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 대하 야설 경성백만장자
이 작품은 연재에 대한 압박 없이, 단편으로 옴니버스식으로 연재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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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한남대학, 탁승찬 교수 사무실.
전임강사 (대개 대학에서는 전임강사부터 ‘교수’라고 불러는 줍니다) 탁승찬은 조교 차혜원과 함께 30년대 잡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미 겨울이라 두 사람은 두꺼운 옷들을 입고 있다.
“그런데 혜원이는 왜 나 같이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사람을 좋아하지?” 승찬이 물었다.
승찬은 못생긴 건 아니었고 말도 잘 했지만, 그다지 멋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어려운 집안에서 고학으로 올라왔고, 지금 같은 세상에 취직하기 어려운 국문과를 찾는 사람이 없어서 어찌어찌 전임강사까지 되었던 것이다. 학자금은 “성안재단’ 이란 데서 낸 장학금으로 충당했었다.
혜원이 말했따. “교수님은 … 괜찮은 분이니까요.”
“내가 어디가 괜찮은데?”
“적어도 … 이 사람은 배신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부모님이 알면 나 같은 사람을 받아들일까?” 승찬이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나는 부모도 없고 돈도 없고 집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내 부모는 어차피 자기들 살기에 바빠 나 같은 건 관심도 없어요.내가 흑인과 결혼해도 아무 말도 안 할 거예요. 각자 자기들의 생활이 있으니까요.” 혜원은 내뱉듯 대답한다.
그녀가 입고 있는 명품 스웨터가 형광등에 비쳐 반짝였다. 혜원의 집은 옛날부터 큰 부자였다고 한다.
“아버지도 새 아내가 있고 어머니도 새 남편이 있으니까…” 그녀는 냉소적이다.
승찬은 읽고 있던 책을 잠시 멈춘다.
“그런데 이 작가 , 차경수, 참 힘들게 산 거 같아. “
차경수는 1930년대에 활동하며 주로 좌익적인 작품을 쓰다, 1935년부터 갑자기 아무 설명도 없이 보이지 않은 , 지금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였다. 1935년 발표한 단편이 마지막 글이라 아마 이 때 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폐병에, 애인에게는 버림받고, 밀정에게 추궁을 당하던 사람이야.”
혜원은 차경수란 이름을 듣자 뜨끔했다.
“뭐 그 시절에 그런 사람이 하나둘인가요?”
“하긴 그렇지.” 승찬은 말을 아꼈다. 우리와 상관도 없는 사람에 대해 열받을 건 없으니까.
승찬에게 있어 차경수는 그저 연구대상일 뿐이다. 그저 매력이 있기는 하지만 거기서 끝이다.
혜원은 승찬이 차경수를 입에 담는 것이 싫었다. 주제를 바꾸어야 한다.
“승찬 씨. 그런 낡은 이야기는 하지 말아요.”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옛날 사람은 옛날 사람이고 지금은 지금이니까요.”
그녀는 승찬의 셔츠를 벗기기 시작한다. 승찬은 그녀가 하고 싶은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냥 맡겨 두기로 했다.
그녀는 승찬의 셔츠를 다 벗긴 후, 벨트를 끄르고 단추를 벗겼다. 그리고는 바지를 내린 후 승찬의 자지를 꺼내 핥기 시작한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승찬은 돈도 없고 경황도 없었다. 이 자리까지 올라오기 위해 온갖 일을 했고, 여자 사귈 시간 같은 게 없었다. 그러니 이렇게 적극적인 여자의 공세를 막을 방법이 없다.
전임강사인 승찬의 방은 난방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혜원은 승찬에게 말했다.
“뭐 해요? 여자 옷 벗겨 본 적 없어요?”
승찬이 대답했다. “없어.”
혜원은 놀라는 듯했다.
“나 같은 사람에게 어떤 여자가 옷을 벗기게 했겠어? 날 함정에 몰아넣으려고 어떤 여자가 그러라고 한 적은 있지만, 나는 그냥 돌아 나왔어.”
…
“그럼 지금 벗기면 되지요”
승찬은 그 말을 듣자 곧장 스웨터를 벗겼다. 그러자 비싼 블라우스가 나온다. 손에 닿는 감촉만으로도 이것이 얼마나 비싼지 알 만했다.
그는 단추를 천천히 끄른 후 그것을 벗기자, 브라가 나왔다. 브라에는 보석이 박혀 있다.
“나는 당신이 돈 못 벌어와도 좋아… 내가 당신 먹여 살리면 돼.” 혜원은 자기보다 열한 살이나 많은 승찬에게 반말로 말했다.
승찬은 혜원의 검은 실크 바지 단추를 벗긴 후 끌어 내렸다. 팬티에도 보석이 박혀 있다. 도대체 혜원의 집이 얼마나 부자인 건가? 승찬은 천천히 팬티를 내리고 그녀의 그 긴 다리 아래로 팬티를 뽑아 냈다.
혜원의 검은 음순이 보인다… 아무리 여자경험이 거의 없는 승찬이지만, 보지가 저렇다는 건 얼마나 많이 했는지를 알 수 있다.
혜원은 차가운 바닥에 그대로 누웠다. 그리고는 말했다.
“빨리 해 줘… “
“알았어.”
승찬은 바지를 내리고 남근을 꺼ㅤㄴㅒㅆ다. 그리고 말한다.
“콘돔이 없는데… “
“괜찮아 … 안에다 해 줘. 밖에다 하면 그날로 너와 영원히 끝인 줄 알아.”
승찬은 아마도 혜원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혼전임신을 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승찬으로서는 나쁠 게 없다.
혜원은 블라우스를 깔고 땅에 누웠다. 승찬은 아직 그녀의 등을 보지 못했다.
승찬은 그녀의 음순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솔직히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승찬은 스킬면에서는 확실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나았다.
혜원은 오늘은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 사람이라면 그래도 딴 사람보단 낫겠지.
승찬은 그녀를 들어 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혜원이 말했다. “승찬 씨… 난 이 자세가 좋아.”
“알았어.”
바닥이 딱딱해서 무릎이 배기지만, 승찬은 곧바로 자신의 것을 혜원의 시커먼 구멍에 집어 넣는다. 음순의 색으로 볼 때 경험이 꽤 있는 듯했다.
그녀는 승찬의 목을 끌어안는다. 그리고는 두 손을 천천히 목에서부터 허리로 해서 엉덩이 위에 올렸다. 비록 약한 힘이지만, 최대한 그의 엉덩이를 잡을 것이다.
탁승찬은 혜원의 엉덩이를 쥐고 마음껏 박아댔다. 잘 제모한 그녀의 음부는 승찬의 음모가 닿아 까칠했다.
혜원의 질은 그에게 그다지 반응하지 않는 듯했다. 머리로는 받아들이는데 몸으로는 거부하는 그런 게 있었다. 하지만 이런 ‘떡’ 이 언제 또 다시 올까.
그는 이성이 감성에게 지배되고 있는 중이었다.
승찬은 그녀의 등을 안으려고 했지만 그녀는 땅에 딱 붙어서 등을 허락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생길 변수를 차단해야 하는 것이다.
승찬은 마침내 더 견딜 수 없었다. 그는 소리쳤다. “자, 간다!”
“안에다 해 줘, 꼭!” “알았어.”
승찬은 그녀의 부드러운 몸에서 약간 떨어져 나와, 자지를 꼭 박았다. 그의 성기에서는 정액이 토해져 나온다.
혜원의 손은 그의 등에 닿았다. 그녀는 미소를 짓는다.
“고마와…”
승찬은 분출을 끝낸 후 성기를 빼냈다. 혜원의 구멍에서는 방금 승찬이 싼 정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승찬은 종이로 그녀의 성기를 닦아 주었다.
혜원의 머리에서는 그녀의 증조할아버지이자, 첫 남자였던 차경수의 영상이 지나가고 있다… 승찬은 영원히 몰라야 할 차경수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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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소화 10년) 9월, 경성역(서울역) 다방.
백수 작가 차경수는 일본인 변호사 홋타 도라지로와 이야기중이었다.
홋타가 말한다.
“그래서, 효고현 아시야의 나가사와 렌코 씨의 재산 120만원이, 모두 유일한 상속자인 차경수 씨 당신에게 상속되는 겁니다.”
“..?” “나가사와 여사는 막대한 재산을 남기셨고, 그 유일 상속인이 당신입니다. “
“120만원이라면…” 경수의 얼굴에는 병색이 완연했다. 낡은 양복은 빛이 바래 있었고, 구두는 낡았다.
“이렇게 말씀드리지요. 120만원이면 도쿄의 세이죠에 집을 30채 살 수 있는 돈입니다.”
세이죠는 도쿄 세타가야에 있는 신흥주택지이다.
[저자 주: 세이죠의 저택 가격도 저마다 다르지만, 한국 돈으로 20억이라 치고, 120만원이면 지금 한화로 600억 정도 된다고 보겠습니다. 즉 당시의 1원은 지금의 5만원 조금 더 되는 금액입니다. 편의를 위해, 1원 = 지금의 5만원 정도로 보면 될 듯합니다]
경성에서 제일 좋은 집이 재력으로 유명한 금광왕 최창학의 죽첨장(후에 경교장으로 김구선생이 죽은 곳.현재의 강북삼성병원 자리) 인데 그 집을 짓는 데에 10만원이 넘게 들었다고 했다.
(경교장의 건평은 1584평이고 집 크기는 260평이라 하더군요. 지금 그런 돈이면 땅값만 거의 2000억 정도입니다)
죽첨장을 열 두 채 지을 수 있는 돈이다.
경수의 얼굴에는 갑자기 화색이 돈다.
“다른 상속자는 정말 없는 겁니까?”
“예. 이 문제를 빨리 끝내야 저도 돈을 받습니다. 재산 처리비용만 만원입니다.”
만원! 보통 사람들은 뼈 빠지게 일해도 만원은 커녕 천원도 모으기 어렵다. 재산 처리비용만 만원이라니!
“제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지금 당장 오사카로 갈 수 있으시겠습니까? 여비 천원은 제가 빌려 드릴 수 있습니다.”
천원이라 .. 어젯밤만 해도 그는 월세 십오 원이 없어서 고심하던 처지였다. 오백원이라니! 교사 한 달의 봉급이 오십원 조금 넘는다.
“선생. 선생은 여기저기 빚진 거 없습니까? 일단 그것부터 해결하시죠.”
경수는 잠시 생각하다 결단을 내렸다.
“그건 나중에 경성에 돌아와서 해도 상관없습니다. 일단 오사카로 갑시다. 지금 당장 기차를 타면 오늘 밤에는 부산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내일은 그의 결혼식 날이다. 빚 이백 원 때문에, 그는 고아원 원장의 곰보딱지 딸 안성화와 내일 식을 올리게 되어 있던 것이다.
보통학교(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나오고 고아원에서 잔뼈가 굵었던 무식한 성화는 심심하면 경수를 때리곤 했다. 돈 한푼 없이, 하카타에서 고생고생하며 큐슈제국대학을 나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는 고아원 주인 안동식의 무식한 씨를 진보시키기 위해 그 집 사위로 들어갈 판국이었다.
하루만 늦었어도 그의 인생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여기까지 왔는데 대접은 받아야지요. 조선 기생 맛을 한번 보고 싶네요.”
이 사람이 왜 이러나. 잘 와 가지고… 뭐, 까짓거, 기분이다.
“알았습니다. 그러면 일단 저는 빚을 해결하고 오겠습니다. 저녁에 국양관에서 만나지요.”
국양관은 경성 사람이면 다 아는 유명한 요릿집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그 동안 경성 구경이나 좀 하겠습니다”
조선은행권 백원짜리 지폐 10장을 받아 나서는 경수의 기분은 째졌다. 당장 안동식에게 돈을 갚아버리고, 결혼을 청산해야 겠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소소하게 진 빚도 아예 이번에 갚아버리자.
이게 사기는 아닐까? 아니야. 사기치려고 저 사람이 왜 오사카에서 한푼 없는 나를 찾아?
조연주 고모님…. 당신이 나를 귀여워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120만원이나 되는 큰 돈을 나를 위해 남기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도대체 제가 뭐라고 이런 돈을 남기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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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정(을지로) 골목, 이시하라 산과 의원.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이시하라 의원은 경성에 사는 일본인이나 조선인 갑부 여자들의 ‘은밀한 고민’ 을 해결해 주는 곳이다.
그리고, 내지(일본)에서 원치 않은 일을 당한 여자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곳이기도 하였다. 물론 간판도 없고 신문에 광고도 안하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다.
양복 입고 금구두를 신은 신사는 안절부절 서성대고 있다. 이시하라가 나온다. 그의 표정은 어둡다.
“최상. “
최문환은 이시하라의 얼굴에서 무슨 말이 나올 지 이미 예상했다…
“오죠사마는 이미 염증이 너무 진행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요?”
“아마도 자궁을 절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문환은 지팡이를 놓치고 땅에 주저 앉는다. 주변의 간호부가 그를 부축한다.
“어떻게 방법은 없겠소? 동경에 데려가면…”
“어차피 이미 따님의 자궁은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절제하지 않아도 임신할 수 없습니다.”
“이시하라상. 내 집안 사정을 잘 알지 않소.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미츠이 가문의 돈을 다 가져온다고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습니까?”
미츠이 가는 일본에서 제일가는 재벌가이다. 총자산이 최소 10억원(현재 가치 50조원)이다. 그 집안의 돈으로도 안 된다니..
“자궁출혈이 계속 일어나, 그냥 두면 암으로 발전합니다.”
“….”
문환은 땅에 주저 앉았다.
수희는 차경수라는 가난한 서생(학생)을 데려와 사귄다고 하질 안나, 그래서 부랴부랴 동경에 유학을 보냈더니, 김장석이란 놈과 붙어먹질 않나, 겨우겨우 유학 취소하고 경성에 데려와서,
장안의 명문가인 자작 민영관의 장남 민통식과 결혼을 시켰는데…
“이렇게 된 원인이 누구인지요?”
이시하라는 헛기침을 한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웃기는 일은 웃기는 일 아닌가?
“글쎄요. 최상. 댁의 따님의 평소 행실로 볼 때는 그다지 믿음이 안 가지만, 따님의 부군이 원인일 가능성이 제일 높겠지요?”
“그게 무슨…’”
“최상의 사위분인 민 자작의 장남 민통식상이 화류병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사단이 난 거 같네요.”
이시하라는 헛기침을 한다. 경성 갑부 최문환의 외동딸이 불임이 되든 어쩌든 그는 돈만 제대로 받음 된다.
“너! 우리 집안을 더 이상 모독하지 마. 지금 당장 수희를 데리고 동경으로 갈 테니까.”
“동경에 가든지, 뉴욕에 가든지, 맘대로 해 보시죠. 댁의 따님을 고쳐 줄 의술은 이 지구상에 없으니까.”
문환은 안에 들어가서, 누워 있는 수희를 데리고 나왔다. 수희가 말했다. “아버님..” “오냐. 내가 무슨 수를 써더라도 너를 고쳐 놓고 말겠다.”
그들은 운전수가 차를 몰고 오길 기다렸다.
바로 그 때, 그의 앞에 한 사나이가 지나간다. 낯이 익은 것도 같은데? 최고급 라사(양복)에, 지팡이를 짚고 모자까지 멋있게 쓴 저 남자는 … 차경수 아닌가?
문환이 물었다. “이봐, 차경수!”
경수는 이 동네에서 인쇄소를 하는 일본인 친구에게 빚을 갚으러 온 길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최문환을 보네? 그에게 개만도 못한 거렁뱅이라고 욕지거리를 퍼붓고, 수희가 보는 앞에서 똥물까지 끼얹은 저 최문환을?
“안녕하십니까, 최문환 사장님?”
“자네, 어디서 돈이 나서 이렇게 화려한가?
경수는 코웃음이 났다. 꼴랑 오십만원 가진 주제에 백이십만원 가진 나에게 반말을 해? 웃기지도 않구만. 부자 귀족인 문 백작이나 금광왕 최창학, 신문사 사장 방씨나 김씨라면 모를까, 겨우 무역상 하면서 오십만원 한푼이라도 잃을까봐 노심초사하는 네놈이 내게 반말이야?
하지만 지금은 저런 사람과 시간을 낭비할 겨를이 없다.
“세상 살이란 게 돌고 도는 거더군요.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어요.”
그는 저쪽을 잠시 보았다. 비싼 양장을 한 수희의 얼굴에는 병색이 있었다 … (그는 이시하라 의원의 비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폐병이라도 걸린 건가?
수희는 그를 보고도 전혀 표정이 없다. 경수가 말한다. “최 사장님. 내일 오사카를 좀 가봐야 해서, 돌아오면 국양관에서 한턱 크게 쓰겠습니다. 그럼 바빠서 이만.”
경수는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걷는다. 최문환 부녀가 놀란 듯 그를 바라보지만, 경수는 더 이상 관심이 없었다. 이미 그들은 그의 인생의 닫혀진 장(章) 속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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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의 하숙집인 고아원.
경성 시내에, 안동식이 고아 몇명을 데려다 키우는 곳이었고, 거기 남아도는 방 하나에 경수가 살고 있었다. 집값 한달 15원에, 밥값 대신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는 게 그의 일이었다.
이 비가 새고 벌레가 나오는 집에서 그는 거의 5년을 죽은 듯이 있었고, 안동식과 안성화의 놀림을 받으며 살았다. 이제 끝이야!
그가 들어오자 안동식이 서 있었다.
“차서방. 내일이 혼례날이네. 어딜 싸돌아 다니는 건가?”
“일이 좀 있어서요.”
그는 돈을 내놓으려 했다. 그 때 안에서 안성화가 나온다.
키는 작달막하고 얼굴에는 곰보자국이 있는 성화는 가끔씩 따뜻한 면을 보이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 이름처럼 그에게 성화를 부리곤 했다.
“차경수. 혹시 여자라도 만났어? 함부로 좆 놀리고 다니면 죽여뿌릴 줄 알아!”
“너 잠시 들어가 줄래? 장인어른이랑 할 말이 있어.”
동식은 헛기침을 했고, 성화는 뾰로퉁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귀여운 데가 있기도 한데.. 계륵이로고,계륵!
경수는 주머니에서 백원 짜리 지폐 3장을 내놓았다.
“장인어른. 지금까지 제가 빌린 돈에 이자까지 더한 돈입니다.”
“아니.. 자네 이걸 어디서 구했어?” 동식이 물었다.
“도둑질이라도 한 줄 아십니까? 순사 부르실 테면 부르시고요.” 경수는 의기양양했다. 지금까지 동식은 한 번도 경수가 자신에게 이렇게 나오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빌빌하던 자네가 뭘 잘못 먹었나?”
“뭘 잘못 먹음 3백원이 나와요? 3백원이 애 이름인가요?” 경수는 동식이 잠시 멈칫하는 동안 밖으로 튀어 나온다.
“이거로 저와 당신의 빚은 끝입니다.”
“뭐가 어째?”
동식은 뛰어 나온다. 하지만 경수는 왠지 모르게 발에 힘이 솟았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없던 힘이… 돈이라는 게 이렇게 좋구나. 없는 힘도 생기게 하고.
마침 전차가 떠나려 했다. 손님들이 줄을 서 있었다. … 이 차를 못 타면 무슨 일이 생길 지 모른다. 경수가 말했다.
“제가 제일 처음 타게 해 주시면 여러분의 요금을 제가 모두 지불하겠습니다.”
전차요금이 10전이다. 50여명의 승객들 요금은 6원이다… 불과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그가 쓰기두려웠던 돈 6원.
“알겠어요.”
멀리 동식이 뛰어온다. 경수는 여유있게 제일 처음 전차에 올라서, 차장에게 6원을
건넨다. 그 당시의 차장은 남자였다. (여자 버스 차장은 60년대에야 나왔습니다)
“당신이 다 내는 겁니까?” “네.”
승객들은 우르르 몰려들었고, 동식도 뒤에 다가온다. 경수는 기사에게 말했다.
“저 사람을 떼놓고 출발하면 10원을 주겠소.”
기사는 미친 거 아니냐고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네.”
동식이 타려는 순간 차장은 출발신호를 냈고, 몇 명의 승객이 못 탄 채 전차는 출발한다. 못탄 사람들은 팔자소관이지.
동식은 소리친다. “야, 이 자식! 그 돈 어디서 났는지 말해!”
미쳤냐? 그걸 말하게. 내가 물려받은 돈으로 너 잘되게 해줄 일 있냐? 웃기지도 않아서 정말.
내게 쬐끔만 잘했어 봐. 내가 너희들에게 평생 은혜를 갚았을 거다. 있을 때 잘해야지, 지금 지들 주제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고 까불고 자빠졌네.
경수는 기관사에게 약속한 대로 십원을 주었다.
국양관에 가면 선하가 있다… 이제는 국향이라고 불리우는. 선하도 삼십줄에 접어들었겠지? 내 글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하지만 오늘은 선하를 만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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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어려운 세상입니다. 야설의 세계에서나마 호쾌함을 느껴 보기 위해, 이번 소설은 지금 연재중인 소설과는 달리 밝은 분위기로 쓸 것입니다.
다음 회 연재시기는 저도 모릅니다. 기분 내킬 때마다 연작으로 쓸 예정입니다.
이 작품은 연재에 대한 압박 없이, 단편으로 옴니버스식으로 연재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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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한남대학, 탁승찬 교수 사무실.
전임강사 (대개 대학에서는 전임강사부터 ‘교수’라고 불러는 줍니다) 탁승찬은 조교 차혜원과 함께 30년대 잡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미 겨울이라 두 사람은 두꺼운 옷들을 입고 있다.
“그런데 혜원이는 왜 나 같이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사람을 좋아하지?” 승찬이 물었다.
승찬은 못생긴 건 아니었고 말도 잘 했지만, 그다지 멋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어려운 집안에서 고학으로 올라왔고, 지금 같은 세상에 취직하기 어려운 국문과를 찾는 사람이 없어서 어찌어찌 전임강사까지 되었던 것이다. 학자금은 “성안재단’ 이란 데서 낸 장학금으로 충당했었다.
혜원이 말했따. “교수님은 … 괜찮은 분이니까요.”
“내가 어디가 괜찮은데?”
“적어도 … 이 사람은 배신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부모님이 알면 나 같은 사람을 받아들일까?” 승찬이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나는 부모도 없고 돈도 없고 집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내 부모는 어차피 자기들 살기에 바빠 나 같은 건 관심도 없어요.내가 흑인과 결혼해도 아무 말도 안 할 거예요. 각자 자기들의 생활이 있으니까요.” 혜원은 내뱉듯 대답한다.
그녀가 입고 있는 명품 스웨터가 형광등에 비쳐 반짝였다. 혜원의 집은 옛날부터 큰 부자였다고 한다.
“아버지도 새 아내가 있고 어머니도 새 남편이 있으니까…” 그녀는 냉소적이다.
승찬은 읽고 있던 책을 잠시 멈춘다.
“그런데 이 작가 , 차경수, 참 힘들게 산 거 같아. “
차경수는 1930년대에 활동하며 주로 좌익적인 작품을 쓰다, 1935년부터 갑자기 아무 설명도 없이 보이지 않은 , 지금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였다. 1935년 발표한 단편이 마지막 글이라 아마 이 때 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폐병에, 애인에게는 버림받고, 밀정에게 추궁을 당하던 사람이야.”
혜원은 차경수란 이름을 듣자 뜨끔했다.
“뭐 그 시절에 그런 사람이 하나둘인가요?”
“하긴 그렇지.” 승찬은 말을 아꼈다. 우리와 상관도 없는 사람에 대해 열받을 건 없으니까.
승찬에게 있어 차경수는 그저 연구대상일 뿐이다. 그저 매력이 있기는 하지만 거기서 끝이다.
혜원은 승찬이 차경수를 입에 담는 것이 싫었다. 주제를 바꾸어야 한다.
“승찬 씨. 그런 낡은 이야기는 하지 말아요.”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옛날 사람은 옛날 사람이고 지금은 지금이니까요.”
그녀는 승찬의 셔츠를 벗기기 시작한다. 승찬은 그녀가 하고 싶은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냥 맡겨 두기로 했다.
그녀는 승찬의 셔츠를 다 벗긴 후, 벨트를 끄르고 단추를 벗겼다. 그리고는 바지를 내린 후 승찬의 자지를 꺼내 핥기 시작한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승찬은 돈도 없고 경황도 없었다. 이 자리까지 올라오기 위해 온갖 일을 했고, 여자 사귈 시간 같은 게 없었다. 그러니 이렇게 적극적인 여자의 공세를 막을 방법이 없다.
전임강사인 승찬의 방은 난방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혜원은 승찬에게 말했다.
“뭐 해요? 여자 옷 벗겨 본 적 없어요?”
승찬이 대답했다. “없어.”
혜원은 놀라는 듯했다.
“나 같은 사람에게 어떤 여자가 옷을 벗기게 했겠어? 날 함정에 몰아넣으려고 어떤 여자가 그러라고 한 적은 있지만, 나는 그냥 돌아 나왔어.”
…
“그럼 지금 벗기면 되지요”
승찬은 그 말을 듣자 곧장 스웨터를 벗겼다. 그러자 비싼 블라우스가 나온다. 손에 닿는 감촉만으로도 이것이 얼마나 비싼지 알 만했다.
그는 단추를 천천히 끄른 후 그것을 벗기자, 브라가 나왔다. 브라에는 보석이 박혀 있다.
“나는 당신이 돈 못 벌어와도 좋아… 내가 당신 먹여 살리면 돼.” 혜원은 자기보다 열한 살이나 많은 승찬에게 반말로 말했다.
승찬은 혜원의 검은 실크 바지 단추를 벗긴 후 끌어 내렸다. 팬티에도 보석이 박혀 있다. 도대체 혜원의 집이 얼마나 부자인 건가? 승찬은 천천히 팬티를 내리고 그녀의 그 긴 다리 아래로 팬티를 뽑아 냈다.
혜원의 검은 음순이 보인다… 아무리 여자경험이 거의 없는 승찬이지만, 보지가 저렇다는 건 얼마나 많이 했는지를 알 수 있다.
혜원은 차가운 바닥에 그대로 누웠다. 그리고는 말했다.
“빨리 해 줘… “
“알았어.”
승찬은 바지를 내리고 남근을 꺼ㅤㄴㅒㅆ다. 그리고 말한다.
“콘돔이 없는데… “
“괜찮아 … 안에다 해 줘. 밖에다 하면 그날로 너와 영원히 끝인 줄 알아.”
승찬은 아마도 혜원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혼전임신을 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승찬으로서는 나쁠 게 없다.
혜원은 블라우스를 깔고 땅에 누웠다. 승찬은 아직 그녀의 등을 보지 못했다.
승찬은 그녀의 음순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솔직히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승찬은 스킬면에서는 확실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나았다.
혜원은 오늘은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 사람이라면 그래도 딴 사람보단 낫겠지.
승찬은 그녀를 들어 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혜원이 말했다. “승찬 씨… 난 이 자세가 좋아.”
“알았어.”
바닥이 딱딱해서 무릎이 배기지만, 승찬은 곧바로 자신의 것을 혜원의 시커먼 구멍에 집어 넣는다. 음순의 색으로 볼 때 경험이 꽤 있는 듯했다.
그녀는 승찬의 목을 끌어안는다. 그리고는 두 손을 천천히 목에서부터 허리로 해서 엉덩이 위에 올렸다. 비록 약한 힘이지만, 최대한 그의 엉덩이를 잡을 것이다.
탁승찬은 혜원의 엉덩이를 쥐고 마음껏 박아댔다. 잘 제모한 그녀의 음부는 승찬의 음모가 닿아 까칠했다.
혜원의 질은 그에게 그다지 반응하지 않는 듯했다. 머리로는 받아들이는데 몸으로는 거부하는 그런 게 있었다. 하지만 이런 ‘떡’ 이 언제 또 다시 올까.
그는 이성이 감성에게 지배되고 있는 중이었다.
승찬은 그녀의 등을 안으려고 했지만 그녀는 땅에 딱 붙어서 등을 허락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생길 변수를 차단해야 하는 것이다.
승찬은 마침내 더 견딜 수 없었다. 그는 소리쳤다. “자, 간다!”
“안에다 해 줘, 꼭!” “알았어.”
승찬은 그녀의 부드러운 몸에서 약간 떨어져 나와, 자지를 꼭 박았다. 그의 성기에서는 정액이 토해져 나온다.
혜원의 손은 그의 등에 닿았다. 그녀는 미소를 짓는다.
“고마와…”
승찬은 분출을 끝낸 후 성기를 빼냈다. 혜원의 구멍에서는 방금 승찬이 싼 정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승찬은 종이로 그녀의 성기를 닦아 주었다.
혜원의 머리에서는 그녀의 증조할아버지이자, 첫 남자였던 차경수의 영상이 지나가고 있다… 승찬은 영원히 몰라야 할 차경수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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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소화 10년) 9월, 경성역(서울역) 다방.
백수 작가 차경수는 일본인 변호사 홋타 도라지로와 이야기중이었다.
홋타가 말한다.
“그래서, 효고현 아시야의 나가사와 렌코 씨의 재산 120만원이, 모두 유일한 상속자인 차경수 씨 당신에게 상속되는 겁니다.”
“..?” “나가사와 여사는 막대한 재산을 남기셨고, 그 유일 상속인이 당신입니다. “
“120만원이라면…” 경수의 얼굴에는 병색이 완연했다. 낡은 양복은 빛이 바래 있었고, 구두는 낡았다.
“이렇게 말씀드리지요. 120만원이면 도쿄의 세이죠에 집을 30채 살 수 있는 돈입니다.”
세이죠는 도쿄 세타가야에 있는 신흥주택지이다.
[저자 주: 세이죠의 저택 가격도 저마다 다르지만, 한국 돈으로 20억이라 치고, 120만원이면 지금 한화로 600억 정도 된다고 보겠습니다. 즉 당시의 1원은 지금의 5만원 조금 더 되는 금액입니다. 편의를 위해, 1원 = 지금의 5만원 정도로 보면 될 듯합니다]
경성에서 제일 좋은 집이 재력으로 유명한 금광왕 최창학의 죽첨장(후에 경교장으로 김구선생이 죽은 곳.현재의 강북삼성병원 자리) 인데 그 집을 짓는 데에 10만원이 넘게 들었다고 했다.
(경교장의 건평은 1584평이고 집 크기는 260평이라 하더군요. 지금 그런 돈이면 땅값만 거의 2000억 정도입니다)
죽첨장을 열 두 채 지을 수 있는 돈이다.
경수의 얼굴에는 갑자기 화색이 돈다.
“다른 상속자는 정말 없는 겁니까?”
“예. 이 문제를 빨리 끝내야 저도 돈을 받습니다. 재산 처리비용만 만원입니다.”
만원! 보통 사람들은 뼈 빠지게 일해도 만원은 커녕 천원도 모으기 어렵다. 재산 처리비용만 만원이라니!
“제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지금 당장 오사카로 갈 수 있으시겠습니까? 여비 천원은 제가 빌려 드릴 수 있습니다.”
천원이라 .. 어젯밤만 해도 그는 월세 십오 원이 없어서 고심하던 처지였다. 오백원이라니! 교사 한 달의 봉급이 오십원 조금 넘는다.
“선생. 선생은 여기저기 빚진 거 없습니까? 일단 그것부터 해결하시죠.”
경수는 잠시 생각하다 결단을 내렸다.
“그건 나중에 경성에 돌아와서 해도 상관없습니다. 일단 오사카로 갑시다. 지금 당장 기차를 타면 오늘 밤에는 부산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내일은 그의 결혼식 날이다. 빚 이백 원 때문에, 그는 고아원 원장의 곰보딱지 딸 안성화와 내일 식을 올리게 되어 있던 것이다.
보통학교(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나오고 고아원에서 잔뼈가 굵었던 무식한 성화는 심심하면 경수를 때리곤 했다. 돈 한푼 없이, 하카타에서 고생고생하며 큐슈제국대학을 나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는 고아원 주인 안동식의 무식한 씨를 진보시키기 위해 그 집 사위로 들어갈 판국이었다.
하루만 늦었어도 그의 인생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여기까지 왔는데 대접은 받아야지요. 조선 기생 맛을 한번 보고 싶네요.”
이 사람이 왜 이러나. 잘 와 가지고… 뭐, 까짓거, 기분이다.
“알았습니다. 그러면 일단 저는 빚을 해결하고 오겠습니다. 저녁에 국양관에서 만나지요.”
국양관은 경성 사람이면 다 아는 유명한 요릿집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그 동안 경성 구경이나 좀 하겠습니다”
조선은행권 백원짜리 지폐 10장을 받아 나서는 경수의 기분은 째졌다. 당장 안동식에게 돈을 갚아버리고, 결혼을 청산해야 겠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소소하게 진 빚도 아예 이번에 갚아버리자.
이게 사기는 아닐까? 아니야. 사기치려고 저 사람이 왜 오사카에서 한푼 없는 나를 찾아?
조연주 고모님…. 당신이 나를 귀여워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120만원이나 되는 큰 돈을 나를 위해 남기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도대체 제가 뭐라고 이런 돈을 남기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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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정(을지로) 골목, 이시하라 산과 의원.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이시하라 의원은 경성에 사는 일본인이나 조선인 갑부 여자들의 ‘은밀한 고민’ 을 해결해 주는 곳이다.
그리고, 내지(일본)에서 원치 않은 일을 당한 여자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곳이기도 하였다. 물론 간판도 없고 신문에 광고도 안하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다.
양복 입고 금구두를 신은 신사는 안절부절 서성대고 있다. 이시하라가 나온다. 그의 표정은 어둡다.
“최상. “
최문환은 이시하라의 얼굴에서 무슨 말이 나올 지 이미 예상했다…
“오죠사마는 이미 염증이 너무 진행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요?”
“아마도 자궁을 절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문환은 지팡이를 놓치고 땅에 주저 앉는다. 주변의 간호부가 그를 부축한다.
“어떻게 방법은 없겠소? 동경에 데려가면…”
“어차피 이미 따님의 자궁은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절제하지 않아도 임신할 수 없습니다.”
“이시하라상. 내 집안 사정을 잘 알지 않소.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미츠이 가문의 돈을 다 가져온다고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습니까?”
미츠이 가는 일본에서 제일가는 재벌가이다. 총자산이 최소 10억원(현재 가치 50조원)이다. 그 집안의 돈으로도 안 된다니..
“자궁출혈이 계속 일어나, 그냥 두면 암으로 발전합니다.”
“….”
문환은 땅에 주저 앉았다.
수희는 차경수라는 가난한 서생(학생)을 데려와 사귄다고 하질 안나, 그래서 부랴부랴 동경에 유학을 보냈더니, 김장석이란 놈과 붙어먹질 않나, 겨우겨우 유학 취소하고 경성에 데려와서,
장안의 명문가인 자작 민영관의 장남 민통식과 결혼을 시켰는데…
“이렇게 된 원인이 누구인지요?”
이시하라는 헛기침을 한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웃기는 일은 웃기는 일 아닌가?
“글쎄요. 최상. 댁의 따님의 평소 행실로 볼 때는 그다지 믿음이 안 가지만, 따님의 부군이 원인일 가능성이 제일 높겠지요?”
“그게 무슨…’”
“최상의 사위분인 민 자작의 장남 민통식상이 화류병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사단이 난 거 같네요.”
이시하라는 헛기침을 한다. 경성 갑부 최문환의 외동딸이 불임이 되든 어쩌든 그는 돈만 제대로 받음 된다.
“너! 우리 집안을 더 이상 모독하지 마. 지금 당장 수희를 데리고 동경으로 갈 테니까.”
“동경에 가든지, 뉴욕에 가든지, 맘대로 해 보시죠. 댁의 따님을 고쳐 줄 의술은 이 지구상에 없으니까.”
문환은 안에 들어가서, 누워 있는 수희를 데리고 나왔다. 수희가 말했다. “아버님..” “오냐. 내가 무슨 수를 써더라도 너를 고쳐 놓고 말겠다.”
그들은 운전수가 차를 몰고 오길 기다렸다.
바로 그 때, 그의 앞에 한 사나이가 지나간다. 낯이 익은 것도 같은데? 최고급 라사(양복)에, 지팡이를 짚고 모자까지 멋있게 쓴 저 남자는 … 차경수 아닌가?
문환이 물었다. “이봐, 차경수!”
경수는 이 동네에서 인쇄소를 하는 일본인 친구에게 빚을 갚으러 온 길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최문환을 보네? 그에게 개만도 못한 거렁뱅이라고 욕지거리를 퍼붓고, 수희가 보는 앞에서 똥물까지 끼얹은 저 최문환을?
“안녕하십니까, 최문환 사장님?”
“자네, 어디서 돈이 나서 이렇게 화려한가?
경수는 코웃음이 났다. 꼴랑 오십만원 가진 주제에 백이십만원 가진 나에게 반말을 해? 웃기지도 않구만. 부자 귀족인 문 백작이나 금광왕 최창학, 신문사 사장 방씨나 김씨라면 모를까, 겨우 무역상 하면서 오십만원 한푼이라도 잃을까봐 노심초사하는 네놈이 내게 반말이야?
하지만 지금은 저런 사람과 시간을 낭비할 겨를이 없다.
“세상 살이란 게 돌고 도는 거더군요.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어요.”
그는 저쪽을 잠시 보았다. 비싼 양장을 한 수희의 얼굴에는 병색이 있었다 … (그는 이시하라 의원의 비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폐병이라도 걸린 건가?
수희는 그를 보고도 전혀 표정이 없다. 경수가 말한다. “최 사장님. 내일 오사카를 좀 가봐야 해서, 돌아오면 국양관에서 한턱 크게 쓰겠습니다. 그럼 바빠서 이만.”
경수는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걷는다. 최문환 부녀가 놀란 듯 그를 바라보지만, 경수는 더 이상 관심이 없었다. 이미 그들은 그의 인생의 닫혀진 장(章) 속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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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의 하숙집인 고아원.
경성 시내에, 안동식이 고아 몇명을 데려다 키우는 곳이었고, 거기 남아도는 방 하나에 경수가 살고 있었다. 집값 한달 15원에, 밥값 대신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는 게 그의 일이었다.
이 비가 새고 벌레가 나오는 집에서 그는 거의 5년을 죽은 듯이 있었고, 안동식과 안성화의 놀림을 받으며 살았다. 이제 끝이야!
그가 들어오자 안동식이 서 있었다.
“차서방. 내일이 혼례날이네. 어딜 싸돌아 다니는 건가?”
“일이 좀 있어서요.”
그는 돈을 내놓으려 했다. 그 때 안에서 안성화가 나온다.
키는 작달막하고 얼굴에는 곰보자국이 있는 성화는 가끔씩 따뜻한 면을 보이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 이름처럼 그에게 성화를 부리곤 했다.
“차경수. 혹시 여자라도 만났어? 함부로 좆 놀리고 다니면 죽여뿌릴 줄 알아!”
“너 잠시 들어가 줄래? 장인어른이랑 할 말이 있어.”
동식은 헛기침을 했고, 성화는 뾰로퉁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귀여운 데가 있기도 한데.. 계륵이로고,계륵!
경수는 주머니에서 백원 짜리 지폐 3장을 내놓았다.
“장인어른. 지금까지 제가 빌린 돈에 이자까지 더한 돈입니다.”
“아니.. 자네 이걸 어디서 구했어?” 동식이 물었다.
“도둑질이라도 한 줄 아십니까? 순사 부르실 테면 부르시고요.” 경수는 의기양양했다. 지금까지 동식은 한 번도 경수가 자신에게 이렇게 나오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빌빌하던 자네가 뭘 잘못 먹었나?”
“뭘 잘못 먹음 3백원이 나와요? 3백원이 애 이름인가요?” 경수는 동식이 잠시 멈칫하는 동안 밖으로 튀어 나온다.
“이거로 저와 당신의 빚은 끝입니다.”
“뭐가 어째?”
동식은 뛰어 나온다. 하지만 경수는 왠지 모르게 발에 힘이 솟았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없던 힘이… 돈이라는 게 이렇게 좋구나. 없는 힘도 생기게 하고.
마침 전차가 떠나려 했다. 손님들이 줄을 서 있었다. … 이 차를 못 타면 무슨 일이 생길 지 모른다. 경수가 말했다.
“제가 제일 처음 타게 해 주시면 여러분의 요금을 제가 모두 지불하겠습니다.”
전차요금이 10전이다. 50여명의 승객들 요금은 6원이다… 불과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그가 쓰기두려웠던 돈 6원.
“알겠어요.”
멀리 동식이 뛰어온다. 경수는 여유있게 제일 처음 전차에 올라서, 차장에게 6원을
건넨다. 그 당시의 차장은 남자였다. (여자 버스 차장은 60년대에야 나왔습니다)
“당신이 다 내는 겁니까?” “네.”
승객들은 우르르 몰려들었고, 동식도 뒤에 다가온다. 경수는 기사에게 말했다.
“저 사람을 떼놓고 출발하면 10원을 주겠소.”
기사는 미친 거 아니냐고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네.”
동식이 타려는 순간 차장은 출발신호를 냈고, 몇 명의 승객이 못 탄 채 전차는 출발한다. 못탄 사람들은 팔자소관이지.
동식은 소리친다. “야, 이 자식! 그 돈 어디서 났는지 말해!”
미쳤냐? 그걸 말하게. 내가 물려받은 돈으로 너 잘되게 해줄 일 있냐? 웃기지도 않아서 정말.
내게 쬐끔만 잘했어 봐. 내가 너희들에게 평생 은혜를 갚았을 거다. 있을 때 잘해야지, 지금 지들 주제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고 까불고 자빠졌네.
경수는 기관사에게 약속한 대로 십원을 주었다.
국양관에 가면 선하가 있다… 이제는 국향이라고 불리우는. 선하도 삼십줄에 접어들었겠지? 내 글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하지만 오늘은 선하를 만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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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어려운 세상입니다. 야설의 세계에서나마 호쾌함을 느껴 보기 위해, 이번 소설은 지금 연재중인 소설과는 달리 밝은 분위기로 쓸 것입니다.
다음 회 연재시기는 저도 모릅니다. 기분 내킬 때마다 연작으로 쓸 예정입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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