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주인님 주제에 야외섹스도 못하는 거야!
켄지의 휴대전화에는 발신인 MS의 메일이 빈번하게 도착하게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아니고, 모빌슈츠도 아니라 마조 슬레이브 와시오 마코 본인의 희망에 의한 등록명이었다. 그것은 수업중이건 HR시간이건 상관없이 착신음도 진동도 울리지 않고 침묵과 함께 찾아온다. 착신을 확인하는 것은 아무 때나 상관없었지만, 켄지로서는 너무 신경이 쓰여 수업중에도 5분에 한번씩은 책상 그늘 속에 숨겨 휴대전화의 액정화면을 확인하게 되어버렸다.
[있잖아, 있잖아 주인님♡ 남성기는 뭐라고 부르는 게 좋아? 페니스? 잠지? 자지? 마라(魔羅)님? 에펠탑? 사랑스러운 핵탄두?]
안되겠다. 이녀석은.
표면적으로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쿨하고 당당한 얼굴로 담임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서, 머리 속에는 중학생 남자아이보다도 야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흔치않은 미소녀이면서, 작은 키와 큰 가슴이 기적적인 밸런스를 이루고 있어, 보고 있는 것 만으로 행복한 기분이 들 정도이면서, 그 내면은 너무 심하다.
일단 답신한다.
[잠지가 그나마 귀엽고 괜찮다고 생각해.]
[귀여워선 안돼♡ 노예는 천박한 말을 입에 담으면서 자신을 멸시하며 주인님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자지로 결정♡ 자지♡]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거야!”
무심코 왜친 절규의 결과는 당연하게도 교사에 의한 주의를 불렀다.
“어이 키타노, 지금 하는 이야기 들었어?”
“에 그러니까, 에펠탑과 핵탄두.”
언제나 츄리닝 차림의 담임교사는 HR에서 프랑스 건축물과 대량파괴병기의 화제를 꺼낼 정도로 유머센스에 넘치는 여교사는 아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입 밖에 내 뱉을 정도로 마코에게서의 메일은 켄지에게 동요를 일으켰다.
이런 상태에서 오늘의 행사를 헤쳐 나갈 수 있을는지, 벌써부터 식은땀이 멈추지 않는다.
“오늘의 청소자원봉사, 키타노와 와시오 두 사람은 다이쿠마센공원. 다음에 또 똑같은 말을 하게 하면 선생님 진짜 화낸다.”
교사의 노려보는 시선 이상으로 뒤에서 느껴지는 독가스같은 살기에 숨이 멎는다. 아무도 두 자리 뒤에 있는 츠루가가, 만약 마코에게 손을 대면 죽인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휴대전화에 MS로부터 메일이 왔다.
[야외]
어째서 갑자기 두 글자인건가. 잘 알 수 없지만, 너무 흥분해서 문자를 칠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만에 하나 마코와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을 츠루가에게 들켰다간, 진짜 독가스를 마시게 될 지도 모른다.
생명의 위기는 지금 바로 이 자리에 있었다.
※
청소자원봉사는 한달에 한번 있는 학원행사다. 점심시간 이후에 두사람이 한조를 짜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할당받은 구역을 방과후까지 청소한다. 보통은 동성 두사람으로 한조가 되지만, 켄지의 반엔 남녀 모두가 홀수라서, 필연적으로 한명씩은 남게 된다.
“참나 곤란하네. 선생님도 조금은 배려해줘도 좋을텐데, 어째서 내가 하필이면 주인님과 함께인거야?”
“부탁이니까, 밖에서는 주인님이라고 부르지마……”
켄지는 다이쿠마센공원을 둘러보면서 다른 사람의 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아동공원이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미취학 아동을 데리고 나온 주부들도 보이지 않았다.
“츠루가의 담당구역은 상당히 멀고, 인기척도 없어. 다른 단원들도 교묘하게 흩어진 것 같아. 이건 참 그거네. 선생님은 내 몸의 안전은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거. 싸늘한 하늘 아래, 귀여운 제자가 날뛰는 사타구니 짐승 녀석의 검은 욕망에 내던저져도 별로 상관없다는 거네. 최악이야, 짐승”
“날뛰는 사타구니라니 또 이상한 말이네.”
“네 사타구니라면 파워풀하게 전력질주해서 여자의 가랑이로 닥치는 대로 달려든다고 해도 위화감이 없잖아. 아 무서워 무서워.”
“네 발상이 더 무서워 나는”
메일에서의 태도와 전혀 다른 모습이 놀라웠다. 주인님에 대한 경의는 어디에 있다는 건지. 그렇긴 해도, 그를 꿰뚫는 듯한 강렬한 눈빛을 한 채 흥분한 듯이 콧바람을 거칠게 내쉬는 마코의 모습이 정말로 이상하다고 켄지는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었다.
상당히 날씨가 쌀쌀한 계절이다. 코트를 입고오지 않아서 바람이 스며온다. 조금이라도 몸을 따듯하게 하기 위해 바쁘게 빗자루를 움직여 떨어진 낙엽을 모아갔다.
마코는 물색의 더블코트를 입고 있었고, 외풍이 스며들 듯한 스커트 차림이라고는 해도 스트라이프의 오버니삭스는 보기에도 따듯해보였다. 그럼에도 가끔씩 한기를 느끼는 지 쇠집게로 쓰레기를 주워 비닐봉투에 집어넣는 작업 사이사이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춥구나-”
흘끔흘끔 켄지를 보면서 한글자 한글자 강조해서 발음한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부자연스럽다.
“따뜻해질 만한 게 없을 까-”
빗자루로 맞으면 제정신을 차릴까.
“빗자루 끝으로 찌를 생각은 아니겠지?”
“아냐!”
결국 화를 내버리고 말았다. 마코는 눈썹을 찡그리며 불만스러운 태도를 감투지 않았다.
“냉정하게 생각해봐. 말하자면 빗자루 끝은 바늘 뭉치나 마찬가지잖아? 요새 춥고 건조하니까, 약간 긁힌 상처라도 굉장히 아플 거야.”
“그야 분명 어렸을 때 반바지로 풀밭을 뛰어다녀보면 풀이 맨다리를 스친 것만으로 묘하게 아팠지.”
“그러니까!”
“안한다니까!”
“그럼 어떻게 하고싶어? 아아, 밖에서 긁힌상처가 보이게 되면 츠루가가 시끄럽게 굴테니까, 보이지 않는 곳을 마구 마구”
“안 해!”
눈초리를 치켜 올리고 피학적인 발상을 입에 담는 마코의 눈은 별똥별을 아로새긴것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이렇게 귀여운데, 진짜 미소녀인데, 어째서 이렇게 가련한 뇌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마코는 언제나 그런 걸 생각하고 있어?”
반쯤 질려서 흘린 말이 잘못이었다. 반짝이던 눈동자가 불쾌하다는 듯이 일그러졌다.
“이름으로 부르다니, 우쭐해졌네.”
“아, 아니, 미안…… 그 때 분위기에, 무심코.”
“분위기를 탈거면 에베레스트보다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해! 노예의 이름따위 돼지나 쓰레기라던가 편리한 구멍 정도로 충분하잖아.”
“부탁이니까 평범하게 청소나 하자, 와시오.”
“흥, 지금이 방과후였다면 다섯시간 정도는 들여서 주인님의 마음가짐을 가르쳐줬을 텐데. 그 다음 배의 시간동안의 복수를 당하고, 도구로 때려도 괜찮은데?”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청소에 집중하기로 했다. 낙엽과 쓰레기를 빗자루로 한곳으로 모으고, 그곳에서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와시오 마코는 이상하다. 예전에 그녀에게 품고 있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다소 특수한 성벽(性癖) 정도라면 허용할 수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도를 넘어섰다.
가능하면 좀 더 러브러브한 관계를 만들고 싶다. 잠깐 눈이 마주친 것만으로 서로 뺨을 붉히고, 슬그머니 눈을 피하고 마는 두근거리는 관계를.
“형식적이라도 좋으니까…… 휴일에 쇼핑을 하거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영화를 보고, 부끄러워하면서 헤어지는 것 같이는 할 수 없나?”
“각하. 뭐야 그 커플틱한 망상. 머리에서 나사라도 빠졌어? 주인님이라는 건 말야, 건드리는 노예 전부를 상처 입히는 고슴도치같은 생명체를 말하는 거야. 아, 하지만 영화는 괜찮겠네. 엽기살인영화를 보면서 요소요소에서 나를 꼬집는 것 같은. 전동톱이 갸릉갸릉 소리를 내는 신에서는 사정없이 할퀴고.”
“그런 플레이는 필요 없어……”
청소를 멈추고 다시 탄식한다. 숨결이 낙엽을 쓰다듬는 것보다도 빠르게 젖은 천조각이 쯔르륵 떨어졌다. 질척질척해져 있는 천조각의 모양은 흰색과 물색으로 된 줄무늬였다.
“추워…… 겨울 바람이 스며들어와”
“왜 팬티를 벗는 거야! 무슨 의미야!”
“츠루가의 감시없이 주인님과 단둘뿐인 야외라니, 흔치않은 상황이잖아! 이런 때 벗지 않을 수 없잖아!”
“모르겠어! 하나도 모르겠어!”
“무슨 불만이라도 있어! 우리는 야외노출에도 흥미진진한 나이 때인걸!”
맹렬한 기세로 말하는 가 싶더니, 뺨을 붉히면서 슬금슬금 눈을 피한다.
“염원하던, 첫 주종관계이니까, 조금은 들떠도 괜찮잖아.”
대사는 100% 변태인데, 그 행동은 귀엽다. 반칙적으로 효과가 좋다.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신장 차이 때문인지 작은 동물같은 귀여움마저 느껴진다. 잠깐 얌전해 진 것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남자의 슬픈 천성인 것인가.
(들떠서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 여자아이라고 해도 성욕 정도는 있을테니까. 이 아이의 경우에는 취미가 조금, 그래, 뭐 좀 이상할 뿐이니까.)
붉어진 뺨에 비해서 허벅지는 가늘게 떨리고 있다. 역시 속옷을 벗어서 추운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육욕의 욱신거림을 숨기지 못하는 것일까. 어느쪽이든지 조금은 가련하게 느껴졌다.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쉰다. 기가 막히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 분위기를 내보이지 않으면 지금부터의 행동에 대한 수치심을 억누를 수가 없다.
“아주 잠깐만이다.”
마음을 먹고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그 작은 손의 크기에 새삼스럽게 죄악감을 느낀다. 그렇다고 해도 이제와서 도망갈 곳은 없다.
“흐, 흥, 그걸로 됐어. 주인님 주제에 말귀가 어둡네.”
마코는 의미 모를 억지를 썼다.
※
미끄럼틀이 있는 모래사장과 널따란 풀밭사이에 잡목이 우거져있는 사방 10미터 정도의 풀숲이 있다. 마코는 그곳으로 데리고 들어가 나무기둥에 밀어 눌렀다. 나쁘지 않은 장소 선정이었다. 외부에서 완전히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될 리는 없지만, 주위의 기척을 신경 쓰고만 있으면, 여차할 경우 대처도 할 수 있다.
(나는 절정을 느끼면 정신이고 뭐고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하지만, 주인님이 있으니까 아마도, 뭐 괜찮겠지)
지금은 어찌되었든 아무생각없이 즐기고 싶다. 차디찬 나무그늘 아래에서 괴롭힘을 당하면서 분하지만 쾌감으로 몸이 달아 올라버릴 것 같은 기쁘고도 수치스러운 능욕체험을.
켄지도 발동이 걸린 건지 종알종알 잔소리를 하면서 주위를 신경쓰는 짓은 하지 않았고 작은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아래, 벗고 있으니까 춥지.”
“추운 곳에서 부들부들 떠는 것도 상당한 포상입니다.”
“더 좋은 포상을 줄게.”
커다란 손이 한기에 움츠려든 어깨에서 겨드랑이로 미끄러져 내려가, 그 손목이 부드러운 쌍유를 양쪽에서 누른다. 더블코트 너머라고는 해도 희미한 자극에 가슴이 뛴다.
“흐, 흥. 암캐는 상보다는 벌이 더 좋아요.”
“어느 쪽이든 쾌감을 느끼고 싶을 뿐이잖아?”
쓰윽, 다리사이로 무릎이 끼어들어온다. 노출된 여음이 켄지의 허벅지에 스커트와 같이 눌러올려지자, 풍부한 습기로 찌적거리는 소리가 났다. 질육의 열기를 그대로 품은 애액이 바람을 받아 차가워진 바지를 금시에 따듯하게 적셨다.
“으흥, 후우…… 앙”
무릎차기정도는 해줬어도 좋았겠지만, 찔끔찔끔 비순을 비비는 듯한 움직임도 그건 그것대로 기분 좋다. 코트 안으로 손이 들어와 유방의 표면을 손바닥 전체로 문질러 주자, 전신이 뜨거워지면서 거역할 수 없는 기대감이 높아져간다. 결코 유방을 움켜쥐지 않는 초조하게만 하는 애무에, 아랫배가 부글부글 끓어올라버린다.
“아앙, 하아……응, 흑, 흐아앙”
녹아내린 비음이 코에서 새어나와 마른 잎이 섞여있는 수풀에 스며들어간다.
“소리는 참아. 누가 들으면 놔두고 도망간다.”
그건 그것대로 두근두근한 전개이기는 하지만, 입을 손으로 막으면, 강제감이랄까 억지로 당하는 느낌이랄까 강간틱한 분위기에 “아앙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안돼”라는 마조 암캐 근성이 자극되어 버린다.
“네…… 주인님.”
머릿속에 스위치가 켜지면서 억지를 부리는 태도도 취하지 않는다. 그 기색을 켄지도 알아차린 것인지 조금 대담해져선 블라우스 단추를 풀러갔다. 숨도 거칠어진 것이 그야말로 짐승다운 느낌이 가득하다. 켄지도 완벽하게 스위치가 켜져버린 모양이다.
블라우스 앞이 벌어지자, 물색 줄무늬 브래지어에 감싸여있지 않은 유방의 위쪽이 차가운 바깥공기와 닿아 소름이 ?年?
“만약 사람이 오면, 코트 앞을 여며서 감춰야돼.”
“으, 응, 그건 그렇고…… 뭐랄까, 생각보다 춥네. 야외노출.”
배와 목덜미를 얼음으로 문지르는 듯한 착각에 부르르 크게 떨었다.
“어차피 곧 뜨거워 질 거면서.”
“응, 뭐 그야…… 모처럼 이니까 전부 내놓을래.”
마코는 스스로 브라를 가슴 위로 젖혀 올려, 미려하게 부푼 하얀 가슴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내, 내가하면서도 이건 너무 치녀같지 않아……? 으응, 그치만 주인님의 눈빛도 뭐랄까 좋은 느낌으로 에로에로해졌으니까 문제없어!)
잡아먹을 것 같은 눈을 마주하고 있으니, 자연스레 다음에는 무엇을 당할 것인지 상상해버린다. 다가온 것은 오른손 손가락이었다. 젖가슴 아래의 굴곡이 검지손가락에 의해 들어올려져 피하지방의 무게와 차진 땀으로 천천히 미끄러져간다.
“만지고 있는 부분부터 뜨거워지고 있어. 누가 볼지도 모른다는 게 그렇게 좋아?”
완만한 손놀림에 새디스틱한 희롱의 의도가 느껴졌다. 절대로 이 남자의 본성은 S다. 무미건조하다고 생각했던 얼굴이 점점 훌륭한 주인님으로 보인다.
“흐앙……흑, 으흑!”
“어이, 전혀 신음을 죽이지 못하고 있잖아”
근질거리는 압박감이 젖가슴 아래에서 미끄러져 애태우며 도달한 곳은, 격앙이 지나쳐 볼록하게 부풀어 오른 유륜과 지금이라도 날아갈 것처럼 돌출해 있는 유두였다. 마지막엔 팅하고 손가락 튕겨지면서 기분 좋은 전격(電擊)이 젖샘에 작렬했다.
“흐히흑, 하아……!”
턱을 튕겨 올리는 찰나에 후두부를 나무에 부딪쳐 버렸지만, 그 아픔보다도 젖퉁이가 사정없이 비틀어지는 고통스런 쾌감을 사무치게 느껴버렸다.
“바보처럼 느끼네……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으면 교실에서 이 천박하게 자란 가슴을 드러내 보는 게 어때?”
(시작이다! 언어 학대가 시작됐어! 이건 진짜야!)
얼마나 재능이 넘치는 걸까. 이 촌스런 남자애는.
동안에 단신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가슴이 품위 없이 너무 크게 발육한 것은 이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로서 고민거리였다. 그 점을 괴롭힘 당하면서 검지와 엄지로 가슴 끝을 비틀리고 뭉개지고 있는 행위는 명백히 단순한 애무가 아니었다.
S다. 학대다. 가슴이 두근거려온다.
“히익, 아앙, 그치만, 그치만…… 교실에선 아무래도 부끄러워……!”
“기뻐할 남자애는 많을 테고, 너의 본성이 변태마조녀라는 걸 알게 되면, 마코마코단 녀석들도 정나미가 떨어져서 괴롭혀줄지도 모르지.”
“그치만…… 츠루가도, 히시누마도, 욧쨩도, 친구니까”
그 추종자 집단은 분명 민폐지만, 몇 안 돼는 친구라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녀들의 앞에서 남자들의 노리개가 되어 쾌감에 미쳐버리는 사태는 상상하는 것조차--괴로운 일이지만, 아무래도 두근 두근거려 버린다.
“역시 황홀해 하는 구나, 마조답게.”
켄지는 질렸다는 듯이 탄식한다. 라기보다 영 어색해지려는 찰나에 억지로 버텨, 기를 쓰고 기력을 짜내기 위한 한숨으로 생각되기도 했지만, 마코는 보지 않은 것으로 했다.
그의 왼손이 스커트 안으로 파고 들어와 욱신거림이 멎지 않는 보지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해 온 것이 지금은 무엇보다도 기뻤다.
“흐앙, 앙, 그, 그래…… 난, 마조라서, 지독한 꼴을 당하는 걸 상상하면 참을 수 없게 돼……”
M근성에 톱기어가 걸리고 있었다. 음욕의 갈라진 틈은 망상으로 벌겋게 달아올라 부들부들 전율하며 침입해 오는 두 개의 손가락에 거세게 달라붙었다. 듬뿍 애액을 묻히고, 자신을 문질러주는 것에 “감사합니다.”하고 마음을 담아서 속살 주름 한장 한장이 주인님의 손가락과 피부에 달라붙는 것이다.
“우왓, 손가락을 타고 손등까지 흘러넘쳤어. 바로 얼마 전까지 처녀였으면서, 아무리 그래도 감도가 너무 좋은 거 아냐?”
“그야, 흐응, 그치만……! 아앙, 그 때 일을 생각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자위를 해버렸으니까아……! 흐응, 아하아앙”
손가락 두 개가 왕복하면서 살 주름이 저려오는 지극한 쾌감에 입을 다물 수도 없게 되었다. 쯔걱쯔걱 가랑이 사이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가속도를 내며 타락해 가는 것을 생생하게 맛보면서, 위에서 켄지의 얼굴이 내려오는 것을 멍하게 쳐다보았다.
아아, 얼굴이 가까워져 온다는 것은, 입도 가까이 온다는 것이니까.
키스, 당해버릴 것 같다.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입과 입 사이에 손바닥을 넣어 가로 막으면서 얼굴을 돌렸다.
“기, 기다려…… 키스는, 안돼! 연인처럼 하는 건, 안된다구……!”
명백히 켄지가 분하고 아쉬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이것만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주인님은 주인님이고, 연인이 아니다.
연인은 상대를 위로하고, 상냥하게 대하는 사람이지만, 주인님은 상대방을 거만하게 부리면서 괴롭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래…… 너는 가랑이 사이만 쑤셔주면 만족하는 음란녀였지. 연인이나 연애 따위는 방해만 되는거냐. 알았어, 마코가 변태라는 것은.”
켄지는 기분이 언짢은 듯이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어떤 종류의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유방을 주물러 뭉개면서, 아래쪽을 쑤시는 손가락의 속도를 올렸다. 일부러 체중을 실어 나무에 억누르면서 강압적인 애무에 쾌감이 새겨지자 마조히스트 특유의 기분이 점점 타오르기 시작했다.
즉, 좀 더 괴롭혀주었으면 하는 기분.
“아앙, 변태라서, 키스보다 괴롭혀주는 걸 원해요……!”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하면서 허리를 꿈틀거려 애무를 재촉한다.
“젠장! 첫키스보다 먼저 SM플레이를 강요당하는 신세가 되다니!”
공원에 울려퍼질 정도로 고함을 지르면서 켄지는 엄지 손톱으로 유두와 클리토리스를 찔렀다.
“흐야앙, 아앙, 좋아, 아파 기분좋아……!”
아픔이 섞인 성적 쾌감은 마코의 신경을 간단히 녹여버려, 목소리도 표정도 흐리멍텅하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끈적한 쾌락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 지금이라도 쓰러져버릴 것 같았지만, 켄지의 머리를 붙잡고 매달려 필사적으로 견뎌냈다. 지금 주저앉았다가는 그의 손가락이 떨어져버리기 때문이다. 이제 조금이면 정상에 오를 것 같은데, 그렇게 아까운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밖에서, 주인님의 핑거링으로, 첫 절정……! 빨리, 빨리이!)
마조 노예의 의도를 알아차린 것인지, 본능에 따른 행동인 것인지 -- 켄지는 남아있던 한쪽 가슴 끝을 입으로 물었다. 일부러 마코가 볼 수 있도록 입술을 벌리고, 하얀 이를 밖으로 드러낸 채 유두를 깨문 것이다.
“하앙, 으흑! 으윽, 으으응!”
뚜렷한 격통이 흐릿한 쾌락으로 변해가면서, 질구멍 속살까지 손톱으로 찔리면서 전신이 경련했다. 순식간에 전신의 관절이라는 관절은 모두 딱딱하게 굳히고, 육즙이 거세게 뿜어질 정도의 엑스터시를 전신전령(全身全靈)으로 음미한다.
그야말로 마조히스트다운 절정이었다.
아프고, 기분 좋은 일방적으로 밀어붙혀지는 것 같은 쾌감.
“아아아…… 가버렸다……”
“그런 거 같네. 야외에서, 있는대로 소리를 지르면서.”
켄지가 손을 떼어내자, 나무기둥에 기댄 등이 미끄러져 내려간다. 가랑이와 그의 손가락의 사이에 애액의 실이 길게 늘어지는 가 싶더니, 중간이 끊어지며 배와 유방에 방울져 떨어진다.
역시 야외는 좋다. 여운이 길게 어이지면서 차가운 겨울 바람에지지 않고 몸 안에서 열정이 용솟음쳐 온다. 이것은 마음속에 메모해두자.
추운 날이라도 야외플레이는 해볼 만한 가치가 있음, 이라고.
( - - )(-- )( - - )( --)
켄지의 휴대전화에는 발신인 MS의 메일이 빈번하게 도착하게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아니고, 모빌슈츠도 아니라 마조 슬레이브 와시오 마코 본인의 희망에 의한 등록명이었다. 그것은 수업중이건 HR시간이건 상관없이 착신음도 진동도 울리지 않고 침묵과 함께 찾아온다. 착신을 확인하는 것은 아무 때나 상관없었지만, 켄지로서는 너무 신경이 쓰여 수업중에도 5분에 한번씩은 책상 그늘 속에 숨겨 휴대전화의 액정화면을 확인하게 되어버렸다.
[있잖아, 있잖아 주인님♡ 남성기는 뭐라고 부르는 게 좋아? 페니스? 잠지? 자지? 마라(魔羅)님? 에펠탑? 사랑스러운 핵탄두?]
안되겠다. 이녀석은.
표면적으로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쿨하고 당당한 얼굴로 담임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서, 머리 속에는 중학생 남자아이보다도 야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흔치않은 미소녀이면서, 작은 키와 큰 가슴이 기적적인 밸런스를 이루고 있어, 보고 있는 것 만으로 행복한 기분이 들 정도이면서, 그 내면은 너무 심하다.
일단 답신한다.
[잠지가 그나마 귀엽고 괜찮다고 생각해.]
[귀여워선 안돼♡ 노예는 천박한 말을 입에 담으면서 자신을 멸시하며 주인님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자지로 결정♡ 자지♡]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거야!”
무심코 왜친 절규의 결과는 당연하게도 교사에 의한 주의를 불렀다.
“어이 키타노, 지금 하는 이야기 들었어?”
“에 그러니까, 에펠탑과 핵탄두.”
언제나 츄리닝 차림의 담임교사는 HR에서 프랑스 건축물과 대량파괴병기의 화제를 꺼낼 정도로 유머센스에 넘치는 여교사는 아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입 밖에 내 뱉을 정도로 마코에게서의 메일은 켄지에게 동요를 일으켰다.
이런 상태에서 오늘의 행사를 헤쳐 나갈 수 있을는지, 벌써부터 식은땀이 멈추지 않는다.
“오늘의 청소자원봉사, 키타노와 와시오 두 사람은 다이쿠마센공원. 다음에 또 똑같은 말을 하게 하면 선생님 진짜 화낸다.”
교사의 노려보는 시선 이상으로 뒤에서 느껴지는 독가스같은 살기에 숨이 멎는다. 아무도 두 자리 뒤에 있는 츠루가가, 만약 마코에게 손을 대면 죽인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휴대전화에 MS로부터 메일이 왔다.
[야외]
어째서 갑자기 두 글자인건가. 잘 알 수 없지만, 너무 흥분해서 문자를 칠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만에 하나 마코와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을 츠루가에게 들켰다간, 진짜 독가스를 마시게 될 지도 모른다.
생명의 위기는 지금 바로 이 자리에 있었다.
※
청소자원봉사는 한달에 한번 있는 학원행사다. 점심시간 이후에 두사람이 한조를 짜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할당받은 구역을 방과후까지 청소한다. 보통은 동성 두사람으로 한조가 되지만, 켄지의 반엔 남녀 모두가 홀수라서, 필연적으로 한명씩은 남게 된다.
“참나 곤란하네. 선생님도 조금은 배려해줘도 좋을텐데, 어째서 내가 하필이면 주인님과 함께인거야?”
“부탁이니까, 밖에서는 주인님이라고 부르지마……”
켄지는 다이쿠마센공원을 둘러보면서 다른 사람의 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아동공원이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미취학 아동을 데리고 나온 주부들도 보이지 않았다.
“츠루가의 담당구역은 상당히 멀고, 인기척도 없어. 다른 단원들도 교묘하게 흩어진 것 같아. 이건 참 그거네. 선생님은 내 몸의 안전은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거. 싸늘한 하늘 아래, 귀여운 제자가 날뛰는 사타구니 짐승 녀석의 검은 욕망에 내던저져도 별로 상관없다는 거네. 최악이야, 짐승”
“날뛰는 사타구니라니 또 이상한 말이네.”
“네 사타구니라면 파워풀하게 전력질주해서 여자의 가랑이로 닥치는 대로 달려든다고 해도 위화감이 없잖아. 아 무서워 무서워.”
“네 발상이 더 무서워 나는”
메일에서의 태도와 전혀 다른 모습이 놀라웠다. 주인님에 대한 경의는 어디에 있다는 건지. 그렇긴 해도, 그를 꿰뚫는 듯한 강렬한 눈빛을 한 채 흥분한 듯이 콧바람을 거칠게 내쉬는 마코의 모습이 정말로 이상하다고 켄지는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었다.
상당히 날씨가 쌀쌀한 계절이다. 코트를 입고오지 않아서 바람이 스며온다. 조금이라도 몸을 따듯하게 하기 위해 바쁘게 빗자루를 움직여 떨어진 낙엽을 모아갔다.
마코는 물색의 더블코트를 입고 있었고, 외풍이 스며들 듯한 스커트 차림이라고는 해도 스트라이프의 오버니삭스는 보기에도 따듯해보였다. 그럼에도 가끔씩 한기를 느끼는 지 쇠집게로 쓰레기를 주워 비닐봉투에 집어넣는 작업 사이사이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춥구나-”
흘끔흘끔 켄지를 보면서 한글자 한글자 강조해서 발음한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부자연스럽다.
“따뜻해질 만한 게 없을 까-”
빗자루로 맞으면 제정신을 차릴까.
“빗자루 끝으로 찌를 생각은 아니겠지?”
“아냐!”
결국 화를 내버리고 말았다. 마코는 눈썹을 찡그리며 불만스러운 태도를 감투지 않았다.
“냉정하게 생각해봐. 말하자면 빗자루 끝은 바늘 뭉치나 마찬가지잖아? 요새 춥고 건조하니까, 약간 긁힌 상처라도 굉장히 아플 거야.”
“그야 분명 어렸을 때 반바지로 풀밭을 뛰어다녀보면 풀이 맨다리를 스친 것만으로 묘하게 아팠지.”
“그러니까!”
“안한다니까!”
“그럼 어떻게 하고싶어? 아아, 밖에서 긁힌상처가 보이게 되면 츠루가가 시끄럽게 굴테니까, 보이지 않는 곳을 마구 마구”
“안 해!”
눈초리를 치켜 올리고 피학적인 발상을 입에 담는 마코의 눈은 별똥별을 아로새긴것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이렇게 귀여운데, 진짜 미소녀인데, 어째서 이렇게 가련한 뇌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마코는 언제나 그런 걸 생각하고 있어?”
반쯤 질려서 흘린 말이 잘못이었다. 반짝이던 눈동자가 불쾌하다는 듯이 일그러졌다.
“이름으로 부르다니, 우쭐해졌네.”
“아, 아니, 미안…… 그 때 분위기에, 무심코.”
“분위기를 탈거면 에베레스트보다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해! 노예의 이름따위 돼지나 쓰레기라던가 편리한 구멍 정도로 충분하잖아.”
“부탁이니까 평범하게 청소나 하자, 와시오.”
“흥, 지금이 방과후였다면 다섯시간 정도는 들여서 주인님의 마음가짐을 가르쳐줬을 텐데. 그 다음 배의 시간동안의 복수를 당하고, 도구로 때려도 괜찮은데?”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청소에 집중하기로 했다. 낙엽과 쓰레기를 빗자루로 한곳으로 모으고, 그곳에서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와시오 마코는 이상하다. 예전에 그녀에게 품고 있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다소 특수한 성벽(性癖) 정도라면 허용할 수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도를 넘어섰다.
가능하면 좀 더 러브러브한 관계를 만들고 싶다. 잠깐 눈이 마주친 것만으로 서로 뺨을 붉히고, 슬그머니 눈을 피하고 마는 두근거리는 관계를.
“형식적이라도 좋으니까…… 휴일에 쇼핑을 하거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영화를 보고, 부끄러워하면서 헤어지는 것 같이는 할 수 없나?”
“각하. 뭐야 그 커플틱한 망상. 머리에서 나사라도 빠졌어? 주인님이라는 건 말야, 건드리는 노예 전부를 상처 입히는 고슴도치같은 생명체를 말하는 거야. 아, 하지만 영화는 괜찮겠네. 엽기살인영화를 보면서 요소요소에서 나를 꼬집는 것 같은. 전동톱이 갸릉갸릉 소리를 내는 신에서는 사정없이 할퀴고.”
“그런 플레이는 필요 없어……”
청소를 멈추고 다시 탄식한다. 숨결이 낙엽을 쓰다듬는 것보다도 빠르게 젖은 천조각이 쯔르륵 떨어졌다. 질척질척해져 있는 천조각의 모양은 흰색과 물색으로 된 줄무늬였다.
“추워…… 겨울 바람이 스며들어와”
“왜 팬티를 벗는 거야! 무슨 의미야!”
“츠루가의 감시없이 주인님과 단둘뿐인 야외라니, 흔치않은 상황이잖아! 이런 때 벗지 않을 수 없잖아!”
“모르겠어! 하나도 모르겠어!”
“무슨 불만이라도 있어! 우리는 야외노출에도 흥미진진한 나이 때인걸!”
맹렬한 기세로 말하는 가 싶더니, 뺨을 붉히면서 슬금슬금 눈을 피한다.
“염원하던, 첫 주종관계이니까, 조금은 들떠도 괜찮잖아.”
대사는 100% 변태인데, 그 행동은 귀엽다. 반칙적으로 효과가 좋다.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신장 차이 때문인지 작은 동물같은 귀여움마저 느껴진다. 잠깐 얌전해 진 것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남자의 슬픈 천성인 것인가.
(들떠서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 여자아이라고 해도 성욕 정도는 있을테니까. 이 아이의 경우에는 취미가 조금, 그래, 뭐 좀 이상할 뿐이니까.)
붉어진 뺨에 비해서 허벅지는 가늘게 떨리고 있다. 역시 속옷을 벗어서 추운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육욕의 욱신거림을 숨기지 못하는 것일까. 어느쪽이든지 조금은 가련하게 느껴졌다.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쉰다. 기가 막히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 분위기를 내보이지 않으면 지금부터의 행동에 대한 수치심을 억누를 수가 없다.
“아주 잠깐만이다.”
마음을 먹고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그 작은 손의 크기에 새삼스럽게 죄악감을 느낀다. 그렇다고 해도 이제와서 도망갈 곳은 없다.
“흐, 흥, 그걸로 됐어. 주인님 주제에 말귀가 어둡네.”
마코는 의미 모를 억지를 썼다.
※
미끄럼틀이 있는 모래사장과 널따란 풀밭사이에 잡목이 우거져있는 사방 10미터 정도의 풀숲이 있다. 마코는 그곳으로 데리고 들어가 나무기둥에 밀어 눌렀다. 나쁘지 않은 장소 선정이었다. 외부에서 완전히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될 리는 없지만, 주위의 기척을 신경 쓰고만 있으면, 여차할 경우 대처도 할 수 있다.
(나는 절정을 느끼면 정신이고 뭐고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하지만, 주인님이 있으니까 아마도, 뭐 괜찮겠지)
지금은 어찌되었든 아무생각없이 즐기고 싶다. 차디찬 나무그늘 아래에서 괴롭힘을 당하면서 분하지만 쾌감으로 몸이 달아 올라버릴 것 같은 기쁘고도 수치스러운 능욕체험을.
켄지도 발동이 걸린 건지 종알종알 잔소리를 하면서 주위를 신경쓰는 짓은 하지 않았고 작은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아래, 벗고 있으니까 춥지.”
“추운 곳에서 부들부들 떠는 것도 상당한 포상입니다.”
“더 좋은 포상을 줄게.”
커다란 손이 한기에 움츠려든 어깨에서 겨드랑이로 미끄러져 내려가, 그 손목이 부드러운 쌍유를 양쪽에서 누른다. 더블코트 너머라고는 해도 희미한 자극에 가슴이 뛴다.
“흐, 흥. 암캐는 상보다는 벌이 더 좋아요.”
“어느 쪽이든 쾌감을 느끼고 싶을 뿐이잖아?”
쓰윽, 다리사이로 무릎이 끼어들어온다. 노출된 여음이 켄지의 허벅지에 스커트와 같이 눌러올려지자, 풍부한 습기로 찌적거리는 소리가 났다. 질육의 열기를 그대로 품은 애액이 바람을 받아 차가워진 바지를 금시에 따듯하게 적셨다.
“으흥, 후우…… 앙”
무릎차기정도는 해줬어도 좋았겠지만, 찔끔찔끔 비순을 비비는 듯한 움직임도 그건 그것대로 기분 좋다. 코트 안으로 손이 들어와 유방의 표면을 손바닥 전체로 문질러 주자, 전신이 뜨거워지면서 거역할 수 없는 기대감이 높아져간다. 결코 유방을 움켜쥐지 않는 초조하게만 하는 애무에, 아랫배가 부글부글 끓어올라버린다.
“아앙, 하아……응, 흑, 흐아앙”
녹아내린 비음이 코에서 새어나와 마른 잎이 섞여있는 수풀에 스며들어간다.
“소리는 참아. 누가 들으면 놔두고 도망간다.”
그건 그것대로 두근두근한 전개이기는 하지만, 입을 손으로 막으면, 강제감이랄까 억지로 당하는 느낌이랄까 강간틱한 분위기에 “아앙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안돼”라는 마조 암캐 근성이 자극되어 버린다.
“네…… 주인님.”
머릿속에 스위치가 켜지면서 억지를 부리는 태도도 취하지 않는다. 그 기색을 켄지도 알아차린 것인지 조금 대담해져선 블라우스 단추를 풀러갔다. 숨도 거칠어진 것이 그야말로 짐승다운 느낌이 가득하다. 켄지도 완벽하게 스위치가 켜져버린 모양이다.
블라우스 앞이 벌어지자, 물색 줄무늬 브래지어에 감싸여있지 않은 유방의 위쪽이 차가운 바깥공기와 닿아 소름이 ?年?
“만약 사람이 오면, 코트 앞을 여며서 감춰야돼.”
“으, 응, 그건 그렇고…… 뭐랄까, 생각보다 춥네. 야외노출.”
배와 목덜미를 얼음으로 문지르는 듯한 착각에 부르르 크게 떨었다.
“어차피 곧 뜨거워 질 거면서.”
“응, 뭐 그야…… 모처럼 이니까 전부 내놓을래.”
마코는 스스로 브라를 가슴 위로 젖혀 올려, 미려하게 부푼 하얀 가슴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내, 내가하면서도 이건 너무 치녀같지 않아……? 으응, 그치만 주인님의 눈빛도 뭐랄까 좋은 느낌으로 에로에로해졌으니까 문제없어!)
잡아먹을 것 같은 눈을 마주하고 있으니, 자연스레 다음에는 무엇을 당할 것인지 상상해버린다. 다가온 것은 오른손 손가락이었다. 젖가슴 아래의 굴곡이 검지손가락에 의해 들어올려져 피하지방의 무게와 차진 땀으로 천천히 미끄러져간다.
“만지고 있는 부분부터 뜨거워지고 있어. 누가 볼지도 모른다는 게 그렇게 좋아?”
완만한 손놀림에 새디스틱한 희롱의 의도가 느껴졌다. 절대로 이 남자의 본성은 S다. 무미건조하다고 생각했던 얼굴이 점점 훌륭한 주인님으로 보인다.
“흐앙……흑, 으흑!”
“어이, 전혀 신음을 죽이지 못하고 있잖아”
근질거리는 압박감이 젖가슴 아래에서 미끄러져 애태우며 도달한 곳은, 격앙이 지나쳐 볼록하게 부풀어 오른 유륜과 지금이라도 날아갈 것처럼 돌출해 있는 유두였다. 마지막엔 팅하고 손가락 튕겨지면서 기분 좋은 전격(電擊)이 젖샘에 작렬했다.
“흐히흑, 하아……!”
턱을 튕겨 올리는 찰나에 후두부를 나무에 부딪쳐 버렸지만, 그 아픔보다도 젖퉁이가 사정없이 비틀어지는 고통스런 쾌감을 사무치게 느껴버렸다.
“바보처럼 느끼네……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으면 교실에서 이 천박하게 자란 가슴을 드러내 보는 게 어때?”
(시작이다! 언어 학대가 시작됐어! 이건 진짜야!)
얼마나 재능이 넘치는 걸까. 이 촌스런 남자애는.
동안에 단신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가슴이 품위 없이 너무 크게 발육한 것은 이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로서 고민거리였다. 그 점을 괴롭힘 당하면서 검지와 엄지로 가슴 끝을 비틀리고 뭉개지고 있는 행위는 명백히 단순한 애무가 아니었다.
S다. 학대다. 가슴이 두근거려온다.
“히익, 아앙, 그치만, 그치만…… 교실에선 아무래도 부끄러워……!”
“기뻐할 남자애는 많을 테고, 너의 본성이 변태마조녀라는 걸 알게 되면, 마코마코단 녀석들도 정나미가 떨어져서 괴롭혀줄지도 모르지.”
“그치만…… 츠루가도, 히시누마도, 욧쨩도, 친구니까”
그 추종자 집단은 분명 민폐지만, 몇 안 돼는 친구라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녀들의 앞에서 남자들의 노리개가 되어 쾌감에 미쳐버리는 사태는 상상하는 것조차--괴로운 일이지만, 아무래도 두근 두근거려 버린다.
“역시 황홀해 하는 구나, 마조답게.”
켄지는 질렸다는 듯이 탄식한다. 라기보다 영 어색해지려는 찰나에 억지로 버텨, 기를 쓰고 기력을 짜내기 위한 한숨으로 생각되기도 했지만, 마코는 보지 않은 것으로 했다.
그의 왼손이 스커트 안으로 파고 들어와 욱신거림이 멎지 않는 보지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해 온 것이 지금은 무엇보다도 기뻤다.
“흐앙, 앙, 그, 그래…… 난, 마조라서, 지독한 꼴을 당하는 걸 상상하면 참을 수 없게 돼……”
M근성에 톱기어가 걸리고 있었다. 음욕의 갈라진 틈은 망상으로 벌겋게 달아올라 부들부들 전율하며 침입해 오는 두 개의 손가락에 거세게 달라붙었다. 듬뿍 애액을 묻히고, 자신을 문질러주는 것에 “감사합니다.”하고 마음을 담아서 속살 주름 한장 한장이 주인님의 손가락과 피부에 달라붙는 것이다.
“우왓, 손가락을 타고 손등까지 흘러넘쳤어. 바로 얼마 전까지 처녀였으면서, 아무리 그래도 감도가 너무 좋은 거 아냐?”
“그야, 흐응, 그치만……! 아앙, 그 때 일을 생각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자위를 해버렸으니까아……! 흐응, 아하아앙”
손가락 두 개가 왕복하면서 살 주름이 저려오는 지극한 쾌감에 입을 다물 수도 없게 되었다. 쯔걱쯔걱 가랑이 사이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가속도를 내며 타락해 가는 것을 생생하게 맛보면서, 위에서 켄지의 얼굴이 내려오는 것을 멍하게 쳐다보았다.
아아, 얼굴이 가까워져 온다는 것은, 입도 가까이 온다는 것이니까.
키스, 당해버릴 것 같다.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입과 입 사이에 손바닥을 넣어 가로 막으면서 얼굴을 돌렸다.
“기, 기다려…… 키스는, 안돼! 연인처럼 하는 건, 안된다구……!”
명백히 켄지가 분하고 아쉬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이것만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주인님은 주인님이고, 연인이 아니다.
연인은 상대를 위로하고, 상냥하게 대하는 사람이지만, 주인님은 상대방을 거만하게 부리면서 괴롭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래…… 너는 가랑이 사이만 쑤셔주면 만족하는 음란녀였지. 연인이나 연애 따위는 방해만 되는거냐. 알았어, 마코가 변태라는 것은.”
켄지는 기분이 언짢은 듯이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어떤 종류의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유방을 주물러 뭉개면서, 아래쪽을 쑤시는 손가락의 속도를 올렸다. 일부러 체중을 실어 나무에 억누르면서 강압적인 애무에 쾌감이 새겨지자 마조히스트 특유의 기분이 점점 타오르기 시작했다.
즉, 좀 더 괴롭혀주었으면 하는 기분.
“아앙, 변태라서, 키스보다 괴롭혀주는 걸 원해요……!”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하면서 허리를 꿈틀거려 애무를 재촉한다.
“젠장! 첫키스보다 먼저 SM플레이를 강요당하는 신세가 되다니!”
공원에 울려퍼질 정도로 고함을 지르면서 켄지는 엄지 손톱으로 유두와 클리토리스를 찔렀다.
“흐야앙, 아앙, 좋아, 아파 기분좋아……!”
아픔이 섞인 성적 쾌감은 마코의 신경을 간단히 녹여버려, 목소리도 표정도 흐리멍텅하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끈적한 쾌락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 지금이라도 쓰러져버릴 것 같았지만, 켄지의 머리를 붙잡고 매달려 필사적으로 견뎌냈다. 지금 주저앉았다가는 그의 손가락이 떨어져버리기 때문이다. 이제 조금이면 정상에 오를 것 같은데, 그렇게 아까운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밖에서, 주인님의 핑거링으로, 첫 절정……! 빨리, 빨리이!)
마조 노예의 의도를 알아차린 것인지, 본능에 따른 행동인 것인지 -- 켄지는 남아있던 한쪽 가슴 끝을 입으로 물었다. 일부러 마코가 볼 수 있도록 입술을 벌리고, 하얀 이를 밖으로 드러낸 채 유두를 깨문 것이다.
“하앙, 으흑! 으윽, 으으응!”
뚜렷한 격통이 흐릿한 쾌락으로 변해가면서, 질구멍 속살까지 손톱으로 찔리면서 전신이 경련했다. 순식간에 전신의 관절이라는 관절은 모두 딱딱하게 굳히고, 육즙이 거세게 뿜어질 정도의 엑스터시를 전신전령(全身全靈)으로 음미한다.
그야말로 마조히스트다운 절정이었다.
아프고, 기분 좋은 일방적으로 밀어붙혀지는 것 같은 쾌감.
“아아아…… 가버렸다……”
“그런 거 같네. 야외에서, 있는대로 소리를 지르면서.”
켄지가 손을 떼어내자, 나무기둥에 기댄 등이 미끄러져 내려간다. 가랑이와 그의 손가락의 사이에 애액의 실이 길게 늘어지는 가 싶더니, 중간이 끊어지며 배와 유방에 방울져 떨어진다.
역시 야외는 좋다. 여운이 길게 어이지면서 차가운 겨울 바람에지지 않고 몸 안에서 열정이 용솟음쳐 온다. 이것은 마음속에 메모해두자.
추운 날이라도 야외플레이는 해볼 만한 가치가 있음,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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