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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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고등학교 2학년 1반 점심시간
짝! 짝! 짝!! 짝!!!
오늘도 어김없이 연주는 희정이에게 따귀를 맞고 있었다.
" 야야 이것봐봐! 손바닥 모양 고대로 새겨졌어 꺄하하하 "
" 크크큭 와 진짜 웃긴다 완전 손도장이야 손도장! 하하"
뺨을 때리는 희정이와 함께 둘러싸고 구경을 하던 패거리도 함께 웃으며
연주를 놀려대고 있었다. 벌써 열두대째 맞는 연주의 두뺨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여기저기 손자국이 새겨져 도드라지게 퉁퉁 부어올랐다.
연주는 얼얼한 두뺨을 당장이라도 손으로 감싸고 싶었지만 얼굴로 손이 올라가면
더 처참하게 맞을거란걸 알기에 그러지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이미 괴롭힘에 오래 길들여진 습관적인 자세였다.
그렇게 연주는 고통을 참으며 스무대의 따귀를 견뎌내야 했다.
" 아~ 나 손 빨개진거 봐. 한두번 하는 일도 아닌데 오늘따라 존나 아프네
야, 보여? 니년땜에 이렇게 된 거 아냐! 야, 살살 주물러봐 "
연주는 뺨을 감싸다 말고 두손을 내밀어 희정이의 오른손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정작 맞은 자신의 뺨은 미뤄두고 자신를 때린 사람의 손을 주물러줘야 하는 신세가
너무나 처량하고 비참했다. 연주는 참으려고 해도 자꾸만 눈물이 새어나왔다.
" 어이구 왜 너무 아파~? 그런거에요? 우리 연주씨 어이구~ 훌쩍훌쩍..크크큭 "
희정이는 훌쩍이는 연주를 흉내내며 놀려댔다. 연주는 울면서도, 놀림을 당하면서도
마땅한 의무처럼 계속 희정이의 손을 주무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옆에서 같이 웃던 은지가 말했다.
" 이제 앞으로 나도 안마 좀 받고 살아야겠다~ 야 다음엔 내 어깨 주물러라?! "
" 그 다음엔 나 콜~! "
" 야 씨발 나 먼저! 아까 수학시간에 잘 못 자서 목 존나 아퍼 아아~"
은지가 말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경민이와 승준이가 앞 다퉈 안마권 선점을 한다며
장난을 쳤다. 연주는 늘 일상이었다지만 오늘도 반 애들 앞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자신이
창피스러워 연신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도 이들에게 한마디 저항도 못하고 계속 희정이의 손을 주물러주고 있는 연주였다.
5교시부터 종례시간까지 연주는 각 선생님들마다 거짓 해명을 해야했다.
스무대나 맞은 뺨은 너무나 퉁퉁 부어올라서 가라앉질 않았기에 선생님들마다
그 이유를 물었고 그때마다 연주는 친구들과 놀이를 하다 벌칙으로 잘 못 맞았다고
연신 둘러대야 했다. 그들이 시켜서도 아니고 늘 그래왔듯 습관적인 자세일 뿐이었다.
연주를 괴롭히는 패거리는 학교에서 일진이었기에 반 아이들도 알아서 그들을 따랐고
직접적으로 연주를 괴롭히지는 않더라도 모두 그들에게 은연적으로 동조하고 있었다.
종례 후 빈 교실에 연주는 패거리 모두의 노트 필기를 대신 해주느라 집에 가지 못하고
남아 있었고 패거리들은 지하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며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 근데 진짜 어떻게 할건데 응? 응? "
궁금해 재촉하는 희정이의 말에 경민이가 말을 이어갔다.
" 사람이란게 말야, 적당한 선에선 본능적으로 삘삘거려도 그걸 넘어가 버리면
그 뭐냐 제어가 안되는거거든. 그래서 그 옛날에 노예들도 첨엔 주인들한테 복종하다가
나중에 막 데모같은거 일으키고, 뭐 자유를 달라~ 이지랄하고 그랬잖아 "
" 아 그랬어? 존나 똑똑! 꺄하하 "
" 아 뭔소리야 그래서그래서 "
" 연따(이들이 연주를 부르는 별칭)년이 지금은 우리가 이정도로만 괴롭히니까 별말이
없는건데, 더 심하게 뭐하면 꼰지르거나 전학을 간다든가 이럴수도 있단 말이지. 이제
좀 색다르게 갖고 놀아야지 우리도 응? 저년 없어져봐 우린 인생에 낙이 없어지는거야.
크크..암튼 그래서 우리가 뭘하든 뻘짓 못하게 하려면 뭔가 딱 빼도박도 못하는게 필요해.
뭐 간단하게 씨발 벗은 사진 같은거? 크하하하 "
패거리들이 다 같이 따라 웃다가 승준이가 입을 열었다.
" 생각해보니까 연따년 몸은 존나 좋을걸? 피부봐 존나 하얗잖아 "
" 가슴도 커, 씨발 아~ 짜증나 "
가슴이 작은 희정이가 자격지심에 웃으며 농담을 던지자 승준이가 되물었다.
" 그게 큰거야? "
" 그냥 봐도 B컵이잖아 꽉 차게. 한국에서 B컵이면 큰거야~ "
" 그럼그럼~ 나도 B컵인데 좀 모자른 B컵이거든 호호 "
은지가 맞장구치며 웃었다. 여자들의 가슴을 가리키며 웃던 경민이가 마저 말을 이었다.
" 암튼간에 그러니까 하자고. 뭐 다 벗은 사진 콜인거야? "
" 음.....근데 어떻게 찍어? "
" 맘만 먹으면 간단하지 뭘. 술 맥여서 뻗게하고 찍으면 일단 제일 쉽고 힘 안들고 "
척척 진행하는 경민이를 보며 희정이가 오버하며 말했다.
" 오오~진짜 하는거야 우리? 아~나 존나 떨리는데? "
" 난 존나 꼴린다 야 크크크큭 "
승준이의 농담에 다 같이 웃다가 경민이가 마저 정리했다.
" 자, 그럼 내친김에 오늘 바로 하자. 승준이네 집 비니까 거기서 하면 되고 오케! "
패거리들이 교실로 돌아왔을 때 연주는 거의 그들의 노트 필기를 마치고 있었고
오래도록 필기한 손가락이 아파서 꾹꾹 주무르며 그들을 맞았다.
패거리들은 좀 전의 계획에 잔뜩 흥분한 채로 연주를 둘러싸고 말을 했다.
" 야 필기하느라 고생했는데 우리가 술 한잔 사줄게. 존나 고맙지? "
연주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아..난 괜찮은데.. "
딱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경민이가 연주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연주는 잔뜩 주눅이 들어서
고개를 숙인 채 얻어 맞은 뒤통수를 어루만졌다. 경민이는 거들먹거리며 말을 이었다.
" 병신아 우리가 안 괜찮다니까~ "
" 잔말 말고 따라와 썅년아 "
희정이는 말을 마치면서 또 다시 연주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연거푸 얻어 맞은 연주는
평소처럼 자연스레 그들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가방을 다 들쳐메고 안고 그렇게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술을 한두잔 마셔 본 경험이 전부인 연주로서는 불안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음주"때문만이 아닌 앞으로 분명 있을것만 같은 또 다른 어떤 괴롭힘에 대한
불안함이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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