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민은 아무 신발이나 꾸겨신고 정신없이 누나들의 방으로 올라가 문을 거칠게 두들겼다.
"누나!! 누나! 문 좀 열어봐"
몇 번을 문을 두들기자 문이 열리며 지은누나가 나왔다.
"뭐야~ 왜 그래?? 밤 늦게"
"하린누나는?"
"하린이?? 갑자기 하린이를 왜 찾어 아직 집에 안 들어왔는데"
"뭐?? 집에 안 왔어? 알았어!"
"야야~ 어디가!! 영민아~~"
영민은 지은누나가 불리는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단지 하린누나를 빨리 찾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리 속에 가득했다. 왜 그렇게 하린누나를 찾아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체..
"누나 어디있어!! 어디 있냐구!!"
영민은 주위를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샅샅이 뒤지며 하린누나를 찾았다. 왠지 멀리 가지 않고, 근처에
있을꺼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찾아서 아직 쌀쌀한 봄날씨에도 불구하고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갈 무렵.. 영민의 눈에 허름한 놀이터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 있어야 할텐데.."
영민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놀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텅 빈 놀이터의 정경이 눈에 들어오다
그네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상당히 낯이 익은 이미지... 왠지 하린누나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영민은 용기를 내서 조금 더 앞으로 걸어가 하린누나인지 확인해보았다. 바로 앞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분명한 하린누나였다.
"누...누나.."
"여..영민이?!"
"어..나야! 여기서 뭐해"
"저리가!! 너도 똑같아..남자는 다 그런거니.."
"그..그게 무슨 소리야!! 오해야~ 그게 아니라~"
영민이 손을 뻗어 하린을 잡으려 하자 하린은 그네에서 내려 뒷걸음질쳤다.
"왜..왜 그래!! 오해라구"
"오해는 무슨..너도 똑같아..내가..내가 흐흑..그 날 너랑 하지 않아서 다른 여자랑
그런거야? 그런거냐구!! 말해봐~!! 흐흑.."
"그..그게 아니야;; 그리구 우린 아직 사귀고 그런 사이도.."
"알았어!! 애인도 아니면서 신경쓰지 말라는 거잖어! 미안해! 괜히 참견해서"
"누..누나!! 그게 아니야! 아직 솔직히 잘 모르겠어 누나에 대한 내 감정! 그리구 정말
오해야! 아까 그 사람 과 선배인데..갑자기 나한테 대쉬해서 나도 모르게.."
영민은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었다. 왜 자기가 이런 변명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이렇게 해야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일순 뜨끔한 생각도 들었다. 선배가
주도하긴 했지만..나중엔 영민도 충분히 동의한 관계였으므로..
"됐어! 실망이야..말이 돼? 남녀사이에 한 쪽에서 일방적인게?"
"아냐~ 정말이야!! 내가 경황이 없어서 정신이 없었어~ 아니야 내가 미쳤나봐!! 하튼 오해라고
오해!!"
영민이 "오해"란 말에 힘을 잔뜩 줘서 몇 번을 이야기하자 하린의 표정이 조금씩 풀리는 거 같았다.
단순히 영민 혼자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휴...정말 내가 오해한거니?"
"어어~!! 정말이야~ 그 선배 완전 고수야~ 그런거 고수!! 내가 말렸나봐~ 누나 알잖어~ 나
촌놈인거!! 그래서 걍 멍청하게 속았나봐~ 아우~~!! 하튼 진짜라구 좀 믿어주라? 응??!!"
영민은 이제 거의 무아지경으로 입에서 나오는데로 마구 변명을 해대고 있었다. 뭐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그런 변명들..
"알았어~ 그만해..그만하면 나도 알아들었어"
"어..어어..그래..다행이네.."
"나..솔직히 말할께.."
"어..?? 뭘?"
"나..영민이 너가 좋아..그냥 처음 본 순간부터 왠지 순수한 그런 모습이 맘에 들었어.."
"누..누나!!"
"너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난 너랑 누나 이상의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물론 지금 당장 결론을 내고 그렇게 하란 얘기는 아냐..그냥 나에 대한 그런 마음..너가 좀
알아줬으면 싶어서.."
"어..어어~ 알았어!! 나 근데 누나말대로 생각 좀 해볼께..갑자기 너무 혼란스러워서;;"
"그래..알어"
"어쨌든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나도 그리고 누나 싫지 않어~ 아니 ..좋아..근데 그 감정이
어떤건지 잘 모르겠어..그러니까 좀 기다려줄 수 있지?"
"그래..."
"누나 한 잔 할까?"
"뭐? 술??"
"어~ 지은누나도 불러내서 한 잔 하자~ㅎㅎ 나 아까 갑자기 누나방에 쳐들어가서 두들겨대서
영문도 모르고 지금 황당하게 있을텐데"
"쳐들어갔다고?? 왜??"
"왜는~~ 누나가 그렇게 나가서 깜짝 놀라서 방으로 갔나 싶어서 갔지;; 갑자기 폭탄 맞았다는
황당한 표정의 지은누나의 얼굴만 결국 보고 나왔지만..ㅎㅎ"
"그래;; 황당했겠다 나 늦게 들어간다 했는데.."
"그래~ 그럴꺼야 그러니까 술 한 잔 하고 들어가자~ 알았지??"
"어..알았어..근데 영민아"
"으응??"
"나..지금 잠시만 안아주면 안 돼..그냥 안기고 싶어서..너한테"
"어?? 어어...알았어.."
영민은 하린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살며시 하린을 품에 안았다. 아직 추운 날씨 탓인지 살짝 떨리는
하린의 몸이 느껴지다 이내 영민의 체온인지 떨림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
아까 민희선배와는 너무나 다른 느낌... 본능으로 달아오른 심장박동이 아닌..정말 두근두근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하린누나를 안고 있으면..이게 사랑이란 걸까.. 조금 더 꽉 끌어안자 하린의 두근대는
심장박동이 그대로 느껴졌다.
"누나도..이렇게 빨리 뛰는구나..! 누나..나 누나 점점 더 좋아져..어떡하지.."
영민은 하린을 향한 알 수 없는 설레임...그리고 아까 민희선배랑 그런 일에 대한 민희선배와 하린누나
모두에 대한 미안함으로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갑자기 일이 왜 이렇게 된건지..좋아해야 할 지..슬퍼해야
할 지..혼란스러운 영민이였다. 영민은 한참을 하린을 안고있다 갑자기 너무 오래 안고 있었던 거 같아
살며시 하린을 품에서 놓아주었다. 수줍게 빨개진 하린의 얼굴은..너무나 귀여웠다.
"흐..흐흠~ 그럼 그만가자~ 지은누나한테는 내가 연락할께"
"그래~ 그렇게 해"
영민은 지은과의 통화를 마치고 하린과 함께 근처의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토요일 밤이라 그런지
호프집 안은 술 마시는 사람으로 가득해 시끌시끌했다. 영민은 하린과 함께 구석에 자리를 잡고
마른안주와 생맥주를 시키고 먼저 마시고 있었다. 잠시 후 지은이 퉁명스런 표정을 짓고 들어와
영민과 하린이 있는 자리에 들어와 앉았다.
"둘이 뭐하냐?"
"어어?? 뭐하긴..누나도 참~ 하핫;;"
"야~ 이영민~"
"어??;;;;"
영민을 향한 지은의 날카로운 눈빛..순간 영민은 뭔가 모를 두려움을 느꼈다.
"지..지은아~ 영민이 왜 그렇게 봐;;"
"모야~ 지금 하린이 너 영민이 편 드는거야??"
"어??아니~ 그게 아니라;;하핫..니 표정이 너무 무서워서..영민이 겁 먹은거 봐라"
"그래?"
영민은 확실히 하린의 말대로 연기를 하는게 제대로 겁을 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지은에게 한 번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으니..그럴 말도 했다. 영민의 표정을 보자 지은은 만족스러운지 한결 부드러운
눈빛과 목소리로 말했다.
"뭐~ 그래도 그냥 넘어갈 순 없어~ 영민이 너 갑자기 아까 왜 그런거야?"
영민은 사실대로 말하자니 맞아죽을 거 같고..상당히 난감했다.
"뭐라고 변명해야 되지;;"
영민이 한참 머리를 굴리고 있을때 뜻밖에 하린이 지은의 말에 대답했다.
"아까 영민이가 다른 여자랑 키스하고 있었어"
"뭐???!!"
지은의 깜짝 놀란 표정.. 하린은 지은의 얼굴을 한 번 살피코는 계속 말을 이었다.
"내가 집에 들어가다 그걸 봤는데..갑자기 화가 나서 확 뛰쳐나왔어.. 영민인 그래서 너한테
간거고"
"그래서 나한테 왔다고?? 말이 안되잖어;; 너가 나간걸 봤다면서 나한테 왔다고?"
순간 급조해낸 거짓말은 이래서 한계인건가...하린과 영민은 순간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빛을
교환했다. 하지만 눈치빠른 지은이 그걸 눈치 못 챌 리 없었다.
"자자~!! 둘이서 궁리 그만 하고~ 뭐 말 하기 싫다 이거지? 그래~ 더 이상 묻지는 않겠어~ 하튼
뭐가 뭔지 모르겠다만 그래서 하린이 찾을라고 영민이 너가 나한테 왔다가 다시 밖으로 나가서
하린이를 찾은 뭐 그런 상황인거야?"
"어어~ 역쉬 지은누나 똑똑하다니깐!! 하핫~ 그치 지은누나?"
"그래~ 내가 술 좀 먹어서 비몽사몽으로 막 얘기해도 다 알아듣네~ 하핫;;"
"갑자기 황당하게 칭찬은...;;; 지들이 찔리니까~ 됐고~ 근데 둘이 사이가 무지 좋아보인다?"
"어??하하~ 누나도 참~ 원래 사이 좋았잖수~ 우리들 모두"
"아니~ 나는 빼고~~ 너네들 말이셔"
"어?? 지은아 그게 무슨 소리야~ 그냥 술 좀 먹고 너 오기 전에 얘기하다보니 더 친근해졌어"
"흐음~ 이것들 수상쩍은데"
"수상쩍긴 누나도 참~~ 자자~ 마시자!"
영민은 말을 끊고 모두에게 술을 권했고, 술이 한 잔씩 돌아가자마자 영민은 자기 고향에서 있었던
얘기에 별의 별 쓸데없는 얘기를 하며 화제를 돌렸고 지은은 더 이상 거기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다.
"휴..다행이야 정말~ 지은누나는 너무 눈치가 빠르다니까"
영민은 혹시나 하린과 사귀게 되더라고 지은을 속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속이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셋은 열심히 술을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거의 2시가 다 되어갈 무렵까지
술을 마셨다. 누나들이 계산한다는 걸 영민은 한사코 자신이 계산을 하고 호프집에서 나와 다 같이 원룸까지
걸어갔다. 그런데 나오자마자 지은은 계속해서 아주 빠르게 걸어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술이 먹어 정신도
없는 상황에서 빨리 걷는 지은을 따라가느라 영민과 하린은 슬슬 숨이 차올랐다.
"아구~ 술 먹은 사람이 무슨 걸음이 그리 빨러~ 같이 좀 가 지은누나"
"쳇~ 내가 눈치가 그리 없는 줄 아냐~ 그냥 천천히 걸으시지~ 나 먼저 간다~"
지은은 아예 뛰어가며 저먼치 가고 있었고, 하린과 영민은 멍하게 사라져가는 지은을 바라봤다.
"누나...우리 뭔가 들킨건가;;"
"어..어어;; 그런거 같어..하튼 눈치는 빠르니.."
뭐 어찌됐든..지은이 그런 상황을 마련해준 덕에 영민과 하린은 둘이서 오붓하게 원룸까지 걸어가며
이런저런 얘기를 팔짱까지 끼고 걸을 수 있었다. 영민은 순간 하린과 정말 연인이 된 거 같은 착각에
빠졌다.
"아...하린누나..점점 좋아지는데..그냥 사귀자고 말할까!! 아냐~ 좀 전에..생각해본다고 했는데
너무 줏대없는 놈으로 보일꺼야;; 그래 몇 일이라도 생각하는 척 해야겠다"
둘이서 같이 걸어서 그런걸까..어느새 하린과 영민은 원룸 앞에 도착해 있었다.
"아쉽다..그래도 들어가야겠지?"
"어어..시간도 늦었구..하핫.."
"그래..영민아..근데"
"응???"
"아직 그 여자 있는거 아냐..나 그 사람이랑 너 있는거 싫어.."
"모..모르겠어;; 아님 나가라고 할까?"
"그건 좀 그렇지 않을까..선배라며.."
"그..그렇지;; 하핫.. 너무 신경쓰지마..왠지 같을 거 같어~ 정 안되면 내가 누나들 방으로
올라가서 잘까??"
"뭐??!! 얘가~ 지은이한테 맞으려구~ 너 지은이한테 안 맞아봤구나?"
"하하;;맞아봤어~ 잘 알지"
"진짜? 언제?"
"그건 나중에 얘기해줄께"
"그래..하튼...그 여자는 좀.."
"누나~!! 내가 알아서 할께..절대 다른 짓 안 할께~ 나 믿어줘~ 응??"
"그래..알았어..영민아..나.."
"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망설이는 하린의 모습...영민은 왠지 하린이 말하려고 하는게 뭐인지
알 거 같았다. 영민은 하린을 품에 꼬옥 안고는 하린의 입술에 천천히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하린의 입술...영민의 몇 번의 입맞춤으로 조금씩 열리는 하린의 입술..영민은
하린의 입 안으로 파고들어 자신의 혀로 하린의 입술을 부드럽게 감쌌다. 너무나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 사랑하는가보다..아마 맞는가보다.. 영민의 머리..가슴은 이미 말하고 있는 거 같았다. 하린을
사랑하고 있다고..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하린과 영민을 쳐다봤지만 둘은 더 이상 그런 시선에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단지 행복한 지금 이 순간을 즐길뿐.. 영민은 언제까지 계속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싶었지만.. 시간이 늦었다는 사실에 조심스레 자신의 입술을 하린의 입술에서 서서히 떨어트렸다.
약하게 들리는 하린의 숨소리..
"하아.."
"누나..나 누나 많이 좋아하게 될 거 같아..그래도 되지?"
"그럼..되지.."
대답을 하며 살짝 눈물이 맺힌듯한 하린의 입술.. 뻔히 하린의 마음을 지은에게 들어놓고 왜 그렇게
바보같았는지..영민은 자신을 자책하며 조심스레 하린을 한 번 더 끌어안고 하린의 손을 잡고 같이
원룸 안으로 들어갔다. 영민은 하린이 들어갈때까지 보다가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방문이 열자
신발이 민영이꺼만 남아있었다.
"민희선배 갔나보네...휴...뭐라고 하지;;아우~ 죽었다..아~ 몰라!! 그 선배가 먼저 그랬다고!!
아~ 몰라~ 몰라~"
영민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시끄럽게 켜져있는 TV 그리고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민영의 모습이 보였다.
"참~~ 팔자 좋다!! 내가 너때문에 아주~ 아오~!!"
영민은 민영의 머리를 쥐어박으려다 간신히 참고 민영에게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자리를 펴고 누웠다.
민영때문에 자꾸만 꼬여가는 자신의 대학생활로 인한 민영에 대한 짜증이 수시로 솟구쳤다. 그런데
민영이 자꾸 영민의 신경을 건드릴수록 민영에 대한 호기심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다.
"쟤는 도대체 뭐 하는 애인지..그러고보니 민영이에 대해서 아는건 하나도 없구만.."
영민은 민영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서서히 졸음이 밀려오는 걸 느꼈다. 영민은 몸을 억지로 일으켜
TV를 끄고는 민영에게서 돌아누워 벽을 바라봤다. 순간 벽이 서서히 하린의 모습으로 바뀌는게 느껴졌다.
"뭐지..환상인가..아..하린누나 보고싶다..갑자기 왜 이리 보고싶지...."
ps. 이번 편은 야한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스토리 전개상 그렇게 됐네요~ 하핫;; 양해해 주시길~ 그런데
주말이라 그런지 다들 놀러나가셨는지..조회수나 추천수가 상당히 없네요~ㅎㅎ 소설게시판 전체가 좀 썰렁한
느낌인듯~ㅎㅎ 즐거운 주말이 다가고 벌써 또 월요일이 다가오네요~ 아우~ 싫네요;;ㅋㅋ 그럼 나가실때 다들
추천, 댓글 많이들 주시구요^^ 아주 조금~ 남은 일요일 밤 마무리 잘들 하세요~
"누나!! 누나! 문 좀 열어봐"
몇 번을 문을 두들기자 문이 열리며 지은누나가 나왔다.
"뭐야~ 왜 그래?? 밤 늦게"
"하린누나는?"
"하린이?? 갑자기 하린이를 왜 찾어 아직 집에 안 들어왔는데"
"뭐?? 집에 안 왔어? 알았어!"
"야야~ 어디가!! 영민아~~"
영민은 지은누나가 불리는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단지 하린누나를 빨리 찾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리 속에 가득했다. 왜 그렇게 하린누나를 찾아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체..
"누나 어디있어!! 어디 있냐구!!"
영민은 주위를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샅샅이 뒤지며 하린누나를 찾았다. 왠지 멀리 가지 않고, 근처에
있을꺼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찾아서 아직 쌀쌀한 봄날씨에도 불구하고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갈 무렵.. 영민의 눈에 허름한 놀이터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 있어야 할텐데.."
영민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놀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텅 빈 놀이터의 정경이 눈에 들어오다
그네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상당히 낯이 익은 이미지... 왠지 하린누나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영민은 용기를 내서 조금 더 앞으로 걸어가 하린누나인지 확인해보았다. 바로 앞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분명한 하린누나였다.
"누...누나.."
"여..영민이?!"
"어..나야! 여기서 뭐해"
"저리가!! 너도 똑같아..남자는 다 그런거니.."
"그..그게 무슨 소리야!! 오해야~ 그게 아니라~"
영민이 손을 뻗어 하린을 잡으려 하자 하린은 그네에서 내려 뒷걸음질쳤다.
"왜..왜 그래!! 오해라구"
"오해는 무슨..너도 똑같아..내가..내가 흐흑..그 날 너랑 하지 않아서 다른 여자랑
그런거야? 그런거냐구!! 말해봐~!! 흐흑.."
"그..그게 아니야;; 그리구 우린 아직 사귀고 그런 사이도.."
"알았어!! 애인도 아니면서 신경쓰지 말라는 거잖어! 미안해! 괜히 참견해서"
"누..누나!! 그게 아니야! 아직 솔직히 잘 모르겠어 누나에 대한 내 감정! 그리구 정말
오해야! 아까 그 사람 과 선배인데..갑자기 나한테 대쉬해서 나도 모르게.."
영민은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었다. 왜 자기가 이런 변명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이렇게 해야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일순 뜨끔한 생각도 들었다. 선배가
주도하긴 했지만..나중엔 영민도 충분히 동의한 관계였으므로..
"됐어! 실망이야..말이 돼? 남녀사이에 한 쪽에서 일방적인게?"
"아냐~ 정말이야!! 내가 경황이 없어서 정신이 없었어~ 아니야 내가 미쳤나봐!! 하튼 오해라고
오해!!"
영민이 "오해"란 말에 힘을 잔뜩 줘서 몇 번을 이야기하자 하린의 표정이 조금씩 풀리는 거 같았다.
단순히 영민 혼자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휴...정말 내가 오해한거니?"
"어어~!! 정말이야~ 그 선배 완전 고수야~ 그런거 고수!! 내가 말렸나봐~ 누나 알잖어~ 나
촌놈인거!! 그래서 걍 멍청하게 속았나봐~ 아우~~!! 하튼 진짜라구 좀 믿어주라? 응??!!"
영민은 이제 거의 무아지경으로 입에서 나오는데로 마구 변명을 해대고 있었다. 뭐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그런 변명들..
"알았어~ 그만해..그만하면 나도 알아들었어"
"어..어어..그래..다행이네.."
"나..솔직히 말할께.."
"어..?? 뭘?"
"나..영민이 너가 좋아..그냥 처음 본 순간부터 왠지 순수한 그런 모습이 맘에 들었어.."
"누..누나!!"
"너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난 너랑 누나 이상의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물론 지금 당장 결론을 내고 그렇게 하란 얘기는 아냐..그냥 나에 대한 그런 마음..너가 좀
알아줬으면 싶어서.."
"어..어어~ 알았어!! 나 근데 누나말대로 생각 좀 해볼께..갑자기 너무 혼란스러워서;;"
"그래..알어"
"어쨌든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나도 그리고 누나 싫지 않어~ 아니 ..좋아..근데 그 감정이
어떤건지 잘 모르겠어..그러니까 좀 기다려줄 수 있지?"
"그래..."
"누나 한 잔 할까?"
"뭐? 술??"
"어~ 지은누나도 불러내서 한 잔 하자~ㅎㅎ 나 아까 갑자기 누나방에 쳐들어가서 두들겨대서
영문도 모르고 지금 황당하게 있을텐데"
"쳐들어갔다고?? 왜??"
"왜는~~ 누나가 그렇게 나가서 깜짝 놀라서 방으로 갔나 싶어서 갔지;; 갑자기 폭탄 맞았다는
황당한 표정의 지은누나의 얼굴만 결국 보고 나왔지만..ㅎㅎ"
"그래;; 황당했겠다 나 늦게 들어간다 했는데.."
"그래~ 그럴꺼야 그러니까 술 한 잔 하고 들어가자~ 알았지??"
"어..알았어..근데 영민아"
"으응??"
"나..지금 잠시만 안아주면 안 돼..그냥 안기고 싶어서..너한테"
"어?? 어어...알았어.."
영민은 하린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살며시 하린을 품에 안았다. 아직 추운 날씨 탓인지 살짝 떨리는
하린의 몸이 느껴지다 이내 영민의 체온인지 떨림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
아까 민희선배와는 너무나 다른 느낌... 본능으로 달아오른 심장박동이 아닌..정말 두근두근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하린누나를 안고 있으면..이게 사랑이란 걸까.. 조금 더 꽉 끌어안자 하린의 두근대는
심장박동이 그대로 느껴졌다.
"누나도..이렇게 빨리 뛰는구나..! 누나..나 누나 점점 더 좋아져..어떡하지.."
영민은 하린을 향한 알 수 없는 설레임...그리고 아까 민희선배랑 그런 일에 대한 민희선배와 하린누나
모두에 대한 미안함으로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갑자기 일이 왜 이렇게 된건지..좋아해야 할 지..슬퍼해야
할 지..혼란스러운 영민이였다. 영민은 한참을 하린을 안고있다 갑자기 너무 오래 안고 있었던 거 같아
살며시 하린을 품에서 놓아주었다. 수줍게 빨개진 하린의 얼굴은..너무나 귀여웠다.
"흐..흐흠~ 그럼 그만가자~ 지은누나한테는 내가 연락할께"
"그래~ 그렇게 해"
영민은 지은과의 통화를 마치고 하린과 함께 근처의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토요일 밤이라 그런지
호프집 안은 술 마시는 사람으로 가득해 시끌시끌했다. 영민은 하린과 함께 구석에 자리를 잡고
마른안주와 생맥주를 시키고 먼저 마시고 있었다. 잠시 후 지은이 퉁명스런 표정을 짓고 들어와
영민과 하린이 있는 자리에 들어와 앉았다.
"둘이 뭐하냐?"
"어어?? 뭐하긴..누나도 참~ 하핫;;"
"야~ 이영민~"
"어??;;;;"
영민을 향한 지은의 날카로운 눈빛..순간 영민은 뭔가 모를 두려움을 느꼈다.
"지..지은아~ 영민이 왜 그렇게 봐;;"
"모야~ 지금 하린이 너 영민이 편 드는거야??"
"어??아니~ 그게 아니라;;하핫..니 표정이 너무 무서워서..영민이 겁 먹은거 봐라"
"그래?"
영민은 확실히 하린의 말대로 연기를 하는게 제대로 겁을 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지은에게 한 번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으니..그럴 말도 했다. 영민의 표정을 보자 지은은 만족스러운지 한결 부드러운
눈빛과 목소리로 말했다.
"뭐~ 그래도 그냥 넘어갈 순 없어~ 영민이 너 갑자기 아까 왜 그런거야?"
영민은 사실대로 말하자니 맞아죽을 거 같고..상당히 난감했다.
"뭐라고 변명해야 되지;;"
영민이 한참 머리를 굴리고 있을때 뜻밖에 하린이 지은의 말에 대답했다.
"아까 영민이가 다른 여자랑 키스하고 있었어"
"뭐???!!"
지은의 깜짝 놀란 표정.. 하린은 지은의 얼굴을 한 번 살피코는 계속 말을 이었다.
"내가 집에 들어가다 그걸 봤는데..갑자기 화가 나서 확 뛰쳐나왔어.. 영민인 그래서 너한테
간거고"
"그래서 나한테 왔다고?? 말이 안되잖어;; 너가 나간걸 봤다면서 나한테 왔다고?"
순간 급조해낸 거짓말은 이래서 한계인건가...하린과 영민은 순간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빛을
교환했다. 하지만 눈치빠른 지은이 그걸 눈치 못 챌 리 없었다.
"자자~!! 둘이서 궁리 그만 하고~ 뭐 말 하기 싫다 이거지? 그래~ 더 이상 묻지는 않겠어~ 하튼
뭐가 뭔지 모르겠다만 그래서 하린이 찾을라고 영민이 너가 나한테 왔다가 다시 밖으로 나가서
하린이를 찾은 뭐 그런 상황인거야?"
"어어~ 역쉬 지은누나 똑똑하다니깐!! 하핫~ 그치 지은누나?"
"그래~ 내가 술 좀 먹어서 비몽사몽으로 막 얘기해도 다 알아듣네~ 하핫;;"
"갑자기 황당하게 칭찬은...;;; 지들이 찔리니까~ 됐고~ 근데 둘이 사이가 무지 좋아보인다?"
"어??하하~ 누나도 참~ 원래 사이 좋았잖수~ 우리들 모두"
"아니~ 나는 빼고~~ 너네들 말이셔"
"어?? 지은아 그게 무슨 소리야~ 그냥 술 좀 먹고 너 오기 전에 얘기하다보니 더 친근해졌어"
"흐음~ 이것들 수상쩍은데"
"수상쩍긴 누나도 참~~ 자자~ 마시자!"
영민은 말을 끊고 모두에게 술을 권했고, 술이 한 잔씩 돌아가자마자 영민은 자기 고향에서 있었던
얘기에 별의 별 쓸데없는 얘기를 하며 화제를 돌렸고 지은은 더 이상 거기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다.
"휴..다행이야 정말~ 지은누나는 너무 눈치가 빠르다니까"
영민은 혹시나 하린과 사귀게 되더라고 지은을 속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속이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셋은 열심히 술을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거의 2시가 다 되어갈 무렵까지
술을 마셨다. 누나들이 계산한다는 걸 영민은 한사코 자신이 계산을 하고 호프집에서 나와 다 같이 원룸까지
걸어갔다. 그런데 나오자마자 지은은 계속해서 아주 빠르게 걸어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술이 먹어 정신도
없는 상황에서 빨리 걷는 지은을 따라가느라 영민과 하린은 슬슬 숨이 차올랐다.
"아구~ 술 먹은 사람이 무슨 걸음이 그리 빨러~ 같이 좀 가 지은누나"
"쳇~ 내가 눈치가 그리 없는 줄 아냐~ 그냥 천천히 걸으시지~ 나 먼저 간다~"
지은은 아예 뛰어가며 저먼치 가고 있었고, 하린과 영민은 멍하게 사라져가는 지은을 바라봤다.
"누나...우리 뭔가 들킨건가;;"
"어..어어;; 그런거 같어..하튼 눈치는 빠르니.."
뭐 어찌됐든..지은이 그런 상황을 마련해준 덕에 영민과 하린은 둘이서 오붓하게 원룸까지 걸어가며
이런저런 얘기를 팔짱까지 끼고 걸을 수 있었다. 영민은 순간 하린과 정말 연인이 된 거 같은 착각에
빠졌다.
"아...하린누나..점점 좋아지는데..그냥 사귀자고 말할까!! 아냐~ 좀 전에..생각해본다고 했는데
너무 줏대없는 놈으로 보일꺼야;; 그래 몇 일이라도 생각하는 척 해야겠다"
둘이서 같이 걸어서 그런걸까..어느새 하린과 영민은 원룸 앞에 도착해 있었다.
"아쉽다..그래도 들어가야겠지?"
"어어..시간도 늦었구..하핫.."
"그래..영민아..근데"
"응???"
"아직 그 여자 있는거 아냐..나 그 사람이랑 너 있는거 싫어.."
"모..모르겠어;; 아님 나가라고 할까?"
"그건 좀 그렇지 않을까..선배라며.."
"그..그렇지;; 하핫.. 너무 신경쓰지마..왠지 같을 거 같어~ 정 안되면 내가 누나들 방으로
올라가서 잘까??"
"뭐??!! 얘가~ 지은이한테 맞으려구~ 너 지은이한테 안 맞아봤구나?"
"하하;;맞아봤어~ 잘 알지"
"진짜? 언제?"
"그건 나중에 얘기해줄께"
"그래..하튼...그 여자는 좀.."
"누나~!! 내가 알아서 할께..절대 다른 짓 안 할께~ 나 믿어줘~ 응??"
"그래..알았어..영민아..나.."
"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망설이는 하린의 모습...영민은 왠지 하린이 말하려고 하는게 뭐인지
알 거 같았다. 영민은 하린을 품에 꼬옥 안고는 하린의 입술에 천천히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하린의 입술...영민의 몇 번의 입맞춤으로 조금씩 열리는 하린의 입술..영민은
하린의 입 안으로 파고들어 자신의 혀로 하린의 입술을 부드럽게 감쌌다. 너무나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 사랑하는가보다..아마 맞는가보다.. 영민의 머리..가슴은 이미 말하고 있는 거 같았다. 하린을
사랑하고 있다고..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하린과 영민을 쳐다봤지만 둘은 더 이상 그런 시선에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단지 행복한 지금 이 순간을 즐길뿐.. 영민은 언제까지 계속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싶었지만.. 시간이 늦었다는 사실에 조심스레 자신의 입술을 하린의 입술에서 서서히 떨어트렸다.
약하게 들리는 하린의 숨소리..
"하아.."
"누나..나 누나 많이 좋아하게 될 거 같아..그래도 되지?"
"그럼..되지.."
대답을 하며 살짝 눈물이 맺힌듯한 하린의 입술.. 뻔히 하린의 마음을 지은에게 들어놓고 왜 그렇게
바보같았는지..영민은 자신을 자책하며 조심스레 하린을 한 번 더 끌어안고 하린의 손을 잡고 같이
원룸 안으로 들어갔다. 영민은 하린이 들어갈때까지 보다가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방문이 열자
신발이 민영이꺼만 남아있었다.
"민희선배 갔나보네...휴...뭐라고 하지;;아우~ 죽었다..아~ 몰라!! 그 선배가 먼저 그랬다고!!
아~ 몰라~ 몰라~"
영민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시끄럽게 켜져있는 TV 그리고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민영의 모습이 보였다.
"참~~ 팔자 좋다!! 내가 너때문에 아주~ 아오~!!"
영민은 민영의 머리를 쥐어박으려다 간신히 참고 민영에게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자리를 펴고 누웠다.
민영때문에 자꾸만 꼬여가는 자신의 대학생활로 인한 민영에 대한 짜증이 수시로 솟구쳤다. 그런데
민영이 자꾸 영민의 신경을 건드릴수록 민영에 대한 호기심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다.
"쟤는 도대체 뭐 하는 애인지..그러고보니 민영이에 대해서 아는건 하나도 없구만.."
영민은 민영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서서히 졸음이 밀려오는 걸 느꼈다. 영민은 몸을 억지로 일으켜
TV를 끄고는 민영에게서 돌아누워 벽을 바라봤다. 순간 벽이 서서히 하린의 모습으로 바뀌는게 느껴졌다.
"뭐지..환상인가..아..하린누나 보고싶다..갑자기 왜 이리 보고싶지...."
ps. 이번 편은 야한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스토리 전개상 그렇게 됐네요~ 하핫;; 양해해 주시길~ 그런데
주말이라 그런지 다들 놀러나가셨는지..조회수나 추천수가 상당히 없네요~ㅎㅎ 소설게시판 전체가 좀 썰렁한
느낌인듯~ㅎㅎ 즐거운 주말이 다가고 벌써 또 월요일이 다가오네요~ 아우~ 싫네요;;ㅋㅋ 그럼 나가실때 다들
추천, 댓글 많이들 주시구요^^ 아주 조금~ 남은 일요일 밤 마무리 잘들 하세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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