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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 전용 대본)
(제목) 빨간 수건 (36) (=서른 여섯 번째 단편)
(부제) 이게 우리 마지막 밤이야
S# 1. (서울 변두리 좁은 이면도로 시장 통에 위치한 2-3편 동시상영전문 삼류극장)
(극장건물 이마에 걸린 영화 간판을 보면서 극장 안을 들어서면 우중충한 분위기에 의자랑 너덜너덜한 벽면 등 낡은 시설의 약 300석 규모의 좁은 극장 안)
(대형 스크린이 보이고 무대 오른쪽에 겨우 사람하나 드나들만한 좁은 문)
(그 문을 열고 15개 정도의 계단을 따라 지하실로 내려가면 강한 페인트 냄새랑 역겨운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극장 간판그림 제작실)
(간판제작실 내부는 마치 쓰레기장처럼 도대체가 정리를 하지 않았고 정리를 한다는 것도 도저히 불가능하게 보인다)
(희미한 불빛아래에서 극장간판을 그리는 30살의 박준형이 그림붓을 들고 자신의 키 만한 비비안리의 얼굴 앞에 서서 붓을 천천히 움직이며 그녀의 코 부분에 조심스럽게 마지막 손질을 가하고 있다)
(잔뜩 부은 얼굴로 팔짱을 끼고 박준형의 뒤에 서서 그림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25살의 이은경)
박준형 ▶ (눈은 여전히 비비안리의 눈과 코를 보고 있으면서 화판에서 거둔 붓을 신나 깡통에 집어 넣고 무의식 적으로 방정맞게 흔들면서) 은경아 어때 ?
이은경 ▷ (여전히 잔뜩 골이 난 모습으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
박준형 ▶ 이제 된 거 같지 ? 응 ?
이은경 ▷ …
박준형 ▶ 내가 이 여자를 그린다는 것은 이 여자에 대한 완전한 모독이야 모독. 허나 어쩔 수 없이 밥 빌어 먹고 살자니 본의 아니게 그렸으니…비비안리여, 나를 용서 하소서. 오, 비비안리여.
이은경 ▷ …
박준형 ▶ (은경이 대답이 없자 몸을 돌려 은경을 바라보며) 그래. 너네 아빠는 뭐라고 하셔 ?
이은경 ▷ …
박준형 ▶ (담배를 꺼내 물면서) 그래. 들어 보나 마나 지만 그래도 하고…
이은경 ▷ (툭 쏘는 말투로) 들어 보나 마나한 이야길 묻기는 왜 물어 ?
박준형 ▶ 그래도…혹시나…역시나…지만…
이은경 ▷ (준형이 옆에 놓인 초등학교 학생의자처럼 팔걸이가 없는 낮은 의자에 앉으며) 내가 오빠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난 다음날 아빠가 오빠에 대하여 조사를 다 해봤데.
박준형 ▶ …
이은경 ▷ 결론은 죽어도 노(NO)야.
박준형 ▶ …
이은경 ▷ 한마디로 장래가 없다는 거야. 장래가.
박준형 ▶ (담배연기를 입안 가득 빨아들여 휴 하고 고개를 들어 천장에 내 뿜는다) …어떻게 지금의 잣대로 사람의 장래와 미래를 젤 수 있다는 거니 응 ?
이은경 ▷ 과거 없는 현재 없고 현재 없는 미래 없다고 미래를 준비한 현재를 보여 달라는 거지 이 ?
박준형 ▶ 미래는 지금부터라도 얼마든지 준비할 수가 있는 거 아냐 ?
이은경 ▷ 뭘 가지고 미래를 준비한다는 거야 응 ?
박준형 ▶ 지금부터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뭘 가지고라니 ?
이은경 ▷ 싫어. 오빠의 그 동문서답도 이젠 지겨워. 이젠 선문답도 지겹단 말이야 지겨워.
박준형 ▶ …동문서답이라…이젠…그것마저 싫어 하는구나.
이은경 ▷ 현실이…현실이…지금이…날 그렇게 만든 거야.
박준형 ▶ 그 현실이…그 지금이라는 게 널 그렇게 만들었다고 ?
이은경 ▷ 겨우 중학교만 졸업하고 지금은 3류극장 간판쟁이에다 집도 절도 없이 숙식도 극장 간판제작실에서 해결하고 짬짬이 방학 때면 미술대학생 방학숙제로 누드나 대신 그려주고 담배 값이나 하고…꼴에 술은 먹었다 하면 두주불사에 3박4일은 일을 하지 못하는 오빤…쓰레기래 쓰레기.
박준형 ▶ …쓰레기라…
이은경 ▷ 어느 것 하나 예쁜 구석이 없고…그런 쓰레기에게 자기 딸을 절대 줄 수가 없다는 거지 아빠는. 입장 바꿔 생각해 봐.
박준형 ▶ …네겐 바꿀 입장이라도 있는 거니 ?
이은경 ▷ 그리고…(오랫동안 참아 왔던 말을 기어이 하고 말겠다는 단호한 어조로) 사실 나도 우리 아빠와 같은 생각이야.
박준형 ▶ (어리둥절하며)…은경아…
이은경 ▷ 자, 이제 오빠가 나와 우리 아빠를 설득해 봐.
박준형 ▶ 뭘 ?
이은경 ▷ 아니, 오빠의 장래를 이야기 해 보란 말이야 응 ?
박준형 ▶ 뭔 장래를 ?
이은경 ▷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아니, 또 술에 물 탄 듯 그렇게 어물쩍 넘어 갈 생각을 말고 이번에는 아예 결판을 내. 결판을 응 ?
박준형 ▶ 아니, 은경아…
이은경 ▷ 오늘이야. 아니 ? 지금 이 자리에서…
박준형 ▶ 은경아…그런데…니네 아빠는 그렇다고 치는데…지금 니가 나한테 하는 건…니네 아빠보다 날 더 싫어하는 것 같은데 ? 너 어 ? 그런 거니 ?
이은경 ▷ 그래. 5년 동안 아무리 생각해도…오빤…이젠…아냐. 아니란 말이야.
박준형 ▶ …그래 알아. 니네 부모는 지지리도 가난하게 살면서…그래도 너 하나 만은 미술대학공부 시켰는데…그랬는데 그 딸자식이 또 가난한 남자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했으니…가난이라면 죽기보다 싫은 너와 너의 부모를 생각하면 이해를 해…암, 이해를 하고 말고 그러나…
이은경 ▷ (재빠르게 준형의 말을 끓으며) 그러나…오빠. 우리 이제 서로 피곤하게 하지 말자.
박준형 ▶ …그래 이제…너마저 결심을 한 것 같구나.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은경 ▷ …날 욕하지마.
박준형 ▶ …욕은…무슨 욕을…
이은경 ▷ 어제 선을 본 치과의사가 다음달 2일에 결혼식을 올리자는 거야. 얼마 안 남았어.
박준형 ▶ …그렇게나 빨리 ?
이은경 ▷ 빠르고 늦으면 그게 무슨 상관이야. 오빠에겐 지금부터 10년, 20년의 여유를 더 줘도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질 텐데. 안 그래 ?
박준형 ▶ …
이은경 ▷ 하필 그 날 결혼을…그 날은…예정대로라면 내 생리가 끝나는 날인데…하필…에이, 차라리 잘 됐지 뭐…하고 나면…생리 피가 나올 건데…피가 나오면 처녀라고 믿어 줄 거 아냐 ? 잘 됐어. 잘 됐어. 위험하긴 오늘이 바로 위험한데…(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내가 알게 뭐야.
박준형 ▶ (혼자 말로)…피…라…처녀라…
이은경 ▷ …우린 언제나 추억만 먹고 살수는 없잖아 응 ? 오빠 ?
박준형 ▶ 그렇지. 추억이 밥 매겨 주는 것도 아니고…그렇지…(자조 섞인 음성으로) 내가 가진 건…은경이 너와의 추억 그것 하나 뿐인데…이제 그 추억마저 부정하려는 너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그래.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구나.
이은경 ▷ 오빠…미안해…그래서…
박준형 ▶ …
이은경 ▷ (갑자기 선 채로 그 자리에서 옷을 벗으며) 오빠…우리…이게 우리 마지막 밤이야.
박준형 ▶ …누굴 위한 마지막 밤이야 ? 너 ? 나 ?
이은경 ▷ …우리 둘 다.
박준형 ▶ …
이은경 ▷ (브라쟈와 팬티마저 벗고 알몸으로 준형이 앞에 서서) 오빠. 일어 서 봐. 응.
박준형 ▶ (마지 못해 의자에서 일어서며) 은경아…
이은경 ▷ 그것도 그렇지…언제나 그렇게 나에게 떠밀려 그렇게 하지 말고 한번이라도 오빠가 좀 과감하게 리더 해 줘 응 ? 오빠. 마지막으로 말이야.
박준형 ▶ (혼자 되뇌며) 마지막 이라…
(은경은 마지 못해 의자에서 일어선 준형의 앞에 알몸으로 쪼그려 앉은 채 준형의 바지를 벗긴다)
(준형의 바지를 무릎까지 내려 놓고 두 손으로 팬티를 내리자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준형의 자지가 애처롭게 간당거리면서 좌우로 흔들거린다)
이은경 ▷ 그 봐. 이렇다니까…씩씩하게 우뚝 서서 한번도 나를 반갑게 맞아 주지 않고 언제나 이렇게…나에게 영원한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사정을 하고 있는 것이…지금의 오빠와 똑 같아.
박준형 ▶ …
이은경 ▷ …그리고 내 손길이 가야…비로써…
박준형 ▶ …
이은경 ▷ 오빠…부디 다른 여자를 만나더라도…절대로 이렇게는 하지 마. 응 ?
박준형 ▶ …
이은경 ▷ 좀 더 용기 있게 더 과감 하게 여자를 휘어 잡으란 말이야 응 ? 개 끌려 가듯 하지 말고 ?
박준형 ▶ …
이은경 ▷ 오빠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준형의 자지를 오른 손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소리가 나도록 때리면서) 서 봐. 서 보란 말이야.
박준형 ▶ 은경아…
이은경 ▷ (계속해서 준형의 자지를 대리며) 세워 봐. 좀 세워 보란 말이야 응…어쩜 너는 니 주인과 꼭 닮아서 그렇게 멍청하고 힘도 없이 비실비실 하니 응 ?
박준형 ▶ 은경아…그건…니가 주인이잖아…
이은경 ▷ (겨우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는 준형의 자지를 계속해서 대리면서) 그래. 알아. 내 손길이 가야 비로써 니가 고개를 드는 건 알아. 그러나 난 그게 싫어. 니 맘대로 우뚝 서서 니 맘대로 날 가지고 놀아 란 말이야 응 ? 난 니 꺼야 니 꺼.
박준형 ▶ …은경아 그러지 마…
이은경 ▷ 그래. 언제나처럼…내가…입으로…해 줘야 일어서겠니 ? (준경이 자지에 힘을 주니 자지가 은경을 향해 끄덕인다) 알았어. 그래, 내가 입으로 해 줄 깨. 가만히 있어 응 ? (준형이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준형의 자지를 자신의 입속으로 삼켜버린다) 흡∼욱∼
박준형 ▶ (양손으로 은경이의 머리를 잡고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외마디 비명을 토해낸다) 우--웁.
이은경 ▷ (입안에 가득 찬 준형의 자지를 이리 저리 혀로 굴리면서 혓바닥에 전해오는 자지의 짜릿한 느낌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웁∼웁∼
박준형 ▶ …
이은경 ▷ (은경의 애무에 서서히 힘이 들어 하늘을 딱딱하게 굳어지는 준형의 자지를 두 손바닥으로 감싸 잡고) 그래 그래. 그 봐 이렇게 씩씩하잖아 응 ?
박준형 ▶ (서서히 커지는 자신의 자지를 내려다 보며 혼자 소리로)…너 더러…일어서래…
이은경 ▷ (완전히 발기 된 준형의 자지를 잡고 자신의 볼에 갖다대며) 아, 너무 따뜻해 오빠.
박준형 ▶ 은경아…
이은경 ▷ (한 입 가득 물었던 준형의 자지를 쏙 하고 밀어내고) 오빠.
박준형 ▶ …
박준형 ▶ 은경아, 그만, 그만
이은경 ▷ 왜에 ? 오빠 ?
박준형 ▶ 응. 그만…
이은경 ▷ 그먼 ? 그래. 그럼…음…음…그럼. 오빠가 의자 앉아. 응 ?
박준형 ▶ …어떻게 ?
이은경 ▷ 응. 오빠가 앉으면…내가 오빠 허벅지에 걸떠 앉아서…하면 되지 응 ?
박준형 ▶ (바지와 팬티가 벗긴 채 자지를 덜렁거리며 의자에 그대로 주저 앉는다) 이렇게 ?
이은경 ▷ 응.
박준형 ▶ (은경이 천천히 일어나 다리를 벌이자) 은경아, 잠깐. 나도 니…빨고…싶어.
이은경 ▷ 아냐 안 돼. 나 아 지금…무지 하고 싶거든. 우리 한번 하고 난 뒤 빨아 줘 오빠 응 ?
박준형 ▶ …그래.
이은경 ▷ (다리를 벌여서 보지를 내밀고 작은 걸음으로 준형의 허벅지에 올라 탄 은경은 자신의 손을 사타구니에 넣어 준형의 자지를 잡고 자신의 보지구멍에 갖다댄다) 아, 오빠. 너무…뜨거워.
박준형 ▶ …은경이가 힘드는데…내가 더 내려 앉을 까 ?
이은경 ▷ 응. 그렇데 해 줘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악…살 살.
박준형 ▶ 응. 알았어.
이은경 ▷ (준형의 자지를 이미 자신의 보지구멍에 흘러 내린 보지 물을 두 어 번 발라서 대음순과 소음순은 물론 음핵을 둘러싸고 있는 만두피 같은 부드러운 표피를 자지대가리로 헤집고 음핵을 찾아 문지르면서 낮게 신음한다) 아, 아, 오빠 아∼하, 하, 아 하
(두 손으로 허벅지에 걸떠 앉은 은경의 엉덩이를 더욱 거세게 잡아 당기며 자신의 자지에 더욱 힘을 주고 입으로는 이미 터질 듯이 풍만 하게 부풀어 오른 은경의 젖꼭지를 거침없이 삼키며 빤다)
(은경은 준형의 자지를 잡고 자신의 보지를 문지르던 손을 놓고 그만 푹하고 준형의 자지 위에 그대로 주저 앉고 만다) 악…오빠.
박준형 ▶ (두 손으로 자신의 허벅지에 주저 앉은 은경의 엉덩이를 잡고 앞뒤로 그리고 좌우로 빙빙 돌리기 시작한다) 으 으 은…경아, 은경아,
이은경 ▷ (준형의 손놀림에 맞추어 자신도 엉덩이를 돌리면서 자신의 보지구멍 안을 물컹거리며 헤집고 다니는 준형의 자리를 더욱 거세게 맞부딪치게 하고 온 몸을 부르르 떨면서 더욱 더 쾌락의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아, 악, 오빠∼오빠∼아, 하, 아, 하, 하, 오빠, 너무, 너무, 깊어, 너무 깊어.
박준형 ▶ 그럼. 조금 뺄 까 ?
이은경 ▷ 아니, 아니, 그대로 좋아 그대로 아, 너무 깊어, 아냐, 좋아, 좋아.
박준형 ▶ 그래 ? 더, 더, 돌려 줘 ?
이은경 ▷ 응. 오빠. 아 하 아 하.
(은경은 이미 준형의 손이 이끄는 데로 엉덩이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느낌 대로 움직인다)
(엉덩이를 더욱 아래로 내려 준형의 자지 대가리를 자궁경부 깊숙이 푹 찔러서 자궁경부에 자지 대가리가 박히는 느낌이 오자 그대로 자지대가리를 누른 채 엉덩이를 한 두 번 좌우로 돌리기도하고)
(다시 자신의 보지 속에서 물컹거리며 화려하게 춤을 추고 있는 준형의 자지를 사정없이 한 쪽 질벽으로 강하게 몰라 부쳐 준형의 자지가 그 고통에 못 이겨 몸부림을 치도록 조이다가도 갑자기 살며시 풀어주고)
(그러다가 보지를 쑥 빼다 멈추면서 대음순으로 준형의 자지대가리를 꽉 물고 반쯤 일어 선 채로 엉덩이로 크게 원을 그리면서 돌린다)
(준형은 은경의 그 화려한 엉덩이 춤의 쾌감에 낮은 신음 소리만 내면서 이제 엉덩이는 은경이에게 맡겨두고 빈손이 된 두 손으로는 엉덩이를 돌리느라 덜렁덜렁 준형의 눈앞에서 제멋대로 춤을 추고 있는 은경의 풍만한 유방을 움켜 잡고 거칠게 흔들기 시작한다)
박준형 ▶ 은경아, 은경아, 욱, 욱, 아, 은경아, 은경아,
이은경 ▷ (은경은 자신의 두 유방 사이에 얼굴을 묻고 뜨거운 입김을 뿜어 내고 있는 준형의 얼굴에 유방을 더욱 거세게 밀면서 비비다가) 악, 오빠, 오빠, 아, 하, 수염이…아, 하, 너무 따가워. 악, 오빠, 아파, 너무 따가워. 악, 아파, 오빠, 괜찮아.
박준형 ▶ (유방을 잡았던 두 손을 풀어 은경이 등뒤로 가서 은경이를 더욱 거세게 안으면서) 은경아 오빠…나…나…나오려고 해, 응 ? 은경아.
이은경 ▷ (의자가 삐걱거리도록 마치 말을 타듯 아래위로 거칠게 움직이던 엉덩이를 아래로 푹 하고 내려 앉아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이 부풀어 오른 준형의 자지를 한 쪽 질벽 구석으로 몰아 놓고 천천히 그러나 강하게 문지른다) 악, 악, 오빠, 오빠, 나도, 나도, 악…오빠, 나도, 나…오…려고…그래. 오빠 우리 같이…악.
박준형 ▶ (이미 은경의 보지 속에 갇혀서 자신의 자지를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자 허벅지에 힘을 주어 은경의 엉덩이를 치받으며 마지막을 향해 몸부림 친다) 우, 우, 우, 은경아, 욱, 욱, 나도…그래, 같이, 같이.
이은경 ▷ 응. 오빠, 악, 악, 더, 더, 힘을 줘, 더, 더.
박준형 ▶ 응. 우, 우, 우, 욱,
이은경 ▷ 아, 하, 아, 악, 악, 가만, 가만, 오빠, 가만, 악, (순간 엉덩이도 보지도 그렇게 거칠게 내뿜든 호흡도 모두 멈추고 준형을 더욱 세게 끌어 안은 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
박준형 ▶ (자신의 자지가 은경의 보지 구멍 안에서 이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쭉--죽--자지 물을 쏟아 내는 것을 즐기며 고개를 뒤로 젖히고 짐승처럼 울부 짖는다) 으--으--으--윽, 윽---
이은경 ▷ 어머∼어머∼ 오빠…자지 물이…응 ? 오빠, 아, 아, 하, 하, 나도, 나도…
(한 동안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 부둥켜 안고 서로의 몸과 입술을 비비면서 마지막 사라져 가는 서로의 황홀한 쾌감을 음미하고 있다)
박준형 ▶ (무거운 침묵을 깨고 힘없이 축 늘어져 자신의 가슴에 안겨 있는 은경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은경아…그래. 이제 난 다시는 그림을 그리지 않을 거야. 니 말처럼…이 붓으로는 장래가…장래가 없는 거야. (간판 제작실 한 켠에 서 있는 여자 누드 그림을 보며 결심한 듯) 너를 그린 저 그림이…나의 마지막 그림이 될 거야. 그리고 더 이상 페인트 냄새도 싫어.
이은경 ▷ (준형의 가슴에 그래 안긴 채)…오…빠…오빠…이해할 수 있지 응 ?
박준형 ▶ 그래…
이은경 ▷ 그리고…오빠가 그린 내 누드는 내가 가지고 갈 거야. 기념으로…
박준형 ▶ 그래…애당초 너에게 주려고 그린 거니까…뒷 모습만 보이니 벽에 걸어놔도 치과의사는 모를 꺼야.
이은경 ▷ …포장해 줘…그림에 오빠 싸인…없는 거지 ?
박준형 ▶ 니가 볼 건데…그리고 내가 그린 건데…싸인이 왜 필요 해. 우리 둘만 알면 되지.
이은경 ▷ 그래 잘 됐다…
박준형 ▶ 그래…이젠 모두 가져 가…모두…모두…이 빨간 수건까지도…
S# 2. (그로부터 25년의 세월이 흐른 뒤. 여기는 성북동 크고 웅장한 3층 짜리 박준형의 초호화 주택)
최수영 ◇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건장한 아들을 반갑게 맞으며) 응. 이제 오니 ?
박장석 ● 네. 엄마.
최수영 ◇ 왜 이렇게 늦었니 ?
박장석 ● 네. 그림을 보다가 그만…
박준형 ▶ (마루에서 보던 신문을 접으면서) 저녁은 ?
박장석 ● 네. 아빠. (엄마를 바라보며) 엄마. 나, 저녁 먹어야 해요. 배가 고파요.
최수영 ◇ 얘는, 아니 지금이 몇 신데…밤 11시가 되도록 저녁도 안 먹고 오는 거야 응 ?
박장석 ● 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화랑에서 그림을 보느라고요.
박준형 ▶ 그래. 어떤 그림인데 그르냐 ?
박장석 ● 네. 오늘 누가 화랑에 그림을 팔려 왔는데 가만히 보니 이거 굉장한 그림이더라고요.
박준형 ▶ 그래. 저기 쇼파에 있는 저 그림이냐 ?
박장석 ● 네. 아버지는 보셔도 모르실 거예요. 아니, 여자 누드니까 그런 데로 보실 만 할 거예요.
박준형 ▶ 그래. 어디 한번 풀어 보렴.
박장석 ● 네.
최수영 ◇ (주방에서 나오며) 아니, 이 애는 저녁 먹으려 오지 않고 뭐 해 ? 식탁에 밥 차려 놨다 어서 와서 먹어 응 ?
박장석 ● 네. 엄마 (그림을 묶은 끈을 풀고 포장지를 조심스럽게 벗기면서) 아버지에게 이 그림 보여 드리고요.
최수영 ◇ 무슨 그림인데 그래 ?
박장석 ● 네. 아주 굉장한 그림 이예요. 엄마.
최수영 ◇ 뭐 ? 아주 대단하다고 ?
박장석 ● 네.
최수영 ◇ 그래 ? 한국 화단에서 세손가락 안에 드는 미술평론가인 니가 굉장한 그림이라고 탄복을 하는 거 보니 예사로운 그림이 아니구나.
박장석 ● 네. 저 그림을 보는 순간 머리에 피가 거꾸로 솟고 가슴이 두근거려 숨이 막히는 줄 알았어요.
최수영 ◇ 그래. 파리까지 가서 10년 동안 미술공부를 하고 온 놈이 저렇게 감탄을 하니 (남편 준형을 쳐다보면서) 예사로운 그림은 아닌가 보오. 여보.
박준형 ▶ 그래 어서 그림을 풀어 봐.
박장석 ● 그럼요. 이 그림을 사 놓고 오후 5저녁 시부터 지금까지 꼼짝도 하지 못하고 그림 위에 얼어 붙어 있었어요.
최수영 ◇ 그래에 ? 그럼 어디 나도 한번 보자.
박장석 ● 네 (포장을 다 벗기고 그림을 들고 쇼파에서 멀리 떨어진 라디에터 그릴 위에 비스듬히 세워 놓고 뒤로 물러서면서 보란 듯이) 어때요 ? 굉장하지요 ?
최수영 ◇ (깜짝 놀라며) 아니 ? 이건 여자가 발가벗고 있는 그림 아냐 ?
박장석 ● 네.
최수영 ◇ 아이구 망칙 해라. 뭔 저런 그림이 다 있냐 그래.
박장석 ● 아이 어머님도. 저건 예술 이예요 예술.
최수영 ◇ 아무리 예술이라지만 여자를 저렇게 발가벗겨 놓고 뭔 지랄이야 지랄은 ?
박장석 ● 아니 어머님은…아니지. (준형을 쳐다보며) 아버지는 어때요 ?
박준형 ▶ (가슴 깊은 곳으로 부터 알 수 없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으…음…
최수영 ◇ 그래 저걸 얼마나 주고 샀다고 ? 얼마 주었는데 ?
박장석 ● 네. 5백만원요 ?
최수영 ◇ 아니 저런 망칙한 것을 5백만을 주고 샀단 말이야. 응.
박준형 ▶ 그래…작가는 누구더냐 ?
박장석 ● 네. 그런데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작가의 낙관이나 싸인이 없으니 결국은 무명작가의 작품으로 결정을 냈어요 ?
박준형 ▶ 그 래 에 ?
박장석 ● 네. 그 S대 이 교수와 E대 최 교수를 불러다가 그림을 보여 줬더니 입을 쫙 벌리고 침을 질질 흘리며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하잖아요.
최수영 ◇ 쯧쯧 남자란 다 똑 같애. 똑 같애. 그냥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니 쯧, 쯧
박준형 ▶ …작가를 모른다고 ?
박장석 ● 예에.
박준형 ▶ 그럼 누가 저 그림을 팔려 왔더냐 ?
박장석 ● 네. 젊은 청년인데. 옷차림은 공사장에서 막일을 하는 잡부 같아 보이기도 하고…그런데 자기가 그린 것이 아니고 옛날부터 집에 있던 그림인데 집안 형편이 안 좋아 팔려고 왔는데…팔 수만 있다면 팔아서 한달 방세라도 낼까 봐 하고 가져 왔데요.
박준형 ▶ 그 래 에 ?
박장석 ● 네. 어때요 아버지 ?
박준형 ▶ 응. 나야 뭐 그림에 대해서 아는 게 없으니 그냥 눈요기나 하면 되지 뭐.
박장석 ● 하하하. 아버지가 더 솔직하시네.
박준형 ▶ 그래. 저 그림이 어디가 그렇게 좋다는 거야 응 ?
박장석 ● 네. 저기, 저기, 봐요. 저기 어깨에서 출발하여 백옥 같은 등을 타고 내리면서 춤추듯 허리로 흘러서 풍만한 둔부로 이어지는 저 부드럽고 아름다운 곡선을 처리한 저 솜씨를 좀 보세요.
박준형 ▶ 그 래 에 ?
박장석 ● 네. 그리고. 저기 겨드랑이와 옆구리에서 출발하여 차츰차츰 가슴으로 이어지다가 유방을 거쳐 마지막 젖꼭지에 터질 듯이 모아지는 저 환상적인 유선처리 솜씨는 아마 당대 최고의 그림쟁이가 그린 작품임이 틀림없어요.
박준형 ▶ 그런데…왜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을까 ?
박장석 ● 그러게 말 이예요. 나중에는 저 그림 액자를 뜯어서라도 작가의 낙관이나 친필 같은 것을 찾아 내려고 해요.
박준형 ▶ …
박장석 ● 아버지. 저기, 저, 젖꼭지 좀 봐요.
박준형 ▶ …
박장석 ● 터질 듯이 부풀은 유방 위에 봉긋하게 솟아 올라 금방이라도 건들이면 툭하고 터질 것 같은 저 다이나믹한 젖꼭지는 과히 이 그림의 압권 이예요 압권.
박준형 ▶ …
박장석 ● 아마…여자의 젖꼭지가 저런 상태라면 저건 틀림없이 여자가 최고의 오르가즘을 느낄 때가 틀림없어요.
박준형 ▶ 뭘…보고 그러니 ?
박장석 ● 네. 더 이상 환희의 극치를 감당하지 못해 더 높은 쾌락을 향해 금방이라도 젖꼭지가 꼼지락 거리며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저 역동성과 팽창함을 좀 보십시요.
최수영 ◇ 이런 ? 내가 보기엔 천박한 어떤 여자가 옷을 벗고 비스듬히 옆으로 누워 있는 볼썽 사나운 꼴인데 뭔 설명이 그렇게 길기는 길어야. 응 ?
박장석 ● 아니 최수영은 ?
최수영 ◇ 그래. 나는 자려 간다. 저녁 먹고 그대로 식탁보를 덮어 놓고 그냥 자거라. 내일 아침에 내가 치우마.
박장석 ● 네. 들어가 주무세요.
최수영 ◇ 아. 당신도 그림 그만 보시고 얼른 들어 가서 잡시다.
박준형 ▶ …
최수영 ◇ (화가 난 듯) 그래요. 어디 젊은 여자 알몸이나 실컷 더 보고 오세요.
박장석 ● (엄마가 큰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아버지 옆으로 다가와서) 그런데 아버지 ?
박준형 ▶ 응.
박장석 ● 아니 왜 저렇게 훌륭한 작가가 그림을 그리면서 여자의 얼굴을 뒤로 돌려 목덜미와 귀만 살짝 보이게 했을까요 ?
박준형 ▶ 글쎄 ?
박장석 ● 아무리 머리 속에 그려도 저 그림 속의 여자 얼굴을 상상 할 수가 없어요. 저 여자 얼굴이 보이기라도 하면 그림을 신문에 광고하여 작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인데…
박준형 ▶ 글쎄…그래. 저 그림을 얼마를 주고 샀다고 ?
박장석 ● 네. 5백만원요.
박준형 ▶ 그래. 교수친구들은 뭐라고 하던 ?
박장석 ● 그림 값을 요 ?
박준형 ▶ 응.
박장석 ● 아니, S대 그 교수친구는 당장 그 자리에서 가게수표로 2만원을 주겠데요 글쎄.
박준형 ▶ (깜짝 놀라며) 그래에 ?
박장석 ● 네.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E대 그 후배교수는 두 말 않고 당장 4천만원을 주겠데요.
박준형 ▶ 그래서 ?
박장석 ● 아니, 내가 미쳤어요 아버지. 저 그림을 팔게요 ?
박준형 ▶ 그래. 넌 얼마 정도 될 것 같아 ?
박장석 ● 음…제가 보기엔…?
박준형 ▶ 그래. 니가 보기엔 ?
박장석 ● 네. 아마 모르긴 해도 S재벌 회장님에게 가져가면…1억은 족히 받을 거예요.
박준형 ▶ …그렇게나 많이 ?
박장석 ● 그럼요. 그 회장님은 그림을 보는 눈이 저보다 더 높아서 저도 짐작을 할 수가 없어요. 내일 화랑에 들려 달라고 하니까 두말 않고 비서를 통해서 직접 방문시간을 잡아 주던데요. 그리고 저 그림이 비싼 이유는 저 그림을 그f린 작가를 모른다는 신비와 경이로움이 그림 값을 더 올려 놓는 거죠.
박준형 ▶ 그래. 저 그림을 팔려고 ?
박장석 ● 아뇨. 회장님에겐 구경만 시켜 주는 거예요
박준형 ▶ 보고 난 뒤 팔라고 하면 ?
박장석 ● 그건 안되죠. 암 모르긴 해도 제 평생 이런 그림을 다시 만나기는 힘들 거예요.
박준형 ▶ 그 래 에 ?
박장석 ● 네.
S# 3. (다음날 새벽. 준형의 집 거실)
최수영 ◇ (눈을 비비고 거실로 나오던 아내가 어제저녁부터 쇼파에 앉은 그 자리에서 밤새도록 그림을 보고 있는 남편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며) 아니, 여보. 이게 뭔 일이세요 그래 ?
박준형 ▶ (그때서야 정신이 드는 듯) 으 응 ? 내가 졸았나 ?
최수영 ◇ 아니, 당신, 밤새 이러고 있었어요 ?
박준형 ▶ 그게…
최수영 ◇ 아니, 오늘 회사 일은 어떻게 하시려고 잠도 주무시지 않는 거예요 ? 네.
박준형 ▶ 응. 회사에서 좀 자지 뭐.
최수영 ◇ 아니, 저, 그림을 보느라고…(짜증을 내며) 에이∼어떻게 아들이나 아버지나 똑 같아요 글쎄. 내, 저 놈의 그림을 당장 가져가라 그래 야지.
박준형 ▶ …
최수영 ◇ 여보. 그만 일어나서 세수하고 진지 드세요 네 ? 김기사가 올 시간 이예요.
박준형 ▶ 응 ?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 일어 서면서) 알았어.
S# 4. (준형의 집안 넓은 마당에 주차한 고급 승용차을 타면서)
박준형 ▶ (마중하는 아들을 보고) 너 어 ? 저 그림…팔지 말거라.
박장석 ● 예에 ?
박준형 ▶ 아니, 저 그림 팔지 말란 말이야
박장석 ● 아, 네. 알았어요. 저걸 제가 왜 팔아요 ?
박준형 ▶ 그래 알았다. 팔지 않는 걸로 알고 출근하겠다. 정 필요하면 내가 사마.
박장석 ● 네. 다녀 오세요.
박준형 ▶ 자, 김기사 가지.
이기사 ○ 예. 사장님 (차가 붕 하고 출발한다)
박준형 ▶ (박준형을 태운 고급 세단이 골목길로 빠져나와 큰 길로 들어서자) 이 봐. 김기사.
이기사 ○ 예. 사장님.
박준형 ▶ 응. (하품을 하며) 난 지금 차에서 좀 잘 테니까…자네가 내 아들놈 화랑에 전화를 걸어 경리부장에게 내가 그런다고 어제 여자 누드그림 팔려 온 사람의 주소를 좀 알아보고 차를 그 주소로 좀 가 주게.
이기사 ○ 지금 말입니까 ?
박준형 ▶ 응. 아무도 모르게 하라고 그러게.
이기사 ○ 네. 알겠습니다
이기사 ○ 저어…사장님
박준형 ▶ (잠을 깨며) 응 ? 다 온 거야 ?
이기사 ○ 네. 다 왔는데…더 이상 차로는 올라 갈 수가 없네요.
박준형 ▶ 아니 ? 여기가 어딘데 ?
이기사 ○ 네 저, 봉천동 산의 00번지인데 여기서부터는 걸어서 올라 가야 한데요.
박준형 ▶ 응. 그래. 그럼 걷지 뭐. 차는 적당한데 대고 그 주소로 자네가 앞장 서게.
이기사 ○ 네 사장님.
S# 5. (두 사람은 가파른 언덕길을 한참 동안 걸어서 올라가다가 금방이라도 쓰러 질 것 같은 판자 집 앞에 멈추어 선다)
이기사 ○ 여기 적힌 주소대로라면…여기가…이 집인 데요.
박준형 ▶ 그래 ?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난 대문 뒤에 있을 테니까 자네가 한번 불러 보게.
이기사 ○ 네 (집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 서면서) 저어, 실례합니다. 여보세요 ? 아무도 안 계세요 ?
할머니 ◎ (크고 작은 영어가 뒤죽박죽 뒤섞여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미군물품을 담았던 나무박스를 뜯어 만들었을 같은 방문이 삐거덕 열리면서 초라한 형색을 한 늙은 여인네가 방안에 앉은 채) 누, 누, 누구세요 ?
이기사 ○ 네 에. 할머니. 저, 여기가 김창호씨 댁인가요 ?
할머니 ◎ (얼른 못 알아 들었다는 듯 귀를 세우며) 누, 누구요 ?
이기사 ○ 네. 김창호씨요.
할머니 ◎ (낯선 방문객을 경계하면서)…그런데요 ?.
이기사 ○ 지금 집에 계시는지요 ?
할머니 ◎ 응. 우리…아들은 요 ?
이기사 ○ 김창호씨가 할머니 자제 분 되세요 ?
할머니 ◎ 할머니 ? 나보고 할머니라고 ? 아직 내 나이가 겨우 쉰인데 할머니라니…그래 아무렇게나 부르면 어떠냐. 고생한 얼굴로 보면 예순도 더 봐 줄 것인데. 편한 데로 부르세요.
이기사 ○ 아, 이거 죄송합니다. 미쳐…
할머니 ◎ 괜찮아 괜찮아. 그런데 실례지만 어디서 오셨는지요 ?
이기사 ○ 네. 창호씨는 지금…집에 있습니까 ?
할머니 ◎ 아니, 새벽에 일나갔는데요.
이기사 ○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데요 ?
할머니 ◎ 네. 아파트 공사장에서 페인트 칠하는 일을 하는가 봐요.
이기사 ○ 네. 그러세요 ? 혹시 어디서 일하는지는 모르시나요 ?
할머니 ◎ 네. 저는 잘 모르는데 저기 옆집 아저씨랑 같이 공사장에 다니니까 그 집 아줌마에게 물어 보면 알 거 예요. 그런데 어디서 오셨는지요 ?
이기사 ○ 예에. 그냥 아는 사람인데요 페인트 일을 같이 좀 하자고 왔는데…
할머니 ◎ 네 에 ?
이기사 ○ 그런데 할머니…아드님이 올해 몇 살 이예요 ?
할머니 ◎ 네. 우리 아들이 올해…그러니까 스무 다섯 살이네요 스물 다섯 살.
이기사 ○ …그래요 ? 군대는 갔다왔어요 ?
할머니 ◎ 아뇨. 그 애한테는 에비도 없고…그 애가 3살 때 교통사고로 죽고 난 뒤…보시다시피 살기도 지지리도 못 살아 동사무소에서 극빈자 쌀도 타 먹고 있고…더군다나 내가 이렇게 앞 못 보는 당달봉사(시각장애인)가 되다보니 날 매겨 살리라고 나라에서 군대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데요. 얼마나 고마운 일 이유. 글쎄. 그렇지 않았으면 난 꼼짝 없이 굶어 죽었을 것인데 말 이유.
이기사 ○ (깜짝 놀라며) 네 ? 그래요. 할머니는 눈이…안 보이신다 고요 ?
할머니 ◎ 네. 봉사예요, 봉사.
박준형 ▶ (이때 대문 뒤에 숨어 있던 박준형이 집안으로 들어 서면서) 할머니, 저기 저 마루에 있는 그림은 누가 그렸나요 ?
할머니 ◎ (소리나는 곳으로 귀를 세우며) 응 ? 저분은 누구 신데 ?
박준형 ▶ 네. 할머니. 저랑 같이 온 사람인데. 저…
할머니 ◎ 그래요 ? 아니, 마루에 무슨 그림이 있다고 그래요 ?
박준형 ▶ 네. 그림이 여러 점 있는 데요 ?
할머니 ◎ 그래요 ? 나는 눈이 멀어서 그림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라요.
박준형 ▶ 아니…할머니 눈은 어쩌다 그렇게 됐어요 ?
할머니 ◎ 남편 죽고…(한숨을 내 쉬며) 휴-유-이, 아, 젊었을 적에 아들 하나 데리고 먹고 살려고 맥기(도금)공장에서 일하다가 청산가리와 염산을 오래 다루다 보니 서서히 눈이 가기 시작하다가 어느 날 아침 자고 일어나니 사방이 깜깜하더이다. 그 길로 영영 앞이 보이지 않았지요. 영영…
박준형 ▶ 네. 그러셨군요.
할머니 ◎ 네. 응 ? 그러고 보니까 마루에서 가끔 페인트 날라 가는 냄새가 나기에 애가 페인트 일을 하므로 그 애 옷에서 나는 줄로만 알았는데…망할 자식이 그림을 그리다니…아니, 그렇게 그림을 그리지 말라고 했는데 이 애미도 모르게 그림을 그리고 있었나 보군요.
박준형 ▶ 아, 이 그림을 할머니 아드님이 그리셨다 고요 ?
할머니 ◎ 네. 아마 그럴 거예요. 어릴 때 부터 그림 그리기를 무척이나 좋아 했거든요.
박준형 ▶ 그럼, 학교는 ?
할머니 ◎ 아니. 학교는 무슨 학교요 ? 국민학교만 겨우 나왔죠. 그런데…(귀를 쫑긋하게 세우더니) 아니…그런데…목소리가 어디서 들어 본 목소리 같은데…우리 집에는 처음 오시는 건 가요 ?
박준형 ▶ 네. 아마 모르실 거예요 저는 아드님 하고도 처음이거든요.
할머니 ◎ 네 ? 그러세요.
S# 6. (그때 이웃 아줌마 인천댁이 낮선 사람들을 아래 위를 쳐다보면서 경계하면서 들어 온다)
인천댁 ◇ 할머 니 이. 손님이…오셨어요 ? .
할머니 ◎ 응. 인천 댁인가 ? 어서 오게.
인천댁 ◇ 네.
할머니 ◎ 응. 우리 창호하고 페인트 일을 같이 하자고 찾아 왔는데 자네가 창호 일하는 데를 좀 알려 주시게나 응 ?
인천댁 ◇ 네. 할머니. (준형을 빤히 쳐다보면서) 창호총각이…지금 일하는 데가 반포 주공 5단지인데…가만 ? 오늘은 12XX동에서 외벽에 페인트칠을 한다고 그랬는데.
박준형 ▶ 그래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할머님, 아드님이 오시면 저기 저, 그림 내버리지 말고 잘 보관하고 있으면 제가 돈 받고 팔아 준다고 그러세요.
인천댁 ◇ 뭐 ? 뭐라고요 ? 저 그림을 누가 돈 주고 산다 고요 ?
박준형 ▶ 네. 제가 팔아 드릴 깨요. 할머니.
인천댁 ◇ 어머. 나는 그냥 창호총각이 그림을 잘 그리는 구나 하고 생각만 했는데, 그럼 저 그림이 돈이 된다 고요 ? 할머니 들으셨어요 ? 네 에 ?
할머니 ◎ 응. 그림을 가져가고 돈을 준다는 소리 아냐 ?
박준형 ▶ 네. 맞아요.
인천댁 ◇ 아니, 저 그럼…저 그림 모두요 ?
박준형 ▶ 네.
인천댁 ◇ 아니, 그럼, 저 그림이 모두 몇 개야 응 ? (마루에 아무렇게나 세워져 있는 그림들을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소리내어 세면서) 하나, 둘, 셋…열 둘, 열 셋…열 아홉…스물 모두 스물 하나네 스물 하나. 어머 스물 하나나 되네 응 ? 할머니, 그런데 할머니 방안에는 그림이 없나요 ? 그림이 ?
할머니 ◎ 엉 ? 아마…없을 거야. 내가 그렇게 그림을 그리지 말라고 했으니까. 나 모르게 마루에서 그렸는가 보지 뭐.
박준형 ▶ 그럼.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할머니 ◎ 네. 안녕히 가세요.
인천댁 ◇ 안녕히…가세요
박준형 ▶ 네. 안녕히 계세요.
인천댁 ◇ 그런데…저 실례지만 저 명함이라도 한 장 주시면…
박준형 ▶ 아니, 지금 창호씨가 일 하는데 가서 직접 만나 보겠어요.
인천댁 ◇ 예에. 그래요 ? 그럼…그러세요.
S# 7. (준형과 이기사가 조금 전 올라 왔던 언덕배기를 되짚어 내리막길을 내려 가면서)
박준형 ▶ 이봐. 김기사.
이기사 ○ 네.
박준형 ▶ 지금 회사에…인사관리부장에게 전화해서 내가 그런다고 내일 아침에 김창호란 청년이 회사로 들어 갈 거니까 그 사람이 오거든 이것 저것 좀 알아 보고 난 뒤 웬만하면 순천 공장 도장부에서 일하게 조치를 해 주라고 그래.
이기사 ○ 네 사장님.
박준형 ▶ 그리고 이 봐. 김기사. 날 회사에 내려주고 반포에 가서 창호란 사람을 좀 만나 봐.
이기사 ○ 네. 만나서…어떻게 할까요.
박준형 ▶ 응, 가만…그래. 현재 살고 있는 형편이나 기타 모든 것들을 자세하게 물어보고 나 한테 보고 하고…아까 그 집 마루에 있던 그림은 우리 차에 싣고 내 사무실에 갔다 놔.
이기사 ○ 네. 알겠습니다.
박준형 ▶ 그래. 바로 회사로 가지. 난 좀 자야 돼.
이기사 ○ 네. 사장님.
S# 8. (다시 봉천동 같은 집. 준형과 이기사가 내려 가고 난 뒤)
할머니 ◎ 아니 ? 인천댁, 아까 온 사람들이 누구래요 ?
인천댁 ◇ 아니 ? 할머니도 모르세요 ?
할머니 ◎ 응. 내가 눈이 멀어 앞을 잘 못 봐.
인천댁 ◇ 아니, 그럼 할머니도 모르는 사람을 제가 어떻게 알아요 네 에 ?
할머니 ◎ 응. 목소리를 들어 봐서는 한 사람은 젊은 사람이고 한 사람은 나이가 좀 들은 사람이던데 그렇지 ? 인천댁 ?
인천댁 ◇ 네. 두 사람이 내려가면서 주고 받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마 나이가 든 사람이 무슨 사장이고 젊은 사람은 운전기사나 비서 같던데요.
할머니 ◎ 그래 ?
인천댁 ◇ 네.
할머니 ◎ 그런데 인천댁, 나이든 사람의 목소리는 어디서 많이 들은 것 같은데 도무지 생각이 안나 생각이…
인천댁 ◇ 그야…목소리가 비슷한 사람이 있는가 보죠 뭐. 전 갑니다.
할머니 ◎ 그래. 그런데 창호가 그린 그림을 사겠다고 하는 것이…
인천댁 ◇ 예. 왼 사람들이 와서 그림을 사겠대요. 저는 이만 가요.
할머니 ◎ 그림을 왜 사겠다고 했을까 ? 그림을…그림을 말이야…아 ? 가만 ? 아…(갑자기 다급한 목소리로) 인천댁, 인천댁,
인천댁 ◇ (자기의 집으로 가던 발길을 멈추며) 네 에 ? 왜 그르세요 ?
할머니 ◎ …아…
인천댁 ◇ 아니, 할머니 왜 그러세요 ?
할머니 ◎ 응 .저기 말이야. (말을 심하게 더듬거리며) 아까 저기, 그, 그 나이든 사람 말야 ?
인천댁 ◇ 네.
할머니 ◎ 혹시 ? 그 사람 이마 왼쪽에…그 왜 ? 크고…푸르스름한 점이 있지 않았어 ?
인천댁 ◇ 네 ?
할머니 ◎ 왼쪽 이마에…왼쪽.
인천댁 ◇ (깜짝 놀라며) 맞아요. 점, 점이 있었어요.
할머니 ◎ 점이 크지 ?
인천댁 ◇ 네. 맞아요…컸어요. 나도 이상하다 해서 자세히 보았는데…왼쪽 이마에 말이죠 ? .
할머니 ◎ 그래. 맞아. 맞아. 아…그러니까 키도 작고…
인천댁 ◇ 네 에, 키도 작아요. 아니, 할머니, 아시는 분이세요 ?
할머니 ◎ (깊은 탄식을 하며) 아…
인천댁 ◇ 할머니 ?
할머니 ◎ …아……오……빠…
(엔딩음악 : 슬프면서도 낮고 굵은 음악 짧게)
(끝)
2004.08.16.
산골에서
설앵초
올림.
대필 및 등록대행 : 정O영.
◐
● (라디오 전용 대본)
(제목) 빨간 수건 (36) (=서른 여섯 번째 단편)
(부제) 이게 우리 마지막 밤이야
S# 1. (서울 변두리 좁은 이면도로 시장 통에 위치한 2-3편 동시상영전문 삼류극장)
(극장건물 이마에 걸린 영화 간판을 보면서 극장 안을 들어서면 우중충한 분위기에 의자랑 너덜너덜한 벽면 등 낡은 시설의 약 300석 규모의 좁은 극장 안)
(대형 스크린이 보이고 무대 오른쪽에 겨우 사람하나 드나들만한 좁은 문)
(그 문을 열고 15개 정도의 계단을 따라 지하실로 내려가면 강한 페인트 냄새랑 역겨운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극장 간판그림 제작실)
(간판제작실 내부는 마치 쓰레기장처럼 도대체가 정리를 하지 않았고 정리를 한다는 것도 도저히 불가능하게 보인다)
(희미한 불빛아래에서 극장간판을 그리는 30살의 박준형이 그림붓을 들고 자신의 키 만한 비비안리의 얼굴 앞에 서서 붓을 천천히 움직이며 그녀의 코 부분에 조심스럽게 마지막 손질을 가하고 있다)
(잔뜩 부은 얼굴로 팔짱을 끼고 박준형의 뒤에 서서 그림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25살의 이은경)
박준형 ▶ (눈은 여전히 비비안리의 눈과 코를 보고 있으면서 화판에서 거둔 붓을 신나 깡통에 집어 넣고 무의식 적으로 방정맞게 흔들면서) 은경아 어때 ?
이은경 ▷ (여전히 잔뜩 골이 난 모습으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
박준형 ▶ 이제 된 거 같지 ? 응 ?
이은경 ▷ …
박준형 ▶ 내가 이 여자를 그린다는 것은 이 여자에 대한 완전한 모독이야 모독. 허나 어쩔 수 없이 밥 빌어 먹고 살자니 본의 아니게 그렸으니…비비안리여, 나를 용서 하소서. 오, 비비안리여.
이은경 ▷ …
박준형 ▶ (은경이 대답이 없자 몸을 돌려 은경을 바라보며) 그래. 너네 아빠는 뭐라고 하셔 ?
이은경 ▷ …
박준형 ▶ (담배를 꺼내 물면서) 그래. 들어 보나 마나 지만 그래도 하고…
이은경 ▷ (툭 쏘는 말투로) 들어 보나 마나한 이야길 묻기는 왜 물어 ?
박준형 ▶ 그래도…혹시나…역시나…지만…
이은경 ▷ (준형이 옆에 놓인 초등학교 학생의자처럼 팔걸이가 없는 낮은 의자에 앉으며) 내가 오빠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난 다음날 아빠가 오빠에 대하여 조사를 다 해봤데.
박준형 ▶ …
이은경 ▷ 결론은 죽어도 노(NO)야.
박준형 ▶ …
이은경 ▷ 한마디로 장래가 없다는 거야. 장래가.
박준형 ▶ (담배연기를 입안 가득 빨아들여 휴 하고 고개를 들어 천장에 내 뿜는다) …어떻게 지금의 잣대로 사람의 장래와 미래를 젤 수 있다는 거니 응 ?
이은경 ▷ 과거 없는 현재 없고 현재 없는 미래 없다고 미래를 준비한 현재를 보여 달라는 거지 이 ?
박준형 ▶ 미래는 지금부터라도 얼마든지 준비할 수가 있는 거 아냐 ?
이은경 ▷ 뭘 가지고 미래를 준비한다는 거야 응 ?
박준형 ▶ 지금부터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뭘 가지고라니 ?
이은경 ▷ 싫어. 오빠의 그 동문서답도 이젠 지겨워. 이젠 선문답도 지겹단 말이야 지겨워.
박준형 ▶ …동문서답이라…이젠…그것마저 싫어 하는구나.
이은경 ▷ 현실이…현실이…지금이…날 그렇게 만든 거야.
박준형 ▶ 그 현실이…그 지금이라는 게 널 그렇게 만들었다고 ?
이은경 ▷ 겨우 중학교만 졸업하고 지금은 3류극장 간판쟁이에다 집도 절도 없이 숙식도 극장 간판제작실에서 해결하고 짬짬이 방학 때면 미술대학생 방학숙제로 누드나 대신 그려주고 담배 값이나 하고…꼴에 술은 먹었다 하면 두주불사에 3박4일은 일을 하지 못하는 오빤…쓰레기래 쓰레기.
박준형 ▶ …쓰레기라…
이은경 ▷ 어느 것 하나 예쁜 구석이 없고…그런 쓰레기에게 자기 딸을 절대 줄 수가 없다는 거지 아빠는. 입장 바꿔 생각해 봐.
박준형 ▶ …네겐 바꿀 입장이라도 있는 거니 ?
이은경 ▷ 그리고…(오랫동안 참아 왔던 말을 기어이 하고 말겠다는 단호한 어조로) 사실 나도 우리 아빠와 같은 생각이야.
박준형 ▶ (어리둥절하며)…은경아…
이은경 ▷ 자, 이제 오빠가 나와 우리 아빠를 설득해 봐.
박준형 ▶ 뭘 ?
이은경 ▷ 아니, 오빠의 장래를 이야기 해 보란 말이야 응 ?
박준형 ▶ 뭔 장래를 ?
이은경 ▷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아니, 또 술에 물 탄 듯 그렇게 어물쩍 넘어 갈 생각을 말고 이번에는 아예 결판을 내. 결판을 응 ?
박준형 ▶ 아니, 은경아…
이은경 ▷ 오늘이야. 아니 ? 지금 이 자리에서…
박준형 ▶ 은경아…그런데…니네 아빠는 그렇다고 치는데…지금 니가 나한테 하는 건…니네 아빠보다 날 더 싫어하는 것 같은데 ? 너 어 ? 그런 거니 ?
이은경 ▷ 그래. 5년 동안 아무리 생각해도…오빤…이젠…아냐. 아니란 말이야.
박준형 ▶ …그래 알아. 니네 부모는 지지리도 가난하게 살면서…그래도 너 하나 만은 미술대학공부 시켰는데…그랬는데 그 딸자식이 또 가난한 남자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했으니…가난이라면 죽기보다 싫은 너와 너의 부모를 생각하면 이해를 해…암, 이해를 하고 말고 그러나…
이은경 ▷ (재빠르게 준형의 말을 끓으며) 그러나…오빠. 우리 이제 서로 피곤하게 하지 말자.
박준형 ▶ …그래 이제…너마저 결심을 한 것 같구나.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은경 ▷ …날 욕하지마.
박준형 ▶ …욕은…무슨 욕을…
이은경 ▷ 어제 선을 본 치과의사가 다음달 2일에 결혼식을 올리자는 거야. 얼마 안 남았어.
박준형 ▶ …그렇게나 빨리 ?
이은경 ▷ 빠르고 늦으면 그게 무슨 상관이야. 오빠에겐 지금부터 10년, 20년의 여유를 더 줘도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질 텐데. 안 그래 ?
박준형 ▶ …
이은경 ▷ 하필 그 날 결혼을…그 날은…예정대로라면 내 생리가 끝나는 날인데…하필…에이, 차라리 잘 됐지 뭐…하고 나면…생리 피가 나올 건데…피가 나오면 처녀라고 믿어 줄 거 아냐 ? 잘 됐어. 잘 됐어. 위험하긴 오늘이 바로 위험한데…(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내가 알게 뭐야.
박준형 ▶ (혼자 말로)…피…라…처녀라…
이은경 ▷ …우린 언제나 추억만 먹고 살수는 없잖아 응 ? 오빠 ?
박준형 ▶ 그렇지. 추억이 밥 매겨 주는 것도 아니고…그렇지…(자조 섞인 음성으로) 내가 가진 건…은경이 너와의 추억 그것 하나 뿐인데…이제 그 추억마저 부정하려는 너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그래.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구나.
이은경 ▷ 오빠…미안해…그래서…
박준형 ▶ …
이은경 ▷ (갑자기 선 채로 그 자리에서 옷을 벗으며) 오빠…우리…이게 우리 마지막 밤이야.
박준형 ▶ …누굴 위한 마지막 밤이야 ? 너 ? 나 ?
이은경 ▷ …우리 둘 다.
박준형 ▶ …
이은경 ▷ (브라쟈와 팬티마저 벗고 알몸으로 준형이 앞에 서서) 오빠. 일어 서 봐. 응.
박준형 ▶ (마지 못해 의자에서 일어서며) 은경아…
이은경 ▷ 그것도 그렇지…언제나 그렇게 나에게 떠밀려 그렇게 하지 말고 한번이라도 오빠가 좀 과감하게 리더 해 줘 응 ? 오빠. 마지막으로 말이야.
박준형 ▶ (혼자 되뇌며) 마지막 이라…
(은경은 마지 못해 의자에서 일어선 준형의 앞에 알몸으로 쪼그려 앉은 채 준형의 바지를 벗긴다)
(준형의 바지를 무릎까지 내려 놓고 두 손으로 팬티를 내리자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준형의 자지가 애처롭게 간당거리면서 좌우로 흔들거린다)
이은경 ▷ 그 봐. 이렇다니까…씩씩하게 우뚝 서서 한번도 나를 반갑게 맞아 주지 않고 언제나 이렇게…나에게 영원한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사정을 하고 있는 것이…지금의 오빠와 똑 같아.
박준형 ▶ …
이은경 ▷ …그리고 내 손길이 가야…비로써…
박준형 ▶ …
이은경 ▷ 오빠…부디 다른 여자를 만나더라도…절대로 이렇게는 하지 마. 응 ?
박준형 ▶ …
이은경 ▷ 좀 더 용기 있게 더 과감 하게 여자를 휘어 잡으란 말이야 응 ? 개 끌려 가듯 하지 말고 ?
박준형 ▶ …
이은경 ▷ 오빠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준형의 자지를 오른 손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소리가 나도록 때리면서) 서 봐. 서 보란 말이야.
박준형 ▶ 은경아…
이은경 ▷ (계속해서 준형의 자지를 대리며) 세워 봐. 좀 세워 보란 말이야 응…어쩜 너는 니 주인과 꼭 닮아서 그렇게 멍청하고 힘도 없이 비실비실 하니 응 ?
박준형 ▶ 은경아…그건…니가 주인이잖아…
이은경 ▷ (겨우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는 준형의 자지를 계속해서 대리면서) 그래. 알아. 내 손길이 가야 비로써 니가 고개를 드는 건 알아. 그러나 난 그게 싫어. 니 맘대로 우뚝 서서 니 맘대로 날 가지고 놀아 란 말이야 응 ? 난 니 꺼야 니 꺼.
박준형 ▶ …은경아 그러지 마…
이은경 ▷ 그래. 언제나처럼…내가…입으로…해 줘야 일어서겠니 ? (준경이 자지에 힘을 주니 자지가 은경을 향해 끄덕인다) 알았어. 그래, 내가 입으로 해 줄 깨. 가만히 있어 응 ? (준형이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준형의 자지를 자신의 입속으로 삼켜버린다) 흡∼욱∼
박준형 ▶ (양손으로 은경이의 머리를 잡고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외마디 비명을 토해낸다) 우--웁.
이은경 ▷ (입안에 가득 찬 준형의 자지를 이리 저리 혀로 굴리면서 혓바닥에 전해오는 자지의 짜릿한 느낌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웁∼웁∼
박준형 ▶ …
이은경 ▷ (은경의 애무에 서서히 힘이 들어 하늘을 딱딱하게 굳어지는 준형의 자지를 두 손바닥으로 감싸 잡고) 그래 그래. 그 봐 이렇게 씩씩하잖아 응 ?
박준형 ▶ (서서히 커지는 자신의 자지를 내려다 보며 혼자 소리로)…너 더러…일어서래…
이은경 ▷ (완전히 발기 된 준형의 자지를 잡고 자신의 볼에 갖다대며) 아, 너무 따뜻해 오빠.
박준형 ▶ 은경아…
이은경 ▷ (한 입 가득 물었던 준형의 자지를 쏙 하고 밀어내고) 오빠.
박준형 ▶ …
박준형 ▶ 은경아, 그만, 그만
이은경 ▷ 왜에 ? 오빠 ?
박준형 ▶ 응. 그만…
이은경 ▷ 그먼 ? 그래. 그럼…음…음…그럼. 오빠가 의자 앉아. 응 ?
박준형 ▶ …어떻게 ?
이은경 ▷ 응. 오빠가 앉으면…내가 오빠 허벅지에 걸떠 앉아서…하면 되지 응 ?
박준형 ▶ (바지와 팬티가 벗긴 채 자지를 덜렁거리며 의자에 그대로 주저 앉는다) 이렇게 ?
이은경 ▷ 응.
박준형 ▶ (은경이 천천히 일어나 다리를 벌이자) 은경아, 잠깐. 나도 니…빨고…싶어.
이은경 ▷ 아냐 안 돼. 나 아 지금…무지 하고 싶거든. 우리 한번 하고 난 뒤 빨아 줘 오빠 응 ?
박준형 ▶ …그래.
이은경 ▷ (다리를 벌여서 보지를 내밀고 작은 걸음으로 준형의 허벅지에 올라 탄 은경은 자신의 손을 사타구니에 넣어 준형의 자지를 잡고 자신의 보지구멍에 갖다댄다) 아, 오빠. 너무…뜨거워.
박준형 ▶ …은경이가 힘드는데…내가 더 내려 앉을 까 ?
이은경 ▷ 응. 그렇데 해 줘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악…살 살.
박준형 ▶ 응. 알았어.
이은경 ▷ (준형의 자지를 이미 자신의 보지구멍에 흘러 내린 보지 물을 두 어 번 발라서 대음순과 소음순은 물론 음핵을 둘러싸고 있는 만두피 같은 부드러운 표피를 자지대가리로 헤집고 음핵을 찾아 문지르면서 낮게 신음한다) 아, 아, 오빠 아∼하, 하, 아 하
(두 손으로 허벅지에 걸떠 앉은 은경의 엉덩이를 더욱 거세게 잡아 당기며 자신의 자지에 더욱 힘을 주고 입으로는 이미 터질 듯이 풍만 하게 부풀어 오른 은경의 젖꼭지를 거침없이 삼키며 빤다)
(은경은 준형의 자지를 잡고 자신의 보지를 문지르던 손을 놓고 그만 푹하고 준형의 자지 위에 그대로 주저 앉고 만다) 악…오빠.
박준형 ▶ (두 손으로 자신의 허벅지에 주저 앉은 은경의 엉덩이를 잡고 앞뒤로 그리고 좌우로 빙빙 돌리기 시작한다) 으 으 은…경아, 은경아,
이은경 ▷ (준형의 손놀림에 맞추어 자신도 엉덩이를 돌리면서 자신의 보지구멍 안을 물컹거리며 헤집고 다니는 준형의 자리를 더욱 거세게 맞부딪치게 하고 온 몸을 부르르 떨면서 더욱 더 쾌락의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아, 악, 오빠∼오빠∼아, 하, 아, 하, 하, 오빠, 너무, 너무, 깊어, 너무 깊어.
박준형 ▶ 그럼. 조금 뺄 까 ?
이은경 ▷ 아니, 아니, 그대로 좋아 그대로 아, 너무 깊어, 아냐, 좋아, 좋아.
박준형 ▶ 그래 ? 더, 더, 돌려 줘 ?
이은경 ▷ 응. 오빠. 아 하 아 하.
(은경은 이미 준형의 손이 이끄는 데로 엉덩이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느낌 대로 움직인다)
(엉덩이를 더욱 아래로 내려 준형의 자지 대가리를 자궁경부 깊숙이 푹 찔러서 자궁경부에 자지 대가리가 박히는 느낌이 오자 그대로 자지대가리를 누른 채 엉덩이를 한 두 번 좌우로 돌리기도하고)
(다시 자신의 보지 속에서 물컹거리며 화려하게 춤을 추고 있는 준형의 자지를 사정없이 한 쪽 질벽으로 강하게 몰라 부쳐 준형의 자지가 그 고통에 못 이겨 몸부림을 치도록 조이다가도 갑자기 살며시 풀어주고)
(그러다가 보지를 쑥 빼다 멈추면서 대음순으로 준형의 자지대가리를 꽉 물고 반쯤 일어 선 채로 엉덩이로 크게 원을 그리면서 돌린다)
(준형은 은경의 그 화려한 엉덩이 춤의 쾌감에 낮은 신음 소리만 내면서 이제 엉덩이는 은경이에게 맡겨두고 빈손이 된 두 손으로는 엉덩이를 돌리느라 덜렁덜렁 준형의 눈앞에서 제멋대로 춤을 추고 있는 은경의 풍만한 유방을 움켜 잡고 거칠게 흔들기 시작한다)
박준형 ▶ 은경아, 은경아, 욱, 욱, 아, 은경아, 은경아,
이은경 ▷ (은경은 자신의 두 유방 사이에 얼굴을 묻고 뜨거운 입김을 뿜어 내고 있는 준형의 얼굴에 유방을 더욱 거세게 밀면서 비비다가) 악, 오빠, 오빠, 아, 하, 수염이…아, 하, 너무 따가워. 악, 오빠, 아파, 너무 따가워. 악, 아파, 오빠, 괜찮아.
박준형 ▶ (유방을 잡았던 두 손을 풀어 은경이 등뒤로 가서 은경이를 더욱 거세게 안으면서) 은경아 오빠…나…나…나오려고 해, 응 ? 은경아.
이은경 ▷ (의자가 삐걱거리도록 마치 말을 타듯 아래위로 거칠게 움직이던 엉덩이를 아래로 푹 하고 내려 앉아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이 부풀어 오른 준형의 자지를 한 쪽 질벽 구석으로 몰아 놓고 천천히 그러나 강하게 문지른다) 악, 악, 오빠, 오빠, 나도, 나도, 악…오빠, 나도, 나…오…려고…그래. 오빠 우리 같이…악.
박준형 ▶ (이미 은경의 보지 속에 갇혀서 자신의 자지를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자 허벅지에 힘을 주어 은경의 엉덩이를 치받으며 마지막을 향해 몸부림 친다) 우, 우, 우, 은경아, 욱, 욱, 나도…그래, 같이, 같이.
이은경 ▷ 응. 오빠, 악, 악, 더, 더, 힘을 줘, 더, 더.
박준형 ▶ 응. 우, 우, 우, 욱,
이은경 ▷ 아, 하, 아, 악, 악, 가만, 가만, 오빠, 가만, 악, (순간 엉덩이도 보지도 그렇게 거칠게 내뿜든 호흡도 모두 멈추고 준형을 더욱 세게 끌어 안은 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
박준형 ▶ (자신의 자지가 은경의 보지 구멍 안에서 이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쭉--죽--자지 물을 쏟아 내는 것을 즐기며 고개를 뒤로 젖히고 짐승처럼 울부 짖는다) 으--으--으--윽, 윽---
이은경 ▷ 어머∼어머∼ 오빠…자지 물이…응 ? 오빠, 아, 아, 하, 하, 나도, 나도…
(한 동안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 부둥켜 안고 서로의 몸과 입술을 비비면서 마지막 사라져 가는 서로의 황홀한 쾌감을 음미하고 있다)
박준형 ▶ (무거운 침묵을 깨고 힘없이 축 늘어져 자신의 가슴에 안겨 있는 은경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은경아…그래. 이제 난 다시는 그림을 그리지 않을 거야. 니 말처럼…이 붓으로는 장래가…장래가 없는 거야. (간판 제작실 한 켠에 서 있는 여자 누드 그림을 보며 결심한 듯) 너를 그린 저 그림이…나의 마지막 그림이 될 거야. 그리고 더 이상 페인트 냄새도 싫어.
이은경 ▷ (준형의 가슴에 그래 안긴 채)…오…빠…오빠…이해할 수 있지 응 ?
박준형 ▶ 그래…
이은경 ▷ 그리고…오빠가 그린 내 누드는 내가 가지고 갈 거야. 기념으로…
박준형 ▶ 그래…애당초 너에게 주려고 그린 거니까…뒷 모습만 보이니 벽에 걸어놔도 치과의사는 모를 꺼야.
이은경 ▷ …포장해 줘…그림에 오빠 싸인…없는 거지 ?
박준형 ▶ 니가 볼 건데…그리고 내가 그린 건데…싸인이 왜 필요 해. 우리 둘만 알면 되지.
이은경 ▷ 그래 잘 됐다…
박준형 ▶ 그래…이젠 모두 가져 가…모두…모두…이 빨간 수건까지도…
S# 2. (그로부터 25년의 세월이 흐른 뒤. 여기는 성북동 크고 웅장한 3층 짜리 박준형의 초호화 주택)
최수영 ◇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건장한 아들을 반갑게 맞으며) 응. 이제 오니 ?
박장석 ● 네. 엄마.
최수영 ◇ 왜 이렇게 늦었니 ?
박장석 ● 네. 그림을 보다가 그만…
박준형 ▶ (마루에서 보던 신문을 접으면서) 저녁은 ?
박장석 ● 네. 아빠. (엄마를 바라보며) 엄마. 나, 저녁 먹어야 해요. 배가 고파요.
최수영 ◇ 얘는, 아니 지금이 몇 신데…밤 11시가 되도록 저녁도 안 먹고 오는 거야 응 ?
박장석 ● 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화랑에서 그림을 보느라고요.
박준형 ▶ 그래. 어떤 그림인데 그르냐 ?
박장석 ● 네. 오늘 누가 화랑에 그림을 팔려 왔는데 가만히 보니 이거 굉장한 그림이더라고요.
박준형 ▶ 그래. 저기 쇼파에 있는 저 그림이냐 ?
박장석 ● 네. 아버지는 보셔도 모르실 거예요. 아니, 여자 누드니까 그런 데로 보실 만 할 거예요.
박준형 ▶ 그래. 어디 한번 풀어 보렴.
박장석 ● 네.
최수영 ◇ (주방에서 나오며) 아니, 이 애는 저녁 먹으려 오지 않고 뭐 해 ? 식탁에 밥 차려 놨다 어서 와서 먹어 응 ?
박장석 ● 네. 엄마 (그림을 묶은 끈을 풀고 포장지를 조심스럽게 벗기면서) 아버지에게 이 그림 보여 드리고요.
최수영 ◇ 무슨 그림인데 그래 ?
박장석 ● 네. 아주 굉장한 그림 이예요. 엄마.
최수영 ◇ 뭐 ? 아주 대단하다고 ?
박장석 ● 네.
최수영 ◇ 그래 ? 한국 화단에서 세손가락 안에 드는 미술평론가인 니가 굉장한 그림이라고 탄복을 하는 거 보니 예사로운 그림이 아니구나.
박장석 ● 네. 저 그림을 보는 순간 머리에 피가 거꾸로 솟고 가슴이 두근거려 숨이 막히는 줄 알았어요.
최수영 ◇ 그래. 파리까지 가서 10년 동안 미술공부를 하고 온 놈이 저렇게 감탄을 하니 (남편 준형을 쳐다보면서) 예사로운 그림은 아닌가 보오. 여보.
박준형 ▶ 그래 어서 그림을 풀어 봐.
박장석 ● 그럼요. 이 그림을 사 놓고 오후 5저녁 시부터 지금까지 꼼짝도 하지 못하고 그림 위에 얼어 붙어 있었어요.
최수영 ◇ 그래에 ? 그럼 어디 나도 한번 보자.
박장석 ● 네 (포장을 다 벗기고 그림을 들고 쇼파에서 멀리 떨어진 라디에터 그릴 위에 비스듬히 세워 놓고 뒤로 물러서면서 보란 듯이) 어때요 ? 굉장하지요 ?
최수영 ◇ (깜짝 놀라며) 아니 ? 이건 여자가 발가벗고 있는 그림 아냐 ?
박장석 ● 네.
최수영 ◇ 아이구 망칙 해라. 뭔 저런 그림이 다 있냐 그래.
박장석 ● 아이 어머님도. 저건 예술 이예요 예술.
최수영 ◇ 아무리 예술이라지만 여자를 저렇게 발가벗겨 놓고 뭔 지랄이야 지랄은 ?
박장석 ● 아니 어머님은…아니지. (준형을 쳐다보며) 아버지는 어때요 ?
박준형 ▶ (가슴 깊은 곳으로 부터 알 수 없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으…음…
최수영 ◇ 그래 저걸 얼마나 주고 샀다고 ? 얼마 주었는데 ?
박장석 ● 네. 5백만원요 ?
최수영 ◇ 아니 저런 망칙한 것을 5백만을 주고 샀단 말이야. 응.
박준형 ▶ 그래…작가는 누구더냐 ?
박장석 ● 네. 그런데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작가의 낙관이나 싸인이 없으니 결국은 무명작가의 작품으로 결정을 냈어요 ?
박준형 ▶ 그 래 에 ?
박장석 ● 네. 그 S대 이 교수와 E대 최 교수를 불러다가 그림을 보여 줬더니 입을 쫙 벌리고 침을 질질 흘리며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하잖아요.
최수영 ◇ 쯧쯧 남자란 다 똑 같애. 똑 같애. 그냥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니 쯧, 쯧
박준형 ▶ …작가를 모른다고 ?
박장석 ● 예에.
박준형 ▶ 그럼 누가 저 그림을 팔려 왔더냐 ?
박장석 ● 네. 젊은 청년인데. 옷차림은 공사장에서 막일을 하는 잡부 같아 보이기도 하고…그런데 자기가 그린 것이 아니고 옛날부터 집에 있던 그림인데 집안 형편이 안 좋아 팔려고 왔는데…팔 수만 있다면 팔아서 한달 방세라도 낼까 봐 하고 가져 왔데요.
박준형 ▶ 그 래 에 ?
박장석 ● 네. 어때요 아버지 ?
박준형 ▶ 응. 나야 뭐 그림에 대해서 아는 게 없으니 그냥 눈요기나 하면 되지 뭐.
박장석 ● 하하하. 아버지가 더 솔직하시네.
박준형 ▶ 그래. 저 그림이 어디가 그렇게 좋다는 거야 응 ?
박장석 ● 네. 저기, 저기, 봐요. 저기 어깨에서 출발하여 백옥 같은 등을 타고 내리면서 춤추듯 허리로 흘러서 풍만한 둔부로 이어지는 저 부드럽고 아름다운 곡선을 처리한 저 솜씨를 좀 보세요.
박준형 ▶ 그 래 에 ?
박장석 ● 네. 그리고. 저기 겨드랑이와 옆구리에서 출발하여 차츰차츰 가슴으로 이어지다가 유방을 거쳐 마지막 젖꼭지에 터질 듯이 모아지는 저 환상적인 유선처리 솜씨는 아마 당대 최고의 그림쟁이가 그린 작품임이 틀림없어요.
박준형 ▶ 그런데…왜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을까 ?
박장석 ● 그러게 말 이예요. 나중에는 저 그림 액자를 뜯어서라도 작가의 낙관이나 친필 같은 것을 찾아 내려고 해요.
박준형 ▶ …
박장석 ● 아버지. 저기, 저, 젖꼭지 좀 봐요.
박준형 ▶ …
박장석 ● 터질 듯이 부풀은 유방 위에 봉긋하게 솟아 올라 금방이라도 건들이면 툭하고 터질 것 같은 저 다이나믹한 젖꼭지는 과히 이 그림의 압권 이예요 압권.
박준형 ▶ …
박장석 ● 아마…여자의 젖꼭지가 저런 상태라면 저건 틀림없이 여자가 최고의 오르가즘을 느낄 때가 틀림없어요.
박준형 ▶ 뭘…보고 그러니 ?
박장석 ● 네. 더 이상 환희의 극치를 감당하지 못해 더 높은 쾌락을 향해 금방이라도 젖꼭지가 꼼지락 거리며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저 역동성과 팽창함을 좀 보십시요.
최수영 ◇ 이런 ? 내가 보기엔 천박한 어떤 여자가 옷을 벗고 비스듬히 옆으로 누워 있는 볼썽 사나운 꼴인데 뭔 설명이 그렇게 길기는 길어야. 응 ?
박장석 ● 아니 최수영은 ?
최수영 ◇ 그래. 나는 자려 간다. 저녁 먹고 그대로 식탁보를 덮어 놓고 그냥 자거라. 내일 아침에 내가 치우마.
박장석 ● 네. 들어가 주무세요.
최수영 ◇ 아. 당신도 그림 그만 보시고 얼른 들어 가서 잡시다.
박준형 ▶ …
최수영 ◇ (화가 난 듯) 그래요. 어디 젊은 여자 알몸이나 실컷 더 보고 오세요.
박장석 ● (엄마가 큰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아버지 옆으로 다가와서) 그런데 아버지 ?
박준형 ▶ 응.
박장석 ● 아니 왜 저렇게 훌륭한 작가가 그림을 그리면서 여자의 얼굴을 뒤로 돌려 목덜미와 귀만 살짝 보이게 했을까요 ?
박준형 ▶ 글쎄 ?
박장석 ● 아무리 머리 속에 그려도 저 그림 속의 여자 얼굴을 상상 할 수가 없어요. 저 여자 얼굴이 보이기라도 하면 그림을 신문에 광고하여 작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인데…
박준형 ▶ 글쎄…그래. 저 그림을 얼마를 주고 샀다고 ?
박장석 ● 네. 5백만원요.
박준형 ▶ 그래. 교수친구들은 뭐라고 하던 ?
박장석 ● 그림 값을 요 ?
박준형 ▶ 응.
박장석 ● 아니, S대 그 교수친구는 당장 그 자리에서 가게수표로 2만원을 주겠데요 글쎄.
박준형 ▶ (깜짝 놀라며) 그래에 ?
박장석 ● 네.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E대 그 후배교수는 두 말 않고 당장 4천만원을 주겠데요.
박준형 ▶ 그래서 ?
박장석 ● 아니, 내가 미쳤어요 아버지. 저 그림을 팔게요 ?
박준형 ▶ 그래. 넌 얼마 정도 될 것 같아 ?
박장석 ● 음…제가 보기엔…?
박준형 ▶ 그래. 니가 보기엔 ?
박장석 ● 네. 아마 모르긴 해도 S재벌 회장님에게 가져가면…1억은 족히 받을 거예요.
박준형 ▶ …그렇게나 많이 ?
박장석 ● 그럼요. 그 회장님은 그림을 보는 눈이 저보다 더 높아서 저도 짐작을 할 수가 없어요. 내일 화랑에 들려 달라고 하니까 두말 않고 비서를 통해서 직접 방문시간을 잡아 주던데요. 그리고 저 그림이 비싼 이유는 저 그림을 그f린 작가를 모른다는 신비와 경이로움이 그림 값을 더 올려 놓는 거죠.
박준형 ▶ 그래. 저 그림을 팔려고 ?
박장석 ● 아뇨. 회장님에겐 구경만 시켜 주는 거예요
박준형 ▶ 보고 난 뒤 팔라고 하면 ?
박장석 ● 그건 안되죠. 암 모르긴 해도 제 평생 이런 그림을 다시 만나기는 힘들 거예요.
박준형 ▶ 그 래 에 ?
박장석 ● 네.
S# 3. (다음날 새벽. 준형의 집 거실)
최수영 ◇ (눈을 비비고 거실로 나오던 아내가 어제저녁부터 쇼파에 앉은 그 자리에서 밤새도록 그림을 보고 있는 남편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며) 아니, 여보. 이게 뭔 일이세요 그래 ?
박준형 ▶ (그때서야 정신이 드는 듯) 으 응 ? 내가 졸았나 ?
최수영 ◇ 아니, 당신, 밤새 이러고 있었어요 ?
박준형 ▶ 그게…
최수영 ◇ 아니, 오늘 회사 일은 어떻게 하시려고 잠도 주무시지 않는 거예요 ? 네.
박준형 ▶ 응. 회사에서 좀 자지 뭐.
최수영 ◇ 아니, 저, 그림을 보느라고…(짜증을 내며) 에이∼어떻게 아들이나 아버지나 똑 같아요 글쎄. 내, 저 놈의 그림을 당장 가져가라 그래 야지.
박준형 ▶ …
최수영 ◇ 여보. 그만 일어나서 세수하고 진지 드세요 네 ? 김기사가 올 시간 이예요.
박준형 ▶ 응 ?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 일어 서면서) 알았어.
S# 4. (준형의 집안 넓은 마당에 주차한 고급 승용차을 타면서)
박준형 ▶ (마중하는 아들을 보고) 너 어 ? 저 그림…팔지 말거라.
박장석 ● 예에 ?
박준형 ▶ 아니, 저 그림 팔지 말란 말이야
박장석 ● 아, 네. 알았어요. 저걸 제가 왜 팔아요 ?
박준형 ▶ 그래 알았다. 팔지 않는 걸로 알고 출근하겠다. 정 필요하면 내가 사마.
박장석 ● 네. 다녀 오세요.
박준형 ▶ 자, 김기사 가지.
이기사 ○ 예. 사장님 (차가 붕 하고 출발한다)
박준형 ▶ (박준형을 태운 고급 세단이 골목길로 빠져나와 큰 길로 들어서자) 이 봐. 김기사.
이기사 ○ 예. 사장님.
박준형 ▶ 응. (하품을 하며) 난 지금 차에서 좀 잘 테니까…자네가 내 아들놈 화랑에 전화를 걸어 경리부장에게 내가 그런다고 어제 여자 누드그림 팔려 온 사람의 주소를 좀 알아보고 차를 그 주소로 좀 가 주게.
이기사 ○ 지금 말입니까 ?
박준형 ▶ 응. 아무도 모르게 하라고 그러게.
이기사 ○ 네. 알겠습니다
이기사 ○ 저어…사장님
박준형 ▶ (잠을 깨며) 응 ? 다 온 거야 ?
이기사 ○ 네. 다 왔는데…더 이상 차로는 올라 갈 수가 없네요.
박준형 ▶ 아니 ? 여기가 어딘데 ?
이기사 ○ 네 저, 봉천동 산의 00번지인데 여기서부터는 걸어서 올라 가야 한데요.
박준형 ▶ 응. 그래. 그럼 걷지 뭐. 차는 적당한데 대고 그 주소로 자네가 앞장 서게.
이기사 ○ 네 사장님.
S# 5. (두 사람은 가파른 언덕길을 한참 동안 걸어서 올라가다가 금방이라도 쓰러 질 것 같은 판자 집 앞에 멈추어 선다)
이기사 ○ 여기 적힌 주소대로라면…여기가…이 집인 데요.
박준형 ▶ 그래 ?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난 대문 뒤에 있을 테니까 자네가 한번 불러 보게.
이기사 ○ 네 (집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 서면서) 저어, 실례합니다. 여보세요 ? 아무도 안 계세요 ?
할머니 ◎ (크고 작은 영어가 뒤죽박죽 뒤섞여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미군물품을 담았던 나무박스를 뜯어 만들었을 같은 방문이 삐거덕 열리면서 초라한 형색을 한 늙은 여인네가 방안에 앉은 채) 누, 누, 누구세요 ?
이기사 ○ 네 에. 할머니. 저, 여기가 김창호씨 댁인가요 ?
할머니 ◎ (얼른 못 알아 들었다는 듯 귀를 세우며) 누, 누구요 ?
이기사 ○ 네. 김창호씨요.
할머니 ◎ (낯선 방문객을 경계하면서)…그런데요 ?.
이기사 ○ 지금 집에 계시는지요 ?
할머니 ◎ 응. 우리…아들은 요 ?
이기사 ○ 김창호씨가 할머니 자제 분 되세요 ?
할머니 ◎ 할머니 ? 나보고 할머니라고 ? 아직 내 나이가 겨우 쉰인데 할머니라니…그래 아무렇게나 부르면 어떠냐. 고생한 얼굴로 보면 예순도 더 봐 줄 것인데. 편한 데로 부르세요.
이기사 ○ 아, 이거 죄송합니다. 미쳐…
할머니 ◎ 괜찮아 괜찮아. 그런데 실례지만 어디서 오셨는지요 ?
이기사 ○ 네. 창호씨는 지금…집에 있습니까 ?
할머니 ◎ 아니, 새벽에 일나갔는데요.
이기사 ○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데요 ?
할머니 ◎ 네. 아파트 공사장에서 페인트 칠하는 일을 하는가 봐요.
이기사 ○ 네. 그러세요 ? 혹시 어디서 일하는지는 모르시나요 ?
할머니 ◎ 네. 저는 잘 모르는데 저기 옆집 아저씨랑 같이 공사장에 다니니까 그 집 아줌마에게 물어 보면 알 거 예요. 그런데 어디서 오셨는지요 ?
이기사 ○ 예에. 그냥 아는 사람인데요 페인트 일을 같이 좀 하자고 왔는데…
할머니 ◎ 네 에 ?
이기사 ○ 그런데 할머니…아드님이 올해 몇 살 이예요 ?
할머니 ◎ 네. 우리 아들이 올해…그러니까 스무 다섯 살이네요 스물 다섯 살.
이기사 ○ …그래요 ? 군대는 갔다왔어요 ?
할머니 ◎ 아뇨. 그 애한테는 에비도 없고…그 애가 3살 때 교통사고로 죽고 난 뒤…보시다시피 살기도 지지리도 못 살아 동사무소에서 극빈자 쌀도 타 먹고 있고…더군다나 내가 이렇게 앞 못 보는 당달봉사(시각장애인)가 되다보니 날 매겨 살리라고 나라에서 군대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데요. 얼마나 고마운 일 이유. 글쎄. 그렇지 않았으면 난 꼼짝 없이 굶어 죽었을 것인데 말 이유.
이기사 ○ (깜짝 놀라며) 네 ? 그래요. 할머니는 눈이…안 보이신다 고요 ?
할머니 ◎ 네. 봉사예요, 봉사.
박준형 ▶ (이때 대문 뒤에 숨어 있던 박준형이 집안으로 들어 서면서) 할머니, 저기 저 마루에 있는 그림은 누가 그렸나요 ?
할머니 ◎ (소리나는 곳으로 귀를 세우며) 응 ? 저분은 누구 신데 ?
박준형 ▶ 네. 할머니. 저랑 같이 온 사람인데. 저…
할머니 ◎ 그래요 ? 아니, 마루에 무슨 그림이 있다고 그래요 ?
박준형 ▶ 네. 그림이 여러 점 있는 데요 ?
할머니 ◎ 그래요 ? 나는 눈이 멀어서 그림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라요.
박준형 ▶ 아니…할머니 눈은 어쩌다 그렇게 됐어요 ?
할머니 ◎ 남편 죽고…(한숨을 내 쉬며) 휴-유-이, 아, 젊었을 적에 아들 하나 데리고 먹고 살려고 맥기(도금)공장에서 일하다가 청산가리와 염산을 오래 다루다 보니 서서히 눈이 가기 시작하다가 어느 날 아침 자고 일어나니 사방이 깜깜하더이다. 그 길로 영영 앞이 보이지 않았지요. 영영…
박준형 ▶ 네. 그러셨군요.
할머니 ◎ 네. 응 ? 그러고 보니까 마루에서 가끔 페인트 날라 가는 냄새가 나기에 애가 페인트 일을 하므로 그 애 옷에서 나는 줄로만 알았는데…망할 자식이 그림을 그리다니…아니, 그렇게 그림을 그리지 말라고 했는데 이 애미도 모르게 그림을 그리고 있었나 보군요.
박준형 ▶ 아, 이 그림을 할머니 아드님이 그리셨다 고요 ?
할머니 ◎ 네. 아마 그럴 거예요. 어릴 때 부터 그림 그리기를 무척이나 좋아 했거든요.
박준형 ▶ 그럼, 학교는 ?
할머니 ◎ 아니. 학교는 무슨 학교요 ? 국민학교만 겨우 나왔죠. 그런데…(귀를 쫑긋하게 세우더니) 아니…그런데…목소리가 어디서 들어 본 목소리 같은데…우리 집에는 처음 오시는 건 가요 ?
박준형 ▶ 네. 아마 모르실 거예요 저는 아드님 하고도 처음이거든요.
할머니 ◎ 네 ? 그러세요.
S# 6. (그때 이웃 아줌마 인천댁이 낮선 사람들을 아래 위를 쳐다보면서 경계하면서 들어 온다)
인천댁 ◇ 할머 니 이. 손님이…오셨어요 ? .
할머니 ◎ 응. 인천 댁인가 ? 어서 오게.
인천댁 ◇ 네.
할머니 ◎ 응. 우리 창호하고 페인트 일을 같이 하자고 찾아 왔는데 자네가 창호 일하는 데를 좀 알려 주시게나 응 ?
인천댁 ◇ 네. 할머니. (준형을 빤히 쳐다보면서) 창호총각이…지금 일하는 데가 반포 주공 5단지인데…가만 ? 오늘은 12XX동에서 외벽에 페인트칠을 한다고 그랬는데.
박준형 ▶ 그래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할머님, 아드님이 오시면 저기 저, 그림 내버리지 말고 잘 보관하고 있으면 제가 돈 받고 팔아 준다고 그러세요.
인천댁 ◇ 뭐 ? 뭐라고요 ? 저 그림을 누가 돈 주고 산다 고요 ?
박준형 ▶ 네. 제가 팔아 드릴 깨요. 할머니.
인천댁 ◇ 어머. 나는 그냥 창호총각이 그림을 잘 그리는 구나 하고 생각만 했는데, 그럼 저 그림이 돈이 된다 고요 ? 할머니 들으셨어요 ? 네 에 ?
할머니 ◎ 응. 그림을 가져가고 돈을 준다는 소리 아냐 ?
박준형 ▶ 네. 맞아요.
인천댁 ◇ 아니, 저 그럼…저 그림 모두요 ?
박준형 ▶ 네.
인천댁 ◇ 아니, 그럼, 저 그림이 모두 몇 개야 응 ? (마루에 아무렇게나 세워져 있는 그림들을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소리내어 세면서) 하나, 둘, 셋…열 둘, 열 셋…열 아홉…스물 모두 스물 하나네 스물 하나. 어머 스물 하나나 되네 응 ? 할머니, 그런데 할머니 방안에는 그림이 없나요 ? 그림이 ?
할머니 ◎ 엉 ? 아마…없을 거야. 내가 그렇게 그림을 그리지 말라고 했으니까. 나 모르게 마루에서 그렸는가 보지 뭐.
박준형 ▶ 그럼.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할머니 ◎ 네. 안녕히 가세요.
인천댁 ◇ 안녕히…가세요
박준형 ▶ 네. 안녕히 계세요.
인천댁 ◇ 그런데…저 실례지만 저 명함이라도 한 장 주시면…
박준형 ▶ 아니, 지금 창호씨가 일 하는데 가서 직접 만나 보겠어요.
인천댁 ◇ 예에. 그래요 ? 그럼…그러세요.
S# 7. (준형과 이기사가 조금 전 올라 왔던 언덕배기를 되짚어 내리막길을 내려 가면서)
박준형 ▶ 이봐. 김기사.
이기사 ○ 네.
박준형 ▶ 지금 회사에…인사관리부장에게 전화해서 내가 그런다고 내일 아침에 김창호란 청년이 회사로 들어 갈 거니까 그 사람이 오거든 이것 저것 좀 알아 보고 난 뒤 웬만하면 순천 공장 도장부에서 일하게 조치를 해 주라고 그래.
이기사 ○ 네 사장님.
박준형 ▶ 그리고 이 봐. 김기사. 날 회사에 내려주고 반포에 가서 창호란 사람을 좀 만나 봐.
이기사 ○ 네. 만나서…어떻게 할까요.
박준형 ▶ 응, 가만…그래. 현재 살고 있는 형편이나 기타 모든 것들을 자세하게 물어보고 나 한테 보고 하고…아까 그 집 마루에 있던 그림은 우리 차에 싣고 내 사무실에 갔다 놔.
이기사 ○ 네. 알겠습니다.
박준형 ▶ 그래. 바로 회사로 가지. 난 좀 자야 돼.
이기사 ○ 네. 사장님.
S# 8. (다시 봉천동 같은 집. 준형과 이기사가 내려 가고 난 뒤)
할머니 ◎ 아니 ? 인천댁, 아까 온 사람들이 누구래요 ?
인천댁 ◇ 아니 ? 할머니도 모르세요 ?
할머니 ◎ 응. 내가 눈이 멀어 앞을 잘 못 봐.
인천댁 ◇ 아니, 그럼 할머니도 모르는 사람을 제가 어떻게 알아요 네 에 ?
할머니 ◎ 응. 목소리를 들어 봐서는 한 사람은 젊은 사람이고 한 사람은 나이가 좀 들은 사람이던데 그렇지 ? 인천댁 ?
인천댁 ◇ 네. 두 사람이 내려가면서 주고 받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마 나이가 든 사람이 무슨 사장이고 젊은 사람은 운전기사나 비서 같던데요.
할머니 ◎ 그래 ?
인천댁 ◇ 네.
할머니 ◎ 그런데 인천댁, 나이든 사람의 목소리는 어디서 많이 들은 것 같은데 도무지 생각이 안나 생각이…
인천댁 ◇ 그야…목소리가 비슷한 사람이 있는가 보죠 뭐. 전 갑니다.
할머니 ◎ 그래. 그런데 창호가 그린 그림을 사겠다고 하는 것이…
인천댁 ◇ 예. 왼 사람들이 와서 그림을 사겠대요. 저는 이만 가요.
할머니 ◎ 그림을 왜 사겠다고 했을까 ? 그림을…그림을 말이야…아 ? 가만 ? 아…(갑자기 다급한 목소리로) 인천댁, 인천댁,
인천댁 ◇ (자기의 집으로 가던 발길을 멈추며) 네 에 ? 왜 그르세요 ?
할머니 ◎ …아…
인천댁 ◇ 아니, 할머니 왜 그러세요 ?
할머니 ◎ 응 .저기 말이야. (말을 심하게 더듬거리며) 아까 저기, 그, 그 나이든 사람 말야 ?
인천댁 ◇ 네.
할머니 ◎ 혹시 ? 그 사람 이마 왼쪽에…그 왜 ? 크고…푸르스름한 점이 있지 않았어 ?
인천댁 ◇ 네 ?
할머니 ◎ 왼쪽 이마에…왼쪽.
인천댁 ◇ (깜짝 놀라며) 맞아요. 점, 점이 있었어요.
할머니 ◎ 점이 크지 ?
인천댁 ◇ 네. 맞아요…컸어요. 나도 이상하다 해서 자세히 보았는데…왼쪽 이마에 말이죠 ? .
할머니 ◎ 그래. 맞아. 맞아. 아…그러니까 키도 작고…
인천댁 ◇ 네 에, 키도 작아요. 아니, 할머니, 아시는 분이세요 ?
할머니 ◎ (깊은 탄식을 하며) 아…
인천댁 ◇ 할머니 ?
할머니 ◎ …아……오……빠…
(엔딩음악 : 슬프면서도 낮고 굵은 음악 짧게)
(끝)
2004.08.16.
산골에서
설앵초
올림.
대필 및 등록대행 : 정O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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