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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55 1,530회 0건
약간의 굴욕감은 있었다.
그러나 쾌감이 훨씬 더 컸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가장 이상한 건 나 자신이었다.
난 어딜 가리거나 움츠림 없이 최대한 평온한 자세와 표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마음속에서는 폭풍이 일었다.
난 여자를 좋아한다. 그러나 섹스를 밝히는 편은 아니다. 대학 때 부터 나름 은근히 다가오는 여자도 많았고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속칭 준다고 다 받아먹는 남자는 아니었다. 때로는 매정하게 뿌리쳐서 나중엔 나를 원수처럼 대한 여자도 있었고 남자들한테는 야유를 받은 적도 많았다. 난 여자와 같이 있는 것을 좋아했고 데이트의 끝이 섹스로 끝날 수는 있겠지만 그저 아무런 깊은 교감 없는, 섹스를 위한 섹스에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그 맛’을 잘 모르는 게 그 이유일지도 몰랐다.

나와 주은의 스킨십이라고는 2주전에 그녀가 내 가슴에 잠시 손을 얹은 게 다였지만 지금의 자극은 그 어떤 섹스보다도 강렬했다.

하지만 다음이 문제였다.
밥을 먹고 그녀와 나는 섹스를 하게 될 것인가.
그러기엔 뭔가 순서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그녀가 나를 연애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나를 남자로 좋아한다면 어린 여자가 조금의 수줍음도 없이 나를 일단 벗겨놓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저 하룻밤을 지내기 위한 섹스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닌 듯 했다.

그러기엔 그녀의 표정이 너무 묘했다. 구애의 표정이나 욕정에 불타는 눈빛은 전혀 아니었다. 약간의 미소를 띄고 있지만 놀리거나 비웃는 것도 아니었다. 응시하는 그녀의 눈에는 약간의 도발이 담겨 있었다. 그렇다고 ‘이제 달려들어 날 가져달라‘는 식의 도발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선배는 이제 어떻게 행동할건데요‘ 라는 도전을 던지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아주 묘한 판을 벌여 놓고 같이 놀자고 날 초대하고 있었다. 뭐 좀 세게 나가면 오늘이라도 어떻게 해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렇게 하는 것이 나를 뭔가 하수로 만들어 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아마도 내가 여기서 섹스를 원한다는 사인을 보내면 이렇게 만들어 놓은 판을 깬 나를 그녀는 날 경멸할 지도 모른다. 그저 남자들은 원하는 게 그것밖에 없냐는 투로... 그래, 그녀 정도 되는 여자가 같이 잘 남자가 없어서 나한테 이러지는 않을 거다.

그녀가 원하는 건 게임이다.

그녀는 이 짜릿한 게임의 상대로 나를 선택한 것이고 난 이기고 지고를 떠나 시시한 경기가 되지 않도록 잘 싸워줘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9살이나 어린 여자후배 앞에서 벌거벗겨져 있는 이런 웃기는 상황이 최고의 결말로 가도록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저 한 번의 오르가즘 이상의 그 무엇을 경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도 내 자존심이 그저 그렇게 쉽게 본능에 수긍해 버리는 남자가 되기는 싫었다. 그녀도 그걸 바라는 건 아닌 게 확실했다.

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그녀는 핫팬츠에 박스티를 입고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의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었다. 에어컨 때문에 약간의 한기를 느꼈으나 혹시 뭐라도 입으라고 해서 이 짜릿한 상황이 마무리 될 까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그녀도 뭘 입으라고 하지 않았겠지만... 아까 처음에 딱딱하게 발기되었던 내 물건은 이제 축 늘어져 있었다.

식사가 끝났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텐데, 이제는 내가 뭔가를 해야 하나? 아님 그녀가?
아직 내 생각 외에는 그녀의 의도를 정확히 알지 못하므로 일단 주은이 어떻게 할지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녀가 곧 다음 수를 두었다.

“아 맞다. 남자가 있을 때 부탁해야지. 선배 죄송하지만 부엌에 전구 좀 갈아 주실래요?”
그녀가 일어났다.
“...”

그녀는 나에게 미묘한 미소를 던지더니 부엌으로 향했다.
뒤태가 정말 예뻤다.
전반적으로 가느다란 몸매지만 엉덩이 하나만은 딱 적절할 만큼 풍성했고 거기서 이어져 나오는 미끈한 두 다리가 끝이 나지 않을 듯 예쁜 두 발을 향해 뻗어 내려갔다.

부엌에는 전등커버 안의 동그란 형광등과 홈바 위에 길게 예닐곱 개 늘어져 있는 할로겐전구가 조명을 담당하고 있었다. 형광등이 많이 어두워진 상태였고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갈아 끼울 형광등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는 반대편 홈바에서 스툴을 가져다가 조명 아래 놓고는 계속 미소를 지은 채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 내가 저기에 서서 형광등을 갈아줘야 하는구나.’

스툴 위에 올라가 섰다.
두 가지 일이 일어났다.

높은 곳에 서니 열배는 더 나의 벗고 있음이 강조되는 듯 했다. 이건 무대나 다름없었다. 거실을 비롯한 그녀의 집이 한눈에 들어왔고 더 많은 공간이 보이는 만큼 나의 모습도 더 큰 세상에 보여지는 듯 했다. 벽의 그녀 사진도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고 TV의 쇼 호스트와 저 멀리 베란다 밖 세상의 모든 사람들도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몸에서 힘이 싹 빠져나가는 게 느껴지면서도 마음속의 폭풍은 더 강렬하게 몰아치고 있었다. 높은 곳에 서 있다는 불안정함이 벌거벗음으로 초래되는 나의 취약함이 더 강조되었다. 남녀 관계는 늘 정신적, 육체적인 힘의 겨루기이고 때로는 자신의 약점을 일부러 노출하여 상대방을 유혹하기도 하는 것이라면 스툴 위에서의 지금의 나를 그녀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난 이렇게 적나라하게 모든 것이 노출되어 있지만 정작 그녀의 의도를 전혀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그 무엇보다 강한 자극을 주고 있었다.

나는 무대 위의 배우었고 진짜 관객은 손주은 그녀 한명이었다.

또 하나는 스툴이 넘어지지 않도록 붙들고 있는 그녀의 눈높이에 나의 물건이 위치했다는 점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나의 그것으로부터 10센티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고 주은은 그 야릇한 미소와 함께 나의 자지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계획했을까? 나의 흥분은 아까 그냥 벗고 있을 때 보다 몇 배 더 고조되었다.

“잠시만요”
주은이 스툴에서 손을 떼고 스위치로 가 형광등의 불을 껐다.
부엌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응접실의 은은한 조명 때문에 사물은 모두 충분히 구별되었다.
그녀가 다시 스툴을 잡았다. 예의 내 자지를 응시하면서...

난 흥분을 억누르며 전등커버의 나사를 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물건은 빠르게 발기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바로 말 그대로 코앞에서 발기되는 내 자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내 흥분을 끝없이 높은 어디론가 끌고 가고 있었다.
난 주어진 임무에 집중하려 했지만 나의 모든 감각은 한 곳에 몰려 있었다.

그 감각의 끝에 무엇인가가 닿았다.

내 몸에서 가장 민감한 그곳이 그녀의 뺨에 닿아있었다.
난 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니 떼고 싶지 않았다. 그녀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아 미치겠다’
내 자지가 끄덕일 때 마다 주은의 빰을 어루만지는 꼴이 되었다.
나는 눈을 감고 그녀의 세포와 나의 세포가 맞닿아 있는 부분에 내 감각을 집중하려고 했다.

전라의 여자와 온 몸을 섞을 때보다도 더 나는 감각적으로 살아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성적인 흥분은 클라이맥스를 갈구하고 더 강한 자극을 원하고 있었다. 그녀가 얼굴을 조금만 오른쪽으로 돌리면 그녀의 입술에 내 자지가 닿을 것이다.

‘제발...’
마음속으로는 온 힘을 다해 소리치고 있었다.

평생 여자를 상대할 때 아쉬운 소리를 해 본적 없는 것 같았다. 가능하면 여자 쪽에서 먼저 접근할 때 까지 기다리는 편이었고 내가 원하더라도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만날 기회를 만들거나 자연스럽게 뭔가 도움을 주면서 계기를 만들어 나가는 중에 여자들이 내게 끌리도록 하는 편이었다. 특히 잘 생기거나 좋은 신체적 요건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내가 여자들을 대하는 방법이 크게 나쁘지 않은지 주변에 여자들은 늘 있는 편이었고 목표한 여자들과 내가 원하는 선 까지 가보지 못한 적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그녀의 자비를 바라고 있었다.
제발 그녀가 머리를 조금만 돌려 그 입술로 나의 자지를 키스해 주기를..
그리고 그 입술을 열어 나를 따뜻하게 품어 주기를...

‘제발...’
‘제발...‘


나사가 빠졌다.

무의식적으로 손은 나사를 돌리고 있었던 듯 했고 나사가 빠지자 전등커버의 무게가 나의 두 손에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그녀 뺨에 닿았던 나의 자지에 몰려 있던 전신의 감각이 뭔가 부끄러운 짓을 하다가 들킨 것처럼 제자리로 빠르게 돌아갔고 나의 흥분은 급속도로 번지점프를 했다.

약간 당황하며 그녀를 내려다 봤다.
그녀가 아직도 미소를 머금은 채로 나를 향해 두 팔을 들고 있었다.
급속한 흥분의 추락에 온몸이 파김치처럼 늘어지는 느낌이었다.
전등 커버를 던져 버리고 그 두 팔에 안기고 싶었다.

전등 커버를 뻗은 그녀의 손에 놓아 주었다.
그녀가 전등 커버를 홈바에 놓았고 나는 형광등을 분리했다.
뺀 형광등을 그녀에게 주고 새 형광등을 받았다.
새 걸 끼우고 다시 전등 커버를 받아 나사를 조이는 과정을 우리는 조용히 기계적으로 해 나갔다.

나의 자지는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나사를 조이고는 손을 한번 탁탁 털자 그녀는 스툴을 잡았던 손을 놓고 스위치를 켰다.
형광등이 깜박이며 들어왔다.
그런데 그녀는 홈바의 할로겐 조명도 같이 켜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다이얼을 돌려 할로겐의 밝기를 최대한으로 올렸다.

밝았다.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그녀는 형광등이 교체 되어서인지 아니면 나 때문인지 아주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몇 걸음 물러서서 부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밝고 환한 부엌의 한 가운데에는 스툴 위에 발가벗겨진 채로 서 있는 내가 있었다.

‘씨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그녀가 악녀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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