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놈 197
급박하게 몰아치는 해저 속 소용돌이와는 달리...
눈부신 햇살에 자신의 속살 일부만 내보이던 수면 위는 고요하기 그지없게 흐르고 있었다.
보도 시간의 절반 가량을 할애해 쏟아내던 매체의 호들갑과는 대조적으로...
침중하게 가라앉을 수 밖에 없었던 장례식장..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던 거물의 퇴장은...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불러들이고 있었고...
그들이 머물다 가는 시간은 5분..10분에 불과했지만..
그곳은 가벼운 인사만이 아닌
음모와 미래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얽힌 먹이그물의 각축장이 되기도 했는데...
필요하다 싶으면 언제든 파기될 수 있는 허약한 약혼자의 신분..
그가 지닌 명함은 그 소리없는 아수라장 속에서
몇몇 이들을 제외하곤 외면의 존재 그 자체일수밖에 없었고..
성호 본인 역시...
그러한 자신의 위치에 무척이나 만족해하고 있었다.
물론...
다른 누구보다 깊은 슬픔에 잠겨있던 송이에겐...
그가 자신의 옆을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기도 했지만...
그의 시야에는..
흐느낌으로 더욱 좁아진 어깨의 그녀보다는..
거짓과 위선으로 위장한 채 동분서주하던 존재들의 움직임만 들어오고 있었고..
“아버님...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화급을 다투는 일 아니라면 나중에 나누도록 하지...”
“네에.........”
누가 자신의 적인지...아니면 아군 아닌 아군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에게 주어진 짧디짧은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일 때문에 자리 좀 비워야겠어...”
“응........다녀와...오빠..”
“발인하고 내일 장지까지 이동하려면 피곤할텐데 너도 좀 쉬어..”
“응...그럴게요...”
그리고...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던 그곳에서의 영상은...
사그라든 생명과는 정반대의 입장에 처해있던 누군가에게도 온전히 보여지고 있었고..
“여보세요...”
“나...”
“응....나 지금 좀 바쁜데......”
“장례식장이야?”
“아니....처리할 일이 있어서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어...중요한 일 아니면 다음에 통화하자 지연아...”
“성호야..”
“................”
“휴~~~아니다......좀 한가해지면 전화줘...자기에게 꼭 해줄말이 있어...”
“알았어.......”
그녀는...
그러지 않아도 될 법하건만...
또다시 자신에게 씌워진 운명의 사슬을 스스로 옭아매려 하고 있었으니........
“왔군요..?”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요...큰 일로 인해 경황없다는 것 알지만....이쪽 역시 급하게 돌아가는지라...실례를 범해야 했네요...괜찮죠?”
“예...”
“다름이 아니고 말이에요....유검사가 리포트하기로 했던 일......”
“...........................?”
“시일을 조금 당겼으면 하네요...이건 내 개인적인 의사가 아니라...저~~쪽에서 어찌 알았는지....알고 싶어 하셔서.....되겠지요?”
“VIP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뭐.......그렇게 봐야겠죠..왜 그럴만한 덩어리가 안되나?”
“..........................”
“한부장이 하도 성화여서 내 들어보지도 않고 저질르긴 했는데.....”
“지검장님 입장 곤란해질 일은 만들지 않습니다. 단....제가 그토록 숨긴 이유는 이 일이 워낙 보안을 요하는 사안인지라..”
“그래서!!!!!........그래서 직접 들어보시겠다는거 아닌가 싶네요...”
“재단하려 들지 않겠습니까?”
“후훗.........해야될 일이면 해야겠죠......우린 웬만해선 원감을 그대로 보존하자는 주의이긴 하지만.....나라 녹을 먹는 사람입장에서 불충을 저지르면 안되는 모순 아닌 모순도 존재하긴하잖아요....유성호 검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제 의견이 존중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후후훗....역시...유성호 검사는 이렇게 머리회전이 남달라서 좋단 말이야.......삐익~~~~”
“네..지검장님!!!!!!”
“밖에 윤차장 대기하고 있죠?”
“넵.........”
“들어오라고 해요...”
“네...지검장님!!!!!!!!!!”
비단
그 억센 철사슬은....
새생명을 잉태한 그녀 뿐 아니라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에 괴로워하던 그에게도 날아들어 옭아매지고 있었고...
“엄검!!!!!!!!!!!”
“죄송해요....하지만....”
“아아~~~엄지수 검사는 잘못이 없어요...그저 우리같이 호기심 많은 선배들 말을 잘 따르는 착하고 예쁜 검사일 뿐이지...”
“유검.....다음주 오늘까지 상부 브리핑 작업에 사용될 최종 보고서 제출하도록 하게..”
“차장님!!!!!!!!!”
“그리 억울해 할 것 없어......자네가 나설 기회는 주어질 테니까...알겠나!!?”
“저를 공명심에 눈먼 그저 그렇고 그런 놈으로 몰고 가려 하십니까?”
“아닌 건 자네가 더 잘 알테고...”
“차장님!!!!!!!!!!”
“하극상을 범하기엔 이 검찰이 그리 만만한 조직은 아니다 싶은데....?”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마무리 잘해서 넘기도록 해.......”
“.............................”
하나의 철물로도 버겁기 그지없는데...
이곳 저곳에서 무차별적으로 날아들던 그것에
그의 눈빛은 끝도 없는 붉음으로 칠해져 가야만 했다.
“오빠......”
“꺼져......”
“오빠 내 말도 일단 좀 들어보고....”
“지랄하지 말고 꺼지라고.......”
“하아~~~~”
“UM그룹....즉 네 아버지 회사도.......관련되어 있다는 사실..내가 모를것 같았어?”
“그걸 어찌...........”
“근데도 난 너 믿었다...아니 믿을 수 밖에 없었지....아니면 발악조차 못해보고 물거품 될게 뻔하니까...”
“.....................”
“반은 틀렸고 반만 맞았는데.........하긴 것도 모르는거지...마지막에 또 어찌 돌변할지 모르니까 말이야..”
“그 길......오빠가 가려고 하는길....가지 않으면 돼........”
“영원히 개로 살라고? 내가....사람이 되는걸 넌 보고 싶지 않구나? 그치?”
“......................................”
“넌 네 갈길 가.....난 내 갈길 갈테니까...과거에도 그랬고...현재도 이리 좆같고...알 수 없는 미래 또한 그럴 확률이 99.99%지만.......본인 앞가림은 스스로가 하는 걸로...”
“............................”
“내 방에서 제발 좀 꺼져주라......지금은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니까...”
“아무리 숨기려 해도...언젠가는 드러날 일이었어!!....오빠 의도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그들이 모를것 같애? 모르긴 몰라도 여기 이 건물에서만도 오빠만 노려보는 눈들이 수도 헤아리기 어려울만큼 많을텐데......”
“가장 정확한 눈은 네 그 눈이지...당장이라도 뽑아버리고 싶은 그 눈깔.......!!!!!”
“오빠!!!!!!!!!!!!!!”
“난 내가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인줄 알고 살아왔어...그 사실에 약간의 자부심도 있었고....근데 말야...어느날 내 모습을 돌아보니까.....내 생각과는 달리...내 자신이 너무도 인간미 넘치는 나약한 놈이었던 거야.....오는 여자 안말리고...가는 년 제대로 못가게 분탕질쳐서 붙잡고.....공과 사도 구분못해서 동료 아버지 회사의 과오도 덮으려고 했던....그런 병신같은 놈이었던 거지.......”
“...............................”
“이리 살면 안되겠다싶대.....이리 살아 뭐하냐 싶었고.....늦은감이 있긴 하지만...그 마음은 지금에서야 확실해지는 것 같다....가라.....바쁠텐데 가서 할 일 해라...엄지수 검사!!!!!!”
“오빠............”
“며칠 못잤더니...피곤하다........말 걸지마.....앞으로도 영원히........”
“아직 윗분들은 이 사안의 파급력까진 못 헤아리고 계셔...”
“애완견이 똥개 위해줄줄도 알고.......”
“오빠가 진행하던 사안에 대해서는 모른다고!!!!!!!!그저......정치쪽 인사들만..........”
“병신같은게 정말 병신짓거리 하고 있네!!!!!!!!!!야 엄지수!!!!!!!!!”
“...........................”
“두 마리 토끼 쫓을 자신 없으면 그냥 조용히 찌그러져 있기나 해!!!!이게 어디서 주접을 떨고 지랄이야 지랄은......”
“난..........난........”
“네가 무슨 짓을 해도....설령 네 아버지 입을 통해서 그놈들에게 이 일이 흘러들어간다 하더라도 난 포기안해.....”
“오빠.........난...........난 오빠를....”
“정치인사들로 한정짓는다고? 풉........네가 존경해마지 않는 저 윗분들은 어디 고스톱쳐서 그 자리까지 올라간줄 알아? 네가 나한테 넘긴 자료...그거 대충 훑어보기만 해도 뭔가가 누락되어 있다는걸 알았는데...내가 그 정도인데.....저 인간들이 그리 호락호락 네 뜻대로 흘러갈것 같냐고!!!!!!!”
“...........................”
“저 사람들도 당신들 어렸을적엔 전부 난다긴다 했던 사람들이야....수석? 차석?....검찰내에 그런 인사들이 어디 한두명이냐고!!!!!!! 널리고 널린게 그런 놈들인데...하하하....나 참.......유아적인 발상은 너 혼자만 즐기고 앞으론 제발 나 좀 가만 내비둬라.........알겠냐!!!!”
“.................................”
그 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에 있던 모든 여인들 또한 각자의 이유로...
현재로선 같은 색의 눈빛을 띌 수 밖에 없었지만...
0.01%의 희망마저 사라진 듯 했던 그의 상태는...
그러한 존재들을 포용해줄 수 있는 처지가 되지 못했기에...
자신의 진심을 알아달라 소리칠 수도 없었다.
“노 지검장으로부터 방금 연락받았습니다..당분간은 경거망동 않을테니 염려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허허허허....총장께서 그리 신경써주시니........여튼 이번 일은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저야 뭐...당연히 제 할 도리를 다 한 것 뿐이지 않습니까...옷 벗기전에 이렇게나마 도움 드릴 수 있어서 제가 다 영광입니다...”
“더 좋은 옷으로 갈아입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일 마무리 되는대로 한번 보는 것으로 하지요...”
“허허..그럼 이번엔 드디어 나오시는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그래야죠....늙고 이빨 빠진 호랑이래도...엄연한 호랑이였는데...가죽도 못 남긴 채 죽어 씁쓸하긴 합니다만.....그 자식들이 있으니....”
“어르신 계신 곳 건너편에 묻힌다고 들었습니다만....”
“후후훗....몇년이나 가겠습니까? 들어내야죠!!!!!!!!혼령도 남기지 못할만큼 전부......들어낼 겁니다.......”
“예........그러셔야죠.......본래의 주인이 엄연히 계신데..감히......”
마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세계 속에서...
그들이 하라는 대로...
벗어나려고 해도 결국 그들의 손바닥 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트루먼처럼...
조종하는 대로 놀아나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책상에 묻힌 그의 얼굴은 한동안이나 올라올 생각을 않았고...
“형.....”
“어이구~~이게 누구야....요즘은 TV에도 가끔 나오는 우리.......”
“엄마한테 전화해서...아니다..형이 당분간 엄마 좀 모시고 있어줘..”
“갑자기 왜...어머니 어디 편찮으시대? 나한텐 그런 말씀 없으셨는데..”
“그런거 아니고..그냥....좀 그래...나중에 말해줄게...”
“평일이라 가긴 좀 그렇고..내가 시간봐서 주말에 다니러가던가 하마..”
“아니..지금 당장....좀 해줘...”
“성호야.....뭔일 있냐?”
“그런거 없어...형수한테는 내가 그러라고 했다고 하면...”
“그런건 내가 알아서 할게....넌...”
“그래 고마워....끊는다..”
“허어~~이놈이.......”
형과의 통화 이후에도 다시 묻어가던 고개는...
계속해서 그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이제 회장님께서 깊고도 깊은 영면의 길에 들어가십니다....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고인의 진실한 명복을 빌어주시기 바랍니다......일동 묵......념”
“흑흑.........흑.........할아버지...........흑.........”
“흑흑흑........흑흑...........회장님..............”
“.......................................”
출생지에서 이루어지던 영결식을 마치고...
돌아서던 찰나...
“대사를 앞두고 다른 생각은 않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의 귓가에 쏟아지던 날카로운 경고가 울려퍼지기 전까진....
그 또한 깊은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헤매이고 있었지만..
“이런 일 앞에서도 초연할 수 있는 부회장님의 정신에 심심한 애도를 표합니다.”
“허허허.....웃으면 안되는 날이긴 하지만....좀처럼 참을 수가 없군요...”
“제가 봤을때는 말이죠...부회장님이 마음만 굳게 먹으면 그깟 하일이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삼킬수도 있을것 같은데....잘못된 판단입니까?”
“그러기엔 저 또한 저기 계신분과 같은 처지가 멀지 않았기에...허허허허....”
“끝까지 말씀을 안해주시네요?”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검사님께도 유익할 것 같습니다만..”
“어디서부터 시작하실 것입니까?”
“아무래도...동양의 풍습은 죽음에 대해서 애도를 갖는 시간을 필요로 할 것 같기에..”
“미국발 태풍을 불러일으키겠다?”
“검사님께서도 준비해주셨으면 합니다..이건..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드리는 경고입니다.”
“묻히기에는 딱 좋은 날씨군요.....”
“이곳은 벌써 봄이 시작된 듯 허니.......”
“애당초 겨울을 겪어보지 않았으니..그 혹독함 자체를 모를 수도 있죠...”
“말이 그렇게 됩니까? 허허허허...”
“아무리 기분좋아도 그렇지...오늘 유난히 웃음을 많이 보이십니다..”
“그런 날이니까요.....”
“그럼 저 먼저 실례하죠....”
“예...서울 올라가시는 길....편안한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부회장님 또한..........”
자신에게 향했던 싸늘한 미소를 등지자..
그의 얼굴에도 잃어버렸던 생기가 돋아나길 시작했고...
“내 차로 같이 올라가...”
“오빠 피곤할텐데.....흑.......”
“괜찮아...가면서 할 얘기도 있고....”
“응..........그렇게 전할게....”
“부모님께 인사는 방금 드렸어...너도 하고 와..”
“안그래도 돼.........”
“보는 눈이 많아.......하고 싶지 않아도 해........”
“응..............”
영결식장 앞에 도열해있던 수많은 취재진을 뚫고...
그녀와 함께 올라오던 길에는...
금방이라도 꺼질듯 했던 위태로운 의지마저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
“회장님 돌아가신 일은 너에게는 너무 슬픈 일이지만...언제까지 그렇게 있을 수는 없어..”
“나도 알아...그렇지만...아직도 잘 안믿겨.......흑........”
“며칠내로 임시주주총회 소집 관련한 안건이 이사회 앞으로 날아올거야..”
“주주총회?”
“어....”
“아직 상중인데......누가 감히 그런........아빠가 허락하지 않으실거야..”
“그건 아무도 장담 못해....아버님 또한 잘 된 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어째서? 어째서 아직 할아버지 가신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런 일을....”
“나도 잘은 모르지만 기업하는 사람들의 생리가 그래...하루도 자리를 비워둘 수 없는...그 자리가 회장님 같은 거대한 자리라면 더더욱....”
“하아~~~모르겠어...난 정말.....잘 모르겠어..........”
“모든 권한 내게 일임해.....”
“!!!!!!!!!!!!!!!!!!!!!!!!!!!!!!!!!!!!!!”
“난 너 안믿어.......예전에도 그랬고..지금도 그래...너 또한 그렇겠지만...지금부턴 넌 날 믿어....이건 강요야...”
“오빠..........”
“총회 얘기 나오는대로 법적 자문 법무팀이랑 상의해보고...일임하도록 해...”
“오빠 갑자기....무슨.............”
“눈 좀 부쳐........갈길이 멀어.....”
“오빠~~~~~”
더구나...
생각지도 못한 소식이 날아들자....
살아야하는...
반드시 그래야만 하겠다는 의지는 그 한계를 모르고 솟구치고 있었고..
“나..... 임신했어....”
“푸하..............이 바보같은게 무슨.......정말?.........너 정말이야?”
“응....이런 일로 거짓말할 배짱은 못돼...자기가 더 잘 알잖아...”
“하아.......정말.........정말인거지?”
“응.......우리....아가 생겼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기뻐해줘서 고마워.....”
“그때? 그때 생긴거야?”
“응..........”
“하하하하하......정말.......”
“.......................”
“지금 어디야?”
“나 오늘....이사했어.....”
“어디로? 왜 집에 안있고........갑자기 무슨 이사야...”
“자기 엄마가....그러라하셔서....자기네 집 근처 깨끗한 곳에 방 얻어주셨어...”
“푸하..........그래서 지난번에 전화하셨던거구나?”
“응...그날 알려드렸어...전화하실 때 옆에 같이 있었구...”
“하하하하하.......세상 참.........짐 정리는 다 했어?”
“응...짐이랄것도 없지 뭐....이제부터 하나하나 사들일거야...자기가 예전에 준 돈...그걸로...나 그래도 되지?”
“문자로 주소 찍어줘....”
“왜?”
“지금 갈게.......”
“푸하......정말? 정말 오려구? 내일 출근해야하는거 아냐?”
“아니...나 짤렸어...이제부터 백수야....”
“피.........늦었는데...천천히 와...나중에 와도 되구......”
“출발한다...”
“응.........보고싶어....보고싶어 죽겠어.....”
전라도와 서울...
서울과 강원도를 아우르는 대여정의 운전에도.....
피곤한 줄 모르는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게끔 하고 있었다.
“아들이래 딸이래?”
“그걸 벌써 어떻게 알아....아직 몰라....알아도 안가르쳐줘...”
“키키키...그렇구나...병원은 누구랑 갔어?”
“처음엔 혼자갔구....며칠전엔 우리 엄마랑...”
“부모님도 아셔?”
“응...말씀드렸어.....”
“나 완전 나쁜놈 되는구나....그치?”
“아냐....좋아들 하셨어...혼자 나가 산다니까...극구 반대했지만....엄만 가게일도 내팽겨치고 거의 여기서 살 기세인데 뭐...”
“그럼 나는 안심돼서 좋긴 한데...”
“아마 내일부턴 여기서 주무신다고 할지도 몰라...”
“그래....우와~~아무리 짐이 없다곤 해도....침대 딸랑 하나...푸하...너무하다...”
“나 사치 막 부리고......그래도 되지?”
“사치부릴 공간도 없구만 뭘.........마음껏 부려봐.....돈은 내가 달러빚을 내서라도 대줄게..”
“피.......그런거 다 필요없어...난...그냥 자기만 옆에 있음 돼.....”
“하아~~~피곤한데....너 안고 있으니까...잠도 안오고....”
“꿈 깨세요.....아직 위험한 시기라....안돼!!!!!!”
“입으로도?”
“이 쒸.........안돼....싫어!!!!!!!!!!”
“호오~~~울 지연이...임신하더니 배가 아니라 간부터 커지는구나?..그런거야?”
“오지마라고 할걸..괜히 말해선..........”
찡찡거리길 몇 분....
자신의 배 위에 손을 올려놓은 채 잠든 그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던 지연 또한...
그와는 달라도....그 만큼이나 사랑을 지키고자 하는 다짐은 굳건해져 갔고.....
“안된다며...?”
“피....우리 아가 나오기전까진...이게 마지막이야.....쭙쭙쭙~~~~”
“좋다............흐흐흐......”
“바보........쭈웁쭙~~~~쭙~~~”
“바보여도 좋아.....이렇게 좋은데.....그까짓........살살해......”
아침을 깨워가던 모습에서..
그러한 그녀의 의지는 온전한 과거의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정리되는대로 내려올게.....”
“웅.........”
“잘 지내고...연락 없어도...걱정하지 말고 있어...”
“응.....그럴게...”
“간다..........”
“응..............”
“찔찔이 또 운다..........콱~~~~~너 닮은 애 나올까봐 벌써부터 겁난다...그만 울어!!!”
“응.......안울어...빨리 가.....”
멀어져가던 그의 씩씩한 뒷모습......
웬지 모를 불안함이 너무도 진하게 덮쳐왔지만......
그 시간을 그토록 추억하게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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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놈이 이 난국을 어찌 풀어나갈지...
3편밖에 안남았는데....허허..
바쁜 아침이네요...
그래서 오늘자 요약은 없습니다...
급박하게 몰아치는 해저 속 소용돌이와는 달리...
눈부신 햇살에 자신의 속살 일부만 내보이던 수면 위는 고요하기 그지없게 흐르고 있었다.
보도 시간의 절반 가량을 할애해 쏟아내던 매체의 호들갑과는 대조적으로...
침중하게 가라앉을 수 밖에 없었던 장례식장..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던 거물의 퇴장은...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불러들이고 있었고...
그들이 머물다 가는 시간은 5분..10분에 불과했지만..
그곳은 가벼운 인사만이 아닌
음모와 미래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얽힌 먹이그물의 각축장이 되기도 했는데...
필요하다 싶으면 언제든 파기될 수 있는 허약한 약혼자의 신분..
그가 지닌 명함은 그 소리없는 아수라장 속에서
몇몇 이들을 제외하곤 외면의 존재 그 자체일수밖에 없었고..
성호 본인 역시...
그러한 자신의 위치에 무척이나 만족해하고 있었다.
물론...
다른 누구보다 깊은 슬픔에 잠겨있던 송이에겐...
그가 자신의 옆을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기도 했지만...
그의 시야에는..
흐느낌으로 더욱 좁아진 어깨의 그녀보다는..
거짓과 위선으로 위장한 채 동분서주하던 존재들의 움직임만 들어오고 있었고..
“아버님...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화급을 다투는 일 아니라면 나중에 나누도록 하지...”
“네에.........”
누가 자신의 적인지...아니면 아군 아닌 아군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에게 주어진 짧디짧은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일 때문에 자리 좀 비워야겠어...”
“응........다녀와...오빠..”
“발인하고 내일 장지까지 이동하려면 피곤할텐데 너도 좀 쉬어..”
“응...그럴게요...”
그리고...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던 그곳에서의 영상은...
사그라든 생명과는 정반대의 입장에 처해있던 누군가에게도 온전히 보여지고 있었고..
“여보세요...”
“나...”
“응....나 지금 좀 바쁜데......”
“장례식장이야?”
“아니....처리할 일이 있어서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어...중요한 일 아니면 다음에 통화하자 지연아...”
“성호야..”
“................”
“휴~~~아니다......좀 한가해지면 전화줘...자기에게 꼭 해줄말이 있어...”
“알았어.......”
그녀는...
그러지 않아도 될 법하건만...
또다시 자신에게 씌워진 운명의 사슬을 스스로 옭아매려 하고 있었으니........
“왔군요..?”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요...큰 일로 인해 경황없다는 것 알지만....이쪽 역시 급하게 돌아가는지라...실례를 범해야 했네요...괜찮죠?”
“예...”
“다름이 아니고 말이에요....유검사가 리포트하기로 했던 일......”
“...........................?”
“시일을 조금 당겼으면 하네요...이건 내 개인적인 의사가 아니라...저~~쪽에서 어찌 알았는지....알고 싶어 하셔서.....되겠지요?”
“VIP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뭐.......그렇게 봐야겠죠..왜 그럴만한 덩어리가 안되나?”
“..........................”
“한부장이 하도 성화여서 내 들어보지도 않고 저질르긴 했는데.....”
“지검장님 입장 곤란해질 일은 만들지 않습니다. 단....제가 그토록 숨긴 이유는 이 일이 워낙 보안을 요하는 사안인지라..”
“그래서!!!!!........그래서 직접 들어보시겠다는거 아닌가 싶네요...”
“재단하려 들지 않겠습니까?”
“후훗.........해야될 일이면 해야겠죠......우린 웬만해선 원감을 그대로 보존하자는 주의이긴 하지만.....나라 녹을 먹는 사람입장에서 불충을 저지르면 안되는 모순 아닌 모순도 존재하긴하잖아요....유성호 검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제 의견이 존중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후후훗....역시...유성호 검사는 이렇게 머리회전이 남달라서 좋단 말이야.......삐익~~~~”
“네..지검장님!!!!!!”
“밖에 윤차장 대기하고 있죠?”
“넵.........”
“들어오라고 해요...”
“네...지검장님!!!!!!!!!!”
비단
그 억센 철사슬은....
새생명을 잉태한 그녀 뿐 아니라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에 괴로워하던 그에게도 날아들어 옭아매지고 있었고...
“엄검!!!!!!!!!!!”
“죄송해요....하지만....”
“아아~~~엄지수 검사는 잘못이 없어요...그저 우리같이 호기심 많은 선배들 말을 잘 따르는 착하고 예쁜 검사일 뿐이지...”
“유검.....다음주 오늘까지 상부 브리핑 작업에 사용될 최종 보고서 제출하도록 하게..”
“차장님!!!!!!!!!”
“그리 억울해 할 것 없어......자네가 나설 기회는 주어질 테니까...알겠나!!?”
“저를 공명심에 눈먼 그저 그렇고 그런 놈으로 몰고 가려 하십니까?”
“아닌 건 자네가 더 잘 알테고...”
“차장님!!!!!!!!!!”
“하극상을 범하기엔 이 검찰이 그리 만만한 조직은 아니다 싶은데....?”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마무리 잘해서 넘기도록 해.......”
“.............................”
하나의 철물로도 버겁기 그지없는데...
이곳 저곳에서 무차별적으로 날아들던 그것에
그의 눈빛은 끝도 없는 붉음으로 칠해져 가야만 했다.
“오빠......”
“꺼져......”
“오빠 내 말도 일단 좀 들어보고....”
“지랄하지 말고 꺼지라고.......”
“하아~~~~”
“UM그룹....즉 네 아버지 회사도.......관련되어 있다는 사실..내가 모를것 같았어?”
“그걸 어찌...........”
“근데도 난 너 믿었다...아니 믿을 수 밖에 없었지....아니면 발악조차 못해보고 물거품 될게 뻔하니까...”
“.....................”
“반은 틀렸고 반만 맞았는데.........하긴 것도 모르는거지...마지막에 또 어찌 돌변할지 모르니까 말이야..”
“그 길......오빠가 가려고 하는길....가지 않으면 돼........”
“영원히 개로 살라고? 내가....사람이 되는걸 넌 보고 싶지 않구나? 그치?”
“......................................”
“넌 네 갈길 가.....난 내 갈길 갈테니까...과거에도 그랬고...현재도 이리 좆같고...알 수 없는 미래 또한 그럴 확률이 99.99%지만.......본인 앞가림은 스스로가 하는 걸로...”
“............................”
“내 방에서 제발 좀 꺼져주라......지금은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니까...”
“아무리 숨기려 해도...언젠가는 드러날 일이었어!!....오빠 의도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그들이 모를것 같애? 모르긴 몰라도 여기 이 건물에서만도 오빠만 노려보는 눈들이 수도 헤아리기 어려울만큼 많을텐데......”
“가장 정확한 눈은 네 그 눈이지...당장이라도 뽑아버리고 싶은 그 눈깔.......!!!!!”
“오빠!!!!!!!!!!!!!!”
“난 내가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인줄 알고 살아왔어...그 사실에 약간의 자부심도 있었고....근데 말야...어느날 내 모습을 돌아보니까.....내 생각과는 달리...내 자신이 너무도 인간미 넘치는 나약한 놈이었던 거야.....오는 여자 안말리고...가는 년 제대로 못가게 분탕질쳐서 붙잡고.....공과 사도 구분못해서 동료 아버지 회사의 과오도 덮으려고 했던....그런 병신같은 놈이었던 거지.......”
“...............................”
“이리 살면 안되겠다싶대.....이리 살아 뭐하냐 싶었고.....늦은감이 있긴 하지만...그 마음은 지금에서야 확실해지는 것 같다....가라.....바쁠텐데 가서 할 일 해라...엄지수 검사!!!!!!”
“오빠............”
“며칠 못잤더니...피곤하다........말 걸지마.....앞으로도 영원히........”
“아직 윗분들은 이 사안의 파급력까진 못 헤아리고 계셔...”
“애완견이 똥개 위해줄줄도 알고.......”
“오빠가 진행하던 사안에 대해서는 모른다고!!!!!!!!그저......정치쪽 인사들만..........”
“병신같은게 정말 병신짓거리 하고 있네!!!!!!!!!!야 엄지수!!!!!!!!!”
“...........................”
“두 마리 토끼 쫓을 자신 없으면 그냥 조용히 찌그러져 있기나 해!!!!이게 어디서 주접을 떨고 지랄이야 지랄은......”
“난..........난........”
“네가 무슨 짓을 해도....설령 네 아버지 입을 통해서 그놈들에게 이 일이 흘러들어간다 하더라도 난 포기안해.....”
“오빠.........난...........난 오빠를....”
“정치인사들로 한정짓는다고? 풉........네가 존경해마지 않는 저 윗분들은 어디 고스톱쳐서 그 자리까지 올라간줄 알아? 네가 나한테 넘긴 자료...그거 대충 훑어보기만 해도 뭔가가 누락되어 있다는걸 알았는데...내가 그 정도인데.....저 인간들이 그리 호락호락 네 뜻대로 흘러갈것 같냐고!!!!!!!”
“...........................”
“저 사람들도 당신들 어렸을적엔 전부 난다긴다 했던 사람들이야....수석? 차석?....검찰내에 그런 인사들이 어디 한두명이냐고!!!!!!! 널리고 널린게 그런 놈들인데...하하하....나 참.......유아적인 발상은 너 혼자만 즐기고 앞으론 제발 나 좀 가만 내비둬라.........알겠냐!!!!”
“.................................”
그 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에 있던 모든 여인들 또한 각자의 이유로...
현재로선 같은 색의 눈빛을 띌 수 밖에 없었지만...
0.01%의 희망마저 사라진 듯 했던 그의 상태는...
그러한 존재들을 포용해줄 수 있는 처지가 되지 못했기에...
자신의 진심을 알아달라 소리칠 수도 없었다.
“노 지검장으로부터 방금 연락받았습니다..당분간은 경거망동 않을테니 염려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허허허허....총장께서 그리 신경써주시니........여튼 이번 일은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저야 뭐...당연히 제 할 도리를 다 한 것 뿐이지 않습니까...옷 벗기전에 이렇게나마 도움 드릴 수 있어서 제가 다 영광입니다...”
“더 좋은 옷으로 갈아입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일 마무리 되는대로 한번 보는 것으로 하지요...”
“허허..그럼 이번엔 드디어 나오시는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그래야죠....늙고 이빨 빠진 호랑이래도...엄연한 호랑이였는데...가죽도 못 남긴 채 죽어 씁쓸하긴 합니다만.....그 자식들이 있으니....”
“어르신 계신 곳 건너편에 묻힌다고 들었습니다만....”
“후후훗....몇년이나 가겠습니까? 들어내야죠!!!!!!!!혼령도 남기지 못할만큼 전부......들어낼 겁니다.......”
“예........그러셔야죠.......본래의 주인이 엄연히 계신데..감히......”
마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세계 속에서...
그들이 하라는 대로...
벗어나려고 해도 결국 그들의 손바닥 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트루먼처럼...
조종하는 대로 놀아나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책상에 묻힌 그의 얼굴은 한동안이나 올라올 생각을 않았고...
“형.....”
“어이구~~이게 누구야....요즘은 TV에도 가끔 나오는 우리.......”
“엄마한테 전화해서...아니다..형이 당분간 엄마 좀 모시고 있어줘..”
“갑자기 왜...어머니 어디 편찮으시대? 나한텐 그런 말씀 없으셨는데..”
“그런거 아니고..그냥....좀 그래...나중에 말해줄게...”
“평일이라 가긴 좀 그렇고..내가 시간봐서 주말에 다니러가던가 하마..”
“아니..지금 당장....좀 해줘...”
“성호야.....뭔일 있냐?”
“그런거 없어...형수한테는 내가 그러라고 했다고 하면...”
“그런건 내가 알아서 할게....넌...”
“그래 고마워....끊는다..”
“허어~~이놈이.......”
형과의 통화 이후에도 다시 묻어가던 고개는...
계속해서 그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이제 회장님께서 깊고도 깊은 영면의 길에 들어가십니다....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고인의 진실한 명복을 빌어주시기 바랍니다......일동 묵......념”
“흑흑.........흑.........할아버지...........흑.........”
“흑흑흑........흑흑...........회장님..............”
“.......................................”
출생지에서 이루어지던 영결식을 마치고...
돌아서던 찰나...
“대사를 앞두고 다른 생각은 않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의 귓가에 쏟아지던 날카로운 경고가 울려퍼지기 전까진....
그 또한 깊은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헤매이고 있었지만..
“이런 일 앞에서도 초연할 수 있는 부회장님의 정신에 심심한 애도를 표합니다.”
“허허허.....웃으면 안되는 날이긴 하지만....좀처럼 참을 수가 없군요...”
“제가 봤을때는 말이죠...부회장님이 마음만 굳게 먹으면 그깟 하일이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삼킬수도 있을것 같은데....잘못된 판단입니까?”
“그러기엔 저 또한 저기 계신분과 같은 처지가 멀지 않았기에...허허허허....”
“끝까지 말씀을 안해주시네요?”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검사님께도 유익할 것 같습니다만..”
“어디서부터 시작하실 것입니까?”
“아무래도...동양의 풍습은 죽음에 대해서 애도를 갖는 시간을 필요로 할 것 같기에..”
“미국발 태풍을 불러일으키겠다?”
“검사님께서도 준비해주셨으면 합니다..이건..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드리는 경고입니다.”
“묻히기에는 딱 좋은 날씨군요.....”
“이곳은 벌써 봄이 시작된 듯 허니.......”
“애당초 겨울을 겪어보지 않았으니..그 혹독함 자체를 모를 수도 있죠...”
“말이 그렇게 됩니까? 허허허허...”
“아무리 기분좋아도 그렇지...오늘 유난히 웃음을 많이 보이십니다..”
“그런 날이니까요.....”
“그럼 저 먼저 실례하죠....”
“예...서울 올라가시는 길....편안한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부회장님 또한..........”
자신에게 향했던 싸늘한 미소를 등지자..
그의 얼굴에도 잃어버렸던 생기가 돋아나길 시작했고...
“내 차로 같이 올라가...”
“오빠 피곤할텐데.....흑.......”
“괜찮아...가면서 할 얘기도 있고....”
“응..........그렇게 전할게....”
“부모님께 인사는 방금 드렸어...너도 하고 와..”
“안그래도 돼.........”
“보는 눈이 많아.......하고 싶지 않아도 해........”
“응..............”
영결식장 앞에 도열해있던 수많은 취재진을 뚫고...
그녀와 함께 올라오던 길에는...
금방이라도 꺼질듯 했던 위태로운 의지마저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
“회장님 돌아가신 일은 너에게는 너무 슬픈 일이지만...언제까지 그렇게 있을 수는 없어..”
“나도 알아...그렇지만...아직도 잘 안믿겨.......흑........”
“며칠내로 임시주주총회 소집 관련한 안건이 이사회 앞으로 날아올거야..”
“주주총회?”
“어....”
“아직 상중인데......누가 감히 그런........아빠가 허락하지 않으실거야..”
“그건 아무도 장담 못해....아버님 또한 잘 된 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어째서? 어째서 아직 할아버지 가신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런 일을....”
“나도 잘은 모르지만 기업하는 사람들의 생리가 그래...하루도 자리를 비워둘 수 없는...그 자리가 회장님 같은 거대한 자리라면 더더욱....”
“하아~~~모르겠어...난 정말.....잘 모르겠어..........”
“모든 권한 내게 일임해.....”
“!!!!!!!!!!!!!!!!!!!!!!!!!!!!!!!!!!!!!!”
“난 너 안믿어.......예전에도 그랬고..지금도 그래...너 또한 그렇겠지만...지금부턴 넌 날 믿어....이건 강요야...”
“오빠..........”
“총회 얘기 나오는대로 법적 자문 법무팀이랑 상의해보고...일임하도록 해...”
“오빠 갑자기....무슨.............”
“눈 좀 부쳐........갈길이 멀어.....”
“오빠~~~~~”
더구나...
생각지도 못한 소식이 날아들자....
살아야하는...
반드시 그래야만 하겠다는 의지는 그 한계를 모르고 솟구치고 있었고..
“나..... 임신했어....”
“푸하..............이 바보같은게 무슨.......정말?.........너 정말이야?”
“응....이런 일로 거짓말할 배짱은 못돼...자기가 더 잘 알잖아...”
“하아.......정말.........정말인거지?”
“응.......우리....아가 생겼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기뻐해줘서 고마워.....”
“그때? 그때 생긴거야?”
“응..........”
“하하하하하......정말.......”
“.......................”
“지금 어디야?”
“나 오늘....이사했어.....”
“어디로? 왜 집에 안있고........갑자기 무슨 이사야...”
“자기 엄마가....그러라하셔서....자기네 집 근처 깨끗한 곳에 방 얻어주셨어...”
“푸하..........그래서 지난번에 전화하셨던거구나?”
“응...그날 알려드렸어...전화하실 때 옆에 같이 있었구...”
“하하하하하.......세상 참.........짐 정리는 다 했어?”
“응...짐이랄것도 없지 뭐....이제부터 하나하나 사들일거야...자기가 예전에 준 돈...그걸로...나 그래도 되지?”
“문자로 주소 찍어줘....”
“왜?”
“지금 갈게.......”
“푸하......정말? 정말 오려구? 내일 출근해야하는거 아냐?”
“아니...나 짤렸어...이제부터 백수야....”
“피.........늦었는데...천천히 와...나중에 와도 되구......”
“출발한다...”
“응.........보고싶어....보고싶어 죽겠어.....”
전라도와 서울...
서울과 강원도를 아우르는 대여정의 운전에도.....
피곤한 줄 모르는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게끔 하고 있었다.
“아들이래 딸이래?”
“그걸 벌써 어떻게 알아....아직 몰라....알아도 안가르쳐줘...”
“키키키...그렇구나...병원은 누구랑 갔어?”
“처음엔 혼자갔구....며칠전엔 우리 엄마랑...”
“부모님도 아셔?”
“응...말씀드렸어.....”
“나 완전 나쁜놈 되는구나....그치?”
“아냐....좋아들 하셨어...혼자 나가 산다니까...극구 반대했지만....엄만 가게일도 내팽겨치고 거의 여기서 살 기세인데 뭐...”
“그럼 나는 안심돼서 좋긴 한데...”
“아마 내일부턴 여기서 주무신다고 할지도 몰라...”
“그래....우와~~아무리 짐이 없다곤 해도....침대 딸랑 하나...푸하...너무하다...”
“나 사치 막 부리고......그래도 되지?”
“사치부릴 공간도 없구만 뭘.........마음껏 부려봐.....돈은 내가 달러빚을 내서라도 대줄게..”
“피.......그런거 다 필요없어...난...그냥 자기만 옆에 있음 돼.....”
“하아~~~피곤한데....너 안고 있으니까...잠도 안오고....”
“꿈 깨세요.....아직 위험한 시기라....안돼!!!!!!”
“입으로도?”
“이 쒸.........안돼....싫어!!!!!!!!!!”
“호오~~~울 지연이...임신하더니 배가 아니라 간부터 커지는구나?..그런거야?”
“오지마라고 할걸..괜히 말해선..........”
찡찡거리길 몇 분....
자신의 배 위에 손을 올려놓은 채 잠든 그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던 지연 또한...
그와는 달라도....그 만큼이나 사랑을 지키고자 하는 다짐은 굳건해져 갔고.....
“안된다며...?”
“피....우리 아가 나오기전까진...이게 마지막이야.....쭙쭙쭙~~~~”
“좋다............흐흐흐......”
“바보........쭈웁쭙~~~~쭙~~~”
“바보여도 좋아.....이렇게 좋은데.....그까짓........살살해......”
아침을 깨워가던 모습에서..
그러한 그녀의 의지는 온전한 과거의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정리되는대로 내려올게.....”
“웅.........”
“잘 지내고...연락 없어도...걱정하지 말고 있어...”
“응.....그럴게...”
“간다..........”
“응..............”
“찔찔이 또 운다..........콱~~~~~너 닮은 애 나올까봐 벌써부터 겁난다...그만 울어!!!”
“응.......안울어...빨리 가.....”
멀어져가던 그의 씩씩한 뒷모습......
웬지 모를 불안함이 너무도 진하게 덮쳐왔지만......
그 시간을 그토록 추억하게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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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놈이 이 난국을 어찌 풀어나갈지...
3편밖에 안남았는데....허허..
바쁜 아침이네요...
그래서 오늘자 요약은 없습니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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