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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2:18 786회 0건
아쿠아 - 58






저번편이 좀 짧은듯 하여 하나 더 올립니다^^

작년말까진 끝내볼까 했는데 맘대로 되지않네요 ㅎ

항상 즐거운 한해 되시길 바랍니다^^

복도 많이 받으시구요.,^^

다음 글 집필도 시작하였는데..이걸 빨리 끝내야할텐데..애착이 가는지라 ㅋㅋ

그치만..

다음 작품역시 마니마니 사랑해 주시구요..

항상 건강하세요^^

그럼 또 달려봅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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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상쾌한 기분이다..

아직 이른 아침인듯 했지만 푹 잔것같은 느낌이다..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방안 공기와 낯선 천장..그리고 찬 기운이 느껴지는 왼쪽 몸뚱아리와는 달리 반대편엔 따스한 온기만이 느껴진다.

잠이 채 깨기도 전에 이 따스한 온기에 취해 하윤이가 옆에 있다는 현실이 내 가슴을 두드린다.

괜한 기대감과 설레임에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여전히 천사같은 그녀가 내 팔을 배고는 자신의 한손으로 얼굴을 감싼채 나를 향해 잠이 들어있다.

깨워야 했지만 깨우고 싶지않았다..

조금만 더 이 모습을 보고싶었다.

나는 천천히 그녀가 깨지않도록 몸을 그녀쪽으로 돌려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살짝 내 쪽으로 끌어당겨본다.

그녀가 움찔하며 꿈틀대더니 큰 숨을 쉬며 내품에 쏙 들어오도록 안겼다.

내 얼굴 바로 앞에 그녀의 얼굴이 있다.

그녀의 숨결이 내 코끝과 입술에 맞닿는다..

한손으로 그려늬 이마와 눈썩 볼을 따라 천천히 어루만지며 내려오니 그녀가 살짝 반응을 하며 게슴츠레한 눈을 뜬다.


"우웅...일어났어?"

"ㅋㅋ역시 이쁘다.."

"응? 아....뭐야.."


그녀가 내 앞에 얼굴이 위치하는것을 확인하더니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고 내 품에 더 푹 들어가는 형태가 된다.

그런그녀가 귀엽고 사랑스러워 꼬옥 안아주니, 그녀역시 별 다른 저항없이 나에게 안겨왔다.


"또 안자고 쳐다만 보구.."

"ㅋ 아냐 완전 푹 자고 일어나서 너 깨우려던 참이었어.."

"그럼 빨리 깨우지 뭘 그렇게 보구있어~"

"이쁘자나~"

"치.....ㅎ 몇시야?"

"7시 다됐는데~ 일어나서 씻구 준비하구 밥먹으러 가야지~"

"응.."


그녀가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 옷가지를 들고는 화장실로 향한다.

여전히 들리는 물소리...그리고...음...

난 잠시 침대에 누워그녀의 온기를 느껴본다...어제처럼...하지만 어제보다는 더 포근한...아니 뭔가 더 내 가슴을 어루만지는 따스함이 있었다.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 베란다로 나가본다.

일요일 아침이어서 그런지 조용하기만 하다...문득 아영이와 유진이 생각에 아랫층으로 목을 쭉 내밀어보니 불빛이 들어와 있는것이 꽤 일찍 일어난듯 보였다.


"야~ 이유진~!! 야~!! 일어났냐?"


아무런 대답이 없다..그러자 잠시 후 밑에서 낯익은 소리가 들려온다..


"뭐야~ 나보고는 시끄럽다면서 넌 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데?"

"아 ㅋㅋㅋ 일어났냐? 준비하고 아침먹으러 가자~"

"우린 다 했거든요?"

"오오~ 왠일이야~? 옷갈아입고 내려갈께~"

"맘대로~"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방으로 들어가자 잠시후 하윤이가 화장실에서 나온다


"유진이 왔었어?"

"응? 소리 들렸어?"

"응 근데 잘 안들리고 그냥.."

"아 ㅋㅋㅋ 베란다에서 얘기한거야~ ㅋㅋ"

"아 ㅋㅋㅋㅋ 너두 얼른 씻어~"

"응 애들데리고 밥먹으러 가자~"


나도 후딱 씻고 나와 우린 옷을 갈아입고는 아랫층으로 내려간다.

아영이와 유진이는 어느새 팀복으로 싹 갈아입고는 기다리고 있는듯 했다.


"또 안에다가 수영복 입었냐?"

"그래~!"

"ㅋㅋㅋㅋ귀여운것들.."

"뭐야 그게...빨리가자 어쨌든~"

"아 유진.."

"왜?"

"새롬선생님께 말씀드려야하지 않아?"

"아...뭐 내가 알아서 말씀드릴께~ 걱정하지마~"

"괜찮겠어?"

"물론!"


여전하다..

그녀가 그리하길 원한다면 더이상 막을 이유는 없다.

단지 그녀와 아영 모두가 잘되었으면...항상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밥을 먹고 수영장쪽으로 향하니 혜린선생님과 재인이가 먼저 와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빠~"

"오오 아침부터 수고가 많다~ ㅋ 선생님이랑 재인이가 젤 바쁜것 같아요~"

"그러게~재인이를 데려오길 잘했지~ 안그랬음 혼자 짜증내고 그랬을거야~ ㅋㅋ"

"그렇다고 너무 혹사시키는거 아녜요?"

"야~ 됐어 됐어~ 가져가~ 아휴 참나..누가 지 동생 아니랄까봐..."

"아녜요 ㅋㅋㅋ"

"ㅋ저도 이게 재밌어요 선생님~"

"ㅋㅋ역시 재인이는 오빠랑 달라서 착하네~ 그치?"

"헤헤~^^"


곧이어 우리 아이들이 다 같이 도착을 했고 선생님은 우리를 다시 불러모으신다..

아직 이쪽 학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자~ 다들 모여봐~ 음..오늘은 아마 오전 훈련만 하고 마무리가 될거야~ 간단히 몸을 풀고 2인1조로 대항전을 하는데..다들 준비 잘하고...아 맞다..남학생...뭐 재희밖에 없지만...남학생 대항전은 아마 전인원이 한번에 하게 될거야,,"

"네? 한번에 하다뇨?"

"그니까 진짜 대회처럼..1번부터 8번레인까지 어제 잰 기록을 토대로 레인을 배정받고 한번에 시합처럼 하는거지~"

"헐..."

"뭐가 헐이야~ 연습되고 좋지~ 뭐 이쪽 학교랑 다 합쳐도 남학생은 6명 뿐이 안되니까 젤 끝에 두 레인은 비워두고 어제 새롬선생이랑 배정 했어..재희 넌 5번.."

"그럼..당연히 정원이가 4번이겠고...와...괜히 더 긴장되잖아요~"

"으이구~ 적당한 긴장은 좋지만 또 이상하게 걱정시키고 그러지나 마~ "

"아 네 ㅋㅋ"

"뭐 어차피 2인 1조로 했어도 넌 마지막에 정원이랑 해야 했을거야~ ㅋㅋ"

"그렇..겠죠 ㅠ"

"자 다들~ 일찍 온김에 먼저 연습하면서 몸좀 간단히 풀고 있어~ 10시에 시작하니까~"

"네~"


우리가 먼저 옷을 갈아입고 준비운동을 하고 있을때 이 학교 학생들이 수영장쪽으로 들어온다.

새롬선생님과 남자선생님은 언제나처럼 싱글벙글 환한 미소를 잃지않는다.


"일찍 왔네 언니?"

"니네가 늦은거야~"

"에이~ 우리도 애들 데리고 미팅좀 하구 온거지~"

"그래? ㅋㅋ 어쨌든 오늘 잘 하구..아 유진이 말인데.."

"아 안그래도 아까 밥먹고 유진이 만났어.."

"그래? 얘기 들은거야?"

"응 머 아쉽지만...그래도 혹시나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 오라고 했어~ 본인이 말했듯이 하윤이나 다른 아이들에 비해 기록이 떨어지는건 사실이지만..난 잠재력을 본건데.."

"음...그렇긴해도..뭐 그 아이도 그아이 나름대로 생각이 있겠지~"

"응 그래서 강요는 안한다 했어..뭐 알아서 잘 하겠지~ ㅎ"

"어쨌든..고마워~ 너덕분에 그래도 좀 수월할 것 같긴하네~"


유진이가 어느새 새롬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나보다.

그녀를 바라보니 여느때와 다름없이 한쪽에서 히히덕 거리며 아영이와 준비운동을 마치고는 물속으로 풍덩 뛰어든다.

그리고 시작된 연습..

아영이와 유진이는 부담이 없었는지 꽤 즐거운 듯한 연습을 하구있다..하지만 나와 하윤이는 괜한 긴장감 때문일까..별 얘기없이 조용히 이 분위기에 집중을 한다.

하지만 쓸데없는 긴장감은 아니었다...오히려 내 몸의 근육들과 미세한 경련이, 그리고 심장의 박동이..지금 내가 얼마나 몸이 올라왔는지를 말해주는것 같다.

어제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정원이에게 뒤쳐졌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오히려 오늘이 기회라고 반전을 꾀하는 내 머리였다.

생각대로 잘 됐으면 좋겠지만..내가 하기에 달린것도 사실이었다.

연습은 즐거웠다..

시합전 마지막 합동훈련이라고 하니 왠지모르게 느낌이 얄딱꾸리하다..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마지막날 연습 학교간 대항전이 시작되었다.


"여러분 다들 보여주세요~"


새롬선생님이 연습을 마무리 지어가던 우리들을 다같이 불러모으고 곧 있을 대항전에 대해 설명을 시작한다.

모두가 하나같이 살짝 긴장을 한모습이지만 이곳에서 아무렇지않은 표정을 짓고있는것은 하윤이와 정원이 뿐...

하지만...오히려 이곳에서 웃고 있는것은..나 이재희뿐....아..아니다..아영이와 유진이 역시 다른 의미로 웃고 있다..-_-ㅋ


"에에~ 우선..남학생들은 각자 선생님께 말을 들었다시피~ 모두 한번에 시합을 합니다..알고계시죠?"

"네~"

"그리고 여자부~! 여자부 역시 다같이 한번에 하기로 했으니까 그리들 알고 계세요~"

"네?"

"뭐 갑작스러운건 있지만 어차피 여자부 역시 단거리로만 따지면 8명이기때문에 우리학교와 여기 혜린선생님네 학교 선수들이 함께 시합을 하는 형태로 진행이 될겁니다~"


갑작스러웠지만 하윤이는 역시나 표정의 변화가 없다..

뭐 자신있을테니까..

걱정이 되는것은 유진이와 아영이였다...그렇게 그녀들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오히려 아까보다 더 신난 표정을 지으며 상기된 얼굴로 새롬 선생님 말에 집중을 하고 있다.

별일이다 싶어 나 역시 다시 새롬선생님을 바라보는데 그녀역시 아영이와 유진이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만족한 미소를 띄우며 이야기를 마무리 하신다.

어리둥절했다...별일이다 싶었다.

그렇게 다들 흩어져서 팀끼리 준비를 하고 있는데 혜린선생님이 우리쪽으로 다가온다.


"흠...역시 유진이 때문인가?"

"네?"

"네? 제가 왜요?"

"ㅋ 아니 그냥 유진이랑 아영이를 위한 작은 배려?"

"응? 뭐가요?"

"너희는 어차피 시합을 안나간다 했고..이런 기회가 없을테니..여기서 한번 느껴보라는...게다가..굉장한 라이벌들이 있으니까..1대1로 하는것보단 훨씬 더 경쟁적이지 않을가 하는데~"

"워어~~~~ 그런 배려는 필요 없는데 ㅠ"

"ㅋ 좋은 경험이야~ 아영이한테도 유진이한테도~ 하윤이도 봐주지말고 전력을 다해~ 기록대로 레인을 짜보면 니 옆에 유진이가 달릴테니까~"

"아...네~"

"헐...절 얼마나 기죽이실라구..ㅠ 이건 우리 배려가 아니라 권력남용이예요 ㅠㅠ 우리가 안한다고 하니까 니들 따위가 뭐라고 안해~ 이런....복수...ㅠ"

"아니라니까 ㅋㅋㅋ 어쨌든 열심히 해봐~ 다 같이 이럴 기회가 언제 또 있을라구~"

"힝...ㅠ"


하지만 그런 유진이와 아영이의 앙탈도 곧 사라지고 오히려 하윤이에게 당당히 도전장을 내미는 유진이었다.

아영이 역시 유진이 옆에서 하윤이에게 수줍게 도전장을 내민다.

그런 아이들을보고 살짝 미소를 띄우며 잘 부탁한다는 하윤이었지만 그 눈빛에는 따라올테면 따라와봐~...라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유진이는 이를 악물고 이겨버리겠다며 소리쳤고 아영이는 이 눈빛에 압도되어 울상을 지으며 내쪽으로 슬금슬금 몸을 숨긴다.

ㅋㅋ


드디어 여자부 경기가 진행되었다.

역시 예상대로 하윤이가 4번 유진이가 5번에 배정받았고 아영이는 2번 레인에 배정을 받는다...꼴찌는 아니었나보다..ㅋ

모두들 출발대에 올라가 수영복과 물안경등을 고쳐쓴다..

오히려 하윤이가 심호흡을 하며 비장한 표정으로 출발대에서 팔을 저으며 몸을 풀고 있었고 그에 반해 유진이는 싱글벙글 이 상황이 싫지않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아영인...ㅋㅋ영혼이 날아간 듯한 멍~ 한 표정으로 뽀얀 얼굴에 검정색 물안경이 마치 앞이 안보이는 시각장애인을 연상케 했다..


"자 준비~!!"


새롬선생님의 구호에 모두 상체를 굽혀 스타트 준비를했고 다음 구호에 무릎을 굽히며 출발 신호만을 기다리고있다.

이 모습을 보는 나 마저 입이 바싹바싹 타오른다.


"땅!!!!!!"

어디선가 들려오는 화약총 소리...어제는 호루라기로 하더니 오늘은 시합 기분을 낸다며 육상부에서 화약스타트 총까지 빌려왔댄다.

출발 소리와함께 모두 거의 동시에 입수...여전히 하윤이는 엄청난 잠영으로 앞서 나간다.

잠영이 끝나고 아이들의 머리가 하나둘 물밖으로 나옴과 동시에 엄청난 물장구와 팔운동이 시작되었고 수영장은 그들의 물살 가르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역시 하윤이가 제일 먼저 터닝지점에 도착을 했고 이어서 이쪽 학교학생..그리고 유진이가 세번째로 턴을 한다...그리고 의외로 아영이가 5번째로 턴을 성공해 꽤 좋은 역영을 펼치고 있다.

남은 50m...

하윤이가 막판 스퍼트를 올리는가 싶더니 유진이 역시 어제의 스퍼트보다 더 경쾌하게 치고 나가는것이 보였다.

25m가 남은 시점...유진이가 어느새 2위 아이를 따라잡고 하윤이의 발끝정도에서 열심히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하윤이가 어제와 비슷한 페이스라고 생각하면 유진이의 기록역시 나쁘지 않을듯 했다.

그리고 마지막 터치...

하윤이가 터치한 후 2~3초 만에 유진이가 터치에 성공했고 새롬선생님은 자기네 학생들은 신경도 쓰지못한채 신난듯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혜린선생님도 흐뭇한 미소로 그 둘을 바라보았고 나 역시 소리를 지르며 그녀들의 역영을 환영했다.

게다가..또하나...이 둘의 멋지고 시원스런 역영에 뭍혔지만 축하할일이..아영이가 8명중 4번째로 피니쉬 라인을 끊어 종전 자신의 기록보다 월등히 향상된 기록으로 이 경기를 마쳤다.


"아영이도 굉장하구나..."

"아..선생님 아영이도 보셨어요?"

"난 출발부터 아영이만 봤는걸?"

"에? 진짜요?"

"원래 부모는 가장 부족해보이는 아이가 가장 눈에 밟히는 법이야.."

"헤에...."


혜린선생님의 저말이 가슴에 와닿는다...하윤이와 유진이의 대결로 굉장한 모습을 보여준 여자부의 경기는 모두 어제보다 1초정도 단축한 더 좋은 기록으로 끝이났다.

하윤이역시 유진이가 대단하다며 그녀를 추켜세웠고 유진이는 만족하는듯이 승리의 브이자를 그리며 이 모두의 환대를 받고있다.

그리고 아영이..

살짝 시무룩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가 우리곁으로 다가왔고, 그런 그녀에게 어떤말을 해줘야 하나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사이 혜린선생님이 그녀에게 다가가 아무말없이 꼬옥 안아주신다.

아영이는 살짝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이윽고 그녀의 품안에서 눈물을 떨군다..

어떤의미일까..

후련함..아쉬움..이제 마지막이라는 아련함?...이 모든 감정이 교차한 것일까..

혜린선생님도 그녀의 눈물때문인지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었고 그런 그녀를 도닥거리실 뿐이었다.

재인이 역시 이 모든 장면을 비디오 카메라에 담으며 억지로 입술을 다문채 안간힘을 쓰는 표정이다.


"야~ 넌 뭘 울고있냐~ 쪽팔리게~ 쳇.."


그렇게 말하는 유진이의 눈도 빨갛게 충혈되어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있다.

하윤이 역시 유진이의 이런 반응에 이쁜 미소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코끝이 찡해짐을 느끼나보다.

한동안 그렇게 오묘한 감정을 서로 나누고 있었다.


"아 정말...너무 티냈네~"

"새롬 선생님~"


어느새 다가온 새롬선생님이 우리를 보고는 말씀을 하신다.


"정말...이쪽 학교에도 하윤이나 유진이 같은 선수 한명이라도 있었음 좋았을텐데..더 재밌었을테고.."

"충분히 재밌었어요~"

"ㅋㅋ그래도~ 희한하게도 이쪽 학교 애들 실력도 괜찮은 편인데..안타깝게도 특출난 애들이 없어서.."

"그래서 니가 온거잖아~"

"알아 나도 ㅋㅋ 뭐 이 아이들 시합때까지 유진이나 하윤이 실력정도로 만들어 놓을거니까 니들도 각오해~"

"네..ㅋ"

"그리고 유진이..잘했어~ ㅎ 조금만 다듬으면 될텐데..아쉽다~"

"아녜요 ㅎㅎ 전 이걸로 충분해요~"

"ㅋㅋ 그래 뭐 그래도 어쨌든 맘바뀌면 나한테 젤 먼저 알려줘야대~"

"네 ㅋㅋ그럴게요.."

"하윤이도 그렇고..아영이도 수고했어...그리고 아영이는 특히 어제 기록보다 굉장히 많이 단축되어서 기록 다시재고 싶을 정도야 ㅋ"

"ㅋㅋ새롬~ 얼른 가서 남자애들 준비시켜~ "

"응 언니~ 마무리하고 이따가 봐~"


그렇게 새롬선생님이 가시고 혜린선생님도 준비석으로 가셔서 남자부 대항전을 준비한다.

아영이는 훌쩍거리며 의자에 앉아 멍하니 바닥만 바라보고있다.


"아영 괜찮아?"

"아 하윤.....흐앙......ㅠㅠ"

"으이구 울지마~ 왜 울어~ ㅠㅠ"

"흐흑...흑..."

"야 바부야~ 이제 속시원하지 뭘 그렇게 울고있냐~? ㅋㅋ 우린 이제 아무 후회없이 우리가 원하는 일만 제대로 하면 되는겨~ㅋㅋ"

"응...ㅠㅠ"


유진이가 그렇게 팔딱거리며 그녀의 곁으로 가더니 앉아있는 그녀의 머리를 꼬옥 감싸듯이 안는다.


"야...이 언니랑 같이 우리 마을 지키면서 행복하게 살면 된다니께~ ㅋ 언니만 믿고 따라와~ 니 팬션에서 사가는 모든 물건들 언니가 다 반값에 해줄께~ㅋㅋㅋ"

"치....히잉...돈 받을거냐?"

"뭐야? 참나~ 요게 꽁짜가 어딨냐~-_-"

"ㅠㅠ치..."


그렇게 여자부의 경기가 마무리 되고 우리 남자부의 경기가 이어졌다..

한바탕 울음바다가 펼쳐진 우리부원들 사이에서 남자부의 집합 소리를 들은 나는 다시 몸이 바짝 긴장이 되는것을 느낀다.


"자~ 이제 내차례네~ ㅋㅋ 갔다올께~"

"아 이재희~ 다 뭉게버려!!"

"재희양~ 잘해 훌쩍..ㅠ"

"ㅋㅋㅋ응원이나 해라~"


출발대를 바라보니 정원이와 몇몇 학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긴장된다..


"재희~"


하윤이 목소리다..

그녀의 목소리에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그녀를 향해 돌아선다.


"어제처럼만 해.."

"음?ㅋ"


어제처럼만이라니...어제 정원이한테 졌는데요 ㅠㅠ

응원일까..아니면 부담을 주지않기위한 배려일까..

나 역시 미묘한 표정으로 히죽 웃어보이며 출발대로 향하는데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한번 들려온다..


"다른 생각하지말구...내생각만 하면서.."

"음?"


온몸의 피가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내 몸을 돌며 나의 긴장감과 내 몸의 온기를 유지해 주고 있던 혈관의 녀석들이 그녀의 한마디로 다시 심장으로 달려들어가 새로운 피로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그제서야 다시한번 크게 숨을 쉬고는 그녀를 향해 지금까지 보여줬던 어떤 미소보다 환하고 자신있는 미소로 그녀에게 화답을 한다.


"뭐야!!! 야!!! 내 생각도 해!!!!"

"재희!!내 생각두 ㅠㅠ 훌쩍.."

"오빠!!! 내생각두 해야대!!"


허...허..헐....뭐냐..이건...

ㅋㅋㅋㅋㅋㅋㅋ

왠지모르게 웃음이 났다...아니다 이건 그냥 대놓고 웃어야 하는것이다..

난 수영장 전체에 울려퍼질듯하도록 깔깔거리며 웃어댔다.

아 정말.. 이녀석들은..날 생각하는것일까...아님 놀려대는것일까..

눈물이 날정도로 웃음이 났다..

하지만...웃음때문에 흘리는 눈물은 아닌것만은 확실했다.

하윤이는 물론이고...유진이와 아영이..재인이까지 그 각기 다른 목소리와 응원아닌 응원이..내 가슴을 자극했다.

어찌해야할지..확실해진듯한 느낌이다..

출발대앞에서 천천히 몸을 풀면서 그녀들을 다시한번 바라본다..아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표정과 모습들이지만 이런 한결같음이 좋다..


"ㅋㅋ너처럼 이렇게 한몸에 인기를 받는 선수도 없을거다~ 같은 동료들한테~"

"에이 ㅋㅋㅋ"


혜린선생님 마저 뿌듯하신지 그런 나를 놀리신다..


"잘할 수 있지?"

"네..어느때보다요~"

"ㅋ 기대한다.."

"네 얼마든지요~ ㅋㅋ"


기분이 좋았다.

모두가 나를 응원하고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모두가 나에게 기대하지만 부담감은 단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새롬선생님의 구령에 우리는 모두 출발대 위에 선다.

정원이가 옆레인에서 나를 바라보더니 히죽 웃는다.

나 역시 환하게 그에게 웃음으로 보답했다.


"자 준비!!"


상체를 굽히자..피가 거꾸로 솓는느낌..하지만..온몸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자연스럽게 새롬선생님의 구호에 맞춰 몸이 움직인다.


"땅!!!!!!!"


출발음이 들림과 동시에 물로 뛰어든다.

이미 주변의 어떠한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제와 다름없는 잠영과 그에 이은 역영...

다를것은 없었다..하지만..왜일까...호흡을 하지않아도..발장구를 치지않아도..팔을 휘젓지 않아도 나아갈 수 있을것만 같은 그런 가벼움..

언제 발을 구르고 팔을 휘젓고 호흡을 했는지도 모르게 그렇게 벌써 터닝지점에 도달한다.

그리고 역시나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턴을 한 나는 마지막 스퍼트를 올린다.

하윤이의 말대로 어떠한 생각도 하지않는다...단지 그녀가 나에게 보여준 마지막 미소만을 생각한다.

그리고 연쇄적으로 나오는 아영이와 유진이, 재인이의 모습들..

평소였으면 하던 수영을 멈출정도로 웃기고 온 몸이 흐트러질 정도의 방해가 될만한 소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않다..

오히려 그녀들이 보여준 마지막 모습이 내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듯 했다.

조금 더 힘을 내볼까..하는 생각으로 전력을 다하려는 찰나..어느새 내 손끝에 벽이 느껴진다.


"음?"


살짝 당황한 기색을 하며 고개를 물밖으로 빼내고 물안경을 벗어던지고는 주위를 둘러본다.

아직 어수선한 주변 분위기..정원이 역시 얼굴을 물밖에 내놓은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아직 도착하지않은 몇몇 아이들도 눈에 들어온다.

아..역시..정원이가 먼저인건가...

고개를 내놓고 있는 사람은 우리둘뿐이었지만..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눈을 우리 아이들에게 돌렸을때..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아영이와 유진이는 뛸듯이 기뻐하며 소리지르고 있었고 재인이는 울먹거리며 카메라를 손에서 내려놓은채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

그리고 하윤이는..출발전 나에게 보여줬던 미소 그대로 나를 바라보며 웃고있었다...마치 이 모든게 당연하다는 듯이..

곧 마지막 아이까지 피니쉬터치를 했고 그제서야 우리는 천천히 물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아직 결과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들 곁으로 가려는데 정원이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야~ 이재희~ ㅋ"

"아..수고했다.."

"너야말로~ 그보다 대단하다 정말...그럼 대회때 보자~ 뭐 누나네 놀러갈일 있으면 볼 수 있음 보고~ ㅋ"

"아 맞다 ㅋㅋ 그래 그러자 수고했어~!"

"아!! 다음엔 안진다!!"

"음?"


안진다니? 내가 이겼단 건가?

그제서야 궁금해졌다..

그런 얼빠진 표정으로 우리 아이들쪽으로 다가가니 모두 나를 반긴다..

아까와는 살짝 다른 웃음기 가득한 얼굴들로 나를 반기더니 재인이는 내쪽으로 달려와 와락 안겨든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하윤이를 살짝 쳐다본다.

여전한 미소로 나에게 화답을 해주고있다.


"거봐..내가 뭐랬어~ ㅋ"

"아..정말..니 생각만 했어..."

"야!!! 내생각도 하랬지!!!"

"재희~ 내 생각은?"


그리고 나에게 안겨있던 재인이까지 고개를 쓱 올리며 나를 바라보고는 한마디 한다..


"오빠..내생각은?"

"ㅋㅋㅋㅋㅋ아놔..정말 야! 하윤이 생각으로 막 하고있다가 갑자기 니네들 생각나서 웃겨 죽을 뻔했다~ 아 정말...보통때같았음 갑자기 일어나서 막 웃었을거야 ㅋㅋㅋ"

"캬캬캬캬캬 우리 생각도 했단 거네~?"

"아 정말..방해라니까 방해~ ㅋㅋㅋ"


그렇게 웃고 떠들고 있는사이 혜린선생님과 새롬선생님이 오신다..


"재희 넌 기록도 안보고 그냥 가니? 자신 있다는거야? ㅋ"

"아..그냥..얼떨결에.."

"ㅋ 어쨌든 수고했어~ 언니도 수고했어~ 이번학기도 문제없겠네~"

"아 그래 새롬이 너도 수고했고~ 조만간 애들이랑 다같이 저녁이나 하자~"

"아 그래 ㅋㅋㅋ 그럼 이따가 봐~ 여러분도 다들 수고많았고~ 수영을 계속 하든 안하든 열심히 꾸준히 하고 살아~ 알았지? ㅋ"

"네~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새롬선생님은 마무리를 위해 잠시 자리를 뜨셨고, 혜린선생님과 우리들만 남아 훈련의 마무리운동과 함께 마무리를 짓는다.


"재희~ 굉장했어~"

"아 그래요? ㅋ 그냥 별 생각없이..ㅎ"

"그래도~ 정원이보다 팔 하나는 앞서서 들어왔어~"

"네? 제가요?"

"응~ㅎ 정원이는 어제랑 거의 비슷한 기록으로 들어왔고~ 넌 어제보다 1초나 빠르게 들어왔으니 뭐 ㅋ"

"허...허......전 또 제가 진 줄 았았는데...고개들고 보니 정원이도 나와있길래~"

"뭐 바로 도착했으니 그랬을텐데~ ㅋ 그래서 멍~ 했구나? ㅋㅋㅋ어쨌든 이제 조금만 더 체력적인것만 보완하면 되겠다..스퍼트랑..."

"아..그 마지막에 스퍼트 하려했는데 도착해버려서.."

"엥? 뭐야...그거 스퍼트 안한거란 말야? 허...참나.....야!! 너 누가 딴생각하면서 수영하래!"

"아 몰라요~ 쟤들 때문이예요~"

"정말...스퍼트를 안하고도 그 기록이 나왔단 말야?"

"아 어쩌다보니...하..하...."


그렇게 우리의 훈련은 마무리 되어가고 있었다..

각자 옷을 갈아입고 방으로 돌아가 집에 돌아갈 채비를 한다..


"대단해 정말~"

"응? 뭐가?"

"아니 보통 막판 스퍼트에 마지막 힘까지 다 쏟아붓고 끝내잖아..근데 그러지않고도 정원이를 이겼다는게.."

"아...정말..나도 좀 당황스러워서 ㅋㅋㅋ아까도 말했듯이 의도한게 아니야..ㅋㅋㅋ"

"그니까..그러면 더 대단했을거란거잖아~ ㅋㅋ 시합때나 선발전때는 그런 실수 하지마 ㅋㅋㅋ"

"아 응 ㅋ"


하윤이가 짐을 챙기며 그런 나를 북돋아 준다.

왠지 하윤이와 있던 이방을 떠난다는것이 살짝 아쉬운? 느낌이든다..

그녀에게 고백을 했던 베란다와...그녀가 민망해 하며 사용했던 화장실..그리고 함께 체온을 느끼던 침대..그리고 무엇보다 눈뜰때마다 낯설었던 천장마저 지금은 아련한 기억으로 다가온다.

이제 여기 다시 올일은 없겠지...

방문을 닫기전 다시한번 그렇게 방안풍경을 바라보고는 문을 닫는다.

각자 짐을 하나씩 어깨에 둘러매고 운동장 단상앞에 모였다.

일요일 나른한 오후의 햇살은 훈련으로 지친 우리들의 몸에 에너지를 충전해 주고 있는 듯 하다..


"아아..자~..다들 수고들 하셨어요~ 학창시절 마지막 훈련도 끝이났고~ 이제 졸업까지 얼마 안남은 사람들도 있겠지만..다들 알다시피..이게 시작입니다~ 다들 서로가 있다는것에 감사하고..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것에 감사하고..멋진 라이벌들이 있다는것에 감사하세요~ ㅎ 그럼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만납시다 여러분~ 알겠죠!~!?"

"네!!!"


그렇게 우리의 훈련은 새롬선생님의 마지막 멘트로 마무리되었다.

우린 서로 서로에게 인사를 하고 정원이는 여전히 사람좋은 활짝 웃음으로 나에게 악수를 청한다..그러고는 다음을 기약했다.

다음에 얼마나 더 어려운 상대가 되어있을지 지금생각해도 가슴이 떨린다.

혜린선생님과 모두와 다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승합차안...

젤 뒷자리에 앉은 아영이와 유진이는 그 감회가 쉽사리 가시지 않았는지 실컷 떠들다가 둘다 어느새 잠이 든다.

지금보면 저렇게 잘 어울리는 한쌍도 없지않을까 싶다.

앞좌석에 선생님 옆에 앉은 재인이 역시 그동안의 피로때문인지 잠이 들어있었고 나는 왠지모를 시원섭섭함에 차창밖 풍경만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재희~ 하윤~"

"네~"


아..하윤이도 깨어있었구나~


"너희는 이제 시작이야~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되~"

"아..네 ㅋㅋ 걱정마세요~"

"니가 젤 걱정이다 재희..-_-어쨌든..당분간 푹 쉬고..연습도 게을리하지말고..니네 졸업하면 바로 시합이고...또 거기서 좋은성적내면 선발전이니까..쉴틈이 많지않을거야~"

"네~"

"뭐 다들 알아서 잘 하겠지만...열심히들 해~"

"네~! ㅎ"


하윤이가 나를 바라보고는 싱긋 웃으며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아온다...그런 그녀의 차갑고 보드라운 손을 꼬옥 잡아준다.

그녀가 다시 싱긋 웃으며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고 나 역시 그녀의 손만을 잡은채 창밖으로 시선을 옮긴다.

이제 하나가 끝났을 뿐이다..

선생님 말대로 이제 시작이었다.

어떠한 일이 생길지..어떠한 일이 우리 앞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지금의 느낌은 쉽사리 잊을 수 없을것 같았다.


"자~!! 다들 조심해서 들어가고~!! 훈련기간동안 수고했고~!! 졸업때까지 마지막까지 열심히 마무리 잘하고~ 재인이는 선생님 계속 좀 도와주고 ㅋ"

"네!!"

"아까 재희한테도 얘기했지만..이제 시작이다~ 알았지? 다들 서로 도와주고 서로 챙겨주면서 열심히 하는거야~ 알았지? 뭘하든~!!"

"네!!!"

"자 그럼 해산!"


학교운동장에 도착한 우리는 혜린선생님의 마지막 말이 끝나자마자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향한다.

걸어가는 내내 모두가 말이 없었다..

하지만 나와 하윤이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서로 손을 맞잡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걷고 있었다.


"저봐저봐~ 잤어 쟤네~"

"엥?"


뒤에서 그런 우리를 보며 수근거리는 유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니들 잤지?"

"아 ㅋㅋㅋㅋㅋ아 정말 뭐래 진짜 ㅋㅋㅋㅋㅋ아니거든"

"야 아영아 저봐라~ 드디어 우리의 고향 낙동강으로 돌아갈 시기가 됐다 ㅠㅠ"

"앜 ㅋㅋㅋㅋ 진자 ㅋㅋㅋ뭐래 정말.."

"아냐..ㅠ그냥..부러워서 그러지 뭐...체....그럼..이쪽은 내꺼!!"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나에게 달려오던 유진이가 내 남은 손을 덮썩 잡더니 헤헤거리면서 팔을 붕붕 휘두른다.


"야! 넌 낙동강이나 가!!"


뒤에서 함께 달려오던 아영이가 유진이 잡고있던 팔을 당기며 내 한쪽 손에 두명이 매달리는 형태가 된다..하아..

근데 재인이는? 두리번 거리며 재인이를 찾고 있는데 하윤이가 쿡쿡거리며 웃으며 자신옆쪽을 보라는 눈치를 준다.

고개를 빼고 하윤이 옆을 보니 재인이가 하윤이의 남은 손을 잡고 아주 당당하게 걷고있다.


"어? 뭐야...재인!! 너 재희에서 하윤이로 바뀐거야? 아싸~ 경쟁자 하나 제거요~"

"훗..언니들은 바부라니까.."

"뭬이야~~"

"만약 울 오빠랑 하윤언니랑 결혼하면..오빠한테 계속 그러면 아마 하윤언니가 발로 뻥~ 차버릴걸요? 근데 하윤언니를 내편으로 만들면..난 얼마든지 놀러갈 수 있지요~"

"허..헐...야!! 이 여우같은 기집애!!!! 일루와!!!"


ㅋㅋ아영이와 유진이 둘다 벙찐 표정을 짓더니 그런 재인이에게 달려든다.

아놔 정말 귀여운것들..


"난 재희가 하윤이와 결혼하는거 반댈세!!"

"ㅋㅋㅋ아 뭐래 정말...그만해 이제!"

"쳇...."


그렇게 또다시 정신없는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아..우리 카페갈까? 레모네이드 한잔씩 마시고 가~"

"콜!!!야~ 진작 말해야지 그런건~ 캬캬캬캬 다같이 가자~"

"아 그럴까?"

"저도 콜~!"


모두가 그냥 이대로 집에 가긴 싫었나보다..ㅋ

우린 행로를 바꿔 바닷가 아영이네 카페쪽으로 향한다..

점심을 먹고 온 터라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아영이네 카페 테라스에 앉은 우리에게 아영이는 레모네이드와 함께 간단한 요기거리도 내온다.

공기는 꽤 차갑게 느껴졌지만 따뜻한 햇살과 선선한 바닷바람이 나쁘진않았다..

그렇게 또 우리는 아무말 없이 의자에 앉아 멍하니 몸을 쉬게 했다.


"아 맞다 아영아~"

"응 하윤.."

"다음주부터 천천히 짐 옮기자~"

"아 정말? 근데 진짜 그래도 되?"

"난 좋다니까~ ㅋ"

"아ㅎ"

"그리구 우리 아빠 생전에...친구분중에 인테리어랑 건축하시는분 계셨거든...말하면 도와주신다고 했으니까...너 정해지면 언제든 얘기해~"

"아...히잉...ㅠㅠ하윤아앙~ ㅠㅠ"


그렇게 또 울먹이며 하윤이에게 안기는 아영이었다..

그보다 엄청난 추진력이다..

말을 꺼내고 마음을 정하고..또 이제 시작이다 싶었는데..점점 윤곽이 보이기까지 하는듯 하다..

역시 주변에 이런 친구들이 있다는것은 그 어느보다 행복하고 든든한 일이었다.


"대단하다...말 나온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계획들어가는거야?"

"아..하루라도 빨리 하면 좋잖아~ ^^ 유진이가 말한대로 아영이는 여기 꾸려나가는게 제일 행복할테니까.."

"야~ 하윤~ 내가 언제 그랬다고!"


쑥스러운가보다..천하의 유진이가 ㅋ

하지만 아영이는 그모습이 싫지않은가보다...놀리지 않고 오히려 말없이 레모네이드 한잔을 더 따라준다..

ㅋㅋ


"그럼 재희군!"

"응?"

"난 다음주부터 재희군네 집에서 붕가하겠습니다!"

"분가겠지 -_-"

"어쨌든! 다음주에 짐옮기고 이래저래 바빠질거 같아서..ㅎ"

"괜찮겠어? 아 그리고 도와줄거 있음 도와줄테니까 언제든 얘기해~ 유진이도 도와줄거야~"

"체...귀찮게~"

"ㅋㅋㅋ그럴께~"


아영이가 붕가 한다는 말에 웃음이 나면서도 왠지모르게 섭섭함도 있었나보다..

하지만 이 모든게 자연스러웠고 순리대로인듯 했다..

달콤 쌉사름한 기분으로 남은 레모네이드를 쭈욱 들이키고는 다시 의자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동안 훈련 회포를 풀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대부분이 우리의 미래와 진로에 관한 것들이었지만 역시 꽤 윤곽이 잡힌것은 아영이와 유진이 뿐이었다..

하긴 하윤이와 나도 수영쪽으로 길을 잡았으니 된건가..

재인이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조금더 지켜보기로 한다..

노을이 살짝 보이기 시작될때쯤 우리의 이야기도 차츰 줄어들어간다.


"좀 춥다 이제~"

"그러게 ㅋ 일찍 들어가서 자야지 다들 ㅎ 피곤할텐데~^^"

"음 그럼 오늘은 이만하고~ 내일 학교들 올거야?"

"ㅋ 별일없음 가야지~ 뭐 진학 포기했다고 날나리 되라는거야? ㅋ"

"그래도 가서 할것도 없자나 당분간 ㅋㅋ"

"아 몰라 어쨌든 오늘은 푹 자자~!ㅎ"

"콜~!!"

"아 난 오늘 여기서 잘래.."

"응? 아영~ 왜?"

"흑흑..이제 재희의 품에서 떠날때도 됐지~ ㅠㅠ 연습하는거야~"

"아 ㅋㅋㅋ뭐야 그게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아니 그냥 오늘은 여기서 푹 자면서 자잔한 짐부터 조금씩 정리할까 하구.."

"그런건 같이 하자니까~"

"알았어~ ㅋ 그래도 조금 정리할라구 여기 ㅋ 이제 여기서 자는날도 얼마 안남았는데~ㅎ"

"아...음...알았어 그럼..ㅎ 그래도 자다가 무서우면 언제든 재희집으로 와~"

"응 ㅋㅋㅋ"


유진이는 이제 자기네 집처럼 말한다..-_-ㅋ


"나도 여기서 혼자 갈테니까 재희랑 유진이랑 다 들어가 그럼~"

"응? 아냐 내가 데려다 줄께~"

"아냐아냐 뭐 얼마나 된다구~ ㅎ 다들 얼른 들어가서 주무세요~ ㅎㅎ 그럼 나도 간다~ 아영이 잘자구 다들 내일 봐~^^"

"아...안녕~ 잘자~"


그렇게 홀연히 하윤이는 카페를 나서더니 집쪽으로 향한다..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유진이와 재인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려는데 둘다 동시에 혀를 끌끌 찬다..


"쯧쯧쯧....아직멀었어..재희군..."

"응? 뭐가?"

"빨리 뒤따라가지 않을텐가?"

"응? 하윤이? 아..역시 데려다 줘야하나?"

"오빠~ 실망이야~ 여자 혼자 집에 보내고~"

"아...그 하윤이도 피곤할테니.."

"참나..그건 니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네~ 얼른 안가~!!??"

"아...그..그래? 그럴까? 아하하..그럼...다..녀올께~!!! 집에 먼저들 가서 기다려! 아영이도 잘자~!!"

"응~ 잘가 재희~^^"

"치....바부 오빠.."

"가자 재인아..ㅋ 오늘은 언니랑 자자~ 오빠 안들어올거 같은데 ㅋ"

"네...."



뒤에서 유진이가 뭐라고 하는 것 같았으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카페를 나서 하윤이를 향해 뛰었다..


"하윤~!!! 하아..하아...헉.."

"응? 재희!? 왠일이야..?"

"하아..아 넌 걸음이 뭐이리 빠르냐~ ㅋ"

"응? 뭐가? 근데 왜?"

"응..아니..그래도 데려다 줘야하지않나 싶어서.."

"아하하 괜찮다니까~ 멀지도 않고 바로 여긴데..그리고 너도 빨리가서 쉬어야지~^^"

"시러!!"

"응?? 뭐..뭐가..싫어?"

"아...그게...음...너랑 조금만 더 같이 있고싶어서..그럼 안될까..하구.."


단호한 내 반응에 살짝 놀란눈을 하는 그녀가 곧 미소를 머금으며 내 손을 잡아온다..

그렇게 둘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녀의 집쪽으로 걸었다.

여전히 아무말 없이 걷고만 있었지만 내 심장은 그 어느때보다 격렬하게 그녀의 손의 느낌에 반응을 한다.

그 보드랍고 차가운 손을 조물락 거리며 그녀에게 온기를 전한다.

그녀역시 입에서 나오는 따뜻한 공기가 뽀얀 입김을 만들어낼뿐 아무 말없이 그렇게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녀의 집앞..

우린 여전히 아무말없이 마주선다.

그녀의 등뒤에 그녀의 집 현관이 있었지만 이 손을 놓으면 그대로 들어가버릴것 같아 쉽사리 놓지못한다.

그녀도 나의 마음을 아는것일까..꼭 잡은 내 손을 놓지않고 나에게 그 이쁜 미소를 계속해서 보여주고있었다.

난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그 차갑고 촉촉안 입술에 살짝 뽀뽀를 한다.

그녀역시 살짝 어깨가 떨려오는 듯 했지만 곧 나의 입술을 받아들이고는 눈을 살포시 감는다.

그렇게 가볍게 뽀뽀를 해주고 나서 그녀를 다시 바라본다.

입에서 여전히 뽀얀 입김이 나오고 있었지만 아까보다 훨씬 따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전히 들여보내기 싫은 느낌이다..

아니 아까보다 더 들여보내기 싫어졌다..

어느덧 어둑해진 밤하늘이 우리의 주변을 감쌌고 집앞에 켜져있는 가로등만이 그녀의 뽀얀얼굴을 눈부시게 비추고있었다.


"춥지?"

"아...괜찮아..."


어색한 공기...

뭔가 찌릿한 느낌..

하지만 가슴은 그 어느때보다 빠르게 그 피의 온기를 내 온몸에 전달하고 있었기에 추위는 느껴지지않는다.


"보내기..싫다.."

"응?"

"같이 있구 싶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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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어머~ 보내기 싫대요~ ㅎ

누가 한 말일까요~ ㅋㅋ

뭐 누가했든 아무렴 어때요~ 보내기 싫다는데^^

이제 얼마 남지않은 이야기 입니다^^

ㅋ그래도 제 글은 계속 됩니다^^ 아시죠?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구요^^

새해에도 항상 응원해 주세요^^

그럼~ 다음편에서 뵙겠습니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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