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따스한 햇살이 교실의 창문 틈 사이로 비추어 들어오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한 오후에 수업인지라 학생들 대부분은 꾸벅꾸벅 졸아가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학생들이 많았고 아예 대놓고 책상에 납작 엎드려 잠을 청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콘도 쇼타로 역시 여느 학생과 마찬가지로 손바닥으로 턱을 괴고는 슬그머니 눈을 감은 채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탁탁탁"
칠판을 강하게 치는 소리가 교실에 울려퍼져갔다.
교탁위에서 영어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미에노마에 사키 선생이 내는 소리였다.
그녀 역시 막 점심을 먹고 바로 수업에 들어가는 이 시간이 걸리는 것이 싫었었더랬지 만 교사의 의무를 저버릴 수 없기에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따스한 햇볕과 식곤증에 의해 퍼져있는 아이들이 대부분 이었다. 그녀는 아이들을 정신 차리게 하기 위해 칠판을 지시봉으로 세게 내리쳐대며 학생들에게 평소의 어구보다는 조금 더 거칠고 단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자자. 모두들 밥 먹고 졸린 건 알겠는데 그래도 정신 차리고 수업을 듣도록 해요."
소리 높여 말한 사키 선생의 외침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고개를 들고는 졸린 눈들을 부비고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 그럼 모두들 교과서에 집중하도록 해요.125페이지."
사키는 자신이 들고 있는 영어 교과서를 방금 자신이 말한 페이지를 펼쳐보이고는 그 페이지의 영어들을 유창하게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third or fourth or fifth borugh.."
그녀의 영어 발음은 마치 본토 미국인이 발음하는 것처럼 어구나 단어의 발음 자체가 썩 훌륭했다. 어려서부터 줄 곳 미국에서 지내다가 요 근래 일본 땅으로 돌아와 교직에 들어온 그녀였기에 영어로 말하는 것이 낯설지 않고 익숙한 그녀였다.
쇼타로 역시 다른 학생들처럼 그녀의 목소리에 잠에서 퍼뜩 깨어나 물끄러미 교과서를 읽고 있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확실히 미인이다..사키선생님은..검고 긴 머리칼을 약하게 웨이브를 준 머리모양과 조금은 날카로운 눈매와 짙은 와인색 루즈를 바른 입술..혈기왕성한 남자들에게 확실히 인기가 있을 타입이었다.
물론 쇼타로 역시 사키선생을 선생으로서 존경하고 예의바르게 대하곤 있지만 이성적인 느낌으로는 그에게는 그다지 끌리지 않는 여자였다.
"좀 싸 보인단 말이지.."
그가 본 솔직한 인상은 그런 것이었다.
쇼타로가 다니는 학교에는 제법 얼굴이 반반한 여선생들이 몇 명 있는데 그 와중에도 이 사키 선생은 유독 노출이 심한 복장을 즐겨 입고 또 자신을 쳐다보는 남자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그 시선을 즐기는 듯 했다.
인기는 있다. 확실히...
남학생들에게...
하지만 성격에는 약간 문제가 있어 보이는 듯 했다.
남에게 말하는 태도가 마치 하인에게 명령하듯 했고 행동하는 것도 머리보단 늘 몸이 먼저 움직이는 것 같았다.
물론 이것은 그저 쇼타로 개인이 생각하는 사키선생에 대한 인상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이 필시 맞을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자 그럼 다음 단락은...요시미즈 이오리, 읽어보도록 해요."
"네. 선생님."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사키선생의 목소리에 이오리는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나 교과사를 들고 사키선생이 읽은 다음 단락부터 또박 또박 천천히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지겹구나. 쇼타로는 턱을 괸채로 하품을 크게 내며 눈을 비비고는 이오리가 읽는 페이지를 눈으로 찾아가기 시작했다.
"쇼타로!"
"네..넷!"
자신의 이름이 갑자기 불리우자 쇼타로는 깜짝 놀라며 턱을 괴고 있던 손을 잽싸게 내려 앉힌후 자신을 부른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얼굴을 돌렸다.
그 근원지는 바로 사키 선생이었다.
그녀는 포독스러운 표정으로 쇼타로를 쏘아보면서 매서운 눈초리로 거칠고 약간은 톤이 높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 그 태도가 뭔가요? 공부에 집중하진 못할망정 턱을 괴고 하품이나 하고 있고.."
반아이들의 시선이 전부 쇼타로 그에게 집중되었다.
쇼타로는 반 아이들의 시선과 사키선생의 노여움에 찬 목소리에 기가 죽어 얼굴을 붉히고는 고개를 숙인채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가 나쁘면 배울 자세라도 올바르게 되있던지..나 참.."
혀를 끌끌차며 사키 선생은 쇼타로를 향해 아니꼽다는 듯한 시선을 내보이고는 다시금 교과서를 들고서는 이오리에게 말했다.
"이오리, 그럼 마저 읽으세요."
"네.."
교실에 한바탕 후폭풍이 몰아치고 지나간거처럼 조용하고 적막해졌다.
오로지 교실에는 이오리가 교과서를 읽는 목소리만이 들려 올 뿐이었다.
"다음 페이지부터는 다음 시간에 진행하는걸로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죠."
사키선생은 학생들의 인사를 받은 후 교실을 빠져나갔고 그와 더불어 쇼타로 역시 깊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교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겨가고 있었다.
"콘도, 잠깐 나좀 봐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쇼타로는 자기를 부른 사람이 아까 잔뜩 자신에게 무안감을 줬던 사키선생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적잖은 당황감과 더불어 맘적으로는 거북한과 불편한 기색을 얼굴 가득 표정으로 내비춰 보이며 그녀에게 쭈볏거리며 다가갔다.
"부..부르셨어요. 사키 선생님."
사키의 앞에 다가간 쇼타로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슬며시 눈동자를 그녀의 얼굴로 향하게 하곤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사키는 그런 쇼타로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꼈는지 팔짱을 끼고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 표정으로 그에게 조용하고 냉엄한 목소리로 다그치듣이 말하기 시작했다.
"학생, 요새 공부는 하고 있는거야? 지난번 시험 성적이 거의. 바닥을 기고 있다는 사실, 잊은건 아니겠지?"
쏘아붙이듯이 거침없이 내뱉는 사키선생의 어구가 쇼타로의 귓가에 화살처럼 혀오고 있었다. 안그래도 요즘들어 성적이 자꾸 떨어져 내심 스트레스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는데 그것에 대해 확인 사살을 시켜주는 이 여자가 원망스럽기 그지 없던 쇼타로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학생의 근본은 학업성취가 아니겠는가. 그는 변명거리조차 찾지 못한채 그저 고개만 숙이고 그녀가 내뱉는 말들을 그저 들어야만 할뿐 자신이 할수 있는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고개를 숙이자 사키선생의 봉긋 솟아있는 젖가슴이 쇼타로의 눈앞에 보여왔다.
짙은 와인색의 얇은 자켓을 걸쳐입고 그 안에 옅은 하늘색의 가슴이 조금 파여져있는 V자 셔츠 사이로 그녀의 가슴굴곡이 조금 내비쳐 보여지고 있었던 것이다.
쇼타로는 사키에게 훈계를 듣는 와중에도 그의 시선은 그녀의 가슴팍에 시선이 집중되어져가고 있었다.
"듣고 있는 거니?"
일순간 자신에게 되물어보는 사키 선생의 목소리가 쇼타로의 귓가에 울려퍼지자 그제서야 퍼뜩 정신을 차린 그는 약간은 당황한 눈빛과 표정을 사키에게 내비치고는 고개를 연거푸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네..네. 잘 알겠습니다. 사키 선생님."
엉겁결에 대답한듯한 쇼타로의 대답을 들은 사키는 순간 그가 자신의 가슴팍에 시선을 두고 있었단 사실을 깨닫고는 한심한 듯한 표정과 경멸스런 시선을 함께 내비쳐 보이고는 그에게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더이상 성적이 떨어진다면 남아서 공부를 시킬테고 거기서 더 차도가 없다면 진급은 어려울테니 그리 알도록."
매몰찬 그녀의 목소리에 기가 죽은 쇼타로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대답했다.
"네....선생님."
"정신차려요. 지금 이 시기가 쇼타로 당신한테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를 직시하라고."
그렇게 말한 사키는 출석부와 교과서를 자신의 허리춤으로 밀착시킨후 교무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쇼타로는 그녀의 훈계가 끝나자 깊은 한숨을 내뿜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 맘조차 싹 사라지게 만들 정도로 사키선생의 훈계는 적잖이 그를 피곤하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힘없이 책상에 앉아 죽치고 있는 쇼타로를 향해 이오리가 다가오며 쇼타로를 향해 히죽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게 태도를 올바르게 했어야지. 이 멍충아."
이오리의 핀잔에 쇼타로는 괜시리 짜증이 난다는듯이 자신의 손을 그녀의 얼굴을 향해 휘휘 저어가며 말했다.
"아아..남이사,신경 꺼. 좀.."
쇼타로는 사사껀껀 자신의 일에 끼어드는 이오리가 귀찮기 그지없었다.
예전부터 집도 가깝고 나이도 같았던지라 그녀와 쇼타로의 집은 이웃사촌으로 서로 왕래가 잦았고 그와 이오리 역시 친하게 지내온 소꿉친구 사이였다.
그녀는. 옅은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칼에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고 있었고 얼굴도 제법 귀엽고 성격도 좋고 학업성적도 늘 상위권이었던지라 그녀는 반아이들에게 인기도 좋고 남학생들중에는 그녀를 짝사랑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쇼타로는 어릴때부터 줄곳 알고 지내던 여자애가 자신보다 점점 더 월등해져가는것에 우울감과 함께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생겨 점점 그녀에게 대하는 태도가 차가워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것에 아랑곶하지 않고 그녀는 늘상 쇼타로에게 늘 참견하는것을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어때? 지금이라도 좋으니까..나하고 같이 공부를 하는게?"
이오리는 넌지시 쇼타로에게 자신의 권유를 내비쳐보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나 거부의 의사였다.
이오리는 어려서부터 함께 친하게 지내왔던 쇼타로에게 내심 연정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것을 쉽게 내비쳐보이지는 못하고 있엇다. 행여나 그에게 고백을 했다가 거절이라도 당하게 된다면 지금 친구로 지내고 있는 이 관계조차도 유지되지 못할까 겁이 났던 것이다.
"괜찮아.이젠 나도 대충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으니까...내가 알아서 해볼게."
쇼타로는 손을 흔들며 이오리의 권유를 거절했지만 이오리는 끈질기게 쇼타로에게 자신과 함께 공부하자며 다시금 그에게 권유의 말을 내비춰보이기 시작했다.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하는게 훨씬 이해도 빠르다구."
"아냐. 너한테 그런 수고를 끼치게 하는건 염치없는 짓이야. 일단 내가 하는데까지 해보고..그래도 안된다면 너한테 신세좀 질게."
이정도로 얘기하면 그녀도 한발짝 물러나겠지 하는 생각에 쇼타로는 살짝 돌려 같이 공부하자는 그녀의 말에 거부의사를 내보이자 이오리는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보이고는 다시금 그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할수없지..하지만..그대신 성적이 떨어지면 가만두지 않을거야."
"아이구 무서워서 더 열심히 할테니까 너무 걱정말라구."
쇼타로의 대꾸에 이오리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서는 못마땅하다는 얼굴 표정을 내게 보이곤 다시금 쇼타로에게 말했다.
"공부는 안하고 맨날 선생님만 바라보고 있으니까 그렇게 성적이 나쁘지."
이오리의 말을 들은 쇼타로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입을 벙 찌게 벌리곤 몇초간 말을 잇지 못하다 이내 다시금 그녀에게 약간은 울분이 섞인듯한 목소리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어이.그런적 없다고.나 사키 선생님 좋아하지 않는다구.....뭐....미인인건 확실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야."
"아아~미인이란건 인정하는구나~"
심드렁한 표정으로 이오리는 쇼타로에게 대꾸했다.
늘 이런식이었다.
쇼타로를 대하는 이오리는 말이다.
자신말고 다른 여자 이야기가 나오면 늘 그녀는 쇼타로에게 언성을 높이고 볼멘 소리를 곧잘 내곤 했다.
그 이유가 쇼타로에게 이성의 감정을 이오리가 느끼고 있기 때문이란것을 그 역시 어느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다..그렇지만..
자신과 이오리는 이미 상당한 갭이 벌어져 있는 상태이다.
쇼타로 그는 남자다움이란것은 눈 씻고 찾아봐도 어려울 정도의 외소한 체격에 성격도 내성적이고 운동신경 학업성적 어느것 하나 잘하는 것이 없었다.
이런 자신에게 이 학교의 수재인 이오리가 여친이 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 그는 미리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은 싫었기에 이오리가 자신에게 대하는 이런 행동에 대해선 그저 단지 어려서 함께 지내오던 소꿉친구가 안되보여서 힘써주는 동정의 손길, 단지 그걸로만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이오리와 몇번 얘기가 오고가고 하자 쉬는 시간은 금새 끝나고 말았다.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학생들은 다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고 이오리 역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다음 수업에 들을 교과서를 꺼내놓고 수업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다음 수업 과목은 수학 이었다.
따스한 햇살이 교실의 창문 틈 사이로 비추어 들어오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한 오후에 수업인지라 학생들 대부분은 꾸벅꾸벅 졸아가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학생들이 많았고 아예 대놓고 책상에 납작 엎드려 잠을 청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콘도 쇼타로 역시 여느 학생과 마찬가지로 손바닥으로 턱을 괴고는 슬그머니 눈을 감은 채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탁탁탁"
칠판을 강하게 치는 소리가 교실에 울려퍼져갔다.
교탁위에서 영어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미에노마에 사키 선생이 내는 소리였다.
그녀 역시 막 점심을 먹고 바로 수업에 들어가는 이 시간이 걸리는 것이 싫었었더랬지 만 교사의 의무를 저버릴 수 없기에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따스한 햇볕과 식곤증에 의해 퍼져있는 아이들이 대부분 이었다. 그녀는 아이들을 정신 차리게 하기 위해 칠판을 지시봉으로 세게 내리쳐대며 학생들에게 평소의 어구보다는 조금 더 거칠고 단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자자. 모두들 밥 먹고 졸린 건 알겠는데 그래도 정신 차리고 수업을 듣도록 해요."
소리 높여 말한 사키 선생의 외침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고개를 들고는 졸린 눈들을 부비고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 그럼 모두들 교과서에 집중하도록 해요.125페이지."
사키는 자신이 들고 있는 영어 교과서를 방금 자신이 말한 페이지를 펼쳐보이고는 그 페이지의 영어들을 유창하게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third or fourth or fifth borugh.."
그녀의 영어 발음은 마치 본토 미국인이 발음하는 것처럼 어구나 단어의 발음 자체가 썩 훌륭했다. 어려서부터 줄 곳 미국에서 지내다가 요 근래 일본 땅으로 돌아와 교직에 들어온 그녀였기에 영어로 말하는 것이 낯설지 않고 익숙한 그녀였다.
쇼타로 역시 다른 학생들처럼 그녀의 목소리에 잠에서 퍼뜩 깨어나 물끄러미 교과서를 읽고 있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확실히 미인이다..사키선생님은..검고 긴 머리칼을 약하게 웨이브를 준 머리모양과 조금은 날카로운 눈매와 짙은 와인색 루즈를 바른 입술..혈기왕성한 남자들에게 확실히 인기가 있을 타입이었다.
물론 쇼타로 역시 사키선생을 선생으로서 존경하고 예의바르게 대하곤 있지만 이성적인 느낌으로는 그에게는 그다지 끌리지 않는 여자였다.
"좀 싸 보인단 말이지.."
그가 본 솔직한 인상은 그런 것이었다.
쇼타로가 다니는 학교에는 제법 얼굴이 반반한 여선생들이 몇 명 있는데 그 와중에도 이 사키 선생은 유독 노출이 심한 복장을 즐겨 입고 또 자신을 쳐다보는 남자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그 시선을 즐기는 듯 했다.
인기는 있다. 확실히...
남학생들에게...
하지만 성격에는 약간 문제가 있어 보이는 듯 했다.
남에게 말하는 태도가 마치 하인에게 명령하듯 했고 행동하는 것도 머리보단 늘 몸이 먼저 움직이는 것 같았다.
물론 이것은 그저 쇼타로 개인이 생각하는 사키선생에 대한 인상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이 필시 맞을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자 그럼 다음 단락은...요시미즈 이오리, 읽어보도록 해요."
"네. 선생님."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사키선생의 목소리에 이오리는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나 교과사를 들고 사키선생이 읽은 다음 단락부터 또박 또박 천천히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지겹구나. 쇼타로는 턱을 괸채로 하품을 크게 내며 눈을 비비고는 이오리가 읽는 페이지를 눈으로 찾아가기 시작했다.
"쇼타로!"
"네..넷!"
자신의 이름이 갑자기 불리우자 쇼타로는 깜짝 놀라며 턱을 괴고 있던 손을 잽싸게 내려 앉힌후 자신을 부른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얼굴을 돌렸다.
그 근원지는 바로 사키 선생이었다.
그녀는 포독스러운 표정으로 쇼타로를 쏘아보면서 매서운 눈초리로 거칠고 약간은 톤이 높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 그 태도가 뭔가요? 공부에 집중하진 못할망정 턱을 괴고 하품이나 하고 있고.."
반아이들의 시선이 전부 쇼타로 그에게 집중되었다.
쇼타로는 반 아이들의 시선과 사키선생의 노여움에 찬 목소리에 기가 죽어 얼굴을 붉히고는 고개를 숙인채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가 나쁘면 배울 자세라도 올바르게 되있던지..나 참.."
혀를 끌끌차며 사키 선생은 쇼타로를 향해 아니꼽다는 듯한 시선을 내보이고는 다시금 교과서를 들고서는 이오리에게 말했다.
"이오리, 그럼 마저 읽으세요."
"네.."
교실에 한바탕 후폭풍이 몰아치고 지나간거처럼 조용하고 적막해졌다.
오로지 교실에는 이오리가 교과서를 읽는 목소리만이 들려 올 뿐이었다.
"다음 페이지부터는 다음 시간에 진행하는걸로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죠."
사키선생은 학생들의 인사를 받은 후 교실을 빠져나갔고 그와 더불어 쇼타로 역시 깊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교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겨가고 있었다.
"콘도, 잠깐 나좀 봐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쇼타로는 자기를 부른 사람이 아까 잔뜩 자신에게 무안감을 줬던 사키선생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적잖은 당황감과 더불어 맘적으로는 거북한과 불편한 기색을 얼굴 가득 표정으로 내비춰 보이며 그녀에게 쭈볏거리며 다가갔다.
"부..부르셨어요. 사키 선생님."
사키의 앞에 다가간 쇼타로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슬며시 눈동자를 그녀의 얼굴로 향하게 하곤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사키는 그런 쇼타로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꼈는지 팔짱을 끼고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 표정으로 그에게 조용하고 냉엄한 목소리로 다그치듣이 말하기 시작했다.
"학생, 요새 공부는 하고 있는거야? 지난번 시험 성적이 거의. 바닥을 기고 있다는 사실, 잊은건 아니겠지?"
쏘아붙이듯이 거침없이 내뱉는 사키선생의 어구가 쇼타로의 귓가에 화살처럼 혀오고 있었다. 안그래도 요즘들어 성적이 자꾸 떨어져 내심 스트레스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는데 그것에 대해 확인 사살을 시켜주는 이 여자가 원망스럽기 그지 없던 쇼타로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학생의 근본은 학업성취가 아니겠는가. 그는 변명거리조차 찾지 못한채 그저 고개만 숙이고 그녀가 내뱉는 말들을 그저 들어야만 할뿐 자신이 할수 있는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고개를 숙이자 사키선생의 봉긋 솟아있는 젖가슴이 쇼타로의 눈앞에 보여왔다.
짙은 와인색의 얇은 자켓을 걸쳐입고 그 안에 옅은 하늘색의 가슴이 조금 파여져있는 V자 셔츠 사이로 그녀의 가슴굴곡이 조금 내비쳐 보여지고 있었던 것이다.
쇼타로는 사키에게 훈계를 듣는 와중에도 그의 시선은 그녀의 가슴팍에 시선이 집중되어져가고 있었다.
"듣고 있는 거니?"
일순간 자신에게 되물어보는 사키 선생의 목소리가 쇼타로의 귓가에 울려퍼지자 그제서야 퍼뜩 정신을 차린 그는 약간은 당황한 눈빛과 표정을 사키에게 내비치고는 고개를 연거푸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네..네. 잘 알겠습니다. 사키 선생님."
엉겁결에 대답한듯한 쇼타로의 대답을 들은 사키는 순간 그가 자신의 가슴팍에 시선을 두고 있었단 사실을 깨닫고는 한심한 듯한 표정과 경멸스런 시선을 함께 내비쳐 보이고는 그에게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더이상 성적이 떨어진다면 남아서 공부를 시킬테고 거기서 더 차도가 없다면 진급은 어려울테니 그리 알도록."
매몰찬 그녀의 목소리에 기가 죽은 쇼타로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대답했다.
"네....선생님."
"정신차려요. 지금 이 시기가 쇼타로 당신한테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를 직시하라고."
그렇게 말한 사키는 출석부와 교과서를 자신의 허리춤으로 밀착시킨후 교무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쇼타로는 그녀의 훈계가 끝나자 깊은 한숨을 내뿜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 맘조차 싹 사라지게 만들 정도로 사키선생의 훈계는 적잖이 그를 피곤하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힘없이 책상에 앉아 죽치고 있는 쇼타로를 향해 이오리가 다가오며 쇼타로를 향해 히죽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게 태도를 올바르게 했어야지. 이 멍충아."
이오리의 핀잔에 쇼타로는 괜시리 짜증이 난다는듯이 자신의 손을 그녀의 얼굴을 향해 휘휘 저어가며 말했다.
"아아..남이사,신경 꺼. 좀.."
쇼타로는 사사껀껀 자신의 일에 끼어드는 이오리가 귀찮기 그지없었다.
예전부터 집도 가깝고 나이도 같았던지라 그녀와 쇼타로의 집은 이웃사촌으로 서로 왕래가 잦았고 그와 이오리 역시 친하게 지내온 소꿉친구 사이였다.
그녀는. 옅은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칼에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고 있었고 얼굴도 제법 귀엽고 성격도 좋고 학업성적도 늘 상위권이었던지라 그녀는 반아이들에게 인기도 좋고 남학생들중에는 그녀를 짝사랑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쇼타로는 어릴때부터 줄곳 알고 지내던 여자애가 자신보다 점점 더 월등해져가는것에 우울감과 함께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생겨 점점 그녀에게 대하는 태도가 차가워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것에 아랑곶하지 않고 그녀는 늘상 쇼타로에게 늘 참견하는것을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어때? 지금이라도 좋으니까..나하고 같이 공부를 하는게?"
이오리는 넌지시 쇼타로에게 자신의 권유를 내비쳐보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나 거부의 의사였다.
이오리는 어려서부터 함께 친하게 지내왔던 쇼타로에게 내심 연정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것을 쉽게 내비쳐보이지는 못하고 있엇다. 행여나 그에게 고백을 했다가 거절이라도 당하게 된다면 지금 친구로 지내고 있는 이 관계조차도 유지되지 못할까 겁이 났던 것이다.
"괜찮아.이젠 나도 대충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으니까...내가 알아서 해볼게."
쇼타로는 손을 흔들며 이오리의 권유를 거절했지만 이오리는 끈질기게 쇼타로에게 자신과 함께 공부하자며 다시금 그에게 권유의 말을 내비춰보이기 시작했다.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하는게 훨씬 이해도 빠르다구."
"아냐. 너한테 그런 수고를 끼치게 하는건 염치없는 짓이야. 일단 내가 하는데까지 해보고..그래도 안된다면 너한테 신세좀 질게."
이정도로 얘기하면 그녀도 한발짝 물러나겠지 하는 생각에 쇼타로는 살짝 돌려 같이 공부하자는 그녀의 말에 거부의사를 내보이자 이오리는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보이고는 다시금 그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할수없지..하지만..그대신 성적이 떨어지면 가만두지 않을거야."
"아이구 무서워서 더 열심히 할테니까 너무 걱정말라구."
쇼타로의 대꾸에 이오리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서는 못마땅하다는 얼굴 표정을 내게 보이곤 다시금 쇼타로에게 말했다.
"공부는 안하고 맨날 선생님만 바라보고 있으니까 그렇게 성적이 나쁘지."
이오리의 말을 들은 쇼타로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입을 벙 찌게 벌리곤 몇초간 말을 잇지 못하다 이내 다시금 그녀에게 약간은 울분이 섞인듯한 목소리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어이.그런적 없다고.나 사키 선생님 좋아하지 않는다구.....뭐....미인인건 확실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야."
"아아~미인이란건 인정하는구나~"
심드렁한 표정으로 이오리는 쇼타로에게 대꾸했다.
늘 이런식이었다.
쇼타로를 대하는 이오리는 말이다.
자신말고 다른 여자 이야기가 나오면 늘 그녀는 쇼타로에게 언성을 높이고 볼멘 소리를 곧잘 내곤 했다.
그 이유가 쇼타로에게 이성의 감정을 이오리가 느끼고 있기 때문이란것을 그 역시 어느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다..그렇지만..
자신과 이오리는 이미 상당한 갭이 벌어져 있는 상태이다.
쇼타로 그는 남자다움이란것은 눈 씻고 찾아봐도 어려울 정도의 외소한 체격에 성격도 내성적이고 운동신경 학업성적 어느것 하나 잘하는 것이 없었다.
이런 자신에게 이 학교의 수재인 이오리가 여친이 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 그는 미리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은 싫었기에 이오리가 자신에게 대하는 이런 행동에 대해선 그저 단지 어려서 함께 지내오던 소꿉친구가 안되보여서 힘써주는 동정의 손길, 단지 그걸로만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이오리와 몇번 얘기가 오고가고 하자 쉬는 시간은 금새 끝나고 말았다.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학생들은 다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고 이오리 역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다음 수업에 들을 교과서를 꺼내놓고 수업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다음 수업 과목은 수학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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