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놀이
유나는 깜짝 놀랐다. 자신에게 가지말라고 말하는 소녀의 모습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주일 뒤에 보게 될 그 소녀였다.
“안녕. 그런데 왜 가지 말라는 거니?”
“언니도 악마왕 게임의 참가자라면서요.”
성태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상쾌하고 발랄한 걸음걸이로 유나에게 접근해 손을 꼭 붙잡았다. 유나는 얼떨떨하면서도 자신을 반겨주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성태를 향해 마주 웃어주며 물었다.
“혹시 너도?”
“네, 저도 저기 예린이처럼 참가자에요.”
“와! 같은 참가자인데도 사이가 좋나보구나.”
유나의 말에 빙긋 웃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참가자끼리는 서로 죽여 힘을 曇틴峠磯鳴?하던데…”
“언니는 참가자를 죽인적이 한번도 없나요?”
“으응…”
유나는 약간 얼떨떨한 기분으로 대답했다. 묘한 기분이었다. 유나가 바라보자 성태는 해맑고 티없이 웃고있었다. 이 아이도 사람을 죽인적이 있는걸까?
“제가 직접 죽인적은 없어요. 죽이도록 유도한적은 있지만.”
아무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표정으로 자신의 무서운 사실을 성태가 말했다. 유나는 흠칫 놀라며 손을 떨었지만 성태의 손은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성태가 여전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꼭 죽여야하는 건 아니에요. 저기 예린이는 이미 참가자가 아니죠. 이제는 그냥 특수한 능력을 가진 제 동료일 뿐이에요. 그 사실을 알고난 뒤에는 아무도 죽게하지 않았죠.”
“정...말?”
유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을 방법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반가운 기분을 느꼈다. 사람을 죽여야한다는 것은 유나에게 늘 찝찝함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를 보며 성태가 예린을 돌아보았다. 처음에는 경계했던 예린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그 마음을 풀고있었다. 예린이 성태에게 가지는 신뢰감은 절대적이기 때문에. 예린이 성태의 말을 받았다.
“네, 저는 이제 더이상 악마왕이 될 자격이 없어요. 하지만 살아남았죠. 거기 성태에게 편입되는 형태로.”
노예라는 단어는 선택하지 않았다. 예린은 유나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 껄끄러움을 느낄거라 생각했고 성태의 의도를 알지못하는 상황에서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성태는 그런 결론을 도출해 말을 한 예린에게 만족감을 느꼈다.
“우리 오늘 하루동안은 서로 싸우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건 어떨까요?”
“응, 약속할게.”
“하하, 언니는 정말 남을 쉽게 믿네요. 다른 참가자는 그렇게 쉽게 믿으시면 안되요.”
“어, 하지만 너도 내가 약속했다는 사실을 믿으니까 그런 제안을 하는거 아니니?”
“그렇긴 하지만요. 그건 제 능력때문이에요. 저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거든요.”
“뭐어?”
유나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며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자신이 미래를 본다는 사실은 망각한체 말이다. 다른 참가자를 본건 카타나 여자와 성태, 예린 뿐이었으니… 그녀는 내심 자신 외에는 카타나 여자처럼 무작정 강해지는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뭐든 마음으로 생각해볼래요?”
정말 마음을 읽을 수 있니? 유나가 생각했다.
“그럼요. 정말 읽을 수 있어요. 이제 믿겠어요?”
유나는 당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태는 근처에 자신들이 잡은 팬션이 있다며 유나를 이끌었다. 강가를 따라 조금 이동해 약간의 오르막을 따르니 예쁜 하얀색 팬션이 보였다. 가면서 성태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떠들었다. 자신들이 중학생이라는 사실이나, 졸업 전에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여행을 왔다던가 뭐 그런 사소한 사실들이었다. 유나는 행복해하는 성태의 모습을 보며 흐뭇함과 부러움을 느꼈다. 자신에게도 분명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팬션에는 엄마와 최봄, 나이슬, 박채연이 있었다. 성태는 유나를 소개하고 예린과 함께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성혜와 채연이 차를 인원수에 맞게 끓여와 모두 함께 티타임을 가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니까 모두들 성태의 조력자들이라는 거죠?”
유나는 내심 감탄하며 차를 홀짝였다. 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향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조성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유나는 엄마의 얼굴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저 얼굴에 애 엄마라니... 조금전 엄마는 믿지못하는 유나에게 주민등록증을 내밀었었다. 한참을 감탄과 기겁을 연발하던 유나는 간신히 진정한 뒤다.
“우리 모두 이 아이가 악마왕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요.”
유나는 엄마가 자신의 자식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며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자신에게 한참동안 떠들어대지 않은 두 악마가 떠올랐다.
“그 둘이라면 내 쪽 악마들하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걱정할 건 없어요.”
유나는 여전히 성태가 마음을 읽는 것이 익숙치 않았지만 편리하기는 하다고 생각하며 머리를 끄덕였다. 성태가 말을 이었다.
“언니의 계획은 아주 괜찮은거 같아요. 직접 생각하신건가요?”
“뭐?”
“카타나 여자와 다른 사람을 싸우게 만드실 생각이죠?”
“내 마음에 들어났었어?”
“네, 그런게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어요. 아까 게임에 대해 서로 정보를 공유할 때 살짝 드러났죠.”
“그랬구나… 사실 그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어. 결국 내손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둘 중 한사람을 죽게만드는 거잖아.”
유나가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차를 홀짝였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한 일행이 유나와 성태를 번갈아보자 유나가 말했다.
“아, 저는 레벨업을 하면서 새로운 스킬을 만들었는데… 그 미래를 원하는 데로 만들 수 있어요.”
“어떻게요?”
예린이 흥미를 보였다.
“응, 미래셋팅이라는 스킬인데… 장소와 등장 인물을 내가 실제로 다 가보고 만나본 적 있는 경우 그 장소에 두사람을 만나게 할 수 있어.”
“하하, 그렇게 쉽게 이야기해주시면 어떡해요.”
성태가 웃으며 말하자 유나는 머리를 붉히며 긁적였다. 일행이 그 모습에 웃음을 따라 터트렸고 엄마가 말을 이었다.
“되게 착하고 순한 사람 같아.”
“아, 아니에요… 그렇지는…”
“얼굴 붉히는 것 봐. 귀여워라…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성혜 언니가 저보다 더 어려보이시는 걸요.”
“어머, 정말?”
유나의 말에 엄마는 입을 가리며 까르르 웃었지만, 유나는 단순히 아부한게 아니라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성태는 그런 유나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그 카타나 여자와 만나게 해주세요. 장소는 어디가 좋을까? 흐음… 그건 언니가 알아서 결정하면 될 일 같은데. 어차피 반드시 그리로 가게 되겠죠?”
“무, 무슨 소리야! 그 여자는 정말 위험해! 그… 사람도 많이 죽여본 것 같던데…”
“그럼 더 잘됐네요. 저같이 나쁜 사람은 죽으면 더 좋죠. 언니는 착한 사람이잖아요. 나쁜 사람이 없어지는게 좋지않나요?”
“네, 네가 왜 나쁘다는 거야… 저기 예린이랑도… 사이 좋게 지내고… 죽인다느니 그런 소리 너무 쉽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언니는 저를 너무 몰라요.”
싱긋 웃으며 말하는 성태를 보며 유나는 혼란스러웠다. 유나는 스스로 눈치가 없는 편이라 생각해왔지만 성태가 죽고싶어서 저런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닐것 같았다. 저 아이는 그 여자를 못봐서 겁없이 구는 걸까, 아니면 자신이 넘치는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바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봄이는 흥미로운 듯 바깥을 바라보고있었다. 열명쯤 되어보이는 대학생들이 옆쪽 팬션에 들어가고 있었다. 새로 오는 것은 아닌 모양으로 어딘가에서 놀다가 먹을 것은 잔뜩 사들고 오는 것 같았다. 봄이를 따라 바깥을 보던 성태는 흥미로운듯 밖으로 나가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돌아왔다.
“대학 동아리에서 놀러온 모양인데요. 저쪽에 같이 놀자고 했더니 좋다고 하더라고요. 유나 언니는 대학 그만뒀다고 했잖아요. 같이 놀아봐요. 엠티 같은거 언니도 가봤었어요?”
“과 엠티 한번 가본게 전분데… 으음… 놀러가자고?”
그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이슬이가 문을 여니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매너있는 웃음을 띄우고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성태 양이 말한 분들 맞으시죠? 아, 성태야!”
남자가 성태를 보며 아는채 하고 손을 흔들자 성태가 마주 손을 흔든다.
“가봐요, 응? 재밌을 것 같은데.”
일행은 성태의 말에 따라 결국 옆 팬션으로 이동했다. 옆쪽은 따로 방이 나눠져있지 않고 아예 한칸으로 되어있는 구조여서 넓고 사람들이 모두 모여 앉기 좋았다. 대학생 동아리 일행은 남자 5, 여자 4이었고 성태 일행은 유나를 포함해 7명 이었다.
***
성태 일행이 오자 김태수는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다른 친구들과 짜고 적당히 술을 먹여 멋모르는 일학년 후배나 조금 맛보실 생각이었던 태수와 다른 친구들은 갑작스레 들이닥친 미녀 일행에 발기된 자지가 고개를 숙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아까 그 성태라는 여자아이는 뭔가. 맹랑하게 귓속말로 야한 놀이가 하고 싶다며 하얀 가루를 주었다. 엄마와 선생이 있어서 술을 못먹게 할테니 벌칙 음료 같은 걸 준비해 타라는 거였다. 몸이 뜨거워지는 약이라고? 태수는 오랜만에 포식할 자신의 아랫도리를 생각하며 푸들푸들 웃었다.
한동안은 본색을 죽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태수와 친구들은 매너있는 척 하며 이야기를 이끌었다.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화제를 던지며 끌어들인다. 돈만 내면 갈 수 있는 대학에 진학한 그들은 공부에는 영 취미가 없었고, 관심사는 늘 여자였다. 하도 여자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다 보니 이런 일에는 이골이 난 것이었다. 분위기가 딱 좋게 무르익었을 때쯤 태수가 제안했다.
“재밌는거 할까요? 왕게임이라는게 있는데.”
몇사람은 뭔지를 몰랐고, 남자들은 키득거렸다. 그게 뭔지 아는 여자들 몇몇은 난감해했다.
“그거 야한 게임이잖아요. 좀 곤란한데, 이쪽은 학생들도 있고.”
채연이 말을 했다. 태수가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한 제스쳐를 보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좀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죠. 근데 이게 또 개그 분위기로 넘어가면 진짜 배꼽 빠지거든요. 어떠세요, 저희가 뭐 어머님이나 선생님도 계신데 이상한 짓 할만큼 상식없는 놈들은 아닙니다. 분위기가 너무 과열된다 싶으시면 그때 컷 해주세요, 하하.”
그의 말에 동아리 여자후배들도 약간 안심하는 눈치였다. 그러고보니 선생님과 애 엄마도 있었지. 이상한 분위기로 흘러가면 제지 해 주리라. 분위기는 게임을 찬성하는 쪽으로 흘렀다. 그런 요소만 확실히 막을 수 있다면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스타트는 가볍게. 누가 누구의 딱콩을 때린다거나 손목을 손가락으로 때린다거나 하는 정도였다. 태수는 확실하게 분위기를 읽으려 애쓰며 사람들을 이끌었다. 왁자지껄하고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취해있었다. 모두들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제 슬슬 수위를 적당히 끌어올려야 할 때였다. 성태가 왕이 되었다. 신나게 웃으며 일어나는 그녀를 보며 태수는 꿈틀거리는 자신의 자지를 느꼈다. 가장 맛있어보이는 년이다. 엄마가 있다는게 거슬리지만 저 애가 준 약은 확실히 몸을 달아오르게 하고있었다. 어쩌면 저 애와 엄마를 다 따먹을지도 모르지. 보란듯이 낄낄대고 싶은 심정을 태수는 억눌렀다.
성태는 왕이라고 적인 나무젓가락을 들며 위엄있게 일어섰다. 어험, 하며 나무젓가락을 근엄하게 내민다. 그 모습에 다들 웃음을 흘리고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3번이 2번 볼에 뽀뽀하기!”
“아니, 얘가!”
성태의 말에 그의 엄마 성혜가 가볍게 눈을 흘겼다. 엄마는 구원을 요청하듯 채연을 바라보았다. 채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뭐 어떠냐는 표정을 짓는다.
“뽀보정도야 뭐 애교죠. 한창 연애에 관심있을 나이기도 하고.”
“그래요, 어머니! 너무 과보호하면 오히려 안 좋죠!”
“방해하면 벌칙 까나리 먹기!”
남학생들이 지원사격을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몇몇 여학생들이 우우 하고 남자들에게 야유를 보냈지만 대세는 기울어졌다. 엄마는 졌다는 듯 양손을 들어 올리며 항복의사를 밝혔다. 성태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3번하고 2번 누군데요.”
3번도 2번도 남학생이었다. 앙큼한 생각을 하다 벌 받은거라며 주위에서 깔깔거리며 놀렸다. 두 남학생은 자신이 명령한게 아니라며 억울한 표정을 짓다가 끔찍한 표정으로 명령을 수행했다. 일행이 자지러졌다.
***
작가의 말
꼐, 께임! 왕꼐임!
내일은 휴일입니다. 좀 괜찮은 분량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저번 봄이 가족들 편에서 실수로 성태와 봄이 아빠의 섹스씬이 나왔는데,
게이 소재가 들어간건 따로 빼드리겠다고 했던걸 까먹고 있었네요 -_-;;;
이번에는 그런 실수 없을겁니당. 그런 소재가 있을 경우는 항상 외전으로 뺄께용
[email protected]
유나는 깜짝 놀랐다. 자신에게 가지말라고 말하는 소녀의 모습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주일 뒤에 보게 될 그 소녀였다.
“안녕. 그런데 왜 가지 말라는 거니?”
“언니도 악마왕 게임의 참가자라면서요.”
성태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상쾌하고 발랄한 걸음걸이로 유나에게 접근해 손을 꼭 붙잡았다. 유나는 얼떨떨하면서도 자신을 반겨주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성태를 향해 마주 웃어주며 물었다.
“혹시 너도?”
“네, 저도 저기 예린이처럼 참가자에요.”
“와! 같은 참가자인데도 사이가 좋나보구나.”
유나의 말에 빙긋 웃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참가자끼리는 서로 죽여 힘을 曇틴峠磯鳴?하던데…”
“언니는 참가자를 죽인적이 한번도 없나요?”
“으응…”
유나는 약간 얼떨떨한 기분으로 대답했다. 묘한 기분이었다. 유나가 바라보자 성태는 해맑고 티없이 웃고있었다. 이 아이도 사람을 죽인적이 있는걸까?
“제가 직접 죽인적은 없어요. 죽이도록 유도한적은 있지만.”
아무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표정으로 자신의 무서운 사실을 성태가 말했다. 유나는 흠칫 놀라며 손을 떨었지만 성태의 손은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성태가 여전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꼭 죽여야하는 건 아니에요. 저기 예린이는 이미 참가자가 아니죠. 이제는 그냥 특수한 능력을 가진 제 동료일 뿐이에요. 그 사실을 알고난 뒤에는 아무도 죽게하지 않았죠.”
“정...말?”
유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을 방법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반가운 기분을 느꼈다. 사람을 죽여야한다는 것은 유나에게 늘 찝찝함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를 보며 성태가 예린을 돌아보았다. 처음에는 경계했던 예린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그 마음을 풀고있었다. 예린이 성태에게 가지는 신뢰감은 절대적이기 때문에. 예린이 성태의 말을 받았다.
“네, 저는 이제 더이상 악마왕이 될 자격이 없어요. 하지만 살아남았죠. 거기 성태에게 편입되는 형태로.”
노예라는 단어는 선택하지 않았다. 예린은 유나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 껄끄러움을 느낄거라 생각했고 성태의 의도를 알지못하는 상황에서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성태는 그런 결론을 도출해 말을 한 예린에게 만족감을 느꼈다.
“우리 오늘 하루동안은 서로 싸우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건 어떨까요?”
“응, 약속할게.”
“하하, 언니는 정말 남을 쉽게 믿네요. 다른 참가자는 그렇게 쉽게 믿으시면 안되요.”
“어, 하지만 너도 내가 약속했다는 사실을 믿으니까 그런 제안을 하는거 아니니?”
“그렇긴 하지만요. 그건 제 능력때문이에요. 저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거든요.”
“뭐어?”
유나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며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자신이 미래를 본다는 사실은 망각한체 말이다. 다른 참가자를 본건 카타나 여자와 성태, 예린 뿐이었으니… 그녀는 내심 자신 외에는 카타나 여자처럼 무작정 강해지는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뭐든 마음으로 생각해볼래요?”
정말 마음을 읽을 수 있니? 유나가 생각했다.
“그럼요. 정말 읽을 수 있어요. 이제 믿겠어요?”
유나는 당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태는 근처에 자신들이 잡은 팬션이 있다며 유나를 이끌었다. 강가를 따라 조금 이동해 약간의 오르막을 따르니 예쁜 하얀색 팬션이 보였다. 가면서 성태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떠들었다. 자신들이 중학생이라는 사실이나, 졸업 전에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여행을 왔다던가 뭐 그런 사소한 사실들이었다. 유나는 행복해하는 성태의 모습을 보며 흐뭇함과 부러움을 느꼈다. 자신에게도 분명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팬션에는 엄마와 최봄, 나이슬, 박채연이 있었다. 성태는 유나를 소개하고 예린과 함께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성혜와 채연이 차를 인원수에 맞게 끓여와 모두 함께 티타임을 가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니까 모두들 성태의 조력자들이라는 거죠?”
유나는 내심 감탄하며 차를 홀짝였다. 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향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조성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유나는 엄마의 얼굴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저 얼굴에 애 엄마라니... 조금전 엄마는 믿지못하는 유나에게 주민등록증을 내밀었었다. 한참을 감탄과 기겁을 연발하던 유나는 간신히 진정한 뒤다.
“우리 모두 이 아이가 악마왕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요.”
유나는 엄마가 자신의 자식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며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자신에게 한참동안 떠들어대지 않은 두 악마가 떠올랐다.
“그 둘이라면 내 쪽 악마들하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걱정할 건 없어요.”
유나는 여전히 성태가 마음을 읽는 것이 익숙치 않았지만 편리하기는 하다고 생각하며 머리를 끄덕였다. 성태가 말을 이었다.
“언니의 계획은 아주 괜찮은거 같아요. 직접 생각하신건가요?”
“뭐?”
“카타나 여자와 다른 사람을 싸우게 만드실 생각이죠?”
“내 마음에 들어났었어?”
“네, 그런게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어요. 아까 게임에 대해 서로 정보를 공유할 때 살짝 드러났죠.”
“그랬구나… 사실 그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어. 결국 내손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둘 중 한사람을 죽게만드는 거잖아.”
유나가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차를 홀짝였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한 일행이 유나와 성태를 번갈아보자 유나가 말했다.
“아, 저는 레벨업을 하면서 새로운 스킬을 만들었는데… 그 미래를 원하는 데로 만들 수 있어요.”
“어떻게요?”
예린이 흥미를 보였다.
“응, 미래셋팅이라는 스킬인데… 장소와 등장 인물을 내가 실제로 다 가보고 만나본 적 있는 경우 그 장소에 두사람을 만나게 할 수 있어.”
“하하, 그렇게 쉽게 이야기해주시면 어떡해요.”
성태가 웃으며 말하자 유나는 머리를 붉히며 긁적였다. 일행이 그 모습에 웃음을 따라 터트렸고 엄마가 말을 이었다.
“되게 착하고 순한 사람 같아.”
“아, 아니에요… 그렇지는…”
“얼굴 붉히는 것 봐. 귀여워라…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성혜 언니가 저보다 더 어려보이시는 걸요.”
“어머, 정말?”
유나의 말에 엄마는 입을 가리며 까르르 웃었지만, 유나는 단순히 아부한게 아니라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성태는 그런 유나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그 카타나 여자와 만나게 해주세요. 장소는 어디가 좋을까? 흐음… 그건 언니가 알아서 결정하면 될 일 같은데. 어차피 반드시 그리로 가게 되겠죠?”
“무, 무슨 소리야! 그 여자는 정말 위험해! 그… 사람도 많이 죽여본 것 같던데…”
“그럼 더 잘됐네요. 저같이 나쁜 사람은 죽으면 더 좋죠. 언니는 착한 사람이잖아요. 나쁜 사람이 없어지는게 좋지않나요?”
“네, 네가 왜 나쁘다는 거야… 저기 예린이랑도… 사이 좋게 지내고… 죽인다느니 그런 소리 너무 쉽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언니는 저를 너무 몰라요.”
싱긋 웃으며 말하는 성태를 보며 유나는 혼란스러웠다. 유나는 스스로 눈치가 없는 편이라 생각해왔지만 성태가 죽고싶어서 저런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닐것 같았다. 저 아이는 그 여자를 못봐서 겁없이 구는 걸까, 아니면 자신이 넘치는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바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봄이는 흥미로운 듯 바깥을 바라보고있었다. 열명쯤 되어보이는 대학생들이 옆쪽 팬션에 들어가고 있었다. 새로 오는 것은 아닌 모양으로 어딘가에서 놀다가 먹을 것은 잔뜩 사들고 오는 것 같았다. 봄이를 따라 바깥을 보던 성태는 흥미로운듯 밖으로 나가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돌아왔다.
“대학 동아리에서 놀러온 모양인데요. 저쪽에 같이 놀자고 했더니 좋다고 하더라고요. 유나 언니는 대학 그만뒀다고 했잖아요. 같이 놀아봐요. 엠티 같은거 언니도 가봤었어요?”
“과 엠티 한번 가본게 전분데… 으음… 놀러가자고?”
그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이슬이가 문을 여니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매너있는 웃음을 띄우고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성태 양이 말한 분들 맞으시죠? 아, 성태야!”
남자가 성태를 보며 아는채 하고 손을 흔들자 성태가 마주 손을 흔든다.
“가봐요, 응? 재밌을 것 같은데.”
일행은 성태의 말에 따라 결국 옆 팬션으로 이동했다. 옆쪽은 따로 방이 나눠져있지 않고 아예 한칸으로 되어있는 구조여서 넓고 사람들이 모두 모여 앉기 좋았다. 대학생 동아리 일행은 남자 5, 여자 4이었고 성태 일행은 유나를 포함해 7명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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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 일행이 오자 김태수는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다른 친구들과 짜고 적당히 술을 먹여 멋모르는 일학년 후배나 조금 맛보실 생각이었던 태수와 다른 친구들은 갑작스레 들이닥친 미녀 일행에 발기된 자지가 고개를 숙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아까 그 성태라는 여자아이는 뭔가. 맹랑하게 귓속말로 야한 놀이가 하고 싶다며 하얀 가루를 주었다. 엄마와 선생이 있어서 술을 못먹게 할테니 벌칙 음료 같은 걸 준비해 타라는 거였다. 몸이 뜨거워지는 약이라고? 태수는 오랜만에 포식할 자신의 아랫도리를 생각하며 푸들푸들 웃었다.
한동안은 본색을 죽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태수와 친구들은 매너있는 척 하며 이야기를 이끌었다.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화제를 던지며 끌어들인다. 돈만 내면 갈 수 있는 대학에 진학한 그들은 공부에는 영 취미가 없었고, 관심사는 늘 여자였다. 하도 여자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다 보니 이런 일에는 이골이 난 것이었다. 분위기가 딱 좋게 무르익었을 때쯤 태수가 제안했다.
“재밌는거 할까요? 왕게임이라는게 있는데.”
몇사람은 뭔지를 몰랐고, 남자들은 키득거렸다. 그게 뭔지 아는 여자들 몇몇은 난감해했다.
“그거 야한 게임이잖아요. 좀 곤란한데, 이쪽은 학생들도 있고.”
채연이 말을 했다. 태수가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한 제스쳐를 보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좀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죠. 근데 이게 또 개그 분위기로 넘어가면 진짜 배꼽 빠지거든요. 어떠세요, 저희가 뭐 어머님이나 선생님도 계신데 이상한 짓 할만큼 상식없는 놈들은 아닙니다. 분위기가 너무 과열된다 싶으시면 그때 컷 해주세요, 하하.”
그의 말에 동아리 여자후배들도 약간 안심하는 눈치였다. 그러고보니 선생님과 애 엄마도 있었지. 이상한 분위기로 흘러가면 제지 해 주리라. 분위기는 게임을 찬성하는 쪽으로 흘렀다. 그런 요소만 확실히 막을 수 있다면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스타트는 가볍게. 누가 누구의 딱콩을 때린다거나 손목을 손가락으로 때린다거나 하는 정도였다. 태수는 확실하게 분위기를 읽으려 애쓰며 사람들을 이끌었다. 왁자지껄하고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취해있었다. 모두들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제 슬슬 수위를 적당히 끌어올려야 할 때였다. 성태가 왕이 되었다. 신나게 웃으며 일어나는 그녀를 보며 태수는 꿈틀거리는 자신의 자지를 느꼈다. 가장 맛있어보이는 년이다. 엄마가 있다는게 거슬리지만 저 애가 준 약은 확실히 몸을 달아오르게 하고있었다. 어쩌면 저 애와 엄마를 다 따먹을지도 모르지. 보란듯이 낄낄대고 싶은 심정을 태수는 억눌렀다.
성태는 왕이라고 적인 나무젓가락을 들며 위엄있게 일어섰다. 어험, 하며 나무젓가락을 근엄하게 내민다. 그 모습에 다들 웃음을 흘리고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3번이 2번 볼에 뽀뽀하기!”
“아니, 얘가!”
성태의 말에 그의 엄마 성혜가 가볍게 눈을 흘겼다. 엄마는 구원을 요청하듯 채연을 바라보았다. 채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뭐 어떠냐는 표정을 짓는다.
“뽀보정도야 뭐 애교죠. 한창 연애에 관심있을 나이기도 하고.”
“그래요, 어머니! 너무 과보호하면 오히려 안 좋죠!”
“방해하면 벌칙 까나리 먹기!”
남학생들이 지원사격을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몇몇 여학생들이 우우 하고 남자들에게 야유를 보냈지만 대세는 기울어졌다. 엄마는 졌다는 듯 양손을 들어 올리며 항복의사를 밝혔다. 성태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3번하고 2번 누군데요.”
3번도 2번도 남학생이었다. 앙큼한 생각을 하다 벌 받은거라며 주위에서 깔깔거리며 놀렸다. 두 남학생은 자신이 명령한게 아니라며 억울한 표정을 짓다가 끔찍한 표정으로 명령을 수행했다. 일행이 자지러졌다.
***
작가의 말
꼐, 께임! 왕꼐임!
내일은 휴일입니다. 좀 괜찮은 분량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저번 봄이 가족들 편에서 실수로 성태와 봄이 아빠의 섹스씬이 나왔는데,
게이 소재가 들어간건 따로 빼드리겠다고 했던걸 까먹고 있었네요 -_-;;;
이번에는 그런 실수 없을겁니당. 그런 소재가 있을 경우는 항상 외전으로 뺄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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