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준수가 입원해서 눈을 뜨지 않은지 6일째 저녁... 영희를 포함한 네 명의 여성은 로테이션식으로 준수의 병간호를 하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이 시간에는 수정과 은혜가 간호를 할 시간이였지만, 세진은 오늘과 내일 학교가 쉬는 날이라는 이유로 조금 일찍 병원에 와있었고, 영희 또한 그녀들에게 간단한 간식이라도 준다는 이유로 평소 오는 시간보다 일찍 와있었다. 중간중간 준수의 몸상태를 체크하러오는 의사가 와서는 그녀들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돌아갔지만 여전히 준수는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잠을 자고 있을 뿐이였다. 이쯤되면 초조해질만도 했지만 그녀들은 모두 침착하게 준수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 하나의 불안감이 전체에게로 퍼지고, 그녀들에게 퍼진 불안감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서로 말을 조심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들이 흔들릴 수 있는 것을 영희가 지탱해주었기 때문이였다.
세진을 향한 수정의 분노도 한층 누그러져있었다. 준수가 처음 입원했을때만 해도 세진을 원망하는 마음으로 가득했었지만, 생각해보면 세진의 행동이 준수가 입원한 것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사실을 수정,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물론 세진과 준수의 비정상적인 관계가 이 모든 일의 발단일지도 몰랐지만, 그런 식의 논리라면 지금 여기에 있는 세진을 제외한 세 명의 여자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는 말과 다를바 없는것 아닌가. 그리고 세진이 자신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괜히 자신이 세진을 트집잡아봤자 좋을게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수정과 은혜, 그리고 세진은 영희가 가져온 과일을 다 먹고 잠시 화장실로 향했다. 그녀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영희는 그녀가 가지고왔던 도시락통을 정리한 후 힘없이 늘어진 준수의 손을 잡았다. 영희는 무신론자는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딱히 특정 종교를 신봉하는 것도 아니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 그녀는 누군가에게 간절히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 누군가가 누군지를 영희 그녀 자신도 알지 못했지만, 그게 누군들간에 중요한 것은 그저 지금 준수가 눈을 떴으면 하는 바람... 그거 하나였다. 그녀의 간절한 기도가 닿아서일까... 방금전까지만해도 힘이 없었던 준수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것이 느껴졌다.
"으음....."
"주... 준수야...? 정신이 드니?"
"어... 이모... 여기가 어디에요...?"
"준수야!!"
준수가 눈을 뜨자 영희는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며 준수에게 안겼다. 준수는 생소한 공간에 이렇게 누워있는 상황이 아직도 파악이 되지 않아서 어안이 벙벙했다. 언뜻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이 환자복을 입고 침대에 누워있는거 하며, 자신의 팔에 링거가 꽃혀있는걸 보니 병원에 입원해있는것 같았다. 왜 이렇게 입원해있는 것일까? 마지막 기억을 되돌려보려했으나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얼핏 자신의 기억속에 있는 마지막은 학교의 창고에서 은혜가 빠져나간 순간인데... 그 이후에 어떻게 된 것인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 때 일과 관련이 된 것일까? 그렇다면 자신은 얼마나 오랫동안 이렇게 누워있었다는걸까? 그런 생각을 해서일까, 아니면 그가 상당히 오랫만에 일어나서 그런 것일지 몰라도 머리가 아파왔다. 그리고 오랫동안 누워있어서인지 허리도 아팠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준수는 자신의 곁에 영희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좋았다.
"준수야~!!"
때마침 수정과 은혜 또한 화장실에서 돌아오는길에 준수가 드디어 정신을 차린 것을 보게되었고, 마치 누가 먼저 준수에게 달려들 것인지를 경쟁이라도 할듯한 기세로 준수에게 달려들었다. 준수는 침대에 누운채 꼼짝없이 그녀들의 포옹세례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준수가 뭐라고 말을 할 틈도 없이 그녀들이 눈물을 흘려대는 탓에 준수는 그저 얼떨떨할 뿐이였고,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수정과 은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있는것이 없었다. 사실은 영희와의 둘만의 시간을 조금 더 즐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를 향한 걱정으로 마음고생했던 것이 그녀들의 눈물을 통해 전해져왔기에 그런 자신의 속마음을 내비칠 수 없었다.
영희 또한 그런 준수의 속마음과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어차피 준수와 둘만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많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양보했다. 그러던 영희는 문득 뭔가 허전한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들과 함께 화장실에 갔던 세진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던 것이다. 세진의 모습을 찾았던 영희의 눈에, 문 너머에서 준수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훔치고 있던 세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영희의 생각에 세진은 준수가 그녀를 본다고 해서 다른 여자들처럼 반길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였다. 아니, 오히려 세진에게 화를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긴... 그런 세진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영희의 생각에 세진은 분명 그녀 또한 이 자리에서 준수와 함께 있고 싶을 것이다. 자신의 간절한 바람을 실행하지 못하는 세진이 조금은 안쓰러워질때쯤... 세진은 어느새 그곳에서 사라져버렸다.
"준수야, 수정씨랑 은혜야. 나 잠깐만..."
"어... 이모 어디 가시게요?"
"멀리가는건 아니고... 잠깐 생각난게 있어서..."
잠시 준수의 병실에서 빠져나온 영희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세진을 찾았다. 마침 저 복도 저 멀리에서 세진으로 보이는 여성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영희는 재빠른 걸음으로 그녀의 뒤를 밟았고, 세진이 엘리베이터를 타기 직전에 겨우 따라잡은채 세진을 따라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마침 엘리베이터에는 그녀들 두 사람밖에 없어서 영희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세진에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 왜... 벌써 가시게요?"
"네..."
"... 그래도 계속 기다리셨는데 준수 얼굴이라도 제대로 보고 가시지..."
"아니에요... 제가 무슨 자격으로..."
"준수도... 선생님이 계속 병간호 했었다는거 알면 기뻐할거에요..."
"... 그럴리가... 없는걸요..."
영희의 말에 세진의 얼굴은 슬픔으로 가득한듯 했다. 그도 그럴것이 준수가 자신을 웃는 얼굴로 맞아주기를 바란 자신의 속마음을 영희가 정확히 저격을 해낸것 아닌가.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도저히 준수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볼 자신이 없었다. 엘리베이터는 마침내 로비층에 도착했고, 세진은 영희의 만류에도 끝끝내 병원 밖으로 향했다.
"불쌍한 여자...."
영희는 자신이 왜 이토록 세진을 동정하는지 이해를 할 순 없었지만, 어쨋든 세진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조금 안타까웠다. 어쩌면 영희는 세진에게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한편, 준수 곁에 남아있던 은혜와 수정은 축제가 따로 없다고할만큼 기쁨으로 가득했다. 특히 준수가 입원을 한 것이 자신때문이라는 죄책감때문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힘들었던 은혜같은 경우는 준수가 정신을 차린 것을 더욱 기뻐했다. 그런 은혜의 모습을 보면서 수정은 아쉽지만 영희도 잠시 자리를 비웠겠다, 자신도 은혜를 위해 잠깐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정은 말없이 은혜에게 살짝 눈치를 주었고, 은혜는 그런 수정의 눈치를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들만의 신호를 주고받는 법을 알리가 없는 준수는 갈증을 느끼고는 물을 들이키고 있었다.
"그럼 나 잠시 먹을거라도 사올게."
수정이 나가자 병실에는 준수와 은혜, 두 사람만이 남았다. 정신차린지 얼마 안되서 수정이 같이 있을때만해도 준수는 밝은 모습이였지만, 은혜와 단 둘이 남게되자 은혜와 나눴던 마지막 순간이 떠올라서 다시 마음이 불편해졌다. 자신때문에 은혜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던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은혜도 막상 준수와 단 둘이 있게되자 왠지모를 민망함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머뭇거리고 있었다. 준수가 뭐라고 생각을 하든, 은헤는 자신의 준수에게 쓸데없는 말을 한 것이 모든 일의 원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준수의 생각이 뭐든간에 그가 그녀를 위해 희생을 했던 것을 생각하니 은혜는 또다시 눈물이 흘러나올것 같았다. 은혜의 눈시울이 붉어지는것을 보자 준수는 대충 은혜의 생각이 어떤지 눈치를 챌 수 있었다.
"나 정말 괜찮아 은혜야. 그러니까 나한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
"그... 그래도...."
"오히려 난 내가 너무 늦게간거같아서 미안한걸... 조금만 더 빨랐다면 좋았을텐데... 아 참, 그 선배들은 어떻게?어?"
"학교 옮긴다고 들었는데... 자세한건 나도 잘 몰라..."
"그... 그렇구나... 미안... 내가 괜한걸 물었나보네..."
"아냐... 괜찮아. 아... 그리고 나... 학교 그만뒀어..."
"응? 학교를 그만두다니? 갑자기 그게 무슨소리야?"
"더 이상은 학교를 다닐 자신이 없는걸... 학교가면 자꾸 그때 생각날것같고..."
은혜는 학교를 그만둔다는 말을 하며 그녀도 모르게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은혜가 수정처럼 그 일을 계기로해서 남성혐오증이 생겼다거나 하는건 아니였다. 그랬다고 할지라도 아마 준수와도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있겠지만, 그걸 떠나서 그녀도 모르게 강간당할뻔했던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는것을 막을 수는 없을것 같았다.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을 만나고, 얘기하고, 웃고, 떠들고 싶었다. 지극히 평범한 소녀로써 은혜는 다른 여자애들처럼 그렇게 평범한 나날을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 그 평범한 나날들은 모조리 박살이 나버렸다. 최소한 학교에서만큼은 그녀의 행복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기에 은혜는 그녀의 부모와 여러차례 상의를 했고, 학교를 그만두기로 결정을 한 것이였다.
그녀가 자신이 학교를 그만두기로 했던 이유들을 떠올릴때쯤, 은혜는 자신이 학교를 그만둔다는 사실에 준수가 적잖은 충격을 받은듯, 그의 표정 또한 어두워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은혜는 애써 씩씩해보이는듯한 말투로 준수에게 말을 이어나갔다.
"괜찮아. 어차피 꼭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이미 좋은 친구들 많이 사귀었는걸. 애들이랑도 문자로 내가 비록 학교는 앞으로 안나가더라도 서로 연락하면서 가끔 같이 놀자고 했고... 대학이야 뭐 어차피 검정고시보고 수능봐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그거야 그렇겠지만..."
"난 솔직히... 그런것보다 앞으로 널 볼 시간이 줄어든다는게 더 걱정되긴 하지만...."
"은혜야..."
"아니... 사실 시간이 줄어드는것보다 앞으로도 널 볼 수 있을까... 네가 날 피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날 네가 날 구해준거는 정말로... 진심으로 고맙다고 생각해.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거야. 하지만... 하지만 그러면서도 솔직히 그날 네가 한 말...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 너한테 이런 감정을 가져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은 들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나 솔직히 아직도 속상해... 아 물론 그렇다고 널 원망한다거나 하진 않아. 나도 널 사랑하는 입장에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마음이 어떤건지 잘 아니까. 근데... 이해는 되는데 가슴이 아픈것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나봐..."
"......"
"미안미안. 고맙다는 말을 해도 모자랄판에 이런 소리가 하고 있다니... 나도 참..."
은혜는 그녀의 속마음을 준수에게 다 털어놓았다는 생각에 조금은 가슴이 후련했다. 지금 흘리는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라기보다는 후련함의 눈물에 가까울 것이다. 사실 준수도 거기에 대해서 조금 더 할 말이 있었지만 아직 정신을 차린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자신의 생각을 확실하게 정리를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은혜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것 말고는 지금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 때, 그들이 있던 병실의 문이 열리며 의사가 들어왔고, 그 의사의 뒤를 간호사 몇몇과 영희, 수정이 뒤따랐다.
"어이쿠, 드디어 잠자는 왕자님이 눈을 뜨셨구만."
"네... 네...?"
"하하... 네 명의 미인분이 매일같이 간호를 하는 광경도 흔한건 아니라서 말이지. 그나저나 몸은 좀 어떤가?"
"딱히... 하도 누워있어서 그런지 몸이 무거운거랑... 붕대로 감긴곳이 근질하다고 해야되나... 그런거 말고는 딱히 이상은 없는거같아요."
"흐음흐음... 그래... 나도 딱히 다른곳이 이상이 있을거란 생각은 안드는데, 그래도 혹시라는게 있을 수 있으니까 몇일 더 입원해 있으면서 자잘한 검사 받고 퇴원하도록 합시다 준수군. 알았지?"
"이왕이면 저는 빨리 퇴원하고 싶은데..."
"허허... 그 부분은 이모님이랑 다 미리 얘기가 된 부분이니까, 너무 급하게 퇴원할 생각하지 말고. 물론 나이가 그럴나이는 아니지만 이참에 종합검진 하나 받는다고 생각하고. 그럼 이만...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저희 간호사들 바로바로 부르시면 됩니다."
인상과는 다르게 조금은 가벼운 말투의 의사가 간호사들을 데리고 나갔다. 준수는 순식간에 세 명의 여자에게 둘러쌓였고, 방금전까지 단 둘이서 대화를 나눴던 은혜를 포함해서 수정, 영희... 세 여승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준수가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어때, 왕자님. 좋은꿈 꿨어?"
"아... 수정누나! 정말 놀리지 마요!"
"호호호호...."
수정의 농담에 준수가 질색하며 반응하자 은혜와 영희는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마음껏 웃는것도 정말 오랫만이라는 생각에 그녀들은 정말 마음껏 웃었고, 준수는 그렇게까지 웃을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지만, 그녀들의 웃는 모습을 보자 그 또한 기분이 좋았다.
준수가 입원한 사이, 준수가 입원해있던 병원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준수에 대한 이야기가 그녀들만의 주된 화제거리였다. 1인실에 입원한 한 고등학생쯤 되는 남자애가 있는데, 그 아이가 엄청나게 잘생겼다, 라는 이야기... 특히나 젊은 여간호사들 사이에서는 근무하는 시간마다 그 지루함을 그 준수에 대한 이야기로 날려보내곤 했다. 특히나 화제거리인 것은 준수를 간호하러오는 네 명의 여자가 모두 엄청난 몸매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는 여성들이였다는 점이였다. 특히 신기한것은 그 네 명의 연령대가 상당히 다양해보인다는 점이였고, 그녀들끼리 서로 하나도 닮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녀들끼리 가족도 아니였고, 그리고 준수와의 가족관계에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점 또한 흥미로운 점이였다.
그렇기에 그녀들끼리 얘기할때는 농담삼아 준수의 여자친구가 과연 누구일지에 대해 내기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그 내기에서의 압도적인 1위 후보는 은혜와 수정이였다. 아무래도 은혜와 수정에 비해 세진과 영희의 경우 준수와의 나이차이가 꽤나 있어보인다는 이유에서였고, 어떻게보면 그 이유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극소수의 간호사들은 세진과 영희가 준수의 여자친구일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영희와 세진이 나이에 비해서 젊어보이는 것도 이유였지만, 무엇보다 그녀들의 압도적인 몸매... 여자인 그녀들이 더욱 잘 알고있는 사실이였지만, 그녀들같은 몸매는 정말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을것만 같은 그런 몸매였다. 그렇기에 그녀들 중 일부는 은혜와 수정 대신, 영희나 세진이 준수의 애인일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사실 그녀들의 그런 주장에는 남녀간의 연애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연상을 좋아하는 준수라면... 어쩌면 자신들이 준수를 유혹해서 자신의 남자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의 나래가 아닌... 그녀들만의 은밀한 망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생각이였다.
지금도 준수의 병실이 있는 층의 간호사실에서는 준수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최근들어 준수와 그 여성 4인방에 대한 이야기는 단순한 추측을 넘어 막장드라마에서나 있을법한 추측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준수가 네 명의 여성과 몰래 사귀는 관계였고, 준수가 입원하게되면서 준수가 몰래 양다리... 아니 네 다리를 걸친 사실이 들통났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물론 고등학생이 네 명의 여성과의 관계를 가진다는게 상식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없었지만, 단순히 상식적이지 않다고 하기에는 준수의 외모가 워낙 잘생긴데데가, 준수의 벗은 몸을 봤던 일부 간호사들에게서 퍼진, 그의 물건은 고등학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물건이다... 라는 소문때문에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 중이였다. 게다가 최근들어 세진이 그의 병문안을 더 이상 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 준수의 바람둥이 설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었다. 그녀들간의 다툼과 더불어 바람을 폈던 준수에게 실망을 느끼고는 더 이상 병문안을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녀들의 그런 이야기들을 진심으로 믿고 있는것은 아니였다. 어디까지나 지루한 근무시간을 넘겨보고자 하는 여자들끼리의 수다에 가까웠다. 아마 그녀들의 그런 추측이 진실에 가깝다는것을 알게된다면... 그녀들은 적잖은 당황을 했을지도 모른다. 어쨋든 그런 얘기들을 하며 그녀들은 오늘도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언니 그거 진짜에요? 그 어려보이는 여자애랑 준수랑 키스하고 있었다는게...?"
"에이... 설마. 그런 소문이 한두개여야지. 언제는 병실에서 그 여자애가 준수 옷입혀줬다는 말도 있었는데 뭐."
"에엑? 그럼 고 계집애가 준수 벗은 몸을 다 봤다는거에요?"
"아니... 어휴 너도 참 생각이 없다 얘. 그게 아니라 그게 다 헛소문이라는 말이지. 생각해봐. 준수가 옷을 갈아입었으면 벗은 옷이 있어야할텐데, 그건 우리가 바로바로 체크 가능하잖아. 안그래?"
"어머... 그렇네요... 근데 그 이후로 준수가 옷 갈아입은적이 있을거 아니에요. 아니면 준수 깨기 전이나..."
"준수 깬 이후로 옷 갈아입은적 없다고 알고있는데? 게다가 깨기 전에는 나랑 몇명이 가서 갈아입혔고..."
"어머어머, 정말이에요 언니? 저한테 그런 얘기 한번도 안하셨잖아요!"
"부... 부끄럽게 그걸 어떻게 얘기하고다녀...."
"언니언니, 그럼 정말 준수 거기가 야구방망이같다는게... 사실이에요?"
"얘... 얘는... 못하는 말이 없어! 그래도 환자인데..."
선배로 보이는 간호사는 문득 그날 준수를 갈아입혔을 때의 준수의 물건을 봤던 것을 떠올렸다. 그 물건은... 정말 잊지 못할 정도로 대단했던 것이였다. 그 때 자신은 준수의 옷을 갈아입히면서도 시선부터 계속 준수의 그 물건을 신경쓰고 있었고,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준수의 옷을 갈아입히는 내내 몸이 떨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아마 그 때 같이 옷을 갈아입히던 간호사들 모두 그녀와 마찬가지였던것 같은 눈치였다. 서로 부끄럽다는 이유로 말을 못하고 있을뿐...
신나게 대화를 하고 있던 선배의 입에서 더 이상 말이 나오질 않자 같이 대화를 하고 있던 미영이라는 간호사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있는데 그것을 듣질 못하니 답답한 마음도 있을 것이고, 자세한 것을 알진 못하지만 어쨋든 준수에게 첫눈에 반해버렸기에, 그 선배 간호사가 준수에 대해 자신은 알지 못하는 뭔가를 알고 있는듯한 눈치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자신의 불만을 표현할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어쨋든 자신과 대화를 하던 상대는 자신의 선배였고, 미영, 그녀는 이 병원의 간호사들 중에서도 막내급이였기에 불만이 있다고해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였기 때문이다.
"개인실 1008호 환자 맥박체크할 시간이네. 누가 갈래?"
"제... 제가 가겠습니다."
"그래? 그럼 다녀와."
수간호사의 말에 미영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자신이 그 일을 자진했다. 막내로써 자신이 먼저 그 일을 자원한 것이기도 했지만, 개인실 1008호에 있는 환자가 누구인가. 준수 아닌가. 보통 준수의 뭔가를 체크할 수 있는 기회는 자신에게까지 돌아오기 이전에 선배들 선에서 정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지금처럼 수간호사가 있는 지금이 절호의 찬스였던 것이였다. 물론 그 사실을 알리가 없는 수간호사는 미영을 기특해할 뿐이였고, 혼자의 망상속에 빠져있는 미영의 선배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듯 미영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을 오래 보고 있다가는 준수에게 갈 기회를 뺏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영은 애써 그 시선을 외면하고는 준수가 있는 병실로 향했다.
-똑똑
"네~"
"장준수 환자님. 맥박체크할 시간입니다."
"들어오세요~"
미영은 준수의 목소리를 들으며 두근두근대는 마음으로 천천히 문을 열었다. 준수의 병실에 들어가는 것이 처음은 아니였지만, 혼자서 준수와 단 둘이 있는 것도 처음이였기에 괜시리 마음이 설레였다. 하지만 정작 문을 열고 들어가니 준수가 혼자 있는 것은 아니였다. 준수는 영희와 함게 있었던 것이였다. 내심 실망으로 가득했지만 그것을 내색할 수는 없었다. 그런 미영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희와 준수는 무슨 얘기가 그렇게 즐거운지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럼 저... 죄송하지만 잠시 맥박좀 재겠습니다..."
"아 네네... 아, 준수야. 준수 맥박잴동안 나 잠시 커피좀 사올게."
"네네. 그러세요."
미영은 실제로 준수와 영희가 이렇게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보니 병원에서 떠도는 소문인, 준수의 여자친구가 영희일지도 모른다는것이 아예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실제로 영희와 준수가 어떤 관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렇게 대화를 주고받는 것은 자신이 그동안 생각해오던,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과 정확히 100% 일치하는것 아닌가. 하지만 준수와 영희가 어떤 관계든간에, 결국은 지금 이 병실에 남은건 준수와 남아있는 것은 미영 자신이였다. 어쩌면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지 않은가.
비록 영희에 비하면 보잘것없다지면 미영은 자신 나름대로 몸매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라고 있는 단추는 아니였지만, 어쨋든 미영은 자신의 간호사복의 단추를 미리 두개정도 풀어놓고 왔다. 물론 단추를 두개 풀었다고 할지라도 단정해보이는 간호사복이였기에 대충본다면 단추를 풀은 것을 눈치를 챌 수도 없을것이다. 하지만 준수의 맥박을 잰다는 명분으로 그녀가 몸을 숙이면... 그녀의 적나라한 가슴골이 준수에게 그대로 펼쳐질 것이다. 준수 또한 그녀가 그렇게 과감한 복장을 하고 왔을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기에, 그녀의 속살을 보자 당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딜레마는, 지금의 상황에서 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한다면 마치 그가 여성의 몸을 밝히는것같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것이란 생각때문에 그녀를 향한 시선을 외면할 수 없었다는 점이였다. 그렇다고해서 고개를 돌리지 말자니 미영의 속살을 계속해서 봐야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준수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지만 미영은 그것을 보며 준수가 이미 자신의 몸매에 매료되었다고 생각을 했다. 이런 일이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다행히 오늘 입은 속옷은 평상시 자신이 그토록 아끼던 속옷이여서 더욱 안심할 수 있었다. 물론 아무리 자신이 준수가 좋다고 한들, 남자가 자신의 속살을 훔쳐본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남자를 유혹하는데 이정도 부끄러움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이였다.
"자... 맥박 잴테니까 오른손에 힘 빼고 편안하게 내 쪽으로 줘. 알았지?"
"네... 네...."
준수는 속으로 그녀에게 단추가 2개 풀렸다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그 말을 하는게 더 이상해보일것같아 말을 하길 주저했다.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 라는 생각에 그는 오른쪽 팔에 힘을 빼고는 그녀쪽을 향하게 했다. 자신이 느꼈던 불안감과 달리 미영은 착실히 준수의 팔을 압박하는것 같은 것을 준수의 팔에 감았다.
"에이... 나도 미쳤지... 설마 평범한 간호사누나가 그런 일을 할거라는 생각을 하다니..."
준수가 그렇게 안심을 할때쯤, 준수의 오른팔에 압박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것만 끝나면 미영이 나가겠지, 라는 생각을 할때쯤... 준수는 아까보다도 더한 당혹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미영은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일단 준수의 눈높이 자체가 미영의 가슴골에 곧바로 향하는 위치에 있었을뿐더러, 더 문제는 미영이 준수의 팔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긴탓에, 준수의 팔이 미영의 가슴에 닿아있었던 것이다. 준수는 화들짝 놀라 자신의 팔을 빼고 싶었지만, 미영의 눈치가 보여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잇었다. 미영의 눈치는 준수의 팔이 그녀의 가슴에 닿아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듯 했는데, 괜히 자신이 의식하는것처럼 행동해서 미영을 당혹스럽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게속 가만히 있는것도 문제였다. 어쨋든 자신은 병원에 누워서 여자의 맛을 본지(?) 한참 지나있었다. 즉, 정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할지라도 육체적으로 그의 몸은 굶주려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물건은 아까전에 미영의 가슴골을 본 이후부터 일치감치 솟구쳐있었다. 만약 미영이 자신이 덮고 있는 이불을 들춰낸다면... 민망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 분명했다. 준수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사이, 미영이 먼저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 내 소개를 안했네. 나는 미영이라고 해. 이미영."
"안녕하세요... 저는 준수..."
"알아 알아. 나는 몇번이고 준수를 봤는걸? 아... 준수 정신차리고 나서는 처음이니까... 아마 준수는 이렇게 나 보는거 처음이겠구나?"
"네...."
"병원에 입원해있으니까 심심하겠다. 그치?"
"아 뭐... 어쩔 수 없죠..."
"준수 나이대면 한창 밖에서 놀 나이일텐데. 그나저나 준수.... 여자친구 있니?"
"... 네....? 갑자기 그건 왜..."
준수는 당황스러웠다. 간호사가 갑자기 자신에게 여자친구의 유무를 왜 묻는단 말인가? 자신의 여자친구가 영희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그렇다고 은혜나 수정이 자신의 여자치구라고 말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고... 하지만 없다고 얘기하기도 애매하고... 하긴. 생각해보면 미영이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게 당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호를 오는거라고는 온통 여자들뿐 아닌가. 그리고 간호사들도 영희나 수정, 은혜가 자신과 가족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하는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쨋든 피곤해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준수는 미영에게 자신의 여자친구는 없다, 라고 말을 했다.
"그래? 에이... 준수같이 잘생긴애가 여자친구가 없다니... 말이 되?"
"정말인데...."
"그래....? 누나도 남자친구가 없는데... 아무래도 애인이 없으면 외로운거같아... 난 외로운데.. 준수는 안그러니?"
준수가 여자친구가 없다는 말이 나오자마자 미영은 더욱 도발적으로 준수에게 몸을 들이밀었다. 그녀의 가슴을 더욱 준수의 팔에 밀착시켰고, 준수의 팔에 의해 미영의 가슴이 끌어올려지며 속옷마저 보일지경이였다. 이미 맥박체크는 끝났건만, 미영은 준수에게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언제 그랬는지 미영은 단추 하나를 더 풀어해쳤고, 거의 준수를 잡아먹을 기세로 다가오려는 순간.... 하필이면 그럴 때 준수가 있는 병실의 문이 열리려고 했다. 커피를 사온다던 영희가 벌써 돌아온 것이였다. 준수는 적잖이 당황을 했다. 영희가 이 상황을 본다면... 이 일의 진행과정을 모르는 영희라면 분명 자신을 오해할 것이 뻔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당황한 것은 미영 또한 마찬가지였다.
"맥박측정 다 끝났어요?"
"네. 다 끝났습니다. 역시 정상범위네요. 특별한 이상은 없었어요. 그럼 전 이만..."
그 짧은 순간에 미영은 재빨리 자신의 옷매무새를 고친 채, 환자의 맥박측정을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간호사로 돌아와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가지고 왔었던 물건들을 가지고는 재빨리 병실을 빠져나갔다. 준수는 큰 고비를 다행히 넘겼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미영을 마중하는 영희는 온화한 표정이 가득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했던 것도 잠시... 미영이 나가자 영희는 여태껏 한번도 잠그지 않았던 병실을 굳게 잠그고는 준수에게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의 영희의 표정은 아까와는 사뭇 다른... 뭔가 화가 난 표정이였다. 준수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뭔가 일이 잘못?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였다.
"하하... 이모... 갑자기 이모 표정이 무서우니까 이상한데요...?"
"표정이 무섭다니... 호호... 난 평소랑 똑같은데? 아마 준수가 방금전까지 간호사누나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그런거 아닐까?"
"...... 이... 이모... 그게 무슨...."
"왜? 모를줄 알았니? 아무리 숨겨도 방금전까지 그거만큼은 숨길수가 없지... 게다가 이거..."
"아윽... 이... 이모..."
영희는 확실히 말로 표현하긴 힘들었지만, 방금전까지의 후끈했던 이 병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건 거의 확신에 가까운 여자로써의 감에 가까운 것이였다. 게다가 준수의 물건이 힘껏 발기되어있는 것을 보고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얄밉다는듯 준수의 물건을 힘껏 잡았다. 그런 영희의 행동에 놀라기도 놀랐지만, 부끄럽기도 해서 준수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해놓고도 변명할거야?"
"이... 이모...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솔직히 병원에서 몇일째 이러고 있는데 이건 이모가 조금 이해를..."
"흥... 몰라... 너 퇴원하기만해봐... 가만히 안놔둘테니까."
"헤헤... 그건 조금 기대되는데요?"
"... 너 정말... 못말려 진짜.."
드디어 준수가 퇴원하는 날이였다. 영희만이 준수를 마중나왔고, 수정과 은혜는 준수의 퇴원을 축하하기 위한 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준수의 집 인근 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있었다. 준수와 영희는 당분간은 너무 과격한 운동은 자제하라는 의사의 말에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렇게 그들은 병원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때... 준수는 때마침 저 멀리서 출근을 하는 미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아하니 오늘은 늦게 출근하는 날인것 같았다.
"이모... 저 잠시만요."
"응...? 왜?"
"저번에 제가 어떤 물음에 제대로 대답을 못한게 있거든요. 그 물음에 제대로 대답을 못한채 넘어가면... 나중에 분명 후회할것만 같아서 확실하게 대답을 하고 오려구요."
"그래...?"
영희는 준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준수의 태도가 전과 달리 믿음직스러웠기에 준수를 보내줬다. 밖에서 기다린다는 말을 남기고... 영희가 멀어지는것을 확인하고는 준수는 천천히 미영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미영은 준수가 그녀에게 다가오는 것을 확인하지 못한듯 했고, 그렇기에 준수가 먼저 미영의 뒤에서 미영의 이름을 불렀다.
"저... 미영누나...?"
"어... 어멋. 준수구나... 오늘 퇴원하는 날이지...?"
"네... 그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아니야... 내가 뭘... 간호사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을 했을 뿐인데 뭐..."
"길진 않았지만... 이 병원에서의 일들... 잊지 못할거에요. 누나랑의 일도요..."
"그... 그래...?"
"아 참... 저번에 저한테 여자친구 있냐고 물어보셨죠? 제가 그때 대답을 잘못한거같아서 확실하게 대답 하려구요. 저... 여자친구 있어요. 그리고 그 여자를 진심으로 많이 사랑해요. 아마... 무슨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여자를 사랑하는 마음은 평생동안 변하지 않을거에요."
"... 그....렇구나... 그 말 하려고 굳이 나한테 인사한거구나..."
"네... 그리고 누나한테 확실히 말하고 싶었던것도 있지만... 실은 저 자신에게도 확실하게 대답을 하고 싶었어요..."
"후훗... 그래...? 그래도 다행이야. 비록 짧은 순간이였지만, 그 순간이나마 내가 좋아했던 남자가 이렇게 멋있는 남자라서..."
"누나... 사실 누나 마음을 눈치채지 못했던건 아닌데... 죄송해요..."
"아니야. 후훗... 어머어머, 나 이러다가 지각하겠다. 아무튼 꼭 건강해야되. 그럼 안녕..."
미영의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준수에게 등을 돌린채 자신의 길을 향했다. 어쩌면 그녀가 준수에게 등을 돌린채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녀가 준수를 원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준수는 자신에게는 그 모든것을 감당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서로에게 더 큰 슬픔과 상처를 남기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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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 72화 모두 내용이 조금 밋밋하네요.
어쩔 수 없는 스토리적 흐름이라고 생각해주세요.
73화부터는 다시 화끈한 스토리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만....
어떻게 받아들여주실지 모르겠네요 ㅠ_ㅠ
아 그리고 여기서 등장한 미영이라는 캐릭터.
사실 이름 없이 하려고 하다가 아무래도 이름이 없으면 제가 불편해서 이름을 대충 지었네요.
뭐... 간호사가 저러냐?! 라고 따지실수도 있지만
너그러히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그럼 다음주까지 행복한 일주일 되시길 바랍니다~~
준수가 입원해서 눈을 뜨지 않은지 6일째 저녁... 영희를 포함한 네 명의 여성은 로테이션식으로 준수의 병간호를 하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이 시간에는 수정과 은혜가 간호를 할 시간이였지만, 세진은 오늘과 내일 학교가 쉬는 날이라는 이유로 조금 일찍 병원에 와있었고, 영희 또한 그녀들에게 간단한 간식이라도 준다는 이유로 평소 오는 시간보다 일찍 와있었다. 중간중간 준수의 몸상태를 체크하러오는 의사가 와서는 그녀들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돌아갔지만 여전히 준수는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잠을 자고 있을 뿐이였다. 이쯤되면 초조해질만도 했지만 그녀들은 모두 침착하게 준수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 하나의 불안감이 전체에게로 퍼지고, 그녀들에게 퍼진 불안감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서로 말을 조심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들이 흔들릴 수 있는 것을 영희가 지탱해주었기 때문이였다.
세진을 향한 수정의 분노도 한층 누그러져있었다. 준수가 처음 입원했을때만 해도 세진을 원망하는 마음으로 가득했었지만, 생각해보면 세진의 행동이 준수가 입원한 것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사실을 수정,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물론 세진과 준수의 비정상적인 관계가 이 모든 일의 발단일지도 몰랐지만, 그런 식의 논리라면 지금 여기에 있는 세진을 제외한 세 명의 여자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는 말과 다를바 없는것 아닌가. 그리고 세진이 자신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괜히 자신이 세진을 트집잡아봤자 좋을게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수정과 은혜, 그리고 세진은 영희가 가져온 과일을 다 먹고 잠시 화장실로 향했다. 그녀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영희는 그녀가 가지고왔던 도시락통을 정리한 후 힘없이 늘어진 준수의 손을 잡았다. 영희는 무신론자는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딱히 특정 종교를 신봉하는 것도 아니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 그녀는 누군가에게 간절히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 누군가가 누군지를 영희 그녀 자신도 알지 못했지만, 그게 누군들간에 중요한 것은 그저 지금 준수가 눈을 떴으면 하는 바람... 그거 하나였다. 그녀의 간절한 기도가 닿아서일까... 방금전까지만해도 힘이 없었던 준수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것이 느껴졌다.
"으음....."
"주... 준수야...? 정신이 드니?"
"어... 이모... 여기가 어디에요...?"
"준수야!!"
준수가 눈을 뜨자 영희는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며 준수에게 안겼다. 준수는 생소한 공간에 이렇게 누워있는 상황이 아직도 파악이 되지 않아서 어안이 벙벙했다. 언뜻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이 환자복을 입고 침대에 누워있는거 하며, 자신의 팔에 링거가 꽃혀있는걸 보니 병원에 입원해있는것 같았다. 왜 이렇게 입원해있는 것일까? 마지막 기억을 되돌려보려했으나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얼핏 자신의 기억속에 있는 마지막은 학교의 창고에서 은혜가 빠져나간 순간인데... 그 이후에 어떻게 된 것인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 때 일과 관련이 된 것일까? 그렇다면 자신은 얼마나 오랫동안 이렇게 누워있었다는걸까? 그런 생각을 해서일까, 아니면 그가 상당히 오랫만에 일어나서 그런 것일지 몰라도 머리가 아파왔다. 그리고 오랫동안 누워있어서인지 허리도 아팠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준수는 자신의 곁에 영희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좋았다.
"준수야~!!"
때마침 수정과 은혜 또한 화장실에서 돌아오는길에 준수가 드디어 정신을 차린 것을 보게되었고, 마치 누가 먼저 준수에게 달려들 것인지를 경쟁이라도 할듯한 기세로 준수에게 달려들었다. 준수는 침대에 누운채 꼼짝없이 그녀들의 포옹세례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준수가 뭐라고 말을 할 틈도 없이 그녀들이 눈물을 흘려대는 탓에 준수는 그저 얼떨떨할 뿐이였고,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수정과 은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있는것이 없었다. 사실은 영희와의 둘만의 시간을 조금 더 즐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를 향한 걱정으로 마음고생했던 것이 그녀들의 눈물을 통해 전해져왔기에 그런 자신의 속마음을 내비칠 수 없었다.
영희 또한 그런 준수의 속마음과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어차피 준수와 둘만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많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양보했다. 그러던 영희는 문득 뭔가 허전한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들과 함께 화장실에 갔던 세진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던 것이다. 세진의 모습을 찾았던 영희의 눈에, 문 너머에서 준수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훔치고 있던 세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영희의 생각에 세진은 준수가 그녀를 본다고 해서 다른 여자들처럼 반길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였다. 아니, 오히려 세진에게 화를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긴... 그런 세진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영희의 생각에 세진은 분명 그녀 또한 이 자리에서 준수와 함께 있고 싶을 것이다. 자신의 간절한 바람을 실행하지 못하는 세진이 조금은 안쓰러워질때쯤... 세진은 어느새 그곳에서 사라져버렸다.
"준수야, 수정씨랑 은혜야. 나 잠깐만..."
"어... 이모 어디 가시게요?"
"멀리가는건 아니고... 잠깐 생각난게 있어서..."
잠시 준수의 병실에서 빠져나온 영희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세진을 찾았다. 마침 저 복도 저 멀리에서 세진으로 보이는 여성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영희는 재빠른 걸음으로 그녀의 뒤를 밟았고, 세진이 엘리베이터를 타기 직전에 겨우 따라잡은채 세진을 따라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마침 엘리베이터에는 그녀들 두 사람밖에 없어서 영희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세진에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 왜... 벌써 가시게요?"
"네..."
"... 그래도 계속 기다리셨는데 준수 얼굴이라도 제대로 보고 가시지..."
"아니에요... 제가 무슨 자격으로..."
"준수도... 선생님이 계속 병간호 했었다는거 알면 기뻐할거에요..."
"... 그럴리가... 없는걸요..."
영희의 말에 세진의 얼굴은 슬픔으로 가득한듯 했다. 그도 그럴것이 준수가 자신을 웃는 얼굴로 맞아주기를 바란 자신의 속마음을 영희가 정확히 저격을 해낸것 아닌가.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도저히 준수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볼 자신이 없었다. 엘리베이터는 마침내 로비층에 도착했고, 세진은 영희의 만류에도 끝끝내 병원 밖으로 향했다.
"불쌍한 여자...."
영희는 자신이 왜 이토록 세진을 동정하는지 이해를 할 순 없었지만, 어쨋든 세진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조금 안타까웠다. 어쩌면 영희는 세진에게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한편, 준수 곁에 남아있던 은혜와 수정은 축제가 따로 없다고할만큼 기쁨으로 가득했다. 특히 준수가 입원을 한 것이 자신때문이라는 죄책감때문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힘들었던 은혜같은 경우는 준수가 정신을 차린 것을 더욱 기뻐했다. 그런 은혜의 모습을 보면서 수정은 아쉽지만 영희도 잠시 자리를 비웠겠다, 자신도 은혜를 위해 잠깐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정은 말없이 은혜에게 살짝 눈치를 주었고, 은혜는 그런 수정의 눈치를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들만의 신호를 주고받는 법을 알리가 없는 준수는 갈증을 느끼고는 물을 들이키고 있었다.
"그럼 나 잠시 먹을거라도 사올게."
수정이 나가자 병실에는 준수와 은혜, 두 사람만이 남았다. 정신차린지 얼마 안되서 수정이 같이 있을때만해도 준수는 밝은 모습이였지만, 은혜와 단 둘이 남게되자 은혜와 나눴던 마지막 순간이 떠올라서 다시 마음이 불편해졌다. 자신때문에 은혜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던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은혜도 막상 준수와 단 둘이 있게되자 왠지모를 민망함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머뭇거리고 있었다. 준수가 뭐라고 생각을 하든, 은헤는 자신의 준수에게 쓸데없는 말을 한 것이 모든 일의 원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준수의 생각이 뭐든간에 그가 그녀를 위해 희생을 했던 것을 생각하니 은혜는 또다시 눈물이 흘러나올것 같았다. 은혜의 눈시울이 붉어지는것을 보자 준수는 대충 은혜의 생각이 어떤지 눈치를 챌 수 있었다.
"나 정말 괜찮아 은혜야. 그러니까 나한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
"그... 그래도...."
"오히려 난 내가 너무 늦게간거같아서 미안한걸... 조금만 더 빨랐다면 좋았을텐데... 아 참, 그 선배들은 어떻게?어?"
"학교 옮긴다고 들었는데... 자세한건 나도 잘 몰라..."
"그... 그렇구나... 미안... 내가 괜한걸 물었나보네..."
"아냐... 괜찮아. 아... 그리고 나... 학교 그만뒀어..."
"응? 학교를 그만두다니? 갑자기 그게 무슨소리야?"
"더 이상은 학교를 다닐 자신이 없는걸... 학교가면 자꾸 그때 생각날것같고..."
은혜는 학교를 그만둔다는 말을 하며 그녀도 모르게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은혜가 수정처럼 그 일을 계기로해서 남성혐오증이 생겼다거나 하는건 아니였다. 그랬다고 할지라도 아마 준수와도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있겠지만, 그걸 떠나서 그녀도 모르게 강간당할뻔했던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는것을 막을 수는 없을것 같았다.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을 만나고, 얘기하고, 웃고, 떠들고 싶었다. 지극히 평범한 소녀로써 은혜는 다른 여자애들처럼 그렇게 평범한 나날을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 그 평범한 나날들은 모조리 박살이 나버렸다. 최소한 학교에서만큼은 그녀의 행복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기에 은혜는 그녀의 부모와 여러차례 상의를 했고, 학교를 그만두기로 결정을 한 것이였다.
그녀가 자신이 학교를 그만두기로 했던 이유들을 떠올릴때쯤, 은혜는 자신이 학교를 그만둔다는 사실에 준수가 적잖은 충격을 받은듯, 그의 표정 또한 어두워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은혜는 애써 씩씩해보이는듯한 말투로 준수에게 말을 이어나갔다.
"괜찮아. 어차피 꼭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이미 좋은 친구들 많이 사귀었는걸. 애들이랑도 문자로 내가 비록 학교는 앞으로 안나가더라도 서로 연락하면서 가끔 같이 놀자고 했고... 대학이야 뭐 어차피 검정고시보고 수능봐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그거야 그렇겠지만..."
"난 솔직히... 그런것보다 앞으로 널 볼 시간이 줄어든다는게 더 걱정되긴 하지만...."
"은혜야..."
"아니... 사실 시간이 줄어드는것보다 앞으로도 널 볼 수 있을까... 네가 날 피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날 네가 날 구해준거는 정말로... 진심으로 고맙다고 생각해.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거야. 하지만... 하지만 그러면서도 솔직히 그날 네가 한 말...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 너한테 이런 감정을 가져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은 들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나 솔직히 아직도 속상해... 아 물론 그렇다고 널 원망한다거나 하진 않아. 나도 널 사랑하는 입장에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마음이 어떤건지 잘 아니까. 근데... 이해는 되는데 가슴이 아픈것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나봐..."
"......"
"미안미안. 고맙다는 말을 해도 모자랄판에 이런 소리가 하고 있다니... 나도 참..."
은혜는 그녀의 속마음을 준수에게 다 털어놓았다는 생각에 조금은 가슴이 후련했다. 지금 흘리는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라기보다는 후련함의 눈물에 가까울 것이다. 사실 준수도 거기에 대해서 조금 더 할 말이 있었지만 아직 정신을 차린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자신의 생각을 확실하게 정리를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은혜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것 말고는 지금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 때, 그들이 있던 병실의 문이 열리며 의사가 들어왔고, 그 의사의 뒤를 간호사 몇몇과 영희, 수정이 뒤따랐다.
"어이쿠, 드디어 잠자는 왕자님이 눈을 뜨셨구만."
"네... 네...?"
"하하... 네 명의 미인분이 매일같이 간호를 하는 광경도 흔한건 아니라서 말이지. 그나저나 몸은 좀 어떤가?"
"딱히... 하도 누워있어서 그런지 몸이 무거운거랑... 붕대로 감긴곳이 근질하다고 해야되나... 그런거 말고는 딱히 이상은 없는거같아요."
"흐음흐음... 그래... 나도 딱히 다른곳이 이상이 있을거란 생각은 안드는데, 그래도 혹시라는게 있을 수 있으니까 몇일 더 입원해 있으면서 자잘한 검사 받고 퇴원하도록 합시다 준수군. 알았지?"
"이왕이면 저는 빨리 퇴원하고 싶은데..."
"허허... 그 부분은 이모님이랑 다 미리 얘기가 된 부분이니까, 너무 급하게 퇴원할 생각하지 말고. 물론 나이가 그럴나이는 아니지만 이참에 종합검진 하나 받는다고 생각하고. 그럼 이만...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저희 간호사들 바로바로 부르시면 됩니다."
인상과는 다르게 조금은 가벼운 말투의 의사가 간호사들을 데리고 나갔다. 준수는 순식간에 세 명의 여자에게 둘러쌓였고, 방금전까지 단 둘이서 대화를 나눴던 은혜를 포함해서 수정, 영희... 세 여승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준수가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어때, 왕자님. 좋은꿈 꿨어?"
"아... 수정누나! 정말 놀리지 마요!"
"호호호호...."
수정의 농담에 준수가 질색하며 반응하자 은혜와 영희는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마음껏 웃는것도 정말 오랫만이라는 생각에 그녀들은 정말 마음껏 웃었고, 준수는 그렇게까지 웃을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지만, 그녀들의 웃는 모습을 보자 그 또한 기분이 좋았다.
준수가 입원한 사이, 준수가 입원해있던 병원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준수에 대한 이야기가 그녀들만의 주된 화제거리였다. 1인실에 입원한 한 고등학생쯤 되는 남자애가 있는데, 그 아이가 엄청나게 잘생겼다, 라는 이야기... 특히나 젊은 여간호사들 사이에서는 근무하는 시간마다 그 지루함을 그 준수에 대한 이야기로 날려보내곤 했다. 특히나 화제거리인 것은 준수를 간호하러오는 네 명의 여자가 모두 엄청난 몸매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는 여성들이였다는 점이였다. 특히 신기한것은 그 네 명의 연령대가 상당히 다양해보인다는 점이였고, 그녀들끼리 서로 하나도 닮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녀들끼리 가족도 아니였고, 그리고 준수와의 가족관계에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점 또한 흥미로운 점이였다.
그렇기에 그녀들끼리 얘기할때는 농담삼아 준수의 여자친구가 과연 누구일지에 대해 내기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그 내기에서의 압도적인 1위 후보는 은혜와 수정이였다. 아무래도 은혜와 수정에 비해 세진과 영희의 경우 준수와의 나이차이가 꽤나 있어보인다는 이유에서였고, 어떻게보면 그 이유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극소수의 간호사들은 세진과 영희가 준수의 여자친구일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영희와 세진이 나이에 비해서 젊어보이는 것도 이유였지만, 무엇보다 그녀들의 압도적인 몸매... 여자인 그녀들이 더욱 잘 알고있는 사실이였지만, 그녀들같은 몸매는 정말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을것만 같은 그런 몸매였다. 그렇기에 그녀들 중 일부는 은혜와 수정 대신, 영희나 세진이 준수의 애인일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사실 그녀들의 그런 주장에는 남녀간의 연애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연상을 좋아하는 준수라면... 어쩌면 자신들이 준수를 유혹해서 자신의 남자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의 나래가 아닌... 그녀들만의 은밀한 망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생각이였다.
지금도 준수의 병실이 있는 층의 간호사실에서는 준수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최근들어 준수와 그 여성 4인방에 대한 이야기는 단순한 추측을 넘어 막장드라마에서나 있을법한 추측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준수가 네 명의 여성과 몰래 사귀는 관계였고, 준수가 입원하게되면서 준수가 몰래 양다리... 아니 네 다리를 걸친 사실이 들통났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물론 고등학생이 네 명의 여성과의 관계를 가진다는게 상식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없었지만, 단순히 상식적이지 않다고 하기에는 준수의 외모가 워낙 잘생긴데데가, 준수의 벗은 몸을 봤던 일부 간호사들에게서 퍼진, 그의 물건은 고등학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물건이다... 라는 소문때문에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 중이였다. 게다가 최근들어 세진이 그의 병문안을 더 이상 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 준수의 바람둥이 설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었다. 그녀들간의 다툼과 더불어 바람을 폈던 준수에게 실망을 느끼고는 더 이상 병문안을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녀들의 그런 이야기들을 진심으로 믿고 있는것은 아니였다. 어디까지나 지루한 근무시간을 넘겨보고자 하는 여자들끼리의 수다에 가까웠다. 아마 그녀들의 그런 추측이 진실에 가깝다는것을 알게된다면... 그녀들은 적잖은 당황을 했을지도 모른다. 어쨋든 그런 얘기들을 하며 그녀들은 오늘도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언니 그거 진짜에요? 그 어려보이는 여자애랑 준수랑 키스하고 있었다는게...?"
"에이... 설마. 그런 소문이 한두개여야지. 언제는 병실에서 그 여자애가 준수 옷입혀줬다는 말도 있었는데 뭐."
"에엑? 그럼 고 계집애가 준수 벗은 몸을 다 봤다는거에요?"
"아니... 어휴 너도 참 생각이 없다 얘. 그게 아니라 그게 다 헛소문이라는 말이지. 생각해봐. 준수가 옷을 갈아입었으면 벗은 옷이 있어야할텐데, 그건 우리가 바로바로 체크 가능하잖아. 안그래?"
"어머... 그렇네요... 근데 그 이후로 준수가 옷 갈아입은적이 있을거 아니에요. 아니면 준수 깨기 전이나..."
"준수 깬 이후로 옷 갈아입은적 없다고 알고있는데? 게다가 깨기 전에는 나랑 몇명이 가서 갈아입혔고..."
"어머어머, 정말이에요 언니? 저한테 그런 얘기 한번도 안하셨잖아요!"
"부... 부끄럽게 그걸 어떻게 얘기하고다녀...."
"언니언니, 그럼 정말 준수 거기가 야구방망이같다는게... 사실이에요?"
"얘... 얘는... 못하는 말이 없어! 그래도 환자인데..."
선배로 보이는 간호사는 문득 그날 준수를 갈아입혔을 때의 준수의 물건을 봤던 것을 떠올렸다. 그 물건은... 정말 잊지 못할 정도로 대단했던 것이였다. 그 때 자신은 준수의 옷을 갈아입히면서도 시선부터 계속 준수의 그 물건을 신경쓰고 있었고,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준수의 옷을 갈아입히는 내내 몸이 떨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아마 그 때 같이 옷을 갈아입히던 간호사들 모두 그녀와 마찬가지였던것 같은 눈치였다. 서로 부끄럽다는 이유로 말을 못하고 있을뿐...
신나게 대화를 하고 있던 선배의 입에서 더 이상 말이 나오질 않자 같이 대화를 하고 있던 미영이라는 간호사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있는데 그것을 듣질 못하니 답답한 마음도 있을 것이고, 자세한 것을 알진 못하지만 어쨋든 준수에게 첫눈에 반해버렸기에, 그 선배 간호사가 준수에 대해 자신은 알지 못하는 뭔가를 알고 있는듯한 눈치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자신의 불만을 표현할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어쨋든 자신과 대화를 하던 상대는 자신의 선배였고, 미영, 그녀는 이 병원의 간호사들 중에서도 막내급이였기에 불만이 있다고해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였기 때문이다.
"개인실 1008호 환자 맥박체크할 시간이네. 누가 갈래?"
"제... 제가 가겠습니다."
"그래? 그럼 다녀와."
수간호사의 말에 미영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자신이 그 일을 자진했다. 막내로써 자신이 먼저 그 일을 자원한 것이기도 했지만, 개인실 1008호에 있는 환자가 누구인가. 준수 아닌가. 보통 준수의 뭔가를 체크할 수 있는 기회는 자신에게까지 돌아오기 이전에 선배들 선에서 정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지금처럼 수간호사가 있는 지금이 절호의 찬스였던 것이였다. 물론 그 사실을 알리가 없는 수간호사는 미영을 기특해할 뿐이였고, 혼자의 망상속에 빠져있는 미영의 선배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듯 미영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을 오래 보고 있다가는 준수에게 갈 기회를 뺏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영은 애써 그 시선을 외면하고는 준수가 있는 병실로 향했다.
-똑똑
"네~"
"장준수 환자님. 맥박체크할 시간입니다."
"들어오세요~"
미영은 준수의 목소리를 들으며 두근두근대는 마음으로 천천히 문을 열었다. 준수의 병실에 들어가는 것이 처음은 아니였지만, 혼자서 준수와 단 둘이 있는 것도 처음이였기에 괜시리 마음이 설레였다. 하지만 정작 문을 열고 들어가니 준수가 혼자 있는 것은 아니였다. 준수는 영희와 함게 있었던 것이였다. 내심 실망으로 가득했지만 그것을 내색할 수는 없었다. 그런 미영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희와 준수는 무슨 얘기가 그렇게 즐거운지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럼 저... 죄송하지만 잠시 맥박좀 재겠습니다..."
"아 네네... 아, 준수야. 준수 맥박잴동안 나 잠시 커피좀 사올게."
"네네. 그러세요."
미영은 실제로 준수와 영희가 이렇게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보니 병원에서 떠도는 소문인, 준수의 여자친구가 영희일지도 모른다는것이 아예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실제로 영희와 준수가 어떤 관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렇게 대화를 주고받는 것은 자신이 그동안 생각해오던,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과 정확히 100% 일치하는것 아닌가. 하지만 준수와 영희가 어떤 관계든간에, 결국은 지금 이 병실에 남은건 준수와 남아있는 것은 미영 자신이였다. 어쩌면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지 않은가.
비록 영희에 비하면 보잘것없다지면 미영은 자신 나름대로 몸매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라고 있는 단추는 아니였지만, 어쨋든 미영은 자신의 간호사복의 단추를 미리 두개정도 풀어놓고 왔다. 물론 단추를 두개 풀었다고 할지라도 단정해보이는 간호사복이였기에 대충본다면 단추를 풀은 것을 눈치를 챌 수도 없을것이다. 하지만 준수의 맥박을 잰다는 명분으로 그녀가 몸을 숙이면... 그녀의 적나라한 가슴골이 준수에게 그대로 펼쳐질 것이다. 준수 또한 그녀가 그렇게 과감한 복장을 하고 왔을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기에, 그녀의 속살을 보자 당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딜레마는, 지금의 상황에서 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한다면 마치 그가 여성의 몸을 밝히는것같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것이란 생각때문에 그녀를 향한 시선을 외면할 수 없었다는 점이였다. 그렇다고해서 고개를 돌리지 말자니 미영의 속살을 계속해서 봐야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준수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지만 미영은 그것을 보며 준수가 이미 자신의 몸매에 매료되었다고 생각을 했다. 이런 일이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다행히 오늘 입은 속옷은 평상시 자신이 그토록 아끼던 속옷이여서 더욱 안심할 수 있었다. 물론 아무리 자신이 준수가 좋다고 한들, 남자가 자신의 속살을 훔쳐본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남자를 유혹하는데 이정도 부끄러움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이였다.
"자... 맥박 잴테니까 오른손에 힘 빼고 편안하게 내 쪽으로 줘. 알았지?"
"네... 네...."
준수는 속으로 그녀에게 단추가 2개 풀렸다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그 말을 하는게 더 이상해보일것같아 말을 하길 주저했다.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 라는 생각에 그는 오른쪽 팔에 힘을 빼고는 그녀쪽을 향하게 했다. 자신이 느꼈던 불안감과 달리 미영은 착실히 준수의 팔을 압박하는것 같은 것을 준수의 팔에 감았다.
"에이... 나도 미쳤지... 설마 평범한 간호사누나가 그런 일을 할거라는 생각을 하다니..."
준수가 그렇게 안심을 할때쯤, 준수의 오른팔에 압박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것만 끝나면 미영이 나가겠지, 라는 생각을 할때쯤... 준수는 아까보다도 더한 당혹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미영은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일단 준수의 눈높이 자체가 미영의 가슴골에 곧바로 향하는 위치에 있었을뿐더러, 더 문제는 미영이 준수의 팔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긴탓에, 준수의 팔이 미영의 가슴에 닿아있었던 것이다. 준수는 화들짝 놀라 자신의 팔을 빼고 싶었지만, 미영의 눈치가 보여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잇었다. 미영의 눈치는 준수의 팔이 그녀의 가슴에 닿아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듯 했는데, 괜히 자신이 의식하는것처럼 행동해서 미영을 당혹스럽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게속 가만히 있는것도 문제였다. 어쨋든 자신은 병원에 누워서 여자의 맛을 본지(?) 한참 지나있었다. 즉, 정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할지라도 육체적으로 그의 몸은 굶주려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물건은 아까전에 미영의 가슴골을 본 이후부터 일치감치 솟구쳐있었다. 만약 미영이 자신이 덮고 있는 이불을 들춰낸다면... 민망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 분명했다. 준수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사이, 미영이 먼저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 내 소개를 안했네. 나는 미영이라고 해. 이미영."
"안녕하세요... 저는 준수..."
"알아 알아. 나는 몇번이고 준수를 봤는걸? 아... 준수 정신차리고 나서는 처음이니까... 아마 준수는 이렇게 나 보는거 처음이겠구나?"
"네...."
"병원에 입원해있으니까 심심하겠다. 그치?"
"아 뭐... 어쩔 수 없죠..."
"준수 나이대면 한창 밖에서 놀 나이일텐데. 그나저나 준수.... 여자친구 있니?"
"... 네....? 갑자기 그건 왜..."
준수는 당황스러웠다. 간호사가 갑자기 자신에게 여자친구의 유무를 왜 묻는단 말인가? 자신의 여자친구가 영희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그렇다고 은혜나 수정이 자신의 여자치구라고 말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고... 하지만 없다고 얘기하기도 애매하고... 하긴. 생각해보면 미영이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게 당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호를 오는거라고는 온통 여자들뿐 아닌가. 그리고 간호사들도 영희나 수정, 은혜가 자신과 가족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하는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쨋든 피곤해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준수는 미영에게 자신의 여자친구는 없다, 라고 말을 했다.
"그래? 에이... 준수같이 잘생긴애가 여자친구가 없다니... 말이 되?"
"정말인데...."
"그래....? 누나도 남자친구가 없는데... 아무래도 애인이 없으면 외로운거같아... 난 외로운데.. 준수는 안그러니?"
준수가 여자친구가 없다는 말이 나오자마자 미영은 더욱 도발적으로 준수에게 몸을 들이밀었다. 그녀의 가슴을 더욱 준수의 팔에 밀착시켰고, 준수의 팔에 의해 미영의 가슴이 끌어올려지며 속옷마저 보일지경이였다. 이미 맥박체크는 끝났건만, 미영은 준수에게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언제 그랬는지 미영은 단추 하나를 더 풀어해쳤고, 거의 준수를 잡아먹을 기세로 다가오려는 순간.... 하필이면 그럴 때 준수가 있는 병실의 문이 열리려고 했다. 커피를 사온다던 영희가 벌써 돌아온 것이였다. 준수는 적잖이 당황을 했다. 영희가 이 상황을 본다면... 이 일의 진행과정을 모르는 영희라면 분명 자신을 오해할 것이 뻔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당황한 것은 미영 또한 마찬가지였다.
"맥박측정 다 끝났어요?"
"네. 다 끝났습니다. 역시 정상범위네요. 특별한 이상은 없었어요. 그럼 전 이만..."
그 짧은 순간에 미영은 재빨리 자신의 옷매무새를 고친 채, 환자의 맥박측정을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간호사로 돌아와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가지고 왔었던 물건들을 가지고는 재빨리 병실을 빠져나갔다. 준수는 큰 고비를 다행히 넘겼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미영을 마중하는 영희는 온화한 표정이 가득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했던 것도 잠시... 미영이 나가자 영희는 여태껏 한번도 잠그지 않았던 병실을 굳게 잠그고는 준수에게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의 영희의 표정은 아까와는 사뭇 다른... 뭔가 화가 난 표정이였다. 준수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뭔가 일이 잘못?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였다.
"하하... 이모... 갑자기 이모 표정이 무서우니까 이상한데요...?"
"표정이 무섭다니... 호호... 난 평소랑 똑같은데? 아마 준수가 방금전까지 간호사누나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그런거 아닐까?"
"...... 이... 이모... 그게 무슨...."
"왜? 모를줄 알았니? 아무리 숨겨도 방금전까지 그거만큼은 숨길수가 없지... 게다가 이거..."
"아윽... 이... 이모..."
영희는 확실히 말로 표현하긴 힘들었지만, 방금전까지의 후끈했던 이 병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건 거의 확신에 가까운 여자로써의 감에 가까운 것이였다. 게다가 준수의 물건이 힘껏 발기되어있는 것을 보고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얄밉다는듯 준수의 물건을 힘껏 잡았다. 그런 영희의 행동에 놀라기도 놀랐지만, 부끄럽기도 해서 준수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해놓고도 변명할거야?"
"이... 이모...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솔직히 병원에서 몇일째 이러고 있는데 이건 이모가 조금 이해를..."
"흥... 몰라... 너 퇴원하기만해봐... 가만히 안놔둘테니까."
"헤헤... 그건 조금 기대되는데요?"
"... 너 정말... 못말려 진짜.."
드디어 준수가 퇴원하는 날이였다. 영희만이 준수를 마중나왔고, 수정과 은혜는 준수의 퇴원을 축하하기 위한 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준수의 집 인근 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있었다. 준수와 영희는 당분간은 너무 과격한 운동은 자제하라는 의사의 말에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렇게 그들은 병원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때... 준수는 때마침 저 멀리서 출근을 하는 미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아하니 오늘은 늦게 출근하는 날인것 같았다.
"이모... 저 잠시만요."
"응...? 왜?"
"저번에 제가 어떤 물음에 제대로 대답을 못한게 있거든요. 그 물음에 제대로 대답을 못한채 넘어가면... 나중에 분명 후회할것만 같아서 확실하게 대답을 하고 오려구요."
"그래...?"
영희는 준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준수의 태도가 전과 달리 믿음직스러웠기에 준수를 보내줬다. 밖에서 기다린다는 말을 남기고... 영희가 멀어지는것을 확인하고는 준수는 천천히 미영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미영은 준수가 그녀에게 다가오는 것을 확인하지 못한듯 했고, 그렇기에 준수가 먼저 미영의 뒤에서 미영의 이름을 불렀다.
"저... 미영누나...?"
"어... 어멋. 준수구나... 오늘 퇴원하는 날이지...?"
"네... 그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아니야... 내가 뭘... 간호사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을 했을 뿐인데 뭐..."
"길진 않았지만... 이 병원에서의 일들... 잊지 못할거에요. 누나랑의 일도요..."
"그... 그래...?"
"아 참... 저번에 저한테 여자친구 있냐고 물어보셨죠? 제가 그때 대답을 잘못한거같아서 확실하게 대답 하려구요. 저... 여자친구 있어요. 그리고 그 여자를 진심으로 많이 사랑해요. 아마... 무슨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여자를 사랑하는 마음은 평생동안 변하지 않을거에요."
"... 그....렇구나... 그 말 하려고 굳이 나한테 인사한거구나..."
"네... 그리고 누나한테 확실히 말하고 싶었던것도 있지만... 실은 저 자신에게도 확실하게 대답을 하고 싶었어요..."
"후훗... 그래...? 그래도 다행이야. 비록 짧은 순간이였지만, 그 순간이나마 내가 좋아했던 남자가 이렇게 멋있는 남자라서..."
"누나... 사실 누나 마음을 눈치채지 못했던건 아닌데... 죄송해요..."
"아니야. 후훗... 어머어머, 나 이러다가 지각하겠다. 아무튼 꼭 건강해야되. 그럼 안녕..."
미영의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준수에게 등을 돌린채 자신의 길을 향했다. 어쩌면 그녀가 준수에게 등을 돌린채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녀가 준수를 원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준수는 자신에게는 그 모든것을 감당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서로에게 더 큰 슬픔과 상처를 남기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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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 72화 모두 내용이 조금 밋밋하네요.
어쩔 수 없는 스토리적 흐름이라고 생각해주세요.
73화부터는 다시 화끈한 스토리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만....
어떻게 받아들여주실지 모르겠네요 ㅠ_ㅠ
아 그리고 여기서 등장한 미영이라는 캐릭터.
사실 이름 없이 하려고 하다가 아무래도 이름이 없으면 제가 불편해서 이름을 대충 지었네요.
뭐... 간호사가 저러냐?! 라고 따지실수도 있지만
너그러히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그럼 다음주까지 행복한 일주일 되시길 바랍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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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태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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