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갑자기 떠오른 소재여서 스토리보드도 없이 작성된 작품입니다. 나름 집중해서 집필한 작품인데 여러분들의 평가를 받아보고 싶어 이렇게 올리게 되었습니다. 반응이 좋다면 "뷰어링" 연재하면서 중간중간 이벤트형식으로 집필해서 올려드릴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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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내 이름은 이정도. 올해나이 서른 살. 나는 언제부터인가 꿈만 꾸면 행복했다. 절대 깨어나고 싶지 않는 꿈만 꾸었지만 나의 시계는 꿈이 절정에 다다를 때 달콤한 잠을 깨웠다. 그런 현상은 일 년, 이 년…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어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잠에 들기 전, 반드시 기도를 하고 잠에 든다.
‘신이시여… 만일 내가 이번에도 진정 원하는 꿈을 꾸었을 때, 절대 깨지 않게 하소서.’
좀 허무맹랑한 기도일지라도 나는 그만큼 간절했기에 이번에 꿀 꿈에 대해 기대하고 있었다. 잠자리에 누워 깜깜한 내 방의 천장을 바라보고 오늘 하루는 어땠는가, 내일 하루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고 있다.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다른 사람들이 추천하는 양을 세어본다. 한 마리, 두 마리... 그리고 백 마리. 잠은 오지 않고 두 눈만 멀뚱멀뚱하니 답답한 마음이 그지없게 느껴졌다. 나는 작은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 오늘 아주 기분 나쁜 일상이 있어 그 일상에 대해 생각했다.
눈을 감고 낮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니 조금씩 졸음이 몰려왔다. 하지만 너무 화가 난 나의 일상에 쉽게 잠들고 싶지 않았다. 만일, 내가 그때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내가 지금처럼 화가 많이 난 상태가 아니었다면 과연 지금의 난 편하게 잘 수 있었지 않을까.
떠오르기 시작했다. 낮에 있었던 나의 수난들이…
“이정도 대리, 어디 갔어?”
나를 급하게 찾는 강성한 과장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들려왔다. 나는 그리 멀리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고 강 과장의 부름에 달려가려 했지만 일순간의 판단 실수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나에 대한 욕설과 비난.
“이정도 대리는 매일 놀기만 하고 일도 안하는 것 같아서 너무 보기 싫어.”
자기가 날 언제부터 봤다고 저런 말을. 영문도 모른 채 저런 황당한 소릴 듣자니 짜증이 몰려왔다. 당장 강 과장 앞으로 가서 ‘당신이 날 언제부터 봤다고 그런 헛소리를 하는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강 과장은 우리 회사 사장의 사위다.
“글쎄요, 방금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어디 갔지?”
나의 행방에 대해 설명해주는 선배들이 있었지만 강 과장은 그 말에 전혀 반응하지 않고 오로지 나를 무시하는 듯한 말만 계속했다. 기분이 나빴고 낙하산 인사 주제에 공채로 입사한 나에게 어떻게 저따위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
“저 여기 있습니다!”
사실 우리 회사는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열발전소다. 강 과장이 날 찾을 때는 퓨즈를 하나 바꾸기 위해 작은 구멍 속 퓨즈 함을 찾던 중이었다. 그런 내가 자기가 한 말을 모두 못 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을 강 과장 자체가 한심해 보였다.
작은 구멍 속의 퓨즈 함이 있는 굴을 빠져나와 강 과장이 있는 곳 앞으로 다가갔다. 사실 그렇다. 내가 못된 놈일지도 모른다. 심성이 틀린 놈은 아니지만 강 과장 얼굴과 목소리만 보면 짜증이 났고 화가 났다. 내가 일하는 현장은 화물차가 자주 다니는 곳 이다.
화물차가 와서 강 과장을 뒤에서 밀어줬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빵! 빵! 빵!”
화물차의 클락션 소리가 들리며 대형 화물차 한 대가 강 과장을 쳤다. 나는 놀라서 그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발만 동동 구르며 대형 화물차 밑에 깔려 있는 강 과장을 걱정했다.
“강 과장님!”
“어떻게 된 일이야?”
사람들이 강 과장이 깔려 있는 장소로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형 화물차의 운전수가 차문을 열고 헐레벌떡 내려 자신의 차 아래를 살피기 시작했다. 무릎을 꿇고 화물차 아래를 살피던 운전수가 갑자기 나를 바라보며 소리를 쳤다.
“살인자! 이 모든 것이 당신 때문이야!”
그러자 그 운전수 뒤로 우리 직장 동료들이 의기투합하여 나에게 살인자라는 말을 하고 있다. 나는 강 과장을 대형 화물차로 밀어버리지 않았다. 그냥 그런 생각만 했을 뿐 직접 그 생각을 실천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나보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을까.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온 몸에 식은땀이 흘렀고 방금 전 본 끔찍한 꿈을 아직도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잊고 싶은 꿈이었지만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을 완전하게 지울 수 없었다. 내가자고 있던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악몽을 잊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스쳐지나 갔다. 제대로 된 잠은 아니지만 쪽잠을 자며 겨우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침대에서 일어 날 수 있었다. 집에서 세수를 하며 악몽을 떠올리고 있는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너무 한심스러웠다. 다시 내방으로 돌아와 옷을 입고 있었다.
나에게 문자메시지 한통이 들어왔다. 아침부터 들어온 문자라 확인하지 않으려 했지만 회사에서 다급하게 온 문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옷을 갈아입다 말고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 내용을 확인하게 되었다.
‘당신이 희망하는 첫 번째 꿈이 정상적으로 접수되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내가 꿈꾸는 꿈이 무엇인데 이런 말도 안 되는 문자메시지가 이른 출근시간 메시지로 들어온 걸까. 궁금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냥 다양하고 많은 스팸메시지 중 하나라 생각하고 말았다.
이른 아침, 도시의 차로는 항상 길이 막힌다. 나는 아직 개인 자동차가 없어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고 있다. 예전 자동차가 있었었다. 하지만 치솟는 기름 값과 자동차의 보험, 관리비용을 계산할 때 아직 자동차는 나에게 사치 같았기 때문에 처분하였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출근하게 되었다. 나보다 윗분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최대한 발각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출근했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작업장으로 향하는데 내 뒤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어이, 이 대리!”
기계실 전구진 반장이었다. 전 반장은 나보다 나이도 많고 이쪽 분야에서 경력도 많은 분이셨지만 회사의 정규직원이 아닌 외부 계약직이어서 항상 정규직원들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는 분이기도 했다. 자신도 정규직원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지금 바쁘지 않으면 퓨즈 함(函)에 있는 퓨즈 하나만 바꿔주시겠나?”
“퓨즈가 고장인가요?”
“그런 것 같아. 충전기가 말을 듣지 않으니.”
“그럼 제가 교체 할게요.”
“부탁하네.”
“네.”
발전소에 근무를 하다 보니 충전소에 충전이 되지 않아 살피면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퓨즈가 고장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밤에도 퓨즈가 고장이나 아마도 전기 충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퓨즈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퓨즈 함이 있는 작은 굴로 들어가야 했다.
새 퓨즈를 들고 기존의 퓨즈를 교체하기 위해 퓨즈 함이 있는 작은 굴 안으로 진입했다. 수십 개의 퓨즈가 있었지만 어느 퓨즈가 문제를 일으키는지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문제가 될 만한 퓨즈를 교체하는 도중 밖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이정도 대리!”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다. 하지만 퓨즈를 먼저 가는 것이 우선이기에 대답하지 않고 작업에 열중했다. 당연히 전 반장이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다고 말해 줄 주 알았으니까. 하지만 계속해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정도 대리, 어디 갔어?”
작은 굴 안에서 나는 자꾸 내 이름을 부르는 강 과장이 미워보였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나는 강 과장에 대해 그리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그의 입에서 나의 이름과 직급이 호명되는 상황이 불쾌하기만 했다.
“저 자식, 자꾸 왜 나만 찾는 거야?”
나는 좁은 굴 안에서 자꾸만 나를 찾는 강 과장이 맘에 들지 않았다. 퓨즈의 교체가 거의 끝나갈 때라 지금 당장 강 과장이 부르는 곳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작업을 우선 먼저 끝내고 강 과장을 만나리라 생각했다. 그러자 누군가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글쎄요, 방금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어디 갔지?”
나보다 먼저 입사한 자재과 선배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선배들에게 들리지도 않을 부탁을 하며 나의 위치를 밝히지 말라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 과장이 하는 소리가 또 들려 왔다.
“아침에 출근을 했으면 나한테 와서 인사를 하고 작업을 해야지 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거야?”
지랄을 하고 있다. 내가 애 너한테 가서 아침에 인사를 하고 일을 해야 하는 거야? 강 과장의 행동과 말이 내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 주변에 있던 다른 선배들이 나를 만나면 그 말을 전해 줄 것이니 걱정 말라는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하자는 거야?”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퓨즈를 교체하는 일을 멈출 수 없어서 밖으로 나가 왜 내가 낙하산으로 입사한 강 과장에게 그런 짓을 해야 하냐고 따질 수 없었다. 또한 그렇게 말할 자신도 없었다. 그러다 해고라도 당하면…
퓨즈 교체가 완료되었다. 나는 좁은 굴속을 빠져나와 강 과장이 있는 곳으로 나가게 되었다. 그 굴은 낮은 지역에 있었기에 다시 위로 올라가야 했다. 그 순간 내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한통 왔다.
‘당신의 첫 번째 소원을 이루어 드리겠습니다.’
발신자 번호도 없이 온 문자를 보고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요즘 왜 이렇게 스팸문자가 자주 오는지 알 수 없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문자메시지를 삭제했고 강 과장이 서 있는 곳으로 터벅터벅 걸어갈 수 있었다.
“저 여기 있습니다!”
나는 강 과장에게 내가 여기 있음을 알리기 위해 소리쳤고 그런 나를 본 강 과장이 나에게 빨리 오라며 손짓을 하고 있다. 정말 최대한 천천히 걸어가며 강 과장의 위치를 확인했다. 시력이 잘 안보인 다는 핑계를 대며 한 참을 두리번거렸다.
“어디 있다 지금 오는 거야?”
강 과장은 내가 어디서 놀다 오는 줄 아는가보다. 뭐, 진실로 내가 놀다왔다고 해도 낙하산으로 입사한 강 과장 정도는 얼마든지 실력으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무서운 것은 강 과장이 우리 회사 사장의 사위라는 것 뿐.
“너 요즘 왜 이렇게 나한테 안 놀러와?”
무슨 개소린지. 내가 또 언제 자기한테 놀러갔다고 이런 황당 무도한 소리를 하는 것인지.
“나 요즘 심심하니까 술 한 잔하게 한번 와.”
헐. 내가 왜 당신이랑 술을 마셔야 하지요? 난 강 과장 당신과 술 한 잔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인데. 나에게 왜 그러세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강 과장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은 복종이었다. 사회생활이 아무리 치사하고 더러워도 사장의 사위에게 내 감정 그대로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좋지 않게 보여 혹시 모를 해고라도 당하면 나는 어떻게 먹고 살란 말인가.
“오늘 하루도 수고하고, 저번에 보니까 안전모도 안 쓰고 작업하던데 그러면 안 돼.”
“알겠습니다. 조심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강 과장이 뒤돌아서며 사무실로 가려한다. 그 뒷모습이 어찌나 얄밉고 꼴도 보기 싫은지. 내가 잘못된 인격과 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강 과장에 대한 저주는 더 강하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저 멀리 걸어가는 강 과장의 모습을 보니 어제 꿈을 꾼 내용처럼 대형 화물차가 강 과장을 치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강 과장이 저렇게 그냥 사무실에 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진짜로 대형 화물차가 강 과장의 바로 뒤에 나타나더니 클락션을 울리기 시작했다.
“빵! 빵! 빵!”
강 과장은 그 대형 화물차를 피하기 위해 몸을 재빨리 옆으로 피했지만 시간차이로 대형 화물차 밑에 깔리고 말았다. 나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동동 거리고 있었다.
“강 과장님!”
“어떻게 된 일이야?”
나와 주변 사람들이 대형 화물차 밑에 깔린 강 과장이 있는 곳으로 뜀박질이 시작됐다. 강 과장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중 나는 이 모습이 데자뷰가 되어 떠올랐다. 하지만 이건 우연의 일치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 순간 화물차 운전수가 문을 열고 차량 아랫부분을 살피는 장면을 보고서야 이게 내가 어제 본 꿈속의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된 거야? 어제 이 장면을 꿈에서 봤어.’
강 과장이 깔린 차량을 바라보며 나는 어제 꿈에서 본 장면을 하나하나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다시 한통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당신의 첫 번째 꿈을 이루어드렸습니다. 이제 두 번째 소원을 기다립니다.’
그 문자를 믿을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이 내가 어젯밤 꿈에서 본 모든 장면과 일맥상통했기 때문이다. 머리가 멍해져오며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의 상황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기 힘들었다.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공항 상태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 온 나는 집 앞에서 소주를 한 병 사서 들어왔다. 강 과장이 오늘 나 때문에 사고가 났다는 생각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직장동료들에게 들은 강 과장의 상태는 혼수상태로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나는 퇴근하자마자 강 과장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병문안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 날 밤은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소주 한 변에 취해 잠이 들어야 했다. 그렇게 괴로움에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고 있었다.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사람들이 어제 강 과장의 사고 얘기가 화제가 되어 대화들을 나누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나는 혼자 커피를 뽑아 들고 이 모든 것이 다 내가 잘못된 생각으로 벌어진 일이라 자책하고 있었다. 미워보였던 강 과장이 벌떡 일어나길 기대했다.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퇴근시간이 다가오길 기대하고 있었다. 퇴근시간에 강 과장이 있는 병원으로 가 강 과장이 빨리 쾌유하여 일어 날 수 있도록 기도를 해주고 싶었다. 드디어 퇴근시간이 되었다. 망설임 없이 강 과장이 입원한 병원으로 향했다.
병실 앞에 도착했는데 강 과장의 아내가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같은 회사에 다니는 이정도 대리라고 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병문안 오셨나 봐요.”
“네. 상심(傷心)이 크시겠어요.”
“애들이 불쌍해서… 흑흑흑.”
강 과장에게는 올해 다섯 살 된 딸아이가 있었다. 그 딸아이는 아무 것도 모르며 순수하게 웃고 있었고 나를 보며 이렇게 얘기 했다.
“아저씨, 우리 아빠 아파.”
그 아이를 보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이렇게 강 과장을 떠나보내면 안 될 것 같았지만 나에게는 어떠한 의술과 기적을 전해줄 능력이 없었으며 대형 화물차에 치인 강 과장을 도울 방법이 전혀 없었다. 너무 순수한 딸을 둔 강 과장이 처음으로 부러웠을 뿐이었다.
“아빠는 분명히 내일 벌떡 일어나 실거야.”
말도 안되는 희망을 주고 나는 슬프게 울고 있는 강 과장의 아내와 천진무구한 딸을 뒤로 한 채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가는 길에 다시 슈퍼마켓에 들러 소주 한 변을 샀다. 맨 정신으로 집에서 잠을 청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집으로 돌아 온 나는 라면 국물을 안주 삼아 소주를 한 잔 했다. 그러면서 내일 아침 기적처럼 강 과장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랬다. 술 한 병이 거의 다 먹어가자 술기운에 잠이 들기 시작했고 꿈속에서 강 과장이 병실에서 벌떡 일어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잠든 사이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울리고 있었다.
‘당신이 희망하는 두 번째 꿈이 정상적으로 접수되었습니다.’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잠에서 깨어난 나는 휴대폰을 확인하며 기상을 했다. 휴대폰 액정에 보이는 문자메시지 표시에 확인을 했다. 또 다시 온 발신자 표시 없는 문자 한통을 받아들고 어안이 없었다.
“이거 누군데 자꾸 내 소원을 들어준다는 거야?”
내가 희망하는 소원이 뭔지 알고 이런 문자를 보내준 것일까. 나는 발신자 번호도 없는 문자에 답장을 해보고 싶었다.
‘누군지 몰라도 감사합니다.’
휴대폰을 침대 한쪽으로 던지고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어제 마신 소주가 아직 깨지 않은 듯 비틀거리는 몸을 유지하며 한걸음한걸음 욕실을 향해 움직일 때 휴대폰에 답장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다세대주택에 살고 있는 나는 집 문을 열고 집밖으로 나섰다. 일층 우편함에 무수히 많이 꽂혀 있는 납입고지서와 압류통지서들. 우편함만 보면 마음이 무겁게 느껴지며 이렇게 일해서 돈을 벌면 은행으로 모두 ?기 듯 빠져나가는 현실에 자괴감만 든다.
“지겹다, 지겨워.”
출근길은 늘 항상 답답하다. 도시의 차로는 항상 벌 때처럼 출근과 다른 목적으로 운행하는 차들로 넘쳐났고 돈 없이 가난한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고 있는 지하철. 눈으로 보고만 있어도 숨이 막힐 지경이다.
“안으로 좀 들어갑시다.”
“누구야? 발 좀 밟지 마!”
지하철 안의 풍경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다. 목까지 차오르는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지하철에 탑승하고 나의 회사까지 최대한 불쾌하지 않게 도착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성추행장면.
바바리코트를 입고 있는 중년의 한 남성이 스키니 청바지를 입고 있는 여성의 뒤에 서서 자신의 은밀한 부위를 여성의 엉덩이에 비비고 있었다. 평소 남들과 다른 정의감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런 상황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니, 저 사람이….”
바바리코트를 입고 있는 중년 남성에게 다가가야 했지만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다가가지 못한다면 소리를 질러 주의를 주고 싶었지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행동을 하기에 내 용기가 부족했다.
“저 사람 어떻게 말려야 하지?”
혼잣말을 하며 불쾌해 하고 있을 여성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출근길인데 아침부터 저런 변태를 만나 아무 말도 못하고 있을 여성의 부담감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을 멈추라며 제재(制裁)를 해야 했다.
지하철이 정차하자 사람들이 몰려 하차하고 또 다른 사람들이 탑승을 하기 시작했다. 그 틈에 나는 스키니 청바지를 입은 여성의 바로 옆자리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또 뒤에 있는 남성이 성추행을 할 시 경고와 함께 제재를 가할 생각이었다.
다시 지하철은 덜컹거리며 출발한다. 나는 계속해서 옆에 있는 여성과 그 뒤에 서있는 남성을 곁눈질로 감시했다. 그러다 옆의 여성이 풍만한 글래머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겨울인데도 그리 얇지 않은 외투를 입고 있어 나보다 키가 작은 여성의 가슴골이 눈에 들어왔다.
침이 꼴깍 넘어갔다. 이러기 위해 이 여자 옆으로 자리를 힘겹게 옮긴 것이 아니었는데. 이성적인 생각으로 판단해야 했다. 출근시간이라 아직 이른 아침이다. 아침이면 남자들만이 알고 있는 신체일부의 특정부위가 자기 통제와 상관없이 이상증상을 일으킨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옆의 여성을 지켜주기 위해 달려왔건만 잘 못하다가는 나까지 성추행 범으로 몰릴 판이었다. 그렇게 몇 정거장을 감시하고 있는데 뒤에 있던 남자가 행동을 계시한다. 유독 볼륨이 좋은 엉덩이에 또 다시 자신의 은밀한 부위를 비비고 있었다.
여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 그런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고 있자니 남자의 행동을 말리고 싶지 않았다. 나의 머릿속에도 늑대의 본능이 꿈틀대고 있었는가 보다.
여성 뒤의 남자는 조금 더 용기를 내서 한손을 여성의 허리춤으로 옮겨 허리부위를 더듬기 시작했다. 그때 여성 쪽에서 깊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괴로워하고 있는 것 같아 이금이라도 그 남자를 떨어트리고 괜찮으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왜 이러세요?”
여성이 뒤에 있는 남자에게 불쾌함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작은 목소리로 말해 둘만의 대화가 진행되어지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둘만의 은밀한 대화를 엿듣고 있는 관음증(觀淫症) 환자가 되어버렸다.
“놓으세요. 제발.”
“가만히 있어봐.”
“싫어.”
여성의 거부는 완강(頑强)했다. 여성이 완강하게 거부하면 할수록 남성은 지저분할 정도로 여성에게 집착하며 달라붙고 있었다. 나의 목구멍에서 또 한 번의 침이 꿀꺽하고 넘어갔다. 나는 그 남자의 손을 잡고 뭐하는 짓이냐며 따져야 했지만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자꾸 이러면 소리를 칠거에요.”
“알았어, 알겠다고. 잠깐만 가만히 있어.”
나의 눈동자는 곁눈질을 위해 피곤함이 몰려올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고 여성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눈동자를 밑으로 내려 보니 남자는 여성의 외투 안으로 손을 넣어 여성의 가슴을 공략하고 있는 상황 같았다.
여성의 가슴부위 쯤이 계속해서 무엇인가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도저히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아 여성을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여성 쪽으로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남자에게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여성의 또 다른 반대쪽에 서있던 남자가 말했다.
“이 자식! 완전 변태 아니야. 지금 앞에 있는 아가씨에게 뭐하는 짓이야!”
순간 지하철 안의 많은 사람들이 내가 서있는 쪽으로 시선이 고정되었고 나는 당혹스러웠다. 내 옆에 있던 아가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뒤에 있던 남자의 멱살을 잡으며 경찰서로 가야 한다고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나는 왜 그렇게 나 스스로 민망스럽던지 알 수 없었다. 저렇게 용감한 시민도 있는데 왜 내가 이렇게 망설였을까 하는 부끄러움이 엄습(掩襲)했다. 다음 역에 지하철이 정차하자 정의의 시민들이 아까 추행범을 잡고 옆자리의 아가씨와 함께 지하철을 내렸다.
지하철 창문 너머로 그들의 실랑이를 보며 아침부터 불쾌해 했을 여성을 걱정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고마움이 멱살을 잡혀 끌려 나간 남자에게 들었다. 세상을 살다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인간이라 함은 양면성(兩面性)을 지니고 있는 치사한 존재 같았다.
덜컹, 덜컹.
달리던 지하철이 어느덧 내가 일하는 회사 근처에 도착했다. 이제 내려야 할 타이밍이다. 여유가 없는 사람들의 사이를 간신히 비집고 내려 회사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회사로 걸어가는 동안 어제 사고를 당한 강 과장의 안부가 걱정되었다. 아침부터 와있던 문자내용도 함께 생각이 났다. 누가 나에게 그런 문자를 보낸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꺼내봤다. 문자메시지가 와있었다.
‘당신의 소원은 이제 한 가지 남았습니다.’
무슨 소리일까. 내가 답장을 보낸 다음 메시지 온 문자의 내용이 궁금했다. 귀신이 나를 가지고 장난이라도 치는 것인가 하는 마음에 엄한 내 볼만 꼬집어봤다. 아픈 것을 보니 내 정신은 멀쩡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로 들어서자 사람들은 오늘도 바쁜 하루를 살기위해 서로의 자리에서 각자 일을 하고 있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요즘 사회에 가장 큰 고민거리인데 실업율도 높아 자신의 자리 지키기에 분주(奔走)하게 보였다. 난 그런 모습들이 안쓰럽게 보였다.
출근하여 근무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향했다. 탈의실 안에서 다른 직원들이 쑥덕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 과장 깨어났다며?”
“그렇게 큰 차에 치이고도 멀쩡하게 일어났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지.”
“신이 도와주신 거야.”
“기적이지, 기적.”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그 강 과장이 내가 알고 있는 강 과장일 것이란 생각에 그들의 대화에 촉각을 갖고 들을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서는 하루를 넘기기 힘들 것이라 했잖아.”
“그러니까 기적이지.”
“경리 팀에서 아침에 전화 왔다며 알려주더라고.”
“사람 참 명(命) 기네.”
어제 내가 병문안 갔던 강 과장이 오늘 아침에 기적처럼 깨어났다는 소식은 정말 놀라웠다. 병원에 갔을 때만해도 의식도 없이 곧 죽을 사람처럼 보이던 강 과장이 깨어난 것에 감사하며 나에게 아침에 온 문자메시지가 떠올랐다.
‘이 메시지, 진짜 내 소원이 이루어진 것인가?’
옷을 갈아입은 나는 다시 현장으로 나갔다. 그곳에서도 강 과장이 깨어난 사실은 사람들 입을 통해 화재가 되어 있었고 서로 잘된 일이라며 기적 같은 강 과장의 명줄을 얘기하고 있었다. 나는 그 속에서 문자메시지의 답장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내가 소원을 빌고 잠이 들면 이루어진다. 이건가? 정말 그런 것인가.’
오전 내내 일을 하면서 머릿속에는 온통 이 생각뿐이었다. 설령 이러한 일들이 우연의 일치일지라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한번 시험해 보고 싶었다.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는 것인지. 점심시간이 되어서 배부르게 점심을 먹었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약 삼십 분정도 오침을 잔다. 위험한 현장일 탓에 졸음이라도 오게 되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사실 때문에 직원들에게 오침을 장려한다. 간이 취침실에 몸을 눕히고 어떤 소원을 빌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로또 1등에 당첨되어서 일확천금(一攫千金)을 달라고 해볼까? 아니면 대통령이 되게 해달라고 빌어 볼까?’
어떠한 소원을 먼저 빌어야 할지 몰랐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쯤, 아침에 지하철에서 본 여성의 얼굴과 가슴골이 떠올랐다. 비록 소원은 아니었지만 그 여자의 모습이 자꾸 생각이 났다.
‘가슴이 예뻤어. 만지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어. 만져 봐도 될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졸음이 밀려왔고 천천히 잠이 들어갔다. 그 순간 내 작업복 주머니 안에 있던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한통 왔다. 나는 잠이 들어 그 메시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잠에 든 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 아침보다 적은 사람들이 숨통을 조금이나마 쉴 수 있게 도와준다. 아침에 있었던 그 바바리코드의 남성과 스키니 청바지를 입은 여자가 생각이 나며 사람들의 실랑이가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지하철은 정차역에 멈출 때 마다 많은 사람들을 이동시키고 있었고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아침에 본 여자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아침보다는 한결 즐거워 보이는 표정과 발걸음. 경찰서로 향한 일들이 잘 해결된 듯 보였다.
나와는 지하철 문과 문 사이를 두고 있었기에 그리 가까운 거리에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멀리서나마 그녀를 관찰 할 수 있어 나름 마음에 들었다. 그러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고 이리저리 치이다가 자리를 조금씩 옆쪽으로 밀려들어갔다.
“밀지마세요.”
“누가 자꾸 발 밟아!”
사람들이 또 다시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퇴근시간의 지하철인데 출근할 때의 지하철 풍경을 만들고 있다. 다시 숨이 목구멍까지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덩컹되는 지하철은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자리가 옮겨지며 서게 된 곳이 바로 그 아침여자의 옆.
아침에 본 모습처럼 위에서 아래를 향해 내려다보니 여전히 가슴골이 깊게 보였다. 또 다시 내 목구멍으로 침이 꼴깍하고 넘어간다. 나는 앞으로 열정거장이나 더 가야 하기에 옆에 있는 여자가 얼마 만에 내리느냐가 관심사가 되었다.
그런데 내 왼쪽 허벅지가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어 밑을 내려다 봤다. 내 허벅지에 누군가의 손이 보이며 허벅지를 위아래로 자극하고 있었다. 나는 또 어떤 변태가 내가 옆에 있는 여자라고 오해를 하고 나를 쓰다듬고 있나보다 하는 생각에 웃음이 터져 나올 뻔 했다.
그런데 손의 위치와 방향이 뒤에서 만지고 있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른손 등이 내 왼쪽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는 것을 보아 내 왼쪽의 사람이…
“!”
옆에 서있던 아침의 스키니 청바지 여자가 나를 만지고 있었다. 놀라웠고 이런 상황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했다. 성추행이란 것은 남자들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경험하지 않는 경험이기에 더욱 당황스럽기만 했다.
나는 저항하지 않고 그 여자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기로 했다. 여자의 손은 점점 허벅지 앞쪽으로 다가왔고 조금 더 지나가면 지퍼가 있는 곳 즉, 나의 신체 중심부에 다다를 것이다. 알지만 거부할 수 없는 짜릿함을 느끼며 빨리 손이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다시 시작된 나의 곁눈질은 옆에 있던 여자를 향해 움직였고 그녀는 아침처럼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손은 내 허벅지 앞쪽에서 손등으로 은밀한 쾌감을 주고 있었고 나의 물건은 점점 발기되어가고 있었다.
그 순간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내 쪽으로 돌려지며 나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나도 모를 식은땀이 등을 적시고 있었고 손등으로만 주던 자극이 손바닥으로 뒤집히며 지퍼 위를 꼭 쥐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윽.”
나는 순간 소리를 내며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우리의 은밀한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발각(發覺)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우려(憂慮)와 걱정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사람들이 나의 소리를 듣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안심하며 옆 자리의 여자와 눈으로 교감을 주고받았다.
지하철에 사람들이 더 많이 탑승하며 우리는 서로 마주보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내 명치(命門) 쪽에 밀착되어 황홀함을 주고 있었다. 그녀의 두 팔이 내 허리를 감으며 밀착을 더욱 쌔게 한다. 심장이 콩닥이고 있었다.
그녀의 한 손이 나의 엉덩이에 위치하여 폭발하듯 커진 나의 성기를 그녀의 몸에 밀착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옷이 너무 두꺼워 정밀한 감정을 느끼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나도 용기가 나서 그녀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우리… 이래도…”
“쉿.”
나에게 조용하라던 그녀의 행동은 점점 과감하게 진행되었다. 엉덩이에 있던 한 손이 나의 중심부로 옮겨지고 지퍼를 내려 지퍼 안으로 손을 넣고 내가 입고 있던 팬티 안으로 손이 들어가 터질 듯이 부풀어 있는 성기에 그녀의 손이 닿았다.
죽을 만큼 좋았고 행복했다. 비좁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추행을 직접 경험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그녀의 다른 한 손이 나의 셔츠사이로 파고들며 한쪽 젖꼭지를 찾아 내 몸을 더듬거리고 있었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안고 있던 나의 팔이 움직여 그녀의 한쪽 힙을 쌔게 잡았다. 내 손이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를 잡기에 한없이 작은 손이었다.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잡았다. 그 역시 한없이 작은 손이었다.
우린 서로 상대의 중요부위를 손으로 점령한 상태였다. 지하철이 덜컹거릴 때 마다 나의 중요부위를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이 위아래로 흔들거렸고 나의 손이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작은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흠.”
당혹스러운 내 표정을 그녀가 읽었을까. 얼굴을 내 가슴에 묻고 좀 더 대범한 신음소리를 뱉어내고 있었다.
“아… 흠.”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이렇게 하다가는 주변 사람들이 눈치를 채고 우리는 졸지에 변태가 되어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당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우리의 행동을 휴대폰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릴 것 같았다. 입단속을 시켜야 했다.
“좀 조용히…”
“아…”
나의 주의는 그녀의 귀에 들리지 않았나보다. 그녀가 잡고 있던 내 성기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나는 참을 수 없는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지하철보다 빠른 성욕의 절정에 다다르자 그녀가 잡고 있는 손에 나의 열정을 쏟아버렸다.
콸콸.
멈출지 모르고 흐르는 나의 정액은 팬티 안에서 그녀의 손에 고스란히 뿜어져 나왔다. 그런 그녀가 손을 조심스럽게 빼더니 손바닥에 묻은 나의 정액을 자신의 입으로 핥아먹기 시작한다. 너무 섹시하고 야했다.
“야, 얌마!”
누군가 나의 단잠을 깨우고 있었다. 함께 일하는 선배다.
“일어나. 일하로 가야지. 여기가 네 집이냐.”
“꿈?”
자리에서 일어나 생생한 꿈을 아쉬워하며 나를 깨운 선배가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나는 항상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절정부분에서 꿈을 깨곤 했다. 그 사실이 너무 야속하고 싫었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꿈이라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렇게 정신없는 나의 오후 일과가 끝나고 나는 집으로 향하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꿈에서 본 풍경과 다르지 않던 지하철. 그리고 꿈속의 그녀가 혹시나 타지 않을까 하는 나만의 상상을 하고 있던 바로 그때, 스키니 청바지의 그녀가 지하철을 탔다.
아침보다 즐거워 보이는 표정과 발걸음, 지하철 문과 문 사이를 두고 그녀를 관찰하게 된 나는 이 모든 상황이 내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과정들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많은 사람들이 출근길 지하철을 방불케 할 정도로 몰려들고 내 옆에는 그녀가 있었다.
침이 꼴깍 넘어가며 꿈속의 상황을 기대하는 나는 휴대폰을 꺼내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당신의 마지막 꿈을 이루어드렸습니다. 이제부터 다른 사람의 꿈을 이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허탈했지만 내 옆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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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내 이름은 이정도. 올해나이 서른 살. 나는 언제부터인가 꿈만 꾸면 행복했다. 절대 깨어나고 싶지 않는 꿈만 꾸었지만 나의 시계는 꿈이 절정에 다다를 때 달콤한 잠을 깨웠다. 그런 현상은 일 년, 이 년…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어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잠에 들기 전, 반드시 기도를 하고 잠에 든다.
‘신이시여… 만일 내가 이번에도 진정 원하는 꿈을 꾸었을 때, 절대 깨지 않게 하소서.’
좀 허무맹랑한 기도일지라도 나는 그만큼 간절했기에 이번에 꿀 꿈에 대해 기대하고 있었다. 잠자리에 누워 깜깜한 내 방의 천장을 바라보고 오늘 하루는 어땠는가, 내일 하루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고 있다.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다른 사람들이 추천하는 양을 세어본다. 한 마리, 두 마리... 그리고 백 마리. 잠은 오지 않고 두 눈만 멀뚱멀뚱하니 답답한 마음이 그지없게 느껴졌다. 나는 작은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 오늘 아주 기분 나쁜 일상이 있어 그 일상에 대해 생각했다.
눈을 감고 낮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니 조금씩 졸음이 몰려왔다. 하지만 너무 화가 난 나의 일상에 쉽게 잠들고 싶지 않았다. 만일, 내가 그때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내가 지금처럼 화가 많이 난 상태가 아니었다면 과연 지금의 난 편하게 잘 수 있었지 않을까.
떠오르기 시작했다. 낮에 있었던 나의 수난들이…
“이정도 대리, 어디 갔어?”
나를 급하게 찾는 강성한 과장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들려왔다. 나는 그리 멀리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고 강 과장의 부름에 달려가려 했지만 일순간의 판단 실수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나에 대한 욕설과 비난.
“이정도 대리는 매일 놀기만 하고 일도 안하는 것 같아서 너무 보기 싫어.”
자기가 날 언제부터 봤다고 저런 말을. 영문도 모른 채 저런 황당한 소릴 듣자니 짜증이 몰려왔다. 당장 강 과장 앞으로 가서 ‘당신이 날 언제부터 봤다고 그런 헛소리를 하는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강 과장은 우리 회사 사장의 사위다.
“글쎄요, 방금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어디 갔지?”
나의 행방에 대해 설명해주는 선배들이 있었지만 강 과장은 그 말에 전혀 반응하지 않고 오로지 나를 무시하는 듯한 말만 계속했다. 기분이 나빴고 낙하산 인사 주제에 공채로 입사한 나에게 어떻게 저따위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
“저 여기 있습니다!”
사실 우리 회사는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열발전소다. 강 과장이 날 찾을 때는 퓨즈를 하나 바꾸기 위해 작은 구멍 속 퓨즈 함을 찾던 중이었다. 그런 내가 자기가 한 말을 모두 못 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을 강 과장 자체가 한심해 보였다.
작은 구멍 속의 퓨즈 함이 있는 굴을 빠져나와 강 과장이 있는 곳 앞으로 다가갔다. 사실 그렇다. 내가 못된 놈일지도 모른다. 심성이 틀린 놈은 아니지만 강 과장 얼굴과 목소리만 보면 짜증이 났고 화가 났다. 내가 일하는 현장은 화물차가 자주 다니는 곳 이다.
화물차가 와서 강 과장을 뒤에서 밀어줬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빵! 빵! 빵!”
화물차의 클락션 소리가 들리며 대형 화물차 한 대가 강 과장을 쳤다. 나는 놀라서 그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발만 동동 구르며 대형 화물차 밑에 깔려 있는 강 과장을 걱정했다.
“강 과장님!”
“어떻게 된 일이야?”
사람들이 강 과장이 깔려 있는 장소로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형 화물차의 운전수가 차문을 열고 헐레벌떡 내려 자신의 차 아래를 살피기 시작했다. 무릎을 꿇고 화물차 아래를 살피던 운전수가 갑자기 나를 바라보며 소리를 쳤다.
“살인자! 이 모든 것이 당신 때문이야!”
그러자 그 운전수 뒤로 우리 직장 동료들이 의기투합하여 나에게 살인자라는 말을 하고 있다. 나는 강 과장을 대형 화물차로 밀어버리지 않았다. 그냥 그런 생각만 했을 뿐 직접 그 생각을 실천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나보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을까.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온 몸에 식은땀이 흘렀고 방금 전 본 끔찍한 꿈을 아직도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잊고 싶은 꿈이었지만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을 완전하게 지울 수 없었다. 내가자고 있던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악몽을 잊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스쳐지나 갔다. 제대로 된 잠은 아니지만 쪽잠을 자며 겨우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침대에서 일어 날 수 있었다. 집에서 세수를 하며 악몽을 떠올리고 있는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너무 한심스러웠다. 다시 내방으로 돌아와 옷을 입고 있었다.
나에게 문자메시지 한통이 들어왔다. 아침부터 들어온 문자라 확인하지 않으려 했지만 회사에서 다급하게 온 문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옷을 갈아입다 말고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 내용을 확인하게 되었다.
‘당신이 희망하는 첫 번째 꿈이 정상적으로 접수되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내가 꿈꾸는 꿈이 무엇인데 이런 말도 안 되는 문자메시지가 이른 출근시간 메시지로 들어온 걸까. 궁금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냥 다양하고 많은 스팸메시지 중 하나라 생각하고 말았다.
이른 아침, 도시의 차로는 항상 길이 막힌다. 나는 아직 개인 자동차가 없어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고 있다. 예전 자동차가 있었었다. 하지만 치솟는 기름 값과 자동차의 보험, 관리비용을 계산할 때 아직 자동차는 나에게 사치 같았기 때문에 처분하였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출근하게 되었다. 나보다 윗분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최대한 발각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출근했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작업장으로 향하는데 내 뒤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어이, 이 대리!”
기계실 전구진 반장이었다. 전 반장은 나보다 나이도 많고 이쪽 분야에서 경력도 많은 분이셨지만 회사의 정규직원이 아닌 외부 계약직이어서 항상 정규직원들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는 분이기도 했다. 자신도 정규직원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지금 바쁘지 않으면 퓨즈 함(函)에 있는 퓨즈 하나만 바꿔주시겠나?”
“퓨즈가 고장인가요?”
“그런 것 같아. 충전기가 말을 듣지 않으니.”
“그럼 제가 교체 할게요.”
“부탁하네.”
“네.”
발전소에 근무를 하다 보니 충전소에 충전이 되지 않아 살피면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퓨즈가 고장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밤에도 퓨즈가 고장이나 아마도 전기 충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퓨즈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퓨즈 함이 있는 작은 굴로 들어가야 했다.
새 퓨즈를 들고 기존의 퓨즈를 교체하기 위해 퓨즈 함이 있는 작은 굴 안으로 진입했다. 수십 개의 퓨즈가 있었지만 어느 퓨즈가 문제를 일으키는지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문제가 될 만한 퓨즈를 교체하는 도중 밖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이정도 대리!”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다. 하지만 퓨즈를 먼저 가는 것이 우선이기에 대답하지 않고 작업에 열중했다. 당연히 전 반장이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다고 말해 줄 주 알았으니까. 하지만 계속해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정도 대리, 어디 갔어?”
작은 굴 안에서 나는 자꾸 내 이름을 부르는 강 과장이 미워보였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나는 강 과장에 대해 그리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그의 입에서 나의 이름과 직급이 호명되는 상황이 불쾌하기만 했다.
“저 자식, 자꾸 왜 나만 찾는 거야?”
나는 좁은 굴 안에서 자꾸만 나를 찾는 강 과장이 맘에 들지 않았다. 퓨즈의 교체가 거의 끝나갈 때라 지금 당장 강 과장이 부르는 곳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작업을 우선 먼저 끝내고 강 과장을 만나리라 생각했다. 그러자 누군가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글쎄요, 방금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어디 갔지?”
나보다 먼저 입사한 자재과 선배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선배들에게 들리지도 않을 부탁을 하며 나의 위치를 밝히지 말라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 과장이 하는 소리가 또 들려 왔다.
“아침에 출근을 했으면 나한테 와서 인사를 하고 작업을 해야지 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거야?”
지랄을 하고 있다. 내가 애 너한테 가서 아침에 인사를 하고 일을 해야 하는 거야? 강 과장의 행동과 말이 내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 주변에 있던 다른 선배들이 나를 만나면 그 말을 전해 줄 것이니 걱정 말라는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하자는 거야?”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퓨즈를 교체하는 일을 멈출 수 없어서 밖으로 나가 왜 내가 낙하산으로 입사한 강 과장에게 그런 짓을 해야 하냐고 따질 수 없었다. 또한 그렇게 말할 자신도 없었다. 그러다 해고라도 당하면…
퓨즈 교체가 완료되었다. 나는 좁은 굴속을 빠져나와 강 과장이 있는 곳으로 나가게 되었다. 그 굴은 낮은 지역에 있었기에 다시 위로 올라가야 했다. 그 순간 내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한통 왔다.
‘당신의 첫 번째 소원을 이루어 드리겠습니다.’
발신자 번호도 없이 온 문자를 보고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요즘 왜 이렇게 스팸문자가 자주 오는지 알 수 없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문자메시지를 삭제했고 강 과장이 서 있는 곳으로 터벅터벅 걸어갈 수 있었다.
“저 여기 있습니다!”
나는 강 과장에게 내가 여기 있음을 알리기 위해 소리쳤고 그런 나를 본 강 과장이 나에게 빨리 오라며 손짓을 하고 있다. 정말 최대한 천천히 걸어가며 강 과장의 위치를 확인했다. 시력이 잘 안보인 다는 핑계를 대며 한 참을 두리번거렸다.
“어디 있다 지금 오는 거야?”
강 과장은 내가 어디서 놀다 오는 줄 아는가보다. 뭐, 진실로 내가 놀다왔다고 해도 낙하산으로 입사한 강 과장 정도는 얼마든지 실력으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무서운 것은 강 과장이 우리 회사 사장의 사위라는 것 뿐.
“너 요즘 왜 이렇게 나한테 안 놀러와?”
무슨 개소린지. 내가 또 언제 자기한테 놀러갔다고 이런 황당 무도한 소리를 하는 것인지.
“나 요즘 심심하니까 술 한 잔하게 한번 와.”
헐. 내가 왜 당신이랑 술을 마셔야 하지요? 난 강 과장 당신과 술 한 잔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인데. 나에게 왜 그러세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강 과장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은 복종이었다. 사회생활이 아무리 치사하고 더러워도 사장의 사위에게 내 감정 그대로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좋지 않게 보여 혹시 모를 해고라도 당하면 나는 어떻게 먹고 살란 말인가.
“오늘 하루도 수고하고, 저번에 보니까 안전모도 안 쓰고 작업하던데 그러면 안 돼.”
“알겠습니다. 조심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강 과장이 뒤돌아서며 사무실로 가려한다. 그 뒷모습이 어찌나 얄밉고 꼴도 보기 싫은지. 내가 잘못된 인격과 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강 과장에 대한 저주는 더 강하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저 멀리 걸어가는 강 과장의 모습을 보니 어제 꿈을 꾼 내용처럼 대형 화물차가 강 과장을 치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강 과장이 저렇게 그냥 사무실에 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진짜로 대형 화물차가 강 과장의 바로 뒤에 나타나더니 클락션을 울리기 시작했다.
“빵! 빵! 빵!”
강 과장은 그 대형 화물차를 피하기 위해 몸을 재빨리 옆으로 피했지만 시간차이로 대형 화물차 밑에 깔리고 말았다. 나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동동 거리고 있었다.
“강 과장님!”
“어떻게 된 일이야?”
나와 주변 사람들이 대형 화물차 밑에 깔린 강 과장이 있는 곳으로 뜀박질이 시작됐다. 강 과장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중 나는 이 모습이 데자뷰가 되어 떠올랐다. 하지만 이건 우연의 일치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 순간 화물차 운전수가 문을 열고 차량 아랫부분을 살피는 장면을 보고서야 이게 내가 어제 본 꿈속의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된 거야? 어제 이 장면을 꿈에서 봤어.’
강 과장이 깔린 차량을 바라보며 나는 어제 꿈에서 본 장면을 하나하나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다시 한통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당신의 첫 번째 꿈을 이루어드렸습니다. 이제 두 번째 소원을 기다립니다.’
그 문자를 믿을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이 내가 어젯밤 꿈에서 본 모든 장면과 일맥상통했기 때문이다. 머리가 멍해져오며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의 상황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기 힘들었다.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공항 상태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 온 나는 집 앞에서 소주를 한 병 사서 들어왔다. 강 과장이 오늘 나 때문에 사고가 났다는 생각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직장동료들에게 들은 강 과장의 상태는 혼수상태로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나는 퇴근하자마자 강 과장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병문안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 날 밤은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소주 한 변에 취해 잠이 들어야 했다. 그렇게 괴로움에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고 있었다.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사람들이 어제 강 과장의 사고 얘기가 화제가 되어 대화들을 나누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나는 혼자 커피를 뽑아 들고 이 모든 것이 다 내가 잘못된 생각으로 벌어진 일이라 자책하고 있었다. 미워보였던 강 과장이 벌떡 일어나길 기대했다.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퇴근시간이 다가오길 기대하고 있었다. 퇴근시간에 강 과장이 있는 병원으로 가 강 과장이 빨리 쾌유하여 일어 날 수 있도록 기도를 해주고 싶었다. 드디어 퇴근시간이 되었다. 망설임 없이 강 과장이 입원한 병원으로 향했다.
병실 앞에 도착했는데 강 과장의 아내가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같은 회사에 다니는 이정도 대리라고 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병문안 오셨나 봐요.”
“네. 상심(傷心)이 크시겠어요.”
“애들이 불쌍해서… 흑흑흑.”
강 과장에게는 올해 다섯 살 된 딸아이가 있었다. 그 딸아이는 아무 것도 모르며 순수하게 웃고 있었고 나를 보며 이렇게 얘기 했다.
“아저씨, 우리 아빠 아파.”
그 아이를 보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이렇게 강 과장을 떠나보내면 안 될 것 같았지만 나에게는 어떠한 의술과 기적을 전해줄 능력이 없었으며 대형 화물차에 치인 강 과장을 도울 방법이 전혀 없었다. 너무 순수한 딸을 둔 강 과장이 처음으로 부러웠을 뿐이었다.
“아빠는 분명히 내일 벌떡 일어나 실거야.”
말도 안되는 희망을 주고 나는 슬프게 울고 있는 강 과장의 아내와 천진무구한 딸을 뒤로 한 채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가는 길에 다시 슈퍼마켓에 들러 소주 한 변을 샀다. 맨 정신으로 집에서 잠을 청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집으로 돌아 온 나는 라면 국물을 안주 삼아 소주를 한 잔 했다. 그러면서 내일 아침 기적처럼 강 과장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랬다. 술 한 병이 거의 다 먹어가자 술기운에 잠이 들기 시작했고 꿈속에서 강 과장이 병실에서 벌떡 일어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잠든 사이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울리고 있었다.
‘당신이 희망하는 두 번째 꿈이 정상적으로 접수되었습니다.’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잠에서 깨어난 나는 휴대폰을 확인하며 기상을 했다. 휴대폰 액정에 보이는 문자메시지 표시에 확인을 했다. 또 다시 온 발신자 표시 없는 문자 한통을 받아들고 어안이 없었다.
“이거 누군데 자꾸 내 소원을 들어준다는 거야?”
내가 희망하는 소원이 뭔지 알고 이런 문자를 보내준 것일까. 나는 발신자 번호도 없는 문자에 답장을 해보고 싶었다.
‘누군지 몰라도 감사합니다.’
휴대폰을 침대 한쪽으로 던지고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어제 마신 소주가 아직 깨지 않은 듯 비틀거리는 몸을 유지하며 한걸음한걸음 욕실을 향해 움직일 때 휴대폰에 답장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다세대주택에 살고 있는 나는 집 문을 열고 집밖으로 나섰다. 일층 우편함에 무수히 많이 꽂혀 있는 납입고지서와 압류통지서들. 우편함만 보면 마음이 무겁게 느껴지며 이렇게 일해서 돈을 벌면 은행으로 모두 ?기 듯 빠져나가는 현실에 자괴감만 든다.
“지겹다, 지겨워.”
출근길은 늘 항상 답답하다. 도시의 차로는 항상 벌 때처럼 출근과 다른 목적으로 운행하는 차들로 넘쳐났고 돈 없이 가난한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고 있는 지하철. 눈으로 보고만 있어도 숨이 막힐 지경이다.
“안으로 좀 들어갑시다.”
“누구야? 발 좀 밟지 마!”
지하철 안의 풍경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다. 목까지 차오르는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지하철에 탑승하고 나의 회사까지 최대한 불쾌하지 않게 도착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성추행장면.
바바리코트를 입고 있는 중년의 한 남성이 스키니 청바지를 입고 있는 여성의 뒤에 서서 자신의 은밀한 부위를 여성의 엉덩이에 비비고 있었다. 평소 남들과 다른 정의감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런 상황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니, 저 사람이….”
바바리코트를 입고 있는 중년 남성에게 다가가야 했지만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다가가지 못한다면 소리를 질러 주의를 주고 싶었지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행동을 하기에 내 용기가 부족했다.
“저 사람 어떻게 말려야 하지?”
혼잣말을 하며 불쾌해 하고 있을 여성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출근길인데 아침부터 저런 변태를 만나 아무 말도 못하고 있을 여성의 부담감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을 멈추라며 제재(制裁)를 해야 했다.
지하철이 정차하자 사람들이 몰려 하차하고 또 다른 사람들이 탑승을 하기 시작했다. 그 틈에 나는 스키니 청바지를 입은 여성의 바로 옆자리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또 뒤에 있는 남성이 성추행을 할 시 경고와 함께 제재를 가할 생각이었다.
다시 지하철은 덜컹거리며 출발한다. 나는 계속해서 옆에 있는 여성과 그 뒤에 서있는 남성을 곁눈질로 감시했다. 그러다 옆의 여성이 풍만한 글래머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겨울인데도 그리 얇지 않은 외투를 입고 있어 나보다 키가 작은 여성의 가슴골이 눈에 들어왔다.
침이 꼴깍 넘어갔다. 이러기 위해 이 여자 옆으로 자리를 힘겹게 옮긴 것이 아니었는데. 이성적인 생각으로 판단해야 했다. 출근시간이라 아직 이른 아침이다. 아침이면 남자들만이 알고 있는 신체일부의 특정부위가 자기 통제와 상관없이 이상증상을 일으킨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옆의 여성을 지켜주기 위해 달려왔건만 잘 못하다가는 나까지 성추행 범으로 몰릴 판이었다. 그렇게 몇 정거장을 감시하고 있는데 뒤에 있던 남자가 행동을 계시한다. 유독 볼륨이 좋은 엉덩이에 또 다시 자신의 은밀한 부위를 비비고 있었다.
여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 그런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고 있자니 남자의 행동을 말리고 싶지 않았다. 나의 머릿속에도 늑대의 본능이 꿈틀대고 있었는가 보다.
여성 뒤의 남자는 조금 더 용기를 내서 한손을 여성의 허리춤으로 옮겨 허리부위를 더듬기 시작했다. 그때 여성 쪽에서 깊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괴로워하고 있는 것 같아 이금이라도 그 남자를 떨어트리고 괜찮으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왜 이러세요?”
여성이 뒤에 있는 남자에게 불쾌함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작은 목소리로 말해 둘만의 대화가 진행되어지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둘만의 은밀한 대화를 엿듣고 있는 관음증(觀淫症) 환자가 되어버렸다.
“놓으세요. 제발.”
“가만히 있어봐.”
“싫어.”
여성의 거부는 완강(頑强)했다. 여성이 완강하게 거부하면 할수록 남성은 지저분할 정도로 여성에게 집착하며 달라붙고 있었다. 나의 목구멍에서 또 한 번의 침이 꿀꺽하고 넘어갔다. 나는 그 남자의 손을 잡고 뭐하는 짓이냐며 따져야 했지만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자꾸 이러면 소리를 칠거에요.”
“알았어, 알겠다고. 잠깐만 가만히 있어.”
나의 눈동자는 곁눈질을 위해 피곤함이 몰려올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고 여성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눈동자를 밑으로 내려 보니 남자는 여성의 외투 안으로 손을 넣어 여성의 가슴을 공략하고 있는 상황 같았다.
여성의 가슴부위 쯤이 계속해서 무엇인가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도저히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아 여성을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여성 쪽으로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남자에게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여성의 또 다른 반대쪽에 서있던 남자가 말했다.
“이 자식! 완전 변태 아니야. 지금 앞에 있는 아가씨에게 뭐하는 짓이야!”
순간 지하철 안의 많은 사람들이 내가 서있는 쪽으로 시선이 고정되었고 나는 당혹스러웠다. 내 옆에 있던 아가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뒤에 있던 남자의 멱살을 잡으며 경찰서로 가야 한다고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나는 왜 그렇게 나 스스로 민망스럽던지 알 수 없었다. 저렇게 용감한 시민도 있는데 왜 내가 이렇게 망설였을까 하는 부끄러움이 엄습(掩襲)했다. 다음 역에 지하철이 정차하자 정의의 시민들이 아까 추행범을 잡고 옆자리의 아가씨와 함께 지하철을 내렸다.
지하철 창문 너머로 그들의 실랑이를 보며 아침부터 불쾌해 했을 여성을 걱정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고마움이 멱살을 잡혀 끌려 나간 남자에게 들었다. 세상을 살다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인간이라 함은 양면성(兩面性)을 지니고 있는 치사한 존재 같았다.
덜컹, 덜컹.
달리던 지하철이 어느덧 내가 일하는 회사 근처에 도착했다. 이제 내려야 할 타이밍이다. 여유가 없는 사람들의 사이를 간신히 비집고 내려 회사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회사로 걸어가는 동안 어제 사고를 당한 강 과장의 안부가 걱정되었다. 아침부터 와있던 문자내용도 함께 생각이 났다. 누가 나에게 그런 문자를 보낸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꺼내봤다. 문자메시지가 와있었다.
‘당신의 소원은 이제 한 가지 남았습니다.’
무슨 소리일까. 내가 답장을 보낸 다음 메시지 온 문자의 내용이 궁금했다. 귀신이 나를 가지고 장난이라도 치는 것인가 하는 마음에 엄한 내 볼만 꼬집어봤다. 아픈 것을 보니 내 정신은 멀쩡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로 들어서자 사람들은 오늘도 바쁜 하루를 살기위해 서로의 자리에서 각자 일을 하고 있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요즘 사회에 가장 큰 고민거리인데 실업율도 높아 자신의 자리 지키기에 분주(奔走)하게 보였다. 난 그런 모습들이 안쓰럽게 보였다.
출근하여 근무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향했다. 탈의실 안에서 다른 직원들이 쑥덕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 과장 깨어났다며?”
“그렇게 큰 차에 치이고도 멀쩡하게 일어났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지.”
“신이 도와주신 거야.”
“기적이지, 기적.”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그 강 과장이 내가 알고 있는 강 과장일 것이란 생각에 그들의 대화에 촉각을 갖고 들을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서는 하루를 넘기기 힘들 것이라 했잖아.”
“그러니까 기적이지.”
“경리 팀에서 아침에 전화 왔다며 알려주더라고.”
“사람 참 명(命) 기네.”
어제 내가 병문안 갔던 강 과장이 오늘 아침에 기적처럼 깨어났다는 소식은 정말 놀라웠다. 병원에 갔을 때만해도 의식도 없이 곧 죽을 사람처럼 보이던 강 과장이 깨어난 것에 감사하며 나에게 아침에 온 문자메시지가 떠올랐다.
‘이 메시지, 진짜 내 소원이 이루어진 것인가?’
옷을 갈아입은 나는 다시 현장으로 나갔다. 그곳에서도 강 과장이 깨어난 사실은 사람들 입을 통해 화재가 되어 있었고 서로 잘된 일이라며 기적 같은 강 과장의 명줄을 얘기하고 있었다. 나는 그 속에서 문자메시지의 답장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내가 소원을 빌고 잠이 들면 이루어진다. 이건가? 정말 그런 것인가.’
오전 내내 일을 하면서 머릿속에는 온통 이 생각뿐이었다. 설령 이러한 일들이 우연의 일치일지라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한번 시험해 보고 싶었다.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는 것인지. 점심시간이 되어서 배부르게 점심을 먹었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약 삼십 분정도 오침을 잔다. 위험한 현장일 탓에 졸음이라도 오게 되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사실 때문에 직원들에게 오침을 장려한다. 간이 취침실에 몸을 눕히고 어떤 소원을 빌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로또 1등에 당첨되어서 일확천금(一攫千金)을 달라고 해볼까? 아니면 대통령이 되게 해달라고 빌어 볼까?’
어떠한 소원을 먼저 빌어야 할지 몰랐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쯤, 아침에 지하철에서 본 여성의 얼굴과 가슴골이 떠올랐다. 비록 소원은 아니었지만 그 여자의 모습이 자꾸 생각이 났다.
‘가슴이 예뻤어. 만지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어. 만져 봐도 될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졸음이 밀려왔고 천천히 잠이 들어갔다. 그 순간 내 작업복 주머니 안에 있던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한통 왔다. 나는 잠이 들어 그 메시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잠에 든 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 아침보다 적은 사람들이 숨통을 조금이나마 쉴 수 있게 도와준다. 아침에 있었던 그 바바리코드의 남성과 스키니 청바지를 입은 여자가 생각이 나며 사람들의 실랑이가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지하철은 정차역에 멈출 때 마다 많은 사람들을 이동시키고 있었고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아침에 본 여자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아침보다는 한결 즐거워 보이는 표정과 발걸음. 경찰서로 향한 일들이 잘 해결된 듯 보였다.
나와는 지하철 문과 문 사이를 두고 있었기에 그리 가까운 거리에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멀리서나마 그녀를 관찰 할 수 있어 나름 마음에 들었다. 그러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고 이리저리 치이다가 자리를 조금씩 옆쪽으로 밀려들어갔다.
“밀지마세요.”
“누가 자꾸 발 밟아!”
사람들이 또 다시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퇴근시간의 지하철인데 출근할 때의 지하철 풍경을 만들고 있다. 다시 숨이 목구멍까지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덩컹되는 지하철은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자리가 옮겨지며 서게 된 곳이 바로 그 아침여자의 옆.
아침에 본 모습처럼 위에서 아래를 향해 내려다보니 여전히 가슴골이 깊게 보였다. 또 다시 내 목구멍으로 침이 꼴깍하고 넘어간다. 나는 앞으로 열정거장이나 더 가야 하기에 옆에 있는 여자가 얼마 만에 내리느냐가 관심사가 되었다.
그런데 내 왼쪽 허벅지가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어 밑을 내려다 봤다. 내 허벅지에 누군가의 손이 보이며 허벅지를 위아래로 자극하고 있었다. 나는 또 어떤 변태가 내가 옆에 있는 여자라고 오해를 하고 나를 쓰다듬고 있나보다 하는 생각에 웃음이 터져 나올 뻔 했다.
그런데 손의 위치와 방향이 뒤에서 만지고 있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른손 등이 내 왼쪽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는 것을 보아 내 왼쪽의 사람이…
“!”
옆에 서있던 아침의 스키니 청바지 여자가 나를 만지고 있었다. 놀라웠고 이런 상황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했다. 성추행이란 것은 남자들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경험하지 않는 경험이기에 더욱 당황스럽기만 했다.
나는 저항하지 않고 그 여자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기로 했다. 여자의 손은 점점 허벅지 앞쪽으로 다가왔고 조금 더 지나가면 지퍼가 있는 곳 즉, 나의 신체 중심부에 다다를 것이다. 알지만 거부할 수 없는 짜릿함을 느끼며 빨리 손이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다시 시작된 나의 곁눈질은 옆에 있던 여자를 향해 움직였고 그녀는 아침처럼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손은 내 허벅지 앞쪽에서 손등으로 은밀한 쾌감을 주고 있었고 나의 물건은 점점 발기되어가고 있었다.
그 순간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내 쪽으로 돌려지며 나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나도 모를 식은땀이 등을 적시고 있었고 손등으로만 주던 자극이 손바닥으로 뒤집히며 지퍼 위를 꼭 쥐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윽.”
나는 순간 소리를 내며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우리의 은밀한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발각(發覺)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우려(憂慮)와 걱정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사람들이 나의 소리를 듣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안심하며 옆 자리의 여자와 눈으로 교감을 주고받았다.
지하철에 사람들이 더 많이 탑승하며 우리는 서로 마주보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내 명치(命門) 쪽에 밀착되어 황홀함을 주고 있었다. 그녀의 두 팔이 내 허리를 감으며 밀착을 더욱 쌔게 한다. 심장이 콩닥이고 있었다.
그녀의 한 손이 나의 엉덩이에 위치하여 폭발하듯 커진 나의 성기를 그녀의 몸에 밀착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옷이 너무 두꺼워 정밀한 감정을 느끼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나도 용기가 나서 그녀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우리… 이래도…”
“쉿.”
나에게 조용하라던 그녀의 행동은 점점 과감하게 진행되었다. 엉덩이에 있던 한 손이 나의 중심부로 옮겨지고 지퍼를 내려 지퍼 안으로 손을 넣고 내가 입고 있던 팬티 안으로 손이 들어가 터질 듯이 부풀어 있는 성기에 그녀의 손이 닿았다.
죽을 만큼 좋았고 행복했다. 비좁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추행을 직접 경험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그녀의 다른 한 손이 나의 셔츠사이로 파고들며 한쪽 젖꼭지를 찾아 내 몸을 더듬거리고 있었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안고 있던 나의 팔이 움직여 그녀의 한쪽 힙을 쌔게 잡았다. 내 손이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를 잡기에 한없이 작은 손이었다.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잡았다. 그 역시 한없이 작은 손이었다.
우린 서로 상대의 중요부위를 손으로 점령한 상태였다. 지하철이 덜컹거릴 때 마다 나의 중요부위를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이 위아래로 흔들거렸고 나의 손이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작은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흠.”
당혹스러운 내 표정을 그녀가 읽었을까. 얼굴을 내 가슴에 묻고 좀 더 대범한 신음소리를 뱉어내고 있었다.
“아… 흠.”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이렇게 하다가는 주변 사람들이 눈치를 채고 우리는 졸지에 변태가 되어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당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우리의 행동을 휴대폰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릴 것 같았다. 입단속을 시켜야 했다.
“좀 조용히…”
“아…”
나의 주의는 그녀의 귀에 들리지 않았나보다. 그녀가 잡고 있던 내 성기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나는 참을 수 없는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지하철보다 빠른 성욕의 절정에 다다르자 그녀가 잡고 있는 손에 나의 열정을 쏟아버렸다.
콸콸.
멈출지 모르고 흐르는 나의 정액은 팬티 안에서 그녀의 손에 고스란히 뿜어져 나왔다. 그런 그녀가 손을 조심스럽게 빼더니 손바닥에 묻은 나의 정액을 자신의 입으로 핥아먹기 시작한다. 너무 섹시하고 야했다.
“야, 얌마!”
누군가 나의 단잠을 깨우고 있었다. 함께 일하는 선배다.
“일어나. 일하로 가야지. 여기가 네 집이냐.”
“꿈?”
자리에서 일어나 생생한 꿈을 아쉬워하며 나를 깨운 선배가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나는 항상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절정부분에서 꿈을 깨곤 했다. 그 사실이 너무 야속하고 싫었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꿈이라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렇게 정신없는 나의 오후 일과가 끝나고 나는 집으로 향하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꿈에서 본 풍경과 다르지 않던 지하철. 그리고 꿈속의 그녀가 혹시나 타지 않을까 하는 나만의 상상을 하고 있던 바로 그때, 스키니 청바지의 그녀가 지하철을 탔다.
아침보다 즐거워 보이는 표정과 발걸음, 지하철 문과 문 사이를 두고 그녀를 관찰하게 된 나는 이 모든 상황이 내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과정들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많은 사람들이 출근길 지하철을 방불케 할 정도로 몰려들고 내 옆에는 그녀가 있었다.
침이 꼴깍 넘어가며 꿈속의 상황을 기대하는 나는 휴대폰을 꺼내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당신의 마지막 꿈을 이루어드렸습니다. 이제부터 다른 사람의 꿈을 이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허탈했지만 내 옆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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