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소장하시는 건 전혀 상관없습니다만,
자신의 영리(營利)를 목적으로 타 사이트에 올리지는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5-
그 다음주의 일이었다.
금요일, 언제나처럼 일을 끝내고 후쿠오카시의 집에 돌아가기 위해서 저녁 8시 열차를 탔다.
당장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였다.
그리고 지난 주 처럼 노리코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신음이 3회 정도 울리고 통화 상태가 되었다.
「여보세요.」
「......」
전파가 나쁜 것일까?
「여보세요? 들려∼?」
「......」
잠시 후 삐삑 소리와 함께 통화가 끊어졌다.
아무래도 전파가 나쁜 것 같다. 나중에 다시 걸까.
내리는 역이 가까워지자 재차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신음조차 울리지 않는다.
역시 안되는 것일까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전화를 건다.
그러자 딸 마나가 전화를 받았다.
「엄마한테 마중나와 달라고 해.」
그렇게 말하자 마나가 대답했다.
「엄마, 아직 안 돌아왔어요.」
무심코 찡그린 얼굴이 되었다.
또인가? 또 외출한 것인가? 식사 준비도 하지 않고...
「그래? 그럼, 택시로 돌아갈께.」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열차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면서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은 확실하게 말하자.
그래, 마음이 잘 맞는 친구가 생겨서 즐겁겠지. 친구하고 노는 것은 좋아.
그렇지만 가사를 팽개치고 놀러가다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아이를 둔, 이제 30대 후반인 모친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집에 돌아가자 딸 마나와 장남 아키히로가 저녁밥을 먹고 있었다.
「엄마, 또 놀러 갔어?」
마나에게 물었다.
「아니? 오늘은 일이래요. 요즘 바쁜 것 같아요.」
일? 벌써 밤 9시가 넘었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늦었던 적은 없었다.
일 때문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수험생이다.
특히 아키히로는 고교 수험이다. 최소한의 환경은 마련해 주고 싶다.
어쨌든 돌아오면 이야기를 하자.
* * *
결국, 노리코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돌아왔다.
피곤한 기색의 얼굴로 돌아와, 곧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분명하게 말하려고 생각했지만, 무엇인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나도 일을 하고 있다. 이런 때에는 무엇을 말해보았자 피곤해질 뿐이다.
내 나름대로 신경을 쓴 생각이었다.
노리코는 식사도 하지 않고 그대로 침실로 가 버렸다.
이렇게 피곤해 하는 노리코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무엇인가 큰 실수라도 저지른 것일까.
몇 시간전의 초조해 하던 감정은 어디론가 날아가고 노리코를 걱정할 뿐이었다.
* * *
다음날의 아침,
토요일은 휴일이라 아침은 조금 늦게 일어났다. 늦다고 해도 아직 9시 반이지만.
몇 년전에 산 더블 침대의 옆자리에 누워있던 노리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노리코는 언제나 휴일에도 늦잠자는 일 없이 평소의 시간에 일어나 가사를 시작한다.
2층의 침실로부터 1층으로 향했다.
거실에서 텔레비젼을 보고 있는 마나의 옆을 통과해 식탁 의자에 앉아 여느 때처럼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잘 잤어요?」
노리코가 말을 걸어 왔다. 나는 아침에 약하다. 아직도 머리가 멍하다.
「응.」
그렇게 대답하면서 신문을 읽는다.
신문을 다 읽었을 무렵에는 밥과 된장국이 눈 앞에 줄지어 있었다.
아키히로를 깨우려고 노리코가 2층으로 올라 간다.
하아―. 역시 아침은 식욕이 없다. 어제는 새벽 2시까지 타모리 클럽을 보고 나서 잠들었다.
어린아이 같지만 늦잠을 잘 수 있는 날은 금요일과 토요일 밖에 없다.
젊었을 무렵에는 다음날이 일의 날이면 아예 밤을 새고 출근하거나 했었지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일에
대한 책임감 등을 느끼게 되어 밤을 새는 것은 그만두었다. 체력적인 부담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평균 3, 4시간 밖에 잠을 자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에게 그것은 무리이다.
원래 아침은 "5분만 더..."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자고 싶어진다.
마나가 옆에 앉아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딸과 아들이 서로 마주보고 그 옆에 부친과 모친이 서로 이웃이 된다. 식사 때의 자리배치는 그렇다.
멍한 상태로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한다.
아침식사를 끝마치고 세면을 하러 갔다.
그제서야 머리가 맑아져 겨우 일어났다고 하는 실감이 든다.
아침에 완전히 일어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 것이다.
거실로 돌아오자 아키히로가 밥을 다 먹고 노리코는 뒷정리를 시작하고 있었다.
마나는 도서관에 간다면서 나갔다. 아키히로가 신문을 읽기 시작하자 나는 텔레비젼을 본다.
역시 자신의 집이 제일 편안하다.
아키히로가 신문을 다 읽고 2층으로 올라가자 노리코에게 말을 건넸다.
「어제, 무슨 일 있었어?」
노리코는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지만「아니요.」라고 대답했다.
노리코를 염려하는 말을 건넨다.
「어제 피곤해 보이던데, 괜찮아?」
「네에. 요즘에는 좀 바빠서...」
「그래.」
가정에 지장이 생길 정도라면 일을 그만둬.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벌이가 좋지 않은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 * *
그 날의 밤이었다.
침대에 누워 있을 때, 노리코가 말을 건네 왔다.
「...저, 직장 옮길까요?」
직장을 옮겨?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왜? 무슨 일 있었어? 지금 다니는 회사는 어떻하고? 뭐, 전직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거래처에 담당하던 사람이, 그쪽으로 와 달라고 권해서요... 급료도 지금보다 더 많아요... 그렇지만
통근하는데 1시간 정도 걸리네요.」
「그런가...」
아내에게 일을 시키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자신이 더욱 더 한심하게 느껴졌다.
거기게 통근이 1시간...
「지금 하는 일, 그만두고 싶어?」
「네에,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돈도 필요하고...」
「그렇구나. 하지만 너무 무리는 하지 마. 그리고... 내 벌이가 시원찮아서 미안해.」
갑자기 아내가 사랑스러워진다.
주말에 집으로 돌아갈 때에 맞이하러 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역으로부터 집까지는 버스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다.
어쩐지 아이가 자립해서 부모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떠나가 버리는 것 같은 외로움을 느꼈다.
-6-
그리고 1개월이 지났다.
아내는 5월 중순에 전직해서 새로운 회사에 근무하게 되었다.
일의 내용 등은 이야기로 전해 들었지만 잘은 모른다.
주말에 집에 돌아가면 지친 얼굴을 하고 있다.
직장을 새로운 곳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피곤할 것이다. 그 때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금요일, 집에 돌아가자 딸이 편의점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엄마는?」
「일이래요. 도시락 사오자 마자 나갔어요.」
「그래?」
「아, 아빠 몫은 없네요. 사는 것을 잊은 것 같아요.」
「없는거야? ...그럼 밖에서 먹고 올까.」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서 들어간 회사다. 아내도 지금이 노력해야 하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그 때, 현관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다녀 왔습니다∼」
손에 편의점 도시락의 봉투를 가진 아내가 돌아왔다.
「내 몫도 있어?」
「에?」
「내가 먹을 도시락 말이야. 뭐, 없어도 상관없지만...」
「아! 미안해요. 대신 이것 드세요.」
「아냐, 아냐, 잠깐 밖에서 먹고 올께. 타이밍이 맞았네. 차키 좀 줘.」
「네, 다녀오는 길에 기름도 좀 넣어주세요.」
그렇게 나는 밖으로 나갔다.
차로 5분 정도 걸리는, 약간 번화가의 정식가게에서 저녁식사를 끝마치고 주유소에 갔다.
최근에는 셀프 서비스가 많아졌지만 항상 가는 주유소는 변함없이 아르바이트생이 큰 소리로 차를 인도하고
있었다.
「가득 넣어줘.」
그렇게 말하면서 연료 탱크를 연다.
아르바이트생이 창을 닦기 시작한다.
......아르바이트생이 자동차 앞유리를 닦으면서 나의 얼굴을 힐끔힐끔 본다.
요즘 녀석들은 손님에 대한 예의도 모르는 것인가? 야릇한 웃음을 띄고 이쪽을 보고 있다.
그 때는 요금을 지불하고 주유소를 빠져 나왔지만 어쩐지 기분이 찝찝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그것을 이야기하자「기분 탓이겠죠.」라고 말한다.
그렇게 딱히 신경쓰거나 하지 않고 그대로 목욕을 했다.
욕실에서 나와 거실로 향할 때 현관 문이 열리고, 차키를 가진 아내가 들어 왔다.
「어디, 갔다온거야?」
「아뇨, 조금 전에 기분 나쁘게 웃었다고 해서, 차 안이 더러워서 웃는 건가 하고 청소 좀 하고 왔어요.」
「하긴, 꽤 지저분한 것 같아.」
웃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요즘 무언가 어색한 아내이지만, 그런 만큼 일에 신경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그 날은 아내가 목욕하고 있는 동안에 먼저 침실에서 잠들어 버렸다.
* * *
다음날의 아침,
어젯밤에 일찍 잤기 때문인지 8시에 깨어났다.
휴일은 언제나 10시 쯤에 느릿느릿 일어나는 것이 일과이지만, 역시 일찍 일어나는 것은 기분이 좋다.
아내는 휴일이라도 아침 일찍부터 식사준비를 하기 때문에 9시에는 가족 모두 아침밥을 먹는다.
피곤할텐데 좀 더 자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랫층의 거실로 내려왔다. 그러나 아내의 모습은 없다.
침실에 없기 때문에 분명 부엌에서 아침식사를 만들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집 앞 청소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텔레비젼을 키고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는 오늘 신문을 읽는다.
단신부임으로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는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다.
신문을 읽는 것은 집에 돌아온 토요일, 일요일만이다.
신문을 읽는 와중에 간간히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다.
현관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아내가 거실로 들어온다.
「아, 일어나 있었어요?」
「아하암∼ 어디, 갔다온거야?」
「에에, 잠시 반상회 모임이 있어서요.」
「아침부터 바쁘네, 후아암∼」
조금은 아내의 몸을 염려하는 말을 걸어주고 싶다.
다만 솔직하게 그런 말을 할 수 없는 것이 나의 성격이었다. 아니, 세상의 남자들은 모두가 그럴 것이다.
하물며 아침에 약간의 권태감이 있는 가운데 그런 것을 말할 수는 없었다.
언제까지나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성격의 남자도 적지는 않을테지만...
아침밥을 다 먹고 휴식을 취하려고 생각했지만 담배가 없었다.
가까운 곳의 자판기까지 산책겸 걷기로 했다. 날씨가 좋은 날이라서 아침부터의 산책은 기분이 좋다.
담배를 산 후, 조금 돌아서 집에 가기로 했다.
아침 일찍 산책을 하고 있는 사람은 자주 보지만, 역시 이 시간에는 나 혼자 밖에 없다.
대부분이 차다. 나도 그쪽의 인간이겠지. 조금 이상한 기분으로 있을 때, 문득 게시판이 눈에 들어왔다.
【 6월 9일, 아침 9시부터 반상회의 모임이 있습니다. 】
시계로 일자를 확인한다. 오늘은 6월 2일이니까 모임은 다음주다.
아내는 조금 전 모임이 있었다고 했는데, 날자를 착각한 것인가? 이상한데.
최근 일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지 조금 멍해 보이는 느낌을 받는다.
너무 무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지금까지 일도 가사도 빈틈없이 해오고 있던 아내가 최근에는 멍한 행동을 보일 때가 많다.
무엇인가 고민거리나 숨기는 것이라도 있는 것일까?
뭐, 반상회의 일정이 바뀌는 것은 드물다고 할 정도의 일은 아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일도 익숙해지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너무 신경쓰는 것도 좋진 않겠지. 아내는 아이가 아니니까...
그렇게 딱히 관심을 두지 않고 산책을 즐기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7-
그 날의 저녁식사는 가족 모두 스키야키를 먹었다.
벌써 6월이라서 계절적으로는 맞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아내의 친정에서 고급육이 보내져 왔던 것이다.
평일에는 항상 부임처의 아파트에서 혼자 식사를 하기 때문에 그 만큼 가족의 온기를 느낀다.
모두에게 계란을 풀어주면서 아내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주에 아키히로의 삼자면담이 있어요.」
「그래? 제1지망은 세이죠우 고등학교지?」
세이죠우 고등학교는 진학률도 높고 현립(縣立)이기 때문에 돈도 적게 든다.
무엇보다 아키히로가 스스로 결정한 곳이다.
아들이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시기다.
「응.」
한마디 밖에 대답하지 않는 것은 그야말로 요즘 아이라고 하는 느낌이다.
「그런데, 회사는 쉴 수 있는 거야?」
노리코에게 묻는다.
「네, 오후부터 잠깐이니까 괜찮아요.」
물론 아내가 따라가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일이 바쁜 것은 알지만 당연히 가정이 제일이라고 하는 것은 아내도 알고 있다.
삼자면담은 아이에게 있어서는 싫은 일이겠지만 부모에게 있어서는 선생님과 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내와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 지금껏 행복한 가정을 쌓아올리고 있었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자립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이것이 행복인 것을 재차 느낀다.
그 날은 조금 좋은 기분으로 보냈다.
* * *
그리고 2주일이 지났다.
집에 돌아가자 아내가 미안해 하는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저기, 아키히로의 삼자면담, 못 갔어요.」
그 날은 아키히로의 삼자 면담 당일이었다.
「못 갔다니, 왜?」
「일 때문에...」
「일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었잖아.」
심통이 난 듯한 아키히로의 이야기까지 듣고 나자,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내는 학교에 어떠한 연락도 하지 않고, 그대로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간 것 같았다.
이것은 못 갔었다고 하는 것보다 잊고 있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밤 늦게 돌아온 아내에게 아키히로가 화를 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아내도 사과를 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미안, 선생님에게는 전화해 놓을테니...」
「이제 오지 않아도 돼!」
결국, 아내가 학교 측에 사과를 하고 다음주 월요일의 낮에 시간을 배정받게 된 것 같다.
이것을 들었을 때에는 화가 난다고 하는 것보다는 어안이 벙벙해졌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방에 돌아간 뒤에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가정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일을 그만 두는 편이 좋겠어.」
「미안해요. 변명 같지만, 지금이 정말 중요한 시기라서요.」
히로아키에게 있어서는 상당한 사건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삼자면담 때문에 우울한 기분이었을텐데, 모친까지 오지 않았으니 꽤나 창피했을 것이다.
좀 전부터 쭉 미안해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아내를 모습을 보면 반성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이보다
일을 우선시하는 것은 허락할 수 없다. 물론, 일도 소중하지만 무엇보다 가정을 우선시 하겠다는 약속으로
일을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 * *
그 후, 월요일에는 분명하게 삼자면담을 했고, 히로아키의 기분도 풀린 것 같다.
기분이 풀린 이유는, 삼자면담에서 선생님에게「한 계단 위의 고등학교를 노리는 것도 가능하겠군요.」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주말에 내가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 때 히로아키가 말했다.
「한 계단 위의 고등학교, 노려 볼까∼」
한 계단 위의 고등학교라면 누나 마나가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다. 같은 현립이다.
조금「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 우리 학교는 건물도 새 것이고 깨끗하니까...」
마나가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재차「좀 더 노력하자!」라는 생각을 가진다.
아이들은 장래에 행복한 인생을 걷게 해 주고 싶었다. 부모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내의 일에 대해서는 좀 더 너그럽게 대해 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가정이 제일이지만, 가사와 회사 일을 동시에 해내고 있는 아내가 부담을 받게 말하는 것도 사실이다.
단신부임으로 가족을 볼 수없는 내 몫까지 노력해 주고 있다.
좀 더 내가 아내를 지탱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삼자면담의 건에서도 화를 냈지만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좀 더 아내를 이해하지 않으면...
* * *
다음주의 평일,
키타큐슈 부임처의 아파트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시간 때우기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었을 때였다.
노리코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에는 이렇게 전화를 한 적은 없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전화를 받자, 상대편에서 뭔가 바스락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몇번이나 말을 건넸지만 응답이 없다.
전화의 연결상태가 나쁜 것일까라고 생각하고 있자 전화가 끊어져 버렸다.
불안해져서 노리코에게 다시 전화를 걸지만 수신음만 울릴 뿐이고 연결이 되지 않는다.
노리코의 휴대폰 대신 집의 전화로 다시 걸어 보았다. 그러자 마나가 받았다.
「엄마는?」
「아직 안 돌아왔어요.」
밤 9시가 지났는데 아직 돌아가지 않은 것인가.
「밥은?」
「제가 만들어서 먹었어요.」
「그래? 그럼, 엄마가 돌아오면 전화해 달라고 전해 줘.」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1시간 남짓이 지났다.
10시가 지났어도 전화가 걸려 오지 않는 것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일까.
한번 더 노리코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몇 차례 수신음이 울리고 노리코가 받았다.
「여보세요?」
「미안해요. 조금 전에 급한 일이 있어서요...」
「아직 회사야?」
「네, 이제 돌아갈 생각이에요. 그런데, 저기... 잠깐 할 얘기가 있어서 전화했었는데...」
「뭔데?」
「저기... 이번에 여행을 가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주저하는 듯이 물어 왔다.
「여행? 갑자기 왜?」
「여행... 전부터 가고 싶다고 생각해서...」
의미를 몰랐지만 노리코 나름대로 가정에 신경쓰는 것 같다.
여행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대답했다.
「그래, 가계부 쓰는 것이 조금 괴로워질 수 있겠지만 아이들도 어른이 되면, 함께 가족여행도 갈 수 없게
될테니까... 생각해 볼께. 그건 집에 돌아가면 이야기하도록 하자.」
「아니, 좀 달라요... 친구와 여행을 가고 싶어요...」
「친구? 언제?」
가족여행이 아니야? 조금 섭섭해진다.
그건 그렇고, 아내가 친구와 여행이라니... 놀랐다.
결혼하고 나서는 친구와 만나거나 놀러가는 일은 거의 없다. 동창회라도 있는 것일까?
「다음주 주말에 가고 싶은데...」
「다음주라니?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아. 일도 바쁘다면서 여행이라니, 좀 더 가정을 생각하라구.」
「...그렇겠죠... 미안해요...」
그리고 전화는 끊어졌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그러나 노리코도 요즘 일 때문에 바쁜 것 같다. 숨돌리기로 여행을 가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왠지 노리코의 말투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스트레스 때문에 평소의 말투가 아닌 것일까?
그 날은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자신의 영리(營利)를 목적으로 타 사이트에 올리지는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5-
그 다음주의 일이었다.
금요일, 언제나처럼 일을 끝내고 후쿠오카시의 집에 돌아가기 위해서 저녁 8시 열차를 탔다.
당장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였다.
그리고 지난 주 처럼 노리코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신음이 3회 정도 울리고 통화 상태가 되었다.
「여보세요.」
「......」
전파가 나쁜 것일까?
「여보세요? 들려∼?」
「......」
잠시 후 삐삑 소리와 함께 통화가 끊어졌다.
아무래도 전파가 나쁜 것 같다. 나중에 다시 걸까.
내리는 역이 가까워지자 재차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신음조차 울리지 않는다.
역시 안되는 것일까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전화를 건다.
그러자 딸 마나가 전화를 받았다.
「엄마한테 마중나와 달라고 해.」
그렇게 말하자 마나가 대답했다.
「엄마, 아직 안 돌아왔어요.」
무심코 찡그린 얼굴이 되었다.
또인가? 또 외출한 것인가? 식사 준비도 하지 않고...
「그래? 그럼, 택시로 돌아갈께.」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열차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면서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은 확실하게 말하자.
그래, 마음이 잘 맞는 친구가 생겨서 즐겁겠지. 친구하고 노는 것은 좋아.
그렇지만 가사를 팽개치고 놀러가다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아이를 둔, 이제 30대 후반인 모친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집에 돌아가자 딸 마나와 장남 아키히로가 저녁밥을 먹고 있었다.
「엄마, 또 놀러 갔어?」
마나에게 물었다.
「아니? 오늘은 일이래요. 요즘 바쁜 것 같아요.」
일? 벌써 밤 9시가 넘었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늦었던 적은 없었다.
일 때문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수험생이다.
특히 아키히로는 고교 수험이다. 최소한의 환경은 마련해 주고 싶다.
어쨌든 돌아오면 이야기를 하자.
* * *
결국, 노리코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돌아왔다.
피곤한 기색의 얼굴로 돌아와, 곧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분명하게 말하려고 생각했지만, 무엇인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나도 일을 하고 있다. 이런 때에는 무엇을 말해보았자 피곤해질 뿐이다.
내 나름대로 신경을 쓴 생각이었다.
노리코는 식사도 하지 않고 그대로 침실로 가 버렸다.
이렇게 피곤해 하는 노리코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무엇인가 큰 실수라도 저지른 것일까.
몇 시간전의 초조해 하던 감정은 어디론가 날아가고 노리코를 걱정할 뿐이었다.
* * *
다음날의 아침,
토요일은 휴일이라 아침은 조금 늦게 일어났다. 늦다고 해도 아직 9시 반이지만.
몇 년전에 산 더블 침대의 옆자리에 누워있던 노리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노리코는 언제나 휴일에도 늦잠자는 일 없이 평소의 시간에 일어나 가사를 시작한다.
2층의 침실로부터 1층으로 향했다.
거실에서 텔레비젼을 보고 있는 마나의 옆을 통과해 식탁 의자에 앉아 여느 때처럼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잘 잤어요?」
노리코가 말을 걸어 왔다. 나는 아침에 약하다. 아직도 머리가 멍하다.
「응.」
그렇게 대답하면서 신문을 읽는다.
신문을 다 읽었을 무렵에는 밥과 된장국이 눈 앞에 줄지어 있었다.
아키히로를 깨우려고 노리코가 2층으로 올라 간다.
하아―. 역시 아침은 식욕이 없다. 어제는 새벽 2시까지 타모리 클럽을 보고 나서 잠들었다.
어린아이 같지만 늦잠을 잘 수 있는 날은 금요일과 토요일 밖에 없다.
젊었을 무렵에는 다음날이 일의 날이면 아예 밤을 새고 출근하거나 했었지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일에
대한 책임감 등을 느끼게 되어 밤을 새는 것은 그만두었다. 체력적인 부담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평균 3, 4시간 밖에 잠을 자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에게 그것은 무리이다.
원래 아침은 "5분만 더..."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자고 싶어진다.
마나가 옆에 앉아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딸과 아들이 서로 마주보고 그 옆에 부친과 모친이 서로 이웃이 된다. 식사 때의 자리배치는 그렇다.
멍한 상태로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한다.
아침식사를 끝마치고 세면을 하러 갔다.
그제서야 머리가 맑아져 겨우 일어났다고 하는 실감이 든다.
아침에 완전히 일어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 것이다.
거실로 돌아오자 아키히로가 밥을 다 먹고 노리코는 뒷정리를 시작하고 있었다.
마나는 도서관에 간다면서 나갔다. 아키히로가 신문을 읽기 시작하자 나는 텔레비젼을 본다.
역시 자신의 집이 제일 편안하다.
아키히로가 신문을 다 읽고 2층으로 올라가자 노리코에게 말을 건넸다.
「어제, 무슨 일 있었어?」
노리코는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지만「아니요.」라고 대답했다.
노리코를 염려하는 말을 건넨다.
「어제 피곤해 보이던데, 괜찮아?」
「네에. 요즘에는 좀 바빠서...」
「그래.」
가정에 지장이 생길 정도라면 일을 그만둬.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벌이가 좋지 않은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 * *
그 날의 밤이었다.
침대에 누워 있을 때, 노리코가 말을 건네 왔다.
「...저, 직장 옮길까요?」
직장을 옮겨?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왜? 무슨 일 있었어? 지금 다니는 회사는 어떻하고? 뭐, 전직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거래처에 담당하던 사람이, 그쪽으로 와 달라고 권해서요... 급료도 지금보다 더 많아요... 그렇지만
통근하는데 1시간 정도 걸리네요.」
「그런가...」
아내에게 일을 시키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자신이 더욱 더 한심하게 느껴졌다.
거기게 통근이 1시간...
「지금 하는 일, 그만두고 싶어?」
「네에,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돈도 필요하고...」
「그렇구나. 하지만 너무 무리는 하지 마. 그리고... 내 벌이가 시원찮아서 미안해.」
갑자기 아내가 사랑스러워진다.
주말에 집으로 돌아갈 때에 맞이하러 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역으로부터 집까지는 버스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다.
어쩐지 아이가 자립해서 부모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떠나가 버리는 것 같은 외로움을 느꼈다.
-6-
그리고 1개월이 지났다.
아내는 5월 중순에 전직해서 새로운 회사에 근무하게 되었다.
일의 내용 등은 이야기로 전해 들었지만 잘은 모른다.
주말에 집에 돌아가면 지친 얼굴을 하고 있다.
직장을 새로운 곳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피곤할 것이다. 그 때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금요일, 집에 돌아가자 딸이 편의점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엄마는?」
「일이래요. 도시락 사오자 마자 나갔어요.」
「그래?」
「아, 아빠 몫은 없네요. 사는 것을 잊은 것 같아요.」
「없는거야? ...그럼 밖에서 먹고 올까.」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서 들어간 회사다. 아내도 지금이 노력해야 하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그 때, 현관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다녀 왔습니다∼」
손에 편의점 도시락의 봉투를 가진 아내가 돌아왔다.
「내 몫도 있어?」
「에?」
「내가 먹을 도시락 말이야. 뭐, 없어도 상관없지만...」
「아! 미안해요. 대신 이것 드세요.」
「아냐, 아냐, 잠깐 밖에서 먹고 올께. 타이밍이 맞았네. 차키 좀 줘.」
「네, 다녀오는 길에 기름도 좀 넣어주세요.」
그렇게 나는 밖으로 나갔다.
차로 5분 정도 걸리는, 약간 번화가의 정식가게에서 저녁식사를 끝마치고 주유소에 갔다.
최근에는 셀프 서비스가 많아졌지만 항상 가는 주유소는 변함없이 아르바이트생이 큰 소리로 차를 인도하고
있었다.
「가득 넣어줘.」
그렇게 말하면서 연료 탱크를 연다.
아르바이트생이 창을 닦기 시작한다.
......아르바이트생이 자동차 앞유리를 닦으면서 나의 얼굴을 힐끔힐끔 본다.
요즘 녀석들은 손님에 대한 예의도 모르는 것인가? 야릇한 웃음을 띄고 이쪽을 보고 있다.
그 때는 요금을 지불하고 주유소를 빠져 나왔지만 어쩐지 기분이 찝찝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그것을 이야기하자「기분 탓이겠죠.」라고 말한다.
그렇게 딱히 신경쓰거나 하지 않고 그대로 목욕을 했다.
욕실에서 나와 거실로 향할 때 현관 문이 열리고, 차키를 가진 아내가 들어 왔다.
「어디, 갔다온거야?」
「아뇨, 조금 전에 기분 나쁘게 웃었다고 해서, 차 안이 더러워서 웃는 건가 하고 청소 좀 하고 왔어요.」
「하긴, 꽤 지저분한 것 같아.」
웃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요즘 무언가 어색한 아내이지만, 그런 만큼 일에 신경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그 날은 아내가 목욕하고 있는 동안에 먼저 침실에서 잠들어 버렸다.
* * *
다음날의 아침,
어젯밤에 일찍 잤기 때문인지 8시에 깨어났다.
휴일은 언제나 10시 쯤에 느릿느릿 일어나는 것이 일과이지만, 역시 일찍 일어나는 것은 기분이 좋다.
아내는 휴일이라도 아침 일찍부터 식사준비를 하기 때문에 9시에는 가족 모두 아침밥을 먹는다.
피곤할텐데 좀 더 자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랫층의 거실로 내려왔다. 그러나 아내의 모습은 없다.
침실에 없기 때문에 분명 부엌에서 아침식사를 만들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집 앞 청소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텔레비젼을 키고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는 오늘 신문을 읽는다.
단신부임으로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는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다.
신문을 읽는 것은 집에 돌아온 토요일, 일요일만이다.
신문을 읽는 와중에 간간히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다.
현관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아내가 거실로 들어온다.
「아, 일어나 있었어요?」
「아하암∼ 어디, 갔다온거야?」
「에에, 잠시 반상회 모임이 있어서요.」
「아침부터 바쁘네, 후아암∼」
조금은 아내의 몸을 염려하는 말을 걸어주고 싶다.
다만 솔직하게 그런 말을 할 수 없는 것이 나의 성격이었다. 아니, 세상의 남자들은 모두가 그럴 것이다.
하물며 아침에 약간의 권태감이 있는 가운데 그런 것을 말할 수는 없었다.
언제까지나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성격의 남자도 적지는 않을테지만...
아침밥을 다 먹고 휴식을 취하려고 생각했지만 담배가 없었다.
가까운 곳의 자판기까지 산책겸 걷기로 했다. 날씨가 좋은 날이라서 아침부터의 산책은 기분이 좋다.
담배를 산 후, 조금 돌아서 집에 가기로 했다.
아침 일찍 산책을 하고 있는 사람은 자주 보지만, 역시 이 시간에는 나 혼자 밖에 없다.
대부분이 차다. 나도 그쪽의 인간이겠지. 조금 이상한 기분으로 있을 때, 문득 게시판이 눈에 들어왔다.
【 6월 9일, 아침 9시부터 반상회의 모임이 있습니다. 】
시계로 일자를 확인한다. 오늘은 6월 2일이니까 모임은 다음주다.
아내는 조금 전 모임이 있었다고 했는데, 날자를 착각한 것인가? 이상한데.
최근 일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지 조금 멍해 보이는 느낌을 받는다.
너무 무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지금까지 일도 가사도 빈틈없이 해오고 있던 아내가 최근에는 멍한 행동을 보일 때가 많다.
무엇인가 고민거리나 숨기는 것이라도 있는 것일까?
뭐, 반상회의 일정이 바뀌는 것은 드물다고 할 정도의 일은 아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일도 익숙해지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너무 신경쓰는 것도 좋진 않겠지. 아내는 아이가 아니니까...
그렇게 딱히 관심을 두지 않고 산책을 즐기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7-
그 날의 저녁식사는 가족 모두 스키야키를 먹었다.
벌써 6월이라서 계절적으로는 맞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아내의 친정에서 고급육이 보내져 왔던 것이다.
평일에는 항상 부임처의 아파트에서 혼자 식사를 하기 때문에 그 만큼 가족의 온기를 느낀다.
모두에게 계란을 풀어주면서 아내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주에 아키히로의 삼자면담이 있어요.」
「그래? 제1지망은 세이죠우 고등학교지?」
세이죠우 고등학교는 진학률도 높고 현립(縣立)이기 때문에 돈도 적게 든다.
무엇보다 아키히로가 스스로 결정한 곳이다.
아들이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시기다.
「응.」
한마디 밖에 대답하지 않는 것은 그야말로 요즘 아이라고 하는 느낌이다.
「그런데, 회사는 쉴 수 있는 거야?」
노리코에게 묻는다.
「네, 오후부터 잠깐이니까 괜찮아요.」
물론 아내가 따라가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일이 바쁜 것은 알지만 당연히 가정이 제일이라고 하는 것은 아내도 알고 있다.
삼자면담은 아이에게 있어서는 싫은 일이겠지만 부모에게 있어서는 선생님과 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내와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 지금껏 행복한 가정을 쌓아올리고 있었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자립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이것이 행복인 것을 재차 느낀다.
그 날은 조금 좋은 기분으로 보냈다.
* * *
그리고 2주일이 지났다.
집에 돌아가자 아내가 미안해 하는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저기, 아키히로의 삼자면담, 못 갔어요.」
그 날은 아키히로의 삼자 면담 당일이었다.
「못 갔다니, 왜?」
「일 때문에...」
「일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었잖아.」
심통이 난 듯한 아키히로의 이야기까지 듣고 나자,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내는 학교에 어떠한 연락도 하지 않고, 그대로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간 것 같았다.
이것은 못 갔었다고 하는 것보다 잊고 있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밤 늦게 돌아온 아내에게 아키히로가 화를 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아내도 사과를 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미안, 선생님에게는 전화해 놓을테니...」
「이제 오지 않아도 돼!」
결국, 아내가 학교 측에 사과를 하고 다음주 월요일의 낮에 시간을 배정받게 된 것 같다.
이것을 들었을 때에는 화가 난다고 하는 것보다는 어안이 벙벙해졌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방에 돌아간 뒤에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가정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일을 그만 두는 편이 좋겠어.」
「미안해요. 변명 같지만, 지금이 정말 중요한 시기라서요.」
히로아키에게 있어서는 상당한 사건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삼자면담 때문에 우울한 기분이었을텐데, 모친까지 오지 않았으니 꽤나 창피했을 것이다.
좀 전부터 쭉 미안해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아내를 모습을 보면 반성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이보다
일을 우선시하는 것은 허락할 수 없다. 물론, 일도 소중하지만 무엇보다 가정을 우선시 하겠다는 약속으로
일을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 * *
그 후, 월요일에는 분명하게 삼자면담을 했고, 히로아키의 기분도 풀린 것 같다.
기분이 풀린 이유는, 삼자면담에서 선생님에게「한 계단 위의 고등학교를 노리는 것도 가능하겠군요.」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주말에 내가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 때 히로아키가 말했다.
「한 계단 위의 고등학교, 노려 볼까∼」
한 계단 위의 고등학교라면 누나 마나가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다. 같은 현립이다.
조금「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 우리 학교는 건물도 새 것이고 깨끗하니까...」
마나가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재차「좀 더 노력하자!」라는 생각을 가진다.
아이들은 장래에 행복한 인생을 걷게 해 주고 싶었다. 부모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내의 일에 대해서는 좀 더 너그럽게 대해 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가정이 제일이지만, 가사와 회사 일을 동시에 해내고 있는 아내가 부담을 받게 말하는 것도 사실이다.
단신부임으로 가족을 볼 수없는 내 몫까지 노력해 주고 있다.
좀 더 내가 아내를 지탱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삼자면담의 건에서도 화를 냈지만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좀 더 아내를 이해하지 않으면...
* * *
다음주의 평일,
키타큐슈 부임처의 아파트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시간 때우기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었을 때였다.
노리코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에는 이렇게 전화를 한 적은 없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전화를 받자, 상대편에서 뭔가 바스락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몇번이나 말을 건넸지만 응답이 없다.
전화의 연결상태가 나쁜 것일까라고 생각하고 있자 전화가 끊어져 버렸다.
불안해져서 노리코에게 다시 전화를 걸지만 수신음만 울릴 뿐이고 연결이 되지 않는다.
노리코의 휴대폰 대신 집의 전화로 다시 걸어 보았다. 그러자 마나가 받았다.
「엄마는?」
「아직 안 돌아왔어요.」
밤 9시가 지났는데 아직 돌아가지 않은 것인가.
「밥은?」
「제가 만들어서 먹었어요.」
「그래? 그럼, 엄마가 돌아오면 전화해 달라고 전해 줘.」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1시간 남짓이 지났다.
10시가 지났어도 전화가 걸려 오지 않는 것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일까.
한번 더 노리코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몇 차례 수신음이 울리고 노리코가 받았다.
「여보세요?」
「미안해요. 조금 전에 급한 일이 있어서요...」
「아직 회사야?」
「네, 이제 돌아갈 생각이에요. 그런데, 저기... 잠깐 할 얘기가 있어서 전화했었는데...」
「뭔데?」
「저기... 이번에 여행을 가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주저하는 듯이 물어 왔다.
「여행? 갑자기 왜?」
「여행... 전부터 가고 싶다고 생각해서...」
의미를 몰랐지만 노리코 나름대로 가정에 신경쓰는 것 같다.
여행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대답했다.
「그래, 가계부 쓰는 것이 조금 괴로워질 수 있겠지만 아이들도 어른이 되면, 함께 가족여행도 갈 수 없게
될테니까... 생각해 볼께. 그건 집에 돌아가면 이야기하도록 하자.」
「아니, 좀 달라요... 친구와 여행을 가고 싶어요...」
「친구? 언제?」
가족여행이 아니야? 조금 섭섭해진다.
그건 그렇고, 아내가 친구와 여행이라니... 놀랐다.
결혼하고 나서는 친구와 만나거나 놀러가는 일은 거의 없다. 동창회라도 있는 것일까?
「다음주 주말에 가고 싶은데...」
「다음주라니?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아. 일도 바쁘다면서 여행이라니, 좀 더 가정을 생각하라구.」
「...그렇겠죠... 미안해요...」
그리고 전화는 끊어졌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그러나 노리코도 요즘 일 때문에 바쁜 것 같다. 숨돌리기로 여행을 가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왠지 노리코의 말투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스트레스 때문에 평소의 말투가 아닌 것일까?
그 날은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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