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추락(墜落)3
‘브래지어도 벗어버리도록 해’
30분 뒤에 날아든 새로운 메세지였다. 메시지의 지시를 잘 이행했던 탓인지 이 말 저 말의 덧붙임이 생략된 간단한 지시였다. 그렇다고 그녀는 그 지시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화장실에서의 지시를 무시한 대가를 바로 치러본 그녀는 그 지시를 무시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지금 이 자리에서 브래지어를 벗으라는 지시를 받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조차 들 정도였다.
‘딸깍!’
문고리를 잠근 채 그녀는 원피스의 지퍼를 내리고 민소매 원피스를 어깨부터 벗었다. 쇄골이 보기 좋게 자리한 어깨 라인은 둥글게 떨어져 내리고 하얀 목덜미 아래로 보기 좋게 솟아 오른 가슴이 브래지어 안에 숨겨져 있었다. 손을 등 뒤로 돌려 브래지어 후크를 풀고 어깨 끈을 한쪽씩 내리자 핑크 빛 유두가 수줍게 드러난다.
‘하아…’
가볍게 한숨을 쉰 그녀가 벗어낸 브래지어를 핸드백 안에 집어 넣고 화장실을 나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는 쉽게 거울 앞을 벗어날 수 없었다. 다행히 민소매 라인만 조심한다면 엿보일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단지 산뜻한 봄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 선택한 원피스가 봄 원피스 치고는 얇아 보이는 것이 문제였다. 하늘색 컬러의 미니 원피스. 다소 연한 컬러의 미니 원피스의 가슴 자락으로 살색의 융기가 비쳐 보이는 것만 같아 그녀는 쉽게 거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화장실 안에 숨어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화장실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몸을 비쳐보고 있는 모습 역시 누군가가 화장실에 들어오면 이상하게 보일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마음을 다잡아 먹고 화장실을 나섰다. 그러나 화장실을 나서자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은 느낌에 그녀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굳이 아래층 화장실로 오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혹시라도 눈치를 채면 어쩔까 하는 마음에 일부러 사무실에서 멀리 떨어진 화장실을 찾아왔던 것이 실수였다. 화장실에서 자리로 돌아가는 길이 마치 천리길인 듯 느껴져 그녀의 발걸음은 빨라지기만 했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눈길이 전부 자신의 가슴에만 쏠리는 것 같은 느낌. 묘하게 스물거리는 듯한 느낌이 영 거북하기만 했다.
노 브래지어에 노 팬티.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이 없는 느낌은 생각보다 강렬했다. 스커트 아래쪽으로는 시원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오고, 원피스의 까슬한 느낌이 걸을 때마다 유두를 자극해 오고 있었다. 자극을 받은 유두는 서서히 발기하는 것만 같았고, 허벅지를 따라 스쳐 올라오는 외부의 공기는 그녀의 보지를 간지럽히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뒤쪽의 사람들이 자신의 엉덩이와 등만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불편한 듯한 느낌에 고개를 돌려보면 그녀를 훔쳐보다 시선을 피하는 것 같은 남자들의 시선이 느꼈지만 그건 그녀가 노 팬티, 노 브래지어이어서가 아니라 그녀의 외모가 워낙 출중한 탓이라는 걸 그녀는 미쳐 몰랐다. 킬 힐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도도해 보이는 힐 위로 그녀의 뛰어난 각선미가 아름다운 라인을 그리며 짧은 원피스 안자락으로 자취를 감추고 있었고, 하늘거리는 원피스의 스커트 자락 안에는 적당한 볼륨과 탄력으로 업되어 있는 히프가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한 팔에 감겨들 듯한 잘록한 허리라인과 민소매 아래로 빠져나온 새하얀 피부의 그녀의 긴 팔. 어깨 선까지 내려오는 세련된 펌을 한 머리결과 뚜렷한 이목구비와 새초롬히 아래를 향하고 있는 그녀의 눈매까지. 굳이 노 팬티, 노 브래지어가 아니더라도 그녀의 미모는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어떻게 자리까지 왔는지도 모르게 허둥지둥 자리로 돌아온 그녀는 다시 한번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없어졌어. 분명히 책상 위에 놓아 뒀었는데…’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봉투가 없어졌던 것이다. 조금 전 남자의 지시에 따라 벗은 팬티를 넣어두었던 회사 봉투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혹시나 하고 서랍을 열어 확인해 보았지만 그 안에 있을 리가 없었다.
확하고 얼굴이 다시 달아오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녀는 허둥지둥 다시 컴퓨터를 확인해 보았지만 새롭게 들어온 메시지는 없었다.
‘하아… 정말… 가져가 버렸어’
새삼 그녀가 처해진 입장이 피부로 와 닿은 순간, 문득 그녀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그녀가 펼쳐둔 비쥬얼 자료집 안에 꽂혀있는 한장의 메모.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메모를 펼쳤다.
‘진작에 그랬어야지 ㅎㅎ
그나저나 생각만으로도 아주 꼴려죽겠단 말야
사내 최고 미녀 최연희가 노 브라, 노 팬티인 줄 누가 알겠어?
노팬티 차림으로 엉덩이를 살살 흔들면서 자지를 빨고 있는 최연희의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씨발 아주 자지가 꼴려서 미칠 것 같단 말이지. ㅎㅎㅎ
벗어둔 팬티는 내가 가져가도록 할게
최연희 보지에 닿았던 팬티 냄새는 무슨 향일래나? ㅎㅎㅎ
씹물이 허옇게 묻어있는 거 아냐? ㅎㅎ
아 그리고 말야… 검사 해야지?
복사기 앞으로 와. 지금 당장.
가슴 잘 보이게 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알지?
보지는 너무 벌렁거리지 말고
ㅎㅎㅎ 하! 고 씨발년… ㅎㅎ’
온통 저속한 말로 그녀를 구덩이로 밀어 넣고 있는 메모였다. 정말 그녀는 하나도 남김없이 발가벗겨져 사람들 앞에 서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사내의 모든 남자들이 그녀의 알몸을 훔쳐보고 있는 듯한 느낌. 스물거리는 시선들이 그녀의 알몸 위를 돌아다닌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녀의 붉은 입술을 거쳐 가녀린 목덜미를 지나고, 어깨라인을 따라 수줍게 고개를 들고 있는 앙증맞은 유두까지 시선들이 핥아 내려가는 듯한 그런 느낌에 그녀는 닭살이 돋아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팔짱을 낀 채로 입술을 깨물며 복사기 앞을 서성거리고 있는 그녀를 회사 동료들이 흘깃 거리며 지나갔다. 그냥 스쳐보면 이상할 것도 없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눈 여겨 바라본다면 누구라도 이상하게 여길만했었다. 딱히 복사할 것도 없이 어색한 포즈로 불안한 듯 시선을 깔고 복사기 앞을 서성거리는 디자이너.
그것도 사내 최고라는 평을 듣는 그녀가 아니던가. 그런 그녀가 노 팬티, 노 브래지어 차림으로 복사기 앞을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사람들이 시선이 온통 자신의 알몸을 훑고 지나는 것 같아서 미칠 지경이었다. 가슴을 확실하게 표현하라는 지시에 따라 팔짱을 끼기는 했지만 혹시라도 옷깃에 스쳐 발기한 유두가 도드라져 보일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당당하고 도도하게 표현할 각선미였지만 오늘 따라 무릎 위 15센티 정도인 미니 원피스의 길이도 새삼 신경 쓰였다.
‘누굴까…? ‘
그녀는 그렇게 복사기 앞을 서성거리며 남자 동료들이 지나갈 때마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흘긋거리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과 봉긋한 가슴라인을 스쳐 지날 때 마다 그녀는 혹시..? 하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딱히 그 남자로 보이는 사람은 지나지 않았다. 지나는 남자동료들은 하나 같이 미소를 띄고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건 여느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녀는 차마 그런 그들의 시선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 복사기 쪽을 향하고 뒤를 지나는 남자들의 시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때였다.
“뭐해? 여기서? 뭐 복사할 거라도 있어?”
등 뒤로 들려오는 선 굵은 남자의 목소리에 그녀는 흠칫 놀랐다.
“뭘 그렇게 놀래? 무슨 일 있어? 안색도 안좋아”
그녀가 뒤돌아서자 그곳엔 사람 좋은 웃음을 띄고 김 PD가 서 있었다. 그녀의 2년 선배인 김종현 프로듀서. 설마 이 남자가…? 그녀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변함없는 표정이었다.
“아.. 네.. 아..아뇨.. 뭣 좀 찾아볼 게 있어서요…”
“무슨 대답이 그래? 찾아보려면 자료실로 가야지 복사기 앞에 뭐 있어?”
그는 다가와서 복사기 커버를 열어본다. 그의 말대로 그녀는 말도 안되는 대답을 했음을 느끼고 얼버무렸다.
“그..그게 복사를 했었는데.. 깜박하고 안가져 간 거 같아서요…”
“하하 그래? 칠칠치 못하긴… 잘 찾아봐 중요한 거 같은데…”
그는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면서 복사기 주변을 둘러본다. 그가 다가오자 그녀는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의 스킨 냄새가 강렬하게 그녀의 후각을 자극했다. 평소에 그녀에게 워낙 자상하던 선배였다.
‘설마 그가…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왜 이래..? 어디 아파? 얼굴도 빨갛잖아”
그가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 보았다.
‘그래.. 저 눈빛으로 그런… 추잡한 말을… 아닐 거야…’
그녀는 이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부정하면서 그를 마주보았지만 왠지 눈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녀는 시선을 내리 깔았다. 어서 이 자리를 벗어나고만 싶었다.
“아..아니에요” 애써 웃음짓는 그녀를 바라보던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손등으로 짚어왔다.
“열은 없는 거 같은데…”
이마에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자 그녀는 얼굴이 더욱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그 때 였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휴대폰이 가볍게 진동을 했다. 락을 해제하고 휴대폰을 확인한 그녀는 다시 한번 아득해졌다.
‘ㅎㅎ 씨발년 역시 빨통은 예술이란 말야
다음은 뭘 시켜줄까…? 너도 보지가 벌렁벌렁 하지? ㅎㅎㅎ‘
남자의 메시지가 이번엔 문자로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김PD가 문자를 들여다 볼까봐 서둘러 휴대폰의 창을 내렸다.
“구..국장님이 어서 오래요.. 괜찮아요 선배 고마워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이상하게 바라보는 그도 그녀가 말하지 않는 이상 더 캐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자리를 벗어났다. 뒤쪽에서 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종종 걸음을 걸었다. 그 순간 낯선 느낌에 그녀는 발걸음을 멈췄다. 믿을 수가 없었다. 따뜻한 무엇인가가 허벅지를 따라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
‘아…아냐… 그럴 리가 없어…”
‘브래지어도 벗어버리도록 해’
30분 뒤에 날아든 새로운 메세지였다. 메시지의 지시를 잘 이행했던 탓인지 이 말 저 말의 덧붙임이 생략된 간단한 지시였다. 그렇다고 그녀는 그 지시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화장실에서의 지시를 무시한 대가를 바로 치러본 그녀는 그 지시를 무시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지금 이 자리에서 브래지어를 벗으라는 지시를 받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조차 들 정도였다.
‘딸깍!’
문고리를 잠근 채 그녀는 원피스의 지퍼를 내리고 민소매 원피스를 어깨부터 벗었다. 쇄골이 보기 좋게 자리한 어깨 라인은 둥글게 떨어져 내리고 하얀 목덜미 아래로 보기 좋게 솟아 오른 가슴이 브래지어 안에 숨겨져 있었다. 손을 등 뒤로 돌려 브래지어 후크를 풀고 어깨 끈을 한쪽씩 내리자 핑크 빛 유두가 수줍게 드러난다.
‘하아…’
가볍게 한숨을 쉰 그녀가 벗어낸 브래지어를 핸드백 안에 집어 넣고 화장실을 나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는 쉽게 거울 앞을 벗어날 수 없었다. 다행히 민소매 라인만 조심한다면 엿보일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단지 산뜻한 봄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 선택한 원피스가 봄 원피스 치고는 얇아 보이는 것이 문제였다. 하늘색 컬러의 미니 원피스. 다소 연한 컬러의 미니 원피스의 가슴 자락으로 살색의 융기가 비쳐 보이는 것만 같아 그녀는 쉽게 거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화장실 안에 숨어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화장실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몸을 비쳐보고 있는 모습 역시 누군가가 화장실에 들어오면 이상하게 보일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마음을 다잡아 먹고 화장실을 나섰다. 그러나 화장실을 나서자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은 느낌에 그녀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굳이 아래층 화장실로 오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혹시라도 눈치를 채면 어쩔까 하는 마음에 일부러 사무실에서 멀리 떨어진 화장실을 찾아왔던 것이 실수였다. 화장실에서 자리로 돌아가는 길이 마치 천리길인 듯 느껴져 그녀의 발걸음은 빨라지기만 했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눈길이 전부 자신의 가슴에만 쏠리는 것 같은 느낌. 묘하게 스물거리는 듯한 느낌이 영 거북하기만 했다.
노 브래지어에 노 팬티.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이 없는 느낌은 생각보다 강렬했다. 스커트 아래쪽으로는 시원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오고, 원피스의 까슬한 느낌이 걸을 때마다 유두를 자극해 오고 있었다. 자극을 받은 유두는 서서히 발기하는 것만 같았고, 허벅지를 따라 스쳐 올라오는 외부의 공기는 그녀의 보지를 간지럽히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뒤쪽의 사람들이 자신의 엉덩이와 등만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불편한 듯한 느낌에 고개를 돌려보면 그녀를 훔쳐보다 시선을 피하는 것 같은 남자들의 시선이 느꼈지만 그건 그녀가 노 팬티, 노 브래지어이어서가 아니라 그녀의 외모가 워낙 출중한 탓이라는 걸 그녀는 미쳐 몰랐다. 킬 힐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도도해 보이는 힐 위로 그녀의 뛰어난 각선미가 아름다운 라인을 그리며 짧은 원피스 안자락으로 자취를 감추고 있었고, 하늘거리는 원피스의 스커트 자락 안에는 적당한 볼륨과 탄력으로 업되어 있는 히프가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한 팔에 감겨들 듯한 잘록한 허리라인과 민소매 아래로 빠져나온 새하얀 피부의 그녀의 긴 팔. 어깨 선까지 내려오는 세련된 펌을 한 머리결과 뚜렷한 이목구비와 새초롬히 아래를 향하고 있는 그녀의 눈매까지. 굳이 노 팬티, 노 브래지어가 아니더라도 그녀의 미모는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어떻게 자리까지 왔는지도 모르게 허둥지둥 자리로 돌아온 그녀는 다시 한번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없어졌어. 분명히 책상 위에 놓아 뒀었는데…’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봉투가 없어졌던 것이다. 조금 전 남자의 지시에 따라 벗은 팬티를 넣어두었던 회사 봉투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혹시나 하고 서랍을 열어 확인해 보았지만 그 안에 있을 리가 없었다.
확하고 얼굴이 다시 달아오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녀는 허둥지둥 다시 컴퓨터를 확인해 보았지만 새롭게 들어온 메시지는 없었다.
‘하아… 정말… 가져가 버렸어’
새삼 그녀가 처해진 입장이 피부로 와 닿은 순간, 문득 그녀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그녀가 펼쳐둔 비쥬얼 자료집 안에 꽂혀있는 한장의 메모.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메모를 펼쳤다.
‘진작에 그랬어야지 ㅎㅎ
그나저나 생각만으로도 아주 꼴려죽겠단 말야
사내 최고 미녀 최연희가 노 브라, 노 팬티인 줄 누가 알겠어?
노팬티 차림으로 엉덩이를 살살 흔들면서 자지를 빨고 있는 최연희의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씨발 아주 자지가 꼴려서 미칠 것 같단 말이지. ㅎㅎㅎ
벗어둔 팬티는 내가 가져가도록 할게
최연희 보지에 닿았던 팬티 냄새는 무슨 향일래나? ㅎㅎㅎ
씹물이 허옇게 묻어있는 거 아냐? ㅎㅎ
아 그리고 말야… 검사 해야지?
복사기 앞으로 와. 지금 당장.
가슴 잘 보이게 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알지?
보지는 너무 벌렁거리지 말고
ㅎㅎㅎ 하! 고 씨발년… ㅎㅎ’
온통 저속한 말로 그녀를 구덩이로 밀어 넣고 있는 메모였다. 정말 그녀는 하나도 남김없이 발가벗겨져 사람들 앞에 서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사내의 모든 남자들이 그녀의 알몸을 훔쳐보고 있는 듯한 느낌. 스물거리는 시선들이 그녀의 알몸 위를 돌아다닌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녀의 붉은 입술을 거쳐 가녀린 목덜미를 지나고, 어깨라인을 따라 수줍게 고개를 들고 있는 앙증맞은 유두까지 시선들이 핥아 내려가는 듯한 그런 느낌에 그녀는 닭살이 돋아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팔짱을 낀 채로 입술을 깨물며 복사기 앞을 서성거리고 있는 그녀를 회사 동료들이 흘깃 거리며 지나갔다. 그냥 스쳐보면 이상할 것도 없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눈 여겨 바라본다면 누구라도 이상하게 여길만했었다. 딱히 복사할 것도 없이 어색한 포즈로 불안한 듯 시선을 깔고 복사기 앞을 서성거리는 디자이너.
그것도 사내 최고라는 평을 듣는 그녀가 아니던가. 그런 그녀가 노 팬티, 노 브래지어 차림으로 복사기 앞을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사람들이 시선이 온통 자신의 알몸을 훑고 지나는 것 같아서 미칠 지경이었다. 가슴을 확실하게 표현하라는 지시에 따라 팔짱을 끼기는 했지만 혹시라도 옷깃에 스쳐 발기한 유두가 도드라져 보일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당당하고 도도하게 표현할 각선미였지만 오늘 따라 무릎 위 15센티 정도인 미니 원피스의 길이도 새삼 신경 쓰였다.
‘누굴까…? ‘
그녀는 그렇게 복사기 앞을 서성거리며 남자 동료들이 지나갈 때마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흘긋거리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과 봉긋한 가슴라인을 스쳐 지날 때 마다 그녀는 혹시..? 하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딱히 그 남자로 보이는 사람은 지나지 않았다. 지나는 남자동료들은 하나 같이 미소를 띄고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건 여느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녀는 차마 그런 그들의 시선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 복사기 쪽을 향하고 뒤를 지나는 남자들의 시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때였다.
“뭐해? 여기서? 뭐 복사할 거라도 있어?”
등 뒤로 들려오는 선 굵은 남자의 목소리에 그녀는 흠칫 놀랐다.
“뭘 그렇게 놀래? 무슨 일 있어? 안색도 안좋아”
그녀가 뒤돌아서자 그곳엔 사람 좋은 웃음을 띄고 김 PD가 서 있었다. 그녀의 2년 선배인 김종현 프로듀서. 설마 이 남자가…? 그녀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변함없는 표정이었다.
“아.. 네.. 아..아뇨.. 뭣 좀 찾아볼 게 있어서요…”
“무슨 대답이 그래? 찾아보려면 자료실로 가야지 복사기 앞에 뭐 있어?”
그는 다가와서 복사기 커버를 열어본다. 그의 말대로 그녀는 말도 안되는 대답을 했음을 느끼고 얼버무렸다.
“그..그게 복사를 했었는데.. 깜박하고 안가져 간 거 같아서요…”
“하하 그래? 칠칠치 못하긴… 잘 찾아봐 중요한 거 같은데…”
그는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면서 복사기 주변을 둘러본다. 그가 다가오자 그녀는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의 스킨 냄새가 강렬하게 그녀의 후각을 자극했다. 평소에 그녀에게 워낙 자상하던 선배였다.
‘설마 그가…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왜 이래..? 어디 아파? 얼굴도 빨갛잖아”
그가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 보았다.
‘그래.. 저 눈빛으로 그런… 추잡한 말을… 아닐 거야…’
그녀는 이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부정하면서 그를 마주보았지만 왠지 눈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녀는 시선을 내리 깔았다. 어서 이 자리를 벗어나고만 싶었다.
“아..아니에요” 애써 웃음짓는 그녀를 바라보던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손등으로 짚어왔다.
“열은 없는 거 같은데…”
이마에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자 그녀는 얼굴이 더욱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그 때 였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휴대폰이 가볍게 진동을 했다. 락을 해제하고 휴대폰을 확인한 그녀는 다시 한번 아득해졌다.
‘ㅎㅎ 씨발년 역시 빨통은 예술이란 말야
다음은 뭘 시켜줄까…? 너도 보지가 벌렁벌렁 하지? ㅎㅎㅎ‘
남자의 메시지가 이번엔 문자로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김PD가 문자를 들여다 볼까봐 서둘러 휴대폰의 창을 내렸다.
“구..국장님이 어서 오래요.. 괜찮아요 선배 고마워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이상하게 바라보는 그도 그녀가 말하지 않는 이상 더 캐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자리를 벗어났다. 뒤쪽에서 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종종 걸음을 걸었다. 그 순간 낯선 느낌에 그녀는 발걸음을 멈췄다. 믿을 수가 없었다. 따뜻한 무엇인가가 허벅지를 따라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
‘아…아냐… 그럴 리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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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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