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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3 01:30 903회 0건
급하게 출장을 떠납니다... 올해는 일이 대박이군요!
주머니 두둑해져서 좋은데 제 건강은 누가 챙겨주나요...ㅠ 급하게 떠나야 해서 며칠 못 들어올 것 같아 미리 5부를 올려드립니다. 6부때 더 길게 적어 드릴게요~ 추천 부탁드리고 댓글 왕창 적어주세요. 핸폰으로 실시간 관리 하겠습니다..ㅋㅋㅋ







6. 믿어지지 아니, 믿을 수 없는...

망신살이다. 그것도 아주 추접스러운 개망신... 얼굴을 똑바로 들고 수경이를 쳐다볼 자신이 없다. 목이 아파왔지만 눈치가 보여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필이면 그때 그런 상황이 설정된 것처럼 전개 될 줄이야... 누가 알았단 말인가. 현실을 부정해 봐야 돌아 올 수 없는 다리와 같은 상황이다.

“아저씨, 부끄러워요?”

자신이 끓인 김치찌개를 숟가락으로 간을 보며 묻는 수경이의 말에 대답조차 할 용기가 없었다. 혼자 자책하고 있을 뿐.

“괜찮으니까 고개 들고 밥 먹을 준비해요.”
“네...”

수경이의 말에 절대적인 복종을 해야 했고 저항이란 말은 나에게 사치에 불과했다. 그녀가 시키는 명령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나의 민망함과 무안함을 감춰야만 했다. 우리 집에 있는 작은 상을 펴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보기 좋게 나열한 뒤 그녀가 들고 오는 김치찌개를 기다렸다. 바닥에 앉아 있는 엉덩이가 가시방석과도 같았지만 별말을 하지 못했다.

“자, 어서 드셔보세요!”
“잘 먹겠습니다...”
“잠깐!”
“네?”
“계속 그러고 계실 거예요?”
“뭐가요?”
“그렇게 풀죽어 계실 거냐고요?”

풀죽어 있을 내가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우습게 되지 않았더냐. 당당하게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밥을 먹을 자신감은 추어도 없었음에 수경이의 질문에 반박할 어떠한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미... 미안해요.”
“이제 알았으니까 그만 미안해해요. 아저씨가 저 덮치고 막 그런 건 아니잖아요.”
“덮쳐?”
“응.”
“아이고, 무슨 그런 말씀을... 제가 어떻게 수경 씨를 덮쳐요? 말도 안 되는...”
“그러니까요! 이제 미안한 마음 알았으니 고개 좀 숙이지 말아요.”

따뜻한 수경이의 마음은 정말 내가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받았다. 축 쳐진 내 어깨가 보기에 좋지 않다며 어깨에 힘 좀 넣으라고 소리를 지르는 수경이가 이젠 정말 가족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수경 씨.”
“네?”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요. 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
“훗... 식사하세요.”
“그리고...”
“또 뭐요?”
“아까... 그...”
“알겠다고요. 미안해하는 마음 충분히 받아들인다고요. 그러니까 그만하고...”

수경이는 내가 아까 자신의 가슴과 엉덩이를 유린한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줄 아는 모양이다. 하지만 내가 하려는 말은 그런 말이 아니었다.

“아니요. 아까 뒤에서 껴안으며 한 제 말이요.”
“네?”
“고맙다는 말...”
“아, 뭘 이런 걸 가지고 고마워해요. 고마워 해줘서 제가 더 감사해요.”

바보... 고맙다는 말...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이 진짜라고 말하는 건데.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수경이가 귀엽다. 하지만 언젠가는 내 마음을 전달해 줄 일이 분명히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믿어지지 아니, 믿을 수 없는 지금 이 상황이 나에게는 너무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이란 사실도 알아주길 바랬다.

“우와~ 정말 맛이 있는데요?”
“정말요?”
“싱겁다더니... 정말 맛이 최고입니다!”
“뻥이죠?”
“뻥이라니요? 정말이에요. 최고!”

그녀를 향해 나의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려주며 김치찌개의 맛에 대해 나만의 식평을 해주었다. 진심으로 태어나 제일 맛있는 김치찌개이다. 나의 그런 행동에 수경이는 세상에서 가장 밝고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주었다.

“식사하시고 가게 나가시는 거죠?”
“네. 수경 씨는 집에 안 가세요? 아... 그리고 어제 밤에...”
“전화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귀찮은 사람이 전화한 거니까.”
“귀찮은 사람?”
“내가 끓였는데 진짜 맛있네. 나 이제 시집가도 되나보다. 호호호.”

귀찮은 사람의 존재는 누구일까. 누구인데 저렇게 태평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아침밥을 먹고 있는 것일까. 분명 그 전화의 주인은 남편이라고 찍혀 있었다.

“그래도... 남편이라는 사람에게 전화가 왔는데...”
“남편 아니에요.”
“정말 결혼 안 했어요?”
“아저씨.”
“네?”
“만일 제가 결혼 했는데 집에도 안 들어가고 여기서 아저씨랑 같이 하룻밤 보냈다고 하면... 간통죄가 없어졌다고 해도 우리는 불륜이죠? 맞죠?”
“그... 그런가요?”
“확~ 고소해요?”
“네?!”

고소한다는 그녀의 말에 들고 있던 숟가락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정말 놀랐다. 만일 수경이가 유부녀라면... 기혼자라면... 물론 우리는 밤 새 아무 일도 없었지만 오해를 받을 소지가 충분했고 나는 사회에서 다른 남자의 여자를 훔쳐간 잔인무도한 남자가 될 것이다.

“아... 아니에요. 정말 저는 수경 씨와 아무 일도 없었잖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처녀이고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침밥을 먹었다. 침묵이 이렇게 무서운 순간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으로 느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밥을 먹고 다 먹은 밥은 설거지 통에 넣어졌다. 남은 반찬은 냉장고로 향하고 서로 하루를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되었다. 어색했던 우리의 침묵은 잠시 후 끝이 났다.

“그럼, 저 나갈 때 같이 나가실 건가요?”

당연히 나와 같이 나갈 것을 나는 왜 질문했는지 모르겠다. 집 주인이 나가는데 하룻밤 잠시 얹혀 잠든 여자가 무슨 미련이 남아 내 집에 남아 있겠는가.

“아저씨... 저 여기서 나가면 갈 때가 없는데요.”
“응?”

갈 곳이 없다는 수경이. 이 말에 좋아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인가. 헷갈리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그럼... 여기에 계속 있겠다는...”
“며칠 만요. 저 이사하는 날까지만. 제발요.”
“며칠...”

며칠이고 몇 년이고 여기서 살아라. 이런 축복이 나에게 있을 줄이야...

“정말 갈 곳이 없어요?”
“네.”
“부모님께 연락해 봐야 하는 것 아니에요?”

부모님께 왜 연락을 하라고 하는 거야? 미쳤어? 이건 분명 본능적인 부분에서 튀어나온 얘기가 아닌 이성적인 얘기 일터.

“걱정하셔서 안 돼요. 제발 며칠만 여기서 있게 해주세요.”

간절히 부탁하는 수경이의 모습에 쉽게 뿌리칠 수 없었다. 하긴, 우리 집에 그리 소중하고 값나가는 귀중품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그녀를 나가라고 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적어도 우린 하룻밤을 같이 보낸 남녀사이인데.

“그럼, 며칠만 이곳에 있는 거예요.”
“고마워요! 집 청소 깨끗이 하고 있을게요.”
“청소는 무슨... 아무튼 다녀올게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그래요.”
“아저씨!”
“네?”
“고마워요! 쪽!”

나의 승낙에 출근하려던 나를 붙잡고 달려들며 나의 볼에 뽀뽀를 하는 수경이... 당황스럽다. 머리가 어지럽다. 아픈 것이 아니라 황홀하고 행복하다. 나는 이미... 신혼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 갑자기...”
“뽀뽀해서 당황하셨어요? 헤헤헤.”
“윽...”

홍당무가 된 내 얼굴을 급하게 두 손으로 숨기며 집을 빠져나왔다. 현관을 지나 가게로 가는 길목 한 가운데 서서 나도 모를 만세가 저절로 터져나왔다. 예전 광복군들이 우리나라가 일제시대의 억울함과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비린내 나는 항전을 통해 얻은 감정이 이보다 좋을까. 아니지... 나라를 찾은 느낌은 지금보다 좋았을 것이다. 나는 그 다음으로 가장 행복한 남자다.

“얏호!!”

혼자 노래를 불러가며 가게로 출근하는 발걸음이 너무나도 가벼웠다. 누가 이상한 놈으로 쳐다봐도 그저 좋았다. 수경이가 지금 우리 집에서 나를 기다리며 있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오늘 하루가 너무 행복하고 즐거울 것 같다는 느낌이 팍~ 온다. 그렇게 정신 나간 사람처럼 걷고 있는데 고급 승용차 몇 대가 우리 집 쪽으로 달려오는 것을 확인했다.

“저 사람들... 이런 골목에서 저렇게 좋은 차를 급하게 타고 가면... 얼마나 좋을까.”

고급 승용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성공해서 이곳을 종횡무진할 거라는 다짐을 하며 다시 가게로 힘차게 걸음을 걷기 시작했는데... 내 뒷통수에서 낯익은 목소리의 여자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놔! 놓으라고!”

바람에 실린 목소리가 얼굴을 직접 보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수경이다.

“어?! 수경아... 수경 씨!”

가게로 걷던 내 발걸음은 다시 집으로 향했고 우리 집 앞에는 아까 그 고급 승용차들이 주차 되어 있었다. 우리 집은 다세대 건물 2층이었기에 1층에서부터 수경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수경 씨! 당신들 누구야?!”
“아저씨, 도망쳐요!”
“네?”

2명의 검은색 양복을 입고 2층에서부터 수경이를 끌고 내려오던 남자들과 마주쳤고 수경이는 나를 보며 도망치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건달인가? 내가 왕전에 복싱 좀 배웠는데 이참에 배운 복싱을 활용할 기회라 생각되었다. 양손에 침을 뱉은 뒤 덤벼보라는 흉내를 내자 다른 쪽의 남자 한 명이 귀에 이어폰 같은 것을 꽂고 누군가에게 말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할까요?”

그 남자가 누군가에게 이어폰으로 나를 어떻게 처리할까라는 질문을 하자 주차되어 있던 차량 한 대에서 창문이 열리더니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질을 했다.

“뭐야? 어디다가 손가락질을 해? 나와! 덤벼!”

복싱 스텝을 밟아 가며 덤비라는 나의 말에 수경이는 계속 도망치라고 소리를 지르고 남자 두 명이 다가와 나의 양팔을 잡고 꼼짝도 못하게 힘을 준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힘이 쌨던 그 두 명의 남자에게 쉽게 제압이 되고 말았다. 바닥에 가슴이 닿을 정도로 제압 당한 채 끌려가는 수경이를 지켜봐야 했다.

“수경 씨! 이거 놔! 이 새끼들이~ 내가 누군지 알아?”

거세게 저항을 했지만 두 명의 남자 힘을 내가 이겨낼 여력이 없었다. 수경이의 모습을 보며 정말 가슴이 터질 듯이 아팠다. 내 여자인데... 내 여자인데 지켜주지 못한다니... 그렇게 실랑이가 벌어졌고 보다 못한 고급 승용차에 타 있던 남자가 문을 열고 내려 나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고 앉으며 물었다.

“당신, 우리 아가씨와 무슨 사이야?”
“뭐? 남편이다. 남편!”
“남편?”
“아니, 애인. 그래~ 애인이다. 이거 놔! 이 새끼야.”
“정말인가?”
“귓구멍에 좃을 박았나? 물어봐, 이 새끼야!”

나의 말에 살짝 긴장을 한 것 같은 그 남자가 자신의 양복 안주머니에 든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어딘가에 급히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건달들이 똘마니를 더 불러 나를 죽이려 하나보다. 젠장... 수경이를 위해 지켜주지도 못하고 이렇게 죽고 마는 것인가. 내 인생이 개탄스러웠다.

“각하, 아가씨를 찾았습니다.”
“각하? 그래, 이 각하 새끼야! 우리 수경이... 응? 각하?”
“애인이라고 하는 남자와 함께 복귀 하겠습니다.”
“각... 각하?”

분명 내 귀에 들리는 소리였지만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어지지 않는 단어였다. 그것은 바로 ‘각하’라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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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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