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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3 01:30 1,193회 0건
3. 유혹을 뿌리치는... 치려는 고민.

빈 술잔에 소주가 부어지며 투명한 잔에 반영되는 여학생의 얼굴이 희미하게 비춘다. 내 입으로 털어 넣기 전 여학생과 술잔을 들고 건배를 하게 되는데...

“사장님, 우리 건배해요.”
“그... 그럴까요?”
“짠~”

서로 술잔을 부딪치며 털어 넣는 소주는 근간 마셔본 술 중 최고의 맛이었고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부어 넣은 술잔이 아쉽게만 느껴졌다. 내가 든 술잔에 술을 모두 입에 털어 넣자 여학생이 나를 위해 우동의 유부를 하나 집어 들어 나를 향해 젓가락을 내밀며 하는 말이...

“사장님, 아~ 해보세요.”
“응? 쑥스럽게...”
“뭐가 어때요? 불륜도 아닌데.”
“불... 륜?”
“네?”

여학생의 말에 순간 내 얼굴이 화끈거리며 뜨거워짐을 느꼈다. 여학생도 자신의 말이 약간 부끄러웠는지 연홍색으로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고 서로 민망한 표정으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흠...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어?”
“불륜이란 말을 누가 가르쳐 줘야 하나요. 뭐...”
“당황스럽게...”
“민감하시기는... 그냥 웃자고 한 말인데.”

순수하게 웃자고 농을 치는 여학생의 말에 나만 혼자 민망함을 느끼는 것이었을까. 아닌 것 같은 분위기지만 여기서 내가 더 말을 따지면 서로 정말 당황스러운 분위기가 연출 될 것 같아 참았다.

“고맙지만 안주는 내가 집어 먹을게요.”
“네.”
“그런데 정말 궁금한 게 한 가지 있어요.”
“뭔데요?”

여기서 정말 한 가지가 궁금했다.

“학생 이름이 뭐에요? 나이는?”
“아참, 제 이름도 알려드리지 않았네요. 제 이름은 박수경이라고 해요. 나이는 올해 21살.”
“박수경... 이름 참 예쁘네요.”
“사장님은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자신의 이름을 박수경이라 소개하며 나의 이름을 묻는 학생이 그냥 귀엽게 보였다. 지금부터 나는 여학생을 수경이라 부르겠다.

“나는 주인공이라고 하고...”
“네? 주인공?”
“왜요? 이상해요?”
“호호호. 이름이 어떻게 주인공이 될 수 있죠? 정말 이 세상의 주인공이세요?”
“농담은...”
“정말 재미있는 이름이네요. 호호호.”

밝게 웃으며 나의 이름에 나름 만족해하는 수경이의 미소가 내 마음을 기쁘게 만들고 있다. 떨린다는 심정... 아마 이것이 남자가 여자를 볼 때 느끼는 첫 사람의 감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헛튼 생각을 하고 있는 나였다.

“내 이름이 좀 특별하지요.”
“호호호. 아이고 배야. 특별한 게 아니고 특이하죠.”
“그... 그런가?”
“당근이죠! 어떻게 사람이름이 주인공이 될 수 있어요?”
“그럼 난 사람이 아니라는 뜻?”
“호호호.”

난 단 한 번도 내 이름이 사람이름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단지 좀 남들과 달리 평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만 했을 뿐. 그렇다고 이렇게 사람을 앞에 앉혀 놓고 민망할 정도로 웃음을 야기할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던 것 같다.

“무안하게...”
“아, 죄송해요. 요즘 웃을 일이 없어서 힘들었는데 사장님 만나고 웃게 되네요.”
“정... 정말?”

나는 누군가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사람이 될 수 없는 성격이다. 좀 야박하기도 하고 때로는 매정하다는 소리까지 들을 만큼 단백한 성격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그것도 이성에게 들어본 칭찬 중 최고의 말이었다. 사장님 만나고 웃게 되네요...

“캬~ 오랜만에 소주마시니까 너무 좋네요. 사장님도 좋으시죠?”
“응? 어...”
“소주 별로 안 좋아 하세요?”
“아니요. 정말 좋아하죠. 그것도 미녀와 함께 마시는데.”
“치, 그런데 왜 저보다 나이도 많으신데 아까부터 저에게 존댓말 하세요?”

상대방에게 존칭을 하는 것은 지금하고 있는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붙은 나의 습관과도 같았다. 생판 처음 본 사람에게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반말을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냥 자연스럽게 생긴 습관이었다. 하지만 수경이는 그것이 계속 신경에 쓰였었나 보다.

“초면인데 어떻게 말을 놓겠어요.”
“아니에요! 사장님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서른 살이요.”
“헐~ 저보다 9살이나 많은데...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래야 저도 마음이 놓여요.”

굳이 말을 놓으라며 보채는 수경이 앞에서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 직업을 선택하면서부터 처음 본 사람에게 나이를 막론하고 말을 놓아본 역사가 없었는데... 수경이는 계속해서 나에게 말을 놓으라며 보채고 있었다. 그런 여동생 같은 수경이의 부탁을 안 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하는 수 없이...

“그럼... 다음에 만나게 되면 말을 놓을게요.”

나의 가장 광의적인 대답이었다. 오늘 만난 꼬맹이 아가씨에게 반말을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러자 수경이의 대답이 나를 긴장시킨다.

“좋아요, 다음에 만나면 꼭 말 놓기에요? 아니면 벌칙으로 키스하기!”
“네?!”

21살 꽃다운 젊은 아가씨가 나에게 키스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다니... 욕심 같아서는 그냥 약속을 지키지 않고 벌칙을 수행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보다 수경이가 큰 소리로 말하는 소리가 주변의 다른 손님들에게 들리며 우리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는 점이 민망하기 그지없었고...

“콜록, 콜록. 에헴...”
“제... 제 목소리가 좀 컸나요? 호호호.”
“왈가닥 아가씨네.”
“제가 매력이 좀 있죠.”
“매력이라...”
“나름 이정도 몸매에 애교도 있고 친화력은 기본이니... 매력덩어리지 않나요?”

자신의 양 손으로 앉은 채 허리를 잡으며 몸매를 자랑하는 수경이가 너무나도 귀여웠다. 그러면서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라니... 아홉 살 나이차쯤이야 얼마든지 극복하고 싶다는 나만의 욕심이 마음에서 피어오른다.

“그렇네요. 매력이 넘쳐요.”
“호호호. 우리 한 잔 더 해요.”
“이번에는 제가 한 잔 드릴게요.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둘이 앉아 우동 한 그릇에 소주를 비워가기 시작했고 자신의 지난 과거 얘기까지 하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취중진담이라 하지 않은가. 술에 의한 대화는 어느 정도 배제하고 들어야 함에 자세히 귀담아 듣지는 않았지만 질풍노도의 시절을 수다맨처럼 쏟아내는 수경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내 정신이 집중되었다.

“딸꾹~”
“응? 수경 씨 취한 것 같은데요?”
“에이~ 아니에요. 이정도 마시고 무슨... 딸꾹~”
“딸꾹질 하는 것 보니 취한 것 맞는데...”
“오빵~ 나 하나도 안 취했어요.”
“오... 오빠?”

주사였을까? 나에게 꼬인 혀로 분명 오빠라는 소리를 했다. 기분이 나쁘거나 언짢은 소리가 아니었고 듣기 좋은 말이었다. 확실하게 느끼는 것이지만 수경이는 취해 있었다. 그리고 수경이가 취한 것을 증언이나 하듯 우리 옆을 지나던 포장마차 아주머니가 말을 한다.

“총각, 여자 친구 취했는데 술 그만 마시고 어서 일어나.”
“여자 친구요? 아니에요!”

포장마차 아주머니는 우리가 연인 사이인 줄 알았나보다. 나보고 수경이가 취했으니 그만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란다. 그래서 나는 부인하며 우리가 마신 술병을 쳐다봤다.

“한 병, 두 병... 세 병.”
“아줌마! 여기 소주 한 병 더요! 딸꾹~”

우리가 마신 소주가 벌써 세 병이라니... 정말 많이 마시긴 마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수경이는 술을 더 주문하고 있었다. 더 마시다가는 사단이 나겠다는 생각에 취한 수경이의 팔을 잡아 주문한 소주를 취소시키고 자리에서 일으키며 말을 했다.

“수경 씨, 이제 그만 마시고 우리 집으로 돌아가요.”
“에이~ 아직 더 마실 수 있는데...”
“취했어요. 제가 계산 좀 하고 올게요. 여기 잠시만 있어요.”
“한 병만 더 마셔요. 네? 딸꾹~”
“여기 얼마에요?”

수경이는 정말 많이 취한 것 같다. 계산을 하기 위해 수경이를 다시 자리에 앉히고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돈을 지불하고 뒤로 돌아서자 테이블에 얼굴을 파묻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수경이의 모습이 보였다. 비틀거리는 몸짓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모습이다.

“수경 씨, 집이 어디에요?”
“청춘을~ 돌려다오~♬”
“수경 씨, 정신 좀 차려 봐요. 일어 날 수 있어요?”
“오빵~ 나 오늘 달린다! 마셔라~ 마셔라~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
“헐.”

수경이의 추태에 포장마차 아주머니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며 우리가 빨리 가게에서 나가길 바라는 눈치다. 어쩔 수 없이 수경이를 등에 엎고 서둘러 포장마차를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온 나는 등에 엎힌 수경이를 두고 고민을 해야 했다.

‘집이 어딘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길을 잃은 어린 아이처럼 갈팡질팡하고 있었고 우리 옆을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닌데 고주망태가 된 수경이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듯 했다. 하는 수 없이 우리 집으로 수경이를 데리고 가야할 상황이었다.

“수경 씨, 조금만 참아요. 저희 집으로 갈게요.”
“도라지~ 도라지~ 백~ 도라지♬ 오빵~ 달렷!”
“예, 달려갈게요.”

군대를 제대하고 처음으로 이렇게 무거운 짐을 엎고 행군을 하는 기분이었다. 아직 젊은 나이이기에 솜털처럼은 아니어도 나름 가벼운 수경이는 일도 아니었지만 동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야 하기에 다급하게 집으로 뛰어 갔다.

“오빵~ 나... 토...”
“토? 토 나온다고요?”
“나... 토...”
“잠시만요. 토하면 안 돼요!”

내 등에 엎드린 채 토를 하려는 수경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그녀를 길바닥 한 쪽으로 데려가 등을 두드리기 시작하자 갑자기 화를 내며 나에게 고함을 질렀다.

“왜 때려요!”
“때린 것이 아니고...”
“저기 방울토마토 사달라고요!”
“토마토?”

수경이가 가리킨 곳을 보니 동네 슈퍼마켓 앞이었고 그 앞에는 방울토마토를 할인하여 판다는 전단지가 펄럭이고 있었다. 두 눈만 껌뻑이며 나는 당황스러웠다.

“토가... 그 토가 아니라... 토마토?”
“토마토 사달라고요!”
“토마토...”
“토마토... 히잉... 토마토... 빨리요... 히잉...”

그녀를 엎고 한참을 걸으며 헐떡이는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토를 한다는 말에 나는 오바이트를 한다는 것으로 알아들었다. 그런데 그 토가 토마토의 토자라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잠... 잠시만요. 제가 금방 사가지고 올게요.”
“빨리~ 빨리.”
“잠... 잠깐만요.”

당황스러웠다. 토마토라니... 허겁지겁 슈퍼마켓에 들러 방울토마토를 사서 나오니 수경이는 바닥에 쓰러져 잠이 들어 있었고 그녀의 얼굴 옆에는 내가 생각한 토가 있었다. 아마도 내 앞에서 오바이트를 하기에 부끄러웠던지 잔머리를 굴린 모양 같았다.

잠이든 수경이를 들처엎고 아까보다는 요란하지 않게 우리 집으로 천천히 걸어갈 수 있었는데 아까부터 자꾸 그녀의 허벅지를 잡고 엎던 자세가 불편해서 엉덩이 쪽으로 손이 흘러갔다. 어차피 취한 수경이가 자신의 엉덩이를 살짝 터치한다고 알 수는 없지 않겠는가.

“취하면... 진상이네.”

요란한 광경으로 도착한 우리 집 현관 앞. 수경이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에 괜히 심장이 두근거린다. 집에서는 아무 일도 없을 건데 꼭 이렇게 두근거리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냥 수경이라 두근거리는 모양이다.

잠이든 수경이를 내 방 침대에 눕히고 나는 깊은 한 숨을 몰아쉰다. 정말 수경이와 나는 오늘 밤 아무 일도 없이 잘 보낼 수 있을까? 내가 이렇게 예쁜 수경이의 몸을 건드리지 않고 하룻밤을 보낼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들게 된다. 그녀의 손과 발을 닦아 주어야 했다. 화장실로 향해 마른 수건을 물에 적시고 침대에 있는 수경이를 바라보았다.

“하...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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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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