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로운 시작, 그리고...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이고 심장이 두근대며 머리가 아파요. 정말 아찔했고 내 삶이 송두리째 날아가는 기분이랄까... 그만큼 그이는 나에게 전부였고 곧 태어날 우리 아이의 기초였으니까요.
“여보~ 내 양말 어디에 있어?”
나를 찾고 있는 이 사람... 우선 이 사람과의 일을 설명해야 할 것 같네요. 그래야 우리의 모든 이야기가 제대로 펼쳐 질 수 있으니까요. 그전에 잠시 양말의 위치를 가르쳐 줘야겠어요. 한 번 말하고 대답이 없으면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이라...
“당신 방 옷장 두 번째 서랍에 있잖아.”
“여기? 아... 찾았다!”
“귀찮아서 찾아보지도 않고...”
“미안해, 쏘리.”
미안하다며 내 한 쪽 엉덩이를 꽉 잡아주고는 화장실 쪽으로 걸어가는 이 남자...
.....
..........
...............
1989년 7월,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집에서 패닉상태에 빠진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어요. 눈물도 흐르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냥 무작정 아까 정권 씨가 건넨 삐삐 번호를 전화기로 호출할 뿐이었어요. 호출을 아무리 보내도 정권 씨에게 전화는 오지 않았고... 경찰서라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집을 나섰어요.
“끼이익!”
제가 집 밖으로 나서자 눈에 익은 자동차 한 대가 우리 집 대문 앞에 정차를 했고 그 차의 주인이 누구인지 금방 눈치를 챘죠. 아까 공항에서 타고 온 정권 씨의 차였으니까요.
“제수씨!”
“정권 씨... 이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아니죠?”
“큭...”
설마 아닐 거란 기대감으로 저를 향해 서 있는 정권 씨의 손을 붙잡고 사정하듯 말했지만 그저 먼 곳만 응시하며 제 물음에 답을 하지 않더군요. 절망감이 뼈저리게 느껴졌고 나의 남편 얼굴이 그려지기 시작했어요. 다리에 힘이 풀리며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으려는 순간 정권 씨가 나의 팔을 잡아주며 부축해주었죠.
“제수씨, 걱정 말아요. 제가 그쪽 대사관과 연락을 해서...”
“정권 씨... 어떻게 해요... 흑흑흑...”
“제수씨...”
우리는 중매로 만나 결혼한 사이로 이제 6개월이 되었고 뱃속에 4개월 된 아이가 있었죠. 짧다면 짧은 신혼 생활을 뒤로하고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금빛 미래를 그리고 있던 터에 발생한 사고였기에 그 상실감은 더욱 컸었습니다. 그때부터 제 눈에 보이고 의존해야 하는 사람은 정권 씨 뿐이었죠. 그래서 더 죽기 살기로 그의 손을 잡은 것 같아요.
나를 남편의 회사... 즉 자신의 회사로 데리고 가 사고가 발생한 리비아 측의 대사관과 연락을 취하며 혹시 살아 있을 수도 있는 생존자에 대해 물었고 너무 경황이 없는 터라 확실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어요. 뉴스에서는 이미 탑승자 전원 사망이라는 속보를 발표하고 있었고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 사람 중에 한 명이 바로 저였죠.
“정권 씨... 우리 남편... 남편 어떻게 해요?”
“진정하세요, 인공이는 반드시 살아 있을 거예요.”
“뉴스에서는 다 죽었다고 나오는데...”
“......”
“아니죠? 우리 남편... 살아있죠?”
“제수씨...”
“엉엉엉...”
며칠이고 눈물이 마르지 않고 흘렀어요. 국가에서 합의를 위해 항공사측과 만남을 교섭할 때도 우리 남편은 죽지 않고 살아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하루 이틀 협상을 늦췄고 그 때문에 최종 합의까지 보류된 상태로 살게 되었어요. 정말이지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았어요. 매번 눈만 뜨면 보이는 남편의 사진을 보고 죽을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때마다 나에게 힘을 준 것은 뱃속의 아이였죠.
“그래, 엄마가... 엄마가 아빠 오실 때까지 꼭 살아 있을게.”
어두운 밤, 매일 그이를 생각하며 버텨가고 있었고 비행기 사고가 난지 3개월이 지난 후 조금씩 저의 상태가 안정되어가기 시작했답니다. 아직까지 남편에 대한 장례도 치르지 않고 지낸 3개월이란 시간이 어쩌면 하늘에 있을지도 모를 남편에게 미안하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결심을 했죠.
“여보세요?”
“정권 씨... 저에요.”
“제수씨, 무슨 일이에요? 제가 지금 달려갈게요!”
“아... 아니에요. 그런 것이 아니라... 만나서 상의할 게 좀 있어요.”
“지금 갈게요.”
“일 다 보시고 오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정말 지금 가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네, 남편 장례문제로... 상의 좀 하려고...”
“아...”
귀신처럼 살았던 3개월이 너무 미련하다 싶어 일단 뭐 좀 먹자는 생각에 거실에 앉아 있다 주방 쪽으로 걸어가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아랫배가 아파오드라고요. 그냥 작은 통증이겠지 하는 생각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한 발, 한 발 걸을 때 마다 통증의 강도가 점점 쌔지더군요.
벽에 손을 올리고 걷지 않으면 안 될 만큼 통증이 강해졌는데 얼굴에는 온통 땀으로 범벅이가 되고 허벅지부터 허리까지 상당히 당겨오기 시작하더니...
“헉... 아... 배가...”
배가 너무 아파 바닥에 잠시 주저앉기 위해 한 쪽 발을 들어 올렸다 놨는데 바닥이 미끈거리는 것을 느껴 고개를 숙여 보았죠. 그런데 미끈거리는 정체가...
“피? 피...”
저의 자궁에서 피가 쏟아졌고 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배를 붙잡은 채 의식을 잃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천천히 눈을 뜨자 천장이 보이고 형광등이 있었는데 제가 어딘가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아마... 병원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누워 있는 곳에서 두 명의 남자가 서로 대화하는 소리가 귀에 들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스트레스성으로 유산이 된 듯합니다. 그리고... 아이는 살릴 수 없었습니다.”
“네?! 그...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저의 소중한 아이를 유산됐다는 말에 억장이 무너지고 죽고 싶었어요. 그이도 없는 이 세상... 우리 아이 때문에 버티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의지할 존재가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그이와 나의 소중한 생명은 그렇게 제 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어쩌면... 그 아이에게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다행일지도 몰라요. 진짜 아빠는 누구인지 알지만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이 되거든요.
그리고 또 긴 시간이 흘러 사계절이 세 번이나 변했죠. 정권 씨는 포기하지 않고 남편에 대한 나의 미련과 환상을 지워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구애를 했어요.
“제수씨, 이제 그만 인공이를 잊으세요.”
“......”
“인공이도 하늘에서 지금 제수씨를 바라보며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있을 거예요.”
“정권 씨, 제가 우리 그이를 잊으면 이제 누가 그를 그리워해주죠?”
“제수씨...”
“미안해요, 저는 아직 그이 외에 다른 남자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아요. 저에게 베풀어 준 호의에 고맙게 생각해요.”
“제발... 이제 인공이는 잊고...”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네요, 저에 대한 사심이 있으셨다면 그만 잊어주세요.”
“제수씨!”
정권 씨는 제가 그이를 잃고 살아가는 동안 큰 버팀목이 될 수 있게 도와주었고 신경을 써준 감사한 은인이었어요. 하지만 그 이상 우리의 관계가 발전 될 수는 없는 일이었고... 저와의 사이를 멀게 해야 했죠. 빈 집에 혼자 덜렁 남은 제가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었겠어요. 어두운 밤, 평소 즐겨하지 않던 소주가 생각나 그날은 혼자 동네 근처에 있는 포장마차로 발걸음을 옮겼답니다.
“사장님, 여기 소주 한 병만 주세요.”
“안주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그냥... 우동 한 그릇만 주세요.”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네.”
처음 한 병으로 시작한 술이 그날따라 왜 그렇게 달고 맛있던지... 소주의 병이 늘어나고 어느덧 두 병을 마시게 되었어요. 제 옆자리에는 다른 중년 남성 두 명이 술을 마시고 있더군요. 자연스럽게 그들의 대화가 제 귀에 들려왔어요.
“캬~ 오늘 술맛 좋네, 좋아!”
“이 친구, 오늘 술 좀 마실 줄 아네.”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야.”
“하하하!”
“세상이 왜 이렇게 싱숭생숭한지...”
“왜? 무슨 고민 있어?”
“그냥, 텔레비전을 보면 시끌시끌하잖아. 이번에 비행기가 또 떨어졌다며?”
“전라도 어디에 떨어져서 68명이나 죽었다잖아.”
“쯧쯧쯧...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떨어져서 다행이지 멀리 외국에서 죽으면 억울해서 어째?”
“언제 외국에서 비행기 떨어졌어?”
“이 친구! 기억 안 나?”
“언제였지?”
“술을 많이 먹어 치매가 왔나... 왜 3년 전에...”
“아, 중동에서 떨어진 사건!”
“그래, 그때 전원 사망이라고 난리가 났었잖아.”
그들은 우리 남편이 탄 비행기 사고를 회상하며 곱씹고 있었어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지워졌을 거란 생각에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 떠오르게 했어요. 하염없이 흐르는 그이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이 섞인 눈물을 막을 수는 없었어요. 소리 내지 않고 빈 소주잔에 술을 부으며 외로움을 달래던 그때...
“그만 마셔요.”
“응?”
제 앞에 정권 씨가 나타났어요. 그리고 제가 들고 있던 소주병을 뺐어 더 이상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더군요. 그때는 그 모습이 나름... 남자처럼 보이더군요.
“정... 정권 씨.”
“제수씨 혼자 이러고 청승 떨고 있을까봐... 잠이 와야죠.”
“미안해요.”
“뭐가 미안해요?”
“청승만 떠는 미련한 여자라...”
“후... 제수씨가 얼마나 힘든 상태라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
“죽은 인공이가 다시 돌아 올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그게 제일 슬퍼요... 흑흑흑...”
“아주머니, 여기 소주 한 병과 잔 하나 주세요!”
혼자 꺼이꺼이 울고 있는 모습을 본 정권 씨가 많이 답답했던지 소주를 시키고 그렇게 우리의 시간이 흐르게 되었죠. 점점 술기운이 온 몸에 퍼졌고...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 술에 취해 제 의지가 아닌 알콜의 힘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었죠.
“끄윽... 아, 술이 올라오네.”
“정권 씨, 저 이제 그만 가야 할 것 같아요.”
“그래요, 취했어요. 저도... 제수씨도...”
“그런데 왜 정권 씨가 두 명... 아니 세 명으로 보이죠?”
“제가요?”
“네...”
“농담은... 여기 얼마에요?”
술에 비틀거리며 우리가 앉았던 테이블에서 일어난 정권 씨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도 술에 많이 취했던 것 같아요. 계산을 끝내고 저도 정권 씨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몸을 일으켰는데...
“어머나!”
“쿠당탕!”
발목이 접질리며 넘어졌고 정권 씨는 놀란 토끼눈으로 저에게 달려와 넘어진 저를 일으켜 세워졌죠. 하지만 이미 접질린 발목의 통증 때문에 혼자 걷는 것은 불가능했고 바닥에 쓰러진 채 퉁퉁 부은 발목을 잡고 신음하고 있었어요.
“괜찮으세요?”
“아아... 발목이...”
“어디 봐요, 조심 좀 하지...”
“만지지 마세요, 아파요.”
“발목이 이렇게 부었는데... 어떻게 집에 가려고...”
“아아...”
최선의 방법이 그것뿐이었을까. 정권 씨는 나를 등에 업고 집으로 가기 시작했어요. 손은 무릎을 감싸고 내 엉덩이를 만지지 않게 최대한 조심스러웠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매너 손? 훗...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셨으니 넘어지지 않는 게 비정상이죠.”
“정권 씨가 오셔서 한 병 더 마셔서 그래요. 딱, 제 정량이었는데... 딸꾹!”
“퍽이나...”
“딸꾹~”
어느덧 우리 집 앞에 도착을 하였고 정권 씨는 저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았어요. 바닥에 서서 정권 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눈이 마주치는 순간 얼굴이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더군요. 그리 무겁지 않은 몸무게였는데 너무 마도 많은 땀을 흘린 정권 씨의 얼굴을 보자 안쓰럽기 까지 했어요. 그대로 집에 돌려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집에서 세수라도 하고 가세요.”
“아닙니다, 괜찮아요.”
“그래도 땀을 이렇게 많이 흘렸는데... 죄송해요.”
“별 말씀을... 그럼 잠깐 들어가서 세수만...”
“네.”
우리는 함께 집으로 들어섰고 저는 거실에 앉아 아픈 발목을 잡고 있었는데 정권 씨가 세수를 하는 물소리가 제 귀에 들려오더군요. 모르겠어요... 그게 어떤 마음이었고 감정이었는지... 집에서 저 외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기분... 남자가 아닌 사람이 있다는 느낌...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에 빠지게 만들었어요.
“그럼 저는 이만...”
“정권 씨, 우리 얘기 좀 해요.”
“무슨...”
“이리 와요.”
“......”
제가 부르자 정권 씨는 세수를 다 끝마치고 제가 앉아 있는 자리 앞으로 다가왔죠. 그 순간 제 눈에는 그이의 모습이 실루엣처럼 비추기 시작했고 정권 씨와 남편이 오버랩되며 햇갈리는 상황까지 다달하게 되었어요. 저는 조심스럽게 정권 씨의 손을 잡고 작은 소리로 말했죠.
“저는 외로운 여자에요.”
“......”
“그런데, 정권 씨가 저를 많이 아껴줘서 너무 기분이 좋았답니다.”
“제수씨...”
“어쩔 때는 집에서 혼자 있을 때 그이를 따라 죽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아... 안 돼요!”
“호호호, 말이 그렇다는 거죠.”
“다시는 그런 끔찍한 말... 입에 담지도 말아요.”
“왜... 요?”
“그건...”
나의 물음에 정권 씨가 주먹을 쥐며 고개를 숙인 채 대답을 망설이고 있었어요. 정권 씨가 할 말을 기다리며 저는 가만히 응시만 했죠. 그리고...
“제수씨는... 아니, 당신은... 제게 소중한 여자니까요.”
“......”
듣지 말아야 할 말을 듣고 말았죠.
“정권 씨...”
“지난 세월, 모두 잊으면 되요. 지금 당장... 아... 아니, 앞으로도 쭉 당신 옆에서 힘이 되어 드릴게요!”
저를 향해 똑바로 쳐다보며 자신의 고백을 털어놓는 정권 씨의 모습에 그만 넋이 나갔고 잠시 적막이 우리 사이에 흘렀어요. 그의 고백은 가식이 아닌 진심이라는 느낌을 받는 순간이었고 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그이의 생각이 조금씩 지워져가고 있었어요.
“다른 남자의 여자였던 저를... 그것도 친구의 여자였던 저를... 이해해주실 수 있으세요?”
“......!”
“복잡하고 힘든 상황이에요, 그동안 제가 살아왔던 많은 시간들을...”
“가연 씨!”
“헉! 정권 씨...”
나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정권 씨를 제게 다가와 넓은 어깨와 가슴으로 와락 안아주었어요. 그 이상 정권 씨를 거부할 수 없었어요. 그냥... 그대로... 정권 씨에게 저를 맡기게 되었죠.
“사... 사랑해요, 가연 씨.”
“정권 씨...”
“쭙...”
남자의 달콤한 입술을 얼마 만에 받아 보는지... 정신이 혼미하기 까지 했고 정권 씨의 뜨거운 체온이 제 입술에 그대로 전해지는 기분이었어요. 너무 오랜만에 해보는 키스라 순서와 방법을 잊은 줄 알았는데... 몸이 기억하고 있더군요. 서로의 타액이 섞이며 입술과 입술이 부딪히고 곧 정권 씨의 사랑스런 혀가 제 혀를 찾아 들어 왔어요.
“웁... 쭙... 허억...”
“이날을 기다렸어요, 정말 사랑해요. 가연 씨.”
“음... 음...”
그의 혀를 받아들이며 그의 한 손이 제 젖가슴에 올려 졌고 손의 움직임에 저는 참을 수 없는 흥분에 젖어가기 시작했어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각자의 옷을 벗으며 마치 애벌레가 변태를 하듯 허물을 모두 벗었고 알몸이 된 우리는 바닥에 포개어 누웠어요. 정권 씨는 바닥에 누워 있는 저의 두 다리를 잡고 들어 올리며 저의 가장 중요한 부위를 핥기 시작했어요.
“쭙쭙쭙... 쭙쭙...”
“흐윽... 허억...”
“쭙쭙... 할닥할닥...”
“허어억... 정... 정권 씨...”
“쭙쭙쭙쭙...”
부끄러운 꽃잎이 떨어지듯 둔부에 닿는 정권 씨의 혀는 세심하게 구석구석 닿았고 그 때문에 제 허리가 요동치기 시작했어요. 작은 콩알을 입술로 물고 빨고... 홍수가 난 저의 구멍에 혀가 침범하며 제가 여자였음을 알게 해주는 애무를 받게 되었죠. 정권 씨의 양 손이 다리를 놓았고 저의 가슴을 만지기 위해 올라왔는데 손가락이 너무 섹시하게 보였어요.
제 젖가슴을 만지기 위해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그의 손을 잡고 제 입으로 빨며 뜨거운 감정을 표시하기 시작했어요. 정권 씨가 참을 수 없었던지 몸을 일으켜 커져버린 자신의 흉직한 무기를 저의 구멍에 밀어 넣었어요. 정권 씨의 물건을 제 몸에 받아들이자 헉 소리가 절로 입 밖으로 흘러 나왔고 제 밑은 묵직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착착착...”
“흐으음... 하아... 아아아...”
“가연 씨... 가연 씨...”
“허억... 아아...”
그이보다는 작은 크기의 물건이었지만 저의 성욕을 채워주기에는 충분한 사이즈였어요. 정신을 잃을 정도는 크기는 아니지만 그와 이렇게 섹스를 하고 있다는 자체가 황홀했죠. 바닥에 누워 있던 저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양 손으로 저의 다리를 끼운 채 공중에 뜬 저의 구멍을 공략하는 정권 씨의 정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허억... 정권 씨... 대단해요...”
“당신에게는... 아직도 모자라요.”
“헉헉... 사랑해요.”
“저도 사랑해요.”
깊은 입맞춤을 나누며 저는 정권 씨의 여자가 되어 버렸답니다. 아주 깊은 구멍의 끝에 뜨거운 그 무엇이 느껴졌고 정권 씨는 고개를 뒤로 저치며 쾌락의 절정을 맛보고 있었죠. 우린 그 후, 연인이 되었고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
..........
.....
그이를 잃고 맞이하게 된 저의 첫 남자와 저는 지금도 행복하게 살고 있지요. 그리고 정권 씨와 함께 하게 될 달콤한 신혼 생활은 정말 아름답고 야했답니다. 정권 씨는 정말 근명하고 성실한 남자에요. 이 남자를 만나지 않았다면 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거나 삶을 포기한 정신 나간 여자가 되어 있었을 거예요. 우리의 신혼 생활은 여느 여자들이 원하는 그런 파라다이스였으니까요.
“자기야, 내 넥타이 어디에 있어?!”
또 다른 나의 남자가 저를 애타게 찾고 있네요. 이렇게 말하면 저의 두 번째 남자 같지만 지금 저를 찾고 있는 남자는 바로...
.....
..........
...............
그때가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아요. 정권 씨의 프로포즈를 받고 몇 개월 후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떠난 저의 두 번째 신혼여행. 비행기에 대한 공포심이 남아 있던 터라 멀리 여행을 멀리 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택한 곳이 충청남도에 있는 안면도였죠.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으로 남들과 다른 신혼여행을 떠났어요.
“우와~ 바다다!”
“이렇게 바다가 넓고 아름다운지 모르고 살았는데...”
“바다가 넓고 아름다워 봤자 당신보다 예쁠까?”
“으이그... 징그러워, 정권 씨는 약간 느끼해요.”
“하하하! 느끼한 버터가 당신을 평생 사랑해주고 오늘 밤 가만 놔두질 않을 건데?”
“어머, 정권 씨...!”
“하하하!”
정권 씨와 함께 정말 다른 부부들과 다름없이... 어쩌면 불륜처럼 보일지 모르는 애정행각을 해변가에서 보이며 당당한 모습으로 사랑을 나누곤 했죠. 아이스크림을 사서 서로 먹여주기도 하고 조개도 줍고... 이런 행복을 내가 정말 누려도 될까 하는 고민까지 하게 될 판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저는 그이를 잃은 여자가 아닌 새로운 그이를 얻은 여자였으니까요.
“꺄아악! 소매치기야!”
우리가 해변가를 걷고 있던 중 뒤편에서 한 여자의 비명 소리를 듣게 되었고 걸어가던 발걸음을 멈춘 채 뒤를 돌아보게 되었죠. 어느 한 남자가 여자의 가방을 날치기 하고 냅다 달리는 모습을 확인했는데 우연하게 정권 씨와 날치기 범이 충돌하게 되었어요. 정권 씨와 날치기 범은 서로 바닥에 넘어졌고 저는 놀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패닉 상태가 되었죠.
“으윽... 저리 비켜!”
“사람과 부딪혔으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이도 젊어 보이는데.”
“뭐라고 하는 거야?! 빨리 저리 안 비켜?! 죽고 싶어?”
“이봐, 젊은 나이를 이렇게 허비하지 말라고. 어서 그 가방을 주인에게 돌려주고...”
“에잇!”
정권 씨가 날치기 범을 설득하고 있는데 날치기 범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들고는 정권 씨를 향해 휘두르기 시작했어요. 나를 포함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놀라며 그 모습을 확인하였죠.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권 씨를 걱정했고 빨리 이 장소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정말 너무 무서웠어요.
“좋은 말 할 때 비키시지?”
“이 사람... 말이 통하지 않네, 그 칼로 날 찌르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마지막 경고야, 어서 비켜!”
“경... 고? 그건 내가 할 소린데?”
“뭐라고?”
“어서 그 가방을 주인에게 돌려주고 조용히 이곳에서 떠나 줘.”
“말이 통하지 않는구먼. 그렇다면...!”
“휙~!”
날치기 범은 정권 씨를 향해 들고 있던 칼을 사방으로 휘젓기 시작했어요. 여기저기서 여자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고 저는 너무 무서워 어떠한 소리도 낼 수 없었죠. 그저 정권 씨를 지켜 볼 뿐이었어요.
“어쭈? 조금 까부는데?”
“저리 비켜!”
그자의 칼이 난도질을 하는데도 정권 씨의 표정을 긴장을 하기는커녕 묵묵한 표정으로 요리조리 날아오는 칼을 잘도 피하더군요. 그러더니 어느 한 순간 정권 씨의 묵직한 발이 위로 올라가며 난도질을 하고 있는 날치기 범의 옆구리와 어깨, 얼굴을 강타했어요.
“퍽퍽퍽!”
“으윽...!”
“쾅!”
순식간에 날치기 범은 제압되었고 정권 씨가 바닥에 떨어진 칼을 들어 멀리 집어 던졌어요. 날치기 범이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려 하자 주변의 다른 남자들이 몰려와 그를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았답니다. 정권 씨는 그런 모습을 보며 경찰에 신고를 해달라는 부탁을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었어요. 그런 말을 하는 도중 진짜 경찰이 우리가 있는 현장으로 도착해주었죠.
“경찰입니다! 저희가 도착했으니 안심하세요.”
“젠장...”
적절한 시기에 도착한 것일까? 아무튼 그렇게 도착한 경찰에게 날치기 범은 인계되었고 그 해변가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권 씨는 영웅이 되었어요. 박수갈채를 받으며 칭찬이 사방에서 쏟아졌고 사람들의 그런 모습에 어색하는 정권 씨는 마냥 귀엽기만 했고 저만의 진정한 영웅이었죠.
“괜찮아요? 정권 씨.”
“저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으윽...”
“왜... 왜요? 어디 다쳤어요?”
“옆구리가... 윽...”
“설마... 찔린 것은 아니죠? 어머, 어떻게 해... 정권 씨.”
“여기 좀 봐주세요... 옆구리가...”
“정권 씨...”
나는 놀라 정권 씨가 말한 옆구리 부위를 살펴보기 위해 고개를 숙였는데 정권 씨가 갑자기 제 목을 잡더니 웃으며 말을 하더군요.
“잡았다! 내 마음을 훔쳐간 날치기 범, 절대 도망치지 못하게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
“네? 정권 씨!”
“하하하! 저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주 멀쩡하다고요.”
“정말 못됐어!”
“걱정하지 마요, 저는 절대 당신을 떠나지 않을 거니까.”
“......”
진심으로 사랑이 뭔지 설명해 주는 사람 같았어요. 정권 씨 없는 세상을 어떻게 나 혼자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 질 정도로 정권 씨에 대한 나의 사랑은 더욱 굳건해져 갔죠. 한바탕 소란을 경험하고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정말 피곤했어요.
“아, 오랜만에 운동 좀 했더니... 힘드네요.”
“앞으로 그런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마세요, 아까 얼마나 제가 심장 떨리던지 알아요?”
“그... 그랬어요?”
“당연하죠, 이러다 다치기라도 하면...”
“와락!”
“정... 정권 씨...”
걱정으로 하는 잔소리를 듣고 있던 정권 씨가 저를 와락 안더니 말없이 제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더군요. 그 손길이 너무 부드럽고 좋았어요. 한편으로는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의 품이라 너무 행복했답니다.
“고마워요, 날 걱정해 줘서.”
“바보... 우리는 부부잖아요.”
“사랑해요.”
“......”
눈빛을 교환하며 서로 뜨거운 입맞춤... 어느새 나체가 된 우리의 몸을 서로가 갈망하며 애무하고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정권 씨를 정말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침대로 자리를 옮겨 제 위로 올라탄 정권 씨의 묵직한 물건이 제 구멍으로 들어왔고 약간 뻐근한 느낌이 전해지며 우리의 사랑을 실행하게 되었죠. 그의 팔을 붙잡고 저는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속삭이듯 고백했습니다.
“당신... 정권 씨만 사랑해요. 아아...”
“으윽... 내 사랑...”
“하아...”
그의 허리가 움직이고 나는 그의 엉덩이에 내 두 손을 올려 좀 더 깊게 삽입이 될 수 있도록 내 구멍으로 밀착을 시켰고 활짝 벌려진 다리가 더 벌어질 수 없을 만큼 그에게 내 모든 것을 열어주었어요. 그렇게 얼마나 관계를 진행했을까요...
“삐리리~ 삐리리~”
느닷없이 정권 씨의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렸고...
“누... 누구지?”
“흐으응, 싫어요... 하아... 나에게 집중해요.... 아아...”
“으응... 헉헉...”
정권 씨가 지금 우리의 섹스에 집중 할 수 있도록 제가 뒤로 돌아 눕고 제 엉덩이를 높게 들어 최대한 정권 씨의 시선이 고정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그때는 다른 것보다 정권 씨의 뜨거운 사정을 보고 싶었고 그렇게 만들어 주고 싶었으니까요...
“가연 씨... 정말 미안한데... 아무래도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 같아요.”
“......”
“잠깐만 받을게요, 정말 미안해요.”
“네...”
“여보세요?”
회사에서 걸려온 급한 용무의 전화... 앞으로 내가 이 사람과 살면서 몇 번이고 겪어야 할 일상이 될 것 같았다. 잔소리하지 않고 내조 잘하는 아내로 이 사람에게 보이고 싶었다. 정권 씨는 나의 허락과 동시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나는 침대에 엎드린 상태로 전화를 받고 있는 정권 씨를 쳐다보았고 표정이 점점 굳어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정권 씨...”
“그... 그게... 정말이야?! 정말... 그게 사실이야?!”
“정권 씨, 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
“아... 알겠어... 내가 바로 회사로 갈게.”
“?”
힘없이 전화를 끊은 정권 씨가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죠. 저는 회사에 무슨 큰일이 일어난 줄 알고 걱정스런 마음에 질문을 했어요.
“회사에 큰일이 있어요? 왜 그래요?”
나의 질문에 한동안 말을 하지 않던 정권 씨가 고개를 천천히 들며 나를 쳐다보더군요. 저는 이유를 몰라 정권 씨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서 대답 좀 해보라는 눈치를 주었어요. 그리고...
“가연 씨... 그게...”
“왜요?”
“지금 서울로 다시 올라가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왜 그런데요?”
“돌... 돌아 왔어요.”
“뭐가 돌아 왔다는...”
“인공이가... 지금 살아 있는 것이 확인되어 한국으로 오고 있는 중이래요.”
“......!!”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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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외도가 이북으로 출간 되었네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리디북스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이번주는 잠수...ㅋㅋㅋ
* 카페주소 : cafe.soraFLOW.info/remembermehome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이고 심장이 두근대며 머리가 아파요. 정말 아찔했고 내 삶이 송두리째 날아가는 기분이랄까... 그만큼 그이는 나에게 전부였고 곧 태어날 우리 아이의 기초였으니까요.
“여보~ 내 양말 어디에 있어?”
나를 찾고 있는 이 사람... 우선 이 사람과의 일을 설명해야 할 것 같네요. 그래야 우리의 모든 이야기가 제대로 펼쳐 질 수 있으니까요. 그전에 잠시 양말의 위치를 가르쳐 줘야겠어요. 한 번 말하고 대답이 없으면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이라...
“당신 방 옷장 두 번째 서랍에 있잖아.”
“여기? 아... 찾았다!”
“귀찮아서 찾아보지도 않고...”
“미안해, 쏘리.”
미안하다며 내 한 쪽 엉덩이를 꽉 잡아주고는 화장실 쪽으로 걸어가는 이 남자...
.....
..........
...............
1989년 7월,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집에서 패닉상태에 빠진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어요. 눈물도 흐르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냥 무작정 아까 정권 씨가 건넨 삐삐 번호를 전화기로 호출할 뿐이었어요. 호출을 아무리 보내도 정권 씨에게 전화는 오지 않았고... 경찰서라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집을 나섰어요.
“끼이익!”
제가 집 밖으로 나서자 눈에 익은 자동차 한 대가 우리 집 대문 앞에 정차를 했고 그 차의 주인이 누구인지 금방 눈치를 챘죠. 아까 공항에서 타고 온 정권 씨의 차였으니까요.
“제수씨!”
“정권 씨... 이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아니죠?”
“큭...”
설마 아닐 거란 기대감으로 저를 향해 서 있는 정권 씨의 손을 붙잡고 사정하듯 말했지만 그저 먼 곳만 응시하며 제 물음에 답을 하지 않더군요. 절망감이 뼈저리게 느껴졌고 나의 남편 얼굴이 그려지기 시작했어요. 다리에 힘이 풀리며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으려는 순간 정권 씨가 나의 팔을 잡아주며 부축해주었죠.
“제수씨, 걱정 말아요. 제가 그쪽 대사관과 연락을 해서...”
“정권 씨... 어떻게 해요... 흑흑흑...”
“제수씨...”
우리는 중매로 만나 결혼한 사이로 이제 6개월이 되었고 뱃속에 4개월 된 아이가 있었죠. 짧다면 짧은 신혼 생활을 뒤로하고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금빛 미래를 그리고 있던 터에 발생한 사고였기에 그 상실감은 더욱 컸었습니다. 그때부터 제 눈에 보이고 의존해야 하는 사람은 정권 씨 뿐이었죠. 그래서 더 죽기 살기로 그의 손을 잡은 것 같아요.
나를 남편의 회사... 즉 자신의 회사로 데리고 가 사고가 발생한 리비아 측의 대사관과 연락을 취하며 혹시 살아 있을 수도 있는 생존자에 대해 물었고 너무 경황이 없는 터라 확실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어요. 뉴스에서는 이미 탑승자 전원 사망이라는 속보를 발표하고 있었고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 사람 중에 한 명이 바로 저였죠.
“정권 씨... 우리 남편... 남편 어떻게 해요?”
“진정하세요, 인공이는 반드시 살아 있을 거예요.”
“뉴스에서는 다 죽었다고 나오는데...”
“......”
“아니죠? 우리 남편... 살아있죠?”
“제수씨...”
“엉엉엉...”
며칠이고 눈물이 마르지 않고 흘렀어요. 국가에서 합의를 위해 항공사측과 만남을 교섭할 때도 우리 남편은 죽지 않고 살아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하루 이틀 협상을 늦췄고 그 때문에 최종 합의까지 보류된 상태로 살게 되었어요. 정말이지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았어요. 매번 눈만 뜨면 보이는 남편의 사진을 보고 죽을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때마다 나에게 힘을 준 것은 뱃속의 아이였죠.
“그래, 엄마가... 엄마가 아빠 오실 때까지 꼭 살아 있을게.”
어두운 밤, 매일 그이를 생각하며 버텨가고 있었고 비행기 사고가 난지 3개월이 지난 후 조금씩 저의 상태가 안정되어가기 시작했답니다. 아직까지 남편에 대한 장례도 치르지 않고 지낸 3개월이란 시간이 어쩌면 하늘에 있을지도 모를 남편에게 미안하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결심을 했죠.
“여보세요?”
“정권 씨... 저에요.”
“제수씨, 무슨 일이에요? 제가 지금 달려갈게요!”
“아... 아니에요. 그런 것이 아니라... 만나서 상의할 게 좀 있어요.”
“지금 갈게요.”
“일 다 보시고 오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정말 지금 가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네, 남편 장례문제로... 상의 좀 하려고...”
“아...”
귀신처럼 살았던 3개월이 너무 미련하다 싶어 일단 뭐 좀 먹자는 생각에 거실에 앉아 있다 주방 쪽으로 걸어가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아랫배가 아파오드라고요. 그냥 작은 통증이겠지 하는 생각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한 발, 한 발 걸을 때 마다 통증의 강도가 점점 쌔지더군요.
벽에 손을 올리고 걷지 않으면 안 될 만큼 통증이 강해졌는데 얼굴에는 온통 땀으로 범벅이가 되고 허벅지부터 허리까지 상당히 당겨오기 시작하더니...
“헉... 아... 배가...”
배가 너무 아파 바닥에 잠시 주저앉기 위해 한 쪽 발을 들어 올렸다 놨는데 바닥이 미끈거리는 것을 느껴 고개를 숙여 보았죠. 그런데 미끈거리는 정체가...
“피? 피...”
저의 자궁에서 피가 쏟아졌고 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배를 붙잡은 채 의식을 잃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천천히 눈을 뜨자 천장이 보이고 형광등이 있었는데 제가 어딘가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아마... 병원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누워 있는 곳에서 두 명의 남자가 서로 대화하는 소리가 귀에 들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스트레스성으로 유산이 된 듯합니다. 그리고... 아이는 살릴 수 없었습니다.”
“네?! 그...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저의 소중한 아이를 유산됐다는 말에 억장이 무너지고 죽고 싶었어요. 그이도 없는 이 세상... 우리 아이 때문에 버티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의지할 존재가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그이와 나의 소중한 생명은 그렇게 제 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어쩌면... 그 아이에게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다행일지도 몰라요. 진짜 아빠는 누구인지 알지만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이 되거든요.
그리고 또 긴 시간이 흘러 사계절이 세 번이나 변했죠. 정권 씨는 포기하지 않고 남편에 대한 나의 미련과 환상을 지워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구애를 했어요.
“제수씨, 이제 그만 인공이를 잊으세요.”
“......”
“인공이도 하늘에서 지금 제수씨를 바라보며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있을 거예요.”
“정권 씨, 제가 우리 그이를 잊으면 이제 누가 그를 그리워해주죠?”
“제수씨...”
“미안해요, 저는 아직 그이 외에 다른 남자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아요. 저에게 베풀어 준 호의에 고맙게 생각해요.”
“제발... 이제 인공이는 잊고...”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네요, 저에 대한 사심이 있으셨다면 그만 잊어주세요.”
“제수씨!”
정권 씨는 제가 그이를 잃고 살아가는 동안 큰 버팀목이 될 수 있게 도와주었고 신경을 써준 감사한 은인이었어요. 하지만 그 이상 우리의 관계가 발전 될 수는 없는 일이었고... 저와의 사이를 멀게 해야 했죠. 빈 집에 혼자 덜렁 남은 제가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었겠어요. 어두운 밤, 평소 즐겨하지 않던 소주가 생각나 그날은 혼자 동네 근처에 있는 포장마차로 발걸음을 옮겼답니다.
“사장님, 여기 소주 한 병만 주세요.”
“안주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그냥... 우동 한 그릇만 주세요.”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네.”
처음 한 병으로 시작한 술이 그날따라 왜 그렇게 달고 맛있던지... 소주의 병이 늘어나고 어느덧 두 병을 마시게 되었어요. 제 옆자리에는 다른 중년 남성 두 명이 술을 마시고 있더군요. 자연스럽게 그들의 대화가 제 귀에 들려왔어요.
“캬~ 오늘 술맛 좋네, 좋아!”
“이 친구, 오늘 술 좀 마실 줄 아네.”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야.”
“하하하!”
“세상이 왜 이렇게 싱숭생숭한지...”
“왜? 무슨 고민 있어?”
“그냥, 텔레비전을 보면 시끌시끌하잖아. 이번에 비행기가 또 떨어졌다며?”
“전라도 어디에 떨어져서 68명이나 죽었다잖아.”
“쯧쯧쯧...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떨어져서 다행이지 멀리 외국에서 죽으면 억울해서 어째?”
“언제 외국에서 비행기 떨어졌어?”
“이 친구! 기억 안 나?”
“언제였지?”
“술을 많이 먹어 치매가 왔나... 왜 3년 전에...”
“아, 중동에서 떨어진 사건!”
“그래, 그때 전원 사망이라고 난리가 났었잖아.”
그들은 우리 남편이 탄 비행기 사고를 회상하며 곱씹고 있었어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지워졌을 거란 생각에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 떠오르게 했어요. 하염없이 흐르는 그이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이 섞인 눈물을 막을 수는 없었어요. 소리 내지 않고 빈 소주잔에 술을 부으며 외로움을 달래던 그때...
“그만 마셔요.”
“응?”
제 앞에 정권 씨가 나타났어요. 그리고 제가 들고 있던 소주병을 뺐어 더 이상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더군요. 그때는 그 모습이 나름... 남자처럼 보이더군요.
“정... 정권 씨.”
“제수씨 혼자 이러고 청승 떨고 있을까봐... 잠이 와야죠.”
“미안해요.”
“뭐가 미안해요?”
“청승만 떠는 미련한 여자라...”
“후... 제수씨가 얼마나 힘든 상태라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
“죽은 인공이가 다시 돌아 올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그게 제일 슬퍼요... 흑흑흑...”
“아주머니, 여기 소주 한 병과 잔 하나 주세요!”
혼자 꺼이꺼이 울고 있는 모습을 본 정권 씨가 많이 답답했던지 소주를 시키고 그렇게 우리의 시간이 흐르게 되었죠. 점점 술기운이 온 몸에 퍼졌고...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 술에 취해 제 의지가 아닌 알콜의 힘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었죠.
“끄윽... 아, 술이 올라오네.”
“정권 씨, 저 이제 그만 가야 할 것 같아요.”
“그래요, 취했어요. 저도... 제수씨도...”
“그런데 왜 정권 씨가 두 명... 아니 세 명으로 보이죠?”
“제가요?”
“네...”
“농담은... 여기 얼마에요?”
술에 비틀거리며 우리가 앉았던 테이블에서 일어난 정권 씨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도 술에 많이 취했던 것 같아요. 계산을 끝내고 저도 정권 씨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몸을 일으켰는데...
“어머나!”
“쿠당탕!”
발목이 접질리며 넘어졌고 정권 씨는 놀란 토끼눈으로 저에게 달려와 넘어진 저를 일으켜 세워졌죠. 하지만 이미 접질린 발목의 통증 때문에 혼자 걷는 것은 불가능했고 바닥에 쓰러진 채 퉁퉁 부은 발목을 잡고 신음하고 있었어요.
“괜찮으세요?”
“아아... 발목이...”
“어디 봐요, 조심 좀 하지...”
“만지지 마세요, 아파요.”
“발목이 이렇게 부었는데... 어떻게 집에 가려고...”
“아아...”
최선의 방법이 그것뿐이었을까. 정권 씨는 나를 등에 업고 집으로 가기 시작했어요. 손은 무릎을 감싸고 내 엉덩이를 만지지 않게 최대한 조심스러웠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매너 손? 훗...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셨으니 넘어지지 않는 게 비정상이죠.”
“정권 씨가 오셔서 한 병 더 마셔서 그래요. 딱, 제 정량이었는데... 딸꾹!”
“퍽이나...”
“딸꾹~”
어느덧 우리 집 앞에 도착을 하였고 정권 씨는 저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았어요. 바닥에 서서 정권 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눈이 마주치는 순간 얼굴이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더군요. 그리 무겁지 않은 몸무게였는데 너무 마도 많은 땀을 흘린 정권 씨의 얼굴을 보자 안쓰럽기 까지 했어요. 그대로 집에 돌려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집에서 세수라도 하고 가세요.”
“아닙니다, 괜찮아요.”
“그래도 땀을 이렇게 많이 흘렸는데... 죄송해요.”
“별 말씀을... 그럼 잠깐 들어가서 세수만...”
“네.”
우리는 함께 집으로 들어섰고 저는 거실에 앉아 아픈 발목을 잡고 있었는데 정권 씨가 세수를 하는 물소리가 제 귀에 들려오더군요. 모르겠어요... 그게 어떤 마음이었고 감정이었는지... 집에서 저 외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기분... 남자가 아닌 사람이 있다는 느낌...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에 빠지게 만들었어요.
“그럼 저는 이만...”
“정권 씨, 우리 얘기 좀 해요.”
“무슨...”
“이리 와요.”
“......”
제가 부르자 정권 씨는 세수를 다 끝마치고 제가 앉아 있는 자리 앞으로 다가왔죠. 그 순간 제 눈에는 그이의 모습이 실루엣처럼 비추기 시작했고 정권 씨와 남편이 오버랩되며 햇갈리는 상황까지 다달하게 되었어요. 저는 조심스럽게 정권 씨의 손을 잡고 작은 소리로 말했죠.
“저는 외로운 여자에요.”
“......”
“그런데, 정권 씨가 저를 많이 아껴줘서 너무 기분이 좋았답니다.”
“제수씨...”
“어쩔 때는 집에서 혼자 있을 때 그이를 따라 죽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아... 안 돼요!”
“호호호, 말이 그렇다는 거죠.”
“다시는 그런 끔찍한 말... 입에 담지도 말아요.”
“왜... 요?”
“그건...”
나의 물음에 정권 씨가 주먹을 쥐며 고개를 숙인 채 대답을 망설이고 있었어요. 정권 씨가 할 말을 기다리며 저는 가만히 응시만 했죠. 그리고...
“제수씨는... 아니, 당신은... 제게 소중한 여자니까요.”
“......”
듣지 말아야 할 말을 듣고 말았죠.
“정권 씨...”
“지난 세월, 모두 잊으면 되요. 지금 당장... 아... 아니, 앞으로도 쭉 당신 옆에서 힘이 되어 드릴게요!”
저를 향해 똑바로 쳐다보며 자신의 고백을 털어놓는 정권 씨의 모습에 그만 넋이 나갔고 잠시 적막이 우리 사이에 흘렀어요. 그의 고백은 가식이 아닌 진심이라는 느낌을 받는 순간이었고 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그이의 생각이 조금씩 지워져가고 있었어요.
“다른 남자의 여자였던 저를... 그것도 친구의 여자였던 저를... 이해해주실 수 있으세요?”
“......!”
“복잡하고 힘든 상황이에요, 그동안 제가 살아왔던 많은 시간들을...”
“가연 씨!”
“헉! 정권 씨...”
나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정권 씨를 제게 다가와 넓은 어깨와 가슴으로 와락 안아주었어요. 그 이상 정권 씨를 거부할 수 없었어요. 그냥... 그대로... 정권 씨에게 저를 맡기게 되었죠.
“사... 사랑해요, 가연 씨.”
“정권 씨...”
“쭙...”
남자의 달콤한 입술을 얼마 만에 받아 보는지... 정신이 혼미하기 까지 했고 정권 씨의 뜨거운 체온이 제 입술에 그대로 전해지는 기분이었어요. 너무 오랜만에 해보는 키스라 순서와 방법을 잊은 줄 알았는데... 몸이 기억하고 있더군요. 서로의 타액이 섞이며 입술과 입술이 부딪히고 곧 정권 씨의 사랑스런 혀가 제 혀를 찾아 들어 왔어요.
“웁... 쭙... 허억...”
“이날을 기다렸어요, 정말 사랑해요. 가연 씨.”
“음... 음...”
그의 혀를 받아들이며 그의 한 손이 제 젖가슴에 올려 졌고 손의 움직임에 저는 참을 수 없는 흥분에 젖어가기 시작했어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각자의 옷을 벗으며 마치 애벌레가 변태를 하듯 허물을 모두 벗었고 알몸이 된 우리는 바닥에 포개어 누웠어요. 정권 씨는 바닥에 누워 있는 저의 두 다리를 잡고 들어 올리며 저의 가장 중요한 부위를 핥기 시작했어요.
“쭙쭙쭙... 쭙쭙...”
“흐윽... 허억...”
“쭙쭙... 할닥할닥...”
“허어억... 정... 정권 씨...”
“쭙쭙쭙쭙...”
부끄러운 꽃잎이 떨어지듯 둔부에 닿는 정권 씨의 혀는 세심하게 구석구석 닿았고 그 때문에 제 허리가 요동치기 시작했어요. 작은 콩알을 입술로 물고 빨고... 홍수가 난 저의 구멍에 혀가 침범하며 제가 여자였음을 알게 해주는 애무를 받게 되었죠. 정권 씨의 양 손이 다리를 놓았고 저의 가슴을 만지기 위해 올라왔는데 손가락이 너무 섹시하게 보였어요.
제 젖가슴을 만지기 위해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그의 손을 잡고 제 입으로 빨며 뜨거운 감정을 표시하기 시작했어요. 정권 씨가 참을 수 없었던지 몸을 일으켜 커져버린 자신의 흉직한 무기를 저의 구멍에 밀어 넣었어요. 정권 씨의 물건을 제 몸에 받아들이자 헉 소리가 절로 입 밖으로 흘러 나왔고 제 밑은 묵직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착착착...”
“흐으음... 하아... 아아아...”
“가연 씨... 가연 씨...”
“허억... 아아...”
그이보다는 작은 크기의 물건이었지만 저의 성욕을 채워주기에는 충분한 사이즈였어요. 정신을 잃을 정도는 크기는 아니지만 그와 이렇게 섹스를 하고 있다는 자체가 황홀했죠. 바닥에 누워 있던 저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양 손으로 저의 다리를 끼운 채 공중에 뜬 저의 구멍을 공략하는 정권 씨의 정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허억... 정권 씨... 대단해요...”
“당신에게는... 아직도 모자라요.”
“헉헉... 사랑해요.”
“저도 사랑해요.”
깊은 입맞춤을 나누며 저는 정권 씨의 여자가 되어 버렸답니다. 아주 깊은 구멍의 끝에 뜨거운 그 무엇이 느껴졌고 정권 씨는 고개를 뒤로 저치며 쾌락의 절정을 맛보고 있었죠. 우린 그 후, 연인이 되었고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
..........
.....
그이를 잃고 맞이하게 된 저의 첫 남자와 저는 지금도 행복하게 살고 있지요. 그리고 정권 씨와 함께 하게 될 달콤한 신혼 생활은 정말 아름답고 야했답니다. 정권 씨는 정말 근명하고 성실한 남자에요. 이 남자를 만나지 않았다면 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거나 삶을 포기한 정신 나간 여자가 되어 있었을 거예요. 우리의 신혼 생활은 여느 여자들이 원하는 그런 파라다이스였으니까요.
“자기야, 내 넥타이 어디에 있어?!”
또 다른 나의 남자가 저를 애타게 찾고 있네요. 이렇게 말하면 저의 두 번째 남자 같지만 지금 저를 찾고 있는 남자는 바로...
.....
..........
...............
그때가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아요. 정권 씨의 프로포즈를 받고 몇 개월 후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떠난 저의 두 번째 신혼여행. 비행기에 대한 공포심이 남아 있던 터라 멀리 여행을 멀리 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택한 곳이 충청남도에 있는 안면도였죠.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으로 남들과 다른 신혼여행을 떠났어요.
“우와~ 바다다!”
“이렇게 바다가 넓고 아름다운지 모르고 살았는데...”
“바다가 넓고 아름다워 봤자 당신보다 예쁠까?”
“으이그... 징그러워, 정권 씨는 약간 느끼해요.”
“하하하! 느끼한 버터가 당신을 평생 사랑해주고 오늘 밤 가만 놔두질 않을 건데?”
“어머, 정권 씨...!”
“하하하!”
정권 씨와 함께 정말 다른 부부들과 다름없이... 어쩌면 불륜처럼 보일지 모르는 애정행각을 해변가에서 보이며 당당한 모습으로 사랑을 나누곤 했죠. 아이스크림을 사서 서로 먹여주기도 하고 조개도 줍고... 이런 행복을 내가 정말 누려도 될까 하는 고민까지 하게 될 판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저는 그이를 잃은 여자가 아닌 새로운 그이를 얻은 여자였으니까요.
“꺄아악! 소매치기야!”
우리가 해변가를 걷고 있던 중 뒤편에서 한 여자의 비명 소리를 듣게 되었고 걸어가던 발걸음을 멈춘 채 뒤를 돌아보게 되었죠. 어느 한 남자가 여자의 가방을 날치기 하고 냅다 달리는 모습을 확인했는데 우연하게 정권 씨와 날치기 범이 충돌하게 되었어요. 정권 씨와 날치기 범은 서로 바닥에 넘어졌고 저는 놀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패닉 상태가 되었죠.
“으윽... 저리 비켜!”
“사람과 부딪혔으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이도 젊어 보이는데.”
“뭐라고 하는 거야?! 빨리 저리 안 비켜?! 죽고 싶어?”
“이봐, 젊은 나이를 이렇게 허비하지 말라고. 어서 그 가방을 주인에게 돌려주고...”
“에잇!”
정권 씨가 날치기 범을 설득하고 있는데 날치기 범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들고는 정권 씨를 향해 휘두르기 시작했어요. 나를 포함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놀라며 그 모습을 확인하였죠.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권 씨를 걱정했고 빨리 이 장소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정말 너무 무서웠어요.
“좋은 말 할 때 비키시지?”
“이 사람... 말이 통하지 않네, 그 칼로 날 찌르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마지막 경고야, 어서 비켜!”
“경... 고? 그건 내가 할 소린데?”
“뭐라고?”
“어서 그 가방을 주인에게 돌려주고 조용히 이곳에서 떠나 줘.”
“말이 통하지 않는구먼. 그렇다면...!”
“휙~!”
날치기 범은 정권 씨를 향해 들고 있던 칼을 사방으로 휘젓기 시작했어요. 여기저기서 여자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고 저는 너무 무서워 어떠한 소리도 낼 수 없었죠. 그저 정권 씨를 지켜 볼 뿐이었어요.
“어쭈? 조금 까부는데?”
“저리 비켜!”
그자의 칼이 난도질을 하는데도 정권 씨의 표정을 긴장을 하기는커녕 묵묵한 표정으로 요리조리 날아오는 칼을 잘도 피하더군요. 그러더니 어느 한 순간 정권 씨의 묵직한 발이 위로 올라가며 난도질을 하고 있는 날치기 범의 옆구리와 어깨, 얼굴을 강타했어요.
“퍽퍽퍽!”
“으윽...!”
“쾅!”
순식간에 날치기 범은 제압되었고 정권 씨가 바닥에 떨어진 칼을 들어 멀리 집어 던졌어요. 날치기 범이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려 하자 주변의 다른 남자들이 몰려와 그를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았답니다. 정권 씨는 그런 모습을 보며 경찰에 신고를 해달라는 부탁을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었어요. 그런 말을 하는 도중 진짜 경찰이 우리가 있는 현장으로 도착해주었죠.
“경찰입니다! 저희가 도착했으니 안심하세요.”
“젠장...”
적절한 시기에 도착한 것일까? 아무튼 그렇게 도착한 경찰에게 날치기 범은 인계되었고 그 해변가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권 씨는 영웅이 되었어요. 박수갈채를 받으며 칭찬이 사방에서 쏟아졌고 사람들의 그런 모습에 어색하는 정권 씨는 마냥 귀엽기만 했고 저만의 진정한 영웅이었죠.
“괜찮아요? 정권 씨.”
“저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으윽...”
“왜... 왜요? 어디 다쳤어요?”
“옆구리가... 윽...”
“설마... 찔린 것은 아니죠? 어머, 어떻게 해... 정권 씨.”
“여기 좀 봐주세요... 옆구리가...”
“정권 씨...”
나는 놀라 정권 씨가 말한 옆구리 부위를 살펴보기 위해 고개를 숙였는데 정권 씨가 갑자기 제 목을 잡더니 웃으며 말을 하더군요.
“잡았다! 내 마음을 훔쳐간 날치기 범, 절대 도망치지 못하게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
“네? 정권 씨!”
“하하하! 저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주 멀쩡하다고요.”
“정말 못됐어!”
“걱정하지 마요, 저는 절대 당신을 떠나지 않을 거니까.”
“......”
진심으로 사랑이 뭔지 설명해 주는 사람 같았어요. 정권 씨 없는 세상을 어떻게 나 혼자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 질 정도로 정권 씨에 대한 나의 사랑은 더욱 굳건해져 갔죠. 한바탕 소란을 경험하고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정말 피곤했어요.
“아, 오랜만에 운동 좀 했더니... 힘드네요.”
“앞으로 그런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마세요, 아까 얼마나 제가 심장 떨리던지 알아요?”
“그... 그랬어요?”
“당연하죠, 이러다 다치기라도 하면...”
“와락!”
“정... 정권 씨...”
걱정으로 하는 잔소리를 듣고 있던 정권 씨가 저를 와락 안더니 말없이 제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더군요. 그 손길이 너무 부드럽고 좋았어요. 한편으로는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의 품이라 너무 행복했답니다.
“고마워요, 날 걱정해 줘서.”
“바보... 우리는 부부잖아요.”
“사랑해요.”
“......”
눈빛을 교환하며 서로 뜨거운 입맞춤... 어느새 나체가 된 우리의 몸을 서로가 갈망하며 애무하고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정권 씨를 정말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침대로 자리를 옮겨 제 위로 올라탄 정권 씨의 묵직한 물건이 제 구멍으로 들어왔고 약간 뻐근한 느낌이 전해지며 우리의 사랑을 실행하게 되었죠. 그의 팔을 붙잡고 저는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속삭이듯 고백했습니다.
“당신... 정권 씨만 사랑해요. 아아...”
“으윽... 내 사랑...”
“하아...”
그의 허리가 움직이고 나는 그의 엉덩이에 내 두 손을 올려 좀 더 깊게 삽입이 될 수 있도록 내 구멍으로 밀착을 시켰고 활짝 벌려진 다리가 더 벌어질 수 없을 만큼 그에게 내 모든 것을 열어주었어요. 그렇게 얼마나 관계를 진행했을까요...
“삐리리~ 삐리리~”
느닷없이 정권 씨의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렸고...
“누... 누구지?”
“흐으응, 싫어요... 하아... 나에게 집중해요.... 아아...”
“으응... 헉헉...”
정권 씨가 지금 우리의 섹스에 집중 할 수 있도록 제가 뒤로 돌아 눕고 제 엉덩이를 높게 들어 최대한 정권 씨의 시선이 고정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그때는 다른 것보다 정권 씨의 뜨거운 사정을 보고 싶었고 그렇게 만들어 주고 싶었으니까요...
“가연 씨... 정말 미안한데... 아무래도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 같아요.”
“......”
“잠깐만 받을게요, 정말 미안해요.”
“네...”
“여보세요?”
회사에서 걸려온 급한 용무의 전화... 앞으로 내가 이 사람과 살면서 몇 번이고 겪어야 할 일상이 될 것 같았다. 잔소리하지 않고 내조 잘하는 아내로 이 사람에게 보이고 싶었다. 정권 씨는 나의 허락과 동시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나는 침대에 엎드린 상태로 전화를 받고 있는 정권 씨를 쳐다보았고 표정이 점점 굳어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정권 씨...”
“그... 그게... 정말이야?! 정말... 그게 사실이야?!”
“정권 씨, 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
“아... 알겠어... 내가 바로 회사로 갈게.”
“?”
힘없이 전화를 끊은 정권 씨가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죠. 저는 회사에 무슨 큰일이 일어난 줄 알고 걱정스런 마음에 질문을 했어요.
“회사에 큰일이 있어요? 왜 그래요?”
나의 질문에 한동안 말을 하지 않던 정권 씨가 고개를 천천히 들며 나를 쳐다보더군요. 저는 이유를 몰라 정권 씨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서 대답 좀 해보라는 눈치를 주었어요. 그리고...
“가연 씨... 그게...”
“왜요?”
“지금 서울로 다시 올라가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왜 그런데요?”
“돌... 돌아 왔어요.”
“뭐가 돌아 왔다는...”
“인공이가... 지금 살아 있는 것이 확인되어 한국으로 오고 있는 중이래요.”
“......!!”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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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외도가 이북으로 출간 되었네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리디북스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이번주는 잠수...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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