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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2:24 791회 0건
22. 음각된 두려움의 기억

서태혁에게 제의를 받고나서 3개월이 지나서 9월. 그동안 하늘이와 많이 만나고 이야기하고 서로 몸을 썩는 동안 내 안에 꽉 메우고 있던 누나에 대한 것들이 조금씩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들고 있었다.
그런 만큼 하늘이를 대하는 나의 행동도 조금 더 자연스러워지고 집착도 늘어가고 있었으며 이런 내 상태가 진정한 남녀관계의 사랑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늘 행복한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리고 오늘 9월 초반 토요일 오후 무더운 날씨 탓에 샌들, 반팔T, 밀리터리 무늬의 반바지를 입고 약속 장소인 병원 앞 벤치에서 기다리고 있던 나에게 하늘이는 예의 그 행복한 미소를 얼굴에 담고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오늘 그녀의 모습은 정말이지 TV속 아이돌 가수 같았다. 조신한 성격이라 잘 입지 않는 아주 짧은 반바지(거의 핫팬츠 같은)와 순정만화 그림이 그려진 반팔T를 그리고 ‘커플 액세서리’라고 샀던 노랑색 고양이 캐릭터가 그려진 야구모자 그리고 핑크빛 무늬가 있는 하얀색 스니커즈가 너무 잘 어울리고 섹시하고 또 예뻤다.
“안녕! 우리애기 오늘도 예쁘네.”
하늘이가 내 말에 얼굴을 약간 붉혔다. 하지만 이네 어두운 표정이 그녀의 화사한 얼굴에 끼어들고 있었기에 서태혁 형과 이따금 만나면서 알게 된 것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너무 짧은 거 아냐. 나 다른 녀석에게 보여주기 싫은데.”
하늘이의 표정에서 어두웠던 기운이 사라지고 홍조가 끼어들고 있었다.
“응 그렇지 수애가 선물이라고 가지고 와선 오늘 입고 나가라고 때를 써서 입고 나와 버렸어. 야해 보여?”
“응 섹시해서 나 미치겠는 걸.”
태혁형이 말하기를 여자는 자신의 성적매력을 남자가 인정할 때 가장 마음의 큰 안정을 찾고 그 사이도 끈끈하게 연결된다고 해서 말한 건데.(반작용도 있으니 남발 하지는 마란 이야기도 있었음.) 둘만 있는 공간이 아니라 내가 말하고도 내 얼굴에 열기가 피어올랐고 하늘이는 말 할 것도 없었다.
“어. 어! 응! 그래도 그거부터 하기는 싫은데.”
“그냥 네가 너무 예뻐서. 무심히 나온 말이야.”
그녀는 나의 말에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우리는 기획사가 있는 빌딩으로 가서 일단 최근 개봉한 로멘틱코메디 영화를 보고 쇼핑센터로 가서 다리가 아플 정도로 돌아다니다 귀여운 머리핀 딸랑 2개를 사고 달콤한 케이크 하나와 각각 카라멜 마끼야또와 코코아를 시켜먹고 나의 기타 스승이 되어준 털북숭이에게 교습을 받고 친구가 되어준 서태혁에게 인사라도 할 겸해서 기획사로 향했다.
기획사로 올라가는 전용 엘리베이터는 외부인이 타려고 하면 경비가 와서 막는데 지난 3개월 동안 주당 3회 기타를 배우려고 오는 덕분에 그는 얼굴만 확인하고 통과시켜 주었다. 그래서 우린 고급스런 외장이 잔득 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기획사로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이제는 좀 늘었어.”
엄청난 수의 코드를 외우느라고 집, 버스, 학교에서 가상의 기타를 만들어 손가락 위치를 맞춰보던 것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헤헤 아직도 자연스럽게 코드를 못 잡는 걸. 한 참 멀었어.”
“진이 기타 없지.”
“응.”
“기타 비싸.”
“싼 건. 10만원이면 살수 있다고 하던데. 근데 왜?”
“음~~ 선물해 주고 싶어서.”
“비싸. 그러지 마. 예쁜 옷이나 사.”
“그래도.”
“안 그래도 돼. 이모가 어머니가 쓰던 것 찾아서 준다던데.”
“그래.”
“근데 사실은. 네가 그것을 가져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마도 지금 내 표정은 내 심정처럼 어두웠을 것이다. 그녀는 그런 나의 표정을 처음엔 놀란 표정으로 두 번째는 슬픈 표정으로 그리고 내 손을 살며시 잡아 줄때는 미소 띤 모습으로 바라봐 주며 말해주었다.
“난 어머님이 널 사랑하셨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진이가 태어나지 않았겠어. 나 같으면 고통스러워서 그냥 죽어버렸을 거야.”
그녀의 음성 속엔 나를 걱정하고 위로하는 마음이 녹아 있었고 난 그것을 느낄 수 있었기에 그녀의 살며시 잡혀져 있는 손을 조금 강하게 잡으며 애써 웃음 지었다.
“응~ 고마워.”
“아냐~”


털북숭이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주변에 가족도 없는 사람으로 오직 음악에만 인생을 바쳐온 나쁘게 말해서 음악오타쿠였다. 그런 외로운 인생인 만큼 자신의 주변 인물들에게 애정이 깊고 무엇이든 도와주려 했다. 뭐 소수의 인원이지만 그를 ‘산타할배’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리고 또 그는 음악계에 발이 엄청 넓으며 10년 전 까지 20년 동안 히트곡 제조기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그가 작곡한 곡은 히트를 친 곡이 많았고 그 만큼 돈도 많이 벌었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내가 그에게 기타를 배우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며 영광이며 거기다 그는 수업료도 받지 않았다. 한마디로 엄청 고맙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하며 기대에 부흥도 해줘야 했다. 하지만 내가 나를 평가하자면 재능이 없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코드 외우는 데도 한참 걸리고 그 외운 코드를 자연스럽게 잡는 것도 쉽게 하지 못했다.

“코드가 엉성해.”
“네”
털북숭이 스승 그리고 관중으로서 하늘이가 있는 방음실에서 난 빌린 기타를 잡고 진땀을 흘리며 코드를 정확하게 잡으려 애쓰며 현을 튀겼다. 하지만 들려온 소리는 이것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해.”
“네”
그는 조용한 스승이었다. 소리치거나 신경질 적으로 찌르는 말을 하거나 하지 않았다. 늘 조금 느리고 부드러운 단어를 사용했다.
“여기에선 작은 동물을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여기는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듯이.”
그의 수업은 태혁형 말하기를 암호를 해독할 수만 있다면 최고의 스승과 제자가 된 다고 했는데 최근 알 것 같았다.
“그래 그 소리다. 정확해.”
“네”
“네가 코드에 많이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코드를 분석할 수 있을 거야.”
분석이란 단어가 나오자 왼지 자신이 없어졌다.
“제가 할 수 있을 까요.”
“노력하면 바보도 해. 그리고 넌 바보가 아니잖아. 내가 보기엔 재능이 있다고 본다.”
그는 덥수룩한 수염을 잠시 만지며 말했고 어머니 미소하고 너무나 같다고 하는 그 미소로 답했다.
“고맙습니다.”
그는 언제나 나의 이 미소가 보일 때. 얼굴에 그리움을 띠웠다. 그는 말하지 않았지만 아마 그도 어머니를 좋아했던 남자들 중 하나였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오늘은 예쁜 공주님도 있으니 여기까지.”
“네”
그는 대답을 듣고 하늘이와 같은 건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어머니 기타는.”
“이번 주말에 가서 찾아보기로 했어요.”
“가져오면 내게 가져와 봐라. 장기간 사용하지 않았으면 나무부분이 변형이 되거나 할 수도 있거든. 또 그 정도 사용 안했으면 현은 일단 교환해 주는 게 나을 거야.”
“예. 고맙습니다. 가져올게요. 근데 기타줄은 얼마나 해요.”
“싼 건 만원도 안 해. 왜? 사려고.”
“예. 미안해서요.”
“아니다. 연습실에 기타줄 많아. 갈아줄게 갈아주면서 가는 법도 가르쳐 주고.”
“이것저것 감사합니다.”
이 털북숭이 선생에게 난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그는 나를 유독 예뻐하고 잘 해주려고 노력하며 눈에 뛸 정도로 신경 써 주었다. 아마 그건 내가 어머니의 아들이면서 끔찍한 출생의 비밀을 가진 것 때문에 연민 그리고 동정이 많이 작용한 것일 거다.
“하하하.”
“태혁형은요.”
“3번 녹음실에 있을 거야. 오늘 high windy girls 첫 녹음 있거든.”
기획사에서 요즘 기획하는 걸그룹이 둘 있는데 벤드 인지 댄스인지 알 수가 없었다.
“댄스 인가요.”
“아니 벤드야.”
“제가 가 봐도 될 까요.”
“물론 전에도 말했지만 넌. 우리 가족인 걸.”
전에 그렇게 말 했었다. 털북숭이 스승 뿐 아니라. 의외로 지애어머니도.
“그럼 가 볼게요.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응 그래. 수고했다.”
난 내가 사용한 기타를 정리해서 본래 있던 장소에 수납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같이 인사를 한 하늘이를 이끌어서 3번 녹음실로 향했다.

녹음실의 컨트롤룸엔 사장, 태혁형 그리고 4명의 엔지니어가 있었고 제법 넓은 방음실엔 드럼, 기타, 베이스, 키보드를 각각 맡고 있는 수수한 옷을 입은 여자들이 연주 중에 있었다.
처음 들어갔을 때. 태혁형이 반가워서 허리를 찔러 돌아보게 하려고 했는데 역시 프로란 생각이 들 정도의 긴장감 때문에 난 말 없이 테이블에 하늘이와 같이 앉을 뿐이었다.

“음 그래. 아~~~ 다시 한번 가자.”
“그래. 좋았어. 이 부분에서 이렇게. 해봐.”
“오~~ 그래. 그래. 좋았어.”
“다시 가자.”
“자 이 부분부터 다시 해보자.”
녹음 하는 작업은 생각보다는 엄청 시간이 많이 소요 되며 힘들어 보였다. 다시 연주하고 다시 연주하고 각 악기의 연주를 별도로 녹음하고 노래도 따로 녹음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얼마나 오랫동안 한 건지 그녀의 표정엔 피곤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불쌍하다는 값싼 동정을 하며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 중 리더의 직책을 지애어머니로부터 받은 기타를 맞은 지아연은 나를 발견하고는 다른 멤버들과 다르게 활기찬 표정을 지으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친한 척을 하기 시작했다. 난 처음 볼 때부터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붉은색 레게머리의 여자에게 어색하게 손을 흔들어 준 후. 그녀가 긴장감을 다시 얼굴에 드리우며 자신의 동료의 연주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돌아가자 하늘이의 표정을 살폈다. 일단 별다른 감상은 없어보였다. 하지만 잠시 뿐 그녀 입에서 불만의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말 진이는 연상들에게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거야.”
“내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단순히 귀엽고 신기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음~~”
이번엔 불만스러운 표정도 짖는다. 하지만 나의 눈에는 그 표정이 귀엽게만 보였다.
“하하하”
“웃지 마. 뭐가 웃겨.”
“네가 귀여워서.”
“어~~”
나는 여전히 귀엽게 심술부리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작게 속삭여 주었다.
“하늘이가 더 섹시해.”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못됐어.”
난 미소 지었다. 그리고 손을 잡아주고 기타 연주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녹음실 유리벽 너머를 쳐다보며 저번에 털북숭이 스승의 책상에 있던 언론에 알릴 프로필을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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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조 락 밴드. 하이 윈디 걸즈.

기타. 지아연. 25세. 미국출생 이민 3세. 다년간 미국에서 인디벤드로 활동한 격력이 있는 만큼 기타 실력 뛰어나고 랩도 잘한다. 성격은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개방적으로 자신의 감정 표현에 거침이 없다. 하지만 한국어가 서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 항상 힘들어 보인다. 외모는 레게머리, 시원한 이마가 튀는 작은 얼굴의 중상급 미모로 콤플렉스는 낮은 코.(수술 예정이라고 함.)

베이스. 엘레네(박수지). 24세. 미군부대 인근에서 흑인과의 혼혈아로 태어나서 자연스럽게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부모가 이혼하면서 10대에 다시 한국으로 왔다. 국내에서 10대 때부터 인디벤드로 활동해 와서 그런지 연주 실력도 뛰어나고 작곡능력도 보유하고 있으며 보컬로서 능력도 뛰어난 편이다. 외모는 어두운 피부와 178이라는 큰 키. 얼굴은 작은 편이며 눈, 코, 입이 모두 커다랗다. 머리는 짧게 자른 상태로 항상 가발을 애용한다.(지독한 곱슬머리인 흑인의 특성 때문) 성격은 신중한 편으로 말이 별로 없다.

키보드. 이지. 17세. 화사한 외모의 공주님 같은 스타일로 평균키가 상당히 큰 편인 멤버들에 비해서 작은 편이라 마스코트 같은 존재가 되어있다. 하지만 연주 실력은 다른 멤버들 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그녀는 국제 클래식피아노에 콩쿠르에서 많은 상을 가지고 있는 클래식계였다. 작곡능력도 있고 음 분석력도 뛰어나고 기교도 있어서 다른 악기 소리도 낼 수 있는 키보드의 장점을 잘 살려서 음을 다채롭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성격은 단 것을 좋아하고 수다를 잘 떠는 평범한 여고생이다.

드럼. 배희라. 18세. 짧은 머리 큰 키에 긴 팔다리를 휘두르는 것이 힘 있어 보인다. 외모는 곱상하지만 아주 멋진 남자를 연상시키며 허스키 보이스로 성격도 남자 같다. 키는 180으로 가장 크다. 연주 실력이 뛰어나지만 노래는 못 불러서 그녀의 목소리는 듣기 힘들다. 성격은 다정해서 동생이든 언니든 잘 챙긴다. 밴드 그룹이라 필요성은 떨어지지만 춤을 잘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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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의 연주는 정말 힘이 있다. 지금 곡은 털북숭이 말로는 우리나라 판소리의 장송곡 같은 것처럼 울부짖는 느낌이 있는 부분이 있는 곡인데 그녀의 나이 때문에 경험이 많은 것일까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들어도 악을 써대며 우는 사람이 연상되었다.

“아연누나처럼 기타 치려면 얼마나 해야 할까.”
난 연주에 심취하다 무심결에 그렇게 말했고 하늘이는 음악보다는 자신의 몸을 구석구석 느껴본 내 손을 쓰다듬으며 답해주었다.
“털북숭이 아저씨가 재능 있다고 하잖아. 1년 정도면 안 될까.”
“그럴까.”
난 자신이 없었다. 나 스스로 나를 저 평가하는 건 아마도 어머니, 누나, 아버지(친부가 아니지만 같이 살았기에)가 너무나 뛰어난 사람이었기 생긴 콤플렉스 일 것이라 생각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극복하고 싶었다. 아마도 내가 그들 보다 뛰어난 것이 있을 것이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재능이 한가지 쯤 있지 않을까 라고 요즘 생각 하고 있었다. 그것이 음악이었다.

“끝났나 보다.”
생각에 잠겨서 멍해있던 나의 귀에 하늘이 목소리가 처음 들리고 그 다음으로 환호성을 치는 아연누나의 장난스러운 환호성과 기타소리가 들리고 스텝들의 인사소리가 들려왔다.
“야호. 모두들 행복하세요.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다.”
“수고하셨습니다.”
“프로젝트 그룹 둘 다 싱글 작업 완료. 다들 수고 하셨습니다. 이 후 회포도 풀 겸. 우리 걸 그룹이 성공하기를 기원하는 회식이 있을 겁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다들 참석해 주세요.”
“장소는?”
“1차는 같은 건물에 있는 ‘우미소’ 입니다.
우미소는 소의 미소란 뜻인데 최고급 한우 불고기 점이다. 전에 털북숭이가 사준다고 가서 둘이서 15인분(털북숭이가 13인분 먹음.)을 먹어서 알고 있는데 음식들이 맛있는 곳이었다.
“2차는?”
“2차는 만인이 원하는 곳으로.”
그곳이 어딜까? 아마 여자 끼고 술 마시는 룸살롱일 것이다. 근데 여자들은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것일까? 순간 내 머릿속에 요즘 뉴스에서 떠들고 있는 연예인 성상납 사건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들에겐 그런 일은 없는 것 같았다.
“2차는 노래방으로 갑니다. 그리고 3차는 사나이들 끼리 알지.”
“OK”
다들 들떠있는 표정들이었다. 하지만 집기들을 정리하는 것을 전혀 잊지 않았고 그건 하이 윈디 걸즈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들은 각자의 악기들을 손질한 다음 정리해서 집에 넣거나 커버를 쉬우고 있었는데 그녀들도 녹음이 끝난 것이 기분 좋은지 미소 띤 얼굴이었다.

떠들썩한 분위기 낮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어색해서 하늘이와 난 이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일어나서 태혁형에게 향해서 허리를 콕콕 찔러서(최근에 하기 시작한 행동) 돌아보게 한 다음 말했다.
“안녕하세요.”
태혁형은 기분이 무척 좋은지 미소를 가득 띤 얼굴로 나를 반겨주었고 오늘 따라 눈에 뛰는 복장인 하늘이를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하하하 진이 왔구나. 와~~~ 하늘이 오늘 스타일 죽인다.”
하늘이에겐 그 시선과 말이 부담인지 부끄러운 표정을 짓다가 내 팔을 잡으며 달라 붙어왔다. 하지만 가끔 노련한 장난꾼이 되는 태혁형은 웃으며 장난쳐 왔다.
“부끄러워하는 주제에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남자 친구에게 찰싹 붙어 버리네.”
하늘이는 그의 말에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떨어지지는 않았고. 장난을 쳐도 보통 단발로 끝내는 태혁형은 더 이상 장난을 치지 않고 말해왔다.
“너희들 식사 전이면 소고기 먹으러 가자.”
맛있는 걸 먹어본 나로선 가고 싶은 욕망이 들었지만 나보다 낮을 더 가리는 하늘이가 문제라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어서 고개를 돌려 그녀의 의중을 살폈다. 그녀는 내 시선에 고개를 절래 흔들었다.
“미안해요. 형.”
29살이지만 절대 그 나이로 보이지 않는 그는 기타가 든 가죽 케이스를 둘러매고 나오는 지아연을 돌아보고는 장난기 어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늘인. 진이 독차지 하고 싶은가 보다. 허긴 눈독을 드리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 우리 기획사애들 중에 진이에게 관심 보이던 아이들이 많이 있으니. 신경 좀 써야 될 거다.”
태혁형의 말에 어떤 것을 떠올렸는지는 모르지만 하늘이 표정이 어두워졌다. 난 그것을 확인하고는 형을 올려다보며 그만 하라며 손을 흔들어 대었다.
“그만해요. 형.”
태혁형은 하늘이 표정이 생각 외로 어두워진 것을 확인하고는 태도를 급변시켰다.
“하하하. 미안 농담이야 농담. 진이 녀석 하늘이 널 젤 좋아하는데. 뭘 걱정해.”
태혁형의 말은 많은 것을 떠오르게 했다. ‘널 젤 좋아하는데.’ 그 말은 누나에게 내가 자주 했던 말. ‘누나가 젤 좋아.’를 떠오르게 해서 누나에 대한 그리움을 새삼 느끼게 했고 하늘이에겐 아마 내가 자신을 젤 좋아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느끼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태혁형은 이런 우리의 사정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들의 표정이 동시에 어두워지자 조금 당황해 웃음을 소리를 낼 뿐이었다.
“하하하. 미안하게 왜 그래.


잠시 후. 탑걸즈 5명, 하이 윈디 걸즈 4명, 스텝 5명, 매니저 5명, 코디 2명 프로듀서(태혁형), 사장님(지애어머니), 실장님(지애아버지), 소장(털북숭이:김중원) 그리고 나와 하늘이 도합 27명이 모인 소갈비 집. 우미소에서 하늘이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던 것이 언제였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웃고 있었다. 원인은 탑걸즈의 멤버가 되어 싱글 음반 녹음과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마친 캐리의 영향이었다.
“하하 그렇다니까. 지애 얼마나 웃겼는지.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니까.”
“하하 설마요.”
“그만해! 캐리언!”

역시나 술 때문인지 노는 건. 성인과 미성년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성인들은 잘 구워진 고기를 먹으며 소주나 맥주를 마셔서 점점 취기가 올라오고 있었는데 매니저 중 하나가 벌써 구석 바닥에 누워서 있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들 탑걸즈와 하이 윈디 걸즈 멤버들은 고기도 막 주워 먹지 못했다. 곧 있을 TV데뷔 때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작용한 것 같았다.
“캬~~~ 맛있다. 이 고깃집.”
하지만 캐리는 예외다. 그녀는 그 마른 체형에 어디 들어갈 때가 있는지 계속 주워 먹고 입으로 그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 같았다. 대신 내 팔이 고생중이다.
“어 굽기는 내가 굽고. 먹기는 캐리가 다 먹어. 야! 그거 하늘이 꺼야.”
전에 털북숭이랑 와서 알게 되었는데 난 고기 굽는데 천부적인 자질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잘 구워진 고기를 마음이 가는 상대의 그릇에 올려주는 재미는 놀랍도록 즐거워서 최근 고기집 가면 내가 집게를 잡는 편이다.

“자~ 하늘아. 많이 먹어.”
캐리를 견제하며 적당하게 그리고 가장 맛있을 것 같은 고기 몇 점을 고르고 골라서 내 옆에 앉은 그녀 앞에 있는 그릇에 올려주고 미소 지었다. 그러자 그녀도 나에게 미소로 답해왔다.
“음 고마워. 너도 먹어. 아니 이제 내가 할게.”
하지만 난 고개를 흔들어서 거절하고 부드럽게 말해줬다.
“틈틈이 먹고 있어. 너보다 많이 먹었을 걸. 그리고~”
난 그녀의 귀에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을 이었다.
“하늘이가 먹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즐거운 걸.”
하늘이는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날 살짝 때렸고 이를 본 사람들이 일제히 말해왔다.
“애정 표현은 다른데 가서 해라!~~”
“야! 염장 지르지 말고 비관계자는 집에나 가라. 가.”
우린 그들의 반응에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고 이번엔 어른들 쪽. 정확히 태혁형의 입에서 우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하하하 왜 보기 좋은데. 너희들 부럽냐.”
“둘은 뭐죠.”
이 의문에 대해 물어 본 건. 이번이 두 번째이고 그 질문을 한 사람은 전과 동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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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걸 그룹 탑걸즈

리더. 니나 최. 23세. 시원한 이목구비에 미소가 예쁜 아가씨로 멤버들 중 가장 춤 실력이 뛰어나다. 성격은 신중하고 말을 아끼는 타입으로 늘 동생들을 챙기는 언니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리더 보컬. 신 수영. 21세. 다른 멤버들에 비해서 미모는 떨어지는 편이지만 노래실력에 있어 최고. 성악 전공. 성격은 좀 날카로운 편이다.

멤버. 캐리언 진. 17세. 독일계 할머니 와 한인 할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서 서구인의 특징이 많이 들어나는 빼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탑걸즈 중에선 가장 예쁘다는 평이다. 잘 웃고 말 많고 단순하며 지독하게 솔직하며 의외로 다정한 편이다.

멤버. 이 지애. 16세. 작은 머리에 긴 팔 다리를 가진 유독 말라 보이는 체형을 가진 여성으로 멤버들 중 가장 치장을 많이 하고 있고 피어싱도 많이 했다. 미모는 보통보다 조금 높은 편으로 크게 실력을 보이는 부분은 없다. 백으로 뽑혔다는 말이 많음.

멤버. 장 재랑. 20세. 7살 때 아역배우로 데뷔해서 그런지 방송일에 굉장히 노련하다. 때문인지 눈치가 굉장히 빠르며 이중인격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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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따지고 드는 이는 장 재랑 이었다. 여자 이름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이름이며 첫인상이 건물에 있는 아파트 발코니 같은 개방된 휴게실에서 불량스러운 자세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라서 처음부터 나빴는데 어떤 이유 때문인지 무척 나를 싫어했다.

“회사랑 상관없는 이 둘은 왜 우리 기획사에 자주 들락 거려요.”
그녀는 아무도 대답이 없자 다시 물어왔고 털북숭이가 의외로 발끈해서 입을 때었다.
“진이는 나나 사장에겐 친조카 같은 아이다. 그럼 이해가 될까.”
순간 분위가 싸늘해 질 만큼 털북숭이의 목소리는 근엄하며 힘이 있어서 평소 여자 같은 말시완 완전히 다른 것이어서 사람들은 놀란 눈을 하고 이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답은 한가지 뿐 이었다. 그녀는 완전 신인은 아니지만 상대는 회사 중역이며 이 업계에선 알아주는 사람이다. 당연히 낮은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고 곧 실행했다. 재랑은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해왔다.
“미안해.”
예쁘고 귀여운 표정. 그녀의 얼굴에서 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지만 왼지 자연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사과를 하는 이에게 뭐라고 하겠는가.
“아뇨. 제가 미안합니다.”
사과는 오고 갔지만 역시나 추락한 분위기는 잘 올라오지 않았다. 태혁형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 했는지 끼어들어 왔다.
“자~~~ 보세요. 좋은 날에 자~~ 기분 좋게 먹자고요.”
물론 그런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달라질리 없었고 분위기가 나빠질 때는 장소를 변경 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는지 형은 제의를 해왔다.
“자자자 많이 먹었으면 노래방으로 갑시다. 오늘 멋진 곡으로 서비스 해 드립니다.”


2차를 향하는 도중 약속이 있다며 몇 명이 빠져 나가서 20명이 남아 있었다. 빠져나간 인원 중에 장재랑도 포함되어 있는지 눈에 뛰지 않았고 대신 중년 남자 하나가 끼어 들어와서 하늘이와 반대 방향에서 걷고 있었다.
그는 덩치가 크고 키가 컸는데 착 달라붙는 정장이 멋지게 잘 어울리며 언변이 유독 튀었다. 그는 한참 동안 사장과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나를 돌아보며 인사를 해왔다.
“만나서 반갑구나. 지형옥이라고 해. 동해신문 연예부 기자였기 때문에 여러 번 네 어머니와 만나 적이 있단다.”
“네 안녕하세요. 성진입니다.”
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지만. 어머니를 아는 사람을 만날 때 마다 불안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거기다 기자라니 내 출생의 비밀이 누설되지 않을까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내 마음 따위는 알 리가 없었기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해왔다.
“진수진 아들이 어느 기획사에 들락거린다는 소문이 펴졌기에 호기심이 들었는데. 진짜네.”
그의 말은 내 불안감을 부추겼고 그동안 증상이 나타나지 않던 흥분하면 기절하던 것이 나타날 것 같은 느낌 까지 오고 있었다.
하늘이는 내 상태가 이상한 것을 알고 내 어깨를 감아쥐고 자신에게 기대게 하고 걱정스러운 기색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해왔다.
“진아 괜찮아. 몸이 안 좋니.”
“응. 미안 집에 가야겠어.”
“그래. 택시타고 가자.”
“응”

나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사람들은 당황스러워 했다. 특히 지형옥이라는 사람은 더 했는데 자신이 뭔가 잘못을 했는지 의심까지 하고 있을 정도였다.
“내가 뭐 잘못 이라도 했나.”
“아니. 자네 잘못이 아냐. 선천적으로 몸이 좋지 못해서 그래.”
털북숭이도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어서 내 이마에 손을 갖다 대어 열어 재어보고 얼굴빛을 확인한 후에 나를 부축해 주고 작게 속삭였다.
“쓸 때 없는 걱정 하지 말거라. 기자 중에 그 사건의 전말을 아는 사람은 극히 소수고 그 소수 중에 저 친구는 없으니까.”
“알겠어요.”
“그럼 집에 가자. 데려다 줄게.”
“아뇨. 그러지 않으셔도.”
“너 하늘이가 널 바래다주고 집에 혼자 가면 좋겠냐.”
“아뇨.”
“그럼 내 말 들어 너도 하늘이도 혼자 집에 가는 거 걱정되는 내가 책임 질거니.”
“고맙습니다.”
털북숭이는 내 대답을 듣고 나서 싱긋 웃었다. 그 미소가 포근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 어떤 것과 연관이 되면서 웃음이 나왔다..
“하하.”
“왜 웃어. 실없게.”
“아저씨가 엄마 같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거든요.”
그는 내 말에 다시 미소 지었다. 하지만 불만을 말해왔다.
“아빠 아니고. 왼 엄마야.”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하하하”
“웃기는. 가자”
털북숭이는 사장과 지형옥에게 뭐라고 말하고 인사를 시킨 후에 우리를 이끌고 도로가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는 시간 동안 털북숭이의 배려가 고마웠지만 두려웠던 감정이 희석되고 나자 오늘 하늘이를 안지 못한다는 것이 몹시 아쉬워서 조금은 밉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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