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먼저 애원하는 것은 조교당하고 나서가 아니면 의미가 없는데도-- 마코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흥분한 속살이 욱신거릴 때 마다 몸이 떨리고, 더욱 강한 자극을 바라고 있다.
움직이던 손을 멈춘 켄지의 눈동자가 곤혹스럽다는 듯이 흔들렸다. 흥분으로 거칠어진 호흡을 감추지 못하고, 순결의 증거라고 할 수 있는 핑크색 좁은 문이 능욕을 기대하며 진한 애액을 걸쭉하게 흘려대는 모습을 응시하고 있다. 위쪽 잎보다 몇 배는 더 설득력이 있었던 건지, 드디어 그도 졌다는 듯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어.”
강간마라고 하기에는 미적지근한 태도지만, 흥분해있으니까 OK라고 마코는 거친 기세로 그의 선언에 응했다.
“…… 마코의 처녀, 내가 가질게.”
“어, 어서! 빨리 강간해줘!”
만감이 교차하면서도 양손으로 허벅지를 끌어안고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넓게 가랑이를 벌렸다. 음탕한 균열도 자연스럽게 좌우로 끌어당겨져, 흘러 떨어지는 하얀 꿀이 음부를 넘어 항문까지 간질인다.
준비만반의 은밀한 균열을 향해 우뚝 솟은 거무스름한 불기둥이 가까이 다가갔다.
(오, 온다! 와, 온다온다……! 첫 경험을 하는 거야! 집에서, 내 방에서, 이렇게 굵은 거에 꿰뚫려, 처녀막을 찢기는 거야! 최, 최고야……!)
이미 무슨 말을 할 여유도 없이 단지 가만히 켄지의 허리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기다린다.
촉촉한 옹달샘에 불타오르는 듯한 불기둥이 압박해 들어오자, 안달을 하며 기다리고 있던 속살은 어서 빨리 들어오라고 재촉을 하는 듯이 수컷의 살덩이에 달라붙었다.
“허억, 아아아……!”
“앙! 아아아! 드, 들어왔어……!”
단지 동굴의 입구가 살짝 벌어진 것뿐인데도, 점막이 서로 맞닿는 감촉은 두 사람의 허리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달콤한 쾌감을 주었다. 깊은 곳에서부터 스며 나온 육즙이 아교처럼 달라붙어, 양 쪽을 빈틈없이 들러 붙여 떨어지지 못하게 만들었다.
페니스는 그것에 반항했다. 바깥쪽이 아닌, 안쪽으로 움직여가면서, 점액에 거품을 내면서 더욱 깊숙한 장소를 찾아간다. 깨끗한 핑크색은 빨갛게 불타는 귀두에 억눌려 뭉개지면서, 하얀 이슬을 한가득 떨군다.
“흐윽, 아앗……너무 큰 게 들어오고 있어……!”
“머, 멈출 수가 없어……! 와시오가 유혹하니까……!”
질 속 점막이 가장 좁은 부분, 처녀막이라고도 불리는 남자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단단한 문이, 끓어오른 귀두의 압박을 받았다. 이미 켄지도 본능에 사로잡힌 건지 마코가 유연한 허리를 꿈틀거리며 몸부림을 쳐도 전진을 멈추려 하지 않았다. 온 몸의 열기를 전하려는 듯이 덮쳐누른다.
아무리 자위로 국부를 풀어왔다고는 해도, 본래 체구가 작은 마코에게 있어 켄지의 거근에 꿰뚫리는 것은 인두로 지지는 듯한 고통이었다. 그것은 지독한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쭉 꿈꿔왔던 고통이기에 당연한 일이다.
“히익! 히이이이이! 아흐그윽!:
허벅지 사이가 찢어지는 것처럼 아프다. 아프기 때문에 좋다. 치욕스러울 정도로 좋다. 기분 좋다는 것이 치욕스럽다. 치욕스러워서 좋았다.
머릿속에 충만하게 울려 퍼지는 탄성이 사타구니에까지 전염되는 동안에도, 남자의 육욕이 점막을 넘어 전해져 온다. 와시오 마코라는 소녀의 몸 안에 육욕을 쑤셔 박고 싶어 하는 수컷 특유의 사나온 본능이.
“하윽, 이제 곧 나, 아아앙, 갈기, 갈기이 찢어, 아아아! 찢어, 처녀막을 난폭하게에!”
카펫에 닿아있는 등에 힘을 주어, 관통을 바라며 허리를 들어올렸다. 켄지가 쾌락을 갈구하며 허리를 내리눌러 오는 것과 완전히 동시에.
순결한 소녀가 수컷을 막아내는 최후의 저항, 찌지직하고 고무막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린 듯 했다.
“아아아앙아아악!”
목청을 높여 비명을 지르면서 활처럼 등을 휘어도, 결코 참아낼 수 없는 고통이 탄환처럼 사타구니를 거세게 꿰뚫었다. 마음속에 그리던 것보다도 훨씬 강렬해서 고압전류에라도 감전된 것 같았다. 폐가 쪼그라든 것처럼 숨을 쉴 수도 없었고, 머리가 타닥타닥 튀어오르며 급속하게 가열되어간다. 그녀의 몸과 영혼은 모조리 그 열기에 녹아갔다.
아프지만, 쾌감이 느껴졌다.
애액을 뒤따르듯 파과의 피가 흘렀고, 그 피는 이어지는 애액으로 번져갔다. 마코는 역시 나는 마조 변태구나 하고, 다리 사이를 가득 채우는 행복감을 느끼면서 생각했다.
“아아아, 들어갔어, 와시오,……!”
켄지는 가장 민감한 갓머리가 삽입되자 꿈을 꾸는 듯 황홀한 기분으로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정도로 만족해버려서야 마코가 곤란하다. 고개를 숙여 본 바에 의하면 퍼런 핏줄이 곤두선 긴 방망이는 아직 반도 들어오지 않은 게 아닌가.
“아직, 뿌리까지! 퍽퍽 거칠게 박아대지 않으면 강간이라고 할 수 없잖아……!”
“하지만, 굉장히 빡빡해서, 지금도 충분히 아파하고 있고……! 피까지 나고, 아니, 왠지 애액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지만, 하여튼 아플 것 같아!”
“저기 말이야, 나는 마조라니까…… 괴롭혀줄수록 젖어오니까, 응, 부탁해. 나를, 빨리 즐겁게 해줘.”
글썽이는 눈으로 애원하면서, 어깨를 오므리며 양손을 턱 앞에 모아 쥔 것은, 애교를 부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아픔에 반응해 육체가 자동으로 움직여버린 것이다.
사정이야 어찌되었든, 그 모습을 본 켄지는 페니스를 폭발적으로 불끈거리면서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트에 적중한 모양이었다.
“알았어… 하지만,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파진다면, 내 몸을 꼬집어 줘. 바로 멈출 테니까.”
“응 꼬집을게. 꼬집기 전에는, 싫다고 말하는 것도 좋다는 뜻으로 생각해도 괜찮으니까.”
이렇게까지 말하지 않으면 진심으로 받아들여 버릴 테니, 강간마로서는 아직 애송이다.
그래도 이번엔 칭찬해주고 싶다. 손가락이 박혀 들 정도로 마코의 허리를 움켜쥐고, 한줌의 자비도 없이 과감하게 찔러 들어왔으니까.
손가락조차 넣어본 적이 없는 깊숙한 부분까지 우지직 찢어버리듯 쑤셔 들어온다.
“하극! 아아앙, 온다, 온다 온다아아……!”
살로 된 버섯지붕에 부벼지는 말랑한 주름에까지 처녀막의 아픔이 퍼져간다. 하지만 뒤 따라서 느껴지는 마찰감과 흡착감이 아픔을 순식간에 쾌락으로 물들여갔다.
마조라서 다행이다, 하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정상인이었다면 단지 고통으로 죽을 지경이었을 것 같았다.
-쯔벅, 하고 가장 깊숙한 부분이 귀두에 억눌리자, 머리가 새하얗게 게 될 정도로 뭔가가 터졌다.
“학! 아아앙, 흐으으으윽”
뒤로 몸을 젖히고 눈과 입을 한없이 벌렸다. 영혼이 그곳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쾌감과 뿌리까지 남근을 삼킨 열락에 몸 전체를 경련시켰다. 소중한 균열이 불구덩이가 된 것 같은 쾌락을 주는 남근을 감사의 마음으로 꿈틀거려 옴죽옴죽 조여 주었다.
“웃, 아아, 파들파들거리는게……이, 이건 오르가슴이라는 건가?”
“아아앙, 오, 오르가슴 따위 아냐, 강간마아……!”
눈물을 흘리는 소녀의 눈엔 웃음기가 배어있었다. 조금은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강간다운 분위기가 부족하다.
이제 와서 그런 태도가 켄지에게 불을 붙였다.
“아, 아아냐, 이건 화간이야! 화간이라면 화간인거야!”
그 말을 들려주고 싶은 상대는 어쩌면 자기 자신인지도 몰랐다. 반 안에서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소년은 마코의 풍만한 가슴을 옷 위로 움켜쥐는 듯싶더니, 허리를 당겨 바로 찔렀다 빼며 피스톤 운동으로 살 구멍을 쑤셔대기 시작했다. 단단하게 곧추선 육봉을 피와 꿀로 흠뻑 젖은 주름구멍에 쑤셔댈 뿐인 강간마다운 다이내믹한 움직임이었다.
“엉, 이건 화간이야! 강간 따위로 여자아이가 오르가슴을 느낄 리가 없으니까, 나는 아무것도 나쁘지 않아! 자 기분 좋다고 말해!”
“아앙, 너무해, 강간인데!”
작은 몸 구석구석까지 찔러 들어오는 충격이 퍼지며, 양 갈래로 묶은 머리카락이 채찍처럼 탄력 있게 춤춘다. 목걸이에 달린 사슬이 잘그락잘그락 건조한 소리를 냈다. 아픔과 쾌락으로 바들바들 떨리는 손가락이 혹시라도 우연히 그를 꼬집지 않도록 마코는 얼굴 앞에 손을 모아 깍지를 끼고, 움직이지 않기 위해 강하게 의식했다.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을 도중에 멈추고 싶지 않다.
“후아앙, 앗! 아아! 아아앙!”
주먹을 적시는 숨결과 신음도 지금까지보다 더욱 크고 달콤하게 열기를 늘려갔다. 자연스레 콧소리가 섞여 새된 목소리가 나왔지만, 만들어낸 비음보다는 전혀 느낌이 다르게 음탕했다.
아무리 방음기능이 뛰어난 벽이라고는 해도 이렇게 도취된 신음을 질러도 괜찮을까, 가족에게 들리지는 않을까.
(어, 엄마, 미안해요…… 섹스, 너무 좋아요! 강간당하는 게 너무 좋아서, 음탕한 소리를 멈출 수가 없어……! 아아앙, 아빠아, 딸이 이렇게 음란해서 미안해! 연인도 아닌 남자에게 강간당하면서 느껴대는 딸이라서 미안해요오!!)
양친에 대한 죄송함마저 흥분을 고조시키는 양념에 지나지 않았다.
전신이 발가락 끄트머리까지도 꾸욱 오므라들 정도니, 왕복운동이 한창인 비동은 더욱 노골적인 반응을 나타내었다. 산뜻한 쾌감을 주는 마찰감에 눅진하게 녹아내려 주름 하나하나가 보드라워져선 강철 같은 남근에 엉겨 붙는다. 비벼질 때 조금이라도 마찰계수가 높아지도록, 질 안쪽 전체가 격렬하게 수런거리고 있다. 굼실거리다 못해, 액체로 녹아버리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크으으, 눅진눅지인, 눅진눅진해지고 있어! 히아아아아!”
“우으, 핥아지고 있는 것 같아……! 뜨겁고, 즈벅즈벅 소리까지 나!”
켄지는 허리놀림을 서서히 가속하며, 커져가는 쾌감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양손으로 말랑말랑한 젖을 움켜쥐었다.
“히익! 아앙, 가슴이 뜯어질 거 같아.”
이상적인 난폭함에 피하지방도 달아올라, 가슴의 끄트머리도 솟아올랐다.
젖가슴의 강한 탄력과 켄지의 주물러대는 손에 블라우스가 견디지 못하고, 탁, 탁, 하고 단추가 뜯겨 튀어 올랐다. 그 정도는 허용범위 내이기도 하고, 강간하는 것 답게 좀 더 마음껏 찢어줬으면 할 정도다.
붉게 달아오른 유방이 찌부러지는 모습은 남자의 욕정을 더욱 불러일으키는 정경이었다. 블라우스를 양쪽으로 벌리고, 중력을 거스르며 구형을 유지하고 나란히 우뚝 솟은 두 개의 봉우리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 정상에 애처로울 정도로 딱딱하게 솟아 있는 유두를 보고는 침을 삼켰다.
“꽤 강하게 주물렀는데…… 이런 식으로 당하는 게 좋은 거야?”
이건 아마도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 담겨 있을 것이다. 유두를 꼬집고 비틀어 당기는 손놀림에 기백이 서려있다. 달콤한 아픔보다도 그 기백에 마코는 황홀해졌다.
“아아앙, 좋아, 요! 멋져, 가슴으로 느껴어!”
“그럼 좀 더 느끼게 해줄게!”
전후좌우로 억지로 당겨져, 유방의 뿌리에까지 고통의 기쁨이 피어났다. 마코에게 있어서는 항상 무겁고 처치 곤란했던 가슴을 이제야 유효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 듯했다.
(이거, 뜻밖의 인재야……! 키타노 켄지, 굉장한 주인님이 될지도!)
땀으로 범벅이 된 젖가슴이 켄지의 손바닥에 찰싹 달라붙었고, 허리도 손의 리듬에 맞춰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아래로 잡아당기는 것과 동시에 허리를 짓쳐 올리면서 자궁입구가 찢어질 정도로 압박당하는 것이 각별히 좋았다.
“하앙, 으으응! 좋아, 너무 좋아, 최고……! 강간, 해주셔서, 아아아앙! 감사합니다!”
“처, 천만에 내가 오히려……!”
켄지도 이미 한계에 가깝게 다다르고 있는 건지, 자지로 피가 쏠려 더 늘어날 수 없을 정도로 팽창했다. 붉게 부풀어 오른 꽃잎은 이미 닳아 없어질 정도로 쓰적이고 있는데, 흥분한 페니스는 더욱 커지고, 더욱 굵어졌다. 강하게 억지로 밀어 처넣지 않으면 끝까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흥분도 높아져 있는 듯이, 다음에 한 말은 좋은 의미로 마코의 상상을 넘어서 있었다.
“오, 오늘은 안전일이야, 위험일이야. 어느 쪽!”
그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고 마코는 꾸욱하고 질구를 조였다.
“아, 안전일, 이니까!”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대답을 추궁하는 게 포인트, 충분한 S로서의 소질이 있다.
키타노 켄지는 최고의 주인님이 될 수 있는 동급생이었던 것이다.
뭐가 최고냐면, 목줄을 붙잡고 목걸이를 당기면서 물어보는 게 최고다.
“안에……! 첫 강간이니까, 안이 좋아~!”
기쁨이 지나쳐, 치켜 올라간 눈매가 아래로 처질 정도로 질척한 웃음을 띤 얼굴로 소리 질렀다.
켄지 역시도, 짐승의 이빨을 드러내는 듯 한 웃음을 띠고, 빵빵해진 귀두로 상처 난 처녀막을 헤집어 확장하듯이 얕은 부분에서 원운동을 그렸다.
“이 음란한 년…… 난 쭈욱 네가 실제로는 내성적인 순정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스스로 질내사정을 희망하다니, 천선적인 변태잖아! 그렇게 섹스가 하고 싶었냐!”
“섹스가 아니라 강간당하고 싶었어요!”
“그게 더 나빠! 최악이야, 이 마조돼지! 알았어. 안에 싸주지! 안전일이라도 임신할 정도로 아주 많이 쌀 거야!”
오싹오싹할 정도의 위력이었다. 젖가슴을 쥐어 뭉개는 손도, 목줄을 잡아당기는 힘도, 엉덩이가 팡팡 소리를 낼 정도로 격렬한 허리놀림도 이상적, 진성M소녀의 흥분은 정점에 달했다.
“히아아아아아아앙, 강간 질내사정 해주세요!”
“그래. 강간이라는 게 어떤 건지 뼈저리게 느껴라!”
허리와 허리가 소리를 내며 맞부딪히며 밀착한 순간에 오르가즘의 쾌락이 결합부에서 폭발했다. 경련과도 같이 물결치는 살 주름 속을 육봉이 사출과 함께 이리저리 날뛴다. 하지만 살과 살로 단단히 다물린 질 속에 진한 액체가 갈 곳은 없었고, 더욱 깊은 곳에 자리한 자궁을 향해 흘러들어간다.
“하아아, 뱃속이, 가득! 따듯해요. 정자 뜨거워!”
첫 질내사정을 당한 감각에 도취된 미성은 비음이 섞여 음란한 음색을 발했다.
여심을 매료시키는 최상의 용암이었다. 수컷의 욕망을 농후하게 품고, 요구르트처럼 질척질척해서, 가득 흘러들어온 자궁이 묵직해진다. 그 무게가 남자에게 더럽혀졌다는 실감이, 황홀해질 정도로 기분 좋다.
온 몸의 아름다운 피부가 빈틈없이 핑크색으로 물들어 있는 것은 열락에 굴복한 증거일 것이다.
(이건 너무 곤란해……! 마조끼가 없더라도 절대 미칠 거야! 질내사정 섹스 말고는 할 수 없게 될 거야……!)
아무래도 위험일 만은 피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도 억지로 요구당한다면 분명 거부할 수 없다. 지금도 역시 자신도 모르게 켄지의 엉덩이를 다리로 강하게 끌어안아, 한 방울이라도 흘리지 않도록 결합을 깊게 하고 있다. 세포 하나하나를 정자로 꿰뚫어주었으면 좋겠다고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괴, 굉장해, 빨려들고 있어……! 앗, 아아, 와시오 마코의 그곳이, 내 정자를 꿀꺽꿀꺽 삼키고 있어……!”
“그, 그치만 맛있는 걸……! 아아아, 평생 이대로 정액에 흠뻑 절여지고 싶어……! 어쩌지, 못 견디겠어. 견딜 수 없단 말야!”
마치 하나의 생물이 된 것처럼 두 사람은 동시에 허리를 마주 문질렀다. 질구를 조여 음경의 뿌리까지 가볍게 비틀어 돌리는 것만으로 수그러들던 분출의 기세가 돌아온다. 거근인 것뿐만 아니라, 탱크의 용량도 비할 데가 없다.
역시, 틀림없는 인재다.
(우리 반에 이렇게까지 주인님에 어울리는 남자가 있었다니…… 내 선S안도 아직 부족하구나. 응, 아항, 또 싸고 있어. 아직도 들어와……!)
마코의 엑스터시는 서서히 잦아들고 있었지만, 다시금 울컥울컥 질벽을 때리며 주입되는 감각이 절묘한 여운이 되어 열락에 가득 찬 기쁨을 길게 이어가게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한계는 오는 것처럼 콤마 수초의 단위였던 자지의 맥동도 페이스가 다운되어 갔다. 켄지의 새디스틱한 기분도 피크를 넘어버린 듯 눈에 보이는 표정은 소심하고 내성적으로 시들어갔다.
“아아아아아, 저질러버렸어. 나……”
“당해버렸어, 나……에헷”
여기까지 와서도 깨끗이 단념하지 않는 게 화가 치밀어 오지만, 사정을 마치고도 강철처럼 단단한 자지를 봐서 용서해주자.
모처럼 온 기회니까, 더 여러 가지를 해보지 않으면 손해다.
“으, 응차.”
여전히 몸이 연결된 상태로 오른쪽 발을 들어 왼 다리에 겹치면서 옆으로 누웠다. 질 속이 비틀리면서 주룩하고 희고 진한 액체가 흘러내리는 건 아까웠지만, 그로 인해 피가 씻겨 내리는 것은 자신이 다시 태어난 듯한 기분이라 나쁘지 않았다.
“어, 뭐, 뭐야? 뭐 하려고?”
“강간마라면 강간마답게 생각해봐. 둔하네. 참”
이어서 몸의 각도를 틀어 네 발로 엎드린 자세로 뒤쪽의 강간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자가 저항하지 못하게, 물건처럼 범해대려면 역시 뒷치기 말고는 없잖아.”
켄지가 꿀꺽 침을 삼킨 시점에 흐름은 이미 마코의 것이었다. 마코는 이성을 잃은 짐승이 원시적인 자세로 자신을 범해오는 것을 만면에 웃음을 띠고 받아들였다.
켄지가 번쩍 정신을 차렸을 때는, 흐트러진 마코가 카펫에 털썩 무너져있었다. 넋을 잃어 몽롱해진 음탕한 표정으로, 행복하게 잠꼬대를 하면서….
“히아아아아……가득, 가득해……보지, 정액이 가드윽…….”
그녀는 허리가 어렴풋이 들린 채로, 경련과 함께 질 안의 흰 점액을 흘리고 있었다. 얼마나 왕복을 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순결했던 균열은 페니스의 모양으로 뻐끔히 벌어져있다. 몇 발이나 쌌는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정액이 넘쳐흘러 마치 하얀 용소(龍沼)같은 모습이었다.
방 안이 후끈한 밤꽃냄새로 충만해 숨 쉬기도 힘들다.
(큰일이다. 너무 달아올랐어……정신줄을 놔버렸던 건가, 내가.)
강렬한 후회가 복받쳐 오르는 와중에도 켄지는 냉정함을 찾아, 어떻게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기억을 파고든 뒤.
우선 납작 엎드렸다.
“미안해. 내가 책임질게!”
“책임……?”
멍하니 마코가 되물었다. 그녀의 얼굴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아무리 유혹을 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집에서 이런 짓을 한 건 내 잘못이야! 뭐랄까, 잘도 들키지 않았구나 하고 놀라고 있지만, 그거야 어찌되었든!”
해버린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이럴 땐 각오를 굳히는 것이 남자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 줘! 힘들게는 하지 않을게! 돈이 필요하면 학교도 그만두고 일을 구할게!”
모라토리엄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선택지를 결정하기 위한 준비기간이지만, 마음의 준비조차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인생을 결정지어버릴 만한 선택지를 골라버렸다.
하지만 나쁘지는 않다.
와시오 마코와 일생을 함께한다면, 오히려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할 정도다.
대답은 오랫동안 들려오지 않았다.
단지 깊은 한숨 뒤에 옷자락이 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자, 스웨터와 스커트 차림의 사복으로 갈아입은 마코가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얼굴로 켄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 대체 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 거야? 강간한 상대와 연애라니, 야겜도 아니고. 바보 아냐? 분수를 알아야지. 강간마.”
“으, 으윽…….”
“할 말이라도 있나보네.”
“미, 미안해. 결혼이라니 괜히 주제도 모르고. 뭐든지 할게. 손가락을 자르라고 한다면, 으음, 솔직히 조금은 봐줬으면 좋겠지만, 참을게. 가능하면 마취상태에서. 아냐, 미안해, 반성이 부족했어. 마취 안하고 견딜게.”
너무 비참한 인생을 선택해 버린 느낌이다.
일시적인 쾌락에 휩쓸리다니, 난 진짜 바보 멍청이다. 켄지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후회에 잠겼다.
이윽고 “흐응”하고, 기분 탓인 건지 마코가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 같은 콧방귀를 뀌었다.
“정말 뭐든지 할 거야?”
“응, 발이라도 핥을게.”
“헛소리하지마! 그런 재미 보는 역할을 누가 너한테 양보할 것 같아!”
그렇다. 마조히스트였던 것이다. 이 와시오 마코라는 소녀는. 그러니 그녀의 바람 역시 마조히스트스러운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인생까지는 말할 것은 아니더라도, 청춘의 지침은 결정되어 버린 듯 했다. 평범한 연애가 하고 싶었을 뿐인데, 이제 그것은 손에 넣을 수 없다.
“넌 오늘부터 내 주인님이 되는 거야!”
짓궂게 이를 드러내며 웃는 마코를 거역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
그렇기는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익이었다.
교내에서 굴지의 미소녀와 하고 싶을 때 과격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관계를 이룬 것이다. 남자라면 누구라도 부러워 할 환경이었다.
“이익이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자신에게 그런 취미가 없다는 점은 일단 한쪽에 치워두자.
(현 상황에서 나보다 그녀와 가까운 남자는 존재하지 않아. 지금은 단순히 변태행위의 파트너라고 해도, 문란하고 타락한 변태관계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우연한 계기로 러브러브하고 달콤새콤한 연애생활이 찾아올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지금은 생각하기 나름인 거야.)
하고, 마음속으로 과장된 포즈를 취하고 연설을 한다.
켄지는 첫 경험을 한 다음날, 등교 직후에 학교 신발장에서 생각지도 못한 것을 봐버린 충격에 몸이 굳은 채로, 재가동을 위해 아버지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여기는 연극무대와 마찬가지다. 연기다. 모든 것은 연기인 것이다. 그러니 진정해라. 하고 켄지는 자신에게 말했다.
(좋아, 진정해라 내 자신아. 이건 그녀가 보낸 선물이야. 그야말로 지금 내 마음은 환희에 가득 차 있다고 하는 게 맞다.)
자신의 실내화 위에 종이봉투가 놓여있었다. 무슨 브랜드 이름인지, 한쪽 구석에 “M"이라는 세련된 폰트가 박혀 있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열어보니, 그 안에는 언뜻 MP3플레이어처럼 생긴 얇은 플라스틱제품과 한 장의 편지가, 불안한 예감을 동반하고 나타났다.
“통신기야. 이제부터 학교에서는 모르스 신호로 대화할 것.”
왜 모르스지?
의문부호를 그리면서도 내심으로는 어설프게나마 예상이 되었다. 이 기계제품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교실에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자리에 앉은 마코를 츠루가와 친구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숙제는 어쨌어, 어제 드라마는 어땠어라던가. 마코는 정말 귀여워나 마코가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 따위의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로 꽃을 피우고 있다. 떠받들어지고 있는 마코 본인은 가끔씩 쓴웃음을 짓는 정도지만.
켄지가 자신의 자리에 도착하자. 츠루가가 갑자기 펄떡 몸을 떨며 흘낏 노려본다.
“괴물잠지 녀석……”
노출사건이 떠오르자, 기가 죽었다.
“어, 왕자지 왔다.”
“어이 왕자지, 간밤엔 안녕했냐. 아니. 다리 사이에 있는 걸 물어 본 건 아냐.”
“얼마나 많이 쓰면 그런 검둥이가 되는 거야, 이 자식 죽어. 분홍색 번데기인 나한테 사과해, 무릎 꿇어. 그대로 묻혀서, 무주고혼이라도 돼라.”
남자들한테까지 이런 저런 말을 들으니 책상 위에 깊숙이 엎드렸다.
“안녕. 킹코브라! 독액은 제대로 뽑아내고 왔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자인 히시누마한테까지 그런 말을 들으니 울고 싶어졌다.
초등학생도 아닌데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너무 품격이 없다. 이 우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주머니 안에 있는 그 MP3플레이어틱한 물건의 버튼을 눌러보았다.
움찔하고 마코가 어깨를 떨었다.
“마코, 왜 그래? 얼굴이 빨개, 감기? 열? 그 날? 괴물잠지의 기척에 순수한 소녀로서 공포를 숨기지 못하는 리액션?”
“으,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마코의 말투가 눈에 띄게 달랐다. 호흡도 불규칙적이 되었고, 자세히 보면 허리 근처가 꾸물꾸물 흔들리고 있다.
아아, 역시나. 불길한 예감이 적중했다.
자포자기한 기분으로, 그 리모콘같은 물건을 마구 누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수업이 시작해 버렸다. 츠루가의 걱정도 아랑곳없이, 마코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채로 양호실에도 가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자리에 앉아 몸을 떨 뿐이었다.
켄지는 소리라도 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로터인지 바이브인지는 모르지만, 학교에까지 넣고 오지는 말란 말야.
켄지의 휴대전화에 마코가 보낸 메일이 도착한 것은 방과 후가 되어서였다.
“정말 굉장히 멋진 모르스 언어 학대였어♡ 주인님 고마워요.”
대충 눌러댄 것뿐이었는데….
이러저러해서, 키타노켄지와 와시오 마코의 주종관계는 시작되었던 것이다.
움직이던 손을 멈춘 켄지의 눈동자가 곤혹스럽다는 듯이 흔들렸다. 흥분으로 거칠어진 호흡을 감추지 못하고, 순결의 증거라고 할 수 있는 핑크색 좁은 문이 능욕을 기대하며 진한 애액을 걸쭉하게 흘려대는 모습을 응시하고 있다. 위쪽 잎보다 몇 배는 더 설득력이 있었던 건지, 드디어 그도 졌다는 듯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어.”
강간마라고 하기에는 미적지근한 태도지만, 흥분해있으니까 OK라고 마코는 거친 기세로 그의 선언에 응했다.
“…… 마코의 처녀, 내가 가질게.”
“어, 어서! 빨리 강간해줘!”
만감이 교차하면서도 양손으로 허벅지를 끌어안고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넓게 가랑이를 벌렸다. 음탕한 균열도 자연스럽게 좌우로 끌어당겨져, 흘러 떨어지는 하얀 꿀이 음부를 넘어 항문까지 간질인다.
준비만반의 은밀한 균열을 향해 우뚝 솟은 거무스름한 불기둥이 가까이 다가갔다.
(오, 온다! 와, 온다온다……! 첫 경험을 하는 거야! 집에서, 내 방에서, 이렇게 굵은 거에 꿰뚫려, 처녀막을 찢기는 거야! 최, 최고야……!)
이미 무슨 말을 할 여유도 없이 단지 가만히 켄지의 허리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기다린다.
촉촉한 옹달샘에 불타오르는 듯한 불기둥이 압박해 들어오자, 안달을 하며 기다리고 있던 속살은 어서 빨리 들어오라고 재촉을 하는 듯이 수컷의 살덩이에 달라붙었다.
“허억, 아아아……!”
“앙! 아아아! 드, 들어왔어……!”
단지 동굴의 입구가 살짝 벌어진 것뿐인데도, 점막이 서로 맞닿는 감촉은 두 사람의 허리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달콤한 쾌감을 주었다. 깊은 곳에서부터 스며 나온 육즙이 아교처럼 달라붙어, 양 쪽을 빈틈없이 들러 붙여 떨어지지 못하게 만들었다.
페니스는 그것에 반항했다. 바깥쪽이 아닌, 안쪽으로 움직여가면서, 점액에 거품을 내면서 더욱 깊숙한 장소를 찾아간다. 깨끗한 핑크색은 빨갛게 불타는 귀두에 억눌려 뭉개지면서, 하얀 이슬을 한가득 떨군다.
“흐윽, 아앗……너무 큰 게 들어오고 있어……!”
“머, 멈출 수가 없어……! 와시오가 유혹하니까……!”
질 속 점막이 가장 좁은 부분, 처녀막이라고도 불리는 남자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단단한 문이, 끓어오른 귀두의 압박을 받았다. 이미 켄지도 본능에 사로잡힌 건지 마코가 유연한 허리를 꿈틀거리며 몸부림을 쳐도 전진을 멈추려 하지 않았다. 온 몸의 열기를 전하려는 듯이 덮쳐누른다.
아무리 자위로 국부를 풀어왔다고는 해도, 본래 체구가 작은 마코에게 있어 켄지의 거근에 꿰뚫리는 것은 인두로 지지는 듯한 고통이었다. 그것은 지독한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쭉 꿈꿔왔던 고통이기에 당연한 일이다.
“히익! 히이이이이! 아흐그윽!:
허벅지 사이가 찢어지는 것처럼 아프다. 아프기 때문에 좋다. 치욕스러울 정도로 좋다. 기분 좋다는 것이 치욕스럽다. 치욕스러워서 좋았다.
머릿속에 충만하게 울려 퍼지는 탄성이 사타구니에까지 전염되는 동안에도, 남자의 육욕이 점막을 넘어 전해져 온다. 와시오 마코라는 소녀의 몸 안에 육욕을 쑤셔 박고 싶어 하는 수컷 특유의 사나온 본능이.
“하윽, 이제 곧 나, 아아앙, 갈기, 갈기이 찢어, 아아아! 찢어, 처녀막을 난폭하게에!”
카펫에 닿아있는 등에 힘을 주어, 관통을 바라며 허리를 들어올렸다. 켄지가 쾌락을 갈구하며 허리를 내리눌러 오는 것과 완전히 동시에.
순결한 소녀가 수컷을 막아내는 최후의 저항, 찌지직하고 고무막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린 듯 했다.
“아아아앙아아악!”
목청을 높여 비명을 지르면서 활처럼 등을 휘어도, 결코 참아낼 수 없는 고통이 탄환처럼 사타구니를 거세게 꿰뚫었다. 마음속에 그리던 것보다도 훨씬 강렬해서 고압전류에라도 감전된 것 같았다. 폐가 쪼그라든 것처럼 숨을 쉴 수도 없었고, 머리가 타닥타닥 튀어오르며 급속하게 가열되어간다. 그녀의 몸과 영혼은 모조리 그 열기에 녹아갔다.
아프지만, 쾌감이 느껴졌다.
애액을 뒤따르듯 파과의 피가 흘렀고, 그 피는 이어지는 애액으로 번져갔다. 마코는 역시 나는 마조 변태구나 하고, 다리 사이를 가득 채우는 행복감을 느끼면서 생각했다.
“아아아, 들어갔어, 와시오,……!”
켄지는 가장 민감한 갓머리가 삽입되자 꿈을 꾸는 듯 황홀한 기분으로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정도로 만족해버려서야 마코가 곤란하다. 고개를 숙여 본 바에 의하면 퍼런 핏줄이 곤두선 긴 방망이는 아직 반도 들어오지 않은 게 아닌가.
“아직, 뿌리까지! 퍽퍽 거칠게 박아대지 않으면 강간이라고 할 수 없잖아……!”
“하지만, 굉장히 빡빡해서, 지금도 충분히 아파하고 있고……! 피까지 나고, 아니, 왠지 애액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지만, 하여튼 아플 것 같아!”
“저기 말이야, 나는 마조라니까…… 괴롭혀줄수록 젖어오니까, 응, 부탁해. 나를, 빨리 즐겁게 해줘.”
글썽이는 눈으로 애원하면서, 어깨를 오므리며 양손을 턱 앞에 모아 쥔 것은, 애교를 부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아픔에 반응해 육체가 자동으로 움직여버린 것이다.
사정이야 어찌되었든, 그 모습을 본 켄지는 페니스를 폭발적으로 불끈거리면서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트에 적중한 모양이었다.
“알았어… 하지만,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파진다면, 내 몸을 꼬집어 줘. 바로 멈출 테니까.”
“응 꼬집을게. 꼬집기 전에는, 싫다고 말하는 것도 좋다는 뜻으로 생각해도 괜찮으니까.”
이렇게까지 말하지 않으면 진심으로 받아들여 버릴 테니, 강간마로서는 아직 애송이다.
그래도 이번엔 칭찬해주고 싶다. 손가락이 박혀 들 정도로 마코의 허리를 움켜쥐고, 한줌의 자비도 없이 과감하게 찔러 들어왔으니까.
손가락조차 넣어본 적이 없는 깊숙한 부분까지 우지직 찢어버리듯 쑤셔 들어온다.
“하극! 아아앙, 온다, 온다 온다아아……!”
살로 된 버섯지붕에 부벼지는 말랑한 주름에까지 처녀막의 아픔이 퍼져간다. 하지만 뒤 따라서 느껴지는 마찰감과 흡착감이 아픔을 순식간에 쾌락으로 물들여갔다.
마조라서 다행이다, 하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정상인이었다면 단지 고통으로 죽을 지경이었을 것 같았다.
-쯔벅, 하고 가장 깊숙한 부분이 귀두에 억눌리자, 머리가 새하얗게 게 될 정도로 뭔가가 터졌다.
“학! 아아앙, 흐으으으윽”
뒤로 몸을 젖히고 눈과 입을 한없이 벌렸다. 영혼이 그곳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쾌감과 뿌리까지 남근을 삼킨 열락에 몸 전체를 경련시켰다. 소중한 균열이 불구덩이가 된 것 같은 쾌락을 주는 남근을 감사의 마음으로 꿈틀거려 옴죽옴죽 조여 주었다.
“웃, 아아, 파들파들거리는게……이, 이건 오르가슴이라는 건가?”
“아아앙, 오, 오르가슴 따위 아냐, 강간마아……!”
눈물을 흘리는 소녀의 눈엔 웃음기가 배어있었다. 조금은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강간다운 분위기가 부족하다.
이제 와서 그런 태도가 켄지에게 불을 붙였다.
“아, 아아냐, 이건 화간이야! 화간이라면 화간인거야!”
그 말을 들려주고 싶은 상대는 어쩌면 자기 자신인지도 몰랐다. 반 안에서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소년은 마코의 풍만한 가슴을 옷 위로 움켜쥐는 듯싶더니, 허리를 당겨 바로 찔렀다 빼며 피스톤 운동으로 살 구멍을 쑤셔대기 시작했다. 단단하게 곧추선 육봉을 피와 꿀로 흠뻑 젖은 주름구멍에 쑤셔댈 뿐인 강간마다운 다이내믹한 움직임이었다.
“엉, 이건 화간이야! 강간 따위로 여자아이가 오르가슴을 느낄 리가 없으니까, 나는 아무것도 나쁘지 않아! 자 기분 좋다고 말해!”
“아앙, 너무해, 강간인데!”
작은 몸 구석구석까지 찔러 들어오는 충격이 퍼지며, 양 갈래로 묶은 머리카락이 채찍처럼 탄력 있게 춤춘다. 목걸이에 달린 사슬이 잘그락잘그락 건조한 소리를 냈다. 아픔과 쾌락으로 바들바들 떨리는 손가락이 혹시라도 우연히 그를 꼬집지 않도록 마코는 얼굴 앞에 손을 모아 깍지를 끼고, 움직이지 않기 위해 강하게 의식했다.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을 도중에 멈추고 싶지 않다.
“후아앙, 앗! 아아! 아아앙!”
주먹을 적시는 숨결과 신음도 지금까지보다 더욱 크고 달콤하게 열기를 늘려갔다. 자연스레 콧소리가 섞여 새된 목소리가 나왔지만, 만들어낸 비음보다는 전혀 느낌이 다르게 음탕했다.
아무리 방음기능이 뛰어난 벽이라고는 해도 이렇게 도취된 신음을 질러도 괜찮을까, 가족에게 들리지는 않을까.
(어, 엄마, 미안해요…… 섹스, 너무 좋아요! 강간당하는 게 너무 좋아서, 음탕한 소리를 멈출 수가 없어……! 아아앙, 아빠아, 딸이 이렇게 음란해서 미안해! 연인도 아닌 남자에게 강간당하면서 느껴대는 딸이라서 미안해요오!!)
양친에 대한 죄송함마저 흥분을 고조시키는 양념에 지나지 않았다.
전신이 발가락 끄트머리까지도 꾸욱 오므라들 정도니, 왕복운동이 한창인 비동은 더욱 노골적인 반응을 나타내었다. 산뜻한 쾌감을 주는 마찰감에 눅진하게 녹아내려 주름 하나하나가 보드라워져선 강철 같은 남근에 엉겨 붙는다. 비벼질 때 조금이라도 마찰계수가 높아지도록, 질 안쪽 전체가 격렬하게 수런거리고 있다. 굼실거리다 못해, 액체로 녹아버리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크으으, 눅진눅지인, 눅진눅진해지고 있어! 히아아아아!”
“우으, 핥아지고 있는 것 같아……! 뜨겁고, 즈벅즈벅 소리까지 나!”
켄지는 허리놀림을 서서히 가속하며, 커져가는 쾌감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양손으로 말랑말랑한 젖을 움켜쥐었다.
“히익! 아앙, 가슴이 뜯어질 거 같아.”
이상적인 난폭함에 피하지방도 달아올라, 가슴의 끄트머리도 솟아올랐다.
젖가슴의 강한 탄력과 켄지의 주물러대는 손에 블라우스가 견디지 못하고, 탁, 탁, 하고 단추가 뜯겨 튀어 올랐다. 그 정도는 허용범위 내이기도 하고, 강간하는 것 답게 좀 더 마음껏 찢어줬으면 할 정도다.
붉게 달아오른 유방이 찌부러지는 모습은 남자의 욕정을 더욱 불러일으키는 정경이었다. 블라우스를 양쪽으로 벌리고, 중력을 거스르며 구형을 유지하고 나란히 우뚝 솟은 두 개의 봉우리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 정상에 애처로울 정도로 딱딱하게 솟아 있는 유두를 보고는 침을 삼켰다.
“꽤 강하게 주물렀는데…… 이런 식으로 당하는 게 좋은 거야?”
이건 아마도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 담겨 있을 것이다. 유두를 꼬집고 비틀어 당기는 손놀림에 기백이 서려있다. 달콤한 아픔보다도 그 기백에 마코는 황홀해졌다.
“아아앙, 좋아, 요! 멋져, 가슴으로 느껴어!”
“그럼 좀 더 느끼게 해줄게!”
전후좌우로 억지로 당겨져, 유방의 뿌리에까지 고통의 기쁨이 피어났다. 마코에게 있어서는 항상 무겁고 처치 곤란했던 가슴을 이제야 유효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 듯했다.
(이거, 뜻밖의 인재야……! 키타노 켄지, 굉장한 주인님이 될지도!)
땀으로 범벅이 된 젖가슴이 켄지의 손바닥에 찰싹 달라붙었고, 허리도 손의 리듬에 맞춰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아래로 잡아당기는 것과 동시에 허리를 짓쳐 올리면서 자궁입구가 찢어질 정도로 압박당하는 것이 각별히 좋았다.
“하앙, 으으응! 좋아, 너무 좋아, 최고……! 강간, 해주셔서, 아아아앙! 감사합니다!”
“처, 천만에 내가 오히려……!”
켄지도 이미 한계에 가깝게 다다르고 있는 건지, 자지로 피가 쏠려 더 늘어날 수 없을 정도로 팽창했다. 붉게 부풀어 오른 꽃잎은 이미 닳아 없어질 정도로 쓰적이고 있는데, 흥분한 페니스는 더욱 커지고, 더욱 굵어졌다. 강하게 억지로 밀어 처넣지 않으면 끝까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흥분도 높아져 있는 듯이, 다음에 한 말은 좋은 의미로 마코의 상상을 넘어서 있었다.
“오, 오늘은 안전일이야, 위험일이야. 어느 쪽!”
그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고 마코는 꾸욱하고 질구를 조였다.
“아, 안전일, 이니까!”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대답을 추궁하는 게 포인트, 충분한 S로서의 소질이 있다.
키타노 켄지는 최고의 주인님이 될 수 있는 동급생이었던 것이다.
뭐가 최고냐면, 목줄을 붙잡고 목걸이를 당기면서 물어보는 게 최고다.
“안에……! 첫 강간이니까, 안이 좋아~!”
기쁨이 지나쳐, 치켜 올라간 눈매가 아래로 처질 정도로 질척한 웃음을 띤 얼굴로 소리 질렀다.
켄지 역시도, 짐승의 이빨을 드러내는 듯 한 웃음을 띠고, 빵빵해진 귀두로 상처 난 처녀막을 헤집어 확장하듯이 얕은 부분에서 원운동을 그렸다.
“이 음란한 년…… 난 쭈욱 네가 실제로는 내성적인 순정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스스로 질내사정을 희망하다니, 천선적인 변태잖아! 그렇게 섹스가 하고 싶었냐!”
“섹스가 아니라 강간당하고 싶었어요!”
“그게 더 나빠! 최악이야, 이 마조돼지! 알았어. 안에 싸주지! 안전일이라도 임신할 정도로 아주 많이 쌀 거야!”
오싹오싹할 정도의 위력이었다. 젖가슴을 쥐어 뭉개는 손도, 목줄을 잡아당기는 힘도, 엉덩이가 팡팡 소리를 낼 정도로 격렬한 허리놀림도 이상적, 진성M소녀의 흥분은 정점에 달했다.
“히아아아아아아앙, 강간 질내사정 해주세요!”
“그래. 강간이라는 게 어떤 건지 뼈저리게 느껴라!”
허리와 허리가 소리를 내며 맞부딪히며 밀착한 순간에 오르가즘의 쾌락이 결합부에서 폭발했다. 경련과도 같이 물결치는 살 주름 속을 육봉이 사출과 함께 이리저리 날뛴다. 하지만 살과 살로 단단히 다물린 질 속에 진한 액체가 갈 곳은 없었고, 더욱 깊은 곳에 자리한 자궁을 향해 흘러들어간다.
“하아아, 뱃속이, 가득! 따듯해요. 정자 뜨거워!”
첫 질내사정을 당한 감각에 도취된 미성은 비음이 섞여 음란한 음색을 발했다.
여심을 매료시키는 최상의 용암이었다. 수컷의 욕망을 농후하게 품고, 요구르트처럼 질척질척해서, 가득 흘러들어온 자궁이 묵직해진다. 그 무게가 남자에게 더럽혀졌다는 실감이, 황홀해질 정도로 기분 좋다.
온 몸의 아름다운 피부가 빈틈없이 핑크색으로 물들어 있는 것은 열락에 굴복한 증거일 것이다.
(이건 너무 곤란해……! 마조끼가 없더라도 절대 미칠 거야! 질내사정 섹스 말고는 할 수 없게 될 거야……!)
아무래도 위험일 만은 피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도 억지로 요구당한다면 분명 거부할 수 없다. 지금도 역시 자신도 모르게 켄지의 엉덩이를 다리로 강하게 끌어안아, 한 방울이라도 흘리지 않도록 결합을 깊게 하고 있다. 세포 하나하나를 정자로 꿰뚫어주었으면 좋겠다고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괴, 굉장해, 빨려들고 있어……! 앗, 아아, 와시오 마코의 그곳이, 내 정자를 꿀꺽꿀꺽 삼키고 있어……!”
“그, 그치만 맛있는 걸……! 아아아, 평생 이대로 정액에 흠뻑 절여지고 싶어……! 어쩌지, 못 견디겠어. 견딜 수 없단 말야!”
마치 하나의 생물이 된 것처럼 두 사람은 동시에 허리를 마주 문질렀다. 질구를 조여 음경의 뿌리까지 가볍게 비틀어 돌리는 것만으로 수그러들던 분출의 기세가 돌아온다. 거근인 것뿐만 아니라, 탱크의 용량도 비할 데가 없다.
역시, 틀림없는 인재다.
(우리 반에 이렇게까지 주인님에 어울리는 남자가 있었다니…… 내 선S안도 아직 부족하구나. 응, 아항, 또 싸고 있어. 아직도 들어와……!)
마코의 엑스터시는 서서히 잦아들고 있었지만, 다시금 울컥울컥 질벽을 때리며 주입되는 감각이 절묘한 여운이 되어 열락에 가득 찬 기쁨을 길게 이어가게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한계는 오는 것처럼 콤마 수초의 단위였던 자지의 맥동도 페이스가 다운되어 갔다. 켄지의 새디스틱한 기분도 피크를 넘어버린 듯 눈에 보이는 표정은 소심하고 내성적으로 시들어갔다.
“아아아아아, 저질러버렸어. 나……”
“당해버렸어, 나……에헷”
여기까지 와서도 깨끗이 단념하지 않는 게 화가 치밀어 오지만, 사정을 마치고도 강철처럼 단단한 자지를 봐서 용서해주자.
모처럼 온 기회니까, 더 여러 가지를 해보지 않으면 손해다.
“으, 응차.”
여전히 몸이 연결된 상태로 오른쪽 발을 들어 왼 다리에 겹치면서 옆으로 누웠다. 질 속이 비틀리면서 주룩하고 희고 진한 액체가 흘러내리는 건 아까웠지만, 그로 인해 피가 씻겨 내리는 것은 자신이 다시 태어난 듯한 기분이라 나쁘지 않았다.
“어, 뭐, 뭐야? 뭐 하려고?”
“강간마라면 강간마답게 생각해봐. 둔하네. 참”
이어서 몸의 각도를 틀어 네 발로 엎드린 자세로 뒤쪽의 강간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자가 저항하지 못하게, 물건처럼 범해대려면 역시 뒷치기 말고는 없잖아.”
켄지가 꿀꺽 침을 삼킨 시점에 흐름은 이미 마코의 것이었다. 마코는 이성을 잃은 짐승이 원시적인 자세로 자신을 범해오는 것을 만면에 웃음을 띠고 받아들였다.
켄지가 번쩍 정신을 차렸을 때는, 흐트러진 마코가 카펫에 털썩 무너져있었다. 넋을 잃어 몽롱해진 음탕한 표정으로, 행복하게 잠꼬대를 하면서….
“히아아아아……가득, 가득해……보지, 정액이 가드윽…….”
그녀는 허리가 어렴풋이 들린 채로, 경련과 함께 질 안의 흰 점액을 흘리고 있었다. 얼마나 왕복을 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순결했던 균열은 페니스의 모양으로 뻐끔히 벌어져있다. 몇 발이나 쌌는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정액이 넘쳐흘러 마치 하얀 용소(龍沼)같은 모습이었다.
방 안이 후끈한 밤꽃냄새로 충만해 숨 쉬기도 힘들다.
(큰일이다. 너무 달아올랐어……정신줄을 놔버렸던 건가, 내가.)
강렬한 후회가 복받쳐 오르는 와중에도 켄지는 냉정함을 찾아, 어떻게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기억을 파고든 뒤.
우선 납작 엎드렸다.
“미안해. 내가 책임질게!”
“책임……?”
멍하니 마코가 되물었다. 그녀의 얼굴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아무리 유혹을 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집에서 이런 짓을 한 건 내 잘못이야! 뭐랄까, 잘도 들키지 않았구나 하고 놀라고 있지만, 그거야 어찌되었든!”
해버린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이럴 땐 각오를 굳히는 것이 남자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 줘! 힘들게는 하지 않을게! 돈이 필요하면 학교도 그만두고 일을 구할게!”
모라토리엄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선택지를 결정하기 위한 준비기간이지만, 마음의 준비조차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인생을 결정지어버릴 만한 선택지를 골라버렸다.
하지만 나쁘지는 않다.
와시오 마코와 일생을 함께한다면, 오히려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할 정도다.
대답은 오랫동안 들려오지 않았다.
단지 깊은 한숨 뒤에 옷자락이 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자, 스웨터와 스커트 차림의 사복으로 갈아입은 마코가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얼굴로 켄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 대체 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 거야? 강간한 상대와 연애라니, 야겜도 아니고. 바보 아냐? 분수를 알아야지. 강간마.”
“으, 으윽…….”
“할 말이라도 있나보네.”
“미, 미안해. 결혼이라니 괜히 주제도 모르고. 뭐든지 할게. 손가락을 자르라고 한다면, 으음, 솔직히 조금은 봐줬으면 좋겠지만, 참을게. 가능하면 마취상태에서. 아냐, 미안해, 반성이 부족했어. 마취 안하고 견딜게.”
너무 비참한 인생을 선택해 버린 느낌이다.
일시적인 쾌락에 휩쓸리다니, 난 진짜 바보 멍청이다. 켄지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후회에 잠겼다.
이윽고 “흐응”하고, 기분 탓인 건지 마코가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 같은 콧방귀를 뀌었다.
“정말 뭐든지 할 거야?”
“응, 발이라도 핥을게.”
“헛소리하지마! 그런 재미 보는 역할을 누가 너한테 양보할 것 같아!”
그렇다. 마조히스트였던 것이다. 이 와시오 마코라는 소녀는. 그러니 그녀의 바람 역시 마조히스트스러운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인생까지는 말할 것은 아니더라도, 청춘의 지침은 결정되어 버린 듯 했다. 평범한 연애가 하고 싶었을 뿐인데, 이제 그것은 손에 넣을 수 없다.
“넌 오늘부터 내 주인님이 되는 거야!”
짓궂게 이를 드러내며 웃는 마코를 거역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
그렇기는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익이었다.
교내에서 굴지의 미소녀와 하고 싶을 때 과격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관계를 이룬 것이다. 남자라면 누구라도 부러워 할 환경이었다.
“이익이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자신에게 그런 취미가 없다는 점은 일단 한쪽에 치워두자.
(현 상황에서 나보다 그녀와 가까운 남자는 존재하지 않아. 지금은 단순히 변태행위의 파트너라고 해도, 문란하고 타락한 변태관계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우연한 계기로 러브러브하고 달콤새콤한 연애생활이 찾아올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지금은 생각하기 나름인 거야.)
하고, 마음속으로 과장된 포즈를 취하고 연설을 한다.
켄지는 첫 경험을 한 다음날, 등교 직후에 학교 신발장에서 생각지도 못한 것을 봐버린 충격에 몸이 굳은 채로, 재가동을 위해 아버지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여기는 연극무대와 마찬가지다. 연기다. 모든 것은 연기인 것이다. 그러니 진정해라. 하고 켄지는 자신에게 말했다.
(좋아, 진정해라 내 자신아. 이건 그녀가 보낸 선물이야. 그야말로 지금 내 마음은 환희에 가득 차 있다고 하는 게 맞다.)
자신의 실내화 위에 종이봉투가 놓여있었다. 무슨 브랜드 이름인지, 한쪽 구석에 “M"이라는 세련된 폰트가 박혀 있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열어보니, 그 안에는 언뜻 MP3플레이어처럼 생긴 얇은 플라스틱제품과 한 장의 편지가, 불안한 예감을 동반하고 나타났다.
“통신기야. 이제부터 학교에서는 모르스 신호로 대화할 것.”
왜 모르스지?
의문부호를 그리면서도 내심으로는 어설프게나마 예상이 되었다. 이 기계제품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교실에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자리에 앉은 마코를 츠루가와 친구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숙제는 어쨌어, 어제 드라마는 어땠어라던가. 마코는 정말 귀여워나 마코가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 따위의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로 꽃을 피우고 있다. 떠받들어지고 있는 마코 본인은 가끔씩 쓴웃음을 짓는 정도지만.
켄지가 자신의 자리에 도착하자. 츠루가가 갑자기 펄떡 몸을 떨며 흘낏 노려본다.
“괴물잠지 녀석……”
노출사건이 떠오르자, 기가 죽었다.
“어, 왕자지 왔다.”
“어이 왕자지, 간밤엔 안녕했냐. 아니. 다리 사이에 있는 걸 물어 본 건 아냐.”
“얼마나 많이 쓰면 그런 검둥이가 되는 거야, 이 자식 죽어. 분홍색 번데기인 나한테 사과해, 무릎 꿇어. 그대로 묻혀서, 무주고혼이라도 돼라.”
남자들한테까지 이런 저런 말을 들으니 책상 위에 깊숙이 엎드렸다.
“안녕. 킹코브라! 독액은 제대로 뽑아내고 왔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자인 히시누마한테까지 그런 말을 들으니 울고 싶어졌다.
초등학생도 아닌데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너무 품격이 없다. 이 우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주머니 안에 있는 그 MP3플레이어틱한 물건의 버튼을 눌러보았다.
움찔하고 마코가 어깨를 떨었다.
“마코, 왜 그래? 얼굴이 빨개, 감기? 열? 그 날? 괴물잠지의 기척에 순수한 소녀로서 공포를 숨기지 못하는 리액션?”
“으,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마코의 말투가 눈에 띄게 달랐다. 호흡도 불규칙적이 되었고, 자세히 보면 허리 근처가 꾸물꾸물 흔들리고 있다.
아아, 역시나. 불길한 예감이 적중했다.
자포자기한 기분으로, 그 리모콘같은 물건을 마구 누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수업이 시작해 버렸다. 츠루가의 걱정도 아랑곳없이, 마코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채로 양호실에도 가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자리에 앉아 몸을 떨 뿐이었다.
켄지는 소리라도 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로터인지 바이브인지는 모르지만, 학교에까지 넣고 오지는 말란 말야.
켄지의 휴대전화에 마코가 보낸 메일이 도착한 것은 방과 후가 되어서였다.
“정말 굉장히 멋진 모르스 언어 학대였어♡ 주인님 고마워요.”
대충 눌러댄 것뿐이었는데….
이러저러해서, 키타노켄지와 와시오 마코의 주종관계는 시작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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