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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랑 - 62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3 01:35 1,767회 0건
학교와 계약을 하는 데로 지금의 사무실은 그만 두는 것으로 한다.
그러면 약 한달간의 공백이 생기나 강의 준비를 하고, 그동안 쉬지 못했으니 잠시 가족과 함께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으면 될 것이다.
계약은 2주후에 할 것이고 바로 그만두면 업무의 처리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내가 불과 며칠을 앞두고 이동을 했으니 그만큼 업무의 인수인계가 어렵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 가족은 그 시간에 맞춰 다시 별장에 방문하기로 하고 겸사로 밑에 있는 땅을 확인하고 추진할 계획을 세운다.
아버님과 어머님께서는 쌍둥이들을 맞이하실 준비를 위해 며칠전에 먼저 가셔서 정리를 하시겠다고 하시고, 우리는 시간에 맞춰서 들어가기로 한다.

이제 현주씨도 결혼을 해서 자리를 잡는다는 소식이다.
우리 가족이 더 늘어나고 있고, 서로를 아껴주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이니 행복은 늘어날 것이다.

학교와의 계약을 하고 약간의 시간을 보낸 뒤에 사무실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다음달부터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고 인수인계를 해야 하니 후임자를 빨리 정해달라고 요구를 전하고 돌아서는데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그래도 내 청춘을 보낸 곳인데 결국은 떠나는 것이다.
법인에서는 너무 급하다는 이야기를 하며 당분간 더 다니라는 말을 했지만 내가 이 곳으로 올때도 며칠 전에 왔고, 이미 학교로 가기로 결정이 되어 2학기부터는 강의를 맡았기에 불가능하다고 전한다.
2학기부터면 8월 한 달간의 여유가 있으니 근무를 하며 직원들 휴가를 보내주고 8월말에 인수인계를 하는 것으로 알겠다는 답을 들으니 화가 난다.

8월이면 휴가때라는 것은 알겠는데 직원들의 여름 휴가를 채워주고 나보고는 휴가를 가는 대신에 한달동안 근무를 하고 그만두라니, 그 정도는 후임자가 할 수도 있는 것인데 가려는 사람에게까지 요구하는 것은 상식이 아닌것이다.
왜 꼭 후임자를 외부에서 자신들이 아는 사람들을 데리고 오려는지 이해도 되지 않을뿐더러, 그렇게 되면 남아있는 직원들이 자신도 승진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없애는 꼴이 된다.
무조건 이번달까지만 근무를 하겠다고 다시 전하고 내 방을 정리한다.

나에게는 이야기도 안하고 내 부하직원을 불러가서 면담을 하고, 사무실의 분위기를 물어보고, 가부들의 근무사태를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불러서 따로 업무를 내려주던 상황은 왜 잊었는지 모르겠다.
결국은 후임이 정해졌으며 나에게는 섭섭하다는 말을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들려오게 만든다.
누구든지 가지고 있는 권력은 오래가지를 못한다.
당장 최고 권력자들도 임기가 끝나면 항상 고초를 당하지 않는가?
이해를 하려고 해도 그 기회를 주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선배를 만난지 한달 정도가 지나니 언론에서, TV 뉴스에서 전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 대한 뉴스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름만 이야기해도 알만한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평소에는 몰랐던 사람들이 주요 사건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보여지고 있다.
그 중에는 은경이의 남자친구와 그 집안도 자세하게 알려졌고, 특히 예상외로 큰 역할을 하였기에 연일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어쨌든 업무를 마무리하고 이제 한 달을 쉬면서 강의준비를 하고 그동안 야근으로 많이 놀아주지 못한 아이들에게 시간을 할애한다.
아직은 더우므로 주로 안에서 함께 놀고 미연이의 일을 도와주고 틈틈이 강의 준비를 하니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

8월의 무더위가 조금이나마 꺽인 중순이 넘어 우리는 별장으로 향했고, 며칠동안 정리를 하신 두 분의 노력으로 아이들에게도 편안하고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작년도 그랬던 것처럼 서로의 일을 나누어 하게 되었고, 다만 미연이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다른 일을 하지 못한다.
그 일들은 내가 나누어 하게 되었고, 틈틈이 아버님과 어머님의 도움을 받았다.

편하게 지내던 중에 우리가 이야기한 땅 주인을 만나게 되었고, 그 땅 주인도 매매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였으며, 우리는 당분간 이곳에 있을 거니 이야기를 해 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별장에서 편하게 앉아 쉬며 차를 마시고 가족들과 나누는 이야기, 그 속에서 서로 더 알게 되는 상대에 대한 배려심들, 모두가 편하고 행복한 시간이다.
내년에는 아마 두 쌍둥이가 이 별장의 곳곳을 뛰어 다니기를 바라며, 그 모습을 상상하며 우리는 웃음을 만든다.

별장에서의 휴가는 서로에게 여유를 가지고 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닷새라는 휴가를 끝내고 서울로 돌아왔을때는 막바지 더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아침과 저녁에는 그나마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해서 곧 다가올 9월의 가을을 기다리는 여유를 가지게 한다.

어느 저녁시간에 나와 미연이는 쌍둥이를 유모차에 태워 현주의 카페로 간다.
카페에 들어가니 현주는 자리에 없고 직원이 우리를 알아보고 반가워한다.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이층에서 현주가 뛰어 내려와 반겨주고 쌍둥이들을 보며 너무 좋아한다.
뒤이어 영훈이가 내려와 미연이에게 넙죽 인사를 한다.

- 너 오랜만이다.
- 누나,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 응, 이렇게 잘 지내고 있기는 한데, 너 요즘 여자한테 아주 빠져있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라. 나 무지 섭섭해.
- 아니, 그런게 아니고요.
- 아니긴 뭐가 아냐? 소개시켜 줬더니 그동안 현주만 보고 근처에 있는 나한테는 연락도 없고,
- 아니, 누가가 쌍둥이 때문에 너무 바쁠 거 같아서요.
- 너 이렇게만 해봐. 비록 사촌이지만 현주한테 아주 독하게 할거야.

둘이서 이야기를 하는 동안 현주가 커피를 가지고 오며 웃는다.

- 언니, 미안해요. 늘 늦게 오길래 미안해서요.
- 현주도 아주 영훈이에게 빠져서 연락도 없어.
- 미안해요. 제가 더 잘할게요. 좀 봐줘요.

영훈이와 현주 모두 나를 보며 힘을 보태달라는 눈빛을 하지만 난 쌍둥이와 놀면서 일부러 모른체 한다.

- 아, 매형, 누나를 어떻게 좀 해줘요. 나 무서워요.
- 무서우면 잘 해야지. 나도 요즘 미연이한테 꼼짝 못해.
- 그래도요. 옛날부터 누나가 얼마나 무서웠는데요.

- 어머, 내가 무서웠다고?
- 누나한테 맞은게 한두번이어야지. 기억도 안나?
- 너 이제 결혼한다고 말도 짧게 한다?
- 아니, 그게 아니라요.

- ㅎㅎ 둘이 결혼한다니 축하해.
- 예, 고맙습니다. 매형도 쌍둥이 보신 거 축하드려요.
- 나보다 미연이가 힘들었지.

- 그런데 아이들이 무슨 인형같아요. 너무 예뻐요.
- 현주야, 그렇지? 아이들이 너무 예뻐.
- 진짜 아이들이 너무 예뻐요. 어쩜 이렇게 예쁠수가 있어요?
- ㅎㅎㅎ 쌍둥이를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몰라. 너도 빨리 아이를 낳아.
- 결혼하면 허니문 베이비로?
- 그것도 좋지. 영훈아 너 힘좀 써봐라.

- 누나, 나도 그럴려고...
- 이모한테는 이야기 했지? 이모가 많이 기다릴거야.

- 그런데 미연이가 그렇게 많이 때렸어?
- 매형, 말도 말아요. 지금까지도 부모님 말고 제일 무서운 사람이 미연이 누나예요. 누나가 결혼 한다길래 어떤 남자는 이제 죽었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말을 들으니 매형한테 잡혀 산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집안에서 모두 놀랐죠. ㅎ
- 그런가?

그 말을 하며 미연이를 보니 영훈이를 쌀짝 째려보고 있었고, 영훈이는 잔뜩 기가 죽어서 그저 쌍둥이를 보며 딴청을 부리고 있다.

- 영훈아, 니 매형 이번에 대학교 교수로 임용했다. 한턱 쏴라.
- 진짜요?

영훈이와 현주가 모두 나를 보며 놀란다.

- 축하드려요. 너무 좋으시겠어요. 드디어 우리 집안에도 교수님이 두 분째 나오시는군요. 이모하고 이모부께서 좋으시겠어요.
- 응, 고마워. 다 미연이가 잘 내조를 해줘서야.

- 오빠, 내가 아니라 오빠가 워낙에 노력을 많이 해서죠.
- 와, 누나가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지금까지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니라 낯설어요.
- 너, 진짜,,,
- 알았어요. 알았어요. 그런데 진짜 축하드려요.

- 결혼을 언제 한다고?
- 10월 말에 하려고요. 집은 이 근처로 잡았어요. 잘 부탁할게요.
- 그래, 축하해. 이렇게 가까이 살게 되니 좋지. 대신 매형 술 잘 안마시니까 불러내서 술 마시자고 하지마.
- 알았어요. 저도 술 거의 안 마셔요.
- 현주가 아주 교육을 잘 시키고 있구나 잘 했어.

우연히 영훈이와 현주를 만나 즐겁게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밤시간이 된다.
쌍둥이를 데리고 아파트로 돌아와 이제는 우리 가족들만의 시간을 만들고 편한 분위기 속에서 행복을 만들어 간다.
늘 그렇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즐겁다.
아직 아기들이지만 벌써부터 서로를 생각하며 함께 놀고 웃고, 하나가 울면 다른 하나도 함께 우는 모습을 보니 그저 미소만 만들게 한다.

학교에서 연락이 와 연구실을 배정받고 간단한 짐을 옮겨 새 학기 준비를 한다.
처음 학교에 짐을 옮기며 인사를 할 때 아버님께서 동행을 하셔서 학교의 교수님들과 따로 인사를 하신다.
비록 전공은 다르지만 워낙에 오랜 시간을 학교에 계셨으니 아시는 분들이 많으시고 다들 내가 사위라고 인사를 드리니 놀라워하시고 반가워 하신다.
사위를 잘 부탁한다는 말씀을 하시는 아버님의 얼굴에는 항상 웃음이 가득하시고 웬지 모르게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이 보인다.

미연이는 나의 연구실을 보고 마냥 좋아하고 쌍둥이들에게 아빠의 연구실이라는 것을 몇 번씩이나 알려주고 있다.
아이들 때문에 정리를 다 해주지는 못 하지만 그래도 위치를 잡아주고 조그만 것들은 정리를 해준다.
연구실에서 바라보이는 학교 전경과 멀리 있는 산의 모습이 좋다며 이 곳에서도 늘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덕담을 주고 받는다.

그렇게 시작된 학교 생활은 학생들과 너무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실무에서 배우고 느낀 것을 중심으로 알려주고 학생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며, 이론적인 것을 함께 적용을 시켜주니 강의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다른 교수님들도 모두 친절하게 맞이해 주시고 모르는 것들을 미리 알려주시는 등 학교에 적응을 하는 것이 너무 수월하고 재미가 있다.

학교생활에 즐겁게 적응을 하고 있을 9월에는 내가 준비한 책이 출간을 하였으며 베스트셀러에는 오르지 못해도 꾸준한 반응을 얻기 시작한다.
아마도 요즘 들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고 연령대에 맞춰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를 해 준 것이 여러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기대를 한 것이 아니었지만 예상외로 이렇게 좋은 반응을 받으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이런 반응에 미연이는 마냥 즐거운 표정을 하고 있고, 주위의 사람들도 진짜 그 책을 쓴 사람이 맞냐고 물어보며 신기한 표정을 짖는다.

드디어 영훈이와 현주의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결혼식이 있기 일주일 전에 미리 미연이에게 카드를 주어 두 분의 옷과 미연이의 옷을 사드리라고 했다.
나와 미연이에게는 친척의 결혼식이기에 아침 일찍부터 미연이는 미용실에 어머님을 모시고 가 단장을 하고 나는 그 옆에서 쌍둥이와 함께 놀면서 기다린다.
여자들의 심리는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돋보이고 싶은 것이 있기에 나도 모르게 며칠전부터 피부관리도 받았다는 것을 이야기를 들으며 알게 된다.

다 끝내고 나오는 미연이의 모습은 내가 사준 단정한 투피스의 정장에 예물로 전해준 목걸이와 귀걸이, 반지를 세트로 마무리를 하여 단아한 귀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머님께서도 훨씬 젊어보이는 모습이시고, 아버님의 양복 색과 나의 양복 색을 맞춰서 그런지 마치 아들과 아버지의 모습을 보인다.
이런 모습을 보며 쌍둥이들도 어리둥절하고 있다가 안아주자 엄마의 향기를 맡았는지 웃고 있다.

예식장으로 이동을 하는 차 안에서 운전하는 내 뒤에 쌍둥이를 안고 미연이와 어머님께서 앉아 계셨으며 아버님께서는 미소를 지으며 조수석에 앉아계신다.

- 여보세요! 어, 영훈아. 지금 전화할 시간이 되는거야?
- ............
- 그럼, 지금 가고 있지. 시간보다 넉넉하게 도착할거야. 걱정마.
- ..........
- 무슨 부탁? 설마 축의금 받으라는 말은 아니지? 우리 쌍둥이 보려면 바빠.
- ..........
- 에이;;; 그거는 다른 친구한테 부탁해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갑자기.
- ..........
- 현주가 그래? 그래도 갑자기 그런 부탁을 하면,
- ..........
- 야~ 그래도 내가 말 못해. 그리고 매형이 지금 운전 중이라고,
- ..........
- 일단 물어는 볼게. 대신 장담은 못한다.

- 무슨 일이 있데?

옆에서 통화를 듣던 어머님께서 궁금해 하신다.

- 글쎄. 축가를 불러주기로 한 영훈이 친구가 오다가 사고가 났데요.
- 그래서?

갑자기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 미안하지만 오빠한테 축가를 부탁한다고,

두 분의 시선이 나에게 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어떻게 대답을 하지 못하겠다.
아버님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불편함이 흘러나온다.

- 그래도, 갑자기 부탁을 하면 어떻게?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던지. 그렇게 친구들이 없어?
- 그러게요. 가면 싫은 소리를 해야 겠어요. 얘는 아들을 어떻게 했는지?

이거 우회적인 압박감을 느끼게 되고 이런 압박은 아마 두 분의 마음속에 다른 의미도 있을 것이다.
거울을 통해 미연이를 보니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슬쩍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미연이의 말이라면 무조건 해야한다.

- 좋은 날에 그러지 마세요. 그냥 제가 할게요.
- 그래도 그렇지... 너무 불편하잖아?
- 어차피 신랑, 신부를 다 아는 사이니 축하한다는 의미로 하죠.

- 오빠, 대신 노래는 어울리지 않은 걸로 해요.
- 그럴까? 아예 뽕짝으로?
- 뭐, ‘사랑은 아무나 하나’도 좋을 거 같은데.

차 안에서의 갑작스런 전화로 인한 놀램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고 벌써 예식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식장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있고 신랑은 활짝 웃는 얼굴로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신부는 대기실에서 수줍은 미소를 띄었다가 웃었다가, 약간은 창피해 하며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아무리 신부가 예뻐도 지금 옆에 서 있는 미연이보다는 떨어진다고 느끼고, 미연이의 손을 꼭 잡아 내 옆에만 있게 한다.

쌍둥이들을 전용 유모차에 태우고 돌아다니니 친척분들도 모두 알아보시고 인사를 하신다.
덕분에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설명을 하시느라 바쁘시고 나와 미연이는 그런 설명을 듣는 분들에게 인사를 하고 쌍둥이들을 소개시켜 드린다.
다행인 것은 쌍둥이들이 놀라거나 울지 않고 오히려 웃고 있어 더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잠시 화장실을 가려고 움직였을 때 많이 눈에 익은 여자를 발견한다.
바로 한때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던 은경이가 친한 친구인 현주의 결혼식에 참가하러 왔다.
예전하고 같이 옷차림은 화려하고 자신의 몸매를 강조하였지만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한눈에 봐도 어두운 표정이었고 친구들과 함께 있었으나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고 잘 웃지도 않은 모습이다.
나를 보았는지 모르지만 그냥 무시를 한 채로 화장실을 다녀온다.
여전히 우리 가족의 주위에는 여러 친척분들이 모여 있었고 화제의 중심에는 쌍둥이가 올라가 있다.
아직 인사를 드리지 못한 분들게 인사를 드리니 옆에서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학위를 받은 것과 대학교의 교수로 임용이 되었다는 말씀을 행복한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식이 시작되었어도 아버님과 어머님께서는 쌍둥이들을 하나씩 안고 계셨으며 나와 미연이는 그 옆에서 다정히 손을 잡고 구경을 한다.
두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입장을 하였으며 주례사를 듣고 있다.
그 모습에서 우리의 결혼식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

결혼식이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끝나고 축가의 순서가 온다.
사회자는 원래 축가를 부를 신랑의 친구가 갑작스럽게 오지를 못해서 다른 분이 축가를 부르게 되었다는 멘트를 하며 잘 부탁한다고 양해를 구한다.
아마 축가를 부르기로 한 친구가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었나 보다.
그 멘트를 듣는 영훈이의 친구들은 아쉬운 반응을 보내고 있지만, 미연이와 부모님께서는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으며 나의 노래를 기다리고 계신다.

앞으로 나가 준비를 하며 예식장 안을 둘러보니 많은 분들이 나의 모습에 주목하고 있었지만 원래 준비를 한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다른 곳을 보거나 잠시 자리를 뜨려는 분들도 보인다.
영훈이의 친구들은 특히 자기들끼리 웃고 있었고 현주의 친구들은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은 듯이 화장을 고치려 거울을 보거나 핸드폰을 만지고 있다.
그 사이에 있는 경아는 나의 등장에 놀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다.
맞다. 난 경아앞에서는 노래를 부른 적이 없었다.

신랑과 신부 앞에 서니 영훈이는 계속 미안한 얼굴을 하면서 입으로 자그맣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있고, 현주는 나의 노래를 기대하는 표정을 만들고 있다.
미리 요청한 기타를 받아 어께에 두르고 간단하게 조율을 한 후에 노래를 시작한다.

난 행복합니다
내 소중한 사람
그대가 있어 세상이 더 아름답죠

난 행복합니다 (행복합니다)
그대를 만난 건
이 세상이 나에게 준 선물인 거죠

나의 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세상이 우릴 갈라 놀 지라도

나의 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삶이 끝날 지라도

난 행복합니다
내 소중한 사람
그대가 있어 세상이 더 아름답죠

난 행복합니다
그대를 만난 건
이 세상이 나에게 준 선물인 거죠

나의 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세상이 우릴 갈라 놀 지라도

나의 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삶이 끝날 지라도

기억해요 당신만을 나 사랑할께요 (사랑할께요)
나 언제까지나~ ~~

나의 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세상이 우릴 갈라 놀 지라도

나의 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삶이 끝날 지라도

영원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재훈 사랑합니다.)

처음 노래를 시작할때는 집중이 되지 않던 분위기가 첫 소절을 시작하자 바로 나에게로 집중이 된다.
신랑과 신부를 바라보며 시작한 노래가 점점 흐름에 따라 전체 식장안의 사람들을 바라보았고 나중에는 미연이를 바라보며 계속 부른다.
중간에 다시 식장안을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나의 손과 얼굴을 보며 입술을 나지막히 움직이고 있었다.
영훈이는 놀라는 표정으로 계속 나와 현주를 번갈아 보고 웃고 있었고, 멀리 보이는 경아는 나의 노래를 들으며 여러 가지의 표정을 짓는다.

아버님과 어머님께서는 주위의 친척분들이 놀라는 표정을 지으실때마다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쌍둥이에게 나를 보라는 손짓을 하신다.
미연이는 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입술모양을 하고 나와 눈을 마주치며 사랑스러운 미소를 만들어 준다.
이렇게 축가가 끝나자 식장 안에는 박수소리가 가득차고 사회자는 친구가 오지 않은 것이 더 잘되었다는 말로 감사의 인사를 한다.
자리에 돌아오니 아버님께서 내 어께를 두드리시며 칭찬을 하신다.
자리에 앉자마자 미연이는 내 손을 잡고 내 어께에 기대며 조용하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 그런 미연이의 손을 꼭 잡는 것으로 답을 한다.

친지의 사진을 찍을때는 쌍둥이를 안고 찍으며 더 행복한 모습을 보여줬고, 친구들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던 신랑과 신부의 친구들은 쌍둥이가 예쁘고 귀엽다며 모두 한마디씩 한다.
친구들의 사진을 찍을 때 경아는 나와 미연이, 그리고 쌍둥이를 보며 여러 생각이 드는 듯 얼굴에 표정이 없어진다.

결혼식이 끝난 후 우리 가족은 마침 근처에 있는 영식이의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긴다.
미리 전화를 해서인지 영식이는 바쁜데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반가운 모습으로 맞아준다.
처음으로 온 가족이 모여 사진을 찍는다.
무슨일로 이곳을 오는지 모르시던 아버님과 어머님께서는 가족 사진을 찍자는 말에 기분좋은 표정으로 쌍둥이들을 안고 먼저 찍으셨고, 다시 미연이와 내가 쌍둥이를 안고 사진을 찍는다.
아버님을 중심으로 온 가족이 카메라앞에 앉아 환한 미소와 함께 모습을 남겨놓는다.
마지막으로 두 분의 독사진을 찍어드렸으며, 사진을 찍는 동안 알 듯 모를듯한 미소아 상념의 표정을 보이는 미연이의 손을 다정히 잡았고, 그런 나의 손을 더 세게 잡아주며 조용히 고맙다는 말을 한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우리집과 아버님에게 똑같이 드렸으며 거실의 가운데에 걸려서 항상 온 가족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미연이는 쌍둥이의 육아와 공부에 정신이 없고, 나또한 학교 강의와 외부 토론, 연구에 빠져서 정신이 없이 흘러간다.
수시로 정부의 일을 하고 있는 선배와 연락을 하거나 만나며 여러 정책적인 부분을 알려주고 자료를 전달하여 현 정권에서 수행을 하도록 한다.
일부는 진행이 되지 않았으나 많은 부분이 반영이 되어 실행이 된다.
정식으로 참여를 하라는 선배의 권유가 있었으나 정중히 사절을 하였고, 대신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외부에서 참여만 하는 것으로 중심을 잡는다.

새 정권이 들어서게 되니 전 정권의 여러 가지 불합리한 부분들이 수면위로 나타나게 되고 그러한 부분에 대한 뉴스가 계속 된다.
특히 경제계의 불합리한 부분, 정격유착에 대한 부분, 특히 세금탈루와 같은 비리는 항상 나타나게 되고 그러한 기업이 전 정권과 연류가 되어 비리를 저질렀다면 큰 타격을 받게 되어 있기에 당분간은 시끄러울 것이다.

뉴스를 잘 보지 않지만 워낙에 큰 사건들이 터지고 있기에 관심을 갖고 검색을 해보니 귀에 익은 기업체가 흘러나온다.
‘한주실업’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뉴스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정칙권과의 결탁으로 많은 금액의 세금을 탈세했고, 그 댓가로 불법 정치자금을 주었으며 여러 잇권사업에 관여해서 큰 돈을 벌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 회사의 대표가 수시로 뉴스에 나오고 소환이 되고, 세금의 탈세는 어떤 처벌을 받고, 정치 자금에 대한 벌은 어느 정도가 되는지를 자세하게 분석을 한다.

일부러 크게 알려지지 않도록 언론에도 나타나지 않았으나 지난 대선에서의 노골적인 편들기가 노출되며 더 여론의 질타를 받는다.
이윽고 대표의 아들까지 언론에 나타나며 온 집안이 엉망진창이 된다.

조사를 받기위해 나오면서도 전혀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자신의 행동이 정당했으며 탄압이라는 말을 한다.
회사와 사는 집을 보여주는 뉴스를 인터넷으로 보고 댓글을 확인하니 좋은 말은커녕 중간정도의 댓글도 없이 비난 일색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이번 사건과는 별개로 그 아들이 2년에 한번씩 비싼 외제차로 바꿨으며, 항상 같은 딜러를 통해 바꿨는데 그때마다 말로는 답지 못할 갑질을 하였고, 수시로 여자를 바꿔가며 특급호텔에서 벌린 섹스, 또 그 장면을 몰래 녹화한 동영상까지 튀어나와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사회부 기자들이 해당되는 여자들을 확인하니 일반 대학생들과 연예계 연습생들, 신인 연예인들까지 나타나 성적인 문란함으로 도배를 한다.
이제 그 집안은 다시는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경제적, 정신적인 타격을 받았으며 모든 국민들이 그 사건에 연류된 정치인들과 함께 매장을 시킨다.

그러한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경아가 생각이 난다.
순수한 사랑보다는 돈을 따라다니고, 그 돈의 노예가 되며, 돈을 마음껏 주무를 수 있는 남자에게 모든 것을 걸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불쌍하지만 지금의 내 마음에는 도와주고 싶은 심정이 없다.
아니, 이미 그럴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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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에 내리는 눈은 월요일을 앞둔 마음을 급하고 불편하게 합니다.
그리 많이 내린다는 말은 없었는데 예상보다 많은 눈이 내려서 놀랐습니다.

모두 즐거운 주말 보내셨는지요?
저는 어제 이사를 하는 바람에 정신이 없고 지금도 피곤하지만 오늘도 글을 올리지 못하면
더 늦어질 거 같아서 늦게라도 올립니다.

남편왔어님, 찢어버려도 직접 제 손으로는 하지 않고 대신 찢어버렸는데 괜찮으신가요?
디얼럽님, 여전히 감사드립니다.
예천님, 일주일만에 올렸는데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칙칙그라님, 같은 이름이 나와서 좋아하셨군요. 어느 이름인지 모르지만 저도 좋습니다.
혈풍흑월님, 지금까지의 글을 다 읽으셨으면 시간이 무척 많이 필요했을텐데, 고맙습니다.

댓글을 달아주신 다른 님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글을 작성하며 들어올때마다 댓글과 추천이 늘어 있으면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더군요.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다음 글은 조금 더 일찍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편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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