이 경우에는 너희 인간들 기준으로 시간이 꽤 오래 걸려. 한.... 그래. 3년정도 걸리겠네. 꽤 복잡한 작업이거든 그게. 네가 세계를 정복할 수 있을만한 그릇을 만들어야하고, 실제로 정복을 해야하고, 그리고 아. 그렇지. 요즘 인간들은 왕권국가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거같으니까 자연스럽게 네가 왕이 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어야하니까."

"세상에 모든 남자를 죽이고 나 하나만 남기고 싶다. 그런건 가능한가?"

"아니, 그건 불가능. 우리들에게도 인간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선이란게 있어. 그 선을 넘으면 안되. 남자와 여자 중 하나의 개체수를 조율하는것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남자들은 자신의 욕망을 하나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기사... 그럴것이다. 어차피 꿈일지도 모르는 것, 기왕이면 쎄게 질러보는 것이다. 허황된 꿈이라 비난할지 몰라도 어차피 꿈속이니까 그 꿈이 허황된 것이라고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게다가... 만약 그 허황된 꿈이 진짜로 실현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사람들이 말하는 인생대박 아닌가. 인생역전... 그 심리를 이용해서 만든게 로또같은 도박이고...

누군가가 자신의 욕망과 관계없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마... 만약...! 이 시험을 통과한 사람이 여러명이라면 어떻게되는거지?"

"음. 그럴 경우에는 그 여러명의 소원을 다 들어주는거지. 뭐 있어? 그리고 만약 그 사람들의 소원이 서로의 소원을 들어주는데 방해가 되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들을 각각 다른 평행세계로 보내. 쉽게 말하자면 너희의 소원이 겹칠 위험도 없다는거지."

평행세계... 판타지나 게임에서나 보던 개념이다. 과학적으로 존재할 가능성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아직까지는 너무나도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가설... 하긴, 악마까지 나오는 마당에 실제로 평행세계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상할건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또다시 누군가가 다시 자신의 욕망을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만약 시험을 통과한다면... 음. 그렇군. 니년을 내 노예로 만들고싶다는 소원은 어떤가."

"호호... 나를? 뭐... 그거야 쉽지. 만약 이 시험을 통과한다면 나를 네놈 마음대로 부려먹어도 좋아. 다만 그렇게된다면 그때의 나는 더이상 7개의 대죄 중 쾌락의 대죄, 쾌락의 악마 아스모데우스가 아니라 그저 악마 아스모데우스가 되겠지."

항상 저 거만한 표정을 짓는 그녀가 노예가 된다.... 라... 생각해보면 그런 소원을 가지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남자든 여자든, 자존심이 강한 사람을 굴복시키고 노예처럼 부려먹는것만큼 짜릿한 일은 없으니까. 실제로 회사생활도 다 그런것 아닌가. 무능력하고 늙어서 머리회전도 안되는 늙은 김부장같은 새끼들은 자기보다 어리고, 능력도 좋고, 패기도 넘치는 젊은 사원들을 필요 이상으로 깔아뭉갠다. 게다가 아스모데우스는 악마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나칠정도로 아름답다. 저런 여자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것도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겠지...

그렇게 사람들이 하나, 둘, 각자의 욕망을 말하고, 아스모데우스는 얼핏 들었을때는 허무맹랑해보이는 인간들의 소원도 대부분 성취가 가능하다는 말을 했다. 오히려 내가 보기에 정말 보잘것없는 소원들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하며...

예를들어 내 소원인 내가 일생동안 아내와 함께하며, 나도, 아내도 행복해지고 싶다, 라는 소원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했다. 일생동안 아내와 삶을 사는 것은 가능하다고 했다. 오히려 아내와 늙지 않고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는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영원히 함께 살게 하는것은 가능해도, 나와 아내가 행복하게 살게 하는것은 그녀의 능력 밖의 일이라고 했다. 인간의 감정은 그녀의 능력 밖이라나 뭐라나, 그런 알 수 없는 설명을 곁들이며...

"후후, 아무튼 이제 12명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너희에게 특별한 능력을 하나 줄게. 너희는 이제 원할때 특별한 공간을 생성시킬 수 있어. 너희에게만 보이는 공간. 그 공간 속에서 너희가 아무리 이 시험에 대해 떠들어도 밖의 인간들에게 들리진 않을거야. 밖의 인간들은 그저 너희가 그냥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것처럼 느끼지. 긴 시간은 아니지만 어쨋든 한달이라는 시간을 버틴 것에 대한 나의 자그마한 선물이랄까? 호호호..."

공간? 음... 나쁘진 않은거같다. 그런데 이 시험에 누가 참가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그 공간을 쓸 일이 있을까... 그런 궁금증을 가지는데 아스모데우스는 또 한마디의 말을 남겼다.

"아, 물론 그 공간이 외부와의 소리를 격리시킨다고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격리시키는건 아니야. 무슨 말이냐면, 너희들이 만들어놓은 공간에 사람이 갑작스럽게 들어올수도 있다는거지. 그리고 그 공간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너희가 시험에 대해 이야기하는걸 듣는다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호호호... 그리고, 앞으로 이제 한달에 한번씩 이렇게 모두와 만나는것은 유지하고, 그 사이에 내가 한번씩 너희들을 일대일로 찾아갈거야. 꿈에서든 현실에서든, 어떠한 형태로도. 호호... 왜냐고? 그야 너희들이 재미있으니까. 나는 인간들이랑 대화하는거 너무나도 즐겁거든. 물론, 너희에게 거부할 수 있는 권리따위는 없어. 아무튼 오늘 이야기는 끝. 그럼 다음에 봐~"

악마같은 웃음소리와 함께 그녀와 그녀를 따르는 프쉬케의 모습이 사라졌다. 나를 포함한 아래애 있는 사람들은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는걸 확인한 후 각자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꿈에서 깨어나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나도 걸음을 옮기려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어... 형님....?"

"수... 수철아... 너도....?"










~ 현실



상진과 수철은 남자 둘이서 모텔에 들어와 어색하게 앉아있었다. 바닥에는 그들이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와 소주, 그리고 마른 안주거리 몇개... 웬 남자 둘이 대실하겠다며 들어오자 주인여자는 그들을 수상한 눈초리로 바라보고는 마지못해 준다는듯이 열쇠를 건넸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상진과 수혁이 아니였기에 속으로는 우리는 게이가 아니다, 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중요한것은 여관주인이 그들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런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였다.

"형님... 해볼게요..."

"그래..."

수철은 긴장한듯 심호흡을 크게 내쉬고서는 잠시 정신을 집중하는듯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가 눈을 뜨자, 그들이 있던 여관방에는 어느새 꿈속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느낌인 어둠이 퍼져나갔다. 상진도 수철과 만나기 전에 시험삼아서 이렇게 어둠을 형성시켜봤지만 혼자서 하는 것으로는 딱히 이야기거리도 없었고, 그리고 아스모데우스의 말이 100% 진실이라는 확신은 없었기에, 공간이 형성되도 다른 사람이 출입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장소인 여관을 탰했던 것이였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수철아. 너도 그 꿈을 꾼거 맞지?"

"... 네... 형님..."

"하아... 어쩌다가 우리가..."

한숨을 내쉬는 상진, 그러나 그의 표정보다도 수철의 얼굴에는 짙은 어둠이 드리워있었다. 말은 하지 않아도 상진은 수철의 얼굴 표정이 의미하는바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아내를 타인에게 빼앗길수도 있다, 라는 불안감... 그것은 어지간한 정신으로는 견디기 힘든 일이라는 것을 상진도 남몰래 매일같이 가슴앓이를 했기에 수철의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형님... 만약에... 제 아내가... 희진이가..."

"수철아! 정신차리자. 그럴 일이 있겠어?"

"하지만 형님... 저는 다른 여자랑 하고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구요..."

"수철아!! 이녀석아. 마음 단단히 먹어. 괜찮아. 아무 일 없을거야. 생각해봐. 우리가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냥 평소처럼 행동하는거야. 평소처럼 아내만 사랑하고, 다른 쓸데없는 생각 안하면 되. 그래... 맞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네...? 형님... 무슨 말씀을..."

"수철아! 좋은 생각이 났어.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가 서로 이상한짓 할 필요 없이 시험에 통과할 수 있어. 다같이 한 뜻으로 마음을 모아서 그냥 아무짓도 안하면 되. 그렇게 1년... 아니 11개월밖에 안남았지. 11개월만 버티면 우리 모두 시험에 통과하는거야. 우리가 담합하면 안된다는 조항같은건 없었잖아. 안그래?"

"형님...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요...?"

"생각해봐. 아직까지는 탈락한 사람들이 죽은 이유는 모두 쓸데없이 비밀을 지키지 못해서 그랬던거였어. 인터넷이든, 술자리에서든, 다른 사람의 부인이랑 한다거나 그런 일은 없었잖아. 안그래?"

"그렇긴 하죠..."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다. 다음에 꿈을 꿔서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면, 다른 사람들과 동맹을 맺으면 되는거야."

"형님...! 형님 말씀 들으니까 이제서야 조금 마음이 놓이네요. 휴..."

상진은 자신이 생각해도 기가막힌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며 무릎을 탁! 치고는 술잔을 비웠다. 상진이 술을 삼키는것을 보며 수철 또한 술을 삼켰다. 수철은 상진의 말을 듣고 조금 안심이 되는 것이 사실이였지만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형님... 그런데 그게 마음먹은대로 잘 될까요...? 그렇잖아요. 만약에 누군가가 다른 부인들을 다 빼앗으면... 저희가 11년을 버틴다고 해도..."

"아니야. 그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을거다. 생각해봐. 여자들이 다들 결혼한 상대고 한데, 다른 남자들이랑 그렇게 쉽게 관계를 가질 수 있을까? 게다가 강제로 하는것도 안되. 분명 아스모데우스는 강간을 하면 바로 탈락한다고 했어. 그럼 관계를 가지려면 작업을 해서 자연스럽게 해야된다는건데, 그게 말처럼 쉽겠어?"

"하지만 형님... 그... 왜... 약같은거 쓰면..."

"뭐, 그거야 그렇지만, 생각해봐. 약을 쓰러면 약을 자연스럽게 먹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되. 그 상황을 만드는게 그리 쉽지는 않을거다. 게다가 남편들이 눈뜬 장님도 아니고, 다들 시험때문에 아내들한테 더 신경을 많이쓸게 뻔한데, 그게 쉽겠니?"

"형님 말씀을 들으니 그것도 그렇네요..."

"어차피 그렇게 뺏고, 뺏기는 길을 가게된다면 우리에게 돌아오는거는 파멸뿐일거다. 나는 내가, 그리고 내 아내가 그렇게 되는걸 원하지 않아. 수철아, 너도 그렇지?"

"... 네... 당연하죠 형님..."

"그래... 버티자... 버티는거야..."

수철은 상진의 의견에 격하게 동의했고, 그들은 술을 마시며 의기투합하고는 그들이 다른 사람들을 끌어모을때 어떤 식으로 설득을 할지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만 되면 모든 일은 그가 걱정했던것처럼은 되지 않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수철은 상진을 존경의 눈빛을 담아 바라보고 있었다...










~ 악마


"아스모데우스님! 어찌하여 인간들에게 그런 말씀을 하신겁니까!"

"응? 프쉬케, 왜 흥분한거야?"

위계질서란것이 인간의 것들과는 달라서, 하급 악마들이 상급 악마들에게 분노를 표출하거나, 온갖 음담패설을 하는 것은 악마들에게는 익숙한 일이였다. 다만, 프쉬케와 아스모데우스 사이에서 프쉬케가 잔뜩 흥분하며 아스모데우스에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였다.

"왜, 하찮은 인간들이 아스모데우스님을 노예로 삼고 싶다는 소망을 들어주실 수 있다고 말씀을 하신겁니까!"

"그야, 당연하지. 그게 사실이니까. 시험에 통과한 사람의 소원이 그거라면 난 그걸 들어줘야되.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후후... 게다가 이 세상이 탄생한 이래로 처음으로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 내 처녀를 뺏기는거라면... 그것도 흥분되는 일이겠지."

프쉬케는 아스모데우스의 생각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애시당초에 프쉬케는 인간은 쓰레기같은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신이 따르는 아스모데우스가 인간의 노예가 된다는 것에 심한 모멸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일이 아닌데도, 마치 그녀가 인간의 노예가 된것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였다.

"뭐, 괜찮아. 어차피 그런 소원을 가지고 있어서야 이 시험을 통과하기는 글렀어. 호호... 시간문제라는거지..."

"......"

"프쉬케. 우리는 가지지 못한 것이고, 우리의 힘으로도 마음대로 못하는 것이기도 하며, 신이 인간을 선택한 단 하나의 이유가 뭔지 알아?"

"감정... 이라고 배웠습니다..."

"후후... 맞아. 그 중에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참으로 독특하지. 신은 인간을 만든 후, 그들이 종을 보존시킬 수 있게끔 모성본능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었어. 하지만 인간에게 만들어놓은 모성본능이라는 시스템이 섹스라는 행위와 더불어 사랑이라는 감정을 만들었고, 그 감정으로부터 수많은 감정들이 탄생했지. 우리, 7개의 대죄라고 불리는 감정들도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고. 후후... 흥미롭지 않아? 그래서 신은 인간을 선택했지. 그리고 그 감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그것을 시험하는게 감독관으로써의 우리 악마의 일인거야."

"... 저는 감정이라는걸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당연하지. 우리에게 감정이란 단순히 시스템일뿐이니까. 소위말해 즐거움을 느낀다? 그 이유가 뭘까? 그냥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이야. 하지만 인간들은 놀랍게도 그들이 즐겁다는 감정을 느끼는데에 이유를 설명을 하려고 하지. 그 설명이 맞냐, 틀리냐는 중요한게 아니야. 중요한건 감정이라는 시스템을 설명하려고 한다는것. 그게 인간이 특별한 점이지. 다만... 인간은 그런 점때문에 한없이 약해. 후후..."

"... 그렇다면... 안심입니다..."

"후후... 프쉬케의 소원은 뭐야?"

"저는 아스모데우스님을 짓밟고, 제 노예로 만드는 것입니다. 아스모데우스님의 처녀를 빼앗고, 평생동안 제 보지를 핥는 창녀같은 악마로 만드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인간이 들었다면 정말로 충격적인 말이였겠지만, 아스모데우스는 분노는 전혀 느끼지 않고 그저 깔깔대며 프쉬케의 말을 받아들였다. 역시 악마답다, 그것이 아스모데우스의 소감이였다.

"뭐... 내 다음 색욕의 대죄는 프쉬케, 네가 될테니까... 잘만하면 나를 마음껏 가지고 놀수도 있겠지. 호호호... 왜, 뭣하면 지금도 날 가지고 놀 수 있는데...?"

"아닙니다. 지금 아스모데우스님을 가지고 논다고 하더라도, 그게 결과적으로는 아스모데우스님이 저를 가지고 노는거란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즐거움을 나중으로 미뤄두겠습니다."

"호호호.... 역시, 프쉬케다워. 알았어. 그럼 나도 괴롭힘당하는 즐거움은 뒤로 미뤄둬야겠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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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접속도 힘들고...
어제는 데이터베이스 점검한다고 뜨고
그래서 연말에 그냥 죽어라고 놀았습니다. (태업본능....)
뭐... 정기도 많이 빨리고 -_-
우째 크리스마스 이후로 혹사당하는 기분...


그나저나 초반부 너무 재미가 없네요.
흠. 어쩌지.
쓰는 저도 재미없는데 읽으시는 여러분은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요 ㅠㅠ

그래서말인데,
그래서 그들은... 때와는 다르게 한번에 두 개의 소설을 동시진행해볼까도 생각중입니다.
보통 외도, 라고들 표현하죠.
음... 그런데 그렇게 하다보면 집중을 못할거같기도 하고 해서 망설여지네요.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니가 뭘 하든 관심없다, 같은건 너무 가슴아파요 ㅠㅠㅠㅠㅠ

아무튼 새해복 많이들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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