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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왕이 되자 - 22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2 01:10 1,017회 0건
22. 성태는 언제나 움직인다

“참가자들을 모두 찾아내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어?”
“이미 모두 알고있습니다.”

성태의 질문에 찬영이 대답했다. 우수하군. 성태가 웃으며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할까요?”

찬영이 물었다. 성태는 소파에 드러누운 그대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성태의 몸 위에는 릴리스가 교태롭게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풀어해친 금발이 격렬한 그녀의 움직임과 함께 흩날렸다. 이따금 땀방울이 성태의 얼굴에 튀기도 했다. 그 모든 감각을 즐기며, 성태는 릴리스가 전해오는 힘을 받아들였다. 다른 남자들과 숱하게 섹스를 벌이며 모아온 힘이었다.

“일단은 카타나 여자를 만나보고 시기를 정하지. 다른 참가자들의 동선은 언제나 파악하고 있도록해. 이제 이틀만 있으면 유나를 다시 만나겠군.”

릴리스가 교성을 질렀다. 골반이 빙글 돌며 성태의 자지를 자극했고 정액이 릴리스의 질 속을 파고들었다. 릴리스는 성태의 자지를 빼내고 몸을 일으킨 뒤 머리칼을 정갈하게 정리했다. 깔끔하게 쓸어내린 뒤 뒤로 머리를 묶고는 성태의 위에 엎드려 누웠다. 릴리스의 눈빛은 사랑하는 연인을 향하는 그것 그 자체였다. 성태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리빙빙과 사쿠라는?”
“주인님의 학교에서 명하신 것을 만들고 있습니다. 거의 완성되었다고 하더군요.”

성태가 얼마 전 자신의 쪽에 합류한 두 상급악마를 언급하자 찬영이 대답했다. 두 상급악마가 가신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던 마지막 악마들이었다. 발명에 건설에 권능을 가지고 있는 악마들이었고, 성태는 학교에 여러가지 유용한 시설물들을 만들게 지시한 상태였다. 성태가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카타나 여자를 자신의 수하로 만들고 모든 참가자들에게 왕 앞에 모일 것을 명한다. 상황은 순조로웠다. 성태가 키득거렸다.

“무슨 못된 계획을 꾸미고 있으시죠?”

릴리스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성태의 입술에 몇번 가벼운 키스를 했다.

“다 알면 재미없지 않나?”

성태의 말에 릴리스는 그가 말해주지 않을 것을 깨닫고 귓가에 숨을 불어넣었다. 골반과 골반이 밀착된 그 상태로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주인의 자지가 다시 세워지는게 느껴졌다.

“둘 다 왕을… 그러니까 그 영감 이현욱을 만나면 호칭에 신경쓰도록 해.”
“주인님이 원하신다면… 후훗.”
“명대로 하겠습니다, 주군.”

성태의 눈빛은 절대로 굴복한 자의 것이 아니었다.

***

성태는 학교 구교사에 들렸다. 치파오를 입은 리빙빙과 유카타를 입은 사쿠라가 맞이했다. 발명과 건설에 건설에 권능이 있고, 평소에도 콤비로 활동을 하는 상급악마였다. 성태는 다른 악마들이 자신의 편에 가담하는 것과 중립을 고수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선언했지만, 두 악마는 아슬아슬하게 컷트라인에 들어 성태의 진영에 합류한 쪽이었다.

“들어가 보시겠어요?”

사쿠라가 물었다. 성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교실로 들어갔다. 구교사 2층의 교실 두개를 벽을 허물어 하나로 만든 공간이었다. 안 쪽은 다른 노예들이 깨끗하게 청소했기 때문에 사람 없는 구교사라고는 해도 깨끗했다. 안쪽에는 병원 용 침대처럼 보이지만 두 악마가 만든 무언가가 잔뜩 연결되어 있었다. 기계와 생명체의 중간 쯤 되어보이는 모습이었다.

“이러니까 진짜 악마나 마계 같은 말들이 실감이 나는군.”

성태가 짧게 감상을 말했다. 사쿠라가 눈웃음을 지었다.

“여기 흐르는 느낌을 알 수 있으신가요?”
“약간 습하다는 느낌은 알겠고… 마음에 간섭을 하는군. 자제심을 무너뜨리는 종류라고 해야하나?”
“주인님의 몸은 분명 인간의 것인데, 그런 것을 느끼시네요.”

사쿠라의 눈이 흥미를 발했다. 그녀는 성태의 몸에 관심이 많았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과 그것을 자신이 활용해 풀어놓는 것이 사쿠라에게 있어서는 최대의 쾌락이었다. 성태의 몸은 사쿠라에게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관심이 없을리가 없다.

“그거 알고있나요? 레벨 100을 돌파한 참가자들은 몸이 모두 악마화 되었어요. 더이상 인간이 아니죠. 주인님은… 가장 레벨이 높은 참가자지만 그런게 없어요.”
“빠트린게 있군. 100레벨을 돌파한 참가자는 모두 악마왕의 딸이야. 난 악마왕의 아들이 아니고.”

성태가 침태에 걸터앉으며 메트릭스를 점검했다. 사쿠라와 리빙빙이 그의 옆에 앉으며 몸을 밀착시켰다.

“원리가 어떻게 되는거야?”
“주인님도 탐구심이 강하시군요.”

사쿠라가 흐뭇해하며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지식을 떠벌리는 걸 즐겼다. 더욱이 상대가 자신의 말을 잘 알아듣는다면 더 환영이었다.

“이 공간의 공기는 마계의 공기와 흡사하죠. 마계의 모든 환경은 출산에 유리하게 되어있어요. 토양까지 재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까지는 무리더군요. 저기 저 파이프 처럼 생긴게 보이시나요?”
“응.”

파이프 처럼이라고 했지만 생명체와 기계의 중간 쯤 되어보이는 장치인 것은 여전했다. 길게 배관 호수처럼 벽면에서 아랫층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길가다 흔히 보이는 비계 파이프와 모양이 비슷했다. 다만 피부가 없는 살점 같은 질감에 꿈틀거린다는 점이 달랐지만. 그런 것이 교실 곳곳의 벽에 설치되어 아랫층으로 향하고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공기를 들이마셔서 마계의 공기와 비슷하게 바꾼 뒤 뿜어주는 장치에요.
아랫층에 교실을 꽉 채운 공기 변환기가 있죠. 거기서 촉매와 섞여 지구의 공기를 마계와 비슷하게 섞어주는 거에요.”

성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쿠라는 그가 흥미를 보이면서도 이해하는 기색을 보이자 더 신나서 말하기 시작했다. 마계의 화학 반응과 신체에 미치는 영향… 리빙빙은 귀를 후비며 짜증스런 표정을 지었다. 한참을 참아도 이야기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않자 성태의 한쪽팔에 가슴을 바짝 붙이며 귓가에 속삭였다.

“알아봤자 다 쓸데없는 거라구요. 저한테 명하신다면 아예 마계로 가는 문을 건설해드릴 수 있는데. 저런 소심한 계집과 있어봤자 아랫층으로 이어지는 구멍이나 뚫으라느니 바닥을 보강하라느니… 한심한 거나 요구하고 있고. 어쨌건 큰게 좋은거죠, 응?”

리빙빙은 말을 하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한손이 성태의 가랑이사이를 부드럽게 오갔다.

“문을 지을 자재가 부족하다 하지 않았었나?”

성태의 말에 리빙빙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사쿠라는 깔깔 웃으며 통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지?”
“악마라면 일주일, 인간이라면 보름일거에요. 아직 임상 실험은 없었지만.”
“오늘 중으로 임신한 노예를 몇명 보내주지.”
“그 봄이라는 아이도 주인님의 씨앗을 품고있지 않나요? 그 아이, 이미 인간을 초월했던데요. 악마화된건 아니지만. 보통 인간보다는 빠를 거에요.”
“봄이는 결과를 확인하고 나서. 내가 아끼는 아인데 테스트도 없이 먼저 넣을 순 없어.”

사쿠라는 조금 아쉬움을 느꼈지만 별다른 말은 없었다. 성태가 자리에서 일어난 뒤 교실이었던 공간을 전체적으로 훑어보았다. 기대가 차있는 시선이었다. 성태는 이제 이곳 ‘분만실’을 나와 다른 교실로 이동했다. 사쿠라와 리빙빙이 앞장서며 안내를 했다.

“분만실과는 좀 떨어져있군.”
“공간을 더 확장할 생각이라서요. 공기 변환기의 용량을 증설하던지… 아니면 하나 더 만들던지 하면 그 주위는 전부 분만실로 쓸 생각이거든요.”
“흠.”

성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셋의 걸음은 어느새 멈춰있었다. 리빙빙이 교실문을 열자 딱히 변한 점이 없는 구교사 교실 모습이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특별한 시설을 지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열명의 다양한 나이대의 남여가 섞여있었다.

“테스트 해봤어?”
“다들 괜찮더군요. 그야 주인님께서 심혈을 기울여 만드신 작품이니까요.”

사람들은 성태의 모습을 보자 가볍게 인사를 했지만 딱히 하던 일을 멈추거나 하지는 않았다. 게임을 하거나 책을 보거나 졸거나. 그 모습에 성태가 웃었다.

“이번에는 고생 좀 했지. 능력을 얻고는 처음으로 이만큼 애써본 거 같아.”

성태가 욕망이 바닥날 때까지 개조한 인간들이었다. 와일드하게 한 인간의 가치관과 상식을 모두 때려 부순 뒤 자신이 정의한 것으로 새기는 작업을 했다.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였지만 말들어진 건 열명 뿐이었다.

리빙빙이 사쿠라를 돕는 것은 어디까지나 틈틈히 한 것이고, 주된 업무는 이들을 테스트할 기관을 만들거나 부서진 기관을 수리하는 것 이었다. 만족스러운 성과를 보였고, 테스트 했던 기관은 성태가 고개를 끄덕였을 때 책걸이라도 하듯, 개조 인간들이 모두 때려 부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혹시 찬영과도 싸우게 해봤어?”

박찬영은 마계에 있을 때, 악마왕이 죽고 난 뒤부터 사실상 최강자의 자리에 있었다. 리빙빙이 고개를 저었다.

“찬영님은 자신과 상대도 안될거라고 하던데요. 그래서 그냥 안 해봤어요.”
“그건 조금 아쉽군.”
“찬영님께 주인님의 명령이라고 전할까요?”
“아니, 그렇게까지 꼭 비교해보고싶었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 했을거야. 뭐, 어차피 이것들은 소모품이니까.”
“소모품이요? 이렇게 성능이 괜찮은데…”

리빙빙이 개조 인간들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주인이 만들어낸 작품들은 상급 악마인 자신과 일대일로 싸울 수 있을 정도였다. 릴리스나 찬영같은 군주급이나 특급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이건 어마어마한 전력이었다. 게다가 주인인 성태가 직접 긴 시간동안 작업을 해야 만들 수 있는 것들이기에 양산도 불가능했다. 이런 자원들을 그냥 소모품으로 사용하겠다는 성태의 말에 리빙빙은 아연한 기분이 들었다. 통이 크다고 해야할지.

“원래는 너무 재미없어질 것 같아서 다 폐기할 생각이었지만… 만들다보니 재미난 사용법이 생각나서.”
“어떤 사용법인데요?”

사쿠라가 흥미를 보였다. 성태가 씨익 웃었다.

“왕을 위한 소모품.”
“왕이라구요?”

사쿠라가 깔깔거렸다.

***

학교를 쭉 둘러본 성태는 이제 거리로 나왔다. 학교는 잘 돌아가고 있었다. 노예들은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있고, 특히 봄과 예린은 만족스러웠다. 둘 다 자신이 원했던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부터 늘 그래온 것처럼 자유롭게 놀 생각이었다. 철수가 운전한 차를 타고 적당한 곳에서 내렸다.

“돌아갈 때 부를게.”

성태는 익숙한 길을 따라 주택가의 한 도장으로 들어갔다. 고풍스러운 나무문을 지나자 잘 손질된 정원과 한옥 건물이 나타났다. 건물로 들어서자, 그 건물 안은 화장실이나 샤워장, 탈의실을 제외하고는 통채로 한칸의 도장으로 되어있었다.

안에는 땀을 닦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안호진, 40대의 무술가이자 이 도장의 주인이었다. 호진은 성태를 보더니 약간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자주 오는 것 아니냐? 학교는?”
“방학이라서요.”

성태는 싱글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호진의 마음이 안절부절을 못하게 되었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불길이 차올랐다. 저 계집같은 면상이 문제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내 딸은 못 준다!”
“아빠!”

고등학교 1학년의 소녀, 안소현이 고함을 빽 질렀다. 부끄러운 마음과 아빠에 대한 분노로 소녀의 얼굴을 붉어져있었다. 그러면서 흘끗흘끗 성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호진의 불길은 더 거세어졌다.

“절대 못줘!”

소현은 자신의 땀을 닦던 수건을 팔불출 아빠를 향해 힘껏 집어던졌다. 그사이 성태는 성큼성큼 걸어가 호진의 옆에서 말했다.

“제가 더 강해지면 주실겁니까?”

호진의 수도가 성태의 어깨를 강타했다. 성태는 그 한방에 몇발 밀려나며 맞은 곳을 쓰다듬었다. 수건을 치우자 드러난 호진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흡사 오늘 사생결단을 치룰 생각인 것으로 보였다. 성태가 삐질거리며 후다닥 소현에게 다가갔다.

“농담입니다, 농담.”

호진의 불길이 조금 사그라들었고, 소현의 얼굴에 진한 아쉬움이 들었다. 소현이 성태를 바라보자 성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빙긋 웃었다. 소현은 그 미소에 괜히 심장이 쿵쾅거렸다.

“진짜 농담이였어요, 누나. 나 때문에 화났어요?”
“...아니.”

소현은 시무룩한 얼굴을 성태에게서 돌리며 바닥을 바라보았다. 호진은 성태를 보며 저 눈치없는 놈하며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어… 진짜 나 때문에 분위기 이상해졌네?”

성태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후다닥 탈의실로 도망쳤다. 호진은 그 모습도 마음에 들지않았다. 어떻게든 사태를 해결 할 생각을 해야지, 꼬리 마는 꼴이라니! 매서운 눈길이 성태의 뒤를 쫓았다.

딸인 소현이 성태를 좋아한다는 것은 진작에 눈치챘다. 아마도 저 허여멀건한 얼굴에 반한 것이리라. 그리고 착실하고 다정한 성품 때문이라던가. 머리 쓰는 게 조금 괜찮은 점이라던가. 집안도 괜찮다던가. 운동 신경이 괜찮다던가. 아무튼 그런 점 빼고는 아무 장점도 없는 놈이었다. 머리 속에 열거한 장점들을 떠올리다 호진은 이정도면 인정해줘야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다가 머리를 흔들었다. 귀한 딸. 아무한테도 못 준다!

그 사이 소현은 자신의 양 볼을 손바닥으로 짝짝 쳤다. 정신을 차리기 위한 행동이었다. 입을 벌려 얼굴 근육을 풀고 평소의 자신이 짓는 표정을 떠올리려 애썼다. 다행히 그리 힘들이지 않고도 마음과 표정을 안정 시킬 수 있었다.

얼마전 공간의 왜곡이 만들어낸 마수의 습격에 죽을 뻔했던 성태였다. 마법소녀인 소현이 발견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그랬으리라. 다행히 가까운 곳에서 왜곡이 일어난 것을 느낀 소현이 변신해 달려갔고 성태를 구할 수 있었다. 평소라면 마법의 힘으로 성태의 기억은 모두 사라졌어야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성태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그 후부터 자신을 돕겠다며 쫓아다니는 성태를 몇번이고 말렸지만 요지부동이었다. 평범한 인간인 성태가 마수와 싸울 수는 없었지만 그의 지혜로 몇번인가 위험한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아름답고 착한 성태에게 소현이 반하게 된 것은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소현을 돕던 성태는 그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그녀가 몸을 잘 쓰는 것이 마법의 힘 때문이 아니라 오랜 시간 단련해 온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성태는 그 사실을 알게 된 다음 날 부터 과감하게 행동했다. 소현은 성태가 바로 도장으로 쳐들어와 호진에게 무릎 꿇고 수련시켜달라고 했던 때를 떠올렸다. 꽤 남자다웠던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두근거렸던 기억이 났다. 그날 이후 성태는 시간이 날 때마다 성실하게 수련에 임했다.

소현도 호진도 성태가 도복을 갈아입고 등장하자 상념에서 깨어났다. 세 사람은 훈련에 임했다. 소현과 성태가 대련을 하고 호진이 코치해주는 방향이었다. 처음에는 물론 성태의 실력은 엉망이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모양새가 났다. 호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성태는 확실히 몸을 사용하는 데 재능이 있었다.

“차앗.”

소현의 발이 날카롭게 성태의 머리를 노렸지만 그가 숙이며 피해냈다. 발이 아슬아슬하게 성태의 머리를 스쳤지만, 움직임을 최소화하라는 호진의 가르침을 따른 것이지 간신히 피해낸 것은 아니었다. 소현은 발의 움직임을 탄력 삼아 몸의 회전을 가속시켰다. 성태는 소현의 몸이 뒤를 향한 동안 빠르게 파고 들며 주먹을 뻗으려 했다. 그런데 소현의 회전이 너무 빨랐다. 성태가 주먹을 막 내지르려는데 회전을 이용한 소현의 주먹이 재빠르게 성태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성태의 몸이 붕 떠오르며 바닥을 굴렀다.

“멍청한 놈. 찌르러 와달라는 틈인게 분명했는데.”

성태는 허리를 쓰다듬으며 호진의 질책을 들었다. 끙끙 거리는 성태의 얼굴에서 언뜻 언뜻 분한 표정이 엿보였다. 소현은 성태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성태는 애써 분한 표정을 감추려는 듯 미소지으며 손을 잡고 일어났다. 땀 투성이인 성태와는 다르게 소현은 그렇게 엉망이 아니었다. 호흡도 가지런했다.

“조금은 따라잡은 줄 알았는데.”
“내가 몇년이나 연습했다고 생각해?”

소현이 미소지으며 말하자 성태가 쩝하고 입을 다셨다. 괜히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 같자 호진이 얼른 성태에게로 가 뒤통수를 후려쳤다. 퍽, 울리는 소리로 보건데 자비없는 휘두름이었다.

“샤워나 하자.”
“옙.”

성태는 그 타격이 익숙한 듯 머리를 어루만지며 성큼성큼 걸어가는 호진의 뒤를 따랐다. 소현의 눈이 자연스럽게 성태의 뒤를 쫓다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너무 쌔게 때렸나. 자책감이 들면서도 열심히 하는 성태를 너무 가볍게 대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 생각하며 머리를 흔들었다.

세 사람은 도장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집이라고는 해도 도장 바로 옆에 있었기에 몇걸음 되지 않았다.

“어서 와요. 오늘도 고생들 했네.”

호진의 부인이자 소현의 엄마인 김미애가 반갑게 일행을 맞았다. 이때쯤 올거라 예상을 했는지 막 식탁을 차리는 중이었다. 금방 끓인 찌개와 반찬들이 제법 맛깔나게 깔려있었다. 성태가 도울 생각으로 다가가자 미애가 웃으며 수저통을 건냈다. 성태는 얼른 식탁에 수저를 깔았다.

“와, 오늘도 맛있겠네요, 사모님.”
“성태가 맛있게 먹어주니까 나도 더 힘쓰게 되는 것 같아.”

미애가 흐뭇하게 말했다. 성태는 밥을 먹을 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미 그녀의 밥이 익숙한 호진과 소현에게서는 얻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칭찬도 단순히 맛있다가 아니라, 뭐가 어떻게 맛있는지 구체적으로 늘어놓는 편이라 진심이 느껴졌다. 게다가 이따금 어떤 식으로 조리했는지, 재료를 뭘 쓰는지를 맞추기도 했다. 이야기를 해보니 요리에 대한 흥미도 많고 잘하는 듯 해서 몇번은 같이 식사를 준비한 적도 있었다.

“정말… 뇌까지 근육인 두 부녀와는 너무 달라. 우리 성태가 내 자식이었어야 했어.”
“하하하.”

미애의 투덜거림에 성태가 웃었다. 호진의 눈에서 다시 불길이 타올랐다.

“이제 내 마누라까지 홀리려 들어!”
“까지… 라니요… 누가 들으면 제가 여자 꼬시러 다니는 사람인 줄 알겠어요.”
“그런게 있다, 이 멍청한 놈!”

호진이 괜한 말을 한게 아닌가 싶어 소현의 눈치를 살살 살폈다. 과연 소현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것을 느낀 호진은 얼른 시선을 돌렸다. 사춘기의 여자는 딸이라도 어렵고 무서운 호진이었다.

“놔둬, 저 이가 질투나서 그래. 그러게 평소에 좀 잘하지… 아줌마가 뽀뽀라도 해줄까? 우리 성태.”

미애가 호진에게 보란 듯이 성태의 목을 뒤에서 껴안으며 말했다.

“엄마!”
“여보!”

호진과 소현의 고함이 동시에 울리자 미애가 깔깔 웃으며 만족했다. 기본적으로 미애는 장난기가 많고 유쾌한 편이었다. 진짜로 하지는 않겠지만 괜히 성태의 볼 근처에서 쪽쪽 거리는 소리를 내며 입술을 들이미는 시늉을 했다. 성태가 식은땀을 흘렸다.

“저 진짜로 죽을지도 몰라요.”


성태의 말에 또 한번 깔깔거린 미애가 그를 놓아주었다. 차려진 식탁에 가족들과 성태가 다같이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성태가 젓가락을 깻잎에 가져가자 호진의 젓가락이 빠르게 깻잎 위에 올라갔다. 집어가는 게 아니고 막연한 블로킹이었다. 호진은 으르렁거리며 성태를 노려보았고, 성태는 한숨을 쉬며 생선구이에 젓가락을 옮겼다. 이번에는 그 위에 호진의 젓가락이 날아갔다.

“굶겨 죽이시려구요?”
“눈치챘구나, 과연 영악한 놈이다. 그 사악한 머리로 얼마나 많은 여자의 눈물을 뽑아냈는지 실토해.”
“허허.”

성태가 어이없어하며 다른 반찬을 향하자 이번에도 호진의 블로킹이 시작되었다. 소현이 작작 좀 하라는 시선을 보내자 호진의 젓가락이 조금 뒤로 물러났다. 쇳조각에 불가한 젓가락이었지만 어쩐지 깨갱거리는 모습이었다. 성태의 젓가락이 얼른 그 틈을 타 반찬을 집어갔다. 호진은 얄밉다는 시선을 보냈고 성태는 의연한 태도로 반찬을 먹었다. 미애는 그런 꼴을 재밌어하며 식사를 했다. 어찌어찌 식사가 끝났다.

성태가 치우는 것을 도우려하자 미애가 괜찮다는 제스처를 보내며 소현 쪽에 눈짓을 보냈다. 성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
“어, 응?”

성태의 말에 소현이 딴청을 부렸다.

“가볼까요?”
“중학생한테 공부를 배우는 고등학생이라니 반성 해야 해. 바보야, 바보.”

미애가 소현을 놀렸다. 성적이 엉망인 소현을 성태가 도장에서 수련을 시작한 날 부터 공부를 봐주기 시작했다. 한두시간 정도였지만 소현은 확실히 도움을 받고있었다. 성태의 설명은 알기 쉽고, 이해를 잘 하지 못하더라고 건너뀌지 않는 성실함이 있었다. 다만, 좁은 방안에 둘이 있다보면 심장에 무리가 가는게 문제인 소현이었다.

“성태는 벌써 수능 공부한다던데. 내가 이상한 게 아니고 성태가 이상한거야. 이나라의 교육 제도는 문제가 있어!”

소현의 공허한 변명이었다. 소현이 만들어내는, 바닥을 뚫을 기세를 가진 성적표가 그녀의 말에서 설득력을 빼았고 있었다. 아무도 동의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자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소현이 자신의 방을 향했다. 성태가 뒤따라가는 데 호진이 으르렁거렸다.

“이상한 짓 하면 죽인다. 진심이야.”
“네, 네.”

성태의 성의없는 대답이 들렸다.

***

작가의 말

1. 성태와 사쿠라, 리빙빙의 섹스씬이 처음에는 있었는데... 3페이지 정도로요.
그냥 컷했습니다. 없어도 무리없을 거 같고 괜히 불량만 잡아먹는 것 같아서... 이미 쓴걸 지우려니 눈물이 ㅜㅜ

2. 악마왕이 등장하니까 그에 대한 언급이 많네용 ㅎㅎ 당연한 반응이 아닐까 싶긴 한데.
자세한 전개를 알려드리긴 힘들구요. 한동안 나옵니당. 끝판 대장은 신계쪽이니 당연히 보스는 아닙니다용

3. 캐릭터를 풀어놓기만 하고 있는데, 찬찬히 정리해나갈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신계와 연관 있는 인물들도
슬슬 등장해야 하는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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