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읽어보시고 계십니까?!!!
너무 재미있어 죽겠지요? 아닌가요? 그럼 별 수 없고요...ㅋㅋㅋ
아쉬움을 뒤로하고 11부부터는 집필실 자유게시판에 게시를 하려 합니다. 제가 이번 작품을 공개하는 부분은 이곳까지 입니다. 11부 부터는 번거러우시더라도 집필실 자유게시판에서 확인부탁드립니다.
11. 긴장했지만... 횡재했다.
침묵이 잠시 흐르는 거실, 보경이는 나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차하는 순간에 내가 이성을 잃고 미친 짓을 한 것 같았다.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행동으로 서먹한 관계를 만들었을까. 그것도 하필이면... 처형이 될 수도 있는 사람에게. 처형이라... 내가 벌써부터 김치국을 먹고 있다는 사실이 들었다.
“빨리 주세요.”
“다 됐습니다. 잠시 만요.”
“만날 이렇게 손님이 오면 기다리게 하시나요?”
만날 손님이 집에 오지 않아 더디게만 되는 나의 행동을 저리도 모를까. 그래도 내 등 뒤에서 들려오는 보경이의 달콤하고 야릇한 목소리에 귀는 행복했다. 차라리 아까 내가 조금 더 빨리 행동해 보경이를 겁탈했으면 지금 상황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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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에요? 그 눈빛은?”
“보경 씨... 에잇!”
“어멋! 왜 이러세요?!”
저항하는 보경이의 양 팔을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 상태에서 그녀가 신고 있는 스타킹을 벗긴 후 벗겨진 스타킹을 이용해 양 팔을 묶기 시작했다. 절대 저항하지 못할 상황으로 만들어 놓고는 보경이가 입고 있는 상의의 단추를 힘으로 모두 뜯어낸 뒤 풍만한 가슴골에 나의 코를 묻는다.
“싫어요... 싫어! 이러지 마세요!”
“쭙쭙... 보경 씨... 사랑합니다.”
“꺄~! 싫어!”
“연분홍 유두가 왜 이렇게 예쁜지... 쭙쭙쭙...”
“흐으응... 싫어...”
브라자를 벗긴 채 저항할 때마다 흔들리는 보경이의 가슴을 내 양손으로 붙잡고 발정난 수컷처럼 정신없이 혀를 이용해 핥기 시작하며 그녀의 팬티에 손을 댄다.
“싫어! 이러지 마세요!”
“잠깐만... 잠깐만요... 제발...”
“엄마... 흑흑흑...”
“보경 씨를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절 받아주세요.”
“이러면 안 돼요... 흑흑흑.”
싫다며 발악하는 보경이의 모습에 나의 성욕은 하늘이 무섭지 않을 정도로 특정부위에 집중되었다. 무서울 정도로 커진 나의 중심이 수경이의 하얗고 고운 허벅지 사이에 대고 살끼리 비비며 음흉한 자세를 취한 뒤 물을 뿜어내고 있는 보경이의 조개 입에 살포시 침입하게 되었다.
“허억... 아저씨... 헉...”
“아... 보경 씨... 따뜻해... 따뜻해요.”
“아파요. 아파!”
“퍽퍽퍽!”
“윽...!”
나의 미친 펌핑질에 보경이도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한 표정이다. 조용히 자신의 배 위에 엎드려 있는 나의 양 팔을 잡고 흐느끼며 자신의 엉덩이를 나의 허리 움직임에 맞춰주기 시작했고...
“흐음... 아... 아아...”
“처음은... 윽... 처음은 아닌 모양인데... 아...”
“몰라요... 아... 부끄러워요... 아...”
“수경 씨도 이렇게 맛있을까.”
“자매니까... 아아... 아저씨가 좋아지려 해요.”
“키스해줘.”
“웁...”
서로 얼굴을 부딪힌 채 상대방의 입속의 혀를 찾아 정신을 못 차리며 허리의 움직임에 욕망을 토해내는 보경이의 모습은 정말 섹시했다. 사정하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엄청난 양의 정액이 보경이의 질구 안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나는 고개를 뒤로 저친 채 나의 분신들을 구멍 속에 흘려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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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뭐하세요? 안 뜨거우세요?”
정신을 차려보니 상상이었고 그런 상상은 나에게 엔돌핀과 같은 희락을 느끼게 해주는 환상이었다. 뜨거운 그 무엇인가가 내 손에 닿았고 그 뜨거움을 나는 보경이와의 섹스로 인한 순간적인 느낌이라고...
“응? 앗, 뜨거워!”
커피 잔에 뜨거운 물을 붙고 있다가 든 상상이라 물이 넘치는 줄 몰랐다. 손이 빨개지며 익어가는 듯한 고통이다. 무식하게 이렇게 뜨거운데 아직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상기되어 있는 표정이라니... 난 정말 한심했다.
“괜찮으세요?”
“아, 조금 디였을 뿐... 괜찮습니다... 하하하!”
“아닌 것 같은데...”
“하하하!!”
내가 미친 것이 확실했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쓰라림과 통증을 말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응급처치로 주방 호수에 찬물을 틀고 급히 손을 식혔다. 수포가 발생하며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다. 이래서 안전사고, 안전사고 하는 모양이다. 뜨거운 물을 붙고 있을 때는 정신을 차리고 집중했어야 했는데... 크흑.
“여기 커피 드세요.”
“부담스러운 커피네요. 손까지 디였는데...”
“맛있으면 됐죠.”
“미안하면서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보경이와 함께 거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오늘따라 커피가 왜 이렇게 쓴지... 나에게 무슨 할 말이 있길래 보경이는 이리 뜸을 들이는 것일까. 수경이와의 문제를 상의할 거라면 빨리 무슨 얘기라도 꺼냈으면 좋겠다. 그런데 보경이는 왜 십 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커피 잔을 들고 거실만 두리번 두리번 거리고 있고 그 외에 어떠한 행동과 말을 하지 않는다. 날 감시하도 하려고 하는 것인가. 아니면 경호원들이 현재 우리 집 밖에서 대기하며 만일에 상황을 대비하고 있는 것인가. 도무지 보경이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을 그때...
“혼자 산지는 오래 되셨나 봐요?”
드디어 보경이가 입을 열었다.
“근 십 년 정도 됐죠.”
“여자 친구는 수경이가 처음이고요?”
“네? 뭔가 오해들을 하고 계신 모양인데요... 제가 수경 씨를 만난 건 며칠 안 됐습니다.”
“이제 그만 다 털어 놓으세요.”
“답답한 것은 제 얘기를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다는 사실이죠. 전 정말 수경 씨와 아무 일도 없었고 사귀고 있는 사람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수경이가 혼자 아저씨를 좋아한다는 말씀이세요?”
“뭐... 정밀하게 말하면... 아니라고는 말하기도 힘들고...”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수경 씨가 언제부터 저를 좋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수경 씨를...”
“왜 이렇게 사람이 꼬였어요? 풀어서 설명해 주세요.”
“아... 답답하네.”
나는 수경이를 사랑한다. 지금도 수경이가 자꾸 머리에서 떠오른다. 정말 수경이를 사랑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우리가 정식으로 교제를 하기로 한 사이는 아니지 않는가. 나는 그게 마음에 걸려 뭐라고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려웠다. 수경이가 나를 향해 말하는 말들이 정말 사실인지 행동들이 진심인지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우리 수경이가 대통령 딸이라는 사실을 언제 처음 알았나요?”
이게 무슨 개똥같은 질문인가.
“오늘이요!”
“정말로?”
“참 네...”
“의도적인 접근은 아니었다. 이런 말이죠?”
“이보세요. 제가 그렇게 치졸하게 보입니까?”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드릴게요.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드린 질문이니 이해해 주세요.”
“됐슈.”
내 비위에 거슬릴 질문이었다. 놀랄 만도 했고... 사실 지금도 내가 대통령 딸과 썸을 타고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기는 하다.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있는 여자들이 많아요. 수경이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단지 아버지가 대통령이란 사실에 조신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살기는 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있기에 본능은 숨길 수 없죠.”
약간 무거울 법한 이야기를 나에게 꺼내며 자신의 감정을 살짝 들어내는 듯한 보경이를 바라보며 왜 나에게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요?”
“수경이는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많이 살아 마인드가 오픈 되어 있어요.”
“그래서?”
“물론, 저도 수경이 못지않게 오픈 되어 있긴 하지만요.”
“?”
“이해가 어려우시죠?”
“네.”
도통 뭔 소린지 도저히 모르겠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소린지.
“수경이와 잤어요?”
“제가 몇 번을 말해야 믿으시겠어요? 아무일 없었다고요. 제발요.”
“그럼... 사귀는 사이? 애인?”
“아니라고요!”
“남녀 간의 사랑도 없이 그냥 하룻밤 같이 보낸 사이다?”
“사실입니다.”
“수경이가 좋아요?”
“그건... 음...”
“그럼...”
수경이가 좋으냐는 질문을 받고 잠시 고민을 하는 사이 보경이가 내 턱 앞까지 다가와 나를 향해 은밀하게 속삭였다.
“그럼... 저는요?”
“네?!”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 밀고 당기기에 능통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녀관계에 있어 일명 밀당이라는 것을 잘하는 사람은 마음을 들었다가 놨다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분노와 미움을 만들어 내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행복이라는 느낌을 만들어 줄 것이다.
“뭐... 뭐라고요?”
보경이가 바로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이 세상에 빛과 소금과도 같은 존재, 남녀 사이에서는 절대적으로 심리를 이용할 줄 아는 사람...
“아저씨가 저의 제안을 한 가지 들어주세요.”
“..........”
제안? 나에게 무슨 제안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
“제 동생을 좋아하는 남자가 저까지 갖으려 하는데 저의 제안 한 가지 정도는 들어주셔야죠. 안 그래요?”
“꿀꺽.”
“수경이와 교제를 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지를 해드리죠. 어쩌면 이미 수경이는 아저씨가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지만요.”
보경이가 나에게 할 제안을 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야만... 보경이와 내가 조금 더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제안이... 뭔가요?”
“훗... 왜요? 떨려요? 죽으라고 할까봐?”
“무슨 말씀을... 요.”
나만 당황한 모습이다. 보경이는 이런 일이 당연하니 긴장하지 말라며 나를 오히려 진정시킬 태세다. 남자와 여자 입장이 완전 뒤바뀐 상태같다.
“아저씨가 마음에 들어요. 수경이를 얼마나 좋아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지만 저도 아저씨가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그래서?”
“저랑 사귀어요.”
“네?!”
보경이가 하는 말에 내 작은 눈은 토끼처럼 커졌고 심장이 쿵쾅이는 소리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내가 분명 들은 제안이 잘 못된 말은 아니겠지? 분명... 나에게 교제를 하자는 의미의 말을 한 것이지. 바로... 보경이가.
“정... 정말이요?”
“단, 수경이는 모르게.”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아니, 전혀 생각이 없다. 기쁨과 환호가 내 마음 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데 보경이가 말을 계속 이어한다.
“그리고 섹스는 안 돼요. 키스와 가벼운 터치는... 음... 사귀게 되면 연인이니까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해드리죠. 절대 섹스는 안 돼요.”
“꿀꺽.”
“약속해요. 아니면 이걸로 끝.”
“그...”
주인공! 대답해, 빨리! 보경이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빨리 말하라고! 지금 말하지 않으면 앞으로 보경이와 이런 만남은 끝장나게 된다. 망설이지 말고 어서!
“네.”
“네? 지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신 거죠? 호호호.”
“네...”
“절대, 선은 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애인이 되기. 약속하신 거예요.”
“네... 네!”
“좋아요. 몇 가지 조건을 더 말씀해 드리죠. 이것도 승낙하셔야 해요.”
“또 뭔데요?”
“수경이와 있을 때는 나와 연인이라는 사실을 비밀로 하기, 수경이와 데이트를 하여도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반드시 문자로 연락하기, 혹시나...”
“혹시나?”
“혹시나 수경이와 잠자리를 하게 되도 반드시 나에게 연락하기. 아셨죠?”
“하하하... 알겠습니다.”
이게 웬 횡재란 말인가. 기대하지 않았기에 기대할 수 없었기에 감동이 백배, 천배로 다가온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게 꿈은 아니겠지? 현실 맞지?!
나에게 펜과 종이를 한 장 가져오라는 보경이. 이유는 모르겠지만 보경이와 비밀 연애를 시작하게 된 사실에 들뜬 상태로 허겁지겁 펜과 종이를 한 장 꺼내 왔다.
“받아 적으세요.”
“뭘요?”
“제가 지금부터 말하는 모든 내용.”
“내용을?”
“적으시라고요.”
“아, 네.”
“각서.”
“응?”
각서? 내가 무슨 짓을 했길래 각서를 적으라고 하는 거지? 그 각서의 내용이 설마...
“안 받아 적어요?”
“아, 알겠습니다. 각서.”
“나는 앞으로 박보경과 함께 계약 연애를 시작함에 있어...”
“계약 연애? 왜 하필 계약 연애죠?”
“싫으면 없던 걸로.”
큰일 날 소리를 하고 있다. 없던 일로 하자니? 누구 미치는 모습을 직관하고 싶어서 그러는 건지... 절대 그래서는 안 될 말이다.
“아... 아닙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군말 말고 빨리 적으시라고요.”
“네.”
나는 보경이가 불러주는 모든 내용을 각서라는 단어의 합의서에 작성하며 내심 기뻤다. 누군가에게 구속되어 나의 삶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없어도 그 상태가 다름 아닌 수경이의 언니 보경이지 않는가. 스릴있고 행복한 고민과 노고에 숨이 멎을 만큼 좋았다.
“다 적으셨으면 그 옆에 지장 찍으세요.”
“지장까지야...”
“싫으시면 없던 일로.”
“안 됩니다! 빨리 찍을게요.”
“훗.”
내 직업이 공인중개사 아닌가. 집에 인중은 널려 있었다. 도장을 찍기 위해 필수로 사용하는 인중정도야 얼마든지 구비하고 있었으니 지장을 찍으라는 말에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있었다.
“여기다 찍으면 되죠?”
“네. 그리고 그 위에 적은 위반 시 받을 벌에 대해 꼭 상기하시고요.”
보경이가 불러준 각서 내용 중 위반 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적인 3번 항을 다시 한 번 쳐다보며 속으로 읽어보았다.
‘만일, 이 모든 것이 타의가 아닌 자의로 인해 밝혀질 경우 나는 성희롱 및 혼인빙자, 사기범으로 고발되어 대한민국 법에 처벌을 받을 것이며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 것이다.’
단어와 문장으로 봐서는 섬뜩한 표현이지만 누가 자신의 여자 친구가 될 사람의 언니와 비밀 연애를 하는데 떠벌리고 다닐 수 있겠는가. 이는 보경이도 절대 먼저 말하지 못할 금기가 아니겠는가. 뒤늦게 내 가슴을 후비는 아쉬움은 섹스를 하지 않겠다는 조항이었다. 타부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연애인데... 섹스가 없어서야...
“그런데 보경 씨.”
“네.”
“그러니까... 정말... 그...”
“뭐요?”
“콜록, 콜록. 그러니까... 연애를 하면서 왜 섹... 그... 섹...”
“아하~ 연애를 하는데 왜 섹스를 안 하느냐?”
“끄덕뜨덕.”
차마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런데 보경이는 나의 이런 고민을 아주 말끔하게 해결해 주었다. 정말 의문이다. 그래도 연인 관계인데 섹스를 거부하다니... 신체 일부에 문신이라도 크게 있어서 그런 건가? 흉터? 뭘까...
“나중에 수경이와 결혼을 한다고 가정해 봐요. 처형이 될 나와 몸을 섞었는데 정상적인 가정생활이 가능하겠어요?”
“그럼 나중을 위해 일부러?”
기가 찼다. 수경이와 내가 결혼을 하게 될 상황을 대비해 섹스를 하지 않겠다는 보경이. 처형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런 자신과 몸을 섞으면 나중에 결혼 생활에 혼란이 올 거란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헐~ 웃기는 소리. 섹스를 안 하는데 신체 일부를 터치하고 키스까지 허락한다면서? 그건 괜찮다는 건가? 억지 아닌가?’
반박하고 싶었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이리해도 잘못된 행동이고 저리해도 잘못된 시작인데 굳이 섹스만 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그런 말을 하려니 보경이가 또 싫으면 그만 두라고 할까봐 차마 말을 하지 못하겠다.
“약간의 억지가 있는 것 같은...”
“억지? 아저씨, 제가 지금 억지 부리는 것 같으세요?”
“완전히 아니라고는... 조금.”
“헐.”
“...........”
보경이의 눈치만 보며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 설레임과 걱정이 함께 교차되는 순간이다.
“그럼 빨리 결정하세요. 이 각서대로 하실 건지, 아니면 그냥 정상적으로 살아갈 것인지.”
“극단적이셔.”
“저 성격 급해요. 어서요.”
“음.”
망설이는 순간은 정말 긴~ 시간일 줄 알았다. 보경이가 나에게 새롭게 등장한 사랑이었지만 수경이도 만만치 않을 만큼 사랑하기에. 망설이고 고민하며 결정하는 시간은 단 1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뭘요?”
“각서대로...”
“콜.”
“흐흐흐.”
합의가 된 상태로 우리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그 하루는 떨리며 설레는 복잡하며 미묘한 발전 단계였지만 나에게는 정말 운수 좋은 시작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수경이와 그의 친 언니라니... 누가 이런 행운을 누릴 수 있단 말인가.
“아저씨 저 배고파요.”
“중국집에서 뭐라도 시켜 먹을까요?”
“자장면 좋아요. 탕수육까지!”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전화하고 올게요.”
“급하다고 빨리 오라고 해요.”
“네네.”
보경이가 배가 많이 고픈가보다. 자장면을 먹는 우리의 모습은 과연 어떤 상황일까. 두근거리며 떨려온다. 그리고 그녀를 뒤로 한 채 중국집 스티커가 붙어 있는 신발장으로 향하며 보경이에게 꼭 확인해 보고 싶은 사항이 있었다.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거실에 앉아 걸어가는 내 모습을 바라보는 보경이를 향해 말했다.
“보경 씨, 우리 오늘부터 하루인가요?”
“하루? 무슨?”
“흠... 사귀기 시작한 하루 맞나하고요.”
나의 물음에 보경이가 배시시 웃으며 자신의 양팔을 무릎에 올려 머리를 숙인 채 대답한다.
“우리 오늘부터 하루.”
“아, 하루...”
정말 보경이와 내가 사귀게 된 것이구나.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한 이 감정은 무엇일까. 자매에게 사랑받는 남자는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그 사랑이란 단어가 존경과 인간이 아닌 연인으로 전해지는 복 받은 남자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내 뇌리를 스치며 뛸 듯한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중국집에 전화를 거는 내 목청은 평소보다 밝고 우렁찼고 그 우렁참에 전화를 받은 중국집 종업원이 깜짝 놀랄만도 했다. 보경이는 나의 모습에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우리의 비밀 연애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 구상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그런 보경이를 보며 똑같은 생각과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을 꿈꾸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마주 앉아 서로의 성격과 추구하는 일들을 소통하기 시작했고 그녀와의 대화는 시간이 흐르는 줄 모르게 빠르게 흘렀다. 잠시 후 초인종 벨소리가 들려왔고 그제야 대화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잠시만... 배달 음식이 도착했나 봐요.”
“아, 배고프다. 빨리, 빨리!”
현관문을 열자 역시나 중국집 배달원이 나를 향해 서 있다. 돈을 지불하고 주문한 음식을 받아 든 뒤 보경이가 있는 곳으로 돌아서자 보경이는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저렇게 예쁜 여자와 연애를 하는데 우리의 첫 하루가 자장면이라니... 그쯤에서 밀려오는 후회감은 뭐라 표현할 수 없었다.
차라리 밖에 나가 멋진 배경에 멋스러운 양식 식당에서 칼질이라도 할 거 그랬나. 후회를 해봐야 늦었지만 다음에는 반드시 그런 로멘틱스러운 장소에서 멋들어진 식사를 대접하리라 다짐해본다.
“어멋, 냄새... 너무 좋아.”
“중국요리를 좋아하시나 봐요?”
“사랑해요. 너무 사랑해요.”
“허허...”
청와대에서는 중국요리를 먹을 수 없는 것인가. 마치 처음 먹어보는 사람처럼 너무 행복해하는 모습에 애착이 많이 간다. 자주 먹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로멘틱스런 장소에서 품위 있게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나의 사랑과 애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 않겠나. 가끔은 이런 중국요리도 괜찮구나 싶다.
보경이는 자신의 자장면 비닐 랩을 순식간에 뜯더니 잘 섞이지도 않은 면을 나무젓가락으로 집어가며 입안에 흡입을 하기 시작했다. 저렇게 먹다가는 사람이 죽겠구나 싶을 정도로 자장면을 먹는데 입주변이 난리가 났다. 순간 드라마와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들이 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래, 묻어 있는 자장면 양념을 손으로 닦아주면 우리 둘이 시선이 마주칠 것이고... 그 시선이 마주치면... 불꽃이...!’
무슨 의도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연인이 되었으니 넌 내 것, 난 네 것이라는 증표를 남겨야 하는데 그 가장 원시적이고 기본이 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만한 순간이 지금이었다. 우리의 주변에는 ‘브링크’의 ‘키스 미’라는 배경음악이 자동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Kiss me darling kiss me kiss me tonight
Kiss me darling kiss an" you"ll be alright
Kiss me darling kiss your kiss is so wonderful
My love you"ll always be
My love you"ll always
***
나만의 행복한 상상일까... 어쩌면 그 상상은 현실이 될 수도 있는 법. 나의 한 손이 조심스럽게 보경이의 입가를 향해 다가간다. 천천히... 그녀가 놀라지 않도록 최대한 천천히...
“응? 아저씨...”
“많이 묻었네요.”
“괜찮은데...”
“제가... 닦아 드릴게요... 우...”
“훗... 손가락 안 치우면 물어버릴 거예요.”
“응?”
쨍그랑~ 무드 없는 계집애. 이렇게 나의 상상을 한순간에 무너트리다니. 눈치도 없고 애정도 없는 아주 독한...
“웁!”
“쭈웁.”
실망한 나의 표정을 읽은 것일까. 보경이는 느닷없이 나에게 다가와 자신의 앵두 같은 입술을 선물해준다. 그리고 그 선물에 나는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다시금 내 귀에 행복한 배경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시작한지 하루가 되는 첫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입술 도장을 찍었다. 달콤한 보경이 입술과 짭조름한 입술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너무 재미있어 죽겠지요? 아닌가요? 그럼 별 수 없고요...ㅋㅋㅋ
아쉬움을 뒤로하고 11부부터는 집필실 자유게시판에 게시를 하려 합니다. 제가 이번 작품을 공개하는 부분은 이곳까지 입니다. 11부 부터는 번거러우시더라도 집필실 자유게시판에서 확인부탁드립니다.
11. 긴장했지만... 횡재했다.
침묵이 잠시 흐르는 거실, 보경이는 나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차하는 순간에 내가 이성을 잃고 미친 짓을 한 것 같았다.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행동으로 서먹한 관계를 만들었을까. 그것도 하필이면... 처형이 될 수도 있는 사람에게. 처형이라... 내가 벌써부터 김치국을 먹고 있다는 사실이 들었다.
“빨리 주세요.”
“다 됐습니다. 잠시 만요.”
“만날 이렇게 손님이 오면 기다리게 하시나요?”
만날 손님이 집에 오지 않아 더디게만 되는 나의 행동을 저리도 모를까. 그래도 내 등 뒤에서 들려오는 보경이의 달콤하고 야릇한 목소리에 귀는 행복했다. 차라리 아까 내가 조금 더 빨리 행동해 보경이를 겁탈했으면 지금 상황은 어땠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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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에요? 그 눈빛은?”
“보경 씨... 에잇!”
“어멋! 왜 이러세요?!”
저항하는 보경이의 양 팔을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 상태에서 그녀가 신고 있는 스타킹을 벗긴 후 벗겨진 스타킹을 이용해 양 팔을 묶기 시작했다. 절대 저항하지 못할 상황으로 만들어 놓고는 보경이가 입고 있는 상의의 단추를 힘으로 모두 뜯어낸 뒤 풍만한 가슴골에 나의 코를 묻는다.
“싫어요... 싫어! 이러지 마세요!”
“쭙쭙... 보경 씨... 사랑합니다.”
“꺄~! 싫어!”
“연분홍 유두가 왜 이렇게 예쁜지... 쭙쭙쭙...”
“흐으응... 싫어...”
브라자를 벗긴 채 저항할 때마다 흔들리는 보경이의 가슴을 내 양손으로 붙잡고 발정난 수컷처럼 정신없이 혀를 이용해 핥기 시작하며 그녀의 팬티에 손을 댄다.
“싫어! 이러지 마세요!”
“잠깐만... 잠깐만요... 제발...”
“엄마... 흑흑흑...”
“보경 씨를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절 받아주세요.”
“이러면 안 돼요... 흑흑흑.”
싫다며 발악하는 보경이의 모습에 나의 성욕은 하늘이 무섭지 않을 정도로 특정부위에 집중되었다. 무서울 정도로 커진 나의 중심이 수경이의 하얗고 고운 허벅지 사이에 대고 살끼리 비비며 음흉한 자세를 취한 뒤 물을 뿜어내고 있는 보경이의 조개 입에 살포시 침입하게 되었다.
“허억... 아저씨... 헉...”
“아... 보경 씨... 따뜻해... 따뜻해요.”
“아파요. 아파!”
“퍽퍽퍽!”
“윽...!”
나의 미친 펌핑질에 보경이도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한 표정이다. 조용히 자신의 배 위에 엎드려 있는 나의 양 팔을 잡고 흐느끼며 자신의 엉덩이를 나의 허리 움직임에 맞춰주기 시작했고...
“흐음... 아... 아아...”
“처음은... 윽... 처음은 아닌 모양인데... 아...”
“몰라요... 아... 부끄러워요... 아...”
“수경 씨도 이렇게 맛있을까.”
“자매니까... 아아... 아저씨가 좋아지려 해요.”
“키스해줘.”
“웁...”
서로 얼굴을 부딪힌 채 상대방의 입속의 혀를 찾아 정신을 못 차리며 허리의 움직임에 욕망을 토해내는 보경이의 모습은 정말 섹시했다. 사정하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엄청난 양의 정액이 보경이의 질구 안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나는 고개를 뒤로 저친 채 나의 분신들을 구멍 속에 흘려보내고 있었다.
................................
.....................
...........
“아저씨, 뭐하세요? 안 뜨거우세요?”
정신을 차려보니 상상이었고 그런 상상은 나에게 엔돌핀과 같은 희락을 느끼게 해주는 환상이었다. 뜨거운 그 무엇인가가 내 손에 닿았고 그 뜨거움을 나는 보경이와의 섹스로 인한 순간적인 느낌이라고...
“응? 앗, 뜨거워!”
커피 잔에 뜨거운 물을 붙고 있다가 든 상상이라 물이 넘치는 줄 몰랐다. 손이 빨개지며 익어가는 듯한 고통이다. 무식하게 이렇게 뜨거운데 아직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상기되어 있는 표정이라니... 난 정말 한심했다.
“괜찮으세요?”
“아, 조금 디였을 뿐... 괜찮습니다... 하하하!”
“아닌 것 같은데...”
“하하하!!”
내가 미친 것이 확실했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쓰라림과 통증을 말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응급처치로 주방 호수에 찬물을 틀고 급히 손을 식혔다. 수포가 발생하며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다. 이래서 안전사고, 안전사고 하는 모양이다. 뜨거운 물을 붙고 있을 때는 정신을 차리고 집중했어야 했는데... 크흑.
“여기 커피 드세요.”
“부담스러운 커피네요. 손까지 디였는데...”
“맛있으면 됐죠.”
“미안하면서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보경이와 함께 거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오늘따라 커피가 왜 이렇게 쓴지... 나에게 무슨 할 말이 있길래 보경이는 이리 뜸을 들이는 것일까. 수경이와의 문제를 상의할 거라면 빨리 무슨 얘기라도 꺼냈으면 좋겠다. 그런데 보경이는 왜 십 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커피 잔을 들고 거실만 두리번 두리번 거리고 있고 그 외에 어떠한 행동과 말을 하지 않는다. 날 감시하도 하려고 하는 것인가. 아니면 경호원들이 현재 우리 집 밖에서 대기하며 만일에 상황을 대비하고 있는 것인가. 도무지 보경이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을 그때...
“혼자 산지는 오래 되셨나 봐요?”
드디어 보경이가 입을 열었다.
“근 십 년 정도 됐죠.”
“여자 친구는 수경이가 처음이고요?”
“네? 뭔가 오해들을 하고 계신 모양인데요... 제가 수경 씨를 만난 건 며칠 안 됐습니다.”
“이제 그만 다 털어 놓으세요.”
“답답한 것은 제 얘기를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다는 사실이죠. 전 정말 수경 씨와 아무 일도 없었고 사귀고 있는 사람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수경이가 혼자 아저씨를 좋아한다는 말씀이세요?”
“뭐... 정밀하게 말하면... 아니라고는 말하기도 힘들고...”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수경 씨가 언제부터 저를 좋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수경 씨를...”
“왜 이렇게 사람이 꼬였어요? 풀어서 설명해 주세요.”
“아... 답답하네.”
나는 수경이를 사랑한다. 지금도 수경이가 자꾸 머리에서 떠오른다. 정말 수경이를 사랑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우리가 정식으로 교제를 하기로 한 사이는 아니지 않는가. 나는 그게 마음에 걸려 뭐라고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려웠다. 수경이가 나를 향해 말하는 말들이 정말 사실인지 행동들이 진심인지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우리 수경이가 대통령 딸이라는 사실을 언제 처음 알았나요?”
이게 무슨 개똥같은 질문인가.
“오늘이요!”
“정말로?”
“참 네...”
“의도적인 접근은 아니었다. 이런 말이죠?”
“이보세요. 제가 그렇게 치졸하게 보입니까?”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드릴게요.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드린 질문이니 이해해 주세요.”
“됐슈.”
내 비위에 거슬릴 질문이었다. 놀랄 만도 했고... 사실 지금도 내가 대통령 딸과 썸을 타고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기는 하다.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있는 여자들이 많아요. 수경이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단지 아버지가 대통령이란 사실에 조신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살기는 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있기에 본능은 숨길 수 없죠.”
약간 무거울 법한 이야기를 나에게 꺼내며 자신의 감정을 살짝 들어내는 듯한 보경이를 바라보며 왜 나에게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요?”
“수경이는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많이 살아 마인드가 오픈 되어 있어요.”
“그래서?”
“물론, 저도 수경이 못지않게 오픈 되어 있긴 하지만요.”
“?”
“이해가 어려우시죠?”
“네.”
도통 뭔 소린지 도저히 모르겠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소린지.
“수경이와 잤어요?”
“제가 몇 번을 말해야 믿으시겠어요? 아무일 없었다고요. 제발요.”
“그럼... 사귀는 사이? 애인?”
“아니라고요!”
“남녀 간의 사랑도 없이 그냥 하룻밤 같이 보낸 사이다?”
“사실입니다.”
“수경이가 좋아요?”
“그건... 음...”
“그럼...”
수경이가 좋으냐는 질문을 받고 잠시 고민을 하는 사이 보경이가 내 턱 앞까지 다가와 나를 향해 은밀하게 속삭였다.
“그럼... 저는요?”
“네?!”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 밀고 당기기에 능통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녀관계에 있어 일명 밀당이라는 것을 잘하는 사람은 마음을 들었다가 놨다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분노와 미움을 만들어 내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행복이라는 느낌을 만들어 줄 것이다.
“뭐... 뭐라고요?”
보경이가 바로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이 세상에 빛과 소금과도 같은 존재, 남녀 사이에서는 절대적으로 심리를 이용할 줄 아는 사람...
“아저씨가 저의 제안을 한 가지 들어주세요.”
“..........”
제안? 나에게 무슨 제안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
“제 동생을 좋아하는 남자가 저까지 갖으려 하는데 저의 제안 한 가지 정도는 들어주셔야죠. 안 그래요?”
“꿀꺽.”
“수경이와 교제를 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지를 해드리죠. 어쩌면 이미 수경이는 아저씨가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지만요.”
보경이가 나에게 할 제안을 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야만... 보경이와 내가 조금 더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제안이... 뭔가요?”
“훗... 왜요? 떨려요? 죽으라고 할까봐?”
“무슨 말씀을... 요.”
나만 당황한 모습이다. 보경이는 이런 일이 당연하니 긴장하지 말라며 나를 오히려 진정시킬 태세다. 남자와 여자 입장이 완전 뒤바뀐 상태같다.
“아저씨가 마음에 들어요. 수경이를 얼마나 좋아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지만 저도 아저씨가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그래서?”
“저랑 사귀어요.”
“네?!”
보경이가 하는 말에 내 작은 눈은 토끼처럼 커졌고 심장이 쿵쾅이는 소리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내가 분명 들은 제안이 잘 못된 말은 아니겠지? 분명... 나에게 교제를 하자는 의미의 말을 한 것이지. 바로... 보경이가.
“정... 정말이요?”
“단, 수경이는 모르게.”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아니, 전혀 생각이 없다. 기쁨과 환호가 내 마음 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데 보경이가 말을 계속 이어한다.
“그리고 섹스는 안 돼요. 키스와 가벼운 터치는... 음... 사귀게 되면 연인이니까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해드리죠. 절대 섹스는 안 돼요.”
“꿀꺽.”
“약속해요. 아니면 이걸로 끝.”
“그...”
주인공! 대답해, 빨리! 보경이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빨리 말하라고! 지금 말하지 않으면 앞으로 보경이와 이런 만남은 끝장나게 된다. 망설이지 말고 어서!
“네.”
“네? 지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신 거죠? 호호호.”
“네...”
“절대, 선은 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애인이 되기. 약속하신 거예요.”
“네... 네!”
“좋아요. 몇 가지 조건을 더 말씀해 드리죠. 이것도 승낙하셔야 해요.”
“또 뭔데요?”
“수경이와 있을 때는 나와 연인이라는 사실을 비밀로 하기, 수경이와 데이트를 하여도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반드시 문자로 연락하기, 혹시나...”
“혹시나?”
“혹시나 수경이와 잠자리를 하게 되도 반드시 나에게 연락하기. 아셨죠?”
“하하하... 알겠습니다.”
이게 웬 횡재란 말인가. 기대하지 않았기에 기대할 수 없었기에 감동이 백배, 천배로 다가온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게 꿈은 아니겠지? 현실 맞지?!
나에게 펜과 종이를 한 장 가져오라는 보경이. 이유는 모르겠지만 보경이와 비밀 연애를 시작하게 된 사실에 들뜬 상태로 허겁지겁 펜과 종이를 한 장 꺼내 왔다.
“받아 적으세요.”
“뭘요?”
“제가 지금부터 말하는 모든 내용.”
“내용을?”
“적으시라고요.”
“아, 네.”
“각서.”
“응?”
각서? 내가 무슨 짓을 했길래 각서를 적으라고 하는 거지? 그 각서의 내용이 설마...
“안 받아 적어요?”
“아, 알겠습니다. 각서.”
“나는 앞으로 박보경과 함께 계약 연애를 시작함에 있어...”
“계약 연애? 왜 하필 계약 연애죠?”
“싫으면 없던 걸로.”
큰일 날 소리를 하고 있다. 없던 일로 하자니? 누구 미치는 모습을 직관하고 싶어서 그러는 건지... 절대 그래서는 안 될 말이다.
“아... 아닙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군말 말고 빨리 적으시라고요.”
“네.”
나는 보경이가 불러주는 모든 내용을 각서라는 단어의 합의서에 작성하며 내심 기뻤다. 누군가에게 구속되어 나의 삶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없어도 그 상태가 다름 아닌 수경이의 언니 보경이지 않는가. 스릴있고 행복한 고민과 노고에 숨이 멎을 만큼 좋았다.
“다 적으셨으면 그 옆에 지장 찍으세요.”
“지장까지야...”
“싫으시면 없던 일로.”
“안 됩니다! 빨리 찍을게요.”
“훗.”
내 직업이 공인중개사 아닌가. 집에 인중은 널려 있었다. 도장을 찍기 위해 필수로 사용하는 인중정도야 얼마든지 구비하고 있었으니 지장을 찍으라는 말에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있었다.
“여기다 찍으면 되죠?”
“네. 그리고 그 위에 적은 위반 시 받을 벌에 대해 꼭 상기하시고요.”
보경이가 불러준 각서 내용 중 위반 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적인 3번 항을 다시 한 번 쳐다보며 속으로 읽어보았다.
‘만일, 이 모든 것이 타의가 아닌 자의로 인해 밝혀질 경우 나는 성희롱 및 혼인빙자, 사기범으로 고발되어 대한민국 법에 처벌을 받을 것이며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 것이다.’
단어와 문장으로 봐서는 섬뜩한 표현이지만 누가 자신의 여자 친구가 될 사람의 언니와 비밀 연애를 하는데 떠벌리고 다닐 수 있겠는가. 이는 보경이도 절대 먼저 말하지 못할 금기가 아니겠는가. 뒤늦게 내 가슴을 후비는 아쉬움은 섹스를 하지 않겠다는 조항이었다. 타부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연애인데... 섹스가 없어서야...
“그런데 보경 씨.”
“네.”
“그러니까... 정말... 그...”
“뭐요?”
“콜록, 콜록. 그러니까... 연애를 하면서 왜 섹... 그... 섹...”
“아하~ 연애를 하는데 왜 섹스를 안 하느냐?”
“끄덕뜨덕.”
차마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런데 보경이는 나의 이런 고민을 아주 말끔하게 해결해 주었다. 정말 의문이다. 그래도 연인 관계인데 섹스를 거부하다니... 신체 일부에 문신이라도 크게 있어서 그런 건가? 흉터? 뭘까...
“나중에 수경이와 결혼을 한다고 가정해 봐요. 처형이 될 나와 몸을 섞었는데 정상적인 가정생활이 가능하겠어요?”
“그럼 나중을 위해 일부러?”
기가 찼다. 수경이와 내가 결혼을 하게 될 상황을 대비해 섹스를 하지 않겠다는 보경이. 처형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런 자신과 몸을 섞으면 나중에 결혼 생활에 혼란이 올 거란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헐~ 웃기는 소리. 섹스를 안 하는데 신체 일부를 터치하고 키스까지 허락한다면서? 그건 괜찮다는 건가? 억지 아닌가?’
반박하고 싶었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이리해도 잘못된 행동이고 저리해도 잘못된 시작인데 굳이 섹스만 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그런 말을 하려니 보경이가 또 싫으면 그만 두라고 할까봐 차마 말을 하지 못하겠다.
“약간의 억지가 있는 것 같은...”
“억지? 아저씨, 제가 지금 억지 부리는 것 같으세요?”
“완전히 아니라고는... 조금.”
“헐.”
“...........”
보경이의 눈치만 보며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 설레임과 걱정이 함께 교차되는 순간이다.
“그럼 빨리 결정하세요. 이 각서대로 하실 건지, 아니면 그냥 정상적으로 살아갈 것인지.”
“극단적이셔.”
“저 성격 급해요. 어서요.”
“음.”
망설이는 순간은 정말 긴~ 시간일 줄 알았다. 보경이가 나에게 새롭게 등장한 사랑이었지만 수경이도 만만치 않을 만큼 사랑하기에. 망설이고 고민하며 결정하는 시간은 단 1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뭘요?”
“각서대로...”
“콜.”
“흐흐흐.”
합의가 된 상태로 우리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그 하루는 떨리며 설레는 복잡하며 미묘한 발전 단계였지만 나에게는 정말 운수 좋은 시작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수경이와 그의 친 언니라니... 누가 이런 행운을 누릴 수 있단 말인가.
“아저씨 저 배고파요.”
“중국집에서 뭐라도 시켜 먹을까요?”
“자장면 좋아요. 탕수육까지!”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전화하고 올게요.”
“급하다고 빨리 오라고 해요.”
“네네.”
보경이가 배가 많이 고픈가보다. 자장면을 먹는 우리의 모습은 과연 어떤 상황일까. 두근거리며 떨려온다. 그리고 그녀를 뒤로 한 채 중국집 스티커가 붙어 있는 신발장으로 향하며 보경이에게 꼭 확인해 보고 싶은 사항이 있었다.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거실에 앉아 걸어가는 내 모습을 바라보는 보경이를 향해 말했다.
“보경 씨, 우리 오늘부터 하루인가요?”
“하루? 무슨?”
“흠... 사귀기 시작한 하루 맞나하고요.”
나의 물음에 보경이가 배시시 웃으며 자신의 양팔을 무릎에 올려 머리를 숙인 채 대답한다.
“우리 오늘부터 하루.”
“아, 하루...”
정말 보경이와 내가 사귀게 된 것이구나.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한 이 감정은 무엇일까. 자매에게 사랑받는 남자는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그 사랑이란 단어가 존경과 인간이 아닌 연인으로 전해지는 복 받은 남자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내 뇌리를 스치며 뛸 듯한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중국집에 전화를 거는 내 목청은 평소보다 밝고 우렁찼고 그 우렁참에 전화를 받은 중국집 종업원이 깜짝 놀랄만도 했다. 보경이는 나의 모습에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우리의 비밀 연애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 구상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그런 보경이를 보며 똑같은 생각과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을 꿈꾸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마주 앉아 서로의 성격과 추구하는 일들을 소통하기 시작했고 그녀와의 대화는 시간이 흐르는 줄 모르게 빠르게 흘렀다. 잠시 후 초인종 벨소리가 들려왔고 그제야 대화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잠시만... 배달 음식이 도착했나 봐요.”
“아, 배고프다. 빨리, 빨리!”
현관문을 열자 역시나 중국집 배달원이 나를 향해 서 있다. 돈을 지불하고 주문한 음식을 받아 든 뒤 보경이가 있는 곳으로 돌아서자 보경이는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저렇게 예쁜 여자와 연애를 하는데 우리의 첫 하루가 자장면이라니... 그쯤에서 밀려오는 후회감은 뭐라 표현할 수 없었다.
차라리 밖에 나가 멋진 배경에 멋스러운 양식 식당에서 칼질이라도 할 거 그랬나. 후회를 해봐야 늦었지만 다음에는 반드시 그런 로멘틱스러운 장소에서 멋들어진 식사를 대접하리라 다짐해본다.
“어멋, 냄새... 너무 좋아.”
“중국요리를 좋아하시나 봐요?”
“사랑해요. 너무 사랑해요.”
“허허...”
청와대에서는 중국요리를 먹을 수 없는 것인가. 마치 처음 먹어보는 사람처럼 너무 행복해하는 모습에 애착이 많이 간다. 자주 먹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로멘틱스런 장소에서 품위 있게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나의 사랑과 애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 않겠나. 가끔은 이런 중국요리도 괜찮구나 싶다.
보경이는 자신의 자장면 비닐 랩을 순식간에 뜯더니 잘 섞이지도 않은 면을 나무젓가락으로 집어가며 입안에 흡입을 하기 시작했다. 저렇게 먹다가는 사람이 죽겠구나 싶을 정도로 자장면을 먹는데 입주변이 난리가 났다. 순간 드라마와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들이 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래, 묻어 있는 자장면 양념을 손으로 닦아주면 우리 둘이 시선이 마주칠 것이고... 그 시선이 마주치면... 불꽃이...!’
무슨 의도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연인이 되었으니 넌 내 것, 난 네 것이라는 증표를 남겨야 하는데 그 가장 원시적이고 기본이 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만한 순간이 지금이었다. 우리의 주변에는 ‘브링크’의 ‘키스 미’라는 배경음악이 자동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Kiss me darling kiss me kiss me tonight
Kiss me darling kiss an" you"ll be alright
Kiss me darling kiss your kiss is so wonderful
My love you"ll always be
My love you"ll always
***
나만의 행복한 상상일까... 어쩌면 그 상상은 현실이 될 수도 있는 법. 나의 한 손이 조심스럽게 보경이의 입가를 향해 다가간다. 천천히... 그녀가 놀라지 않도록 최대한 천천히...
“응? 아저씨...”
“많이 묻었네요.”
“괜찮은데...”
“제가... 닦아 드릴게요... 우...”
“훗... 손가락 안 치우면 물어버릴 거예요.”
“응?”
쨍그랑~ 무드 없는 계집애. 이렇게 나의 상상을 한순간에 무너트리다니. 눈치도 없고 애정도 없는 아주 독한...
“웁!”
“쭈웁.”
실망한 나의 표정을 읽은 것일까. 보경이는 느닷없이 나에게 다가와 자신의 앵두 같은 입술을 선물해준다. 그리고 그 선물에 나는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다시금 내 귀에 행복한 배경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시작한지 하루가 되는 첫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입술 도장을 찍었다. 달콤한 보경이 입술과 짭조름한 입술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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