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글을 쓰다보니 어쩐지 제가 해 놓은 분류와는 사뭇 다르게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노출이지만 순수한 노출은 없고 혼자만의 자위만 할 뿐이고 그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도 없었으니까요. 이번 편이야말로 비로소 작품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입니다.
분량이 조금 적어서 죄송합니다. 글을 쓰는 게 좀 버겁네요.
항상 지켜봐주는 독자 분들 감사드리고 요전에 쪽지로 아이디어 보내주신 분께도 정말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이야기 전개와 노출 소재에 대한 정보는 감사히 받아들입니다.
이번 편도 재밋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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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성철이는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중학교 올라가서도 간간이 만났지만 어느새 이사를 가버리고 연락이 뚝 끊긴 성철이. 집이 가난했던지라 핸드폰 하나 없어서 살던 동네를 떠난 이후론 행방조차 묘연했다. 물론 같은 성철이 패거리 애들은 그 뒤로 자주 만났지만 지금은 모두 연락이 끊긴 지 오래였다. 과거는 모두 과거로 묻어져버리고 현재에 존재하는 건 나 하나 뿐. 그들과의 즐거웠던 기억이 영원할 것만 같았지만 하나 둘 씩 떠나버리고 남은 것은 텅 빈 욕망 뿐이었다. 도무지 어떻게 채워야할 지 막막한 욕망.
답답한 맘을 추스르지 못하고 그저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폰에 문자가 떴다.
“헉!”
문자엔 메시지 하나 없이 단 한 장의 사진만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자위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었다. 침대에 누워 한 손으론 가슴을 문지르고 다른 손은 벌린 다리 사이를 문지르고 있는 사진. 화질은 나빴지만 사람의 형체와 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확실히 알아볼 수 있는 정도였다. 사진이 찍한 각도를 보아하니 베란다를 통해 찍은 것 같았다.
"밖에서 누군가 나를 보고 있었던 거야‘
나는 헐레벌떡 일어나 베란다로 뛰쳐나갔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내 베란다를 찍을 수 있을 만한 장소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에 맞은편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아!’
맞은편 아파트는 아파트의 정면 부분이 내가 지내는 빌라와 마주보는 구조였는데 요즘 나오는 별별 독특한 아파트 구조와는 다른, 일반적인 구형 아파트 구조였다. 말하자면 한 층에 10여 개가 넘는 세대가 거주하고 있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2개이 엘리베이터가 있는, 그래서 그 10여 세대는 기나긴 하나의 복도로 연결된, 그런 구형 아파트인 것이다. 분명히 아파트 3층, 내지는 4층 쯤에서 복도의 창문으로 내 방을 지켜보고 있던 게 틀림없었다.
‘아니, 근데 내 번호는 어떻게 알고 이렇게 사진을...’
살면서 내 은밀한 취미를 이런 식으로 들켜본 적이 없었다. 성철이네와의 음란한 장난 중에도 이런 상황과 비슷한 때가 있긴 했지만 그 때는 전적으로 통제된 상황이었으므로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상대가 전혀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 자신의 음란한 장난이 들킬 줄은 몰랐다.
또 다시 문자음이 들려왔다.
‘베란다로 나가서 살펴본다고 해도 제 모습은 안 보일 겁니다. 명색에 중학교 교사가 그런 복장으로 베란다를 거닐다니요ㅋㅋ’
‘뭐, 뭐야. 아직도 보고 있다는 거야?’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며 나도 모르게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또 다시 들리는 문자음.
‘ㅋㅋㅋㅋ그런 반응 보이는 것도 보기 좋네요. 뭐가 그리 놀라서??’
‘히익....’
주저앉은 다리엔 힘이 풀려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베란다 창살 너머로 맞은편 아파트 4층 창문 어딘가에서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저기 있구나!’
‘후, 후. 일어날 수 있어. 일어서!’
심호흡하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자 다리에 힘이 들어왔다.
‘뭘 하려는 지는 몰라도 사람을 만만하게 보면 안되지!’
옷장을 뒤져 대충 걸칠만한 외투를 골라 입고 나갈 생각이었다. 급히 쪼리를 신으려는데 또 다시 문자음이 들렸다.
‘어딜 그리 바삐 나가시나, 그렇게 입고는 추울건데.. 갈 때 가더라도 손잡이에 걸린 선물은 챙겨가세요!’
‘손잡이? 무슨 소리야?’
무시하고 잠금을 다 풀고 문 밖을 나섰다. 서둘러 맞은편 아파트로 향하려는 데 왠지 그 손잡이라는 말이 맘에 걸렸다.
‘손잡이... 아!’
바깥쪽 문손잡이를 보자 나는 정말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말 그렇게나 깜짝 놀랄 수가 없었다. 손잡이에는 전에 화장실에 버려뒀던 팬티가 걸려있던 것이다. 심지어 그냥 걸려있는 게 아니라 축축하게 젖어서 기분 나쁘게 끈적거리는 액체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이미 바닥에도 허연 액체가 고여 있었다.
또 다시 들리는 문자음.
‘이게 뭔지는 잘 알죠? 추운데 속옷도 없이 나가려는 선생님을 위한 제 배려입니다. 기왕이면 뽀송뽀송하게 돌려드리려 했는데 도무지 마르지 않더라고요. 도대체 뭐에 적혀놓은 거예요?’
걸레 짜듯 쭉 짜면 이 정체모를 액체가 질질 쏟아질 것만 같았다. 도무지 손으로 쥘 용기조차 나지 않는 축축함. 난 완전히 굳은 표정으로 멍하게 손잡이에 걸린 팬티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때요? 여기서 주웠는데.’
또 다시 온 문자에는 메시지와 함께 화장실 칸막이벽에 걸쳐져 있는 속옷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분명 오늘 화장실에서 발견하지마자 찍은 사진인 것 같았다.
‘역시 선생님답게 애들하고도 잘 놀아주더라고요. 참 다정해보여서 훈훈한 마음에 몇 장 찍었습니다. 어때요? 얼굴 잘 나왔죠?’
“허어어업!”
나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비명에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이, 이 애는... 모든 걸 다 알고 있어. 이.. 애는 전부 다 지켜보고 있었어...’
다음 문자엔 메시지와 함께 놀이터 사진 3장이 첨부되어 있었다. 가슴까지 끌어올린 원피스 아래로 뽀얗게 보이는 내 엉덩이, 그리고 이를 쳐다보는 두 명의 아이들. 분명 인기척 없이 다가와 내 뒤에서 찍은 것이 틀림없었다. 다음 사진은, 완전히 알몸으로 아이들을 맞이하는 모습.. 다음 사진은, 차마 나의 멍청함에 고개를 돌리고 싶을 정도였지만, 양 팔을 구속당한 채 아이들에게 능욕당하는 사진. 모든 사진에 하나같이 흥분에 쩔은 표정을 짓고 있는 내 모습이 야속할 정도였다. 금방이라도 뜨거운 김이 새어나올 것만 같이 벌려진 입. 사타구니 쪽은 특히나 번들번들 거리는 게 아마 잔뜩 뿌려진 애액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제 폰이 은하수S4였다면 좋았으련만. 사진에 음성지원이 안되기에 이렇게 따로 보냅니다’
메시지와는 따로 보내진 문자 하나. 달랑 음성파일 하나만 전송되어 있었다. 앞에서 보내진 사진들을 미루어 봤을 때, 사뭇 열기 두려워졌지만, 더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건 누나가 다른 사람한테 벗은 몸을 보여주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그래... 누나는 다른 사람들이 누나의 알몸을 봐주길 원해. 누나의 알몸을 보면서 좋아하는 모습이 바로 누나가 좋아하는 거야... 누나는 남들이 누나의 가슴도 봐줬으면 좋겠고, 여기, 누나의 보지도 봐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누나의 엉덩이도 봐 줬으면 좋겠고 누나의 알몸이라면 구석구석 빼놓지 않고 샅샅이 다 봐줬으면 좋겠어.. 그래서 누나가 이렇게 밖에서 옷 벗고 알몸으로 너희들 앞에 서 있는 거야.. (...) 응, 응. 그리고... 그리고 누나의 벗은 몸을 만져줬으면 좋겠어... 여기, 누나 가슴하고 누나 엉덩이하고 누나의 보지도... 거칠게 만져줬으면 좋겠어... (...) 응! 저기, 제발... 제발 누나를 만져줘! 제발 누나의 온 몸을 샅샅이 훑어줘..! 제발, 부탁이야...**
‘짜잔! 자신의 신조를 만천하에 거리낌없이 드러내며 실천하시는 우리 선생님! 학생들에게 항상 좋은 귀감이 됩니다!’
‘저건 내가 아까 놀이터에서...’
“털썩, 쾅!”
또 다시 맥없이 쓰러져 버렸다. 쓰러지면서 이웃집 대문에 팔이 부딪혔지만 얼얼한 아픔을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이번엔 도무지 다리에 힘이 들어올 것 같지가 않았다. 이 녀석은 완전히 작정을 하고 나를 샅샅이 관찰해왔던 것이다. 이 녀석의 치밀함은 마치, 마치 옛날의 성철이를 떠올리게 했다. 다만 성철이는 적정선을 지키며 나를 배려해준 "친구‘였다. 하지만 이 녀석은, 전혀 정체도 이름도 모르는 녀석,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전면에 등장한 꼴이었던 것이다.
“저기 무슨 일 있으세요?”
고갤 돌려보니 난생 처음 보는 이웃이 나를 내려다보고 이었다. 아마 아까 실수로 친 문소리 때문에 놀라 뛰쳐나온 모양인 듯 했다. 주저앉을 때의 충격으로 어깨 아래로 흘려내려진 외투. 걱정스럽다는 듯이 내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은 어느새 노브라인 나시티의 가슴골로 향했다.
“전 괜찮아요. 들어가셔도 되요.”
가능한 침착을 가장하고 말을 했지만 여전히 놀란 내 가슴이 추슬러지지 않았나보다. 가늘게 떨리는 내 음성은 돌아가라는 내 말과는 정반대였다.
“안 괜찮으신 거 같은데... 일으켜 세워 드릴까요?”
“아뇨, 전 괜찮아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겨드랑이로 팔을 집어넣어 날 일으켜 세웠다. 가슴에 슬쩍 그의 팔이 닿았지만 모른 척 태연한 그의 표정.
“고마워요...”
“네, 그럼 들어가세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는 일부러 천천히 뒷걸음질하며 여전히 내 몸을 철저히 뜯어보고 있었다. 풍만한 가슴과 튀어나온 유두를 눈으로 탐닉하던 그의 시선이 어쩐지 이상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의 끝에는...
“아.. 저..”
난 서둘러 문손잡이에 걸린 속옷을 빼들었다. 확 열이 오른 얼굴. 난 서둘러 집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왔지만 두근대는 심장은 여전히 어찌할 수 없었다.
‘외출은 즐거웠나요? 멀리 나갔다오신 것 같지는 않은데...’
‘도대체 나보고 어쩌란 거예요?’
난 절박한 마음으로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거라곤 없는 번호라는 메시지 뿐. 이미 철저하게 계획된 것이 틀림없었다.
‘하고 싶은 말이 가득하죠? 일단은 제 호의를 거부했다는 게 맘에 안 드네요. 짧은 핫팬츠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길래 팬티 한 장 보내드렸더니 아직도 안 입고 계시다니. 바지 벗고 베란다로 나와서 드린 속옷 입으세요.’
순순히 그의 말을 따르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의 치밀함을 보아하니 그는 이미 나를 훤히 꿰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분명 내가 그의 지시를 따를 것이란 것도 알고 있을 터였다. 그는 나를 몇 수나 넘겨짚고 있을 것이다.
난 베란다 앞에 서서 무릎을 굽히지 않은 채 천천히 핫팬츠를 끌어내렸다. 허벅지까지 끌어내리자 저절로 스스르 바닥까지 떨어지는 핫팬츠. 한 손엔 축축히 젖은 팬티를 쥐고 베란다로 걸어나갔다. 여전히 아까 그 자리에서 미동조차 않는 검은 실루엣.
‘지금도 나를 지켜보고 있겠지...’
팬티에 다리를 집어넣고 천천히 끌어올리자 정체모를 액체의 차가움이 느껴져왔다. 골반까지 끌어올리면서 종아리부터 허벅지 안쪽 깊숙한 부분까지 끈적한 액체로 코팅한 것만 같았다.
‘좋네요. 그 속옷, 오늘, 하루종일 당신의 씹물에 절어있는 속옷이라는 거, 잘 알고 있죠? 자기 욕정의 상징을 어디다 함부로 버리고 다니는 겁니까? 그 속옷이 바로 당신의 정체성이다, 이 말입니다.’
연이어 온 문자.
‘딴 생각 마시고 제 지시에 잘 따라주셨으면 합니다. 아까 속옷 입으셨을 때처럼만 잘 따라와주시면 됩니다.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한 순간에 교사고 뭐고, 이 동네에서도 쫓겨날 줄 아세요.’
조심스럽게 끄덕이는 내 얼굴. 이미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테니 그의 명령에 따르겠다는 의사표현은 몸으로 밖에 할 수 없었다.
‘좋습니다. 그렇게만 해주시면 됩니다. 찍은 사진이 보낸 5개만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또 다시 메시지와 함께 전송된 사진은 자신의 사진첩을 스크린샷 찍어 보낸 사진이었다. 사진엔 폴더명‘변태년정수진’이 보였고 그 옆의 괄호엔 숫자가 100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는 모든 장면을 사진으로 남겨놓았던 것이다. 심지어 다음 사진은 썸네일로 표시된 사진들을 찍어놓은 스샷이었는데 가장 최근 사진엔 내가 팬티만 입은 채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사진도 있었다. 그의 지시를 마친 뒤의 아까 전 내 모습이었다. 그는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내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던 것이다.
‘오늘 부로 당신의 인생은 저에 의해 기록되고 있는 거죠. 일기 쓸 필요 없어서 편리해졌네요?’
저 비꼬는 말투는 성철이와 똑같았다. 어찌나 그렇게 똑같은지.. 마치 이 순간은 단지 통제와 예상에서 벗어났을 뿐이지 예전에 성철이의 주도로 이뤄지던 온갖 음란한 장난과 다를 바 없었다. 단지 그 때보다 훨씬 긴장되고, 푸근한 친근감이 전혀 없다는 것만 다를 뿐. 내게 있어서는 이런 상황이 더더욱 긴장되고 한편으로는 너무나 무서웠다.
‘오늘 한번 재밋게 놀아볼까요? 계속 지켜보고 있을테니 지금 입은 옷에 아까 그 외투만 걸치고 밖으로 나오세요.’
그는 본격적으로 그만의 음란한 장난을 시작할 모양이었다.
글을 쓰다보니 어쩐지 제가 해 놓은 분류와는 사뭇 다르게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노출이지만 순수한 노출은 없고 혼자만의 자위만 할 뿐이고 그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도 없었으니까요. 이번 편이야말로 비로소 작품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입니다.
분량이 조금 적어서 죄송합니다. 글을 쓰는 게 좀 버겁네요.
항상 지켜봐주는 독자 분들 감사드리고 요전에 쪽지로 아이디어 보내주신 분께도 정말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이야기 전개와 노출 소재에 대한 정보는 감사히 받아들입니다.
이번 편도 재밋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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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성철이는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중학교 올라가서도 간간이 만났지만 어느새 이사를 가버리고 연락이 뚝 끊긴 성철이. 집이 가난했던지라 핸드폰 하나 없어서 살던 동네를 떠난 이후론 행방조차 묘연했다. 물론 같은 성철이 패거리 애들은 그 뒤로 자주 만났지만 지금은 모두 연락이 끊긴 지 오래였다. 과거는 모두 과거로 묻어져버리고 현재에 존재하는 건 나 하나 뿐. 그들과의 즐거웠던 기억이 영원할 것만 같았지만 하나 둘 씩 떠나버리고 남은 것은 텅 빈 욕망 뿐이었다. 도무지 어떻게 채워야할 지 막막한 욕망.
답답한 맘을 추스르지 못하고 그저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폰에 문자가 떴다.
“헉!”
문자엔 메시지 하나 없이 단 한 장의 사진만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자위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었다. 침대에 누워 한 손으론 가슴을 문지르고 다른 손은 벌린 다리 사이를 문지르고 있는 사진. 화질은 나빴지만 사람의 형체와 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확실히 알아볼 수 있는 정도였다. 사진이 찍한 각도를 보아하니 베란다를 통해 찍은 것 같았다.
"밖에서 누군가 나를 보고 있었던 거야‘
나는 헐레벌떡 일어나 베란다로 뛰쳐나갔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내 베란다를 찍을 수 있을 만한 장소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에 맞은편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아!’
맞은편 아파트는 아파트의 정면 부분이 내가 지내는 빌라와 마주보는 구조였는데 요즘 나오는 별별 독특한 아파트 구조와는 다른, 일반적인 구형 아파트 구조였다. 말하자면 한 층에 10여 개가 넘는 세대가 거주하고 있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2개이 엘리베이터가 있는, 그래서 그 10여 세대는 기나긴 하나의 복도로 연결된, 그런 구형 아파트인 것이다. 분명히 아파트 3층, 내지는 4층 쯤에서 복도의 창문으로 내 방을 지켜보고 있던 게 틀림없었다.
‘아니, 근데 내 번호는 어떻게 알고 이렇게 사진을...’
살면서 내 은밀한 취미를 이런 식으로 들켜본 적이 없었다. 성철이네와의 음란한 장난 중에도 이런 상황과 비슷한 때가 있긴 했지만 그 때는 전적으로 통제된 상황이었으므로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상대가 전혀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 자신의 음란한 장난이 들킬 줄은 몰랐다.
또 다시 문자음이 들려왔다.
‘베란다로 나가서 살펴본다고 해도 제 모습은 안 보일 겁니다. 명색에 중학교 교사가 그런 복장으로 베란다를 거닐다니요ㅋㅋ’
‘뭐, 뭐야. 아직도 보고 있다는 거야?’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며 나도 모르게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또 다시 들리는 문자음.
‘ㅋㅋㅋㅋ그런 반응 보이는 것도 보기 좋네요. 뭐가 그리 놀라서??’
‘히익....’
주저앉은 다리엔 힘이 풀려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베란다 창살 너머로 맞은편 아파트 4층 창문 어딘가에서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저기 있구나!’
‘후, 후. 일어날 수 있어. 일어서!’
심호흡하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자 다리에 힘이 들어왔다.
‘뭘 하려는 지는 몰라도 사람을 만만하게 보면 안되지!’
옷장을 뒤져 대충 걸칠만한 외투를 골라 입고 나갈 생각이었다. 급히 쪼리를 신으려는데 또 다시 문자음이 들렸다.
‘어딜 그리 바삐 나가시나, 그렇게 입고는 추울건데.. 갈 때 가더라도 손잡이에 걸린 선물은 챙겨가세요!’
‘손잡이? 무슨 소리야?’
무시하고 잠금을 다 풀고 문 밖을 나섰다. 서둘러 맞은편 아파트로 향하려는 데 왠지 그 손잡이라는 말이 맘에 걸렸다.
‘손잡이... 아!’
바깥쪽 문손잡이를 보자 나는 정말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말 그렇게나 깜짝 놀랄 수가 없었다. 손잡이에는 전에 화장실에 버려뒀던 팬티가 걸려있던 것이다. 심지어 그냥 걸려있는 게 아니라 축축하게 젖어서 기분 나쁘게 끈적거리는 액체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이미 바닥에도 허연 액체가 고여 있었다.
또 다시 들리는 문자음.
‘이게 뭔지는 잘 알죠? 추운데 속옷도 없이 나가려는 선생님을 위한 제 배려입니다. 기왕이면 뽀송뽀송하게 돌려드리려 했는데 도무지 마르지 않더라고요. 도대체 뭐에 적혀놓은 거예요?’
걸레 짜듯 쭉 짜면 이 정체모를 액체가 질질 쏟아질 것만 같았다. 도무지 손으로 쥘 용기조차 나지 않는 축축함. 난 완전히 굳은 표정으로 멍하게 손잡이에 걸린 팬티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때요? 여기서 주웠는데.’
또 다시 온 문자에는 메시지와 함께 화장실 칸막이벽에 걸쳐져 있는 속옷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분명 오늘 화장실에서 발견하지마자 찍은 사진인 것 같았다.
‘역시 선생님답게 애들하고도 잘 놀아주더라고요. 참 다정해보여서 훈훈한 마음에 몇 장 찍었습니다. 어때요? 얼굴 잘 나왔죠?’
“허어어업!”
나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비명에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이, 이 애는... 모든 걸 다 알고 있어. 이.. 애는 전부 다 지켜보고 있었어...’
다음 문자엔 메시지와 함께 놀이터 사진 3장이 첨부되어 있었다. 가슴까지 끌어올린 원피스 아래로 뽀얗게 보이는 내 엉덩이, 그리고 이를 쳐다보는 두 명의 아이들. 분명 인기척 없이 다가와 내 뒤에서 찍은 것이 틀림없었다. 다음 사진은, 완전히 알몸으로 아이들을 맞이하는 모습.. 다음 사진은, 차마 나의 멍청함에 고개를 돌리고 싶을 정도였지만, 양 팔을 구속당한 채 아이들에게 능욕당하는 사진. 모든 사진에 하나같이 흥분에 쩔은 표정을 짓고 있는 내 모습이 야속할 정도였다. 금방이라도 뜨거운 김이 새어나올 것만 같이 벌려진 입. 사타구니 쪽은 특히나 번들번들 거리는 게 아마 잔뜩 뿌려진 애액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제 폰이 은하수S4였다면 좋았으련만. 사진에 음성지원이 안되기에 이렇게 따로 보냅니다’
메시지와는 따로 보내진 문자 하나. 달랑 음성파일 하나만 전송되어 있었다. 앞에서 보내진 사진들을 미루어 봤을 때, 사뭇 열기 두려워졌지만, 더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건 누나가 다른 사람한테 벗은 몸을 보여주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그래... 누나는 다른 사람들이 누나의 알몸을 봐주길 원해. 누나의 알몸을 보면서 좋아하는 모습이 바로 누나가 좋아하는 거야... 누나는 남들이 누나의 가슴도 봐줬으면 좋겠고, 여기, 누나의 보지도 봐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누나의 엉덩이도 봐 줬으면 좋겠고 누나의 알몸이라면 구석구석 빼놓지 않고 샅샅이 다 봐줬으면 좋겠어.. 그래서 누나가 이렇게 밖에서 옷 벗고 알몸으로 너희들 앞에 서 있는 거야.. (...) 응, 응. 그리고... 그리고 누나의 벗은 몸을 만져줬으면 좋겠어... 여기, 누나 가슴하고 누나 엉덩이하고 누나의 보지도... 거칠게 만져줬으면 좋겠어... (...) 응! 저기, 제발... 제발 누나를 만져줘! 제발 누나의 온 몸을 샅샅이 훑어줘..! 제발, 부탁이야...**
‘짜잔! 자신의 신조를 만천하에 거리낌없이 드러내며 실천하시는 우리 선생님! 학생들에게 항상 좋은 귀감이 됩니다!’
‘저건 내가 아까 놀이터에서...’
“털썩, 쾅!”
또 다시 맥없이 쓰러져 버렸다. 쓰러지면서 이웃집 대문에 팔이 부딪혔지만 얼얼한 아픔을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이번엔 도무지 다리에 힘이 들어올 것 같지가 않았다. 이 녀석은 완전히 작정을 하고 나를 샅샅이 관찰해왔던 것이다. 이 녀석의 치밀함은 마치, 마치 옛날의 성철이를 떠올리게 했다. 다만 성철이는 적정선을 지키며 나를 배려해준 "친구‘였다. 하지만 이 녀석은, 전혀 정체도 이름도 모르는 녀석,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전면에 등장한 꼴이었던 것이다.
“저기 무슨 일 있으세요?”
고갤 돌려보니 난생 처음 보는 이웃이 나를 내려다보고 이었다. 아마 아까 실수로 친 문소리 때문에 놀라 뛰쳐나온 모양인 듯 했다. 주저앉을 때의 충격으로 어깨 아래로 흘려내려진 외투. 걱정스럽다는 듯이 내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은 어느새 노브라인 나시티의 가슴골로 향했다.
“전 괜찮아요. 들어가셔도 되요.”
가능한 침착을 가장하고 말을 했지만 여전히 놀란 내 가슴이 추슬러지지 않았나보다. 가늘게 떨리는 내 음성은 돌아가라는 내 말과는 정반대였다.
“안 괜찮으신 거 같은데... 일으켜 세워 드릴까요?”
“아뇨, 전 괜찮아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겨드랑이로 팔을 집어넣어 날 일으켜 세웠다. 가슴에 슬쩍 그의 팔이 닿았지만 모른 척 태연한 그의 표정.
“고마워요...”
“네, 그럼 들어가세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는 일부러 천천히 뒷걸음질하며 여전히 내 몸을 철저히 뜯어보고 있었다. 풍만한 가슴과 튀어나온 유두를 눈으로 탐닉하던 그의 시선이 어쩐지 이상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의 끝에는...
“아.. 저..”
난 서둘러 문손잡이에 걸린 속옷을 빼들었다. 확 열이 오른 얼굴. 난 서둘러 집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왔지만 두근대는 심장은 여전히 어찌할 수 없었다.
‘외출은 즐거웠나요? 멀리 나갔다오신 것 같지는 않은데...’
‘도대체 나보고 어쩌란 거예요?’
난 절박한 마음으로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거라곤 없는 번호라는 메시지 뿐. 이미 철저하게 계획된 것이 틀림없었다.
‘하고 싶은 말이 가득하죠? 일단은 제 호의를 거부했다는 게 맘에 안 드네요. 짧은 핫팬츠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길래 팬티 한 장 보내드렸더니 아직도 안 입고 계시다니. 바지 벗고 베란다로 나와서 드린 속옷 입으세요.’
순순히 그의 말을 따르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의 치밀함을 보아하니 그는 이미 나를 훤히 꿰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분명 내가 그의 지시를 따를 것이란 것도 알고 있을 터였다. 그는 나를 몇 수나 넘겨짚고 있을 것이다.
난 베란다 앞에 서서 무릎을 굽히지 않은 채 천천히 핫팬츠를 끌어내렸다. 허벅지까지 끌어내리자 저절로 스스르 바닥까지 떨어지는 핫팬츠. 한 손엔 축축히 젖은 팬티를 쥐고 베란다로 걸어나갔다. 여전히 아까 그 자리에서 미동조차 않는 검은 실루엣.
‘지금도 나를 지켜보고 있겠지...’
팬티에 다리를 집어넣고 천천히 끌어올리자 정체모를 액체의 차가움이 느껴져왔다. 골반까지 끌어올리면서 종아리부터 허벅지 안쪽 깊숙한 부분까지 끈적한 액체로 코팅한 것만 같았다.
‘좋네요. 그 속옷, 오늘, 하루종일 당신의 씹물에 절어있는 속옷이라는 거, 잘 알고 있죠? 자기 욕정의 상징을 어디다 함부로 버리고 다니는 겁니까? 그 속옷이 바로 당신의 정체성이다, 이 말입니다.’
연이어 온 문자.
‘딴 생각 마시고 제 지시에 잘 따라주셨으면 합니다. 아까 속옷 입으셨을 때처럼만 잘 따라와주시면 됩니다.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한 순간에 교사고 뭐고, 이 동네에서도 쫓겨날 줄 아세요.’
조심스럽게 끄덕이는 내 얼굴. 이미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테니 그의 명령에 따르겠다는 의사표현은 몸으로 밖에 할 수 없었다.
‘좋습니다. 그렇게만 해주시면 됩니다. 찍은 사진이 보낸 5개만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또 다시 메시지와 함께 전송된 사진은 자신의 사진첩을 스크린샷 찍어 보낸 사진이었다. 사진엔 폴더명‘변태년정수진’이 보였고 그 옆의 괄호엔 숫자가 100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는 모든 장면을 사진으로 남겨놓았던 것이다. 심지어 다음 사진은 썸네일로 표시된 사진들을 찍어놓은 스샷이었는데 가장 최근 사진엔 내가 팬티만 입은 채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사진도 있었다. 그의 지시를 마친 뒤의 아까 전 내 모습이었다. 그는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내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던 것이다.
‘오늘 부로 당신의 인생은 저에 의해 기록되고 있는 거죠. 일기 쓸 필요 없어서 편리해졌네요?’
저 비꼬는 말투는 성철이와 똑같았다. 어찌나 그렇게 똑같은지.. 마치 이 순간은 단지 통제와 예상에서 벗어났을 뿐이지 예전에 성철이의 주도로 이뤄지던 온갖 음란한 장난과 다를 바 없었다. 단지 그 때보다 훨씬 긴장되고, 푸근한 친근감이 전혀 없다는 것만 다를 뿐. 내게 있어서는 이런 상황이 더더욱 긴장되고 한편으로는 너무나 무서웠다.
‘오늘 한번 재밋게 놀아볼까요? 계속 지켜보고 있을테니 지금 입은 옷에 아까 그 외투만 걸치고 밖으로 나오세요.’
그는 본격적으로 그만의 음란한 장난을 시작할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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