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입니다! 추천 좀 많이 해주시고... 추천보다 댓글도 많이 주세요~ 배고파요...ㅋㅋ
주말 잠수모드 들어갑니다. 행복하세요!
7. 오해와 억울함.
그 남자가 하는 전화통화를 듣고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각하라는 말은... 내가 알고 있는 그 각하라는 의미가 맞나?’
당황스러운 생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내 팔을 잡고 있는 남자들이 하라는 대로 행동해야 할 뿐... 각하라는 의미... 내가 알고 있는 그 각하가 맞나? 내 머리를 숙이게 하더니 고급 승용차 뒷좌석으로 인도한다. 고분고분 말을 들을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울고 있는 수경이가 눈에 들어온다.
“아저씨, 저 이번에 또 들어가면 아버지에게 죽어요.”
“아가씨 이제 그만 돌아가실 시간입니다. 각하께서 얼마나 걱정하고 계신데요.”
“각하, 각하! 지겨워!”
수경이가 각하라는 말을 하며 발버둥을 치듯 저항했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중후한 인상의 남자가 깍듯하게 수경이를 차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힘으로 수경이를 제압하는 일은 없어서 한숨을 놓게 되었다. 잠시 후 차가 출발하며 내 눈에는 안대가 끼워졌다.
“뭐... 뭐하는 겁니까? 절 어떻게 하시려고...”
“보안상 어쩔 수 없습니다. 잠시 답답하시더라도 참아주세요.”
“보안? 당신들 뭐하는 사람들이야?”
“출발하지.”
“예.”
나에게 안대를 채운 채 차량은 출발했고 얼마나 달렸을까. 내 생각과 느낌에는 삼십 분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귀로만 들리는 세상은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적으로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리,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알 수 없는 작전명 소리, 그리고... 바람 소리.
차가 멈췄다. 그때부터 내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했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기에 어디로 도망을 쳐야 할지 몰랐다. 내 양 손은 건장한 남자들이 아직도 붙잡고 있는 상태. 틈을 노려보기로 했다. 한쪽이라도 내 팔을 잡고 있는 손의 힘이 약해진다 싶으면 달아나며 눈을 가리고 있는 안대를 벗기로 하고.
“내리십쇼.”
나를 차 밖으로 끌고 나가는 사이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서 어떤 아주머니의 소리가 들려온다.
“수경아!”
“엄... 엄마...”
“이년이 진짜!”
엄마? 시골에 계시다는 엄마? 그리 멀리 온 것 같지 않은데... 엄마를 만나기 위해 여기까지 나를 데리고 온 것인가. 공기는 그리 좋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은데. 아무튼 내 귀에 들리는 수경이의 음성은 분명 엄마라는 소리였다. 수경이가 혹시 부잣집 외동딸인가? 나는 덤으로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고 팔자를 고칠 수 있는 것인가?
“어디 있다 이제 오는 거야? 이게 한 두 번이야?”
“아빠는? 아빠에게는 제발 내가 돌아왔다는 말을 하지 말아줘. 제발...”
“시끄러워!”
가출을 한 것인가. 스물한 살이나 먹고 가출이라니... 한심한 생각이 들때 쯤 내 왼쪽 팔을 잡고 있는 남자의 손 아구의 힘이 약해짐을 감지했다. 지금이 달아날 수 있는 타이밍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본능적으로 몸을 흔들어 내 팔을 잡고 있는 남자들을 뿌리치며 달아나려 했는데...
“윽...! 뭐... 뭐야?”
“달아나지 마세요. 다치십니다.”
도망은커녕 이 넘들 힘이 왜 이렇게 쌘지 도로 잡혔다. 나의 계획은 모두 수포로 돌아섰고 의지도 사라지게 되었다. 나의 도주 헤프닝에 약간 거리가 있으며 수경이에게 소리를 치시던 엄마라는 존재가 나를 향해 걸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사람인가요?”
“네. 분명 본인의 입으로 애인이라고 했습니다.”
“애인?”
“엄마... 그 분은...”
“조용히 하고 있어!”
수경이 엄마의 목소리는 힘이 실려 있다. 호랑이도 식겁하며 도망칠 기세였다. 그런 목소리를 내 옆에서 들으니 나도 무섭게 느껴졌다.
“아... 안녕하세요. 애인은 아니고... 뭐라고 설명을 드려야 할지...”
“네? 애인이 아니라고요?”
“그러니까 그게...”
양팔을 잡힌 채 두 눈을 가린 채 말을 하려니 머리가 복잡했고 상황을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애인이 아니면 나는 누구라고 소개를 해야 할지 도통 감을 잡지 못했다.
“당신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수경이와는 이제 그만 헤어져 주세요.”“네?”
“우리 수경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 아이입니다. 조용히 보내 드릴테니 수경이를 잊고...”
나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수경이 엄마에게 무릎이라도 꿇고 싶었다. 제발 이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 수경이를 빼앗아 가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좀더 멀리 있던 수경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그 아저씨랑 나는 못 헤어져!”
“저년이 정말! 너 빨리 안으로 들어가 있어!”
“엄마~! 제발 아저씨 힘들게 하지 마!”
“너희 무슨 사이야? 사실대로 말해!”
“그 사람 힘들게 하면 안 돼. 날 지켜준 분이야.”
“지켜줘? 가출하게 조장한 사람은 아니고?”
듣자듣자 하니... 내가 왜 댁의 딸을 가출시키려고 했단 말인가? 내가 아무리 양아치 근성이 있다고 해도 이런 씩으로 세상 살지 않았는데... 섭섭한 말씀을 하시네. 나를 대신해 수경이가 자기 엄마라는 사람에게 항변을 하며 날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듯했다. 그런데...
“법무부 장관님 오시라고 해요. 저런 사람 콩밥을 먹어야 정신차리지.”
“엄마, 안 돼!”
“시끄러워. 이따가 아빠 오시면 넌 죽은 줄 알고 있어.”
“사실은... 엄마... 나... 임신 했단 말이야!”
“뭐?!”
응? 이게 웬 자다가 복창 두드리는 소리? 임신... 이게 뭔 소린지...
“정말이야? 딸!”
“응! 그래. 나 임신했다고. 3개월 됐데.”
“세상에...”
나는 자초지정을 알지 못했기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요, 저기... 저도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뭐라고요?”
“죄송합니다만... 안대 좀 벗겨주시면 안될까요?”
“벗겨드려.”
“네.”
밝은 빛이 비추는 햇살에 자동으로 인상을 쓰며 천천히 눈을 떴고 내가 있는 곳의 풍경이 조금씩 시아야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곳은...”
“할 말이 뭔가요?”
수경이의 엄마가 나에게 할 말이 뭐냐며 물었고 천천히 수경이 엄마의 존재가 내 두 눈으로 확인되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수경이 엄마의 첫인상은...
“응? 어디서 많이 봤는데... 누구시더라.”
초면이 아닌 것 같았다. 어디선가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듯한 인상이다. 아니, 확실히 어디서 많이 본 아주머니다. 그리고 천천히 기억이 떠올르기 시작하자...
“영... 영부인? 김정자 영부인?!”
“당신이 지금 내 딸에게 무슨 짓을 저지른지 알고 있어요?”
“영부인 맞아요? 와~ 뉴스에 나오는 그 영부인이다!”
나는 흥분된 목소리로 수경이 엄마... 그러니까 우리나라 대통령의 부인인 영부인을 실제로 보았다. 신기할 따름이다. 뒤 늦게 내가 있는 곳의 주변을 훌터보았다.
“교과서에서 보던 곳인데... 청...”
내가 혼자말을 하고 있는데 내 팔을 잡고 있던 건장한 남자 중 한 명이 끝을 짓지 못한 나의 말을 완성시켜 주었다.
“이곳은 청와대이고 영부인께서 계십니다.”
“청... 청와대?”
당신이라면 이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어느 날 갑자기 한 여자가 원룸을 찾는다며 나에게 찾아와 부득이하게 아무 일도 없이 하룻밤을 동침하고 출근길에 건장한 남자들에게 납치되려는 순간 함께 끌려온 곳이 바로 우리나라 대통령이 사시는 청와대라면... 그것도 안대를 찬 채 아무 것도 모르게 잡혀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 그러니까... 수경이 어머님이... 김정자 영부인이시고... 그렇다면 아빠라는 분이...”
“박승규 대통령이십니다.”
“헐...”
박승규 대통령, 우리나라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되신 덕망있고 훌륭한 분...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여기까지지만 모든 국민들이 아버지라 부를 정도로 지지도가 높은 분이라는 사실...
“아저씨, 제가 여기서 어떻게 해서든 구해드릴게요.”
어안이 벙벙한 나를 향해 수경이가 소리치며 말한다. 나를 이곳 청와대에서 구해준다고...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그리고... 왜? 내가 여기서 죽어? 헐...
“수경 씨, 제가 지금 머리가 복잡한데 설명 좀 해주실 수 있으세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수경이가 나를 향해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내 앞에 서서 나를 불만족스럽게 쳐다보던 영부인이 자신의 울분을 참지 못하고 귀뺨을 때렸다.
“짝!”
“헉.”
“나쁜 사람...”
“영부인... 아니, 어머님 그게 아니고요...”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누가 누구 어머님이야?!”
“아... 아주머니... 아니지... 수경 씨 어머님...”
“영부인이십니다. 예를 갖추세요.”
“아...”
영부인이 나의 뺨을 때리는 모습에 놀란 수경이가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놀란 토끼눈을 하며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도 이 위기(?)를 벗어날 방법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어머나... 어지러워.”
갑자기 머리를 잡고 어지럽다며 쓰러지는 수경이를 보고 영부인이 놀라 수경이의 몸을 잡으며 말했다.
“어떻게...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
“영부인, 이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
“우선 안으로 같이 데리고 들어오세요. 접견실로 안내 하세요.”
“예.”
황당하게도 청와대를 구경할 줄이야... 초록색의 금잔디를 지나 접견실이 있는 본관 1층으로 향했고 그 안에는 내 눈을 고정시킬 화려한 인테리어부터 내장재, 장식들로 가득했다. 동화속에 나오는 금은보화가 있는 궁전이 이곳이 아닐까 할 정도로 화려한 장소. 그곳은 바로 청와대였다.
“이쪽으로 앉아서 영부인을 기다려주세요.”
“감... 감사합니다.”
접견실 안에는 적어도 30명은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이 있었고 한 가운데 앉아 있으니 내가 마치 뭐라도 된 듯 나도 모르게 어깨에 뽕이 잔뜩 들어갔다. 잠기 앉아 있으니 참하게 생긴 여자 비서가 녹차를 가지고 나에게 다가오며 정중한 인사를 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뜨거우니 천천히 드시기 바랍니다. 그럼...”
“감... 감사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감사합니다’ 뿐이었다. 배우지도 못하고 갖은 재산도 없는 내가 주제넘게 무슨 행동과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청와대 한 복판에서...
“영부인께서 오십니다.”
경호원 한명이 우렁찬 소리로 영부인이 내가 있는 접견실로 오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주었다. 꼴에 어디서 본 것은 있어가지고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한 자세로 영부인... 그러니까 수경이 엄마를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접견실 문이 열리고 아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의 수경이 엄마가 들어온다.
“앉으세요.”
“아, 네...”
“영부인, 차를 준비해 드릴가여?”
“아니요. 됐어요. 저는 그냥 물이나 한 잔 주세요.”
“알겠습니다.”
영부인 수행비서와 대화를 나누고서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뜨거운 녹차를 한 목음 마시려던 나와 눈이 마주쳤고 수경이 엄마의 무서운 눈초리에 나는 흠짓 놀라 들고 있던 차를 무릎에 엎고 말았다.
“아뜨뜨뜨...”
“헐...”
“죄... 죄송합니다. 제가 긴장을 좀 했나 봅니다.”
“됐고, 우리 수경이는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 말씀해주시겠어요?”
“아, 수경 씨는 그러니까...”
무릎에 엎지른 녹차가 옷을 타고 허벅지에 스며들자 그 뜨거움을 견디기가 여간 힘들지 않을 수 없었다. 뜨거운 느낌을 참느라 수경이 엄마의 질문에 한 번에 대답을 하지 못하자 버럭 화를 내기 시작한 수경이 엄마.
“왜 말을 못하는 거예요?!”
“며칠 전 원룸을 구한다고 저희 가게에 왔습니다. 그래서 알게 된 사이입니다.”
“며칠 전?”
“네.”
“이 사람이! 지금 나랑 장난하세요? 우리 수경이가... 수경이 뱃속에...!”
“아, 그건 수경 씨가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오해?”
“수경 씨 뱃속에 있는 아이는 제 아이가 아니라고요.”
당연한 말 아닌가? 내가 수경이와 뭐를 했나. 나의 싱싱한 정자를 주입조차 하지 못했는데 내 아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억지이지 않겠는가.
“지금 우리 수경이 인생을 망쳐 놓고 오리발?”
“어머님... 오리발이라니요?”
“어디서 어머님이라고 불러요? 누가 누구 어머님이에요?”
“아, 영부인... 아무튼 수경 씨 뱃속의 아이는 제 아이가 아닙니다.”
“이 사람이 정말!”
대화라는 것은 서로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그것이 진짜 대화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미 수경이 엄마는 수경 씨의 임신 소식에 내 말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었고 나는 그런 영부인... 수경이 엄마의 신경질을 이해할 수 없었다.
“차근차근 다시 한 번 말씀드려볼게요.”
“어디 그 뻔뻔한 입에서 나오는 소리 좀 들어 봅시다!”
“참네...”
“해보라고요!”
“며칠 전에 수경 씨가 자신은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이고 대학교에 진학을 해서 국문과에 다니고 있으며 원룸을 하나 구해야 하는데 저렴한 방 있냐고 해서 하루 종일 수경 씨 데리고 다니며 집 구경시켜 준 게 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소주 한 잔 하고...”
아 차 싶었다. 술을 마시고 아무 일도 없었던 동침 얘기를 하면 이 세상 어느 부모가 달갑게 받아들이겠는가. 그 뒤로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우리 수경이에게 술을 마시게 했어요?”
“마시게 한 게 아니라... 마시자고 했습니다.”
“오호라... 그렇게 여자에게 술 마시게 해 놓고 어떻게 했다?”
“아니, 그건 아니고요...”
“정말 콩밥 한 번 먹어봐야 정신 차릴 사람이구만! 법무부 장관님 빨리 전화 넣어요!”
“영부인...! 그게 아니라고요...”
지금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도망을 치기 위해 빠른 다리가 아닌, 상대를 능숙하게 속이는 화술도 아닌, 바로 수경이었다. 하지만 수경이는 어디에 있는지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주말 잠수모드 들어갑니다. 행복하세요!
7. 오해와 억울함.
그 남자가 하는 전화통화를 듣고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각하라는 말은... 내가 알고 있는 그 각하라는 의미가 맞나?’
당황스러운 생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내 팔을 잡고 있는 남자들이 하라는 대로 행동해야 할 뿐... 각하라는 의미... 내가 알고 있는 그 각하가 맞나? 내 머리를 숙이게 하더니 고급 승용차 뒷좌석으로 인도한다. 고분고분 말을 들을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울고 있는 수경이가 눈에 들어온다.
“아저씨, 저 이번에 또 들어가면 아버지에게 죽어요.”
“아가씨 이제 그만 돌아가실 시간입니다. 각하께서 얼마나 걱정하고 계신데요.”
“각하, 각하! 지겨워!”
수경이가 각하라는 말을 하며 발버둥을 치듯 저항했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중후한 인상의 남자가 깍듯하게 수경이를 차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힘으로 수경이를 제압하는 일은 없어서 한숨을 놓게 되었다. 잠시 후 차가 출발하며 내 눈에는 안대가 끼워졌다.
“뭐... 뭐하는 겁니까? 절 어떻게 하시려고...”
“보안상 어쩔 수 없습니다. 잠시 답답하시더라도 참아주세요.”
“보안? 당신들 뭐하는 사람들이야?”
“출발하지.”
“예.”
나에게 안대를 채운 채 차량은 출발했고 얼마나 달렸을까. 내 생각과 느낌에는 삼십 분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귀로만 들리는 세상은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적으로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리,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알 수 없는 작전명 소리, 그리고... 바람 소리.
차가 멈췄다. 그때부터 내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했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기에 어디로 도망을 쳐야 할지 몰랐다. 내 양 손은 건장한 남자들이 아직도 붙잡고 있는 상태. 틈을 노려보기로 했다. 한쪽이라도 내 팔을 잡고 있는 손의 힘이 약해진다 싶으면 달아나며 눈을 가리고 있는 안대를 벗기로 하고.
“내리십쇼.”
나를 차 밖으로 끌고 나가는 사이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서 어떤 아주머니의 소리가 들려온다.
“수경아!”
“엄... 엄마...”
“이년이 진짜!”
엄마? 시골에 계시다는 엄마? 그리 멀리 온 것 같지 않은데... 엄마를 만나기 위해 여기까지 나를 데리고 온 것인가. 공기는 그리 좋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은데. 아무튼 내 귀에 들리는 수경이의 음성은 분명 엄마라는 소리였다. 수경이가 혹시 부잣집 외동딸인가? 나는 덤으로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고 팔자를 고칠 수 있는 것인가?
“어디 있다 이제 오는 거야? 이게 한 두 번이야?”
“아빠는? 아빠에게는 제발 내가 돌아왔다는 말을 하지 말아줘. 제발...”
“시끄러워!”
가출을 한 것인가. 스물한 살이나 먹고 가출이라니... 한심한 생각이 들때 쯤 내 왼쪽 팔을 잡고 있는 남자의 손 아구의 힘이 약해짐을 감지했다. 지금이 달아날 수 있는 타이밍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본능적으로 몸을 흔들어 내 팔을 잡고 있는 남자들을 뿌리치며 달아나려 했는데...
“윽...! 뭐... 뭐야?”
“달아나지 마세요. 다치십니다.”
도망은커녕 이 넘들 힘이 왜 이렇게 쌘지 도로 잡혔다. 나의 계획은 모두 수포로 돌아섰고 의지도 사라지게 되었다. 나의 도주 헤프닝에 약간 거리가 있으며 수경이에게 소리를 치시던 엄마라는 존재가 나를 향해 걸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사람인가요?”
“네. 분명 본인의 입으로 애인이라고 했습니다.”
“애인?”
“엄마... 그 분은...”
“조용히 하고 있어!”
수경이 엄마의 목소리는 힘이 실려 있다. 호랑이도 식겁하며 도망칠 기세였다. 그런 목소리를 내 옆에서 들으니 나도 무섭게 느껴졌다.
“아... 안녕하세요. 애인은 아니고... 뭐라고 설명을 드려야 할지...”
“네? 애인이 아니라고요?”
“그러니까 그게...”
양팔을 잡힌 채 두 눈을 가린 채 말을 하려니 머리가 복잡했고 상황을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애인이 아니면 나는 누구라고 소개를 해야 할지 도통 감을 잡지 못했다.
“당신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수경이와는 이제 그만 헤어져 주세요.”“네?”
“우리 수경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 아이입니다. 조용히 보내 드릴테니 수경이를 잊고...”
나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수경이 엄마에게 무릎이라도 꿇고 싶었다. 제발 이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 수경이를 빼앗아 가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좀더 멀리 있던 수경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그 아저씨랑 나는 못 헤어져!”
“저년이 정말! 너 빨리 안으로 들어가 있어!”
“엄마~! 제발 아저씨 힘들게 하지 마!”
“너희 무슨 사이야? 사실대로 말해!”
“그 사람 힘들게 하면 안 돼. 날 지켜준 분이야.”
“지켜줘? 가출하게 조장한 사람은 아니고?”
듣자듣자 하니... 내가 왜 댁의 딸을 가출시키려고 했단 말인가? 내가 아무리 양아치 근성이 있다고 해도 이런 씩으로 세상 살지 않았는데... 섭섭한 말씀을 하시네. 나를 대신해 수경이가 자기 엄마라는 사람에게 항변을 하며 날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듯했다. 그런데...
“법무부 장관님 오시라고 해요. 저런 사람 콩밥을 먹어야 정신차리지.”
“엄마, 안 돼!”
“시끄러워. 이따가 아빠 오시면 넌 죽은 줄 알고 있어.”
“사실은... 엄마... 나... 임신 했단 말이야!”
“뭐?!”
응? 이게 웬 자다가 복창 두드리는 소리? 임신... 이게 뭔 소린지...
“정말이야? 딸!”
“응! 그래. 나 임신했다고. 3개월 됐데.”
“세상에...”
나는 자초지정을 알지 못했기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요, 저기... 저도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뭐라고요?”
“죄송합니다만... 안대 좀 벗겨주시면 안될까요?”
“벗겨드려.”
“네.”
밝은 빛이 비추는 햇살에 자동으로 인상을 쓰며 천천히 눈을 떴고 내가 있는 곳의 풍경이 조금씩 시아야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곳은...”
“할 말이 뭔가요?”
수경이의 엄마가 나에게 할 말이 뭐냐며 물었고 천천히 수경이 엄마의 존재가 내 두 눈으로 확인되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수경이 엄마의 첫인상은...
“응? 어디서 많이 봤는데... 누구시더라.”
초면이 아닌 것 같았다. 어디선가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듯한 인상이다. 아니, 확실히 어디서 많이 본 아주머니다. 그리고 천천히 기억이 떠올르기 시작하자...
“영... 영부인? 김정자 영부인?!”
“당신이 지금 내 딸에게 무슨 짓을 저지른지 알고 있어요?”
“영부인 맞아요? 와~ 뉴스에 나오는 그 영부인이다!”
나는 흥분된 목소리로 수경이 엄마... 그러니까 우리나라 대통령의 부인인 영부인을 실제로 보았다. 신기할 따름이다. 뒤 늦게 내가 있는 곳의 주변을 훌터보았다.
“교과서에서 보던 곳인데... 청...”
내가 혼자말을 하고 있는데 내 팔을 잡고 있던 건장한 남자 중 한 명이 끝을 짓지 못한 나의 말을 완성시켜 주었다.
“이곳은 청와대이고 영부인께서 계십니다.”
“청... 청와대?”
당신이라면 이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어느 날 갑자기 한 여자가 원룸을 찾는다며 나에게 찾아와 부득이하게 아무 일도 없이 하룻밤을 동침하고 출근길에 건장한 남자들에게 납치되려는 순간 함께 끌려온 곳이 바로 우리나라 대통령이 사시는 청와대라면... 그것도 안대를 찬 채 아무 것도 모르게 잡혀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 그러니까... 수경이 어머님이... 김정자 영부인이시고... 그렇다면 아빠라는 분이...”
“박승규 대통령이십니다.”
“헐...”
박승규 대통령, 우리나라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되신 덕망있고 훌륭한 분...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여기까지지만 모든 국민들이 아버지라 부를 정도로 지지도가 높은 분이라는 사실...
“아저씨, 제가 여기서 어떻게 해서든 구해드릴게요.”
어안이 벙벙한 나를 향해 수경이가 소리치며 말한다. 나를 이곳 청와대에서 구해준다고...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그리고... 왜? 내가 여기서 죽어? 헐...
“수경 씨, 제가 지금 머리가 복잡한데 설명 좀 해주실 수 있으세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수경이가 나를 향해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내 앞에 서서 나를 불만족스럽게 쳐다보던 영부인이 자신의 울분을 참지 못하고 귀뺨을 때렸다.
“짝!”
“헉.”
“나쁜 사람...”
“영부인... 아니, 어머님 그게 아니고요...”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누가 누구 어머님이야?!”
“아... 아주머니... 아니지... 수경 씨 어머님...”
“영부인이십니다. 예를 갖추세요.”
“아...”
영부인이 나의 뺨을 때리는 모습에 놀란 수경이가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놀란 토끼눈을 하며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도 이 위기(?)를 벗어날 방법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어머나... 어지러워.”
갑자기 머리를 잡고 어지럽다며 쓰러지는 수경이를 보고 영부인이 놀라 수경이의 몸을 잡으며 말했다.
“어떻게...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
“영부인, 이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
“우선 안으로 같이 데리고 들어오세요. 접견실로 안내 하세요.”
“예.”
황당하게도 청와대를 구경할 줄이야... 초록색의 금잔디를 지나 접견실이 있는 본관 1층으로 향했고 그 안에는 내 눈을 고정시킬 화려한 인테리어부터 내장재, 장식들로 가득했다. 동화속에 나오는 금은보화가 있는 궁전이 이곳이 아닐까 할 정도로 화려한 장소. 그곳은 바로 청와대였다.
“이쪽으로 앉아서 영부인을 기다려주세요.”
“감... 감사합니다.”
접견실 안에는 적어도 30명은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이 있었고 한 가운데 앉아 있으니 내가 마치 뭐라도 된 듯 나도 모르게 어깨에 뽕이 잔뜩 들어갔다. 잠기 앉아 있으니 참하게 생긴 여자 비서가 녹차를 가지고 나에게 다가오며 정중한 인사를 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뜨거우니 천천히 드시기 바랍니다. 그럼...”
“감... 감사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감사합니다’ 뿐이었다. 배우지도 못하고 갖은 재산도 없는 내가 주제넘게 무슨 행동과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청와대 한 복판에서...
“영부인께서 오십니다.”
경호원 한명이 우렁찬 소리로 영부인이 내가 있는 접견실로 오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주었다. 꼴에 어디서 본 것은 있어가지고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한 자세로 영부인... 그러니까 수경이 엄마를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접견실 문이 열리고 아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의 수경이 엄마가 들어온다.
“앉으세요.”
“아, 네...”
“영부인, 차를 준비해 드릴가여?”
“아니요. 됐어요. 저는 그냥 물이나 한 잔 주세요.”
“알겠습니다.”
영부인 수행비서와 대화를 나누고서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뜨거운 녹차를 한 목음 마시려던 나와 눈이 마주쳤고 수경이 엄마의 무서운 눈초리에 나는 흠짓 놀라 들고 있던 차를 무릎에 엎고 말았다.
“아뜨뜨뜨...”
“헐...”
“죄... 죄송합니다. 제가 긴장을 좀 했나 봅니다.”
“됐고, 우리 수경이는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 말씀해주시겠어요?”
“아, 수경 씨는 그러니까...”
무릎에 엎지른 녹차가 옷을 타고 허벅지에 스며들자 그 뜨거움을 견디기가 여간 힘들지 않을 수 없었다. 뜨거운 느낌을 참느라 수경이 엄마의 질문에 한 번에 대답을 하지 못하자 버럭 화를 내기 시작한 수경이 엄마.
“왜 말을 못하는 거예요?!”
“며칠 전 원룸을 구한다고 저희 가게에 왔습니다. 그래서 알게 된 사이입니다.”
“며칠 전?”
“네.”
“이 사람이! 지금 나랑 장난하세요? 우리 수경이가... 수경이 뱃속에...!”
“아, 그건 수경 씨가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오해?”
“수경 씨 뱃속에 있는 아이는 제 아이가 아니라고요.”
당연한 말 아닌가? 내가 수경이와 뭐를 했나. 나의 싱싱한 정자를 주입조차 하지 못했는데 내 아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억지이지 않겠는가.
“지금 우리 수경이 인생을 망쳐 놓고 오리발?”
“어머님... 오리발이라니요?”
“어디서 어머님이라고 불러요? 누가 누구 어머님이에요?”
“아, 영부인... 아무튼 수경 씨 뱃속의 아이는 제 아이가 아닙니다.”
“이 사람이 정말!”
대화라는 것은 서로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그것이 진짜 대화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미 수경이 엄마는 수경 씨의 임신 소식에 내 말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었고 나는 그런 영부인... 수경이 엄마의 신경질을 이해할 수 없었다.
“차근차근 다시 한 번 말씀드려볼게요.”
“어디 그 뻔뻔한 입에서 나오는 소리 좀 들어 봅시다!”
“참네...”
“해보라고요!”
“며칠 전에 수경 씨가 자신은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이고 대학교에 진학을 해서 국문과에 다니고 있으며 원룸을 하나 구해야 하는데 저렴한 방 있냐고 해서 하루 종일 수경 씨 데리고 다니며 집 구경시켜 준 게 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소주 한 잔 하고...”
아 차 싶었다. 술을 마시고 아무 일도 없었던 동침 얘기를 하면 이 세상 어느 부모가 달갑게 받아들이겠는가. 그 뒤로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우리 수경이에게 술을 마시게 했어요?”
“마시게 한 게 아니라... 마시자고 했습니다.”
“오호라... 그렇게 여자에게 술 마시게 해 놓고 어떻게 했다?”
“아니, 그건 아니고요...”
“정말 콩밥 한 번 먹어봐야 정신 차릴 사람이구만! 법무부 장관님 빨리 전화 넣어요!”
“영부인...! 그게 아니라고요...”
지금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도망을 치기 위해 빠른 다리가 아닌, 상대를 능숙하게 속이는 화술도 아닌, 바로 수경이었다. 하지만 수경이는 어디에 있는지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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