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부]
"현대적 건축가의 개개인의 특성을 다음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살펴보기로 하고..
먼저 마리오 보타의 작품을 보시겠습니다....자 먼저 스크린의 작품들을 보시죠..."
[띠링..]
[오빠....자꾸 문자 씹을래?]
"에.. 독일 도르트문트의 공공도서관입니다.. 이것은 에.. 이태리의 베르나레지오
연립주택단지입니다... 에... 이것은 바젤의 쟝팅글리 미술관이죠??...."
[띠링..]
[암튼..나 세시에 끝나니까 잠깐 후문앞으로 나와....오빠한테 할말 있어...]
"자... 이 빛과 원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향연.. 어떠십니까???
저기 저 끝쪽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학생??..."
"씨바..!!..."
늙은 노교수와 학우들...다들 나를 쳐다보고 있다.
"넵....."
"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네????....."
[하하하하하.........]
"흐음.. 마리오 보타의 이 작품들의 특성에 대해 건축학도로서.. 느낀점을 말씀해 주시지요.."
"아하... 네... 흐음......기하학적인 형태들을 과감하게 해체시키고,
다시 어떤 주관적인 관념으로 재배열하면서, 그... 뭐랄까..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이러한 독특한 건축의 형태적 변화에 다양한 공간적 교류를 제시한거 같습니다..."
[오우.................]
평소.. 관심이 많았던 건축가라.. 다행이다.
멀찌감치서 나를 쳐다보는 [종필]이 개새의 눈빛...
"개새야... 지금 니 애마가 나한테 미치고 있단다... 흐흐흐...."
"니가 간수 못하는 니 애마때문에.. 내가 요즘 귀찮아 죽겠어??.."
어제저녁.. 학과동 주차장 뒷뜰에서 [은영]이와 옥신각신 다투는 [종필]이형을
2층 발코니에서 내려다 보았다.
무표정한 시선과 싸늘한 말투..
그런 [종필]이형에게 매달리는 [은영]이..
[은영]이는 나에게 본격적인 교제의 선포를 망설이면서.. [종필]이형의 마음을 마지막으로
확인해 보려는 듯 했다.
하지만... 냉정한 [종필]이형....
[은영]이가 몇번이고 되물었던... [오빠 나 사랑해??] 라는 질문에 단호히..
[아니]..라고 짧게 대답하기만 한다.
아무래도 오늘... [은영]이와의 그날이 온것 같다.
이미 며칠전.. 마음을 다잡은 나는 의연하게 [은영]이에게 다가간다.
저 멀리 보이는 학교후문.. 포플러 나무아래의 벤취..
짙은 갈색의 한점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안은영]..
그제도.. 어제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걸려온 전화로는 바쁘다는 핑계만 늘여놓기가 무섭기 끊어 버렸다.
이정도 가지고 놀았으니.. 더이상 볼일이 없는것이다.
단지 [종필]이 그 개새가.. 처참하게 소중한 무언가를 빼았겨 가슴앓이를 할꺼라는
기대감이 깨져버린게 아쉬울 뿐이다.
그렇다고 더이상 [은영]이를 죄고 있을 필요가 없다.
[종필]이는 [은영]이가 나와 사귀던.. 사귀지 않던... 눈도 깜짝 하지 않을 것 같은 놈이니까..
[은영]이가 벌떡 일어난다.
화난 눈빛...
무섭다......
길다란 코트와 부츠차림... 목에 칭칭..감긴.. 밤색의 길다란 스카프...
"나 바빠... 본론만 말해.."
"오빠 뭐야??... 도대체 왜 이래??...."
"니가 서연이 한테나 잘해주라며???? 그냥 그럴려구..."
"뭐???........."
"아무래도.. 너한테는 나같은 무식쟁이보다는 유식한 종필이가 낫겠지..."
"오빠 뭐야??... 저번에 그거 때문에 여태 삐진거야??...."
"아냐... 삐지기는...."
"그날...화내고 먼저 가버린거.. 흐음...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됐다... 나 그냥 갈꺼니까.. 당분간 좀 떨어져 있자.. 나도 창식이 새끼처럼..
너랑은 좀더 성숙한 사랑을 위해.. 그렇게 하는게 좋을것 같아..."
"잠깐... 스톱!!!!!....."
[은영]이의 눈빛이 부담스러워.. 딴청을 부리며.. 담배를 입에 물기시작이다.
"너... 여지껏.. 나 가지고 놀았니??...."
"니 맘대로 생각해....."
"엄머???????????....."
"후우................."
"오빠... 나 좋다고 안그랬어???... 나 처음 봤을때 부터... 죽도록 짝사랑 했다며???...
누구랑 있어도 항상 내생각만 했다며????....."
"후우...........뻑.........."
"그거.. 다 거짓말이야??...."
"니 맘대로 생각하라니까??...."
"종필오빠랑.. 끝낼께... 진짜야... 오늘 통보할테니까.... 기다려..."
"아냐.. 그럴 필요없어...."
"...............오...오빠......"
"나.. 너랑 시작하지 않을꺼야... 처음부터 서연이가 너보다 훨씬 더 좋았고..
종필이형이랑 더이상 원수지간 되기도 싫다...."
".......너...너...그게..지금... 말이돼?????......어????...."
"하여간.. 괜히 일내지 마라.. 그냥.. 너랑 나랑 스쳐지나간 바람이었을 뿐이다.."
"너..!!...... 이 나쁜새끼!!!..... 너!!!!!... 흑흑....."
"종필이.. 그 개새한테나 잘해줘라....."
"잠깐 오빠!!!.... 안돼!!!.... 나도 저번부터.. 오빠가 좋아졌단 말이야!!... 진짜야..!!
처음 오빠 맘 몰라준거.. 너무 미안했고... 저번에 오빠한테 상처준거 같아.. 며칠째..
오빠생각 많이 하고 많이많이 미안해 했어... 진심이야... 오빠.. 이러지마...응?????"
"너.. 착각하나본데.. 나 안삐졌다니까??....."
"그럼..흑흑... 뭐야????..... 그럼.. 진짜.. 나가지고 놀았던거야???...."
"...훗..........."
"처음부터 나 사랑했었다는 말...오빠... 그거 다 거짓말이었니??...."
"...훗......그래..."
"그럼.. 뭐야?????.... 오빠... 뭐때문에.. 나한테 그랬어???...."
"나??.... 그건 말 못해... 하여간 너랑 더이상 할말 없다... 간다......"
"야!!...... 너 지금 가면.. 진짜 너 얼굴 안봐??..."
"그러길 바래.... 안은영!!... 사요나라!!......"
"나쁜새끼!!!!... 종필오빠는 최소한 거짓말은 안했어!!!!......"
"아 그러니까.. 그새끼한테 가라고!!......"
"오빠!!!!...흑흑... 미안해... 다신 종필오빠 얘기안할께..... 가지마!!...응???..."
"니가 그새끼 얘기하던.. 안하던 상관없어.... 이러지 말자... 쿨하게 갈라서자....."
매몰차게 [은영]이에게서 돌아섰다.
[종필]이의 여자를 가지고 놀았다는 어떤 해소감.. 무사히 결별이 되었다는 안도감..
하지만.. 허무함과 [은영]이에 대한 미안함이.. 내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다음날... 학교가 떠들썩 하다...
"음대얼짱이.. 어제 스카프로 나무에 목을 매고 자살해 버렸대..."
"뭐???? 종필이형 ?아다닌다는..그...여자???..."
"...!!!!!!!!!!!!!!!!!!!!!!!!!!!!!!!!!!!!!!!!!!!!!...................."
애써... 의연하게.. 이 엄청난 소식을 듣고도 태연하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두손이 덜덜덜덜... 떨려오고 있다.
마른침이 꼴까닥.. 넘어간다.
폴리스라인이 쳐진.. 후문옆... 포플러 나무의 벤취...
[은영]이의 핸드폰 문자 기록으로..
조용히 경찰서에 가서 간단한 조사를 몇가지 받게 되었다.
죽은 안은영과는 무슨 관계였다는 것... 그리고 각자의 애인몰래 만났다는 것..
그리고 각자의 애인에게 돌아가기위해 헤어졌다는 것.....
왜 죽었는지는 전혀 모른다고만 했다.
진짜 모르니까........
진짜.........
그렇게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경찰서 밖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늦은 저녁..
학과동의 뒷뜰 주차장..
[종필]이 개새의 호출에 끌려 나간다.
주차장 경계석에 두다리를 쫙 벌리고 앉아있는 [한종필]...
내가 가까이오자 일어서서 내 얼굴을 꼴아 보기 시작이다.
"너 이새끼.. 여지껏.. 은영이 만나온거.. 나는 오래전부터 다 알고 있었어..."
"...훗.........그래??...."
"따먹었지??.......다알어 새끼야..... 좋았냐??...."
"그래....아주.. 좋았어...."
"훗..... 은미에.. 서연이에... 죽은 은영이까지... 너.. 진짜 니말대로
여자 후리는 기술.. 완벽히.. 터득했구나???....."
"그래... 맘만 먹으면.. 나도 형처럼.. 이년 저년.. 다 따먹을 수 있게 됐어..."
"새끼야.. 넌 아직도 멀었어...처음부터 가지고 놀꺼라면 최소한 상처는 주질 말았어야지...."
"뭐??????......"
"결국 니 무덤은 니가 판거야......."
"..아냐..나때문에 그런거........니 때문이야!!..니새끼 때문이라고..!!.........."
"내가 이년 저년.. 데리고 자고.. 그딴식으로 사는게.. 그렇게 부러웠고 그게 너의
자격지심이었지?????..."
".............."
"너도 한번 느껴봐.....이게 얼마나 처참한 삶인지....."
"...이...악마같은 새끼... 니가 죽인거야... 니가..............."
"훗....지금은 본인 잘못이 아니라고 부정하겠지??.... 하지만.. 나보다 니가 스스로를
잘 알잖아.............안그래???..."
".....아..아니야....아니야!!......"
흐릿한 가로등.. 어두운 불빛 아래의 싸늘한 [종필]이형의 얼굴...
[종필]이형은 알 수없는 경고의 메세지만 남긴채.. 돌아서서 건물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으아악!!!!!!!!!!!!!!!!!!!!!!!!................"
[빠악!!!!]
주먹으로 있는 힘껏.. 자판기를 내 질렀다...
"서...서연이를 만날꺼야...."
다짜고짜... 택시를 잡아타고 [서연]이의 집앞에 도착했다.
흐릿한 가로등... 을씨년스러운 날씨... 나의 천사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바깥으로
나온다..
눌러쓴 모자.. 그 모자아래.. 하얀 얼굴과 구불거리는 검은 머릿결...
"오빠........"
"서연아... 키스해줘.....제발..."
"후음....훔......쪼옵........잠...잠깐만..오빠!!..... 왜 이래??..."
"서연아... 우리 오늘 같이 자자... 너랑 함께 있고 싶어..."
"오늘 안돼....음...금요일날... 응??....."
"금요일??.... 오늘 같이 자고 싶은데..."
"안돼... 오늘은 벌써 집에 왔잖아... 바보.. 진작 말하지 그랬어??..."
"후우............"
"오빠.. 근데... 아까 애들한테.. 무슨 얘기 못들었어?? 음대생 하나가 자살했다며??..."
"어???..... 들..들었어...."
"무서워 오빠...."
"서연아.... 너 오빠 사랑하지??..."
"응.... 왜그래??..."
"서연아.. 사랑해... 서연아....."
[와락...]
"호호... 오빠는... 나 오빠두고 안죽어...."
"사랑해........"
[서연]이를 꽉 껴안았다.
나의 모든 불안감과 죄책감을 어떻게 해서든지 해소해버리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읍....오...오빠..... 켁... 살살...."
"어...??.... 하하.. 미안....."
[서연]이가 나의 뒷통수를 어루만져준다.
"오빠... 이렇게 안고 있으니까.. 너무 좋다.. 오늘 무척 나 보고싶었나봐??...
집앞까지 다 찾아오고.... 나랑 그게 그렇게 하고 싶었어??..."
"...응............"
"호호.... 요즘 우리 안한지 오래 됐네... 금요일날 꼭 함께 있자..."
".....사랑해........."
[서연]이와 헤어졌다.
불안하다..
어쩌질 못해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지금의 이 불안감... 이 알수없는 심정을 이겨내고만 싶다.
죄책감???????
아니야!!!!!.... 난 잘못없어!!!... 진짜야!!... 내가 그런게 아니야!!!!!........
아무리 아니라고 우기려고 해도... [종필]이형 말대로... 내 스스로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듯.. 미칠듯하게 불안해 하며 어쩌질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그래.... 은미를 만나야 해..... 은..은미를......"
핸드폰을 뒤적거려 [은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늦은 시간...
때마침 학교에 있다는 [은미]를 만났다.
먼발치... 또각또각.. 걸어오는 [은미]..
[은미]가 내가 앉아있는 벤취앞에 다다르자 그자리에서 일어났다.
[쫘악!!!!!!!!!!!!]
[은미]가 날린 귀싸데기.....
"나쁜새끼......"
"...아...아니야.... 아니라고..............."
"흑!!..... 불쌍해.... 죽은 은영이도... 니새끼도...."
"...은미야... 내가 그런게 아니야... 응??....."
[은미]와 함께 모텔로 향한다.
함께 가자고 하지도 않았는데..
다짜고짜 나를 이곳으로 데리고 온것이다.
[아방궁....]
칸막이 아래의 낯익은 눈빛이 나에게 키를 건넨다.
[308호]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길다란 복도 끝.. 308호에 들어간다.
[은미]의 가방속... 내 가방속.. 맥주병들이 쏟아져 나온다.
[은미]와 마주앉은 이자리...
새삼..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자리는
애로틱한것도... 흥분이 되는것도...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머릿속이 새하얗게 채워져.. 넋을 놓고 있을 뿐이다.
[은미]가 술병을 기울려 맥주를 따라 붓는다.
내 앞에 놓여진.. 맥주잔....
샛노란 맥주가 담기고.. 새하얀.. 거품이.. 가득차오른다.
"오래전... 내가 종필오빠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
"학비를 벌기위해.. 룸싸롱으로 돈을 벌러 갔던 첫날... 그가게 웨이터였던 종필오빠를
만났던 거야..."
"...................."
"이것저것 서툰 나였고.. 무척 힘들었던 나에게 여러가지로 위로가 되었고.. 나도 모르게
종필 오빠를 사랑하게 되었어....."
"...................."
"결국... 종필 오빠도 그동안 귀찮게 매달렸던.. 나를 받아주기로 했는지... 함께 사랑을 나누는
그런사이가 되었어.... 근데.. 종필오빠는 애인이 있었어... 물론 나도 그걸 알고는
있었어...."
"..................."
"어느날... 둘이 함께 모텔에서 나오다가.. 그만.. 종필오빠의 애인을 만나고야 만거야.."
"..................."
"그리고.. 이틀이 지났었나??? 종필오빠가 가게에 나오지 않았고......흑흑흑....."
"...쭈욱.......크흐흐................."
[탁!!!!]
"흑흑..... 글쎄... 그 언니가 약을 먹고....그만........흑흑흑........."
"....!!!!!!!!!!!!!..."
"흐음........ 나때문에.. 우리때문이 아니라고... 아니었다고.....흑흑.....흑흑흑흑.....
그렇게 매달렸지만....흑흑........ 종필오빠는 아무 말한마디 없이.. 어디론가 사라졌어..."
"...................."
"오빠... 지금 기분 어떨지... 잘 알아........오빠는 이겨낼수 있을꺼야..."
"아니야....난 못해........ 죄책감에.. 비참하게 살아가야 할꺼야......"
"뭐????....."
"아까..종필이형이 그랬거든..... 평생을 처참하게 살게 될꺼라고... 내 무덤은 내가
판거라고.........."
"..흑흑.........흑흑흑...."
"은미야... 섹스해줘....... 부탁이야.......... 지금.. 너무 불안해...."
"흑흑......오빠......."
[은미]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서있는 [은미]의 옷을 한올한올.. 벗기기 시작이다.
"흑흑...... 오빠... 오늘 나랑하면서.. 다 잊고... 내일부터는 착한 서연이 생각만 하면서
꼭.. 이겨내.......알았지??...."
[은영]이는 나때문에 자살했을까??
사랑하는 [종필]이 형은 자기마음을 받아주지 않았고..
접근했던 나에게.. 흔들렸던 마음..
하지만.. 그 마지막 희망이었던.. 나에게 놀이개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배신감.. 좌절..
그리고...자살...
[은미]의 새하얀 몸뚱아리...
[은영]이와 체구가 비슷하다..
옷을 다 벗겨낸 [은미]가 우두커니.. 서있는 내 옷을 하나 하나 벗겨낸다.
그리고 내손을 잡아 원형 물침대위로 잡아 끈다..
[은미]를 껴안았다.
[은영]이가 느껴진다.
"으흑흑!!!...씨발!!!!............."
"아윽...아윽...아윽......아윽...."
"씨이발!!!!!.......흑흑흑흑!!!!........"
그렇게 울부짖으며 [은미]와 섹스를 한다.
[은영]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진짜 미안해.....
"현대적 건축가의 개개인의 특성을 다음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살펴보기로 하고..
먼저 마리오 보타의 작품을 보시겠습니다....자 먼저 스크린의 작품들을 보시죠..."
[띠링..]
[오빠....자꾸 문자 씹을래?]
"에.. 독일 도르트문트의 공공도서관입니다.. 이것은 에.. 이태리의 베르나레지오
연립주택단지입니다... 에... 이것은 바젤의 쟝팅글리 미술관이죠??...."
[띠링..]
[암튼..나 세시에 끝나니까 잠깐 후문앞으로 나와....오빠한테 할말 있어...]
"자... 이 빛과 원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향연.. 어떠십니까???
저기 저 끝쪽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학생??..."
"씨바..!!..."
늙은 노교수와 학우들...다들 나를 쳐다보고 있다.
"넵....."
"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네????....."
[하하하하하.........]
"흐음.. 마리오 보타의 이 작품들의 특성에 대해 건축학도로서.. 느낀점을 말씀해 주시지요.."
"아하... 네... 흐음......기하학적인 형태들을 과감하게 해체시키고,
다시 어떤 주관적인 관념으로 재배열하면서, 그... 뭐랄까..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이러한 독특한 건축의 형태적 변화에 다양한 공간적 교류를 제시한거 같습니다..."
[오우.................]
평소.. 관심이 많았던 건축가라.. 다행이다.
멀찌감치서 나를 쳐다보는 [종필]이 개새의 눈빛...
"개새야... 지금 니 애마가 나한테 미치고 있단다... 흐흐흐...."
"니가 간수 못하는 니 애마때문에.. 내가 요즘 귀찮아 죽겠어??.."
어제저녁.. 학과동 주차장 뒷뜰에서 [은영]이와 옥신각신 다투는 [종필]이형을
2층 발코니에서 내려다 보았다.
무표정한 시선과 싸늘한 말투..
그런 [종필]이형에게 매달리는 [은영]이..
[은영]이는 나에게 본격적인 교제의 선포를 망설이면서.. [종필]이형의 마음을 마지막으로
확인해 보려는 듯 했다.
하지만... 냉정한 [종필]이형....
[은영]이가 몇번이고 되물었던... [오빠 나 사랑해??] 라는 질문에 단호히..
[아니]..라고 짧게 대답하기만 한다.
아무래도 오늘... [은영]이와의 그날이 온것 같다.
이미 며칠전.. 마음을 다잡은 나는 의연하게 [은영]이에게 다가간다.
저 멀리 보이는 학교후문.. 포플러 나무아래의 벤취..
짙은 갈색의 한점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안은영]..
그제도.. 어제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걸려온 전화로는 바쁘다는 핑계만 늘여놓기가 무섭기 끊어 버렸다.
이정도 가지고 놀았으니.. 더이상 볼일이 없는것이다.
단지 [종필]이 그 개새가.. 처참하게 소중한 무언가를 빼았겨 가슴앓이를 할꺼라는
기대감이 깨져버린게 아쉬울 뿐이다.
그렇다고 더이상 [은영]이를 죄고 있을 필요가 없다.
[종필]이는 [은영]이가 나와 사귀던.. 사귀지 않던... 눈도 깜짝 하지 않을 것 같은 놈이니까..
[은영]이가 벌떡 일어난다.
화난 눈빛...
무섭다......
길다란 코트와 부츠차림... 목에 칭칭..감긴.. 밤색의 길다란 스카프...
"나 바빠... 본론만 말해.."
"오빠 뭐야??... 도대체 왜 이래??...."
"니가 서연이 한테나 잘해주라며???? 그냥 그럴려구..."
"뭐???........."
"아무래도.. 너한테는 나같은 무식쟁이보다는 유식한 종필이가 낫겠지..."
"오빠 뭐야??... 저번에 그거 때문에 여태 삐진거야??...."
"아냐... 삐지기는...."
"그날...화내고 먼저 가버린거.. 흐음...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됐다... 나 그냥 갈꺼니까.. 당분간 좀 떨어져 있자.. 나도 창식이 새끼처럼..
너랑은 좀더 성숙한 사랑을 위해.. 그렇게 하는게 좋을것 같아..."
"잠깐... 스톱!!!!!....."
[은영]이의 눈빛이 부담스러워.. 딴청을 부리며.. 담배를 입에 물기시작이다.
"너... 여지껏.. 나 가지고 놀았니??...."
"니 맘대로 생각해....."
"엄머???????????....."
"후우................."
"오빠... 나 좋다고 안그랬어???... 나 처음 봤을때 부터... 죽도록 짝사랑 했다며???...
누구랑 있어도 항상 내생각만 했다며????....."
"후우...........뻑.........."
"그거.. 다 거짓말이야??...."
"니 맘대로 생각하라니까??...."
"종필오빠랑.. 끝낼께... 진짜야... 오늘 통보할테니까.... 기다려..."
"아냐.. 그럴 필요없어...."
"...............오...오빠......"
"나.. 너랑 시작하지 않을꺼야... 처음부터 서연이가 너보다 훨씬 더 좋았고..
종필이형이랑 더이상 원수지간 되기도 싫다...."
".......너...너...그게..지금... 말이돼?????......어????...."
"하여간.. 괜히 일내지 마라.. 그냥.. 너랑 나랑 스쳐지나간 바람이었을 뿐이다.."
"너..!!...... 이 나쁜새끼!!!..... 너!!!!!... 흑흑....."
"종필이.. 그 개새한테나 잘해줘라....."
"잠깐 오빠!!!.... 안돼!!!.... 나도 저번부터.. 오빠가 좋아졌단 말이야!!... 진짜야..!!
처음 오빠 맘 몰라준거.. 너무 미안했고... 저번에 오빠한테 상처준거 같아.. 며칠째..
오빠생각 많이 하고 많이많이 미안해 했어... 진심이야... 오빠.. 이러지마...응?????"
"너.. 착각하나본데.. 나 안삐졌다니까??....."
"그럼..흑흑... 뭐야????..... 그럼.. 진짜.. 나가지고 놀았던거야???...."
"...훗..........."
"처음부터 나 사랑했었다는 말...오빠... 그거 다 거짓말이었니??...."
"...훗......그래..."
"그럼.. 뭐야?????.... 오빠... 뭐때문에.. 나한테 그랬어???...."
"나??.... 그건 말 못해... 하여간 너랑 더이상 할말 없다... 간다......"
"야!!...... 너 지금 가면.. 진짜 너 얼굴 안봐??..."
"그러길 바래.... 안은영!!... 사요나라!!......"
"나쁜새끼!!!!... 종필오빠는 최소한 거짓말은 안했어!!!!......"
"아 그러니까.. 그새끼한테 가라고!!......"
"오빠!!!!...흑흑... 미안해... 다신 종필오빠 얘기안할께..... 가지마!!...응???..."
"니가 그새끼 얘기하던.. 안하던 상관없어.... 이러지 말자... 쿨하게 갈라서자....."
매몰차게 [은영]이에게서 돌아섰다.
[종필]이의 여자를 가지고 놀았다는 어떤 해소감.. 무사히 결별이 되었다는 안도감..
하지만.. 허무함과 [은영]이에 대한 미안함이.. 내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다음날... 학교가 떠들썩 하다...
"음대얼짱이.. 어제 스카프로 나무에 목을 매고 자살해 버렸대..."
"뭐???? 종필이형 ?아다닌다는..그...여자???..."
"...!!!!!!!!!!!!!!!!!!!!!!!!!!!!!!!!!!!!!!!!!!!!!...................."
애써... 의연하게.. 이 엄청난 소식을 듣고도 태연하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두손이 덜덜덜덜... 떨려오고 있다.
마른침이 꼴까닥.. 넘어간다.
폴리스라인이 쳐진.. 후문옆... 포플러 나무의 벤취...
[은영]이의 핸드폰 문자 기록으로..
조용히 경찰서에 가서 간단한 조사를 몇가지 받게 되었다.
죽은 안은영과는 무슨 관계였다는 것... 그리고 각자의 애인몰래 만났다는 것..
그리고 각자의 애인에게 돌아가기위해 헤어졌다는 것.....
왜 죽었는지는 전혀 모른다고만 했다.
진짜 모르니까........
진짜.........
그렇게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경찰서 밖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늦은 저녁..
학과동의 뒷뜰 주차장..
[종필]이 개새의 호출에 끌려 나간다.
주차장 경계석에 두다리를 쫙 벌리고 앉아있는 [한종필]...
내가 가까이오자 일어서서 내 얼굴을 꼴아 보기 시작이다.
"너 이새끼.. 여지껏.. 은영이 만나온거.. 나는 오래전부터 다 알고 있었어..."
"...훗.........그래??...."
"따먹었지??.......다알어 새끼야..... 좋았냐??...."
"그래....아주.. 좋았어...."
"훗..... 은미에.. 서연이에... 죽은 은영이까지... 너.. 진짜 니말대로
여자 후리는 기술.. 완벽히.. 터득했구나???....."
"그래... 맘만 먹으면.. 나도 형처럼.. 이년 저년.. 다 따먹을 수 있게 됐어..."
"새끼야.. 넌 아직도 멀었어...처음부터 가지고 놀꺼라면 최소한 상처는 주질 말았어야지...."
"뭐??????......"
"결국 니 무덤은 니가 판거야......."
"..아냐..나때문에 그런거........니 때문이야!!..니새끼 때문이라고..!!.........."
"내가 이년 저년.. 데리고 자고.. 그딴식으로 사는게.. 그렇게 부러웠고 그게 너의
자격지심이었지?????..."
".............."
"너도 한번 느껴봐.....이게 얼마나 처참한 삶인지....."
"...이...악마같은 새끼... 니가 죽인거야... 니가..............."
"훗....지금은 본인 잘못이 아니라고 부정하겠지??.... 하지만.. 나보다 니가 스스로를
잘 알잖아.............안그래???..."
".....아..아니야....아니야!!......"
흐릿한 가로등.. 어두운 불빛 아래의 싸늘한 [종필]이형의 얼굴...
[종필]이형은 알 수없는 경고의 메세지만 남긴채.. 돌아서서 건물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으아악!!!!!!!!!!!!!!!!!!!!!!!!................"
[빠악!!!!]
주먹으로 있는 힘껏.. 자판기를 내 질렀다...
"서...서연이를 만날꺼야...."
다짜고짜... 택시를 잡아타고 [서연]이의 집앞에 도착했다.
흐릿한 가로등... 을씨년스러운 날씨... 나의 천사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바깥으로
나온다..
눌러쓴 모자.. 그 모자아래.. 하얀 얼굴과 구불거리는 검은 머릿결...
"오빠........"
"서연아... 키스해줘.....제발..."
"후음....훔......쪼옵........잠...잠깐만..오빠!!..... 왜 이래??..."
"서연아... 우리 오늘 같이 자자... 너랑 함께 있고 싶어..."
"오늘 안돼....음...금요일날... 응??....."
"금요일??.... 오늘 같이 자고 싶은데..."
"안돼... 오늘은 벌써 집에 왔잖아... 바보.. 진작 말하지 그랬어??..."
"후우............"
"오빠.. 근데... 아까 애들한테.. 무슨 얘기 못들었어?? 음대생 하나가 자살했다며??..."
"어???..... 들..들었어...."
"무서워 오빠...."
"서연아.... 너 오빠 사랑하지??..."
"응.... 왜그래??..."
"서연아.. 사랑해... 서연아....."
[와락...]
"호호... 오빠는... 나 오빠두고 안죽어...."
"사랑해........"
[서연]이를 꽉 껴안았다.
나의 모든 불안감과 죄책감을 어떻게 해서든지 해소해버리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읍....오...오빠..... 켁... 살살...."
"어...??.... 하하.. 미안....."
[서연]이가 나의 뒷통수를 어루만져준다.
"오빠... 이렇게 안고 있으니까.. 너무 좋다.. 오늘 무척 나 보고싶었나봐??...
집앞까지 다 찾아오고.... 나랑 그게 그렇게 하고 싶었어??..."
"...응............"
"호호.... 요즘 우리 안한지 오래 됐네... 금요일날 꼭 함께 있자..."
".....사랑해........."
[서연]이와 헤어졌다.
불안하다..
어쩌질 못해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지금의 이 불안감... 이 알수없는 심정을 이겨내고만 싶다.
죄책감???????
아니야!!!!!.... 난 잘못없어!!!... 진짜야!!... 내가 그런게 아니야!!!!!........
아무리 아니라고 우기려고 해도... [종필]이형 말대로... 내 스스로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듯.. 미칠듯하게 불안해 하며 어쩌질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그래.... 은미를 만나야 해..... 은..은미를......"
핸드폰을 뒤적거려 [은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늦은 시간...
때마침 학교에 있다는 [은미]를 만났다.
먼발치... 또각또각.. 걸어오는 [은미]..
[은미]가 내가 앉아있는 벤취앞에 다다르자 그자리에서 일어났다.
[쫘악!!!!!!!!!!!!]
[은미]가 날린 귀싸데기.....
"나쁜새끼......"
"...아...아니야.... 아니라고..............."
"흑!!..... 불쌍해.... 죽은 은영이도... 니새끼도...."
"...은미야... 내가 그런게 아니야... 응??....."
[은미]와 함께 모텔로 향한다.
함께 가자고 하지도 않았는데..
다짜고짜 나를 이곳으로 데리고 온것이다.
[아방궁....]
칸막이 아래의 낯익은 눈빛이 나에게 키를 건넨다.
[308호]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길다란 복도 끝.. 308호에 들어간다.
[은미]의 가방속... 내 가방속.. 맥주병들이 쏟아져 나온다.
[은미]와 마주앉은 이자리...
새삼..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자리는
애로틱한것도... 흥분이 되는것도...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머릿속이 새하얗게 채워져.. 넋을 놓고 있을 뿐이다.
[은미]가 술병을 기울려 맥주를 따라 붓는다.
내 앞에 놓여진.. 맥주잔....
샛노란 맥주가 담기고.. 새하얀.. 거품이.. 가득차오른다.
"오래전... 내가 종필오빠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
"학비를 벌기위해.. 룸싸롱으로 돈을 벌러 갔던 첫날... 그가게 웨이터였던 종필오빠를
만났던 거야..."
"...................."
"이것저것 서툰 나였고.. 무척 힘들었던 나에게 여러가지로 위로가 되었고.. 나도 모르게
종필 오빠를 사랑하게 되었어....."
"...................."
"결국... 종필 오빠도 그동안 귀찮게 매달렸던.. 나를 받아주기로 했는지... 함께 사랑을 나누는
그런사이가 되었어.... 근데.. 종필오빠는 애인이 있었어... 물론 나도 그걸 알고는
있었어...."
"..................."
"어느날... 둘이 함께 모텔에서 나오다가.. 그만.. 종필오빠의 애인을 만나고야 만거야.."
"..................."
"그리고.. 이틀이 지났었나??? 종필오빠가 가게에 나오지 않았고......흑흑흑....."
"...쭈욱.......크흐흐................."
[탁!!!!]
"흑흑..... 글쎄... 그 언니가 약을 먹고....그만........흑흑흑........."
"....!!!!!!!!!!!!!..."
"흐음........ 나때문에.. 우리때문이 아니라고... 아니었다고.....흑흑.....흑흑흑흑.....
그렇게 매달렸지만....흑흑........ 종필오빠는 아무 말한마디 없이.. 어디론가 사라졌어..."
"...................."
"오빠... 지금 기분 어떨지... 잘 알아........오빠는 이겨낼수 있을꺼야..."
"아니야....난 못해........ 죄책감에.. 비참하게 살아가야 할꺼야......"
"뭐????....."
"아까..종필이형이 그랬거든..... 평생을 처참하게 살게 될꺼라고... 내 무덤은 내가
판거라고.........."
"..흑흑.........흑흑흑...."
"은미야... 섹스해줘....... 부탁이야.......... 지금.. 너무 불안해...."
"흑흑......오빠......."
[은미]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서있는 [은미]의 옷을 한올한올.. 벗기기 시작이다.
"흑흑...... 오빠... 오늘 나랑하면서.. 다 잊고... 내일부터는 착한 서연이 생각만 하면서
꼭.. 이겨내.......알았지??...."
[은영]이는 나때문에 자살했을까??
사랑하는 [종필]이 형은 자기마음을 받아주지 않았고..
접근했던 나에게.. 흔들렸던 마음..
하지만.. 그 마지막 희망이었던.. 나에게 놀이개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배신감.. 좌절..
그리고...자살...
[은미]의 새하얀 몸뚱아리...
[은영]이와 체구가 비슷하다..
옷을 다 벗겨낸 [은미]가 우두커니.. 서있는 내 옷을 하나 하나 벗겨낸다.
그리고 내손을 잡아 원형 물침대위로 잡아 끈다..
[은미]를 껴안았다.
[은영]이가 느껴진다.
"으흑흑!!!...씨발!!!!............."
"아윽...아윽...아윽......아윽...."
"씨이발!!!!!.......흑흑흑흑!!!!........"
그렇게 울부짖으며 [은미]와 섹스를 한다.
[은영]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진짜 미안해.....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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