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만 4명인 집안에서 태어나 자라서 그런지 민영의 성격은 정말 남자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상당히 천방지축이였다. 쾌활하고 밝은 성격..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확실하게 긋는 성격.. 그게 바로 민영이였다.
대학교 입학날 만났던 영민의 모습.. 민영은 영민이 진짜 변태인 줄 알았다. 그 날의 술자리 전까지는..
술을 마시며 거의 울듯한 영민의 모습을 보고 비로소 그게 자신의 오해란 걸 알았지만..
그런데 오빠들 사이에서 자란 민영이라 그런지 그런 남자답지만 여자처럼 여려 보이는 영민의 그런 모습이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이어진 영민과의 티격태격하는 자신의 모습..
어린 애들이 좋아하는 아이에게 장난을 친다고 그랬던가..
민영의 모습이 딱 그랬다. 영민에게 표현하고 싶었지만 표현할 수 없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몰라서..
그리고 그 늦은 판단때문에 놓쳐버린 첫 사랑.. 옆에서 보는 사람이 질투날 정도로 하린을 사랑하는 영민의
모습을 보며 민영은 아쉽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갑작스런 영민의 하린과의 이별.. 군입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는 상황 속에 순식간에 영민은 민영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고,
민영은 가슴 한 구석이 뻥 뚫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왜 이렇게 허전한 걸까...`
하지만 눈에서 보이지 않으면 점점 잊혀질꺼라 민영은 생각했다. 하린과 헤어졌지만 영민이 하린을 얼마나 생각
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그런데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민영에게 영민은 잊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리움이 더욱
더 깊어질뿐..
결국 참고 참던 민영은 영민에게 고백할 수 밖에 없었다. 거절당하더라도 고백이라도 한 번 해보고 거절 당 하는게 마음이라도 편할 거 같아서..
그런데 뜻 밖의 수락..!! 그게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단 걸 알면서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얼마나 바라던
사랑인데.. 포기할 수 없었다. 만약 불행해질 지 알았다 하더라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리고 영민과의 연애.. 정말 행복했다. 영민이 군에 있는동안 면회를 가는 날은 민영에게 가장 행복한 날이였다.
군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질투할 정도로 부러운 커플이였다. 민영과 영민은..
영민이 제대하고 복학하고도 그건 변함이 없었다. 대상이 군대에 있던 사람들에서 학교에 있는 사람들도 바꼈을뿐누구나가 부러워할 그런 커플이였것만..
하지만 그런 행복을 깬건 뜻 밖의 사람.. 가을.. 하린이라면 모르겠지만 가을은 예상할 수 없는 사람이였다.
계속된 가을의 방해는 둘의 사이를 조금 더 균열이 가게 만들었고, 마침내 나타난 하린 앞에 영민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가버렸다. 그렇게..
그리고 너무나 애절한 둘을 보며 민영은 두 사람 사이에 조금도 들어갈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일주일.. 꼬박 일주일동안 든 생각들의 흔적이였다. 영민과의 첫 만남부터 마지막까지..
자고 일어나서.. 아침을 조금 먹고 들어와서 누워서 울다가.. 꿈에서 영민을 보다가.. 다시 자다가..
학교도 가지 않고, 반복되는 생활..
22살 민영의 첫 사랑은 그렇게 끝이 났다. 너무 힘들어 민영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다.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쳐가고 있었다.
`보내줘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나 너무 힘들다.. 너무 힘들어.. 너.. 넌 행복한거지.. 바보... 바보..`
일주일째 학교에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민영.. 어느 정도의 상황 파악이 된다고 생각한 혁민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놀라운 상황만 벌어졌다. 갑자기 나타난 하린.. 하린과 사귀는 영민..
혁민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혁민뿐만 아니라 같은 과에 사람들 모두 그랬다.
정말 늘 붙어다니고 안 헤어질 것 같던 민영과 영민 커플이 갑자기 헤어지고, 그 앞에 나타난 첫 사랑과 다시
사귀는 영민이라니..
하지만 두 사람같에 어떤 일이 벌어져 헤어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영민에게 욕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 사이에서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건 혁민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거냐.. 돌겠군.... 민영이는 왜 학교 안 나오는거냐구!`
혁민은 더 이상 답답해서 견딜 수 없어 결국 민영을 찾아갔다. 지금 민영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었지만..
위로도 해 주고..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었다. 그리고 하린이 나타나기 전의 그 상황들은 또
무엇이었는지..
혁민이 민영의 집 앞에서 전화를 걸자 힘이 빠진 풍선같은 목소리의 민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어.. 나 혁민이.. 괜찮냐..?"
"그냥 그래.."
"지금 볼 수 있냐? 힘들면 내가 들어갈께.."
"그래줄래.. 나 움직일 힘도 없다.."
"그래.. 알았다..."
집 안에 들어가 민영의 어머니의 안내를 받아 민영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눈 앞에 펼쳐진 훨씬 심각한 상황..
정말 죽지 않고 살아있는게 신기할 정도의 민영의 몰골이였다. 밥도 제대로 안 챙겨먹는건지..
"야.. 너.."
"왔네...하하.."
"웃음이 나오냐... 너 ..어휴..."
궁금한게 산더미 같이 많았던 혁민이였지만, 지금의 민영의 모습을 보자 도저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한동안 이어지는 긴 침묵.. 그 침묵을 깬건 뜻밖에도 민영이였다.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싶었던건지.. 민영은 영민과 있었던 모든 일들을 뒤죽박죽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어느 정도 영민의 일에 대해서 아는 혁민이였으니까 이해가 되지 안 그럼 시간 순서가 엉망진창이라
못 알아들을 상황이였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올때마다 놀라운 이야기들.. 가을이와의 이야기.. 하린과 영민의 재회.. 그리고 민영이
받은 생각보다 훨씬 심한 상처..
할 말을 모두 다했는지 한동안 말이 없는 민영.. 혁민은 그런 민영이 너무 안쓰러웠다. 그리고 영민이 너무
미웠다.
`바보같은 녀석!! 니가 그러고도 남자냐! 어우!!! 너 학교가서 두고보자..!`
물론 혁민 자신도 영민에게 몹쓸 짓을 하기도 했고, 정직하게 살았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영민의 우유부단한
태도는 혁민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했고, 주위에 많은 상처를 주는 듯 했다.
"혁민아.. 흐흑.. 나 너무 힘들어.. 죽고 싶어.."
"죽긴 왜 죽어!! 이럴 때일수록 더 힘내서 잘해야지!! 빨랑 나가서 밥부터 먹자~! 얼른 기운 내야지!!"
"몰라.. 아무 것도 하기 싫어.. 먹기도 싫어.."
"바보야!! 너가 잘못한게 뭐 있는데!! 왜 이러고 있냐구!!"
"몰라..몰라..흐흑..."
"얼른 기운내! 일어나라고!! 그래야 복수하지!!"
"복수?"
눈물로 잔뜩 얼룩진 얼굴을 들고 혁민을 어리둥절하게 보는 민영..
"그래 복수!!"
"무슨 복수.."
"무슨 복수긴! 둘을 훼방놔야지!!! 그걸 잘 되게 놔주냐.."
"싫어 왜..."
"넌 간도 쓸개도 없냐!! 니 남친 뺏기고 가만있게!! 나도 하린누나 좋아하니까 도와줄 테니까 같이 복수하자구!!"
"그건 좀..."
"좀은 무슨~~!! 얼른 나가서 밥 먹자~ 내가 죽 사왔어!"
"야.. 야~"
민영은 얼떨결에 혁민의 손에 이끌려 주방으로 갔다.
"자~ 앉아서 빨리 먹어~~ 조금이라도 먹으라구"
"생각없는데.."
"어허~!! 얼른!"
"알았어.."
민영은 억지로 숟가락으로 죽을 떠서 입에 밀어넣었다.
"맛있네.."
"그지?? 이 집이 죽을 좀 잘한다!! 어서 다 먹고 힘내! 학교도 나오고!! 니가 무슨 죄인이냐~~!! 그 커플들은
멀쩡히 학교를 잘 돌아다니는데"
"휴.. 몰라..."
"알았다~ 그럼 복수얘기 안 할테니까 어서 죽부터 먹어!"
"으응.."
결국 민영은 혁민의 성화에 못 이겨 죽을 다 먹었다.
"아구~ 잘 먹네..ㅋㅋ 자~ 이제 물 마시고!"
"알았어.. 내가 애야.."
"니 상태를 봐라~ 애가 아니라 환자지!"
"알았다.."
다음날 하린은 학교로 돌아왔다. 부쩍 수척해진 모습으로..
"왔냐!ㅋㅋ 몰골 봐라.. 아침 먹었어? 안 먹었으면 이 형이 사주고~"
"형은 무슨.."
"알았다~ 먹었냐고 안 먹었냐고??"
"먹었어~!!"
"그래.. 그럼 당분간은 요양 좀 하구~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방해해야지~"
"무슨.."
"내가 그 날 한 얘기 한 귀로 듣고 흘렀냐?"
"복수??"
"그래!! 복수!!!"
주먹을 불끈 쥐는 혁민.. 민영은 그런 혁민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어~!! 너 웃었어!!ㅋㅋ 내가 원래 사람 웃기는데 재주가 있지"
"그래.. 대단하다.. 그런데 진짜 복수하게?"
"그럼!! 복수지!"
"나야 그럴 일이 있다지만 너는 왜.."
"난 뭐 복수는 아니고..;; 그냥 영민이가 괘씸해서~ 너가 혼자 하려면 벅차보일 것도 같구.."
"그래? 뭐.. 몰라.. 니가 알아서 해"
"알았다!! 그럼 넌 나만 따라다니면 돼..ㅎㅎ"
그렇게 어영부영 합의 하에 민영은 혁민을 따라 복수하기로 결정했고,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자 혁민은 바로
민영을 데리고 하린과 영민이 데이트 하는 곳에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둘의 데이트 코스를 어떻게 그리 잘
아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혁민이 가는데로 가면 항상 하린과 영민이 있었다.
영민은 민영에 대한 미안함때문인지 혁민과 민영이 훼방을 놔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말이 훼방이지.. 민영은 그냥 뻘쭘하게 있고 혁민 혼자 훼방을 놓는 모습이였다.
둘이 팔짱 끼고 가면 중간에서 팔을 떼낸다든가.. 손 잡고 가면 갑자기 손을 떼버리단든가 그런 유치한 훼방~
그렇게 한달여가 지나가고.. 어떻게 하다보니 네 사람은 부쩍 친해지게 되버렸다. 싸우다가 정든다고 해야되나..
"야! 오늘 내가 술 한 잔 살께! 술이나 한 잔 하자"
"웃기시네! 영민이 너가 왜!! 내가 살꺼야!! 알겠냐"
"그러든지..;; 별 걸 다 자존심 세워요.."
"그럼!!! 너한텐 절대 안 얻어먹을테다!"
"알았다..알았어..;;"
그렇게 해서 혁민이가 술을 사기로 해서 오랜만.. 아니 네 사람이 모여서는 처음 마시는 술자리가 마련됐다.
어느 정도 한 달 넘게 같이 다니다보니 친해져서인지 별다른 어색함없이 네 사람은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하린은 민영과.. 혁민은 영민과 계속 이야기를 하게 됐다.
"저기.. 민영씨.."
"네?"
"미안해요.. 지금와서 이런 말 하면 염치없는 거 아는데.. 진짜 미안해요.."
"아니에요.. 언니가 왜.. 사과하려면 영민이가 해야죠.."
"그래두요.. 저두 염치없는건 마찬가지죠.. 중간에 갑자기 나타나 영민이를 뺏은거나 마찬가지니.."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마요.. 그리고 지금은 정말 많이 괜찮아졌어요.. 솔직히 첨엔 영민이도 밉지만 언니두
많이 미웠어요.. 그런데 자꾸 언니를 보다보니 언니.. 참 좋은 사람같아요.. 나같아도 언니 좋아했을꺼야.."
"그렇게 말해준다면 고맙구요.."
"고맙긴요.. 사실인데.."
"휴..."
"언니.."
"네?"
"우리가 자꾸 따라다녀서 귀찮죠?"
"아뇨~!! 진짜 아니에요.. 전 좋아요.. 혼자 외동으로 커서 그런지.. 여러 사람 만나고 그러는거 좋아하거든요"
"그렇다면 다행이구요.."
"네.. 잠시 화장실 좀"
"알았어요"
하린이 나가자 같이 일어나 나가는 영민.. 혁민은 그 모습을 보자 재빨리 영민을 붙잡았다.
"야야~ 넌 어디가!! 하린누나 화장실 가는 것도 따라가냐!"
"아냐~ 나도 화장실 가고 싶어서!!"
"어딜!!"
"혁민아 놔줘"
"왜~~~ 붙잡아야지"
"잠깐 나랑 얘기나 해~"
"아~ 왜!!"
"혁민아!!"
민영이 조금 톤을 높여 말하며 혁민을 노려보자 혁민은 그제서야 영민의 손을 놨다. 혁민이 손을 놓자 재빨리
나가버리는 영민..
"저게 무슨 짓을 할라고!"
"야.. 그만해.."
"뭘.."
"이제 그만하자.. 두 사람 그냥 사귀게 두자고.."
"잘돼가고 있는데 무슨!!"
"됐어.. 그만해.. 두 사람 보기 좋잖아"
"너두 참.. 대단하다.. 성인군자냐.."
"그래.. 그런가봐"
혁민은 차라리 민영이 화를 냈으면 싶었는데 늘 가만 있는 민영이 오히려 더욱 안쓰러웠다. 하린과 영민을 따라
다니는동안 항상 아무말없이 바라만 보는 민영.. 그 쓸쓸한 눈빛이 너무 맘에 걸렸다. 어쩌면 자신의 하린에 대한
욕심때문에 민영을 힘들게 하는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런데 혁민은 어느순간부터 둘을 따라다니며 하린이 아닌 민영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욱 길어지고 민영에 대한
걱정이 더욱 커져간다는걸 알았다. 어쩌면 하린과 영민을 따라다니는건 핑계일뿐.. 민영과 많은 시간을 같이 있고
싶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말 없이 또 다시 소주잔을 기울이는 민영..
"저기 민영아.."
"으응.."
"너 나 어떻게 생각하냐?"
"무슨 소리야??"
민영은 갑작스런 혁민의 말에 깜짝 놀라 혁민을 바라봤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못 본 진지한 얼구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혁민의 모습..
"야 뭐야.. 진지하게 장난치지마.. 더 웃기잖아.."
"장난아냐.."
"그럼.."
"나 너 좋아하는거 같다.."
"뭐???!"
"말 그대로야.. 나 너 좋아해.. 넌 나 어떻게 생각하냐구.."
"그..그게 무슨.."
"예스야? 노야?!"
여느때와 달리 너무 진지해보이는 혁민의 눈빛.. 사실 민영도 얼마전부터 혁민에게서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어서
그런 혁민의 고백에 심장이 두근 두근 거렸다.
"나..나두 싫지 않.. 흐읍!"
민영의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민영의 입술을 덮치는 혁민의 입술.. 하지만 거부하고 싶지 않았다. 민영의 마음도
조금씩 혁민에게 가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너무 행복해서일까.. 갑자기 흐르는 눈물..
민영의 눈물에 깜짝 놀란 혁민은 민영에게서 떨어져 혁민을 바라봤다. 혹시 자신이 싫어서 그런가 싶어서..
"나..나때문에 그래..?"
"아니.. 너무 좋아서..흐흑..나도 모르겠어.. 나 너무 바보같지?"
"아니..바보같긴.. 나때문에 그런거 아니지? 그럼.."
"그래 너무 좋아서.."
"울지마.. 울지마.. 민영아.. 사랑해.."
"으응.. 고마워.."
혁민은 민영을 자신의 품에 꼬옥 안았다. 민영이 자신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화장실에 갔다나와 하린을 기다리던 영민은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에 휴대폰을 꺼냈다. 지은누나의 전화..
"어~ 누나!"
"그래.. 어디야? 또 하린이랑 같이 있어?"
"그렇지 뭐~ 누나??"
"나? 난 요즘 바쁘다 어학연수 준비한다구~"
"어학연수???"
"어~ 요즘은 필수 아니냐~ㅎㅎ 한 일년간 일본 좀 갔다오게"
"그래?? 언제 가는데"
"다음주~"
"그걸 왜 이제 말해!! 그럼 환송회 해야지!!"
"아직 많이 남았다~ 다음주 일요일 출발이거든~! 10일은 남았구만"
"그래두!!"
"됐습니다~ㅋㅋ 하린이 옆에 있냐?"
"아니~ 화장실에"
"그래.. 영민아"
"어??"
"하린이 잘 부탁한다구.."
"하린이? 그럼~~ 어련히 알아서 잘 안할까~ㅋㅋ"
"진지하게 얘기하는거야"
"나두 진지해..;;"
"너 다시 하린이 울리면 내가 용서 안한다.. 알지??!"
"그럼..!! 이제 공부도 열심히 하구.. 진짜 하린이만 바라보며 열심히 살꺼야"
"그래..;;; 그 말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만..한 눈 팔지 말고 하린이랑 이쁘게 그렇게 사랑하며 지내"
"알았어..ㅎㅎ 걱정 붙들어매셔"
"너만 걱정 안 하게 하면 다 된다..ㅎㅎ"
"알았다;;"
"그래 데이트 잘 하구.. 나 가기 전에 한 번 보자.."
"으응! 알았어"
전화가 끊고 옆을 보자 어느새 옆에 서 있는 하린..
"언제 왔어??"
"방금~ 무슨 전화야?"
"지은누나"
"지은이?? 왜?"
"어학연수 간다구~ 울 하린이 잘 부탁한다네~ㅋ"
"아~ 난 알고 있었는데"
"근데 왜 얘기 안해줘!!!"
"까먹었다..헤헤.."
"알았어~ㅋㅋ 그만 들어가자.. 또 혁민이 난리치겠다"
"그래~"
영민은 하린의 손을 잡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다 꼬옥 안고 있는 민영과 혁민의 모습을 보고 멈춰섰다.
"왜 그래??"
"저기 봐~"
"어!! 뭐야?? 둘이?"
"그런가봐~ㅎㅎ 빠져주자!"
"그래!! 얼른 가자"
"으응~!!"
영민은 다시 조심스레 가게 문을 닫고 하린과 함께 밤길을 걸었다. 환하게 떠 있는 밝은 보름달때문인지 밤길이
그리 어둡지는 않았다.
"오랜만이다.. 이렇게 둘이 있는거.."
"그러게~ㅋㅋ 완전 좋은데..ㅎㅎ 이제 해방인건가!"
"해방은 무슨.. 그렇게 혁민이랑 지은이가 싫었어??"
"아니.. 싫은 건 아닌데;; 그냥 가끔은 둘이 데이트 하고 싶은데 맨날 같이 있으니.."
"하긴.. 거의 매 번 같이 봤으니"
"그러니까~ㅋㅋ 뭐... 어쨌든 둘이 이렇게 같이 걸으니 좋네"
"우웅.. 나두 좋아.. 영민아"
"으응..??"
"나.. 앞으로 이제 힘들게 안 할꺼지?"
"그럼!! 맹새할께!! 진짜 두 번 다시 한 눈 안 팔아"
"그래..알았어.. 사랑해.."
"우웅... 나두 완전 사랑해!!!"
"그래.."
"그럼 오랜만에 뜨거운 밤을 같이 보낼까?"
"뭐야!!"
"뭐긴.. 감시때문에 한 달 넘게 못한거 같은데"
"으구~~ 알았어!! 그만 얘기해! 주위 사람 들을라~"
"그럼 같이 보내는거지??"
"알았다구요!!"
"오케이!!ㅋㅋ"
영민과 하린이 지나가며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 밝게 빛나는 달빛..
영원한 사랑은 없다지만.. 지금 이순간만큼은 서로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영민과 하린이였다.
이 사랑이 영원히 이어지길 바라는 하린과 영민이였다.
ps. 드디어 영민이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ㅎㅎ 조금 더 길게 스토리를 이어가보려고 했지만.. 이젠
소재도 바닥나고 지금쯤 끝내야 딱 깔끔한거 같아 이렇게 결말을 내리게 됐습니다..ㅎㅎ 가장 오랜 시간 연재한
소설이라 그런지 많이 애착이 가는 작품인데요.. 참 시원섭섭하네요..ㅎㅎ 그럼 앞으로 이어진 카라 팬픽과
지금 연재하는 이모도 좋고 사촌누나도 좋아도 많은 사랑부탁드려요!! 그리고 마지막이니만큼 많은 추천, 댓글을
주시면 감사하죠^^;; 그럼 좋은 밤 되세용~~!!ㅋ
대학교 입학날 만났던 영민의 모습.. 민영은 영민이 진짜 변태인 줄 알았다. 그 날의 술자리 전까지는..
술을 마시며 거의 울듯한 영민의 모습을 보고 비로소 그게 자신의 오해란 걸 알았지만..
그런데 오빠들 사이에서 자란 민영이라 그런지 그런 남자답지만 여자처럼 여려 보이는 영민의 그런 모습이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이어진 영민과의 티격태격하는 자신의 모습..
어린 애들이 좋아하는 아이에게 장난을 친다고 그랬던가..
민영의 모습이 딱 그랬다. 영민에게 표현하고 싶었지만 표현할 수 없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몰라서..
그리고 그 늦은 판단때문에 놓쳐버린 첫 사랑.. 옆에서 보는 사람이 질투날 정도로 하린을 사랑하는 영민의
모습을 보며 민영은 아쉽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갑작스런 영민의 하린과의 이별.. 군입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는 상황 속에 순식간에 영민은 민영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고,
민영은 가슴 한 구석이 뻥 뚫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왜 이렇게 허전한 걸까...`
하지만 눈에서 보이지 않으면 점점 잊혀질꺼라 민영은 생각했다. 하린과 헤어졌지만 영민이 하린을 얼마나 생각
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그런데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민영에게 영민은 잊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리움이 더욱
더 깊어질뿐..
결국 참고 참던 민영은 영민에게 고백할 수 밖에 없었다. 거절당하더라도 고백이라도 한 번 해보고 거절 당 하는게 마음이라도 편할 거 같아서..
그런데 뜻 밖의 수락..!! 그게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단 걸 알면서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얼마나 바라던
사랑인데.. 포기할 수 없었다. 만약 불행해질 지 알았다 하더라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리고 영민과의 연애.. 정말 행복했다. 영민이 군에 있는동안 면회를 가는 날은 민영에게 가장 행복한 날이였다.
군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질투할 정도로 부러운 커플이였다. 민영과 영민은..
영민이 제대하고 복학하고도 그건 변함이 없었다. 대상이 군대에 있던 사람들에서 학교에 있는 사람들도 바꼈을뿐누구나가 부러워할 그런 커플이였것만..
하지만 그런 행복을 깬건 뜻 밖의 사람.. 가을.. 하린이라면 모르겠지만 가을은 예상할 수 없는 사람이였다.
계속된 가을의 방해는 둘의 사이를 조금 더 균열이 가게 만들었고, 마침내 나타난 하린 앞에 영민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가버렸다. 그렇게..
그리고 너무나 애절한 둘을 보며 민영은 두 사람 사이에 조금도 들어갈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일주일.. 꼬박 일주일동안 든 생각들의 흔적이였다. 영민과의 첫 만남부터 마지막까지..
자고 일어나서.. 아침을 조금 먹고 들어와서 누워서 울다가.. 꿈에서 영민을 보다가.. 다시 자다가..
학교도 가지 않고, 반복되는 생활..
22살 민영의 첫 사랑은 그렇게 끝이 났다. 너무 힘들어 민영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다.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쳐가고 있었다.
`보내줘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나 너무 힘들다.. 너무 힘들어.. 너.. 넌 행복한거지.. 바보... 바보..`
일주일째 학교에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민영.. 어느 정도의 상황 파악이 된다고 생각한 혁민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놀라운 상황만 벌어졌다. 갑자기 나타난 하린.. 하린과 사귀는 영민..
혁민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혁민뿐만 아니라 같은 과에 사람들 모두 그랬다.
정말 늘 붙어다니고 안 헤어질 것 같던 민영과 영민 커플이 갑자기 헤어지고, 그 앞에 나타난 첫 사랑과 다시
사귀는 영민이라니..
하지만 두 사람같에 어떤 일이 벌어져 헤어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영민에게 욕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 사이에서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건 혁민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거냐.. 돌겠군.... 민영이는 왜 학교 안 나오는거냐구!`
혁민은 더 이상 답답해서 견딜 수 없어 결국 민영을 찾아갔다. 지금 민영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었지만..
위로도 해 주고..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었다. 그리고 하린이 나타나기 전의 그 상황들은 또
무엇이었는지..
혁민이 민영의 집 앞에서 전화를 걸자 힘이 빠진 풍선같은 목소리의 민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어.. 나 혁민이.. 괜찮냐..?"
"그냥 그래.."
"지금 볼 수 있냐? 힘들면 내가 들어갈께.."
"그래줄래.. 나 움직일 힘도 없다.."
"그래.. 알았다..."
집 안에 들어가 민영의 어머니의 안내를 받아 민영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눈 앞에 펼쳐진 훨씬 심각한 상황..
정말 죽지 않고 살아있는게 신기할 정도의 민영의 몰골이였다. 밥도 제대로 안 챙겨먹는건지..
"야.. 너.."
"왔네...하하.."
"웃음이 나오냐... 너 ..어휴..."
궁금한게 산더미 같이 많았던 혁민이였지만, 지금의 민영의 모습을 보자 도저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한동안 이어지는 긴 침묵.. 그 침묵을 깬건 뜻밖에도 민영이였다.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싶었던건지.. 민영은 영민과 있었던 모든 일들을 뒤죽박죽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어느 정도 영민의 일에 대해서 아는 혁민이였으니까 이해가 되지 안 그럼 시간 순서가 엉망진창이라
못 알아들을 상황이였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올때마다 놀라운 이야기들.. 가을이와의 이야기.. 하린과 영민의 재회.. 그리고 민영이
받은 생각보다 훨씬 심한 상처..
할 말을 모두 다했는지 한동안 말이 없는 민영.. 혁민은 그런 민영이 너무 안쓰러웠다. 그리고 영민이 너무
미웠다.
`바보같은 녀석!! 니가 그러고도 남자냐! 어우!!! 너 학교가서 두고보자..!`
물론 혁민 자신도 영민에게 몹쓸 짓을 하기도 했고, 정직하게 살았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영민의 우유부단한
태도는 혁민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했고, 주위에 많은 상처를 주는 듯 했다.
"혁민아.. 흐흑.. 나 너무 힘들어.. 죽고 싶어.."
"죽긴 왜 죽어!! 이럴 때일수록 더 힘내서 잘해야지!! 빨랑 나가서 밥부터 먹자~! 얼른 기운 내야지!!"
"몰라.. 아무 것도 하기 싫어.. 먹기도 싫어.."
"바보야!! 너가 잘못한게 뭐 있는데!! 왜 이러고 있냐구!!"
"몰라..몰라..흐흑..."
"얼른 기운내! 일어나라고!! 그래야 복수하지!!"
"복수?"
눈물로 잔뜩 얼룩진 얼굴을 들고 혁민을 어리둥절하게 보는 민영..
"그래 복수!!"
"무슨 복수.."
"무슨 복수긴! 둘을 훼방놔야지!!! 그걸 잘 되게 놔주냐.."
"싫어 왜..."
"넌 간도 쓸개도 없냐!! 니 남친 뺏기고 가만있게!! 나도 하린누나 좋아하니까 도와줄 테니까 같이 복수하자구!!"
"그건 좀..."
"좀은 무슨~~!! 얼른 나가서 밥 먹자~ 내가 죽 사왔어!"
"야.. 야~"
민영은 얼떨결에 혁민의 손에 이끌려 주방으로 갔다.
"자~ 앉아서 빨리 먹어~~ 조금이라도 먹으라구"
"생각없는데.."
"어허~!! 얼른!"
"알았어.."
민영은 억지로 숟가락으로 죽을 떠서 입에 밀어넣었다.
"맛있네.."
"그지?? 이 집이 죽을 좀 잘한다!! 어서 다 먹고 힘내! 학교도 나오고!! 니가 무슨 죄인이냐~~!! 그 커플들은
멀쩡히 학교를 잘 돌아다니는데"
"휴.. 몰라..."
"알았다~ 그럼 복수얘기 안 할테니까 어서 죽부터 먹어!"
"으응.."
결국 민영은 혁민의 성화에 못 이겨 죽을 다 먹었다.
"아구~ 잘 먹네..ㅋㅋ 자~ 이제 물 마시고!"
"알았어.. 내가 애야.."
"니 상태를 봐라~ 애가 아니라 환자지!"
"알았다.."
다음날 하린은 학교로 돌아왔다. 부쩍 수척해진 모습으로..
"왔냐!ㅋㅋ 몰골 봐라.. 아침 먹었어? 안 먹었으면 이 형이 사주고~"
"형은 무슨.."
"알았다~ 먹었냐고 안 먹었냐고??"
"먹었어~!!"
"그래.. 그럼 당분간은 요양 좀 하구~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방해해야지~"
"무슨.."
"내가 그 날 한 얘기 한 귀로 듣고 흘렀냐?"
"복수??"
"그래!! 복수!!!"
주먹을 불끈 쥐는 혁민.. 민영은 그런 혁민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어~!! 너 웃었어!!ㅋㅋ 내가 원래 사람 웃기는데 재주가 있지"
"그래.. 대단하다.. 그런데 진짜 복수하게?"
"그럼!! 복수지!"
"나야 그럴 일이 있다지만 너는 왜.."
"난 뭐 복수는 아니고..;; 그냥 영민이가 괘씸해서~ 너가 혼자 하려면 벅차보일 것도 같구.."
"그래? 뭐.. 몰라.. 니가 알아서 해"
"알았다!! 그럼 넌 나만 따라다니면 돼..ㅎㅎ"
그렇게 어영부영 합의 하에 민영은 혁민을 따라 복수하기로 결정했고,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자 혁민은 바로
민영을 데리고 하린과 영민이 데이트 하는 곳에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둘의 데이트 코스를 어떻게 그리 잘
아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혁민이 가는데로 가면 항상 하린과 영민이 있었다.
영민은 민영에 대한 미안함때문인지 혁민과 민영이 훼방을 놔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말이 훼방이지.. 민영은 그냥 뻘쭘하게 있고 혁민 혼자 훼방을 놓는 모습이였다.
둘이 팔짱 끼고 가면 중간에서 팔을 떼낸다든가.. 손 잡고 가면 갑자기 손을 떼버리단든가 그런 유치한 훼방~
그렇게 한달여가 지나가고.. 어떻게 하다보니 네 사람은 부쩍 친해지게 되버렸다. 싸우다가 정든다고 해야되나..
"야! 오늘 내가 술 한 잔 살께! 술이나 한 잔 하자"
"웃기시네! 영민이 너가 왜!! 내가 살꺼야!! 알겠냐"
"그러든지..;; 별 걸 다 자존심 세워요.."
"그럼!!! 너한텐 절대 안 얻어먹을테다!"
"알았다..알았어..;;"
그렇게 해서 혁민이가 술을 사기로 해서 오랜만.. 아니 네 사람이 모여서는 처음 마시는 술자리가 마련됐다.
어느 정도 한 달 넘게 같이 다니다보니 친해져서인지 별다른 어색함없이 네 사람은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하린은 민영과.. 혁민은 영민과 계속 이야기를 하게 됐다.
"저기.. 민영씨.."
"네?"
"미안해요.. 지금와서 이런 말 하면 염치없는 거 아는데.. 진짜 미안해요.."
"아니에요.. 언니가 왜.. 사과하려면 영민이가 해야죠.."
"그래두요.. 저두 염치없는건 마찬가지죠.. 중간에 갑자기 나타나 영민이를 뺏은거나 마찬가지니.."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마요.. 그리고 지금은 정말 많이 괜찮아졌어요.. 솔직히 첨엔 영민이도 밉지만 언니두
많이 미웠어요.. 그런데 자꾸 언니를 보다보니 언니.. 참 좋은 사람같아요.. 나같아도 언니 좋아했을꺼야.."
"그렇게 말해준다면 고맙구요.."
"고맙긴요.. 사실인데.."
"휴..."
"언니.."
"네?"
"우리가 자꾸 따라다녀서 귀찮죠?"
"아뇨~!! 진짜 아니에요.. 전 좋아요.. 혼자 외동으로 커서 그런지.. 여러 사람 만나고 그러는거 좋아하거든요"
"그렇다면 다행이구요.."
"네.. 잠시 화장실 좀"
"알았어요"
하린이 나가자 같이 일어나 나가는 영민.. 혁민은 그 모습을 보자 재빨리 영민을 붙잡았다.
"야야~ 넌 어디가!! 하린누나 화장실 가는 것도 따라가냐!"
"아냐~ 나도 화장실 가고 싶어서!!"
"어딜!!"
"혁민아 놔줘"
"왜~~~ 붙잡아야지"
"잠깐 나랑 얘기나 해~"
"아~ 왜!!"
"혁민아!!"
민영이 조금 톤을 높여 말하며 혁민을 노려보자 혁민은 그제서야 영민의 손을 놨다. 혁민이 손을 놓자 재빨리
나가버리는 영민..
"저게 무슨 짓을 할라고!"
"야.. 그만해.."
"뭘.."
"이제 그만하자.. 두 사람 그냥 사귀게 두자고.."
"잘돼가고 있는데 무슨!!"
"됐어.. 그만해.. 두 사람 보기 좋잖아"
"너두 참.. 대단하다.. 성인군자냐.."
"그래.. 그런가봐"
혁민은 차라리 민영이 화를 냈으면 싶었는데 늘 가만 있는 민영이 오히려 더욱 안쓰러웠다. 하린과 영민을 따라
다니는동안 항상 아무말없이 바라만 보는 민영.. 그 쓸쓸한 눈빛이 너무 맘에 걸렸다. 어쩌면 자신의 하린에 대한
욕심때문에 민영을 힘들게 하는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런데 혁민은 어느순간부터 둘을 따라다니며 하린이 아닌 민영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욱 길어지고 민영에 대한
걱정이 더욱 커져간다는걸 알았다. 어쩌면 하린과 영민을 따라다니는건 핑계일뿐.. 민영과 많은 시간을 같이 있고
싶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말 없이 또 다시 소주잔을 기울이는 민영..
"저기 민영아.."
"으응.."
"너 나 어떻게 생각하냐?"
"무슨 소리야??"
민영은 갑작스런 혁민의 말에 깜짝 놀라 혁민을 바라봤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못 본 진지한 얼구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혁민의 모습..
"야 뭐야.. 진지하게 장난치지마.. 더 웃기잖아.."
"장난아냐.."
"그럼.."
"나 너 좋아하는거 같다.."
"뭐???!"
"말 그대로야.. 나 너 좋아해.. 넌 나 어떻게 생각하냐구.."
"그..그게 무슨.."
"예스야? 노야?!"
여느때와 달리 너무 진지해보이는 혁민의 눈빛.. 사실 민영도 얼마전부터 혁민에게서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어서
그런 혁민의 고백에 심장이 두근 두근 거렸다.
"나..나두 싫지 않.. 흐읍!"
민영의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민영의 입술을 덮치는 혁민의 입술.. 하지만 거부하고 싶지 않았다. 민영의 마음도
조금씩 혁민에게 가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너무 행복해서일까.. 갑자기 흐르는 눈물..
민영의 눈물에 깜짝 놀란 혁민은 민영에게서 떨어져 혁민을 바라봤다. 혹시 자신이 싫어서 그런가 싶어서..
"나..나때문에 그래..?"
"아니.. 너무 좋아서..흐흑..나도 모르겠어.. 나 너무 바보같지?"
"아니..바보같긴.. 나때문에 그런거 아니지? 그럼.."
"그래 너무 좋아서.."
"울지마.. 울지마.. 민영아.. 사랑해.."
"으응.. 고마워.."
혁민은 민영을 자신의 품에 꼬옥 안았다. 민영이 자신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화장실에 갔다나와 하린을 기다리던 영민은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에 휴대폰을 꺼냈다. 지은누나의 전화..
"어~ 누나!"
"그래.. 어디야? 또 하린이랑 같이 있어?"
"그렇지 뭐~ 누나??"
"나? 난 요즘 바쁘다 어학연수 준비한다구~"
"어학연수???"
"어~ 요즘은 필수 아니냐~ㅎㅎ 한 일년간 일본 좀 갔다오게"
"그래?? 언제 가는데"
"다음주~"
"그걸 왜 이제 말해!! 그럼 환송회 해야지!!"
"아직 많이 남았다~ 다음주 일요일 출발이거든~! 10일은 남았구만"
"그래두!!"
"됐습니다~ㅋㅋ 하린이 옆에 있냐?"
"아니~ 화장실에"
"그래.. 영민아"
"어??"
"하린이 잘 부탁한다구.."
"하린이? 그럼~~ 어련히 알아서 잘 안할까~ㅋㅋ"
"진지하게 얘기하는거야"
"나두 진지해..;;"
"너 다시 하린이 울리면 내가 용서 안한다.. 알지??!"
"그럼..!! 이제 공부도 열심히 하구.. 진짜 하린이만 바라보며 열심히 살꺼야"
"그래..;;; 그 말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만..한 눈 팔지 말고 하린이랑 이쁘게 그렇게 사랑하며 지내"
"알았어..ㅎㅎ 걱정 붙들어매셔"
"너만 걱정 안 하게 하면 다 된다..ㅎㅎ"
"알았다;;"
"그래 데이트 잘 하구.. 나 가기 전에 한 번 보자.."
"으응! 알았어"
전화가 끊고 옆을 보자 어느새 옆에 서 있는 하린..
"언제 왔어??"
"방금~ 무슨 전화야?"
"지은누나"
"지은이?? 왜?"
"어학연수 간다구~ 울 하린이 잘 부탁한다네~ㅋ"
"아~ 난 알고 있었는데"
"근데 왜 얘기 안해줘!!!"
"까먹었다..헤헤.."
"알았어~ㅋㅋ 그만 들어가자.. 또 혁민이 난리치겠다"
"그래~"
영민은 하린의 손을 잡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다 꼬옥 안고 있는 민영과 혁민의 모습을 보고 멈춰섰다.
"왜 그래??"
"저기 봐~"
"어!! 뭐야?? 둘이?"
"그런가봐~ㅎㅎ 빠져주자!"
"그래!! 얼른 가자"
"으응~!!"
영민은 다시 조심스레 가게 문을 닫고 하린과 함께 밤길을 걸었다. 환하게 떠 있는 밝은 보름달때문인지 밤길이
그리 어둡지는 않았다.
"오랜만이다.. 이렇게 둘이 있는거.."
"그러게~ㅋㅋ 완전 좋은데..ㅎㅎ 이제 해방인건가!"
"해방은 무슨.. 그렇게 혁민이랑 지은이가 싫었어??"
"아니.. 싫은 건 아닌데;; 그냥 가끔은 둘이 데이트 하고 싶은데 맨날 같이 있으니.."
"하긴.. 거의 매 번 같이 봤으니"
"그러니까~ㅋㅋ 뭐... 어쨌든 둘이 이렇게 같이 걸으니 좋네"
"우웅.. 나두 좋아.. 영민아"
"으응..??"
"나.. 앞으로 이제 힘들게 안 할꺼지?"
"그럼!! 맹새할께!! 진짜 두 번 다시 한 눈 안 팔아"
"그래..알았어.. 사랑해.."
"우웅... 나두 완전 사랑해!!!"
"그래.."
"그럼 오랜만에 뜨거운 밤을 같이 보낼까?"
"뭐야!!"
"뭐긴.. 감시때문에 한 달 넘게 못한거 같은데"
"으구~~ 알았어!! 그만 얘기해! 주위 사람 들을라~"
"그럼 같이 보내는거지??"
"알았다구요!!"
"오케이!!ㅋㅋ"
영민과 하린이 지나가며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 밝게 빛나는 달빛..
영원한 사랑은 없다지만.. 지금 이순간만큼은 서로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영민과 하린이였다.
이 사랑이 영원히 이어지길 바라는 하린과 영민이였다.
ps. 드디어 영민이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ㅎㅎ 조금 더 길게 스토리를 이어가보려고 했지만.. 이젠
소재도 바닥나고 지금쯤 끝내야 딱 깔끔한거 같아 이렇게 결말을 내리게 됐습니다..ㅎㅎ 가장 오랜 시간 연재한
소설이라 그런지 많이 애착이 가는 작품인데요.. 참 시원섭섭하네요..ㅎㅎ 그럼 앞으로 이어진 카라 팬픽과
지금 연재하는 이모도 좋고 사촌누나도 좋아도 많은 사랑부탁드려요!! 그리고 마지막이니만큼 많은 추천, 댓글을
주시면 감사하죠^^;; 그럼 좋은 밤 되세용~~!!ㅋ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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