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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르는 아내(私の知らない妻) - 6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2 01:08 1,083회 0건



*개인적으로 소장하시는 건 전혀 상관없습니다만,
자신의 영리(營利)를 목적으로 타 사이트에 올리지는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19-

여행을 다녀온 다음날,
키타큐슈의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문득 생각을 한다. 가족 여행은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아이가 자라남에 따라 가족이 함께 외출하는 것은 점점 줄어들어 간다.
그렇기 때문에 어제 다녀온 여행의 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아내는 어떻게 느끼고 있었을까?
아내에 대해서 용서를 한다거나, 용서를 할 수 없다거나 라는 식의 감정은 없다.
다만 아내가 지금까지 해 왔던 일이 있기 때문에 부부로서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에 대한 불신감을 지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아내를 믿고 싶었다.
어제의 여행에서 보여준 그 진심으로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DVD 안이 다른 세계의 것이라고 생각된다.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을 외면하려 하고 있기 때문일까?
진심으로 아내를 믿으려 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아내가 예전의 아내로 돌아와 주는 것을 믿고 있다는 식으로 변명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지난 주까지의 무거운 마음에서 해방된 기분이었다.


* * *


주말,
후쿠오카시의 집으로 돌아갔다. 여느 때처럼 아내가 마중을 나와 주었다.
집에 도착한 후, 아내의 요리를 먹는다.
왠지 아내의 행동, 표정 하나하나가 신경이 쓰인다.
그런 상태가 쭉 계속 되었지만 아무런 위화감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다음날,
낮에 아내와 딸이 쇼핑하러 나가자, 혼자 거실에서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다.
창 밖에서 쏟아지는 기분 좋은 햇빛 때문에 가벼운 졸음에 몸을 맡기고 있던 한중간, 인터폰이 울렸다.
내가 있을 때 인터폰이 울리는 것은 드문 일이다.
아니, 매번 아내가 대응하고 있어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인터폰의 화면을 본다. 모르는 여자가 서 있었다.

「누구십니까?」

아직 머리가 멍해서 그런지 평상시의 목소리보다 조금 잠긴 목소리가 나왔다.

「저... 아카사카라고 합니다...」

아카사카? 누구지? 근처에 사는 사람인가?

「아카사카씨?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러자 아카사카라고 자칭하는 여자가 말했다.

「저는 부인의 직장 동료인데, 부인의 일로 할 얘기가 있어서 왔습니다.」

아내의 회사 동료? 아내를 찾아온 것인가?

「아, 그런가요? 아내가 매번 신세를 지고 있군요. 그런데, 지금 아내는 외출중입니다.」

아내는 나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아카사카라고 자칭하는 여자는 아내와 만나는 것을 약속하지 않고 온 것일까?

「저어, 오늘은 부인이 아니고, 남편 분에게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서 부인이 없을 때 왔습니다.」

나에게? 무슨 일로 나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지? 아내가 회사에서 무언가 실수라도 한 것일까?
그런데 아내가 외출하고 집에 없는 것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지?
머릿속에서 여러가지 의문이 솟아 오른다. 우선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서둘러 외출준비를 하고 근처의 패밀리 레스토랑에 둘이서 들어갔다.
아카사카라고 자칭하는 여자가 일부러 아내가 없는 시간에 찾아온 것이라면 집에서 대화를 할 수는 없다.
그녀의 외모는 어깨에 닿지 않을 정도의 머리카락, 외형은 30세 전후, 이목구비가 뚜렷한 생김새로 세련된
화장을 하고 있었다.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그 여자와 서로 마주보고 앉는다.

2인분의 냉커피를 주문하고 약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해야 좋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아내의 동료가 나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아내의 이야기가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으로부터 오는 긴장감 때문에 이상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패밀리 레스토랑까지는 각자의 차로 왔지만 주차장에서 점내에 들어갈 때까지의 행동과 그녀와 했던 약간의
대화로 미루어 보아 언행이 부드러운 여성이라 짐작되었다.

「갑자기 방문해서 미안합니다.」

갑자기 그녀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예의가 바른 여자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괜찮습니다. 그것보다, 아카사카씨... 라고 했지요? 아내의 일로 할 얘기라니, 무엇이죠?」
「네, 부인의 일입니다. 실은 이야기하기 어려운 일입니만, 침착하게 들어 주세요.」

묘하게 빙 돌려서 말하는 여자다.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아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일까?

「실은... 부인에게 애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은 것 같은 충격에 휩싸였다.
아내에게 애인이 있다고? 이녀석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무엇을 근거로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지? 어떻게 남편인 나에게 그런 말을...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네?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군요.」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그 만큼이었다.

「남편 분의 기분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연하의 여자가 하는 말에 화가 치밀어 왔다.
그렇지만 애써 평정을 가장하면서 묻는다.

「그, 무엇을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이죠?」

조금 강한 어조로 물었다.
평정을 가장해도 말에 감정이 섞여나와 버리고 있다.

「저와 부인은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기... 부인한테서 직접 들었습니다.」

사실인지 거짓인지 모르겠지만 말하고 싶은 것을 전부 빨리 토해내라!
그런 기분을 말로 한다.

「아내한테서 들었다고요? 어째서 아내가 당신에게 그런 것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는 것이죠? 게다가 아내는
결혼한 몸라서, 그런 것을 말하면 동료들이 어떻게 보겠습니까? 그리고, 당신은 왜 그것을 남편인 나에게
이야기하러 온 것입니까?」

여자끼리 마음이 맞으면 비밀 이야기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저어, 부인이 점점 깊은 곳으로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래서 그만두라고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아서... 저도 고민했습니다만, 남편 분을 믿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인이 저에게
자주 남편 이야기를 들려 주었는데,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아서 찾아온 것입니다.」

머릿속에서 하나의 실이 연결되었다.
그 DVD는 바람기 상대가 찍은 DVD였단 말인가? 그것을 보물처럼 가지고 있었던 거야?
증거는 없지만 아카사키씨에게 물어보면 될 것이다.
그녀가 보다 확실한 증거를 알고 있을테니까.

아내를 믿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이 일주일간이었다.
아내를 믿어도 될지 고민하고 있었지만 점점 믿는 쪽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시간은 곧바로 지나가 버렸다.

지금 아카사키씨에게 들은 이야기로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던 의념까지 단번에 분출해 왔다.
나에게 그것을 받아들일 마음가짐이 되어있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외면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외면할 수 없다.
지금까지 계속 혼자서 고민하고 있었던 것에 객관성을 가진 여성이 들어왔다.
그리고 계속 고민하고 있던 의념을 확고히 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습니까...」

단지 그 말뿐이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힘껏이었다.

「저어, 부인에게는 이것을 말하지 말아 주세요. 제가 남편 분에게 말한 것이라서... 남편 분이 부인에게
따지게 되면...」

따질지 말지 지금은 생각할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생각해도 모르겠다.
지금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점원이 주문한 냉커피를 가져왔다.
냉커피를 주문하고 나서 테이블에 놓여질 때까지의 짧은 시간인데, 어째서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일까?
냉커피가 담긴 유리잔의 표면에 흐르는 물방울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시 그녀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부인에게 직접 이야기하지는 말고, 아무일 없는 것처럼 대해 주셨으면 합니다. 바람기 상대와 헤어지고
남편 분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저도 부인에게 그만두라고 설득하고 있으니까, 남편 분도 좀더 부인을
끌어당기듯이...」

끌어당긴다... 마치 나에게 매력이 없어서 바람핀 것이다라고 하는 듯한 말투였다.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아내는 아카사카씨에게 그 밖에 또 어떤 것을 이야기했습니까? 그리고, 깊은 곳으로 빠진다는 것은 무슨
뜻이죠?」

아카사카씨에게 묻고 싶은 것은 많이 있었다.

「저도 그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상대와 여행에 가고 싶어하는 것과... 지금의
가족이 없었으면 어땠을까라는...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가족의 이야기를 즐거운 듯이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본인도 꺼림칙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꺼림칙하게 느껴져서 불필요한 말까지
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여행? 그 전화가 있었을 때인가? 친구와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렇지만 안된다고 말했고, 그리고 여행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 아카사카씨에게 푸념을 한 것일까?
머릿속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렇습니까? 우선 가르쳐 주어서 고맙습니다. 나도 생각해 보겠습니다.」

무엇을 생각한다는 것이지? 아내를 추궁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만 아카사키씨의 말 대로라면, 그 만큼 상대와 깊은 사이가 되어 있기 때문에, 아내가 그것을 제일로
여기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아내를 추궁할 수는 없다. 아내가 떠나가 버릴지도 모른다.

내가 제일 바라는 것은 지금의 가정이 그대로 있는 것이다. 가정이 파괴되어 버리는 것은 피하고 싶다.
문득 저번에 아내와 딸과 갔던 여행의 광경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 때, 아내의 즐거운 듯이 웃는 얼굴은 정말 오랫만에 본 얼굴이었다.
그 웃는 얼굴, 결혼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무렵에는 항상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일의 해결 방법은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 후,
아카사카씨와 조금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연락처를 교환한 후, 패밀리 레스토랑을 나왔다.
동료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협력자를 얻었다.

집에 돌아갔지만 아내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쇼핑하러 나간지 2시간...
가게를 여러 곳 들린다고 했었지만, 설마 바람기 상대와 만나고 있는 것을 아니겠지?
딸도 함께 있을테니 그것은 아닐 것이다.

여성이 집을 방문해서 이야기를 하고 돌아온 이 1시간 때문에, 아내에 대한 의념이 끊이지가 않는다.
그런데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20-

다음주의 월요일 밤,
여느 때처럼 키타큐슈의 지점에서 잔업을 하고 있을 때, 아카사카씨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휴대폰의 진동소리에 휴대폰을 손에 든다. 아카사카씨...
등록한 이름이 휴대폰 화면에 표시되어 있는 것만으로 속이 울렁거린다.
사무실에서 나와 복도에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저, 아카사키입니다...」
「네, 저번에는 신세를 졌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빈말을 주고 받는다.

「그 뒤로, 어떻게 되었나 궁금해서...」

어떻게 되다니? 그 후로 2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무슨 진전이 있었다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대답한다.

「예. 뭐, 평소대로...」

그러자 아카사카씨가 말한다.

「...실은, 전에 말했다시피, 오늘 부인에게 바람피는 것을 그만두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뭐라고?」

그 앞의 내용을 듣고 싶어서 견딜 수 없었다.

「점심시간에 잠깐 나와서 부인과 둘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부인이 애인의 이야기를 시작하길래...
과감히 말했습니다.」

빙 돌려서 말하는 장황한 말투였다.
아직 한 번밖에 만난 적이 없는, 친절한 여성에 대해서 초조해 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그래서 아내가 뭐라고 말합니까? 그리고 당신은 아내에게 뭐라고 말했습니까?」
「이제 나이도 있으니까, 남편을 계속 배반하는 것은 그만두라고...」

내가 강한 어조로 말해버렸기 때문일까? 아카사카씨의 목소리 톤이 작아진 것 같다.
그대로 계속 듣는다.

「부인은, 그것은 알고 있지만... 지금은 그냥 좀 놀고 싶은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전에 들은 이야기로부터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습니까? 그럼, 이번에는 내가 직접 물어보겠습니다. 아내의 바람기는 모른 척하고 뭔가 이상하다는
말투로...」

의지가 되지 않는 여성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녀가 나에게 무슨 잘못을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친절하게 나에게 알려주러 와 준 여성이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 이상한 것일까?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아카사카씨가 다시 말했다.

「그것은, 조금 기다려 주세요. 제가 설득하고 있으니까, 남편 분은 가정에서 부인을 좀 더 소중히...」
「아카사카씨, 우리 가족을 생각해 주는 것은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나와 아내의 문제입니다.
지금부터는 내가 결정합니다.」

「그렇지만...」
「당신의 행위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식이라면 아무것도 진전되지 않습니다.
그것 때문에 괴로워 하는 것은 나의 가족입니다.」

조금 지나치게 말한 것은 아닐까?

「...알았습니다.」

아카사카씨는 작은 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또 무슨 일이 생기면 당신에게도 연락하도록 하죠. 그러니 앞으로도 협력해 주세요.」

미안한 마음과 초조해 하고 있는 자신의 기분을 숨기고 평정을 가장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네, 저도 연락할께요.」

아카사카씨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가 끊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동안은, 의혹을 가지고 있는 동안은 아직 편한 것이다.
머릿속 한 편으로, 노력과 시간을 들이고 여러가지를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 * *


그 주의 목요일 밤, 키타큐슈의 방에 봉투 소포가 도착해 있었다.
우편함에서 꺼내 발송인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다. 여기의 주소와 나의 이름만이었다.
방으로 들어가 봉투를 열었다. 내용을 본 순간 심장박동이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안에는 케이스에 넣어진 DVD가 1장 들어가 있었다.
발송인 불명의 소포, 그 안에 들어가 있는 DVD, 이것이 의미하고 있는 것은 한가지 밖에 없다.
저번에 발견한 아내의 영상이 담겨져 있었던 DVD인 것이다. 설마 아내가 보낸 것일까?
DVD의 표면을 보니 문자가 쓰여져 있었다.

「노리코 ver.5」

아내의 이름에 버젼 5라고 하는 숫자. 갑자기 실내의 온도가 상승하는 것 같았다.
전신으로부터 땀이 분출되고 심장박동이 자꾸자꾸 빠르게 된다.
노리코가 DVD를 일부러 보내왔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여기의 주소를 알고 있는 사람은 노리코뿐이다. 혹시 노리코의 남자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DVD를 확인해 봐야겠다. PC를 기동시키고 패스워드를 입력한다.
분노인지 공포인지 알 수 없는 감각이 전신을 덮치고 있었다.
PC의 기동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진다.
몇 시간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길게 느껴지는 기동이 끝나자 PC에 DVD를 삽입하고 플레이어를 재생시켰다.

PC화면에는 깜깜한 화면이 비쳤다. 그리고 메뉴판이 떠올랐다.
그것은 지금까지 본 DVD와는 다른 것이었다.
마치 렌탈의 성인 DVD와 같이, 타이틀 메뉴 처럼 3개의 항목이 있었다.
항목이라고 해도 숫자로 <1> <2> <3>이라고 있을 뿐이다.

그대로 1분 정도가 지났을까? 영상이 시작되었다.
타이틀 메뉴가 있다니? 단순한 성인 DVD인 것일까?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머리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맨션의 일실(一室)인것 같은 방, 레이스 커텐, 그리고 창 밖에서 쏟아지는 밝은 빛.
그렇게 큰 방은 아닌 것 같다. 영상이 좌우로 왔다갔다 하면서 방 전체를 찍는다.
벽이 깨끗한 것을 보면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은 방으로는 안보인다.
영상이 점점 아래로 이동해 침대의 구석이 비추어졌다. 아무것도 없는 방에 커텐과 침대만이 있다.
그리고 그대로 아래쪽으로 영상이 이동했을 때, 한 사람의 여성이 비추어졌다.

두말할 것 없이 아내였다.
마치 중학생과 같이 작은 체육복을 입고 손을 뒤로 돌린 채, 카메라를 향해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었다.
그 여성이 아내가 아니었다면, 단지 거기에 여성이 앉아 있을 뿐이라면 발랄한 아이가 있는 그라비아 같은
느낌 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위와 지금까지 봐 온 것, 그리고 지금 화면에 비치고
있는 영상을 대조해 보면 생각할 것도 없이 지금부터 무엇을 할 것인지는 쉽게 상상이 된다.

이전까지 본 DVD는 두 번 다시 보기 싫은,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편의점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렇지만 그것은 우연히 발견한 것의 복사본이었다.
이번에는 내 앞에 보내져 온 것이다.

아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고, 그것을 나에게 털어 놓고 싶어서 보내 온 것일까?
그러면 발송인에 아내의 이름을 쓰지 않는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이 DVD를 촬영하고 있는 남자가 보낸 것? 아카사카씨가 말한 아내의 애인?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나는 참기 힘들 정도의 굴욕감을 느끼고 있었다.
무엇이 어떻게 연결되어서 이런 감정이 된 것인지는 모른다.
눈 앞의 PC를 박살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침착해야 해. 내 안에 있는 아주 작은 이성이 속삭인다.

그런데도 침착하게 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고민하고 있던 것을 정면으로 마주치자, 이렇게도 굴욕적인 기분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자신의 아내의 DVD에서 보고 싶지 않아 하던 어둠의 부분을 억지로 보여졌다.
머릿속에 구멍이 난 것 같이 되어 버려, 눈에서 눈물이 넘쳐 나왔다.

부끄러워서 우는 것은 최근 수십년 동안 없었다.
지금 방에 나 혼자이기 때문인 것일까? 마치 내 안의 자존심이 없어져 버린 것 같았다.
눈에서 넘쳐 나오는 눈물에 대해서 부끄럽다고 하는 감정은 없었다.
아니, 눈에서 눈물이 넘쳐 나오는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굴욕감으로부터 빠져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나에게 힘이 없는 것을 느끼면서 절망하고 있었다.
지금은 무엇을 하든지 어찌할 방법이 없다.
지금의 내 모습 같은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모든 것이 될대로 되라는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다만, 어린 아이였을 때와 같이 흐느껴 울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내 나름대로 역경을 헤쳐왔다고 생각했다.
일에서도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되어 나름 자신감도 붙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은 사는데 아무런 보증도 되지 않았다.

냉정한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다른 사람의 아내를 네토리(寢取り:네토라레의 반대)하고 그 남편에게 DVD를 보내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일을 하는 것에 무슨 성과가 있을까?
단지 남자의 시시한 욕구 때문에? 그것이 아니면 아내로부터 나에게로의 짖궂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마음 속의 약한 부분을 파헤쳐진 것 같이 단번에 눈물이 흘러넘쳐 나오고 있었다.

PC의 화면을 보자 화면 안에 남자가 등장해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남자의 등이었다.
남자가 아내를 향해 무엇인가를 하고 있지만 등에 가려서 안보인다.
그리고 남자가 카메라의 앞에서 이동했을 때에 보인 것...
아내가 입고 있는 작고 새하얀 체육복에는 색이 다른 부분이 있었다.
그것을 보자 남자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유두 부분의 옷감이 잘라내지고 아내의 유두가 노출되어 있었다.
내 아내이자 아이들의 모친인 노리코, 나도 저번에 거절되어서 볼 수 없었던 유두를 다른 남자에게 생생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변태적인 모습으로...

화면 안에 있는 아내에게, 지금 체육복을 잘라낸 남자는 뭐든지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을 PC로 보고 있을 뿐인 단순한 방관자일 뿐이다.
화면 안에 있는 여성이 자신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것조차 할 수 없다.
성인 DVD를 보면서 자위행위를 하는 남자들과 같은, 다만 보면서 만족하는 입장이었다.

내 손이 미치지 못하는 장소에 아내가 있는데, 나는 그것을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있는 주역이 나의 아내인데도 나는 다만 그것을 보는 것 밖에 허락되지 않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주역인 아내에게는 같은 주역인 상대편 남자가 있다.
나는 완전히 별개의 손님인 입장, 다만 보는 것 밖에 허락되지 않았다.

가슴이 조각조각 흩어져 버린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할 의욕조차 없었다.
다만 화면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정신이 마비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자신의 세계관의 맨 밑바닥에 떨어뜨리고, 그 상황에 안심하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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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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