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소장하시는 건 전혀 상관없습니다만,
자신의 영리(營利)를 목적으로 타 사이트에 올리지는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16-
DVD를 본 후, 마음이 몹시 복잡했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자 눈 앞이 캄캄해졌다.
정말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안과 초조를 느끼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너무 격양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반동으로 지금은 몹시 졸려왔다.
침대에 누워 천장의 무늬를 보면서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멍하게 천장을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견딜 수 없는 불안감이 덮쳐왔다. 아무 생각없이 창을 통해 쏟아져 오는 햇볕을 느끼고 있었다.
실내는 온도도 높고, 습도도 높았지만 나 혼자 밖에 없는 공간이어서 에어콘을 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그렇게 밝았던 실내가 어두워져 있었다.
그 상태로 잠들어 버렸던 것 같았다. 시계를 보자 밤 9시가 넘었다.
아이들은 돌아와 있는 것일까? 방 문을 열려고 하자 신체에 가벼운 근육통이 느껴졌다.
DVD를 보고 있는 동안에 극도의 긴장 상태에 빠졌기 때문일 것이다.
거실에서는 딸이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다.
「아아, 돌아왔었니?」
「네.」
단 한마디였지만 평소와 변함없는 딸의 목소리를 듣고나자, 왠지 안심이 되었다.
냉장고에서 보리차를 꺼내 컵에 따르고 단숨에 마셨다.
갑자기 휴대폰이 울었다. 나의 휴대폰이다. 발신지를 보니 아내였다.
친구를 만나러 간 아내. 조금 전까지 DVD 안에서 남자와 섹스를 하고 있던 아내다.
받아야 할지, 받지 말아야 할지, 잠시 고민했지만 이제 이것저것 생각할 기력도 남지 않았다.
가능한 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서 통화 버튼을 누른다.
「아, 여보? 지금부터 노래방에 갈거라서 좀 늦을 것 같아요. 11시쯤에 역앞 노래방으로 마중나와 주실
수 있어요?」
「그래, 알았어. 너무 과음하지는 말고.」
「네, 그럼!」
통화는 끝났다.
이상하게 조금 전 본 DVD에서 나왔던 여자가 아내를 닮은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평상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는 대화를 했기 때문이다.
아직 보지 않은 DVD는 2장 남아 있었다.
그것에는 좀 더 심한 AV가 담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보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보지 않을 수는 없다.
아내가 무슨 사건에 휘말려들어가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 후, 남은 2장의 DVD를 복사하고 아내를 맞이하러 갔다.
노래방 앞에서 기다리고 있자 친구로 보이는 여성과 함께 웃는 얼굴로 즐거운 듯이 나오는 아내가 보였다.
친구와 헤어지고 차의 조수석에 탑승해 온다.
「늦어서 미안해요.」
그런 아내의 소리를 들으면서 집으로 간다.
당연히 DVD의 내용에 대해서는 물어 볼 수 없다. 아내 몰래 DVD를 본 것을 말할 수는 없었다.
그 날은 그대로 집에 돌아왔다.
다음날은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이 일요일을 보냈다.
평상시와 조금도 변함없는 일상. DVD의 내용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변함없는 일상이었다.
그날은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었다.
* * *
다음날,
키타큐슈의 아파트로 돌아갔다.
일을 끝내고 방에서 혼자 저녁을 먹는다. 그런 평소의 생활로 돌아왔다.
목요일의 밤까지는...
목요일의 밤,
집에서 가져온 노트북 PC의 전원을 넣는다.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은 채, 다만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DVD <8>을 재생한다.
화면을 본 순간, 격렬한 충격에 습격당했다.
거기에 비치고 있던 것은 후코오카시의 집,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집이었다.
부엌에서 알몸으로 서 있는 아내.
그것이 이 DVD에 담겨져 있다고 하는 것은 그 남자들이 내 집에 마음대로 출입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내 집에서 내 아내의 알몸을 촬영하고 있다.
지난 주에 본 광경이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충격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나를 비웃는
듯한 영상이었다.
알몸으로 서 있는 아내에게 1장의 종이가 건네어졌다.
「부인, 그것을 소리내어 읽어.」
아내는 그 종이를 대충 훑어본 후,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그리고 머리를 떨구었다.
「싫으면, 남편에게 메세지를 남겨놓고 돌아가도록 하지. 그래도 괜찮아?」
남자의 음성이 들렸다.
아내는 당황해 하는 얼굴로 종이를 보았다.
그리고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큰 소리로 읽어야 해.」
남자의 음성에 아내가 끄덕인다.
「1. 저, 노리코는 앞으로 남은 인생을 주인님의 성노예로서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2. 남편과의 생활은 계속합니다만, 저의 몸과 마음은 주인님의 것이며,
주인님의 의사로 지금의 남편과 사는 것입니다.」
「3. 주인님의 만족을 위해서라면, 제 몸에 무슨 일을 해도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4. 만약 주인님의 명령을 어기게 될시,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다 읽은 아내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다.
주인님의 의사로 지금의 남편과 사는 것입니다...
나의 가슴을 마구 후벼파는 서면의 내용, 그리고 그것을 읽는 아내, 가슴이 너무 아파서 견딜 수 없었다.
「자, 싸인해.」
남자가 아내에게 볼펜을 건네주면서 서면에 싸인을 하도록 명령했다.
아내는 건네받은 볼펜으로 서면에 기입을 했다. 완전히 체념한 듯한 모습이었다.
남자가 그 종이를 손에 들어 카메라 앞에 비추었다.
그저 2, 3초였지만 노리코의 싸인이 기입된 것을 알 수 있다.
본명으로 성씨와 이름도 쓰여져 있다.
「그럼, 침실로 갈까.」
남자가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가 천천히 계단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화면에 아내의 뒷모습이 비추어졌다.
균형잡힌 몸매의 발가벗은 여자. 그 여자가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나의 집이자, 우리 가족의 집이다. 그리고 지금 비치고 있는 것은 나의 아내였다.
침실에 도착하자 남자는 방 안을 카메라로 비추었다.
그리고 아내에게 개의 자세를 취하도록 명령했다.
아내는 남자의 소리를 듣자마자 개 처럼 엎드리고 엉덩이를 남자에게 내밀었다.
이제 아무 부끄러움도 없는 느낌이었다. 몇번이나 이런 것이 되풀이되어 왔던 것일까?
화면에서 기계음이 들려왔다.
핑크색 바이브레이터를 손에 든 남자가 아내의 비부를 희롱하고 있었다.
5초 정도 바이브레이터로 덧칠하듯이 자극하다가, 단숨에 깊숙히 찔러 넣는다.
아내는 이미 젖어있는 것일까?
남자가 스위치를 조작하자 바이브레이터의 움직임이 격렬해졌다.
기계음이 커지는 것과 동시에 아내의 허덕이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아내는 부부의 침실에서 남편이 아닌 누군지 모르는 남자에게 이런 일을 당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도취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남자가 하반신 알롬으로 화면에 들어왔다. 카메라는 고정되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본 아내는 남자의 다리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방 안에 울리고 있는 기계음과 남자의 다리사이에 얼굴을 묻은 채, 머리를 앞뒤로 움직이고 있는 아내.
머리를 앞뒤로 움직일 때 마다 흔들리는 유방, 모든 것이 이질적인 공간이었다.
나는 아내와 이런 일을 했던 적이 없다.
부부이기 때문에 서로의 부끄러운 욕망을 요구하지 않은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상대에게 질렸기 때문에 그런 대상으로 볼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일까?
문득, 이런 광경을 보면서 최근에는 없었을 정도로 발기하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다.
노트북 PC를 보면서 하반신의 쑤심을 견디지 못하고 바지를 내렸다.
PC의 화면에서 아내의 얼굴이 움직이는 것에 맞추어 발기한 물건을 손으로 훑어내기 시작했다.
화면 안의 남자가 아내의 바이브레이터를 뽑아내고 대신 자신의 물건을 찔러 넣었다.
아내의 허덕이는 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진다.
아이들과 남편이 없는 집에서 남자에게 후배위로 범해지면서 허덕이는 소리를 내는 아내.
점차 남자의 피스톤 속도가 빨라지고, 이윽고 남자는 아내의 안에 정액을 방출했다.
그리고 내 다리사이의 발기한 물건에서도 점액이 방울져 떨어지고 있었다.
* * *
DVD <9>의 영상을 재생시킨다. 지금 가지고 있는 마직막 영상이다.
조금 전의 영상과 같은 부부의 침실. 조금 전의 계속인 것일까?
아내는 빨간 속옷을 입고 있었다. 정말 화려하고 눈에 띄는 속옷이었다.
유두가 있는 부분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빨간색 브래지어의 정확히 한가운데에 검붉은 유두가 노출되어 있었다.
하반신도 마찬가지로 구멍이 뚫려서 음모가 노출되어 있었다.
그런 모습으로 비추어지고 있는 아내에게 하얀색 시트 같은 것이 떨어졌다.
아내는 그것을 입도록 명령받았다.
하얀 것은 시트가 아니라 원피스였다. 그 원피스를 입는 아내.
원피스를 입은 아내의 모습이 비추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얇은 옷감 넘어로 빨간색 브래지어가 비쳤다.
단단하게 경직된 유두가 두드러져 보인다.
아래도 마찬가지였다.
멀리서 얼핏 보면 잘 모르겠지만, 접근해서 보면 분명하게 속옷 차림이나 마차가지인, 아니 알몸에 가까울
정도로 부끄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로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는 아내.
밖의 햇볕은 따뜻해 보였다. 계절은 언제 쯤일까? 최근의 일은 아닐까?
집의 현관을 나온 아내가 자물쇠를 잠근다.
그 아내의 뒷모습은 어떻게 보아도 평범한 주부의 모습은 아니었다.
완전하게 노예로서 길러지고 있는 한마리의 암컷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아내의 뒷모습을 보면서 PC의 화면을 향해 방출했다.
DVD의 정지 버튼을 누른 후, 그 이후의 영상은 보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남자에게 아내가 마음대로 희롱당하고 있는 것을 보면, 질투와 불안감, 초조함, 상대편 남자를
두들겨 패고 싶어지는 분노를 느낀다.
인간에게는 자존심이라는 것이 있다.
그렇지만 그 자존심을 버리게 되면 지금까지 받아들이지 못한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자신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아래로 추락시켜서, 그 아래에 있는 것이라도
자신과 일체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상대편 남자에 대한 혐오감보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상한 감각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스스로 넘으려 하고 있었다.
인간의 타락한 본능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는 스스로를 깨닫고 있었다.
그 이후로 DVD는 보지 않았다.
-17-
그 날로부터 1주일이 흘렀다.
지금 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열차 안이었다.
어두운 밤이기 때문에 밖의 경치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차창에 비치는 밝은 열차 안의 광경과 거기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만이 보이고 있다.
그 날에 본 DVD는 나의 인생을 미치게 만드는 것이었다.
평상시라면 아내와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지만 지난 주말에는 돌아가지 않았다.
돌아갈 수 없었다고 하는 표현이 올바른 것인지도 모른다. 그 집이 추잡하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아니, 집에 돌아가면 더 큰 충격을 받게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 일에 몰두했다.
그 전날에 본 DVD는 모두 가루가 될 때까지 조각내서 편의점의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런데도 생각나게 하는 DVD였다.
혹시 아내는 협박당해서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만, 그 여러장의 DVD의 내용대로 아내가 장기간에 걸쳐서 그런 일은 계속해 오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곧바로 아내를 구하는 것이 남편인 나의 의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 내가 있었다.
DVD의 영상이 협박당해서 촬영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고, AV처럼 느껴졌기 때문일까?
지금까지의 생활이 망가져 버린다고 하는 현실에서 도망치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역시 머릿속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스스로를 변명하고 있었다.
지난 주 목요일에 보았던 DVD의 내용을 생각하면 내 가슴 속 어딘가에서 지금까지 느낀 적이 없는 감정이
솟아올라 온다. 사람이 살다보면 누구나 수많은 고난과 마주치게 된다.
지금 내가 놓여져 있는 상황도 그런 것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간이 흐르면 기억이 희미해지고 그 때의 감정과 분위기가 과거의 좋은 추억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이 나의 미래에 큰 영향을 주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몇번이나, 몇번이나 같은 것을 생각하는 와중에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게 되었다.
아내가 사랑스럽다. 그것이 지금 나의 솔직한 감정이었다.
직접 아내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상황을 모른다.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아내가 집에 돌아오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적어도 아내는 이것을 나에게 숨기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것을 눈치챘던 것은 차 안에 당당히 놓여져 있던 DVD가 계기다.
설마, 일부러 나에게 보이게 해서 이별을 하려는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이 걱정이었다.
역의 홈스테이지에 내렸다. 평상시라면 아내에게 마중을 부탁하는 장소다.
오늘은 마음이 무거웠다. 휴대폰에서 아내의 이름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수신음이 울린다. 1번, 2번... 받지 않는다. 어째서 받지 않는거야? 무슨 일을 하고 있는거지?
머릿속이 점점 혼란스럽게 변해간다.
머릿속이 완전히 혼란해지기 직진, 아내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음색은 평상시와 다름없다.
그렇다. 아내는 내가 DVD를 본 것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여보세요? 나야. 지금 역에 도착했는데, 마중나올 수 있어?」
아내는 평상시 대로의 아내였다.
집에 돌아가는 차 안, 평상시대로 대화를 나누고, 집에서도 평상시대로 저녁식사를 끝냈다.
여느 때처럼 사이좋게 담소를 나누면서, 사이좋게 TV프로를 보았다.
평상시와 다른 것은 나 뿐이다. 나도 평소의 나로 돌아오면, 아무것도 없었던 일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쳤다.
* * *
밤 12시를 지났을 무렵, 침실로 향했다.
평소 집에서의 생활에 점점 익숙해지자 언제나처럼 침실로 갔다.
아내는 지금 욕실에 들어가 있다. 나 혼자 침실에 있는 상태다.
역시 여기에 오자 DVD의 내용을 떠올려 버린다.
부부의 침실.
여기서 아내는 내가 알지 못하는 남자의 남근을 입 안 가득히 삼키면서 봉사했다.
그리고 남자에게 범해졌다. 게다가 아내는 여기서 변태적인 의상을 착용하고 있었다.
한중간에 구멍이 뚫린 브래지어를 입은 채로, 유두를 노출하고 있었다.
그런 속옷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속옷은 보통의 주부가 입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남자의 취미일지도 모르지만 아내는 그런 것을 착용하고 있었다.
세련된 속옷을 입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수수한 색의 속옷이 많았던 아내.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아내의 속옷이 들어가 있는 서랍을 열어 보았다.
서랍 안에서 아내의 속옷이 보인다. 잘 개어진 상태로 나란히 정돈되어 있다.
아내의 속옷은 언제부터일까? 본 기억이 없었다.
부부의 섹스가 있어도 밤이다. 잠옷을 벗게 해도 노브라 상태이기 때문에 브래지어는 볼 수 없었다.
내가 아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브래지어를 한 장 집어 본다.
손에 든 브래지어는 평소 아내가 입는 브래지어다. 그리고 그 이외의 브래지어는 본 적도 없다.
거기에는 고운 빛깔의 세련된 브래지어가 7, 8벌 있었다.
멋에 무관심한 아내는 아니다. 요즘 유행에 상응하는 속옷이었다.
나는 아내가 어떤 속옷을 입고 있었는지조차 몰랐던 것일까?
손에 든 속옷을 원래대로 되돌린다. 서랍을 연 것을 들키지 않게 원래대로 속옷을 정리했다.
그 때, 아래쪽에 조금 색이 진한 속옷이 보였다.
내 아내의 속옷에 두근두근해 하면서 그 속옷을 손에 든다.
조금 화려한 무늬의 보라색 브래지어였다.
두근두근해 하면서 아래쪽에 있는 다른 속옷도 살펴본다.
심장의 고동이 조금씩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거기에는 빨간색과 검정색 등의, 마치 접객업의 여성이 입는 것 같은 색의 화려한 속옷이 여러 벌 있었다.
이런 것까지 입는 것인가? 아내가 접객업이라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하는 속옷이었다.
아내의 취향이 화려하게 된 것일까?
아니, DVD에서 보았던 남자의 취향 때문에 이러한 속옷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뛰어 돌아다녔다.
문득 아내의 속옷이 들어가 있는 서랍 안을 진지하게 보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다.
그 때, 속옷과는 다른 둥글게 말린 물건이 나왔다. 옷감을 말아놓은 것 같았다. 그것을 풀어서 넓혀 본다.
T백이다. 아내가 T백과 같은 것을 입는 여자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좀 더 안쪽을 뒤져 보았다.
안쪽에 무엇인가 딱딱한 것이 손끝에 닿았다. 그것을 꺼내 본다. 바이브레이터였다.
심장이 펄떡펄떡 격렬하게 박동하기 시작했다.
보통 부부라면 남편이 아내의 속옷 서랍에서 바이브레이터를 찾아냈을때 단순히 욕구불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내에게 이런 취미는 없다. 아내가 욕구불만이어서 이런 것을 숨겨놓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바이브레이터와 함께 있던 것은, DVD에서 아내가 입었던 유두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는 빨간색 브래지어와
그것과 세트라고 생각되는 비부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는 빨간색 팬티였기 때문이다.
끈 모양의 팬티와 가슴을 가리는 면적이 극단적으로 작은 브래지어도 있었다.
입으면 끈 부분만 제외하고 어디도 숨기지 못하는 팬티, 겨우 유두만을 가릴 수 있는 브래지어.
아니, 수영복일까? 나를 완벽하게 DVD의 세계로 되돌리게 만드는 물건이었다.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이 속옷 서랍을 정리하고 침대에 앉았다.
텔레비젼을 키고 심야의 스포츠 뉴스를 본다.
텔레비젼을 눈으로 보고는 있지만 아무 내용도 이해되지 않는다.
계단을 올라오는 아내의 발소리...
문을 열고 침실에 들어오는 아내는 잠옷 차림이었다.
「아직 안 잤어요?」
나에게 물어보면서 침대에 올라와 눕는 아내.
나는 그대로 아내에게 몸을 실었다.
잠옷 위로 유방에 손을 손을 대어 비비기 시작했다.
아내는 그런 나의 손을 밀어내면서 말했다.
「미안해요. 지금은 그런 기분이 안드네요...」
단번에 거북한 분위기가 되었다.
서랍 안에서 그런 것을 본 후, 아내에게 섹스를 거절당하는 나...
내가 바보 취급 당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미안해요. 좀 지쳐서 그래요. 그러니까 다음에...」
그렇게 말하는 아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내가 나를 염려하는 듯이 말을 건네온다.
「당신, 요즘 일 때문에 바쁜 것 같아요? 지난 주에도 일 때문에 오지 못한 것이죠?」
「응, 조금 트러블이 있었어.」
나도 가능한 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하면서 대화를 한다.
「그래, 다음주에는 온천에라도 가지 않을래요? 멀지 않아도 상관없으니까, 가끔씩은 가족 모두 쉬어요.」
섹스를 거절당한 것보다 아내의 걱정이 기뻤다.
마치 내가 무시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온천이라... 그것도 좋을지도 모른다. 지금 제일 필요한 것은 가족의 원만함일 것이다.
정말로, 진심으로 안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18-
다음주,
아내와 딸, 마나와 함께 셋이서 여행을 떠났다. 아키히로는 친구와 놀 예정이라고 하면서 오지 않았다.
모처럼 가족 모두 가려고 생각했지만 이제 어린 아니가 아니다. 부모와 함께하는 것이 쑥스러운 것일까?
온천은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의 유명한 여관이었다.
가는 도중, 차 안에서 가족 3명이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관광도 했다. 유명한 신사에 가서 참배도 했다.
점심은 아내의 희망으로 장어구이 가게에 들어갔다. 현지에서 유명한 가게인 것 같다.
확실히 갓 구운 장어에 달콤한 소스를 바른 장어구이는 일품이었다.
여관에 가면 호화로운 저녁식사가 기다릴텐데 점심식사를 이렇게 호화롭게 먹어도 괜찮을까?
한 통에 2000엔인 대나무찜밥도 먹었다.
그 후는 관광 명소인 폭포에 들렸다가, 저녁에는 여관에 도착했다.
여관에서는 온천에 들어가, 느긋한 시간이 흐르는 공간에서 신체를 달랬다.
밤에는 온천 마을에 가족이 함께 가서 여기저기 선물가게를 구경했다.
아키히로에게 줄 선물을 고르면서,「이것, 괜찮은데?」,「저것도 좋아보여.」라는 식으로 마나와 노리코의
이야기는 끊어지지 않았다.
여기저기 선물가게를 돌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선물은 사지 않았다.
아무래도 서로 의견이 맞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3명 모두 그런 시간이 무엇보다 가치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마나는 매우 기뻐하면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온천에 몸을 담그러 갔다.
그 시간은 온천 여관의 방에서 아내와 나, 두 명뿐의 것이었다.
아내에게 말을 건넨다.
「가끔씩은 이런 것도 좋군.」
아내도 나의 말에 대답한다.
「네. 아이가 크면, 이런 시간도 가질 수 없겠죠. 앞으로도 가끔씩 여행을 가요!」
「하하하, 단지 여행을 가고 싶은 것은, 아니야?.」
「여행도 좋지만, 나이를 먹어도 이렇게 사이 좋은 부부로 남고 싶어요.」
부부가 이렇게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좀처럼 없다.
부부 생활이 길어지는 것에 따라 서로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야.」
서로 웃는 얼굴로 침묵의 시간이 흐른다.
그것은 부드럽고 따뜻한 공기가 흐르는 이상한 시간이었다.
「당신과 결혼해서 다행이에요.」
불쑥 노리코가 온화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부끄러워서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 자꾸자꾸 에너지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쭉 이렇게 행복한 가족으로 지내고 싶다.
모든 것을 잊고 순수하게 여행을 즐겼다.
노리코도 마나도 쭉 웃는 얼굴이었다. 오랫만에 가족의 따스함을 느꼈다.
나는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 온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아내에 대한 의념은 맑아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대로 원래의 생활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노리코의 얼굴은 정말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다.
나의 아내가 되어 주어서 고마워, 노리코.
* * *
다음날은 선물을 산 다음 사파리 공원에 갔다.
노리코도 마나도 매우 기뻐하면서 창 밖에 있는 동물을 구경했다.
마치 어린아이 처럼 까불며 떠드는 노리코, 노리코와 친구 처럼 사이좋게 떠드는 마나.
사자가 있는 구역에서는 조금 두려워해 했지만 얼룩말의 구역에서는 차 창을 열고 즐겁게 구경했다.
새끼 호랑이와 접촉하는 장소에서는 만면에 미소를 띄면서 포옹을 하고 있었다.
사파리 공원에서 나온 뒤에는 고속도로를 달려 집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노리코와 마나는 푹 잠들어 있었다. 그토록 떠들어댔으니 지쳤을 것이다.
나는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아내와 딸이 마음껏 즐겨주었던 것에 진심으로 만족했다.
이렇게 즐거운 일이 있기 때문에 인생이 재미있는 것이다.
모두 고양된 기분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족이기 때문에 더욱 알차고 멋진 시간을 보냈다.
저녁에 집에 도착했다. 1박 2일의 느긋한 여행이었다.
모두가 웃는 얼굴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하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자,
「나도 같이 가면 좋았을 텐데∼」
아키히로가 부러운 듯이 말했다.
선물로 산 과자를 먹으면서 여행의 이야기를 한다.
나, 노리코, 마나, 아키히로.
이 4명이 나의 자랑스러운 가족이다.
마나는 언젠가 시집을 갈 것이고, 아키히로도 언젠가 신부를 구해서 자립해 나가겠지.
나도 옛날에는 아이의 입장이었다. 어느새인가 어른이 되어 연애도 했다.
아내와 서로 사랑해서 결혼을 하고, 새로운 가족이 태어나 육아에 고생도 했지만 즐겁고, 감동도 받았다.
언젠가는 다시 2명으로 돌아올 것이다.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면서 함께 늙음을 맞이할 것이다.
인생에서 제일 소중한 것, 그것은 가족이라는 것을 재차 느낀 여행이었다.
소중한 아이들, 소중한 아내, 내가 지켜야 할 것은 그것이다. 나에게 있어서의 행복은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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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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