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영화와 같은 장면을 경험하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만취한 수경이의 휴대전화에 찍힌 남편이란 확연한 두 글자. 기혼여성이란 소린가? 나이도 이렇게 어린 그녀에게 남편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 시간을 확인하니 저녁 10시를 넘어서는 시점. 결혼한 유부녀가 집에 들어가지 않았으니 배우자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걱정될 일이였다.
대신 전화를 받아주고 싶었지만 괜한 짓으로 내가 오해를 받을까 차마 울리고 있는 수경이의 휴대전화를 받을 자신이 없었다. 우리가 아무런 사고가 없었다고 한 들... 취한 여자와 낯선 남자가 함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누구라도 불쾌하고 감정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겠는가.
“어떻게 하지...”
“띠리리...”
잠시 고민하고 있는 사이 내 침대에 쓰러져 있던 수경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손을 뻗으며 말을 한다.
“줘봐요.”
“네...”
나에게 자신의 전화를 달라고 하는 수경이는 전혀 취하지 않은 모습 같았다. 멀쩡한 듯한 모습과 약간 피곤해 보이는 표정으로 나에게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받아들더니 누구에게 전화가 왔는지 확인을 하자마자 뱃더리를 분리시킨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저는 잠시 누울게요.”
그리고는 다시 침대에 몸을 뉘이며 나에게 신경 쓰지 말라며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
황당한 상황이었다.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그녀의 행동에 내가 고민을 하는 모습이 웃기다 못해 어이가 없었다. 남편에게 전화가 왔는데 자연스럽게 행동하며 휴대전화 뱃더리를 분리시키고는 다시 내 침대에 버젓히 누워 신경 쓰지 말라며 손을 좌우로 흔들고 있는 모습이라... 이건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 같았다. 그것도 개막장 영화.
스물한 살의 나이에 남편이 있다는 사실이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다른 생각도 하게 되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애인을 남편이나 신랑이라는 표현으로 저장해 놓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혹시... 애인을 그렇게 저장해 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필요한 방법은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자요? 수경 씨?”
“..........”
“아직 안자고 있다면 저랑 얘기 좀 해요.”
“..........”
“자요?”
“..........”
“수경 씨.”
“안자요. 말씀해 보세요.”
자는 척하다가 나에게 들킨 사람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무안한 듯 얼굴을 내 배게에 묻고는 짧은 대답만 하는 수경.
“사실대로 말해줘요. 지금 취했어요?”
“네.”
“정말로요?”
“네. 엄청.”
“아닌 것 같은데... 괜찮으면 자리에서 일어나서 대화 좀 해요.”
“많이 취했어요. 머리가 아파요.”
“그래요?”
“네.”
취했단다. 정말 많이 취해서 머리가 아프단다. 더 이상 뭐라고 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나는 그녀가 정말 취하지 않았다고 확신을 했고 그래서 수경이를 자리에서 일으킨다음 내가 필요한 내용과 질문을 듣게 한 뒤 대답을 받아내고 싶었다.
“잠시만 일어나 봐요. 수경 씨.”
“취했다고요!”
“안 취했잖아요.”
“취했어요. 머리가 아프고 속도 쓰리고...”
“취했다면서 어떻게 제 말을 다 듣고 대답도 그렇게 잘하세요?”
“취했으니까... 요.”
“헐.”
수경이의 행동은 나에게 어떠한 내용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뭔가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나를 피하려고만 하는 수경이의 마음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다. 재촉을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 대화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좀 일어나서 앉아 보실래요?”
“...........”
나의 계속된 요구와 질문에 수경이가 포기를 했는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엉클어진 머리사이로 그녀의 눈이 보이며 나를 응시하는 듯 했다.
“결혼했어요?”
“무슨... 저 이제 스물한 살이라고요.”
“애인 있어요?”
“모태솔로입니다.”
“그럼, 휴대전화에 찍힌 남편이란 사람은 누구에요?”
“헐.”
“헐? 뭐가 웃겨요?”
나를 향해 비웃듯 웃는 모습에 살짝 빈정이 상했고 좀더 구체적으로 수경이를 심문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을 바로 그때...
“아저씨, 저 좋아하세요?”
“네?”
그런 내 마음이 한순간에 우루루 무너졌다. 자신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갑자기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지고 당황스러우며 심장은 왜 그렇게 빨리 뛰던지.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저 좋아하시는 것도 아니면서 왜 제 전화기 훔쳐보고 누구냐고 따지시는 거예요?”
“그... 그건...”
“저 아까 진짜 취했었어요. 그런데 여기와서 잠시 누워 있으니 술이 살짝 깬 거지. 다른 뜻은 없어요.”
“..........”
수경이의 변명은 내 귀에 전혀 들리지 않았다. 딱 그 한마디 때문이었다.
“아저씨, 저 좋아하세요?”
미쳐버리겠다. 좋아한다. 좋아해. 정말로 좋아해... 이게 사랑이란 감정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에 내 왼쪽 손목을 걸 정도로. 확실한데... 지금 나는 수경이를 사랑하고 있었다.
“왜 대답을 못해요?”
“콜록, 콜록.”
“정말 나 좋아하세요?”
“별 소리를...”
“어머,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졌어요? 아저씨 정말 나 좋아하는 구나?”
“아... 아니야!”
“호호호.”
망할... 내 마음을 수경이에게 들켜버렸다. 하지만 들킨 사실을 티낼 수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 상을 넘겨야 한다는 생각만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말 돌리지 말고 말해 봐요.”
“뭘요?”
“결혼했어... 요?!”
“호호호. 했게요? 안했게요?”
“윽...”
“제가 지금 나이가 몇인데 벌써 결혼을 해요. 피...”
“그럼... 남자 친구는... 그러니까 애인 있어요?”
“음... 어떤 애인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애인이 종류가 있어요?”
“손잡는 사이... 키스하는 사이... 가슴을 만지는 사이... 그리고... 섹스를 하는 사이.”
“!”
“어떤 애인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꿀꺽...”
그녀의 입에서 애인의 종류가 들릴때마다 상상이 되기 시작했고 나는 침을 목구멍으로 삼키며 저항할 수 없는 그녀의 야릇한 눈빛에 도취되기 시작했다. 돌이 되는 느낌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나의 눈은 수경이의 눈에 고정되어 버렸다. 수경이는 그런 나를 향해 살짝 혀를 보이며 자신의 입술을 적시기 시작하고...
“변태.”
“네?”
“응큼한 생각하고 있죠?”
“네?”
“역시 남자들이란... 나이를 떠나 모두 변태라니까.”
“무... 무슨...”
왠 뜬금포 같은 소리인지... 그럼 지금 내가 어떤 모습과 표정으로 수경이를 바라보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이렇고 있는 내가 변태라면 이 세상 남자들은 모두 다~
“변태가 맞네요.”
변태가 맞았다. 어쩔 수 없이... 남자는 변태다.
“아저씨, 저 지금 피곤하니까 제가 오늘 침대 빌릴게요. 절대 올라오지 마시고 바닥에서 주무세요. 자고 있는데 침대 위로 올라와 절 범하시면 소리 지르고 막 울 거예요.”
“아, 네...”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절대 저 어떻게 해보려고 하지 마시고 그냥 주무세요.”
“네...”
............어떻게 내 기분을 표현해야 할지..... 순간 변태가 되어버린 나, 그런 나를 경계하며 이불을 눈 밑까지 내린 채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수경이.... 별 수 없다는 생각에 이불 한 장을 덮고 누운 내가 눈만 멀뚱이며 누워 있고 속이 좋지 않아 살짝 흘린 가스.
“뿡.”
항문을 최대한 작게 조인 뒤 방사된 나의 가스가 의외로 큰 소리를 내며 분풀되었고 그 소리에 침대에 누워 있던 수경이가 신경질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 방귀 뀌었죠?”
“죄... 죄송해요. 살짝 뀔려고 했는데...”
“꺄아악! 냄새나!”
“죄송해요.”
“펄럭펄럭~”
나의 방귀 소동에 자다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덮고 있던 이불을 펄럭거리는 수경이.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같은 이불도 아닌데 왜 자신의 이불을 펄럭이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이 잠을 자다 방귀 한 번 뀔 수도 있는 일인데 이렇게 까지 오버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또 다른 스멜... 내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은 짙은 농도의 가스.
“수... 수경 씨...”
“호호호. 안녕히 주무세요.”
“크헉...!”
자기도 방귀 뀌어놓고 민망하니까 나에게 모든 것을 덮어씌우다니... 독한 것... 상황이야 어쨌든 그렇게 설잠자는 하룻밤이 조용히 흘러갔다. 다음날 아침, 전날에 술을 많이 마셔서 였을까... 좀처럼 늦잠을 자지 않던 내가 오전 9시가 다 되어서야 힘든 기지개를 펴며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잠에서 일어나자마자 물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리는데 평소 아침에 맞지 못하는 맛있는 냄새가 내 후각을 자극하고 있었다. 냄새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니 요리를 하지 않는 우리 집 주방 가스렌지 위에 냄비가 보글거리며 끓고 있었다. 냄새로 짐작하건데 이건 김치찌개가 확실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스렌지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냄비 뚜껑을 열자마자 하얀 김이 피어오르며 보기만해도 침이 넘어가는 김치찌개가 신나게 끓고 있다. 누구지? 누가 이런 아침에 내 주방에서 이런 훌륭한 음식을... 순간 수경이가 떠올랐고 침대를 바라보니 단정하게 정리된 침대에 수경이는 보이지 않았다.
“먼저 일어나 날 위해 요리를 해 놓고 자기는 집에 갔나?”
드라마나 영화에 보면 흔히 이런 장면들이 있지 않은가. 나도 그런 장면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태어나 처음으로 내 이름에 감사함을 느낀다. 나는 주인공이까. 그때 우리 집 현관문이 벌컥 열렸다.
“어머, 일어나셨네요?”
“어디 다녀오세요?”
수경이의 한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있었고 아마도 슈퍼마켓에서 무언가를 사가지고 온 모양이었다.
“그건 뭐에요?”
“두부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슈퍼에서 두부 좀 사왔어요.”
“두부...”
“해장은 하셔야죠. 제가 맛있게 끓여 드릴게요.”
“해장...”
이게 웬 소꿉놀이란 말인가. 전날 술을 많이 마신 남편을 위해 아내가 정성과 사랑으로 끓여주는 해장국이란 것이지.... 그런 아내가 나에게는 수경이가 역할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고... 어떻게 이 기쁨을 표현해야 한단 말인가.
“음식을 평소에 어떻게 드시는지 몰라 그냥 했는데... 전 좀 싱겁게 먹는 편이라요.”
“싱겁게...”
요리를 어떻게 하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술에 아직 덜 깬 것은 사실이지만 전날보다 더욱 용감하고 진심어린 사랑의 표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망설이지 않고 가스렌지 앞에서 자신이 한 찌개를 맛보고 있는 수경이의 뒤에 서서 허락도 없이 그녀의 허리를 와락 감싸 안았다.
“어머!”
“수경 씨...”
“깜짝이야. 왜 이러세요.”
“너무 예뻐서요. 미안해요. 이런 감정과 상황이 정말 낮설어서...”
“아이 참...”
“정말 고마워요. 수경 씨.”
“알겠으니까 이 손 좀 놓으실래요?”
“사랑합니다.”
“손이요.”
“네. 손이요. 손?”
“손.”
일명 백허그를 하며 나의 마음과 진심을 고백하고 있는데 계속 말하는 말이 있었다. 손... 손이 어쨌다는 말인지...
“헉...!”
수경이의 말에 따라 뒤에서 안고 있던 내 손의 위치를 확인하니 왼손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고 오른손은 나도 모르는 사이 수경이의 오른쪽 가슴을 잡고 있었다. 순간 놀라 당황해서 가슴을 잡고 있던 내 오른손 아구에 힘이 들어갔고 한 손 가득 잡힌 수경이의 가슴에 인상을 쓰며 아파하고 있는 수경이의 표정이 보였다.
“미... 미안합니다. 정말 실수였어요.”
“응큼해...”
“정말 진심이 아니었어요. 사과할게요.”
“변태 인증.”
“헉...”
“이제 다시 저리로 가셔서 앞으로 제 주변 일 미터 안에 접근 금지요.”
“네...”
바보 같은 나의 실수를 만회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무리 음식을 하고 있는 수경이의 모습이 예뻐도... 가슴에 손이라니... 한편으로는... 흐뭇했다.... 흐뭇한 마음에 속으로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고...
‘손을 씻지 않을테야... 절대...’
나를 뒤로하고 요리를 하고 있는 수경이의 뒷모습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비너스의 미모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모른다. 신사임당이 얼마나 참한 여성상인지 모른다... 지금 내 앞에는 그들보다 수백배 아름다운 수경이가 있었으니. 그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신체 부위에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 변화는 방금 실수를 방자한 나의 고마움의 표시에서 시작된 모습일지도 모른다. 허벅지 사이의 또 다른 신체구조인 방망이가 딱딱해지기 시작하며 서서히 고개를 들어올리고 있다. 민망하기는 했지만 잠시 바닥에 앉아 여유를 갖으면 금세 가라앉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수경이가 나를 찾았다.
“아저씨, 저기 찬장 위에 그릇 좀 내려 주세요.”
“그릇이요?”
지금 일어나면 안 되는데... 최대한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수경이가 보지 못하는 순간 얼릉 그녀의 뒤에서 그릇을 꺼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때가 되었다. 순식간에 몸을 일으켜 수경이 뒤에 서서 찬장에 있는 그릇을 꺼내려 하자 그 그릇이 내 키보다 살짝 높은 곳에 있어 나도 꺼내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이거 하나만 꺼내면 되나요?”
“네...”
“왜 이렇게 안 빠져?”
“..........”
“됐다! 여기요.”
“아저씨.”
“네?”
정말 고맙다고... 자기가 필요한 그릇을 꺼내주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할 필요까지는 없는데... 쑥스럽게...
“섰어요?”
“네?”
“일부러 비볐어요?”
“무슨...”
“엉덩이에다...”
“엉덩이?”
그 순간 나는 고개를 숙여 왕성하게 발기되어 있는 나의 물건을 확인했고 그릇을 꺼내면서 어쩔 수 없이 수경이 뒤에서 팔을 움직이는 동안 계속해서 엉덩이를 찔러 댔을 것이란 예측과 상상이 되었다. 망연자실한 마음이 가득했다. 젠장... 빌어먹을... 이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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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부까지 이곳 게시판에 공개를 해야할지 고민입니다. 정말 많이들 퍼가네요. 조만간 집필실 자유게시판에 또 게시를 시작해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야설넷과 기타 등등 펌 사이트들... 그만 좀 퍼가세요...ㅡ.ㅡ;;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만취한 수경이의 휴대전화에 찍힌 남편이란 확연한 두 글자. 기혼여성이란 소린가? 나이도 이렇게 어린 그녀에게 남편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 시간을 확인하니 저녁 10시를 넘어서는 시점. 결혼한 유부녀가 집에 들어가지 않았으니 배우자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걱정될 일이였다.
대신 전화를 받아주고 싶었지만 괜한 짓으로 내가 오해를 받을까 차마 울리고 있는 수경이의 휴대전화를 받을 자신이 없었다. 우리가 아무런 사고가 없었다고 한 들... 취한 여자와 낯선 남자가 함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누구라도 불쾌하고 감정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겠는가.
“어떻게 하지...”
“띠리리...”
잠시 고민하고 있는 사이 내 침대에 쓰러져 있던 수경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손을 뻗으며 말을 한다.
“줘봐요.”
“네...”
나에게 자신의 전화를 달라고 하는 수경이는 전혀 취하지 않은 모습 같았다. 멀쩡한 듯한 모습과 약간 피곤해 보이는 표정으로 나에게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받아들더니 누구에게 전화가 왔는지 확인을 하자마자 뱃더리를 분리시킨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저는 잠시 누울게요.”
그리고는 다시 침대에 몸을 뉘이며 나에게 신경 쓰지 말라며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
황당한 상황이었다.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그녀의 행동에 내가 고민을 하는 모습이 웃기다 못해 어이가 없었다. 남편에게 전화가 왔는데 자연스럽게 행동하며 휴대전화 뱃더리를 분리시키고는 다시 내 침대에 버젓히 누워 신경 쓰지 말라며 손을 좌우로 흔들고 있는 모습이라... 이건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 같았다. 그것도 개막장 영화.
스물한 살의 나이에 남편이 있다는 사실이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다른 생각도 하게 되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애인을 남편이나 신랑이라는 표현으로 저장해 놓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혹시... 애인을 그렇게 저장해 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필요한 방법은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자요? 수경 씨?”
“..........”
“아직 안자고 있다면 저랑 얘기 좀 해요.”
“..........”
“자요?”
“..........”
“수경 씨.”
“안자요. 말씀해 보세요.”
자는 척하다가 나에게 들킨 사람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무안한 듯 얼굴을 내 배게에 묻고는 짧은 대답만 하는 수경.
“사실대로 말해줘요. 지금 취했어요?”
“네.”
“정말로요?”
“네. 엄청.”
“아닌 것 같은데... 괜찮으면 자리에서 일어나서 대화 좀 해요.”
“많이 취했어요. 머리가 아파요.”
“그래요?”
“네.”
취했단다. 정말 많이 취해서 머리가 아프단다. 더 이상 뭐라고 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나는 그녀가 정말 취하지 않았다고 확신을 했고 그래서 수경이를 자리에서 일으킨다음 내가 필요한 내용과 질문을 듣게 한 뒤 대답을 받아내고 싶었다.
“잠시만 일어나 봐요. 수경 씨.”
“취했다고요!”
“안 취했잖아요.”
“취했어요. 머리가 아프고 속도 쓰리고...”
“취했다면서 어떻게 제 말을 다 듣고 대답도 그렇게 잘하세요?”
“취했으니까... 요.”
“헐.”
수경이의 행동은 나에게 어떠한 내용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뭔가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나를 피하려고만 하는 수경이의 마음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다. 재촉을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 대화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좀 일어나서 앉아 보실래요?”
“...........”
나의 계속된 요구와 질문에 수경이가 포기를 했는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엉클어진 머리사이로 그녀의 눈이 보이며 나를 응시하는 듯 했다.
“결혼했어요?”
“무슨... 저 이제 스물한 살이라고요.”
“애인 있어요?”
“모태솔로입니다.”
“그럼, 휴대전화에 찍힌 남편이란 사람은 누구에요?”
“헐.”
“헐? 뭐가 웃겨요?”
나를 향해 비웃듯 웃는 모습에 살짝 빈정이 상했고 좀더 구체적으로 수경이를 심문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을 바로 그때...
“아저씨, 저 좋아하세요?”
“네?”
그런 내 마음이 한순간에 우루루 무너졌다. 자신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갑자기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지고 당황스러우며 심장은 왜 그렇게 빨리 뛰던지.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저 좋아하시는 것도 아니면서 왜 제 전화기 훔쳐보고 누구냐고 따지시는 거예요?”
“그... 그건...”
“저 아까 진짜 취했었어요. 그런데 여기와서 잠시 누워 있으니 술이 살짝 깬 거지. 다른 뜻은 없어요.”
“..........”
수경이의 변명은 내 귀에 전혀 들리지 않았다. 딱 그 한마디 때문이었다.
“아저씨, 저 좋아하세요?”
미쳐버리겠다. 좋아한다. 좋아해. 정말로 좋아해... 이게 사랑이란 감정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에 내 왼쪽 손목을 걸 정도로. 확실한데... 지금 나는 수경이를 사랑하고 있었다.
“왜 대답을 못해요?”
“콜록, 콜록.”
“정말 나 좋아하세요?”
“별 소리를...”
“어머,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졌어요? 아저씨 정말 나 좋아하는 구나?”
“아... 아니야!”
“호호호.”
망할... 내 마음을 수경이에게 들켜버렸다. 하지만 들킨 사실을 티낼 수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 상을 넘겨야 한다는 생각만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말 돌리지 말고 말해 봐요.”
“뭘요?”
“결혼했어... 요?!”
“호호호. 했게요? 안했게요?”
“윽...”
“제가 지금 나이가 몇인데 벌써 결혼을 해요. 피...”
“그럼... 남자 친구는... 그러니까 애인 있어요?”
“음... 어떤 애인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애인이 종류가 있어요?”
“손잡는 사이... 키스하는 사이... 가슴을 만지는 사이... 그리고... 섹스를 하는 사이.”
“!”
“어떤 애인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꿀꺽...”
그녀의 입에서 애인의 종류가 들릴때마다 상상이 되기 시작했고 나는 침을 목구멍으로 삼키며 저항할 수 없는 그녀의 야릇한 눈빛에 도취되기 시작했다. 돌이 되는 느낌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나의 눈은 수경이의 눈에 고정되어 버렸다. 수경이는 그런 나를 향해 살짝 혀를 보이며 자신의 입술을 적시기 시작하고...
“변태.”
“네?”
“응큼한 생각하고 있죠?”
“네?”
“역시 남자들이란... 나이를 떠나 모두 변태라니까.”
“무... 무슨...”
왠 뜬금포 같은 소리인지... 그럼 지금 내가 어떤 모습과 표정으로 수경이를 바라보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이렇고 있는 내가 변태라면 이 세상 남자들은 모두 다~
“변태가 맞네요.”
변태가 맞았다. 어쩔 수 없이... 남자는 변태다.
“아저씨, 저 지금 피곤하니까 제가 오늘 침대 빌릴게요. 절대 올라오지 마시고 바닥에서 주무세요. 자고 있는데 침대 위로 올라와 절 범하시면 소리 지르고 막 울 거예요.”
“아, 네...”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절대 저 어떻게 해보려고 하지 마시고 그냥 주무세요.”
“네...”
............어떻게 내 기분을 표현해야 할지..... 순간 변태가 되어버린 나, 그런 나를 경계하며 이불을 눈 밑까지 내린 채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수경이.... 별 수 없다는 생각에 이불 한 장을 덮고 누운 내가 눈만 멀뚱이며 누워 있고 속이 좋지 않아 살짝 흘린 가스.
“뿡.”
항문을 최대한 작게 조인 뒤 방사된 나의 가스가 의외로 큰 소리를 내며 분풀되었고 그 소리에 침대에 누워 있던 수경이가 신경질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 방귀 뀌었죠?”
“죄... 죄송해요. 살짝 뀔려고 했는데...”
“꺄아악! 냄새나!”
“죄송해요.”
“펄럭펄럭~”
나의 방귀 소동에 자다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덮고 있던 이불을 펄럭거리는 수경이.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같은 이불도 아닌데 왜 자신의 이불을 펄럭이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이 잠을 자다 방귀 한 번 뀔 수도 있는 일인데 이렇게 까지 오버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또 다른 스멜... 내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은 짙은 농도의 가스.
“수... 수경 씨...”
“호호호. 안녕히 주무세요.”
“크헉...!”
자기도 방귀 뀌어놓고 민망하니까 나에게 모든 것을 덮어씌우다니... 독한 것... 상황이야 어쨌든 그렇게 설잠자는 하룻밤이 조용히 흘러갔다. 다음날 아침, 전날에 술을 많이 마셔서 였을까... 좀처럼 늦잠을 자지 않던 내가 오전 9시가 다 되어서야 힘든 기지개를 펴며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잠에서 일어나자마자 물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리는데 평소 아침에 맞지 못하는 맛있는 냄새가 내 후각을 자극하고 있었다. 냄새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니 요리를 하지 않는 우리 집 주방 가스렌지 위에 냄비가 보글거리며 끓고 있었다. 냄새로 짐작하건데 이건 김치찌개가 확실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스렌지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냄비 뚜껑을 열자마자 하얀 김이 피어오르며 보기만해도 침이 넘어가는 김치찌개가 신나게 끓고 있다. 누구지? 누가 이런 아침에 내 주방에서 이런 훌륭한 음식을... 순간 수경이가 떠올랐고 침대를 바라보니 단정하게 정리된 침대에 수경이는 보이지 않았다.
“먼저 일어나 날 위해 요리를 해 놓고 자기는 집에 갔나?”
드라마나 영화에 보면 흔히 이런 장면들이 있지 않은가. 나도 그런 장면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태어나 처음으로 내 이름에 감사함을 느낀다. 나는 주인공이까. 그때 우리 집 현관문이 벌컥 열렸다.
“어머, 일어나셨네요?”
“어디 다녀오세요?”
수경이의 한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있었고 아마도 슈퍼마켓에서 무언가를 사가지고 온 모양이었다.
“그건 뭐에요?”
“두부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슈퍼에서 두부 좀 사왔어요.”
“두부...”
“해장은 하셔야죠. 제가 맛있게 끓여 드릴게요.”
“해장...”
이게 웬 소꿉놀이란 말인가. 전날 술을 많이 마신 남편을 위해 아내가 정성과 사랑으로 끓여주는 해장국이란 것이지.... 그런 아내가 나에게는 수경이가 역할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고... 어떻게 이 기쁨을 표현해야 한단 말인가.
“음식을 평소에 어떻게 드시는지 몰라 그냥 했는데... 전 좀 싱겁게 먹는 편이라요.”
“싱겁게...”
요리를 어떻게 하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술에 아직 덜 깬 것은 사실이지만 전날보다 더욱 용감하고 진심어린 사랑의 표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망설이지 않고 가스렌지 앞에서 자신이 한 찌개를 맛보고 있는 수경이의 뒤에 서서 허락도 없이 그녀의 허리를 와락 감싸 안았다.
“어머!”
“수경 씨...”
“깜짝이야. 왜 이러세요.”
“너무 예뻐서요. 미안해요. 이런 감정과 상황이 정말 낮설어서...”
“아이 참...”
“정말 고마워요. 수경 씨.”
“알겠으니까 이 손 좀 놓으실래요?”
“사랑합니다.”
“손이요.”
“네. 손이요. 손?”
“손.”
일명 백허그를 하며 나의 마음과 진심을 고백하고 있는데 계속 말하는 말이 있었다. 손... 손이 어쨌다는 말인지...
“헉...!”
수경이의 말에 따라 뒤에서 안고 있던 내 손의 위치를 확인하니 왼손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고 오른손은 나도 모르는 사이 수경이의 오른쪽 가슴을 잡고 있었다. 순간 놀라 당황해서 가슴을 잡고 있던 내 오른손 아구에 힘이 들어갔고 한 손 가득 잡힌 수경이의 가슴에 인상을 쓰며 아파하고 있는 수경이의 표정이 보였다.
“미... 미안합니다. 정말 실수였어요.”
“응큼해...”
“정말 진심이 아니었어요. 사과할게요.”
“변태 인증.”
“헉...”
“이제 다시 저리로 가셔서 앞으로 제 주변 일 미터 안에 접근 금지요.”
“네...”
바보 같은 나의 실수를 만회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무리 음식을 하고 있는 수경이의 모습이 예뻐도... 가슴에 손이라니... 한편으로는... 흐뭇했다.... 흐뭇한 마음에 속으로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고...
‘손을 씻지 않을테야... 절대...’
나를 뒤로하고 요리를 하고 있는 수경이의 뒷모습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비너스의 미모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모른다. 신사임당이 얼마나 참한 여성상인지 모른다... 지금 내 앞에는 그들보다 수백배 아름다운 수경이가 있었으니. 그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신체 부위에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 변화는 방금 실수를 방자한 나의 고마움의 표시에서 시작된 모습일지도 모른다. 허벅지 사이의 또 다른 신체구조인 방망이가 딱딱해지기 시작하며 서서히 고개를 들어올리고 있다. 민망하기는 했지만 잠시 바닥에 앉아 여유를 갖으면 금세 가라앉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수경이가 나를 찾았다.
“아저씨, 저기 찬장 위에 그릇 좀 내려 주세요.”
“그릇이요?”
지금 일어나면 안 되는데... 최대한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수경이가 보지 못하는 순간 얼릉 그녀의 뒤에서 그릇을 꺼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때가 되었다. 순식간에 몸을 일으켜 수경이 뒤에 서서 찬장에 있는 그릇을 꺼내려 하자 그 그릇이 내 키보다 살짝 높은 곳에 있어 나도 꺼내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이거 하나만 꺼내면 되나요?”
“네...”
“왜 이렇게 안 빠져?”
“..........”
“됐다! 여기요.”
“아저씨.”
“네?”
정말 고맙다고... 자기가 필요한 그릇을 꺼내주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할 필요까지는 없는데... 쑥스럽게...
“섰어요?”
“네?”
“일부러 비볐어요?”
“무슨...”
“엉덩이에다...”
“엉덩이?”
그 순간 나는 고개를 숙여 왕성하게 발기되어 있는 나의 물건을 확인했고 그릇을 꺼내면서 어쩔 수 없이 수경이 뒤에서 팔을 움직이는 동안 계속해서 엉덩이를 찔러 댔을 것이란 예측과 상상이 되었다. 망연자실한 마음이 가득했다. 젠장... 빌어먹을... 이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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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부까지 이곳 게시판에 공개를 해야할지 고민입니다. 정말 많이들 퍼가네요. 조만간 집필실 자유게시판에 또 게시를 시작해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야설넷과 기타 등등 펌 사이트들... 그만 좀 퍼가세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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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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