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기적같은 밤
멋진 표현이었다.
틀림없이 이씨 들으라고 하는 말이었다.
마사오는 마쯔미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그렇다고 수긍했다.
뺨에 그것을 부빈 후 귀두를 꼭 물고서 혀를 돌리더니 이윽고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더니 마사오에게 이불을 덮어주면서 가슴 주위를 가볍게 톡톡 쳤다.
이씨는 잘 참고 있었다.
마쯔미가 그 옆으로 가서 부드럽게 말했다.
" 미안해요."
" 안 오면 어쩌나 생각했어."
두 사람은 껴안았다.
" 그래요?"
마쯔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아까보다 단단해져 있어요."
어쨌든 이씨의 그것을 잡고 있는 것 같았다.
"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 내가 아까 저쪽으로 갔을 때 무슨 생각했어요?"
" 내가 저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
" 호호호. 저사람 젊은데도 나에게 잘 맞춰 주니까 참 좋아요."
" 앞으로도 만나고 싶어?"
" 물론이에요."
" 그럼 싫어지지 않도록 잘 해 봐."
" 알았어요."
그런 뒤 이씨는 똑바로 눕고 마쯔미는 상체를 일으켜서 이씨의 몸의 뿌리를
양손으로 눌렀다.
역시 마사오가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씨의 그것은 위로 서 있었지만 웬지 힘이 없어 보였다.
" 저것으로 할 수 있을까?"
마쯔미의 입으로의 봉사가 시작되었다.
혀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 벌써 좋아."
이씨였다.
말하고 나더니 이씨는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자 마쯔미가 요 위에 누웠다.
그 양다리 사이로 무릎을 세운 채 허리를 넣은 이씨의 몸의 각도는 직각보다
약간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그대로 마쯔미의 그곳을 겨냥하고 있었다.
" 이제는 괜찮을 거야."
이씨는 상체를 세운 채로 돌진했다.
마쯔미의 손은 나와서 이씨의 그것을 잡았다.
마사오는 머리를 들고서 이씨의 몸이 마쯔미의 붉은 비경에 닿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바로 아까까지 마사오의 몸을 물고 있던 여체였다.
그 감각은 아직도 마사오의 몸에 짜릿하게 남아 있었다.
" 이번에는 이씨가 맛보는 거다."
이씨의 그것은 절반 정도 들어갔다.
마쯔미도 손을 떼자 이씨는 상체를 쓰러뜨려 마쯔미에게 덮쳤다.
이윽고 두 사람의 사지는 서로 엉키게 되었다.
" 아아, 좋아. 당신. 아아-"
마쯔미는 감동적인 소리를 질렀다.
마사오와 결합하면서 이씨를 학대하고 있던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로 들렸다.
정상위에서의 남녀의 결합이 시작되었다.
이씨는 낮게 신음하면서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아래에서 마쯔미는 거기에 응하면서 " 아아, 좋아" 라든가 " 좀더" 라는 말을 했다.
이씨를 격려하려는 의도일 것이었다.
두 사람의 동작은 일치되었다.
오랫동안의 둘의 관계를 분며하게 느끼게 하는 모습이었다.
" 오랫만이군요."
"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아아-. 그동안 누구와 했지?"
" 아무와도 하지 않았어요. 아아."
" 솔직히 말해 봐. 으 - 음. 조여, 아아 좋아."
" 정말이에요. 오늘밤의 당신을 위해서."
" 정말이야?"
이윽고 대화가 중단되고 둘이 내는 신음소리만이 들렸다.
마사오는 눈앞의 알몸의 남녀의 움직임을 보면서 자신의 그것을 잡았다.
그것은 당연히 마쯔미의 내부에 들어가 있을 때와 같은 상태로 마쯔미가
되돌아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되돌아 오지 않아도 실망할 필요는 없어. 오히려 그 편이 더 나아."
스스로를 그렇게 타일렀다.
이씨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행위만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쯔미의 허리의 움직임이 변화했다.
그때 마사오는 이씨의 말을 들었다.
" 나, 이제 곧이야."
그럴리가 없다고 마사오는 생각했다.
그 말은 마쯔미가 먼저 해야 하는 것이다.
" 아직, 아직이에요."
마쯔미가 말했다.
매우 자제하는 어조로 보아서 사실인것 같았다.
그것이 마사오를 안심시켰다.
" 여자도 진지하게 자신의 감각을 쫓고 있다. 이것은 연극이 아니다."
더구나 마쯔미는 이렇게 소리쳤다.
" 이제, 나 그곳까지 거의 와 있어요. 아아-."
목소리가 높아졌다.
" 음. 으음.-"
이씨는 끄덕였다.
같은 목적을 향해서 남녀는 움직이고 있었다.
중년이고 베테랑인 이씨가 마쯔미의 상승을 기다리지 못할 리가 없다고 마사오는
생각했다.
그 점은 염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까와 같이 도중에 다시 흐물흐물해져 버릴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제 두 사람은 마사오의 존재를 잊은 듯 했다.
마사오로서도 그 편이 훨씬 더 홀가분했다.
" 이 두사람의 중대한 드라마는 지금 해피 엔드라는 결말로 치닫고 있다."
마사오는 그 드라마의 협력자이고,입회자다.
마사오는 문득 생가했다.
" 이 남자의 부인은 몇 명일까? 부인과의 성관계는 어떻게 맺어지고 있을까?
이것으로 저 여자가 이씨에게서 절정감을 얻는다면 나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도
된다.
마쯔미는 되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가령 되돌아온다고 해도 거부하고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남녀이 움직임을 바라보고 또 신음소리를 들으면서 잡고 있는 자신의 몸에
그서을 물어 보았다.
" 그래도 된다." 그것은 긍정하는 듯했다.
" 좋아.그렇게 하자."
그런데 그들을 보고 있자니 이씨의 움직임은 단조롭고 마쯔미가 오히려 변화를 추구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저 두 남녀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여러가지를 시도해 보고 마지막에 도달하는 한 쌍의 남녀의 방식이라는 것은 의외로
이와같이 단순화된 것일지도 모른다.
" 당신."
잠시 후 마쯔미가 분명한 발음으로 말했다.
마사오는 그 말이 당연히 이씨에게 향한 말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허리를 움직이면서 마쯔미가 마사오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 이제 곧이니까 기다리고 있어."
약간 불분명한 발음이었다.
그래도 마사오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마쯔미는 그의 반응을 보고는 얼굴을 다시 원래대로 하고
" 정말이야. 이제 곧이야."
라고 말했다. 그것에 대해서 이씨가
" 음, 음."
힘을 준 끄덕임을 보이고 움직임이 약간 빨라졌다.
그 직후에 마쯔미는 이씨의 등을 휘감고 있던 팔에 힘을 주면서 외쳤다.
" 지금이야, 지금. 아아-."
그리고는 잠시 후 조용해졌다.
그 호소에는 어딘가 냉정함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마사오는, "지금이야." 그렇게 느꼈다.
마사오의 예측은 맞았다.
마쯔미는 곧 "윽" 하고 신음했다.
허리가 크게 뒤틀렸다.
그것에 맞추고 있던 이씨의 허리도 뒤틀렸다.
두 사람의 허리가 부딪치는 느낌이 들었다.
" 아아, 좋아."
마쯔미의 목소리에는 분명히 감동이 깃들어 있었다.
" 윽, 굉장해."
라고 이씨가 응했는데,그것은 분명히 새로운 변화가 마쯔미의 내부에 생겼기
때문인 것 같았다. 계속해서 이씨는,
" 더 못 참겠어 !"
라고 못을 박았다. 그것은 매우 강력한 울림을 갖고 있었다.
" 으 -- 으."
마쯔미의 목소리는 높았고 가슴은 헐떡거렸다.
연속된 낮은 신음소리가 그것에 합세했다.
" 으 -- 으."
이씨도 신음을 했고, 마쯔미의 높은 울부짖음으로 응했다.
이씨의 움직임은 점차 빨라졌다.
그러나 예상보다도 그 클라이막스는 훌륭하지 않았다.
길지도 않았다.
특히 마쯔미는 오히려 표현을 자제하려고 애쓰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긴 세월을 함께 살아 온 부부의 행위라는 느낌이 들었다.
서로 끌어안고 움직이지 않는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마사오는 이씨가 마쯔미를
정상으로 인도하고 스스로도 거기에 도달할 수가 있었던 것을 축복해 주었다.
" 아까는 이렇게 될지 의문스러웠었는데."
역시 서로 협력한 덕분이었다.
마사오가 다시 보니 마쯔미의 오른손이 이씨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정성을 다해서 돌봐 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 좋은 광경이야, 마쯔미는 돈 때문만이라도 이씨와 친하게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것
같다."
먼저 이씨가 입을 열었다.
" 그럼 저쪽으로 가지."
안정된 목소리였다.
여자를 만족시키고 자신도 만족한 남자의 부드러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우려하고 있던 마사오를 안심시키는 목소리기도 했다.
마쯔미는 쓰다듬다 말고 고개를 저었다.
" 아직,싫어요, 아직도 좋은데.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좋아요."
마사오와 했을 때와 같이 역시 정감어린 말투였다.
" 과연."
" 그래?"
이씨는 낮게 중얼거리고는, 곧 잠자코 있었다.
그대로 몇분이 흘렀고 마사오는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눈을 떠보니,남녀의 위치가 달라져 있었다.
똑바로 누워있는 이씨의 하복부를 마쯔미가 종이로 닦고 있었다.
이씨는 양손을 머리 뒤에 갖다대고 묘한 표정의 마쯔미를 보고 있었다.
이씨의 그것은 이미 흐물흐물해져 있었지만 아까의 슬픈 듯한 느낌은 주지 않았다.
" 오랫만이었어."
" 봐요. 당신도 그럴 생각이 있으면 가능하죠. 그러니까 비관하지 말아요."
" 자신을 가져도 될까?"
" 그럼요. 물론이지요."
마쯔미는 일어서서 방을 나갔다.
이씨는 마사오를 보았다.
평안함을 띤 표정이었다.
" 여자는 좋은 거야."
마사오도 고개를 끄덕였다.
" 이번에는 자네 차례야. 그 아이는 아직이야. 이제부터지."
" 그 사람 이외의 여자와는 요즘 하지 않았읍니까?"
" 아니."
이씨는 문 쪽을 보면서 목소리를 낮추었다.
" 세번 있었지. 상대를 바꿔가면서 시험해 보았어. 술집의 십 대 여자와, 요정의 주인,
그러나 세번 모두 실패했어. 오늘 밤은 정말로 기적적이었어."
" 이제는, 마쯔미 씨를 소중하게 대해 주어야 합니다."
" 이삼 년 전에는 더욱 오래 지속되었었어. 나이를 먹으면 길어진다는 말도 있지.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아. 계속하는 것 자체가 불안해.
자제하고 있으면 위축되어 버리려고 하고, 그래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절정을 향하게 되지.
지금의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점점 나이를 먹게 되면 내 말을 이해하게 될 거야."
" 그러나 어쨋든 잘 되었읍니다. 마쯔미 씨 사실은 당신에게 부드러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읍니다."
" 남자에게 친절한 아이야. 나는 곧 돌아갈 테니까 앞으로 마음껏 즐기게나."
" 아니, 한 번 더 도전해 보십시오."
" 설마."
이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 이젠 안 돼. 아마 보름 정도는 무리일 게야."
마쯔미가 돌아왔다. 그녀는 바로 욕의를 벗고 알몸이 되었다.
"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그러면서 마사오의 이불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위에서 덮쳐 누르면서 끌어안더니 말했다.
" 이제부터는 당신 뿐이야."
이씨에게도 들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손으로 마사오의 배를 더듬다가
그것을 잡았다.
마사오는 말했다.
" 저의 역할은 끝났어요. 이제 저는 집으로 돌아가겠어요."
그러자 마쯔미는 큰 소리를 냈다.
" 어째서?"
매우 뜻밖이라는 눈빛이었다.
" 그러면 안 돼."
" 아닙니다. 잘 먹고 공부도 하고, 이제는 일어나겠습니다."
" 가지 마."
다음 말을 하려는 마사오의 입을 마쯔미는 자신의 입으로 막더니,
거칠게 숨을 쉬면서 그의 몸을 쥐고 있던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저쪽에서 이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아직은 돌아가지 않아도 돼."
그쪽을 쳐다보니 이씨는 알몸인 채로 이불 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 당신은 참을성이 있는 것 같애. 그 아이는 나를 위해서 당신을 이용했어.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야. 그녀 자신을 위해서 아직 당신이 필요한 거지."
입을 떼고서 마쯔미가 맞장구쳤다.
" 맞아."
생생한 얼굴로 마사오를 쳐다보며 말했다.
" 이제부터야."
" 아니, 저는 가겠어요."
" 안 돼."
일어나려고 하는 마사오를 마쯔미가 내리누르며 그것을 쥐었다.
" 이대로 돌아가면 안 돼."
마사오는 발버둥치고 마쯔미는 헐떡이면서 계속 덮쳐누르기 시작했다.
" 괜찮아. 깨끗이 씻고 왔어. 응? 나와 함께 있어."
다투는 꼴이 되었다. 물론 마사오가 진정 그럴 생각이 있다면 마쯔미를 난폭하게라도
밀쳐내고 일어날 수가 있었다.
하지만 함께 드라마를 진행시켜 온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다.
이씨는 재미있다는 듯이 담배를 피우면서 보고 있었다.
마침내 마쯔미는 헐떡거리면서 이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 이씨도 말해 줘요. 도망가지 않도록 거들어 줘요."
이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사오가 스스로 저항을 그만두고 팔과 어깨의 힘을 뺐다.
이씨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있는 것을 본 순간, 마쯔미가 시야를 가리면서 입술을 갖다댔다.
그대로 그의 입술을 빨아왔다.
마사오는 이씨의 표정과 인상를 마음에 두면서 마쯔미의 등으로 손을 둘렀다.
항복을 의미하는 행동이다.
오랜 입맞춤 뒤, 마쯔미는 마사오의 손목을 잡고 자신의 그곳으로 이끌었다.
그 숲에 닿은 뒤 마사오는 스스로 손을 움직였다.
마쯔미는 속삭였다.
" 깨끗해. 잘 씻고 왔으니까."
마사오는 끄덕이며 두 개의 꽃잎을 헤쳤다.
그곳은 새롭게 나온 듯한 액체로 흘러 넘치고 있었다.
" 음, 이렇다면 좋아."
세 개의 손가락으로 대면서 가운뎃손가락으로 싹을 만졌다.
그러데, "어?"
마쯔미의 컸던 그것은 작고 부드러워져 있었고, 마사오의 손의 압박을 피해서
자꾸만 도망가는 것이었다.
그 차이의 현저함에 놀라서 마사오는 속삭였다.
" 이것, 아까보다 얌전해진 느낌이에요."
" 그래."
마쯔미도 덩달아 속삭였다.
" 두번이나 좋아졌기 때문이야. 잠시 대고 있으면 곧 남자의 이것처럼 커져."
그 말대로 마사오가 힘이 지나치게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 하면서 손가락을 움직이자
과연 그것은 점차로 부풀어져 왔다.
그에 따라서 새로운 샘물이 넘쳐 흘렀다.
마쯔미는 허리를 뒤틀면서 신음했다.
" 이제, 이제 부탁해."
큰 소리였다.
이씨 쪽을 보니 요 위에 엎드려서 담배를 계속 피우고 있다.
" 이씨가 싫어할 거에요."
" 그렇지 않아. 자, 이번에는 당신이 위로 와."
마사오는 이씨와 마쯔미의 사이를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여간 마사오는 자세를 바꾸어서 마쯔미 위로 올라갔다.
마쯔미는 마사오를 끌어안았다.
" 빨리 끝내고 돌아가야 겠다."
색을 밝히는 마쯔미 입의 꿈틀거림을 보면서 마사오는 생각했다.
17.고향으로 가는 길
겨울방학 전에 마사오는 귀성하기 위하여 큐우슈우행 급행 열차를 탔다.
방학 전에 고향에 가는 것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지나치게 돈을 써 버렸던 것이다.
도쿄에서 하루라도 더 지내면 그 만큼 비용이 든다.
계속 머무르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일정액 이상의 돈을 집에서 받는다는 것은 마사오 자신이 정한 규칙을 어기는 것이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여러 여자들과의 만남에 지쳐 있었기 때문이었다.
탈출해 버리면 그들을 만나지 않아도 되고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특히 묘우미와의 사이가 그랬다.
마사오는 만나도 피곤하지 않은 다에꼬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방학 전이라 열차는 비교적 한산했고 손님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마사오는 창가에 자리를 잡을 수가 있었다.
안심이 됐다.
마사오의 앞자리에는 초로의 부부가 앉았고, 옆에는 젊은 형님뻘의 남자였다.
열차가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옆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 당신, 학생이라 할인받았지?"
" 예."
" 나의 절반 요금이야. 나와 자리를 바꿔."
다른 손님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낮은 목소리다.
" 맙소사, 절대로 그럴 수 없지."
마사오는 고개를 저었다.
" 바꿀수 없습니다."
" 그래? 배짱 좋군."
남자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아 버렸다.
열차는 들판을 지나 달렸다.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다에꼬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갑자기 가기로 결정했으므로 집에도 다에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어머니도, 다에꼬도 놀랄 것임에 틀림없다.
평소의 귀성보다 약 일 주 정도가 일렀다.
그러나 이 객차 안에는 또래의 학생이 열 명 정도 있는 것 같았다.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로 일찍 도쿄를 떠나는 것이었다.
여자들과의 만남에 지친 자신처럼.
이제 내년 삼 월이 되면 묘우미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간다.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면 남자와의 접촉 범위도 넓어질 것이다.
그런 남자들과 비교하면 학생인 마사오는 어린아이인 셈이다.
" 요란스럽게 헤어지지 않아도 점차로 그녀와는 멀어지게 된다."
대학의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마사오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묘우미의 처녀를 빼았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계산도 포함되어 있었다.
묘유미의 친구 시루꼬와도 학교 안에서 가끔 마주친 적이 있었다.
언젠가 시루꼬는 장난스럽게 마사오의 팔을 잡으며,
" 이제부터는 내 방으로 가자. 나, 요즘 너무너무 외로와."
하며 허벅지를 밀착시켜왔다.
마사오는 그런 유혹을 농담으로 돌려 버렸다.
그런데 며칠 전 묘우미와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시루꼬가 친구 세명과
함게 들어왔다.
마사오와 묘우미는 안쪽에 앉아 있었다.
묘우미와는 그날 밤을 함께 지내기로 하고 있었다.
시루꼬는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 그들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묘우미 옆에 앉더니 마사오에게 말을 걸었다.
꽤 취해 있었다.
묘우미가 있는데도 마사오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약 삼십 분쯤 지나자 시루꼬의 친구들은 다 돌아가고 시루꼬만이 다시 그들에게로
왔다.
이번에는 마사오 옆에 앉았다.
" 당신들, 이제부터 여관해?"
" 어머나, 무슨 소릴."
" 그것보다 내 방에 가자. 가서 마시자구."
마사오로서는 그것도 괜찮았다.
그러나 묘우미는 고개를 저었다.
" 안돼 시루꼬. 이사람에게 다시 손대지 마."
그러자 시루꼬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묘우미를 바라보았다.
" 너 안 되겠어. 나는 너의 친군데 이럴 수가 있니?"
본래 묘우미는 시루꼬가 여러 체험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루꼬는 노골적으로 묘우미 앞에서 마사오의 손을 잡아 자신의 비부에 갖다대기도
했다.
그러나 마사오는 묘우미의 기분을 존중해 주고 싶었기 때문에, 그 술집을 나와서
곧장 시루꼬와 헤어졌다.
어느 날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마사오와 묘우미는 길에서 우연히 알게 된 남녀와 함께 기꾸의 여관에 가게 되었다.
그들은 한 방에 들었다.
방에서 그들은 맥주로 건배를 했다.
그리고 마사오는 볼일이 있어서 아래로 내려갔다.
기꾸는 방석에 앉아서 혼자 차를 마시고 있었다.
마사오를 보더니 다가왔다.
" 전 이제 돌아가겠습니다."
" 그럼 셋이서 즐기는 거야?"
" 천만에요. 우리는 저 아베크들을 데리고 왔을 뿐이에요."
" 맥주 마시지 않겠어? 오늘 밤은 나 쉬는데."
마사오는 기꾸의 손에 이끌려서 방으로 들어가 방석 위에 앉게 되었다.
" 당신들만 가다니 희한하군. 이대로 그냥 돌아갈 생각이야?"
" 예."
" 그래?"
기꾸는 더 이상의 말을 하지 않고 맥주를 따라 주었다.
마사오가 술을 한 잔 마시고 돌아가려고 일어서자, 기꾸는 눈을 반짝이면서 다가와
속삭였다.
" 다음에는 혼자 와."
그렇게 속삭이며 넓적다리 사이로 손을 더듬더니 이윽고 그것을 잡고서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자 생리적 현상으로 자연히 그것이 부풀게 되었다.
기꾸는,
" 어머나, 이렇게 되면 곤란해."
결국, 마사오는 그날 밤 기꾸의 혀의 유희를 받고서야 여관을 나올수 있었다.
이사를 간 센까 부부로부터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 정말로 요즘 사람들이란...."
할머니는 화를 냈지만, 마사오로서는 오히려 그것이 다행스러웠다.
묘우미와 더불어 지금의 마사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여자는 바로
할머니의 며느리인 찌에였다.
얼마 전, 마사오는 책상앞에 앉앗 교수에게 제출할 논문을 쓰고 있었다.
늦게 까지 공부한다는 것은 저녁에 찌에에게도 말했었다.
색벽 한 시 가까이 되어 아래층 화장실에서 볼일을 마치고 올라오는데 할머니가
나타났다.
" 공부해요?"
" 예. 조금만 더 하면 됩니다."
" 밤이 깊었어. 감기 들지 않도록 무릎에 모포를 덮고 있어요."
" 예."
북풍이 몰아치는 추운 밤이었다.
마사오가 방으로 돌아온 지 약 이십 분 후, 찌에가 뜨거운 홍차를 갖고서 나타났다.
" 할머니, 아직 안 주무십니까?"
" 으음. 아까 잠을 깨셨어요. 아직도 당신이 공부하고 있는 것을 아세요."
찌에는 책상 한쪽에 찻잔을 놓았다.
뜨거운 김이 오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온 찌에를 안고 마사오는 입을 맞추었다.
그런데 갑자기 찌에가 무릅을 꿇고 앉아 마사오의 아래옷을 헤쳤다.
마사오의 그것은 서 있었다.
팬티 밖으로 그것을 꺼낸 찌에는 이윽고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호흡은 점점 거칠어졌다.
할머니는 아직 바느질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깊은 밤 따뜻한 홍차를 가져온 것만도 지나친 친절이었다.
마사오는 자신의 손이 찌에의 그곳을 만지고 싶은 욕구를 억제했다.
" 그렇게 되면, 시간이 너무 길어지게 된다."
찌에의 귀에 속삭였다.
" 할머니는요?"
" 괜찮아요."
찌에는 강하게 잡으며 말했다.
" 빨고 싶어요."
" 하지만 할머니가."
" 내가 좋다고 말했으니까, 괜찮아. 아-아, 하고 싶어. 그렇지 않으면, 아, 잠잘 수가 없어."
" 하지만 할머니가 계신데...."
" 주무신다고 생각해요."
찌에는 오로지 마사오의 몸에 모든것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팬티를 내리고 그것을 밖으로 꺼내려 했다.
결국 마사오는 다다미 위에 상체를 쓰러뜨려 허리를 움직였다.
찌에는 마사오의 그것을 손에 잡고 입에 넣더니 몇 번이나 강하게 빨아댔다.
예의상 마사오는,
" 아아 좋아."
라고 반복했지만, 사실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마사오는 찌에의 어깨를 두드렸다.
" 자 이젠 됐어요."
그래도 찌에는 고개를 흔들고 혀를 계속 돌리기 시작했다.
사실 마사오로소도 이렇게 애무를 받는 것은 즐거웠다.
그리고 이 상태가 계속되면 찌에의 입안에 사정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났다.
이제 찌에는 내려가야 한다.
" 찌에."
그때 낮게 부르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곧 마사오는 상체를 일으키고 찌에의 어깨를 흔들었다.
찌에는 시어머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여전히 고개를 흔들며 다시 입에 물려고 했다.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
" 좋아, 나라도 대답을 하자."
그래서 마사오는 바깥을 향하여
" 예에--."
하고 대답했다.
찌에의 움직임이 멈추고 몸 전체가 빳빳해졌다.
찌에가 얼굴을 들자 상기된 뺨과 축축히 젖은 입술이 보였다.
마사오는 낮게,
" 할머니에요. 계단 아래에 있어요."
그렇게 말했다.
찌에가 고개를 끄덕이고 상체를 일으키더니 몸의 방향을 바꾸었다.
마사오는 재빨리 옷을 고치고 책상 앞에 앉았다.
찌에는 밖으로 나가면서,
" 지금 갑니다."
하고 말했다.
그러고 마사오에게
" 그럼, 감기 조심해요."
" 예, 차 잘 마셨습니다."
찌에의 목소리는 약간 들떠 있었다.
이윽고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발소리는 멀어져 갔다.
마사오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찌에에게 자극 받은 그곳만이 계속 긴장해 있었다.
이처럼 마사오를 향한 찌에의 태도는 지나쳤다.
" 정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이야. 남자고, 젊고, 자유로운 입장인 나도
두려워 하고 있는데."
찌에의 딸 유끼꼬도 마사오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유끼꼬는 요즘도 가끔 마사오의 그것을 꺼내서 쥐고 있기도 한다.
만약에, 유끼꼬나 찌에가 마사오와의 그런 관계라는 사실을 세상이 알게 된다면
그보다 더 큰 불명예는 피차에게 없을 것이었다.
더우기 어린 유끼꼬에게는 ....
"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내가 이 집을 나가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은 찌에씨와
할머니 사이의 평화를 지속시킬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나타났다가는 곧 뒤로 사라지는 겨울 풍경을 차창을 통해 바라보면서 마사오는
자신에게 그렇게 타이렀다.
어느덧 창 밖은 어두워 오고 있었다.
어둠이 깃드는 겨울 들판은 까닭 모를 서글픔을 느끼게 했다.
앞의 노부부가 종이꾸러미를 펴고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마사오도 찌에가 만들어 준 도시락을 갖고 있었다.
찌에는 그 도시락도 시어머니의 앞에서 스스럼 없이 태연히 만들었다.
예전의 찌에였다면 생각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할머니도 또 뭐라고 말하진 않았다.
도시락과 보리차가 든 물통이 바로 머리위의 선반에 있었지만 식요은 나지 않았다.
주위가 더 조용해지면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지나가는 창 밖의 밤풍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앞자리의 할머니가 말을 걸어왔다.
" 하나 들겠수?"
김밥이 담긴 도시락을 내밀었다.
" 아니요. 저도 있읍니다."
마사오는 선반을 가리키고 그 친절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렇게 사양하자 마자,
" 그럼 제가 먹을까요?"
옆자리의 남자가 금반지를 낀 손을 내밀어 도시락을 받으려고 했다.
돌연 할머니는 도시락을 거두어갔다.
" 자네는 아니네."
엄격한 표정으로 변해 버렸다.
" 왜 그러십니까?"
남자는 불쾌한 듯했지만 할머니는 못본 척 다른 쪽을 쳐다보았다.
자리에 앉은 직후의 예의 없는 언동이 미워 보였던 모양이었다.
남편처럼 보이는 옆의 노인이 어색해진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나섰다.
" 뭘! 좋지 않소. 여행은 길동무라고. 같이 먹지."
" 아니 싫어요."
할머니는 입을 꼭 다물었다.
그리곤 불량해 보이는 남자가 할머니에게 난폭한 행동을 할 것을 대비해서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불량배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깨에 힘을 빼고,
" 아, 괜찮습니다."
그리곤 눈을 감고 입 속으로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 불량배가 나고야에서 내리자, 할머니가 마사오의 어깨를 치며 물었다.
" 기분 나빳수?"
" 아니요. 할머니, 대단하시던데요."
하고 마사오는 말했다.
그때까지의 불량배가 준 불쾌함이 말끔히 사라진 느낌이었다.
" 음, 과연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한 거야."
남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음 날 오전 마사오는 열차에서 내려 플랫홈에 섰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마중나온 사람도 없었다.
열차를 갈아타기 위해 계단을 오르면서 다에꼬가 마중나왔을 때의 일을 떠올렸다.
그때는 조건반사적으로 몸이 부풀어올라 곤란했었다.
지금은 그런 현상이 없었다.
홈에 서서 트렁크를 내려놓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러자 누군가 옆에서 성냥불을 내밀었다.
" 친절한 사람도 있군."
그불에 불을 붙인 뒤 감사의 말을 하려고 고개를 돌렸다.
" 어, 다까세 아냐?"
고등학교 때 육상부에 있던 다까세 고이찌였다.
졸업 이후 처음 만나는 것이었다.
직장에 다니는 다까세는 코트 밑에 양복을 입은 듯 넥탁이를 매고 있었다.
" 옆 얼굴을 보고 곧 알았지. 키가 꽤 컸군."
반가와하는 얼굴로 다까세가 말했다.
" 나보다 너, 어른이 다 되었군."
" 난 사회인이니까."
" 미찌요 씨는 뭐하고 있지?"
다까세와 미찌요의 관계가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그때 두 사람의 첫 성교시 마사오는 실습 교사 역할을 했었다.
그러자 다까세는 갑자기 턱에 힘을 주고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는 어깨를 슬쩍 기대어왔다.
" 어떨것 같아?"
힘이 들어간 목소리였다.
" 글쎄, 아무런 소식도 못 들었어."
왠지 기가 죽은 것은 역시 마음 한 구석에 귀여운 소녀였던 미찌요를 향한 죄의식이
가슴속에 흐르기 때문일 것이다.
" 그때 내가 이 다까세를 부추키지만 않았어도....."
" 그 애 결혼했어."
" 그래? 누구와?"
그러자 다까세는 비로소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마사오의 어깨를 잡았다.
" 나하고."
" 너!"
자연히 목소리가 커졌다.
" 결혼했어? 미찌요와? 언제?"
" 시월. 아직 신혼이지."
" 잘되었군. 지금 어디서 살고 있어? 설마, 너 가족과 함께는 아니지?"
그러면 그 여린 미찌요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 아니, 역 근처 아파트에. 단 둘뿐이야. 너, 들렀다가 집에 가라.
미찌요도 기뻐할 거야. 어차피 너희 집까지는 좀더 가야 하잖아."
" 회사는?"
" 오늘은 외근이야. 이제 회사엔 안 가도 돼."
열차가 들어오자 다까세는 마사오의 트렁크를 들었다.
다까세는 작은 가방만을 들고 있었다.
" 아니, 내가 들께."
" 괜찮아. 도쿄에서 오는 길이니까 피곤할 거야. 걱정 마."
낮이므로 열차는 비어 있었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
새삼스럽게 마사오는 다까세의 얼굴을 보았다.
" 결혼했다고? 동창생 중에서 제일 빠르군."
" 나보다 미찌요가 잘 결심했지. 그애, 올해 갓졸업했으니까."
" 그래서 미찌요 씨는 항상 집에 있어?"
" 아니, 언니가 의상실을 하는데 잘 돼. 낮엔 그 가게일을 돌봐 주지.
여자뿐인 가게라 안심도 되고. 또 언니 가게니까 부르거 가면 곧 올수 있지."
" 둘다 용기 있군."
결혼이라니, 마사오로선 먼 장래의 일이었다.
같은 나이인 다까세가 그것을 실행할 용기를 낼수 있었던 것도 직장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 그래도 너무 빠르군."
그러나 다까세는 얼굴을 바싹 들이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 떨어져 있으면 불안해서 어쩔 수가 없었거든. 그애 이학년 때 이미 여러 남자가
마음에 들어한 것 같았거든."
" 아직도 걱정해?"
" 아니, 이제는 안 하지. 그보다 지금부터가 중요해."
여고 이학년이던 미찌요는 다까세와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누었을 때 출혈하지 않았었다.
다른 모든 반응은 미찌요가 순결하다는 것을 확증했지만 다까세는 그것에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
마사오도 상담을 받고,
" 그런 의심은 추호도 하지 마. 그녀는 틀림없이 처녀일 거야. 운동부니까 출혈하지
않는 걸 거야."
자신있게 객관적으로 판단해 주었었다.
" 이 녁석 이 결혼한 건 나의 그 판단력 도움도 컸을거야. 여러 가지 의미로 난 구세주지.
도중에 내려 미찌요 씨를 만나보자."
" 좋아. 신혼 가정을 한 번 들여다 볼까? 어차피 오늘 온다고 알리지 않았으니까.
휴일이 되려면 며칠 남았고.{
" 다에꼬 씨, 직장 다녀?"
" 응."
" 내려서 전화해. 부르면 좋지."
" 그것도 그렇군."
18. 신혼부부
열차에서 내려 개찰구를 나오자마자 다까세는 미찌요가 일하는 의상실로 전화를
걸었다.
" 나야. 지금 역에 막 내렸어. 오늘은 회사에 안 가.
열차에서 멋진 남자를 만났어. 놀랄 거야. 마사오야. 지금 곧 돌아갈 테니까. 당신,
집에 가서 뭐라도 좀 준비하지. 술은 내가 사갈께."
다까세의 말을 들으면서,
" 과연 아내에게 대하는 전화는 다르군. 생활감도 있고."
마사오는 감동했다.
미찌요에 관해서 여고 이학년 때의 귀여움밖에 마사오는 모른다.
연하 후배로서 이미 남의 아내인 그녀가 과연 얼마나 성장했을까?
마사오가 자신과 다까세의 비밀을 안다는 사실로 미찌요는 마사오에게 특별한
수줍음과 색기를 보였었다.
마사오도 다에꼬에게 연락을 했다.
" 아니, 지금 어디야?"
다에꼬의 반가운 목소리에 예상하고 있던 사태가 발생했다.
몸이 부풀기 시작했던 것이다.
" 지금 도착했어.
아니, 아직 집엔 도착하지 않고, 연락도 안 했어.
갑자기 오게 됐거든. 아무도 몰라. 역에서 다까세를 만났어."
예전에 다까세와 미찌요의 일을 얘기했었으므로 다에꼬도 기억할 것이었다.
미찌요와 안면이 있는 사이니까.
" 다까세와 미찌요 씨가 결혼했어. 몰랐어?"
" 응. 전혀."
" 들러서 잠깐 한잔 하고 갈께."
옆에서 다까세가,
" 불러. 오라고 해."
하고 재촉했다.
결국 다에꼬가 탈 열차를 묻고 그 시간에 역으로 마중가기로 하고 마사오는
수화기를 놓았다.
두 사람은 도중에 주점에 둘러 술을 샀다.
다까세는 마사오에게 돈을 내지 못하게 막았다.
" 넌 아직 학생이지만, 난 봉급 생활자라구."
다까세가 사는 아파트는 비싸 보이지는 않았지만 새 집이었다.
이층 건물이었다.
" 나도 이런 아파트를 빌리고 싶어. 지금은 남의 집에 새들어 있어."
" 도쿄는 비쌀 거야."
다까세 집은 이층이었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큰 방과 작은 방, 두개였는데 살림 도구가 말끔히 정돈되어 있었고 작은 화장대가
신혼다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학생이 사는 집과는 역시 달랐다.
방을 둘러보며 마사오는 끄덕였다.
" 미찌요 씨, 역시 살림꾼이야. 잘 정돈 되어 있는데."
이윽고 두 사람은 큰방에 상을 펴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 여기서 술을 마시고 있는 줄 알면 어머니 놀라시겠군."
" 뭘! 내일 돌아가도 이를 텐데. 걱정하지 마."
" 그래. 졸업 후 처음이군."
" 진학한 애들과는 왠지 만나기 싫은 심리가 있어.
좋아서 취직한 사람은 한 명도 없으니까."
그러더니 돌연 다까세는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 작년 여름이야. 미찌요가 처음 확실한 기쁨에 도달한 때가. 거의 일년 걸렸지."
" 넌 그때 처녀가 처음에 그다지 기뻐하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던 거야."
" 둘이 바다에 가서 방갈로를 빌려 하룻밤 잘 때였어.
그 이후 일 주에 두 번, 또는 한 달에 한번밖에 기회가 없을 때도 있었어.
어쨌든 난 일하기 시작했고,상대는 학생이고,양쪽 모두 부모와 함께 살고 있으니까
시간도 장소도 별로 없었지."
" 그것이 많은 연인들의 고민이지. 정기적이 아니니까 일 년 가까이 걸리지.
어쨌든 두 사람 사이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사이였군."
" 지금은 애착이 더욱 강해졌어."
이 년 만에 보는 미찌요는 머리카락을 곱슬하게 하고, 루즈를 칠하고 조금 뚱뚱해 보였다.
묘우미보다 세 살 아래인데 연상으로 보였다.
결혼한 여자의 안정감도 배어 있었다.
그래도 웃음 띤 얼굴에는 여고 시절의 그림자가 귀엽게 남아 있었다.
" 아! 어른이 되었군. 이제 나보다도 누나 같은데? 결혼 축하해. 잘 되었어."
" 미야자끼 씨에겐 정말 신세졌어요."
마사오는 곧 미찌요의 터질 듯한 유방을 발견했다.
그 당시는 오히려 상당히 빈약한 유방이 아니었던가?
다까세가 말했다.
" 이 애, 가슴이 꽤 작았었지?"
마사오는 끄덕였다.
" 졸업하고 운동을 그만두었기 때문일 거에요. 점점 부풀어서 지금은 조금만
달려도 출렁거릴 정도에요."
미찌요는 색스런 눈빛을 띠며 웃었다.
다까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 운동을 그만두었기 때문인가? 그래?"
미찌요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 곧 술상을 준비할께요. 오늘은 천천히 놀다가세요.
이분의 고교 동창생이 와준 거, 처음이에요."
야간열차에서 자리를 잡아 자고 왔지만 역시 마사오는 지쳐 있었다.
보통때보다 취기가 빨리 오름을 의식했다.
미찌요가 앞치마 차림으로 생선묵을 잘라왔다.
도쿄에서는 고기를 많이 먹어도 고향에 돌아오면 우선 생선을 먹는다.
생선의 신선함이 그대로라 더더욱 맛이 있다.
미찌요는 앞치마를 벗고 다까세의 옆에 앉았다.
" 부인 술은?"
그러자 미찌요는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 체질적으로 못 마셔."
다까세가 설명했다.
" 음. 여자는 너무 마시지 않는 편이 좋죠. 이 넙치, 부인이 손수 만든 겁니까?"
" 예, 왜요?"
" 잘 하는데요. 음, 결혼하는 것도 좋은 거군요."
" 부인" 이라는 칭호가 마사오는 왠지 저항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부부 사이는 신성불가침한 것으로서 남의 아내이니만큼 "부인"이
가장 알맞을 것 같았다.
" 미야자끼 씨는 대학을 졸업하면 다에꼬 씨와 결혼하실 거죠?"
" 아니요."
마사오는 고개를 저었다.
" 취직해서 두 사람이 먹고 살아 갈 수 있게 되면요. 그때까지 헤어지지 않는다면,
다까세, 동창중 결혼한 건 너뿐이지?"
" 아니, 한 사람 더 있어. 네가 들으면 깜짝 놀랄 놈이 나보다 한 달이나 빨리 했지."
" 누구?"
" 넌 사귄 적 없을 텐데. 시따야마라는 착실하고 자그마한 녀석이야."
" 응. 알아. 여자에겐 전혀 흥미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던...."
같은 반인 적이 있지만 클럽 활동도 전혀 하지 않고 그저 얌전히 학교와 집만을
왕복하던, 그런 느낌의 소년이었다.
없는 듯한 존재였었다.
" 시따야마의 집은 농가였어."
다까세가 말했다.
" 성적은 그저 그랬고, 중학교에 들어가 운 좋으면 육군이나 해병이 될 작정이었어.
차남이니까 가계를 이을 뭐도 없었지. 또 이어받을 토지도 없었고, 그런데 고교를
나오자마자 형이 심장병으로 갑작스레 죽었어."
" ....... "
" 죽은 형은 국민학교를 나와 죽 농사를 지었고, 스물 두 살인데도 결혼한 상태였었어.
아이는 없었지. 형수는 형과 동갑이었고, 그런데 이 시따먀마 녀석, 그 형수와 눈이
맞은 거야."
" 농가에선 흔한 일이지. 그 놈은 얌전하니까 부모의 말씀대로 따랐겠지.
그 녀석, 어디 취직했어?"
" 취직은 안 했어. 그러니까 농사도 형 뒤를 이었고.
그러나 주위의 축복속에서 결혼한 건 아냐. 뒤죽박죽이야."
" 그래?"
그제야 마사오는 흥미가 끌려 바싹 다가 앉았다.
" 그럼 관계가 먼저 이루어진 거야?"
" 그래. 난 그 얘기를 듣고 기절초풍할 뻔했어.
사실 그 여자는 살결이 희고 좀 귀여운 얼굴에, 아이도 낳지 않은 상태라 보통
처녀처럼 보였어.소박하고 얌전하고 일 잘 한다고 평판이 좋았었어."
" 음."
다까세는 목소리를 죽였다.
" 그런데 남편을 화장시킨 날 밤, 시따야마의 바에 몰래 들어왔대.
그리곤 말없이 안겨오더라는군. 그래서 시따야마는 형수가 슬픔을 나누기 위해
왔다고 생각했대. 그런데 여자가 입술을 요구하고 이번엔 시따야마의 그곳으로
손을 뻗더래. 시따야마는 그저 남편을 잃은 슬픔으로 인한 돌발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지.
그러나 그걸 쥐고 움직이자 시따야마도 자기도 모르게 형수에게 손을 댔다는군.
그리곤 둘 다 정신없이 관계를 가졌다는군."
" 처음부터 과격했군."
" 시따야마는 동정이었어.
그래서 어쩔 줄 몰라하자 여자가 입으로 애무했대.
그리고 앗 하는 순간 절정에 이르렀고, 그리곤 그 지속력으로 여자도 도달했대.
결국 여자는 시동생 방에서 세 시간쯤 지내고 새?닭이 울기 전에 몰래 나갔다는 군."
" 남편 장례식 날! 음. 자신이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나.
아니면 시동생에게서 남편을 발견하려고 한 걸까, 어렵군."
" 여자라는 동물이 무섭지 않아?
어쨌든 그날부터 남의 눈을 피해 낮이고 밤이고 틈만나면 사랑했다고 해.
그러다 여자가 임신을 했지.
낳고 싶다고 여자가 하더래. 시따야마도 낳게 하고 싶었고,
서둘 필요가 있었지. 그래서 곧 부모님에게 형수와 결혼하고 싶다고 알렸대.
은근히 기대하던 부모님도 기꺼이 찬성하셨지.
역시 앗 하는 사이에 결혼식을 올렸어.
올여름이면 아이가 태어날 거야.
이미 부부니까 조산이라도 그리 흉잡히진 않을 거야."
" 그러면 그 여자를 지금은 사랑하는 셈이군."
" 하지만 나에게 고백하기로, 괴로운 것 같았어. 임신에 대한 심리적 불안도 있고,
혹 자신도 만일 죽는다면 하는 생각."
" 웬 바보 같은 소리."
미찌요는 턱을 당겼다.
" 전 당신이 만약 일을 당하면 뒤를 따라 자살할 거에요."
" 허! 그런 말을 하는 여자는 많지만 실행하는 건 몇 천만 명에 한명 정도야."
" 내가 그 몇 천 만형 중의 하나에요."
야간열차 여행으로 인한 수면 부족과 피로로 마사오는 빨리 취했다.
그 취중에 듣는 다까세와 미찌요의 대화는 듣기에도 다정했다.
" 전 아직도 그 일을 믿을 수 없어요. 그들이 결혼했다는 지금도 아직 반신반의에요.
그저 자기의 바램을 얘기한 게 아닐까요?"
미찌요가 말했다.
" 아니야. 아마. 여자 안에는 악마가 들어 있나 봐."
" 그, 여자의 친정은 유복한가?"
" 시따야마 집과 비슷한 거 같아. 글쎄 동생이 많은 친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워서
짜낸 비상수단이었다 해도 틀리지 않을지 몰라."
" 아니. 그런 계산은 아니었을 거야. 이상 심리와 욕망이 겹친 거지.
아뭏든 우리 동급생 중 제 일호로 아빠가 되는 셈인가?
인생은 모르는 거야. 너도 빨리 만들어."
다까세와 마사오가 말을 주고 받는 동안, 미찌요는 매력에 넘치는 시선으로 남편을
응시하고 있었다.
미찌요의 신부다운 동작이나 표정은 마사오의 눈에 바람직하고 아름답게 비쳐졌다.
" 전 이사람밖에 모르니까 다른 남자는 어떤지 궁금해요. 정부들은 진짜 그렇게
매력적인가요?"
미찌요가 마사오에게 진지한 얼굴로 질문했다.
다까세에게도 물어 왔을 것이다.
아마 술자리이고 고교시절부터 자신과 다까세의 비밀을 아는 마사오니까 묻기
쉬웠을 것이다.
마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간단합니다. 정부는 여자가 자기 경제를 해결해 주는 돈 보따리니까 이불 속에서
철저히 봉사하고 기교적인 모든 언사를 다하는 거죠.
윤락가에서 혼자 지내면서 세상의 냉담이나 자기가 몸담고 있는 직장의 달콤한 유혹을
믿게 되죠. 기댈 곳을 원하는 약함이 눈을 멀게 만드는 거죠.
그 증거가, 이불 속에서의 뜨거운 봉사를 자기에 대한 정열적인 사랑이라 착각하는 거죠.
그런 불량배의 경우는 어는 정도 기교를 익히고 있지요.
여자의 경우, 순수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또 기교가 능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들도 있읍니다."
" 철저한 봉사란 뭐죠? 알고 싶어요."
" 일평생 뒤얽혀 살아갈 아내나 애인에게는 하지 않는 변태적이고 이상한 짓이죠.
마약이나, 실제로 각성제를 먹고 행하는 것도 있고,
부인은 그런것에 흥미를 갖지 않는 게 좋아요."
" 흥미는 없어요. 결국 일시적으로 여자를 속이는 방법인 셈인가요?"
" 그래요. 우리 또래의 진실한 여자라면 단 한 번만 그런 일이 있어도 기겁을 해서
도망갈 거에요. 닳고닳은 여자가 아니면 도저히 안 맞아요."
거기서 마사오는 이야기를 일단락지었다.
" 그런데....,"
다까세가 상체를 기울이며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 결혼해서 함께 살면 안심 할 수 있을것 같았는데, 아니야.
언제 이애가 이상한 마음을 일으킬까 회사에 있어도 불안할 때가 있어."
" 글쎄, 대개의 젊은 남편은 그럴 거야. 회사에서 퇴근하자 마자 곧 돌아가는 게
아내를 한 시라도 빨리 만나고 싶기 때문만은 아닐 거야.
이상한 남자와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
" 그래서 난 때때로 당치도 않은 일을 머리속으로 상상하지."
" 무슨 일?"
" 좀 이상한 망상이야."
미찌요는 부엌으로 나가 잠시 자리를 뜬 사이였다.
" 아내가 작고 약해서 서툴고 보잘것없는 놈과 밀통하는 몽상 말야.
그러면 이제 다시는 바람 피우고 싶은 희망 따위는 생기지 않고, 더 나에게 의지하게
될 거 아니겠어?"
" 바보같은 ! "
마사오는 입을 삐죽하니 만들었다.
" 조금이 아니라 상당히 이상하군."
"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아내가 다른 남자 경험이 없어서...."
" 부인에게 그런 말 하면 안 돼."
" 응."
야채를 듬뿍 담은 접시를 들고 미찌요가 돌아왔다.
" 맛있을 것 같군요. 이런 건 자취하면서는 좀체 먹을수 없거든요."
어느덧 다에꼬가 탄 열차가 역에 도착할 시간이 되었다.
미찌요가 일러 주어 마사오는 일어섰다.
" 제가 마중나갈까요?"
" 아니, 제가 가겠습니다."
다까세도 일어섰다.
" 나도가지."
마사오와 다까세는 아파트를 나왔다.
다까세도 꽤 취한 듯했다.
" 정말 좋은 부인을 얻었군."
" 진심으로 난 아내가 바람이라도 피울까 봐 걱정이 돼.
넌 제 삼자니까 그 애가 얼마나 호색스런 여자가 되었는지 모르지.
요즘 난 여자가 남자보다 더 지독한 욕망의 동물이란 걸 조금 알 것 같아."
" 그렇다면 넌 행운아야. 너, 그런 얘기 아무한테도 하지 마.
증오스러워 할 거야."
둘은 역에 도착했다.
멋진 표현이었다.
틀림없이 이씨 들으라고 하는 말이었다.
마사오는 마쯔미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그렇다고 수긍했다.
뺨에 그것을 부빈 후 귀두를 꼭 물고서 혀를 돌리더니 이윽고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더니 마사오에게 이불을 덮어주면서 가슴 주위를 가볍게 톡톡 쳤다.
이씨는 잘 참고 있었다.
마쯔미가 그 옆으로 가서 부드럽게 말했다.
" 미안해요."
" 안 오면 어쩌나 생각했어."
두 사람은 껴안았다.
" 그래요?"
마쯔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아까보다 단단해져 있어요."
어쨌든 이씨의 그것을 잡고 있는 것 같았다.
"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 내가 아까 저쪽으로 갔을 때 무슨 생각했어요?"
" 내가 저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
" 호호호. 저사람 젊은데도 나에게 잘 맞춰 주니까 참 좋아요."
" 앞으로도 만나고 싶어?"
" 물론이에요."
" 그럼 싫어지지 않도록 잘 해 봐."
" 알았어요."
그런 뒤 이씨는 똑바로 눕고 마쯔미는 상체를 일으켜서 이씨의 몸의 뿌리를
양손으로 눌렀다.
역시 마사오가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씨의 그것은 위로 서 있었지만 웬지 힘이 없어 보였다.
" 저것으로 할 수 있을까?"
마쯔미의 입으로의 봉사가 시작되었다.
혀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 벌써 좋아."
이씨였다.
말하고 나더니 이씨는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자 마쯔미가 요 위에 누웠다.
그 양다리 사이로 무릎을 세운 채 허리를 넣은 이씨의 몸의 각도는 직각보다
약간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그대로 마쯔미의 그곳을 겨냥하고 있었다.
" 이제는 괜찮을 거야."
이씨는 상체를 세운 채로 돌진했다.
마쯔미의 손은 나와서 이씨의 그것을 잡았다.
마사오는 머리를 들고서 이씨의 몸이 마쯔미의 붉은 비경에 닿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바로 아까까지 마사오의 몸을 물고 있던 여체였다.
그 감각은 아직도 마사오의 몸에 짜릿하게 남아 있었다.
" 이번에는 이씨가 맛보는 거다."
이씨의 그것은 절반 정도 들어갔다.
마쯔미도 손을 떼자 이씨는 상체를 쓰러뜨려 마쯔미에게 덮쳤다.
이윽고 두 사람의 사지는 서로 엉키게 되었다.
" 아아, 좋아. 당신. 아아-"
마쯔미는 감동적인 소리를 질렀다.
마사오와 결합하면서 이씨를 학대하고 있던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로 들렸다.
정상위에서의 남녀의 결합이 시작되었다.
이씨는 낮게 신음하면서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아래에서 마쯔미는 거기에 응하면서 " 아아, 좋아" 라든가 " 좀더" 라는 말을 했다.
이씨를 격려하려는 의도일 것이었다.
두 사람의 동작은 일치되었다.
오랫동안의 둘의 관계를 분며하게 느끼게 하는 모습이었다.
" 오랫만이군요."
"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아아-. 그동안 누구와 했지?"
" 아무와도 하지 않았어요. 아아."
" 솔직히 말해 봐. 으 - 음. 조여, 아아 좋아."
" 정말이에요. 오늘밤의 당신을 위해서."
" 정말이야?"
이윽고 대화가 중단되고 둘이 내는 신음소리만이 들렸다.
마사오는 눈앞의 알몸의 남녀의 움직임을 보면서 자신의 그것을 잡았다.
그것은 당연히 마쯔미의 내부에 들어가 있을 때와 같은 상태로 마쯔미가
되돌아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되돌아 오지 않아도 실망할 필요는 없어. 오히려 그 편이 더 나아."
스스로를 그렇게 타일렀다.
이씨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행위만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쯔미의 허리의 움직임이 변화했다.
그때 마사오는 이씨의 말을 들었다.
" 나, 이제 곧이야."
그럴리가 없다고 마사오는 생각했다.
그 말은 마쯔미가 먼저 해야 하는 것이다.
" 아직, 아직이에요."
마쯔미가 말했다.
매우 자제하는 어조로 보아서 사실인것 같았다.
그것이 마사오를 안심시켰다.
" 여자도 진지하게 자신의 감각을 쫓고 있다. 이것은 연극이 아니다."
더구나 마쯔미는 이렇게 소리쳤다.
" 이제, 나 그곳까지 거의 와 있어요. 아아-."
목소리가 높아졌다.
" 음. 으음.-"
이씨는 끄덕였다.
같은 목적을 향해서 남녀는 움직이고 있었다.
중년이고 베테랑인 이씨가 마쯔미의 상승을 기다리지 못할 리가 없다고 마사오는
생각했다.
그 점은 염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까와 같이 도중에 다시 흐물흐물해져 버릴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제 두 사람은 마사오의 존재를 잊은 듯 했다.
마사오로서도 그 편이 훨씬 더 홀가분했다.
" 이 두사람의 중대한 드라마는 지금 해피 엔드라는 결말로 치닫고 있다."
마사오는 그 드라마의 협력자이고,입회자다.
마사오는 문득 생가했다.
" 이 남자의 부인은 몇 명일까? 부인과의 성관계는 어떻게 맺어지고 있을까?
이것으로 저 여자가 이씨에게서 절정감을 얻는다면 나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도
된다.
마쯔미는 되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가령 되돌아온다고 해도 거부하고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남녀이 움직임을 바라보고 또 신음소리를 들으면서 잡고 있는 자신의 몸에
그서을 물어 보았다.
" 그래도 된다." 그것은 긍정하는 듯했다.
" 좋아.그렇게 하자."
그런데 그들을 보고 있자니 이씨의 움직임은 단조롭고 마쯔미가 오히려 변화를 추구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저 두 남녀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여러가지를 시도해 보고 마지막에 도달하는 한 쌍의 남녀의 방식이라는 것은 의외로
이와같이 단순화된 것일지도 모른다.
" 당신."
잠시 후 마쯔미가 분명한 발음으로 말했다.
마사오는 그 말이 당연히 이씨에게 향한 말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허리를 움직이면서 마쯔미가 마사오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 이제 곧이니까 기다리고 있어."
약간 불분명한 발음이었다.
그래도 마사오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마쯔미는 그의 반응을 보고는 얼굴을 다시 원래대로 하고
" 정말이야. 이제 곧이야."
라고 말했다. 그것에 대해서 이씨가
" 음, 음."
힘을 준 끄덕임을 보이고 움직임이 약간 빨라졌다.
그 직후에 마쯔미는 이씨의 등을 휘감고 있던 팔에 힘을 주면서 외쳤다.
" 지금이야, 지금. 아아-."
그리고는 잠시 후 조용해졌다.
그 호소에는 어딘가 냉정함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마사오는, "지금이야." 그렇게 느꼈다.
마사오의 예측은 맞았다.
마쯔미는 곧 "윽" 하고 신음했다.
허리가 크게 뒤틀렸다.
그것에 맞추고 있던 이씨의 허리도 뒤틀렸다.
두 사람의 허리가 부딪치는 느낌이 들었다.
" 아아, 좋아."
마쯔미의 목소리에는 분명히 감동이 깃들어 있었다.
" 윽, 굉장해."
라고 이씨가 응했는데,그것은 분명히 새로운 변화가 마쯔미의 내부에 생겼기
때문인 것 같았다. 계속해서 이씨는,
" 더 못 참겠어 !"
라고 못을 박았다. 그것은 매우 강력한 울림을 갖고 있었다.
" 으 -- 으."
마쯔미의 목소리는 높았고 가슴은 헐떡거렸다.
연속된 낮은 신음소리가 그것에 합세했다.
" 으 -- 으."
이씨도 신음을 했고, 마쯔미의 높은 울부짖음으로 응했다.
이씨의 움직임은 점차 빨라졌다.
그러나 예상보다도 그 클라이막스는 훌륭하지 않았다.
길지도 않았다.
특히 마쯔미는 오히려 표현을 자제하려고 애쓰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긴 세월을 함께 살아 온 부부의 행위라는 느낌이 들었다.
서로 끌어안고 움직이지 않는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마사오는 이씨가 마쯔미를
정상으로 인도하고 스스로도 거기에 도달할 수가 있었던 것을 축복해 주었다.
" 아까는 이렇게 될지 의문스러웠었는데."
역시 서로 협력한 덕분이었다.
마사오가 다시 보니 마쯔미의 오른손이 이씨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정성을 다해서 돌봐 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 좋은 광경이야, 마쯔미는 돈 때문만이라도 이씨와 친하게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것
같다."
먼저 이씨가 입을 열었다.
" 그럼 저쪽으로 가지."
안정된 목소리였다.
여자를 만족시키고 자신도 만족한 남자의 부드러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우려하고 있던 마사오를 안심시키는 목소리기도 했다.
마쯔미는 쓰다듬다 말고 고개를 저었다.
" 아직,싫어요, 아직도 좋은데.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좋아요."
마사오와 했을 때와 같이 역시 정감어린 말투였다.
" 과연."
" 그래?"
이씨는 낮게 중얼거리고는, 곧 잠자코 있었다.
그대로 몇분이 흘렀고 마사오는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눈을 떠보니,남녀의 위치가 달라져 있었다.
똑바로 누워있는 이씨의 하복부를 마쯔미가 종이로 닦고 있었다.
이씨는 양손을 머리 뒤에 갖다대고 묘한 표정의 마쯔미를 보고 있었다.
이씨의 그것은 이미 흐물흐물해져 있었지만 아까의 슬픈 듯한 느낌은 주지 않았다.
" 오랫만이었어."
" 봐요. 당신도 그럴 생각이 있으면 가능하죠. 그러니까 비관하지 말아요."
" 자신을 가져도 될까?"
" 그럼요. 물론이지요."
마쯔미는 일어서서 방을 나갔다.
이씨는 마사오를 보았다.
평안함을 띤 표정이었다.
" 여자는 좋은 거야."
마사오도 고개를 끄덕였다.
" 이번에는 자네 차례야. 그 아이는 아직이야. 이제부터지."
" 그 사람 이외의 여자와는 요즘 하지 않았읍니까?"
" 아니."
이씨는 문 쪽을 보면서 목소리를 낮추었다.
" 세번 있었지. 상대를 바꿔가면서 시험해 보았어. 술집의 십 대 여자와, 요정의 주인,
그러나 세번 모두 실패했어. 오늘 밤은 정말로 기적적이었어."
" 이제는, 마쯔미 씨를 소중하게 대해 주어야 합니다."
" 이삼 년 전에는 더욱 오래 지속되었었어. 나이를 먹으면 길어진다는 말도 있지.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아. 계속하는 것 자체가 불안해.
자제하고 있으면 위축되어 버리려고 하고, 그래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절정을 향하게 되지.
지금의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점점 나이를 먹게 되면 내 말을 이해하게 될 거야."
" 그러나 어쨋든 잘 되었읍니다. 마쯔미 씨 사실은 당신에게 부드러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읍니다."
" 남자에게 친절한 아이야. 나는 곧 돌아갈 테니까 앞으로 마음껏 즐기게나."
" 아니, 한 번 더 도전해 보십시오."
" 설마."
이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 이젠 안 돼. 아마 보름 정도는 무리일 게야."
마쯔미가 돌아왔다. 그녀는 바로 욕의를 벗고 알몸이 되었다.
"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그러면서 마사오의 이불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위에서 덮쳐 누르면서 끌어안더니 말했다.
" 이제부터는 당신 뿐이야."
이씨에게도 들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손으로 마사오의 배를 더듬다가
그것을 잡았다.
마사오는 말했다.
" 저의 역할은 끝났어요. 이제 저는 집으로 돌아가겠어요."
그러자 마쯔미는 큰 소리를 냈다.
" 어째서?"
매우 뜻밖이라는 눈빛이었다.
" 그러면 안 돼."
" 아닙니다. 잘 먹고 공부도 하고, 이제는 일어나겠습니다."
" 가지 마."
다음 말을 하려는 마사오의 입을 마쯔미는 자신의 입으로 막더니,
거칠게 숨을 쉬면서 그의 몸을 쥐고 있던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저쪽에서 이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아직은 돌아가지 않아도 돼."
그쪽을 쳐다보니 이씨는 알몸인 채로 이불 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 당신은 참을성이 있는 것 같애. 그 아이는 나를 위해서 당신을 이용했어.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야. 그녀 자신을 위해서 아직 당신이 필요한 거지."
입을 떼고서 마쯔미가 맞장구쳤다.
" 맞아."
생생한 얼굴로 마사오를 쳐다보며 말했다.
" 이제부터야."
" 아니, 저는 가겠어요."
" 안 돼."
일어나려고 하는 마사오를 마쯔미가 내리누르며 그것을 쥐었다.
" 이대로 돌아가면 안 돼."
마사오는 발버둥치고 마쯔미는 헐떡이면서 계속 덮쳐누르기 시작했다.
" 괜찮아. 깨끗이 씻고 왔어. 응? 나와 함께 있어."
다투는 꼴이 되었다. 물론 마사오가 진정 그럴 생각이 있다면 마쯔미를 난폭하게라도
밀쳐내고 일어날 수가 있었다.
하지만 함께 드라마를 진행시켜 온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다.
이씨는 재미있다는 듯이 담배를 피우면서 보고 있었다.
마침내 마쯔미는 헐떡거리면서 이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 이씨도 말해 줘요. 도망가지 않도록 거들어 줘요."
이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사오가 스스로 저항을 그만두고 팔과 어깨의 힘을 뺐다.
이씨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있는 것을 본 순간, 마쯔미가 시야를 가리면서 입술을 갖다댔다.
그대로 그의 입술을 빨아왔다.
마사오는 이씨의 표정과 인상를 마음에 두면서 마쯔미의 등으로 손을 둘렀다.
항복을 의미하는 행동이다.
오랜 입맞춤 뒤, 마쯔미는 마사오의 손목을 잡고 자신의 그곳으로 이끌었다.
그 숲에 닿은 뒤 마사오는 스스로 손을 움직였다.
마쯔미는 속삭였다.
" 깨끗해. 잘 씻고 왔으니까."
마사오는 끄덕이며 두 개의 꽃잎을 헤쳤다.
그곳은 새롭게 나온 듯한 액체로 흘러 넘치고 있었다.
" 음, 이렇다면 좋아."
세 개의 손가락으로 대면서 가운뎃손가락으로 싹을 만졌다.
그러데, "어?"
마쯔미의 컸던 그것은 작고 부드러워져 있었고, 마사오의 손의 압박을 피해서
자꾸만 도망가는 것이었다.
그 차이의 현저함에 놀라서 마사오는 속삭였다.
" 이것, 아까보다 얌전해진 느낌이에요."
" 그래."
마쯔미도 덩달아 속삭였다.
" 두번이나 좋아졌기 때문이야. 잠시 대고 있으면 곧 남자의 이것처럼 커져."
그 말대로 마사오가 힘이 지나치게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 하면서 손가락을 움직이자
과연 그것은 점차로 부풀어져 왔다.
그에 따라서 새로운 샘물이 넘쳐 흘렀다.
마쯔미는 허리를 뒤틀면서 신음했다.
" 이제, 이제 부탁해."
큰 소리였다.
이씨 쪽을 보니 요 위에 엎드려서 담배를 계속 피우고 있다.
" 이씨가 싫어할 거에요."
" 그렇지 않아. 자, 이번에는 당신이 위로 와."
마사오는 이씨와 마쯔미의 사이를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여간 마사오는 자세를 바꾸어서 마쯔미 위로 올라갔다.
마쯔미는 마사오를 끌어안았다.
" 빨리 끝내고 돌아가야 겠다."
색을 밝히는 마쯔미 입의 꿈틀거림을 보면서 마사오는 생각했다.
17.고향으로 가는 길
겨울방학 전에 마사오는 귀성하기 위하여 큐우슈우행 급행 열차를 탔다.
방학 전에 고향에 가는 것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지나치게 돈을 써 버렸던 것이다.
도쿄에서 하루라도 더 지내면 그 만큼 비용이 든다.
계속 머무르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일정액 이상의 돈을 집에서 받는다는 것은 마사오 자신이 정한 규칙을 어기는 것이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여러 여자들과의 만남에 지쳐 있었기 때문이었다.
탈출해 버리면 그들을 만나지 않아도 되고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특히 묘우미와의 사이가 그랬다.
마사오는 만나도 피곤하지 않은 다에꼬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방학 전이라 열차는 비교적 한산했고 손님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마사오는 창가에 자리를 잡을 수가 있었다.
안심이 됐다.
마사오의 앞자리에는 초로의 부부가 앉았고, 옆에는 젊은 형님뻘의 남자였다.
열차가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옆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 당신, 학생이라 할인받았지?"
" 예."
" 나의 절반 요금이야. 나와 자리를 바꿔."
다른 손님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낮은 목소리다.
" 맙소사, 절대로 그럴 수 없지."
마사오는 고개를 저었다.
" 바꿀수 없습니다."
" 그래? 배짱 좋군."
남자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아 버렸다.
열차는 들판을 지나 달렸다.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다에꼬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갑자기 가기로 결정했으므로 집에도 다에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어머니도, 다에꼬도 놀랄 것임에 틀림없다.
평소의 귀성보다 약 일 주 정도가 일렀다.
그러나 이 객차 안에는 또래의 학생이 열 명 정도 있는 것 같았다.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로 일찍 도쿄를 떠나는 것이었다.
여자들과의 만남에 지친 자신처럼.
이제 내년 삼 월이 되면 묘우미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간다.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면 남자와의 접촉 범위도 넓어질 것이다.
그런 남자들과 비교하면 학생인 마사오는 어린아이인 셈이다.
" 요란스럽게 헤어지지 않아도 점차로 그녀와는 멀어지게 된다."
대학의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마사오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묘우미의 처녀를 빼았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계산도 포함되어 있었다.
묘유미의 친구 시루꼬와도 학교 안에서 가끔 마주친 적이 있었다.
언젠가 시루꼬는 장난스럽게 마사오의 팔을 잡으며,
" 이제부터는 내 방으로 가자. 나, 요즘 너무너무 외로와."
하며 허벅지를 밀착시켜왔다.
마사오는 그런 유혹을 농담으로 돌려 버렸다.
그런데 며칠 전 묘우미와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시루꼬가 친구 세명과
함게 들어왔다.
마사오와 묘우미는 안쪽에 앉아 있었다.
묘우미와는 그날 밤을 함께 지내기로 하고 있었다.
시루꼬는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 그들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묘우미 옆에 앉더니 마사오에게 말을 걸었다.
꽤 취해 있었다.
묘우미가 있는데도 마사오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약 삼십 분쯤 지나자 시루꼬의 친구들은 다 돌아가고 시루꼬만이 다시 그들에게로
왔다.
이번에는 마사오 옆에 앉았다.
" 당신들, 이제부터 여관해?"
" 어머나, 무슨 소릴."
" 그것보다 내 방에 가자. 가서 마시자구."
마사오로서는 그것도 괜찮았다.
그러나 묘우미는 고개를 저었다.
" 안돼 시루꼬. 이사람에게 다시 손대지 마."
그러자 시루꼬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묘우미를 바라보았다.
" 너 안 되겠어. 나는 너의 친군데 이럴 수가 있니?"
본래 묘우미는 시루꼬가 여러 체험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루꼬는 노골적으로 묘우미 앞에서 마사오의 손을 잡아 자신의 비부에 갖다대기도
했다.
그러나 마사오는 묘우미의 기분을 존중해 주고 싶었기 때문에, 그 술집을 나와서
곧장 시루꼬와 헤어졌다.
어느 날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마사오와 묘우미는 길에서 우연히 알게 된 남녀와 함께 기꾸의 여관에 가게 되었다.
그들은 한 방에 들었다.
방에서 그들은 맥주로 건배를 했다.
그리고 마사오는 볼일이 있어서 아래로 내려갔다.
기꾸는 방석에 앉아서 혼자 차를 마시고 있었다.
마사오를 보더니 다가왔다.
" 전 이제 돌아가겠습니다."
" 그럼 셋이서 즐기는 거야?"
" 천만에요. 우리는 저 아베크들을 데리고 왔을 뿐이에요."
" 맥주 마시지 않겠어? 오늘 밤은 나 쉬는데."
마사오는 기꾸의 손에 이끌려서 방으로 들어가 방석 위에 앉게 되었다.
" 당신들만 가다니 희한하군. 이대로 그냥 돌아갈 생각이야?"
" 예."
" 그래?"
기꾸는 더 이상의 말을 하지 않고 맥주를 따라 주었다.
마사오가 술을 한 잔 마시고 돌아가려고 일어서자, 기꾸는 눈을 반짝이면서 다가와
속삭였다.
" 다음에는 혼자 와."
그렇게 속삭이며 넓적다리 사이로 손을 더듬더니 이윽고 그것을 잡고서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자 생리적 현상으로 자연히 그것이 부풀게 되었다.
기꾸는,
" 어머나, 이렇게 되면 곤란해."
결국, 마사오는 그날 밤 기꾸의 혀의 유희를 받고서야 여관을 나올수 있었다.
이사를 간 센까 부부로부터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 정말로 요즘 사람들이란...."
할머니는 화를 냈지만, 마사오로서는 오히려 그것이 다행스러웠다.
묘우미와 더불어 지금의 마사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여자는 바로
할머니의 며느리인 찌에였다.
얼마 전, 마사오는 책상앞에 앉앗 교수에게 제출할 논문을 쓰고 있었다.
늦게 까지 공부한다는 것은 저녁에 찌에에게도 말했었다.
색벽 한 시 가까이 되어 아래층 화장실에서 볼일을 마치고 올라오는데 할머니가
나타났다.
" 공부해요?"
" 예. 조금만 더 하면 됩니다."
" 밤이 깊었어. 감기 들지 않도록 무릎에 모포를 덮고 있어요."
" 예."
북풍이 몰아치는 추운 밤이었다.
마사오가 방으로 돌아온 지 약 이십 분 후, 찌에가 뜨거운 홍차를 갖고서 나타났다.
" 할머니, 아직 안 주무십니까?"
" 으음. 아까 잠을 깨셨어요. 아직도 당신이 공부하고 있는 것을 아세요."
찌에는 책상 한쪽에 찻잔을 놓았다.
뜨거운 김이 오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온 찌에를 안고 마사오는 입을 맞추었다.
그런데 갑자기 찌에가 무릅을 꿇고 앉아 마사오의 아래옷을 헤쳤다.
마사오의 그것은 서 있었다.
팬티 밖으로 그것을 꺼낸 찌에는 이윽고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호흡은 점점 거칠어졌다.
할머니는 아직 바느질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깊은 밤 따뜻한 홍차를 가져온 것만도 지나친 친절이었다.
마사오는 자신의 손이 찌에의 그곳을 만지고 싶은 욕구를 억제했다.
" 그렇게 되면, 시간이 너무 길어지게 된다."
찌에의 귀에 속삭였다.
" 할머니는요?"
" 괜찮아요."
찌에는 강하게 잡으며 말했다.
" 빨고 싶어요."
" 하지만 할머니가."
" 내가 좋다고 말했으니까, 괜찮아. 아-아, 하고 싶어. 그렇지 않으면, 아, 잠잘 수가 없어."
" 하지만 할머니가 계신데...."
" 주무신다고 생각해요."
찌에는 오로지 마사오의 몸에 모든것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팬티를 내리고 그것을 밖으로 꺼내려 했다.
결국 마사오는 다다미 위에 상체를 쓰러뜨려 허리를 움직였다.
찌에는 마사오의 그것을 손에 잡고 입에 넣더니 몇 번이나 강하게 빨아댔다.
예의상 마사오는,
" 아아 좋아."
라고 반복했지만, 사실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마사오는 찌에의 어깨를 두드렸다.
" 자 이젠 됐어요."
그래도 찌에는 고개를 흔들고 혀를 계속 돌리기 시작했다.
사실 마사오로소도 이렇게 애무를 받는 것은 즐거웠다.
그리고 이 상태가 계속되면 찌에의 입안에 사정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났다.
이제 찌에는 내려가야 한다.
" 찌에."
그때 낮게 부르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곧 마사오는 상체를 일으키고 찌에의 어깨를 흔들었다.
찌에는 시어머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여전히 고개를 흔들며 다시 입에 물려고 했다.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
" 좋아, 나라도 대답을 하자."
그래서 마사오는 바깥을 향하여
" 예에--."
하고 대답했다.
찌에의 움직임이 멈추고 몸 전체가 빳빳해졌다.
찌에가 얼굴을 들자 상기된 뺨과 축축히 젖은 입술이 보였다.
마사오는 낮게,
" 할머니에요. 계단 아래에 있어요."
그렇게 말했다.
찌에가 고개를 끄덕이고 상체를 일으키더니 몸의 방향을 바꾸었다.
마사오는 재빨리 옷을 고치고 책상 앞에 앉았다.
찌에는 밖으로 나가면서,
" 지금 갑니다."
하고 말했다.
그러고 마사오에게
" 그럼, 감기 조심해요."
" 예, 차 잘 마셨습니다."
찌에의 목소리는 약간 들떠 있었다.
이윽고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발소리는 멀어져 갔다.
마사오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찌에에게 자극 받은 그곳만이 계속 긴장해 있었다.
이처럼 마사오를 향한 찌에의 태도는 지나쳤다.
" 정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이야. 남자고, 젊고, 자유로운 입장인 나도
두려워 하고 있는데."
찌에의 딸 유끼꼬도 마사오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유끼꼬는 요즘도 가끔 마사오의 그것을 꺼내서 쥐고 있기도 한다.
만약에, 유끼꼬나 찌에가 마사오와의 그런 관계라는 사실을 세상이 알게 된다면
그보다 더 큰 불명예는 피차에게 없을 것이었다.
더우기 어린 유끼꼬에게는 ....
"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내가 이 집을 나가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은 찌에씨와
할머니 사이의 평화를 지속시킬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나타났다가는 곧 뒤로 사라지는 겨울 풍경을 차창을 통해 바라보면서 마사오는
자신에게 그렇게 타이렀다.
어느덧 창 밖은 어두워 오고 있었다.
어둠이 깃드는 겨울 들판은 까닭 모를 서글픔을 느끼게 했다.
앞의 노부부가 종이꾸러미를 펴고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마사오도 찌에가 만들어 준 도시락을 갖고 있었다.
찌에는 그 도시락도 시어머니의 앞에서 스스럼 없이 태연히 만들었다.
예전의 찌에였다면 생각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할머니도 또 뭐라고 말하진 않았다.
도시락과 보리차가 든 물통이 바로 머리위의 선반에 있었지만 식요은 나지 않았다.
주위가 더 조용해지면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지나가는 창 밖의 밤풍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앞자리의 할머니가 말을 걸어왔다.
" 하나 들겠수?"
김밥이 담긴 도시락을 내밀었다.
" 아니요. 저도 있읍니다."
마사오는 선반을 가리키고 그 친절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렇게 사양하자 마자,
" 그럼 제가 먹을까요?"
옆자리의 남자가 금반지를 낀 손을 내밀어 도시락을 받으려고 했다.
돌연 할머니는 도시락을 거두어갔다.
" 자네는 아니네."
엄격한 표정으로 변해 버렸다.
" 왜 그러십니까?"
남자는 불쾌한 듯했지만 할머니는 못본 척 다른 쪽을 쳐다보았다.
자리에 앉은 직후의 예의 없는 언동이 미워 보였던 모양이었다.
남편처럼 보이는 옆의 노인이 어색해진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나섰다.
" 뭘! 좋지 않소. 여행은 길동무라고. 같이 먹지."
" 아니 싫어요."
할머니는 입을 꼭 다물었다.
그리곤 불량해 보이는 남자가 할머니에게 난폭한 행동을 할 것을 대비해서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불량배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깨에 힘을 빼고,
" 아, 괜찮습니다."
그리곤 눈을 감고 입 속으로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 불량배가 나고야에서 내리자, 할머니가 마사오의 어깨를 치며 물었다.
" 기분 나빳수?"
" 아니요. 할머니, 대단하시던데요."
하고 마사오는 말했다.
그때까지의 불량배가 준 불쾌함이 말끔히 사라진 느낌이었다.
" 음, 과연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한 거야."
남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음 날 오전 마사오는 열차에서 내려 플랫홈에 섰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마중나온 사람도 없었다.
열차를 갈아타기 위해 계단을 오르면서 다에꼬가 마중나왔을 때의 일을 떠올렸다.
그때는 조건반사적으로 몸이 부풀어올라 곤란했었다.
지금은 그런 현상이 없었다.
홈에 서서 트렁크를 내려놓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러자 누군가 옆에서 성냥불을 내밀었다.
" 친절한 사람도 있군."
그불에 불을 붙인 뒤 감사의 말을 하려고 고개를 돌렸다.
" 어, 다까세 아냐?"
고등학교 때 육상부에 있던 다까세 고이찌였다.
졸업 이후 처음 만나는 것이었다.
직장에 다니는 다까세는 코트 밑에 양복을 입은 듯 넥탁이를 매고 있었다.
" 옆 얼굴을 보고 곧 알았지. 키가 꽤 컸군."
반가와하는 얼굴로 다까세가 말했다.
" 나보다 너, 어른이 다 되었군."
" 난 사회인이니까."
" 미찌요 씨는 뭐하고 있지?"
다까세와 미찌요의 관계가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그때 두 사람의 첫 성교시 마사오는 실습 교사 역할을 했었다.
그러자 다까세는 갑자기 턱에 힘을 주고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는 어깨를 슬쩍 기대어왔다.
" 어떨것 같아?"
힘이 들어간 목소리였다.
" 글쎄, 아무런 소식도 못 들었어."
왠지 기가 죽은 것은 역시 마음 한 구석에 귀여운 소녀였던 미찌요를 향한 죄의식이
가슴속에 흐르기 때문일 것이다.
" 그때 내가 이 다까세를 부추키지만 않았어도....."
" 그 애 결혼했어."
" 그래? 누구와?"
그러자 다까세는 비로소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마사오의 어깨를 잡았다.
" 나하고."
" 너!"
자연히 목소리가 커졌다.
" 결혼했어? 미찌요와? 언제?"
" 시월. 아직 신혼이지."
" 잘되었군. 지금 어디서 살고 있어? 설마, 너 가족과 함께는 아니지?"
그러면 그 여린 미찌요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 아니, 역 근처 아파트에. 단 둘뿐이야. 너, 들렀다가 집에 가라.
미찌요도 기뻐할 거야. 어차피 너희 집까지는 좀더 가야 하잖아."
" 회사는?"
" 오늘은 외근이야. 이제 회사엔 안 가도 돼."
열차가 들어오자 다까세는 마사오의 트렁크를 들었다.
다까세는 작은 가방만을 들고 있었다.
" 아니, 내가 들께."
" 괜찮아. 도쿄에서 오는 길이니까 피곤할 거야. 걱정 마."
낮이므로 열차는 비어 있었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
새삼스럽게 마사오는 다까세의 얼굴을 보았다.
" 결혼했다고? 동창생 중에서 제일 빠르군."
" 나보다 미찌요가 잘 결심했지. 그애, 올해 갓졸업했으니까."
" 그래서 미찌요 씨는 항상 집에 있어?"
" 아니, 언니가 의상실을 하는데 잘 돼. 낮엔 그 가게일을 돌봐 주지.
여자뿐인 가게라 안심도 되고. 또 언니 가게니까 부르거 가면 곧 올수 있지."
" 둘다 용기 있군."
결혼이라니, 마사오로선 먼 장래의 일이었다.
같은 나이인 다까세가 그것을 실행할 용기를 낼수 있었던 것도 직장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 그래도 너무 빠르군."
그러나 다까세는 얼굴을 바싹 들이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 떨어져 있으면 불안해서 어쩔 수가 없었거든. 그애 이학년 때 이미 여러 남자가
마음에 들어한 것 같았거든."
" 아직도 걱정해?"
" 아니, 이제는 안 하지. 그보다 지금부터가 중요해."
여고 이학년이던 미찌요는 다까세와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누었을 때 출혈하지 않았었다.
다른 모든 반응은 미찌요가 순결하다는 것을 확증했지만 다까세는 그것에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
마사오도 상담을 받고,
" 그런 의심은 추호도 하지 마. 그녀는 틀림없이 처녀일 거야. 운동부니까 출혈하지
않는 걸 거야."
자신있게 객관적으로 판단해 주었었다.
" 이 녁석 이 결혼한 건 나의 그 판단력 도움도 컸을거야. 여러 가지 의미로 난 구세주지.
도중에 내려 미찌요 씨를 만나보자."
" 좋아. 신혼 가정을 한 번 들여다 볼까? 어차피 오늘 온다고 알리지 않았으니까.
휴일이 되려면 며칠 남았고.{
" 다에꼬 씨, 직장 다녀?"
" 응."
" 내려서 전화해. 부르면 좋지."
" 그것도 그렇군."
18. 신혼부부
열차에서 내려 개찰구를 나오자마자 다까세는 미찌요가 일하는 의상실로 전화를
걸었다.
" 나야. 지금 역에 막 내렸어. 오늘은 회사에 안 가.
열차에서 멋진 남자를 만났어. 놀랄 거야. 마사오야. 지금 곧 돌아갈 테니까. 당신,
집에 가서 뭐라도 좀 준비하지. 술은 내가 사갈께."
다까세의 말을 들으면서,
" 과연 아내에게 대하는 전화는 다르군. 생활감도 있고."
마사오는 감동했다.
미찌요에 관해서 여고 이학년 때의 귀여움밖에 마사오는 모른다.
연하 후배로서 이미 남의 아내인 그녀가 과연 얼마나 성장했을까?
마사오가 자신과 다까세의 비밀을 안다는 사실로 미찌요는 마사오에게 특별한
수줍음과 색기를 보였었다.
마사오도 다에꼬에게 연락을 했다.
" 아니, 지금 어디야?"
다에꼬의 반가운 목소리에 예상하고 있던 사태가 발생했다.
몸이 부풀기 시작했던 것이다.
" 지금 도착했어.
아니, 아직 집엔 도착하지 않고, 연락도 안 했어.
갑자기 오게 됐거든. 아무도 몰라. 역에서 다까세를 만났어."
예전에 다까세와 미찌요의 일을 얘기했었으므로 다에꼬도 기억할 것이었다.
미찌요와 안면이 있는 사이니까.
" 다까세와 미찌요 씨가 결혼했어. 몰랐어?"
" 응. 전혀."
" 들러서 잠깐 한잔 하고 갈께."
옆에서 다까세가,
" 불러. 오라고 해."
하고 재촉했다.
결국 다에꼬가 탈 열차를 묻고 그 시간에 역으로 마중가기로 하고 마사오는
수화기를 놓았다.
두 사람은 도중에 주점에 둘러 술을 샀다.
다까세는 마사오에게 돈을 내지 못하게 막았다.
" 넌 아직 학생이지만, 난 봉급 생활자라구."
다까세가 사는 아파트는 비싸 보이지는 않았지만 새 집이었다.
이층 건물이었다.
" 나도 이런 아파트를 빌리고 싶어. 지금은 남의 집에 새들어 있어."
" 도쿄는 비쌀 거야."
다까세 집은 이층이었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큰 방과 작은 방, 두개였는데 살림 도구가 말끔히 정돈되어 있었고 작은 화장대가
신혼다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학생이 사는 집과는 역시 달랐다.
방을 둘러보며 마사오는 끄덕였다.
" 미찌요 씨, 역시 살림꾼이야. 잘 정돈 되어 있는데."
이윽고 두 사람은 큰방에 상을 펴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 여기서 술을 마시고 있는 줄 알면 어머니 놀라시겠군."
" 뭘! 내일 돌아가도 이를 텐데. 걱정하지 마."
" 그래. 졸업 후 처음이군."
" 진학한 애들과는 왠지 만나기 싫은 심리가 있어.
좋아서 취직한 사람은 한 명도 없으니까."
그러더니 돌연 다까세는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 작년 여름이야. 미찌요가 처음 확실한 기쁨에 도달한 때가. 거의 일년 걸렸지."
" 넌 그때 처녀가 처음에 그다지 기뻐하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던 거야."
" 둘이 바다에 가서 방갈로를 빌려 하룻밤 잘 때였어.
그 이후 일 주에 두 번, 또는 한 달에 한번밖에 기회가 없을 때도 있었어.
어쨌든 난 일하기 시작했고,상대는 학생이고,양쪽 모두 부모와 함께 살고 있으니까
시간도 장소도 별로 없었지."
" 그것이 많은 연인들의 고민이지. 정기적이 아니니까 일 년 가까이 걸리지.
어쨌든 두 사람 사이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사이였군."
" 지금은 애착이 더욱 강해졌어."
이 년 만에 보는 미찌요는 머리카락을 곱슬하게 하고, 루즈를 칠하고 조금 뚱뚱해 보였다.
묘우미보다 세 살 아래인데 연상으로 보였다.
결혼한 여자의 안정감도 배어 있었다.
그래도 웃음 띤 얼굴에는 여고 시절의 그림자가 귀엽게 남아 있었다.
" 아! 어른이 되었군. 이제 나보다도 누나 같은데? 결혼 축하해. 잘 되었어."
" 미야자끼 씨에겐 정말 신세졌어요."
마사오는 곧 미찌요의 터질 듯한 유방을 발견했다.
그 당시는 오히려 상당히 빈약한 유방이 아니었던가?
다까세가 말했다.
" 이 애, 가슴이 꽤 작았었지?"
마사오는 끄덕였다.
" 졸업하고 운동을 그만두었기 때문일 거에요. 점점 부풀어서 지금은 조금만
달려도 출렁거릴 정도에요."
미찌요는 색스런 눈빛을 띠며 웃었다.
다까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 운동을 그만두었기 때문인가? 그래?"
미찌요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 곧 술상을 준비할께요. 오늘은 천천히 놀다가세요.
이분의 고교 동창생이 와준 거, 처음이에요."
야간열차에서 자리를 잡아 자고 왔지만 역시 마사오는 지쳐 있었다.
보통때보다 취기가 빨리 오름을 의식했다.
미찌요가 앞치마 차림으로 생선묵을 잘라왔다.
도쿄에서는 고기를 많이 먹어도 고향에 돌아오면 우선 생선을 먹는다.
생선의 신선함이 그대로라 더더욱 맛이 있다.
미찌요는 앞치마를 벗고 다까세의 옆에 앉았다.
" 부인 술은?"
그러자 미찌요는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 체질적으로 못 마셔."
다까세가 설명했다.
" 음. 여자는 너무 마시지 않는 편이 좋죠. 이 넙치, 부인이 손수 만든 겁니까?"
" 예, 왜요?"
" 잘 하는데요. 음, 결혼하는 것도 좋은 거군요."
" 부인" 이라는 칭호가 마사오는 왠지 저항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부부 사이는 신성불가침한 것으로서 남의 아내이니만큼 "부인"이
가장 알맞을 것 같았다.
" 미야자끼 씨는 대학을 졸업하면 다에꼬 씨와 결혼하실 거죠?"
" 아니요."
마사오는 고개를 저었다.
" 취직해서 두 사람이 먹고 살아 갈 수 있게 되면요. 그때까지 헤어지지 않는다면,
다까세, 동창중 결혼한 건 너뿐이지?"
" 아니, 한 사람 더 있어. 네가 들으면 깜짝 놀랄 놈이 나보다 한 달이나 빨리 했지."
" 누구?"
" 넌 사귄 적 없을 텐데. 시따야마라는 착실하고 자그마한 녀석이야."
" 응. 알아. 여자에겐 전혀 흥미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던...."
같은 반인 적이 있지만 클럽 활동도 전혀 하지 않고 그저 얌전히 학교와 집만을
왕복하던, 그런 느낌의 소년이었다.
없는 듯한 존재였었다.
" 시따야마의 집은 농가였어."
다까세가 말했다.
" 성적은 그저 그랬고, 중학교에 들어가 운 좋으면 육군이나 해병이 될 작정이었어.
차남이니까 가계를 이을 뭐도 없었지. 또 이어받을 토지도 없었고, 그런데 고교를
나오자마자 형이 심장병으로 갑작스레 죽었어."
" ....... "
" 죽은 형은 국민학교를 나와 죽 농사를 지었고, 스물 두 살인데도 결혼한 상태였었어.
아이는 없었지. 형수는 형과 동갑이었고, 그런데 이 시따먀마 녀석, 그 형수와 눈이
맞은 거야."
" 농가에선 흔한 일이지. 그 놈은 얌전하니까 부모의 말씀대로 따랐겠지.
그 녀석, 어디 취직했어?"
" 취직은 안 했어. 그러니까 농사도 형 뒤를 이었고.
그러나 주위의 축복속에서 결혼한 건 아냐. 뒤죽박죽이야."
" 그래?"
그제야 마사오는 흥미가 끌려 바싹 다가 앉았다.
" 그럼 관계가 먼저 이루어진 거야?"
" 그래. 난 그 얘기를 듣고 기절초풍할 뻔했어.
사실 그 여자는 살결이 희고 좀 귀여운 얼굴에, 아이도 낳지 않은 상태라 보통
처녀처럼 보였어.소박하고 얌전하고 일 잘 한다고 평판이 좋았었어."
" 음."
다까세는 목소리를 죽였다.
" 그런데 남편을 화장시킨 날 밤, 시따야마의 바에 몰래 들어왔대.
그리곤 말없이 안겨오더라는군. 그래서 시따야마는 형수가 슬픔을 나누기 위해
왔다고 생각했대. 그런데 여자가 입술을 요구하고 이번엔 시따야마의 그곳으로
손을 뻗더래. 시따야마는 그저 남편을 잃은 슬픔으로 인한 돌발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지.
그러나 그걸 쥐고 움직이자 시따야마도 자기도 모르게 형수에게 손을 댔다는군.
그리곤 둘 다 정신없이 관계를 가졌다는군."
" 처음부터 과격했군."
" 시따야마는 동정이었어.
그래서 어쩔 줄 몰라하자 여자가 입으로 애무했대.
그리고 앗 하는 순간 절정에 이르렀고, 그리곤 그 지속력으로 여자도 도달했대.
결국 여자는 시동생 방에서 세 시간쯤 지내고 새?닭이 울기 전에 몰래 나갔다는 군."
" 남편 장례식 날! 음. 자신이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나.
아니면 시동생에게서 남편을 발견하려고 한 걸까, 어렵군."
" 여자라는 동물이 무섭지 않아?
어쨌든 그날부터 남의 눈을 피해 낮이고 밤이고 틈만나면 사랑했다고 해.
그러다 여자가 임신을 했지.
낳고 싶다고 여자가 하더래. 시따야마도 낳게 하고 싶었고,
서둘 필요가 있었지. 그래서 곧 부모님에게 형수와 결혼하고 싶다고 알렸대.
은근히 기대하던 부모님도 기꺼이 찬성하셨지.
역시 앗 하는 사이에 결혼식을 올렸어.
올여름이면 아이가 태어날 거야.
이미 부부니까 조산이라도 그리 흉잡히진 않을 거야."
" 그러면 그 여자를 지금은 사랑하는 셈이군."
" 하지만 나에게 고백하기로, 괴로운 것 같았어. 임신에 대한 심리적 불안도 있고,
혹 자신도 만일 죽는다면 하는 생각."
" 웬 바보 같은 소리."
미찌요는 턱을 당겼다.
" 전 당신이 만약 일을 당하면 뒤를 따라 자살할 거에요."
" 허! 그런 말을 하는 여자는 많지만 실행하는 건 몇 천만 명에 한명 정도야."
" 내가 그 몇 천 만형 중의 하나에요."
야간열차 여행으로 인한 수면 부족과 피로로 마사오는 빨리 취했다.
그 취중에 듣는 다까세와 미찌요의 대화는 듣기에도 다정했다.
" 전 아직도 그 일을 믿을 수 없어요. 그들이 결혼했다는 지금도 아직 반신반의에요.
그저 자기의 바램을 얘기한 게 아닐까요?"
미찌요가 말했다.
" 아니야. 아마. 여자 안에는 악마가 들어 있나 봐."
" 그, 여자의 친정은 유복한가?"
" 시따야마 집과 비슷한 거 같아. 글쎄 동생이 많은 친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워서
짜낸 비상수단이었다 해도 틀리지 않을지 몰라."
" 아니. 그런 계산은 아니었을 거야. 이상 심리와 욕망이 겹친 거지.
아뭏든 우리 동급생 중 제 일호로 아빠가 되는 셈인가?
인생은 모르는 거야. 너도 빨리 만들어."
다까세와 마사오가 말을 주고 받는 동안, 미찌요는 매력에 넘치는 시선으로 남편을
응시하고 있었다.
미찌요의 신부다운 동작이나 표정은 마사오의 눈에 바람직하고 아름답게 비쳐졌다.
" 전 이사람밖에 모르니까 다른 남자는 어떤지 궁금해요. 정부들은 진짜 그렇게
매력적인가요?"
미찌요가 마사오에게 진지한 얼굴로 질문했다.
다까세에게도 물어 왔을 것이다.
아마 술자리이고 고교시절부터 자신과 다까세의 비밀을 아는 마사오니까 묻기
쉬웠을 것이다.
마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간단합니다. 정부는 여자가 자기 경제를 해결해 주는 돈 보따리니까 이불 속에서
철저히 봉사하고 기교적인 모든 언사를 다하는 거죠.
윤락가에서 혼자 지내면서 세상의 냉담이나 자기가 몸담고 있는 직장의 달콤한 유혹을
믿게 되죠. 기댈 곳을 원하는 약함이 눈을 멀게 만드는 거죠.
그 증거가, 이불 속에서의 뜨거운 봉사를 자기에 대한 정열적인 사랑이라 착각하는 거죠.
그런 불량배의 경우는 어는 정도 기교를 익히고 있지요.
여자의 경우, 순수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또 기교가 능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들도 있읍니다."
" 철저한 봉사란 뭐죠? 알고 싶어요."
" 일평생 뒤얽혀 살아갈 아내나 애인에게는 하지 않는 변태적이고 이상한 짓이죠.
마약이나, 실제로 각성제를 먹고 행하는 것도 있고,
부인은 그런것에 흥미를 갖지 않는 게 좋아요."
" 흥미는 없어요. 결국 일시적으로 여자를 속이는 방법인 셈인가요?"
" 그래요. 우리 또래의 진실한 여자라면 단 한 번만 그런 일이 있어도 기겁을 해서
도망갈 거에요. 닳고닳은 여자가 아니면 도저히 안 맞아요."
거기서 마사오는 이야기를 일단락지었다.
" 그런데....,"
다까세가 상체를 기울이며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 결혼해서 함께 살면 안심 할 수 있을것 같았는데, 아니야.
언제 이애가 이상한 마음을 일으킬까 회사에 있어도 불안할 때가 있어."
" 글쎄, 대개의 젊은 남편은 그럴 거야. 회사에서 퇴근하자 마자 곧 돌아가는 게
아내를 한 시라도 빨리 만나고 싶기 때문만은 아닐 거야.
이상한 남자와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
" 그래서 난 때때로 당치도 않은 일을 머리속으로 상상하지."
" 무슨 일?"
" 좀 이상한 망상이야."
미찌요는 부엌으로 나가 잠시 자리를 뜬 사이였다.
" 아내가 작고 약해서 서툴고 보잘것없는 놈과 밀통하는 몽상 말야.
그러면 이제 다시는 바람 피우고 싶은 희망 따위는 생기지 않고, 더 나에게 의지하게
될 거 아니겠어?"
" 바보같은 ! "
마사오는 입을 삐죽하니 만들었다.
" 조금이 아니라 상당히 이상하군."
"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아내가 다른 남자 경험이 없어서...."
" 부인에게 그런 말 하면 안 돼."
" 응."
야채를 듬뿍 담은 접시를 들고 미찌요가 돌아왔다.
" 맛있을 것 같군요. 이런 건 자취하면서는 좀체 먹을수 없거든요."
어느덧 다에꼬가 탄 열차가 역에 도착할 시간이 되었다.
미찌요가 일러 주어 마사오는 일어섰다.
" 제가 마중나갈까요?"
" 아니, 제가 가겠습니다."
다까세도 일어섰다.
" 나도가지."
마사오와 다까세는 아파트를 나왔다.
다까세도 꽤 취한 듯했다.
" 정말 좋은 부인을 얻었군."
" 진심으로 난 아내가 바람이라도 피울까 봐 걱정이 돼.
넌 제 삼자니까 그 애가 얼마나 호색스런 여자가 되었는지 모르지.
요즘 난 여자가 남자보다 더 지독한 욕망의 동물이란 걸 조금 알 것 같아."
" 그렇다면 넌 행운아야. 너, 그런 얘기 아무한테도 하지 마.
증오스러워 할 거야."
둘은 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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